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들의 대참사 (댄 라이언스) - Your Highlight on page 97 | Location 1479-1485 | Added on Monday, September 28, 2020 7:14:07 PM

코드는 조직의 요구사항이 개인의 요구사항에 우선한다는 일종의 기업 유토피아를 묘사하고 있었다(“팀 〉 개인”이라고 적시한 슬라이드도 있었다). ‘일이 곧 삶’이기 때문에 일과 사생활의 균형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내용이었다. 이 성명서를 작성하면서 다미시는 매우 흥미로운 실험을 한 셈이다. 대개 유기적으로 진화하기 마련인 기업문화를 인위적으로 만들어낸 다음 조직에 적용하고자 했던 것이다. 코드의 부재에 ‘우리’라는 단어를 사용함으로써 모종의 공감대를 암시했다. 사실은 다미시 ‘자신’이 사랑하는 회사를 만들고 직원들도 자신처럼 회사를 사랑하도록 설득할 수 있다고 기대했던 것이다. ========== 천재들의 대참사 (댄 라이언스) - Your Highlight on page 98 | Location 1497-1502 | Added on Monday, September 28, 2020 7:14:58 PM

다미시는 자신이 일종의 신세대 경영에 대한 구루로 인식되기를 바랐다. 기업 경영의 방법을 가르치는 사람 말이다. 앞뒤가 맞지 않았다. 입사한 뒤 몇 달간 내가 지켜본 바로는 다미시는 엔지니어링 부서를 직접 운영하지도 않았고 허브스팟 내에서 딱히 정해진 업무를 맡고 있는 것 같지도 않았다. 그는 중요한 투자자였을 뿐이다. 허브스팟 창업 당시 50만 달러를 종자돈으로 투자했고 회사 지분의 9퍼센트 정도를 보유했다. 개인으로서는 최대주주였다. 다미시보다 많은 지분을 보유한 주주는 허브스팟의 벤처캐피털 투자사들뿐이었다. 다미시가 기업문화 연구를 위해 허브스팟을 자신의 실험실로 사용하고자 했다면 얼마든지 가능한 분위기였다. ========== 천재들의 대참사 (댄 라이언스) - Your Highlight on page 154 | Location 2352-2358 | Added on Tuesday, September 29, 2020 1:44:18 PM

하비는 내게 저널리즘 업계를 떠나 허브스팟에 입사하도록 권유한 사람들 중 한 명이었다. 이따금 연락하면서 내 근황을 묻곤 했다. 그럴 때면 나는 하비에게 좌절감에 시달리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내가 느낀 좌절감은 단지 ‘겁 없는 금요일’ 같은 미치광이 짓거리들 때문만은 아니었다. 모든 상황이 절망적이었다. 의사결정이 이루어지지만 누구의 의사결정인지 아무도 알지 못했다. 도대체 누가 책임자인가? 아무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었고 동시에 모두의 책임이기도 했다. 어느 날에는 대기업 고객에 집중하는 것이 회사 방침이라는 지침이 전 직원들에게 하달되었다. 그 결정은 확정적이며 결코 변경되지 않을 것처럼 보였다. ========== 천재들의 대참사 (댄 라이언스) - Your Highlight on page 154 | Location 2352-2363 | Added on Tuesday, September 29, 2020 1:44:25 PM

하비는 내게 저널리즘 업계를 떠나 허브스팟에 입사하도록 권유한 사람들 중 한 명이었다. 이따금 연락하면서 내 근황을 묻곤 했다. 그럴 때면 나는 하비에게 좌절감에 시달리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내가 느낀 좌절감은 단지 ‘겁 없는 금요일’ 같은 미치광이 짓거리들 때문만은 아니었다. 모든 상황이 절망적이었다. 의사결정이 이루어지지만 누구의 의사결정인지 아무도 알지 못했다. 도대체 누가 책임자인가? 아무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었고 동시에 모두의 책임이기도 했다. 어느 날에는 대기업 고객에 집중하는 것이 회사 방침이라는 지침이 전 직원들에게 하달되었다. 그 결정은 확정적이며 결코 변경되지 않을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로부터 2주 뒤, 회사 방침은 소기업에 대한 판매 증진으로 회귀하고 말았다. “나는 걱정스럽다네.” 내가 하비에게 말했다. “이 회사는 통제력을 상실한 것 같단 말일세.” 하비는 허브스팟에 대해 내가 하는 말을 듣고는 지극히 정상적인 회사라고 했다. “스타트업에는 아주 큰 비밀이 있는데, 그게 뭔지 알고 있나?” 하비가 한 말이다. “아주 큰 비밀이란 누구도 뭐가 어떻게 되는 건지 알지 못한다는 거야. 경영에 대해서라면 완전 아마추어에 불과해. 그때그때 아귀를 맞춰나갈 뿐이지.” ========== 천재들의 대참사 (댄 라이언스) - Your Highlight on page 155 | Location 2363-2370 | Added on Tuesday, September 29, 2020 1:44:47 PM

IT 스타트업들이 연륜과 경험이 풍부한 인재 영입에 노력을 쏟아붓지만, 그렇게 합류한 사람들이 결국엔 오래 버티지 못하고 회사를 떠나는 사례는 차고도 넘쳤다. 경우에 따라서는 “기업 문화에 적응하지 못한 것”이 퇴사 이유가 되기도 했다. 사진 공유 애플리케이션인 스냅쳇Snapchat을 설립한 25세의 에반 스피겔Evan Spiegel은 10억 달러의 벤처캐피털을 유치하는 데 성공한 직후, 실제로 사업을 운영하고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사람을 고용할 필요성을 깨달았다. 어쩌면 투자자들이 그렇게 하도록 조언한 것일 수도 있었다. 〈비즈니스인사이더Business Insider〉에 따르면, 스피겔은 페이스북과 구글로부터 숙달된 인재들을 영입했지만, 1년도 지나지 않아 고위 임원 8명이 회사를 떠났으며 그중 몇 명은 채 6개월도 버티지 못했다. ========== 천재들의 대참사 (댄 라이언스) - Your Highlight on page 196 | Location 2996-3000 | Added on Tuesday, September 29, 2020 8:23:00 PM

“제가 조언을 하나 드리죠.” 토마스가 이렇게 말했다. 그는 나에게 마케팅 전문가가 되려는 생각은 일단 접어두고 어떻게든 허브스팟에 남아 있으라고 제안했다. “인류학자가 되었다고 생각하세요.” 그가 말했다. “이제껏 접해본 적 없는 생소한 문화권에 들어가 그들의 의례를 연구하는 인류학자 말입니다. 나중에 그에 대해 글을 써보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요. 꽤 흥미로울 것 같은데요.” ========== 천재들의 대참사 (댄 라이언스) - Your Highlight on page 199 | Location 3044-3055 | Added on Tuesday, September 29, 2020 8:24:21 PM

새로운 직장에서 깨달은 또 다른 한 가지는, 이 업계가 여전히 “기술산업”으로 회자되고 있지만 실제로는 더는 기술에 중점을 두지 않는다는 사실이었다. “훌륭한 기술로는 대가를 기대할 수 없어. 더는 그럴 일은 없다는 말이지.” 1980년대부터 줄곧 기술 업계에 몸담아 온 친구가 한 말이다. 한때 투자은행가로 일한 바 있는 그 친구는 지금은 스타트업들에 자문을 제공하고 있다. “관건은 사업 모델이야. 단기간에 규모를 키울 수 있는 회사라면 시장에서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지. 얼마나 빨리 몸집을 키울 수 있는가의 문제일 뿐이야. 이익 창출은 제쳐놓고 무조건 덩치를 키워야 하는 거지.” 바로 허브스팟이 추구하던 바였다. 허브스팟이 보유한 기술은 그리 인상적이지 않았다. 하지만 매출 성장세를 보라! 벤처캐피털리스트들이 엄청난 자금을 허브스팟에 쏟아붓는 이유가 거기에 있었다. 그리고 허브스팟이 결국 IPO를 성공시키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 이유도 바로 그것이었다. 허브스팟이 그렇게 많은 젊은이들을 채용하는 이유 또한 그것이었다. 투자자들이 보고 싶어 하는 것은 즐겁게 직장생활 하며 세상을 바꿀 변화에 대해 이야기하는 한 무리의 젊은 직원들이었다. 그런 게 이른바 되는 장사였다. ========== 천재들의 대참사 (댄 라이언스) - Your Highlight on page 200 | Location 3056-3067 | Added on Tuesday, September 29, 2020 8:26:20 PM

어떻게 해야 수백 명의 청년을 가능한 한 최저임금을 주며 영업과 마케팅에 활용할 수 있는가? 방법은 대학을 갓 졸업한 사회 초년생들을 고용하고 직장을 재미있는 곳으로 만들어주는 것이다. 무제한 제공하는 공짜 맥주와 테이블 풋볼이면 족할 터였다. 업무 공간을 유치원과 프랫하우스를 섞어놓는 식으로 꾸며놓고 이따금 대대적인 파티를 열어주면 된다. 그렇게 하면 대학 졸업생들을 줄 서게 만드는 일쯤은 식은 죽 먹기였다. 고작 최저 임금에, 지속적이고 엄청난 압박감에 시달리면서도 거미원숭이 우리 안에서 피땀 흘려 일할 사회초년생들은 넘쳐날 것이었다. 그들을 동굴 같은 커다란 공간에 어깨가 서로 닿을 정도로 최대한 다닥다닥 앉혀놓으면 비용을 더욱 줄일 수 있었다. 업무 공간을 그렇게 구성해 비용을 절감하려 한다는 내용은 그들에게 굳이 알려줄 필요가 없었다. 그저 그들 세대가 선호하는 방식으로 일하도록 해주기 위해 그렇게 한 것이라고 말하면 될 뿐이었다.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요소를 깔아놓고 그 위에 그들의 일이 매우 의미 있는 무엇이라고 믿게 만들 만한 신화를 창조해놓으면 금상첨화였다. 밀레니얼 세대는 돈보다는 사명감에 더 크게 동기를 부여받는 성향이라고 추정되었다. 따라서 그들에게 사명을 제공하면 되는 것이었다. ========== 천재들의 대참사 (댄 라이언스) - Your Highlight on page 202 | Location 3089-3096 | Added on Tuesday, September 29, 2020 8:27:03 PM

기업과 노동자 사이에, 보다 거시적 차원으로 본다면 기업과 사회 사이에 존재했던 사회적 합의 파열이 가장 큰 변화였다. 한때, 그리 오래지 않은 과거만 하더라도 기업은 근로자들을 보살피고 사회의 훌륭한 기업시민이 되어야 한다는 의무감을 느꼈다. 그러나 오늘날 그러한 사회적 합의는 내팽개쳐진 상태다. 작금의 ‘21세기형 직장’에서 고용주는 피고용인들에게 충성심을 요구할지언정, 그에 대한 보답으로 피고용인들에게 어떤 충정忠情도 갖지 않는다. 평생 지속될 안정된 일자리를 제공하기는커녕 직원들을 일회용 부품으로 간주한다. 기업에 끼워놓고 1~2년 동안 사용하다가 교체해버리면 그만이라는 식이다. 이런 모델에서는 근로자는 단기 계약기간 동안만 서비스를 제공하는 프리랜서와 다를 바 없다. 그래서 평생 수십 개의 일자리를 거칠 수도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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