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말

직위가 높은 사람이 무언가 큰 문제를 일으키고 책임지지 않고 도망가는 경우는 일본 조직, 특히 정치 세계에서 비일비재하다. 가령 원전사고, 연금문제, 공적연금이 대량으로 주입된 은행, 2020년 도쿄 올림픽 개최 준비 중 생긴 불상사 등을 말할 수 있겠다.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것이 당연한 일처럼 되고, 만약 누군가가 책임을 진데도 도마뱀 꼬리 자르듯 말단이 뒤집어쓰는 형국일 뿐이다. 이런 점도 과거와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어쩌다 이렇게 되었을까?

‘그것으로 됐어’, ‘어쩔 수 없지’라는 가치관 수준이 무의식적으로 각인되어 있기 때문이 아닐까. 이러한 각인의 일익을 담당해온 것이 바로 중국 고전 『논어』다.

『논어』의 조직관은 큰 장점이 있는 한편 씻을 수 없는 단점을 품고 있다. 그런 점에서 고대와 현대는 놀랍도록 겹쳐진다.

중국 고대에 『논어』 사상으로 꾸려진 조직의 문제는 사실 공자와 동시대에 이미 발견되어 시대가 흐르면서 비판하고 개혁하려는 시도가 서서히 이루어졌다. 이에 결정적인 해결책으로 탄생한 것이 바로 『한비자』다. 『한비자』의 조직 개혁 의도를 한마디로 정리한다면 다음과 같다.

한비는 다수의 강적이 외부에 북적이는 가혹한 상태에서 확실하게 살아남을 수 있는 단단한 조직을 만들려고 했다.

현대의 성과주의와 놀라울 정도로 닮은 사고방식이 『한비자』를 관통하고 있다. 성과주의는 『논어』의 가치관을 배경으로 하는 일본식 경영 시스템의 불리함을 불식하기 위해 도입되었다.

일본식 경영 시스템에 대항하는 성과주의를 도입하는 현대의 흐름은 『논어』에서 『한비자』로 조직관이 변천하는 고대 중국을 연상시킨다. 이러한 의미로 고대 역사적인 경위와 전개는 분명 현대인에게 시사와 교훈을 전해준다.

한비는 한나라가 쇠약해지는 것을 보고 여러 차례 서면으로 한나라 왕에게 간언했다. 하지만 왕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때 한비는 나라를 다스릴 때 발생하는 문제의 원인으로 다음을 꼽았다.

1장. 사람은 성장도 하고 타락도 한다

『논어』와 『한비자』, 물과 기름같이 다른 조직관

공자는 애초에 무엇을 목표로 했나

가족을 확대하면 나라가 된다

모두가 우러러보아야 군자

『논어』에는 ‘군자’라는 말이 자주 나오는데, 이는 ‘모두가 우러러보는 이상적인 정치가’를 의미한다. 군자와 반대되는 존재가 ‘소인’이다. 공자는 군자와 소인을 대비해 제자들에게 ‘자네들은 부디 군자가 되게나’ 하고 질타와 격려를 했던 것이다.

이렇게 모두가 우러러보고 본보기가 되는 사람이 조직의 우위에 서면 아래에 있는 모두가 그 리더를 동경하고 신뢰해 조직이 가지런하고 질서 있게 돌아갈 것이다. 이것이 공자의 이상인 ‘천체(天體)와 같은 조직’이다.

여기서 말하는 덕이란 ‘덕을 몸에 익힌 훌륭한 정치가’를 가리킨다. ‘덕’이란 한마디로 말하면 인간이 몸에 익혀야 할 행동규범이다. 덕에는 여러 종류가 있는데, 각자의 위치에 필요한 대로 몸에 익힌다. 이것은 동시에 품성과 품격을 갈고닦는 방법이기도 하다.

또한 치세의 주요점에 ‘덕’이 있다는 의미로 이러한 통치방법을 ‘덕치’라고 한다.

최고의 덕, ‘인’ - 널리 사랑하는 것

‘관대한 정치’의 어려움

공자와 동시대에 자산이라는 유명한 정치가가 있었다.

이와 같이 칭송하고 있지만, 사실 자산은 공자와는 생각이 다른 정치가다. 우선 기원전 436년에 중국 첫 성문법인 ‘형서’를 발포했다. 안타깝게도 내용은 오늘날에 전해지지 않지만, 이전까지 귀족들이 이야기하거나 암묵적인 양해에 따라 형벌을 내렸던 것을 공표한 법에 근거해 내리는 것으로 바꾸었다고 알려져 있다.

공자가 조직의 본보기로 삼은 ‘좋은 가정’을 생각하면 숙향이 비판하는 이유를 알 수 있다. 일반적으로 원활한 가정에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세세한 규칙으로 꼼짝달싹 못하게 하는 일은 없다. 무언가 문제가 있어도 서로 신뢰관계를 기본으로 대화로 해결해나간다.

만약 꼼짝달싹 못하게 규칙을 만들면 가정은 어떻게 될까. 대화나 서로 이해하려는 노력이 옅어지고 ‘규칙만 지키면 되잖아’, ‘타인에게 폐를 끼치겠지만 규칙에 어긋나지 않으니 해버려’와 같은 풍조를 야기하게 된다. 그러면 서로의 신뢰관계가 붕괴되고 원활했을 가정의 기반이 파괴되고 말 것이다.

어쩌면 자산의 속마음은 ‘원활한 가정이라면 그것으로 좋을지도 모르지만, 이쪽은 이른바 뿔뿔이 흩어져서 원활하지 않은 가정이다. 확실하게 규칙을 정해두지 않으면 돌아가지 않는다’가 아닐까.

자산은 기원전 522년에 병에 걸려 병석에 누웠다. 그리고 심복인 자대숙을 불러 이렇게 말했다.

“내 뒤를 이어 국정을 맡을 만한 인물은 자네밖에 없네. 참고로 내 이야기를 들어주게. 나는 정치에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고 생각하네. 하나는 관대한 정치, 또 다른 하나는 엄격한 정치라네. 관대한 정치로 백성을 복종시키는 것은 유덕자가 아니면 어렵지. 그래서 일반적으로 엄격한 정치를 취하기 쉬워.

둘을 비유한다면 불과 물과 같네. 불의 성질은 엄격하고 겉보기에 무섭기 때문에 사람은 두려워서 가까이 하려 하지 않아. 그래서 오히려 불 때문에 죽는 사람은 적지. 그런데 물은 성질이 약해서 사람들은 물을 두려워하지 않아. 그래서 오히려 물로 죽는 사람이 많네. 관대한 정치는 물과 같아서 얼핏 쉬워 보이지만 사실은 상당히 어렵다네.”

자산의 말에 있는 ‘관대한 정치’의 어려움이야말로 공자의 이상인 ‘덕치’가 가진 문제를 그대로 관통하는 것이다.

현대 대기업에 계승된 ‘덕치’의 문제점

2장. 한비자는 성악설이 아니다?

군주의 총애가 꼭 조직에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다

기업이나 프로 스포츠 팀과 같은 조직을 만든다

인간은 일단 신뢰해야 마땅하다 - 공자의 인간관

사람의 본성은 ‘약함’에 있다

가혹한 시대 상황이 사람을 이기적으로 만든다

애초에 사랑과 배려는 믿을 수 있는가

사람을 위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잘 풀리지 않는다

칼럼 1 한비의 선구자들

3장. 단단한 조직을 만들기 위한 '법'

책임 없는 자들의 말참견

솔선수범과 공정함

상벌규정으로서의 ‘법’

궤도에서 일탈하는 사람들

가치관 수준 차이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4장. 2천년 이상이나 앞선 '법'의 노하우

‘형명참동’은 지금의 ‘목표관리제도’

‘성장 가능성’과 ‘결과’ 중 무엇을 신용할 수 있는가

완전한 결과주의의 다정함

‘법’을 정착시키기 위한 술책 ① - 규격 외의 상

‘법’을 정착시키기 위한 술책 ② - 정을 버린 엄벌

형벌은 형벌이 없기를 기약하는 것이다

‘도’와 ‘법’에 접근하기

무의식에 지배당하는 세상

5장. '권력'은 호랑이의 발톱

권력에는 원천이 있다

권력, 권세, 권위

권력 투쟁의 탄생

우선 상대의 마음에 드는 것을 목표로 하라

직접적인 권력 탈취법

파생 권력이란

‘살짝 ~한 것뿐이야’가 부하의 큰 권력으로

6장. 어둠 속에 숨어서 가신을 조종하는 '술'

군주는 좋고 싫음을 겉으로 드러내면 안 된다

정보의 대조

상대를 뒤흔들어본다

권력 원천의 문제

권력 관계의 진위와 그 활용

일본 조직의 권력 vs 미국 조직의 권력

권력이 상쇄되어가는 시대에

칼럼 2 전후 일본 기업은 왜 『논어』적이 되었나

7장. 개혁자는 어느 시대나 수지가 안 맞다

‘법치’, 누구도 기뻐하지 않는 개혁

설득은 어렵다 ① - 상대의 심중을 알다

설득은 어렵다 ② - 용의 목 부근에 난 ‘역린’

서툰 진심이 낫다

법술사의 비참한 최후

8장. 믿어도 믿지 않아도 벽에 부딪힌다

진귀한 보물이 될지어다

‘법’은 있어도 ‘술’이 없는 나라

결정하지 못한 황태자

‘법치’의 구조적인 문제점

사람은 성장할 수 있으니 하면 이룰 수 있다

인건비 삭감과 성과주의의 모순

고갈된 ‘상’을 보완하는 것

패왕의 길이란

믿지 않는 제도, 믿는 운용

광대한 파이와 이중인격

칼럼 3 중국적 정치체제와 ‘법가’

9장. 쓸 만한 권력을 익히는 법

일본 장수기업의 원천

회사의 방침이나 이념의 자리매김

사장과 실권자, 각각의 권력 행사

‘스케줄 투쟁’ 그리고 ‘정신론’

윗사람의 권력 활용법

정보 격차를 만들지 않기 위해

권력 지지기반 이론

물러서기를 좋아하는 자를 기용해야 한다

외부 권력을 빌리는 법

아랫사람이 권력에 대항하는 방법

의존하게 되는 권력

자유를 손에 넣기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