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fferences between revisions 5 and 6
Revision 5 as of 2021-07-03 09:47:00
Size: 8842
Editor: 정수
Comment:
Revision 6 as of 2021-07-03 09:55:09
Size: 11871
Editor: 정수
Comment:
Deletions are marked like this. Additions are marked like this.
Line 44: Line 44:

= 서문 =

이 책은 다섯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1부에서는 이 책의 두 주인공, '인지과학' 그리고 '인간경험'이 무엇을 의미하는지가 밝혀지고, 이들 사이의 대화가 어떻게 진행될 것인지에 관한 대략적인 구도가 제시된다.

2부에서는 고전적인 형태의 인지과학(인지론)을 탄생시킨 마음의 계산론적 모델이 소개된다. 여기서 우리는 인지과학이 어떻게 인지 주체의 비통일성을 밝혀내고, 이 비통일적인 자아에 대한 발전적인 이해가 어떻게 불교적 명상수행과 불교적 심리분석의 기반이 되는지 살펴보려고 한다.

3부에서는 자아가 없는 상황에서 우리가 자아라고 흔히 생각하는 현상이 어떻게 발생하는지 논의한다. 이 문제는 특별히 인지과학의 연결론적 모델과 관련하여 인지과정의 자기조직과 창발적 속성의 설명으로 이어진다. 불교심리학에서 이 문제는 경험의 한순간에 나타나는 심적 요소의 창발적 구성과 오랜 시간에 걸쳐 나타나는 결정론적 인과연결의 발생을 포함한다.

4부에서는 인지과학의 새로운 접근법에 대한 소개를 포함하는 보다 일보 전진한 논의가 검토된다. 이 새로운 접근을 위해 우리는 발제적이라는 용어와 개념을 소개한다. 이 발제적 작업에서 우리는 세계와 독립해 존재하는 인지체계가 지각과 인지능력에 분리하여 존재하는 세계를 표상하는 데서 인지과정이 성립한다는 가정(인지과학에 널리 퍼져 있는 가정)에 분명히 이의를 제기한다. 이런 가정 대신에 우리는 인지를 체화된 행위(embodied action)라고 보는 견해를 살펴보고 우리가 이미 논의한 체화라는 개념을 다시 검토한다. 또한 우리는 진화가 최적의 적응성이 아니라 적절한 임시변통적 상호작용으로 성립하는 것이라고 주장함으로써, 진화론의 맥락에서 이 체화적 입장이 인지에 대해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살펴본다. 4부는 우리가 현대 인지과학에 제공하는 가장 창조적인 기여가 될 것이다.

5부에서는 체화의 역사를 떠나서 인지는 어떤 궁극적 기반이나 근거도 지닐 수 없다는 발제적 견해의 경험적, 철학적 함축들이 논의된다. 먼저 객관론과 기반론에 대해 비판적 입장을 취하는 현대 서구사상의 맥락에서 이러한 함축들이 논의될 것이다. 그 후 인간 역사에서 가장 극단적인 비기반론이며 타 불교 종파들조차 그 영감을 따르고 있는 대승불교의 중관론이 논의될 것이다. 그리고 나서 이 책이 탐구하고 있는 주장의 윤리적 함축을 숙고하면서 우리는 우리 논의의 결론을 맺고자 한다. 5부는 서양인들이 속한 문화적 환경에서 우리가 제시하는 가장 창조적인 기여가 될 것이다.

FranciscoVarela의 저작.

The Embodied Mind: Cognitive Science and Human Experience

해제: 몸으로 생각한다

이인식(지식융합연구소장)

그러나 1980년대 후반부터 몸을 뇌의 주변장치로 간주하는 견해에 도전하는 이론이 발표되기 시작했다. 몸의 감각이나 행동이 마음의 인지기능에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하는 '신체화된 인지embodied cognition' 이론이 등장한 것이다.

마음이 신체화되어 있다는 주장을 본격적으로 펼치기 시작한, 이른바 제2세대 인지과학의 대표적 이론가로는 미국의 언어철학자인 마크 존슨 MarkJohnson 과 언어학자인 조지 레이코프 GeorgeLakoff 를 꼽는다.

1987년 마크 존슨은 현대 철학에서 마음의 신체화를 처음으로 다룬 저서로 평가되는 '마음속의 몸(The Body in the Mind)'을 펴냈다. 이 책의 핵심 주제는 서양의 주류 철학에서 철저히 무시되었던 몸의 중심성을 회복하는 것, 곧 '몸을 마음 안으로 되돌려 놓는 것'이다. 존슨은 이 책에서 '몸은 마음 속에 있고, 마음은 몸 속에 있으며, 몸, 마음은 세계의 일부이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레이코프와 공동 작업을 통해 체험주의(experientialism)라는 새로운 철학적 접근을 시도했다.

1999년 레이코프와 존슨은 '몸의 철학(Philosophy in the Flesh)'을 펴냈다. 책의 부제인 '신체화된 마음의 서구 사상에 대한 도전(The Embodied Mind and its Challenge to Western Thought)'처럼, 두 사람은 2002년 출간된 한국어판 서문에서도 '우리는 새로운 신체화된 철학, 즉 몸 안에서의, 몸의 철학을 건설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연구의 배경을 설명했다.

1970년 말부터 레이코프는 1957년 노엄 촘스키 NoamChomsky 가 펴난 '통사구조론(Syntactic Structure)'으로 언어학의 주류가 된 형식언어학을 비판하면서 인지언어학 CognitiveLinguistics 이라는 새로운 분야를 창시하였다.

'몸의 철학'은 레이코프와 존슨이 제안하는 신체화된 마음이론을 집대성한 성과로 여겨진다. 두 사람은 이 책에서 '인지과학의 세 가지 주요한 발견'에 입각해서 신체화된 마음이론을 전개하고 있다. 두 사람의 표현을 빌리면 "마음의 과학에서 이 세 가지 발견은, 서양 철학의 핵심적 부분들과 일치하지 않는다."

  1. 첫째, 마음은 본유적으로 신체화되어 있다 (마음의 신체화). 인간의 마음은 신체적 경험, 특히 감각운동 경험에 의해 형성된다. 따라서 "마음이 컴퓨터 소프트웨어와 같아서 어떤 적절한 컴퓨터나 신경 하드웨어에도 작용할 수 있는 컴퓨터 같은 사람은 없다"는 것이다.
  2. 둘째, 인간의 인지는 대부분 무의식적이다 (인지적 무의식 cognitive unconscious). 의식적 사고는 거대한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모든 사고의 95%는 무의식적 사고이다.
  3. 셋째, 우리의 사고는 대부분 은유적(metaphorical)이다. (은유적 사고). 우리는 가령 '사랑은 여행'이나 '죽음은 무덤'과 같은 개념적 은유(conceptual metaphor)를 수천 개 사용하여 생각하고 말한다. 이러한 은유는 신체화된 경험에서 나온다. 그래서 은유가 행동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은 전혀 놀라운 일이 아니다.

레이코프와 존슨은 "마음의 신체화, 인지적 무의식, 은유적 사고는 한데 묶여서 이성과 인간의 본성을 이해하는 새로운 방식을 요구한다"고 전제하면서 특유의 신체화된 마음이론을 정립했다.

한편 레이코프는 인지언어학을 정치학에 접목시킨 진보적인 이론가로도 유명하다. 국내에도 번역, 출간된 '도덕, 정치를 말하다',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 '정치적 마음'은 인지언어학의 연구 성과를 미국 정치와 선거에 적용하여 진보 진영의 정치적 좌절을 날카롭게 분석했다.

1987년 '마음 속의 몸' 출간을 계기로 논의가 시작된 신체화된 인지 개념은 1991년 세 명의 학자가 함께 펴낸 이 책 '몸의 인지과학'에 의해 인지과학의 핵심 쟁점으로 부각되었다.

칠레의 생물학자이자 철학자인 FranciscoVarela, 미국의 철학자인 EvanTompson, 미국의 인지심리학자인 EleanorRosch는 학문의 경계를 뛰어넘는 융합 연구를 통해 독특한 신체화된 인지이론을 정립했다. 이들은 동서양의 사상가를 각각 한 명씩 끌어들여 몸과 마음의 관계를 흥미롭게 분석했다. 한 사라마은 프랑스의 철학자인 모리스 메를로 퐁티이고, 다른 한 사람은 인도의 승려인 용수이다.

메를로 퐁티는 프랑스의 무신론적 실존주의 작가인 장 폴 스르트르와 함께 활동하면서, 현상학 창시자인 독일의 에드문트 후설의 후기 학설을 계승하여 독자적인 실존주의적 현상학을 전개하였다. 주관과 객관, 자연과 정신 등의 이원론적 분열을 배격한 메를로 퐁티에게 인간은 신체를 통해 세계 속에 뿌리를 내리는 존재인 '신체적 실존'이다. 1945년 펴낸 '지각의 현상학'의 서문에서 메를로 퐁티는 "세계는 나의 모든 사고와 나의 모든 분명한 지각의 자연스런 배경이며 환경이다"라고 설파했다. 이러한 신체적 실존에 있어서 마음은 '신체를 통하여 체현된' 것이며 지각이야말로 인간과 세계의 원초적이며 근본적인 관계인 것이다. 이를테면 신체적 실존의 현상을 강조한 메를로 퐁티는 마음에 관한 연구인 인지과학에서 인간의 경험이 논의되어야 한다고 주장한 셈이다.

서기 2세기 후반에 대승불교 사상의 철학적 근거를 마련한 용수는 중관론中觀論의 창시자이다. 중관론 혹은 중론은 주관과 객관, 대상과 속성, 원인과 결과가 독립적으로 존재한다는 이분법을 배격한다. 용수는 독립적인 존재성을 지닌 어떠한 것도 결코 발견될 수 없으므로 "상호의존적으로 발생하지 않는 것은 없다. 이러한 이유로 공空이 아닌 것은 없다"는 결론을 내린다. 완전한 상호의존성에 관한 용수의 논증은 연기의 이론에 관한 그의 저작에도 그대로 나타난다. 연기는 '여러 방식으로 발생하는 조건들에 의존함' 또는 '상호의존적 발생'을 의미한다. 연기의 개념을 기본으로 하는 용수의 중론은 주관주의와 객관주의의 극단을 배격하는 중도의 입장이라는 측면에서 메를로 퐁티의 사상과 맞닿아 있다고 볼 수 있다.

이 책에서 메를로 퐁티와 용수가 언급된 이유는 자명하다. 인지가 몸과 환경의 상호작용을 통해 발생한다는 것, 다시 말해 "인지는 감각 운동 능력을 지닌 신체를 통해 나타나는 경험에 의존하는 것"임을 설명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리라. 이런 맥락에서 저자들은 독특한 신체화된 인지이론을 제안했는데, 다름 아닌 발제주의enactivism 또는 발제적 인지과학 enactive cognitive science 이다. 여러분은 이제부터 그 의미를 천착하는 독서 여행을 떠나면 될 것 같다.

이 책이 출간되기 전에 대표 저자인 FranciscoVarela는 그의 스승인 HumbertoMaturana와 함께 '앎의 나무'를 펴냈다.

신체화된 인지이론은 이를 뒷받침할만한 과학적 증거가 없어 한때 조롱거리가 되기도 했지만 1990년대 후반부터 다양한 사례가 발표되기 시작하였다. 가령 뜨거운 커피잔을 들고 있거나 실내 온도가 알맞은 방안에 있으면 낯선 사람을 대하는 사람의 기분도 누그러졌다. 딱딱한 의자에 앉아 협상을 하면 마음이 부드러운 남자도 상대를 심하게 다그쳤다. 무거운 배낭을 등에 지고 산에 오르면 비탈이 더 가파르게 느껴졌다. 목이 마르면 물이 들어 있는 병이 더욱 가까이 있는 듯한 착각을 했다. 이런 실험 결과는 몸의 순간적인 느낌이나 사소한 움직임, 예컨대 부드러운 물건을 접촉하거나 고개를 끄덕이는 행동이 사회적 판단이나 문제해결 능력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음을 보여준다. 요컨대 인지와는 무관해 보이는 깨끗함, 따뜻함, 딱딱함과 같은 감각도 인지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진 셈이다.

신체화된 인지이론의 입지를 강화해준 대표적인 연구 성과는 멕베스 부인 효과의 발견이다.

서문

이 책은 다섯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1부에서는 이 책의 두 주인공, '인지과학' 그리고 '인간경험'이 무엇을 의미하는지가 밝혀지고, 이들 사이의 대화가 어떻게 진행될 것인지에 관한 대략적인 구도가 제시된다.

2부에서는 고전적인 형태의 인지과학(인지론)을 탄생시킨 마음의 계산론적 모델이 소개된다. 여기서 우리는 인지과학이 어떻게 인지 주체의 비통일성을 밝혀내고, 이 비통일적인 자아에 대한 발전적인 이해가 어떻게 불교적 명상수행과 불교적 심리분석의 기반이 되는지 살펴보려고 한다.

3부에서는 자아가 없는 상황에서 우리가 자아라고 흔히 생각하는 현상이 어떻게 발생하는지 논의한다. 이 문제는 특별히 인지과학의 연결론적 모델과 관련하여 인지과정의 자기조직과 창발적 속성의 설명으로 이어진다. 불교심리학에서 이 문제는 경험의 한순간에 나타나는 심적 요소의 창발적 구성과 오랜 시간에 걸쳐 나타나는 결정론적 인과연결의 발생을 포함한다.

4부에서는 인지과학의 새로운 접근법에 대한 소개를 포함하는 보다 일보 전진한 논의가 검토된다. 이 새로운 접근을 위해 우리는 발제적이라는 용어와 개념을 소개한다. 이 발제적 작업에서 우리는 세계와 독립해 존재하는 인지체계가 지각과 인지능력에 분리하여 존재하는 세계를 표상하는 데서 인지과정이 성립한다는 가정(인지과학에 널리 퍼져 있는 가정)에 분명히 이의를 제기한다. 이런 가정 대신에 우리는 인지를 체화된 행위(embodied action)라고 보는 견해를 살펴보고 우리가 이미 논의한 체화라는 개념을 다시 검토한다. 또한 우리는 진화가 최적의 적응성이 아니라 적절한 임시변통적 상호작용으로 성립하는 것이라고 주장함으로써, 진화론의 맥락에서 이 체화적 입장이 인지에 대해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살펴본다. 4부는 우리가 현대 인지과학에 제공하는 가장 창조적인 기여가 될 것이다.

5부에서는 체화의 역사를 떠나서 인지는 어떤 궁극적 기반이나 근거도 지닐 수 없다는 발제적 견해의 경험적, 철학적 함축들이 논의된다. 먼저 객관론과 기반론에 대해 비판적 입장을 취하는 현대 서구사상의 맥락에서 이러한 함축들이 논의될 것이다. 그 후 인간 역사에서 가장 극단적인 비기반론이며 타 불교 종파들조차 그 영감을 따르고 있는 대승불교의 중관론이 논의될 것이다. 그리고 나서 이 책이 탐구하고 있는 주장의 윤리적 함축을 숙고하면서 우리는 우리 논의의 결론을 맺고자 한다. 5부는 서양인들이 속한 문화적 환경에서 우리가 제시하는 가장 창조적인 기여가 될 것이다.

책/몸의 인지과학 (last edited 2021-07-15 04:37:25 by 정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