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 폴라니의 대표작. 사회적 경제에 대해 설명한 책.
책 자체는 너무 길고 종이책만 있어서 읽을 엄두가 나지 않는다.
칼폴라니 사회경제연구소에서 발행한 팟캐스트 중 홍기빈 선생이 거대한 전환을 설명하는 시리즈가 있다. 그걸 참고로 요약을 해보자면.
배경
칼 폴라니는 1886년생이다. 오스트리아 빈에서 태어났으며 1964년에 캐나다에서 사망했다. 한국의 대표적 1886년생으로는 몽양 여운형 선생이 있다. 당시 유럽은 모더니즘의 극치를 이루었다. 합리성이 지배하던 사회였고, 문화의 정점을 이루고 있다는 자부심이 있었다. 그러나 이 세대는 평생에 걸쳐 4-5년 간격으로 엄청난 사건들을 겪는다. 자기가 알던 세계가 완전히 무너지는 경험을 한다.
- 1914년 제 1차 세계대전
- 1929년 세계 대공황
- 1933년 나치 집권, 파시즘이 온 유럽 강타
- 1939년 제 2차 세계대전
이 과정에서 칼 폴라니는 나치를 피해 헝가리 부다페스트로 망명을 한다. 세계대전이 발발하자 다시 영국으로 망명한다. 이러한 사건들을 겪으면서 칼 폴라니를 비롯해 당대의 학자들의 화두는, '어떻게 이 지경이 되었을까?'였다. 칼 폴라니는 '자기조정시장이라는 허구를 인간세계에 구현하려고 하였기 때문'이라고 결론지었다.
계몽주의, 산업혁명을 거치면서 왕정이 무너지고 장원 시스템, 기독교 제국 등의 질서가 무너져가면서, 새로운 세상을 설명하기 위한 새로운 질서, 새로운 핵심 개념이 필요했다. 여러 주장들이 있었는데, 그 중 하나는 '인간의 합리성'이라는 것이었다. 그것을 확장하는 과정에서, '인간은 합리적인 존재이며, 자기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이기적인 존재이다. (호모 이코노미쿠스)'라는 개념이 형성된다. 그리고 영국을 중심으로 아담 스미스 같은 시장주의 학자들은, '인간에게는 교환/교역의 본성이 있다. 따라서 자유무역은 인간 본성의 자연스러운 발로이다'라고 주장했다. 시장주의 학자들은 그 시장이라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어서 원시 인간 문명에서부터 시장이 존재했으며, 당연히 추구해야 할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이러한 시장경제를 인간사회에 적용한 결과가 바로 저러한 비극적인 사건들이라는 것이 칼 폴라니의 주장이다.
칼 폴라니는 아담 스미스가 주장한 바 '자기조정시장'이라는 것은 허상이라고 보았다. 단, 칼 폴라니가 시장을 배척의 대상으로 본 것은 아니다. '시장이 모든 것'이 되어서는 안된다고 주장한 것이다.
칼 폴라니는 구체적으로 아래와 같은 주제에 답하고자 했다.
시장이 원시 인간 사회에서부터 시작된 것이 아니다. -> 그러면 실제로 인간 사회의 역사에서 존재했던 경제체제는 무엇인가?
언제부터인가 자기조정시장이라는 시장만능주의가 횡행하고 있다. -> 그러면 이 자기조정시장이라는 시장만능주의는 어디에서 온 것인가?
- 이 자기조정시장이라는 개념이 가지고 있는 맹점은 무엇인가?
- 이 자기조정시장이 인간세계에 억지로 구현된 결과가 어떤 것인가?
그래서 거대한 전환도 이러한 구성을 따르고 있다.
단, 실제 거대한 전환의 구성은 '자기조정 시장이 인간세계에 구현된 끔찍한 결과'를 가장 처음에 내세운다. 1~3장의 내용이 그것이다. 이것은 오히려 21세기의 독자들에게는 책을 놓게 만드는 부작용으로 작용하고 있지만, 이 책이 출판될 당시를 생각해보면, 그들에게는 아주 따끈따끈하고 생생한 자신들의 시대의 정황이었을 것이고, 고개를 끄덕이며 책 속으로 빨려들어가게 하는 도입부였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현대의 독자들은 4장부터 읽어가는 것이 흥미를 가지고 읽기 좋다.
인간과 경제
폴라니는 인간 사회의 역사를 검토하며, 시장만이 고대 세계에서부터 실제로 인간사회에 존재했던 유일한 노동분업을 조직하는 방식이 아니라는 것을 이야기한다. (이것은 당시 독일의 신진 학자들을 중심으로 발달했던 역사학파 경제학의 도움으로 가능했다. 이들은 영국 제국주의를 옹호하는 시장 자본주의 이론에 의구심을 느끼고, 실제 인간 역사에서 발견되는 경제체제를 사료에 기반해서 실증적으로 연구한 집단이었다.)
시장이 고대부터 자연스럽게 존재하던 유일한 인간사회의 노동분업을 조직하는 방식이 아니라면, 어떤 것이 존재했다는 것인가?
폴라니는 세 가지 경제체제를 꼽는다.
- 상호성 (선물)
- 재분배 (조공 등)
- 가정경제
상호성(reciprocity)에 기반한 노동분업은 대표적으로는 선물의 형태로 나타난다. 이외에도 우리나라에서도 볼 수 있었던 품앗이, 두레 등도 여기에 속한다고 볼 수 있겠다.
아담 스미스는 교환이 인간의 본성이며, 고대로부터 교환이 가장 초기에는 이웃간에, 그리고 동네간에, 도시간에, 나라간에, 대륙 간에 이렇게 점진적으로 확대되어 왔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실제로 그러했을까? 칼 폴라니는 19세기에 발달했던 문화인류학적인 성과들을 기반으로,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교환은 친밀한 사회 구성원들 사이에서는 잘 일어나지 않는다. 한국에도 '친구와는 돈거래 하지 말아라. 친구도 잃고 돈도 잃는다'라는 격언이 있다. 친한 친구 사이에서 준만큼 기어이 받아야겠다고 매몰차게 주장하긴 어렵다. 친척 사이에서도 그렇고. 이렇듯 교환은 같은 사회 구성원들 사이에서는 잘 일어나지 않고, 오히려 상호성이나 재분배의 형태로 물자나 서비스가 옮겨다닌다.
그렇다고 상호성이나 재분배, 가정경제의 형태로 모든 물자나 서비스를 충당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교환이 필요한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 오히려 교역은 이웃간에가 아니라 멀고 이질적인 공동체와 이루어지기 쉽다.
60-70년대만 해도 서울은 지금처럼 살기 좋은 곳이 아니었다. 고등학교때 친구들이 도색잡지를 사러 간다고 돈을 모아서 종로에 갔었는데, 물건을 보여준다는 아저씨를 따라갔다가 돈도 뺏기고 흠씬 두들겨맞고 돌아왔었다. 고대의 교역도 이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자급자족을 하다가, 자급자족이 안되지만 생활에 필수적인 자원이 떨어지게 되면, 교역 원정대를 꾸려 먼 길 떠난다. 그 때, 상대방 집단이 원하는 물자를 내놓지 않을 경우, 험악한 상황도 맞닥뜨려야 할 수도 있었다. 이렇듯 초기의 교역은 약탈과 전쟁을 수반하는 것이었다.
그러다가 서로 뺏고 빼앗기고 하는게 빈번해지면, 또 서로의 물자를 필요로 한다는 것이 어느 정도 자리를 잡게 되면, 맨날 피곤하게 서로 싸우느라 힘빼지 말고, 협정을 맺어서 불필요한 충돌을 피하려는 시도가 나타나게 된다. 그래서 여러 규칙들 - 무력을 사용하면 안된다. 저울추를 속이거나 눈금자를 속이면 안된다는 등이 생겨나게 되고, 그것을 지키기 위한 제도가 생겨나게 된다.
이렇듯 상호성, 재분배, 가정경제의 세 노동분업 방식은 모두 기존 인간 사회 이외에는 별도의 제도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반면에 시장은 인위적인 제도를 필요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