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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장의 내용은 [[책/인간의 이름으로 다시 쓰는 경영학#A02._.2BrL3GAdVZx0A_.2Bx3isBMdE_.2BuzTFx8c8uFw_.2BvPSylKwA-|인간의 이름으로 다시 쓰는 경영학]]과 맞닿는 부분이 있네.) | (3장의 내용은 [[책/인간의 이름으로 다시 쓰는 경영학#A.2BrL3GAdVZx3Q_.2BvBS3fLz4_.2Bx3isBK0A-|인간의 이름으로 다시 쓰는 경영학]]과 맞닿는 부분이 있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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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nLyons가 쓴 책.
흥미롭게도, 37Signals의 기업 철학, 기업 문화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반가웠다. DHH 및 JasonFried의 대안적인 기업 철학을 지지하더라.
그리고 B Corp 인증에 대해서도 나오고.
프롤로그
당신의 사무실은 돌팔이 의사들이 운영하는 심리학 실험실이 됐다. 당신은 오리(레고 시리어스 플레이의 exercise 중 하나인)가 아니다. 실험실의 쥐다.
...
이 여정을 거쳐 오는 동안 나는 노동자의 불행에 대해 실리콘밸리가 상당한 비난을 받아야 마땅하다고 믿게 됐다. 단적인 이유 한 가지는 새로운 사무실 자동화 기술이 대부분 실리콘밸리에서 개발됐기 때문이다. 또한 지금 실리콘밸리는 칩과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것 외에 회사를 세우고 경영하는 방법에 대한 급진적이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발명함으로써 기업이라는 개념 자체를 새로 만들고 있다. 불행하게도, 대부분은 참으로 끔찍한 아이디어다.
이 책의 2부에서는 노동자의 불행을 키우는 네 가지 기술 관련 경향을 살펴볼 것이다. 그 네 가지 요인은 다음과 같다.
- 돈
- 우리는 이전 세대보다 훨씬 적은 돈을 벌고 있다. 미국만 해도 노동자들이 강탈당하는 돈은 연간 수조 달러에 달한다. 그리고 이런 도둑질은 항상 기술의 도움을 받아 왔다. 자세한 숫자는 6장에서 소개한다.
- 불안정
- 우리는 직장을 잃을까봐 끊임없이 두려워하며 산다. 고용주, 특히 실리콘밸리의 기업이 노동자와 '새로운 협약(new compact)'을 체결하기 때문이다. 직장은 이제 더는 경력의 출발점이 아니다. 당신은 단지 단기간의 '복무 협약(tour of duty)'을 맺을 뿐이다. 이에 대해서는 7장을 보라.
- 변화
- 새로운 기술, 새로운 방법론, 우리가 일하는 장소와 방법에 관한 이상하고 새로운 계약 등 우리는 수시로 형태를 바꾸는 업무 현장에 압도당한다. 8장에서는 지속되는 낮은 수준의 변화에 노출되면 우울증과 불안감이 유발된다는 연구 결과를 보게 될 것이다. 이런 환경에서는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이나 전투 현장을 경험했을 때와 비슷한 고통을 겪는다.
- 비인간화
- 옛날 옛적에는 우리가 기술을 이용했지만, 지금은 기술이 우리를 이용한다. 우리는 기계에 의해 고용되고, 기계의 관리를 받으며, 심지어 기계에 의해 해고된다. 우리는 관찰되고 평가되며 끊임없이 감시당한다. 9장에서 설명하듯이 우리는 최대한 기계처럼 되길 강요받는다.
좋은 소식은 나의 탐구 여정 중에 노동자에게 고통을 주고 사회에 피해를 주는 이 변화에 반대하는 사람들도 만났다는 것이다. 오클랜드, 시카고, 뉴욕, 보스턴, 그 밖의 여러 곳에서 사업가들이 직원의 요구를 최우선으로 하는 회사를 만들고 있다. 이런 회사는 보수가 좋다. 때로는 필요 이상으로 많은 급여를 지급한다. 또한 좋은 복지 혜택을 제공하고 일과 생활의 균형을 권장한다. 이들의 목표는 가능한 한 많은 사람에게 좋은 일자리, 지속 가능한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이다. 놀랍지 않은가! 이 이야기는 3부에서 만날 수 있다.
1부. 미로에 갇힌 비참한 사람들
1장. 불행한 천국
나는 부푼 희망을 안고 입사했다. MIT 졸업생 두 명이 정말 잘 팔리는 소프트웨어 제품을 개발해 공동으로 창업한 회사였다. 그런데 이들은 훨씬 더 야심찬 일을 진행하고 있었다. 지난 100년간 기업에서 사용해온 전술과 전략을 모두 버리고 회사를 운영하는 방법을 모든 측면에서 다시 검토하고자 했다. 세상이 바뀌었으니 회사도 달라져야 하지 않겠는다. 두 사람은 신 경제에 적합한 현대적 기업을 창조할 수 있으리라고 믿었다.
이런 이유로 허브스팟은 일종의 조직 행동 실험실이 됐다. 대부분 대학을 갓 졸업한 젊은이들을 채용하여 자유로운 업무 환경을 제공한 다음, 설명이나 지시는 거의 없이 스스로 일을 해내도록 했다. 직원들의 평균 연령이 스물여섯 살이었다. 직원들은 활기차고 기운이 넘쳤으며 긍정적인 생각과 새로운 아이디어로 가득차 있었다. 사무실에는 모름지기 스타트업이라면 갖추어야 할 물건들이 보란 듯이 자리 잡고 있었다. 폭신한 빈백 소파가 곳곳에 놓였고, 캔디 디스펜서가 한쪽 벽면을 다 채우다시피 했으며, 맥주가 가득한 냉장고와 탁구대가 있었다.
직원들은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장소에서 일할 수 있었다. ... 또한 무제한의 휴가와 회사가 전액 부담하는 최고 수준의 건강보험 혜택도 주어졌다. 공동창업자 가운데 한 사람은 낮잠을 잘 수 있는 수면실을 만들었고, 다른 사람은 회의에 테디베어 인형을 가지고 왔다. 엉뚱해 보이는 팀 빌딩 활동도 했다. 예컨대 '겁 없는 금요일' 프로그램에 참여한 직원들은 회의실에서 엎드려 그림을 그리며 하루를 보냈다.
이 조직은 점차 광신적인 종교집단처럼 변해갔다. 하버드대학교에 들어가는 것보다 허브스팟에 입사하는 것이 더 어렵다는 말이 생겨났다. 회사는 자체적으로 사용하는 특별한 언어도 만들었다. 직원들을 자신이 가진 슈퍼파워로 세상을 바꾸는 '록스타'나 '닌자'라고 불렀다. '하나에 하나를 더해 셋을 만들라'라고도 했고, 고객에게 '딜라이션(delightion)'을 제공하기 위해 거의 종교적인 열정으로 헌신하라고도 했다. 딜라이션은 회사에서 만든 단어로 고객의 기대를 뛰어넘는 행동을 통해 고객을 기쁘게(delight) 한다는 의미였다. 우리는 소프트웨어 사업을 하는 것이 아니라 '딜라이션' 비즈니스를 하는 것이었다.
물론 유치했지만, 신경 쓰지 않았다. 내가 맡은 일은 어렵지 않았고 시간도 잘 갔다. 유연한 업무 조건과 탕비실의 공짜 간식, 수면실에 이쓴 그물침대도 마음에 들었다. 무엇보다 앞으로 고용 불안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서 안도했다. 회사가 급속히 성장하는 바람에 계속 직원을 채용했기 때문이다. 지난 10년 동안 나는 끊임없는 일자리 불안 속에서 살아왔다. 잡지사에 있을 때는 다음번 해고 시즌이 걱정됐고, 그 시기가 지나야 잠시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 그런데 이곳에서는 내 자리가 보장된 것 같았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몇 개월 만에 나는 현실을 알게 됐다. 전에 몸담았던 그 어떤 추락하는 잡지사들보다 이처럼 빨리 성장하느 스타트업의 직업 안정성이 더 낮다는 사실을 말이다. 이직률이 무척 높았고 특히 영업과 텔레마케팅 부서는 심각했다.
하지만 회사는 높은 이직률을 문제로 생각하지 않았다. 오히려 자랑스러워했고 명예 훈장처럼 여겼다. 그러면서 최고 중의 최고만 살아남을 수 있는 '높은 성과를 추구한느 기업 문화'라고 떠벌였다. 더 이상한 것은 회사가 직원을 해고하는 것을 '졸업'이라고 불렀고, 직원들에게 아무개 씨가 곧 '졸업'할 것이고 '슈퍼파워'를 새로운 모험에 적용할 수 있으니 얼마나 멋진 일이냐는 내용의 이메일을 보낸다는 것이다.
이런 이메일은 사람들의 머릿속을 마구 헤집어 놓았다. 그 일이 어제 자신에게 닥칠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밝고 쾌활한 겉모습과 달리 많은 사람이 속으로는 불안하고 두려워했으며, 불행할 뿐 아니라 엄청난 스트레스에 시달렸다. 동료들이 주차장으로 가서 차에 숨어 흐느껴 울거나 공황발작을 일으켜 나에게 전화하는 일을 이전에는 단 한 번도 겪은 적이 없었다. 기사를 작성하고 뉴스를 보도하는 곳은 항상 치열하고 고달프기 마련이었고, 언론 분야가 무너지기 시작하면서 더 심해졌지만, 내가 기자로 일하는 동안 동료들이 이처럼 고통스러워 하느 것을 본 적은 없었다.
머지않아 나도 '졸업'을 향해 가는 궤도에 오르게 됐다. 회사를 떠날 무렵에는 안도감마저 들었다. 스타트업 세계에 있는 사람들이 하는 말에 따르면 나는 '그들 기업 문화에 적합하지 않은 사람'이었다. 마지막 몇 달 동안 상사는 나에게 보잘것 없고 굴욕감이 드는 업무를 맡겼으며, 그 일조차 내가 제대로 해내지 못한다고 말했다. 동료들이 나를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만회해야 한다고도 했다. 나는 이 모든 일을 하나의 게임처럼 생각하려고 노력했지만, 심리적인 스트레스를 감당하기 힘들었다. 점점 불안과 우울 속으로 빠져들었다. 가끔은 잠을 한숨도 잘 수 없었다. 밤새워 뒤척이면서 자신감 넘치고 안정적이며 능력을 인정받던 나라는 사람이 어쩌다가 작은 일에도 벌벌 떨고 자기혐오에 빠진 만신창이가 됐는지 생각했다. 평소에는 잠자는 것 외에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집에 오면 저녁을 먹고 곧장 침대로 갔다.
나는 거의 2년을 버텼지만, 자존심만 누더기가 된 채 그곳을 떠났다. 나에 대한 상사의 생각이 옳고, 나는 신 경제에서 성공할 만한 자격을 갖추지 못했다는 생각도 들었다. 큰 기대를 안고 이 회사에 들어왔고 한편으로는 여러 혜택에 현혹되기도 했다. 그리고 스타으버처럼 새로운 기업은 인간 중심적인 새로운 업무수행 방식을 개발하고 진보적이며 지원을 아끼지 않는 조직일 거라고 마음대로 믿은 구석도 있었다. 그런데 결국엔 정반대의 생각을 하면서 회사를 나왔다. 현대의 직장은 지난 시대의 회사들보다 훨씬 더 열악하다. 디지털 시대 노동력 착취의 현장이다. 100년 전에 존재했던 잔혹하기 그지없는 방직공장이나 봉제공장과 다를 바 없다.
...
시간이 지날수록 나는 다음과 같이 다양한 버전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사람들은 어떤 업무를 위해 채용됐지만 출근해서 다른 일을 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새 직장 때문에 집을 팔고 새로운 지역으로 이사했지만, 고작 몇 주 또는 몇 달 만에 해고되어 임시직 일을 찾아야 했다. 고용은 됐지만 담당 업무가 불명확했고, 업무 지침을 요청하면 지시가 필요한 사람은 현대 직장에 적합하지 않다는 말을 들었다. 이들은 '자기 주도적'이어야 했다. 위계 질서나 체계가 없는 수평적 조직이라는 것이 그들을 미치게 했다.
그들의 관리자는 젊고 경험이 적고 트레이닝이 부족하거나 때로는 트레이닝을 전혀 받지 못한 사람들이었다. 젊은 상사는 그들에게 일자리가 안정적이지 않고 권한이 없으며 이유 없이 언제든지 해고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들은 성격 검사를 받고 팀 빌딩 활동에 내몰렸다. 세뇌의 대상이 되거나 '기업 문화'에 관한 개념을 강제로 주입당했다. 성공이 다른 사람들과 잘 어울리는 능력에 달려 있다고 말하면서 '동료들이 당신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피드백을 전해주었다. 그들은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말을 들었지만, 이유와 내용은 알 수 없었다.
그들은 점검과 감시를 당하고 관찰과 평가를 받았다. 나이와 인종, 성별에 따른 편견과 차별을 경험했으며, 성적인 괴롭힘도 당했다. 어떤 사람들은 동료들에게 외면과 배척을 당했고, 또 어떤 사람들은 실내 스카이다이빙이나 볼룸댄스, 공중그네 타기와 같은 '강제적인 오락' 호라동을 즐길 것을 강요받았다. 한 젊은 여성은 '충분히 신나 하지 않는다'는 상사의 평가를 받고 해고됐다. 극심한 심리적 압박에 노출된 탓에 일부는 병을 얻거나 일부는 직장을 그만뒀다. 나머지 사람들은 계속 힘들게 버텼지만 어쨌든 결국 해고됐다.
"아직도 그곳에 대한 악몽을 꿉니다. 거기서 나는 내가 멍청하지 않다는 것을 증명하려고 발버둥치고 있었어요. 그 멍청이들에게 말이예요!"
내가 받은 편지와 들은 이야기 중에는 괴상하고 교묘하게 심리전을 벌이는 관리자가 자주 등장했다. 어떤 사람들은 자신이 소시오패스의 심기를 건드렸다고 확신했다.
"이제껏 일했던 어떤 직장보다 스트레스를 더 많이 받았어요. 그 영향이 제 가족에게까지 미쳤어요."
그와 마찬가지로 스트레스에 시달리던 한 동료는 그곳을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유발하는 곳"이라고 표현했다고 한다. 두 사람은 수십 년 동안 아무 문제 없이 홍보 분야에서 일했지만, 이 직장에서는 왜 늘 전쟁터에 있는 기분인지 알 수 없었다.
나처럼 이 사람들도 그저 힘든 직장에 들어갔거나 고약한 상사를 만났다고 느낀 것이 아니었다. 그들은 사람들이 아무 이유 없이 자신에게 주먹을 휘두르는 일종의 대체 현실에 발을 들여놓았다고 생각했다. 그들은 무기력해져서 아무것도 할 수 없어 혼란스러웠고, 희생양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스스로 정신이 온전한지 의문을 갖거나 자신의 가치를 의심했다고도 했다. 사람들은 '그곳에서 그들이 자신에게 한 일'에 대해 이야기했다. 사람들은 회사를 그만두거나 해고댔다고 말하는 대신 어떻게 '탈출'했는지를 들려주었다. 그 이야기는 마치 학대 생존자나 광신적 종교집단에서 구출된 사람들의 증언처럼 들렸다.
심지어 어떤 사람들은 내가 스타트업에 있을 때 그랬던 것처럼, 자신이 다니는 회사는 회사가 아니라 어떤 장기적인 심리학 실험의 일부라고 상상하기도 했다.
직장이 심리학 실험실일 수 있다는 생각이 내게는 실제 의미가 있었다. '겁 없는 금요일'이라는 생뚱맞은 프로그램, 테디베어 인형을 들고 다니는 회사 경영자를 누구도 놀릴 수 없다는 사실, 누군가를 '졸업'시키는 것이 기분 좋은 일인 양 호도하는 이유를 설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어쩌면 MIT나 하버드대학교의 시리학자들 중 누군가는 복종과 통제의 한계에 관해 연구하고 싶을 것이다.
사람들은 월급을 계속 받기 위해 자신의 인격이 짓밟히는 것을 얼마나 견디고, 자신의 존엄성을 얼마나 희생할 수 있을까? 레고블록으로 오리를 만들게 해볼까? 우스꽝스러운 모자를 씌울까? 동료가 아무 이유 없이 해고당할 때 침묵할까, 아니면 자신의 목소리를 낼까? 불만을 표현하거나 참여를 거부하기 전에 직원들은 어리석고 잔인한 행동을 어느 정도까지 참아낼까? 놀랍게도, 어리석음과 잔인함이라는 모순적으로 보이는 두 단어가 공존하는 것이 신 경제 직장의 전형적인 특징이 됐다.
바로 이 점에서 나는 직장인들이 '실험실의 쥐' 같다고 생각하게 됐으며, 다른 사람들도 같은 생각을 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에모리대학교의 신경심리학자 그레고리 번스(Gregory Berns)는 뉴욕타임스에 기고한 글에서 이렇게 썼다.
"직장이 점점 더 스키너 상자처럼 되고 있다."
새로운 종류의 고통
2000년부터 직원 참여도를 조사해온 갤럽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노동자의 13퍼센트만이 업무에 열정적이고 회사에 헌신적인 것으로 조사됐다. 갤럽은 이를 '일에 몰입'한다고 표현했다.
2014년에 구직 사이트 몬스터가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노동자의 61퍼센트가 업무 관련 스트레스 때문에 몸이 아팠던 경험이 있고, 절반 가까이가 그런 이유로 결근한 적이 있다고 대답했다. 응답자의 7퍼센트는 업무 관련 스트레스가 원인이 되어 입원까지 한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JeffreyPfeffer 에 따르면 내가 스타트업에서 경험했던 불안과 우울, 짜증은 이제 새로운 일상이 됐다. 그는 노동자에 대한 불행에 관한 자신의 연구를 인용하면서 '인간다움이 사라졌다'고 강조했다. 회사는 파티를 열고 간식이나 탁구대를 제공할지 몰라도, 직업 안정성처럼 매슬로의 욕구 5단계에서 아래쪽에 이쓴 것들을 박탈하고 있다. 페퍼 교수는 '월급 받느라 죽는다(Dying for a Paycheck)'라는 책을 통해 "(회사가) 관리 방안을 마련하지 않아도 되는 한, 직원들이 병에 걸리거나 목숨을 잃는 것을 일상적으로 허용한다"라고 주장했다.
역설적으로, 스트레스를 가장 많이 받는 이들 가운데 다수가 정보 경제에서 성공을 누릴 것으로 보이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소프트웨어 개발자나 엔지니어, 크리에이티브 아티스트, 커뮤니케이터들로 손 대신 두뇌로 일하고, (아직은) 기계로 대체할 수 없거나 개발도상국의 저임금 노동자들에게 아웃소싱할 수 없는 부가가치가 높은 일을 한다. 그들은 교육 수준이 높고 인터넷에 정통하며 대개 소득도 매우 높다. 그리고 흔히 사람들이 '좋은' 직장이라고 생각하는 곳에서 일한다. 멋진 실내 디자인에 밝고 개방된 업무 공간에서 인체공학적 책상을 사용하고 고급스러운 간식을 먹으며 하루를 보낸다.
하지만 기술 주도적 진보에는 어두운 면도 있다. ... 샌프란시스코는 한때 예술가와 히피가 모여들고 게이 커뮤니티로 활기찬 도시였지만 지금은 전기 스쿠터를 타고 돌아다니는 한심한 테크 브로들이 넘치는 곳이 됐다. 테크 브로들은 노숙자가 증가하는 것을 불평하지만, 이처럼 많은 사람이 거리로 내몰린 주책 위기는 정작 자신들이 불러온 것이다.
60대의 한 여성 기술 전문가가 집을 팔고 다른 도시로 떠난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무엇이 그토록 싫었을까? 그녀는 짧고도 분명하게 대답했다.
"탐욕이요"
테크 브로들은 용병처럼 돈 버는 데만 관심이 있을 뿐 자신들이 샌프란시스코를 망치고 있다는 사실은 전혀 모른다. 그들은 더욱더 많은 힘을 얻고, 기술 산업을 넘어 문화 전반에 걸쳐 영향력을 휘두르고 있다. 여기에는 업무 현장을 재구성하고, 그 운영 방법을 통제하는 데 힘을 행사하는 것도 포함된다. 그러나 테크 브로들이 우리의 미래를 설계하도록 맡겨두어서는 안 된다.
2장. 실리콘밸리의 신흥 재벌들
휴렛팩커드의 공동창업자 빌 휴렛과 데이브 패커드는 'HP 방식'이라고 알려진 인간 중심 기업 문화를 만들었다. HP는 격식에 얽매이지 않는 편안한 분위기였고 임직원이 서로 이름을 불렀다. 근무 시간은 유연했고 출퇴근 시간을 기록하지 않았다. 두 창업자는 회사를 가족처럼 생각해야 한다고 믿었다. 그들은 직원들을 신뢰하고 존중했다. 그리고 회사는 단지 돈을 벌거나 투자자에게 수익을 가져다주는 것 이상을 해야 한다는 신념이 있었다. 그들은 직업 안정성을 중요하게 생각했고, 직원을 해고하지 않으려 노력했으며, 지역 사회의 선한 기업 시민이었다. 모든 직원이 보너스를 받고 이익 분배에 참여했다. 상사들은 '현장 경영'에 전념했다. TomPeters 가 오늘날 경영서의 고전으로 일컬어지는 '초우량 기업의 조건'에서 HP를 분석하며 '기업은 이렇게 일해야 한다'고 열변을 토했던 바로 그 방식이다. 1970년대에 HP는 실리콘밸리만이 아니라 그 외 지역의 많은 기업이 모방하고 싶어하는 번영하는 조직이었다.
HP에서 엔지니어로 일했던 애플의 공동창업자 스티브 워즈니악은 그 시절을 이렇게 회고했다.
"우리에게는 훌륭한 동지애가 있었습니다. 모두 정말 행복했죠. 대부분 사람이 그 회사를 일하기에 가장 훌륭한 곳이라고 말했습니다."
1970년대에 실리콘밸리에 또 다른 요소를 가져왔다. 카운터컬처를 이상적인 가치로 생각하는 것이었다. '사람들에게 힘을(Power to the people)'은 1960년대의 슬로건이었지만, 1970년대에 개인용 컴퓨터 혁명을 이끌었던 사람들의 모토이기도 하다. 빅브러더가 통제하는 메인프레임 컴퓨터를 공유하는 대신 모든 사람이 자기만의 컴퓨터를 가질 수 있었다. 사실 이것은 사회에 크나큰 영향을 미치는 무척 급진적인 생각이었다.
애플의 공동창업자인 스티브 잡스와 워즈니악은 장발의 히피 해커였고, 컴퓨터 애호가를 위한 아마추어 키트를 조립하여 자신이 쓸 첫 번째 PC를 만들었다. 워즈니악은 사람을 먼저 생각하는 'HP 방식'에 푹 빠졌다. ... 바야흐로 자유, 개인 해방, 시민 평등권, 개인 존중 같은 카운터컬처의 가치들이 실리콘밸리의 문화를 형성했다.
내가 이전 버전의 실리콘밸리를 처음 접한 것은 1980년대 후반 산타크루즈의 한 소프트웨어 회사를 방문했을 때였다. 그 회사의 엔지니어들은 덥수룩한 수염에 머리를 길게 기르고 반바지와 홀치기 염색으로 무늬를 만든 셔츠를 입고 있었다. 저녁에는 커다란 삼나무 욕조에 느긋하게 몸을 담그거나 와인을 마시고 마리화나를 피우며 시간을 보냈다. '캘리포니아 회사'는 이처럼 여유로운 히피 해커들이 일하는 방식을 설명하기 위해 사용하는 용어였다.
그러나 노천탕에서 어울리던 시절은 오래 전에 지나갔다. 새로운 세대의 기술 회사는 압력솥처럼 변했다. ... 우버에서 일했던 한 엔지니어는 입사한 지 5개월만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 '성과 개선 계획(PIP)' 대상자가 된 한 '아마봇'은 동료들에게 짧은 글을 전송한 다음 자살을 시도하며 건물에서 뛰어내렸다.
사람이 달라졌기 때문에 기술 업계도 변했다. 2001년 닷컴 붕괴 후 몇 년 만에 시작된 두 번째 인터넷 호황기에 실리콘밸리는 새로운 종류의 사람들을 유인했다. 괴짜 같은 엔지니어 대신 이전 세대라면 월스트리트로 진출해 채권 중개인이 됐을 법한, 빨리 부자가 되고 싶어하는 사기꾼 같은 젊은이들을 끌어들였다. 이전에 기술 분야의 제왕은 HP의 휴렛과 패커드나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 애플의 잡스와 워즈니악처럼 새로운 제품을 발명하고 회사를 세우는 마법사들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AndreessenHorowitz의 MarcAndreessen이나 ClariumCapital과 FoundersFund의 PeterThiel, GreylockVentures의 ReidHoffman 같은 벤처캐피털리스트들이 실세다.
이들은 기술 회사를 운영하지 않으며, 단지 투자자일 뿐이다. 그렇지만 이들의 직업은 화려하게 그려지고 실리콘밸리의 거물급 유명인으로 평가된다.
두 번째 인터넷 붐은 미국에서도 올리가르히라는 새로운 사회계급을 만들어냈다. 사회성이 부족하고 공감 기능이 손상된 몇 명의 태양왕이 사업을 넘어 정치와 문화 전반으로 영향력을 확장했다. ... 안타깝게도 이들 새로운 올리가르히 가운데 다수는 반노동자, 심지어 반인간적 세계관을 가진 것이 확실해보인다.
이 명단의 1위는 아마존의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 제프 베조스가 차지했다. ... 어떤 사람들은 베조스를 영웅으로 생각하지만, 그의 부는 엄청난 스트레스를 견디며 끔찍한 근무 조건 속에서 피땀 흘려 일하고 때로는 수입이 수입이 너무 적은 나머지 푸드 스탬프를 받을 만큼 착취당하는 물류창고 노동자들의 등골 위에 구축된 것이다. 2018년 베조스가 상을 받기 위해 베를린을 방문했을 때, 수백 명의 독일 아마존 노동자가 이의를 제기하는 시위를 벌였다. 노조의 리더는 "우리의 고용주는 노동관계를 미국식으로 바꾸고 19세기로 돌아가려고 합니다"라고 로이터 통신에 말했다.
2위는 페이스북의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가 차지했다. 페이스북은 '쥐잡이팀'으로 알려진 '비밀경찰'을 고용하여 노동자를 감시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이 '무자비한 비밀 유지 코드'라고 지칭한 규칭한 규칙을 운영하고, 노동자들이 '근무 조건과 회사 내 위법 행위나 조직 문화의 문제'에 관해 말하지 못하도록 법적으로 위협하는 방법을 썼다. ... 저커버그는 페이스북 회원들의 심리와 사생활을 파고들어 광고주와 정당이 이를 조작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800억 달러의 재산을 축적했다.
페이스북의 벤처캐피털 투자자나 직원 가운데 일부는 회사가 위험해졌다고 생각한다. 실리콘밸리의 밴처캐피털리스트이자 초기 페이스북 지지자였던 로저 맥나미도 그중 한 명이다. 2018년 봄, 그는 페이스북을 비롯한 온라인 플랫폼의 강력한 규제를 촉구하며 '워싱턴먼슬리'에 기고한 글에서 이렇게 썼다.
"회사가 이용자들을 대상으로 광범위하게 벌이는 사회적, 심리적 실험을 아무도 멈출 수 없었다."
'베너티페어' 명단의 5위는 테슬라의 최고경영자 ElonMusk가 차지했다. 테슬라 공장 노동자들은 2017년 '가디언'을 통해 스트레스가 심하고 위험한 노동 환경과 생산 현장에서 동료들이 과로로 쓰러지는 현실을 고발했다. 우버를 세운 트레비스 캘러닉과 그를 이어 우버의 최고경영자가 된 다라 코스로샤히도 명단에 포함됐다. 우버는 운전자들을 부당하게 착취하여 여러 차례 고소를 당했다. 2016년 우버는 운전자들이 최저임금과 유급휴가가 보장되는 근로자로 분류하라고 요구하며 제기한 소송의 합의한으로 1억 달러를 제시했다.
노동자를 착취하면 대가가 따른다. 벤처캐피털리스트나 창업자 가운데 다수가 수십억 달러의 재산을 가지고 있다. 그들은 부의 불평등을 비정상적인 수준으로 몰아왔고, 실리콘밸리에 바나나공화국의 경제 논리를 도입했다.
샌프란시스코에서 산호세까지 주택 가격은 계속 치솟고 있다. 마찬가지로 노숙자 수도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이처럼 많은 빈곤이 이처럼 많은 부를 밀어올리는 것을 보고 있자면 비현실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2017년 어느 날 나는 구글 캠퍼스에서 구글 평사원 몇 명과 점심을 먹었다. 그들은 백만장자이지만 제트기와 요트, 하와이에 부동산이 있는 사람들과 함께 회의를 하다 보면 자신이 가난하다고 느낀다고 했다. 주변에 실제로 존재하는 빈곤이 어느 정도인지 모르는 것 같았다.
에인 랜드와 페이팔 마피아
머스크는 200억 달러 이상의 재산을 보유하고 있다. 가격이 치솟는 테슬라 주식 덕분이다.
그는 결코 직원들에게 관대하지 않다. 2015년에 칼럼니스트 에슐리 반스가 펴낸 머스크의 전기에 따르면, 12년간 함께 일한 비서를 해고했는데, '감히' 임금 인상을 요구한 다음이었다고 한다. 더 잔인한 것은 해고 방식이었다. 머스크는 그 비서에게 2주간 쉬라고 한 다음 그녀 없이도 별 지장 없이 일할 수 있는지 보겠다고 말했다. 그리고 실제로 비서가 돌아왔을 때, 그녀가 더는 필요하지 않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머스크는 반스가 쓴 이 이야기를 부정하고 있다.
테슬라 공장 노동자들은 더 심각하다. 2017년 미국 연방 노동관계위원회는 노동법을 위반한 혐의로 테슬라를 고소했다. 같은 해 테슬라으이 한 공장 노동자는 과중한 업무와 낮은 임금, 위험한 근무 조건에 불만을 나타내는 블로그 글을 게시했따. 권익단체 워크세이프는 산업 평균에 비해 심각한 부상 사고가 두 배나 많이 발생하는 테슬라의 공장을 고소했다. 전미자동차노조는 머스크가 노조 설립을 방해하고 노조 설립을 지지하는 노동자들을 해고해왔다고 주장했다. 2018년에 키스 앨리슨 하원의원은 노조 설립을 위해 노력하는 노동자들에게 보복하는 행위는 "도덕적으로 옳지 않을 뿐 아니라 법에 어긋나는 일"임을 경고하며 머스크에게 공개 항의서를 보냈다. 테슬라는 2017년 인종차별적 행동과 비방을 당해왔다고 밝힌 흑인 노동자들이 제기한 세 건의 소송을 포함하여 수많은 노동자의 고발과 소송을 받고 있다. 한 고발에서는 테슬라 공장을 '인종차별의 온상'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일론 머스크는 전자결제 서비스를 제공하는 페이팔의 공동창업자로 큰 돈을 벌었다. '페이팔 마피아'로 알려진 이곳 출신들은 이후 다른 기술 회사들을 설립하여 크게 성공한 뒤 벤처캐피털리스트가 됐다. ... 문제는 그들 가운데 일부는 좋은 사람이 아닌 듯하다는 것이다.
신흥 억만장자이자 벤처캐피털리스트로 활동하는 페이팔 출신 키스 라보이스(KeithRabois)는 극단적인 형태의 일 중독을 수용하는 조건으로 스타트업에 투자한다. 라보이스의 투자를 받은 스타트업 창업자들은 결코 휴가를 갈 수 없다. 라보이스는 자신이 쉬지 않고 18년을 줄곧 일했으니 다른 사람들도 똑같이 그렇게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1990년대에 스탠퍼드대학교에서 법학을 공부한 라보이스는 동성애 혐오 발언으로 악명이 높은 인물이기도 하다.
라보이스와 스탠퍼드를 같이 다니고 페이팔에서 함께 일했으며, 역시 엄청난 부를 축적한 영향력 있는 기술 신흥 재벌 PeterThiel과 DavidSacks는 1995년 공동으로 출간한 책 '다양성 신화(The Diversity Myth)'에서 라보이스를 두둔했다. 틸과 삭스는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과 대학 내 다문화주의의 부상을 비난했다. 그들은 강간당했다고 주장한 여성들이 사실은 '뒤늦게 후회'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또한 '인종 간의 관계가 더욱 악화됐다'라고 조바심치면서 그 이유를 다문화주의자들이 '제도적 인종차별주의'나 '무의식적인 인종차별주의'처럼 사라지거나 형태도 없는 인종차별을 들어 백인들에게 죄를 묻기 때문이라고 했다.
다양성에 반대하는 선동가 틸은 2014년에 '제로 투 원'을 출간했다. 나는 틸이 만들려는 미래에서 다양성에 대한 관심은 큰 역할을 하지 못할 것으로 생각한다. 이 추측은 2016년 틸이 도널드 트럼프를 위해 선거운동을 한 사실이 뒷받침한다. '다양성 신화'를 쓴 틸과 삭스 같은 인물들은 지난 20년간 실리콘밸리에서 영향력을 확장해왔다. 이곳에서 기술 산업은 다양성 문제, 성희롱과 적대적인 직장 환경에 항의하는 여성 문제, 거의 완벽하게 차단당하고 있다고 불만을 표출하는 유색인종 등 끔찍한 문제들을 키워왔다. 나는 이런 일이 우연히 생겼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새로운 협약
리드 호프먼은 자신을 ‘사회 참여 지식인’이라고 생각한다. ... 머스크와 틸, 삭스, 라보이스처럼 호프먼도 페이팔에서 경력을 시작했고 그 후로도 계속 많은 돈을 벌었다. 2002년 그는 링크드인을 창업하고 2006년까지 최고경영자로 있었다. 이후 회장으로 물러난 다음, 벤처캐피털리스트로 새로운 경력을 시작했다. 현재 30억 달러의 재산을 보유한 호프먼은 기업과 직원 사이의 ‘새로운 협약’이라는 것을 설계한 사람 가운데 한 명이다.
새로운 협약은 기본적으로 기업이 노동자에게 어떤 충성심도 요구하지 않고 노동자도 기업에 고용 안정을 기대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 협약은 노동자들이 자신을 독립 사업자로 생각하고, 일로 서로 경쟁하기를 권장한다. 호프먼이 자신의 첫 번째 책 《연결하는 인간》에서 밝혔듯이 각 개인은 스타트업이다. 호프먼은 이어 두 번째 책 《얼라이언스》에서 이 새로운 협약을 설명했는데, 직업은 단지 거래라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요컨대 한곳에서 1~2년 일하고 다음 일을 찾아 계속 나아가라는 것이다.
호프먼이 인재 관리 방법을 조언할 때, 문제는 사실 그가 인재를 관리한 경험이 많지 않다는 것이다. 물론 페이팔에서 4년을 있었고 링크드인의 최고경영자로 또 4년을 지냈지만, 당시 이 회사들은 상대적으로 작은 조직이었다. 2006년 호프먼은 최고경영자 자리에 있고 싶지 않다고 판단하고, 자신을 대신하여 링크드인을 경영할 사람을 고용한 다음 회장이 됐다. 그는 자신이 사람들을 관리하기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구체적으로 밝혔다. 나중에 블로그에 이렇게 쓰기도 했다.
“나는 주간 회의를 주관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마지못해 한 것이지 열정적으로 한 것이 아니다.”
그는 자신의 시간을 ‘어떤 직원을 승진시켜야 할지 논의하는 일’에 쓰고 싶지 않았다. 다르게 말하면 호프먼은 관리자가 되고 싶지 않았다. 그저 그 일을 어떻게 하면 될지 다른 사람들에게 조언하는 책을 쓰고 싶었을 뿐이다.
게다가 호프먼은 링크드인을 특별히 잘 경영한 것 같지 않다. 물론 이 회사는 급격히 성장했고, 2011년에 상장한 다음 2016년 260억 달러에 마이크로소프트에 인수됐다. 큰 성공을 거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링크드인은 2014년부터 손실을 기록하기 시작했고 인수되기 전 주가는 최고 269달러에서 101달러로 곤두박질쳤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주당 200달러에 가까운 터무니없는 프리미엄을 지불한 셈이다.
당연히 호프먼은 부자가 됐다. 하지만 링크드인에서 그의 실적이나 회사 운영의 본보기를 찾기란 쉽지 않다. 스타벅스를 세운 하워드 슐츠(Howard Schultz)나 친환경 글로벌 아웃도어 브랜드 파타고니아(Patagonia)를 설립한 이본 쉬나드(Yvon Chouinard)도 회사 경영에 관한 책을 냈다. 두 사람은 실제로 수십 년 동안 회사를 경영했고, 지속 가능하고 수익성 있으며 독립적인 조직을 구축하면서 오랫동안 현역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들은 호프먼이 말하는 ‘복무 기간(tour-of-duty)’이나 ‘거래’라는 직업 철학을 지지하지 않는다. 아니, 이들은 기업이 정반대의 일을 하도록 촉구한다. 직원에게 투자하고 직원을 잘 대우하며 직원이 회사에 오래 다닐 수 있도록 노력하라는 것이다.
이런 사람들이 네트워크 시대의 인재 관리 방법에 관해 세상에 조언하려고 한다. 호프먼의 새로운 협약은 노동자에게는 끔찍하지만 투자자에게는 훌륭하다. 최근 호프먼의 주요 관심이 벤처 투자인 것을 생각하면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벤처캐피털리스트가 기업이 직원을 어떻게 대우해야 하는지에 관한 책을 쓴다는 건, 희대의 연쇄 살인마가 젊은 여성에게 데이트 조언을 하는 것과 같다는 문제가 있다. 안타깝게도 최근 이 새로운 협약은 기술 산업, 특히 스타트업의 규범이 됐다.
그들은 아무렇지도 않다. 나는 복무 기간 정신을 허브스팟에서 처음 경험했다. 그 회사는 ‘우리는 가족이 아니라 팀’이라는 표어를 내걸고, 엄청나게 높은 이직률을 축하했다. 이 표어는 스포츠팀에서 그렇게 하듯 언제든지 잘릴 수 있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불과 몇 년 만에 나는 그 광기가 일시적이지 않고 오래갈 뿐 아니라, 기술 산업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현실을 걱정하고 있다. 이 질병은 실험실을 빠져나와 온 세상을 감염시키고 있는 것 같다.
위험한 수혈
어떤 기업들은 조직 안에 실리콘밸리의 문화를 조금이라도 주입하려고 노력한다. 기업의 오래된 벽 안에 작은 스타트업을 세우거나 회사에 새바람을 일으킬 밀레니얼 세대를 채용한다. 컨버스 운동화를 신고 셔츠를 바지 밖으로 빼 입게 하거나 해커톤을 열기도 한다. 또한 많은 기업이 실리콘밸리에서 유행하는 애자일과 린 스타트업(LeanStartup) 같은 경영 기법에 현혹되어 달려들고 있다. 기술에서 얻은 아이디어가 이들 기업을 스타트업처럼 민첩하게 만들어줄 거라고 확신하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오래된 대기업들은 수혈을 바란다. 10대 소년의 젊은 피를 원하는 것이다. 그들은 늙고 느리고 거대하다. 심장은 약하고 혈관은 막혀 있다. 무엇보다 겁에 질려 있다. 실리콘밸리에 의해 죽임을 당하는 다른 거대 기업들을 목격해왔는데, 그 일이 자신에게만큼은 일어나지 말아야 한다. 그들은 실리콘밸리에 마법의 묘약이 존재한다고 믿는 듯하다.
실리콘밸리에는 젊어지는 샘이 없다. 유니콘 기업이 비밀스러운 경영의 지혜를 가진 것도 아니다. 대부분 스타트업은 형편없는 사람들에 의해 형편없이 운영되고, 오직 회사를 상장시켜서 빨리 큰돈을 벌려는 도덕 관념 없는 투자자들이 자금을 댄다. 그들에게는 경영 전문성도, 조직 행동에 관한 특별한 통찰력도 없다.
그들이 가진 거라고는 그다지 혁신적이지 못한 비즈니스 모델뿐이다. 1달러 지폐를 75센트에 팔면서 얼마나 빨리 성장하는가로 평판을 얻는다. 이런 새로운 회사 대부분은 손해를 보고 있다. 사업을 해서 부자가 되려면 수익을 내는 회사를 세워야 하고, 그 수익을 투자자들과 나누는 것이 전통적인 방법이다. 하지만 새로운 벤처캐피털리스트들은 수익을 내는 회사를 세우는 단계를 건너뛰는 대신, 돈을 벌어다 주는 일종의 연금술을 발명했다. 나는 이것을 ‘고속성장, 적자경영, 기업공개, 현금정산’이라고 부른다. 우선 스타트업이 빨리 성장하도록 수백만 또는 수십억 달러를 쏟아붓는다. 대대적으로 광고를 하고, 기업공개를 통해 투자자들에게 주식을 팔아넘긴 다음, 전리품을 챙겨 서둘러 떠난다.
2017년에 나는 2011년 이후 기업공개를 한 60개 기술 회사의 목록을 작성했다. 그중 무려 50개나 되는 회사가 이익을 낸 적이 없었다. ... 우버의 창업자 캘러닉은 자신이 구성한 이사회에서 쫓겨나는 추문을 일으켰지만, 그럼에도 50억 달러 가까운 순자산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십억 달러의 손실을 내는 회사를 경영하면서 자신은 억만장자가 되는 사람이 지구상 어디에 또 있을까?
적자를 내는 비즈니스 모델은 벤처캐피털리스트들이 새로운 협약을 만들어낸 이유와 직원들을 형편없이 대우하는 근거를 설명하는 데 도움이 된다. 벤처캐피털리스트와 창업자들은 지속 가능한 회사를 세우려는 것이 아니다. 그러므로 직원들에게 안정적이고 오래 다닐 수 있는 일자리를 제공하거나 노동자에게 부를 분배하는 문제에 관심을 가질 이유가 없다. 노동자는 매출 성장을 일으키는 연료일 뿐이다. 온종일 전화기와 씨름할 젊은 텔레마케터 군단을 고용하여, 그들에게 불가능한 할당량을 주고 탈진할 때까지 기계처럼 일하도록 혹사한다. 직원들은 적은 임금을 받고 과도하게 일한 다음 번아웃되면 폐기된다. 마침내 기업공개가 이루어지면 가장 높은 자리에 있는 몇 사람만 엄청난 부자가 되고, 나머지 사람들은 거의 아무것도 갖지 못한다.
내가 두려운 것은 실리콘밸리의 기술 회사를 모방하려는 욕망이다. 즉 다른 산업의 회사들이 노동관계의 새로운 협약과 높은 스트레스, 반노동자 철학을 포함한 실리콘밸리의 방법론을 도입하는 것이다. 2017년에 노동자 친화적이고 훌륭한 기업 문화로 20년간 명성을 누린 홀푸드마켓(Whole Foods Market)이 아마존에 인수됐다. 홀푸드의 문화는 하루아침에 파괴되고 말았다. 아마존이 무자비한 숫자 중심 경영 스타일을 강요했기 때문이다. 그다음에 일어날 일은 더 위험할 수 있다. 노동자 친화적인 기업 문화로 유명한 또 다른 슈퍼마켓 체인 웨그먼스(Wegmans)는 앞으로 사업을 지키기 위해 아마존처럼 잔인해져야 할까?
터닝 포인트: 2000년
나는 노동자의 불행과 관련된 사항을 나타내는 데이터를 자세히 살펴보면서 어떤 패턴을 발견했다. 특이하게도, 많은 표와 그래프에서 2000년 부근에 변곡점이 나타났다. 첫 번째 닷컴 버블이 정점을 찍은 뒤 추락하던 때였는데, 케이블 모뎀을 통한 고속 광대역 접속이나 와이파이 라우터처럼 인터넷을 실제로 이용할 수 있게 한 몇 가지 기술이 널리 쓰인 한편, PC가 모바일 기기에 자리를 내준 시기였다.
또한 2000년부터 아웃소싱이 본격화됐는데, 세계적으로 광섬유 케이블 네트워크가 구축되어 빠르고 안정적인 인터넷 연결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2000년과 관련된 또 다른 이상한 현상은 최고경영자와 일반 노동자의 보상 비율에서도 나타난다. ... 2016년 현재 대기업의 최고경영자들은 여전히 정규직 노동자보다 347배를 번다.
물론 많은 문제가 2000년 이전에 시작됐지만, 이 문제들을 가속화한 것이 인터넷이다. 아웃소싱이 시작되면서 미국 제조업 일자리가 급격히 줄어들었다. 자살률과 마찬가지로 항우울제 사용이 증가했다. 소득 불평등은 더욱 확대돼 상위 1퍼센트가 그 어느 때보다 많은 몫을 가져갔다. 인터넷과 노동자의 불행 사이에 연관성이 있다는 직감은 내가 실리콘밸리에서 직접 목격한 것들 때문에 더 굳어졌다. 바로 사기꾼들과 테크 브로, 탐욕스러운 벤처캐피털리스트, 터무니없이 부유한 신흥 재벌, 노사 간의 새로운 협약, 스트레스, 불안정, 자살과 노숙자 등이다.
지난 몇 년 동안 나는 불편한 결론에 도달했다. 실리콘밸리에서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자고 외치는 그 사람들이 사실은 세상을 더 나쁘게 만들고 있었다. 대개는 탐욕과 관련된 이유들 때문이며, 적어도 노동자의 삶의 질에 관한 한 부정할 수 없는 진실이다.
직원들을 형편없이 대우하는 일은 우연히 일어나지 않는다. 의도적으로 실행된다. 벤처캐피털리스트와 도덕 관념이 없는 창업자 계급은 회사의 유일한 의무가 투자자에게 최대한의 수익을 돌려주는 것이라는 주주 자본주의 개념을 신봉하면서 직원들을 고통의 극한으로 몰아넣고 있다. 이들이 가려는 곳은 전혀 좋은 곳이 아니다. 계속 커지는 소득 불균형은 사회 조직을 분열시킬 수 있다. 여기서 가장 소름 끼치는 부분은 실리콘밸리의 신흥 재벌들도 이것을 알고 있지만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는 것이다.
3장. 당신이 경영학을 믿지 말아야 할 이유
(3장의 내용은 인간의 이름으로 다시 쓰는 경영학과 맞닿는 부분이 있네.)
레고블록으로 오리를 만드는 일은 오늘날 직장의 왜곡된 시대정신을 보여주는 완벽한 사례처럼 보인다. 하지만 멘로파크의 카페에서 내가 씨름했던 문제는 사실 오래된 믿음의 새로운 발현이었을 뿐이다. 이 믿음은 20세기 초반에 갑자기 활발해졌고, 이후 경영학으로 알려지게 됐다.
경영학을 뒷받침하는 사고방식은 1856년 펜실베이니아주에서 태어난 프레더릭 테일러(Frederick Taylor)라는 남자에게서 처음 시작됐다.
정보화 시대의 경영학
애자일: 90퍼센트는 헛소리
린 스타트업: GE의 실패가 주는 교훈
두려움의 시대
4장. 누가 실리콘밸리를 두려워하랴
아무도 안전하지 않다
두려움이 뇌에 미치는 영향
두려움에 찬 기업들은 나쁜 결정을 내린다. 최고경영자들은 어떻게든 두려움에 휘둘리지 않고 위협에 대처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두려움에 찬 직원들도 마찬가지다. 두려움 속에 사는 사람들은 최선을 다할 수 없다. 번스의 실험에서 얻은 가장 뚜렷한 교훈은 만약 기업이 직원들의 생산성을 높이고 놀라운 아이디어를 낳는 창의적인 사고방식에 참여하도록 유도하고 싶다면, 먼저 사람들을 안심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트레이닝에 더 많이 투자하라. 조금 더 많은 임금을 지급하라. 건강보험 혜택과 고용 안정성을 제공하라. 언제든지 일자리가 사라질 수 있다는 두려움을 제거하라.
앞으로 자세히 이야기하겠지만, 안타깝게도 많은 기업이 정확히 반대로 행동하고 있다.
2부. 직장을 절망스러운 곳으로 만드는 요인들
5장. 미안하지만 나가줘야겠어요
6장. 돈: 빛의 속도로 쓰레기가 되다
2조 달러의 사기
당신의 연금을 훔친 자
임시직의 딜레마
소매업의 종말
아마존, 실리콘 사이코패스
세상의 종말을 기다리며
7장. 불안정: 우리는 가족이 아니라 팀이다
경력이 아니라 복무 기간일 뿐
고용 불안정이 주는 스트레스
뿌린 대로 거둔다
20세기의 경영자들
8장. 변화: 절대 끝나지 않는 허리케인 안에 살다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일
당신의 긴장은 무엇입니까?
변화, 심리적 대혼란
9장. 비인간화: 자신을 기계 속의 기계로 생각하라
자동화 계층
파놉티콘에서 일하기
로봇이 안내하는 면접의 세계
당신의 다음 상사는 컴퓨터다
3부. 경영에 관한 너무나도 당연한 이야기들
10장. 일의 정신을 지키려는 싸움
만약 당신이 하고 싶은 일이 이런 것이라면, 즉 회사를 빨리 성장시켜 회사가 손해를 보든 말든 많은 돈을 번 다음 튀는 것이라면 직원들을 형편없이 대해도 상관없다. 그렇게 하지 않는게 오히려 이상해 보일 수도 있다. 당신은 실리콘밸리의 신흥 재벌 리드 호프먼이 제안한 새로운 협약을 도입하고, '가족이 아니라 팀'이라는 넷플릭스의 철학을 받아들여야 한다. 둘 다 날강도 같은 비즈니스 모델에 봉사하기 위해 발명된 것이다.
그러나 50년 또는 100년 동안 유지되는 회사를 세우려 한다면 당신은 정확히 그 반대로 행동해야 한다. 최근 학계 연구에 따르면 진정으로 성공하는 회사를 세우려면, 다시 말해 경쟁자를 능가하고 수익을 창출하며 업계에 계속 남아 있으려면 직원들을 지극히 잘 대우하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라고 한다.
MIT 슬론 경영대학원의 제이넵 톤(Zeynep Ton) 교수는 저가 할인 소매업체를 연구하면서 가장 성공하는 기업은 뼛속까지 인건비를 줄이는 기업이 아님을 발견했다. 톤 교수는 코스트코와 스타벅스, UPS와 토요타 같은 모델 기업을 연구하여 '좋은 일자리의 힘'이라는 책을 펴냈다. 이 책에서 그는 최고의 기업들은 "직원을 철저히 통제해야 할 무섭고 엄청난 비용이 아니라 귀중한 자산으로 생각했고, 직원들에게 최대한 투자했다"라고 밝혔다. 톤 교수에 따르면 이기는 기업들은 경쟁사보다 더 많은 급여를 지급했다. 또한 필요한 수준보다 '많은 인력을 고용'했고, 그 덕분에 기업이 여유롭게 돌아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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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기 좋은 직장이 되는 방법
시간이 갈수록 직원들이 행복해지는 회사를 보며 어떤 교훈을 얻을 수 있을까? '포츈'은 조사기관은 '일하기 좋은 일터(Great Place to Work, GPW)'과 협력하여 해마다 미국의 최고기업 100곳의 목록을 발표한다. 몇몇 회사는 지난 20년 동안 해마다 이 목록에 이름을 올렸다. '포츈'은 이들 기업을 '레전드'라고 부른다. 기술 기업에는 시스코와 SAS가 있고, 소매 기업으로는 아웃도어용품 유통업체 레이(REI)와 백화점 체인 노드스트롬(Nordstrom)이 있다. 건축 분야에는 TD인더스트리, 투자은행 업계에는 골드만 삭스, 호텔 업계에는 메리어트와 포시즌스, 슈퍼마켓 체인에는 웨그먼스(Wegmans)와 퍼블릭스(Publix)가 있다.
이들 기업에는 어떤 공통된 DNA가 있을까? 단 두 가지만 제외하면, 이들은 산업 분야도 매우 다르고 공통점도 거의 없다. 이들의 공통점은 모두 놀랄 만한 성공을 이뤘고 직원들을 이례적일 만큼 잘 대우한다는 것이다. 탁구대를 설치하거나 공짜 간식을 제공하거나 괴상한 뉴에이지 팀 빌딩은 하지 않는다. 대신 유급 안식년이나 직장 내 보육 시설, 대학 학비 지원 같은 제도를 운영한다.
이 레전드 기업들은 파트타임 노동자에게도 건강보험 혜택을 준다. 일부 기업은 유급으로 병가와 휴가, 휴일 혜택을 제공한다. 여기서 얻을 교훈은 탁구대나 사명 선언문, 컬처 코드 같은 뜬구름 잡는 소리는 집어치우고 사람들에게 실제로 가치 있는 것을 주라는 것이다.
주목할 점은 이 레전드 기업들 대부분이 상장 기업이 아니라는 것이다. 거의 비상장 기업이거나 직원이 소유하는 기업이다. 주식시장에서 거래되는 기업과 불행한 노동자 사이에 연관성이 있다면, 그 이유는 기업공개를 통해 높은 자리에 있는 소수는 부자가 되지만 나머지 다수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일단 상장이 되면 월스트리트가 직원들의 몫을 빼앗아 투자자들에게 돌아갈 몫을 높이기 위해 경영진을 압박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대부분 레전드 기업은 역사가 오래됐다. 앞에서 언급한 기업 열 곳 중에 여덟 곳은 1962년 이전에 설립됐다. 가장 젊은 기업인 시스코도 1984년에 설립됐다. 어쩌면 오래된 가치 중 어떤 것들이 신경제에서도 여전히 빛을 발하는 것이 아닐까. GPW의 수석 연구원 에드 프라우엔하임(Ed Frauenheim)은 이렇게 말했다.
"이들 기업도 변화하고 진화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오히려 내재한 가치를 계속 지키고 유지합니다."
GPW는 이 오래된 훌륭한 기업들이 공유하는 특성을 파악하기 위해 매년 데이터를 꼼꼼히 살펴봤다. 프라우엔하임은 그 결과를 이렇게 요약했다.
"신뢰, 자부심, 동지애"
"사람을 존중하면 그들에게 최고의 성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최근 이 기관은 실리콘밸리와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기술 회사들에 주목한다. 이들은 내가 염려해왔던 것과 같은 걱정스러운 경향을 포착했다. 예를 들면 리드 호프먼의 '단기 복무 기간'과 '새로운 협약'이라는 개념, 넷플릭스의 패티 맥코드가 대대적으로 홍보하는 '가족이 아닌 팀' 같은 접근 방식이다. 기술 기업들은 극단적인 형태의 주주 자본주의가 더 나은 결과를 가져올 것으로 믿는다. 회사는 그들의 실험실이고 노동자는 그 실험실의 쥐다. 그들이 옳은지 그른지는 여전히 지켜봐야 한다. 프라우엔하임이 지적했듯이 '실험이 진행중'이기 때문이다.
상반되는 두 가지 세계관이 기업의 정신을 놓고 경쟁하고 있다. 한편에는 호프먼 같은 신흥 재벌들과 맥코드 같은 인사 전문가들이 있다. 다른 한편에는 GPW에서 일하는 프라우엔하임과 뜻을 같이 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노동자를 잘 대우할 때 기업이 더 나은 성과를 얻는다고 믿는다. 한 예로 홀푸드마켓의 창업자 존 매키(JohnMackey)는, '돈, 착하게 벌 수는 없는가'에서 "사업이 인간성을 고양할 수 있다"라고 썼다.
더 나은 세상 만들기
11장. 기본으로 돌아가라
단순한 삶, 그리고 높은 마진
더 맣은 신호와 더 적은 소음
속임수를 쓰라
빨리 달려봐야 소용없다
JasonFried과 DavidHeinemeierHansson은 시카고에서 베이스캠프라는 소프트웨어 회사를 운영한다. 실리콘밸리의 규칙에 따르면 이들은 모든 것을 잘못하고 있다. 이들은 벤처캐피털에서 투자를 받은 적이 없다. 기업공개도 절대 하지 않을 것이다. 성장에 집착하지도 않는다. 마케팅에는한 푼도 쓰지 않을뿐더러 애초에 영업사원도 없다. 54명의 직원은 일주일에 많아야 40시간을 일한다. 여름이 되면 전 직원이 업무 시간을 32시간으로 줄이고, 주 4일만 일한다. 물론 급여는 다른 계절과 똑같이 받는다.
"실리콘밸리 사람들은 우리에게 야망이 없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전 괜찮습니다. 우리가 바라는 것은 300명이 근무하는 회사가 아니거든요. 우리는 그저 우리 자신이 일하고 싶은 회사를 세우고 싶었을 뿐입니다."
그들이 일하고 싶은 회사는 직원을 배려하고 안정적인 사업을 구축하여 사람들을 장기적으로 고용할 수 있는 회사다. 베이스캠프는 직원들에게 높은 급여를 지급하고 '세계 최고 수준의 복지 혜택'을 제공한다고 프라이드는 말했다. 혜택에는 한달 체력 단련비 100달러, 마사지 비용 100달러, 원할 경우 공동 작업 공간 임대료 100달러가 포함된다. 베이스캠프는 평생교육비로 연간 1,000달러를 제공하고, 기부 상품을 구매하는 데에는 1년에 1,000달러까지 지원한다.
또한 이익분배제를 실시하고 있으며, 401k 퇴직연금의 개인 적립금 100퍼센트를 회사가 지원하고 건강보험료의 75퍼센트를 지불한다. 모든 직원에게 해마다 3주간의 유급휴가가 주어지고, 별도로 7일의 휴가 또는 개인 휴무를 유급으로 사용할 수 있다. 또 3년마다 1개월의 유급 안식월을 가질 수 있고, 16주간의 출산 휴가와 6주간의 배우자 출산 휴가를 받는다. 1년 이상 근무하면 최고 5,000달러까지 연차휴가비도 지급된다. 1인, 커플, 가족 등 예산 안에서 전문적인 여행 프로그램도 제공한다.
또한 일하고 싶은 곳에서 일하고 싶은 시간에 일할 수 있다. 베이스캠프 직원들은 캐나다, 브라질, 홍콩, 호주, 유럽을 비롯해 전 세계에 흩어져 있다. 단 14명만이 시카고에 기반을 두고 있고 일한다. 본사 사무실에 모두 자기 자리가 있지만, 대부분이 일주일에 며칠은 재택근무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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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이드는 42살이고 곱슬머리에 수염은 바싹 깎았고 달리기 선수 같은 체격을 지녔다. 프라이드 부부에게는 어린 아들이 한 명 있고 둘째 아이의 출산을 기다리고 있다. 그는 집에서 가능한 한 많은 시간을 보내려 한다. 새벽부터 일어나 나가야 하는 조찬 모임이나 저녁 회식, 밤샘 근무는 전혀 하지 않는다. 6월의 화창한 날, 아침 9시 30분에 가볍게 하루를 시작할 수 있다는 것이 그가 회사를 시작한 한 가지 이유다. 프라이드는 이렇게 말했다.
"사업가의 기본 전제는 자유입니다. 사람들이 사업을 시작하는 이유가 바로 자유 때문이죠."
이 두 사람은 차세대 마크 저커버그가 되길 바라지 않는다. 오히려 그런 사람을 싫어한다. 그들은 장차 사업가가 되려는 사람들이 회사를 운영할 때 건전한 접근 방식을 추구하도록 용기를 북돋는 일에 많은 시간을 사용한다. 이 일은 직원들을 잘 대우하고 배려하는 데서 시작한다. 또한 자신을 잘 돌보는 것을 의미한다. 적은 시간을 일하라. 스트레스를 피하라. 행복을 찾으라.
12장. 모두가 청소한다
사회 정의가 규모의 확장을 만났을 때
격차를 줄이려면
테런의 경영 철학에 큰 영향을 미친 또 다른 사람은 MIT 경영대학원의 제이넵 톤 교수다. 그녀는 저서 '좋은 일자리의 힘'에서 스타벅스나 코스트코 같은 기업이 직원들에게 더 많은 임금과 혜택을 제공했기 때문에 성공했다고 주장했다. 일하기 좋은 회사로 명성을 쌓으면 새로운 인력을 채ㅛㅇㅇ하기 쉬워지고, 새로운 고객을 유치하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신념을 잃지 않아도 잘 팔린다
테런의 영웅 가운데는 스타벅스의 하워스 슐츠와 코스트코의 제임스 시네갈이 있다. 그들은 성공적인 거대 글로벌 기업을 경영하면서 직원의 삶을 향상시키려는 참된 원칙을 고수했다. 직원을 가족처럼 대우하는 작은 회사를 경영하는 것은 상대적으로 쉬운 일이지만, 스타트업이 성장하여 큰 기업이 되면 노동자 친화적인 가치를 유지하기가 어렵다. 그러나 테런이 바라는 것이 바로 이것이다. 그는 수천 명 직원의 삶에 영향을 미칠 수 있고, "이런 생각이 정말 중요해질 정도로 큰 규모"의 글로벌 기업으로 키우고 싶어 한다. 슐츠와 시네갈은 이 일을 해낸 보기 드문 최고경영자들이다.
13장. 의식 있는 자본주의자들
임팩트 투자의 부상
2014년 MIT 연구에 따르면, 단일한 문화를 가진 곳보다 다양성이 높은 직장에서 마찰이 더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를 이끈 MIT의 경제학자 사라 엘리슨(SaraEllison)은 포수로만 이루어진 야구팀을 비유로 들었다. 그들은 아마 서로 잘 지낼 수는 있겠지만, 많은 경기에서 우승하진 못할 것이다. 다르게 표현하면, 다양성은 모든 사람을 행복하게 하지는 못하지만, 그런 행복 자체가 올바른 목표가 아닐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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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케이퍼 부부는 투자 금액과 사회 변화를 결합하는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새로운 개념은 아니었다. 진보적인 뮤추얼펀드는 오래전부터 존재했다.
다른 점이라면, 케이퍼 부부는 이 아이디어를 벤처캐피털에서 직접 실행한다는 것이다. 시드머니, 즉 초기 자본이 될 종잣돈을 투자하면 초기 단계 또는 설립일부터 회사에 참여하여 부부는 회의 탁자에 자신들의 자리를 마련할 수 있었다. 벤처캐피털리스트가 스타트업의 경영진 구성과 임원 고용에 관한 의사결정을 돕는 것은 흔히 있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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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porCapital은 창업자가 여성이거나 유색인종이어야 한다고 요구하지 않는다. 대신 회사가 창출하는 제품이나 서비스에 집중한다. '격차를 넓히는 것'보다 '격차를 줄이는 것'을 고민하는 사람이면 된다. 가상의 예를 들어보자. 부유한 집 아이들이 SAT 성적을 조금 더 잘 받도록 정말 비싼 서비스를 판매하는 회사는 격차를 더 넓히는 일을 하는 셈이다. 하지만 가난한 이민자 아이들이 좋은 교육을 받도록 돕는 서비스를 판매한다면 격차를 줄일 수 있다.
사실 전통적 벤처캐피털리스트들은 이런 문제를 신경 쓰지 않는다. 오히려 부유한 사람에게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을 확실히 선호한다. 바로 이것이 기술 산업이 이토록 많은 '마미(mommy) 스타트업'을 만들어내는 이유다. 빨래를 해주거나(washio, cleanly, rinse, fly cleaners, ...), 음식을 해주는 (doordash, instacart, blue apron, maple, ...) 것처럼 엄마가 해주던 일을 서비스로 만들고 싶어 하는 젊은이들이 회사를 시작하는 것이다.
기술 산업의 다양성 문제
침묵 코드를 깨라
어떻게 보면 1970년대 초 미치가 예일대학교에 다니고 프리다가 UC버클리에 재학할 때부터 케이퍼 부부는 사회활동가였다. 1980년대에 미치가 기상천외하게 부자가 되지 않았다면 그들은 베이 에어리어에 사는 나이든 괴짜 히피 커플이 됐을 것이다. 두 사람의 인생 반전은 거의 사고처럼 일어난 일이었다.
1971년 졸업 후 미치는 10년간 이런저런 일을 하며 지냈다. 그는 초월명상을 가르쳤고 DJ로도 일했다. 1978년에 애플II 컴퓨터를 구입해 프로그래밍을 독학한 다음 보스턴 근처의 작은 소프트웨어 개발 회사인 비지코프(VisiCorp)에 정착했다. 1982년에는 로터스디벨롭먼트(Lotus Development)를 설립했다. 회사 이름은 명상에서 사용하는 연꽃 자세(결가부좌)에서 가져왔고, 당시 출시된 IBM PC에서 실행되는 로터스1-2-3이라는 소프트웨어 제품을 판매했다. 첫해 매출을 100만 달러 정도로 예상했지만 5,300만 달러가 넘게 판매돼 로터스는 세계 최대 소프트웨어 회사 가운데 하나가 됐다. 이후 10년만에 연매출이 10억 달러에 육박했다. 회사를 주식시장에 상장했고 얼마 후 IBM이 35억 달러에 이 회사를 인수했다. 명상 강사였던 미치는 억만장자 미치가 됐다.
로터스는 미국에서 가장 진보적인 회사가 되겠다는 목표와 함께 직원 친화적인 기업 문화로 유명해졌다. 미치는 회사에 자금을 제공한 벤처캐피털리스트에게 말했다.
"돈 버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것들이 있습니다. 그 중 하나가 사람들을 어떻게 대우하는가입니다."
회사는 넉넉한 퇴직금과 401k 퇴직연금을 제공했다. 안식년 프로그램과 직장보육 시설도 운영했다. 또한 동성 배우자에게 복지 혜택을 제공한 최초의 대기업 가운데 하나로, 덩치 큰 기관 투자자들이 항의하며 주식을 팔아치울 때도 입장을 바꾸지 않았다. 관리자들은 철저하고 다양한 트레이닝을 받았다. 로터스에서 최고기술 책임자를 지낸 존 랜드리는 당시를 이렇게 회상했다.
"회사에 여성 임원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사회의식도 엄청났습니다."
캐리 그리핀은 1983년부터 2000년까지 로터스에서 홍보와 관리 업무를 두루 담당하면서 17년간 일했다.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로터스에서 일하는 것이 행복했습니다. 회사가 직원들을 배려할 뿐 아니라 경영진이 올바른 기업 문화를 발전시켰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은 행복할 때, 영감을 받을 때, 그리고 명예로운 문화의 일원일 때 열심히 일합니다. 내가 기억하는 로터스는 그런 곳입니다."
자본주의에서 자본주의를 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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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KaporCapital의 투자에는 조건이 붙어 있다. 투자받는 회사들은 케이퍼가 '창업자의 약속'이라고 부르는 일련의 원칙을 반드시 준수해야 한다. 이 원칙은 목표(goal), 투자(invest), 자원봉사(voluteer), 교육(educate)에서 앞글자를 가져와 'GIVE'라는 약어로 표시한다. 회사가 다양성 목표를 설정하고 그 활동 내용을 분기 보고서로 작성하여 발송하는 것이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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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퍼의 노력은 더 건강하고 포용적인 직장 문화, 격차를 줄이는 제품과 서비스를 만드는 새로운 세대의 회사라는 결과로 나타났다. 케이퍼캐피털은 앞에서 소개했던 매니지드바이큐와 가정용 건강 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오너(Honor)에도 투자했다. 이 회사도 큐처럼 노동자를 정규직 직원으로 분류한다. 이들 회사 역시 격차를 줄이는 곳이다. 노동자 계층에게 좋은 일자리를 창출하기 때문이다.
저소득층에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격차를 줄이는 회사도 있다. 렌드업(LendUp)은 신용등급이 낮은 사람들에게 신용카드를 발급해 주고 소액 단기 대출을 제공한다. 렌드업이 이런 일을 하지 않는다면 저소득층은 탐욕스러운 고금리 대출 업체에 의존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전과자였던 사업가가 창업한 피전리(Pigeonly)라는 회사도 있다. 이 회사는 수감자가 외부로 사진을 보내고 저렴하게 통화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여 수감 생활 중에도 가족이나 친구들과 연결될 수 있도록 돕는다. 스라이브마켓(Thrive Market)은 유료 회원제 온라인 식품점으로 기존 슈퍼마켓보다 25퍼센트 저렴하게 판매한다. 특히 퇴역 군인이나 공립학교 교사, 저소득층 가정에는 무료 회원 혜택을 제공한다. 헬스셰르파(Health Sherpa)는 사람들이 각자 형편에 맞는 적절한 건강보험을 찾도록 돕는다. 그리고 지니어스플라자(Genius Plaza)는 저소득층 아이들을 위해 이중 언어 교육과정을 제공한다. 현재 이 회사는 미국과 중남미에 있는 200만명의 어린이에게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며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14장. 사회적 기업 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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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당시 하던 일보다 더 선한 일을 할 수 있는 인생의 새로운 단계를 시작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전통적 기업의 임원으로 일하지 않겠다고 확실히 결심했습니다. 그리고 걷잡을 수 없는 자본주의와 엉성하고 비효율적인 비영리 사이의 틈을 메울 방법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새로운 종류의 조직
사회적 기업의 초기 개척자는 예일과 하버드, 스탠퍼드, 듀크대학교 경영대학원에서 학자로 경력을 쌓아온 그레고리 디스(GregoryDees) 교수다. 1998년에 그는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에 '기업적인 비영리단체'라는 제목의 글을 기고했다. 이 글에서 그는 비영리단체가 조직을 지원하는 영리 목적의 벤처기업을 만들어 영리기업과 비슷하게 행동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2001년 그가 스탠퍼드 대학교에서 재직할 때 출판한 '사회적 기업가 정신의 의미'라는 제목의 논문은 이 분야에서 가장 널리 읽히는 문헌 가운데 하나가 됐고, 사회적 기업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바이블로 불린다.
WIRPs: 선한 의도를 가진 부자들
에필로그: 얼룩말은 유니콘이 망친 것을 고칠 수 있을까?
기술산업은 항상 규모가 크고 돈을 쏟아내는 회사들을 만들어왔다. 하지만 지난 15년간은 뭔가 잘못됐다. 이 기간에 실리콘밸리는 유니콘 기업, 즉 미친 듯이 성장하고 10억 달러 이상의 기업가치를 가진 비상장 기업에 집착했다. 스타트업 용어인 '유니콘'은 2013년에 만들어졌다. 하지만 이런 기업사냥은 두 번째 닷컴 호황이 일어나던 2000년대 초에 이미 시작됐다.
경기도 호황인 데다 빈처캐피털리스트들은 이제 유니콘을 만드는 일에 능숙해졌다. 오늘날에는 수백 개의 유니콘 기업이 있다. 일부는 상장했고 일부는 아직 비상장 상태다. 많은 기업이 정말 훌륭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하지만 이렇게 놀라운 유니콘 기업도 할 수 없는 한 가지가 있다. 바로 수익 창출이다.
테슬라, 스포티파이, 드롭박스, 스냅챗, 스퀘어, 워크데이, 블루 에이프런, 박스, 클라우데라, 옥타, 로쿠, 몽고DB, 레드핀, 익스트, 포스카우트, 다큐사인, 스마트시트 같은 기업은 모두 주식시장에서 거래되지만 하나같이 적자를 냈다. 이들 가운데 많은 기업이 상장한 뒤 오랫동안 손실을 보고 있다.
한편 우버나 리프트, 에어비앤비, 슬랙, 핀터레스트, 위워크, 바이스미디어, 매직리프, 블룸에너지, 포스트메이츠 같은 유니콘 기업들은 비상장 기업이지만 여전히 수익을 내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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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미친 짓일 뿐 아니라 지속할 수도 없다. 그렇다면 다른 모델을 생각해보면 어떨까?
이 질문은 2017년 네 명의 여성 기술 기업가 제니퍼 브랜들, 아스트리드 슐츠, 아니야 윌리엄스, 마라 제페다가 제기한 것이기도 하다. 기술 업계가 비유를 좋아하는 것 같아 네 명의 여성도 새로운 비유를 제안했다. 유니콘 대신 얼룩말 같은 기업을 세우면 어떨까? 그들은 미디엄에 '유니콘이 망친 것을 얼룩말이 고친다'라는 제목으로 기고한 글에서 이 비유를 설명했다.
얼룩말은 무리 지어 생활하는 동물이고 서로 돕기위해 연대한다. 얼룩말은 유니콘처럼 빨리 달릴 수 없을지 모르지만, 체력이 좋고 장거리에 적합하다. 얼룩말에 흑백 무늬가 있는 것처럼 얼룩말 기업은 두 가지 일을 동시에 할 수 있다. 수익을 창출하면서 사회를 개선한다. 네 명의 여성 기업가는 지브라유나이트(Zebras Unite)라는 단체를 출범하고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을 초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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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랍게도 댄 애리얼리가 뭔가를 찾아냈다. 눈길을 끄는 한 가지 요인이 있었다. 하지만 좀 의외였다. 그 요인은 '안전성(safety)'이었다. 에리얼리의 분석에 따르면, 사람들이 직장에서 안정감을 느낀다고 지속해서 말해온 회사들이 주식시장 평균을 200퍼센트까지 웃도는 성과를 보였다.
이것은 신체적 안전에 적용됐다. 예컨대 부상이 자주 발생하지 않는 제조 기업에 해당한다는 얘기다. 하지만 더 큰 통찰은 이것이 '정서적' 안전에도 적용된다는 것이다. 안전하다고 느끼고 해고를 두려워할 필요가 없는 사람들은 정서적으로도 안정된다. 아무도 그들에게 '우리는 가족이 아니라 팀'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애리얼리가 발견한 높은 주가 성과와 상관관계가 있는 또 다른 요인은 직원들이 '환영받는 기분'을 강하게 느낀다고 말하는 회사였다.
가치관 경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