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출판됨. 대안으로 제시하는 BalancedScoreCard도 약간 올드한 느낌인데, 출판 연도를 감안해서 봐야 할듯.

들어가며

이 책은 성과주의의 환상에 여전히 취해 있는 사람들을 깨우기 위한 것이다.

이를 위해 1부에서는 성과주의에 대한 학자들의 연구를 소개했고, 돈으로 성과를 사지 않는 경영을 하면서도 탁월한 경영 실적을 보이고 있는 몇몇 기업의 경영사례를 제시하였다.

2부에서는 성과급의 폐해를 해소하기 위한 응급조치를 다뤘다. 보상에서 성과급을 폐지하거나 차별을 축소하고, 성과를 승진에 반영하며 승진심사를 체계적으로 하는 방안에 대해 다루고 있다. 또 개인별 목표관리를 폐지하되 조직 성과를 높이는 방안도 다루고 있다.

3부에서는 성과급의 폐해를 지적한 학자들이 제시하는 대안을 가능하면 구체적인 모습으로 그려 내어 한국의 조직들이 그 대안을 실현할 수 있도록 했다.

1. 성과급과 성과의 관계

1장. 세 학자들의 주장

개인 성과급에 반대하는 대표적인 학자들

제프리 페퍼의 주장

이론과 실제의 갭에 주목하는 학자

JeffreyPfeffer는 스탠퍼드대학 경영대학원의 석좌교수다.

  • Competitive Advantage Through People
  • Human Equation 휴먼 이퀘이션
  • The Hidden value, People 숨겨진 힘, 사람
  • Knowing-Doing Gap 왜 지식경영이 실패하는가
  • 책/HardFacts

그는 2~3년마다 한국을 방문하여 실행역량이 있는 조직, 인간 중심의 경영으로 고성과 조직을 만드는 방법을 소개하고, 그러한 조직을 만들도록 경영자들을 격려해 왔다.

그는 아는 것과 실행하는 것의 갭, 경영자의 지식과 학문적 연구 결과의 갭에 주목했다. 성과급에 대한 학문적 진실과 경영자들이 가진 인식의 갭에도 주목하고 있다.

  • 인센티브 계약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관점은 조직들에게 성과 관리에 문제가 있으면 보상시스템을 바꿈으로써 해결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만든다. 직원에게 기대하는 성과를 명확하게 제시한 후, 그 성과를 달성하지 못하면 해고당하게 될 것이라고 위협하고, 성과를 달성하면 많은 보상을 제공하겠다고 약속함으로써 직원들은 동료 직원 및 고객과 대립하는 관계에 들어간다. 그 결과는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 Competitive Advantage Through People, pp. 99~100

.

  • 보상정책을 잘 운영하는 것은 개인의 헌신이나 성과 달성을 효과적으로 독려할 수 있다. 이때, 능력급 제도(merit pay)는 매우 좋은 아이디어가 될 수 있으며 문제는 그것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실행에 옮기는가에 있다. 또한 개인의 업적 달성 정도에 따라 보수를 차별화하는 성과급 제도는 개인의 작업 성과가 가시적으로 측정 가능할 경우 더없이 좋은 대안이 된다. 사람들은 자신의 성과에 따라 차별적으로 인정받기를 원하며, 따라서 회사의 이윤이나 주식분배제도처럼 집합적인 성격의 보상제도는 단순히 무임승차(free riding) 효과나 요령, 그리고 게으름만을 부추길 뿐이다. -- 휴먼 이퀘이션, pp. 265~266

이것은 경영자들이 오래전부터 들어 온 조직경영 원리다. 많은 경영 구루들이 이것을 주장해 왔으며 그 결과 우리는 이 주장의 타당성을 의심하지 않는다. 그러나 페퍼에 의하면 위의 주장은 거짓이다. 페퍼는 이 주장이 흔히 임금 관련 경영컨설턴트들이 하는 허황된 거짓말이라고 말한다.

  • 비록 세간에는 점차 인기를 끌고 있지만, 개인별 능력급제나 성과급제는 사실상 많은 문제들을 내포하고 있으며, 실제 연구 결과들도 이들이 종종 비효과적일 수 있음을 입증해 주고 있다. -- 휴먼 이퀘이션, p267

merit pay는 인사고과 결과에 따라 연봉 인상률을 달리하는 것이다.

성과급 제도의 문제

위에서 페퍼는 성과급 제도가 많은 문제들을 내포하고 있다고 하였는데, 그는 성과급의 문제를 다음과 같이 요약했다.

  1. 실제 성과보다는 각 개인의 정치적인 대인관계 관리 수완에 따라 보상을 주게 되는 주관성과 임의성의 작용
  2. 때때로 조직 내 동료 직원들의 성공을 희생시키면서 특정 개인의 성공을 강조하게 됨으로써 결과적으로 팀워크를 저하시키게 되는 문제점
  3. 조직 전체 수준에서의 성과에 대한 무관심
  4. 단기적인 차원의 성과에 대한 관심은 고무시키면서도 장기적인 차원의 경영계획에 대해서는 오히려 도외시하도록 만들어버리는 문제
  5. 작업장 내에서 구성원들이 두려움을 느끼지 않을 수 없도록 만드는 통제성의 강화.

-- 휴먼 이퀘이션, pp275~276

언제나 공정하고 객관적인 평가가 강조되지만 이것인 실제로 매우 어렵다. 목표에 대비하여 업적을 평가하면 평가가 개선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목표관리 제도는 문제를 더욱 복잡하게 할 뿐이다.

사실 기업에 존재하는 직무들 중에는 업적을 비교적 정확히 측정할 수 있는 것들이 그리 많지 않다. 특히 업무가 상호의존적이고 서로 연계되어 있는 경우 한 개인의 기여도를 분리 평가하는 것은 매우 위험할 뿐만 아니라 불가능할 수도 있다.

팀워크의 문제에 대해서는 누구도 항변할 수 없을 것이다. 인건비는 한도가 정해져 있기 때문에 정해진 등급별 비율에 맞추어 평가 등급을 강제 배분해야 한다. 동료가 배분의 경쟁자가 되는 것이다. 팀원 간의 신뢰감은 손상되고 팀워크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러한 시스템에서는 이른바 지식의 공유가 촉진될 수 없다.

페퍼는 이러한 문제보다 성과급 제도가 직원들에게 보내는 메시지의 상징성이 더 큰 문제라고 말한다. 성과급 제도는 상사가 성과 수준을 판정하고 그에 따라 보상을 결정함으로써, 상황을 통제하는 것은 개인이 아니라 경영관리자임을 은연중 직원들에게 강조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아주 사소한 것에 이르기까지 일일이 보상을 해주지 않는다면 직원들은 경영관리자가 자신들을 어떤 일도 하지 않을 사람들로 믿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세세한 행동이나 성과에 대해서까지 인센티브화한 임금체계를 적용하려는 것은 기본적으로 해당 조직에 신뢰가 부족하다는 것을 보여 주는 징표일 수 있다고 말한다.

집단 성과급 제도를 추천

페퍼는 집단 성과급 제도를 추천한다. 개인 성과급은 많은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지만 집단적인 성과급은 성과 향상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입증해 주는 확실한 증거가 있다는 것이다.

  • 집단보상 제도와 관련해 지적될 수 있는 한 가지 문제점은 소위 '무임승차' 효과라고 불리는 문제인데 이는 집단 성과에 의해 보상이 결정될 경우 개인은 아무래도 최선의 노력을 회피하게 될 것이고 따라서 자신의 노력이 아닌 동료들의 노력에 의해 이른바 '덕'을 보려고 하는 경향이 생겨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무임승차 효과에 대해서는 경제학 이론에서 많이 다루고 있기는 하지만 이 무임승차 효과의 심각성을 보여 주는 경험적 증거는 놀랍게도 극히 미약한 편이다. 즉, 무임승차 효과가 시사하는 것과는 달리 사람들은 자신이 옳다고 느끼거나 혹은 공정하다고 생각되는 것을 행하기 마련이며, 집단 작업의 경우 자신의 동료 직원들을 낙심시키지 않도록 대개 실질적인 기여와 노력을 하려고 애쓰기 마련이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무임 승차가 두려워 집단보상 제도의 시행을 주저할 필요는 없다. 왜냐하면 다양한 집단 인센티브 제도의 효과성을 입증해 주는 증거는 강력하게 존재하는데 비해서 무임승차왕 관련된 경험적 증거는 희박하기 때문이다. -- 휴먼 이퀘이션, p295

그가 집단 성과급 제도를 추천하는 또 다른 이유는 조직 문화의 관점에서 이 제도를 보기 때문이다. 아마도 그는 "임금 문제를 바라보는 가장 유용한 시각은 인센티브 시스템이라는 것이 조직 문화를 구성하는 중요한 구성 요소이자 조직 문화 자체를 결정하는 한 요인일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집단 성과급은 직원의 참여를 높이고, 노사 간의 협력을 강화하며, 커뮤니케이션이 강화되는 등 조직 사회 시스템에 변화를 가져온다는 사실을 그는 연구 결과를 들어 설명하고 있다.

다카하시 노부오의 주장

차가운 머리와 뜨거운 기술을 가진 학자

다카하시 노부오는 도쿄대학 경제학연구과 교수다.

  • 우수한 사원은 무엇이 중요한지 안다
  • 경영의 재생
  • 일본 기업의 의사결정 원리
  • 미래경사원리
  • 성과주의의 허상

그는 자신이 속한 일본 경영학계를 비판한다. 일본 경영학계는 서양, 특히 미국 경영학자들의 주장을 맹목적으로 추종하고 있다는 것이다.

1970년대 이후 종신고용, 연공적 임금, 기업별 노동조합 등 일본을 발전시켰다고 칭송받아 온 '3종의 신기'는 1990년대 들어 다시 후진적 경영의 상징이 되었다.

그러나 노부오는 양심선언을 하고 무리에서 벗어났다. 그리고 홀로 미국식 성과주의에 대한 반대의 깃발을 높이 들어 올렸다.

성과주의는 과학적 근거가 없다.

자신의 신념과 주장에도 불구하고 일본의 영리조직과 비영리조직에 성과급이 점차 확산되자 노부오는 급기야 '성과주의의 허상'이라는 책을 저술하여 출판하였고, 이 책은 한동안 일본에서 베스트셀러 자리를 지켰다.

그는 왜 성과주의에 대해 그리 비판적인가? 그는 "경영학은 사이언스"라고 말한다. 과학적 근거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사람이 일을 하는 목적에 대해서 지난 100년 동안 많은 경영학자들이 과학적인 근거와 데이터에 기초해 어느 정도 대답을 내놓았으나 성과주의는 그러한 연구 결과와 부합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럼 노부오는 왜 성과급이 학문적 근거가 없다고 주장하는 것일까? 그는 성과급이 근거하는 핵심이론으로 빅터 브룸 VictorVroom 의 기대이론을 들고 있다. 그러나 노부오는 기대이론은 가설일 뿐 검증되지 못했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1964년에 나온 기대이론이 아직까지 검증되지 못한 이유는 그 가설이 검증 불가능한 것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는 브룸의 제자인 에드워드 데시 EdwardDeci 의 연구 결과를 성과급의 부당성에 대한 결정적인 근거로 제시한다. 데시는 내재적 동기부여 요인을 연구한 사람이다. 내재적으로 동기부여된 활동은 인센티브와 같은 외적 보상을 얻기 위한 수단으로 하는 활동이 아니다. 활동 자체가 목적이 되어 수행하는 활동이다. 노부오가 데시의 책에서 인용한 다음의 예화는 이 개념을 잘 설명해 준다.

  • 제1차 세계대전 후, 유태인에 대한 배척이 심했던 미국 남부의 어느 작은 마을에서 한 유태인이 번화가에 작은 양복점을 열었다. 그러자 누더기를 걸친 소년들이 가게 앞에 모여 "유태인이다! 유태인이다!"라고 그를 놀려대기 시작했다. 곤란해진 그는 꾀를 내어, 어느 날 소년들에게 "나를 유태인이라고 부르는 사람에게는 1다임(10센트 동전)을 주겠다."라고 말하고 소년들에게 동전을 나누어 주었다. 돈을 받고 기분이 좋아진 소년들은 다음날도 와서 "유태인이다! 유태인이다!"라고 외쳐대기 시작했다. 그러자 그는 "오늘은 1니켈(5센트 동전)밖에 줄 수 없다."라고 말하고 다시 소년들에게 동전을 나눠주었다. 그 다음날도 소년들이 와서 또 소리쳤는데 "이것이 최선이다."라고 말하고 이번에는 1페니(1센트 동전)를 나누어주었다. 그러자 소년들은 "뭐야, 그저께의 10분의1밖에 안되잖아..."라며 불만스러워 했다. 그리고 다시는 나타나지 않았다. -- 성과주의의 허상, pp43~44

이 예화는 엄청난 뜻을 담고 있다. 즉, 외재적 보상이 내재적 동기를 파괴하는 것이다.

  • 업적을 조건으로 하는 외적 보수는 확실히 개인의 동기부여에 영향을 준다는 의미에서 중요하기는 하다. 그러다 동시에 테일러의 차별적 성과급 제도나 성과주의와 같이 금전적 보수가 퍼포먼스와 연동되어 있으면 그 통제적 측면이 기능하여 일은 금전적 보수를 얻기 위한 수단으로 변해버린다. 즉, 외적 보수의 획득을 위해 일하게 되는 것이다. 결국 내재적 동기부여는 저하된다. 또한 돈을 위해 일을 한다는 것은 어느 일정기준까지만 하면 된다는 인식을 갖게 하여 최선을 다하지 않을 소지를 제공한다. 그리고 눈앞의 목표에만 집중하게 되어 주위와의 경쟁에서는 본질적으로 멀어진다. 이렇게 볼 때 이에 합치되는 성과주의는 배제되어야 할 제도라고 감히 말할 수 있다. 그중에서도 최악인 것은 성과주의가 일 그 자체의 재미나 즐거움을 앗아간다는 점이다. -- 성과주의의 허상, p182

일본식 경영시스템은 결코 후진적이지 않다

그는 "일본형 인사 시스템의 본질은 급여가 아니라 차기 일의 내용으로 보상하게 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 일본형 인사 시스템의 본질은 급여로 보상하는 시스템이 아니라 차기 일의 내용으로 보상하는 시스템이라는 것이다. 이것이 반복된다면 어떻게 될까? 일의 내용 자체에 가속적인 차이가 일어난다. 승진, 승격, 승급도 그 뒤를 따르고 그에 비례하여 점차 차이가 벌어진다. 이런 의미에서 일본형 인사 시스템은 연공서열이 아니라 '일본형 연공제'라고 표현하는 것이 적합하다고 할 수 있겠다. 생각해보라. 정말로 차이가 나지 않는다면 정년 전에 입사동기 중에서 사장이 나오는 일은 불가능하지 않을까? 선배를 앞지르지 않는 한 정년 전에 사장이 될 수는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회사에서 이런 경우를 쉽게 찾아볼 수 있으며 발탁인사라는 말도 흔히 사용되고 있다. -- 성과주의의 허상, p38

노부오는 연공제와 더불어 종신 커미트먼트 (lifetime commitment)를 추천하고 있다. 그는 종신 커미트먼트가 일본 기업들의 특징으로 알려진 '종신고용' 개념과는 다르다고 설명한다. 이 용어는 일본 기업의 경영에 대해 선구적인 연구를 한 아베글렌 JamesAbegglen 이 일본 기업의 특징을 설명하기 위해 만든 용어다. 경기나 수요의 변동에 따라 종업원을 해고, 또는 일시 해고하는 서구 기업과 달리 일본 기업들은 경기가 나쁘거나 수요가 감소해도 종업원을 해고, 또는 일시 해고하지 않는데, 아베글렌은 이러한 관행을 종신 커미트먼트로 정의했다.

그는 기업문화의 중요성, 그리고 미국 기업을 번영으로 이끈 근본이념이 '직원들이 생활에 대한 불안감을 느끼지 않고 사업의 성공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하는 환경의 조성'이었음을 밝히고 근본이념으로 돌아가라고 역설한 딜과 케네디의 말을 인용하면서 종신 커미트먼트의 중요성을 역설한다.

비전의 중요성

미래경사원리는 과거의 실적이나 현재의 손익보다는 다가올 미래의 부분을 선택하고 그 실현을 기대함으로써 현재의 어려움을 참고 견디며 앞으로 나아가는 의사결정의 원리다. 성과주의가 과거지향적인 데 반해 미래경사원리는 미래지향적이다. 미래경사원리는 '개미' 경영이 아닌 '베짱이' 경영이다. 급여 인상이나 주주에 대한 배당을 억제하고 우선 내부유보를 증가시켜 미래 확대투자를 위한 자금을 비축해두는 일본 기업의 전통적인 경영형태는 미래경사원리의 전형이다.

그는 이 연구에서 비전에 대한 응답과 조직 만족도, 이직 성향 간에 선형적인 관계가 있음을 확인했다.

  • 무엇보다 장기고용을 전제로 하는 일본 기업에서는 반드시 '지금' 만족해야 할 필요는 없으며, 미래의 비전만 세울 수 있다면 현재의 괴로움이나 고통은 참아낼 수 있다. 비전만 세울 수 있다면 현재의 일에 결코 만족하지 못하는 사람이라도 회사를 그만두거나 하지 않고 도전을 계속할 수 있는 것이다. -- 성과주의의 허상, pp202~203

미래경사원리가 적용되는 조직을 만들기 위해 경영자가 해야 할 일은 종신 커미트먼트, 그리고 비전의 제시다.

  • 경영자의 자세는 확신을 가지고 흔들리지 않는 것이다. 사원들에게 비전과 밝은 미래를 제시함으로써 엑설로드가 말한 대로 적들까지도 서로 협력하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확신을 가지고 흔들리지 않으며 지속적으로 비전을 제시했던 경영자만이 미래의 비중을 사원들의 손으로 체감하는 데 성공했고, 그것을 가능케 했다. 바로 미래를 남기는 일을 했던 것이다. -- 성과주의의 허상, p237

알피 콘의 주장

성과급 반대운동의 대부

그는 80년대 후반부터 이 문제를 공개적으로 지적했다. 그 결과 성과급의 문제를 지적하는 학자들의 글에는 모두 그의 이름이 나와 있다. 이런 점에서 그를 성과급 반대운동의 대부, 또는 원조라 부를 수도 있을 것 같다.

성과급에 대한 그의 주장은 HBR 1993년 9~10월호에 실린 '인센티브 제도는 왜 실패하는가? 책/Why Incentive Plans Cannot Work', 그리고 그가 쓴 자극적인 제목의 책 '상으로 처벌하라 Punished by Reword'에 잘 나와 있다.

행동주의는 인간에게 맞지 않는다

그는 상과 벌을 주어 사람들의 행동을 통제하는 것을 팝 행동주의 (pop behaviorism)라 부른다.

행동주의라고 하면 파블로프나 스키나가 연상된다. 그러나 콘에 의하면 행동주의는 1898년 에드워드 손다이크, 그리고 1912년 존 왓슨에 의해 체계화되었다고 한다.

행동주의의 핵심 원칙은 '이것을 하라. 그러면 저것을 얻을 것이다 Do this and you'll get that'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콘은 행동주의는 애완동물을 길들이는 데 적합할 뿐 인간에게 적합한 이론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그는 여러 학문적 실험 결과를 구체적으로 제시하여 보상이 인간의 행동을 통제할 수 없다는 사실을 증명하고자 했는데, 다음은 다이어트 실험에 관한 것이다.

  • 다이어트 프로그램이 기획되었다. 한 그룹에 속한 사람들에게 보상이 제공되었다. 한 주에 두 번 체중을 재고 정했던 기준 이상 체중이 줄었을 때 5달러를 지급했다. 그러나 다른 그룹에는 보상에 대한 약속이 없었고 사후에도 보상이 없었다. 프로그램 실시 초기에는 보상을 받는 그룹의 체중 감량이 빨랐다. 그러나 얼마 지나서부터 참가자들의 체중이 다시 늘어나기 시작했다. 반면, 보상이 약속되지 않은 그룹에 속한 사람들의 체중은 점점 줄어들었다. 실험이 끝나고 1년이 지난 후 그들은 다시 소집되었다. 보상받은 사람들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 간에는 아무 차이가 없었다. 흥미로운 사실은 보상을 받은 사람들의 출석률이 매우 낮았다는 것이다. -- Punished by Reward, pp39~40

금연에 관한 실험도 유사한 결과를 보여 주었다.

  • 1991년에 발표된 연구는 금연에 관한 대규모의 실험 결과를 보여 주었다. 금연을 원하는 사람들이 실험에 지원했다. 지원자들은 세 그룹으로 편성되었다. 첫 번째 그룹은 매주 금연이 확인되면 상이 주어졌다. 두 번째 그룹에는 시간이 지나도 금연 의욕이 떨어지지 않도록 전문가의 코칭이 제공되었다. 세 번째 그룹에는 아무것도 제공되지 않았다.
    시작 첫 주에 실패한 사람은 첫 번째 그룹이 제일 적었다. 그러나 3개월이 지날 때까지 금연을 제일 잘한 그룹은 두 번째 그룹이었다. 첫 번째 그룹에 속한 사람들은 꼴찌였다. 게다가 그들은 거짓말도 많이 했다. 금연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침을 검사했을 때 거짓말을 한 것으로 드러난 사람의 비율은 첫번째 그룹이 다른 그룹이 다른 그룹에 비해 2배나 높았다. -- Punished by Reward, p40

보상은 성과의 질을 떨어트린다

콘에 의하면 보상이 성과에 미치는 영향은 1961년 루이지 밀러 LouiseMiller 의 실험에서 드러났다고 한다.

  • 밀러는 9세 소년 72명을 대상으로 실험을 했다. 소년들은 한 사람씩 불려갔고 화면에 두 개의 얼굴이 잠깐 비추어졌다. 두 개의 얼굴은 간략하게 윤곽선을 그린 것으로 소년들은 두 개의 얼굴이 같은 사람의 것인지, 또는 서로 다른 사람의 것인지를 판정해야 했따. 밀러는 소년들을 두 그룹으로 나누어 한 그룹의 소년들에게는 답을 맞추면 돈을 준다고 알려주었다. 다른 그룹에게는 답을 맞추었는지, 또는 틀렸는지만을 알려준다고 말했다.
    밀러는 돈을 받기로 되어 있는 소년들이 더 좋은 성과를 낼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러나 뜻밖에도 성공하면 돈을 받기로 된 소년들이 더 많은 실수를 했다. 지급하는 돈의 액수를 1센트에서 50센트까지 달리해 보았지만 결과는 변함이 없었다. 인성검사를 실시한 후 성취 지향성이 높은 어린이들로 실험해 보았지만 역시 결과는 같았다. 밀러는 이런 결과에 당혹해 했다. 밀러와 지도교수는 "보상을 약속받은 그룹의 열등한 성과는 정말 예기치 못한 결과였다. 어떤 이론이나 경험적 증거도 이를 설명할 수 없다."고 적었다. -- Punished by Reward, p42

이러한 연구 결과들은 사람들에게 보상을 약속하는 것이 좋은 성과를 가져온다는 주장이 허구임을 확신하게 해 준다. 1986년에 시행된 테레사 아마빌 TeresaAmabile 의 실험은 보상이 창의적인 일에 미치는 효과를 잘 보여 준다.

  • 그녀는 창의성이 있는 젊은 작가들을 모았다. 그들을 두 그룹으로 나누어 한 그룹의 작가들에게는 5분 동안 자신이 쓴 작품이 가져다줄 보상(아마도 돈과 명예일 것이다)에 대해 생각해 보도록 했다. 그리고 시를 짓도록 했다. 다른 그룹은 그런 과정 없이 바로 시를 짓도록 했다. 5분 동안 보상을 생각하고 시를 쓴 그룹의 작가들이 쓴 시는 다른 그룹의 작가들이 쓴 시에 비해 창의성이 떨어졌다. 흥미로운 것은 그들이 쓴 시가 실험 이전에 그들이 썼던 시보다도 창의성이 떨어진다는 점이었다. -- Punished by Reward, pp.44~45

보상이 효과를 발휘하는 환경도 있다

콘은 지금도 보상이 효과를 발휘하는 환경이 있음을 알려준다. 그는 모튼 도이치 MortonDeutsch 의 연구를 인용하면서 "자신의 일로부터 소외되어 있는 사람에게는 보상이 효과를 발휘한다. 만일 누가 당신에게 바보같은 일이나 아주 단순한 일을 해 달라고 요청한다면 그 일의 외부에 존재하는 무언가가 있어야만 열심히 하게 될 것이다."라고 적었다. 예를 들어 당신이 많은 봉투를 통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을 때 보상이 약속된다면 일을 좀 더 빨리 끝낼 것이라는 것이다.

보상이 성과를 높이지 못하는 이유

그렇다면 왜 실험 결과들은 행동주의의 예측과 일치하지 않을까? 보상에 대한 기대가 왜 성과를 떨어뜨리는 것일까? 콘은 다음의 다섯 가지 이유를 제시하고 있다.

  1. 상이 바로 벌이다.
  2. 보상은 관계를 해친다.
  3. 보상은 이유를 묻지 않는다.
  4. 보상은 리스크를 회피하게 한다.
  5. 보상은 내재적 동기를 파괴한다.

먼저 '상은 처벌'이라는 주장에 대해 생각해 보자. 상과 벌은 인간의 바람직한 행동을 만들거나 그릇된 행동을 교정하는 방법으로 애용되어 왔다. 우리는 벌의 부정적인 효과에 대해서 잘 알고 있다. 결과에 따라 벌을 주게 되면 사람들은 벌에 대한 두려움을 갖게 되며 두려움은 다시 집중을 방해한다. 그 결과 우수한 결과를 만들지 못한다. 그래서 우리는 벌이라는 수단보다는 상이라는 수단을 쓰고자 한다. 그러나 콘은 상과 벌이 직선의 양극단에 있는 것이 아니라 동전의 양면에 불과하며 그 동전의 가치는 거의 없다고 말한다. 자신이 원하지 않는 것이 주어지면 그것이 바로 벌(1차적 벌)이다. 자신이 원하는 것이 눈앞에서 사라지는 것을 경험하는 것도 벌(2차적 벌)이다. 우리는 이를 두려워한다. 두려움은 우수한 성과를 내기 위한 감정과는 다르다. 상과 벌은 모두 인간의 행동을 통제하려는 수단이라는 점, 그리고 시간이 경과할수록 강도가 높아져야만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고 콘은 말한다.

다음으로 보상이 관계를 해친다는 주장에 대해 알아보자. 우수한 성과는 팀워크로 얻어진다. 동료들과 긍정적인 인간관계를 맺고 자원과 지식을 공유하며, 서로 격려하며 일할 때 높은 성과가 만들어진다. 그러나 통상 보상은 소수의 인원에 한정적으로 제공되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동료와 경쟁 관계에 놓이게 된다. 그 결과 팀워크가 손상된다. 또 경쟁의식은 세 가지 폐해를 가져온다. 첫째, 한정된 소수에 들어가야 한다는 강박감이 일에 집중하는 것을 방해하며, 둘째, 상위 그룹에 들어갈 가망성이 없는 사람들은 조직에서 부정적인 기능을 하게 되고, 셋째, 한정된 소수에 포함되는 것은 개인의 노력 여하가 아니라 타고난 재능이나 운이 결정한다는 관념을 강화한다. 또 인센티브 제도는 수직적 관계도 해친다. 상사와 부하가 서로 신뢰하고,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이 이루어지며, 상사의 지원이 필요할 때 자연스럽게 이를 요청하는 분위기에서 높은 성과가 나올 것은 명확하다. 그러나 상벌은 수직적인 관계를 강화한다. 어느 한쪽이 보상을 제공하거나 보상을 박탈하는 권력을 가져야 한다. 이런 관계에서는 문제의 은폐, 유능함의 과장, 아부가 발생할 수밖에 없고, 이런 풍토에서는 우수한 성과가 나오기 어렵다.

다음으로 보상은 이유를 묻지 않는다는 것에 대해 생각해 보자. 이 이슈는 앞서 제프리 페퍼가 성과급의 문제로 지적한 내용과 같다. 어린 자녀가 울고 있거나, 학생이 숙제를 해오지 않거나, 직원이 성과에 무관심할 때 이에 대처하는 방법은 크게 세 가지가 있다. 첫째는 왜 그런지 이유를 파악하고 원인을 제거하여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고, 둘째는 벌을 주겠다고 협박하는 것이며, 셋째는 상으로 유인하는 것이다. 둘째와 셋째의 방법은 상벌에 의존하는 방법으로 문제와 원인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오직 현상만 보고 이를 바꾸려 할 뿐, '왜?'라는 질문을 던지지 않는다. 이렇게 상과 벌은 응급조치만 취할 뿐,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 현상적으로 어떤 문제가 있으면 원인을 정확히 파악한 후 해결 방안을 연구하고 이를 실천할 때 해결되는 것이지 뇌물을 주거나 협박한느 것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콘의 주장을 거부하는 것은 불가능해 보인다.

네 번째 이유인 보상은 리스크를 회피하게 만든다는 주장에 주목해 보자. 한 꾸러미의 카드가 피실험자들에게 주어졌다. 카드에는 단어가 하나씩 쓰여져 있으며 카드는 모두 다른 색이다. 피실험자들은 두 그룹으로 나누어졌다. 한 그룹에는 '카드에 있는 모든 단어를 외우면 상을 주겠다'는 약속이 주어졌다. 반면 다른 그룹에는 그저 '카드에 있는 단어를 모두 외워 보라'는 지시만 주어졌다. 일정 시간이 경과한 후 이들을 불러 특정한 단어가 적혀 있는 카드의 색을 물었다. 보상을 약속받은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만큼 맞추지 못했다. 왜 그럴까? 이는 '학습할 의도 없이 학습하는 우발학습 incidental learning'에 대한 실험 결과다. 사람의 학습은 상당 부분 우발학습에 의해 이루어진다고 하는데, 위의 실험에서는 보상에 대한 약속이 우발학습을 방해한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보상이 약속되면 보상을 받는 데 꼭 필요한 것만 한다. 그 외의 것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 이는 대단히 효율이 높은 것처럼 보이지만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시야가 좁아져 잠재적인 학습의 기회를 놓치는 것도 문제지만 더 심각한 문제들이 있다. 학자들은 외적 보상에 매료되면 매료될수록 창의성이 사라진다는 것을 발견했다. 보상이 약속되면 사람들은 유연하고 혁신적인 방법으로 문제를 풀려고 하지 않았다. 새로운 원리나 규칙을 찾는 것에도 전혀 관심이 없었다. 오직 보상받을 확률이 높은 방법만 추구했다. 이들은 성공에도 관심이 없었다. 오직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조건을 확보하는 것만이 중요했다. 이런 상황에서는 예측 가능성, 단순성이 중요해진다. 콘은 어린이와 성인을 대상으로 한 10건 이상의 연구에서 보상에 대한 약속이 있을 때 피실험자들은 가장 쉬운 일을 선택하거나 도전적인 일을 회피한다는 것이 확인되었다고 주장한다.

보상이 성과를 높이지 못하는 마지막 이유는 내재적 동기에 대한 것이다. 이는 앞에서 다카하시 노부오가 성과주의의 핵심 문제로 지적한 바 있다. 콘도 이 문제를 매우 중요하게 다루고 있다. 앞의 네 가지 이유를 한 장(4장)에 모아 설명한 그는 이 마지막 이유를 설명하기 위해 다음 한 장(5장)을 할애했다. '천재는 노력하는 사람을 이길 수 없고 노력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을 이길 수 없다'는 말이 회자되고 있는데, 두 학자 모두 일의 '재미'를 파괴하는 외재적 보상의 폐해에 크게 주목하고 있는 것이다.

심리학자들은 동기를 외재적 동기와 내재적 동기로 구별했다. 내재적 동기는 일 자체를 목적으로 한다. 우리가 자발적으로 하는 모든 행동은 내재적 동기에 따른 것이다. 콘은 내재적 동기부여의 강점을 한 논문에서 인용했다.

  • 내재적으로 동기부여가 되어 있는 사람들은 성취동기가 높은 사람들처럼 행동한다. 그들은 도전할 만한 것을 물색하고, 혁신적 사고를 많이 하며, 장애물이 나타나도 쉽게 물러서지 않는다. -- Punished by Reward, p69

그러나 외재적 동기에 따르는 사람은 일 자체를 목적으로 하지 않는다. 보상을 얻기 위한 방편으로 일을 할 뿐이다. 보상이 사라지면 더 이상 일을 하지 않는다. 콘은 보상도 중요하다고 말한다. 우수한 결과를 내는 사람들도 보상이 주어지는 것을 기뻐하며 만일 더 좋은 보상이 주어진다면 더욱 기뻐할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그런 사람들은 일을 하는 목적이 돈을 벌기 위한 것이라고 말하지 않으며 자신이 하는 일을 사랑하고 때로는 일을 위해 자발적으로 시간외근무를 한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외재적 동기보다 내재적 동기에 의존할 때 우수한 성과를 낼 수 있음은 분명하다. 그렇다면 내재적 동기와 외재적 동기가 함께 발현된다면 더욱 높은 성취가 가능하지 않을까? 유감스럽게도 그렇지 못하다. 내재적 동기와 외재적 동기는 공존할 수 없다. 데시는 1971년 '이것을 하면 저것을 얻게 될 것이다'는 것이 '이것'을 싫어하게 만든다는 것을 학문적으로 발견했는데, 이는 앞의 노부오의 주장에서 이미 설명한 바 있다. 1973년 마크 레퍼 MarkLepper 도 '외재적 보상은 내재적 동기를 감소시킨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그들의 뒤를 이어 20년 동안 수행된 수십 건ㅇ늬 연구도 모두 같은 결론에 도달했고 콘은 밝혔다. 따라서 선택은 불가피하다. 그리고 외재적 동기보다는 내재적 동기를 선택하는 것이 올바른 길이다. 그러나 이것으로 끝내기에는 아직 궁금증이 남는다. 왜 외재적 보상은 내재적 동기를 파괴할까?

이에 대한 학자들의 해석은 다양하다. 콘은 이 중에서 두 가지 해석이 가장 눈에 뜨인다고 했다. 첫 번째는 무언가를 얻기 위한 조건으로 수행하는 것은 사람들이 덜 선호한다는 것이다. '이것'을 하면 '저것'을 주겠다는 것은 자동적으로 '이것'이 가치 없음을 암시한다. 그는 '이것'을 하면 '저것'을 주겠다는 것은 '이것'이 그 자체로는 즐길 수 있는 것이 아님을 말하는 것과 같다는 교육학자 닐 AlexanderS.Neil 의 말을 인용했다. 마크 레퍼는 1982년 '이것'과 '저것'을 바꾸어 실험을 했다. 그는 어린이들이 사인펜이나 크레용으로 그림을 그리는 것을 좋아한다는 사실에 착안해서 이 실험을 고안했다. 그는 어린이들을 두 그룹으로 나눴다. 한 그룹에는 사인펜을 나누어 주고 일정 시간 동안 사인펜으로 그림을 그리면 크레용을 주겠다는 약속을 했다. 또 한 그룹에는 크레용을 나누어 주고 일정 시간 동안 그림을 그리면 사인펜을 주겠다고 약속했다. 실험이 끝나고 2~3주 후 레퍼는 어린이들의 행동을 관찰하면서 어린이들이 '저것'을 더 가지고 노는 것을 발견했다. 실험 전, 어린이들은 사인펜이나 크레용 모두 좋아했지만 실험으로 조건화된 후에는 실험에 따라 선호도가 만들어진 것이다.

보상이 내재적 동기를 파괴하는 두 번째 이유는 보상은 통제에 근거하고 있으며 사람은 통제받기 싫어한다는 데 있다. 사람은 자신의 삶을 스스로 통제하기를 원한다. 즉, 자신이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 직접 선택하고자 한다. 이러한 자기결정감 sense of self-determination을 침해하는 일이 일어나면 그에 반항한다. 비를 들고 마당을 쓸려고 할 때 "마당을 쓸어라"는 지시를 받으면 빗자루를 내던지고 싶은 것이 바로 이것이다. 콘은 말한다.

  • 데시, 라이언, 그리고 그의 동료들은 조건적으로 주어지는 보상은 두 종류의 정보를 제공하는 기능을 수행한다고 주장했다. 첫째는 우리가 해야 할 과제가 무엇인지에 대한 정보이며, 둘째는 우리가 해야 할 행동은 통제된다는 (또는 통제하려는 시도가 있을 것이라는) 정보이다. 두 번째의 기능을 실감나게 인식하면 할수록 우리가 하는 것에 흥미를 잃을 가능성이 높다. 상을 받을 생각에 그림을 그리거나, 추천을 받기 위한 목적으로 보고서를 만들 때 우리는 그 일을 자발적으로 선택했다거나 자신이 주도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지 못한다. 대신 외부에 존재하는 보상이 우리의 행동을 '유인하고' 있음을 안다. 내재적 동기는 자기결정의 전형이다. 그러나 보상은 일반적으로 상당 부분 통제에 의존하고 있어 내재적 동기를 파괴할 수도 있다. -- Punished by Reward, pp78~79

2장. 성과급의 효능에 대한 음미

2장에서는 1장에서 소개한 학자들의 주장과 관련하여 성과주의를 지지하거나 반박하는 내용을 필자의 경험, 그리고 현실 세계에서 찾아보기로 한다.

프로 스포츠의 세계

이너게임의 원리

골웨이는 이러한 집중 상태가 되면 저절로 자세가 잡히고 올바른 플레이가 이루어진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는 이를 'InnerGame 의 원리'라고 불렀다.

이너게임은 배우지 않아도 테니스를 칠 수 있는 능력이 인간에게 있음을 증명한다.

이너게임의 핵심은 무엇을 할 때 생각이 일어나는 것을 막는 것이다. ... 불안, 두려움, 자기 비하 등의 생각이 항상 머리를 맴돈다. 이런 잡념이 집중을 방해하는 것을 막기 위한 마음 속 게임이 바로 InnerGame 이다. 이 눈에 보이지 않는 InnerGame 이 눈에 보이는 OuterGame 의 성과를 좌우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 퍼팅이 잘못되면 x만 달러가 날아간다'는 생각에 사로잡힌 프로선수는 이너게임에 실패한 것이며 이는 아우터 게임의 실패로 귀결된다. 이는 1장에서 세 명의 학자들이 주장한 바와 같이 눈앞에서 당근을 흔들어내며 높은 성과를 내도록 유인하는 것이 성과를 내기 어렵다는 또 다른 증거이기도 하다.

이러한 결론은 나를 혼란스럽게 했다. 프로 선수들이 돈을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 어불성설인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렇다. 돈은 그들에게 어떤 강력한 의미로 작용하고 있는 것임에 틀림없다. 그렇다면 그것은 어떻게 작용하고 있을까? 나는 이런 의문에 답하기 위해 내가 좋아하는 프로농구의 세계를 들여다보았다.

프로농구 선수들의 연봉 결정 요인

연봉의 협상 책임자는 구단 사무국장이며 감독이나 코치는 협상에 참여하지 않는다. 대부분의 구단들은 협상 시 KBL이 발표한 공헌도 순위를 이용한다. 구단이 자체적으로 선수들을 평가하고 그 결과를 KBL 공헌도와 더불어 협상에 반영하는 구단도 있으나 이는 일부 구단에 국한되어 있다.

그러나 공헌도 순위와 연봉 간에 일관성은 보이지 않는다. 왜 그런 것일까?

사실 공헌도 순위는 문제가 있다. 공헌도 순위는 팀 플레이를 위한 행동을 반영하지 못하고, 중요한 고비에서 분위기를 반전시켜 팀을 승리로 이끈 공헌을 반영하지 못하며, 접전 상황에서 기용된 벤치 멤버의 성과와 이미 승부가 결정된 상항에서 기용된 벤치 멤버의 성과를 구별해내지 못한다. 따라서 구단은 공헌도를 연봉 협상의 가장 중요한 자료로 인정하고 있으나 공헌도 순위에 따라 연봉을 결정하려 하지는 않는다. 이것이 연봉이 공헌도 순위와 일치하기 어려운 이유다.

그러나 공헌도와 연봉 간의 일관성이 부족한 가장 큰 이유는 연봉을 결정하는 요인이 성과(공헌도)가 아니라 능력이라는 데 있다. 선수들의 공헌도는 시즌에 따라 기복이 심할 수 있지만 능력은 안정적이며 공헌도에 비해 한결 기복이 적다. 따라서 선수들의 연봉은 공헌도와 관계 없이 결정되거나 공헌도에 따라 다소 조정되는데 이는 선수의 위상에 따라 차이가 난다.

주전 선수의 연봉 결정

결론적으로 말하면, 주전 선수들의 경우 연봉은 개인의 공헌도에 따라 등락하지 않는다. 그들은 공헌도가 아닌 '능력'에 상응하는 연봉을 원하며, 구단은 공헌도 하락을 이유로 연봉을 삭감함으로써 그들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어 경기에 악영향이 미치는 것을 두려워한다.

벤치 멤버의 연봉 결정

이처럼 백업 선수들의 경우에는 대체로 공헌도의 변화가 연봉에 반영되고 있다. 따라서 백업 선수들은 기회가 왔을 때 멋진 플레이로 공헌도 점수를 높이고 감독과 사무국장에게 강한 인상을 심어주고자 할 것이다. 하지만 이는 게임 집중력을 떨어뜨리고, 오히려 플레이를 망치게 할 것이다. 그러면 백업 선수들은 어떤 마음가짐으로 경기를 할까? 나는 선수를 직접 만나 물어보기로 했다.

나는 이중원 선수를 만나 우선 그가 지난달의 연봉 협상 결과에 만족하는지부터 물었다. 그는 주저하지 않고 "만족합니다"라고 답했다. 다시 합의된 연봉보다 더 높은 연봉을 요구하지는 않았냐고 물었다. 그는 웃으며 "주시는 대로 받는 거지요"라고 대답했다. 협상 과정이 궁금했지만 화제를 돈의 효과로 돌렸다. 벤치에 앉아 있다가 감독의 지시에 따라 코트에 들어서면 "멋진 플레이로 자신의 존재감을 알리고 높은 연봉을 받도록 하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느냐?"고 물었다. 그는 "감독님이 저를 내보내시는 이유는 나가서 수비 잘하고 궂은 일 맡아서 하고 리바운드 잘하라는 겁니다. 오직 그것만 생각하죠."라고 답했다. 그렇다면 체력 훈련이나 연습 경기를 할 때에는 어떤 생각을 하는지 물었다. 그러나 그의 입에서는 내가 기대한 단어가 나오지 않았다. 답답해진 나는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그러면 연봉을 생각할 때가 전혀 없다는 건가요?" 그는 "(서)장훈 형이나 (추)승균 형이 하는 것을 보면서 '아! 저렇게 해야 주전이 되고 연봉도 많이 받는구나!'하고 생각할 때가 몇 번 있었습니다."라고 토로했다. 그게 전부였다.

이처럼 연봉이 경기 수준과 연동되어 있는 벤치 멤버들도 돈을 잊고 산다. 그들은 성과를 내기 위한 준비를 할 때나 성과를 만들고 있을 때 돈을 생각하지 않는다. 경기를 할 때 그들을 지배하고 있는 것은 승리에 대한 열망, 지고 싶지 않다는 승부 근성, 그리고 자긍심이다. 이렇게 돈은 그들의 집중력을 해치지 못한다. 그러나 그들도 자신의 플레이에 상응하는 연봉을 받고자 한다. 만일 연봉이 그에 미치지 못하면 그들은 플레이에서 불만을 드러낸다. 구단은 이것을 잘 알고 있었다.

연봉 외의 인센티브

프로 스포츠의 세계에는 연봉 외에도 선수들을 더욱 열심히 뛰게 만드는, 그리고 팀 플레이에 몰입하게 만드는 어떤 인센티브 제도가 있을 법했기에 그것에 대해서도 조사했다. 인센티브 제도가 있었으나 유명무실했다. KBL은 한 구단이 시즌당 쓸 수 있는 인센티브 총액을 5천만원으로 제한하고 있었다. 인센티브 기능을 하기에는 너무 적은 액수다.

따라서 선수들을 플레이오프에 진출하게 만들고 결승에 오르게 만드는 것은 인센티브가 아니었다. 명예, 그리고 승리에 대한 열망이었다.

만족요인과 불만족요인

프로농구 세계를 조사하면서 나는 프레데릭 허츠버그 FrederickHerzberg 가 50년 전에 정립한 이론이 이 세계에 잘 적용되고 있다는 것을 여러 번에 걸쳐 확인할 수 있었다.

허츠버그는 조직 구성원을 만족시키는 요인과 불만족시키는 요인이 서로 다르다는 것을 발견하고 각각 만족요인, 불만족요인으로 정의했다. 만족요인은 성취감, 책임, 인정, 일의 재미 등이고 불만족요인은 임금, 지위, 인간관계, 근로환경 등이다. 그는 불만족요인을 해소하면 불만족이 줄어들거나 제로가 될 뿐이지 만족에는 영향을 주지 못하며 반대로 만족요인이 약해지면 만족이 줄어들거나 제로가 될 뿐 불만족을 만드는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허츠버그는 불만족요인을 해소하면 일시적으로 성과가 올라가지만 시간이 경과하면 성과는 다시 원래 상태로 돌아오기 때문에 불만족요인을 해소하는 것보다는 낮은 수준으로 유지하는 전략이 적절하다고 보았다. 만족요인을 극대화해서 성과를 높이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것이다.

세일즈의 세계

비즈니스 세계에서 돈의 약효를 제일 많이 인정하는 분야는 바로 세일즈다. 보험을 세일즈하는 사람들은 개인사업자다. 이들은 조직 외부에 존재하므로 지도와 지원, 통제의 끈이 약하다. 그러나 자동차 세일즈는 정규직이 수행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자동차 세일즈를 하는 사람들을 만나, 그들은 과연 돈에 의해 동기부여되고 있는지를 알아보았다.

현재자동차의 판매왕

그렇다면 그는 돈을 벌기 위해 자동차를 많이 팔고 있을까? 그는 "많이 판다고 해서 돈을 많이 버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많이 팔수록 손해가 납니다"라고 말한다. 왜 그럴까?

  • 차를 한 대 팔면 30만원 내지 50만원의 수당을 받는다는 것을 고객들은 다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깎아주고 서비스 품목을 제공하다 보면 남는게 없습니다. 다른 영업사원보다 인색하게 굴면서 차를 많이 팔 수 있겠습니까? 차를 파는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334법칙'이 있습니다. 10대를 팔면 3대에서는 손해가 나고, 3대는 수지 균형이 되고, 4대에서는 돈을 번다는 것이지요. 그렇게 벌어서 얼마나 벌겠습니까?

차를 팔아 남는 것이 없으면 영업사원은 어떻게 살까? 살 수 있는 경우도 살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 현대자동차 매장은 이원화되어 있다. 자동차 회사가 직영하는 매장과 딜러가 운영하는 매장으로 나뉜다. 직영매장의 직원들은 판매실적이 없어도 매월 기본급을 받고 또 연중 기본급의 800%를 보너스로 받는다. ... 그러나 딜러가 운영하는 매장의 영업사원들은 대부분 기본급이 없다. 그래서 판매실적이 없으면 한 푼도 받지 못한다. 최 차장은 직영매장에 근무하는 현대자동차의 정규직 사원이다. 그래서 현대자동차로부터 매월 기본급을 받는다. 그러나 차장의 기본급은 그리 높지 않다. 신입사원보다 고작 몇백 만원 더 높을 뿐이라고 한다.

만일 돈을 벌기 위해 자동차를 파는 것이 아니라면 그는 왜 자동차를 팔기 위해 하루 24시간, 1주일에 7일을 일하고 있을까? 그는 '재미'라고 했다. 또 '명예'라고 했다. 영업을 시작하던 초기에는 돈이 보였으나 어느 시점이 지나면서 돈은 잊혀졌다고 했다. 그는 사람들과 함께 어울려 사는 직업인 영업이 좋다고 했다. 그리고 '판매의 달인'이라는 명예를 소중히 받아들인다고 했다.

독일제 유명 브랜드 차를 파는 사람들

영업사원들에게는 아무런 비전이 없었다. 나이 마흔이 넘은 후에도 이 일을 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은 거의 없지만, 그들이 갈 수 있는 자리라고는 오직 영업소장 자리 하나 뿐이다. 내근직은 대리, 과장 등으로 승진하지만 그들에게는 승진도 없다. 결국 보험모집인과 다를 바 없다. 그러나 보험모집인에게서 발견할 수 있는 본사에 대한 충성심이나 장기적인 관계도 그들에게서는 찾을 수 없었다. 결국 영업사원들을 움직이게 하는 수단은 오직 돈밖에 없었지만 그것마저도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 회사는 프로를 키우지 못하고 있었다. 세일즈는 잠재 고객을 많이 확보하고 그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이 회사 영업사원들은 마흔 살이 되기 전에 회사를 떠나고 있었다. 고객들과 유지해온 네트워크는 그들이 자동차 세일즈에서 손을 떼면서 소멸된다. 또 회사는 그들과의 관계를 일시적인 관계로 가정하고 그들의 세일즈 능력에 투자하지 않고 있었다. 영업사원들에게는 학습도 코칭도 없었다. 그들은 회사의 가장 중요한 자산이 아니었다. 즉각 대체할 수 있는 부품에 불과했다.

회사는 잘 만들어진 판매수당 제도가 있음에도 왜 프로를 양성하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 사람들은 왜 스스로 프로가 되어 평생 동안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를 박차고 나가는 것일까? 혹시 알피 콘이 말하는 것처럼 '이것을 하면 저것을 주겠다'는 보상 약속이 '이것'을 싫어하게 만드는 것은 아닐까?

사무관리직의 세계

직원들은 직장에서 어떤 가치를 추구하는가?

컨설턴트들은 고객 회사에 근무하는 직원들의 욕구와 기대에 관심을 갖는다. 직원들이 가치 있어 하는 것,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과 실제로 직장에서 제공하는 것이 얼마나 일치하는가를 알아보기 위함이다. 이것이 일치할 때 직원들의 조직몰입도가 높아진다. 직원들의 욕구와 기대는 가치조사표를 이용해서 측정한다.

직급에 관계없이 '훌륭한 업무수행에 대해 충분한 인정을 받는 것'이 1위로 되어 있다. 그러나 2위부터는 대리 이하의 하위직급과 과장 이상의 상위직급이 다르다.

  • 하위직급에서는 '직무의 성공적인 완수', '안정된 직장', '상사로부터 공정한 감독과 평가를 받는 것'의 순으로 평가했다.
  • 상위직급에서는 '회사 내에서 성장하고 승진하는 것', '안정된 직장', '보다 나은 급여'의 순이었다.

하위직급에서 '보다 나은 급여'는 7위였다. 이러한 결과는 직원들이 처해 있는 상황을 반영한다. 과장 이상의 직급이 되면 자녀들의 교육비 지출이 늘어나면서 생활비가 증가한다. 승진을 통해 소득을 올리는 방법이 있지만 직급이 높을수록 승진에 대한 통제가 강화되기 때문에 승진은 결코 만만한 일이 아니다. 또 실직에 대한 두려움이 커지기 시작한다. 이렇게 과장 이상의 직원들에게는 생존에 대한 고민이 엿보인다. 그러한 고민 속에서도 인정 받고자 하는 욕구가 1위에 랭크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과장 이상의 직급에 있는 직원들에게 '우수한 성과를 지속적으로 올린다면 높은 급여, 빠른 승진, 고용보장이 약속된다'는 명제를 내세우는 것은 효과가 있을 것 같다. 그러나 이것이 성과급 제도의 타당성을 입증하는 것은 아니다. 성과급 제도를 운여하기 전에도 짜임새 있는 경영을 하는 회사에서는 이 원칙이 실행되었다.

직원들이 선호하는 일은 무엇인가?

직원들이 가장 선호하는 일은 '내 삶의 다른 중요한 활동(가족, 휴가, 종교 등)을 할 수 있는 시간을 많이 주는 일'이었다. 다음으로는 '단조롭지 않으며 다양한 활동을 필요로 하는 일'이었으며, 3위는 '독립적이며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이 많은 일'이었다. '소득 면에서나 고용 면에서 안정된 일'은 7위였다. 또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기회를 주는 일'은 9위였다.

조사에서 언제나 높은 위치에 있는 것은 '독립적이며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이 많은 일', 그리고 '좋은 동료와 함께 어울리며 팀 의식을 함께할 수 있는 일'이다. 이처럼 조직에는 좀 더 많은 급여를 받는 것을 다른 것들보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이들은 소수에 불과하다.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연봉제가 유행하는 현재의 환경에서도 돈이 아닌 다른 것을 더 선호한다고 대답한다. 만일 직장 생활을 하는 사람들이 급여에 대해서 그리 높은 가치를 부여하지 않는다면 그 급여를 가지고 동기부여하는 힘은 얼마나 강할 수 있을까? 조직의 성과가 유능한 사람들을 확보하고 그들이 열심히 일하는 데 달려 있다면 그들이 가장 선호하는 것을 제공해야 하지 않을까?

연봉제 도입보다 시급한 일

조직진단 컨설팅에서 우리가 하는 설문조사 중에 '성과를 높이기 위한 개선요인 조사'라는 것이 있다. 설문지에는 직원들이 보다 높은 성과를 올리기 위해 필요하다고 생각할 수 있는 리더십, 조직구조, 보상 등 10가지 요인이 제시되어 있다.

가장 중요한 해결과제는 '비전 제시, 신뢰관계 개선'으로 경영자의 리더십에 해당하는 것이었다. 다음으로는 '책임과 권한이 분명한 직무체계', '권한 위임, 직원 격려'가 뒤를 이었다. '성과급체계 도입 또는 개선'은 평점 6.4로 일곱 번째인 중하위에 속했다. 흥미로운 것은 이와 더불어 '성과에 따른 비물질적 보상', '업적 우수자 승진 우대' 등 보상과 관련된 것이 모두 하위에 속했다는 것이다.

이것은 매우 충격적인 결과다. 응답자들은 조직이 성과 향상을 위해 취해야 할 우선적 조치에 보상제도의 개편을 포함하지 않았는데 이는 인사전문가 그룹이나 비인사전문가 그룹 간에 차이가 없었다. 응답자들은 조직의 방향을 분명히 하고 직원들이 이를 받아들이도록 하며, 책임을 명확하게 하고, 권한을 부여하는 것이 조직 성과 향상을 위해 우선적으로 필요한 것으로 보았다. 그러나 기업들은 그동안 무엇을 우선하여 왔는가? 보상체계, 그리고 보상체계 운영에 필요한 성과평가 방법의 개선에 집중해 오지 않았는가?

3장. 대안의 탐색

이미 성과주의 문제를 인식하고 있는 경영자, 관리자, 전문가들이 많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간에 흔히 알려져 있는 성과주의 경영을 버리지 못하거나, 차마 버리자는 말을 못하고 있을 것이다.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책의 2부에서는 그릇된 성과주의 관행을 제거하는 응급조치에 대해 논의할 것이며 3부에서는 대안으로써 하나의 체계적인 경영 모델이 제시될 것이다.

이 장에서는 보상에 의한 동기부여를 거부하는 기업의 사례를 통해서 성과주의 이데올로기를 버리는 것에 대한 우려를 불식하고 진정한 성과주의로 나아가기 위한 용기를 얻어보기로 하자.

SAS Institute

HBR 1998년 5~6월호에 실린 제프리 페퍼의 글 (임금에 관한 6가지 잘못된 믿음)은 몇 개의 질문으로 시작된다. 다음은 그 질문 중의 하나다.

  • 경쟁이 극심한 소프트웨어 업종의 한 회사가 있다. 이 회사는 영업사원들에게 영업실적에 따른 수당을 지급하지 않는다. 공급이 부족한 유능한 프로그래머들을 유인하고 붙잡아두기 위해서 업계에 흔한 개인별 보너스도, 스톡옵션도, 집단 인센티브도 없다. 당신이라면 이 회사의 주식을 사겠는가?

SAS는 돈으로 성과를 유도하는 것이 관행이 된 미국 사회에서 돈이 아닌 무엇으로 성과를 유도하고 있을까? 설립자이자 CEO인 굿나이트 JamesGoodnight 사장의 철학이 그 이유를 설명해 줄 수 있을 것이다. "만약 직원들이 회사를 위해 많은 공헌을 한 것처럼 회사가 직원을 대우한다면, 그들은 정말 그렇게 되어간다." 이는 먼저 베푸는 것이다. 지극히 동양적이다. 기여한 만큼 주어야 한다는 관념을 숭상하는 서양의 전통을 생각하면 매우 이색적이다. 이런 창업이념에 따라 SAS는 행복한 직원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행복한 직원을 만드는 복리후생제도

복리후생제도는 유형과 무형으로 구분되며 대부분 직원 친화적으로 운영된다. 유형의 복리후생제도는 크게 세 가지 프로그램으로 나뉜다. 가족 중심 프로그램 Empoloyee Family Solutions, 사내 건강 센터 On-Site Health Care Centers 그리고 레크리에이션과 피트니스 Recreation and Fitness이다. ... 본사가 아닌 곳에 위치한 SAS 직원에게는 근처의 헬스 클럽 등록비용을 지원하고 있다.

무형의 복리후생제도 또한 셀 수 없이 많다. 그중 가장 유명한 것이 주 35시간 근무와 근무시간의 유연성이다. 긴 노동시간으로 유명한 업계 특성에도 불구하고 SAS는 항상 주35시간제를 준수한다. 또한 시작과 끝나는 시간을 직원의 선호도와 개인 사정에 맞출 수 있도록 한다.

이러한 복리후생제도는 직원들이 원하기 때문에 만들어진 것은 아니다. SAS는 각각의 제도를 실행하기 전에, 제도와 회사 문화의 적합성과 비용대비 효과를 철저하게 연구하고 검토한다. 달리 표현하면, 직원을 동기부여하고, 생산성에 지장을 주는 요인을 해결하며, 장기간에 걸쳐 직원을 효과적으로 유지시킬 수 있는 제도만 실행한다.

고용안정 정책과 성과배분

직원들을 매료시키는 것은 복리후생제도만이 아니다. 이 회사는 설립 후 지금까지 한 번도 구조조정을 한 적이 없다. 그래서 직원들은 SAS 문화를 훼손하거나 성과에 문제가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누구나 정년까지 근무한다는 비전을 가질 수 있다.

회사의 경영성과에 따른 성과배분도 이루어지고 있다. 바로 이익공유제도다. 그해의 회사 이익에 따라서 퇴직연금에 보너스 형식으로 불입된다. 배분 여부와 규모는 회사가 재량권을 갖는데 지금껏 해마다 연봉의 약 10%를 지급해 왔다. 이익공유제도는 직원들의 퇴직 후 인생 설계에 도움이 될 뿐 아니라 당장의 세금 혜택까지 누릴 수 있는 이득이다.

이러한 문화와 정책들은 직원들을 매료시키기에 충분하다. ... 그들은 행복한 직원이 고객을 만족시켜 이렇게 높은 갱신률을 만들고 그로써 매출을 신장시키고 있다고 생각한다. 한마디로 행복한 직원이 행복한 고객을 만든 것이다.

성과부진자의 해고

그러나 SAS의 성공에는 또 다른 숨은 비결이 있다. 성과 부진자를 개별적으로 해고하는 것이다.

SAS는 일정 수준의 이직률을 유지하려고 노력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직률은 무조건 낮다고 좋은 것이 아니며 장기적인 생산성 향상, 그리고 사업 실적의 향상 관점에서 적정하게 관리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 그는 "성과를 내지 못하는 사람은 해고한다."고 간단하게 말했다. 소송을 당할 수도 있지만 그것을 두려워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그러나 성과가 낮은 사람에게는 문제를 해결할 기회를 주며 80%의 사람들은 그때 문제를 해결한다고 했다. 남은 20%가 해고되는데 이들이 해고되는 것은 제3자가 보아도 타당하다고 말했다.

대개 인사부서는 해고를 기피한다. 피소되는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특히 문제가 되는 경우가 아니면 해결을 미루다가 구조조정의 기회가 생기면 그때 해고하는 방식을 선호한다. 그래서 대부분의 미국 기업에서 해고에 따른 이직률은 1%를 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고성과 조직에서는 2~5%에 이른다고 한다. 그러면 SAS는 성과가 낮은 사람을 어떻게 찾아낼까? 챔버스는 강제배분하는 방안도 검토한 적이 있으나 여전히 매니저에게 일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행복한 직원들을 만드는 복리후생이 SAS의 성공요인이라고 설명하는 사람도 있으나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조직에 몰입하여 자발적으로 조직의 전략적 목표에 도전하고 성취하는 직원들이 있는 반면, 행복에 겨워 빈둥거리는 직원들도 있다. 따라서 창조적 긴장감이 필요하다. 성과부진자에 대한 선별적인 해고가 바로 이 긴장감을 조성하는 것이다.

스벤스카 한델스 은행

철저한 분권화

이 은행은 "지점이 바로 은행이다 The branch is the bank"라고 말하면서 실제로 지점에 엄청난 권한을 준다. 본사나 지역본부는 지점을 통제하려고 하지 않는다. 연간 달성해야 할 수익목표나 이익목표도 없으며 전략 상품에 대한 판매목표도 없다. 그리고 예산제도도 없다.

이렇게 철저하게 분권화되어 있는 조직에서 본사의 역할은 무엇일까? 한델스 은행의 최고경영진들은 중장기적인 경영목표와 그 목표달성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만든닫. 그러나 목표는 단순하다. ROE 지표 뿐이다. 목표달성을 위한 가이드라인도 목표만큼이나 간단하다. 그 외에는 어떠한 목표도, 계획도 세우지 않는다.

성과의 명료성과 정보의 신속한 공유

일선 조직에 많은 권한을 주고 있지만 지점은 그러한 권한에 상응하는 책임을 수용한다. 지점의 성과를 평가하는 지표에는 '수익대비비용 비율'이란 지표가 있는데, 비용의 지출이나 투자에 따라 발생하는 감가상각비는 바로 이 지표에 영향을 준다. 은행은 11개의 지역본부로 본부리그를 편성했고 660개의 지점들로 지점리그를 편성했다. 그리고 몇 개의 지표를 이용해서 리그 순위를 매긴다. 지역본부는 자본수익률, 수익대비비용 비율의 지표를 적용한다. 지점은 수익대비비용 비율, 인당이익, 총이익의 지표를 적용한다. 리그 상위에 있다고 해서 어떤 보상을 받는 것은 아니며, 리그 하위에 있다고 해서 보상에서 불이익을 받는 것도 아니다. 지점리그보다는 지역리그 경쟁이 더욱 치열한데, 지역리그에서 우승한다고 해도 단지 우승컵이 수여될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리그 상위권에 있는 조직들은 상위권을 유지하려고 노력하며 리그 하위권에 있는 조직은 하위권을 탈피하기 위해 노력한다. 이처럼 리그성과표에서 중간 이상을 유지하려는 상호경쟁이 높은 성과로 이어진다.

한델스 은행은 절대적인 수치로 정의한 판매, 수익목표 벗이도 조직을 성과지향적으로 만들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 회사의 정보시스템은 매우 윤리적이다. 모든 정보와 실적은 있는 그대로 공개된다.

돈으로 성과를 유인하지 않는다

그들은 높은 임금이나 우수한 복리후생제도에 현혹되지 않고, 철저한 분권화가 이루어지고 있어 직원들이 마치 사업가처럼 일할 수 있는 한델스 은행의 근무 분위기에 끌린다.

한델스 은행에는 성과배분제도도 있다. 이 제도는 한델스 은행의 이익이 경쟁 은행들의 평균적인 이익 수준을 초과했을 때 초과분의 일부분을 직원에게 배분하는 이익공유제도로, 1973년에 도입되었다. 배분 시 지역이나 지점을 차별하지 않는다. 즉, 성과배분제도각 소속 지점이나 지역의 재무적 성과를 높이도록 직원들을 유인하는 제도가 아님을 분명히 하고 있다. 재미있는 것은 모든 은행 직원들에게 동일한 금액을 할당한다는 것이다. ... 시장자본주의 정신이 철저한 영미계 기업에서는 이런 경우를 본 적이 없으나 사회민주주의를 지향하는 유럽 대륙에서는 이렇게 임금수준과 무관하게 똑같이 나누는 관행도 꽤 있는 듯 하다. 성과배분 금액은 직원에게 현금으로 지급하지 않는다. 은행이 설립한 옥토고넨 재단에 펀드로 불입된다. 직원들은 퇴직시 재단으로부터 불입금과 투자 수익을 일시에 받는다.

이 은행의 분권화를 카피할 수 있는 '제도'로 보아서는 곤란하다. '경영 철학'으로 보아야 한다. 인간에 대한 깊은 신뢰와 존중이 없다면 한델스 은행 수준의 분권화는 불가능하다. 직원들에게 삶의 안정을 보장하는 것도 그들에 대한 존중의 결과다.

교세라

회사의 창업자이며 현재 명예회장으로 있는 이나모리 가즈오, 그리고 그가 창안하여 운영 중인 '아메바 경영'이 유명하다.

교토식 경영

1990년대 중반 이후 일본에서 꾸준히 우수한 성과를 내고 있는 기업들이 교토에 몰려 있는데, 이들 기업의 공통된 특성을 일컬어 '교토식 경영'이라고 부른다. 삼성경제연구소는 교토식 경영의 특징을 카리스마를 가진 오너, 현금 흐름과 무차입 경영, 기술을 기반으로 한 사업특화와 글로벌 시장 도전, 열린 수평적 분업 구조 등으로 설명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전통적인 일본식 경영보다 교토식 경영이 한국에 더 적합한 것으로 보이며 특히 중소기업들이 배울 점이 많다고 하였다. ... 교토식 경영의 특징에는 연공서열이 아닌 성과주의, 능력주의 인사제도도 들어 있으나, 교세라의 인사제도는 서구식 성과주의와는 거리가 멀다. 이나모리 명예회장은 서구식 성과주의는 사원들의 '물욕'에 직접적으로 호소하는 '매우 건조한 제도'이며 금전적 인센티브로 사원을 동기부여하려는 시도는 위험하다고 말한다. 또 그는 한 회사 안에서 사업부별 실적에 따라 지급되는 성과배분 제도의 폐해도 지적한다. 실적이 나쁜 사업부에 근무하는 직원의 입장에서 질투심이나 원망이 일어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그 제도는 장기적으로 조직을 황폐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 아메바 경영 중에서도 교세라 철학의 사고방식이 짙게 반영되어 있는 것이 보수제도이다. 교세라는 한 아메바가 아무리 시간당 채산을 높였다고 하더라도 거액의 승급이나 상여금으로 사람의 마음을 조종하는 보수제도를 취하지 않는다. 물론 업무실적은 평가되고 장기적으로 처우에 반영되지만 시간당 채산이 좋다고 해서 그만큼 승급되거나 상여금이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 그대신 아메바가 훌륭한 실적을 올리면 회사에 크게 기여했다는 이유로 서로 돕는 동료들끼리 칭찬과 감사라는 정신적 명예가 주어진다. -- 아메바 경영, p84

이나모리 가즈오 명예회장과 문화적 공동체

이나모리 명예회장은 사업을 시작할 때, 자신의 꿈이 실현되는 것 이상으로 사원들과 그 가족들의 생활을 지키고 그들의 행복을 지향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는 교세라의 사시를 경천애인으로, 경영이념을 '직원들의 행복 추구와 인류 사회의 발전에 공헌하는 회사'로 정했다. 그는 임직원 서로가 상대방을 위해 사랑하고 헌신하는 가족공동체와 같은 회사를 만들고자 했다. 이런 회사는 '사람들의 마음을 믿는 것', 즉 신뢰가 근본이라고 보았으며 이를 위해 회사의 실적을 투명하게 직원들과 공유했다. 그는 '사람으로서 무엇이 바른 길인가?'를 경영의 판단 기준으로 정하고 이를 실천하였는데, 이것이 그를 '윤리경영의 선구자'라는 칭송을 듣게 만들었다.

이런 창업자가 오너로서 오랫동안 경영을 했기 때문에 교세라의 임직원들에게는 그의 철학과 교세라의 기업이념이 철저히 내재되어 있다. 이나모리 명예회장의 뒤를 이어 경영을 책임지고 있는 이토 회장도 문화적 전통의 가치를 이해한다. 그는 "창업 이후 100년이 넘고 창업자가 사망해도 높은 실적을 내는 기업들의 공통점은 직원들이 얼마나 경영이념을 공유하고 있는가에 달려 있다."고 말한다. 그는 이나모리 명예회장의 퇴진에도 불구하고 교세라가 강력한 문화적 전통을 계승할 수 있도록 교세라의 경영이념을 정리한 '교세라 필로소피'를 수첩으로 만들어 모든 직원에게 배포했다.

아메바 경영

'아메바 경영'은 교세라가 개발한 경영방식이다. 아메바는 단세포의 원생동물로, 크기가 큰 것이라도 0.2mm에 불과하다. 아메바는 형태가 일정하지 않으며 환경 변화에 신속하게 적응하는 능력이 있는데, 교세라의 작은 사업부 조직이 이 아메바를 닮았다고 하여 아메바 조직이란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아메바 조직은 보통 7~8인으로 이루어지고 많아도 20명을 넘지 않는다. 현재 교세라에는 3천개가 넘는 아메바 조직이 있다고 한다. 아메바 경영은 성과 관리에 매우 유용한 경영 모형이다. 그 이유는 첫째, 아메바의 기능과 책임이 명확하게 정의되어 있다는 점, 둘째, 성과 기준이 명확하며 성과에 대한 피드백이 빠르고 정확하다는 점, 셋째, 아메바의 생존을 위한 활동권한이 주어져 있으며 그 활동은 팀워크에 입각하고 있다는 점, 그리고 유능한 경영자를 양성할 수 있다는 점이다.

먼저 기능과 책임의 명확성에 대해 알아보자. 이나모리 명예회장은 외주 가능한 단위를 아메바 조직의 편성 단위로 판단했다. 이는 아메바 조직이 어떤 아웃풋을 만들어야 하는지, 또 이 아웃풋을 만들기 위해 어떤 인풋이 필요한지 명확하게 정의되어 있음을 의미한다. 아메바는 후공정에 팔 수 있는 아웃풋을 만들어야 하며 그 과정에서 기준보다 높은 채산성을 확보해야 한다. 책임을 전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채산성을 확보하고, 또 높이기 위해서 아메바 간에 갈등이 일어나기도 하지만 공동체적인 기업문화와 신뢰가 갈등을 해소시킴으로써 아메바들은 다시 책임을 수용하게 된다.

두번째로, 성과 기준과 피드백에 대해 알아보자. 아메바 성과의 최종 지표는 시간당 채산성이다. 시간당 채산성에는 인건비를 제외한 모든 비용이 반영되어 있다. 따라서 시간당 채산성이 아메바의 시간당 인건비보다 높으면 아메바는 실제로 이익을 내게 된다. 리더는 아메바의 시간당 인건비를 알고 있기 때문에 이보다 높은 채산성 목표를 세우게 된다. 그러나 이것은 허용 가능한 최소의 성과다. 모든 아메바는 지속적으로 채산성을 높이도록 압력을 받는다. 따라서 매년 채산성 목표를 올려 잡아야 한다. 또 사장과 사업부장이 매년 수립하는 경영목표와 방침도 수용해야 한다. 예를 들어 2001년 11월 교세라의 거점인 가고시마 공장은 수율 100%라는 경이적인 실적을 올렸다. 연초에 니시구치 사장이 수율을 100%로 올려 원가 낭비를 없앤다는 방침을 정하였는데, 이를 아메바들이 수용하여 창의적인 노력을 한 결과였다. 수율 100%는 채산성을 높인다. 그런데 다음해의 채산성은 또 이보다 높게 책정되어야 한다. 성과에 대해 엄청난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성과에 대한 피드백이 없거나 늦으면 아메바는 상황에 빠르게 대응할 수 없다. 그러나 아메바의 성과는 빠르게, 그리고 투명하게 피드백된다. 매일 전일까지의 매출, 계정별 비용, 총비용, 이익, 그리고 시간당 채산성 실적을 볼 수 있다. 만일 월초에 추정한 예상 실적과 실제 실적 간의 갭이 예상되면 아메바는 즉각 대책 수립에 들어간다. 매출을 늘리고 비용을 줄이기 위한 아이디어를 찾는다. 가동률이 떨어지면 다른 아메바에 일손을 판매한다. 성과에 대한 객관적이고 빠른 피드백은 이처럼 순간적으로 대응하는 살아있는 조직을 만든다.

또 아메바 조직은 많은 권한을 갖고 있다. 미야 후로시 등이 1999년에 교세라의 아메바 경영제도를 연구하고 쓴 '아메바 경영'이란 책에서 그들은 아메바 경영을 '일본형 임파워먼트 모델'로 표현하기도 했다. 아메바는 자신들이 필요로 하는 인풋을 공급할 수 있는 아메바가 여러 개 있다면 조건이 가장 유리한 아메바로부터 그를 살 수 있다. 또 판매 조건이 가장 유리한 아메바에 자신들의 아메바로부터 그를 살 수 있다. 원칙적으로 외부에서 구매하고 외부에 판매하는 것도 허용된다고 한다. 인풋 비용을 낮추기 위해 원료나 소재를 변경하는 것도 허용된다.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작업 공정을 바꿀 수도 있다. 또 설비를 바꿀 수도 있다. 물론 감가상각비용을 부담해야 하지만 말이다. 이러한 개선 조치들은 물론 승인 절차를 거쳐야 하지만 책임을 수용하고 열정을 가진 사업가들의 뜻을 꺾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아메바 경영은 '전원참가경영'이라 불린다. 아메바를 구성하고 있는 모든 조직원들은 아메바의 공동운명체가 된다. 그들은 아메바의 매출, 비용, 수익, 채산성이 산출되는 관리회계 프로세스를 안다. 그리고 시간당 채산을 높이기 위한 방안을 찾기 위해 스스로 아메바의 주인이 되어 창의적인 노력을 한다. 아메바의 의사결정에도 참여한다. 미국에서 개발된 현장 팀제 모형은 팀 내 수평적 관계를 강조하지만 교세라는 아메바의 리더에게 강력한 리더십을 주문한다. 그러나 그 리더십은 독재형 리더십이 아니라 참여적 리더십이다.

마지막으로 아메바는 아주 좋은 경영관리자 양성 제도다. 아메바는 하나의 독립적인 사업체이기 때문에 리더나 구성원 모두 경영의 메커니즘을 경험한다. 이런 아메바가 3천개가 넘는다는 것은 그만큼 많은 관리자가 양성되고 있으며, 그중에서 가장 뛰어난 사람만이 경영자가 될 수 있음을 말해준다.

이나모리 명예회장이 구축한 공동체적 문화는 다른 기업이 넘보기 어려운 수준이지만 그것만으로는 높은 성과를 보장할 수 없다. 공동체적 문화의 기초 위에서 아메바 조직이라는 강력한 성과 관리의 툴이 운영됨으로써 높은 성과를 낼 수 있는 것이다. 또 아메바 경영은 공동체적 문화 없이는 성공할 수 없다. 아메바 간의 경쟁과 이기심을 억제하고 그들을 전사적인 이익으로 지향하게 하는 힘은 바로 강력한 기업문화에서 나온다. 교세라의 성장은 두 요소가 잘 조합된 결과다.

대림산업

대림산업의 임금제도

대림산업의 연봉은 기본연봉과 성과급으로 구성된다. 기본연봉은 직급에 따라 달라진다. 직급은 사원, 대리, 과장, 차장, 부장으로 구분된다. 차장과 부장은 직급이 같으면 기본연봉이 같다. 그러나 과장 이하는 직급별로 2개의 기본연봉이 있다. 신입사원으로 입사하면 하위의 기본연봉을 받는다. 그 후 일정 기간이 경과하면 자동으로 상위의 기본연봉으로 올라간다. 대리나 과장으로 승진한 후에도 동일하다. 이처럼 대림산업은 기본연봉에서 연공적인 요인을 폐지하거나 축소하였으며 성과요인을 반영하고 있지도 않다.

반면 성과급은 성과평가 결과를 반영한다. 성과급 제도는 성과배분 제도처럼 운영되고 있으나 성과급은 성과배분이라기보다는 급여의 성격이다. 직원들은 성과급이 300%(기본연봉의 3/12)로 정해져 있다고 인식하고 있다. 성과급에는 개인별 성과평가 점수가 반영된다. 개인별 성과평가 점수가 반영된다고 해서 성과급이 개인의 성과에 따라 결정된다고 생각하는 것은 성급한 판단이다. 개인 성과의 비중은 20%밖에 되지 않는다. 소속 본부와 팀의 성과가 각각 40%를 점유한다. 따라서 성과급 지급 비율은 집단 성과가 결정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개인별 성과급 제도를 도입하지 않은 이유

이 회사의 임금제도는 연봉제라는 용어를 쓰고 있으나 오히려 전통적인 임금제도에 가깝다. 성과를 임금에 반영하는 정도가 1980년대의 삼성그룹 수준과 비슷하다. 돈으로 높은 성과를 부여하는 기능은 실질적으로 전혀 없다고 보아도 된다. 차장과 부장은 동일 직급, 동일 기본 연봉이지만 과장 이하의 직원에게는 일정 기간이 경과하면 기본연봉을 수백만원씩 인상해 줌으로써 연ㄱ오적인 요인을 상당 부분 유지하고 있다. 이렇게 보면 대림산업의 임금제도는 여전히 1970~80년대의 틀을 유지하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이런 임금제도로 인해 조직의 역동성이 떨어지고 그로 인해 경쟁력은 낮아지고 있을까? 그렇지 않다. 이 회사의 경쟁력이 올라가고 있다는 증거도 찾기 어렵지만 이 회사의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증거를 찾기도 어렵다.

이 회사에서 급여관리를 담당하고 있는 Y대리도 돈의 효과에는 기대를 거의 하지 않고 있었다.

  • 2007년에 직원 의견조사를 햇는데 70~80%의 직원들이 5년 후에도 이 회사에 근무할 것이라고 응답했어요. 물론 봉급도 많이 받고 있습니다. 그러나 돈이 다는 아닙니다. 제가 2002년에 이 회사에 들어올 때는 봉급이 높지 않았어요. 그때도 직원들은 별 불만이 없었어요. 직원들에게 이 회사는 우리가 고향이나 집을 생각할 때 떠오르는 느낌, 그런 느낌을 주는 회사입니다. 회사의 안정성, 경영진에 대한 신뢰가 매우 강합니다. 대부분의 직원들은 '연봉 1천만원 더 줄테니 우리 회사로 오라'는 유혹에 넘어가지 않을겁니다.

성과주의 문화를 강화하는 힘의 원천

그렇다면 대림산업 직원들을 높은 성과에 도전하게 하고 이를 달성하게 하는 힘은 어디에 있을까? P상무는 승진을 들었다. "한번 승진하면 연봉이 1천만원 올라가는데 이보다 큰 동기부여 요인이 어디 있겠느냐"고 말했다. 그러나 승진 운영에는 연공적인 면이 많았으며 성과를 유도하는 힘은 약해 보였다. Y대리는 균형성과표(BSC)를 들었다. 대림산업은 2003년 BSC 제도를 도입했다. 도입하고 2년 동안은 전사 레벨에서만 운영하면서 제도의 타당성을 평가하고 운영의 노하우를 파악했다. 그리고 점차 사업부 레벨, 팀 레벨로 확대하였다. 개인으로까지 확대한 것은 2007년부터였다.

  • BSC가 적용되면서 팀과 개인이 책임져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어떤 성과를 내야 하는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어요. 교육을 받고 설문조사도 하지만 아무래도 상사와 마주보고 이야기하는 것이 큰 역할을 하는 것 같습니다. 목표를 세울 때, 분기별 성과검토를 할 때, 그리고 평가할 때 언제나 성과가 논의되잖아요. 아직도 잘 안되는 부분이 있지만 어쨌든 성과에 대한 의식을 크게 변화시켰다고 생각합니다.

2. 성과주의 관행의 혁신

1부에서는 개인 성과급으로 우수한 성과를 유인한다는 전략은 성공하지 못한다는 학문적 연구 결과에 대해 알아보았으며, 개인 성과급에 근거하지 않고도 훌륭한 성과주의 경영을 할 수 있음을 사례를 통해 알아보았다.

2부에서는 이러한 학문적 연구 결과에 근거하여 기존의 그릇된 성과주의 관행을 바로잡는 구체적인 방안에 대해 알아보기로 한다. 4장에서는 성과관리 관행의 혁신에 대해, 그리고 5, 6장에서는 인사관리 관행의 혁신에 대해 다룰 것이다.

4장. 성과관리 관행의 혁신

개인별 목표관리를 버린다

목표관리의 유래와 확산

목표관리제도는 1950년대 피터 드러커가 제안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제도는 1970년대에 한국에 도입되기 시작했는데 한국 기업들은 일본 기업들의 목표관리제도를 학습하고 응용했다.

외환위기를 겪으며 글로벌 스탠더드로써 미국식 경영이 조명을 받고 연봉제가 도입되면서 성과평가의 공정성을 확보하는 것이 핵심 이슈가 되었다. 개인의 성과를 평가하고 이를 급여에 반영하는 연봉제는 개인들이 성과평가 결과를 수용하는 것이 제도 운영의 성공요인이었지만 대체로 평가 결과를 인정하려 하지 않았다.

이는 여러 가지 요인들이 복합된 결과였지만 조직들은 단순히 목표관리제도로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다. 모든 직원들이 연초에 목표를 세우고 연말에 그 목표와 대비해서 업적을 평가한다면 직원들은 모두 그 결과를 수용할 것이라는 논리였다. 그에 따라 목표관리 또는 성과관리라는 이름으로 목표관리제도가 도입되었다. 직원들은 연간 목표를 세운 후 상사와 협의했으며 목표 달성을 위한 실행 방안을 작성하고 분기별로 진도를 보고했다. 상황이 달라지면 목표를 조정하고 당시 상사와 협의해야 했다. 상사는 설정된 목표를 점검하고 면담해야 했으며 분기별로 진도를 점검하고 보고서를 작성해야 했다. 그리고 반기 말과 연말에는 성과 수준을 평가해야 했다. 이렇게 목표관리제도의 운영에는 많은 노력과 시간이 투입되었다. 그러나 결과는 실망스러웠다.

평가 공정성에 대한 인식에는 별 변화가 없었지만 예기치 않은 부작용이 있었고 이로 인해 기회손실이 발생하게 되었다. 모럴해저드로 인한 것이었다. 목표달성도가 평가되고 이것이 임금에 반영됨으로써 직원들은 자신의 실적을 관리하고자 했다. 암암리에 목표 달성이 가능한 관리 항목만을 선택하거나 목표 수준을 낮춤으로써 리스크를 회피하려는 시도를 했고, 관리자도 이해관계가 같았기 때문에 그러한 행동을 묵인했다. 그 결과, 구성원들은 잠재적인 성과 수준보다 낮은 성과목표를 설정하고 그를 달성한 것으로 만족하게 되었고 조직은 보다 높은 성과를 얻을 수 있는 기회를 놓치게 되었다. 일찍이 품질관리의 대부인 에드워즈 데밍은 개인별 목표관리를 적극 반대했다. 그는 목표가 주어지고 강요되는 생산현장에서 벌어지는 많은 부정적인 결과들을 목격했다. 작업자들은 품질 향상에는 관심이 없고 오로지 목표 생산량만을 달성하는 것에 만족했다. 불량이 발생하면 숨기거나 쓰레기장에 버렸다. 이를 목격한 그는 목표관리가 조직 성과에 해가 된다고 역설했다.

목표관리의 부작용을 해소하기 위한 시스템적 접근 방법이 강구되었지만 어떤 해결책도 조직의 이익보다 개인의 이익을 먼저 생각하는 이기심을 이길 수 없었다. ... 나에게 요청을 한 그 그룹 관계사를 포함한 다른 어떤 대기업들에게도 성공모델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지 못했다. 바로 목표관리 모델 자체의 결함 때문이다.

목표관리의 한계

목표관리 모델의 결함은,

  1. 과학적 관리가 불가능하다는 점
  2. 직원의 에고를 강화한다는 점,
  3. 빠르게 변화하는 21세기 경영환경에 맞지 않는다는 점
  4. 낭비가 많다는 점이다

과학적 관리가 불가능하다는 것은 모든 직무에 대해 합리적인 성과 기준을 만들고 유지하는 것이 불가능함을 말한다. 회사의 경영은 주주, 경영자, 직원이 합의할 수 있는 기준을 만들 수 있다. EVA, ROE 등이 좋은 예다. 만일 이들 지표 면에서 업종 평균 수준의 실적을 내고 있다면 우수한 실적은 아니지만 나쁜 실적도 아니다. 그러나 업계 최고의 수준이라면, 특히 2위와의 차이가 크다면 아주 훌륭하게 경영한 것이다. 이것은 사업부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그러나 팀이나 개인의 경우에는 그렇지 않다. 회계팀의 예를 들어보자. 회계팀이 우수한 성과를 냈다고 객관적으로 인정할 수 있는 기준을 정의할 수 있을까? 예를 들어 전월 손익이 매월 15일에 나온다면 성과가 낮은 것인가? 만일 영업에서 매월 12일이나 되어야 전월 매출을 마감해준다고 해도 여전히 낮은 것인가? 만일 이것이 낮은 성과라면 언제쯤 결산이 끝나야 우수한 성과가 되는가? 외부 경쟁자와의 상대적인 위치로 성과 수준을 판별할 수 있는 전사 또는 사업부와는 달리 특정한 기능을 맡고 있는 조직은 성과를 외부와 대비해 평가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내부 조직 간의 경쟁으로 평가할 수는 없을까? 영업지점 등의 조직은 동일한 기능을 수행하는 조직들이 다수 있기 때문에 이들 조직 간의 상대적인 위치로 성과를 평가하는 것은 가능하다. 그러나 회계팀과 같이 그 기능을 수행하는 조직이 하나뿐이라면 내부에서도 비교할 대상이 없다. 팀의 우수 성과 기준을 정의하지 못한다면 팀원의 우수 성과 기준을 정의하는 것은 더욱 어렵다. 사실 팀과 개인의 우수 성과 기준은 정의되어야 한다 (뒤에서 이에 대해 다룰 것이다). 그러나 이를 정의하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한다고 해도 자로 잰 듯 명료한 기준을 얻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설사 그러한 기준을 얻었다고 해도 끝이 난 것이 아니다. 그 기준의 유효기간은 불과 1년이기 때문이다. 부서의 성과 수준, 다른 부문과의 관계, 업무 기술 등이 끊임없이 변화하므로 성과 기준은 계속 조정되어야 한다.

직원의 에고를 강화한다는 것은 목표설정, 그리고 달성도 평가에서 개인의 에고가 적용하고 모럴헤저드가 발생하는 것을 말한다. 난이도가 높은 관리 항목을 피하려는 노력, 목표 수준을 낮게 잡으려는 경향은 목표관리에서 흔히 발견된다. 어려운 목표를 세워 미달하는 상황을 가정해 보자. 상사가 가끔 팀 미팅에서 이를 언급할 것이다. 공식화된 분기별 진도 관리 면담에서는 상사가 좀 더 날카롭게 추궁할 것이다. 그리고 이를 만회하기 위한 대책을 제출하도록 요구할 것이다. 평가 기간이 종료될 때까지도 목표를 달성하기 못하면 평가 등급이 낮아져 급여, 성과배분, 승진 등에 있어 불이익을 받게 될 것이다. 이런 상황을 피하려고 노력하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 목표관리는 모럴해저드를 유도하고 있는 것이나 다를 바 없다. 1960년대부터 목표관리제도를 도입한 일본 기업들도 1990년대 성과주의 바람이 불기 전까지는 평가 결과를 급여 인상, 승진 등의 인사의사결정에 반영하지 않았는데 이는 모럴해저드를 예방하기 위한 것이었다.

또 목표관리는 불확실성이 높은 21세기 경영환경에 맞지 않는다. 통상 목표는 12월에서 1월에 세운다. 그리고 그것을 연말까지 유지한다. 그런데 자신이 어떤 일을 하고 그 일에서 어떤 성과를 낼 것인지를 1년 전에 미리 예측하고 무조건 그를 준수하는 것이 이 시대에 적절할까? 유가, 원자재 가격, 수급상황 등 경영계획의 근본적인 전제사항들이 크게 달라지면 경영계획은 무용지물에 가까워진다. 그러나 경영계획을 다시 세우는 것은 엄두가 나지 않는다. 결국 계획을 땜질하는 것으로 조정 작업을 끝내지만 이미 계획은 많이 뒤틀려 있다. 이제 이 계획은 조직이 환경의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는 것을 방해한다. 이 계획에 근거해서 수립되는 목표도 마찬가지다. 일단 목표가 설정되면 이를 바꾸는 것은 어렵다. 대개는 무조건 지키도록 요구한다. 제도상으로 목표를 조정해야 할 필요가 있을 때는 조정하도록 되어 있지만 실제로는 잘 허용되지 않는다. 바로 모럴해저드 때문이다. 고민과 협상 끝에 목표설정 작업을 완료하고 주관부서로부터 승인을 받았는데 이를 조정하려면 같은 과정이 다시 반복되어야 한다. 목표를 조정해달라고 요청하는 이유는 지금의 목표로는 평가 결과가 나쁠 것임을 알기 때문이다. 그 직원은 자신이 좋은 성과평가 점수를 받을 수 있도록 목표를 조정하고자 할 것이다. 그러나 그것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은 조직에도 바람직하지 않고 관리자로서의 자긍심도 손상된다. 그래서 관리자도 목표조정이 없는 것을 선호한다. 후니쯔의 성과관리 문제를 직접 경험한 조 시게유키는 다음과 같이 적고 있다.

  • 그렇지 않아도 변화가 심한 IT업계에서 6개월 후의 계획을 세우고 유지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설사 처음에 완벽한 목표를 세웠다고 해도 그것이 6개월 후에도 유효하다고 누가 장담할 수 있는가? 업계의 동향, 라이벌 기업의 움직임, 또 시장의 상황에 따라 목표는 변한다. 처음부터 확정된 목표를 세워버리면 이 움직임에 대응할 수 없다. 목표라는 것은 세우기 전과 후에 반드시 '차이'가 발생하는 법이다. -- 후지쯔 성과관리리포트, p55

마지막으로 목표관리는 비효율적이다. 이를 중단하면 이에 투입되는 엄청난 시간을 보다 생산적인 일에 투입할 수 있게 된다. 컨설팅 과정에서 만난 한 회사는 임시팀을 구성해서 개인 업적을 평가하고 있었다. 관리자의 온정적 평가를 불식하고 평가의 공정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이었다. 자신의 상사가 아닌 제3자들이 자신의 업적을 평가하기 때문에 직원들은 자신이 이룬 업적의 가치를 인정받기 위해 문서, 사진 등으로 업적 파일을 만들어 근거로 제출했다. 수백 명의 직원들이 제출한 그 많은 서류를 검토해서 업적을 평가하는 데는 보통 2~3개월이 걸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과평가의 공정성에 대한 직원들의 인식은 형편없었다. 이렇게 운영하는 회사는 드물 것이다. 어쨌든 목표관리는 많은 시간을 투입하게 만든다. 목표를 세우고 협상하는 시간, 실행계획을 작성하고 협의하는 시간, 분기나 반기별로 진도보고서를 작성하고 협의하는 시간, 업적평가를 위해 문서를 작성하고 면담하는 시간이 투입된다. 관리자도 이 제도를 제대로 운영하려면 많은 시간을 투입해야 한다. 그렇게 많은 시간을 투입해서 얻는 것은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은 해악이다. 그래서 개인 목표 관리를 버리라는 것이다.

목표가 없어도 고성과 조직이 될 수 있다

개인 뿐만 아니라 연간 경영목표도 세우지 않는 기업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제레미 호프와 로빈 프레이저는 'BB경영'에서 기업 차원의 경영목표도 버리라고 주장한다. 매출, 이익 등의 경영목표까지 버리고 기업을 경영할 수 있을까/ 조직의 구성원, 주주, 주식시장의 애널리스트들에게 경영목표를 제시하지도 못하는 경영자가 유능한 경영자로 인정받을 수 있을까? 그들은 판매, 투자, 비용의 모든 숫자가 들어 있는 예산제도를 버리라고 주장한다. 그리고 예산제도 없이 성공적으로 경영하고 있는 기업들의 사례를 보여준다.

성과 책임과 우수 성과를 정의한다

회계팀의 자산계정 담당자는 어떤 성과 책임을 지고 있는가? 그 담당자가 어떤 수준의 성과를 보였을 때 책임을 다하였다고 판단할 수 있을 까? 두 질문 모두, 또는 한 가지 질문에라도 대답할 수 없다면 오직 성취지향성이 높은 사람만이 우수한 성과를 낼 수 있을 뿐 보통 사람들은 우수한 성과를 낼 수 없을 것이다. 조직은 보통 사람들로 우수한 성과를 내야 하는 집단이다. 따라서 조직 구성원들이 '무엇을 해야 하는가', 그리고 '그것을 어느 정도까지 해야 하는가'를 인지하도록 하는 것은 조직 관리의 기초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기초가 잡혀 있는 조직은 드물다. 비영리조직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는 대체로 잘 정의되어 있지만 '그것을 어느 정도 해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거의 정의되어 있지 않다. 영리조직은 대체로 둘 다 부실하다. 따라서 조직의 성과관리는 이 기초를 갖추는 것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그리고 이 기초를 갖추는 일은 조직과 개인의 미션에 대한 인식에서부터 출발한다.

미션에 의한 관리 MTM (management by mission)

미션은 사명, 존재 이유, 본직적 책임을 말한다. 사람의 미션은 그 사람의 가치체계에 근거한다. 그러나 조직의 미션은 조직 자체가 아닌 조직의 이해관계자에 의해 만들어진다. 회사의 사명은 창업자, 또는 주주들이 만든다. 흔히 이윤 추구를 기업이 만들어진 목적, 즉 기업의 사명이라고 하는데 이는 주주의 관점에서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창업자들은 종종 이윤이 아닌 숭고한 가치를 내걸기도 햇다. 톰 피터스나 제임스 콜린스 등은 우수기업에 대한 연구에서 사회적인 기여를 기업의 1차적인 사명으로 하는 회사들이 우수한 경영을 하거나 기업 수명이 길다는 것을 밝혔다. '좋은 배를 만드는 것',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 것' 등이 그 예다. ... 기업의 사명은 부문, 부서, 개인의 사명에 영향을 준다. 그러나 기업의 사명이 없어도 하위조직과 직무담당자의 사명을 수립하는 데는 거의 문제가 없다. 기업 차원과 달리 하위조직 차원에서는 조직마다 고유한 기능과 책임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조직의 미션은 이해관계자들에 의해 정의된다는 점에서 미션을 만드는 일은 먼저 이해관계자들이 누구인가를 찾아보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교육담당자의 이해관계자는 교육생, 교육생의 상사, 경영자, 자신의 상사, 연수원 교육운영자, 강사 등 다양하다. 이해관계자들이 정의되면 각 이해관계자들이 자신에게 기대하는 것을 파악한다. 즉, 이해관계자의 니즈를 파악하는 것이다. 교육생은 자신이 필요로 하는 교육과정이 개설되고 자신이 그 과정에 참석할 수 있으며, 그 ㄱ육을 만족스러운 기분으로 받기를 원할 것이다. 교육생의 상사는 그 교육으로 인해 부서의 성과가 높아지기를 원하고 교육비용이 예산을 초과하지 않기를 바라며 일이 몰리지 않을 때 교육에 참석할 수 있기를 희망할 것이다. 경영진은 조직학습의 분위기를 만들고 인적자원의 수준을 높이되 비용대비 효과 면에서 우수하기를 바랄 것이다. 강사는 높은 강사비와 교육생의 만족을 원할 것이다. 이렇게 이해관계자의 니즈를 파악한 후 이것을 본질적인 면에서 통합하여 미션을 만든다.

개인의 미션을 만들기 전에 같은 이해관계자를 갖는 그룹, 즉 동일한 기능을 수행하는 조직 단위의 미션을 먼저 만드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 교육팀의 미션을 세운 후 리더십 교육담당자의 미션을 세우는 것이다. 그룹의 미션은 워크숍으로 진행하는 것이 좋다. 워크숍에는 4~6개 팀이 참여하도록 하고 경영지원부문, 영업부문, 제조부문, 개발부문이 골고루 참석하도록 한다. 그룹별로 브레인스토밍을 통해 이해관계자의 니즈를 찾아내고, 찾아낸 니즈의 본질적 의미까지 분석하여 발표하도록 한다. 다른 부문에서 참석한 사람들이 발표 결과에 대해 코멘트한다. 발표 후에는 그룹 미션을 만들어 다시 발표하게 한다. 그룹 미션이 만들어지면 개인 미션을 만드는 것은 훨씬 수월하다. 이미 이해관계자의 니즈가 정의되어 있고 자신의 미션이 근거할 그룹 미션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해관계자의 니즈를 고려하여 그룹보다 영역을 좁혀 개인 미션을 만들도록 한다.

성과 책임 영역과 우수 성과 기준

미션을 몇 개의 영역으로 세분한 것이 바로 성과 책임 영역이다. 예를 들어 영업활동을 시장조사, 수주, 납품, 수금, A/S 등으로 세분하는 것이다. 전통적인 직무기술서로 보면 직무를 1차적으로 세분한 것이 된다. 통상 직무기술서는 수행방법을 중심으로 기술되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자세히 기술하면 10장이 넘기도 한다. 그러나 성과 책임 영역은 1장 정도면 충분하며, 이것은 10개 이하의 영역, 그리고 영역에 대한 간략한 설명으로 구성된다.

성과 책임 영역이 만들어지면 영역별로 우수 성과 기준을 만든다. 우수 성과 기준을 찾아내는 것은 직무분석에서 가장 어려운 과정이다. 통상 양식을 나누어주고 양식에 맞추어 작성하도록 요구하는데, 쉽게 양식을 채우는 사람은 거의 없다. 우수 성과 기준을 생각하지 않고 습관적으로 일해 온 까닭이다. 사람들은 대개 다른 기업에서 작성한 문서를 샘플로 보여달라고 요청한다. 이때 샘플을 보여 주면 물에 빠진 사람이 지푸라기를 잡듯이 샘플에 의존한다. 직무명이 같거나 비슷하더라도 기업이 다르면 성과 책임 영역이나 영역별 내용, 우수 성과 기준이 다르지만 견강부회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다른 기업의 사례를 얻으려고 노력하지 않는 것이 좋다. 팀원들이 고민하고 토의해서 자신만의 성과 책임과 우수 성과 기준을 정의하도록 프로세스를 운영하는 것이 좋다. 처음으로 만들어낸 산출물의 품질 수준은 미흡할 것이다. 그러나 다른 팀에서 만들어진 것을 보여 주면 그것과 대비해서 자신들이 만든 것의 부족한 점을 인식하게 되고 부족한 점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게 된다. 시간은 걸리지만 결국 팀원들이 스스로 팀의 성과 책임 영역과 우수 성과 기준을 찾아낸다. 우수 성과 기준이 정의되면 팀, 또는 개인 성과를 이와 대비해 평가할 수 있다.

성과 책임 영역

개요

우수 성과 기준

채용

조직 정원 계획, 또는 각 부서의 충원 요구에 따라 신입, 또는 경력사원을 모집, 선발하는 것

* 조직문화를 준수하고 조직 적응 능력과 업무 수행 능력이 우수한 사람을 선발
* 충원 요구를 받고 2개월 이내에 충원을 완료
* 채용 비용을 인당 200만원 이내로 유지

위 표에는 우수 성과 기준으로 세 가지 요건이 제시되어 있다. 첫 번째 요건은 채용된 사람의 역량, 달리 표현하면 품질에 관한 것이다. 이러한 요건이 달성되었는지를 확인하려면 충원이 있었던 부서의 부서장들 모두 또는 그 가운데 몇 명을 무작위로 골라 해당 부서 입사자의 수준을 5점 척도로 평정하도록 해서 점수화하면 된다. 나머지 두 요건은 쉽게 달성 수준을 측정할 수 있다. 이처럼 우수 성과 기준은 평가에도 유용하지만 그것의 진정한 가치는 책임을 수행하는 사람에게 방향성을 제시해 주는 데 있다.

스트레치 목표를 세우게 하되 관리하지 않는다

목표 달성도를 평가하고 그 결과를 임금에 반영할 때 사람들이 도전적인 목표를 세울 가능성은 거의 없다. 그래서 개인의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하는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개인별 목표관리제도를 폐지하는 것이 성과를 높이기 위한 첫걸음이었다. 그러나 자발적인 목표는 있는 것이 좋다. 모든 구성원들이 도전적인 목표를 가슴에 담고 그것에 그것에 도전한다면 해당 조직의 성과는 뛰어날 수밖에 없다. 이때 핵심은 목표를 자발적으로 수립하도록 하는 것이다. 목표가 하달되어서는 안된다. 또 목표와 대비한 진도 관리도, 목표에 대비한 성과 평가도 없어야 한다. 즉 목표는 있되 관리하지 않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과연 직원들이 도전하려 할까? 만일 도전하려 한다면 그들을 도전하게 만드는 것은 무엇일까?

  1. 첫째는, 도전하고 성취하려는 내재적 동기이고,
  2. 둘째는, 멀리 희미하게 보이는 성공의 길이다.

도전적인 목표를 달성한 사람의 성과는 우수하게 평가될 것이다. 이는 그가 가진 '역량의 뛰어남'을 의미한다. 역량이 뛰어난 사람은 타인에 비해 승진이 빠를 것이다. 그리고 역량에 걸맞게 책임이 보다 높은 일이 주어질 것이다. 즉, 조직에서 성공을 거두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스트레치 목표는 무엇인가?

한째 LG전자에서는 '5%는 불가능해도 30%는 가능하다'는 말이 유행했다. 5%는 개선이다. 현재의 연장선상에 있다. 그러나 30%는 혁신이다. 불연속적인 변화를 의미한다. 30%를 높이려면 새로운 접근방법이 필요하다. 즉, 혁신적인 사고 없이는 이를 달성할 수 없다. ... 스트레치 목표란 '혁신을 가져오는 목표'를 말한다.

스트레치 목표는 수치로 표기하는 것이 좋다. 공장이나 영업, 그리고 구매부문에서는 수치화하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인사, 회계 등의 관리부문에서는 수치화의 장벽을 경험할 것이다. 그러나 모든 성과는 수치화할 수 있다는 신념을 가져야 한다. 피겨스케이팅의 예술성도 수치화하여 점수를 부여하지 않는가? 수치화가 쉬운 것도 있고 비용과 노력이 많이 드는 것도 있지만 신념을 갖고 방법을 찾으면 어떤 경우든 수치화가 가능하다.

전통적 목표관리에서는 스트레치 목표가 나올 수 없다. 리스크가 크기 때문이다. 그러나 목표가 관리되지 않고, 실패해도 불이익을 받지 않는 환경에서는 스트레치 목표를 세우는 사람이 나올 것이다. 스스로 자신의 잠재력에 도전하고 성취감을 맛보려는 성취지향성이 높은 사람들이 앞장설 것이다. 이들은 관성에 빠져 있는 사람들, 즉 이제까지 일해온 것처럼 앞으로도 일하려는 사람들에게 자극을 줄 것이다. 그래서 점차 많은 직원들이 스트레치 성과에 도전하게 될 것이다. 이제 1년에 한 번은 스트레치 목표를 생각하게 하는 창의적인 환경을 만들어 보자. 관리되지 않는 목표라는 말에 반신반의하던 직원들이 많이 있겠지만 진실을 밝힘으로써 직원들에게 신뢰를 받아보자.

스트레치 목표는 팀 단위로 세운다

토요타와 혼다의 목표관리제도를 보면 개인별로 2~3개의 목표를 설정하도록 되어 있는데 2~3개 목표로는 한 직원이 책임지고 있는 모든 영역을 포괄할 수 없다. 이 회사들은 이를 중점 테마제도, 또는 챌린지 목표라고 부른다. 목표는 상사의 목표와 연계해서 세우도록 되어 있다. 그러나 상사의 목표와 자기업무 간에 연계성이 없다면 자율적으로 목표를 세울 수 있다. 그들처럼 개인별로 2~3개의 챌린지 목표를 설정하게 하는 방법도 있다. 그러나 스트레치 목표는 한 사람이 1년에 2~3개씩 도전할 수 있는 수준의 것이 아니다. 그것은 여러 사람들이 아이디어를 모으고 힘을 합칠 때 달성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스트레치 목표는 개인이 아닌 팀의 목표로 하는 것이 좋다. 스트레치 목표를 중심으로 팀 의식을 강화하고 공동체적인 분위기를 만들도록 한다. 성과의 기본 단위를 팀으로 하는 것이 바람직한 이유는 9장에서 좀 더 상세하게 설명할 것이다.

팀의 스트레치 목표는 팀원들이 함께 모여 수립한다. 스트레치 목표의 수립을 위해 12월이나 1월 중 팀원 워크숍을 갖는다. 워크숍은 1박 2일이면 충분하며 워크숍을 갖기 전에 준비모임을 한두 번 갖는다. 준비 모임은 환경을 분석하고 문제를 공유하기 위한 것이다. 개선활동에 대한 논의는 워크숍에서 하면 된다. 마가렛 위틀리 MagaretWheatley 는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고 이를 집단이 공유하면 그에 대한 해결책이 나온다는 것을 자연 세계에서 발견했다. 고객의 니즈, 경쟁사의 전략, 제품 등은 계속 변화한다. 그러나 시장만 변화하는 것이 아니다. 새로운 경영기술과 방법론도 끊임없이 개발되고 있다. 따라서 팀원들 중 누군가는 바깥 세상에 귀를 기울이고 있어야 한다. 그리고 유용한 도구나 콘셉트가 발견되면 이를 이용해 팀의 업무를 혁신하는 것을 고려해 보아야 한다. 이때 벤치마킹은 좋은 도구다. 미국의 경영자들은 새로운 경영도구가 개발되면 용감하게 그 도구의 도입을 추진하는 경향이 있으나 한국 기업의 경영자들은 다른 기업의 사례를 확인하고 유용성을 확인한 후에 도입하는, 좀 더 신중한 태도를 보인다. 따라서 특정한 경영도구의 운영에서 앞서 있다고 생각하는 기업의 사례를 조사하고 유용성을 확인한 후 경영진에게 도입을 건의하는 것이 적절한 순서다.

새로운 제도의 도입만이 능사가 아니다. 도입한 제도가 제대로 기능을 발휘하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 예를 들어 새로운 성과관리 제도를 도입했다면 그 제도가 당초의 기대와 목표를 달성하고 있는지를 평가하고 제도를 혁신하거나 대안을 개발하는 과제를 설정한다. 조직의 다른 부문에 유형적인 것이나 무형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조직은 내부 고객의 목소리를 들어보고 이를 공유하는 것이 좋다. 포커스 그룹과의 인터뷰나 간략한 설문조사로 내부 고객의 의견을 파악하고 그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생각해본다.

팀이 처해 있는 상황과 문제를 공유하고 일주일쯤 경과한 후에 워크숍을 갖는다. 워크숍은 창의적인 환경에서 진행되어야 한다. 비공식적인 편안함, 상대 의견이 나올 때까지 참을 수 있는 여유, 상대방에 대한 존중이 필요하다. 이 자리에서 다시 한번 팀이 처해 있는 상황을 정리하고 개선을 위한 아이디어를 모은다. 모아진 아이디어 중에서 임팩트가 크고, 현실성이 있는 아이디어를 몇 개 택해 팀의 핵심과제로 선택한다. 5~6명 정도의 팀이라면 2개 정도, 10명 정도의 팀이라면 3개 정도를 선택한다. 팀의 특성이 다른 몇 개의 파트로 구성되어 있다면 파트별로 하나씩 선정하는 것도 좋다. 하나의 과제를 2~4명이 수행하도록 소그룹을 편성하고 리더를 결정한다.

과제가 선정되면 과제명, 선정 이유, 달성하고자 하는 수준, 달성을 위한 전략, 역할 분담, 일정에 대해 논의한다. 워크숍에서 돌아온 즉시 이를 문서로 만들어 모든 팀원들과 공유한다. 과제는 소그룹원들이 추진하지만 소그룹의 경계가 강하지 않도록 한다. 소그룹의 계획, 진행상황을 팀원들과 공유하고 그에 대해 피드백을 받으며 좋은 아이디어를 얻도록 한다.

스트레치 목표는 관리하지 않는다

개인이 도전적인 목표를 세우고 성취하는 즐거움에 빠지도록 하려면 스스로 그런 목표를 세우고 관리하도록 해야 한다. 인간은 기본적으로 일하기 싫어하기 때문에 통제해야 한다는 X이론적인 관점으로 구성원들을 본다면 이들을 신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인간은 자발적으로 일하려는 의지를 가지고 있고 분위기만 만들어지면 스스로 즐겁게 일한다는 Y이론적인 철학을 가지고 있을 때 구성원들을 신뢰할 수 있다. 이런 신뢰하에서 직원들을 보상에 대한 기대 없이 순수하게 일에 몰입할 수 있다.

팀장은 스트레치 목표를 상사에게 보고하거나 승인받을 필요가 없다. CEO나 사업부장은 팀의 스트레치 목표를 관리할 책임도 권한도 갖고 있지 않다. 그러나 팀이 스트레치 목표를 세웠는지, 그리고 그것이 어떤 것인지를 상사가 아는 것은 팀장이나 상사 모두에게 유용할 수 있다. 팀의 스트레치 목표가 조직의 전략적 방향과 일치하는가를 확인할 수 있고 상사에게 필요한 자원을 지원받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스트레치 성과를 만들었으나 성과의 전략적 가치가 낮다면 성취의 가치를 충분히 인정받기 어려울 것이다. 따라서 공식적이든, 비공식적이든 상사와의 커뮤니케이션 과정이 있는 것이 좋을 것이다. 그러나 이 프로세스는 조직의 전략적 방향성과 일치하는지를 확인받기 위한 협의 정도로 그쳐야지 상사와 자신의 권력과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상사는 커뮤니케이션을 끝내면 스트레치 목표를 잊고 완전히 팀에 맡기도록 한다. 목표 달성을 점검하거나 평가하면 스트레치 목표는 사라진다. 프랑스의 그룹 뵐 GroupeBull 은 이러너 스트레치 목표제도를 운영하고 있는데, 이 회사의 장 마리 데카팡트리 사장은 "목표를 세우는 즉시 관리자는 그 사실을 잊어야 한다."고 말한다. 관리되지 않는 목표가 무슨 도움이 될 것인가 하고 의심할 수도 있다. 이런 독자에게는 'BB경영' 일독을 권한다.

목표와 전략을 연계시킨다

팀, 개인의 목표는 전략과 연계되어야 한다. 예전에 방침관리라는 제도가 있었다. 사장이 경영방침을 만들면 본부장이 사장방침을 실현하기 위한 본부장방침을 만들었다. 이를 방침의 전개로 했다. 방침은 사장-본부장-공장장-부장을 거쳐 과장까지 전개되었다. 사장의 경영방침이 과장까지 전개되면 그 양이 대단했다. 참으로 대단한 작업이었따. 이 작업은 TQC 운동의 일환이었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품질관리의 대부인 EdwardsDeming은 목표관리를 거부했다. 방침관리는 최고경영진의 경영방침을 모든 조직원들에게 알리고 그에 정렬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것이 있기 때문에 목표관리제도가 없어도 조직은 일사불란하게 움직일 수 있다. 한국에서는 방침관리가 사라졌다. 경영도구라기보다는 품질관리도구로 인정받았기 때문에 그 도구를 후원하는 힘이 부족했다. 그러나 일본에서 나온 책을 보면 많은 일본 기업들은 여전히 방침관리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경영방침의 전개

방침관리는 사라졌지만 한국의 기업들은 매년 대표이사 경영방침을 세운다. 차년도 경영계획을 세우기 전에 이를 만들어 하위조직의 경영계획 수립에 반영하도록 요구한다. 그러나 대개는 피상적으로 전개된다. 예를 들어 대표이사가 '신기술 개발'이란 방침을 세웠다고 하자. 이 방침을 놓고 고민하는 조직은 기술개발 프로젝트를 직접적으로 수행하는 조직, 즉 연구소나 기술팀이다. 인사, 회계, 마케팅 등의 부서들은 그 방침이 자신들과 관련된 것이 아니라고 생까한다. 그러나 기술개발은 인사, 회계부서도 관련이 있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인사부서는 기술개발과 관련된 인력 확보와 기술 인력에 대한 인사상의 처우를 검토할 수도 있으며 회계부서는 기술개발에 소요되는 자금 조달이나 기술개발의 사업성 검토와 관련된 활동을 수행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는 부서의 재량이다. 대표이사의 경영방침을 각 부서가 반드시 전개하도록 요구하고 관리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기능은 거의 없다. 그래서 대표이사의 경영방침은 대개 전사적으로 전개되지 않으며, 그 결과 구성원의 행동을 전략적으로 지향시키는 역할을 수행하지 못한다.

경영방침은 기업이 처한 전략적 상황을 반영하고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핵심 이슈로 구성된다. 리더의 가장 중요한 역할이 방향을 제시하는 것임에 비추어 볼 때 CEO는 핵심 이슈로써 경영방침을 구성해야 하며, 모든 조직과 구성원이 합심하여 이 경영방침을 달성할 수 있도록 경영방침의 전개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목표관리는 그러한 기능을 잘 수행하지 못했다. 그 결과 경영방침은 사장실, 회의실의 장식품으로 전락했으며 이는 다시 경영방침에 대한 대표이사의 관심을 더욱 낮췄다. 다행히 조직과 구성원을 조직의 전략에 정렬시키는 경영도구가 개발되었다. 바로 균형성과표다.

균형성과표 BSC (Balanced ScoreCard)

균형성과표BalancedScoreCard는 목표관리 기능을 강화시켰다. BalancedScoreCard라는 경영도구가 알려지기 전까지 목표관리를 직원에게만 적용하는 기업들이 많이 있었다. 목표관리제도를 인사시스템의 서브시스템으로 인식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BalancedScoreCard가 확산되면서 자연스럽게 목표관리의 상부에 BalancedScoreCard가 위치하게 되었고, 이것은 개인목표를 조직목표에 정렬시키는 도구로 쓰이기 시작했다.

BalancedScoreCard와 목표관리 간의 관계에 대해 잘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BalancedScoreCard란 개념은 캐플런 RobertKaplan과 노튼 DavidNorton이 1993년 HBR에 글을 발표하면서 비로소 세간에 알려지게 되었다. 그들은 재무적인 수치만으로는 기업의 가치를 평가할 수 없는 시대가 되었기 때문에 기업을 경영하는 경영자는 재무적인 수치 외에 다른 요인들을 관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고객, 프로세스, 성장과 학습, 이 세 가지 관점을 재무적 관점의 관리지표에 추가하도록 제안했다. 그 결과 BalancedScoreCard는 4관점의 지표가 균형적으로 포함되어 있으며 지표별로 목표수준이 정의되어 있다. BalancedScoreCard가 나오기 전에는 한국 기업의 경영목표도 미국 기업처럼 매출과 이익이라는 재무적 수치에 편중되어 있었다. 그러나 BalancedScoreCard를 도입하면서 경영목표가 재무지표 일변도에서 4관점의 균형을 추구하는 것으로 진화되었다. 이처럼 BalancedScoreCard의 목표가 경영관리의 기준이 되었다. 요컨대, BalancedScoreCard가 바로 목표관리제도의 목표시트인 것이다. BalancedScoreCard와 목표관리제도가 서로 다르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이 있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다.

그러나 BalancedScoreCard가 목표관리제도와 다른 점도 있다. BalancedScoreCard는 점차 전략적 툴로 발전했다. 조직은 비전, 중장기 경영목표, 그리고 전략을 세운다. 캐플런과 노튼은 BalancedScoreCard가 전략수행을 관리하는 도구로써 사용될 수 있음을 알았고, 이를 위한 방법론을 계속 개발하였다. 그래서 이제는 중장기 목표 달성을 위한 전략수행을 관리하는 도구로 자리매김되었다. 통상적인 목표관리제도가 1년이라는 관점을 유지하는 데 비해 BalancedScoreCard는 3년 이상의 관점을 유지한다. 그러나 이 역시 목표이기 때문에 목표관리를 광의의 개념으로 해석한다면 BalancedScoreCard는 목표관리의 범위 내에 있다고 볼 수 있다.

BalancedScoreCard의 4관점, 즉 재무, 고객, 프로세스, 성장과 학습 관점은 하나의 독립적인 사업조직이 성과와 성과동인 간의 균형, 단기와 장기간의 균형을 추구할 수 있도록 해 준다. 그래서 사업부와 그 상부조직에 적합하다. 그러나 사업부의 하위조직에는 적합하지 않다. 즉, 사업부의 하위조직인 각 팀들이 저마다 고유한 균형성과표를 만들도록 하는 것은 적합하지 않다. 모든 팀은 자신이 담당하는 고유의 성과 책임 영역이 있으며, 성과 책임 영역의 성과에 대해서만 책임을 져야 한다. 그것이 1차적인 책임이다. 물론 한 사업부의 성과는 그 사업부에 속한 모든 팀의 협동에 의해 만들어지기 때문에 팀은 공동체 일원으로서의 책임, 즉 2차적인 책임이 있다. 그렇다고 해서 이 2차적인 책임을 팀 목표로 하는 조직은 없을 것이다. 이렇게 되면 사업부에 있는 모든 팀의 성과목표는 사업부의 목표와 같아지는 모순에 빠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팀의 성과 책임은 팀의 1차적인 책임 영역에 한정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영업은 재무와 고객 관점의 목표가 적절하지만 생산기술팀은 프로세스 관점이 적절하다. 정리하자면 전사, 사업본부, 사업부까지는 BalancedScoreCard로 목표를 관리한다. 그러나 팀은 BalancedScoreCard를 만들지 않는다. 팀은 상부조직의 BalancedScoreCard에 나온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실행계획을 수립하고 이를 관리한다.

팀 목표와 상위조직 목표의 연계

팀에는 두 가지 목표가 있다.

첫째는 전략적 목표로써 상위조직의 BalancedScoreCard 목표달성을 위한 실행목표다. 상위조직의 목표가 수립되면 팀은 자신과 관련 있는 상위 목표를 찾고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실행 계획을 수립한다. 이 실행계획이 실행되면 상위 목표가 달성될 수 있어야 함은 물론이다. 이 목표는 관리된다. 분기별로 계획대비 실적이 보고되고, 미달된 경우에는 대책을 수립한다.

팀의 두 번째 목표는 팀의 성과 책임 영역에서 우수한 성과를 내는 것이다. 이 목표는 대부분 운영적 차원의 것으로 전략적인 연계성은 거의 없다. 예를 들어 회계팀의 경우 월 결산, 세금 및 공과금 관리, 분기, 반기, 연 결산, 세무조정 등에서 기대된 성과 수준을 달성하는 것이다. 이 목표는 관리할 필요가 없다. 팀의 기능과 역할은 상사와 관련 조직이 모두 인지하고 있으며 대개 팀 내부 또는 외부에서 프로세스가 시작되고, 프로세스가 시작되면 팀의 업무는 자동적으로 수행된다. 성과평가 시기에 결과를 평가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팀에는 이외에도 스트레치 목표가 있고 이 스트레치 목표는 전략적 연계성을 갖는 것이 좋다. 그러나 스트레치 목표는 관리하지 않는다는 것을 잊지 말자.

성과평가 관행을 혁신한다

성과평가

전사, 사업부 성과는 BalancedScoreCard가 있기 때문에 이에 대비하여 결과를 평가한다. 통상 이것은 BalancedScoreCard 주관부서에서 담당한다. 각 사업부는 평가를 받기 위한 자료를 제시한다. 팀의 성과평가는 상사에 의해 시행되며 3차원으로 구성된다.

  1. 첫째는 BalancedScoreCard 기여도 평가다. 상위조직의 BalancedScoreCard목표 중 특정 팀에 1차적인 책임이 있는 목표의 달성 수준이 바로 팀의 기여도 수준이 된다. 다른 팀에 대한 지원이 그 팀의 사업부 목표달성에 영향을 미친 경우에는 그것도 반영한다.

  2. 둘째는 팀 성과 영역에 대한 수행도 평가다. 이는 대체로 감점요인이다. 본질적인 책임 수행에 오류나 사고가 있었다면 감점이 불가피하다. 아무 문제도 없었다면 대개는 중립적인 평가를 받게 된다. 그러나 이 영역에서 어떤 우수한 공적이 있다면 이를 인정해 준다.
  3. 셋째는 스트레치 성과로 인한 가점요인이다. 조직의 경쟁력 확보에 도움이 되는 스트레치 성과가 있었다면 가점한다. 팀의 성과 평가 등급은 이 세 가지 요소를 조합하여 결정한다.

팀원의 성과는 목표가 없는 상태에서 성과를 평가한다. 목표 없이도 성과를 공정하게 평가할 수 있다. 농구경기와 축구경기를 보면 누가 수훈을 세웠고 누가 제 역할을 못했는지 알 수 있다. 선수들에게는 플레이를 하기 전에 개인별 목표가 없다. 그러나 팀 기여도로 성과 수준을 평가할 수 있다. 팀 성과에 대한 개인의 기여도 수준을 A, B, C로 구분한다. B등급이 만족스러운 수준이다. A는 우수한 것이고 C는 미흡한 것이다. 만일 눈에 띌 만한 혁신적인 성과가 있다면 A등급을 부여한다. 그렇지 못했다면 B, 또는 C 등급을 부여한다. C등급은 경고의 의미가 있다. 사고를 냈거나 전반적으로 성과가 미흡할 때 이 등급을 부여한다. C등급을 2~3회 연속으로 받거나 C등급을 받는 빈도가 잦아지면 사직을 권고하는 것이 좋다.

성과평가 결과는 그 자체로도 의미가 있지만 승진이나 이동 결정에 주요 근거가 되는 능력평가의 증거로 쓰인다. 능력평가를 구성하고 있는 평가요소를 평정할 때 우수하다는 판정을 내리기 위해서는 그러한 요소를 갖추고 있음을 증명할 수 있는 어떤 성과가 있어야 한다. 팀장은 팀원이 이룬 성취와 이를 만들어 낸 직원의 행동에 근거해서 능력요소를 평정해야 한다. 이때 하나의 행동을 3개 이상의 능력평가 요소에 적용하는 헤일로 오류가 일어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평가 결과의 활용

집단 성과의 평가는 성과배분에 활용한다. 전사 및 사업부의 BalancedScoreCard 점수를 성과배분에 반영할 수 있다. 또 팀의 성과평가 결과도 성과배분에 반영할 수 있다. 그러나 팀 평가 결과의 반영 비율은 전사, 사업부에 비해 낮게 적용하는 것이 좋다. 평가의 주관성을 인정하는 것이다. 개인 성과평가 결과는 인사정보시스템에 기록하여 향후 승진, 이동 등 인사의사결정이 이루어질 때 참고할 수 있도록 한다. 성과를 급여에 반영하는 일은 피한다. 평가 결과를 즉각 급여에 반영하는 것은 우수한 성과를 방해한다는 것을 잊지 않도록 한다. 성과배분 시 개인 성과를 반영하는 것도 이 책의 논지에 맞지 않는다.

집단업적과 개인업적의 평가 및 활용

집단업적

개인업적

평가

* 전사, 사업부는 BalancedScoreCard에 대비해 평가한다
* 팀은 상위조직 성과에 대한 기여도를 평가한다.

* 특기할 만한 것만 기술한다
* 경영자와 관리자는 집단업적이 개인업적이 된다.

활용

* 성과배분에 활용한다.
* 전사, 사업부 업적에 따라 성과배분 총액을 결정한다.
* 사업부, 팀의 업적에 따라 배분을 차등할 수 있다.

* 역량평정에 대한 근거로 활용한다.
* 업적이 탁월하거나 우수하지 않다면 역량 또한 그렇다고 판단한다.
* 역량평정 결과는 승진, 인사이동에 반영한다.

5장. 인사제도의 혁신 방향

그릇된 성과주의 관행을 타파하기 위해서 혁신해야 할 인사관리 관행은 무엇인가? ... 여기서는 성과주의 이데올로기의 핵심 이슈, 즉 임금과 관련된 것에 국한하기로 한다.

보상관리 관행의 혁신과 관련된 주요 이슈

올바른 성과주의의 실현은 성과와 임금을 직접적으로 연결하고 있는 고리를 차단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성과와 임금, 성과와 보상을 연결하는 고리를 끊음과 동시에 성과주의를 유지하고 강화하는 보완책이 필요하다. 다음은 보상 관행의 혁신 방향을 정리한 것이다.

  1. 성과와 임금 간의 직접적인 연결고리를 끊거나 임금에 대한 성과의 영향력을 상징적인 수준으로 축소한다. 여기서 상징적인 수준으로 축소한다는 것은 성과 수준에 따른 임금 차등을 미약하게 함으로써 '돈'이 아닌 '성과에 대한 인정'이 동기부여의 수단이 되도록 하는 것을 의미한다.
  2. 성과의 높고 낮음을 승진, 배치 등의 인사의사결정에 반영함으로써 높은 성과에 도전하고 이를 성취하는 사람에게 가치를 제공한다.
  3. 성과가 임금결정요인에서 제거됨으로써 다시 연공적인 요소가 임금결정의 핵심 요인이 되는 것을 막는다. 연공적인 요소의 제거가 어렵다면 영향력을 축소한다.
  4. 승진운영에서 연공적인 요인을 제거하거나 축소하여 연공이 아닌 능력 중심의 승진운영을 한다. 이로써 능력, 직급, 임금의 균형을 유지한다.
  5. 성과배분제도에서 지급률을 개인적으로 차등하는 관행을 제거한다. 또는 차등의 폭을 상징적인 수준으로 축소한다.

위의 혁신 방향을 크게 분류하면 임금, 승진, 그리고 성과배분에 대한 것이다. 성과배분은 독립적인 이슈로 분리해서 검토할 수 있다. 그러나 임금과 승진은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다. 임금에 가장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것이 바로 승진이기 때문이다. 또 임금은 직급에 따르고 승진은 직급을 높이는 것이기 때문에 이금과 승진은 모두 직급에 의지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즉, 직급제도는 인사관리라는 건물의 기초에 해당한다. 따라서 혁신 방안에 대해 검토하기 전에 먼저 직급에 대해 생각해 보자.

직급 제도

연공에서 직급으로

모든 구성원의 임금이 동일한 회사는 없다. 그러면 어떤 근거에 의해서 구성원의 임금을 차별할 것인가가 중요해진다. 전통적인 기준은 직급과 호봉이었다.

연봉제 전환 전 공사조직의 임금은 기본급, 수당, 상여금으로 구성되었다.

  • 수당은 직책수당, 자격수당 등 기본급에서는 고려하지 못하는 직무와 관련된 것, 직급수당처럼 직급에 관련된 것, 그리고 가족, 근속 등의 복리후생적인 것으로 구성되었다.
  • 상여금은 기본급, 그리고 직책수당 등 일부 수당을 포함해서 지급되었다.

높은 임금을 받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높은 기본급, 직급수당, 직책수당을 받는 것이었다. 그런데 기본급은 직급과 호봉이 결정했고 직급수당, 직책수당도 대부분 직급에 따라 책정되었기 때문에 사실상 세 요소의 결정에는 직급이 크게 작용했다. 그러나 호봉의 힘도 막강했다. 직급보다, 또는 직급만큼 중요한 경우도 많았다.

아직도 공무원의 임금제도에서는 연공의 힘이 강하지만 공기업이나 민간기업에서 연공의 힘은 사라지거나 많이 약해졌다. 이는 성과주의가 가져다준 성과다.

한국에서는 이제 호봉제를 운영하는 회사가 많지 않지만 이런 회사의 호봉표도 공무원이나 과거 철강회사 기능직에 적용되는 형태는 아니다. 일본 기업처럼 호봉승호를 제한하고 승호액을 축소해서 연공이 임금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했다. 연봉제로 전환하면서 호봉표를 폐기한 경우는 말할 것도 없다. 임금에 미치는 연공의 역할이 사라졌거나 축소되면서 성과의 역할이 강화되었다. 직급은 동일하지만 성과에 따라 임금이 2배까지 차이가 나는 제도도 나타났다. 그러나 대부분의 기업에서는 성과에 따른 임금차보다 직급에 따른 임금차가 더 크다. 그래서 임금을 결정하는 요인으로 직급만큼 강력한 요인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할 수 있다.

직급제도의 변천

1980년대 초까지 기업들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었기 때문에 관리자가 부족했다. ... 당시에는 관리자와 경영자가 부족했기 때문에 그런 기회가 주어질 수 있었다. 그러나 1980년대 들어 관리자 포스트가 부족해지기 시작했다. 직위와 직급이 일치된 직급제에서는 과장 포스트가 없으면 과장 승진이 불가능했고, 부장 포스트가 없으면 부장 승진이 불가능했다. 포스트 부족으로 과장, 부장 승진을 대기하는 사람이 점점 늘어났다. 예나 지금이나 임금은 직급과 연동되어 있어 상위직급으로 승진하지 못하면 호봉승호에 따른 임금인상이 전부였고, 이는 사원에서 과장, 과장에서 부장으로 승진할 때의 임금 상승에 비하면 사소한 금액이었다. 결국 회사는 직급제도를 개편했다. 중간에 대리, 차장을 만들어 포스트 부족으로 승진 못하는 사람들을 승진시켰고 그에 따라 임금을 인상했다. 그러나 응급조치로는 오래 버틸 수 없었다. 대리로 승진한 사람들의 과장 진급이 다시 정체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결국 관리자가 아닌 담당과장제도가 만들어지고 직위와 직급이 일치하는 직급제는 이로써 끝을 맺었다. 직급제 폐지는 다시 고직급, 고임금화를 가져왔다. 승진을 억제하던 직급제가 사라지니 승진의 봇물이 터진 것이다.

일본 기업들은 위와 같은 문제를 한국 기업보다 10~20년 일찍 경험했다. 그리고 문제 해결을 위해 직능자격제도라는 제도를 만들었다. 이 제도는 처우 기준을 직능에 두고 직능을 크게 3개의 그룹(J, S, M)으로 나누고, 3개의 그룹을 다시 3~5개의 자격으로 세분하여 모두 9~13개의 자격을 두었다. 직책과 무관하게 능력만 있으면 상위 자격으로 승격할 수 있었다. 임금은 자격에 따른 직능급과 나이에 근거한 연령급을 합친 것이었다.

직급을 없앨 수 있을까?

한국의 임금체계에서는 직급이든, 직급이 아닌 무엇이든 간에 어떤 위계가 필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끔 직급을 폐지했다고 주장하는 회사를 만난다. 직급이나 직급과 비슷한 그 무엇이 없다면 구성원의 임금을 어떻게 차별화할 수 있을까? 진정한 직급 폐지는 직급이 인사운영, 조직운영에서 완전히 배제되는 것이다.

군대의 예를 들어보자. 어느날 인사계, 사단본부, 국방부의 인사기록에서 계급이 모두 사라졌다. 사병들의 제복에서도 계급장이 사라졌다. 이로 인해 계급 중심, 군번 중심의 서열이 사라졌다. 이제 능력에 따라 분대장이 되는 능력주의가 실현될 수 있게 되었다. 또 병영 내에 수평적인 문화가 조성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월급은 어찌되는가? 그동안 월급은 계급에 따라 차등 지급해 왔는데 계급이 사라졌으니 이제 차등할 근거가 없다. 분대장과 분대원을 구분해서 차등 지급할 수는 있다. 그러나 분대원을 차별할 근거는 없다.

기업에서 직급이 폐지되는 경우에도 원리는 같다. 팀원의 연봉을 차등할 근거가 없는 것이다. 이것이 가능할까? 직급을 폐지하고 팀장과 팀원으로만 분류한 회사도 있었다. 그러나 제도 개편으로 팀원들의 연봉은 달라지지 않았다. 달라지는 것이 비정상이다. 직급은 본래 포스트 개념에서 출발했지만 임금 지급 기준으로 사용된 지 오래다. 군대에서 계급 폐지가 불가능한 것처럼 기업조직에서도 직급을 폐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미국에서는 가능하다. 마켓 프라이싱으로 임금을 관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마켓 프라이싱이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직급을 폐지했다고 주장하는 기업들은 어떻게 임금을 결정할까? 그들은 대개 '페이 밴드', 또는 '페이 그레이드'라는 용어를 쓰고 있다. 한마디로 직급을 없앤 것이 아니다. 직급이 있던 자리에 미국 이름의 위계가 들어간 것 뿐이다. 또 어떤 기업은 대리, 과장, 차당, 부장 등의 호칭을 폐지한 후에 '직급을 폐지했다'고 홍보하기도 한다. 역시 직급을 폐지한 것이 아니다. 예를 들어 1급이 부장이라면 이제부터 1급을 부장으로 부르지 않고 '님'으로 부르기로 한 것에 불과하다. 호칭의 폐지는 어색하지만 바람직하다. 수평적 문화를 조성할 수 있고 승진심사 결과를 공개할 필요가 없어 승진 운영이 개선되는 효과가 있다. 호칭의 폐지는 직급과 상관없이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직급은 어떤 기준에 의해 정의되어야 할까?

직급 결정 기준; 연공, 능력, 직무

직급을 결정하는 기준을 크게 나누면 사람에 따른 것과 일에 따른 것, 두 가지가 있다. 여기에서 사람에 따른 것을 다시 학력 및 연공에 따른 것과 능력에 따른 것으로 구분하면 세 개의 기준이 만들어진다. 바로 연공주의, 능력주의, 그리고 직무주의다. 여기에 일의 결과, 즉 성과가 추가될 수 있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성과는 임금의 조정기준이지 직급의 결정기준이 될 수 없다. 실현되지 않은 성과는 가정된 것이며, 이는 능력과 같은 말이다. 성과가 실현되었을 때는 이미 직급이 부여되고 임금이 결정된 후다. 따라서 성과는 이미 책정된 임금을 조정하는 근거가 될 수밖에 없다.

연공주의

연공주의는 한국 기업들이 연봉제를 도입하기 이전인 1990년대까지 인사운영의 중심이 되었던 모델로 근속이 임금 결정의 가장 중요한 요소다. 교조적인 연공주의는 직급의 영향보다 근속의 영향이 높았는데 공무원, 공기업들이 이런 임금제도를 갖고 있었다.

사실 연공주의는 능력주의와 유사하다. 사병은 이등병, 일등병, 상등병, 병장으로 승진하는데, 승진을 결정하는 것은 오직 시간이다. 즉, 연공인 것이다.

군대라는 세계에 익숙해지거나 전장에서 전투에 익숙해지는 데는 시간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가령 '학습커브'라는 것이 있다. 학습은 S자 형태를 보인다. 처음에는 어리버리하다(S1). 자대에 배치된 이등병, 또는 전장에 새로 배치된 신병을 생각하면 된다. 이들도 일정 기간이 지나면 현실을 이해하고 적응하기 시작한다. 이 단계에서 학습 속도는 매우 높다(S2). 하루 하루가 다르다. 그러나 이 시기가 지나면 학습 속도가 떨어지고(S3), 그 후에는 미약한 수준의 학습이 이루어진다(S4).

그러나 연공주의는 능력주의와 달랐다. 연공주의는 S3 단계를 지난 후에도 계속 임금을 인상해주었기 때문이다. 연공주의가 능력주의가 되려면 S3에 도달할 때 임금이 대폭 인상되어야 한다. 그리고 S3 이후는 동결되거나 아주 미미한 금액을 한시적으로 인상해 주어야 한다.

연공주의의 또 다른 문제는 일에 따른 학습 속도의 차이를 무시한 것이다. 공장 포장라인에서 포장 작업을 하는 업무는 짧으면 일주일, 길면 한달 만에 S3에 올라간다. 오늘날 대부분의 공장에서 이런 업무는 임시직, 비정규직이 수행한다. 반면 설비를 점검하고 수리하는 공무 업무에서 S3에 이르려면 적어도 2~3년은 걸린다. 그러나 연공제에서는 학력이 같으면 직급이 같고 호봉차액도 같다. 4년제 대학을 졸업한 직원들의 경우도 동일하다. 이들은 모두 같은 직급, 같은 호봉을 받았다. ... 업무수행의 창의력, 요구 정도, 업무수행에 필요한 노하우의 수준, 업무수행의 주기, 재량권의 수준 등에 따라 S3에 이르는 기간은 달라진다. 즉, 직종별 차이를 감안해야 하지만 그렇지 못했다.

연봉제가 유행하면서 호봉제도를 그대로 두는 것은 후진적인 인사운영의 상징이 되었다. 그러나 연공주의가 이렇게 매도되어서는 곤란하다. 일본형 연공제로 돌아가라는 다카하시 노부오의 주장도 새겨들어야 할 필요가 있다.

능력주의

능력주의는 개인이 가진 능력을 평가한 후 그에 상응한 직급(등급, 자격)을 부여하고 임금을 지급하는 것이다. 능력주의는 1970년대 일본 기업들이 직능자격제도를 도입하면서 인사관리 원칙으로 자리 잡았다. ... 1970년대 들어 성장이 둔화되면서 관리자 포스트가 승진을 대기하고 있는 사람들에 비해 모자랐다. 이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직급과 직위를 분리하여 능력에 상응하는 처우를 해 주고 직원들의 승진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바로 직능자격제도다.

... 이때 승격이라는 단어가 만들어지고 승진과 다른 개념으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즉, 승진은 관리직 포스트에 임명되거나 상위 관리직 포스트로 나아가는 것을 의미한다. 자격 등급이 올라가는 것이 승격이었다. 이로써 관리직이 되지 않아도, 즉 전문직으로 남아도 높은 임금을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되었다.

그렇다면 전문직으로의 승격은 어떻게 시행되었을까? 어떤 방법으로 능력을 평가하고 승격을 심사했을까? 직능자격제도는 자격 등급별로 등급 정의와 자격 조건을 비교적 구체적으로 명시했다. 그러나 자격을 세분한 결과 자격과 자격 간의 차이를 사람들이 공유할 수 있는 수준으로 명확하게 정의할 수 없었다. 기준은 있으나 실효성이 부족한 것이다. 이것이 직능자격제도의 맹점이다. 결국 승격을 연공적으로 운영하는 것이 불가피했다. 등급별로 승격 표준 연한이 설정되었다. J등급에서는 표준 연한이 경과하면 J3까지 자동으로 승격하도록 했다. S와 M등급에서는 표준 연한이 도래한 직원들을 대상으로 인사고과 결과 등을 고려해서 승격 여부를 결정했다. 또 최단 승격 기간을 정해서 발탁 승격을 허용하기도 했다. 결국 연공이 승격을 결정하는 핵심 요인이었다.

한국 기업들도 1980년대 후반 이후 성장이 둔화되면서 일본의 직능자격제도를 연구하고 도입하기 시작했지만 철학과 이론이 있는 일본에서도 연공적으로 운영되던 직능자격제도가 한국에서 능력주의 원칙에 맞게 운용되기는 어려웠다. 승격에 대한 심사 기능도 허술했고 포스트가 없어도 승격이 가능했기 때문에 사람들은 대체로 때가 되면 승진했다. 그 결과 고직급자가 양산되었고 인건비 효율은 낮아졌다. 1980년대 미국에서도 능력주의 임금을 도입하려는 시도가 이루어졌다. 팀제의 도입과 더불어 다기능화가 요구되어 작업자들이 다양한 스킬을 익히도록 유도하기 위한 방안이었다. 그러나 능력주의 임금제도는 현장 작업자에 한해서만 시도되었고 1990년대 중반 이후 더 이상 확산되지 않고 있다.

직무주의

직무주의는 미국에서 발달했다. 사람을 중심으로 임금을 결정하는 임금제도는 다민족 다인종 사회인 미국에 적합하지 않다. 미국은 인사상의 의사결정이 인종이나 성별에 대한 편견 없이 이루어졌다는 문서상의 근거를 갖추지 못하면 이에 대한 소송에서 기업이 패소하도록 법이 만들어져 있다. 그래서 미국 기업들은 일찍부터 직무관리에 많은 노력을 해 왔다. 조직 내에 존재하는 모든 직무에 대해 기능, 범위, 책임을 구체적으로 기술한 직무기술서, 그 직무를 수행하는 데 필요한 지식, 스킬, 육체적 능력, 그리고 근무여건을 명시한 직무수행 요건서를 갖추는 것은 불가피했다. 그리고 직무기술서, 직무수행 요건서에 근거해서 신입사원을 선발하고 또 업무수행능력이나 성과를 평가해야만 했다. 이에 대한 약점이 있으면 쉽게 소송에 휘말렸다.

이런 환경에서 미국 조직들은 직무가치에 상응하는 임금제도를 개발했다. 직무가치 평가에서 가장 인정받고 있는 헤이Hay 시스템은 1950년대에 개발된 것으로 노하우, 문제해결환경, 어카운터빌리티의 세 가지 요소를 평가해서 직무가치를 점수화한다. 노하우는 그 직무를 수행하는데 요구되는 지식과 스킬을 말한다. 문제해결환경은 업무 상황의 복잡성, 변동성을 평가하는 것이다. 어카운터빌리티는 책임에 관한 것으로 직무급의 묘미다. 부하직원의 수, 책임지고 있는 예산의 규모 등이 평가에 이용된다. 헤이 시스템이 널리 알려져 잇기는 하지만 이것은 복잡한 평가 방법이다. 학자들은 직무가치를 평가하는 방법은 다양하지만 평가 결과를 보면 모두 유사하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복잡하고 돈이 많이 드는 헤이 시스템을 굳이 고집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직무주의는 자본주의적이다. 돈을 많이 벌어주는 직무의 가치가 크다. 서비자를 움직여 판매목표를 달성하도록 만드는 마케팅부장, 품질과 생산성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생산기술부장의 직무가치가 다른 부장들에 비해 높다. 그러나 직무주의는 미국에서도 변화하고 있다. 직무가치 평가는 난이도가 높고 매우 예민한 작업이다. 그래서 이 작업은 보상전문가에 의해 시행되고 경영진으로 구성된 평가위원회의 승인을 받는다. 따라서 중앙집권적으로 운영될 수밖에 없다. 이는 분권화의 시대, 일선 관리자에게 부하직원 인사관리를 책임지게 하는 이 시대의 경영원리와 맞지 않는다는 문제가 있다. 이뿐 아니다. 기업 환경이 급변하고 있어 직무내용의 변동도 심하다. 이것은 더 높은 임금을 받고 싶어하는 개인의 이기심을 자극한다. 관리자는 부하직원의 이기심에 편승한다. 그래서 자주 직무내용을 바꾸고 본부의 보상전문가에게 직무가치를 재평가해 줄 것을 의뢰한다. 이것이 중앙집권적인 직무가치 평가 프로세스에 얼마나 큰 짐이 될 것인지는 안 봐도 뻔한 일이다.

미국 기업들은 브로드밴딩으로, 또 마켓 프라이싱으로 시스템을 바꿨다.

  • 브로드밴딩은 이전의 20~30개에 달하던 급여 밴드를 몇 개의 밴드로 통합한 것이다. 브로드밴딩을 하면 일이 바뀌었다고 밴드를 재평가해달라는 요구가 많이 사라진다. 또 임금인상에 있어 관리자에게 더 많은 재량권을 줄 수 있다.
  • 마켓 프라이싱은 임금을 임금조사 결과에 따라 결정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지역과 업종 내에서, 그리고 규모 면에서 우리 회사와 비슷한 회사의 마케팅 매니저들이 받는 임금통계를 보고 우리 회사 마케팅 매니저의 임금을 정하는 것이다. 이것은 오래전부터 사용해온 방법이다. 그러나 과거에는 임금조사 결과에만 의존하지 않았다. 먼저 직무가치평가모델에 근거해 이론적으로 임금을 산정하고 이를 임금조사 결과와 대비하여 결정했다. 그런데 근래에 와서 이론적 산정작업이 사라지고 있다. 이로써 일선관리자들에게 임금결정권한을 위임할 수 있게 되었다. 본부의 인사부가 임금서베이 결과를 인트라넷에 올리면 일선관리자들이 서베이 결과를 보면서 부하직원의 임금을 정하는 것이다. 이런 방향으로 미국의 직무급 운영은 변화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이나 일본에섣도 직무급을 운영할 수 있다는 가정에 아직까지는 동의하기 어렵다.

  1. 우선 문화의 문제를 들 수 있다. 한국이나 일본은 공동체적인 평등개념이 사회에 뿌리박혀 있어 사람이 아닌, 일에 따라 임금을 달리해야 한다는 것을 거부한다. 생산담당 과장의 임금이 생산기술담당과장의 임금보다 낮다는 것을 본인도, 상사도 수용하지 않으려고 한다. 직무급은 이것이 수용될 때 가능하다. 이것이 인정되지 않으면 직무별 노동시장이 형성되지 않기 때문이다.
  2. 두번째는 직무관리의 문제다. 미국 기업과 달리 한국 조직은 직무관리가 안 되어 있고 미국 사회처럼 직무관리를 강화하도록 압력을 넣는 집단도 없다. 혹시 앞으로 여성단체나 정부에서 양성 평등을 강화하기 위해 그러한 압력을 넣을 수도 있겠지만 현재까지는 아니다.
  3. 세 번째는 마켓 프라이싱을 위한 데이터가 없는 것이다. 마켓 프라이싱을 위해서는 직무별, 직종별, 규모별로 신뢰할 수 있는 임금데이터가 있어야 한다. 이런 데이터는 비단 직무급 운영에만 필요한 것은 아니다. 임금수준을 합리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
  4. 이외에도 신입사원 채용 관행의 변화, 노동시장의 유연성 향상 등의 과제가 해소되어야 한다.

직급체계의 혁신 방향

지금까지 직급을 결정하는 기준으로 연공주의, 능력주의, 직무주의 등을 검토하였는데, 세 원칙은 모두 장단점이 있따.

  • 연공주의는 운영이 간편하나 기여 능력과는 관계없이 근속에 따라 임금이 인상되며
  • 능력주의는 개념상으로는 흠잡을 데 없으나 능력을 평가하는 것이 어렵고
  • 직무주의는 합리적이나 운영이 어렵다.

결국 세 원칙 중 하나를 선택하여 직급 결정의 기준으로 삼고 문제를 보완해 나가는 수밖에 없다. 필자는 현재의 대한민국에서는 능력주의 원칙을 선택하는 것이 가장 적절하다고 생각한다. 이런 판단에 근거하여 능력주의 원칙을 직급체계에 적용하는 방안에 대해 예시를 통해 좀 더 자세히 검토한다.

직급기준이 명료한 직급체계가 필요하다

영어회화를 배우기 위해 학원에 가면 먼저 테스트를 받는다. ... 이처럼 영어회화 능력을 세분하기 위해서는 기준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 기준에 의한 학습체계가 갖추어져야 한다. 교재도 등급에 맞추어야 하며 교사는 등급에 맞는 방법으로 수업을 준비해야 한다. 학습 기간이 종료되면 상위 등급의 반으로 옮길 수 있는지 테스트하고 만일 학습이 충분하지 못하다면 유급시켜야 한다.

직급에 대한 통제도 이와 다를 바 없다. 우선 명확한 직급기준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직급에 적합한 직위(포지션)가 정의되어야 한다. 조직 구성원들이 상위 직급으로 이동할 수 있는 수준이 되어 있는가를 주기적으로 측정하고, 만일 통과하면 상위 직급을 부여해야 한다.

그러면 직급은 몇 개 정도가 적절할까? 직무주의 원칙을 따르는 미국기업들은 전통적으로 20~30개의 보상등급을 두었다. 직무급에서는 대개 수치화된 직무가치에 근거해서 구간을 정하기 때문에 등급 수가 많아도 등급 간의 차이를 명확하게 정의할 수 있다. 그러나 능력주의에서는 등급을 세분할수록 등급 간의 차이를 정의하기 어렵다.

예를 들어보자. 노래를 부르는 수준을 잘 부르는 수준, 보통 수준, 못 부르는 수준의 3등급으로 구분하는 것과 각 등급을 다시 2개의 등급으로 세분하여 6개의 등급으로 구분하는 경우를 비교하면, 6개의 등급 판정이 더 어려워지는 것을 알 수 있다.

일본 기업들은 직능자격제에서 통상 9~13개의 자격등급을 두었는데 이렇게 많은 자격등급 간의 차이를 실용적으로 정의하고 평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결과적으로 연공이 승격심사의 핵심 요인이 될 수밖에 없었다. 능력주의를 능력주의답게 운영하기 위해서는 직급의 수가 많지 않아야 한다.

LG그룹은 2000년대에 9단계 직급체계를 어시스턴트, 주니어, 시니어, 리더의 4등급으로 개편했다. 바로 브로드밴딩 개념을 적용한 것이다. 브로드밴딩의 반대 개념은 내로밴딩으로 20~30개의 구간으로 직무가치를 분류하는 것이다. 미국 기업들은 내로밴딩의 여러 문제를 해결하고자 90년대에 브로드밴딩 개념을 도입하기 시작하였는데, 이를 선도한 기업 중의 하나인 GE는 단 4개의 등급만을 두었다. ... 브로드밴딩은 한국 기업에도 유익한 면이 많다. 호칭과 직급의 분리에 따라 인사운영의 유연성이 강화되며 수평적인 조직문화 구축에도 기여한다. 그러나 브로드밴딩 자체를 목적으로 하는 직급체계의 혁신은 곤란하다. 무엇보다 직급의 기준과 직급 간의 차이를 실용적으로 규정할 수 있는 직급체계를 생각하는 것에서 출발하여야 한다. 다행히 이렇게 접근해도 결과는 브로드밴딩이 된다.

능력주의 직급체계의 예시

아래 표와 같은 5직급체계를 생각해보자.

직급

정의

비고

5급

세계 일류 전문가

부장급

4급

세계적 수준은 아니나 한국에서느 알아주는 전문가

차장급

3급

전문가. 팀이 맡고 있는 책임의 큰 몫을 분담. 자신의 업무 및 팀의 업무를 전체 조직의 관점에서 이해. 자신의 업무영역에서 일어나는 문제는 스스로 해결할 수 있음. 외부에 자신을 도울 수 있는 전문가 집단을 확보하고 있으며 필요시 이들의 도움을 얻음. 3명 이하의 소규모 팀을 리드할 수 있으며 팀원의 육성을 책임질 수 있음.

과장급

2급

부분적으로 일을 분담할 수 있는 수준. 소속 직종의 일정 분야에서는 상당 수준의 지식과 경험을 보유하고 있으나 보유하고 있는 지식의 넓이가 부족. 아직 전문가로서 인정할 수 없음. 3급의 리드, 지도를 받음.

대리급

1급

신입사원으로 일을 배우기 시작하는 단계

이 은행의 회계, 인사, 구매부서는 어떨까? 코리아 클래스, 또는 월드 클래스의 전문가가 필요할까? 그렇지 않을 것이다. 이것이 현실이다. 이 냉엄한 현실에 입각해서 직급을 운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 시점에서 왜 조직들이 직무급을 도입하고자 하는지에 대해 거론해 보는 것이 필요할 듯 하다. 직무급은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직무가치를 평가해서 임금을 책정하는 것인데, 이를 원하는 이유는 직무가치가 높지 않은 일을 수행하는 직원에게는 상대적으로 낮은 임금을 지급할 수 있는 합리적인 근거를 만들기 위해서다. 직원의 임금으로는 부장의 임금이 가장 높다. 직무가치가 높은 직종의 일을 하는 사람은 부장의 임금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직무가치가 높지 않은 일을 수행하는 사람이 20년 일했다고 해서 부장의 임금을 받아서는 안 된다. 즉,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능력에 따라 직종별로 임금의 상한을 차별하고자 하는 것이 직무급에 거는 인사전문가의 바람이다. 지방 은행의 대출심사담당은 1억원의 연봉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창구에서 입출금을 담당하는 텔러의 연봉이 1억원이라면 은행은 이익을 낼 수 없다.

이 책에서 제안하는 새로운 직급체계는 5직급으로 되어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3직급으로 볼 수 있다. 기업의 일부 부문에 종사하는 직종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직종은 3급이 현실적으로 승진 한계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실을 시스템에 반영해서 직종별로 직급체계를 달리한다. 예를 들어 연구개발직종은 5직급, 기술직종은 4직급, 사무관리직종은 3직급으로 하는 것이다.

예시된 직급체계와 승진

위에 예시된 직급체계에서 대부분의 직원들은 오직 두 번의 승진 기회만을 갖게 된다. 승진 기회가 줄어든다는 것은 승진제도 운영에 투입되는 막대한 에너지와 시간을 절약한다는 이점이 있는 반면 구성원에게 비전을 주지 못하는 문제를 가져올 수도 있다. 그 결과 비핵심 분야에 근무하는 우수한 직원들이 조직을 이탈할 수도 있다.

사원 직급의 상위에 있는 4년제 대학 졸업자들은 대부분 두 번의 승진기회만을 가질 것이다. 과장이 승진의 한계가 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두 가지 사항을 전제하고 있다.

  1. 첫째는 경영관리직이 아닌 전문직 경력을 추구한다는 것이며,
  2. 둘째는 앞으로도 회사가 자신이 속한 부문에서 코리아 클래스 내지는 월드 클래스 수준의 전문가를 필요로 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다

즉, 경영관리지긍로서의 능력을 갖고 있으며 그 경력을 희망하는 직원은 팀장, 사업부장, 사업본부장, 사장으로 승진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또 회사의 성장에 따라 업종에서 국내 리더의 위치에 이르거나 글로벌 기업 반열에 오른다면 전문직으로 남아도 4,5급으로 승진할 수 있는 기회가 만들어질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기회가 있기 때문에 능력과 야망을 가진 중견사원은 비전을 잃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모든 직원에게 그러한 기회가 주어질 수는 없다. 많은 직원들은 3급으로 승진을 끝낼 것이다. 그들이 조직에 남아서 높은 성과를 내도록 하기 위해서는 조직에 대한 소속감과 충성심을 갖도록 하는 것과 3급의 직원도 중산층의 삶을 유지할 수 있는 수준의 임금을 받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

예시된 직급체계와 임금

예시된 직급체계에서 임금수준은 직급에 연동되어야 하지만 직종별로 달라야 한다. 1급이라고 해서 동일한 금액이 되어서는 곤란하다. '직종별로 임금표가 달라야 한다면 한 회사 내에 많은 임금표가 있어야 하니 않을까'하고 의문을 가질 수 있다. 그러나 실제로 설계해 보면 서너개면 충분하다. 아직 노동시장이 직종별로 다양하게 분화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또 임금수준의 관리에서 중요한 것은 3급 직원이 받을 수 있는 상한에 대한 것이다. 대부분의 직원들이 3급으로 끝나기 때문에 3급으로 받을 수 있는 임금수준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질 것이다. 3급의 직원이 중산층의 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원칙이다. 2007년 1월, 통계청은 월수입이 337만원 이상인 가구를 중산층으로 분류했다. ... 통계청과 삼성경제연구소의 관점에서 본다면 대체로 월수입 350만원, 연간 수입 4200만원 정도를 중산층이 되기 위한 조건으로 보아도 될 것 같다. (2007년 기준). 가구소득은 부부의 소득을 합산한 것이지만 이를 3급 직원의 임금 상한선으로 간주해도 무난할 것 같다. 이미 대기업들은 과장 연봉이 4200만원을 넘어서고 있다. 이런 대기업들을 포함해서 장기적으로 지불능력이 있는 기업들은 사무관리직종에 속한 3급의 상한선을 5천만원 이상으로 높여도 좋다. 그러나 미래가 불투명하다면 3급의 임금수준을 높여 고정급에 대한 부담을 안는 것보다 임금수준을 적절한 한도로 유지하고, 이로 인해 증가하는 이익의 일정 부분을 성과배분함으로써 변동급의 비중을 늘리는 것이 좋을 것이다. 4,5급은 스카우트의 표적이 될 수 있는 사람들이므로 시장 임금을 고려해서 임금을 책정한다.

6장. 보상, 승진, 그리고 평가 관행의 혁신

이 장에서는 직급체계의 개편과 관계없이 기존의 그릇된 성과주의 관행을 제거하는 방법에 대해 알아보기로 한다.

보상 관행을 혁신한다

과학에 근거한 성과주의 보상관리는 성과와 임금 간의 연결고리를 끊는 것, 그리고 연공의 영향을 임금결정에서 배제하거나 영향력을 축소하는 것이다. 또 성과배분에서 개인을 차등하지 않는 것이다.

혼다의 사례 검토

이처럼 혼다는 돈이라는 외재적 보상수단을 이용해 직원의 외재적 동기를 강화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렇게 단언하는 것은 곤란하다. A등급의 최고치와 B상 등급의 최고치 간에는 2.5%의 차이가 있다. B상 등급의 최고치와 B등급 최고치의 차이도 동일하다. 따라서 가장 우수한 성과를 내는 직원은 보통의 성과를 내는 동료보다 성과가급을 2.5~5.0% 더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성과가급의 차이를 성과가급이 아닌 연봉과 대비해 보면 그 차이는 한결 작아진다. 이 정도의 차이가 직원들을 외재적으로 동기부여하는 기능을 할까? 직원들은 높은 성과가급을 받기 위해 동료들과 경쟁하고, 동료의 불행에 기뻐하며, 동료에게 자신의 노하우를 숨기고 있을까? 또 목표달성도를 높이기 위해 난이도가 낮은 목표항목만을 선택하거나 반면에 목표수준을 낮추기 위해 비열한 행동을 할까? 대부분의 직원들은 그렇지 않을 것이다. 그 정도의 돈을 더 받기 위해 자긍심을 버리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그렇다면 성과가급은 상사, 또는 경영진에게 뛰어난 인재임을 인정받고 있다는 증거인 것이다.

성과, 근속의 영향력을 차단하거나 축소

성과와 근속의 영향을 차단하거나 축소하는 방안에는 호봉을 없애 직급이 같으면 기본급이 같도록 하거나, 기본연봉에 호봉을 두되 일정 기간만 호봉승호가 일어나도록 하거나, 성과연봉을 여러 개의 구간으로 나누고 구간 간에 상징적인 수준의 금액 차이가 있도록 하는 등의 방법이 있다.

첫 번째, 직급이 같으면 임금이 같도록 하는 방법은 일본형 연봉제를 도입한 기업에서 많이 발견할 수 있다. 이는 연봉제의 대표적인 형태로 연봉을 기본연봉과 성과연봉으로 구분하고 직급별로 기본연봉과 성과연봉의 기준값을 정한다. 그리고 성과평가 결과에 따라 성과연봉을 기준값에서 가감하여 결정한다. 예를 들어 과장이라면 기본연봉은 2천만원으로 동일하게 하고 성과연봉은 성과평가 결과에 따라 2.2천만원(A), 2천만원(B), 1.8천만원(C)으로 차등하는 것이다. 성과의 영향을 차단한다면 모든 과장의 연봉은 4천만원으로 동일해진다.

두 번째 방법은 일정 기간 동안 (예를 들어 5년 동안)만 호봉승호를 인정해 주는 것이다. 이는 시간에 따른 학습효과를 인정하는 것이다. 신입사원이 입사 후 수년 동안 임금이 전혀 오르지 않는 것도, 자신보다 몇 년 후에 입사한 후배와 동일한 임금을 받는 것도 공정하다고 볼 수 없다. 특히 사원, 대리 시절에는 학습이 빠르게 진행된다. 따라서 일을 수행하는 능력, 회사에 대한 기여도에 차이가 있음을 인정하고 이를 임금에 반영하는 것도 바람직하다. 호봉처럼 매년 조정하는 대신 2~3년에 한 번씩 조정해 주는 방법도 있다. 이는 동일 직급에 적용되는 임금이 2~3개가 있음을 의미한다. 또 상위직급은 동일직급 동일임금으로 하고 하위직급에서는 호봉, 또는 2~3개의 임금을 인정하는 방법도 있다. 예를 들어 대리 이하 직원들은 5호봉까지 인정하지만 과장 이상은 단일임금으로 하는 것이다. 이 방법은 학습커브와 대응되는 면이 있다. 과장은 성숙의 단계를 의미한다. 이 단계를 넘어가면 학습속도가 느려지기 때문에 수행능력의 향상은 근속에 비례하지 않는 것으로 가정하고 이를 임금에 반영해도 큰 무리가 없을 것이다.

세 번째 방법은 위에서 예시한 혼다의 임금제도와 같거나 유사한 방법이다. 직급별 임금기준을 B등급에 둔다. S, A등급은 B등급의 위에 C,D등급은 B등급의 아래에 위치한다. 그리고 평가 결과에 따라 개인 임금이 위치하는 등급을 차별한다. 이때 등급 간의 임금 차이는 상징적인 수준이 되어야 한다. 이 차이가 커지면 돈으로 동기를 부여하는 것이 되기 때문이다. 직원을 특정 등급에 배치하는 방법에는 심사를 통한 인위적으로 배치하는 방법과 메리트 매트릭스에 의해 자동으로 찾아가게 하는 방법이 있다. 혼자는 후자의 방법을 쓴다. 심사를 통해 배치할 때는 등급 값이 하나만 있어도 되지만 메리트 매트릭스를 적용할 때는 등급을 3개 이상의 단계로 세분해야 한다. 그래야 평가 결과와 자신의 임금 위치에 따라 여러 단계를 한 번에 오르고 내리는 것이 가능해진다. 또한 심사를 거쳐 임금 등급을 결정할 때나 메리트 매트릭스를 이용할 때나 임금은 안정성이 있어야 한다. 현재의 성과연봉을 결정하는 것처럼 전년도 평가 결과 하나에만 의존하거나 아니면 절대적으로 의존하지 않아야 한다. 이것이 능력주의 인사운영이다. 성과도 춤추듯이 크게 변화하지 않는 면이 있지만 인간의 능력은 더 더욱 그렇다.

성과배분 관행의 혁신

만일 성과배분이 개인의 성과를 반영하고 있다면 이를 제거하도록 한다. 사업부, 전사의 성과를 반영하는 것은 좋다. 그러나 팀의 성과를 반영하는 것은 기술적으로 어렵다. 팀 성과의 우열을 판단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전사적 성과, 사업부의 성과는 BalancedScoreCard에 의거할 수도 있고, 경쟁사나 업종의 성과와 비교한 상대적인 것일 수도 잇지만 대체로 평가 결과를 받아들이는 것이 용이하다. 따라서 기본적인 행태는 전사 실적, 사업부 실적만을 반영해서 모든 사업부원에게 동일한 지급률로 배분하는 것이다. 또 전사 실적도 공유되어야 한다. 한 회사 내에서도 어떤 사업부는 돈 잔치를 벌이는데, 다른 사업부는 그저 쳐다만 보고 있다면 곤란하다. 성과배분제도의 구체적인 모형에 대해서는 9장에서 다루도록 한다.

승진 관행을 혁신한다

승진은 대안이 되는 성과관리에서 매우 중요하다. 승진은 직원에게 자신의 경력에 대한 장기적인 비전을 줄 수 있도록 운영되어야 한다. 지속적인 학습을 통해 자신의 능력을 계발하고, 이 능력을 활용해 우수한 성과를 올린 직원에 한해 승진을 허용함으로써 조직에서 성공하기 위한 조건을 투명하게 보여 주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성과에 입각한 능력의 판정, 그리고 능력 수준에 적절한 직급을 부여하는 승진이 되어야 한다. 연공에 따라 승진이 허용되어서는 안 된다.

연공에 의한 승진에서 탈피

승진심사는 평가된 능력을 직급기준에 비추어보는 것이므로 기준이 명확해야 하며 평가를 신뢰할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승진의 공정성은 승진이 아닌 직급체계와 평가 운영에 달려 있다고 볼 수 있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대개의 기업에서 이용하고 있는 직급체계가 직급을 명확하게 정의하는 것이 어렵게 되어 있어 승진심사의 기준을 제공하지 못하는 것이 가장 근본적인 문제다. 기준이 없기 때문에 부득이 표준경과년수라는 것을 설정하고 이 기간을 경과한 직원들 중에서 선별하여 승진시킬 수밖에 없다. 또 평가 결과를 신뢰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평가 결과에 근거하여 발탁 승진을 하거나 승진에서 탈락시키는 것도 어렵다. 따라서 연공에 의한 승진 관행을 막는 방법으로는 직급체계를 개선하는 것이 가장 적절하다. 그리고 평가 결과를 신뢰할 수 있도록 평가 제도를 정비하고 운영하는 것도 필요하다.

승진운영의 분기점 ; 전문가인가?

승진을 심사하는 방법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첫째는 탈락자를 고르는 것이고 둘째는 승진자를 고르는 것이다. 대부분의 기업은 신입사원이 들어와서 대리로 승진할 때까진느 승진을 그리 통제하지 않는다. 대부분 때가 되면 대리가 된다. 부적격자를 가려 탈락시키는 첫 번째 방법이 대리까지 적용되는 것이다. 그러나 일정 직급 이상부터는 승진자를 선별하는 두 번째 방법을 쓴다. 부장, 차장 승진에 이를 적용하는 기업도 있지만 과장직급부터 이를 적용하는 경우가 가장 흔하다. 아마 이는 과거 직급제의 유산이니 듯하다. 과장은 조직의 관리자였고 이 직책은 아무나 수행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따라서 과장의 진급은 비중 있게 다뤄졌다. 지금은 과장이 대개 관리자가 아니지만 그 무게감은 여전히 남아 있다.

능력주의 인사운영에서 과장은 전문가에 해당한다. 전문지식을 가지고 있고 웬만한 문제는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대리 이하는 학습자에 해당한다. 전문가에게 배우고 익히는 단계다. 반면 과장은 이제 수련을 끝내고 강호로 나갈 수 있는 경지에 이른 것이다. 물론 고수는 아니지만 홀로 생존할 수 있다. 이런 승진운영에 관한 전통적인 관점은 그대로 유지해도 문제가 없을 것이다. 따라서 대리직급까지는 부적격자를 제외한 모두가 승진하도록 허용하지만 과장 승진부터는 적격자를 선별하여 이들에 한해 승진을 허용하는 것이다.

이렇게 과장직급부터 승진을 엄격하게 통제함으로써 꾸준한 학습을 통해 전문가가 갖추어야 할 지식을 갖추고 이를 성과로 증명하지 못하면 과장으로 승진할 수 없다는 것을 알린다. 이를 제도화하고 이 제도를 준수한다. 그렇다고 과장 승진이 하늘의 별 따기처럼 어려운 일이 되어서는 곤란하다. 과장에 정원이 있어서도 안 되고 대상자의 일정 비율만을 승진시킨다는 제한이 있어서도 안 된다. 전문가로 인정된다면 누구든지 과장이 될 수 있어야 한다. 이렇게 하면 모든 직원이 과장이 되는 극단적인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지만 이것이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문제가 되는 상황은 사원, 대리의 생산성을 보이는 직원들에게 과장의 임금을 지급하는 것이다. 과장의 생산성을 내는 직원에게 과장의 임금을 지급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렇다면 전문가에게 필요한 지식을 갖추었다는 것을 어떻게 알 수 있을까? 그 증거로 논문을 제출하게 한다. 자신이 담당하는 분야에서 특정한 영역을 심도 있게 연구하고 연구 결과를 이용해서 조직을 개선하고 혁신하는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다. 대리로 근무하면서 이러한 논문을 인사팀에 제출하면 인사팀은 이 논문의 질을 평가하는 프로세스를 진행하고 본인에게 통과 여부를 알려준다. 이렇게 승진을 위해 논문을 제출하는 방법은 과거에도 유행한 적이 있었다. 논문 외에도 책을 내거나 사내외에서 강의를 하는 것도 전문가로 인정할 수 있는 증거가 된다.

다음으로 전문가의 성과에 대해 알아보자. 전문가로서의 역량을 입증할 수 있는 성과는 무엇일까? 바로 개선과 혁신이다. 전문가는 자신의 문제해결능력을 이용해서 1년에 1~2건의 개선 과제를 수행해야 한다. 그래서 몇 년 지나면 개선 정도가 눈에 뜨일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성과가 있었는가를 성과평가 결과에서 확인한다. 성과평가에서 A등급 이상을 2년 이상 연속해서 받았다면 전문적인 능력이 발휘되고 있다고 보아도 문제가 없을 것이다.

승진을 공개하지 않는다

전통적으로 승진은 공개되어 왔다. 공개를 통해 능력이 우수하고 회사에 기여도가 높은 사람이 승진한 반면,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탈락했음을 밝혀 직원들을 동기부여하려는 목적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이상적인 결과가 달성되지 못해도 공개를 해야만 했다. 직급과 호칭이 일대일로 매치되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승진을 하게 되면 호칭이 달라지므로 사람들에게 승진 사실을 알려 호칭을 바꾸도록 해야 했다. 그러나 직급과 호칭의 연결을 끊어버리면 승진 사실의 공개 여부가 옵션이 된다. 우리는 이제 승진을 공개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한 시대에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 과거의 인사운영은 중앙집권형이었다. 승진에 탈락한 사람도 대개는 속으로만 앓았다. 탈락의 이유를 알아보고 항의하는 사람은 드물었다. 지금도 이렇게 운영되는 기업이 있다면 이 조직의 조직 문화는 여전히 수직적인 위계가 중시되고 있는 것이다. 인간의 에고, 그리고 인사정보의 편중성 등을 감안할 때 모두가 동의하는 승진인사를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누구나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수평적인 문화에서는 소란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호칭을 없애는 기업들이 많이 나오고 있는데 이는 수평적인 문화를 강화하려는 이유도 있지만, 승진 공개에서 야기되는 부작용을 제거하려는 목적이 더 큰 경우가 많다.

평가 관행을 혁신한다

인사운영이 연공에 근거하지 않기 위해서는 평가 기능이 살아 있어야 한다. 대안이 되는 성과주의는 능력주의를 지행하며, 능력주의는 능력에 부합하는 직급과 직책을 부여하는 것이 핵심 기능이다. 이 기능이 발휘되려면 우수한 성과를 내었을 때 이를 인정해야 하며, 우수한 성과의 기저에는 우수한 능력이 있음이 인정되어야 한다. 이를 위한 방안을 생각해 보자.

한국인도 공정한 평가를 할 수 있다

필자는 한국 기업과 다국적 기업을 모두 경험해 보았다. 외국인 CEO는 자신에게 보고하는 임원들의 평가를 '있는 그대로' 하려고 노력한다. 때로는 임원 개개인의 성과나 행동에 관한 개별적인 사건을 메모해 두었다가 평가할 때 하나씩 읽어보면서 평가에 반영하기도 한다. 임원들이 CEO의 평가 태도를 목격하면 휘하에 있는 매니저를 평가하는 자세가 달라진다. 이렇게 해서 공정성이 높은 조직의 평가 문화가 만들어진다.

평가의 공정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제도적인 면, 그리고 인적인 면에서 혁신이 필요하다. 먼저 제도적인 면부터 살펴보자.

팀 성과에 대한 팀원의 기여도를 평가한다.

4장에서 팀의 성과는 사업부 BalancedScoreCard 목표달성 기여도, 팀 성과 책임 영역 수행도, 그리고 스트레치 성과의 3종을 종합하여 상사가 평가한다고 했다. 팀원의 평가는 그 평가 결과가 나온 후 실시한다. 팀장은 세 종류의 평가 결과가 나오면 이를 팀원 평가에 직접적으로 반영한다. 즉, BalancedScoreCard 목표달성 비여도에서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았다면 그에 직접적으로 기여한 팀원에게 가점을 주는 것이다. 팀 성과 책임 영역 수행도도 마찬가지다. 이는 수비적인 업무이기 때문에 사고가 일어나지 않는다면 대개 '보통' 또는 '만족'의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간과할 수 없는 어떤 사고로 인해 팀이 '미흡' 판정을 받았다면, 그에 대해 책임이 있는 팀원이 성과평가에서 감점을 받는다. 스트레치 성과 역시 같은 방법으로 판정한다. 그래서 이 세 평가를 조합하여 팀원의 성과 수준을 A, B, C 세 등급으로 판정한다. 그 후 A를 받은 직원 중에서 공헌도가 특별히 높은 직원이 있다면 그 직원에게 S등급을 부여한다. 또 C를 받은 직원 중에서도 특히 문제가 있는 직원에게 경고를 줄 필요가 있다면 D등급을 부여한다. S, A, B, C, D에 대한 비율을 정할 필요는 없다. 임금으로 연계되지 않기 때문에 배분 비율을 고집할 이유가 없다. 팀장에게 등급 결정의 재량권을 부여해도 팀원의 성과평가 결과는 팀의 성과평가 결과와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팀장이 온정적인 평가를 하기가 어렵다.

우수한 성과를 내기 위한 능력 요건을 정의한다

일마다 성공하기 위한 요건이 다를 수 있다. 학자들은 우수한 성과라는 아웃풋을 내기 위해 특정한 인풋이 필요함을 찾아내고 이를 '컴피턴시'라 이름 지었다. 성과주의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이 컴피턴시를 찾아내고, 직원들의 컴피턴시 보유 수준을 평가하며, 높은 수준의 컴피턴시를 보유하도록 직원을 계발하는 것이 필요하다.

대기업 중에서는 컨설팅을 받아 컴피턴시 모델을 개발한 기업들이 꽤 많이 있다. 그러나 기업들은 대부분 그 모델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다. 이는 개발한 모델이 해당 기업의 상황에 맞지 않는 교과서적인 모델이거나, 너무 복잡해서 실용성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 제도는 실용성이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제도가 컴피턴시 개념에 충실하되 간편해야 한다. 문제는 컨설팅 대가로 수억원을 주고 만든 모델이 간단할 수 없다는 데 있다. 그래서 컨설팅을 받는 것보다 컴피턴시를 추출하는 방법을 공부하거나 컨설턴트에게 지도를 받아 직접 개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직종별로 컴피턴시를 추출하고 그를 행동으로 정의한다.

중요사건에 근거해서 컴피턴시를 평가한다

평가의 오류를 방지하기 위한 평가 프로세스에 관한 책이나 평가자 훈련을 위한 책을 보면 모두 '중요사건critical incident에 의한 평가'를 강조하고 있다.

중요사건에 의한 평가는 평가 기간 중에 피평가자와 관련된 사건이나 유념할 만한 피평가자의 행동을 되살려보고 그에 근거하여 평가하는 것이다. 이는 막연한 이미지 평가나 헤일로 오류에 빠지는 것을 막아준다. 중요사건에 근거해 평가를 하려면 중요사건을 기록해 두는 것이 좋다. 삼성그룹에서는 사내 정보시스템에 이를 입력해 둘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중요사건은 업무와 관련된 것이어야 한다. 회사를 떠나서 발생한 사건이나 행동은 평가에서 제외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대개 일상적인 업무수행 과정에서는 평가에 반영할 만한 중요사건이 일어나지 않는데, 이때는 모든 평가항목에 B등급을 부여할 수밖에 없다. 때로는 어떤 사건이 일어나기도 하는데 대개는 부정적인 것들이다. 이 경우에는 경중을 가려 중요하다고 판단되면 관련된 평가항목에 C등급을 준다. 눈여겨볼 만한 사건이나 행동은 사업부 BalancedScoreCard 목표달성 과정이나 스트레치 성과를 내는 과정에서 많이 노출된다. 일상업무의 범위에서 벗어났을 때 우수함이나 부족함이 드러나는 것이다.

중요사건 검토표

사건

행동

평가항목

평가

OO라인 문제해결
2007년 5월

갑작스럽게 높아진 불량률을 해결하기 위해 15일 동안 밤을 새며 실험을 하여 원인을 규명하였음

책임감

우수

OO반장과의 갈등
2007년 3월 12일

현장의 분위기를 충분히 이해하지 않고 야근 작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서로 욕설을 하는 일이 일어남

인간관계

미흡

공정한 평가는 관리자에게 달려 있다

다음으로 평가 관행에서 혁신해야 할 것은 인적인 면이다. 평가자의 평가능력을 향상시켜 평가 품질을 높이는 것이다. 성과평가의 공정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시스템을 치밀하게 만들고 계속 보완하는 것보다 운영에 역점을 두는 것이 좋다. 평가운영을 개선하고자 하는 경영자와 관리자들을 만나보면, 대부분 고민하지 않고 평가할 수 잇으며, 평가결과에 대해 시비가 일지 않는 평가시스템을 갖고 싶어한다. 규칙을 만들어 평가자의 평가를 통제하려고 한다면 규칙은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평가제도는 시간이 갈수록 정교해지고 복잡해진다. 그 결과 관리자들은 제도를 잘 이해하지 못하며, 따라서 시스템의 개선에도 불구하고 평가문제는 개선되지 못한다. 다국적 기업의 평가는 시스템에 의존하지 않는다. 평가 문화, 그리고 관리자의 마음가짐에 의존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평가 공정성에 대한 인식이 한국 기업에 비해 한결 긍정적이다. 한국 기업들도 시스템에서 사람으로 개선의 초점을 바꾸어야 한다.

매년 평가를 하기 전에 하루 정도 평가자 훈련을 갖도록 한다. 이 자리에서는 평가의 중요성을 재인식하고 공정하게 평가하려는 마인드를 갖도록 하는 정신교육이 이루어진다. 그러나 정신교육만으로 끝나서는 곤란하다. 평가항목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한 교육, 평가의 오류를 최소화하기 위한 교육이 함께 진행되어야 한다. 평가자 훈련에 참석한 관리자들에게 평가항목의 개념을 물어보면 자신의 방식대로 개념을 설명한다. 제도에서 정의된 개념은 기억하지 못한다. 그 항목에 있어 우수하다고 평가할 수 있는 행동, 또 반대의 행동을 물으면 대답을 못한다. 사실상 평가할 준비가 전혀 되어 있지 않은 것이다. 평가자들은 평가항목의 개념을 구체적으로 이해해야 한다. 예를 들어 '이해판단력'이라는 컴피턴시가 있다면 평가자들은 그 컴피턴시의 정의가 무엇인지, 그것이 높다고 판정할 수 있는 행동은 어떤 것인지, 반대로 그것이 낮다고 판정해야 하는 행동은 무엇인지를 이해하고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평가항목의 개념을 잘 이해하는 것만으로도 평가 오류가 일어나는 것을 상당 부분 예방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아는 것과 행하는 것에는 차이가 있기 마련이다. 그래서 실습을 해보는 것이 좋다. 사례를 글, 또는 비디오로 제작해서 제시하고, 사례에 나오는 사람들의 역량을 평가해 보는 것이다. 이렇게 연습을 해보면 사람들이 갖고 있는 평가의 잣대에 아주 큰 차이가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사례를 가지고 평가연습을 반복하다보면 평가자 간의 견해 차이가 점점 좁혀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평가 결과를 공개할 필요는 없다

평가 결과는 공개하는 것이 기본으로 되어 있다. 이는 잘한 것과 잘못한 것을 본인이 알아야 잘한 행동을 강화하고 잘못된 행동을 교정한다는 행동주의 원리에 따른 것이다. 새로운 성과주의에서는 평가 결과가 바로 연봉에 반영되지 않는다. 그래도 평가 결과를 공개하는 것이 필요할까? 만일 결과를 공개하지 않는다면 직원들은 자신이 어떠한 평가를 받는지 모르기 때문에 평가 결과를 공개하는 것이 필요할 수도 있다. 그러나 직원이 일을 잘하고 있는지, 잘 못하고 있는지를 1년에 한번, 그것도 평가 철에만 알려 주는 것이 과연 지향해야 할 방향일까? 관리자는 직원들과 함께해야 한다.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어떤 난관을 겪고 있는지, 성과는 어떤지를 알고 있어야 한다. 세세한 관리의 시대는 가고 위임의 시대가 왔다고 해서 그런 것을 모른다는 것은 용납될 수 없다. 코칭과 지원의 리더십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때를 알아야 하고, 때를 알기 위해서는 진행 상황을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자신이 추진한 일이 좋은 결과를 가져왔을 때, 상사가 이를 알아주고 인정해 주기 바라는 것은 인간의 기본 욕구에 해당한다. 겸양이 미덕인 사회적 분위기 때문엔 이를 자랑하지 않는 사람도 있다. 이런 사람을 관리자가 인정해 주지 않으면 그는 조직에 불만을 갖게 된다. 무언가 잘못되었거나 실망스러운 결과가 나왔을 때에도 관리자는 직원에게 자신의 우려를 전달해야 한다. 그래야 잘못된 것을 알고 실수를 반복하지 않거나 실수를 만회하려는 노력을 하게 된다. 이러한 사건을 일 년 동안 모았다가 한 번에 털어 놓도록 제도화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인정을 해주든, 질책을 하든 그러한 상황이 일어났을 때 바로바로 이루어지도록 유도하는 것이 좋다.

평가 결과의 비공개를 원칙으로 해도 상황에 따라서는 공개해야 할 것도 있다. 바로 방출과 관련된 것이다. 공동체적 가치를 준수하지 않거나 부진한 성과가 지속될 경우에는 부득이 그 직원을 방출할 수밖에 없다. 어느 날 갑자기 사직을 권고하는 패닉 상태를 초래해서는 안된다. 직원이 2년 연속 '미흡'에 해당하는 평가 결과를 바든다면 본인에게 알리고 해결 방안을 함께 모색해 준다.

3. 고성과 조직의 길

2부에서는 돈으로는 높은 성과를 내도록 할 수 없다는 것에 근거하여 기존의 잘못된 성과주의 관행을 제거하는 방법에 대해 알아보았다. 그러나 이는 응급조치에 불과하다. 의학적 응급조치가 상황의 악화를 막을 뿐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지는 못하는 것처럼, 기존의 잘못된 관행을 제거하는 것만으로는 고성과 조직을 만들 수 없다. 고성과 조직은 고성과 문화를 구축함으로써 만들어진다.

3부에서는 고성과 조직의 모습과 그 조직을 만드는 방법에 대해 생각해 보기로 한다.

7장. 고성과 조직의 특성

고성과 조직

조직운영에 관한 다섯 가지 관점

세 학자들이 주장하는 대안

8장. 인간과 일의 조화

직무 조각하기

내재적 보상을 유발하는 직무 설계

사람과 일의 매치

9장. 공동체로서의 조직

고용안정성의 추구

통제에서 신뢰로

팀 중심의 경영

성과배분

10장. 변화의 관리

변화의 비전

변화의 관리

조직의 DNA에 고성과 조직을 새긴다


CategoryBook

책/성과주의의 혁신 (last edited 2023-06-30 12:33:13 by 정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