'친교의 경제'의 이론과 운영사례

칼 폴라니는 책/거대한 전환에서 아담 스미스로 대표되는 '자기조정 시장'이라는 개념이 얼마나 허구적인지를 밝히고, 실제로 존재해오던 '시장'이라는 것이 어떤 것이었는지를 밝힌다.

그 중에서 중요한 요소가 '상호성(reciprocity)'이다. 마치 한국에서 전통적인 품앗이, 두레라던지, 축의금이나 부조를 주고 받는 것처럼, 선물을 주고 받는 것처럼, 합리적이거나 탐욕적인 계산에 의해서 이루어지는 거래 뿐 아니라, 상호적이며 호혜적으로 이루어지는 '선물의 경제'가 있었다는 것을 이야기한다.

또한 책/21세기 시민경제학의 탄생에서는 르네상스 초기 이탈리아에서 발달했던 시민경제에 대해서 설명하며 비슷한 개념을 주장한다.

그런데 그러한 흐름이 현재에도 시도되고 있고, 작은 규모이지만 연합체가 존재한다. 더 반가웠던 것은 국내에도 그러한 시도를 하는 회사들이 있다는 것과, 그 중에 잘 알려진 '서광사', '성심당' 등이 포함되어 있다는 것이다.

포콜라레 운동은 카톨릭 신부인 끼아라 루빅으로부터 시작되었다. 포콜라레 운동은 "분열과 갈등으로 얽힌 세상에 '서로 간 사랑과 모든 이의 일치'를 목적으로 창설된 영성 운동"이라고 설명한다. 그 하나됨과 일치의 분야 중에, 경제 분야에 대해서도 '친교의 경제'라는 관점을 제안하고 있다.

4. 친교의 경제의 경영방식

1) 무지개 경영지표

기업 경영에서 그 구체적인 실천으로 '무지개 경영 지표 (The method of rainbowscore)'를 제시한다.

첫째, 빨간색은 재정과 관련되어 있다. 지속가능한 기업의 필수요건인 재정의 안정성을 추구하고, 급여, 인센티브, 대출금에 대한 이자와 할인판매정책 등 재무관리를 투명하게 한다. 또한 기업 내부적으로 협동과 경쟁을 통하여 구성원의 창의력을 고양하면서 책임감을 갖도록 한다. 오늘날의 관점에서 가난은 극복하고 뿌리 뽑아야 할 대상으로 지목되지만 가난에는 두 종류가 있다. 하나는 정의롭지 못한 사회구조의 산물로서 인간의 존엄성을 훼손하는 부정적 가난이다. 다른 하나는 자유로이 선택하는 가난인데 이는 절대적 소유대상으로 간주되던 재화로부터 우리 자신을 자유롭게 하며, 이 선택된 가난은 이타적 상호작용의지름길이 된다. 그러므로 친교의 경제기업은 어려운 이웃에 대한 관심과 사랑으로 수익의 일부를 내어 놓기 위해 자유로이 선택한 가난과 절약을 실천하며, 그 너머에 있는 ‘숨어있는 주주’의 선물을 믿는다.

두 번째는 주황색인데 기업은 외부고객과의 관계에서 이해관계자들이 만족할 수 있는 상호적 신뢰를 구축한다. 고객, 거래처와의 관계에서 적절한 가격과 품질을 유지하고, 경영을 투명하고 정당하게 함으로써 소비자와 공급자 사이에 협력과 존중의 관계를 형성한다. 또한 지역사회와 가난한 이들에 대한 관심과 지원은 친교의 경제 기업에 대한 긍정적인 평판을 형성하여 무형의 자산이 된다. 경쟁자들과도 협동의 전략을 쓸 수 있다. 정정당당하게 경쟁하고, 경쟁사가 만드는 제품을 비난하거나 해를 입히지 않으면서, 지역의 공동체와 친교를 맺는 것이다.

셋째, 노란색의 측면은 가치와 규범을 의미한다. 법과 윤리강령을 준수하며, 감독 단체와 노동조합, 행정부에서 제시하는 규칙을 지키고자 한다. 노동법과 노동계약에서 인준하는 권리를 보장하고 존중한다. 또한 도덕적 딜레마 상황의 해결을 위한 방향제시와 추구하는 가치를 표명하는 경영이념을 명시한다. 책임감과 규칙에 대한 주도적 준수, 실수를 했을 때에도 일관성을 잃지 않는다.

네 번째 면은 초록색으로 신뢰의 문화와 기업의 복지와 건강에 대한 배려를 의미한다. 또한 친교의 경제 기업은 환경보호에 소홀할 수 없다. 기업의 구성원들 사이에서 신뢰하고 배려하는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하여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장소와 기회에 관심을 갖는다. 근로시간, 초과근무, 휴가와 근로자의 정신적, 신체적 건강 전반에 관심을 기울인다.

다섯 번째 측면은 파란색이다. 안전하고 편리하게 작업할 수 있도록 작업장을 설계하고, 개인과 사회적 관계의 향상을 위하여 업무 프로세스를 조직한다. 작업공간이나 사무실은 인적자본의 발전을 위한 매체이기 때문이다. 개인적 공간과 공동작업을 위한 공간을 적절히 배치하여 조직화한다.

여섯 번째인 남색은 지식의 심화를 의미한다. 구성원들이 자신의 업무에 대하여 전문적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습득과 양성을 장려하고 지원하며, 다른 사람에게 무게중심을 두는 무상성의 능력을 함양하고, 경쟁을 초월하여 집단적인 기술혁신을 추구한다.

일곱 번째 보라색은 의사소통과 포용을 상징한다. 원활한 의사소통은 정보를 획일화하지 않으면서 사람들이 새로운 행동방식을 수렴할 수 있도록 설득하는 작용을 한다. 조직 내부의 원활한 의사소통을 위하여 공식적, 비공식적 다양한 채널을 활용하며, 참여와 경청, 피드백의 시스템을 갖추고, 관계의 망을 발전시킨다. 외부적으로는 회사가 믿는 원리와 가치를 확산시키고, 회사의 존재와 행동방식을 천명한다.

동일한 본질을 지닌 일곱 가지 측면은 서로 연결되어 있다. 기업의 목표 사이에 조화로운 균형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이 모든 것이 어우러져야 한다.

2) 넘어야 할 도전과제

친교의 경제에 참여하고 있는 기업은 규모가 작다. 직원 수가 100명이 넘는 경우가 드물며, 전적으로 친교의 경제를 위해 태어난 기업들은 기업 자체의 안정과 성장에 필요한 시간이 요구된다. 친교의 경제가 시장경제 체제에서 기반을 다지고 확산되기 위해서는 세 가지 도전에 직면하게 된다.

  1. 재정적 도전: 재정능력이 있는 외부 투자자가 친교의 경제에 공감하며 투자를 하는 경우가 가장 바람직하겠지만 이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므로 투자 자본에 대한 수익을 추구하는 투자자의 참여를 배제하지 않는 것이다. 이는 친교의 경제가 시장체제 안에 머물고 있다는 증명이 되겠지만 실현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2. 문화적 도전: 친교의 경제 기업이 규모면에서 성장하고, 수익을 추구하는 투자자를 유치한다는 중대한 문화적 도전이 될 것이다. 가족기업과 달리 경영이 전문화되면서 초기의 영감이 희미하게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일 이러한 도전을 극복하지 못한다면 기업가는 자신이 조절할 수 있는 규모로 기업을 작게 유지하려는 태도를 취할 수 있기 때문이다.
  3. 전략적 도전: 시장에 존립하면서 성장하기 위해서는 기업들 사이의 제휴가 필요하다. 이는 앞서 지적했던 것 보다 더 심각한 문제인데 다른 기업에게 친교의 경제에 참여하는 기업과 같은 동기를 기대할 수는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친교의 경제 기업가가 원래의 목표에 충실하면서 다른 기업과 조화를 이루는 어려운 도전이다. 이와 같은 도전에는 타산적인 태도가 아니라 기업가적인 창조성과 전문적 경영능력, 그리고 강한 내적 동기를 지속적으로 키워나감으로써 어려움에 직면하는 태도가 요구된다. 이를 위하여 친교의 경제에 참여하는 기업가 사이의 연대는 물론 경제학자들의 도움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3) 친교의 경제의 새로운 경영방식

기업들이 친교의 경제에 참가하면서 경영방식에 변화를 가져오게 된 것은 대표적으로 보수지급구조와 고용정책의 변화, 경영방식과 공동체 정신을 고취하는 방식 등 여섯 가지를 들 수 있다.

(1) 보수지급구조: 밀라노의 몇몇 회사들은 친교의 경제 덕분에 자신들의 보수체계가 바뀌었다고 말한다. 25%의 직원의 보수가 인상되었다. 친교의 경제에 참여하기로 결정한 기업가들은 외부 사람보다 먼저 자기 회사 내의 가난한 사람들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친교의 경제의 관점에서 가난한 사람들을 돕기로 하자 먼저 기업 내의 가까운 이웃을 먼저 도와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브라질에서는 복지비용 지출을 억제하기 위해 해고하는 관행은 흔한 일인데 친교의 경제에 참여하기로 한 기업의 42%가 이러한 관행에 변화를 주었다.

(2) 고용정책: 이탈리아에서는 1991년 이후 시작된 친교의 경제 기업 중 40%가 이 정신을 실현하는 과정에서 신규직원을 채용했다. 한편 친교의 경제 이전부터 존재했던 기업 중에는 10%만이 새로운 직원을 뽑았다.

(3) 고객, 거래처와의 관계: 기업의 변화는 고객이나 거래처와의 관계에도 이어졌다. 먼저 가능한 한 최고의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다른 사람을 위한 봉사를 구현하였으며, 회사의 경쟁력 또한 향상되었다. 친교의 경제는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의 토대 위에 경제적 관계를 둠으로써 사람이 중심이 되는 경영을 추구하였다.

(4) 경쟁에 대한 태도: 친교의 경제에 참여하면서 기업들은 자신의 경쟁상대와의 관계에서도 변화된 태도를 보여준다. 대부분 경쟁사와 개방적인 관계를 형성함으로써 경쟁을 하더라도 감정이 악화되는 일은 생기지 않았다. 관계의 사회적 측면이 경제적 가치 이상으로 강조되었기 때문이다.

(5) 환경에 대한 고려: 친교의 경제 기업들은 원료의 추출과정에서 생기는 독성 폐기물이나 오염물질을 배출하는 거래처에 압박을 가하거나, 환경오염을 최소화하는 업체로 거래처를 바꾸었다. 브라질의 에코아Ecoar는 폐수처리와 정화시설에 투자를 했다.

(6) 세무에 대한 태도: 세금 역시 많은 기업들이 직면하는 문제이다. 밀라노와 상 파울로는물건의 영수증을 발행하지 않거나 가격을 낮춰 표시하는 등의 방법으로 세금을 포탈하는 것이 일상적인 관행이다. 그런데 친교의 경제에 참여하기로 결정한 이후, 기업들의 세금에 대한 관점이 달라졌다. 국가에 대한 납세의무나 국민으로서의 도리를 저버리면서 다른 나라의 가난한 이에게 수익금을 보내는 행위에서 모순을 느꼈고, 세금으로 분배의 정의를 실현하는 국가의 역할에 대한 도덕적 당위성을 인정하게 되었다. 친교의 경제에 참여하는 기업의 50% 이상이 예전보다 더욱 충실히 세금을 내고 있다고 답하였다. 또한 투명한 경영으로 자금의 흐름을 정확하게 파악함으로써 위기대처능력이 높아진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친교의 경제 기업이 직면하는 중요한 문제는 관계와 이타주의를 강조하는 정신과 경제적 효율성을 추구하면서 어떻게 이 둘의 조화를 이룰 수 있을까 하는 점이다. 직원과 고객을 존중하고, 세금과 규정을 준수하고, 환경을 고려한다는 것은 높은 비용을 요구하는 일이고, 이는 기업의 수익에 압박이 된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러한 경영태도는 기업 내부자들 사이의 관계가 좋아지고, 외부적으로는 신뢰를 쌓아올려 사회적 자본을 형성하는 것이어서 이것이 수익으로 되돌아오는 선순환 구조를 형성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자 하는 것이 친교의 경제 기업의 경영방식의 변화이다.

친교의 경제 기업의 실천지침

경제와 노동

개인 간의 관계

윤리와 경제

건강

환경과 조화

직업훈련과 연구

의사소통


성심당에서 정리한 무지개 요소


역시 EoC 참여기업인 Mundell Associates에서 위 원리를 업무환경에서 적용할 수 있도록 만든 The Company Cube라는 것도 있다. 홈페이지에 더 자세한 내용과 사용 경험담들이 게시되어 있다.

주사위의 6개 면에 각각 EoC의 요소들을 적어놓고, 주사위를 굴려서 나온 요소를 실천하는 간단한 방식을 통해 개개인이, 또는 회사가 EoC의 가치를 실천하고 경험할 수 있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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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경제학 (last edited 2019-12-24 05:53:25 by 정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