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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통적인 협렦의 한계 == | == 전통적인 협력의 한계 == |
AdamKahane, Collaborating With the Enemy
추천의 글
최재천
PeterBlock
이 책의 내용은 부제 그대로다. 생각도 다르고 좋아하지도 않고 신뢰도 없는 사람과 함께 일하는 방법을 다룬다. 처음에는 생각이 다른 사람과 협력하라고 한다. 그렇게 어렵지 않다. 난이도는 더 올라간다. 좋아하지 않는 사람과 협력하라고 한다. 일터에서는 흔한 일이기도 하니까 이것도 그럭저럭할 만하다. 하지만 마지막 과제는 좀 더 힘들다. 신뢰하지 않는 사람과의 협력은 적과 일하는 것과 같다. '협력의 역설'은 바로 그 방법을 알려주는 책이다.
변화 추구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단순하고 순진한 기존 전략은 두 가지 전제를 바탕으로 한다. 첫 번째는 다른 사람들과 세상을 위한 최선이 무엇인지 아는 엘리트 집단이 존재한다는 전제다. 싱크 탱크를 만들고 마약, 빈곤, 테러 같은 부정적 사안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정상 회담에서 발언하고 협상가를 뽑는 것이 지도자와 전문가로 이루어진 핵심 집단의 권리이자 의무라는 성스럽기까지 한 견해 말이다. 정부, 기업, 학교, 교회 같은 조직에서는 그 핵심 집단이 바로 최고 경영진이고 그들이 변화를 일구는 프로그램을 마련하기에 가장 적합하다고 믿는다.
두 번째는 문제를 해결하면 미래로 나아갈 수 있다는 전제다. 비전에 합의하고 목표를 세우고 그곳으로 향하는 예측 가능한 길을 설정한다. 마감 기한과 단계별 목표가 있는 관찰 가능한 평가 기준을 명시하면 변화가 일어난다는 믿음이 존재한다. 책무를 다하고 실패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생각과 분위기가 그런 믿음을 더욱 고착시킨다.
'협력의 역설'은 그런 행동 방식에 의문을 제기하라고 주장한다. 중대한 이해관계자 사이에 의견 차이와 갈등이 존재하는 복잡한 문제라면 더더욱 그래야 한다. 사회나 조직의 복잡한 문제는 다른 방식의 대처가 필요하다. 애덤 카헤인은 매우 특별한 방법을 제시한다.
그는 전통적인 문제 해결법의 대안으로 스트레치 협력을 이야기한다. 불신, 양립할 수 없는 목표, 뿌리 깊은 원한의 역사를 가진 사람들이 합의에 도달하지 않고도 새로운 미래를 만드는 방법을 설명한다. 생각이 달라도 협상을 거치거나 어떤 행동 방안을 목표로 삼지 않고 함께 일할 수 있다는 뜻이다. 변화가 필요한 상황이라는 점만 합의하면 된다. 자신의 해결책이나 입장을 포기할 필요가 없다.
내가 그동안 자주 활용했지만 애덤이 경계하는 기존 전략은 또 있다. 바로 문제 당사자들의 관계와 이익의 본질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다. 우리는 일반적으로 경청하고 신중하게 구성된 대화 형식을 따르며 까다로운 대화를 통제하고 합의한 뒤 이해에 도달하려고 한다. 물론 대화는 유용한 방식이지만 ‘스트레치’ 협력에서는 주요 사안이 아니다. 대안적 미래를 만들려면 대화 방식을 바꾸는 것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다른 것이 더 필요하다.
스트레치 협력에는 세 가지 주요 원리가 있다. 자세한 내용은 책 안에 있으니 간략하게만 소개하겠다. 첫째, 한 명도 빠짐없이 모든 사람의 입장이 타당하고 가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고려해야 할 세계관이나 사고방식이 하나가 아니기 때문이다. 덴마크 물리학자 닐스 보어NielsBohr의 말에서도 알 수 있다. “훌륭한 생각은 그 반대의 생각도 진실이다.”
둘째, 함께 배우는 경험을 통해 진전이 이루어진다. 보통은 협상으로 확실한 것을 찾아내려고 하지, 함께 실험하려고는 하지 않는다. 하지만 누구나 견해가 있다. 상황에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무엇인지 알려면 함께 뭔가를 시도해봐야 한다.
마지막으로 애덤 카헤인은 협업할 때 자신과 타인을 의식해야 한다고 말한다. 적들을 한자리에 모아야 하는 사람들에게 모두 해당한다. 이것은 존재 방식 자체를 바꿔야 한다는 말인데, 상황을 바꾸려 하지 말고 알아차리라는 의미다. 상대방과 마찬가지로 나도 문제에 일조한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PeterBlock, 책/FlawlessConsulting 저자.
머릿말
특별한 상황이건 평범한 상황이건 협력의 가장 큰 난제는 똑같았다. 그 난제는 단순하지만 쉽지는 않다. ‘생각도 다르고 호감도 신뢰도 없는 사람과 어떻게 같이 일할 수 있는가?’
이 책은 기업이나 정부, 비영리단체, 지역사회 구성원을 포함해 여러 조직과 부문에서 상황을 해결하려고 애쓰는 사람들을 위해 썼다. 중대한 난제를 진전시키기 위해 동료와 친구뿐만 아니라 적과 반대자와도 함께 일해야 하는 모든 사람을 위한 책이다.
나는 다양한 환경에서 문제 해결을 위한 협력을 많이 경험했다.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어떻게 진정한 협력을 할지 배울 수 있었다. 이 책은 그 배움의 기록이다.
서론: 생각도 다르고 호감도 신뢰도 없는 사람과 함께 일하는 방법
협력이 불가능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협력에 대한 오해 때문이다. 사람들이 보통 생각하는 협력은 이렇다. 당사자들이 모두 같은 방향을 보아야 하고 목적과 달성 방법에 관한 생각도 똑같아야 하며 상대방을 변하게 만들어야 한다. 다시 말해서 협력은 통제할 수 있고 그래야만 한다고 생각한다. 이처럼 전통적인 협력은 전략 회의와 비슷한 모습이다. 하지만 그 가정은 틀렸다. 복잡한 상황에서 다양한 사람들과 일할 때 협력은 통제될 수도 없고 통제되어서도 안 된다.
스트레치 협력stretch collaboration은 통제에 대한 기존의 가정을 버린다. 화합과 확신, 순응에 대한 비현실적인 환상을 버리고 불협화음, 시행착오, 공동 창조로 이루어진 골치 아픈 현실을 받아들인다. 스트레치 협력은 무술 수련과 비슷하다. 생각도 다르고 호감도 신뢰도 없는 사람들과 복잡한 상황에서 함께 일하도록 해준다.
스트레치 협력은 일하는 방식에서 세 가지 기본적인 변화를 요구한다.
- 첫째, 함께 일하는 사람들과 관계 맺는 방식이 바뀌어야 한다. 공동 목표와 팀의 화합에만 집중하는 편협한 시야가 아니라 팀 안팎의 갈등과 연결을 받아들이는 쪽으로 나아가야 한다.
- 둘째, 상황을 진전하는 방식이 바뀌어야 한다. 문제와 해결책, 계획에 대해 분명한 합의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지 말고 새로운 관점과 가능성을 체계적으로 실험하는 쪽으로 나아가야 한다.
- 셋째, 상황에 참여하는 방식, 즉 수행하는 역할이 바뀌어야 한다. 타인의 방식을 바꾸려 하지 말고 적극적인 행동에 돌입해 자신을 바꾸는 쪽으로 나아가야 한다.
협력의 두 가지 접근법
구분 |
전통적인 협력 |
스트레치 협력 |
사람들과 관계 맺는 방식 |
팀 전체의 이익과 조화에 집중 (하나의 우월한 전체) |
갈등과 연결 수용 (다수의 부분적 전체) |
과제를 진행하는 방식 |
전원이 문제와 해결책에 동의 (하나의 최적 계획) |
실험을 통한 진전 (다수의 창발적 가능성) |
상황에 참여하는 방식 |
다른 사람의 방식을 바꾸려고 함 (한 명의 최고 리더) |
함께 게임에 발을 내디딤 (다수의 공동 창조자) |
스트레치 협력은 어렵다. 세 가지 뻗기(스트레치)에는 자연스러워 보이는 것과 정반대되는 행동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갈등과 복잡함을 피하지 말고 오히려 그 속으로 뛰어들어야 한다. 불편하고 겁도 날 것이다.
스트레치에는 다원화도 필요하다. 하나의 지배적인 전체, 하나의 가능성, 한 명의 리더에 집중하지 않고 다양한 부분적 전체(더 커다란 전체의 일부분), 여러 새로운 가능성, 공동 창조자로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이 책은 스트레치 협력의 이론과 실제를 소개한다. 1장에서는 협력이 왜 필요하고 왜 본질적으로 힘들 수밖에 없는지 살펴본다. 2장에서는 협력, 강제, 적응, 퇴장이 필요한 때와 구분하는 방법을 알려준다. 3장에서는 전통적인 협력의 한계와 그것이 적용되는 편협한 조건을 설명한다. 4장은 스트레치 협력의 중요성을 5, 6, 7장은 스트레치 협력에 따르는 세 가지 스트레치를 자세히 설명한다. 바로 갈등과 연결 수용, 실험과 진전, 발 내디뎌보기이다. 결론에서는 이론을 활용한 연습 프로그램을 제시한다.
1장. 더 중요해졌지만 더 어려워진 협력
협력은 필수적일 때가 많지만 보통은 커다란 난관이 따른다. 절실하게 필요할수록 더 힘들어진다.
정말이지 같이 일 못 하겠네!
참가자들은 정치인, 인권 운동가, 육군 장군, 기업 총수, 종교 지도자, 노동조합원, 지식인, 언론인 등으로 정말로 사회 각 분야의 여러 층에서 왔다. 뿌리 깊은 생각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었고 실제로 다수는 정치적으로나 개인적으로 경쟁 관계였다. 대부분 서로의 견해에 동의하지 않았고 신뢰도 없었다. 나라 안에도 그룹 안에도 의심과 방어적인 태도가 만연했다. 가장 중대한 문제를 해결하려면 힘을 합쳐야만 하는데 과연 가능할지 알 수 없었다.
적화 증후군
이 짧지만 극심한 갈등은 오래전부터 느꼈던 어려움을 실감하게 해주었다. 나에게 무척 중요한 그 프로젝트가 무사히 진행되려면 사람들과의 협력이 필수였다. 그중에는 당연히 나와 생각이 다르거나 믿음이 가지 않는 사람도 있을 터였다. 그런데 나는 그런 사람들을 적으로 여겼다.
이 사건에서 나는 ‘적화(敵化·enemyfying)’라는 보편적 행동 혹은 증후군을 보였다. 적화 증후군은 상대방을 적이라고 생각하고 행동하는 현상이다. 내 문제와 고통의 원인이 상대인 것이다. 우리는 우리를 차별하는 사람들에게 상황에 따라 타인, 경쟁자, 반대자, 상대방, 적과 같은 미묘하게 다른 단어를 쓴다. 우리는 평범하거나 특이한 맥락에서 때로는 신중하고 이따금 가볍게, 심지어 습관적으로 이런 표현을 자주 사용한다. 적은 항상 내가 아닌 남인 법이다. 이런 우스갯소리도 있다. “똑같이 단호해도 나는 신념이고 당신은 아집에 빠진 것이고 그 사람은 독선적이다.” 적화도 비슷하다. “나는 관점이 다른 거고 당신은 틀린 거고 그 사람은 적이다.”
적화는 차이를 이해하고 대처하는 한 방법이다. 감당하기 어려운 복잡하고 미묘한 현실을 흑백으로 단순화해 상황을 명확하게 하고 대처할 에너지를 모아준다. 하지만 유명 저널리스트이자 비평가였던 헨리 루이 멩켄Henry Louis Mencken은 이렇게 말했다. “인간의 모든 문제에는 쉬운 해결책이 존재한다. 그 해결책은 깔끔하고 그럴듯하지만 틀렸다.” 적화는 흥미진진하고 만족스럽고 심지어 정의롭고 영웅적으로까지 느껴지지만 문제를 분명히 해주기는커녕 모호하게 만든다. 갈등을 증폭하고 문제 해결과 창의성의 공간을 좁힌다. 실현 불가능한 대대적인 승리를 꿈꾸느라 정신이 팔려 꼭 필요한 일은 생각하지 못하게 만든다.
협력의 최대 난제
내가 목격하고 실행하기도 한 적화는 협력에 따르는 최대 난제라고 할 수 있다. 협력은 정치에서도 집과 일터에서도 꼭 필요하지만 어렵다. 중요한 과제를 완수하려면 관점이 다른 사람들과 함께 일해야 한다. 사안이 중요하고 관점이 다를수록 협력은 더 필수적이고 더 힘들어진다.
협력의 최대 난제는 확연한 대립을 이루는 두 가지 사전적 정의에서도 분명히 드러난다. 협력Collaboration은 ‘함께 일하다’라는 뜻이지만 ‘반역적으로 적에 협조하다’라는 뜻도 있다. 이처럼 이 단어는 에너지 넘치고 창의적인 팀의 관대하고 포용적인 전진 이야기(“힘을 합쳐야 해!”)와 제1차 세계대전 당시 프랑스처럼 퇴행적이고 비윤리적인 악행 이야기(“협조하지 않으면 죽는다!”)를 떠올리게 한다.
앞으로 나아가려면 생각도 다르고 호감도 신뢰도 없는 사람들과 함께 일해야 하지만 배신을 막으려면 같이 일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 바로 협력의 최대 난제다.
협력의 난제는 권위주의와 복종이 약해지면서 발달한다는 점에서 훌륭하다. 하지만 실패하면 분열과 양극화, 폭력성이 커진다는 점에서는 끔찍하다. 효율적으로 협력하는 방법을 반드시 찾아야 한다.
“정말이지 같이 일 못 하겠네!”라는 말이 나온다면 협력의 난제에 부딪힌 것이다. 우리가 너무도 흔하게 내뱉는 이 말은 과연 무슨 뜻일까? 그 사람과 함께 일하기 싫다거나 일할 수 없다거나 일할 필요가 없다는 뜻일 수도 있다. 그런 상황이라면 당연히 그 사람 없이 일하거나 그 사람을 반대하거나 피하거나 이기려고 할 것이다.
그런데 꼭 함께 일해야만 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 사람을 피하거나 이길 수 없으며, 꼭 필요한 기술이나 자원이 그 사람에게 있거나, 그 사람을 배제하는 것이 잘못이라 협력할 수밖에 없다면 말이다.
협력의 최대 난제는 바로 그런 상황에서 발생한다. 상대방의 가치와 행동이 나와 달라서 틀리거나 잘못되었다고 생각되므로 답답하고 화도 난다. 같이 일해야 한다는 사실을 아는데 되도록 그러지 않아도 되기를 바란다. 내가 옳거나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타협하거나 저버리게 될까 봐 걱정스럽다. 같이 일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면서도 도무지 성공할 것 같지 않다. 어떻게 하면 생각도 다르고 호감도 신뢰도 없는 사람들과 성공적으로 협력할 수 있을까?
2장. 협력은 유일한 선택지가 아니다
언제 협력해야 하는지 알아야 어떻게 협력할 것인지 알 수 있다. 협력은 문제에 접근하는 네 가지 방법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협력이 항상 최선의 선택지는 아니다.
나아가는 길은 불분명하다
내가 협력의 가능성에 처음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1991년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겪은 고무적인 경험의 결과였다.
협력이라는 기적 같은 선택지
협력의 세 가지 대안
팀원들은 국가의 난관에 대처하는 태국인의 기본적 태도 세 가지를 발견했다. 적응We Adapt, 강제We Force, 협력We Collaborate이라고 이름 붙였다.
- ‘적응’은 태국인이 자신과 가족, 조직을 돌보고 더 큰 사회적 문제는 다른 사람들, 특히 정부와 엘리트 계급에 맡기는 것이다. 대부분의 개인과 조직에 익숙한 태도였다.
- ‘강제’는 많은 사람이 정치적 운동에 참여해 상의하달上意下達식의 해결 방안을 밀어붙이는 것이다. 이기기 위한 싸움이었다. 태국인은 과거에 이런 태도를 보였고 가장 최근인 2008~2010년에 계속된 시위로 정치적 불안이 일어났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 ‘협력’은 파벌과 집단을 벗어난 상향식 해결책을 찾는 것이다. 태국에 가장 선례가 적은 접근법이었다.
그 수개월 동안 태국에서는 세 가지 선택지가 전부 활용되었다. 하지만 국가적 위기가 커질수록 ‘적응’과 ‘협력’을 버리고 ‘강제’를 선택하는 사람이 늘어났다. 그들은 상대편 혹은 적과의 협력을 용납할 수 없다고 여겼다. 협력을 최선의 선택으로 보지 않았다.
다음 몇 달 동안 태국에서 일어난 사건과 의미에 대해 태국 동료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팀원들과 생각을 주고받을수록 값진 깨달음이 생겼다. 태국인뿐만 아니라 누구라도 문제 상황에 부딪혔을 때 주어지는 전형적인 선택지의 틀을 알게 되었다.
협력은 선택이 되어야 한다
내가 태국에서 얻은 깨달음은 이렇다. 우리가 정치에서든 집이든 일터에서든 문제 상황에 부딪혔을 때 네 가지 대응 방식이 있을 수 있다. 그것은 바로 협력, 강제, 적응, 퇴장이다. (태국 팀은 변화를 일으키는 방법을 꼭 찾아야만 하는 처지여서 퇴장은 거론되지 않았다.) 네 가지 선택지가 항상 가능한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강제 수단이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항상 이 중에서 선택해야 한다.
협력이 가장 최선이고 올바른 디폴트 선택지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문제의 당사자가 서로 이어져 있고 상호 의존적이므로 힘을 합쳐야 한다고 말이다. 내가 몽플뢰르시나리오프로젝트에서 얻은 가르침도 마찬가지였지만 항상 사실은 아니다. 상대가 누구든 협력은 항상 가능한 것이 아니며 절대적으로 불가능할 때도 있다. 따라서 협력은 항상 옳지도 항상 틀리지도 않는다. 실제로는 상황에 따라 협력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우리는 이성적이거나 본능적이거나 습관적으로 결정할 수 있지만 선택지에 따른 기회와 위험을 분명히 알아야만 한다.
문제 상황에 대처하는 네 가지 방법
- 상황을 바꿀 수 있는가?
- 예: 일방적인 변화가 가능한가?
- 예: 강제(일방적)
- 아니오: 협력(다자간)
- 아니오: 상황을 그냥 참고 견딜 수 있는가?
- 예: 적응(일방적)
- 아니오: 퇴장(일방적)
- 예: 일방적인 변화가 가능한가?
우리는 상황을 바꾸고 싶고 타인과 함께 일해야만 한다고 판단할 때 협력을 시도한다(다자간多者間). 혼자서는 방법을 알지 못하고 알아도 실행할 수 없기 때문이다. 원하지 않더라도 협력해야만 한다.
협력은 동료와 친구뿐만 아니라 적과 반대자 등 타인과 함께 일하면서 효과적인 방법을 찾고 거대한 영향력을 잇는 기회를 제공한다. 하지만 협력은 만병통치약이 아니다. 성과가 너무 적거나 느려서 많은 것을 타협하고 가장 중요한 것을 저버릴 위험이 있다. 1990년대 초에 남아프리카공화국은 민주주의 건설을 위한 몽플뢰르시나리오프로젝트에서 협력을 선택했다. 그들은 최선의 선택을 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협력 때문에 타협해야만 했던 것들에 대해서는 지금까지도 논란이 있다.
우리는 타인과 함께하지 않고도 필요한 변화를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할 때 강제를 사용한다(일방적). 자신이나 동료와 친구들이 가장 좋은 방법을 알고 있다고 여겨 남들에게 강요하려고 한다. 강제는 평화적으로나 폭력적으로, 회유나 타도를 통해서 등 여러 방법으로 가능하다. 이념과 기술, 후원자, 투표, 권위, 돈, 무기를 이용하기도 한다.
강제의 장점은 자연스럽고 습관적인 대다수의 사고방식과 부합한다는 것이다. 강제야말로 거의 모든 상황에서 변화를 위한 가장 좋은, 어쩌면 유일하게 사실적인 방법이라는 생각이 자리한다. 이에 따르면 공정한 대의를 위한 강제는 옳으며 활용하지 않는 것은 잘못되고 비겁한 일이다. 하지만 강제의 단점은 이쪽에서 밀어붙이면 상대방도 밀어붙이므로 절대로 원하는 결과에 도달할 수 없다는 것이다. 2014년에 태국에서는 친정부와 반정부 세력이 각자의 목표를 몰아붙였고 군대까지 나섰다. 심해지는 폭력을 막았다고 군사 행동에 찬성하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국가의 문제 해결 과정이 정체되었다.
우리는 상황을 바꿀 수 없어서 그냥 받아들여야 할 때 적응을 시도한다. 적응에는 지능과 독창성, 용기가 많이 필요할 수도 있지만 제한적인 영역에서만 발휘된다. 일정 영역 바깥에서 일어나는 일에는 영향을 끼칠 수가 없다고 생각한다. 게임의 법칙을 바꿀 수 없는데 참여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래서 가능한 최선을 다하는 데만 집중할 뿐 주변 상황은 무시하거나 회피하거나 받아들이려고 한다.
적응의 장점은 바꿀 수 없는 일을 바꾸려 에너지를 소진하지 않고도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적응은 효과적일 때도 있지만 효과적이지 않더라도 최선책이다. 단점은 너무도 끔찍해서 적응할 수도 없고 생존마저도 힘겨운 상황에 부닥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지속가능한식량연구소에 참가하지 않은 세 조직은 협력을 통한 변화보다 기존 시스템 안에서 목표를 더 효과적으로 이룰 수 있다고 생각했다.
우리는 상황을 바꿀 수도 없고 더 견디고 싶지도 않을 때 퇴장을 활용한다. 퇴장은 중단, 이혼, 손 떼기 등으로 가능하다. 쉽고 간단할 때도 있지만 중요한 많은 것을 포기해야만 할 때도 있다. 위기에 처한 베네수엘라에서는 100만 명이 체념하고 이민을 떠났다.
네 가지 선택지에 대해 자세히 알고 나니 내가 사업 파트너와 갈등할 때 보인 행동이 이해되었다.
- 우선 나는 적응을 시도했다. 파트너에게 맞추려고 애쓰면서 내가 원하는 방식을 찾으려고 했다. 관계가 원활하기를 바랐다.
- 그 방법이 통하지 않자 협력으로 상황을 바꿔보려고 했지만 불가능했다. 상처 입거나 체면을 구길까 봐 두려워서 갈등을 피하고 최대한 예의를 차리면서 상황을 통제하려고 했다. 좀처럼 의견 차이를 좁힐 수가 없었고 갈등 자체가 불편해져 서로 의견이 다르니 협력할 수 없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 결국에는 강제를 활용했다. 파트너가 원하지 않는데도 내가 원하는 방법을 밀고 나갔다.
- 내가 이겨서 상대방이 물러나야만 했을 때도 있었고 내가 퇴장한 적도 있었다.
우리가 네 가지 선택지 중에서 내리는 선택은 실용적인 힘의 관점으로 바라볼 수 있다. 우리는 목표를 달성하는 가장 좋은 방법일 때만 협력을 선택한다. 좀 더 구체적으로 일방적인 적응과 퇴장을 받아들일 수 없고 일방적인 강제가 불가능할 때 협력이라는 다자간 선택지를 택한다. 다시 말하자면 우리는 상대가 자신보다 강하면 적응이나 퇴장을 선택하므로 상대가 강제를 시도할 수 있게 된다. 서로 힘이 동등해서 어느 쪽도 강제를 선택하지 못할 때만 협력한다.
물론 협력은 혼자서만 선택할 수 없다. 양측이 서로 원하고 필요한 것에 관한 생각이 일치해야 협력을 시작하기가 쉬워진다. 하지만 나는 협력하고 싶은데 상대는 원하지 않을 때가 대부분이다. (그 반대일 수도 있다.) 상대는 퇴장이나 적응 혹은 강제가 협력보다 나은 선택지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상대가 일방적 선택의 실행 가능성에 절망과 의심이 들어서 협력에 관심 갖기를 기다릴 수 있다. 아니면 직접 나서서 일방적인 선택의 실행 가능성에 대한 절망과 의심이 커지도록 만들 수도 있다. 이를테면 그에 대항하는 우리의 의지와 능력을 보여주어서 말이다. 제삼자를 개입시켜 안전을 보장하는 방법 등으로 협력에 대한 상대방의 기대와 호기심, 희망을 끌어올리는 방법도 있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자신이 놓인 상황의 특징 때문이 아니라 일반적인 선호 때문에 협력을 선택하기도 한다. 정치, 사회, 문화, 심리, 영적 이유에서 협력과 단결을 선호할 수도 있다.
협력은 유일한 선택지가 아니다. 어떤 상황이든 협력, 강제, 적응, 퇴장 가운데 무엇을 선택해야 하는지 분명하게 생각해봐야 한다. 어떤 이유나 직감, 선호에 따라 협력을 선택한다고 해보자. 다음 질문은 이렇다. 어떻게 하면 협력이 성공할 수 있을까?
3장. 기존의 억압적인 협력은 쓸모없다
사람들은 대부분 협력을 통제하려고 한다. 하지만 복잡하고 논쟁적인 맥락에서 그런 방식은 성공할 수가 없다.
억압은 움직임을 막는다
변화 관리에는 통제가 따른다
수전 존스는 협력을 통해 변화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세 가지 흔한 실수를 저질렀다.
- 첫째, 존스는 프로젝트에 관한 대화의 초점을 병원 전체의 대의와 이익에만 맞추었다. 현재 상황과 필요한 변화에 관한 생각이 부서와 개인에 따라 크게 다르고 변화의 결과로 승자와 패자가 발생하게 된다는 사실을 간과했다. 또한 그녀는 ‘전체의 대의’에 관해 전체와 개인의 이익이 똑같은 경우는 자신뿐이며(성과금과 일자리) 다른 사람들의 이익은 부서와 직급에 무슨 일이 생기는지에 좌우된다는 불편한 사실도 간과했다. 단 하나의 전체를 위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관리해야 할 전체가 여러 개였다. 그 사실을 고려하지 않았기에 너무 단순하고 기만적으로 보일 수밖에 없었다.
- 둘째, 존스와 컨설턴트들은 문제와 해결책, 계획을 단 하나로 진술하는 실수를 저질렀다. 관점과 제안이 너무 많아 병원의 상황이 복잡하다 보니 실질적이고 진실한 합의에 이르는 것은 불가능했다. 경영진은 효과적인 방법에 대한 합의에 이르기도 어려웠을 뿐만 아니라 시도해보기 전에는 무엇이 효과적인지도 알 수 없었다. 의견은 많지만 실제로 아는 사람은 없었다. 기존의 고정된 선택지 가운데 선택하지 않고, 새로운 선택지를 함께 만들어가는 과정이야말로 변화에 꼭 필요한 일이다.
- 셋째, 존스와 관리자, 컨설턴트들이 변화를 위해 자신들이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 것에 주목해보자. 그들은 변화 관리를 다른 사람, 즉 부하 직원과 공급 업자 그리고 환자의 가치와 생각과 행동을 바꾸는 일이라고 보았다. 윗사람이 아랫사람을 바꿔야 한다는 이 근본적으로 위계적인 가정은 사람들을 방어적으로 만든다. 사람들은 변화를 싫어하는 것이 아니라 변화를 당하는 것을 싫어한다. 변화를 위해서는 모두가 배움과 변화에 열려 있어야 한다.
정답은 하나뿐
전통적인 협력의 한계
4장. 전통적이지 않은 스트레치 협력이 필수다
스트레치는 유연함과 불편함을 만든다
내전을 끝내는 방법
통제에 대한 환상 버리기
5장. 첫 번째 스트레치, 갈등과 연결을 수용하기
대화만으로는 부족하다
전체는 하나가 아니다
홀론의 두 가지 동력
힘과 사랑을 번갈아가며 행사하라
6장. 두 번째 스트레치, 실험하며 나아가기
미래를 통제할 수 없지만 영향을 줄 수는 있다
돌을 더듬으면서 강을 건넌다
창의성에는 부정의 능렦이 필요하다
확실성이 아니라 가능성에 귀 기울여라
7장. 세 번째 스트레치, 발을 내디뎌보기
저들은 바뀌어야 해!
문제의 일부가 아닌 사람은 해결책도 될 수 없다
닭보다는 돼지가 되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