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ower of Positive Deviance

Switch에서도 bright spot을 이야기하는데, 그 요소를 사회적 변혁이라는 분야에서 집중적으로 적용하고 있는 내용.

01. 세계의 난제, 그 불가능을 넘어

이곳 기단 바코예 지역의 농부인 이브라힘 돈지모는 단순히 계절적인 변덕 때문에 초원이 사라지고 사막화가 진행된 것이 아님을 깨달았다. 오랫동안 사람들은 농토가 드문 환경에서 최대한 농작물을 심기 위해 나무를 베이버리기 시작했는데, 그러자 어느 순간 주변에서 나무가 사라지고 말았다. 이러한 사실을 깨달은 이브라힘은 1980년대 중반, 반직관적인 방법을 시도해보기로 했다. 그리고 다른 농민들에게도 시범을 보였다. 그는 먼저 해마다 땅에서 올라오는 어린 나무들을 뽑아버리지 않고 살려뒀다. 특히 혹독한 환경에서도 잘 자라는 토종 나무인 가오와 바오바브를 보호했다. 이브라힘은 우연이긴 하지만 아주 효과적이면서도 자원에 인위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는 적합한 전략을 사용한 것이다. 나무의 낙엽은 토양에 양분을 공급하고 뿌리는 대기 중의 질소를 흡수해 토질을 향상시켰으며 간혹 양동이로 퍼붓듯 빗줄기가 쏟아질 때면 딱딱하게 굳은 땅이 침식되지 않도록 만들었다. 특히 이런 낙엽성 나무는 우기에 잎이 달리지 않아서 그 가지 아래 빽빽이 자라나는 작물에 필요한 햇빛도 가리지 않았다.

마침내 이브라힘의 실험은 열매를 맺었다. 몇 년이 지나자 남들보다 더 많은 수확들을 얻고 현금 흐름도 좋아졌다. 그러자 몇 명이 그를 따라 하기 시작했으며, 시간이 지나자 그 수가 점점 더 많아졌다. 오늘날 농부들은 나뭇가지는 땔감으로 팔고 과실은 직접 소비하거나 판매하며 꼬투리는 동물의 사료로 쓰고 있다. 나무 스무 그루에서 연 300달러에 이르는 추가 수입이 생겼으므로 일인당 소득을 높이는 데 크게 이바지하는 셈이다. 또한 나무 재배가 여러 마을로 확산됨에 따라 미기후가 온화하게 변하면서 혹독한 가뭄과 건조한 바람의 영향도 약화되었다.

위 두 이야기에 나타나는 '긍정적 이탈'은 관찰할 수 있는 예외라는 점에서 맥락을 같이한다. 긍정적 이탈 과정은 '실패하는 다수'보다 '성공적인 예외'에 주목한다는 데서 차별점이 있다. (책/Antifragile의 '옵션'이 생각난다.) 긍정적 이탈에 대한 접근은 문제를 해결할 때 색다른 방식으로 사고하게 한다. 이는 습관적으로 아웃라이어를 그냥 지나치지 않도록 생각을 바꾸고, 필연적으로 '원래 그런거야'라는 자세에 의문을 품게 한다. 이렇게 개념을 정립하고 나면 아웃라이어에 대한 관심이 자연스럽게 '누가', '무엇을', 특히 '어떻게' 했느냐로 발전한다. 물론 긍정적 이탈이란 말이 다소 어색하고 모순적으로 느껴질 수 있으나 그 개념은 단순하다. 즉 불가능한 역경을 딛고 성공한 아웃라이어를 찾아내는 것이다.

이 책을 쓰게 된 계기는 "우리는 모든 방법을 다 써봤지만 소용없었다"는 사람들의 불평 때문이었다. 긍정적 이탈은 공동체에서 최소한 누군가 한 명은 똑같이 주어진 자원을 활용해 다른 사람들이 당황해하는 문제를 해결한다는 가정에서 출발한다. 통계적으로는 이런 사람을 '아웃라이어'라고 부른다. 즉, 정규분포에서 평균보다 오른쪽으로 행동의 편차를 보이는 예외적인 경우를 말한다. 이런 사람들은 대부분 자신이 남들과 다른 특이한 행동을 하고 있는 것을 인지하지 못한다. 그러나 이들의 독특한 해결방식이 발굴되어 공감대를 얻으면 그 공동체 전반에 받아들여지면서 많은 사람들의 삶이 변화한다. 긍정적 이탈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 '개개인의 차별성'은 곧 공동체의 자원이 되는 것이다. 단, 공동체 안에 있는 주목할 만한 변종을 찾고 그 행위와 전략을 채택할 때는 구성원들의 참여가 반드시 필요하다.

https://positivedeviance.org

뜻밖에도 가까운 곳에 답이 있다

시야가 너무 밝으면 오히려 보지 못하는 법이다. 뒤에서도 살펴보겠지만, 남들이 보지 못하는 긍정적 이탈은 대개 '자신조차 스스로 하고 있는 일을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본인이 딱히 남다르거나 주목할 만한 일을 하는지 깨닫지 못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들은 남들과 어울려 살아가면서 다른 사람들이 고전하는 문제에 승승장구한다. 밝은 곳에서 볼 수 없는 긍정적 이탈이 공동체에는 잠재적인 가능성이 된다. 그러면 공동체는 자기 조직화를 통해 내부에서 지혜를 이끌어내고 그동안 체념하고 받아들였던 케메묵은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게 된다. 일단 공동체가 내부 자원을 활용해 이미 존재하던 해결책을 찾아내고 영향력을 미치기 시작하면, 그러한 적응 능력은 애초에 마주쳤던 문제를 해결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이는 작업에 관계된 사람들의 운명을 결정짓고, 앞으로 다가올 도전까지 해결해낸다.

모잠비크의 모쿠아 족은 실용주의자들로, 다음과 같은 간결한 격언을 만들어냈다.

"멀리 있는 막대로는 뱀을 죽일 수 없다."

긍정적 이탈은 우리 가까이에 있는 막대나 다름없다. 손쉽게 닿을 수 있고 '나와 똑같은' 누군가의 것이므로 기꺼이 받아들일 수 있다. '저기서는 효과가 있어도 여기서는 어떨지 모르는' 외부 전문가의 처방이나 모범경영 방식을 도입할 필요도 없다. 근본 원인을 찾아내고자 면밀한 체계 분석이나 자원을 집중적으로 투입할 필요도 없다. 그저 가까이에 있는 막대를 찾아 적용하기만 하면 된다.

긍정적 이탈, 언제 쓸 것인가?

긍정적 이탈 과정이 모든 상황에 다 적합한 것은 아니다. 앞에서도 지적했지만 내건성 옥수수나 천연두 백신 등 기술적 해결법이 존재하는 문제에는 적용할 필요가 없다. 반복해서 말하지만 긍정적 이탈은 해결 과제가 복잡한 사회체계와 얽혀있고, 사회적 행동의 변화를 요구하며, 예견할 수 없거나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가져올 때 다른 방법들보다 뛰어난 성과를 낼 수 있다.

유연한 사회 시스템이 핵심이다

공동체는 자기만의 패턴을 가진 사회적 직물에 비유할 수 있다. 사회의 체계는 다루기 어려운 문제들을 고착화하는데, 새로운 행동과 사고방식이 자리를 잡으려면 이 체계가 반드시 유연하게 바뀌어야 한다.

지역사회에서 같이 살아가는 긍정적 이탈 개인은 울새처럼 고립돼 있다. 소수의 사람이 난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전략을 찾아내더라도 혁신을 전파해 공동체의 일상에 정착시킬 만한 사회적 절차가 없다면 그 발견은 열매를 많이 맺지 못한다.

학습에서 필수적인 전제는 공동체가 스스로 해답을 발견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자기 발견 작업은 매우 중요한데, 이를 외부 전문가에게 맡겨버리면 아무것도 얻지 못할 공산이 크다. 고통 없이 얻을 수 있는 것은 없기 때문이다. 긍정적 이탈의 관점에서 보면, 공동체는 우선 중요한 문제에 맞닥뜨린 만큼 집단적인 관심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해야 한다. 또한 이를 해결할 활동을 선택하고 긍정적 이탈을 발견하는 작업에 구성원들을 연루시켜 시간과 에너지를 투자하게 한다. 그리고 발견이 일어나면 실천을 통해 전파시킨다. 뒤에서도 살펴보겠지만 이런 행동이 사회체계를 바꾸고 행동 변화와 학습을 가능하게 한다. 긍정적 이탈은 사회체계를 동요하게 하면서 성과를 내는 것이다. 모순처럼 들릴지 모르지만 다른 접근법의 결과와 비교해보면 동요가 일어난 비율은 긍정적 이탈이 가장 낮다. 긍정적 이탈은 기존의 시스템 내부에 존재하는 답에 관심을 두기 때문이다. 이와 달리 외부에서 해결책을 차용할 때는 잘돼봐야 회의론이 일어나는 수준이며, 최악의 경우 노골적인 방해에 부딪히게 된다.

보이지 않는 장벽, 상명하달

긍정적 이탈 접근을 적용하는 데 가장 큰 장벽은 공동체 구성원이 아니다. 오히려 문제는 이들을 지원하는 전문가나 일을 진행하는 권위자들에게 있다. 조직의 상부에 있는 사람이 부하 직원보다 더 많이 안다는 생각, 그리고 변화는 위에서 아래로 혹은 바깥에서 안으로 일어난다는 고정관념이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표준모형(standard model)'이라고 부른다.

베트남 아이들의 영양실조: 위험에서 해결의 가능성까지

어쨌든 문제는 간단했다. 베트남 정부는 농촌 방방곡곡에서 벌어지고 있는 영양실조 문제를 해결할 방도가 없었다. 마을 사람들이 어떻게든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세워야 했다. 치료책과 더불어 예방책을 마련하는 것도 중요했다. 해결책은 지속 가능해야 한다는 것이 평소 나의 지론이었다. 여기에다 데드라인이 6개월에 불과하니 '평소처럼' 해서는 이 문제를 풀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전과는 다른 접근법이 필요했는데, 기존의 자원을 사용하되 효과가 검증된 방법을 찾아야 했다.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판별 근거들이 일제히 긍정적 이탈이라는 다소 모호한 연구 용어를 향하고 있었다.

첫걸음, 기준과 관행 파악

무턱대고 "파란색은 다릅니까?"라고 묻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 이와 마찬가지로 다른 것과 비교해서 맥락을 이해해야만 긍정적 이탈의 실행이 표준과 차별화되는 부분을 파악할 수 있다. 지금 다른 사람들이 무엇을 하는지 알아내지 않고서는 탁월하고 성공적인 전략을 알아낼 수 없다. 이 점이 긍정적 이탈을 수행하는 데 가장 까다로운 부분이다. 기준을 세우면 진전이 일어나는 정도를 평가할 수 있게 된다.

통찰을 위한 공중제비의 시간

우리는 정말 간단한 아이디어에서 출발해보기로 했다. 이른바 '공중제비 질문'인데, 문제를 다른 방향에서 바라보면서 순환논리를 뒤집는 것이다. 즉 발상의 전환을 불러오는 것이다. 이는 "계란이 닭을 낳는다"는 속담과 같은 논리다. 만연해 있는 영양실조 문제 역시 거꾸로 생각해볼 필요가 있었다. 영양실조의 원인이 어디에 있느냐고 물으면 보통 '가난'이라고 대답한다. 우리는 자원봉사자들에게 '찢어지게 가난한' 가정에서 태어나서도 영양상태가 양호한 아이가 있는지 물었다. 그러자 다들 칠판만 바라보다가 잠시 후 몇몇이 말 그대로 흥분해서 이렇게 외쳤다.

"그렇군, 그래요. 정말 가난한데도 영양상태가 좋은 아이들이 있네요!"

"그렇다면 찢어지게 가난한 다른 아이들도 영양상태가 좋아질 가능성이 있을까요?"

내가 이렇게 묻자 모두들 "그럼요, 그럼!"이라고 외쳤다.

"그럼요, 그럼!"이라는 통찰 과정이 일어난 2월의 그날을 결코 잊을 수 없을 것이다. 이 일은 공동체 변화를 위해 헌신해온 내 경력에도 중요한 이정표가 됐다. 성공 가능성이 어딘가에 분명히 있을 거라고 믿는 사람은 아주 작은 단서라도 찾아내면 공중제비 묘기를 할 수 있게 된다.

우리는 대조를 통한 깨달음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됐다. 긍정적 이탈 이야기를 꺼내면 대부분의 사람이 "아, 알고 있어요. 우리도 그렇게 하는걸요."라는 반응을 보인다. 이때 섣불리 아는 체하게 되면 정작 중요한 세부 정보와 차이점을 놓칠 수 있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다룰 때는 유사점보다는 차이점을 찾아내는 것이 더 어렵다. 일반적인 사례와 비교하는 과정을 거치지 않고 긍정적 이탈 행위만 분석하게 되면 막상 변화를 요구할 때 설득력이 떨어진다.

과연 언제가 '충분'한가?

그룹 토론의 목적은 다양한 이해관계자들한테서 유용한 정보를 수집하는 차원을 넘어 그들의 아이디어와 생각을 이끌어내 프로그램의 주체로 만드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이를 계기로 훗날 긍정적 이탈 과정이 개발도상국의 시골에서 진행되든, 아니면 미국의 병원에서 진행되든 상관없이 작업 초기에는 협력자들이 공동체 사람들을 될 수 있는 대로 많이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듣도록 했다. 이때 학습곡선상의 가치가 얼마나 증대하는지는 개의치 않았다. 정말 중요한 것은 주인의식의 극대화였기 때문이다.

긍정적 이탈에서 목격된 특이 행동들

긍정적 이탈 양육자들이 자기 행동을 스스로 보고한 내용과 실제 행동에는 거리가 있었다. 양육자들이 거짓말을 했다기보다는 모든 행동을 일일이 의식하지 못해서 벌어진 일이다. 즉, 보지 않은 것이 아니라 못 본 것이다. (CognitiveTaskAnalysis 에서 말하는 내용과도 부합)

실천하는 것이 아는 것보다 낫다

지역 구성원들은 긍정적 이탈 조사를 하면서 가난해도 아이들에게 좋은 영양을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을 배웠다. 이제는 이러한 깨달음을 사람들에게 전파해 실천하도록 할 차례였다.

나와 모니카는 기운을 내기 위해 히엔에게 개발 작업을 하다가 실패했던 과거 경험담을 들려줬다. 그때의 실패는 정확히 지금 우리가 처한 것과 똑같은 상황에서 일어났다. 바로 '사실'로 보이는 답이 나온 순간에 말이다. 해답을 찾으면 우리는 거의 반사적으로 사람들에게 교육하고 전파하는 일을 수행했다. 그렇다! 돌이켜보니, 우리의 실패는 사람들이 '알기만' 하면 그대로 '실천할 것'이라고 생각했기에 벌어진 일이었다. ... 우리는 마을 사람들이 발견한 긍정적 이탈 행위를 그들에게 이해시키는 데 그치지 말고 직접 실행할 기회를 만들어줘야 하는 것이다.

단순히 아는 것을 넘어 행동으로 옮겨야 성공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나니 우리의 머리로만 짠 최적의 계획으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기획하면 그것은 우리 일이지 그들의 일이 될 수 없기 때문이었다.

조바심 나는 교육 시간

행동 변화를 지속시키는 방법

우리는 행동의 변화를 지속시키기 위한 방안으로 교육 참여자들에게 '일일 기부'의 의무를 부여했다. 매일 모든 엄마나 양육자에게 새우나 게, 고구마 싹 한 움큼씩을 입장료로 받은 것이다. 따라서 매달 2주 동안 가족 구성원 중 누군가는 아침 일찍 논으로 나가 발을 흙바닥에 담그고 새우와 게를 잡아야 했다. 2주간의 교육이 끝나갈 무렵에는 아침 일찍 작은 그물과 빈 병을 가지고 논으로 향하는 일이 자연스러워졌다.

10여년 후에 우리는 이보다 더 간결한 방법을 알아냈지만 베트남에서 얻은 중요한 깨달음 한 가지가 있다. 생각으로 행동을 바꾸는 것보다 행동으로 생각을 바꾸는 게 더 쉽다는 것이다. 일일 기부는 습관을 새로 형성하는 교두보 역할을 했다.

사람들이 눈으로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는 부분도 행동 변화로 이어지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2주간의 영양 교육에서 첫날과 마지막 날에 모든 아이들의 몸무게를 쟀다. ... 이처럼 엄마나 양육자들은 자기 아이의 몸무게가 실제로 늘어나면서 무기력하고 열의 없던 아이가 생기를 얻고 활동적으로 변해 '말썽꾸러기'가 되는 모습을 목격하고 나자 새로 체험한 방법을 집에서도 계속 실행해나갔다. (이건 LeadingChange 를 연상시키네.)

실천하는 과정이 곧 학습이다

엄마들은 새로운 긍정적 이탈 행위에 따라 아이의 영양 상태가 개선되자 그 뒤에 태어난 아이에게도 같은 방법을 썼다. 아이를 어떻게 키워야 하느냐에 대한 관념이 바뀌면서 내면화가 이뤄진 것이다. 이제 영양 개선의 지속 가능성이 확보됐으니 외부의 지원은 더 이상 필요 없었다.

반추: 긍정적 이탈은 '모형'이 아닌 '접근법'이다

긍정적 이탈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유연성이다. 어떤 모형이 성공을 거두면 이를 따라 하려는 시도가 일어나게 마련인데 결국 실패로 끝날 확률이 높다.

영양실조 다음의 문제들

행동으로 생각을 전환하기

"한 번의 실천이 천번 보는 것보다 낫다"

어느 나이 지긋한 자원봉사자가 인용한 이 베트남 속담은 전 세계에서 1,000여 명의 참여자를 낳게 한 만트라가 됐다. 하노이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실행의 중요함을 깨닫고 마을 사람들에게 직접 실행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준 것도 이 속담 덕분이었다. 리빙대학교의 설립 역시 마찬가지다. 양파 껍질을 벗기듯 들어가 보면 긍정적 이탈은 규범과 일관성이라는 이론의 여지가 없는 두 가지 사회심리학 원칙을 활용하고 있다. 규범의 차원에서 우리가 가장 빨리 사고를 전환하는 경우는 동료들과 다르게 행동할 때다. 또한 우리는 일관성 차원에서 지위에 걸맞게 행동한다.

'전문가'의 덫을 피하라

공동체의 변화를 이끌어내려면 구성원들이 변화를 받아들여서 내면화가 이뤄져야 하는데 의존성은 이를 방해한다. 공동체의 모든 구성원이 전문가가 될 때 이들은 비로소 자신을 변화의 주체로 인정한다. 베트남의 사례에서 우리는 문제의 발견과 주인의식, 행동의 과정이 모두 공동체에서 시작돼야 하며 또 그들 안에 자리 잡아야 함을 배웠다

당사자의 관심이 문제를 해결한다

긍정적 이탈 과정은 한 공동체의 성공 사례를 같은 처지의 이웃 공동체로 옮기는 '수평적' 확산보다는 공동체 내부에서 옮기는 '수직적' 확산에 더 적합하다. 그 이유는 분명하다. 공동체의 관심을 집중시키려면 발견 과정에서 일어나는 특별한 지혜를 구성원들 스스로 찾아내도록 해야 하기 때문이다. 공동체가 만들어낸 미래는 그들만의 것이다. 따라서 각 공동체가 자체적으로 미래를 정의하고 운명을 결정해야 한다.

'새우와 게, 고구마 싹'을 베트남의 다른 마을에도 똑같이 적용하려고 하면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 초기 작업에서는 과정에 참여할지를 논의하고 주의를 기울여 자기들만의 일반적 습관을 정의해야 한다. 그러면 이를 바탕으로 특이 행동을 발견할 수 있다. 이때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모범경영의 함정에 빠져들고 만다. 주인의식이 희박해지고 면역반응이 활성화되면서 잠깐 반짝하던 호기심마저 사라지게 된다.

변화의 시작, 베트남

이집트의 여성 할례: 전통과 변화의 조화

나는 카이로에서 회의를 진행하면서 이런 의문이 들었다.

"이처럼 민감한 주제에 긍정적 이탈을 적용할 수 있을까?"

그러던 어느 날 FGM을 주제로 청소년기 여자아이들의 임신 교육 프로그램을 다룬 보고서를 읽었다. 거기서 한 아이는 이렇게 말했다.

"할례가 끔찍한 일이라는 것을 우리도 알고 있어요. 하지만 동생에게는 시키지 말라고 엄마를 설득할 수 없어요. 엄마는 내 말을 듣지 않을테니까요. '할례받지 않고 결혼한 사람이 어디 있니? 할례 안 받고도 정상인 여자가 있으면 데려와봐! 그렇다면 믿어줄 테니!' 엄마는 이렇게 말할 것이 뻔해요."

보고서에는 또 다른 아이의 인터뷰 내용도 실려 있었다.

"할례를 안 받은 사람, 할례에 저항한 사람을 데려와보세요. 그러면 우리 엄마에게 증거를 보이면서 말할 수 있을 테니까요."

갑자기 팔에 소름이 돋고 심장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바로 여기서 아이들이 자기 입으로 할례를 그만두라고 엄마를 설득하기 위해 예외 사례를 찾아내라는 요구를 하고 있지 않을가. 어쩌면 이것이 퍼즐을 푸는 열쇠가 될지도 몰랐다. 긍정적 이탈, 다시 말해 평범함을 거부하는 사례를 찾아낸다면 이들을 도울 수도 있을 것이다.

작은 발걸음, 긴 여정

나는 이들에게 할례를 완전히 다른 관점에서 접근해보도록 반전형의 긍정적 이탈 질문을 던졌다.

"할례받은 97퍼센트의 여성보다 그렇지 않은 3퍼센트, 다시 말해 관습에 저항한 30~50만 명의 여성과 가족들에게 주목한다면 당장 얻을 수 있는 것이 있지 않을까요?"

신뢰 형성의 매개, 선험자 인터뷰

우리는 잠재적인 자원 봉사자들에게 문화적으로 접근할 수 있으면서 설득력을 지닌 긍정적 이탈 접근법이 무엇일지 고민했다. 그리고 심사숙고 끝에 가능하기만 하다면 긍정적 이탈 당사자가 실제로 증언하는 방법이 최선이라고 결론 내렸다.

그런데 가능한 일일까?

팀원들은 2주일 후 남성과 여성 후보자들을 구해왔다. 놀랍게도 면면이 시골에서 도시 출신에 이르기까지 다양했으며, 발언하겠다는 의지도 있었다. 여기에는 손녀와 딸의 할례를 반대한 할머니와 부모, 할례받지 않은 여성과 결혼한 남성, FGM 시술을 중단한 의사 등이 들어 있었다. 후보 중 두 명은 학위가 있었고 다른 두 명은 지역사회 개발 기구의 리더였으며 또 다른 두 명은 읽을 수 있지만 쓰지는 못하는 반문맹이었다. 가장 중요한 사실은 모두 녹화에 동의했다는 것이다. 후보자들 가운데 이야기가 서로 겹치지 않으면서 이동이 편한 사람 위주로 여섯 명을 뽑았다. 이제야 많은 역경을 극복하고 프로그램을 시작할 준비가 된 것이다.

배움을 위한 안전의 확보

앞으로 드러날 긍정적 이탈자는 신상이 노출될 뿐 아니라 조롱을 당할 수도 있고, 현상 유지를 위협한다고 판단될 경우 보복의 대상이 될 수도 있었다.

사람들은 홀로 변화를 시도할 때 가장 걱정을 많이 한다. 그 반면 광범위한 사회체제의 구성원들이 개입하면 두려움과 변화로 말미암은 부정적인 결과에 덜 위축된다.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는데 더 큰 규모의 공동체가 참여하게 되면 주인의식이 생기고, 무엇보다 통제의식이 생겨서 힘을 얻는다. 구성원들은 숫자의 힘을 빌려서 감히 통념에 도전하고 현재 상황에서 변화를 시도한다. 다시 말해 참여자들이 그저 남이 운전하는 버스에 승객으로 올라타지 않고 조사 행위 자체를 주도하면 기회가 생기는 것이다.

신중하게 절차를 연출하는 것도 장벽을 크게 낮추는 방법이다.

과정을 진행할 때 초청의 진정성도 중요하다.

수도원에서 만난 가능성

워크숍을 마칠 때쯤 참여자들은 행동에 나서기로 결심하고 최대한 빨리 시작하자고 했다. 6주 후에 다시 만나 그동안 일어난 일을 공유하기로 했다. 경험에 비춰보건대 이제 이들은 다음 단계로 옮겨갈 준비가 된 것이다.

잠깐 숨을 돌리고 지난 사흘간을 되돌아봤다. 첫날은 자기 공동체에 긍정적 이탈이 존재하리라 믿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있다 하더라도 말하지 않았겠지만 말이다. 사흘째 되는 날에는 각자 자기 주변에서 긍정적 이탈 사례를 일부 찾아냈다. 그리고 비밀을 공유했다.

6주는 얼마나 길던지! 드디어 수도원에 모여 소식을 들을 시간이 왔다. ... 그들은 놀랍게도 모르는 사람들을 줄줄이 달고 왔다. 인터뷰 과정에서 발굴한 긍정적 이탈 후보들이 우리 프로그램에 참여하기를 원했던 것이다.

모두 즐거워 보였고 빨리 말하고 싶어 안달이 난 듯했다. 첫 워크숍의 서먹서먹했던 분위기와는 완전 딴판이었다. 열의와 희망이 뚜렷하고 목적의식도 분명했다.

특히 오마르가 자신의 삶을 바꿔놓은 경험담을 이야기하자 모두 넋을 잃고 들었다. 그녀에게는 네 딸이 있었는데 위의 두 딸만 할례를 받았다. 둘째 딸이 할례를 받고 나서 거의 죽을 뻔한 위험에 처하자, 가족과 이웃의 비난을 감수하고라도 셋째와 넷째 딸은 할례를 시키지 않기로 결심한 것이다.

"지난 5년 동안 내가 그릇된 선택을 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에 잠을 이룰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당신들이 찾아와 내 이야기를 들어준 겁니다. 그러고는 내게 잘했다고 말해줬어요. 정말 엄청난 축복입니다. 내가 옳았다니! ..."

6주간의 일을 나누면서 가장 큰 영향을 받은 사람은 다름 아닌 자원봉사자들이라는 사실이 놀랍고도 뜻깊었다. 그렇다. 화자는 이야기를 하는 과정에서 배설의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하지만 듣는 이들도 큰 영향을 받는다. 그들은 다른 사람들의 증언을 들으면서 결심을 굳히고 더 적극적으로 행동에 나설 용기를 얻었다.

닫힌 마음에 빛이 들다

학교 교육도 받은 적 없는 16세 시골 아이였던 아히라는 수도원에서 열린 모임에 참석하느라 생애 처음으로 마을 바깥을 나가봤다. 그러고 나서 아이는 어딘가 달자려 있었다. 이제 아히라는 FGM을 논의하고자 모인 지역사회 활동가 중 하나였다.

"아히라, 너 어딘가 변했구나. 눈이 밝아지고 귀가 뜨였어. 거창한 일을 이야기하는구나."

"귀와 눈보다 더 큰 것이 뜨였는걸요. 제 마음이요. 지금까지는 어둡게 닫혀 있었지만 이제 열려서 빛을 보기 시작했어요."

그 이후 몇 주 동안 이집트인 참여자들은 최소한 한 공동체나 가족에게 사춘기 이전의 여아에 대한 할례 거부의 다짐을 받아냈다.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공동체 여덟 곳 중 두 곳에서는 이듬해 FGM 시즌 동안 할례가 단 한 번도 시행되지 않았다.

할례 트라우마가 사라진 5년

긍정적 이탈 접근이 유용하게 활동되면서 시험 기간은 끝났다. 10여곳의 'FGM 청정' 마을에서 몇천 명의 여자아이가 할례에서 벗어났다. 할례와 관련된 함구 관행도 깨졌다. 긍정적 이탈 과정을 적용하면서 이제껏 침묵하던 여자아이들과 사회 각계각층의 할례 반대자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됐다. 가장 중요한 것은 '나 같은 사람'이 변화의 주체가 될 수 있다는 새로운 시각이 힘을 얻었다는 사실이다.

일부 지역에서 할례의 위험에 처한 여자아이들을 매달 추적해보니 몇천 명이 할례에서 벗어났다. 그뿐 아니라 긍정적 이탈이 강력한 수단이라는 사실도 입증됐다. '지독한 난제'로 인식됐던 것이 어느새 지역마다 독특한 방법을 써서 해결할 수 있는 것으로 변했다. 해결책은 발견되기만 하면 확산됐다.

아히라의 인생도 달라졌다. 그녀는 결혼해서 이제 딸을 둔 엄마다. 시간이 꽤 지났어도 가끔 동네 남자 아이들이 야유하는 일이 있다. 그래도 그녀는 당당하기만 하다.

반추: 절차와 사람을 신뢰하라

이 모든 일은 절차와 사람을 신뢰했기에 가능했다. ... NGO 스태프의 전통적인 역할에도 큰 변화가 필요했다. 말하기보다 듣는 것이 낫고 앎보다 묻는 것이 낫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했다. '전문가'인 나로서는 가장 받아들이기 어려운 부분이었다. 아울러 내가 미처 생각하거나 상상하지 못한 아이디어와 행동을 혹여 다른 사람이 내놓지는 않을까 하는 조바심도 내려놔야 했다. 그저 보통의 사람들이 용기를 가지고 눈에 띄지 않게 행동하며 앞으로 나아가는 행렬에 참여한다는 데 만족해야 했다. 그러자 사람들의 목소리가 귀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긍정적 이탈 접근의 성공은 사람들에게 새로운 행위나 도구, 전략을 말해주는 일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사실에 근거한다. 사람들은 내면화를 위해 실제로 행동해야 했고 그 효과를 직접 봐야 했다.

FGM 근절은 기술적인 처방이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영역이었다. 그보다는 규범과 사회적 수용에서 변화가 일어나야 했다. 베트남 아이들의 식단에 새우와 게, 고구마 싹을 추가했던 것과 같은 가시적인 처방도 존재하지 않았다. 성공이나 실패에 관계없이 사적인 대화가 공개되면서 공동체 전체가 현실에 눈을 뜨고 어린 여자아이들의 인생에 미치는 영향을 돌아보게 됐다.

FGM은 사회적인 복잡함이 얽혀 있는 문제의 전형으로 행동 변화가 필요했다. 아울러 배움과 변화는 사회적 맥락에서 일어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했다. 우리는 결국 긍정적 이탈을 적용해 절대 깨지지 않을 것 같던 문제를 깨는 데 성공했다. 여기에는 어떤 힘이 작용한 것일까? 긍정적 이탈은 처음부터 사회체계를 인정했으며 이것이 다른 누군가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장애물이라고 여기지 않았다. 그보다는 사회 체계를 공동체 고유의 해결책을 찾는 수단으로 수용했다.

심리학자인 제롬 브루너는 지적 능력을 활용해 '무엇인가에 대해 배우는' 것과 '무엇이 되기 위해 배우는' 것을 구분했다. 이 중 후자는 사회체계에 근거를 두며 그 영향을 받아 정체성을 형성한다. 다시 말해 인지가 아닌 사회적 상호작용과 관습을 통해 받아들이는 것이다. 흡연자들의 금연이 좋은 예다. 암 발생 경고, 흡연 장소 제한, 니코틴 패치 배부 등 각종 방법으로 금연을 권유하고 있지만 혼자 힘으로 담배를 끊으려는 사람 가운데 3분의 1만 금연에 성공한다. 나머지 3분의 2도 완전히 성공하려면 흡연자가 직접 지원 프로그램의 일부로 참여해야 한다.

제 3의 촉매자, 사회적 증거

우리가 '알고 있는' 모든 일과 실제로 우리 행동이나 정신의 지형을 변화시키는 일 사이에도 사회체계라는 촉매제가 존재한다.

사회적 증거란 무엇인가? 복잡한 질문 같지만 사실은 '보는 것이 믿는 것'이라는 간단한 말로 압축할 수 있다. 누군가 '나와 같은' 사람이 무언가를 성취해냈다면 나 역시도 그 일을 해낼 가능성이 크다.

이집트에서 사회적 증거는 양날의 칼이었다. 우리는 긍정적 이탈 과정을 수행하며 오랜 통념과 인습에서 벗어난 자료를 나란히 배치했다. 그러자 공동체는 새로운 가능성에 눈을 뜨고 귀를 열었으며 의식이 깨어났다. 이때는 의견의 다양성과 독립적인 생각, 권한의 분산을 통해 모든 계층의 이해관계자들이 자기만의 답을 찾게 해야 한다.

불가능에 도전하는 긍정적 이탈자

진화생물학에 따르면 평형상태가 지속될 때는 비교적 미미한 변화가 일어난다. 그러다가 유성이 떨어지거나 화산 활동으로 태양이 가려지거나 하면 지구의 기온이 하강하면서 생태계가 급변한다. 이른바 단속평형설(punctuated equilibrium)로, 그 단적인 예가 5억 4,200만년 전 시작된 캄브리아기다. 이때 씨나 종자, 눈이나 더듬이, 다리나 지느러미가 있는 거의 모든 종의 전구체가 모습을 드러내면서 지구상에 뿌리를 내렸다.

긍정적 이탈 과정은 인간의 시간 척도에도 단속평형을 일으킨다. 인류 역사에서도 환경의 급격한 변화를 초래한 의미 있는 혁신이 많이 발생했다. 긍정적 이탈의 기본 전제는 가장 불가능한 환경일지라도 누군가는 대처방법을 발견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자연 일반과 인간 체계에서 개인적인 실험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먼저 충분한 다양성과 사회적 여유가 보장돼야 한다. 또한 더욱 폭넓게 적응하려면 항상성이 파괴돼야 한다. 물리적 장애에 부딪히면 창조력이 과감히 고개를 들지만 사회적 동조성(social conformity)이라는 구속이 이런 시도를 억누른다.

반복하건대 해결책은 다양성을 존중하는 것으로, 우리의 목적은 포용을 통해 달성된다. 많은 문제가 난공불락으로 보이는 이유는 문제를 둘러싸고 있는 이해관계자들의 인식이 변화하지 않기 때문이다.

병원의 박테리아 전염: 새로운 사고방식으로 행동하기

펜실베니아의 피츠버그 재향군인병원(VAPHS)은 매우 위험한 병원 배양 박테리아인 MRSA의 전염 비율을 떨어뜨리고자 각종 방법을 시도했다. 그러다 2006년, 마침내 긍정적 이탈 접근에 이르렀다. 제리는 이제까지와는 달리 매우 복잡한 구조를 가진 조직을 상대로 긍정적 이탈 접근을 적용해야 했다. 지금부터 시작될 제리의 이야기는 조직 안에서 벌어진 각종 사건들과 이러한 상황에 맞춰 긍정적 이탈 과정을 어떻게 조정해나갔는지를 담고 있다.

리사와 MRSA 이야기

MRSA는 얼마나 빠른 박테리아인가?

북유럽의 덴마크, 스웨덴, 노르위이 같은 몇몇 나라들은 병원에서 옮는 질병을 퇴치하는 데 사실상 성공했다. 그 반면 1995~2005년에 미국 병원의 중환자실에서 MRSA가 발생한 비율은 2퍼센트에서 65퍼센트로 치솟았다.

병원에서 옮는 질병을 완전히 퇴치하기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박테리아는 위험한 환경에서 증식하기 때문이다. ... 이 유기체는 거의 살균된 환경에 적응하는 법을 터득했다.

1장에서도 잠시 언급했지만 표준모형에는 한계가 있는데, 로이드 박사에게는 이 부분이 더욱 자명해졌다. 명령이나 지시를 내리고 관리하는 식의 해결에 의존한 결과 MRSA를 제거하기는 커녕 제어하는 일조차 완벽히 실패로 돌아갔다. 연례 교육 실시, 포스터 활용, 규정 준수 서명 등 '기술적' 절차가 제대로 지켜졌다면 MRSA가 제거돼야 당연할 것이다. 따라서 새로운 행동방식으로 사고를 전환할 필요가 있었다. 먼저 제대로 지켜진다고 하는 가정부터가 아킬레스건이었다. 문제는 병원의 복잡한 사회체계 때문에 잘 풀리지 않았다. 잘 알려진 대로 병원은 외과의부터 저임금의 잡역부, 청소부, 서비스 직원에 이르기까지 위계질서가 명확했다. 또 소아과, 방사선과, 마취과, 정형외과 등 자부심 강한 부서에는 그들만의 하위문화가 있었다. 그러다 보니 각 계급 내에서 MRSA를 근절시키려는 전략을 사일로와 조화시키는 일은 꽤 요원해 보였다. 하지만 의미 있는 진전이 일어나려면 단순히 인지적으로 의식하는데 그치지 않고 행동의 변화를 이끌어내야 했다.

병원 측은 가공할만한 성과를 올리기 위해 도요타 생산방식(TPS)을 채용했다. TPS는 효과가 뛰어나지만 전문가 중심의 모형이다. 따라서 문제를 해결할 전문가를 지정하고 병동마다 TPS 교사를 배치해야 한다. 두 병동은 병원의 통제 범위 안에서 MRSA의 감염을 줄일 수 있음을 입증했다. 그러나 4년이 지났지만 이 해결책이 다른 병동에까지 전파되지는 못했다. 병원 고유의 답답한 조직 문화로 결국 실천으로 이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해결을 위한 마지막 보루

의사가 심장 박동을 높이기 위해 매일 운동하라고 권하자, 환자가 철인 3종 경기용 훈련을 했다면 그것은 지나친 결과일 것이다. 물론 긍정적 이탈 과정이 이 비유처럼 부담되는 것은 아닐지라도 하나의 시사점은 얻을 수 있다. 바로 시간이 걸린다는 사실이다. 다시 말해 영향을 받는 공동체에 상당한 정도의 동기화 과정이 있어야 한다.

긍정적 이탈 접근은 특히 손대기 어려운 문제에 전문화된 수단이다. 사람들은 다른 접근법이 실패하거나 대안이 모두 소진됐을 때 긍정적 이탈을 고려한다.

피츠버그 재향군인병원에서 사용했던 TPS나 그 자매격인 식스 시그마와 린(Lean)은 긍정적 이탈 과정과 상당한 공통점이 있다. ... 역설적이게도 1970년대나 지금이나 도요타, 혼다, 소니, 파나소닉 등 일본의 제조업체들은 경쟁사가 공장을 견학하고 그들의 생산방식을 배우고 싶다고 할 때 흔쾌히 허락한다. 경쟁자들에게 영업 비밀을 공개하는 일이 위험하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대답의 요지는 한결같았다.

"경쟁사들은 그저 대상에만 집중합니다. 방법을 파악하는 일은 간과하거나 문화적으로 접근하지 못합니다."

도요타 방식의 핵심은 알려진 대로 '카이젠(Kaizen)'이나 FiveWhy도 아니고, 생산 절차의 개선을 위해 통계적으로 엄격하게 품질을 조절하는 것도 아니다. 그보다는 이런 규율을 적용해 조립 라인을 끊임없이 배우는 체계로 탈바꿈한 데 주목해야 한다. 여기에는 상위계층에서 하위계층까지 기업 문화를 바꾸는 작업이 포함된다. 작업 현장에 맞춰 영향과 권한의 흐름을 역으로 배치해 기업의 피라미드 구조를 말 그대로 거꾸로 만든다. 이제 조립 라인의 노동자들은 학습의 피라미드에서 가장 꼭대기에 있게 된다. 완벽을 향해가는 끝없는 탐구에서 전문가와 산업 엔지니어, 기능장, 고위 간부는 조장자 역할(enabling role)에 그친다. 쉽게 말하자면 이런 조직은 대다수 병원이나 기업의 문화와는 비슷한 특징이 거의 없다.

이번 피츠버그 재향군인 병원의 사례에서도 살펴보겠지만 다른 방법론들이 대상에 주목하는 반면 긍정적 이탈 과정은 방법을 중시한다. 베트남 아이들의 영양실조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던 것은 새우와 게, 고구마 싹이라는 대상이 아니라 양육자들에게 비전통적인 재료로 음식을 만들게 하거나 음식을 주는 횟수를 늘리게 하는 식으로 방법에 주목했기 때문이다.

도요타식 접근과 긍정적 이탈에는 또 다른 차이가 있다. 둘 다 밑바닥에서부터 조사를 거쳐 일반적 관행과 결과를 분별해내지만, 보통 도요타 과정의 적용은 연속적이고 반복적인 행위에 국한된다. 그 반면 긍정적 이탈은 특이하고 정형화할 수 없는 일대 일 맞춤 환경에 더 적합하다. TPS 같은 방법들은 아래로부터 돌파구를 마련하되 그 발견이 부가가치가 없는 분야에서 일어나는 경우가 많다. 긍정적 이탈은 공동체에서 더 나은 방법을 찾아낼 때 기존에 성공을 거둔 적이 있는 특이 사례에서 영감을 얻는다.

긍정적 이탈과 TPS 모두 행동을 변화시키고 문화와 사회체계에 내재된 문제를 파고들지만 긍정적 이탈은 우선 공동체가 변화 수용 여부를 결정한다는 전제조건을 고수한다. 이때 구성원들은 참여할 것인지 아닌지를 선택할 수 있다.

불행하게도 이제까지 대부분 서방 기구들의 행적을 보면 상부가 관심사를 다른 곳으로 돌리면 그간의 행동이 위축돼버리는 경향이 있었다. 이와는 달리 베트남과 이집트의 사례에서는 지역사회가 발견에 대한 선택권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새로 생겨난 관습이 영구히 뿌리내릴 수 있었다.

골리앗을 만난 긍정적 이탈

잠재적 긍정적 이탈의 통로를 열다

기존에 이미 존재하는 긍정적 이탈을 찾아내는 데 그치지 말고 병원 직원들이 새로운 방법을 고안해내도록 분위기를 형성해보자는 것이었다. 그는 알에서 깨어나기만을 기다리는 이 같은 해결책을 '잠재적 긍정적 이탈'이라고 이름 붙였다.

잠재적인 해결책이란 무엇인가? 지금까지 우리는 긍정적 이탈을 찾아낼 때 기존에 존재하는 방법을 판별해내는 데 주력했다. 이때 긍정적 이탈은 공동체를 실험하고 혁신하도록 이끄는 수많은 조정 과정 가운데 하나에 불과했다.

이제는 더 많은 가능성이 우리 앞에 펼쳐졌다. 우리는 긍정적 이탈에 대해 원칙은 물론 '방법'이나 '모형'이라고도 규정하지 않으려고 항상 주의를 기울여왔다. 긍정적 이탈 과정과 사회체계의 진화에는 함께 발전해나간다는 공생의 관계가 있었다. 공동체가 참여하게 되면 놀랄 만한 발전이 일어났다. 그리고 긍정적 이탈을 전파하는 일은 사회 바이러스가 맡았다. 모든 바이러스가 그렇듯 긍정적 이탈 과정에서도 변이가 일어났다. 따라서 해결하려는 문제에 맞게 반드시 변화가 탄력적으로 일어나야 했다.

긍정적 이탈 과정으로 평정이 깨지고, 새로운 아이디어의 도출과 실행 준비가 갖춰지면서 잠재적 해답이 나올 수 있는 통로가 열렸다. 자연과학자들이 '자율형성(self-organization)', '발생(emergence)'이라고 부르는 일이 일어난 것이다.

직원들은 자기주장이 받아들여지고 아이디어를 실현할 수 있는 좋은 기회임을 깨달았다. 과거에는 규제와 강제를 거쳐 MRSA를 통제하면서 체념적인 분위기가 지배적이었으나 새 아이디어가 활력을 불어넣었다. 사회 바이러스를 좌절의 문화를 혁신으로 탈바꿈시켰다. 이전에는 상명하달식으로 통보했지만 이제는 밑바닥에서부터 실험과 발견이 이뤄져 전달하는 식으로 바뀌었다. 병원의 사회체계로 볼 때 일단 참여가 일어나면 MRSA를 통제하려는 전략이 완전히 바닥날 때까지 호기심과 헌신이 집중됐다. 바이러스성 경험은 발견과 혁신의 과정으로 이어졌다.

서로 다른 시간과 장소에 맞게 접근하기

어떻든 이 모든 일이 병원의 빡빡한 시간 제약 속에서 일어나야 하기 때문이었다.

우리는 4주 이상의 탐색 과정을 한 시간 이내로 줄일 수 있을지 궁리해봤지만 마땅한 아이디어를 찾지 못했다. 그래서 병원 관계자들을 만나 좋은 생각이 있는지 물어봤다. 30~40분 동안 그룹 토론을 진행한 결과 긍정적 이탈 과정의 모든 단계를 한꺼번에 압축해서 밟자는 결론이 나왔다. 몇 차례 시도한 끝에 행동을 위주로 하는 '발견과 행동 대화(discovery and action dialogues, DAD)'를 만들어냈다.

변화를 정착시키다

로이드 박사는 초반의 성공을 굳힐 방법을 찾아 나섰다.

교육 시간에 발견보다 행동을 강조한 일은 효과적이었다. 어떤 아이디어가 제기되면 촉진자가 이를 파고들었다.

"좋은 아이디어군요! 만약 이 병동에서 실행한다면 무엇이 필요할까요? 이 과정을 실행하기 원하는 자원봉사자가 있나요? 당신이 혼자 할 수 있나요, 아니면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한가요? 지금 여기에는 없지만 그 결정에 도움이 될 만한 다른 사람이 있을까요? 그 사람을 데려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촉진자들은 몇 차례 시도한 끝에 '기폭제가 되는 질문' 기술을 익혔으며, 거의 매번의 시간마다 향후 성과로 이어질 만한 중요한 아이디어들이 나왔다.

행동 차원에서 증거가 나타나자 병원 전체 사람들은 긍정적 이탈 계획이 범상한 일이 아님을 알게 됐다. 소문은 빠르게 퍼졌다. 곧 직원들 사이에써 MRSA 퇴치가 주요 관심사로 떠올랐다. 그러자 어떤 상관성도 없어 보이는 데서 생각지도 못한 색다른 해결책이 나오기도 했다. 새로 발견된 행위를 실천에 옮기면 이전에 발견했던 행위는 습관으로 자리잡았다. 이는 초반의 열기를 유지하는데 보탬이 됐다.

그런데 이처럼 잠재적 긍정적 이탈을 포함한다면 브레인스토밍이나 평가 조사, 그 밖의 참여형 접근과의 차이점이 퇴색되는게 아닐까? 간단히 대답하면 사실이다. 그러나 실용적으로 어떻게 적용하느냐가 중요하지 마치 결벽증처럼 긍정적 이탈 과정을 차별화하려는 학문적인 욕구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

긍정적 이탈 접근을 차별화하는 핵심 특징은 조직 안에서 긍정의 변수를 찾아내고, 이를 전파하도록 사람들에게 동기를 부여하며, 더 나은 행위를 조직 DNA로 통합해나가는 데 있다. 긍정적 이탈은 전통적인 발견 과정에 내면화 전략을 끼워 넣는 것이다. 분명 기존의 일탈자 이상으로 범위를 확대하는 것은 핵심 개념에서 벗어나는 접근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긍정적 이탈에서 요체라 할 만한 부분은 훼손되지 않는다. 참여 여부를 공동체나 개인이 결정하고, 과정의 주도권을 쥐며, 일상의 행위와 결과를 가려내는 데 직접 뛰어드는 일은 유지된다. 이미 존재하는 긍정적 이탈을 발견하고 그 발견을 다른 사람들에게 확산시키도록 액션 러닝 방안을 기획하는 일도 마찬가지다.

주인의식이 면역방어 반응을 물리치다

"CDC는 MRSA를 퇴치할 수 있는 확실하고 실증에 기반을 둔 계획을 개발했습니다. 우리는 이 계획을 수정해서 사람들에게 알리고 전파했죠. 하지만 그들이 실제로 행동에 옮긴 것은 긍정적 이탈 작용 때문이었습니다. 내가 어리석었어요. 테드가 지목한 잠재적 감염지에 실제로 심각한 위험이 존재하느냐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정말 중요한 것은 병원 각 계층의 모든 사람이 자기 역할과 관계없이 마음을 다해서 MRSA에 관심을 두고, 이를 뿌리 뽑으려는 새 습관을 익혔다는 겁니다. 테드가 집게 문제를 걱정한 사실은 그만큼 사람들이 손 소독 규정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인다는 방증이지요."

바뀌어야 할 대상자가 변화의 주도자와 동일한 DNA를 가질 때 일이 좀 더 수월하게 풀린다. 공동체의 주인의식은 면역방어 반응을 물리칠 수 있는 것이다.

유력한 대상자 너머 환자와 만나기

그런데 그동안 간과되고 '유력한 대상자' 범위에서 제외돼 있던 집단이 있다. 바로 환자들이다. 그래서 병원 장기요양시설의 환자들에게 자기들끼리 자원봉사 그룹을 만들도록 했다.

자료의 홍수, 연관성이 관건이다

MRSA 통제의 결실

로이드 박사는 2005년 8월의 첫 모임을 떠올리며 이렇게 말했다.

"당시 100여 명의 병원 관계자들에게 '이 방에서 병원의 감염통제 책임자는 누구입니까?'라고 물었다면 감염통제 직원 네 명을 가리켰을 것입니다. 그런데 2006년 10월에 같은 질문을 했더니 방에 있던 사람들이 모두 손을 들었습니다! 이제 MRSA 통제는 모두의 일이 된 것입니다. 이전과 비교해 정말 많은 변화가 일어난 겁니다."

그 원인은 무엇일까? 그는 이렇게 설명했다.

"사람들에게 어떤 일을 하라고 가르치기보다 그들이 실제로 실행에 옮길 수 있는 방법을 발견해내는 데 주안점을 뒀어요. 즉 누구나 선구자가 될 수 있도록 한거죠."

반추: 선택은 스스로가

많은 사람이 긍정적 이탈 접근 방식의 단점으로 종종 거론하는 문제는 확대 적용이 어렵다는 것이다. 나 역시 그랬다. 한 집단에서 해낸 발견을 다시 포장해서 다른 집단에 특효약이라고 내밀 수 없었다. 이는 모범경영 사례를 전달하는 것과 같은 행위로, 예외 없이 면역거부 반응이 일어났다.

긍정적 이탈이 작용하는 이유는 정보 자체가 사회적 생명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며, 이는 의사소통과 지식 전파에 대한 기존 관념과 배치된다. 새로 얻은 통찰력은 사회체제 안에 뿌리 내리지 못하면 곧 사라지고 만다. 피츠버그 재향군인병원의 질병통제센터 직원들이 밝혀냈듯, 행동은 지식에서 나오지 않는다. 오히려 행동이 지식을 발전시키고 내면화시킨다. 수십 년 동안 MRSA 예방 통계가 역전되고 증가하면서 피츠버그 재향군인병원의 직원과 환자들은 말 그대로 행동을 통해 새로운 사고를 하는 국면에 서게 됐다. (책/변화는 어떻게 일어나는가가 연상된다.)

위계질서 무너뜨리기

긍정적 이탈 개입과 문화,사회적 변화는 별개의 목표가 아니지만 거의 대부분의 경우 이러한 변화가 2차적 결과로 따라왔다. MRSA 퇴치와 같이 시스템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구체적이며 측정 가능한 문제를 해결하고 나면 관계가 변화하고 기존의 네트워크가 확대됐다. 권한과 힘은 점점 분산됐으며 위계질서는 약화됐다. 또한 의사소통이 일어나는 접점과 그 양과 질이 풍성해지고 개선됐다. 그 결과 문화도 변화했다.

지혜로운 촉진자의 의미 있는 침묵

머크의 비즈니스 전략: 기업에서 긍정적 이탈 적용하기

제약회사인 머크(Merck)는 기업에서 최초로 긍정적 이탈을 적용할 수 있는 완벽한 기회를 제공해줬다. 머크는 전 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제약회사 중 하나로, 140개 이상의 나라에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전 세계에서 일하는 종업원도 6만 명에 육박하며 종종 경영이 탁월한 다국적 기업의 전형으로 인용되기도 한다. 머크 멕시코에서 실시한 긍정적 이탈 실험 사례의 성과와 파장을 리처드가 추적했다.

브루주알은 이렇게 토로했다.

"긍정적 이탈에는 참신한 접근법이 요구됩니다. 어떤 문제에 답을 제시하지 않고 직원들 스스로 구하도록 유도한 것은 처음입니다. 그것만으로도 고통스러운데 진행 상황도 더디기만 했습니다. 둘째 날 출석한 지역 간부는 전날의 절반밖에 되지 않았고 이 사람들조차 대부분 나서기를 꺼렸습니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요? 우리의 생각과 행동은 모두 전통적인 훈련이 낳은 산물입니다. 여기서 20여 년을 지내면서 위에서 제시하는 답이 진리라고 여겼으니까요. 이전과 다른 답을 찾기 원한다면 접근 방법도 달라져야 합니다. 그런데 나는 거꾸로 하고 있더군요."

하위직에 리더십 허용하기

이런 문화를 바꾸려면 상당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경영진만 바뀌어서 될 문제가 아니라 직원들도 변화해야 한다. 긍정적 이탈처럼 진정으로 밑바닥 의견을 수렴해야 하는 과정이 쉽지 않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피고용인들은 흐름에 순응하고 지침을 따른다. 따라서 아직 검증도 되지 않은 실험을 감행하다가 혹시 응징당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과 불신이 있다. 경영진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상당한 확신을 심어주고 말을 실천에 옮겨야 한다.

권력 구조에서 하위직이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도록 허용해주면 아래부터 의견을 제시하는 변화는 더 쉽게 일어난다. 이런 예는 고수익의 유통업체로 잘 알려진 노드스트롬(Nordstrom)와 오하이오 메리스빌에 있는 혼다, 캘리포니아 프리몬트에 있는 도요타 등 일본 자동차 제조업체에서 찾아볼 수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서양 기업에서는 드문 환경이다.

자신 없는 출발

한 팀원은 또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팔을 걷어붙였어요. 시간이 참 절묘하게도 우리는 중요한 기로에 있었는데, 그동안의 과오를 벌충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은 셈이죠. 긍정적 이탈은 우리 가운데 성과가 탁월한 사람에게 주목했기에 호소력이 있었어요. 잘하지 못하는 사람을 비난하는 대신 잘하는 사람을 칭찬하다니, 기묘한 아이디어였죠. 긍정적 이탈이 가진 마법은 모범경영이 아니라는 데 있어요. 모범경영은 다른 지역에서 우리가 알지 못하는 누군가가 성공한 것을 가져다가 모두 같은 일을 하기를 강요하잖아요. 긍정적 이탈은 자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요."

또 다른 팀원인 엑토르 루이스는 말했다.

"임무를 주도하니 예전처럼 수동적으로 저항하는 일이 없어졌어요. 위에서 시키는 대로 해야 할 때는 으례 브루주알에게 가서 업무가 과중하니 줄여달라고 협상했죠. 그런데 이제는 우리가 주도권을 잡으니 기댈 곳이 없더라고요. 누가 무엇을 하는지가 우리 손에 달려 있다 보니 추가적인 업무 부담이 생겨도 우리 돈과 시간을 들이게 됐어요."

긍정적 이탈을 간략하게 소개하고 베트남에서 어떻게 적용했는지를 설명한 후 포사맥스 판매를 집계한 도표를 나눠줬다. 도표에서 영업직원의 이름과 담당 지역은 미리 삭제했다.

한 지역 간부가 털어놨다.

"도표를 보니 좋거나 나쁜 실적이 한눈에 드러났지만, 누가 어떤 실적을 냈는지는 아무도 몰랐어요. 곧 영업직원들은 지역 간부들이 미리 답을 정해놓고 오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 됐죠. 영업직원들은 여덟 명씩 그룹을 만들어 실적이 좋은 지역을 가려내고, 그 원인이 무엇인지 토론했습니다. 그러다 눈에 띄는 발견을 하면 포스트잇에 적어서 취합했죠."

의미있는 변화는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인 인식과 그 변화를 현실로 만드는 새로운 습관 사이의 간극을 메울 때 가능하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두 번째 단계에서는 사회적 차원의 변화가 일어나야 한다. 브루주알 본인은 깨닫지 못했지만, 그는 지역 간부들이 주도적 역할을 하도록 사회체계를 바꾸고 있었다. 또 간부들의 역할은 영업직원들에게 차례차례 이관됐다. 이제 모두가 깨달았다.

"경영진은 비장의 카드를 가지고 있지 않아. 모든 것은 우리 손에 달려 있어!"

영업직원들은 자료를 해석하는 데 자신들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믿기 시작했다.

영업직원과 지역 간부들 모두 가장 놀랐던 대목은 '7의 법칙'이 영업에 방해가 된다는 사실이었다. 하루에 전화를 세 통 하는 긍정적 이탈자들이 일곱 통을 돌리는 사람들보다 대체로 성과가 더 좋았다. 현실에서는 7의 법칙이 포사맥스의 실적을 저해하고 있었던 것이다.

일부 하위 그룹에서는 그 집단이나 본인들조차 자기들 내부에 긍정적 이탈이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비일상적 행위에 대해 토론하다 보면 스스로 긍정적 이탈인지 몰랐던 사람이 이런 얘기를 하는 것이다.

"글쎄, 나도 저렇게 합니다. 의사들에게 선물을 보내지요. 다들 그렇게 하지 않나요?"

그러면 다른 사람들이 이렇게 대답했다.

"아니, 그렇지 않은데요."

(전문성 연구에서 말하는, 전문가는 자신이 하고 있는 것을 알아채지 못한다는 것과 비슷한 것으로 보인다.)

너무 빠른 승리, 성과의 낭비

과거의 성공 신화가 긍정적 이탈을 짓누르다

혁신을 방해하는 장애물

"조직의 면역방어체계에는 '이곳에서 고안되지 않았다'는 논리가 항상 깔려 있습니다."

부르주알의 선임 간부인 데이비드 개서는 끊임없는 순환보직이 효과를 떨어뜨린다고 지적했다.

"절차를 진행할 기회를 얻었다가도 이를 옹호하던 상위 지도부가 바뀌고 직원들이 보직을 이동하면 효과가 사라져버리고 맙니다. ... 순환보직은 그동안 쌓아왔던 상징적인 네트워크를 깨뜨립니다. 잦은 변화를 조장하는 취약한 환경에서는 저절로 굴러가기 위한 임계질량에 절대 도달하지 못합니다."

여기서 개서가 중요한 부분을 지적했다. 과거에 긍정적 이탈이 성공을 거둔 집단은 이해관계자들이 상대적으로 안정적이고 변화가 적은 병원 같은 곳이었다. 물론 대기업의 순환보직은 여러 방면의 업무를 익히도록 훈련하며, 다양한 관점을 접하게 해 기능 사일로 조직을 타파하도록 돕는 순기능이 있다. 모두 일리가 있다. 그러나 새 복음을 전하는 데 헌신적인 예수회원으로서는 임계질량에 도달하려는 노력에 치명타를 입게 된다. 개인의 변화를 주창하는 사람이라도 계속 이동하다 보면 결국 조직의 논리에 말려들게 마련이다.

지시에서 위임으로

반추: 기업에 긍정적 이탈 적용 가능성

머크의 포사맥스 매출 신장이 지속된 것을 보면 긍정적 이탈 과정은 분명 기업에서도 효과를 낸다. 그러나 머크의 파장으로 흥미로운 질문이 제기됐다. 왜 어떤 집단에서는 권력의 분화가 일어나지 않을까? 머크와 같이 견고하게 관리되는 조직과 긍정적 이탈 전망은 음의 상관관계를 가지고 있는가?

대체로 기업은 매우 효율적인 유기체다. 시장은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재빨리 해치운다. 또 현대 기업은 정교한 수단을 사용한다. 경영진은 위에서 내린 지시가 정확하게 행동으로 옮겨졌는지 확인하는 합리적인 판단 근거를 가지고 있다. 실시간으로 정보가 제공되며 재무 관리도 가능해졌다. 식스 시그마와 업무처리 엔지니어링, 성과급, 인센티브 등의 경영 수단은 대체로 효과적이며 효율적이다.

다른 기업들과 마찬가지로 머크 역시 결핍의 가설(assumptions of scarcity)을 근거로 경영한다. 거의 대부분의 경우 중앙 권력의 역할은 부족한 자원을 배분하는 일이다. 균형을 유지하고 우위를 다투는 갈등을 해결하며 실행 비용을 낮추는 데 탁원하다. 브루주알이 돈을 투자하고 인력과 영업시간을 쓰는 데 민감하게 반응했던 사실을 생각해보라. 결핍은 머크의 유전 암호에 녹아들었다. 긍정적 이탈 같은 방식의 실험을 거부하는 제약은 결핍의 가설 외에도 많았다. 마치 바빌론 이후 왕족이 군주제를 토대로 자리 잡았듯, 풍요 대신 결핍이 경영 위계 질서의 근간으로 자리잡았다. 기존 체계는 이렇게 해서 유지된다.

리스크를 줄이고 실패를 피하다

표준모형의 한계

아래에서 위로 뜻이 전달되면 다양성이 증가한다. 흔히 '해결 공간(solution space)'이라고 부르는 영역이 확대되기 때문이다. 다양성이 커질수록 적응 능력도 어느 정도 커진다. 지넨테크와 머크의 사례에서 보듯, 지나칠 만큼 사소하고 잘 모르던 사실이 실제로는 중요할 때가 있다. 세부 사항에 관심을 두는 일이 중요하다면, 더 세부적인 사항에 관심 두는 일은 훨씬 더 중요하다. 세부적인 문제는 유전자 풀과 미세한 돌연변이에서 잘 드러난다. 돌연변이는 역경이나 기회에 마주쳤을 때 미세한 적응이 일어나는 영역에서 발생한다. 조직의 피라미드에서 밑바닥에 가까운 배송업이나 제조업 등에서도 매일 이 같은 '실험'이 벌어진다. 하지만 표준모형에서는 하의상달 경로로 학습이 일어나기는 커녕 의견을 수렴할 준비조차 돼 있지 않다. 머크 멕시코는 긍정적 이탈 조사를 하면서 소수의 일탈적인 영업직원들이 성공을 위해 실험하고 배우며 혁신의 길을 닦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머크에서 전세계 영업 인력을 위한 체계적인 가이드라인을 수립했지만 긍정적 이탈은 멕시코라는 한정된 환경에 맞게 미세한 적응을 해나갔다. 머크는 빈번하게 발생하는 이런 미세 조정을 각 나라와 사업에 맞게 최적화하지 못했다. 게다가 경영진은 긍정적 이탈 과정을 수행했을 때에야 미세 적응들이 일어나고 있음을 알게 됐다.

기업에서도 긍정적 이탈이 유효할까?

머크의 경우에서 살펴봤듯이 재량권은 긍정적 이탈을 양성하는 비옥한 토양의 역할을 한다. 골드만삭스는 차별점을 장려했다. 또 자사의 투자전문가들이 회사 안의 긍정적 이탈자를 찾아내고 이들이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발견해내도록 도왔다. 아울러 개개인에게 깨달은 사실을 적용할지에 대한 선택권을 부여했다. 거의 대부분의 직원이 여기에 응했으며, 2년이 지나지 않아 이 아이디어는 미국의 11개 지역 전체로 보급됐다.

골드만삭스에 긍정적 이탈을 적용하다

머크와 골드만삭스의 전략

머크와 골드만삭스의 사례는 영업직원들이 비슷한 문제에 직면해 긍정적 이탈을 확대하려는 노력의 과정을 보여준다. 그러나 결과는 매우 달랐다. ... 머크는 이 계획을 다시 활용하지 못한 반면, 골드만삭스는 영업 과정에서 이 접근법을 내면화하는데 성공했다.

골드만삭스의 PWM 부문은 전통적인 기업과 비교해 조직 결속력이 느슨했다. 투자전문가들은 반독립적 프랜차이즈 기업가로서 개개인마다 충성된 고객을 확보하고 있었다. 외견상의 독립성은 거액 자산가에게 객관적이고 공정한 재무 상담을 제공하는 데 필수적이다. 따라서 최고경영진은 이들에게 단순히 '지시'를 내려서는 성과를 낼 수 없었다. 투자전문가들은 차라리 베트남이나 이집트의 마을 관계자에 가깝다. 경영진은 현장에서 기업가적 에너지와 지식을 선도하는 길이 상책이라고 판단했다. 결국 골드만삭스는 여우몰이 전략을 택한 것이다. 독창적으로 긍정적 이탈 접근을 적용한 것은 최선의 선택으로 확인됐다.

우간다의 소녀병들: 이단아들의 회복

이 책에서 긍정적 이탈을 읽고 실천에 옮긴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이때 흔히 저지르게 되는 오해와 실수는 무엇일까?

긍정적 이탈 이론을 실제 삶으로

파스카는 성공적으로 보이는 변화들을 강조했다. 그러나 원조 긍정적 이탈과 달리 이곳에서는 예외적인 여자아이들과 이들의 멘토를 찾아내고 그 행동을 분석할 때 전문가인 파스카 팀에 의존했다. 또한 긍정적 이탈 과정을 차별화하는 공동체의 참여, 문제의 정의, 기준이 되는 환경의 정립, 일상적 행위 보고, 긍정적 이탈 전략 발견 등의 절차를 하나로 뭉뚱그려버렸다. 결국 '해결안'을 전파하는 워크숍은 지역 공동체나 송환된 여자아이들 스스로 이끄는 방식이 아니었다. 그보다는 NGO 훈련자가 기획하고 가르치는 식으로 진행됐다. 이는 결코 사소한 차이라고 넘겨버릴 수 없는 문제였다.

문제의 재구성

포커스 그룹에 대한 사전 지식을 버려라

우리의 목적은 경주를 벌여 먼저 정답을 찾으려는 것이 아니라 공동체를 참여하게 해 단체적인 탐구를 하려는 것이다.

긍정적 이탈 전문가들은 다른 사람들의 권력 분산을 촉진하도록 공동체를 충동질하는 사람이다. 그룹 회화는 이런 의도를 행동으로 변화시키는 수단이다. 공동체 안에 흩어져 있는 아이디어를 모아 자체적으로 지혜를 발견하는 일이 '문제의 해결'보다 더 중요하다.

"내가 없는 데서 나에 대한 일을 하지 마세요"

긍정적 이탈자들에게 배우다

반추: 해결자에서 촉진자로

파스카 팀의 최대 도전은 '전문성을 보유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현장 연구자'에서 '촉진하는 현장 연구자'로 변신하는 일이었다. 이들은 전문성을 발휘해 도와주고 싶은 본능을 억제하느라 끊임없이 자신을 경계해야 했다.

당사자 스스로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이유

흥미로운 점은 실제 이해 당사자를 참여시켜보면 문제의 구성에 항상 변화가 생긴다는 것이다. 스스로 해결책을 개발해내지 않는 한 문제를 진짜로 이해했다고 볼 수 없다. 문제가 다른 형태로 변형되는 것일 뿐이다.

07. 알라신과 영아 사망률: 외부 전문가의 관여 없이 지역의 문제를 푸는 법

알라신의 눈가리개를 벗다

닫힌 소통을 열고 정보를 나누다

대상에서 방법으로 문제 재구성하기

긍정적 이탈을 찾아서

친절의 바이러스 전파

반추: 변화는 쉽게 오지 않는다

가람톤의 사례는 변화를 통합하는 이야기다. 또한 반드시 변화가 필요한 부분이 아니라면 될 수 있는 대로 보존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것이 자연이 작용하는 방식이다. 진화의 역사에서 어떤 종이 어느 날 갑자기 머리부터 꼬리까지 완전하게 다른 모습으로 변하는 일은 없다. 변이는 점진적으로 일어난다. 그리고 작은 성공이 더욱 점진적인 적응을 불러온다.

가람톤에서도 이를 명확하게 확인할 수 있었다. 신생아를 위험에 빠뜨린 것으로 분석된 행위들은 단단하게 결합된 사회체계라는 그릇 속에 담겨 있었다. 사회체계와 행위가 함께 발전해나가지 않는다면, 사회체계의 역할 정의가 과거에 불가능했던 행위에 진전을 가져오는 식으로 변해간다. 인간의 모든 방식이 그렇듯 신생아의 생명을 구하거나 하는 정보에도 사회생활이 있다. 사회적 맥락을 바꿀 때만 '정보'가 해석되고, 내면화하는 방법에 변화를 줄 수 있다. ... 학습의 제도화는 필연적으로 문화와 규범, 신념, 가치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이를 변화시킨다.

08.긍정적 이탈, 자연의 이치: 밝은 곳에서는 볼 수 없다

사회체계에서 긍정적 이탈 과정은 자연에서의 진화생물학과 매우 유사한 방법으로 작용한다. 갑작스러운 변화처럼 생각되지만 그 순간에는 점증적이다. 좁은 범위의 문제와 관련해서는 파괴적이지만 다른 시각에서는 보수적인 접근이다. 게놈의 대부분을 훼손하지 않고 놔둔 상황에서 성공적인 적응에 꼭 필요한 부분만 변화시키는 것이다.

모듈화된 변화와 대대적인 혁신

자연은 혁신하는 대신 선택적인 방법을 사용하며 점차 진전을 이뤄나간다. 뇌의 크기를 바꾸는 변이가 일어나는 데 팔과 다리, 몸체까지 변화시킬 필요는 없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은 변화를 시도하는 데 이런 원칙을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조직은 대대적인 재조직과 새로운 전략 기획으로 빅뱅을 시도하다가 실패하곤 한다. 미국의 의료보험개혁 논쟁이 그 좋은 예다. 전 국가적으로 시스템을 완전히 바꿔야 한다는 담론이 우세하지만 자연의 방법은 이와 다르다. 적응적 변화가 필요한 사안에 대해 자잘한 실험들을 무수히 실행한다. 마찬가지로 연방 정부와 협력하는 많은 주에서 각자 타당하다고 여기는 해결책을 시행해볼 수 있다. ... 의도하지 않은 결과가 도출될 수 있지만, 실험 규모가 작다면 불쾌한 충격이 발생하더라도 통제가 가능하다.

긍정적 이탈은 두 가지 중요한 면에서 모듈화가 이뤄진다. 우선 공동체가 긁고자 하는 가려운 부분만 집중해서 파고든다. ... 거창한 목표는 지양한다. 둘째로 각 사회 주체는 그 자체로 하나의 모듈이다. 따라서 해법을 획일적으로 적용하지 않는다.

안전한 표준 대신 진화를 향한 다양성

긍정적 이탈은 다양성과 변화에 근거를 둔다. 자연에서는 성적인 생식이 이러한 역할을 한다. 자연선택은 한 개체가 과도한 지속성을 이어가는 것보다 다양성을 유발하는 과정을 선호한다. 여기에서 성적 관계가 최상의 선택으로 나타났다. 다른 방법으로는 처녀생식이 있다. 처녀생식은 일부 식물과 개미, 곤충이 자기 몸 안에서 동일한 유전물질을 조합해 발생하는 드문 현상으로 발생 개체는 단일 모체와 동일하다. 클로닝과 유사하며 거의 '결함'이 없이 자손을 대량으로 퍼뜨리는 데 매우 효과적이다. 문제는 클로닝이 '두루 적용되도록 만드는' 데 베팅한다는 것이다. 적합한 환경에서 번성하기 위한 다양성은 기대하기 어렵다. 조직적 맥락에서 봤을 때 모범경엉은 클로닝과 유사하다.

변화와 전통 사이에서 균형 잡기

전문가보다 촉진자가 되라

이 책의 본문에서는 다음 내용을 포함해 긍정적 이탈 접근으로 성공을 거두는 데 중요한 몇 가지 단계를 강조했다.

부록: 긍정적 이탈 접근을 위한 현장 가이드

현장 가이드의 목적

이 현장 가이드는 프로그램에 새로 참여하는 사람들이 긍정적 이탈이라는 개념에 접근하고 적응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작업에 착수할 때 핵심적으로 참고하기 위한 자료를 제공하기 위해 제작됐다. 긍정적 이탈 프로그램을 성공으로 이끄는 인도원칙과 방법론 그리고 그 과정을 간략하게 소개한다.

촉진자와 견습생들이 4D로 요약되는 '정의(Define), 확인(Determine), 발견(Discover), 기획(Design)'의 기초 단계를 활용해 긍정적 이탈 과정에 쉽게 진입하도록 돕는 자료로 사용하기를 권한다. 이 가이드는 과정이 반복되는 로드맵으로 구성돼 있다. (AppreciativeInquiry와 닮았는데? 아, 근데 4D의 약자가 다르네.)

가이드를 짧고 단순하게 작성한 이유는 행동과 사회의 변화를 요구하는 복잡한 문제에 직면한 호기심 많고 대담한 사람들을 쉽게 끌어들이기 위해서다. 이 현장 가이드는 해당 공동체가 가진 문제와 관련해 지금 당장 존재하는 해결책을 찾아내고, 실무자들이 이를 십분 활용해 구성원 전체를 이롭게 만드는데 적합하다.

긍정적 이탈은 행동으로 이해되며 실천으로 그 효과가 극대화된다.

긍정적 이탈, 언제 사용할까?

긍정적 이탈 프로그램은 구체적인 문제들이 다음과 같은 기준을 충족시킬 때 고려할만한 접근 방법이다.

접근하기 위한 기본 원칙

공동체에서 긍정적 이탈 과정을 시작할 때 다음과 같은 기본 원칙을 기억하라.

과정의 특징들

긍정적 이탈 과정은 행동과 사회적 변화를 불러일으킨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긍정적 이탈 과정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

외부 촉진자들을 위한 조언

조직의 전문성을 활용하라. 공동체 구성원들 자체가 곧 문제에 관한 한 전문가임을 잊지 마라.

질문의 기술

가장 사려 깊고 흥미로운 사실을 드러내는 응답을 이끌어내려면 '무엇을, 어떻게, 왜, 왜 지금인가?'를 묻는 개방형 질문을 사용해야 한다. 논의를 촉진하거나 다시 초점을 맞추려는 특정한 환경에서 당신이 묻거나 말할 수 있는 몇 가지 사례를 들어보겠다.

그룹 안에서 사고와 반영이 계속되도록 하기 위한 질문

그룹 논의에서 좀 더 상호작용이 일어나도록 하기 위한 질문

이해관계자들의 참여를 더 이끌어내기 위한 질문

긍정적 이탈 개인이나 그룹을 발견하고 가려내기 위한 질문

공중제비 질문

그룹이 자기 공동체 안에 긍정적 이탈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발견한 뒤에 하는 질문

긍정적 이탈 전략을 찾기 위해 면밀하게 사실을 파악하는 질문

앞으로 해야 할 행동을 구체화하기 위한 질문

수락을 받기 위한 제안

지도자와 후원자들의 헌신

긍정적 이탈 과정을 시작하기 전에 밟아야 하는 첫 단계는 다음에 언급한 것처럼 후원자를 찾아내는 일이다. 이는 불가능해 보이는 문제의 해결에 관심을 보일 사람들을 모으는 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를 위해 해야 할 행동은 다음과 같다.

기본적인 4D 단계는 다음과 같다.

  1. 문제와 바람직한 결과를 정의하라 (Define)
  2. 일상적 행위를 알아내라 (Determine)
  3. 조사와 관찰을 거쳐 흔하지 않지만 성공하는 행위와 전략을 발견하라 (Discover)
  4. 발견 사항에 근거해 액션 러닝 계획을 구상하라 (Design)

1단계: 공동체는 다음과 같은 행동으로 문제를 정의하거나 재구성할 수 있다.

문제를 찾아내는 활동이나 수단

2단계: 공동체는 다음을 통해 일상적 행위를 알아낸다

3단계: 공동체는 다음을 통해 긍정적 이탈 존재를 발견한다.

2단계의 일상적 행위를 구분하는 활동 또는 수단과 3단계에서 긍정적 이탈의 전략과 행동을 알아내는 방법

4단계: 긍정적 이탈 해결책을 확산시키기 위해 공동체가 계획하고 개발하는 행동

발견된 행동과 전략을 공동체 구성원이 실행에 옮길 수 있는 기회를 만드는 활동과 방법

공동체는 다음 사항을 바탕으로 긍정적 이탈 과정에 기반을 둔 계획의 효과를 판단하고 감독하며 평가한다.

과정이 발전해나가고 문제를 해결하는 데 효과가 있다면 다른 공동체와 집단들도 이를 듣고 더 배우기를 원할 수 있다. 이런 전파를 위한 조언은 다음과 같다.

관련 종사자에게 유용한 정의들

긍정적 이탈 개념
은 모든 공동체와 기구마다 일부 개인이나 집단이 다른 사람들과 동일한 문제나 장애물에 직면해 있을 때 비일상적인 행동이나 습관을 통해 문제를 더 잘 해결해나간다는 관찰에 근거를 둔 것이다.
긍정적 이탈 접근
은 공동체가 그동안 활용하지 않았던 자산이나 자원이 있다는 가정을 바탕으로 삼는다. 긍정적 이탈 과정에서는 공동체나 기구가 이같은 행동과 습관을 찾아내고 더 자세히 설명하도록 하며 결과를 판단하고 성공 전략을 다른 사람들과 나눈다. 긍정적 이탈 접근은 체계 안에 이미 존재하는 해결책을 찾아내 지속 가능한 행동과 사회적 변화를 가능케 한다.
긍정적 이탈 개인 또는 집단
은 가외의 자원 없이도 문제를 극복해내도록 한 특별하고 비일상적인 행동과 전략을 발휘한다. 하지만 해당 개인은 특정한 문제의 맥락에서만 긍정적 이탈로 정의된다.
긍정적 이탈 계획 또는 방법
은 정의, 확인, 발견, 기획 등 네 가지 기초 단계로 구성된다. 이는 과정의 진행에서 반복적인 지침이 된다.
긍정적 이탈 조사
는 공동체가 구성원들 가운데 명백히 성공적인 행동과 전략을 찾는 과정에서 한 단계를 지칭한다.
긍정적 이탈 과정
은 긍정적 이탈 계획의 4단계에 적용되는 숙련된 촉진과 경험적인 학습방법을 능숙하게 사용하는 전체 과정을 아우르는 말이다. 이는 공동체의 동기부여와 주인의식, 이미 존재하는 해법의 발견 그리고 공동체가 주도권을 잡으면서 새로 도출되는 해결책의 발견으로 이어진다.

https://positivedeviance.org/guides 에 있는 가이드가 좀 더 최신 버전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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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긍정적 이탈 (last edited 2024-08-25 00:25:07 by 정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