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1세기 시민경제학의 탄생 (스테파노 자마니/루이지노 브루니) - Highlight on Page 11 | Loc. 160-68 | Added on Thursday, July 07, 2016, 06:42 PM

이 책의 주된 이론적 과제는, 세계화된 ‘제대로 된decent’사회 및 경제에 공헌하려면 ‘계약의 원칙’이 상호성의 원칙과 기본적으로 연결되는 고리를 되찾아야만 한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 책의 역사적 재구성(2장~5장)과 이론적 논증(6장~9장)의 목표는, 시장이 상호성의 형태로서 기능하려 할 때만이 ‘시민적’이자 문명화civilization의 일환이라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 사실은 4장에서도 살펴보겠지만 나폴리의 경제학자 안토니오 제노베시Antonio Genovesi의 주된 메시지이기도 하다. 문화의 지평, 상호성의 원칙에서 밀려난 사회는 미래에 대해 무능하며, 행복을 향한 구성원들의 요구에 부응할 수 없다. 행복, 더 정확히는 ‘공공 행복’은 상호성, 신뢰, 무상성無償性, 관계성과 함께 이 책에서 다룰 열쇳말 중 하나다. ========== 21세기 시민경제학의 탄생 (스테파노 자마니/루이지노 브루니) - Highlight on Page 21 | Loc. 317-19 | Added on Tuesday, July 12, 2016, 04:47 PM

통화에 적용되는 가장 오래된 경제 법칙 중 하나인 그레셤Gresham의 법칙은 ‘악화惡貨가 양화良貨를 구축한다’라고 말한다. 이 법칙은 매우 방대한 범위에서 작동한다. ========== 21세기 시민경제학의 탄생 (스테파노 자마니/루이지노 브루니) - Highlight on Page 21 | Loc. 320-21 | Added on Tuesday, July 12, 2016, 04:48 PM

장기적으로 나쁜 동기가 좋은 동기를 몰아낸다. ========== 21세기 시민경제학의 탄생 (스테파노 자마니/루이지노 브루니) - Highlight on Page 21 | Loc. 322-24 | Added on Tuesday, July 12, 2016, 04:48 PM

똑같은 논리가 시장에도 적용된다. 시장이 오로지 자기 이익[사리] 추구와 도구적 합리성의 장이 된다면, 시장은 그 확대로 인해 다름 아닌 자기 존재의 전제 조건인 신뢰와 협동의 정신을 궁극적으로 훼손하게 될 것이다. ========== 21세기 시민경제학의 탄생 (스테파노 자마니/루이지노 브루니) - Highlight on Page 22 | Loc. 326-36 | Added on Tuesday, July 12, 2016, 04:48 PM

자유주의적 개인주의가 지닌 지적 매력이 바로 이 점이다. 대인 관계의 대부분을 하나의 특정한 형태, 바로 계약으로 환원하기 때문에, 시장을 통해 어떤 특정한 공동선이나 가치 판단을 ‘알지 못한 채로’ 개인들의 선호를 한데 모으는 것이 가능하다고 주장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좀 더 신중히 생각해보면 이 주장에는 상당한 약점이 있다. 분배와 조정의 문제에서 서로 상충하는 관계들, 그리고 사회적 관습을 가능하게 하는 관계들에 대해 생각해보라. 이 모든 종류의 관계를 계약이라는 우산 아래 끌어넣겠다는 주장은 쓸모가 없을 뿐 아니라 미묘한 도덕의 문제를 건드리기까지 한다. 계약 당사자 간의 합의가 공정함, 심지어 선함의 근본 기준이 된다면 자신을 위해 합당한 계약을 맺을 위치에 있지 못한 이들, 나아가 계약을 맺을 능력이 아예 없는 사람들은 어떻게 되겠는가? 그랜트George Grant는 다음과 같이 말한 바 있다. “사람을 하나의 개인으로 만드는 것이 계약을 셈해보고 받아들이는 능력이라는 뜻인가? 인간이 오로지 셈할 줄 아는 능력에 따라서 권리를 부여받아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가?”3 ========== 21세기 시민경제학의 탄생 (스테파노 자마니/루이지노 브루니) - Highlight on Page 23 | Loc. 339-44 | Added on Tuesday, July 12, 2016, 04:49 PM

많은 학자가 어떤 사회 체제든 조화롭게 발전하고 미래를 설계하려면 다음의 세 가지 조정 원칙을 갖춰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1) 등가교환(다시 말해 계약), (2) 부 또는 소득의 재분배, (3) 상호성에 입각한 증여(의무munus로서의 증여와는 반대되는 의미의)가 그것이다. 이 세 원칙은 서로 구분되지만 독립적이지는 않다. 이 ‘삼발이’구조가 유지되면 사회는 조화롭게 발전한다. 그 이유를 이해하기는 어렵지 않다. 이 세 가지 원칙 각각을 통해 이루려는 구체적 목적이 무엇인지 생각해보면 된다. ========== 21세기 시민경제학의 탄생 (스테파노 자마니/루이지노 브루니) - Highlight on Page 23 | Loc. 345-48 | Added on Tuesday, July 12, 2016, 04:50 PM

먼저 등가교환의 목적은 파레토 효율이다. 모든 재화와 서비스에 그에 맞는 동등한 가치를 지급해야 한다는 원칙에 따라 모든 거래가 조정될 때, 그 경제는 왈라스Marie Esprit Léon Walras의 이론 체계와 같은 일련의 견고한 조건 아래 자원을 낭비하지 않고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 21세기 시민경제학의 탄생 (스테파노 자마니/루이지노 브루니) - Highlight on Page 24 | Loc. 356-62 | Added on Tuesday, July 12, 2016, 04:50 PM

재분배의 원칙은 어떨까? 이 원칙은 공정성 확립을 목표로 한다. 경제 체제는 수익 창출에 효율적인 것만으로 충분치 않다. 바람직한 경제 체제는 수익을 창출하는 데 기여한 자들에게 공정하게 수익을 재분배할 방법 또한 찾아야 한다. 도덕적 차원에서라면 상당히 이해하기 쉽고, 또 이를 뒷받침하는 이론도 어렵지 않게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수익의 재분배는 비단 도덕적 이유뿐만이 아니라 경제적 이유로라도 이루어져야 한다. 상당수의 사람이 구매력이 없어 시장에 참여하지 못한다면 시장 체제는 장기적으로 제대로 기능할 수 없다. 물적·인적 자원을 충분히 갖추고도 공정성의 원칙을 적절하게 적용할 줄 몰라 처참하게 퇴행한 국가들이 있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 21세기 시민경제학의 탄생 (스테파노 자마니/루이지노 브루니) - Highlight on Page 24 | Loc. 363-73 | Added on Tuesday, July 12, 2016, 04:51 PM

마지막으로 상호성의 궁극적 목적에 대해 살펴보자. 일단 사회적 결합을 굳건히 하는 것이 목적이다. 로크John Locke의 표현을 빌리면, ‘사회의 결속’은 일반화된 신뢰이며 그것 없이는 시장도 사회도 존재할 수 없다. 또 다른 목적은 적극적 의미의 자유를 실현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모든 사회적 주체가 자신의 인생을 설계할 가능성, 그를 통해 아리스토텔레스Aristotle의 에우다이모니아eudaimonia와 같은 의미의 행복을 추구할 가능성을 갖도록 하는 것이다. 소극적 의미의 자유는 단순히 억압이나 구속이 없는 상태, 즉 어떤 것으로부터의 자유를 말한다. 반면 적극적 의미의 자유는 어떤 것을 할 수 있는 자유, 자아실현의 자유를 말한다. 행복에는 이런 적극적 의미의 자유가 필요하다. 효율성과 공정성은 통합했지만(이 두 가지만 통합했어도 꽤 성공했다고 볼 수 있다) 상호성을 통합해내지 못했다면 여전히 살기 좋은 사회가 아니다. 상호성이야말로 ‘형제애fraternity’가 일어나도록 하는 원칙이기 때문이다. 안타깝게도 이 형제애라는 말은 1789년 프랑스혁명의 구호로 쓰인 이래 폐기되고 말았다. ========== 21세기 시민경제학의 탄생 (스테파노 자마니/루이지노 브루니) - Highlight on Page 25 | Loc. 379-81 | Added on Tuesday, July 12, 2016, 05:15 PM

형제애는 개인적 관점을 전제하는 반면 연대는 비개인적 관점과 부합한다. 연대는 추상적 집단과 관련된 것이기 때문에 서로 모르는 사람끼리도 연대할 수 있지만, 형제애는 상호성을 갖춘 특별한 관계에서 생겨난다. 형제들도 연대할 수 있지만, 연대한다고 해서 형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 21세기 시민경제학의 탄생 (스테파노 자마니/루이지노 브루니) - Highlight on Page 25 | Loc. 384-85 | Added on Tuesday, July 12, 2016, 05:15 PM

형제 관계에 있다는 것, 즉 형제애는 동등한 자들 사이의 다양성을 강조한다. 반면 연대는 다른 사람들 사이의 동일성을 강조한다. ========== 21세기 시민경제학의 탄생 (스테파노 자마니/루이지노 브루니) - Highlight on Page 26 | Loc. 385-405 | Added on Tuesday, July 12, 2016, 05:15 PM

우리가 여기서 이야기하려는 점은 오늘날 우리 사회가 이 세 가지 원칙을 동시에 모두 결합한 사회 질서를 아직 탄생시키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이제껏 한 번에 두 가지 원칙만이 실현되어왔다. 그 결과는 어땠을까? 지난 역사를 들춰보면서 상호성의 원칙이 밀려나거나 무시되면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생각해보자. 이러한 예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서양에서 다양한 형태로 발전했던 복지국가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이 시기 복지 시스템의 축은 이른바 자애로운 국가benevolent state로, 시장이 효율적으로 부를 생산하면 이를 국가가 공정한 기준에 따라 재분배한다. 이와 같은 시스템에서 제3부문은 세 번째에나 올 뿐 아니라 국가에 의존하는 부속 기관이 되고 만다. 다른 한편으로 재분배의 원칙이 배제되거나 상당히 제한적으로 작동한 사례로, 오늘날 북미에서 유행하는 일종의 박애적 자본주의philantropic capitalism를 들 수 있다. 여기서 시장은 박애적 자본주의 체제의 원동력이며, 그 어떤 방해도 받지 않고 자유로워야 한다. 그러한 환경에서 시장은 가능한 한 최대의 부를 생산하고, 그런 다음 부자들은 시민사회의 다양한 자선단체와 재단을 통해 가난한 이들에게 박애를 베푼다. 온정적 보수주의compassionate conservatism 모델에서는 시장 경쟁에서 밀려난 이들에 대한 관심이 연민이라는 도덕적 감정과 연결된다. 그에 따라 시민사회 조직은 비영리 조직 외의 다른 이름으로 불릴 수 없다. 온정적 보수주의라는 표현이 미국적 토양에서 탄생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이런 비영리 조직은 사회적 상호작용의 부정적 효과를 상쇄하기 위해 일할 뿐, 부정적 효과가 일어난 원인을 해결하지는 않는다. 이런 맥락에서 이들의 호의는 상호성이라는 뿌리 깊은 본성을 잃고 자선이나 기부로 탈바꿈해버린다. 마지막으로 등가교환 원칙을 배제하거나 평가절하함으로써 다양한 형태의 집단주의와 공동체주의가 과거에서 현재까지 탄생했다. 이 경우 계약의 원칙이 무용지물 취급을 받으면서 어마어마한 비효율성의 비용과 감당할 수 없는 불행이 발생한다. 이 세 가지 조정 원칙이 같은 사회 체제 안에서 공존하도록 하는 것이 시민경제가 안고 있는 도전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