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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 마크 존슨은 현대 철학에서 마음의 신체화를 처음으로 다룬 저서로 평가되는 '마음속의 몸(The Body in the Mind)'을 펴냈다. 이 책의 핵심 주제는 서양의 주류 철학에서 철저히 무시되었던 몸의 중심성을 회복하는 것, 곧 '몸을 마음 안으로 되돌려 놓는 것'이다. 존슨은 이 책에서 '몸은 마음 속에 있고, 마음은 몸 속에 있으며, 몸, 마음은 세계의 일부이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레이코프와 공동 작업을 통해 체험주의(experientialism)라는 새로운 철학적 접근을 시도했다.

1999년 레이코프와 존슨은 '몸의 철학(Philosophy in the Flesh)'을 펴냈다. 책의 부제인 '신체화된 마음의 서구 사상에 대한 도전(The Embodied Mind and its Challenge to Western Thought)'처럼, 두 사람은 2002년 출간된 한국어판 서문에서도 '우리는 새로운 신체화된 철학, 즉 몸 안에서의, 몸의 철학을 건설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연구의 배경을 설명했다.

1970년 말부터 레이코프는 1957년 노엄 촘스키 NoamChomsky 가 펴난 '통사구조론(Syntactic Structure)'으로 언어학의 주류가 된 형식언어학을 비판하면서 인지언어학 CognitiveLinguistics 이라는 새로운 분야를 창시하였다.

'몸의 철학'은 레이코프와 존슨이 제안하는 신체화된 마음이론을 집대성한 성과로 여겨진다. 두 사람은 이 책에서 '인지과학의 세 가지 주요한 발견'에 입각해서 신체화된 마음이론을 전개하고 있다. 두 사람의 표현을 빌리면 "마음의 과학에서 이 세 가지 발견은, 서양 철학의 핵심적 부분들과 일치하지 않는다."

 1. 첫째, 마음은 본유적으로 신체화되어 있다 (마음의 신체화). 인간의 마음은 신체적 경험, 특히 감각운동 경험에 의해 형성된다. 따라서 "마음이 컴퓨터 소프트웨어와 같아서 어떤 적절한 컴퓨터나 신경 하드웨어에도 작용할 수 있는 컴퓨터 같은 사람은 없다"는 것이다.
 2. 둘째, 인간의 인지는 대부분 무의식적이다 (인지적 무의식 cognitive unconscious). 의식적 사고는 거대한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모든 사고의 95%는 무의식적 사고이다.
 3. 셋째, 우리의 사고는 대부분 은유적(metaphorical)이다. (은유적 사고). 우리는 가령 '사랑은 여행'이나 '죽음은 무덤'과 같은 개념적 은유(conceptual metaphor)를 수천 개 사용하여 생각하고 말한다. 이러한 은유는 신체화된 경험에서 나온다. 그래서 은유가 행동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은 전혀 놀라운 일이 아니다.

레이코프와 존슨은 "마음의 신체화, 인지적 무의식, 은유적 사고는 한데 묶여서 이성과 인간의 본성을 이해하는 새로운 방식을 요구한다"고 전제하면서 특유의 신체화된 마음이론을 정립했다.

한편 레이코프는 인지언어학을 정치학에 접목시킨 진보적인 이론가로도 유명하다. 국내에도 번역, 출간된 '도덕, 정치를 말하다',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 '정치적 마음'은 인지언어학의 연구 성과를 미국 정치와 선거에 적용하여 진보 진영의 정치적 좌절을 날카롭게 분석했다.

1987년 '마음 속의 몸' 출간을 계기로 논의가 시작된 신체화된 인지 개념은 1991년 세 명의 학자가 함께 펴낸 이 책 '몸의 인지과학'에 의해 인지과학의 핵심 쟁점으로 부각되었다.

칠레의 생물학자이자 철학자인 FranciscoVarela, 미국의 철학자인 EvanTompson, 미국의 인지심리학자인 EleanorRosch는 학문의 경계를 뛰어넘는 융합 연구를 통해 독특한 신체화된 인지이론을 정립했다. 이들은 동서양의 사상가를 각각 한 명씩 끌어들여 몸과 마음의 관계를 흥미롭게 분석했다. 한 사라마은 프랑스의 철학자인 모리스 메를로 퐁티이고, 다른 한 사람은 인도의 승려인 용수이다.

메를로 퐁티는 프랑스의 무신론적 실존주의 작가인 장 폴 스르트르와 함께 활동하면서, 현상학 창시자인 독일의 에드문트 후설의 후기 학설을 계승하여 독자적인 실존주의적 현상학을 전개하였다. 주관과 객관, 자연과 정신 등의 이원론적 분열을 배격한 메를로 퐁티에게 인간은 신체를 통해 세계 속에 뿌리를 내리는 존재인 '신체적 실존'이다. 1945년 펴낸 '지각의 현상학'의 서문에서 메를로 퐁티는 "세계는 나의 모든 사고와 나의 모든 분명한 지각의 자연스런 배경이며 환경이다"라고 설파했다. 이러한 신체적 실존에 있어서 마음은 '신체를 통하여 체현된' 것이며 지각이야말로 인간과 세계의 원초적이며 근본적인 관계인 것이다. 이를테면 신체적 실존의 현상을 강조한 메를로 퐁티는 마음에 관한 연구인 인지과학에서 인간의 경험이 논의되어야 한다고 주장한 셈이다.

서기 2세기 후반에 대승불교 사상의 철학적 근거를 마련한 용수는 중관론中觀論의 창시자이다. 중관론 혹은 중론은 주관과 객관, 대상과 속성, 원인과 결과가 독립적으로 존재한다는 이분법을 배격한다. 용수는 독립적인 존재성을 지닌 어떠한 것도 결코 발견될 수 없으므로 "상호의존적으로 발생하지 않는 것은 없다. 이러한 이유로 공空이 아닌 것은 없다"는 결론을 내린다. 완전한 상호의존성에 관한 용수의 논증은 연기의 이론에 관한 그의 저작에도 그대로 나타난다. 연기는 '여러 방식으로 발생하는 조건들에 의존함' 또는 '상호의존적 발생'을 의미한다. 연기의 개념을 기본으로 하는 용수의 중론은 주관주의와 객관주의의 극단을 배격하는 중도의 입장이라는 측면에서 메를로 퐁티의 사상과 맞닿아 있다고 볼 수 있다.

이 책에서 메를로 퐁티와 용수가 언급된 이유는 자명하다. 인지가 몸과 환경의 상호작용을 통해 발생한다는 것, 다시 말해 "인지는 감각 운동 능력을 지닌 신체를 통해 나타나는 경험에 의존하는 것"임을 설명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리라. 이런 맥락에서 저자들은 독특한 신체화된 인지이론을 제안했는데, 다름 아닌 발제주의enactivism 또는 발제적 인지과학 enactive cognitive science 이다. 여러분은 이제부터 그 의미를 천착하는 독서 여행을 떠나면 될 것 같다.

이 책이 출간되기 전에 대표 저자인 FranciscoVarela는 그의 스승인 HumbertoMaturana와 함께 '앎의 나무'를 펴냈다.

FranciscoVarela의 저작.

The Embodied Mind: Cognitive Science and Human Experience

해제: 몸으로 생각한다

이인식(지식융합연구소장)

그러나 1980년대 후반부터 몸을 뇌의 주변장치로 간주하는 견해에 도전하는 이론이 발표되기 시작했다. 몸의 감각이나 행동이 마음의 인지기능에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하는 '신체화된 인지embodied cognition' 이론이 등장한 것이다.

마음이 신체화되어 있다는 주장을 본격적으로 펼치기 시작한, 이른바 제2세대 인지과학의 대표적 이론가로는 미국의 언어철학자인 마크 존슨 MarkJohnson 과 언어학자인 조지 레이코프 GeorgeLakoff 를 꼽는다.

1987년 마크 존슨은 현대 철학에서 마음의 신체화를 처음으로 다룬 저서로 평가되는 '마음속의 몸(The Body in the Mind)'을 펴냈다. 이 책의 핵심 주제는 서양의 주류 철학에서 철저히 무시되었던 몸의 중심성을 회복하는 것, 곧 '몸을 마음 안으로 되돌려 놓는 것'이다. 존슨은 이 책에서 '몸은 마음 속에 있고, 마음은 몸 속에 있으며, 몸, 마음은 세계의 일부이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레이코프와 공동 작업을 통해 체험주의(experientialism)라는 새로운 철학적 접근을 시도했다.

1999년 레이코프와 존슨은 '몸의 철학(Philosophy in the Flesh)'을 펴냈다. 책의 부제인 '신체화된 마음의 서구 사상에 대한 도전(The Embodied Mind and its Challenge to Western Thought)'처럼, 두 사람은 2002년 출간된 한국어판 서문에서도 '우리는 새로운 신체화된 철학, 즉 몸 안에서의, 몸의 철학을 건설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연구의 배경을 설명했다.

1970년 말부터 레이코프는 1957년 노엄 촘스키 NoamChomsky 가 펴난 '통사구조론(Syntactic Structure)'으로 언어학의 주류가 된 형식언어학을 비판하면서 인지언어학 CognitiveLinguistics 이라는 새로운 분야를 창시하였다.

'몸의 철학'은 레이코프와 존슨이 제안하는 신체화된 마음이론을 집대성한 성과로 여겨진다. 두 사람은 이 책에서 '인지과학의 세 가지 주요한 발견'에 입각해서 신체화된 마음이론을 전개하고 있다. 두 사람의 표현을 빌리면 "마음의 과학에서 이 세 가지 발견은, 서양 철학의 핵심적 부분들과 일치하지 않는다."

  1. 첫째, 마음은 본유적으로 신체화되어 있다 (마음의 신체화). 인간의 마음은 신체적 경험, 특히 감각운동 경험에 의해 형성된다. 따라서 "마음이 컴퓨터 소프트웨어와 같아서 어떤 적절한 컴퓨터나 신경 하드웨어에도 작용할 수 있는 컴퓨터 같은 사람은 없다"는 것이다.
  2. 둘째, 인간의 인지는 대부분 무의식적이다 (인지적 무의식 cognitive unconscious). 의식적 사고는 거대한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모든 사고의 95%는 무의식적 사고이다.
  3. 셋째, 우리의 사고는 대부분 은유적(metaphorical)이다. (은유적 사고). 우리는 가령 '사랑은 여행'이나 '죽음은 무덤'과 같은 개념적 은유(conceptual metaphor)를 수천 개 사용하여 생각하고 말한다. 이러한 은유는 신체화된 경험에서 나온다. 그래서 은유가 행동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은 전혀 놀라운 일이 아니다.

레이코프와 존슨은 "마음의 신체화, 인지적 무의식, 은유적 사고는 한데 묶여서 이성과 인간의 본성을 이해하는 새로운 방식을 요구한다"고 전제하면서 특유의 신체화된 마음이론을 정립했다.

한편 레이코프는 인지언어학을 정치학에 접목시킨 진보적인 이론가로도 유명하다. 국내에도 번역, 출간된 '도덕, 정치를 말하다',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 '정치적 마음'은 인지언어학의 연구 성과를 미국 정치와 선거에 적용하여 진보 진영의 정치적 좌절을 날카롭게 분석했다.

1987년 '마음 속의 몸' 출간을 계기로 논의가 시작된 신체화된 인지 개념은 1991년 세 명의 학자가 함께 펴낸 이 책 '몸의 인지과학'에 의해 인지과학의 핵심 쟁점으로 부각되었다.

칠레의 생물학자이자 철학자인 FranciscoVarela, 미국의 철학자인 EvanTompson, 미국의 인지심리학자인 EleanorRosch는 학문의 경계를 뛰어넘는 융합 연구를 통해 독특한 신체화된 인지이론을 정립했다. 이들은 동서양의 사상가를 각각 한 명씩 끌어들여 몸과 마음의 관계를 흥미롭게 분석했다. 한 사라마은 프랑스의 철학자인 모리스 메를로 퐁티이고, 다른 한 사람은 인도의 승려인 용수이다.

메를로 퐁티는 프랑스의 무신론적 실존주의 작가인 장 폴 스르트르와 함께 활동하면서, 현상학 창시자인 독일의 에드문트 후설의 후기 학설을 계승하여 독자적인 실존주의적 현상학을 전개하였다. 주관과 객관, 자연과 정신 등의 이원론적 분열을 배격한 메를로 퐁티에게 인간은 신체를 통해 세계 속에 뿌리를 내리는 존재인 '신체적 실존'이다. 1945년 펴낸 '지각의 현상학'의 서문에서 메를로 퐁티는 "세계는 나의 모든 사고와 나의 모든 분명한 지각의 자연스런 배경이며 환경이다"라고 설파했다. 이러한 신체적 실존에 있어서 마음은 '신체를 통하여 체현된' 것이며 지각이야말로 인간과 세계의 원초적이며 근본적인 관계인 것이다. 이를테면 신체적 실존의 현상을 강조한 메를로 퐁티는 마음에 관한 연구인 인지과학에서 인간의 경험이 논의되어야 한다고 주장한 셈이다.

서기 2세기 후반에 대승불교 사상의 철학적 근거를 마련한 용수는 중관론中觀論의 창시자이다. 중관론 혹은 중론은 주관과 객관, 대상과 속성, 원인과 결과가 독립적으로 존재한다는 이분법을 배격한다. 용수는 독립적인 존재성을 지닌 어떠한 것도 결코 발견될 수 없으므로 "상호의존적으로 발생하지 않는 것은 없다. 이러한 이유로 공空이 아닌 것은 없다"는 결론을 내린다. 완전한 상호의존성에 관한 용수의 논증은 연기의 이론에 관한 그의 저작에도 그대로 나타난다. 연기는 '여러 방식으로 발생하는 조건들에 의존함' 또는 '상호의존적 발생'을 의미한다. 연기의 개념을 기본으로 하는 용수의 중론은 주관주의와 객관주의의 극단을 배격하는 중도의 입장이라는 측면에서 메를로 퐁티의 사상과 맞닿아 있다고 볼 수 있다.

이 책에서 메를로 퐁티와 용수가 언급된 이유는 자명하다. 인지가 몸과 환경의 상호작용을 통해 발생한다는 것, 다시 말해 "인지는 감각 운동 능력을 지닌 신체를 통해 나타나는 경험에 의존하는 것"임을 설명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리라. 이런 맥락에서 저자들은 독특한 신체화된 인지이론을 제안했는데, 다름 아닌 발제주의enactivism 또는 발제적 인지과학 enactive cognitive science 이다. 여러분은 이제부터 그 의미를 천착하는 독서 여행을 떠나면 될 것 같다.

이 책이 출간되기 전에 대표 저자인 FranciscoVarela는 그의 스승인 HumbertoMaturana와 함께 '앎의 나무'를 펴냈다.

책/몸의 인지과학 (last edited 2021-07-15 04:37:25 by 정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