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terSengeTheFifthDiscipline에서 언급한 책.

Arie de Geus가 Royal Dutch Shell에서 연구한 보고서를 기반으로 쓴 책.

프롤로그. 기업의 수명

서구 세계에서 상업 기업의 역사는 단지 500년에 지나지 않으며, 인류 문명사에서 매우 짧은 기간이다.

Fortune지 선정 500대 기업들이나 이 수준에 속하는 다국적 기업들의 평균 수명은 40~50년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의 기둥들인 크고 견실한 기업들조차도 평균 40년 이상을 존속하기가 어려워 보인다.

기업들이 죽는 것은 경영자들이 재화와 용역을 생산하는 경제 활동에만 초점을 맞추고 조직의 진정한 본질이 인간 공동체라는 점을 간과하기 때문이다.

일부 기업들은 수백 년을 존속한다

1980년대 초, 우리 부서의 기획자들은 다른 기업들이 사업 포트폴리오를 어떻게 관리하고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조사를 수행했다.

반 워쳄은 연구원들이 쉘보다 더 오래된 기업들이면서도 해당 업계에서 중심적 위치에 있는 규모가 큰 기업들의 예를 보여줄 수 있다면 흥미로울 것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도 그는 외부 세계의 근본적인 변화들을 성공적으로 이겨낸 기업들, 즉 자신들의 기업 정체성을 유지한 채 오늘날 여전히 존속하고 있는 기업들에 대해 알고 싶어했다.

그것은 매우 흥미진진한 질문이었다. 쉘보다도 더 오래된 기업들을 찾아내려면 1870년대까지나, 그보다 훨씬 더 이전인 산업혁명 초기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할 것이다. 그 당시 이미 세계 곳곳에 수만 개의 기업들이 존재했었다. 그러나 과연 어떤 기업들이 자신의 정체성을 그대로 유지한 채 오늘날까지 살아남아 있을까?

이 연구를 시작하자마자 우리가 놀란 것은 쉘보다 규모가 더 크고 더 오랜 역사라는 반 워쳄이 제시한 기준에 맞는 기업들의 수가 의외로 적었다는 점이었다. 결국 40개의 기업들을 찾아낼 수 있었고, 사례사(case history)들과 학술 자료 등을 기초로 이 중 27개 기업들에 대해 연구를 수행했다. 우리는 이 기업들이 성공적으로 살아남을 수 있었던 어떤 공통 요인들을 가졌는지 알고 싶었다.

면밀한 조사 작업을 통해 우리는 다음과 같은 4가지 공통적인 핵심 요인들을 찾아냈다.

장수 기업들은 환경에 민감했다.
장수 기업들은 번영의 기반을 지식에 두었든 또는 천연자원에 두었든 간에 자신들이 처한 세상과 조화를 이루며 지냈다. 전쟁, 공황, 기술 변화, 정치 변혁 등이 몰려오더라도 그들은 항상 촉각을 곤두세우고 주변에서 일어나는 모든 것들에 스스로를 맞추었다.
장수 기업들은 강한 정체성과 결속력을 가졌다.
기업이 아무리 폭넓게 다각화되어 있더라도 직원들은 스스로를 전체의 한 부분이라고 느끼고 있었다. 조직에 대한 귀속감과 조직의 성취를 자신과 동일시하는 이러한 능력은 변화의 '연성적' 또는 추상적 특성으로 쉽게 치부될 수 있다. 그러나 역사적인 사례를에서 보듯이 구성원들의 강한 연대감은 변화의 물결 속에서 살아남는 핵심 요소였다. '공동체'라는 생각을 중심으로 한 이러한 결속은 경영자가 내부에서 발탁된다는 것을 의미했다. 즉, 경영자들은 세대 교체를 통해 이어졌으며, 스스로 기업의 봉사자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각각의 경영자 세대는 단지 긴 고리의 연결 부위에 지나지 않았다. 위기 상황을 제외하고는 경영자들의 최우선 과제와 관심사는 전체로서 기업의 건강이었다.
장수 기업들은 관대했다.

처음 우리가 쉘 보고서를 작성할 때에는 관대함tolerance 대신 '분권화decentralization'라고 표현했었다. 이미 지적한 바와 같이 일반적으로 장수 기업들은 기업을 다각화하려는 시도들에 대해 중앙집권적인 통제를 가하는 것을 삼갔다. 나중에 우리의 연구를 다시 살펴보면서 나는 17~19세기의 경영자들은 '분권화'라는 말을 사용한 적이 없었음을 알게 되었다. 분권화는 20세기에 만들어진 말이었다. 그렇다면 장수 기업들은 지산의 정책에 대해 어떤 용어들을 생각했었을까? 그 역사들을 연구하면서 나는 관대함이라는 개념에 주목하게 되었다. 이 기업들은 특히 한계 영역에서의 활동들, 즉 기업의 경계 내에 있는 국외자들outliers이나 실험적 행동 또는 기이한 행동들에 관대했다. 이런 행동들은 새로운 가능성의 지평을 계속해서 확장해 나가는 것들이었다.

장수 기업들은 자금조달에 있어 보수적이었다.
장수 기업들은 매우 근검 절약했고 쓸데없이 그들의 자본에 모험을 걸지 않았다. 그들은 돈의 의미를 아주 고전적인 방식으로 이해했다. 즉, 그들은 여분의 현금을 비축해두는 것의 유용성을 알고 있었다. 현찰을 손에 쥐고 있음으로써 행동의 유연성과 독자성을 확보할 수 있었고 경쟁자들이 갖지 못한 옵션을 추구할 수 있었다. 장수 기업들은 자신의 매력에 대해 먼저 외부의 자금 제공자들을 확신시킬 필요 없이 기회를 움켜잡을 수 있었다.

이상의 4가지 외의 장수 요인들에 대해 생각을 안 해본 것은 아니다.

당시 우리는 쉘 연구의 결과를 공개하지 않기로 했었으며, 지금까지도 출간하지는 않고 있다. 그 이유는 우리의 결론에 대한 과학적 신뢰도가 부족했기 때문이었다. 연구 대상인 30여 개 회사의 표본이 너무 적었으며, 문서 자료도 완벽하지 못했다.

비과학적인 방법이기는 하지만 우리는 함께 어우러졌을 때 매우 성공적인 기업의 유형을 잘 묘사하고 있다고 생각되는 4가지 특성을 찾아냈다. 그러한 기업들은 끊임없이 변화하는 세상에서 아주 오랫동안 생존할 수 있었는데, 그 이유는 경영자들이 변화를 관리하는 데 능숙했기 때문이었다.

살아있는 기업 정의하기

장수 기업 연구에서 찾아낸 4가지 요인들이 한동안 내 마음 속에서 떠나질 않았다. 이 4가지 요인들은 점차 기업의 진정한 본질과 경영자들이 기업을 운영하는 방식에 있어 그것이 의미하는 바에 대한 나의 생각을 바꾸어놓기 시작했다. 나는 이제 이러한 4가지 요인들을 다음과 같이 본다.

  1. 환경에 대한 민감성은 기업의 학습 및 적응 능력을 나타낸다.
  2. 결속력과 정체성은 기업이 스스로 공동체와 인격체persona를 형성할 수 있는 내재적 능력의 측면들이다.

  3. 관대함과 그 당연한 귀결로서 분권화는 생태학에 대한 기업 인식의 표시이자 조직의 안과 밖에서 다른 실체들과 건설적인 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 기업의 능력이다.
  4. 보수적인 자금조달은 아주 핵심적인 기업의 속성 중 하나이며, 기업의 성장과 발전을 효과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능력이다.

왜 이와 같은 4가지 특성들은 다른 기업들보다도 더 오래 살아남은 기업들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나고 있는가?

나는 장수 기업의 4가지 특성들이 답이 아니라고 확신한다. 그것들은 상업 조직의 본질과 성공 그리고 인간 공동체 내에서의 역할에 대한 근본적인 탐색의 출발점일 뿐이다.

쉘의 연구는 내가 학창 시절부터 생각해온 한 개념을 더욱 강화시켜주었다. 그것은 살아있는 실체로서 기업에 관해 생각하고 이야기하는 것이다.

모든 기업들은 생명체로서의 행동과 일정한 특성을 보여주고 있다. 모든 기업들은 학습을 한다. 모든 기업들은 명시적으로든 묵시적으로든 그들의 일관성을 결정하는 정체성을 지니고 있다. 모든 기업들은 다른 실체들과 관계를 맺고 있으며, 죽을 때까지 성장하고 발전한다. '살아있는 기업'을 경영한다는 것은 바로 기업의 삶과 관련된 이러한 사실들을 무시하는 것이 아니라 일관되고 분명하게 인식하면서 경영하는 것이다.

기업을 살아있는 실체로 간주하는 것이 바로 기업의 기대 수명을 늘리는 첫걸음이다. 이 책은 살아있는 기업이라는 아이디어와 그 철학적 배경, 실제 응용 그리고 그 개념을 채택함으로써 얻게 될 힘과 능력에 관해 쓰고 있다.

그렇다면 일상에서 살아있는 기업을 경영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는가?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또 다른 질문, 즉 기업의 목적에 관한 질문에서 시작된다. "과연 기업은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

재무분석가들, 주주들 그리고 많은 경영자들은 기업이 투자 수익을 제공하기 위해 존재한다고 말한다. ...

그러나 조직 그 자체의 관점, 즉 조직이 생존하고 번영하게 하는 관점에서 본다면, 이 모든 목적들은 부차적인 것이다.

모든 유기체들과 마찬가지로 살아있는 기업은 오직 자신의 생존과 발전을 위해 존재한다. 즉, 자신의 잠재력을 실현시키고 가능한 한 크게 성공하려고 한다. 마치 독자들이 자신의 일자리나 경력을 위해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닌 것처럼 기업도 고객들에게 재화를 공급하거나 주주들에게 투자 수익을 돌려주기 위해서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결국 당신 역시 살아있는 실체이다.

살아있는 기업의 진정한 목적이 장기간 생존하고 번영하는 것이라면, 그러한 기업을 경영하는데 있어 우선사항은 대부분의 경영학 문헌들에서 정해놓은 가치들과 매우 다를 것이다.

제1부. 학습

1. 자본주의에서 지식 사회로의 전환

이윤과 장수의 이분법은 잘못된 것이다. 기업의 성공과 장수는 근본적으로 맞물려 있으며, 50년 전 경제 환경에서의 양자 관계와는 질적으로 전혀 다르다.

지난 50년 동안 기업 세계는 자본이 지배하는 세계에서 지식이 지배하는 세계로 바뀌었다. 이러한 전환은 몇 년 전부터 일고 있는 조직 학습에 대한 관심을 설명한다. 경영자들은 자신의 기업이 학습 속도를 가속화하지 못할 경우 핵심 자산은 정체되고 경쟁자들이 자신을 앞지를 것이라는 점을 인식하고 있다.

자본이 쉽게 이용 가능해지면서 생산의 핵심 요소도 자본에서 사람으로 바뀌었다. 그러나 단순한 노동으로의 이동은 아니었다. 지식이 희소한 생산 요소로서 자본의 자리를 대신했고 기업의 성공에 있어 핵심 요소가 되었다. 지식을 보유하고 활용할 줄 아는 사람들이 사회의 가장 부유한 구성원들로 등장했다.

이들 두뇌 지향적 기업들은 낡은 자본 지향적 방식으로는 관리될 수 없다. 그 기업의 경영자들은 자본을 최적화하는 기업 운영에서 인재를 최적화하는 기업 운영으로 우선순위를 전환해야 했다. 이러한 기업들에서 사람은 지식의 담지자이고, 따라서 경쟁 우위의 원천이다.

경제적 성공 vs 학습

변화하는 세상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모든 조직은 이동하고 변화하는 능력, 새로운 스킬과 태도를 개발하는 능력, 즉 학습 능력을 발전시켜야 한다. 이 책 전체를 통해 알게 되겠지만, 학습의 요체는 스스로를 변화시킴으로써 변화를 관리하는 능력이다. 사람들이 혼란을 이겨내며 성장하듯 기업들도 그렇게 성장하는 것이다. 학습 이론의 대가인 장 피아제 JeanPiaget 는 이러한 변화 형태를 "적응을 통한 학습"이라고 부른다. 그 핵심은 바로 변화된 환경과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자신의 내적인 구조를 변화시키는 것이다.

이러한 주장은 기업의 성공에 대해 전혀 다른 명제를 부여한다. 즉, 성공적인 기업은 혀과적으로 학습할 수 있는 기업이다.

언제 성공은 학습에 기반하는가?

이러한 정의 하에서는 사람이 기업에 핵심적인 요소가 된다. 지식이란 결국 사람의 머리를 통해 전달된다. ... 학습 조직의 관점에서는 사람의 양성과 자본의 양성이 상호 보완적이다.

2. 미래에 대한 기억

학습은 인식perception과 함께 시작된다.

대부분의 경영자들은 그러한 불확실성에 대해 알거나 줄이고 싶은 희망에서 "우리에게 무슨 일이 일어날 것인가"와 같은 쓸모 없는 질문에 많은 시간을 허비하고 있다. 그러나 변화를 일찍 인식하는 경영자들은 훨씬 더 유용한 질문에 더 많은 시간을 써야 한다. "이러이러한 일들이 일어나면, 무엇을 할 것인가?"

이와 같은 질문만이 경영자들로 하여금 새로운 세상에서 살아남고 번성하게 하는 변화를 기업 내부에 가져올 수 있다.

쉘 그룹의 연구 보고서는 다음과 같이 쓰고 있다.

무엇이 기업들에게 이를 성취할 수 있는 능력을 주었는가? 우리는 이 책 내내 이 질문으로 돌아간다. 왜냐하면 그것이 살아있는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을 구분짓는 4가지 요소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즉, 외부 세계에 대한 적응력(학습), 기업의 특성과 정체성(인격체), 기업 내외부의 사람들 및 조직들과의 관계(생태학), 시간을 두고 발전해가는 방식(진화)이 바로 그것이다. 이 중 가장 쉽게 그리고 가장 먼저 생각할 수 있는 요인이 바로 학습이었다. 장수 기업들은 자신의 공동체와 환경에 민감했다. 이러한 민감성을 느슨하지도 않았고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서 기인한 것도 아니었다. 살아있는 기업 그 자신의 이익을 위해 발휘되었다.

수 세기 동안 변화하는 정치적, 사회적 요인들에 대응하면서 스토라는 구리채광에서 삼림개발로, 제련업으로, 수력발전소로, 종국에는 제지, 펄프, 화학 분야로 끊임없이 사업을 전환해왔다. 이 회사의 생산 기술도 증기터빈에서 내연기관, 그런 다음 전기로, 종국에는 마이크로칩으로 바뀌었다.

지나고 나서 보면, 이러한 각각의 변화는 어마어마하게 보인다. 그러나 당시 이 기업을 운영하던 사람들 입장에서는 그 변화를은 점진적이고 초기에는 거의 감지하기도 어려웠을 것이다. 물론 어떤 변화들은 회사의 존폐를 결정할 위기를 내포하기도 했을 것이다. 그러나 스토라를 비롯해 우리가 연구한 다른 모든 성공적인 기업들은 극적인 변화들을 이루어내는데 성공했으며, 그 과정에서 기업의 정체성이나 생명을 희생시키지도 않았다. 이것이 의미하는 오직 한 가지는, 이 기업들이 변화를 따라잡기보다는 선견지명으로 다른 기업들보다 먼저 그것에 대응했다는 것이다.

외부 세계와의 조화를 위한 변화

변화의 목적은 외부 세계로부터의 변화 압력에 대응하는 것이다.

기업의 기술과 제품 영역, 노사관계가 외부 세계와 조화를 이룰 때가 있다. 즉, 상황들이 익숙하다. 기업은 잘 조직되고 훈련되어 있다. 경영자들은 새로운 개념들을 발전시키거나 활용할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 이러한 시기에 경영의 핵심은 기업의 성장과 발전을 촉진하도록 자원을 잘 배분하는 것이다. 이는 매우 즐거운 작업이다. 그것은 자본과 인적 자원을 환경과의 조화로부터 혜택을 얻을 수 있는 최상의 위치에 있는 조직 부문에 공급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이러한 조직 부문은 더 커지고, 더 잘 정비된고, 더 강력해짐으로써 그에 부응한다.

그러나 기업이 이전의 상황에 대처할 수 있도록 조직화된 바로 그 순간에 필연적으로 현재 사업 환경의 변화가 시작된다. 따라서 기존에 구축된 경영방식은 새로운 환경과 조화를 이루지 못한다. 특히 이전의 구조에서 혜택을 받은 거대하고 강력한 기존 요소들이 새로운 환경에 더 이상 적합하지 않게 된다. 이러한 부조화가 본질적인 문제로 대두될 경우 근본적인 변화를 요구받게 된다.

외부 세계의 지속적이고 근본적인 변화, 즉 격변하는 기업 환경은 기업의 지속적인 변화 관리를 요구한다. 이는 기업 내부 구조의 지속적이고 근본적인 변화를 이루어내는 것을 의미한다. 많은 심리학자들은 이러한 원리를 학습의 중요한 측면으로 보고 있다.

이러한 원리는 또한 기업을 경영하는 방식에 있어 중요한 결과들을 가져온다. 기업은 필요하다면 주변 환경과 조화를 이루기 위해 자신의 마케팅, 제품 영역, 생산 방버과 장소, 그리고 조직 형태를 바꿀 수 있어야 한다. ... 일단 새로운 기술이나 마케팅 정책, 서비스 계획 등을 포함하는 새로운 해결책이 실행되면 그 기업은 더 이상 전과 동일한 기업이 아니다. 그 기업은 삶의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된다. 이것이 학습의 핵심이다.

기업이 이러한 유형의 학습을 해내기 위해서는 자신의 환경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가를 분명히 알아야 한다. 다시 한 번, 학습은 인식에서 시작된다. 그렇지 않다면 어떻게 경영자들이 중대한 변화가 필요한 시점과 새로운 환경과 조화를 이루기 위해 효과적으로 행동하는 방법을 알 수 있을까? 하지만 기업의 경영자들은 자신들의 변화 노력의 세부적인 부분들에 얽매인 채 종종 외부의 압력들에 관해 아주 막연하게 생각한다. 그들은 보지 않는다. 즉, 그들은 기업 외부의 압력들에서 나오는 신호와 이러한 압력들이 어떻게 변화하는지에 대한 주의 깊은 민감성을 개발하지 않는다.

경영자들이 민감성을 유지하는 일이 왜 그렇게 어려운 것일까? 왜 기업들은 변화의 조짐을 미리 보지 못하는 것인가? 쉘 그룹 기획실장으로서 나의 마지막 과제는 바로 이러한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내는 것이었다.

인간은 기업들보다 선견지명을 위한 훨씬 더 나은 능력을 개발해왔다. 쉘에서 우리는 처음 4가지 이론들을 살펴보고 나서 인간의 적응력에 대한 인지적 본질들을 탐색하기 시작했다. 심리학 연구자들은 인간에게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능력을 부여한 요소가 무엇이라고 믿었는가? 그리고 기업들도 이러한 인간의 행동 요소를 배울 수 있는 것인가?

쉘에서의 이러한 탐구는 결국 우리로 하여금 데이비드 잉그바르 DavidIngvar라는 스웨덴 룬드 대학교 신경생물학 교수의 연구에 관심을 갖게 했다. 1985년에 출판된 그의 연구 결과는 인간의 뇌가 미래를 이해하려고 끊임없이 시도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와 같은 계획들은 "만약 이 일이 일어나면 나는 저 일을 할 것이다"와 같은 일련의 잠재적 행동들로 정연하게 조직화된다. 이러한 계획들은 예측이 아니다. 그것들은 무엇이 발생할 것인지를 말해주려고 하지 않는다. 그것들은 예상된 미래로의 가정적 조건("만약에 기차가 연착을 한다면")과 행동 대안("택시를 탈 것이다")의 조합이다.

두뇌는 이와 같은 시간 경로들을 젼두엽에서 만들어낼 뿐만 아니라 저장해둔다. 우리는 이러한 미래들을 방문하고, 우리의 방문을 기억한다. 다른 말로, 우리는 "미래에 대한 기억"을 가지고 있다. 그것은 우리의 상상 속에서 지속적으로 형성되고 최적화된다. 그리고 우리는 그것을 수시로 재방문한다. 잉그바르 교수가 명명한 것처럼 "미래에 대한 기억"은 두뇌 내부의 과정이며, 인간의 언어 능력 및 인식과 연계되어 있다. 이 기억은 뇌 속으로 들어오는 수많은 영상들과 느낌들에 대한 중요도를 정하고 분류하는데 도움을 준다. 우리가 무엇인가를 의미 있는 것으로 인식하는 것은 우리가 만들어놓은 예견된 미래에 대한 기억과 의미 있게 조화를 이룰 때 가능하다.

잉그바르 교수는 자신의 연구에서 이와 같은 "미래에 대한 기억"이 어떤 기능을 제공할 수 있는지에 대해 답하고 있다. 왜 그것은 진화되어 왔는가? 분명한 한 가지 이유는 재방문된 미래들 중 하나가 현실화되었을 때의 행동에 대해 우리를 준비시키는 것이다. 그러나 잉그바르 교수는 또 다른 목적을 제시한다. 즉, 여과기로서 끊임없이 쏟아져 들어오는 과부화된 정보를 처리하는 것을 돕는다는 것이다.

이 연구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우리는 이미 상상 속에서 만들어놓은 미래에 대한 선택 대안들에 적합하지 않은 외부의 신호들을 인식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가 "미래에 대한 기억들"을 더욱 개발하면 할수록, 우리는 외부 세계로부터의 신호들에 대해 더욱 개방적이고 수용적이 될 수 있다.

만약 학습이 인식과 함께 시작된다면, 잉그바르 교수의 이론은 소용돌이 치는 환경에서 기업을 이끌어가는 경영진들에게 중요한 함의를 갖는다. 실제로 그는 인식 행동이 단지 어떤 대상물을 상표보고 모든 관찰 내용을 기록하는 단순한 정보 수집이 아니라고 말한다. 인식은 특히 인간에게 있어 세상과 적극적으로 관계하는 것을 의미한다. 기업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인식은 기업의 경영진들에게 "그들의 미래를 방문하고" 시간 경로와 선택 대안들을 개발하는 의식적인 노력을 요구한다. 그러한 노력이 없다면, 단순히 수집된 자료나 관찰들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경영진은 미래에 대한 기억을 만들어내기 위해 특정한 행동을 취해야 한다. 잉그바르 교수의 이론은 기업의 인식 역량을 개선시킬 수 있는 방안들을 알려준다는 점에서 너무도 중요한 의미가 있다. 그의 이론은 어째서 경영자들이 위기를 불러올 외부의 사건들을 적기에 인식하지 못하는지를 잘 설명해준다. 그의 이론은 기업들이 그들이 필요로 하는 민감성을 개발할 수 있다는 사실을 제시해준다. 그것은 바로 조직의 "미래에 대한 기억"을 구축하는 방법들을 찾아내는 것이다.

3. 선견지명을 위한 도구

기업은 인간만큼 미래를 다룰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지 않다. 경영자들은 잠재적 미래의 신호를 볼 수 있고 그것에 관해 함께 이야기할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경영자들과 기업들은 그러한 미래에 대해 시의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하고 있고, 심지어는 미래가 현실이 되었을 때조차도 잘 대응하지 못한다.

기업들이 이러한 어려움을 겪는 이유는 바로 기업들이 미래를 예측함으로써 그것을 다루려 하기 때문이 아닐까? 미래를 예측한다는 것은 잉그바르 교수의 연구가 제시하는 미래에 대한 대안적 시간 경로들alternative time paths을 만들어내는 것과는 전혀 다르다. 1장 "자본주의에서 지식 사회로의 전환"에서 언급했듯이 일부 경영진들은 "우리에게 무슨 일이 일어날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곤 한다. 그들은 예측하는 일에 골몰하고 있다. 반면에 또 다른 경영진들은 "만약 그런 일들이 발생한다면 우리는 무엇을 해야할 것인가?"라고 묻는다. 그들은 대안적 시간 경로들에 골몰하고 있다. 특히 그러한 질문이 의사결정을 가진 기업 이사회의 의제로 올려졌을 때 그렇다고 볼 수 있다.

예측이 미래를 생각하는 표준화된 방식이 될 경우 기업의 인식 역량은 엄청나게 줄어든다.

미래는 예측할 수 없다. 설사 예측할 수 있다 하더라도 우리는 감히 그 예측에 따라 행동하지도 못한다.

미래에 대한 확실성을 갖고자 하는 바람이 너무 강한 나머지,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따금씩 자신들의 더 나은 판단에 반하는 행동을 하고 미래에 대해 보다 정확한 예측을 요구한다. 이러한 까닭으로 미래에 대한 정보를 공급하는 산업이 전 세계적으로 번성하고 있다. 점쟁이나 점성가를 비롯해서 컨설턴트와 교수, 경제학자들이 그런 범주에 속한다.

퓰리처상을 받은 석유의 역사에 관한 책, "상 The Prize"의 저자 다니엘 예르긴 DanielYergin은 1980년대 중반에 석유산업에서 이와 똑같은 유형의 저항을 발견했다. 그가 언젠가 나에게 말한 바와 같이 1985년경 석유회사들에서는 원유가격이 크게 하락할 것이라는 우려감이 있었다. 그런데도 고위 경영진들이 "원유가격이 떨어지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와 같은 질문을 제기한 석유회사는 하나도 없었다고 한다.

경영자들이 예측을 하려고 하는 것은 쉬운 일이다. 그들은 항상 장황한 질문들을 다루려고 한다. "우리에게 무슨 일이 일어날 것인가? 석유가격이 하락할 것인가? 경쟁자들이 사업 영역을 확장할 것인가?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정부가 바뀔 것인가? 우리가 쓰고 있는 기술들이 쓸모없는 것이 될 것인가?" 가상의 로테르담 시장을 위한 수많은 조언자들처럼, 경영자들은 이런저런 미래의 개연성에 대해 논의하느라 많은 시간을 들이지만 어떤 결론에도 도달하지 못하곤 한다.

반대로 경영자들이 "이러이러한 일이 일어난다면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가?"와 같은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진다고 생각해보자. 석유가격이 떨어진다면(또는 오른다면) 우리가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경쟁자들이 사업 확장을 한다면, 또는 정권 교체가 있다면, 기술의 전확이 있다면, 우리의 대응은 무엇인가? 이러한 질문을 해보거나 그 질문들에 대답해봄으로써 경영자들은 데이비드 잉그바르 교수가 말한 정신적인 시간 경로들을 하나둘씩 파악할 수 있다. 이렇게 함으로써 우리 스스로 일련의 미래에 대한 기억을 구축할 수 있다. 즉, 일어날 수도 있고, 안 일어날 수도 있는 사건들에 대한 예측을 해볼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우리는 준비가 된 것이다. 우리의 경로를 생각해보고 상상으로 실행해보는 것이다. 이것은 미래를 단순히 예측하려는 것과는 다르다. 왜냐하면 이미 방문해본 많은 미래들에 대한 우리의 기억에 의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획과 확실성의 환상

기업들이 미래를 체계적으로 다루고자 했던 최초의 시도는 193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미래를 예견하는 일련의 도구들이 "기획planning"의 이름 하에 개발되었다. 그 후 30여 년 동안 모든 실무 경영진들은 이러한 기획의 도구들로부터 나온 결과물을 자신의 의사결정에 도입하는 방법들을 배워왔다. 그러나 우리가 알고 있듯이, 기획은 대개 가능한 미래들을 예측하고, 그것들에 대한 기억을 구축하고, 그것들에 우리 자신을 대비시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기획은 일반적으로 예측을 통해 불확실성을 줄이는 작업으로 여겨진다.

불확실성을 줄이는 작업인 기획은 너무 복잡해서 숙련된 전문가만이 다룰 수 있었다. 1940년 무렵 많은 기업이 미래를 대비하는 업무를 기획부서 연구원들에게 전담시키기 시작했다. 실무를 맡은 사람들은 소중한 시간을 미래를 상상하는데 헛되이 쓰지 말고 업무에 전념하도록 요구되었다. 따라서 경영진은 "계획하는 사람들"과 "실행하는 사람들"로 나누어졌다.

대부분의 기업들에서 이러한 전문회된 기획 활동은 재무부서, 더 정확하게는 회계부서에 맡겨졌다. 되돌아보건대, 회계부서는 "미래에 대한 기억들"을 발전시키는데 최악의 환경이었지만, 기업 업무 관행의 기준으로는 기획자라는 새로운 직업이 자리잡기에는 논리적으로 완벽한 장소였다. 재무제표에 기초한 기획은 미래에 대한 실제적이고 계량화된 많은 정보들을 그럴듯해 보이고 정확성을 암시하는 형태(돈과 수치)로 제공할 것을 약속한다.

1960년대에 이르러 재무적 기획은 또 다른 개량을 거치게 된다. 차기 연도 매출에 대한 본사의 예측에 의존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많은 기업들이 "상향식bottom-up 기획을 개발했다. 기획 담당자들은 실무를 담당하는 관리자들에게 가서 향후 1년, 2년, 심지어 5년 후의 매출 추계를 직접 물어보았다. 그들은 그 수치들을 취합하고 보완해서 그 결과물을 "예산안" 또는 "예측안"으로 만들어냈다.

여기서 "목표에 의한 관리 ManagementByObjectives"로 나아가는 데는 한 것음도 되지 않았다. 일선 지역 관리자들에게 찾아가서 차기 연도의 예상 매출액을 물어보기 어려운 경우에는 서면으로 자신의 생각을 제출하게 했고, 제출한 추계치를 본사와 합의한 경우에 그 추계치가 그 관리자의 "목표"로 확정되었다. 그리고 그 관리자가 얼마나 자신의 목표를 잘 설정하고 충족했는가에 따라 성과가 평가되고 보상이 산정되었다.

이제 예측안은 내부적 계약이었다. 외부로부터의 정보는 거의 끼어들지 못했으며, 모든 결정들은 동일한 내부적 과정으로부터 나왔다. 과거 실무 경영자들의 의사결정으로부터 떨어져 나와 전문화된 지적 영역으로 강등되었던 기획이 이제는 의사결정의 핵심 요소들 중 하나가 되었다.

그런데 한 가지 문제가 있었다. 환경이 급변할 때, 그래서 미래를 예측하는 것이 가장 중요해질 때 통합기획 시스템은 오류가 발생한다는 사실이다. 틀려도 엄청나게 틀렸다.

쉘의 시나리오 경험

다행스럽게도 로열 더치 쉘 그룹은 통합기획 시스템과 함께 미래를 내다보는 대안적 도구들을 개발하고 있었다. "시나리오 기획"이라고 불리는 이 기법은 미래에 대한 기억들을 구축하는 데 잘 들어맞았다. 전통적인 경영자들에게는 불행하게도, 이 시나리오 접근은 미래가 여럿 존재한다고 전제한다. 시나리오 기획은 경영자들에게 예측된 미래가 오직 하나뿐이라고 가정하는 단순한 접근 방식을 버릴 것은 요구한다. 시나리오 기획에서는 언제나 하나 이상의 시나리오들이 존재한다.

각각의 시나리오는 단순히 미래에 대한 상상의 이야기이다. 즉, 시나리오는 현재의 순간에서 미래로 전개될 수 있는 "많은 삶들"에 대한 스케치이다. 이 용어는 랜드코퍼레이션과 허드슨 연구소 출신인 유명한 미래학자 허만 칸 HermanKahn 에 의해 대중화되었다.

시나리오를 기업 경영의 목적에 초점을 맞추는 학습은 사실상 쉘이 기여한 바가 크다.

시나리오는 신비롭거나 우월한 기획 방법이 아니다. 시나리오는 선견지명foresight을 위한 도구, 즉 논의이자 문서이며, 그 목적은 예측이나 계획이 아니라 사람들의 사고에 변화를 가져오는 것이다. 현재 인식의 맥락에서 미래에 관한 이야기를 함으로써 우리는 평상시에는 실제로 "생각할 수 없는" 발전에 대해 눈뜨게 된다. 개별 행위자 수준까지 설정된, 타당성 있는 시나리오는 경영자와 그 동료들이 형세를 살피고 더 넓은 안목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한다. 시나리오는 경영자들의 머릿속에 그 풍경에 대한 새로운 견해와 생각들을 가져다주며, 경영자들이 시나리오 훈련이 끝난 후에도 그 풍경의 "생각할 수 없는" 측면들을 인식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게 한다. 피에르 웨이크 PierreWack가 즐겨 말했듯이 "훌륭한 시나리오는 경영의 소우주microcosm를 변화시킨다." 이를 성취하려면 시나리오 작가들이 기업의 협소한 관점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것으로는 충분치 않다. 기획 담당자들은 넓은 세상으로 나아가야 한다. 그리고 그곳에서 자신의 회사를 되돌아보며 질문을 던져야 한다. "우리가 외부에서 바라보는 변화 동인들은 우리 자신의 기업 및 산업이라는 더 한정된 세계와 어떤 관련성을 가질 수 있는가?"

더 폭넓은 관점에 대한 이러한 필요성은 피터 슈바르츠 PeterSchwartz가 자신의 책 "장기적 안목의 기술 TheArtOfLongView"에서 제시했던 영감의 원천에 관한 특이한 리스트를 설명한다. 슈바르츠에 의하면, 새로운 미래학자는 중심이 아닌 가장자리를 바라보는 법을 배워야 한다. "의견을 전혀 달리하는 사람들과 우호적인 대화를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폭넓게 독서를 해야 한다. 자신의 사업과 직접 관련된 영역을 떠나 디자인 잡지에서부터 청소년 잡지는 물론 정부 간행물까지를 포함하는 다양한 독서가 필요하다. 그러나 "이코노미스트"지는 빼놓지 말라고 말한다.

변화 동인들 간의 상호작용에서는 항상 다양한 결과들이 있게 마련이다. 시나리오를 들은 많은 사람들은 "무엇이 가장 가능성 있는 결과인가?"라는 질문을 할 것이다. 그러나 그 대답은 이렇다. 복잡한 시스템 내에서 동일한 변화 동인들 간의 모든 가능한 상호작용들은 똑같은 발생 확률을 갖는다.

그러한 이유로 여러 개의 시나리오가 작성되어야 한다. 경영자들이 간과하기 쉬운 것들을 볼 수 있을 만큼 충분한 시나리오들이 필요하다. 시나리오의 수는 매우 중요하다. 너무 많은 시나리오는 경영자들을 혼란스럽게 만든다. 셋 또는 다섯과 같은 홀수의 시나리오는 경영자들에게 불행한 탈출구를 제공한다. 중간 지점에 있는 안, 즉 양극단에 대한 대안으로 보여지는 절충적인 미래를 선택함으로써 시나리오들의 함의를 간과하기 쉽다. 두 개는 시나리오 훈련을 위해서 좋다. 그것은 경영자들에게 양자 간의 선택을 강요하고, 그럼으로써 두 가지 선택의 파급효과에 대해 숙고하게 해줄 것이다.

시나리오 개발이 잘된 경우에는 거의 항상 그 결과들이 혼란을 초래하게 된다. 시나리오 발표자는 일선 경영자들이 그들의 경영 사고를 침해하는 것으로 여길 무언가를 말하게 된다.

승인을 한다는 것이 모든 이사들이 시나리오에 동의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몇몇 경우에는 오히려 그 정반대이다. 그러나 그들은 세부적인 부분에서 의견이 다르거나 현실성이 없어 보이더라도 핵심 주제에 대해서는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는 점에 동의한 것이다. 만약 이사들이 시나리오 작성자들의 정직성과 판단력에 대해 확신을 갖지 못할 경우 시나리오에 대한 승인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지금까지 도구로서 시나리오의 여러 측면들과 시나리오 기법의 특성을 설명했다. 쉘 그룹이 먼저 경험한 이래로, 기업의 예지력을 위한 이러한 새로운 방법에 대한 관심이 점차 증대되고 있다. 현재 이 주제와 관련된 여러 문헌들이 출간되어 있다. 피터 슈바르츠의 "장기적 안목의 기술"은 시나리오 연습을 하는 방법을 설명한다. 키스 반드 하이예덴의 "시나리오: 전략적 대화의 기술"은 시나리오 기획의 원칙을 담은 핸드북이다. 아트 클라이너의 "이단자의 시대 TheAgeOfHeretics"는 허만 칸, 피에르 웨이크, 테드 뉴랜드 등이 어떻게 시나리오 기법을 발전시켰는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시나리오와 행동의 연계

아이러니컬하게도, 예측을 강조하지 않는 것이 미래에 대한 정확성을 가져오는 것처럼 보인다.

1980년대 초 최고경영진과 기획 담당자들은 이 시나리오 접근 방법에 대해 다소 불만을 느꼈다. 우리는 지난 10년 동안 실제로 취했던 중요한 결정들에 대해 앞선 지식들이 인식 가능한 영향을 미쳤는지 알 수 없었다.

그렇다면 도대체 시나리오란 무엇을 의미하는가? 시나리오는 경영자들이 "아하! 이제 무슨 일인지 알겠군"이라고 말하게 하는 것을 의미했다. 기획 담당자들은 의사결정자들이 시나리오를 몰랐을 때 내렸을 결정과는 다른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러한 "아하!" 경험이 경영자들의 마음속에서 어떻게 실현될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그리 분명하지 못했다.

이 문제는 아마도 시나리오가 아니라 시나리오가 영향을 미치려고 시도했던 의사결정 과정에 관한 것이었다. 과연 기업의 의사결정 과정들이 개선될 필요성이 있는 것인가? 만약 그렇다면 쉘 그룹과 다른 기업들에서 의사결정의 진정한 본질은 무엇인가?

4. 학습 활동으로서의 의사결정

쉘 그룹 기획실에서 1980년대 중반에 처음으로 의사결정 과정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했을 때, 나는 지나치게 열정이 앞섰었다. 먼저 우리는 기업 내 의사결정 과정에서 기획의 역할에 관해 생각하기 시작했다. 석유 및 화학 산업에 종사해온 우리들로서는 "기획은 촉매다"와 같은 문구가 아주 쉽게 떠올려졌다. 그런 뒤 우리는 "기획은 학습이다"라는 생각으로까지 발전했다. 우리는 점진적으로 의사결정 자체가 학습 과정일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나는 조직 수준에서의 "학습"과 "학습 촉진"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나는 우리가 학습의 속도를 높임으로써 이득을 얻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의사결정의 실제

1980년대에 우리는 조직의 핵심적인 지적 활동에 대한 연구를 수행하면서 기존의 지배적인 가설을 거부하기 시작했다. 일단 그렇게 정하고 나자, 의사결정이 학습 과정이라는 사실을 쉽게 깨달을 수 있었다. 의사결정은 사실상 전혀 개인적인 것일 수가 없었다. 의사결정은 기본적으로 (단순하고, 비영웅적이고, 비과학적인) 사회적 과정이었다.

의사결정은 공식적 비공식적 대화의 풍토 속에서 자라난다. 그것은 때로는 이사회나 예산심의 과정처럼 구조화된 대화일 수도 있고, 때로는 특정 계획의 실행을 위한 기술적인 대화일 수도 있으며, 때로는 즉석 대화일 수도 있다.

회의가 잘 조직화되지도 운영되지도 못한다 하더라도 회의는 여전히 대화를 통해 진행된다. 이러한 대화 과정은 4가지 단계를 거친다. 그 단계들은 두뇌공학 용어로 가장 잘 기술될 수 있다.

인식~-perceiving-~

회의가 소집되는 이유는 누군가가 정상적인 과정에서 벗어난 사건이나 현상을 보았거나 들었기 때문이다. 판매가 저조했다거나, 정부의 정치적 노선이 변했다거나, 또는 경쟁자가 신제품을 내놓았을 수 있다. 사람들은 "이 사건이 우리에게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규명하는 것이 좋겠다"라고 말한다. 하나의 사고 모델mental model, 즉 우리가 새로운 사건을 바라보는 방식에 영향을 미치는 내부적 해석을 발전시키는 단계가 시작된다.

내면화~-embedding-=~
이제 우리는 "그 문제를 어떻게 볼 것인지"를 서로에게 설명하면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낸다. 우리는 그것과 우리 사업 세계와의 관계를 이해하고, 이전의 이해들 안에 그 변화를 내면화하려고 한다. 만약 우리 팀이 기술, 재무, 마케팅, 인적자원 관리 등 각 분야의 사람들로 다양하게 구성되어 있다면, 우리는 그 상황에 대해 점채 다양한 측면들의 그림을 그려볼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서로 공유하기 시작한 사고 모델의 틀에 명칭을 부여하는 공통의 언어들, 즉 회사 내에서만 통용되는 전문 용어들을 만들어낸다. 이는 그 상황에 관해 모두가 이해하고 있는 사항들에 대한 간략한 표현이다. 이제 모두가 함께 일관된 결정에 도달하기 위해 우리의 사고 모델을 밖으로 드러내고 조율하게 된다.
결론~-concluding-~
이해의 공유는 점차 행동의 계획으로 이어진다. 어떤 사람은 "자, 만약 이러이러하다면 어떤 일이 일어나겠는가?"와 같은 질문을 하려 한다. 그 순간부터 회의는 더욱 무질서해지지만 더욱 생산적이 된다. 우리는 "만약 이러이러하다면 어떻게 될까?"라는 질문들을 통해 우리 선택 대안들의 결과와 잠재적 행동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는 마치 우리가 공유하는 이해가 하나의 모델로 상정되는 것과 같으며, 우리는 다양한 결론들을 실험해본다. "우리가 만약 새로운 제품을 출시한다면 어떻게 될까? 또는 포장을 바꾸거나 가격을 바꾼다면?" 우리는 우리의 결정에 대한 가상적 반복을 통해 그 상황에 대한 모델을 모의실험 해보는 것이다.
행동~-acting-~
마침내 우리는 실행과 행동에 들어갈 준비가 되었다. 의사결정 과정의 유일한 타당성은 그 과정으로부터 나오는 행동에 있다. 그렇지만 우리는 최선을 다해 그 효과를 측정하고 과정을 감시하고 평가할 수 있도록 행동을 설계한다. 결정이 성공을 거두리라는 것을 어떻게 알 수 있는가? 우리의 관찰에 확신을 가지려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우리는 과학자들과 마찬가지로 모델을 가동해서 아이디어들을 실행해봄으로써 그 효과를 인식할 수 있다.

이와 같은 4단계의 순환은 처음부터 다시 시작된다. 심리학자들은 인식, 내면화, 결론, 행동이라는 4가지 요소를 학습의 핵심 요소로 간주한다. 각각이 효과적으로 관리되느냐 아니냐는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의사결정의 모든 행동들은 학습 과정이다.

적응 학습

장 피아제 JeanPiaget는 아동의 발달에 대한 자신의 연구를 토대로 동화 assimilation와 적응 accommodation이라는 학습의 두 가지 유형을 제시한다.

동화 학습 LearningByAssimilation이란 학습자가 이미 가지고 있는, 신호를 인식하고 의미를 부여하는 구조에 맞는 정보만 받아들이는 것을 의미한다. (데이비드 잉그바르가 주장하는 바와 같이 학습자는 이미 이러한 정보와 부합하는 "과거나 미래에 대한 기억"을 갖고 있다.) 학습자는 이러한 정보를 쉽게 인식하고 소화하며 그에 따라 행동한다. 예컨대, 학생이 교과서에서 무엇인가를 보고 나면 그것을 시험 문제를 푸는 데 사용할 수 있고, 숙련공은 기술을 보면 그것을 자신의 작업에 사용할 수 있다.

이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학습에 대해 생각할 때 마음 속에 갖는 행동이다. 즉, 사실들에 직면하게 되면 그것을 지적으로 흡수하는 것이다. 이런 활동에는 그 상황에 맞도록 이미 만들어진 생각들과 구조들이 있다. 이러한 생각들은 한 사람에게서 다른 사람에게로 전달될 수 있다. 이것은 전통적인 강의실이나 교실에서 행해지는 학습 활동이다. 이러한 학습 활동은 너무나 지배적이어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학습learning을 가르침teaching과 동일시하게 된다.

JeanPiaget가 주장한 또 다른 학습 유형인 적응 학습 LearningByAccommodation을 보자. 이 학습 유형에서는 신념과 생각, 태도에 있어서 내적 구조 변화를 겪게 된다. 동화 학습에서는 우리가 전통적인 학교 학습에서 사용하는 강의와 교재들로 충분하다. 그러나 적응 학습은 그 이상을 요구한다. 적응 학습은 모든 지성과 감성을 발휘하여 전적으로 참여하는 적극적인 시도들을 통해, 변화하는 세상에 적응하는 경험적 과정이다. 당신은 그 최종 결과가 무엇인지는 알지 못한다. 아는 것은 종국에 가서 당신이 달라질 것이라는 사실 뿐이다. 이와 같은 환경과의 상호관계는 실제로 당신이 성장하고, 생존하고, 잠재력을 발전시키게 만든다.

기업들도 적응 학습의 형태를 지니고 있다. 적어도 성공적인 기업에서는 그러하다. 앞장에서 이미 서술한 바와 같이 장수 기업들은 비즈니스 환경에서의 변화 신호들에 대응하는 방법들을 자신의 내부 구조들을 변화시킴으로써 찾는다. 은행가들이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이자율의 인상은 부동산 회사에게 전혀 다른 의미를 갖는다. 이자율 인상으로 인해 부동산 회사는 자신의 내부 구조를 변화시켜야 한다. 즉, 대출을 재협상해야 하고, 전체 사업포트폴리오의 일부를 폐기시켜야 하고, 개별적인 사업계획을 수정하거나 연기시켜야 한다. 또는 새로운 동업자를 찾거나 인력을 재배치해야 한다.

이러한 형태의 학습은 의사결정에 내면화되어 있기 때문에 결국에 가서는 성공을 거두게 된다. 새로운 이해에 도달하고 행동이 취해지는 진정한 의사결정들이야말로 적응을 통한 학습의 예들이다.

전통적 학습의 문제점들

의사결정이 학습이라면 모든 기업들은 늘 학습을 한다. 따라서 학습 조직을 구축할 필요가 없다. 당신의 기업은 이미 학습 조직이기 때문에다.

그러나 대부분의 기업들이 이러한 학습을 성취하는 전통적인 방법들은 불완전하다. 끊임없는 회의와 토론은 몇 가지 두드러진 취약점들을 갖고 있다.

너무 느리다
쉘의 한 연구에서 우리는 회사 내부구조의 변화를 포함하는 의사결정을 할 때 결정에 이르기까지 걸리는 시간을 측정해보았다. 이러한 결정의 경우 신호의 감지에서 변화의 실행에 이르기까지 대체로 1년 6개월이 걸렸다. 어떤 경우에는 의제 제시에서 내적 변화라는 최종 실행까지 5년 또는 그 이상이 걸렸다.
의사결정이 늦다는 것은 변동이 잦은 세계에서 특히나 위험한 일이다. 이미 또 다른 변화가 다가오는 상황에서 사라져가는 혼란에 반응하는, 즉 "지난 전쟁을 치르는 것"과 같은 위험에 처하게 된다.
선택 대안들을 봉쇄한다
새로운 사업 기회를 논의하거나 기존 사업의 축소 같은 고통스러운 결정을 내릴 경우에는 항상 자원의 재분배 문제가 따른다. 만약 회사가 생산설비를 폐쇄하거나 다른 나라로 옮기는 것을 고려한다면 해당 경영자들은 위협을 느끼거나 자신들이 희생을 요구받고 있다고 믿난다. 의런 경우 의사결정 과점에 협상 요인들이 개입하게 된다. 협상은 보통 단 하나의 결과를 가질 수 있을 뿐이다. 즉, 타협이 이루어지거나 직책이 높은 쪽에서 정하는 것이다. 그 선택 대안은 "계획"이나 "전략"이 되고, 다른 선택 대안들은 전혀 검토되지 않는다.
시뮬레이션 대신 경험 학습에 의존한다
이는 정상적인 경영은 현실에 대한 끊임없는 실험이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파일럿이 승객을 가득 태운 실제 비행기로 비행을 학습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경영자들이 자신의 기업을 시행착오를 통해 운영하는 것을 그럴 수 있는 일이라고 여긴다.
두려움을 불러일으킨다
근본적인 변화를 수반하는 중요한 의사결정을 논의하라고 하면 우리는 그 결과에 대해 미리부터 염려하는 경향이 있다. 위험에 대한 두려움이 사유 과정에 끼어들기 시작한다. 이는 결국 상상력을 억누르기 때문에 창의적이거나 과감한 선택 대안들은 종종 진지한 고려 대상이 되지 못한다.

JeanPiaget가 주장하듯이, (두려움의 상황 하에서) 선호되는 해결책은 진정한 변화보다 동화assimilation가 되고 만다. 경영자들은 최초의 변화가 단지 일시적인 일탈이기를 계속해서 바란다. 그들은 비용 삭감, 지본 지출 삭감, 채용 축소, 또는 품질 낮추기 등과 같은 결정들을 내린다.

요약하자면, 자연적인 학습 과정은 선택 대안의 수를 제한하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그것은 느리다. 조직의 생존을 위해서는 학습의 속도, 개방성, 창조성, 그리고 용기 등 모든 것들이 더욱 향상되어야만 한다.

우리는 기존의 의사결정 과정을 어떻게 개선할 수 있는가? 이미 이루어지고 있는 학습을 어떻게 가속화하고 강화할 것인가?

놀이를 위한 학습과 학습을 위한 놀이

나는 더 나은 학습 방법들을 연구하면서 몇몇 유명한 교육 연구자들의 문헌을 접하게 되었다. 가장 중요한 도움을 준 3가지 문헌은 영국의 심리학자이며 타비스톡 연구소 출신인 D.W.Winnicott의 "놀이와 현실 PlayingAndReality", 미국의 교육학자 JohnHolt의 "아이들이 학습하는 방법 HowChildrenLearn", 그리고 MIT 대학 메디아 연구소의 SeymourPapert의 "마인드스톰 Mindstorms: Children, Computer, and Powerful Ideas"이다. 세 명의 저자들 모두 아이들과 학교 수업에 관해 쓰고 있지만, 그들의 책을 기업을 염두에 두고 읽어보면 유사점이 매우 많다는 점에 놀랄 것이다. 교실의 상황은 경영이사 위원회실을 연상시키며 실제로 쉘 그룹의 기획실도 그와 유사했다.

세 명의 저자는 근본적으로 동일한 주제를 다루고 있다. 즉, 학습의 핵심은 놀이를 통한 발견이며, 학습을 촉진하는 의사결정 과정은 오직 놀이의 노련한 활용을 통해 그렇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타비스톡 연구소의 정신의학자들은 이러한 사실을 1940년대 중반부터 알고 있었다. 그들은 1943년 연합군의 프랑스 상륙작전 준비라는 금세기 가장 큰 규모의 훈련과 학습 노력들 중 하나를 책임지고 있었다. 전쟁이 끝난 뒤까지도 그들은 그 노력을 지속적으로 이어가기 위해 연구소를 만들었다. 그들의 선도적인 연구 결과들로부터 우리는 진정한 "놀이"가 무엇이고, 어떻게 그것이 개인들 또는 집단 내에서 지식의 습득을 강화하는지 더 잘 알게 되었다.

1971년에 첫 출간된 "놀이와 현실"에서 Winnicott는 "이행 대상transitional object"이라는 개념을 만들어냈다. 그의 논리에 의하면 놀이는 항상 손에 무엇인가를 들고 행해진다고 한다. 여자아이들은 인형을 가지고 놀고, 남자아이들은 레고 세트를 가지고 논다. 유아기의 아기들은 피셔 프라이스의 장난감을 가지고 논다.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것은 시합을 하거나 스포츠 경기를 하며 노는 것과는 사뭇 다르다. 장난감 놀이에는 이기는 일이 결코 없다. 놀고 있는 아이는 단지 어떤 식으로든 현실을 나타내는 대상물을 가지고 실험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놀이와 게임 간에 차이를 가져다주는 기초이다. 놀이는 아이가 자신의 현실을 나타낸다고 여기는 장난감을 가지고 실험하는 것이다. 장난감은 실제 세계의 표현이며, 이를 통해 학습자는 결과에 대한 두려움 없이 실험을 할 수 있게 된다. 모든 재미의 이면에는 아주 중요한 목적이 자리하고 있다. 즉, 자신의 현실을 갖고 놀이를 해봄으로써 자신이 살아가는 세상을 더욱 잘 이해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놀이를 하는 것은 바로 학습을 하는 것이다.

위니코트는 이 장난감들을 "이행 대상"이라고 불렀는데, 장난감이 아이들을 삶의 한 단계에서 다음 단계로, 즉 세상에 대한 이해의 한 수준에서 또 다른 수준으로 이행하는 것을 돕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여자아이는 자신의 현실의 일부를 인형에 부여한다. 아이의 마음 속에서 그 인형은 남동생이거나 친구이다. 아이는 인형을 가지고 실험을 한다(논다). 그 인형은 단지 장난감이기 때문에 결과에 대한 두려움 없이 실험할 수 있다. 아이는 그 장난감을 망가뜨릴 수도 있으며, 어떤 특정 행동들이 실제로 인형을 망가뜨린다는 것을 알게 된다. 허공으로 던지거나 땅에 떨어뜨릴 수도 있다. 엄마는 살아있는 동생을 갖고 그렇게 노는 것을 결코 허용하지 않을 것이다. 그 여자아이는 인형 놀이를 통해 관계에 대한 지식과 원인과 결과에 대한 지식을 얻게 된다. 아이는 더 높은 발달 단계에서 실제 삶에서의 행동을 시작하는 법을 배운다.

경영자들도 이와 거의 유사한 행동을 한다. 쉘이 북해의 유전지대를 개발하기 위해 새로운 석유시추 시설을 건설해야 할 때, 우리는 현실을 가지고 실험하지 못한다. 즉, 구조물을 만들어서 10미터 깊이의 바닷물 속에 집어넣고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알아볼 수는 없다. 대신에 우리는 축소 모형을 만들어서 해저 모형 위에 설치한 다음 그것을 가지고 실험을 한다. 실험은 때로는 수 년이 걸리기도 한다. 우리는 우리의 "장난감"을 파도와 바람과 시간 등 상상이 가능한 모든 요소들 앞에 내어놓고 어떤 일들이 일어날 것인지 알아본다. 그런 뒤에야 비로소 실제 시추 시설을 건설한다.

비즈니스에서도 위험 요소가 큰 경우 현실에서 실험을 할 수 없다. 실행에 들어가기 전에 우리는 현실을 반영하는 모형을 통해 일정 기간 단계별로 실험을 실시하게 된다. 이런 의미에서 스프레드 시트 프로그램도 "장난감"이라고 볼 수 있다. 경영자들은 실제로 엄청난 돈을 직접 투자하는 모험을 걸기 전에 현실의 다양한 버전들을 시도해봄으로써 중요한 재무적 의사결정들을 모의실험해볼 수 있다.

이러한 모든 예들은 한 가지 사실을 분명히 한다. 기업에서도 놀이가 최상의 학습 방법이라는 사실이다. 그런데 놀라지 않을 수 없는 것은 대부분의 기업에서 의사결정, 즉 놀이가 학습 도구로 고려조차 되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우리는 현실을 모의실험 해보기보다는 경험을 통해 학습한다. 즉, 현실을 가지고 실허하는 것이다.

우리는 문제를 인식하고 그것을 다음 번 회의의 안건으로 제기한다. 회의가 열리면 모든 것을 한번에 처리해버린다. 안건이 무엇에 관한 것인지 이해하고, 그와 관련해 미래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생각해보고, 취해야 할 행동을 그려본 다음 그것의 이행을 추진한다. 우리는 이 모든 것들을 한 번의 회의에서 해버린다. 어떤 때는 구석에 앉은 두 명의 핵심인사가 비행 시간에 맞추어 자리를 뜨기 전에 두 가지 이상의 안건을 처리하기도 한다.

이러한 람보 스타일의 경영이 상당히 퍼져 있다. 이는 지식과 우선 순위가 외부 세계와 조화를 이루고 있을 때에는 이상적이지는 않을지라도 충분히 적절한 운영상의 의사결정 방법일 수 있다.

은행이 이자율 상승에 대응하거나 부자 회사가 비교적 소규모 투자를 결정할 때는 이런 식으로 의사결정을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영웅적인 의사결정은 공장 폐쇄, 연구 프로그램의 방향 설정, 신제품 출시나 폐기 등과 같이 유일한 출구가 적응adaptation인, 어렵고 심각한 비즈니스 상황에서는 극도의 위험을 수반하는 도박이다.

경영자의 레고 세트 만들기

SeymourPapert는 PC를 아이들의 학습을 위한 이행 대상으로 사용하고 있었다. SeymourPapert가 개발에 도움을 준 LOGO라는 컴퓨터 언어를 사용해서 아이들은 로봇 거북이를 다양한 방향으로 움직이도록 프로그램할 수 있었다. 거북이의 세계는 SeymourPapert가 이름붙인 "마이크로월드"가 되었는데, 아이들은 그것을 통해 실제 세계에 대해 학습할 수 있었다.

LOGO 프로그래밍의 경험은 사람이 상상할 수 있는 순수한 놀이에 가까웠다. 예를 들면, 아이들은 위치와 속도를 설정하는 명령을 사용해 거북이의 동작을 통제함으로써 운동 법칙과 같은 뉴턴 물리학의 개념에 대한 직관적이고 심층적이며 "적응적인accommodated" 이해를 개발했다.

SeymourPapert의 책을 통해서 우리는 현실의 모습을 컴퓨터에 입력하고 쉘의 경영자들이 그러한 "놀이" 역학을 사용해 보다 깊은 이해를 갖도록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이러한 우리의 탐구 단계에 대해 들은 피에르 웨이크는 우리에게 "제이 포레스터 교수를 찾아가보라"고 조언해주었다. MIT 경영학 교수인 포레스터 박사는 SystemDynamics라는 이름 하에, 어떤 비즈니스 상황도 완벽하게 지도로 작성할 수 있는 아주 간단한 부호 집합을 개발해 컴퓨터 프로그래밍 언어로 만들었다. 우리는 MIT로 포레스터 교수를 방문했고, 다이나모 DYNAMO 라고 불리는 그의 컴퓨터 프로그래밍 언어가 복잡성을 가진 모형을 설계하는데 매우 적합한 것임을 알게 되었다.

불행하게도 컴퓨터 모형화는 너무 복잡해서 실시간 모형화가 불가능했다. 모형 구성에는 고도로 훈련된 전문가 팀이 필요했고, 그들이 모형을 작동시키는 데도 여러 달이 걸렸다. 또한 모형이 작동할 쯤에는 상황이 바뀌어 더 이상 경영 현실을 반영하지 못했다. 우리는 실시간 사용할 수 있는 모형을 위한 컴퓨터 모형화 시스템을 찾아내는데 여러 달을 소모했다. 즉, 모형이 경영자들의 불신을 없애기 위해서는 그들이 있는 자리에서 그들의 생각과 인식들을 집어 넣으면서 프로그램되어야 했다. 그들이 보지 않는 곳에서 만들어진 어떤 것도 모두 "블랙박스"로 간주되었다. 그것은 전혀 흥미를 유발시키지 못했고, 그들은 "놀고" 싶어하지 않았다.

우리는 스텔라(나중에 iThink로 알려짐)를 가지고 우리 사업의 마이크로월드, 즉 생산자 가격, 소비자 수요 등과 같은 석유 공급망의 주요 변수들을 보여주는 컴퓨터 환경을 구축했다. 그것은 현실에서 상호작용하는 방식을 그대로 반영하는 것이었다.

우리는 경영자가 실제로 내릴 수 있는 결정들을 해보고 그 결과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볼 수 있었다. 또한 실제 석유 공급망에 대해 더 잘 이해하게 되면서 실제 세계를 보다 정교하게 반영하도록 모형에 변화를 줄 수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실시간으로 운영될 수 있는 모형화 소프트웨어를 갖게 되었다.

SystemDynamics는 우리가 그동안 시나리오를 통해 영향을 미치려고 했던 생각 지도들을 만들어내는데 이상적인 방법으로 판명되었다. 경영자들에게 그들의 비즈니스 문제들을 이야기하도록 요청해서 그것을 컴퓨터 소프트웨어에 입력했다. 포레스터와 그의 SystemDynamics 그룹 동료들은 몇 개의 단순한 부호들을 개발했는데, 이를 통해 아주 복잡흔 기업 상황들을 그려낼 수 있었다.

영향을 표시하는 화살표, (석유 저장량이나 현재 인력 수준 등) 다양한 용량들의 "재고stock"를 표시하는 사각형, (판매율, 고용률 같은) 변화율을 나타내는 "흐름flow"을 표시하는 원, 그리고 시스템의 일부가 계속적으로 성장을 가속화하는지 아니면 평형 상태를 향해 가는지를 보여주는 피드백 고리가 바로 그러한 부호들이었다.

이 모형들이 이전의 모형들과 다른 점은 무엇인가? 우리는 이 질문에 대답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누구도 결정의 질을 측정할 수는 없기 때문에 우리는 질 대신 결정의 속도를 측정해보기로 했다. 즉, 외부 세계의 변화를 인식한 때로부터 근본적인 운영의 전환을 실행한 때까지 걸린 시간 말이다. 측정을 해본 결과, 학습 과정이 2~3개 요인에 의해 가속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제는 새로운 내부 시스ㅔㅁ을 실행하는 데 과거보다 2~3배 정도 빨라졌다.

쉘은 스스로의 생존을 위해 그러한 변신을 적기에 해냈다. 이 결정은 1980년대 초에 최고경영자들이 "가지고 놀던" 스텔라Stella 모형 덕분에 가능했다.

컴퓨터가 할 수 없었던 것들

SystemDynamics 모형들의 이러한 성공에도 불구하고 1980년대 후반에 와서는 이것이 만병통치약이 아님을 알게 되었다. 특히 모든 팀 학습 훈련의 첫 번째 단계인 "개별 팀 구성원들의 사고 모형 파악"에 문제가 있었다.

팀 학습 훈련은 세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첫째, 일단의 경영자들이 스스로 지니고 있는 세계에 대해 이해를 파악하는 것이다. 둘째, 이해하고 있는 세계를 컴퓨터 화면에 2차원적인 형태로 나타내는 것이다. 셋째, 경영자들이 한 자리에 모여서 실시간 컴퓨터 모형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이 모든 단계를 거치고 난 뒤에야 경영자들은 비로소 컴퓨터 화면의 부호들이 자신들이 말로 표현했던 견해들과 상응하는지 알 수 있었다.

그래서 우리는 컴퓨터를 없애고, 대신에 아날로그 기법으로 되돌아갔다. 6각형 컬러 메모지에 각자의 생각을 적고, 누구나 그것을 볼 수 있도록 화이트보드에 붙여놓은 다음 연관 개념이나 생각들 간의 연관성을 보여주기 위해 메모지들을 마음대로 재배열해보는 것이다. 다른 "소프트 매핑soft mapping" 기법들도 있다. 실제로 영국에서는 소프트 모형화와 인지적 매핑 분야에서 흥미로운 시스템 다이나믹스 연구가 수없이 많이 진행되고 있다.

경영자들은 왜 놀이를 잘 못하는가?

나는 이 장에서 어떻게 기업에서의 의사결정 과정이 실제로는 학습 과정이고, 그 결정의 속도를 개선시킬 수 있는 방법들이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자 했다. 모의실험을 하면 할수록, 놀이가 상상력과 학습을 더욱더 촉발시키고, 의사결정 과정은 더욱더 효과적이 되는 것처럼 보인다. 대규모 내부 변화를 시도하려고 하는 회사들에서 이는 특히나 진실이다. 결정은 과거의 권위주의적 방법으로 이루어져서는 안된다. 결정은 상호작용과 직관적 성찰, 협력적 사고 모형의 발전을 필요로 한다. 결정은 놀이를 필요로 하고, 학습을 필요로 한다.

궁극적으로, 기업들이 "학습의 촉진"에 대한 가설과 "놀이"의 개념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그들은 경쟁자들에 비해 지체된 학습의 심각하고 장기적인 영향으로 어려움에 처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살아있는 기업은 외견상 옳지 않아 보이는 것에 대한 자연스런 저항에 대처할 방법을 찾아내야 한다. 기업의 구성원들이 기업의 정체성에 대해 안심을 하고, 그래서 안전하게 자신을 드러내고 주장을 펼 수 있도록 무언가가 행해져야 한다. 이는 학습의 범주를 넘어서는 문제로, 일관된 정체성을 구축하는 것과 관련 있다.

제2부. 인격체(정체성)

5. 살아있는 존재만이 학습한다

"놀이"라는 개념을 이해하고 난 뒤에 우리는 경영자 개인 수준의 학습을 넘어 기업들이 어떻게 학습할 수 있는지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회사 내에 "놀이"라는 확고한 규범을 가진 팀이 있다고 가정해보자. 사람들은 정규적으로 그 팀에 참여했다가 다른 프로젝트를 수행하기 위해 팀을 떠난다. 따라서 3~4년 뒤에는 초기에 참여했던 구성원들이 하나도 남아 있지 않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팀의 능력은 계속해서 향상된다. 이 팀이 수행하는 프로젝트들의 성과가 계속해서 개선되는 이유는 각각의 새로운 팀 구성원들이 동일한 학습의 질을 경험하게 되기 때문이다.

이제 이 회사 전반에 이와 유사한 팀들이 있다고 가정해보자. 여전히 사람들이 들어오고 떠난다. 그러나 이 놀이의 관행이 기업 내에서 제도화되어 있기 때문에 학습의 성과는 지속된다. 이 회사의 재무적, 사회적 성취를 지켜보는 외부인들은 "이 회사가 이렇게 발전했다니 놀라운 일이야! 전보다 훨씬 능력 있고 활기차 보이는군!"이라고 감탄하게 된다.

기들은 어떤 실체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는 것인가? 그것은 학습하는 팀들의 집합인가, 아니면 단순히 회사에서 활동적으로 일하는 경영자들의 합인가?

자산은 단지 생명이 없는 대상물이다. 자산은 한 기업을 움직이고 전진하게 하는 고유한 정신spirit을 갖고 있지 않다. 또한 기업은 결코 개인들의 집합이나 개인과 자본의 집합이 아니다. 우리는 기업들이 자산과 사람들을 잃고도 어떻게 생존할 수 있고, 여전히 그들의 핵심적인 본질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는지 이미 보아왔다. 따라서 모든 기업들을 살아있는 존재로 생각하지 않고는 조직 학습에 대해서 이야기할 수 없다. 그러나 이것도 통상적인 생각은 아니라. 살아있는 존재란 세포와 신체를 가지고 있어야 하며, 태어나거나 죽고 재생산되어야 한다. 또한 영양분을 섭취하고 배설물을 쏟아낸다. 추상적으로 말한다고 해도 과연 기업들이 법적으로 신체를 창조하고, 생명 있는 존재와 같은 행위를 하는가?

만약 기업이 살아 있는 존재라면 어떤 모습인가?

나의 개인적인 정체성은 내가 속한 회사에 의해 규정되는 것인가? 아니면 종사하는 개인들에 의해 기업의 모습과 형태가 결정되는 것인가?

내게는 어느 쪽도 진실이 아닌 것처럼 보였다. 조직은 기존 구성원들에 의한 창조물이 아니라 별개의 실체, 즉 그 자체로서 하나의 인격체persona였다. 그것은 자신의 개성과 역사를 가졌다.

따라서 조직에 들어간다는 것은 개인으로서는 택하지 않을 수도 있는 일련의 견해와 신념에 대한 복종을 의미했다. ... 그것은 대규모 집단적인 노력의 한 참여자로서 판단을 내리기 위해 학습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했다. 나의 목소리와 기업의 목소리가 다를 수 있지만 그렇다고 별개의 것은 아닐 것이다. 다시 말해, 내가 쉘에 속해 있는 한 나는 쉘의 실체와 연관되어 있을 것이다.

... 그러나 쉘은 전혀 그런 광고를 시도하지 않았다. 우리도 그 가능성에 대해 논의해보았으며, 그런 와중에 우리가 개인 자격으로는 몇몇 답들을 제시할 수 있었겠지만 조직의 입장에서는 어떤 답도 없다는 점을 분명하게 알게 되었다. 우리는 분명 우리 자신보다도 더 큰 실체의 일부였다. 만약 우리가 적절한 대응을 생각해내기로 했다면, 우리는 그 실체의 요구와 정신을 표현할 수 있는 방법들을 찾아내야 했다. 우리는 인격체인 실체와 환경 간의 건강한 관계를 발전시킬 방법을 찾아내야 했다.

살아 있는 존재의 인격체

인격체persona~-로서의 실체라는 개념은 이미 오래 전 학교 다닐 때 배운 적이 있다. 나는 1950년대 대학 시절에 독일의 심리학자인 윌리엄 스턴 WilliamStern 의 저작을 통해 그것을 알게 되었다. 스턴은 유럽 대륙 외부로는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발달심리학과 학습심리학의 창시자들 중 한 명이었다.

나는 윌리엄 스턴이 창시한 인격주의~-Personalismum 학파의 문헌들에 매료되었다. 스턴은 부인인 클라라와 더불어 아동심리학의 선구자였다.

독일어로 된 지식들이 널리 알려져 있던 네덜란드에서 일부 학자들이 제2차 세계대전 뒤에 그의 사상에 대한 진지한 연구를 시작했다. 그의 마지막 저서 "인격주의의 기저에 대한 일반심리학"은 1950년 독일어로 헤이그에서 재출간되었다.

나는 스턴의 사상에 깊이 빠져들었는데, 그가 인간을 바라보는 체계적인 시각 때문이었다. 1871년에 태어난 스턴은 경제학과 마찬가지로, "과학"이라는 지위를 얻기 위해 힘들게 싸워야 했던 학문 분야에서 경력을 쌓았다.

... 이 모든 심리학의 세부 분과들은 잠재의식이나 조건반사, 심지어는 (신체와 격리된) 영혼과 같이 인간의 일부에만 초점을 맞추었다.

그와 정반대로 스턴은 체계적 이론을 개발하려고 했다.

스턴에 의하면, 각각의 살아있는 존재는 자신만의 개성을 지닌 분리될 수 없는 전체성을 지닌다고 한다. 그는 이를 인격체persona라고 불렀다. 살아있는 존재가 인격체가 아니라면 그것은 이해될 수 없다. 즉, 인격체라는 사실은 살아있는 존재의 핵심이다. 그것은 물론 더 큰 세계의 일부이지만, "얇은 막membrane"에 의해 더 큰 세계와 분리되어 그 자체로 소세계를 구성하며 자신만의 가치와 경험을 지닌다. 인격체는 신체와 정신 모두를 나타낸다. 스턴은 인격체가 다음과 같은 몇 가지 핵심적 특성을 지닌다고 주장한다.

인격체는 목표지향적이다
인격체는 가능한 한 오래 살기를 원하며, 자신의 재능과 소질에 따라 지니고 있는 잠재력을 발전시키고자 한다.
인격체는 스스로를 의식한다

인격체는 스스로를 "나"라고 인식할 수 있다. 물론 인격체는 부분들과 요소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그 각각이 인격체이기도 하다. 한 병사는 소대의 부분이고, 그 소대는 한 중대의 부분이며, 그 중대는 상급 부대의 부분이고, 그 상급 부대는 국가 전체 군대의 부분이 되는 것처럼, 인격체는 차례로 더 큰 실체의 부분이 될 수 있다. 스턴은 이러한 개념을 라틴어로 다음과 같이 표현했다. "인격체는 유니타스 멀티플렉스Unitas Multiplex, 즉 구조들의 주고이다."

인격체는 외부 세계에 열려 있다
음식, 박테리아, 먼지, 빛, 소리와 같은 외부 요소들이 끊임없이 인간 시스템 안으로 들어온다. 하지만 인간 개개인과 그들의 생각 또한 끊임없이 기업과 같은 상위 인격체에게로 들어간다. 동시에 인격체는 자신을 둘러싼 외부세계와 지속적으로 관계한다.
인격체는 살아있다. 그러나 한정된 수명을 가지고 있다
어느 날 태어나지만, 언젠가는 죽게 마련이다.

살아 있는 시스템, 인간의 잠재력, 전체적 건강 등과 같은 말이 유행하던 1980년대보다도 60년이나 앞선 1919년에 이미 스턴은 실체의 행동, 사회학적 환경, 심리학적 역사, 그리고 경제적 삶을 한 존재의 상호 관련된 구성요소들로 바라볼 것을 제안했다.

스턴의 저서 "사람과 사물 PersonAndSache"의 중심 논제는 사람과 사물을 구분하는 본질에 관한 것이었다. "사물"은 모두 죽은 대상물들이며, 아무런 의지도 생명력도 없는 물체이다. 사물은 사건들에 의해 영향을 받지만 사건이 발생하도록 결정을 내리지는 못한다.

곰곰이 생각을 해본즉, 쉘 또한 가늠하기 어려운 존재임을 깨닫게 되었다. 쉘도 역시 살아있었을 뿐만 아니라 개발 가능한 잠재적 보상들을 갖고 있었다. 로열 더치 쉘은 사물이 아니었다. 윌리엄 스턴이 말한 대로라면 로열 더치 쉘은 살아있었다.

인격체들의 사다리

스턴은 나의 통찰을 예견한 것처럼 보인다. 1919년에 쓴 책에서 그는 인격체의 사다리에 대해 기술한 적이 있다. 이를 도형화한다면 다음과 같을 것이다.

인간보다 상위이든 하위이든 사다리 안의 모든 것들은 그 자체로 하나의 인격체이거나, 스턴이 불렀던 대로 유니타스 멀티플렉스 UnitasMultiplex, 즉 구조들의 구조이다.

스턴에 의하면, 살아있는 존재는 항상 계층적 구조를 지니고 있다. 사다리는 그러한 계층 구조의 표현이다. 우리의 인격체 안에는 언제나 더 작은 구성요소들이 있고, 우리는 우리 자신보다 더 큰 인격체의 구성요소들이다. 우리는 유니타스 멀티플렉스다. 밖에서 볼 때는 하나이고, 안에서 볼 때는 나뉘어진다.

회사의 각 단위들은 살아있는 시스템이다. 각각은 뚜렷하게 구분되고 스스로 결정을 내린다. 동시에 각 단위들은 더 큰 전체에 소속되어 있다.

이러한 단위들이 스턴이 말한 살아있는 인격체의 기준들을 어떻게 충족시키는지 살펴보자.

각 단위들은 목표지향적이다
각자 모두 자기보존과 발전을 향해 움직인다. 경영자 개인들이 느끼는 것과 무관하게 각각의 사업단위들은 스스로를 보존하기 위해 행동하고 활동 영역을 넓히려고 한다. 개인과 마찬가지로 기업의 행동은 외부적인 원인과 결과들을 통해서만 설명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누구도 다음번에 사건이 똑같은 방식으로 펼쳐질 것이라고 장담할 수 없다.
각 단위들은 스스로를 의식한다
이런 단위들 중 하나와 연관된 모든 사람들은 그것의 경계를 알고 있다. 즉, 누가 포함되고 누가 제외되는지를 안다.
각 단위들은 외부 세계에 열려 있다
사람과 생각이 회사 내부로 계속해서 들어오고 나간다. 마찬가지로 개인도 자신의 소화기와 털구성, 눈과 귀를 통해 정보와 물질을 교환한다. 일상적인 거래에서부터 복잡한 시나리오 훈련까지, 거의 모든 기업의 경험은 조직 외부 요인들과의 평생에 걸친 끊임없는 대화를 통한 교환을 의미한다.
각 단위들은 살아있지만, 한정된 수명을 갖고 있다
언젠가는 쉘 그룹 내의 운영부서들이 없어질 수도 있으며, 그룹이 죽기 전에 다른 단위들이 먼저 없어질 수도 있다. 반대로 몇몇은 쉘이 없어진 뒤까지도 살아남을 수도 있으며, 다른 기업의 부분으로 남아있을 수도 있다. 모든 조직의 단위들은 잠재적 수명을 지니고 있다. 그들은 수명을 다할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이와 같은 이해 덕분에, 1974년 나는 쉘 브라질에서의 딜레마로부터 벗어날 길을 찾게 되었다. 그 딜레마는 바로 쉘 브라질이 외부 환경에 대해 계속 열려있으면서도 스스로를 대변할 수 있는 방법을 정의하는 것이었다.

성찰

살아있는 실체들에 대한 또 다른 강조사항이 있다. 그들은 학습할 수 있는 유일한 존재들이라는 점이다. 두뇌공학자이자 생물학자인 FranciscoVarela는 그 생각을 "움직이는 모든 살아있는 존재들은 뇌를 지니고 있다"라고 표현했다. 두뇌는 학습을 가능하게 한다. 움직임이 있는 곳에서는 학습이 존재한다.

기업들이 학습할 수 있다는 사실이 왜 중요한 것인가? 그 이유는 부분적으로는 "성찰introception"이라는 능력 때문이다. 윌리엄 스턴은 모든 학습하는 존재들에 공통적인 이 능력에 대해 "세상의 나머지 것들과 비교하여 자신의 입장이나 위치를 아는 능력"이라고 기술했다.

스턴은 성찰이야말로 복잡한 실체의 인격체가 가진 핵심 기능이라고 주장했다. 이 실체들은 세상에서 자신의 위치를 찾아야 하고, 자신의 인격체의 윤리적 우선순위와 주변 세상의 가치 사이의 관계에 대한 감각을 개발해야 한다. 예를 들어, 살아있는 기업은 언제나 자신이 살고 있는 세상의 윤리에 비추어 스스로의 가치 체계에 의문을 던지며 살아간다. 이러한 과정은 그 기업의 인격체와 곧바로 연결되며, 이는 사실상 현재의 법인체legal incarnation 이전으로까지 거슬러 올라가기도 한다.

인격체와 세상이 조화를 이루지 않을 때

쉘과 같은 다국적 기업들은 종종 내가 1974년 브라질에서 겪었던 것과 같은 딜레마에 빠진다. "올바름"과 공정한 행동에 대한 기업의 인식과 기업이 속한 사회의 윤리가 맞지 않을 때가 있다. 그러한 딜레마들은 한 경영자의 삶의 근본적인 가치를 흔들어놓을 정도로 심각할 수도 있다.

윌리엄 스턴은 이러한 관계의 복잡성에 대해 기업과 국가에 대한 성찰을 바탕으로 다음과 같이 말한 바 있다.

누가 속하는가?

멤버십이 크건 작건 간에 구성원들 간 결속의 필요성은 기업 뿐만 아니라 모든 조직에서 항상 존재한다. 교회에서는 신도들의 가치체계와 교회의 가치체계 사이의 조화가 특히 강력해야 한다. 따라서 모든 새로운 멤버들에게 신앙고백이 요구된다. 병사는 원칙적으로 군대의 가치체계에 반대할 수 없다. 로열 더치 쉘 그룹에서도 신입사원은 회사의 기업원칙 헌장에 서명해야 한다. 원칙을 위반하는 것은 심각한 범죄 행위로 간주되며, 대개 쫓겨나게 된다.

몇 가지 의문이 남을 수 있다. 도대체 이것이 경영에 무슨 의미가 있는가? 살아있는 시스템을 경영하는 것이 자산을 모으는 것처럼 전통적인 방식으로 기업을 경영하는 것과 과연 차이가 있는 것인가? 살아있는 기업이 경제적 기업과 동일한 방식으로 경영될 수 있는가? 좋다. 기업은 살아있는 존재일 수도 있고, 인격체를 가질 수도 있다. 그래서 어떻다는 것인가?

6. 이익을 위한 경영 vs. 장수를 위한 경영

오늘날의 기업들은 사업을 하려는 주된 목적에 따라 두 가지 유형으로 구분할 수 있다. 첫 번째 유형은 순전히 "경제적" 목적을 위해 운영하는 기업들이다. 즉, 최소의 자원으로 최대의 산출을 만들어내려는 기업들이다. 이런 "경제적 기업" 유형은 이윤 추구가 경영의 목적이다. 직원들은 "자산", 즉 회사가 가진 자본 자산의 확장으로 간주된다. 경제적 기업에서는 자본 자산과 마찬가지로 인적 자산에 대한 투자도 가장 단기간에 가장 큰 수익을 만들어내기 위해 최소한으로 제한된다.

경제적 기업은 일 공동체가 아니다. 어쩌다 그럴 수도 있지만, 역시 이 기업들은 기계와 다름없다. 경제적 기업의 유일한 목적은 경영자와 투자자들로 이루어진 내부 소집단들을 위해 부를 창출해내는 것이다. 이 기업들은 전체로서 구성원들에게 전혀 책임을 느끼지 않는다. 그것은 직원들과 경영자들을 위한 어떤 공동체도 제공하지 않는다. 공동체가 있다 해도 그것은 자본과 인적 자산에 대한 투자 수익이라는 주된 목적의 부산물에 지나지 않는다.

이러한 경제적 기업도 가능한 선택이다. 업계의 많은 사람들이 일 공동체를 만드는 것을 원치 않을 수도 있다. 누구든 자신이나 가족들의 생계 유지를 위해 기업이라는 기계를 보유한다는 것은 지극히 합당한 일이다. 더욱이 이러한 선택은 철학적 관점에서도 타당한 것이다. 자산은 매우 소중하다. 마찬가지로 투자수익률도 중요하다. 이러한 재무적 개념들이 없었다면 인류 문명이 지금과 같은 수준의 부를 생산할 수 있는 역량을 발전시키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선택은 또 다른 결과들을 낳게 마련이다.

어디에서나 그렇듯, 공짜 점심은 없다. 경제적 기업들을 운명하는 사람들에게는 경영방식에 있어 거의 선택의 여지가 없다. 오직 소수의 사람들만이 이너서클에서 "우리들 중 한 명"이 되는 자격을 얻는다. 기업 활동에 기여하기 위해 채용된 다른 모든 사람들은 누군가의 돈을 만들어내는 기계의 부속물에 지나지 않는다. 그들은 외부인일 뿐이며, 자신들이 지닌 재능 때문에 고용된 것뿐이다. 따라서 그들은 결코 구성원이 될 수 없다. 그들은 시간과 재능을 돈과 맞바꾼다. 그들은 실체로서 회사에 대한 충성심을 거의 갖고 있지 않다. 그들은 회사 내의 사람들에 대한 신뢰도 거의 없고, 자신들의 모든 것을 던지려는 열망도 거의 없다. 이것은 위계적인 통제가 강화되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이 경제적 기계는 효과적으로 작동하지 않을 것이다. 강력한 위계적 통제는 결국 회사 내의 모든 사람들의 두뇌 역량이 효과적으로 활용될 수 있는 조건들이 축소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만약 경제적 기업이 어느 정도 성장하려면 회사 내 핵심부에 새로운 구성원들이 추가되어야 할 것이다. 새로운 핵심 구성원들은 분명 창업자들에 의해 선정될 것이다. 그들은 가족의 일원이거나 가까운 친구들로 채워질지도 모른다. 이 "속해 있는 사람"들은 가능한 한 작은 집단을 이루려고 할 것이다. 따라서 능력 있는 신입 직원들은 비록 채용은 되었지만 그곳에 오래 머물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게 되고, 결국 언젠가는 떠날 것이라는 마음을 갖고 일하게 될 것이다.

그러다 어느 날 내부 핵심 집단의 승계 문제가 대두되는 중요한 시기가 필연적으로 도래한다. 창업자 또는 그의 계승자는 회사를 떠난다. 이때 경제적 기업들은 또 다른 내재된 취약점을 드러낸다. 바로 그들은 학습조직이 되기가 어려울 뿐만 아니라 경영진의 세대교체에 있어 상당한 장애물에 직면하게 된다.

경제적 기업은 내게는 빗물 웅덩이처럼 보인다. 빗방울은 모여서 패인 곳에 웅덩이를 만든다. 비가 더 내리면 더 많은 빗방울들이 웅덩이에 보태어지고, 웅덩이는 주변의 땅을 적시면서 영역을 넓혀간다. 그러나 제일 먼저 떨어진 빗방울들은 여전히 그 한가운데에 남아 있다.

역설적이지만 이러한 안정성은 취약성으로 전환될 수 있다. 빗물 웅덩이들은 열기에 살아남을 수 없다. 햇빛이 비춰지고 기온이 올라가면 웅덩이는 증발해버린다. 한복판에 안주해 있던 최초의 물방울들도 열기 때문에 증발될 위험에 처한다. 실제로 대부분의 웅덩이들은 생명이 아주 짧다.

이것이 바로 경제적 기업이다.

반대로 두 번째 유형의 기업은 자신을 지속적인 공동체로 영속시키려는 목적 아래 조직된다. 이런 유형의 기업은 강물과 같은 수명을 같는다. 웅덩이와는 달리 강은 영속적인 모습을 지닌다. 비가 올 경우 강물은 불어나고, 햇빛이 비추면 강물은 줄어든다. 그러나 강물이 없어지려면 심한 가뭄이 오래 지속되어야만 한다.

그러나 물방울의 입장에서 보면 강은 엄청난 소용돌이이다. 어떤 물방울도 중앙에 오래 머물러 있지 못하며, 물방울은 강의 한편에서 다른 한편으로 순간순간 위치를 바꾸어간다. 물방울은 그 이전의 물방울이 아니다. 결국 물방울은 바다로 흘러간다. 강물은 그것을 구성하는 개개의 물방울보다도 훨씬 더 오래 수명을 유지한다.

장수하는 기업들은 물웅덩이처럼 한곳에 머물러 있기보다는 강물의 흐름과 같은 행동을 하는 것처럼 보인다. 어떤 물방울도 오래도록 그 회사를 지배하지 못하며, 새로운 물방울들이 오래된 물방울을 승계하고, 그런 다음 차례로 바다로 흘러간다. 이 물방울들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이동해가는 것이다. 강은 스스로 영속하는 공동체이다. 강은 들어오고 나가는 물방울들로 이루어져 있고, 강둑 사이로 물의 흐름이 계속 이어질 수 있도록 보장하는 장치를 가지고 있다. 기업은 구성원들의 계속성과 움직임을 위한 규칙을 수립함으로써 강이 지닌 수명과 힘을 보유할 수 있다.

이러한 "강물 기업"에서도 투자수익률은 여전히 중요한 요소이다. 그러나 경영자들은 자본의 최적화를 사람의 최적화에 보완적인 것으로 간주한다. 기업 자체가 본래 공동체이다. 기업의 목적은 장수이고 스스로의 잠재력을 개발하는 것이다. 수익성은 그 목적을 위한 수단이다. 수익성과 장수 모두를 이뤄내려면 공동체 구축을 위한 다양한 과정들, 즉 멤버십에 대한 정의를 내리고, 공동의 가치를 설정하고, 사람들을 채용하고, 그들의 능력을 개발하고, 잠재력을 평가하고, 인간적인 계약을 준수하고, 외부인 및 계약자들과의 관계를 잘 관리하고, 품위 있는 퇴사를 위한 정책을 수립하는 데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강물처럼 흐르는 기업을 만들려면 그 흐름을 담을 수 있는 수로의 설계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정체성의 경계

강물 기업은 바깥 세상에 대해 열려있다. 즉, 새로운 개인들과 생각들이 자유롭게 들어올 수 있도록 개방되어 있다. 새로운 개념들과 지식이 회사의 일상적인 활동의 흐름 속으로 흘러 들어온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강물 기업은 결속력 있는 정체성을 유지한다. 구성원들은 "누가 우리인지" 잘 알고 있다. 그리고 그들은 자신들이 가치를 공유하고 있음을 잘 알고 있다. 진정한 의미에서 그들은 서로에게 속해있다.

5장 "살아있는 존재만이 학습한다"에서 서술한 대로, "성찰"이란 자신의 가치와 그것을 바깥 세상의 다른 가치들과 조화시키는 방법에 대한 인식이다. 그러나 대부분 기업들의 내부에는 또 다른 종류의 성찰이 존재한다. 기업의 가치는 그 내부에 있는 개인의 가치와 공존하며, 모든 구성원들이 이러한 공존에 대해 알고 있다.

제3부. 생태학

7. 군집성

8. 관대한 기업

9. 기업의 면역 시스템

제4부. 진화

10. 보수적 자금조달

11. 권력: 누구도 지나치게 많이 가져서는 안된다

책/TheLivingCompany (last edited 2024-07-01 08:37:20 by 정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