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랑도 지음.

5. 당신이 야근하며 만든 것은 '성과'가 아니라 '실적'

하지만 연봉은 내가 한 일의 결과물이 얼마만한 가치를 가졌는가를 기준으로 정해지는 것이다. 그래서 연봉협상은 내가 한 일의 가치를 증명하는 일이다. 자리에 얼마나 오래 앉아 있었느냐를 보여주는 게 아니라는 뜻이다. 사실상 이런 의미에서 업무투입 시간과 근속년수에 따라 임금이 결정되는 메커니즘이 아닌, 업무성과에 따라 임금이 결정되는 성과연봉제가 반드시 필요하다.

그래서 노력 중심이 아닌 성과 중심으로 제대로 평가하고 보상하기 위해서는 자체적으로 많은 혁신적인 아이디어들을 생각해내고 끊임없이 시도해봐야 한다. 남이 만든 제도와 시스템만 도입해 무늬만 그럴듯하게 갖췄다고 해서 하루아침에 우리 회사의 조직문화나 분위기, 업무 스타일이 성과 중심으로 바뀌는 것은 아니다.

성과연봉제를 도입하려는 본질적인 목적이 무엇인지, 그것을 통해 우리 직장의 일하는 문화를 어떻게 혁신시켜야 하는지, 그러기 위해서 리더와 구성원들이 어떻게 역할행동을 혁신해야 하는지 등을 전반적으로 따져봐야 한다.

의미상으로는 ‘실적’이거나 ‘결과’인데도 우리가 ‘성과’로 포장해 부르는 경우가 많다. 지나치게 실적만 중시한 나머지 1등부터 꼴찌까지 일렬로 늘어놓는 순위경쟁 시스템을 ‘성과주의’라는 말로 미화시키거나 단어를 오용한 것이다. 그 결과 조직에서 ‘성과’라는 것이 서열화, 등급화를 통한 단기적인 업적평가 기준 정도에 그쳤고, 결과적으로는 실적 지향적인 조직문화가 조장되었다.

반면 우리나라의 결과주의는 일의 결과는 실행하는 사람이 책임지되 실행하는 과정과 방법에 대해서는 스스로 결정할 수 없다. 업무진행 과정에 대해서는 의사결정 권한이 있는 상사의 의견을 품의와 결재라는 과정을 통해 일할 때마다 하나씩 하나씩 일일이 허락받아야 한다. 하지만 결과에 대한 책임은 실행하는 사람이 진다. 실행방법을 결정하고 지시한 사람이 상사라면, 실무자에게는 지시한 방법대로 했는지에 대한 실행책임만 물어야 하는 것 아닌가? 실무자에게는 결과에 대해서 책임을 묻지 말아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가 않다.

대다수의 국내 기업들은, 고객접점 중심의 현장자율 책임경영 시스템을 제대로 작동시키지 못하고 여전히 본사, 상사 중심의 지시통제 시스템을 유지해오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우리 기업을 둘러싸고 있는 외부환경은 이미 고객 중심으로 변했는데, 내부의 일하는 문화는 아직도 과거 공급자 중심의 시각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이다.

이렇듯 본질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너도나도 성과주의 경영혁신 기법들을 적용하다 보니 부작용만 발생한다. 성과주의에 대한 근본적인 이해 없이 형식만 빌려왔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대부분의 조직에서는 성과주의를 ‘성과급주의’나 ‘결과주의’, ‘서열적 경쟁주의’로 잘못 해석한다. 업무를 실행하는 과정은 상사 중심의 지시통제 방식에 따라 진행하고, 업무수행 결과에 대해서는 업무를 담당한 실무자가 책임지는 데다, 차등적 평가보상 시스템으로 결과에 따라 처우가 달라지는 시스템이다. 이는 무늬만 성과주의지 실질적으로는 상사 중심의 지시통제 방식에 기반을 둔 결과주의 시스템이다.

성과에 따른 성과급제가 실질적인 효과가 있으려면, 업무의 실행과정에 대한 의사결정이 위임delegation된 진정한 성과주의를 바탕으로 설계된 사람 중심의 성과연봉제가 도입되어야 한다.


CategoryBook

책/성과사회 (last edited 2021-03-27 09:58:08 by 정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