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laborating With the Enem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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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천

PeterBlock

이 책의 내용은 부제 그대로다. 생각도 다르고 좋아하지도 않고 신뢰도 없는 사람과 함께 일하는 방법을 다룬다. 처음에는 생각이 다른 사람과 협력하라고 한다. 그렇게 어렵지 않다. 난이도는 더 올라간다. 좋아하지 않는 사람과 협력하라고 한다. 일터에서는 흔한 일이기도 하니까 이것도 그럭저럭할 만하다. 하지만 마지막 과제는 좀 더 힘들다. 신뢰하지 않는 사람과의 협력은 적과 일하는 것과 같다. '협력의 역설'은 바로 그 방법을 알려주는 책이다.

변화 추구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단순하고 순진한 기존 전략은 두 가지 전제를 바탕으로 한다. 첫 번째는 다른 사람들과 세상을 위한 최선이 무엇인지 아는 엘리트 집단이 존재한다는 전제다. 싱크 탱크를 만들고 마약, 빈곤, 테러 같은 부정적 사안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정상 회담에서 발언하고 협상가를 뽑는 것이 지도자와 전문가로 이루어진 핵심 집단의 권리이자 의무라는 성스럽기까지 한 견해 말이다. 정부, 기업, 학교, 교회 같은 조직에서는 그 핵심 집단이 바로 최고 경영진이고 그들이 변화를 일구는 프로그램을 마련하기에 가장 적합하다고 믿는다.

두 번째는 문제를 해결하면 미래로 나아갈 수 있다는 전제다. 비전에 합의하고 목표를 세우고 그곳으로 향하는 예측 가능한 길을 설정한다. 마감 기한과 단계별 목표가 있는 관찰 가능한 평가 기준을 명시하면 변화가 일어난다는 믿음이 존재한다. 책무를 다하고 실패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생각과 분위기가 그런 믿음을 더욱 고착시킨다.

'협력의 역설'은 그런 행동 방식에 의문을 제기하라고 주장한다. 중대한 이해관계자 사이에 의견 차이와 갈등이 존재하는 복잡한 문제라면 더더욱 그래야 한다. 사회나 조직의 복잡한 문제는 다른 방식의 대처가 필요하다. 애덤 카헤인은 매우 특별한 방법을 제시한다.

그는 전통적인 문제 해결법의 대안으로 스트레치 협력을 이야기한다. 불신, 양립할 수 없는 목표, 뿌리 깊은 원한의 역사를 가진 사람들이 합의에 도달하지 않고도 새로운 미래를 만드는 방법을 설명한다. 생각이 달라도 협상을 거치거나 어떤 행동 방안을 목표로 삼지 않고 함께 일할 수 있다는 뜻이다. 변화가 필요한 상황이라는 점만 합의하면 된다. 자신의 해결책이나 입장을 포기할 필요가 없다.

내가 그동안 자주 활용했지만 애덤이 경계하는 기존 전략은 또 있다. 바로 문제 당사자들의 관계와 이익의 본질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다. 우리는 일반적으로 경청하고 신중하게 구성된 대화 형식을 따르며 까다로운 대화를 통제하고 합의한 뒤 이해에 도달하려고 한다. 물론 대화는 유용한 방식이지만 ‘스트레치’ 협력에서는 주요 사안이 아니다. 대안적 미래를 만들려면 대화 방식을 바꾸는 것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다른 것이 더 필요하다.

스트레치 협력에는 세 가지 주요 원리가 있다. 자세한 내용은 책 안에 있으니 간략하게만 소개하겠다. 첫째, 한 명도 빠짐없이 모든 사람의 입장이 타당하고 가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고려해야 할 세계관이나 사고방식이 하나가 아니기 때문이다. 덴마크 물리학자 닐스 보어NielsBohr의 말에서도 알 수 있다. “훌륭한 생각은 그 반대의 생각도 진실이다.”

둘째, 함께 배우는 경험을 통해 진전이 이루어진다. 보통은 협상으로 확실한 것을 찾아내려고 하지, 함께 실험하려고는 하지 않는다. 하지만 누구나 견해가 있다. 상황에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무엇인지 알려면 함께 뭔가를 시도해봐야 한다.

마지막으로 애덤 카헤인은 협업할 때 자신과 타인을 의식해야 한다고 말한다. 적들을 한자리에 모아야 하는 사람들에게 모두 해당한다. 이것은 존재 방식 자체를 바꿔야 한다는 말인데, 상황을 바꾸려 하지 말고 알아차리라는 의미다. 상대방과 마찬가지로 나도 문제에 일조한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PeterBlock, 책/FlawlessConsulting 저자.

머릿말

특별한 상황이건 평범한 상황이건 협력의 가장 큰 난제는 똑같았다. 그 난제는 단순하지만 쉽지는 않다. ‘생각도 다르고 호감도 신뢰도 없는 사람과 어떻게 같이 일할 수 있는가?’

이 책은 기업이나 정부, 비영리단체, 지역사회 구성원을 포함해 여러 조직과 부문에서 상황을 해결하려고 애쓰는 사람들을 위해 썼다. 중대한 난제를 진전시키기 위해 동료와 친구뿐만 아니라 적과 반대자와도 함께 일해야 하는 모든 사람을 위한 책이다.

나는 다양한 환경에서 문제 해결을 위한 협력을 많이 경험했다.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어떻게 진정한 협력을 할지 배울 수 있었다. 이 책은 그 배움의 기록이다.

서론: 생각도 다르고 호감도 신뢰도 없는 사람과 함께 일하는 방법

협력이 불가능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협력에 대한 오해 때문이다. 사람들이 보통 생각하는 협력은 이렇다. 당사자들이 모두 같은 방향을 보아야 하고 목적과 달성 방법에 관한 생각도 똑같아야 하며 상대방을 변하게 만들어야 한다. 다시 말해서 협력은 통제할 수 있고 그래야만 한다고 생각한다. 이처럼 전통적인 협력은 전략 회의와 비슷한 모습이다. 하지만 그 가정은 틀렸다. 복잡한 상황에서 다양한 사람들과 일할 때 협력은 통제될 수도 없고 통제되어서도 안 된다.

스트레치 협력stretch collaboration은 통제에 대한 기존의 가정을 버린다. 화합과 확신, 순응에 대한 비현실적인 환상을 버리고 불협화음, 시행착오, 공동 창조로 이루어진 골치 아픈 현실을 받아들인다. 스트레치 협력은 무술 수련과 비슷하다. 생각도 다르고 호감도 신뢰도 없는 사람들과 복잡한 상황에서 함께 일하도록 해준다.

스트레치 협력은 일하는 방식에서 세 가지 기본적인 변화를 요구한다.

  1. 첫째, 함께 일하는 사람들과 관계 맺는 방식이 바뀌어야 한다. 공동 목표와 팀의 화합에만 집중하는 편협한 시야가 아니라 팀 안팎의 갈등과 연결을 받아들이는 쪽으로 나아가야 한다.
  2. 둘째, 상황을 진전하는 방식이 바뀌어야 한다. 문제와 해결책, 계획에 대해 분명한 합의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지 말고 새로운 관점과 가능성을 체계적으로 실험하는 쪽으로 나아가야 한다.
  3. 셋째, 상황에 참여하는 방식, 즉 수행하는 역할이 바뀌어야 한다. 타인의 방식을 바꾸려 하지 말고 적극적인 행동에 돌입해 자신을 바꾸는 쪽으로 나아가야 한다.

협력의 두 가지 접근법

구분

전통적인 협력

스트레치 협력

사람들과 관계 맺는 방식

팀 전체의 이익과 조화에 집중 (하나의 우월한 전체)

갈등과 연결 수용 (다수의 부분적 전체)

과제를 진행하는 방식

전원이 문제와 해결책에 동의 (하나의 최적 계획)

실험을 통한 진전 (다수의 창발적 가능성)

상황에 참여하는 방식

다른 사람의 방식을 바꾸려고 함 (한 명의 최고 리더)

함께 게임에 발을 내디딤 (다수의 공동 창조자)

스트레치 협력은 어렵다. 세 가지 뻗기(스트레치)에는 자연스러워 보이는 것과 정반대되는 행동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갈등과 복잡함을 피하지 말고 오히려 그 속으로 뛰어들어야 한다. 불편하고 겁도 날 것이다.

스트레치에는 다원화도 필요하다. 하나의 지배적인 전체, 하나의 가능성, 한 명의 리더에 집중하지 않고 다양한 부분적 전체(더 커다란 전체의 일부분), 여러 새로운 가능성, 공동 창조자로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이 책은 스트레치 협력의 이론과 실제를 소개한다. 1장에서는 협력이 왜 필요하고 왜 본질적으로 힘들 수밖에 없는지 살펴본다. 2장에서는 협력, 강제, 적응, 퇴장이 필요한 때와 구분하는 방법을 알려준다. 3장에서는 전통적인 협력의 한계와 그것이 적용되는 편협한 조건을 설명한다. 4장은 스트레치 협력의 중요성을 5, 6, 7장은 스트레치 협력에 따르는 세 가지 스트레치를 자세히 설명한다. 바로 갈등과 연결 수용, 실험과 진전, 발 내디뎌보기이다. 결론에서는 이론을 활용한 연습 프로그램을 제시한다.

1장. 더 중요해졌지만 더 어려워진 협력

협력은 필수적일 때가 많지만 보통은 커다란 난관이 따른다. 절실하게 필요할수록 더 힘들어진다.

정말이지 같이 일 못 하겠네!

참가자들은 정치인, 인권 운동가, 육군 장군, 기업 총수, 종교 지도자, 노동조합원, 지식인, 언론인 등으로 정말로 사회 각 분야의 여러 층에서 왔다. 뿌리 깊은 생각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었고 실제로 다수는 정치적으로나 개인적으로 경쟁 관계였다. 대부분 서로의 견해에 동의하지 않았고 신뢰도 없었다. 나라 안에도 그룹 안에도 의심과 방어적인 태도가 만연했다. 가장 중대한 문제를 해결하려면 힘을 합쳐야만 하는데 과연 가능할지 알 수 없었다.

적화 증후군

이 짧지만 극심한 갈등은 오래전부터 느꼈던 어려움을 실감하게 해주었다. 나에게 무척 중요한 그 프로젝트가 무사히 진행되려면 사람들과의 협력이 필수였다. 그중에는 당연히 나와 생각이 다르거나 믿음이 가지 않는 사람도 있을 터였다. 그런데 나는 그런 사람들을 적으로 여겼다.

이 사건에서 나는 ‘적화(敵化·enemyfying)’라는 보편적 행동 혹은 증후군을 보였다. 적화 증후군은 상대방을 적이라고 생각하고 행동하는 현상이다. 내 문제와 고통의 원인이 상대인 것이다. 우리는 우리를 차별하는 사람들에게 상황에 따라 타인, 경쟁자, 반대자, 상대방, 적과 같은 미묘하게 다른 단어를 쓴다. 우리는 평범하거나 특이한 맥락에서 때로는 신중하고 이따금 가볍게, 심지어 습관적으로 이런 표현을 자주 사용한다. 적은 항상 내가 아닌 남인 법이다. 이런 우스갯소리도 있다. “똑같이 단호해도 나는 신념이고 당신은 아집에 빠진 것이고 그 사람은 독선적이다.” 적화도 비슷하다. “나는 관점이 다른 거고 당신은 틀린 거고 그 사람은 적이다.”

적화는 차이를 이해하고 대처하는 한 방법이다. 감당하기 어려운 복잡하고 미묘한 현실을 흑백으로 단순화해 상황을 명확하게 하고 대처할 에너지를 모아준다. 하지만 유명 저널리스트이자 비평가였던 헨리 루이 멩켄Henry Louis Mencken은 이렇게 말했다. “인간의 모든 문제에는 쉬운 해결책이 존재한다. 그 해결책은 깔끔하고 그럴듯하지만 틀렸다.” 적화는 흥미진진하고 만족스럽고 심지어 정의롭고 영웅적으로까지 느껴지지만 문제를 분명히 해주기는커녕 모호하게 만든다. 갈등을 증폭하고 문제 해결과 창의성의 공간을 좁힌다. 실현 불가능한 대대적인 승리를 꿈꾸느라 정신이 팔려 꼭 필요한 일은 생각하지 못하게 만든다.

협력의 최대 난제

내가 목격하고 실행하기도 한 적화는 협력에 따르는 최대 난제라고 할 수 있다. 협력은 정치에서도 집과 일터에서도 꼭 필요하지만 어렵다. 중요한 과제를 완수하려면 관점이 다른 사람들과 함께 일해야 한다. 사안이 중요하고 관점이 다를수록 협력은 더 필수적이고 더 힘들어진다.

협력의 최대 난제는 확연한 대립을 이루는 두 가지 사전적 정의에서도 분명히 드러난다. 협력Collaboration은 ‘함께 일하다’라는 뜻이지만 ‘반역적으로 적에 협조하다’라는 뜻도 있다. 이처럼 이 단어는 에너지 넘치고 창의적인 팀의 관대하고 포용적인 전진 이야기(“힘을 합쳐야 해!”)와 제1차 세계대전 당시 프랑스처럼 퇴행적이고 비윤리적인 악행 이야기(“협조하지 않으면 죽는다!”)를 떠올리게 한다.

앞으로 나아가려면 생각도 다르고 호감도 신뢰도 없는 사람들과 함께 일해야 하지만 배신을 막으려면 같이 일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 바로 협력의 최대 난제다.

협력의 난제는 권위주의와 복종이 약해지면서 발달한다는 점에서 훌륭하다. 하지만 실패하면 분열과 양극화, 폭력성이 커진다는 점에서는 끔찍하다. 효율적으로 협력하는 방법을 반드시 찾아야 한다.

“정말이지 같이 일 못 하겠네!”라는 말이 나온다면 협력의 난제에 부딪힌 것이다. 우리가 너무도 흔하게 내뱉는 이 말은 과연 무슨 뜻일까? 그 사람과 함께 일하기 싫다거나 일할 수 없다거나 일할 필요가 없다는 뜻일 수도 있다. 그런 상황이라면 당연히 그 사람 없이 일하거나 그 사람을 반대하거나 피하거나 이기려고 할 것이다.

그런데 꼭 함께 일해야만 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 사람을 피하거나 이길 수 없으며, 꼭 필요한 기술이나 자원이 그 사람에게 있거나, 그 사람을 배제하는 것이 잘못이라 협력할 수밖에 없다면 말이다.

협력의 최대 난제는 바로 그런 상황에서 발생한다. 상대방의 가치와 행동이 나와 달라서 틀리거나 잘못되었다고 생각되므로 답답하고 화도 난다. 같이 일해야 한다는 사실을 아는데 되도록 그러지 않아도 되기를 바란다. 내가 옳거나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타협하거나 저버리게 될까 봐 걱정스럽다. 같이 일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면서도 도무지 성공할 것 같지 않다. 어떻게 하면 생각도 다르고 호감도 신뢰도 없는 사람들과 성공적으로 협력할 수 있을까?

2장. 협력은 유일한 선택지가 아니다

언제 협력해야 하는지 알아야 어떻게 협력할 것인지 알 수 있다. 협력은 문제에 접근하는 네 가지 방법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협력이 항상 최선의 선택지는 아니다.

나아가는 길은 불분명하다

협력이라는 기적 같은 선택지

협력의 세 가지 대안

협력은 선택이 되어야 한다

3장. 기존의 억압적인 협력은 쓸모없다

억압은 움직임을 막는다

변화 관리에는 통제가 따른다

정답은 하나뿐

전통적인 협렦의 한계

4장. 전통적이지 않은 스트레치 협력이 필수다

스트레치는 유연함과 불편함을 만든다

내전을 끝내는 방법

통제에 대한 환상 버리기

5장. 첫 번째 스트레치, 갈등과 연결을 수용하기

대화만으로는 부족하다

전체는 하나가 아니다

홀론의 두 가지 동력

힘과 사랑을 번갈아가며 행사하라

6장. 두 번째 스트레치, 실험하며 나아가기

미래를 통제할 수 없지만 영향을 줄 수는 있다

돌을 더듬으면서 강을 건넌다

창의성에는 부정의 능렦이 필요하다

확실성이 아니라 가능성에 귀 기울여라

7장. 세 번째 스트레치, 발을 내디뎌보기

저들은 바뀌어야 해!

문제의 일부가 아닌 사람은 해결책도 될 수 없다

닭보다는 돼지가 되어라

결론: 스트레치 배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