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nFriedman, The Best Place to Work: The Art and Science of Creating an Extraordinary Workplace

들어가며. 세계 최고의 기업은 왜 셰프를 채용하는가

이렇듯 기업이 직원들에게 아낌없이 투자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포춘>의 목록에 올라 있는 다수 기업들의 이유는 간단하다. 직원이 행복해야 회사의 수익도 올라가기 때문이다.

직원들이 업무에 열정을 보이고 시간과 노력을 투자할수록 기업이 성공한다는 사실은 다양한 지표로 측정 가능하다. 연구에 따르면 행복한 직원일수록 생산성과 창의성이 뛰어나고 고객 서비스 업무도 훌륭하다. 직장을 그만두거나 아프다고 결근할 가능성도 낮다. 뿐만 아니라 그들은 밖에서 브랜드 홍보대사를 자처해 회사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를 전파하고 팀에 뛰어난 인재들을 끌어들인다.

세계에서 돈을 가장 많이 버는 기업들의 핵심적인 입장은 이러하다. 직원의 행복에 대한 투자는 절대로 손실을 초래하지 않으며 회사가 최고의 자리를 지킬 수 있도록 해준다는 것.

흥미로운 연구 자료가 이러한 관점을 뒷받침한다. <포춘>과 함께 매년 최고의 기업 목록을 작성하는 ‘일하기 좋은 직장 연구소Great Place to Work Institute’가 실시한 연구는 눈이 휘둥그레지는 통계를 보여준다. <포춘>의 ‘가장 일하기 좋은 직장’에 드는 기업들은 주가 지수 측면에서도 두 배나 뛰어난 성과를 보인다는 것이다.

증거는 확실하다. 일하기 좋은 직장을 만들기 위한 투자는 엄청난 수익을 가져다준다. 과연 어떻게 가능할까?

하지만 다국적 기업처럼 예산이 없는 회사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 사내 웰니스 센터는커녕 대형 복사기 놓을 공간도 부족한 회사라면? 고급 레스토랑은커녕 복도 끝에 놓인 커피 자판기가 전부라면? 이런 회사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일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예상하지 못했던 무언가가 눈에 띄었다. 인간 행동 동기를 전공한 사회심리학자로서 생산성과 창의성, 업무 몰입도를 장려하는 요인에 관한 연구 논문을 수없이 읽어온 나였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것이 현장에서 실제로 적용되는 사례는 극히 드물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내가 살펴본 다수의 기업이 수많은 연구에서 밝혀진, 기업의 채용부터 리더의 동기부여 및 업무 공간의 배치와 디자인까지, ‘일하기 좋은 직장을 만드는 방법’을 알지 못했다.

지난 10년 동안 뇌 영상 촬영과 데이터 수집 방식, 행동과학 실험이 진일보하여 효율적인 업무 조건에 대한 놀라운 정보들이 쏟아져 나왔다. 창의성을 올려주는 업무 공간을 만들어주고, 동료끼리 친한 친구로 만들어주며, 어떤 직업이든 의미를 찾게 해주는 방법이 밝혀졌다. 또 생산성에 도움이 되도록 사무실을 꾸미는 방법, 잠깐의 산책이 현명한 의사결정을 도와준다는 비밀, 실패를 인정하면 오히려 성공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이 버젓이 증명되었다. 하지만 이러한 최신 연구 자료는 대학교 도서관 책장에 처박혀 먼지만 쌓여갔던 것이다.

한마디로 오늘날의 기업은 심리학자를 필요로 한다. 직원의 사고방식이 생산성을 전적으로 좌우하는 요즘 시대에 심리적 요인은 더 이상 배경이 아니다. 성공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다.

앞으로 여러 장에서 동기와 창의성, 행동경제, 신경과학, 경영 분야의 혁신적인 연구 결과를 소개하고 더 좋은 직장을 만드는 방법도 알아볼 것이다. 각 장마다 직장의 특정 측면을 주제로 다루고 직원과 회사의 성과를 개선해주는 확실한(종종 반직관적인) 방법을 제시할 것이다.

보너스에 기대지 않고도 직원들에게 동기를 부여하고, 면접시험에서 가장 적합한 지원자를 선택하며, 직원들로 하여금 회사에 자부심을 느끼게 해주는 방법들을 만날 수 있다. 좀 더 현명한 지출 전략과 직장 내 의견 차이를 누그러뜨리고 설득력을 키우는 방법도 소개한다.

개인이나 기업의 흥미로운 사례도 소개한다. 일하기 좋은 직장의 특징을 알 수 있는 독특한 관점이 제시될 것이다. 인질 협상 현장을 빌려와 FBI의 언어 기법이 리더에게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지도 알아본다. 사무실 큐비클 디자인을 발명한 사람을 소개하고 그가 제시한 현대적 사무 공간이 합리적인 이유도 설명할 것이다. 비디오 게임의 구조와 라스베이거스의 카지노 디자인, 관현악단의 오디션 방식이 기업에 암시하는 교훈도 알아본다.

1부. 최고의 경험을 디자인하는 공간: Designing an Extraordinary Workplace Experience

(이거 도대체 누가 번역한거지? '최고의 업무환경 경험을 설계하기'라고 하면 완전 다른 의미가 되는데...)

1. 최고들은 왜 실패를 장려하는가

129명의 여성에게 퇴짜 맞은 경험이 가져다준 놀라운 선물

어느 날 그는 계획을 하나 세웠다. 때는 7월이었다. 여름방학이 끝나고 대학교로 돌아가려면 정확히 30일이 남았다. 간단한 실험을 해보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 엘리스는 남은 한 달 동안 매일 식물원에 가기로 했다. 멀리서 곁눈질로 힐끔거리거나 어설프게 도망치는 일은 더 이상 하지 않기로 했다. 대신에 공원 벤치에 혼자 앉아 있는 여자가 있으면 무조건 자연스럽게 옆으로 가서 앉아 1분 안에 억지로라도 말을 걸기로 결심했다.

엘리스는 과연 무엇 때문에 이토록 자신을 몰아붙였을까? 당시 그는 확실히 알지 못했다. 하지만 나름의 이론은 있었다. 어떻게든 실패를 피하고 보려는 태도가 발전을 가로막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역설적이게도 거절당할까 두려운 마음이 그를 이도저도 못하게 만들었다. 두려움을 이겨내고 목표를 달성하려면 두려움과 정면으로 맞서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어떻게? 자신에게 실패를 허용하기로 한 것이다.

엘리스는 정말로 실패했다. 그것도 수없이 많이 실패했다.

접근한 여성들에게 대부분 퇴짜 맞았다는 사실은 엘리스에게 더 이상 중요하지 않았다. 워낙 많은 숫자의 여성들에게 접근한 덕분에 매달 그가 데이트를 즐기는 횟수는 대부분의 남자들보다 많았다. 뿐만 아니라 날이 갈수록 여성들과의 대화에 익숙해졌고 대화가 늘어날 때마다 접근 방법도 점점 세련되어졌다. 한마디로 그는 계속 발전하고 있었다.

이 이야기가 주는 교훈은 단지 이성 교제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실패를 받아들이면 위험을 무릅쓰기가 한결 수월해진다. 그뿐만이 아니다. 놀랍게도 실패는 성공으로 가는 단 하나의 확실한 방법일 때가 많다.

탁월한 인재는 남들보다 더 많이 실패한다

DeanKeithSimonton은 천재들, 창의성이 뛰어난 천재들을 연구한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창의성은 어디서 오는가? 어떻게 발달하는가? 어떻게 하면 창의성을 발휘하며 살아갈 수 있는가?’를 묻는다.

그 천재들은 어떤 점이 그토록 다를까? 사이먼튼에 따르면 창의성이 뛰어난 천재들은 평범한 사람들보다 ‘관심 영역이 훨씬 광범위’한 경향이 있다. 그들은 한 분야의 해결책을 찾기 위해 관련 없는 분야에 조금씩 발을 담그고 미술, 음악, 문학의 세계를 파헤친다. 게으름부리며 딴짓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알고 보면 ‘딴짓하기’야말로 예상치 못한 연결고리를 찾아내는 천재의 능력을 가속화한다.

사이먼튼의 연구에서 가장 흥미로운 사실은 창조적 천재들이 단순히 좀 더 창조적인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그들은 ‘더 많은’ 해결책을 제시한다.

중요한 것은 그들이 만든 작품이 전부 다 명작은 아니었다는 사실이다. 그들이 완성한 작품 중에서 오늘날까지 기억되는 것은 지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창조적 천재들은 정기적으로 명작을 만들어내지 않는다. 그러나 그들이 ‘양적인’ 면에서 월등한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면 ‘질적인’ 차이 역시 불가능할 것이다.

사이먼튼의 연구가 말해주는 흥미로운 사실은 이렇다. 창조적 천재들은 더 많은 해결책을 만들어내려고 시도하지만 명중하지 못할 때도 종종 있다는 것.

대니얼 코일DanielCoyle이 《탤런트 코드The Talent Code》에서 말했듯이 성공한 운동선수들은 그냥 실패하지 않는다. 그들은 연습 때 일부러 실패하려고 노력한다.

코일은 연습에 노력을 쏟지 않을 때 학습이 멈춘다고 주장한다. 학습은 현재 자신의 능력치와 손이 닿지 않는 기술 사이에 놓인 벼랑을 건너 성장이 이루어짐으로써 가능하다. 훌륭한 선수들은 매일 똑같은 수준으로 현재 위치에 도달하려 하지 않는다. 실패 위험을 무릅쓰고 피드백을 활용하면서 새로운 기술을 완전히 익히려 한다.

실패를 통해 성장하려는 의지는 단지 개인에게 국한된 방식이 아니다. 놀라울 정도로 많은 기업이 이렇게 하고 있다. 구글을 예로 들어보자. 잘 알다시피 구글은 검색 엔진과 지메일, 구글 맵스를 비롯해 시장의 판도를 바꿔놓은 혁신적인 제품들을 선보였다.

실패를 성공의 비결로 삼은 스팽스

일부 교육자들은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학생들의 장기 성장을 저해한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시작했다. 그중에서도 에드워드 버거Edward Burger는 생각을 실천으로 옮기고 있다. 윌리엄스 대학교 수학 교수인 그는 10년 이상 자신의 수업에서 실패하는 학생들에게 상을 주고 있다.

그는 2012년에 온라인 신문 <인사이드 하이어 에드Inside Higher Ed>에 실린 사설에서 이렇게 말했다. “단지 실패의 중요성이나 장점을 내세우는 것은 아닙니다. 나는 학생들에게 A를 받고 싶으면 학기 내내 꾸준히 실패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실패의 특징’이 점수의 5퍼센트를 좌우하기 때문이지요.”

그는 이 방식이 학생들로 하여금 위험을 무릅쓰도록 격려해준다고 믿는다. 학교가 시험에 얽매여 있는 현실이 가져오는,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뒤집는 것이 그의 목표다. 시험은 처음에 학습을 촉진시키기 위한 피드백으로 도입되었지만 오히려 반대 효과를 일으켰다. 결과를 ‘A 아니면 B’, ‘통과 아니면 낙제’, ‘좋은 것 아니면 나쁜 것’으로만 나눈다면 실패가 주는 가르침을 제대로 알아볼 수가 없다.

버거 교수는 학기가 끝날 때마다 학생들에게 어떤 실수를 했는지 돌아보는 에세이를 쓰게 한다. 처음에 생각한 방법이 어째서 효과적일 것이라고 생각했는지, 그리고 실수를 통해 어떻게 문제를 새롭게 이해할 수 있게 되었는지 등을 말이다. 실수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실수에서 다음 시도를 개선해주는 통찰을 얻는 것이 중요하다.

창의성에 불 지피기

우리는 무슨 일을 하건 접근 혹은 회피의 사고방식에 진입한다. 헬스장 나가기처럼 비교적 이해득실이 적은 행동을 예로 들어보자. 어떤 사람들은 좀 더 멋진 몸매를 얻거나 혹은 이성에게 잘 보이기 위해 운동을 하고(긍정적 결과에 접근하기 위해) 또 어떤 사람들은 살이 찌지 않거나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려고(부정적인 결과를 회피하기 위해) 운동을 할 것이다. 어떤 경우든 우리가 하는 행동은 정확히 똑같다. 하지만 심리적 틀의 차이는 경험에 큰 영향을 끼친다. 러닝머신에 올라섰을 때의 기분부터 다음날 다시 헬스장을 찾을 가능성까지 모든 것에 영향을 준다.

동기적 사고방식은 창조적 행위에 특히 필수적이다. 연구에 따르면 이익의 가능성이 동기를 부여할 때는 인지 유형에 융통성이 생겨서 사고방식을 쉽게 바꿀 수 있다. 시야가 넓어져 나무가 아닌 숲을 보게 되어 넓은 가능성을 가늠할 수 있다. 요컨대 접근 동기가 작용할 때 우리는 창의성에 도움이 되는 사고방식을 본능적으로 활용한다.

그러나 회피 동기가 작용하면 전혀 다른 상황이 펼쳐진다. 부정적인 결과를 피하는 데 초점이 향하는 순간, 주의가 좁아지고 생각의 융통성도 줄어든다. 큰 그림을 보기가 어려워지고 해결책을 찾는 데 필요한 탐구적 사고방식을 거부한다. 따라서 새로운 통찰이 발견될 가능성이 줄어든다.

스탠포드 대학교의 신경학 교수 로버트 사폴스키Robert Sapolsky는 진화 과정에서 인간의 생물학적 반응이 위험한 상황에 따라 만들어졌다고 말한다. 우리 몸은 위험이 감지되면 스위치를 켜서 심혈관계를 과잉 상태로 만든다. 그런데 문제는 스위치가 단 하나뿐이라는 것이다. 절대로 실수하지 말아야 하는 상황에서 나타나는 투쟁 또는 회피 반응은 먼 옛날 사자에 쫓길 때 살기 위해 도망치도록 만들었던 것과 똑같다.

이는 흥미로운 결론으로 이어진다. 실패를 피하려는 것이 우선적인 초점이 되면 일이 큰 압박으로 다가올 뿐만 아니라 수행하기도 어려워진다. 그런 긴장 상태는 장기적으로 큰 타격을 가져오므로 혁신을 저해하고 과로를 초래한다.

역설적이게도 실수를 용납하면 성과의 질이 올라갈 수 있다. 창의성을 필요로 하지 않는 일이라도 마찬가지다. 바로 다음에 살펴보겠지만 생사를 좌우하는 차이가 생길 수도 있다.

효율적인 팀이 더 많이 실수하는 이유

1990년대 중반, 에이미 에드먼슨AmyEdmondson은 답이 명백하게 보이는 질문에 관한 자료를 분석하다가 특이한 점을 발견했다.

하버드 대학원에 재학 중이던 그녀는 조직 행동 분석에 관한 졸업 논문을 쓰기 위해 병원의 팀 역학에 대해 알아보고 있었다. 그녀의 연구에서 핵심적인 질문은 ‘동료 관계가 좋은 간호사일수록 실수를 적게 하는가?’였다.

그런데 이럴 수가! 그게 아니었다. 오히려 정반대의 경향이 나타났다. 경영자 및 동료들과 관계가 좋은 간호사일수록 실수가 더 많았다.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

처음에 그녀는 어리둥절했다. 하지만 서서히 답이 드러났다. 친밀한 그룹 안에 놓인 간호사들은 실수를 더 많이 한 것이 아니라 실수를 더 많이 드러내고 보고했다.

팀이 실수를 인정하기 두려워하면 위험한 문제가 된다. 이런 증상은 곧바로 눈에 띄지 않기에 더욱 그렇다. 겉보기에는 제대로 돌아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마비 상태가 된 듯 결함을 인정하지 못한다. 반대로 실수를 자유롭게 인정하는 팀은 서로의 실수를 통해 더 많은 가르침을 얻는다. 또한 업무 절차를 수정하여 앞으로 똑같은 실수가 반복되지 않도록 조치를 취할 수도 있다. 따라서 직원들이 실수를 인정하도록 하는 일은 장기적으로 성과 개선의 필수적인 첫 단계가 된다.

그렇다면 기업은 어떻게 해야 할까? 직원들에게 일을 망쳐도 괜찮다고 말해줘야 할까? 실수를 장려하고 실패를 보상해줘야 할까? 놀라울 정도로 많은 유명 기업이 이 도발적인 질문에 ‘그렇다’라고 대답한다.

세계 최고의 회사가 직원들의 실패를 보상해주는 이유

가장 큰 성과를 달성하는 사람의 실패 이력서가 놀라울 정도로 길 것이라는 사실은 어느 정도 확실하다. 생각해보면 무척 새롭게 다가오는 사실이다. 최고 자리에 오른 사람이 실패를 거듭하며 살았으리라고는 선뜻 생각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사람들의 정확한 특징이기도 하다. 애초에 실패가 그들의 성공을 가능하게 해준 것이다.

이 사실은 기업에 강렬한 의미를 시사한다. 기업이 절대로 실패를 용납하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보내면 눈에 보이지 않는 비용이 발생한다. 직원들의 생각을 제한하는 심리적 반응을 유도하고 거짓에 상을 주고 감추기를 장려하며 더 많은 실수가 확산되도록 기름을 붓는다. 이는 배움과 혁신이 일어나는 기본 원리를 무시하는 방법이다.

사람들은 개선이 간단한 일이라고 믿고 싶어 한다. 성공과 실패가 일의 가치를 말해주는 분명한 가치라고 말이다. 그러나 탁월함에 이르는 길은 분명하고 명확한 경우가 드물다.

탁월한 성과를 올리는 사람들의 경험에서 공통적으로 이끌어낼 수 있는 교훈은 이것이다. 실패를 환영하는 것이야말로 실패를 최소한으로 줄이는 가장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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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TION PLAN ➊ 실패를 통해 리더가 배워야 할 것들

결과뿐만 아니라 시도도 보상하라
구성원에게서 창의성을 끌어내고 싶은가? 그렇다면 새로운 접근법을 시도하고 때로는 위험을 무릅쓰도록 보상해주는 방법으로 격려해보자. 오로지 성공적인 결과만 인정해주면 구성원들은 보수적이거나 과거에 효과적이었던 방법만 고수하려고 한다. 위험 감수를 장려하는 유일한 방법은 그런 시도를 보상하여 장려하려는 행동을 강화하는 것이다.
실패에서 기회를 캐내라
새로운 시도가 완전히 실패하면 얼른 털어버리고 다음 일에 파묻히고 싶은 것이 자연스러운 반응이다. 하지만 탁월한 성과를 올리는 사람들은 특히 나중에 개선될 수 있는 부분에 집중하면 실패를 개선할 강력한 단서를 찾을 수 있음을 잘 안다. 하지만 일을 평가할 때 누가 실수했는지에 집중하여 마녀사냥으로 변질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다음에 더 잘하도록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처럼 미래지향적인 질문을 던지는 것이 좋다.
오래 그리고 멀리 보라
실패를 좋아하는 사람은 없다. 업무 차질을 견디는 것도 리더에게는 위기가 된다. 그러나 성공한 기업들은 똑똑한 실수를 용납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큰 수익을 가져다주는 투자임을 잘 알고 있다. 구글처럼 생각하라. 웨인 그레츠키나 스티브 잡스처럼 생각하라. 오늘의 성과만 중요한 것이 아니다. 5년 후의 성과를 생각해야 한다.

ACTION PLAN ➋ 실패를 통해 차기 리더가 배워야 할 것들

“오늘은 무엇을 실패했는가?”라고 물어라
성취도가 높은 사람은 실패를 개인적인 결함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성장이 멀지 않다는 신호로 받아들인다. 모든 업무 처리가 쉽게 느껴진다면 자신을 전혀 몰아붙이지 않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자기계발은 협상과도 같다. 상대방이 곧바로 승낙한다면 당신이 제안하는 목표가 너무 낮다는 뜻이다.
J 곡선을 기억하라
사람들은 성장 과정이 직선이라고 생각한다. 점점 위쪽으로 올라가 쭉 개선으로 이어진다고 말이다. 마음의 위안을 주는 모델임은 틀림없다. 그러나 창조적 시도는 복잡하고 비현실적이기도 하다. 창의성과 진전의 관계는 말끔하지가 않아서 직선이 아니라 실제로 J 모양에 가까울 때가 많다. 시작 부분에서 아래로 많이 내려가는데 이는 초기에 발생하는 도전과 실패를 뜻한다. 초기에 고군분투하기 마련이라는 사실을 알면 나중을 생각하며 좀 더 오래 버틸 수 있다.
실패가 용납되지 않는다고? 이제는 실패를 용납해야 할 때다
지식 경제에서 새로운 기술을 습득하지 않는 사람은 서서히 퇴물이 된다. 어떤 조직은 구성원들에게 아무런 변화 없이 똑같은 행동만 반복시킨다. 당신의 이익을 위해서도 좋지 않은 일이다. 실험이야말로 발전을 거듭하여 시대에 뒤떨어지지 않고 가치를 계속 증명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2. 창의성을 북돋는 공간 디자인의 힘

우리는 왜 이렇듯 사소해 보이는 여러 환경적 요소에 영향을 받을까? 주변 환경에 자동으로 적응하는 것이 실제 매우 유리하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뇌의 정속 주행 장치cruise control라고 생각하면 된다. 붉은색 신호를 볼 때면 또는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방에 들어갈 때면 잠시 멈춰서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생각해볼 필요가 없다. 뇌가 환경을 읽고 생각을 거기에 맞추므로 다른 일에 필요한 에너지를 아낄 수 있다.

결론적으로 인간의 뇌는 주변과 단절되어 움직이는 게 아니다. 끊임없이 주변을 훑어 단서를 뒤지고 그 정보를 이용해 이상적인 접근법을 선택한다. 즉 어떤 장소에 있는지가 생각에 영향을 미친다.

오피스 디자인의 짧은 역사

프롭스트는 현대의 일터를 절실히 점검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방해를 최소화하고 프라이버시를 제공하며 직원들이 작업 방식을 어느 정도 스스로 통제하도록 해주는 공간이 필요했다.

그가 내놓은 해결책은 무엇이었을까? 바로 액션 오피스Action Office였다.

책상 두 개와 작은 테이블 하나가 포함된 작업대 상판, 이 둘 중에서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이 액션 오피스의 특징 가운데 하나였다. 덕분에 직원들은 그 위에 과제물을 펼쳐놓거나 근무 시간 동안 다리를 펼 수 있었다. 인체공학적 의자와 스탠드형 책상, 이동 가능한 세트로 프라이버시를 추구하고 진행 중인 업무를 진열할 수 있는 공간도 생겼다. 또한 이 모델의 가구 조합은 맞춤이 가능했으므로 직원이 자신에게 가장 잘 맞는 구성을 찾아 믹스하거나 매치할 수 있었다.

원시인에게 배우는 공간 배치의 원리

공간을 이용한 스토리텔링

왜 집에서 일하면 더 생산적일까

동굴과 캠프파이어

3. 놀이하듯 돈을 벌어야 하는 이유

무의식적으로 최선의 결정에 이를 때

문제를 쉽게 해결해주는 놀이의 힘

운동하면 똑똑해지는 이유

창의성 자극하기

생산성을 올려주는 커피보다 강력한 것

퇴근 후에는 휴대폰을 꺼라

잠깐 멈춤의 효과

4. 카지노에서 배우는 행복한 일터의 비결

카지노에서 배워야 할 경영 전략

직장에서 행복을 찾기 힘든 이유

행복도 그늘이 있다

5. 함께 일하는 사람들과 관계의 숲을 일궈라

클리프턴은 세상을 떠나기 전에 필생의 연구가 축적되어 있는 설문 기법을 개발했다. 오늘날 갤럽이 제공하는 대표 서비스 가운데 하나인 ‘Q12’다. 클리프턴의 기법은 그가 직원의 업무 몰입도를 가장 잘 나타내주는 지표라고 믿은 12개의 설문 항목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중에서도 특별히 관심을 끄는 질문이 하나 있는데 긍정적이지 못한 관심이 쏠리기도 했다. 실제로 갤럽의 연구원들이 말하길, 몇몇 임원들이 애초에 그 질문이 포함되는 이유 자체를 이해하지 못해서 Q12의 사용 자체를 꺼렸다고 한다.

논란의 쟁점이 된 그 질문은 이것이다. “직장에 친한 친구가 있습니까?”

클리프턴은 직장에서의 우정 관계를 측정해야 할 타당한 이유가 있다고 주장했다. 생산성의 가장 강력한 지표이기 때문이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직장에 친한 친구가 있는 사람일수록 업무에 더욱 집중하고 열정적이며 충성심이 강하다. 아프거나 사고를 당하는 경우도 적으며 이직률도 낮다. 심지어 고객 만족도도 더 높다.

연구자들이 궁금한 것은 이러했다. 기존의 친구 사이가 도움이 되는 활동은 무엇이고 방해되는 활동은 무엇인가? 그들은 답을 찾기 위해 모든 그룹에 두 가지 과제를 냈다. 첫 번째는 협동적 사고가 개입된 의사 결정 과제였고, 두 번째는 반복적 육체노동으로 이루어진 모델 구축 과제였다.

결과에는 분명한 차이가 나타났다. 친구들로 이루어진 그룹이 그냥 아는 사이로 이루어진 그룹보다 두 과제에서 모두 더 높은 성과를 보였다. 이유는 무엇일까? 친구들로 이루어진 그룹은 시작부터 몰입했고 도중에 효과적인 의사소통을 보여주었으며 모든 단계마다 팀원들끼리 격려해주었다. 또한 그들은 아이디어를 비판적으로 평가하면서 방향이 엇나가면 서로 피드백을 주고받았다.

반면 그냥 아는 사이인 그룹의 접근법은 달랐다. 그들은 혼자 작업하기를 선호했고 반드시 필요할 때만 서로 개입했다. 또한 도움 요청하기를 불편해했으며 동료가 실수를 해도 언급하려고 하지 않았다. 이처럼 소통의 부재로 인해 한 팀으로서 서로의 강점을 활용하지 못하고 뒤처졌다. 즉 그들은 ‘사일로silo’(곡식을 저장해두는 원통형의 독립된 창고로 기업에서 직원들이 서로 담을 쌓고 자기 일만 하는 모습을 가리킨다—옮긴이) 방식으로 일했다.

연구자들은 직장에서의 우정 관계가 생산성을 높여주는 까닭이 친구끼리 일하기가 더 쉽기 때문만은 아니라고 말한다. 잃을 것이 더 많아서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동료와의 유대 관계가 더 열심히 일하도록 동기를 부여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동료들끼리 친할 경우 열심히 일하지 않으면 단순히 고객이나 경영자의 불만족을 사는 데서 그치지 않고 친구를 실망시키는 셈이 된다. 이처럼 사회적 압박감은 상사의 그 어떤 말보다도 일을 잘하도록 만드는 강력한 동기부여의 원천이 된다.

직장 친구가 회사에 이익이 되는 이유는 또 있다. 직장 내 인간관계가 좋은 직원일수록 회사에 더 오랫동안 남는다. 요즘 회사에 대한 충성도는 구식 개념이 되어버려서 경력과 관련한 결정을 좌지우지하는 일이 드물다. 그러나 동료와 친한 사이라면 회사를 쉽게 떠날 수 없어진다. 직장인들이 다른 회사의 더 높은 연봉이나 직위 제안을 거절하는 이유는 동료에 대한 의리 때문인 경우가 많다.

직장에 우정이 없다면 어떻게 될까? 심리학자들은 이것을 ‘프로세스 손실process loss’이라고 부른다. 까다로운 동료와 일해본 사람이라면 경험한 적이 있을 것이다. 기술적 정의로는 ‘대인관계의 어려움 때문에 발생한 에너지 낭비와 생산성 손실’이라는 뜻이다. 어떤 상황을 말하는지 금방 알아차릴 것이다. 그리 심하지 않은 사례로는 가끔씩 발생하는 잘못된 의사소통이 있다. 심한 경우로는 미해결 긴장, 협동 실패, 결국 터지고 마는 극단적 영역 싸움이 있다. 대인관계에서 발생하는 극적 상황에 정신이 팔리면 업무 성과가 저하될 수밖에 없다.

기업이 직원들의 대인관계 상태를 살펴야 한다는 클리프턴의 주장은 정곡을 찌른 것이었다. 직장 내 친구 관계는 직원들의 업무 몰입도를 높여주지만 부재 시 기업에 손해를 끼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외로우면 멍청해진다

임원들이 사내 친구 관계의 중요성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기 어려워하는 이유는 직장 친구라는 개념이 마치 일은 하지 않고 노는 것처럼 비춰지기 때문이다. 친한 동료 사이는 뒷말이나 편애, 업무 방해의 근원지로 인식된다.

연구에 따르면 외로움은 우리 몸에 심각한 손상을 가져온다. 외로운 사람일수록 면역계가 약하고 동맥 경화 증상이 심하며 고혈압이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 또한 스트레스가 더 심하고 휴식을 취하지 못하며 보상 가능성에서 느끼는 기쁨도 적다. 숙면을 취하지 못하므로 정신적으로도 피폐해진다. 외로움이 오랫동안 이어지면 인지 능력이 저하되어 기억과 학습 장애가 나타날 수 있다. 나아가 만성적 외로움은 그냥 내버려두면 생명을 위협할 수도 있다.

2011년 캘리포니아 대학교와 펜실베이니아대 와튼 경영대학원의 교수들은 수백 명의 직장인을 대상으로 6주간 두 차례에 걸쳐 인터뷰를 실시했다. 외로움을 느낀 직원일수록 개별 업무 수행, 타인과의 효율적 의사소통, 집단에 대한 기여라는 세 가지 측면에서 약한 성과를 보였다. 직원들은 외로움을 느낄 때 동료들과 더욱 단절된다. 업무 집중도가 떨어지고 성공 욕구도 곤두박질친다. 외로움을 감추려고 정신 에너지를 낭비하므로 업무 처리에 필요한 정신 에너지가 줄어든다.

한마디로 업무 능력이 저하된다.

결국 정면으로 마주하기 꺼려지는 문제가 나온다. 친구 관계가 업무 성과 개선에 필수적이라고 해도 기업이 과연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결국 우정이라는 것은 자의적인 것이고 직원들에게 서로 친구가 되라고 강요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과연 이것이 가능할까?

친구 만들기의 과학

기업은 직원들의 친구 관계에 생각보다 많은 영향을 끼칠 수 있다. 기업이 동료 간의 유대 관계를 개선하는 방법을 알려면 우선 성공적인 친구 관계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요소를 살펴봐야 한다.

과연 무엇이 누군가를 좋아하게 만드는가? 연구에 따르면 세 가지 기본 요소가 있는데 모두 놀라울 정도로 간단하다.

우정의 첫 번째 요소가 드러난다. 바로 ‘물리적 근접성’이다. 물리적 근접성은 당연히 우정에 꼭 필요한 조건이다. 그런데 여기에는 심오한 의미가 함축되어 있다. 지금 당신이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들, 가까이 살거나 공부하거나 일하면서 가까워진 친구들의 숫자를 떠올려보라. 자리 배치가 조금이라도 달랐다면 그중에서 얼마나 많은 관계가 성립될 수 있었을까?

직장에서도 다른 부서가 아니라 가까이에서 일하는 동료와 친해질 가능성이 훨씬 높다. 당신과 절친한 친구가 될 수 있는 누군가가 지금 한 회사에 근무하고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서로 마주칠 기회가 제한되어 있다면 평생 그 사실을 모르고 넘어갈 수도 있다.

우정의 두 번째 필수 조건은 ‘익숙함’이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상대방에 대해 잘 알수록 좋아하게 되는 경향이 있는데 그 효과는 무의식적으로 나타날 때가 많다.

우정의 세 번째이자 가장 강력한 요소는 ‘유사성’이다. 우리는 대학 전공이나 좋아하는 TV 프로그램이 같거나 심지어 생일이 똑같거나 등 공통점이 많을수록 상대방을 좋아하는 경향이 있다. 작가 클라이브 루이스Clive Staples Lewis는 이렇게 말한다. “우정은 상대방에게 ‘정말요? 당신도? 나만 그런 줄 알았는데’라고 말하는 순간 탄생한다.”

이처럼 모든 우정은 근접성과 익숙함, 유사성을 토대로 하는데 심리학자들은 세 가지가 전부 있는데도 우정이 발생하지 않을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또 다른 뭔가가 빠졌기 때문이다. 사람과의 관계에서 기폭제가 되어주는 중요한 요소다.

그것은 바로 '비밀'이다.

우리는 어떻게 절친이 되는가

다음 중에서 참가자들을 더 친하게 만들어준 질문들을 골라내보자.

목록 A에 포함된 질문

목록 B에 포함된 질문

애런이 ‘잡담’의 조건이라고 표현한 목록 A의 질문은 개인적인 노출을 최소한으로 해주는 사실적 정보의 교환을 목적으로 한다. 반면 참여자의 절반이 받은 목록 B의 질문은 서로 마음을 열고 정서적으로 민감한 정보를 공유하도록 장려하는 목적으로 고안되었다.

애런은 두 사람이 유대감을 느끼려면 사실 교환만으로 충분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서로 개인적인 정보를 드러낼 필요가 있었다. 어떤 사람이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는데 상대방은 듣기만 할 뿐 자신을 전혀 드러내지 않는다면 당연히 그는 자신이 노출된 기분을 느낄 것이다.

두 사람 모두 자신을 드러내야 친밀함이 생긴다. 애런은 친한 친구 사이에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자기 노출이 확대된다는 견해도 연구에 포함시켰다. 처음에는 자기 노출이 인위적으로 느껴진다. 하지만 상대방과 가까워질수록 개인적이고 세세한 정보를 드러내도 불편하지 않으며 상대방 또한 그렇게 해주기를 바라게 된다. 이 과정은 중요하다. 자기 노출이 진전되지 않으면 두 사람의 관계는 교착 상태에 빠진다.

애런은 이 과정을 재현하고자 자기 노출의 강도가 서서히 올라가도록 3라운드의 질문을 제공했다. 앞에서 소개한 질문들은 두 사람이 15분 동안 대화를 나눈 1라운드에 포함된 것이다. 애런은 3라운드에 이르러 참가자들에게 다음과 같은 질문 목록을 제공했다.

만약 애런이 처음부터 이런 질문들을 내놓았다면 자리를 박차고 나가는 사람도 있었으리라. 하지만 이전의 자기 노출을 통해 상대방과 유대감이 형성된 덕분에 참가자들은 평소라면 불가능했을 주제에 대해 이야기하려는 의지를 보였다.

연구의 말미에 이르렀을 때, 서로 돌아가며 자신을 드러낸 참가자들은 똑같은 시간 동안 그저 잡담만 나눈 참가자들보다 서로 많이 가까워졌다고 느낀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또한 그들은 다음 연구에도 상대방과 함께 참여하고 싶다는 의사를 보이기도 했다. 몇몇은 실제로 오랜 친구가 되었다.

어떤 면에서 애런의 실험은 친밀함이 형성되는 과정을 재현했다. 그는 참가자들이 서로 자신에 관한 정보를 공유하고 자기 노출의 강도를 조금씩 높여가도록 함으로써 일반적으로 몇 년씩 걸리는 일을 단 한 시간 만에 가능하게 해주는 방법을 알아낸 것이다. 전혀 모르는 두 사람을 친한 친구로 만들려면 올바른 주제에 대한 몇 가지 질문만으로 충분했다.

일터에서 나를 드러낸다는 것

결과적으로 직장 친구 관계는 뚜렷한 패턴을 따르는 경향이 있고, 그 패턴에는 세 가지 주요한 특징이 나타났다.

첫 번째는 아는 사이에서 친구로의 변화다. 사이어스와 케이힐은 이 변화가 일어나려면 약 1년 동안 가까운 공간에서 근무하고 가끔씩 팀 프로젝트를 통해 협업하면 된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단순한 동료에서 친구 사이로 발전했는지를 어떻게 알 수 있을까? 모순적이지만 업무와 관련 없는 주제에 대해 이야기하는 시간으로 알 수 있다. 일과 관련 없는 주제로 대화를 많이 나눌수록 가까워진다.

직장 내 영향력을 높이고 싶은 사람이라면 주목해야 할 사실이 있다. 동료들과 일 이야기만 하면 유능하다는 평판을 얻겠지만 친구를 많이 사귀지는 못할 것이라는 점이다.

사이어스와 케이힐은 직장 친구 사이에서 나타나는 두 번째 및 세 번째 변화를 살펴보고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그냥 친구에서 친한 친구로, 친한 친구에서 가장 친한 친구가 되는 변화다. 아는 사이에서 친구로 첫 번째 변화를 일으킨 근접성과 공통점은 강력한 유대 관계를 맺어주기에는 충분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과연 무엇이었을까? 바로 사생활과 직장 생활의 문제점을 서로 나누는 것이었다.

알다시피 애런의 연구에서 자기 노출은 상호 간의 친밀함을 형성하는 중요한 요소였다. 사이어스와 케이힐 또한 자기 노출이 장기적인 직장 친구 관계의 핵심이라는 사실을 발견한 것이다.

물론 당혹스러울 수 있는 개인 정보를 나서서 드러내는 것은 도박과 다를 바 없다. 상대방도 자신을 드러낸다면 좋은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즉 두 사람의 관계가 좀 더 돈독해질 수 있다. 하지만 상대방이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심지어 당신을 비판하기까지 한다면 결국 당신은 치부를 들킨 듯한 기분만 들 것이다. 무척 고통스러운 경험이다.

모순적으로 느껴지지만 친밀한 관계는 서로 위험을 무릅써야만 가능할 때가 많다. 자신의 연약한 부분을 드러낼 때 새로운 친구를 사귈 수 있다.

파티 플래너에게 배워야 할 경영자의 덕목

우정을 쌓는 방법은 널리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 직장에서의 좋은 관계를 장려하는 데 적극적으로 활용되지는 못하고 있다.

새로운 직원이 입사한다고 생각해보자. 새로운 팀원의 합류가 팀의 유대 관계에 도움이 될지 또는 해가 될지 생각해보는 기업은 드물다.

현명한 온보딩은 회사는 물론 직원들의 니즈를 반영한다. 자신의 능력을 보여주고 싶고 동료들과도 친해질 계기도 마련하고 싶은 신입사원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두 가지를 고려한다.

제대로 된 온보딩의 열쇠는 신입사원이 머릿속으로 생각을 정리하면서 상황을 파악하고 동료들과의 시간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도록 온보딩 과정을 여유 있게 실시하는 것이다. 온보딩은 꼭 출근 첫날에 시작될 필요가 없다. 지원자가 입사 제안을 받아들이는 순간, 즉 회사에 대한 열정이 가장 뜨거울 때 시작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인사과 대신 팀원 한두 명이 이메일을 통해 지원자에게 합격 소식을 알리면서 커피 한 잔을 제안한다. 과거의 프로젝트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면서 새로운 동료로 하여금 역할의 중요성을 깨닫게 한다. 이처럼 앞서 여러 사정을 파악하고 난 뒤라면 출근 첫날부터 능숙함을 느낄 수 있고 팀원들에게도 고마워하게 된다.

동료들의 교감을 도와주는 방법이 또 있다. 신입사원을 소개할 때 경력 이외의 부분까지 드러내는 것이다. 그의 취미나 좋아하는 TV 프로그램, 독특한 재능 등을 이야기하면서 동료들에게 소개시킨다. 유사성은 우정을 싹트게 한다는 사실을 기억하라. 자신에게는 사소한 일처럼 보여도 동료들과 친분을 쌓는 토대가 되어줄 수 있다.

새로운 직원이 들어왔을 때 소개 절차를 최대한 빨리 해치우려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이 과정을 며칠 또는 몇 주 동안으로 분산시켜야 한다. 처음에는 비효율적으로 느껴져도 신입사원이 동료들과 친해질 기회를 만들어주기 위해 중요하다.

신입사원에게 입사 후 처음으로 맡기는 업무도 신중하게 생각해봐야 한다. 첫 업무가 무엇인지에 따라 업무 파악 이상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동료들과의 관계를 돈독하게 만들어줄 수도 있다는 뜻이다. 그리 어렵지 않은 협업 과제를 연이어 맡기면 신입사원이 고립감을 느끼지 않고 처음부터 성공을 맛볼 수 있다. 공동의 성취감은 팀의 자부심을 높여주는 한편 유대 관계도 강화해준다.

온보딩의 연장과 맞춤화가 복잡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실제로도 그렇다. 그래야만 한다. 지속적인 관계를 쌓으려면 시간이 걸린다. 파티에서 손님의 소개 과정이 어떤지에 따라 손님이 늦게까지 즐겁게 머물 수도, 핑계거리를 찾아 일찍 가버릴 수도 있다. 직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출근 첫날 어떤 기분을 느끼는지가 앞으로 모든 것을 좌우한다.

지속적인 인간관계의 열쇠

앞에서 살펴보았듯이 수십 년의 연구 결과 우정의 공식이 매우 간단하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근접성, 익숙함, 유사성, 자기노출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이 요소들이 직장에서 자연스럽게 장려되고 어우러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공동 활동은 직장인들의 관계를 돈독하게 해주는 효과가 뛰어나다. 만날 기회가 드문 직원들 사이에 근접성을 만들고 익숙함을 올려주며 관심사의 유사성을 강조해주고 편안한 비업무 환경에서 자신을 드러내게 해준다.

또한 공동 활동을 할 때는 똑같은 과제로 관심이 쏠리므로 부담 없는 대화가 가능해진다.

칵테일파티는 이미 아는 사람들 속으로 고립시켜 부담스러운 대화 속에 묶어두므로 친밀한 유대감이 형성될 가능성이 드물다. 대화밖에 할 것이 없기 때문이다. 반면 관심이 대화에서 활동으로 옮겨가는 것만으로 남의 시선을 덜 의식하게 되고 유대감 형성이 더 쉬워진다. 특히 내성적인 사람들은 더욱 그렇다. 그들은 동료와 얼굴을 마주하는 것보다 함께 움직이면서 친해지는 것을 더 편하게 받아들인다.

공동 활동에 춤이나 달리기처럼 신체 활동 요소가 포함되면 생리적 자극이 일어난다. 연구에 따르면 아드레날린의 증가를 함께 경험하면 상대방에 대한 호감도가 올라가고 심지어 매력을 느끼기까지 한다. 직원들이 소프트볼이나 배구, 낚시 같은 신체 활동을 함께할 기회가 많아질수록 친해진다.

모순적이지만 직장 동료와의 관계를 돈독하게 만드는 가장 큰 비결은 사무실 밖에서 뭔가를 함께하는 것이다.

그들이 아닌 우리

무자퍼 셰리프MuzaferSherif가 1954년에 실시한 고전적인 사회심리학 연구.

알고 보니 셰리프는 그동안 방향을 완전히 잘못 잡고 접근한 것이었다. 공동의 즐거움으로 아이들의 우정을 장려할 것이 아니라 공동의 어려움을 안겨줘야 했다. 셰리프는 오직 협동을 통해서만 해결될 수 있는 힘든 도전을 제시하는 것이 열쇠임을 깨달았다.

셰리프는 두 그룹이 힘을 합치도록 위기를 조작했다.

숨 막히게 더운 여름날 오후, 소년들이 밖에서 놀고 있을 때 셰리프는 캠프장의 물 공급을 중단시켰다. 두 개의 커다란 돌로 밸브 접근을 막아 물탱크가 꺼지도록 한 것이었다. 소년들은 수도꼭지가 작동하지 않자 곧바로 경계 태세를 갖추었다. 덥고 힘든 하루를 보내는 동안 각자의 물병도 바닥났다. 물은 어디에도 없었다.

지도교사들은 이따금씩 캠프장에 돌을 던져놓는 기물 파손족의 소행이라고 설명했다. 보통 때 같으면 물탱크 밸브를 쉽게 올릴 수 있었다. 하지만 돌이 막고 있어서 밸브 접근이 불가능해졌다. 소년들은 물을 사용하려면 돌을 치워 밸브를 올릴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내야만 했다.

소년들은 곧바로 작업에 착수했다. 그들은 자신들도 모르는 사이 함께 방법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같이 이야기를 나눴고 아이디어를 주고받았으며 실행도 도왔다. 그들의 시도가 전적으로 성공한 것은 아니었지만 (결국 지도교사들이 나서야 했다) 그것은 중요하지 않았다. 협동이 그들을 바꿔놓았다. 마침내 물이 다시 나오자 독수리와 방울뱀 모두 환호했다.

셰리프는 물탱크 사건 이후 두 그룹의 관계가 누그러졌음을 알아차렸다. 그래서 상위 목표를 필수적으로 만드는 또 다른 위기를 계획했다. 몇 주 후 캠프가 끝날 때쯤 두 그룹 사이에는 적대감의 신호가 하나도 없었다. 오히려 정반대였다. 각자 집으로 돌아가기 전에 ‘방울뱀’이 ‘독수리’에게 초콜릿 음료수를 사주기까지 했다.

셰리프의 실험이 말해주듯이 상위 목표는 갈등 완화의 강력한 도구가 된다. 또한 동료 간에 의견 차이가 발생하기 전에 예방접종 차원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점도 중요하다. 똑같은 목표를 위해 일한다고 느끼는 공동의 목표 의식은 친분이 쌓이기 쉬운 조건을 마련해준다.

하지만 대부분의 직장에서는 상위 목표를 알아보기가 힘들어서 문제다. 모든 직원이 전문가인 요즘은 수년 동안 옆자리에서 일하는 동료가 뭘 하는지도 모르기 쉽다. 따라서 직원들의 업무 기여는 오로지 같은 팀원들에게만 보인다.

이런 조건에서 상위 목표를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

동료의 업무가 자신의 성공에도 기여한다는 사실을 직원들이 깨닫게 해주는 것이 첫 단계다. 그런 연결 관계가 명백하지 않으면 팀들이 분열되고 우정을 쌓기 어려워진다. 혁신 전문가 톰 켈리Tom Kelley는 직원들이 다른 부서에서 일하는 동료를 ‘우리’가 아닌 ‘그들’로 보는 순간 문제가 발생한다고 지적한다. 심리적인 측면에서 보자면 상위 목표의 부재 상황이다.

부서 간의 이해를 온보딩 과정에 넣음으로써 입사 순간부터 ‘그들’이라는 말이 사라지도록 노력하는 기업들이 있다. 캐나다의 제네시스 퍼틸리티 센터Genesis Fertility Centre는 출근 첫날부터 며칠 동안 다른 부서 직원들과 함께 지내도록 하는 ‘스며들기의 날Day of Osmosis’을 마련했다. 토론토의 컨스트럭션 컨트롤Construction Control Inc.처럼 부서별 교대 프로그램으로 동료들의 업무에 노출되도록 하는 기업도 있다.

기존의 상위 목표가 좀 더 두드러지게 만드는 것도 방법이다. 새로운 상위 목표를 만들 수도 있다. 힐코프 에너지 컴퍼니Hilcorp Energy Company가 그렇게 했다. 그곳 임원들은 2010년에 2015년까지 회사의 생산과 보유 자금이 두 배로 증가하면 전 직원에게 10만 달러(약 1억 원)의 보너스를 지급하겠다고 발표했다. 불가능한 것처럼 보이는가? 힐코프 직원들에게는 그렇지 않았다. 그 도전 덕분에 지금 수백 명에 이르는 직원들이 5만 달러짜리 자동차를 타고 직장에 출근한다.

부서 간 경쟁을 시작하여 평소 함께 일하지 않는 이들을 한 팀에 배정하는 것도 상위 목표를 제시하는 방법이다. 한 예로 인기 TV 프로그램 <비기스트 루저Biggest Loser>(가장 많은 체중을 감량한 참가자에게 현금을 상으로 주는 미국의 리얼리티 쇼—옮긴이)의 직장 버전이 있다. 다 합쳐서 가장 많은 체중을 감량한 그룹에게 상금을 주는 것이다. 자신뿐만 아니라 동료들도 성공해야만 우승할 수 있으므로 공동의 목표를 위해 서로 격려하고 전략을 나누며 식단을 계획할 것이다. 가장 운동을 많이 하는 그룹에 보상을 해주는, 협동과 건강을 함께 장려하는 방법은 더 좋다.

상위 목표는 단체 자원봉사, 스포츠 팀이나 음악 밴드 결성 등을 통해서도 자연스럽게 나타날 수 있다. 어떤 활동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평소 상호작용이 그다지 없는 직원들로 하여금 협동해야만 성공할 수 있는 상황에 처하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다.

일상을 공유하는 동료들의 힘

직장에서의 유대 관계도 비슷한 효과가 있다. 동료들에게 지지를 받는다고 느끼면 팀이 뒤에서 받쳐준다는 사실을 알기에 스트레스를 받는 힘든 상황도 줄어든다. 작은 문제도 그다지 위협적으로 느껴지지 않아 심리적 안정이 유지되므로 위기 상황에서 좀 더 나은 결정을 내릴 수 있다.

연구에 따르면 사회적 네트워크에 대한 인식은 정신 건강에도 중요하다. 우리는 주변 사람들에게 도움이나 조언, 안정감 같은 사회적 지지를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할 때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더욱 건강해진다.

직원들의 사회적 지지에 대한 인식을 개선해주려면 동료들과 친한 친구가 되도록 만들어야 한다. 하지만 많은 기업이 깨닫고 있듯이 그 반대도 사실이다. 기업이 사회적 지지와 상호 보살핌을 기준으로 삼는 문화를 정식으로 도입하면 자연스럽게 우정이 피어난다.

기업은 직원들이 기념비적인 일을 함께 축하하도록 함으로써 서로 지지하는 문화를 만들어갈 수 있다. 연구에 따르면 서로에게 일어난 긍정적인 사건에 어떻게 반응하는지가 부정적인 사건에 반응하는 방식보다 인간관계의 질에 더 중요하게 작용한다. 약혼이나 생일, 승진 등을 다 함께 축하하면 기쁨이 더 커지고 그룹의 유대 관계도 끈끈해진다. 가끔씩 컵케이크를 주문한다고 해서 큰돈이 들지는 않는다. 하지만 대부분의 회사에서는 모든 경비 지출에 상사의 결재가 필요하다. 직원들이 서로를 축하해줄 때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도록 적절한 예산을 책정해주면 어떨까?

부정적인 사건을 함께 나누는 것도 가치 있는 일이다. 배우자의 사망이나 질병 같은 힘든 개인사를 함께 위로해주면 사회적 지지가 가장 필요한 시기에 직원들을 한층 더 가깝게 만들어줄 수 있다.

물론 개인사를 공개하려면 당연히 당사자의 허락과 배려심 있는 접근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 장의 앞부분에서 살펴보았듯이 어려움을 통해 형성되는 유대감은 인위적인 잡담을 나누는 사이를 평생 친구로 만들어줄 만큼 강력하다. 자신의 역경을 겉으로 드러낼 때 친밀한 관계를 쌓아나갈 수 있다. 노트르담 대학교의 2011년 연구가 보여주듯이 고통스러운 일을 공개적으로 드러내기로 선택한 사람은 속으로만 간직하는 사람보다 훨씬 기분이 나아진다.

기업은 경제적으로 위급한 상황에 처한 동료를 위해 모금하는 방법으로 직원들의 사회적 지지에 대한 인식을 개선할 수 있다. 스타벅스는 이미 그 방법을 실시하고 있는 회사 중 하나로 ‘파트너를 하나로 만드는 관심Caring Unites Partners, ) CUP 펀드’를 마련하여 도움이 필요한 직원들에게 보조금을 제공한다.

조직 내 뒷말의 딜레마

직장에서의 친구 관계에 대해 논할 때 종종 빠트리는 것이 있다. 경영자들로 하여금 직원들의 친밀한 관계를 장려하는 것을 꺼리게 만드는 이유, 바로 직장 내 뒷말gossip의 확산이다.

사람들은 같이 일한다는 사실이 편해지고 나면 그렇지 않을 경우 혼자서만 간직할 생각이나 느낌을 공유하려는 마음이 커진다. 거기에는 다른 직원이나 경영자에 대한 호의적이지 않은 느낌이 포함된다.

직장에서의 뒷말은 좋지 못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 동료들 사이에 불신을 야기해 중요한 업무에 쏟을 시간을 빼앗고 회사 전체의 사기를 떨어뜨린다. 그냥 내버려두면 불안과 두려움이 지배하는 문화가 뿌리내릴 수도 있다. 직장 내 뒷말을 막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놀랍게도 심리학자들은 뒷말을 막는 일은 불가능하며 막으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는 것이 나을 수 있다고 말한다. 이를 그냥 흘려듣지 말고 연구자들이 애초에 뒷말이 존재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이유를 알아보자. 진화심리학자들은 뒷말이 중요한 기능을 수행한다고 말한다.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에 대한 중요한 정보를 줌으로써 좀 더 효과적으로 세상사를 헤쳐 나가도록 해준다는 것이다.

2012년에 <성격과 사회심리학 저널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에 실린 연구는 뒷말의 또 다른 유용성을 말해준다. 자신의 행동이 타인의 뒷말거리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면 편법을 쓸 가능성이 줄어든다. 뒷말은 친사회적 행동을 장려한다. 다른 사람들이 알게 될까봐 우려되면 이기적으로 행동할 가능성이 줄어들고 협조적으로 나올 가능성이 높아진다.

뒷말이 가져다주는 모든 이익을 고려해보면 그것이 우리의 삶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도 놀랍지 않다. 담화 분석 전문가들에 따르면 대화의 약 3분의 2는 뒷말이다. 하지만 뒷말의 대상이 항상 똑같지 않으므로 의식하지 못한 채로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인류학자 로빈 던바RobinDunbar에 따르면 우리가 뒷말하는 이유는 뒷말이 과거의 삶을 좌지우지했기 때문이다.

우리 조상이 소그룹으로 살아가던 당시에는 서로의 행동을 직접 감시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룹의 규모가 확대되면서 직접 감시가 불가능한 때도 생겼다. 그래서 대규모 그룹 생활은 한동안 위험했다. 누구를 믿어야 할지 몰랐기 때문이다. 그러다 마침내 언어가 생기면서 평판을 추적할 수 있는 도구가 마련되었다. 누군가 윤리에 어긋나는 행동을 하면 그룹 구성원 모두가 알게 되었고 머지않아 그를 꺼리게 되었다. 던바의 관점으로 볼 때 인류는 뒷말할 필요가 없었다면 말하는 법을 배우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뒷말은 유용하다. 그렇기 때문에 종종 보람도 느끼게 해준다. 동료 마이크가 당신에게 상사가 특정 인턴사원과 많은 시간을 보낸다는 이야기를 전한다고 해보자. 여기에는 당신을 신뢰하고 배타적인 사회적 관계 안으로 끌어들일 가치가 있는 대상이라고 판단한다는 사실이 함축되어 있다. 이것은 기분 좋은 경험이다. 또한 마이크는 인턴사원과의 연애 문제에 대한 도덕적 우월성을 드러내는 동시에 자신이 ‘더 잘 알고 있음’을 입증한다. 이 짧은 대화는 당신과 마이크를 좀 더 가깝게 해주고 일시적으로 둘의 자신감을 올려줄 것이다.

우리는 스스로 뒷말이나 하는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싶어 하지만 사실은 누구나 쉽게 뒷말을 한다. 타고난 본성이기도 하다. 하지만 어떤 행동을 하기 쉬운 경향이 있다고 꼭 이롭다는 뜻은 아니다. 직원들이 뒷말을 많이 할수록 동지애가 형성되거나 협동이 지속되기는 어렵다.

일부 기업은 공식적인 방침을 세우거나 임원들을 통해 분명한 경고를 보내 뒷말을 근절하려고 한다. 하지만 인간의 본성에 대한 잘못된 이해가 드러난다. 직원들에게 서로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말라고 하는 것은 어린아이에게 절대로 소리 지르지 말라고 경고하는 것과 비슷하다. 최선을 다하기는 하겠지만 결국은 실수가 발생할 것이고 서로 거리만 멀어질 것이다. 모순되게도 하지 말라고 할수록 더 하고 싶어지는 법이다.

기업들이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생각해봐야 할 것은 애초에 직장에서 뒷말이 나오는 이유다. 누구나 조금은 뒷말하기를 좋아하지만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는 사람들이 있다. 왜 그럴까?

연구에 따르면 직원들은 무력하거나 불안할수록 뒷말하기가 쉽다. 사람들은 의사소통에서 배제된다고 느낄 때 단편적인 정보를 몰래 거래한다. 직장에서의 뒷말은 고립되고 사회적으로 소외감을 느끼는 이들에게 무기로 이용되는 경향이 있다. 직원들은 넓은 측면에서 조직과 단절되었다고 느낄 때 누구는 끌어들이고 누구는 소외시키면서 무리 짓기를 한다. 모순적이지만 대인관계에 대한 욕구가 회사에 해로운 행동을 하게 만들고 결국 팀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것이다.

리더들은 뒷말을 금지하기보다 주의 깊게 듣는 편이 더 좋다. 직원들은 회사의 우려스러운 사안에 대해 뒷말하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어 중요한 의사결정이 투명성 있게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불안이 야기되고 회사 전체적으로 뒷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 직원들 사이에 개방적인 분위기를 장려하고 우려 사안에 대해 안심하고 이야기할 수 있는 환경이 뒷받침된다면 뒷말하고 싶은 욕구가 줄어든다.

리더들은 뒷말의 근원지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뒷말하는 사람일수록 스스로 힘이 없다고 느끼는 경우가 많으므로 더욱 관심을 기울여야 할 문제다.

여타의 사회규범과 마찬가지로 뒷말에 대한 태도는 윗선에서부터 정해진다. 9장에서 살펴보겠지만 리더는 여러 조직적 행동에 과도한 영향을 끼치는데 뒷말도 예외가 아니다. 만약 팀장이 뒷말을 듣고 반가워하며 표정이 밝아진다면 팀원들 역시 똑같이 할 것이며 팀장에게 계속 정보를 주려고 애쓸 것이다. 또한 직원들과 함께 어떤 동료에 대해 추측하기를 좋아하는 팀장은 조직적인 신뢰를 깨뜨릴 뿐만 아니라 리더로서의 위상도 무너진다. 연구에 따르면 뒷말을 가장 많이 하는 사람은 가장 힘이 약한 사람으로 비춰진다.

그렇다면 훌륭한 리더는 직장 내 뒷말에 어떻게 반응할까? 그냥 듣는다. 그런 다음에 열린 의사소통을 장려하는 본보기를 보인다. 고객 회의에서 셰릴에게 일어난 불행한 일에 대해 듣기만 하는 것과 도울 일이 없는지 직접 물어보는 것은 천지 차이다.

진정한 친구 관계는 동료들이 열린 분위기를 이어나갈 때만 가능하다. 서로에 대한 믿음이 충분하면 불편한 대화가 오가야 하는 사안이라도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

그래서 더욱 직장 동료들과 우정을 나눌 수 있어야 한다. 진정으로 관심을 기울이는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있다는 사실을 알면 업무에 집중하기가 훨씬 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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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TION PLAN ➊ 우정을 통해 리더가 배워야 할 것들

온보딩을 이용해 우정을 싹틔워라
신입사원의 온보딩 과정을 동료들 간에 우정이 싹트게 하는 기회로 활용하라. 신입사원이 첫 출근하기 전에 동료 한둘이 미리 연락을 취해서 만나도록 한다. 신입사원을 소개할 때 이력서뿐만 아니라 개인 관심사를 같이 소개하여 동료들과 유대감을 쌓을 수 있도록 한다. 또한 초기에는 협동이 필요한 업무를 주어 팀원들과 돈독한 관계를 맺게 한다.
팀이 스스로 공통 관심사를 찾게 하라
직원들이 흥미를 느끼지 않을 수도 있는 회사 차원의 모임을 계획하는 대신, 최소 다섯 명 이상 참여할 만한 활동을 직원들이 직접 계획하도록 예산을 지급한다. 직원들에게 어색한 사회적 행동을 강요하면 우정이 생기지 않는다. 게다가 경영자는 캠프 지도교사 역할을 할 시간도 없다. 직원들에게 참여하고 싶은 관심 활동이 무엇인지 직접 물어봄으로써 스스로 관심사를 추구하도록 도와주는 편이 훨씬 낫다.
소소하게 관심을 표현하라
직원들은 뜻 깊은 일을 함께 축하하고 어려운 일을 도와주면서 더욱 가까워질 수 있다. 좋은 직장은 팀원들이 좋은 일을 다 같이 나누고 모든 직원마다 어울리는 방법으로 서로 챙겨주도록 장려한다. 예를 들어 동료의 생일 자동 알람을 팀원들에게 보내고 20달러 정도의 적절한 예산을 제공한다. 서로 챙겨주고 생각해주는 동료들이 있다는 사실을 느끼게 해줌으로써 탄탄한 유대 관계가 만들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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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TION PLAN ➋ 우정을 통해 차기 리더가 배워야 할 것들

일만 하면 무능한 직원이다
팀원들은 유대감을 느낄 때 업무 능률도 올라간다. 일에만 파묻혀 있으면 직장에서 친구를 사귈 수 없다. 이를테면 업무 사이나 팀 회의 전후에 둘 다 조깅을 좋아하거나 똑같은 자동차를 소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우연히 알게 되면서 친해진다. 교감할 기회를 찾아라. 세일즈 부서의 직원과의 잡담이 업무에 전혀 도움되지 않는다고 느껴지겠지만 하루 중 가장 값진 일이 될 수도 있다.
동료 관계가 원만하지 못하면 상위 목표를 찾아라
자신의 목표에만 갇혀 타인을 장애물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면 영역 다툼이 일어날 수 있다. 협업해야 하는 사람이 당신을 경쟁자로 대하고 있다면 서로가 서로를 꼭 필요로 하는 공동의 도전 과제를 찾아라. 둘이 한편이고 혼자서는 성공할 수 없다는 사실이 분명할 때 유대감이 생기기 쉽다.
뒷말은 패스트푸드 같은 것이다
뒷말은 단기적으로는 친밀감을 형성한다. 하지만 결국 그룹 내 입지를 떨어뜨린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은 뒷말을 들었을 때 곧바로 즐거움을 느끼지만 뒷말을 자주 하는 사람은 신뢰할 수 없고 힘이 없으며 호감도가 떨어진다고 인식한다. “당신에게 뒷말하는 사람은 당신에 대한 뒷말도 할 것이다”라는 터키 속담이 있다. 사람들은 암묵적으로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뒷말을 함으로써 타인과 유대감이 형성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평판만 떨어지고 동료들이 당신을 친구로 여기기도 힘들어진다.

2부. 최고의 능력을 끌어내는 공간: Motivating Excellence

6. 자율은 힘이 세다

워렌 버핏의 무엇이 그의 은퇴 결심을 바꾸게 한 것일까? 직속 부하들에게 의사결정의 완전한 자율성을 주는 버핏의 독특한 경영 방식과 관련 있다. 버핏은 매주 전화로 또는 매달 회의를 통해 직원들을 관리하기보다 그들이 스스로 자신의 일을 책임지도록 놔두고, 그의 피드백이 필요할 때면 먼저 연락을 취하도록 하는 방식을 선호한다. 버핏의 전기 작가인 앨리스 슈뢰더Alice Schroeder에 따르면 버핏은 오전 시간에는 독서로 보내고 오후에는 경영진들이 언제든 연락할 수 있도록 전화기 옆에 붙어 있다고 한다.

직속 부하 직원들과 이야기할 때도 버핏은 지시를 내리는 경우가 드물다. 대신 자신이 일상적인 세부 사항과 거리가 있음을 이용하여 상황을 분명하게 파악하기 위한 질문을 함으로써 경영자들이 스스로 통찰할 수 있도록 돕는다.

버핏은 투자자들에게 보내는 연례 보고서에 이렇게 적었다. “대부분의 경영자들은 우리 회사가 부여하는 자율성에 주인 지향적인 태도를 유지하고 훌륭하게 활용합니다.” 버핏은 세세한 부분까지 통제하는 미시 경영을 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나를 꼭 필요로 한다고 생각되는 회사라면 절대로 주식을 사지 않았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직원들에게 업무 자율성을 허용하면 불안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경영진의 근무 태만이라고 보는 시선도 있을 것이다. 당연히 워렌 버핏은 그가 거느린 직원들보다 성공적인 경영 방식에 대해 훨씬 잘 알 것이다. 그렇다면 그가 직원들에게 지시를 내려야만 하지 않을까?

그럴지도 모른다. 하지만 버핏에게는 중요한 일이 아니다. 의사결정의 자유를 허용해 직원들이 주인의식을 갖도록 하는 것 자체가 투자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동기부여, 조직에 대한 충성심 강화, 업무 몰입도 유지라는 형태로 기업에 이익을 가져다준다는 것이다.

꽤나 파격적인 생각이다. 과연 워렌 버핏의 생각이 옳을까?

경영이 과학을 만날 때

FrederickTaylor가 보기에 관리자가 할 일은 ‘생각’이었다. 그리고 근로자의 영역은 ‘행동’이었다. 일단 최선의 관행이 확립되면 관리자의 책임은 간단했다. 직원들이 공식적으로 정해진 방법에 따라 업무를 처리하도록 규제를 강화하는 것이다.

테일러는 근로자들로 하여금 규정을 지키게 하려면 당근과 채찍 모두를 이용해 동기부여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가 일하는 공장에서 임금은 직위나 경력에 의해 결정되지 않았다. 근로자 개인의 성과와 직결되었다. 즉 빠르게 생산할수록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었다. 반면 생산성이 떨어지면 부정적인 영향을 가져왔다. 낭비를 견디지 못하는 테일러는 비효율적인 직원들을 즉각 내보내는 것으로 유명해졌다.

당연히 테일러의 방식은 근로자들 사이에 커다란 원망과 분노를 키웠다. 하지만 그가 이룬 성과에는 반박할 사람이 없었다. 테일러는 미드베일 철강 회사Midvale Steel Company의 기계 제작 기술자들의 생산량을 두 배로 올려놓았다. 베들레헴 철강Bethlehem Steel Works에서는 근로자의 숫자를 500명에서 140명으로 감원하고도 생산성이 눈곱만큼도 떨어지지 않았다.

테일러 사상의 중심에는 인간 행동에 대한 기계적인 관점이 자리한다. 그는 직원들을 마치 자동차처럼 운전자가 필요한 기계로 인식했다. 직원들이 본질적으로 열심히 일하려는 동기가 없다는 것이 그의 기본 가정이었다. 또한 직원들이 효율적인 업무 방식을 찾을 만큼 지적이지 못하다는 생각도 깔려 있었다. 테일러의 요점은 이러했다. 기업이 직원들에게 스스로 업무 방식을 선택하는 자유를 줌으로써 생산성을 운에 맡기고 있으며 결과적으로 큰 비용이 발생한다는 것이었다.

경영의 아버지 테일러가 놓친 것

테일러는 여러 측면에서 시대를 앞서갔다. 그는 인간의 행동을 과학적으로 바라보지 않던 시대에 홀로 실험하면서 일했다. 그의 방법론은 독창적이었고 그의 제안도 분명히 성과를 거두었다. 테일러가 살던 시대만 해도 성과에 따른 임금 지불과 작업의 단순화, 철저한 작업 감독이 실제로 생산성을 올려주었다.

하지만 변화가 일어났다. 지식 경제의 등장과 함께 직장 업무가 엄청나게 복잡해졌다. 직원의 성과를 예측하기도 훨씬 까다로워졌다.

몇 해 전 미국 듀크 대학교의 행동경제학 교수 댄 애리얼리Dan Ariely와 동료들은 테일러의 가정 중에서 가장 논란이 적은 것, ‘높은 급여가 성과를 개선시킨다’는 내용에 대한 연구를 실시했다. 매혹적인 보너스가 직원들에게 열심히 일하도록 동기를 부여한다는 가정은 당연한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 스포츠 팀은 결승전에 진출하면 모든 선수에게 상당 금액의 보너스를 주고, 기업은 높은 매출에 대한 보상으로 임원들에게 추가 주식을 지급한다. 금전적 보상이 클수록 더 열심히 일하고, 더 열심히 일할수록 당연히 성과도 좋아지지 않을까?

하지만 애리얼리의 연구팀이 발견한 사실은 달랐다.

애리얼리는 유혹적인 보너스에 대한 기대가 부정적인 효과를 끼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해관계가 클 때 신체는 투쟁 또는 도피 반응을 보이는데 앞에서 살펴보았듯이 명확한 사고 능력을 방해한다. 취업 인터뷰나 첫 데이트에서 기본적인 ‘자기소개’ 관련 질문에도 제대로 답하지 못하고 얼어버리는 이유가 그 때문이다. 스포츠에서는 숨 막힘을 뜻하는 ‘초킹 현상choking’이라고 부르는데 꼭 비유인 것만은 아니다. 실제로 심리적 압박이 심할수록 무의식중에 근육이 수축되어 (호흡 같은) 가장 기본적인 동작에도 큰 어려움이 따른다.

보상이 클수록 확실히 성과도 올라가지만 간단한 과제일 때만 그렇다는 것이다. 복잡한 작업일 때는 큰 보상이 오히려 역효과를 일으켜 성과를 저하했다.

테일러 vs 버핏

보상을 강조할 경우 과도한 부담감 말고도 부정적인 영향이 또 있다. 보상은 행동 동기의 질을 바꿔놓기도 한다.

테일러의 관점에서 동기는 오로지 ‘양’과 관련 있었다. 그는 직원들의 동기가 강하거나 전혀 없거나 둘 중 하나라고 생각했다. 따라서 두둑한 보너스로 유혹하거나 해고 가능성으로 위협하여 활력을 불어넣는 것이 경영자의 일이었다. 오늘날까지 많은 기업의 일반적인 관점이다. 그러나 동기부여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것이 지나치게 단순할 뿐만 아니라 실제로 잘못된 관점이라는 의견이 늘어나고 있다.

이유는 이러하다. 지금 알려진 대로 동기는 ‘양’뿐만 아니라 ‘유형’도 다르다. 어떤 직원들은 일에서 느끼는 내적인 즐거움으로 동기를 부여받는 한편, 돈이나 직위 등 외적인 요인에서 동기를 부여받는 사람도 있다.

결국 자율성은 사람들이 자신의 목표를 완전히 받아들이고 목표 달성에 필요한 노력을 자발적인 선택으로 바라보게 해주므로 중요하다. 이러한 주인의식은 개인의 관심과 호기심, 성공 욕구가 직원들의 동기를 자극하도록 해준다. 그렇게 되면 경영자와 직원의 이해관계가 일치하므로 테일러가 권유한 규제와 감시는 필요 없게 된다.

강압적인 부모와 미시 경영의 공통점

이처럼 직장에서 선택의 자율성은 구성원들의 내재적 동기를 자극하고 복잡한 업무의 성과를 개선해준다. 반대로 경영자가 직원들에게 허용되는 자율성을 제한다면 어떻게 될까? 가장 기본적인 결정조차 상사나 위원회에 허락받아야만 한다고 해보자. 직원들은 자율성이 저지당하면 어떻게 반응할까?

사회심리학자들 사이에서 ‘로미오와 줄리엣 효과’라고 알려진 이 연구 결과는 좀 더 넓은 성향의 일부분에 속한다. 반대에 반항하는 것은 연인들뿐만이 아니다. 모든 사람이 마찬가지다. 어떤 일이 불가능하다는 말을 듣는 순간 갑자기 그것이 더욱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심리학자들은 이러한 현상을 가리켜 ‘반발reactance’이라고 부른다. 우리는 자유나 통제권이 위협당한다고 느끼면 반발하게 된다. 주어진 설명에 반항함으로써 자유와 통제권을 지키고자 한다. 연구에 따르면 반발은 다양한 영역에서 발생한다. 상담사가 말이나 조언을 더 많이 함으로써 내담자를 설득하려고 할수록 성공률이 떨어진다. 흡연자에게 담배의 해로움을 생생하게 보여줄수록 계속 담배를 피우려는 의지가 확고해진다.

상대방이 강압적으로 당신을 설득하려고 했던 적을 떠올려보라. 아마 당신은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고 조금도 물러나지 않으려고 했을 것이다. 우리는 상대방이 세게 밀칠수록 더욱 강하게 버티려고 한다.

직장에서 거시적 관리는 당장은 보이지 않지만 경영자나 팀장에 대한 반발을 일으킬 수 있다. 직원들이 고객을 더 오래 기다리게 만들거나 일부러 휴대폰 배터리가 다 되었다며 경영자나 팀장의 연락을 피할 수도 있다. 결정적인 반발 행위인 이직까지 생길 수 있다. 연구에 따르면 직장인들은 자율성을 느끼지 못할수록 이직을 고려하는 경우가 많다.

자유를 제한하면 이따금씩 반발 행위를 하는 데서 그치지 않을 수도 있다. 의존 주기가 만들어져서 직원들이 주도적으로 업무를 수행하지 못한다. 경영자들의 통제가 지나치면 직원들은 가만히 앉아서 다음 지시를 기다리게 된다. 공장의 조립 라인에서는 괜찮았을 수도 있다. 하지만 지식 경제에서는 직원들을 반주도적으로 만들어 장기적으로 볼 때 경영자들이 더 많은 시간을 빼앗긴다.

리더십은 제로섬 게임이 될 수 있다. 경영자나 팀장의 요구가 많아질수록 직원들은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능력이 줄어든다. 이는 과잉보호하는 극성맞은 부모와 지나치게 의존적인 자녀의 관계와 비슷하게 이어진다. 지나치게 통제적인 관리 방식은 “내가 제일 잘 알아”라는 메시지를 전달해 직원들의 사기를 떨어뜨린다.

스스로 선택하게 하라

경영자에게 직원의 자율성 보장은 무척 힘든 도전이 될 수 있다. 선택권이 항상 주어질 수 없는 기업의 현실 속에서 어떻게 자율적인 분위기가 자리 잡게 할 수 있을까?

심리학자들은 실제로 선택권이 없어 보이는 상황일지라도 자율성을 느끼게 해줄 수 있는 방법을 제안한다.

의미 있는 이유를 제시하라
어떤 행동을 지지하게 만드는 첫 번째 필요조건은 행동의 이유를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다. 경영자는 프로젝트에 대한 지식과 배경, 중요성에 대해 직원들도 자신과 똑같이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과정이 아니라 결과를 정하라
접근 방식을 스스로 정할 수 있을 때 자율성을 경험할 수 있다. 스스로 나아갈 방향을 정하면 통제권과 주인의식을 느끼고 일에 자부심을 가지게 된다. 따라서 경영자 혼자 계획을 세우지 말고 직원들에게 어느 정도 자유 재량권을 주어야 한다. 하지만 경영자라면 다 알고 있듯이 내려놓기가 말처럼 쉽지 않다. 경영자는 경험이 풍부한 만큼 어떤 일을 어떻게 진행시켜야 하는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어째서 팀원들에게 지시를 내리지 ‘말아야’ 할까? 그 이유는 이렇다. 숟가락으로 떠먹여주듯 하나하나 다 지시하는 방법에는 대가가 따른다. 물론 세세한 감독이 해당 프로젝트의 생산성을 올려줄 수는 있지만 단기적일 뿐이다. 결국 팀의 자율성을 해쳐서 장기적으로 팀의 사기가 떨어진다. 미시적 관리는 할부로 물건을 구입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지금 당장은 결과물에 만족하겠지만 결국 동기를 저하시키므로 나중에는 이자처럼 더더욱 불어난 대가를 치러야 한다.
개방형 질문을 사용하라
직원들과 함께 해결책을 찾아보고 그들의 제안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도 선택 의식을 강화해주는 방법이다. 팀원들이 스스로 계획을 세울 기회를 주는 것도 좋지만 그들의 아이디어가 소중하다는 사실을 알게 해주는 것은 훨씬 더 중요하다. ‘어떻게’, ‘무엇을’ 또는 ‘왜’로 시작하는 개방형 질문은 무의식적으로 상대방이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한 관심과 존중심을 전달한다. 또한 대답하는 사람이 대화의 방향을 정할 수 있도록 해준다.
부정적인 감정을 인정하라
상대방의 문제나 우려를 해결해줄 수 없는 상황이라도 그의 말에 담긴 감정을 알아준다면(“정말 힘들겠어”나 “이 프로젝트는 정말 너무 복잡하다니까” 같은 말로) 상대방은 이해되었다고 생각할 것이다.
보상 강조를 최소화하라
일이 끝나고 주어지는 예상치 못한 보상, 이를테면 다가오는 금요일에 와인 한 병으로 훌륭한 일처리에 대한 고마움을 표현한다거나 내재적 동기를 지속해줄 수 있다. 따라서 팀원들에게 적당한 보상을 하되 프로젝트가 끝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업무를 수행할 때는 일의 성공 자체가 보상이 되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다.

출퇴근은 생산성의 필요조건이 아니다

직장에서 자율성의 경험에 관련 있는 모든 요소를 고려해보면 좀 더 넓은 주제가 나타난다. ‘위에서 아래로 흐르는 리더십은 내재적 동기를 지속해주기 어렵다’.

탁월함에 대한 욕구가 자연스럽게 생기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따라서 직원들이 가장 좋은 작업 방식을 스스로 찾도록 권한을 부여하고 그 방법을 실행하는 융통성을 보장하는 것이 중요하다.

경영자들이 직원들에게 스스로 근무 시간을 정하도록 하는 데 우려를 표하는 것은 드문 일이 아니다. 하루 8시간의 근무 체계가 정해져 있지 않으면 직원들이 업무에 몰입하지 않거나 사무실로 나가면 더 효율적인 업무일 때도 미루는 경향이 생길까봐 걱정한다.

하지만 자율성 연구 결과로 보자면 직원들에게 스스로 근무 시간을 조절하도록 융통성을 주면 내재 동기가 강화되고 신뢰를 전달하며 회사에 대한 충성심도 올라가 여러 모로 업무 성과가 개선될 수 있다. 또한 회사에서 하루 8시간 근무하는 구조를 없애면 예전에 몰랐던 사실을 알게 될 수도 있다. 열심히 일하는 척만 하는 사람과 정말로 회사에 기여하는 사람이 밝혀진다.

사무실이 텅 빌까봐 걱정스럽다면 다음에 소개하는 연구가 도움이 될 것이다. 스탠포드 대학교의 경제학부에서 실시한 연구인데 통신 장비를 이용한 재택근무에서 오히려 생산성이 높게 나타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콜센터 직원들을 4일간 재택근무를 하거나 무조건 직장에 출근해 일하도록 하여 비교해보니 재택근무자들의 생산성이 약 12.5퍼센트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유가 무엇일까? 조퇴나 병가가 줄어들고 근무 환경이 조용하기 때문이다. 생산성 증가만으로 꽤 인상적이다. 하지만 좋은 점이 또 있다. 집에서 일한 이들은 연구 말미에 직업 만족도가 훨씬 더 높았고 심리적 적응도 강했으며 직장을 그만두는 확률이 50퍼센트나 낮았다.

다시 말해서 직원들을 심하게 통제하지 않는 관리법이 더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다.

-- ACTION PLAN ➊ 자율을 통해 리더가 배워야 할 것들

작업 방식을 스스로 선택하게 하라
자율성을 느끼게 해주는 한 가지 방법은 작업 방식을 직접 결정하고 효과적인지 살펴볼 수 있도록 융통성을 허락하는 것이다. 컴퓨터 앞에 앉아 미리 정해진 일정에 따르지 않고 직접 목표 달성 일정을 세우도록 장려하면 직원들에게 신뢰의 메시지를 보낼 수 있고 지속가능한 성과의 발판이 마련된다.
방해물 제거를 통해 동기부여를 하라
최고 성과를 올리는 인재들을 살펴보라. 그들은 감독관의 요구에 반응할 뿐인가 아니면 성공에 대한 내재 욕구가 원동력으로 작용하는가? 직원들이 출근 첫날(관리자의 영향력에 노출되기 훨씬 전)에 활기차고 긍정적인 태도를 보이는 이유가 있다. 성공에 대한 가능성 때문에 본질적으로 만족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외적 동기인 상벌(賞罰)에 집중하지 말고 동기를 떨어뜨리는 장애물을 찾아 제거해야 한다.
거시적으로 관리하라
촉박한 데드라인이 불만스럽고 데드라인을 맞추는 데 압박감이 클수록 프로젝트에 관한 사항을 하나하나 다 일일이 관리하고 싶은 유혹이 들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하면 안 된다. 미시적 관리는 자율성을 앗아가고 팀의 장기적 발전을 해치며 주도적으로 행동하지 못하게 만든다. 절차에 집착하지 말고 팀이 직접 나아갈 방향을 세우도록 해준다. 사공이 되려 하지 말고 질문하고 피드백을 제공한다.

-- ACTION PLAN ➋ 자율을 통해 차기 리더가 배워야 할 것들

미시적 관리를 받는 기분인가? 판을 바꿔라
감독관이 미시적 관리를 선택하는 이유는 심한 부담감 때문인 경우가 많다. 사람은 누구나 스스로 삶을 통제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를 원한다. 그렇지 않으면 불편함을 느낀다. 일부 감독관들은 그런 불편함을 지나치게 세세한 관리 방식으로 드러낸다. 미시적 관리자들을 어떻게 진정시킬까? 충분한 정보를 주고 주도적으로 나서서 전진 상황을 공유하며 그들이 통제권을 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는 질문을 하라.
테일러주의를 활용하라
누구나 자신만의 생리적 리듬이 있다. 그래서 자신의 ‘가장 좋은 작업 방식’을 알면 도움이 된다. 스스로 언제 생산성이 가장 뛰어난지 파악하는 것이야말로 효과적인 근무 일정을 세우는 첫 단계다. 업무에 집중하기 위해 모든 방해물을 차단하고 오후 산책 메모를 해놓고 다중 작업의 유혹이 들 때마다 인터넷 연결을 일시적으로 차단해주는 무료 소프트웨어 프로그램 프리덤을 이용한다. 이처럼 직접 실험해보면 자신에게 가장 잘 맞는 하루 일과를 찾을 수 있다.
자율성이 돈보다 중요하다
직장을 선택할 때는 급여보다 어느 정도의 자유가 허용되는지를 우선순위로 여긴다. 2011년에 60개 이상의 국가에서 실시된 연구에서는 자율성이 소득보다 더 뛰어난 정신 건강 지표임이 밝혀졌다. 모순적이지만 우리가 소득에 매혹당하는 이유는 돈이 더 많을수록 자율성이 보장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돈만 좇으면 안 된다. 높은 급여에 자율성을 팔아버리면 결국 곤경에 처한다.

7. 게임에 몰입하듯 일하라

DDR의 놀라운 점은 비디오 게임 산업을 변화시켰다는 것만이 아니다. 플레이어들에게 끼친 영향이다. 로체스터 대학교에 DDR이 설치되기 전까지만 해도 학부생 두 사람이 자발적으로 모르는 사람들 앞에 서서 안무 댄스를 선보인다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런데 매일 그런 일이 벌어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학생들은 돈까지 지불하면서 참여하고 있었다.

이는 DDR 자체보다 거대한 현상이다. 우리는 게임에 몰입할 때 평소에는 피하기 마련인 행동을 하게 된다. 스스로 카드를 나누고 열정적으로 타일을 배치하면서 강박증에 가까울 정도로 게임에 집중한다. 만화 악당 캐릭터에 진 것을 분해하고 가상 코인이 쌓이는 모습에 즐거워한다. 개인적으로 상당한 대가를 치러가면서 할 때도 있다. 이를테면 잠자리에 들어야 할 시간도 잊어버리고 식사도 건너뛴다. 주말도 온데간데없이 사라진다.

요즘은 ‘워즈 위드 프렌즈Words With Friends’, ‘비주얼드Bejeweled’, ‘앵그리 버드Angry Birds’ 같은 유혹적인 스마트폰 어플 때문에 다들 시간 날 때마다 스마트폰을 꺼낸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습관적으로 할 때가 많다. 이러한 현상은 흥미로운 질문을 떠올리게 한다. 게임이 하찮은 보상을 위해 반복 행동을 하게 만든다면 게임에서 직원들에게 동기를 부여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지 않을까? 게임을 마스터하려는 열정을 직장에서 활용하는 방법이 없을까?

더 자극적인 질문도 있다. 비디오 게임에 몰입의 비밀이 숨어 있는 것은 아닐까?

월급보다 더 좋은 것

플로리다 대학교 경영학 교수 티머시 저지TimothyJudge는 2010년에 급여가 직업 만족도에 끼치는 실제 영향을 알아보고자 했다. 그는 동료들과 함께 학술지에서 급여와 직업 만족도를 모두 평가한 연구 자료를 모조리 찾았다. 그리고 모든 결과를 하나의 통계 분석으로 합쳤다. 총 86가지 연구를 살폈고 1만 5,000명이 넘는 직장인들의 경험을 평가했다. 그들이 내린 결론은 이러했다. “급여 수준은 직업 또는 급여 만족과 큰 관련이 없다.”

저지와 동료들에 따르면 사람은 자신의 소득 수준에 놀라울 정도로 빠르게 적응하는 경향이 있다. 연봉 8만 달러인 사람이 방금 10만 달러로 인상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고 해보자. 당연히 기분이 무척 좋을 것이다. 그러나 그 기분이 얼마나 오래 지속될까? 며칠은 갈 것이다. 일주일 정도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세 달 후에도 여전히 더 행복해하고 있을까?

이 자료는 특정 수준(가장 최근 추정에 의하면 연봉 약 7만 5,000달러) 이상의 급여 소득 증가는 행복 수준에 그리 큰 영향을 끼치지 않음을 보여준다. 얼마를 벌건 결국 소득 수준에 적응되어 끊임없이 더 많은 소득을 갈망하게 된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소득 증가가 정말로 우리를 더 행복하게 만들어주지 ‘않기’ 때문이다. 처음에만 흥분감을 느낄 뿐 지속되지 못한다. 더 높은 소득이 지속적인 행복을 가져다주지 못한다면 과연 무엇이 가능할까?

캘리포니아 대학교 버클리 캠퍼스의 심리학 교수 캐머런 앤더슨CameronAnderson에 따르면 지위가 그중 하나다.

급여가 과연 어떤 영향을 끼쳤을까? 앤더슨의 연구팀은 사회적 지위를 고려할 때 급여가 행복에 아무런 영향도 끼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행복의 가장 효과적인 예측 지표는 ‘돈을 얼마나 버는가?’가 아니라 ‘타인이 얼마나 우러러보는가?’에 달려 있다.

이 결과는 사람들이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애쓰는 이유처럼 보이는 사실을 새롭게 바라보게 해준다. 어쩌면 사람들이 원하는 것은 물질적 소유가 아니라 그것에 따라오는 타인의 존중일지도 모른다. 돈이 넘쳐나면 많은 사람의 관심을 받을 수 있고 그래서 사람들이 돈을 원하는지도 모른다.

인정, 피드백, 장수의 열쇠

타인의 존중이 행복에 큰 부분을 차지한다는 사실은 진화론의 관점에서도 맞는 이야기다. 과거에 부족의 중요한 구성원은 안정, 매력적인 파트너 선택, 중대한 의사결정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었다. 인정받는 것이 기분 좋은 이유는 소속감의 확실한 신호이기 때문이다.

연구 결과는 우리가 돈에는 빠르게 적응하지만 존중 받는 느낌에는 절대로 익숙해지지 않는다는 흥미로운 증거를 보여준다. 자기 분야에서 인정받는다는 사실을 의미하는 가장 확실한 증표인 아카데미상을 받은 배우들을 생각해보자. 연구에 따르면 아카데미상 수상자들은 후보에만 올랐을 뿐 수상에는 실패한 다른 훌륭한 배우들보다 평균 수명이 4년 더 길다. 노벨상을 수상한 과학자들과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 야구 선수들에게도 비슷한 경향이 나타난다. 이처럼 자신이 몸담은 분야에서 최고로 높은 수준의 인정을 받은 사람들은 그렇지 못한 동료들보다 오래 사는 경향이 있다.

인정은 기분을 좋게 해줄 뿐만 아니라 건강 개선 효과도 상당하다. 주변 사람들에게 인정받는다고 느끼면 스트레스가 줄어들고 숙면을 취하게 되며 병에 걸려도 더 빨리 회복된다.

인정이 효율적인 업무 수행에 필수적인 이유는 유능함의 욕구를 채워주기 때문이다.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으면 감정이 고양된다. 유능함은 동기를 부여한다. 따라서 스스로 자기 업무를 유능하게 처리한다고 생각할수록 더 큰 노력과 시간을 쏟아붓게 된다. 직원들이 유능함을 많이 경험할수록 업무 몰입도도 높아진다.

인정은 직업적 야망이 생기게 할 뿐만 아니라 일에 대해 느끼는 가치도 올려준다. 우리는 타인이 우리를 대하는 방식으로 일의 의미를 해석하는 경우가 많다. 똑같은 일이라도 동료들이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수치스러울 수도, 자랑스러울 수도 있다.

이처럼 타인이 내 일을 소중하게 여긴다는 증거가 있을 때 우리 스스로도 더 소중하게 생각하고 더 열심히 일하게 된다.

직장에서의 인정도 중요하다. 긍정적인 피드백이 매우 큰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긍정적인 피드백이 아니더라도 업무 관련 피드백을 받지 못하면 개선에 필요한 정보를 얻지 못한다. 성공을 위해서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 확실한 방향을 모르면 머지않아 열정이 식는다. 나쁜 대우를 받기보다 아예 무시당하는 것이 심리적으로 더 고통스럽다. 인간이라는 존재에 대한 근본적인 진리다.

다시 비디오 게임으로 돌아가자. 사람들이 앵그리 버드나 비주얼드 같은 게임에 왜 그토록 열중할까? 일상에서 느끼는 수많은 욕구를 충족시켜주기 때문이다. 그런 게임은 우리의 행동에 즉각적으로 피드백을 제공하고, 성공하면 성취감을 느끼게 해줌으로써 푹 빠져들게 만든다. 어떤 일이든 유능함을 키우고 기술을 연마하고 인정받을 수 있도록 해준다. 그러니 중독될 정도로 빠져드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인사평가의 딜레마

직원들에게 인정받는 느낌을 주는 방법은 매우 간단해 보인다. 그러나 놀랍게도 수많은 기업이 엉뚱한 방향으로 가고 있다.

인정을 쉽게 찾아볼 수 없는 기업이 많다. 일부 경영자들은 실수를 막는 데 집중하는 나머지 제대로 돌아가고 있는 일에는 별 관심을 쏟지 않는다. 그런가 하면 칭찬을 해주는 데 익숙하지 않거나 치어리더가 자신의 역할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경영자들도 있다. 특히 규모가 작은 업체의 오너들은 직원들을 자주 칭찬하면 급여 인상을 당연시할까봐 두려워한다.

그러나 그들은 인정이란 직원들을 살살 구슬려가며 달콤한 소리를 해주는 것이 아님을 모르고 있다. 인정해준다는 것은 업무 몰입에 필요한 심리적인 연료를 제공하는 것이다. 누구나 능숙함에 대한 욕구가 있고 꼭 충족되어야만 한다. 직장에서 보내는 일주일에 약 40시간의 시간 동안 그 욕구가 충족되지 않는다면 업무가 아닌 다른 일에 정신 에너지를 쏟게 된다.

경영자들이 인정의 가치를 과소평가하기 쉬운 이유는 그들 자신이 항상 존중과 존경을 받는 위치에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들은 직원들이 자신들과 달리 인정받는 경험을 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잊어버린다.

다수의 기업에서 피드백과 인정을 제공하는 표준 도구는 해마다 반복되는 인사평가다. 그런데 인사평가는 득보다 해가 되는 경우가 더 많다. 좋은 쪽으로 보자면 인사평가는 고위급 간부들에게 직원들의 전진 상태를 살피고 단기 및 장기 목표에 관한 대화를 나누는 기회를 제공한다. 그 정보는 직원들에게 매우 중요하지만 12개월에 한 번씩 나오는 피드백이다.

이것이 인사평가의 문제다. 경영자들이 직원들에게 충분한 피드백을 주고 있다고 착각하게 만든다. 그래서 힘든 대화를 피하기 쉽게 만들기도 한다. 부하 직원의 평소 성과가 좋지 못해도 나중에 인사평가에서 처리하면 될 거라고 미루기 쉽다.

연간 1회 혹은 2회의 인사평가는 직원들의 업무 몰입을 개선하는 방법으로는 잘못된 접근이다. 아무리 부정적인 피드백이라도 성과 개선의 단서를 제공해준다면 침묵보다 동기부여에 훨씬 이롭다.

지나치게 과장하거나 일상적인 일로 만드는 것도 잘못된 인정 방법이다. 지나치게 긍정적인 피드백은 피드백이 아예 없는 것만큼이나 나쁘다. 모든 행동이 칭찬받으면 행동을 개선하고 기술을 연마하는 데 필요한 정보가 없으므로 유능함의 욕구가 충족되기 어렵다.

설상가상으로 긍정적 피드백이 정직하지 못하면 팀원들의 사기를 떨어뜨린다. 성과에 상관없이 모두가 똑같은 수준으로 인정받는다면 업무 몰입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직원들에게 지나치게 고마워하는 경영자는 무능한 경영자다. 영국의 수필가 사무엘 존슨Samuel Johnson은 “모두를 칭찬하는 사람은 아무도 칭찬하지 않는 것이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

‘이달의 사원’ 제도를 만들어 가장 성과가 좋은 사람에게 기프트 카드나 주차장 명당자리 등을 선물로 주어 고마움을 표시하는 기업들도 있다. 물론 의도는 좋지만 효과를 의심해봐야 하는 이유가 너무 많다.

첫째, ‘이달의 사원’ 제도는 인정을 경쟁으로 바꿔 동료들끼리 서로 인정받으려고 경쟁하게 만든다. 인정이 제한된 자원이고 동료보다 잘해야만 앞서갈 수 있다면 칭찬에 인색해질 수밖에 없다.

둘째, 상 자체는 기쁨보다 실망의 분위기를 퍼뜨릴 가능성이 높다. 예를 들어 전 직원이 90명이라면 상을 받은 한 명만 기분이 좋고 나머지 89명은 이 달의 수고를 전혀 인정받지 못한 기분이 든다. 직원들의 참여를 수학적으로 평가하는 것은 효율적이지 못하다.

마지막으로 일정 기간별로 꼭 상을 주도록 되어 있다면 꼭 잘한 일이 있어서가 아니라 누군가 받을 사람이 필요했기 때문에 선정될 수도 있다. 특히 규모가 작은 직장일수록 이달의 사원상은 농담거리로 전락하기 쉽다. 어쨌든 상 받을 사람이 필요하므로 직원들끼리 돌아가면서 뽑힌다고 말이다.

칭찬의 과학

이처럼 위험 요소가 많다보니 “과연 어떻게 해야 제대로 인정해줄 수 있을까?”라는 질문이 떠오를 것이다. 심리학자들은 긍정적인 피드백을 이용해 효과적으로 동기부여를 해주는 지침을 제공한다.

  1. 첫째, 피드백은 ‘즉각적으로 제공’할 때 가장 효과적이다. 골프나 야구와 달리 직장에서의 성과는 모호한 경향이 있다. 행동 계획서를 잘 작성했다거나 고객 프레젠테이션을 설득력 있게 잘했다거나 하는 일은 즉석에서 판단 가능하다. 하지만 성과에 대한 분명한 피드백이 늦어질수록 업무 몰입도도 떨어진다. 물론 늦게 해주는 칭찬도 기분이 좋기는 마찬가지다. 하지만 즉각 전달하는 피드백보다는 동기부여와 학습 효과가 떨어진다.
  2. 둘째, 긍정적인 피드백은 ‘구체적’일 때 더욱 의미 있다. “잘했어, 마이크”보다 “회의 전에 그렇게 리서치를 자세히 하다니 감명 깊었네”가 훨씬 강력하다. 칭찬은 구체적일수록 의미 있게 다가오는 법이다. 또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는 뜻이므로 기분을 좋게 해준다.
  3. 셋째, ‘사람이 아니라 행동을 칭찬’해야 한다. 칭찬이 상대방의 똑똑함이나 재능에 집중적으로 쏠리면 그 사람 자체를 인정하는 것이므로 일에서 초점이 멀어진다. 반면 행동을 칭찬하면 상대방이 잘한 일에 관심이 집중되므로 앞으로 그런 행동을 더 많이 하도록 자극한다.
  4. 연구에 따르면 지능을 칭찬할 경우 사람들이 자신의 능력을 고정된 특성으로 바라보게 되므로 성장 가능성이 줄어든다. 성공을 자신의 능력을 반영해주는 것으로 여기게 되면 자신의 평판을 지키고자 위험을 무릅쓰려는 의지가 줄고 편법을 쓰려는 의지가 강해진다.
  5. 넷째, ‘공개적인 칭찬은 사적인 칭찬보다 더 강력하다’. 동료들 앞에서 칭찬하면 사적인 이메일로 칭찬할 때보다 훨씬 강력한 효과가 있다. 이 사실을 똑똑하게 응용하는 방법으로 해당 직원이 아니라 동료들에게 보상을 해줌으로써 인정해주는 방법이 있다. 한 예로 캘리포니아 서니데일에 있는 인재 파견 및 헤드헌팅 업체 아크라야Akraya Inc.는 신입사원이 기대치를 뛰어넘을 때 CEO가 전 직원에게 아이스크림을 쏜다. 유능함에 대한 피드백을 제공하는 것은 물론 동료들의 감사도 유도하므로 효과적이다.
  6. 마지막으로 ‘부정적인 것을 제거하기보다 긍정적인 것을 더하는 쪽’으로 보상이 이루어져야 한다. 성과가 뛰어난 직원들에게 포상 휴가를 주는 경우가 많은데 그 방법은 잘못된 메시지를 전달한다. 힘들게 일하는 것이 나쁘고 벌이나 마찬가지이며 무언가를 잘해야만 피할 수 있다는 뜻을 전달하기 때문이다.

연구에 따르면 바람직한 행동에 대하여 긍정적인 보상을 주는 것이 부정적인 벌을 없애주는 것보다 동기부여에 훨씬 효과적이다. 업무 몰입도를 높이려면 인정의 의미로 일을 덜어주지 말고 성과가 뛰어난 사람의 업무 개입을 늘리고 회사의 중요한 결정에 참여시켜 책임을 더하는 방법으로 보상해줘야 한다.

비판하기 전에 인정하고 칭찬하라

현명한 리더들을 위한 단순하고 효과적인 해결책이 있다. 바로 칭찬을 아웃소싱하는 것이다. 위에서부터 아래로 내려오는 인정만이 유일하게 직원들에게 줄 수 있는 긍정적인 피드백은 아니다. 동료들에게 받는 인정도 있다. 동료들에게서 나오는 인정은 여러 모로 훨씬 더 강력하다. 경영자가 주는 긍정적인 피드백은 유능함의 욕구를 충족해줄 수 있지만 팀원에게 받는 피드백은 유능함은 ‘물론이고’ 유대감까지 느끼게 해줘 훨씬 넓은 측면에서 만족스럽다. 따라서 경영자가 동료 대 동료의 인정을 자극할수록 직원들의 업무 몰입도를 유지하기도 쉬워진다.

그러나 직원들이 서로 인정해주도록 만드는 것은 회사 차원에서 지시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결국 진정성이 있어야만 인정과 감사가 효과를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9장에서 자세히 살펴보겠지만 행동 변화를 가져오려면 특정 행동의 모형을 만들고 사회적 표준을 바꿔야 한다. 경영자가 먼저 전체 회의 때마다 적어도 한 사람을 공개적으로 칭찬하는 습관을 만들면 팀원들의 상호작용에 대한 기대를 바꿀 수 있다.

직원들로 하여금 프로젝트에 기여한 동료를 칭찬하도록 하는 방법도 있다. 칭찬한 직원에게 해당 직원에게 이메일을 보내라고 격려하거나 함께 점심 식사를 하도록 경비를 지급해주는 것도 좋다.

하지만 인정할 것은 인정하자. 아무리 인정을 받더라도 업무에 몰입할 수 없는 경우가 있다. 훌륭하게 업무를 처리하더라도 자신이 하는 일이 과연 가치 있는 일인지 확신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루 종일 컴퓨터만 쳐다보면서 일하는 요즘 세상에 퇴근길마다 과연 오늘 하루 동안 대체 무슨 일을 한 것인지 의아스러워지는 것도 당연하다. 일의 결과에서 떨어져 있을수록 자신이 대체 무슨 기여를 하는지 알기가 어렵다.

성공만으로 동기가 충분하지 않을 때 어떻게 하면 의욕에 불타게 할 수 있을까? 다음 절에서 살펴보겠지만 좋은 ‘스토리’가 있으면 된다.

가치를 생산하는 일터의 힘

현대 경제에서는 일의 가치를 잃기가 쉬워졌다. 과거의 장인이나 노동자들과 달리 역할의 중요성을 알려줄 길이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모든 직원이 자신의 역할 가치를 분명하게 알아야만 전진이 더딜 때도 의욕을 잃지 않을 수 있다.

일의 의미는 자신의 희생을 이해하기 위한 틀을 제공한다. 일에서 의미를 느끼면 문제가 생겨도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고 난관에도 굴하지 않고 인내심을 발휘할 수 있다. 어떻게 하면 자신이 하는 일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을까? 여러 모로 그 답은 직원들의 관점을 넓혀주는 데 있다.

일을 단지 일상적인 활동으로 보지 않고 일에서 특히 타인에게 도움이 되는 장기적 혜택을 발견할 때 의미가 생긴다. 이는 직장 경험을 다룬 연구 결과에서도 증명된다. 전반적으로 사람은 단기가 아닌 장기 목표를 추구할 때 더 행복해진다. 또한 자신이 아닌 타인을 위한 이익을 중요시하는 목표일수록 더 만족감을 느낀다.

펜실베이니아 대학교 와튼 경영대학원의 애덤 그랜트AdamGrant 교수는 2005년에 직원들에게 일의 의미를 찾도록 도와주면 성과가 개선되는지 알아보고자 했다. 의미가 있으면 당연히 힘든 일을 참아내기가 수월해진다. 하지만 의미가 직원들의 생산성에도 영향을 미칠까?

이 연구가 경영자들에게 알려주는 것은 직원들을 최종 사용자와 교감하게 해주면 강력한 동기부여 효과를 얻는다는 사실이다. 실제로 그랜트의 연구는 직원과 최종 이용자들이 개인적인 유대 관계를 쌓는 것이 경영자가 중간 역할을 하고 똑같은 정보를 전달해줄 때보다 동기부여에 훨씬 효과적이라는 사실을 알려준다. 자신이 영향을 끼치는 사람들과의 만남은 일의 가치를 알게 해주는 특별한 효과가 있다.

스윗 스팟을 찾아라

사람마다 훨씬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되는 활동이 있다. 운이 좋다면 인생의 어느 시점에서 평생 처음 뜨겁게 푹 빠져드는 취미를 만나게 될 수도 있다.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어디에 있는 줄도 모른 채 집중하게 된다. 심리학자들은 이러한 경험을 ‘몰입flow’이라고 부른다.

몰입 상태가 되면 현재에 완전히 집중하고 행동에 완전히 빠져든다. 특별히 애쓰지 않고도 그 행동이 가능해진다. 세상이 사라진 것 같고 오로지 그 일만 중요한 것처럼 느껴진다. 비디오 게임을 하다보면 몰입을 자주 경험하게 된다. 뿐만 아니라 외과의사, 운동선수, 예술가들 모두 비슷한 심리 경험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몰입 연구의 선구자 미하이 칙센트미하이MihalyCsikszentmihalyi는 몰입 상태를 부추기는 다수의 요인을 찾아냈다.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에 대한 분명한 이해, 성과에 대한 즉각적인 피드백 등이 포함된다. 체스, 골프, 그림 그리기 모두 전형적인 몰입 경험이다.

하지만 몰입에 꼭 필요한 요소가 하나 더 있다. 대부분의 직장에서 장려하기보다 최소화하려고 노력하는 요소인데, 바로 ‘점진적 어려움’이다.

칙센트미하이에 따르면 몰입을 경험하려면 현재 능력과 비슷하거나 좀 더 초월하는 도전에 직면해야 한다. 담당 업무가 지극히 단순하면 지루함이 느껴진다. 반대로 능력 범위를 크게 벗어난 업무가 주어지면 어쩔 줄 몰라 하게 된다. 두 가지 모두 똑같이 흥미를 잃어버리는 결과가 나온다.

비디오 게임에 푹 빠질 수밖에 없는 이유는 다음 단계로 갈수록 조금씩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직장 업무는 정반대의 궤도를 따른다. 일을 오래 하면 할수록 쉬워져서 몰입과는 점점 멀어진다.

직장에서 몰입 기회를 만들려면 현재 능력을 초월하는 스윗 스팟을 찾아야 한다. 능력을 넓히고 전문성을 쌓아야만 몰입도가 높아진다.

몰입이 주는 교훈을 적용하려면 경영자는 직원들에게 도전적인 과제를 내줄 기회를 일부러 찾아야 한다. 이를테면 현재 능력치를 초월하는 과제를 맡기는 것이다. 물론 똑같은 업무의 반복이 직원들의 업무 효율성을 높여줄 수는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업무 몰입도까지 올라가는 것은 아니다. 몰입은 정체가 아닌 성장을 통해 가능하다.

몰입을 장려하는 방법이 또 있다. 직원들에게 분기별 목표를 설정하고 그에 따른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도록 하는 것이다. 상사가 부하 직원에게 어려운 업무를 배정하는 것과 직원들이 도전 목표를 직접 설정하는 것은 엄연한 차이가 있다. 직원들이 자율적으로 자기 성장의 방향을 정할수록 업무 몰입도도 계속 유지된다.

마지막으로 몰입 경험과 지적인 호기심을 원한다면 직무 교육을 필수로 규정한다. 예산을 파악하고 관련 산업 블로그를 살펴보며 능력 개선에 도움이 되는 강의를 듣도록 하는 것 모두가 직원들이 성장을 경험하게 해주는 방법이다.

직원들이 성장을 멈추는 순간 열정도 떨어져서 몰입과 생산성도 저하된다. 업무가 뻔해지면 지적 정체가 찾아오고 비판적 사고도 멈춘다.

조직은 직원들이 새로운 기술을 쌓아야만 필요성을 분명히 드러내고 그에 필요한 시간과 재원을 제공함으로써 지루함을 막아주며 지적 능력을 개선하고 경쟁적 우위를 강화할 수 있다. 모든 직원이 몰입을 경험한다고 장담할 수는 없다. 하지만 가능성을 크게 높여준다.

솔루션 인큐베이터 만들기

직원들이 새로운 도전에 부딪히도록 장려하면 유능함과 자율성의 심리적 욕구를 충족시켜줄 수 있다. 동시에 인간관계에서의 교감 욕구도 충족해주는 방법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 방법이 있다. 세레나 윌리엄스Serena Williams, 르브론 제임스LeBron James, 톰 브레이디Tom Brady 등 세계 최고 운동선수들에게 공통점이 하나 있다면 코치의 도움으로 실력을 개선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이유와는 다르다. 특정 수준에 이른 선수가 코치를 두는 가장 기본적인 이유는 분명한 지시를 받기 위해서도 아니고 코치가 제공하는 특수 훈련법 때문도 아니다. 선수의 능력을 객관적으로 관찰함으로써 너무 가까이에 있어서 보지 못하는 게임의 요소로 선수의 관심이 쏠리도록 해주기 때문이다.

현재 많은 회사가 직원들의 성과 개선에 활용하고 있는 동료 코칭peer-to-peer coaching에도 비슷한 사고방식이 들어 있다. 많은 사람이 ‘코칭’이라는 단어만 들어도 얼굴을 찌푸린다. 능력이 부족해서 코칭을 받아야 하거나 회사가 퇴사를 권유하기 전에 마지막으로 권하는 수단이라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성적이 좋지 못한 학생들에게 특별 지도를 시켰던 학창 시절부터 이어져온 생각이다.

하지만 완전히 잘못된 관점이다. 최고 임원들 사이에서 코칭은 지위 상징으로 비춰진다. 높은 자리로 올라갈수록 조언자들에 둘러싸인다. CEO는 대부분 혼자 회사를 운영하지 않는다.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 생각을 도와주는 선임 리더들이 있다. 대통령도 내각과 최측근 선거 운동 고문관들의 도움을 받는다.

동료 코칭의 원리와 특히 직장에서 효과적인 이유를 이해하려면 우선 동료를 코치로 둔다는 것에 대한 일반적인 오해를 먼저 풀어야 한다. 우선 동료 코치는 다음과 같은 일을 하지 ‘않는다’.

반면 다음은 동료 코칭을 통해 이루어지는 일들이다.

일반적으로 직장에서의 코칭 세션은 다음과 같이 이루어진다. 우선 코칭 받는 사람이 해결하고자 하는 난관에 대해 이야기한다. 예를 들어 힘든 프로젝트에 착수해야만 하는 어려움이라고 해보자. 코치의 역할은 코칭 받는 사람이 문제 해결의 선택권을 만들어내는 데 도움이 될 만한 여러 가지 개방형 질문을 한다.

세션이 성공적으로 끝날 때쯤, 코칭 받는 사람은 자신이 가려는 방향을 찾고 결정을 행동으로 옮기기 위한 계획도 세운다. 1~2주 후에 다시 만났을 때 코칭 받는 사람은 진행 상태를 알리고 다음 도전 과제를 밝히는 식으로 주기가 반복된다.

일반적으로 동료 코칭 프로그램에서 직원들은 3인 1조로 배치된다. 직원 1이 직원 2를 코칭하고 직원 2가 직원 3을 코칭하고 직원 3이 직원 1을 코칭한다. 이러한 구조는 대화 도중에 일어날 수 있는 역할 혼란을 막아준다. 직원들이 코치에게 툭 터놓고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도록 부서별로 팀이 배정된다. 객관적인 청자처럼 보이도록 평소 협업이나 상호작용이 자주 이루어지지 않는 사람들끼리 연결해주는 것이 좋다.

동료 코칭은 당사자에게만 도움되는 것이 아니다. 기업에 힘든 문제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분위기를 퍼뜨려준다. 팀원들은 다음번에 다가올 힘든 도전 과제에 대해 모든 답을 알아야 한다는 압박감을 느끼지 않은 채로 누군가와 상의할 수 있으므로 이도저도 못하는 무기력한 기분을 느끼지 않을 수 있다.

또한 이 과정은 팀원이 중요한 결정에 책임을 지도록 해준다. 연구에 따르면 타인에게 자신의 의도를 공개적으로 이야기할수록 끝까지 지킬 확률이 높아진다.

칙센트미하이는 그들이 다른 사람들보다 쉽게 몰입을 경험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반드시 찾아내고자 했다. 강한 모험심? 위기에 대한 편안함? 아니면 단순히 현재를 잘 인식하기 때문에?

놀랍게도 그는 몰입이 사람보다는 일의 특징과 더 관련이 깊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직장이나 집에서 종종 해야 하는 서로 상반되거나 목적이 불분명한 일상적인 일들과는 달리, 몰입 상태에서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언제나 분명히 알고 있다. 음악가는 다음에 어떤 음을 연주할 것인지를 알고, 암벽 등반가는 다음에 어디에 발을 딛을지를 알고 있다.

이것은 매우 중요한 사실이다. 일터에서 몰입 상태에 빠지려면 분명한 목적이 있어야 하고 따라서 어디에 에너지를 쏟아야 하는지 알아야 한다. 앞으로 나아갈 길을 잃을 때 혼란이 찾아오고 몰입과 성과를 방해한다. 앞으로 나아갈 길을 분명하게 제시하는 것, 역시나 비디오 게임에서 돋보이는 요소다.

다음번에 해야 할 일을 정확히 알기란 말처럼 쉽지 않다. 산업화 이후 시대의 일터에서는 더욱 그렇다. 현대 직장인은 매일 새로운 길을 닦고 혁신적인 해결책을 구상해야만 한다. 결국 그래서 동료 코칭이 더 값질 수 있다. 동료 코칭은 모호함을 제거하고 직원들이 다음 움직임을 파악할 수 있도록 도와줌으로써 가장 적극적으로 몰입할 수 있는 조건을 지켜준다.

앵그리 버드가 가르쳐주는 몰입의 힘

비디오 게임에는 배울 만한 것이 많다. 우리를 스마트폰이나 컴퓨터, 비디오 게임기에 붙어 있게 만드는 바로 그 요소는 우리를 일에 계속 열정을 갖도록 만들어주는 요소와 똑같다. 명확한 목표, 지속적인 피드백, 스토리텔링, 점진적 어려움이 갖춰져 있으면 계속 몰입할 수밖에 없다. 결국 인간은 선천적으로 성장과 연결, 숙달의 방향으로 향하려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비디오 게임이 새 캐릭터의 모험에 집착하게 만들고 수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저녁과 주말을 가상의 과제에 쏟아붓게 만든다면 인간의 본성에 대해 중요한 사실을 말해준다고 할 수 있다.

몰입을 위해서는 어떤 일인지만 중요한 것이 아니다. 그 일을 하면서 우리가 만드는 조건도 중요하다. 심리적 욕구가 만족되기만 하면 어떤 행동이든 열정을 가지고 푹 빠질 수 있다.

-- ACTION PLAN ➊ 게임을 통해 리더가 배워야 할 것들

일이 너무 쉽다면 뭔가 잘못하고 있는 것이다
작업의 단순화와 효율성 증대는 재무 측면에서는 이치에 맞지만 도전이 없으면 지루해진다. 업무 몰입도를 유지하려면 계속 새로운 도전을 제시하고 학습을 보상해주며 책임을 늘리는 방법으로 유능함에 대한 욕구를 충족시켜줘야 한다.
모두를 영웅으로 만들어라
타인의 행복에 대한 기여도를 알아야만 일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자신의 일이 동료건 고객이건 타인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을 직접 알 수 있도록 해주면 강력한 동기부여가 된다. 직원들이 최종 사용자와 직접 만나는 자리를 마련하거나 고객의 감사 편지를 보여주거나 그들의 일이 고객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 측면을 강조하면서 인정해주면 평범한 일에서 큰 의미를 찾을 수 있다.
긍정적인 피드백을 전략적으로 활용하라
직원들은 긍정적인 피드백에 의존해 행동 지침을 정하고 초점의 방향을 찾는다. 직원들의 행동을 인정해주면 특정 행동에 대한 가치를 인식하게 되므로 긍정적인 변화를 유도할 수 있다. 단순히 효율적으로 업무를 실행할 때만 긍정적으로 피드백하는 일을 하지 마라. 성장이 필요한 요소를 언급하고 유능함의 욕구를 충족해주는 데 초점을 맞추는 한편, 팀의 성과에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살짝 유도한다.

-- ACTION PLAN ➋ 게임을 통해 차기 리더가 배워야 할 것들

분위기를 읽어 최적의 도전 과제를 찾아라
어떤 행동을 할 때 어떤 기분을 느끼는지는 몰입 경험에 가까워질 수 있는 유용한 정보를 준다. 지루한가? 그렇다면 책임을 넓힐 수 있는 방법을 찾아라. 초조한가? 조급한 마음을 늦추고 한꺼번에 너무 많은 일에 신경 쓰지 않도록 한다. 우리는 현재의 능력을 약간 초월하는 일에 도전할 때 의욕적이 된다. 현재의 안전지대에서 약간 벗어나도록 밀어붙이는 도전 과제를 찾아라.
타인을 인정해주면 내 영향력도 올라간다
성공적인 결과에 대한 기여를 인정받으면 상당히 만족스럽지만 타인에게 공을 돌려야만 리더로서의 평판이 쌓인다. 칭찬을 잘하는 사람은 호감도가 높고 이기적으로 비치지도 않는다. 사내에서 가장 뛰어난 리더들을 한번 떠올려보자. 그들은 칭찬을 받는 사람이 아니라 하는 사람이다.
인사평가를 미리 하라
경영자가 연말까지 기다렸다가 직원들에게 피드백을 주는 것은 직원들의 성공에 매우 중요한 정보를 그냥 쥐고 있는 것과 똑같다. 연말에 있는 인사평가 시기까지 굳이 기다리지 말고 경영자에게 좀 더 효율적인 업무 처리에 필요한 사항에 대해 상의할 수 있는 시간을 먼저 요청하라. 이렇게 먼저 제안하는 것이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은 좋은 인상을 준다.

8. 인질협상가에게 배우는 경청의 힘

휴스턴의 항복에는 유바 카운티 협상 전문가 척 트레이시Chuck Tracy의 공이 컸다. 린드허스트 고등학교 총격 사건 발생 당시 신참이었던 트레이시는 좀 더 노련한 FBI 협상가 팀이 현장에 도착하기 전까지 그저 시간만 끌라는 지시를 받았다. 그런데 트레이시는 몇 번의 짧은 전화통화로 휴스턴과 강력한 유대 관계를 형성하는 데 성공했다. 놀랍게도 두 남자는 서로 대화가 통했다. FBI가 현장에 도착해 사건을 이어받을 무렵, 휴스턴은 트레이시가 아닌 사람과의 대화는 거부하기에 이르렀다. 그와 협상할 수 있는 사람은 척 트레이시뿐이었다.

과연 트레이시는 휴스턴에게 어떤 말을 했을까? 학생들로 가득한 건물 안에서 총을 발사했고 밖으로 자유롭게 걸어 나갈 수 있다는 희망이 전혀 없는 사람에게 당신의 가장 큰 관심사는 그를 경찰에 인도하는 것이라고 설득하려면 도대체 어떻게 말해야 할까? 협동이 전혀 불가능해 보이는 상황에서 협력 관계를 만드는 비결은 무엇일까?

의사와 세일즈맨의 공통점

척 트레이시의 방법이 효과적인 이유를 자세히 살펴보기 전에 (그리고 일상적인 의사소통에 적용해보기 전에) 일을 통한 협력 관계가 나빠지는 경우가 많은 이유를 먼저 살펴보자.

어느 의학 연구팀은 1994년에 의학계 전문가들의 오랜 궁금증을 해결하고자 했다. 왜 환자들은 의사를 고소하는가?

전체 원고의 약 4분의 3이 언급한 주제가 하나 있었다. 바로 의사와 환자의 성공적이지 못한 관계였다. 유가족은 의사가 자신들을 이해해주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경향이 있었다. 무시하고 하찮게 생각하며 결국은 방치했다고 믿었다. 심지어 의사에게 그런 이야기를 직접 했다는 가족들도 있었다. 하지만 효과가 없었다. 그들의 호소로 돌아온 것은 우월함이 뒤섞인 태도뿐이었다. 접근 기회조차 불가능하자 결국 가족들은 격분하게 되었다.

이 분석 결과는 흥미로운 결론을 제기한다. 의사들은 ‘의사’ 본연의 임무에서 실패한 것이 아니었다. 그들은 ‘의사소통’에 실패했다.

효과적인 의사소통이라고 하면 대개는 단어 선택이라든지 말하는 방식에 초점을 맞춘다. 《웹스터 사전》은 의사소통에 대하여 ‘지식을 전달’하여 ‘한쪽에서 다른 쪽으로 전해지도록 하는 것’이라고 정의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인간관계에서의 대화는 의사와 환자건, 남편과 아내건, 상사와 부하 직원이건 훨씬 더 복잡하다. 말하기는 의사소통의 요소에서 절반을 차지할 뿐이며 이 연구 분석 결과는 말하기가 나머지 요소보다 더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알려준다.

자동차 세일즈맨이 처한 곤란한 상황에 대해 생각해보자. 2012년 갤럽의 조사에 따르면 자동차 세일즈맨은 정직과 윤리 기준이 가장 낮은 직업으로 인식된다고 나타났다. 자동차 세일즈맨이 좀 더 설득력을 높이기 위해 할 수 있는 말은 무엇일까? 한 연구에 따르면 문자 그대로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이다.

여러 산업 부문에서 이루어진 연구에 따르면 말하기는 판매량을 올리기 위한 잘못된 접근법이다. 특히 신뢰가 중요할 때는 더욱 그렇다.

마케팅 교수 로즈메리 램지RosemaryRamsey와 라비프리트 소히RavipreetSohi는 플로리다에 있는 포드 자동차 판매장의 고객들을 대상으로 자동차를 구입한 시기로부터 몇 개월 후에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질문을 통해 판매를 담당한 직원의 행동에 대해 설명하고 나중에 또 그를 통해 구입할 예정이 있는지에 대해 점수를 표시하도록 했다. 램지와 소히가 발견한 것은 세일즈맨이 고객에게 말하는 방식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었다. 고객의 말을 어떻게 듣는지도 중요했다. 세일즈맨의 듣기 기술이 뛰어날수록 고객의 신뢰가 높아져서 구매 의사에도 영향을 끼쳤다.

놀랍게도 듣기 기술과 세일즈의 연관성은 오로지 조언 제공 능력을 바탕으로 고객에게 고용되는 금융 서비스 산업에서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깜짝 놀랄 만한 결과가 나왔다. 듣기에서 좋은 점수를 받은 재무설계사일수록 서비스의 품질과 신뢰, 만족도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듣기를 잘하는 사람들은 금융 위기에 대한 고객의 인식을 최소화함으로써 기꺼이 미래에 투자하도록 만드는 능력도 뛰어났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었다. 듣기를 잘하는 재무설계사들은 매출도 높았다. 그들의 행동은 그들도 모르는 사이에 매출 상승을 위한 씨앗을 뿌렸다. 재무설계사가 귀 기울여줄수록 고객이 그를 주변에 소개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고객에게 귀 기울임으로써 사실상 영업 역량을 키운 것이다. 그들은 매출을 키우는 데만 신경 쓰지 않았다. 고객들도 마찬가지였다.

당신은 영향력 있는 사람인가

당신이 앞의 절을 읽는 동안 내가 아래 항목에 대하여 1(‘전혀 아니다’)부터 7까지(‘항상 그렇다’)로 당신을 평가해달라는 짧은 설문지를 당신의 동료들에게 보냈다고 해보자.

당신의 점수는 얼마나 될까? 2012년 연구에 따르면 이 항목 평가는 당신의 직장 내 영향력을 단편적으로 보여준다. 점수가 높을수록 직장 내에서 리더로 비춰지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그런 다음에는 동료들이 당신의 작업 방식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아보는 항목을 몇 가지 추가했다고 해보자.

모두가 어떤 조직에서도 환영받을 만한 긍정적인 행동이다. 그러나 이미 눈치 챘을 수도 있지만 이 행동들 사이에는 중요한 차이가 있다. 처음 두 가지는 ‘말하기 능력’을 나타내고 나머지 두 가지는 ‘듣기 능력’을 나타낸다. 직장 내에서 영향력을 발휘하려면 말하기와 듣기 능력 중에서 무엇이 더 중요할까?

컬럼비아 대학 경영대학원은 그 답을 찾기 위한 연구를 실시했다. 결과적으로 말하기 능력만 가지고는 직장 내 영향력을 갖추기에 턱없이 부족하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듣기 능력이 부족한 사람은 아무리 논리가 흥미롭고 정확한 주장을 펼치더라도 사내에서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말하기 능력과 듣기 능력이 ‘합쳐진’ 사람이 영향력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이 결과는 경영자들에게 주어지는 조언과 큰 대조를 보인다. 대부분 유능한 리더 하면 모든 답을 다 알고 있는 것처럼 보이고 지휘 능력이 강한 모습을 떠올린다. 하지만 타인의 의견에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는 지나친 자기 확신의 태도에는 대가가 따른다. 영향력이 떨어질 수 있다.

듣기 능력의 부족은 리더의 팀내 영향력을 떨어뜨리는 데서 그치지 않을 수도 있다. 리더로서 팀원들의 충성심을 유지하는 능력이 저하된다.

경청은 능력이다

심리상담사들이 제일 먼저 교육 받는 것은 듣기가 모두 똑같지 않다는 것이다. 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하는 듣기와 동기부여와 설득을 위한 듣기는 근본적인 차이가 많다. 그 차이가 매우 중요하다.

‘소극적 듣기’는 컨퍼런스에 참여하거나 힘든 하루 일과를 마치고 TV를 보거나 할 때 행하는 듣기다. 동료가 출근길의 극심한 교통 정체에 대해 말하는 것을 듣는 것도 포함된다. 그럴 때는 듣고 있다는 사실을 상대방에게 알려줄 정도로만 집중했다가 딴 데 정신을 팔았다 하는 ‘선택적 듣기’를 하게 된다. 소극적 듣기와 선택적 듣기는 훌륭한 심리상담사들이 활용하는 ‘적극적 듣기’와 한참 거리가 멀다.

많은 사람의 추측과 정반대로 심리상담사는 내담자와의 첫 만남에서 문제 파악이나 해결을 목적으로 삼지 않는다. 단순히 친분을 쌓는 것이다. 연구에 따르면 내담자와 심리상담사의 유대감은 치료의 성공을 예측해주는 가장 큰 요인으로, 적극적 듣기가 중요한 이유를 보여준다. 강력한 교감이 없으면 치료적 접근법은 전혀 소용이 없다. 무시해도 될 정도로 진전이 거의 없을 것이다.

상대방이 하는 말에 전적으로 초점이 향한다.

'말하고 싶은 유혹을 거부'한다.

'듣기 자세'를 취한다.

'눈 맞추기'

모순적이지만 전적으로 침묵을 지키면서 상대방의 말을 소극적으로 받아들이기만 하면 교감이 안된다. 상대방이 하는 말을 '분명하게 구체화해주는' 말을 한다.

바꿔 말하기(paraphrasing)도 좋은 수단이다.

'확인'도 중요한 요소이다.

논쟁의 한복판을 가로지르는 법

직장에서는 자신의 업무 생산성이 낮다고 사기가 꺾인 동료처럼 그다지 심각하지 않은 유형의 의견 차이가 더 자주 발생한다. 격렬한 감정이 북받쳐서 당면한 문제와는 전혀 상관없는 방향으로 대화가 빗나갈 때도 많다.

대화가 도저히 걷잡을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가면 어떻게 해야 할까? 상대방의 말을 되새겨 들으면서 대화를 했는데도 상대방이 한 치의 물러섬도 없이 나온다면? 그럴 때는 어떻게 대화를 원래 자리로 되돌려놓을 수 있을까?

앤서니 서치먼Anthony Suchman은 그 답을 찾는 데 많은 시간을 쏟았다. 뛰어난 지성을 갖춘 매력적인 의사 서치먼은 30년 이상 인간관계의 역학에 대해 연구한 결과를 세계적으로 가장 명망 높은 의학 학술지에 발표했다.

서치먼에 따르면 직장에서의 모든 대화는 두 가지 측면에서 가동되는데 바로 ‘일 경로task channel’와 ‘관계 경로relationship channel’다. 가끔씩 둘이 합쳐지기도 하는데 의견차가 심해지고 협동이 결렬될 때 그렇다.

말하자면 이런 뜻이다. 당신과 내가 같은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고 해보자. 도중에 다음 단계에 대한 의견 차이가 발생했다. 나는 중요한 프레젠테이션에 파워포인트를 사용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당신은 파워포인트가 의사소통 도구로 비효율적이라고 생각한다. 이처럼 내가 당신과 다른 생각을 밝히면 당신은 “론의 생각은 다르군”이라면서 우리의 의견 차이를 액면가 그대로 받아들일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가 함께 일하는 것이 처음이거나 과거에 몇 차례 언쟁을 벌인 적이 있다면 당신은 내 말에서 우리의 관계에 대한 추론을 이끌어낼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신뢰의 부재, 무례함의 신호 또는 경쟁 심리의 증거로 오해할 수도 있다. 서치먼은 바로 이 시점에서 두 사람의 관계에 대한 우려가 일(과제)로 인한 의견 차이를 오염시킬 수 있다고 말한다. 그렇게 되면 사태가 빠르게 악화된다.

서치먼이 설명하는 상황은 신경학적으로 공포 반응이 가동된 상황이다. 위험이 감지되면 뇌의 시상하부가 신호를 보내 아드레날린과 코티졸이 분비된다. 그러면 투쟁 또는 도피 반응이 일어나서 신체가 과잉 가동되므로 집중이나 창의적인 사고 능력이 저하된다. 즉 터널 시야가 발생한다.

정서적으로 불안정한 상황을 어떻게 진정시킬 수 있을까? 서치먼은 일 경로와 관계 경로를 구분 짓는 것이 첫 단계라고 말한다. “의견 차이가 발생하는 주된 이유는 한쪽이 상대방의 피드백을 개인에 대한 공격으로 잘못 해석하기 때문입니다. ‘내 아이디어가 마음에 든다면 내가 마음에 드는 것이고 내 아이디어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나를 싫어하는 것’이 되어버리지요. 그러면 일 경로에 엄청난 지장을 주어 솔직한 대화가 힘들어집니다.”

서치먼은 뇌의 용량이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일 경로건 관계 경로건 ‘하나에만’ 집중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따라서 두 가지 경로가 교차하면 능률적인 협동이 어려워진다.

의견 차이가 발생할 때 긴장감을 줄이려면 의도적으로 관계 경로에 집중하여 둘의 관계에 대한 서로의 헌신을 확인해야 한다. 그렇게 하면 논쟁의 취지가 헷갈릴 일이 없다. 일시적으로 관계 경로에 집중함으로써 공과 사를 구분할 수 있다.

서치먼은 아래의 표에서 보듯 대화를 좀 더 생산적으로 만들어주는 ‘관계 형성 문장relationship-building statement’을 추천한다. 앞 글자를 따서 ‘펄스PEARLS’라고 부른다.

파트너십 Partnership

"당신과 함께 이 일을 해결하고 싶어요."
"우리는 분명히 이 일을 같이 해결할 수 있을거예요."

공감 Empathy

"당신의 말을 들어보니 이 일에 얼마나 열정적인지 느껴져요."
"당신이 우려하는 바를 잘 알겠어요."

인정 Acknowledge

"당신은 정말로 이 일에 많은 노력을 쏟고 있군요."
"당신은 이 일에 큰 노력을 쏟았고 덕분에 성과가 나타나고 있어요."

존중 Respect

"평소 당신의 창의성에 고마움을 느끼고 있어요."
"당신이 이 사안에 대해 잘 안다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어요."

정당화 Legitimation

"누구라도 당연히 힘들거예요."
"이런 문제가 걱정되지 않을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지지 Support

"당신을 도와주고 싶어요."
"당신이 성공하기를 바라요."

협상 전문가가 알려주는 설득의 비결

1990년대 후반, 노바사우스이스턴대 대학원에 재학 중이던 로리 찰스LaurieCharles는 가족 상담 치료에 관한 박사 논문을 준비하다가 흥미로운 연구 주제를 발견했다. 그녀는 심리 상담을 공부하는 학생으로서 상담 시간에 종종 나타나는 극심한 가족 갈등을 다루는 법을 배웠다. 그녀는 상담실이라는 공간을 벗어나 가족 위기가 발생하면 어떻게 될지 궁금했다. 생명을 위협하는 대화가 오가는 동안 어떻게 하면 변화를 유도할 수 있을까? 위험 가능성이 크고 시간이 촉박하며 의견 차이가 허용되지 않는 상황에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일반적인 심리학자라면 적당한 실험을 계획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FBI에 연락을 취했다.

그녀는 위기 상황이 실제로 어떻게 전개되는지 알고 싶었다. 그녀의 목표는 실제 협상가들이 사용하는 기법을 살펴보고 효과적인 방법을 파악하고자 했다. 그녀는 기지를 발휘한 덕분에 버지니아에 위치한 FBI 아카데미의 실제 인질 협상 기록을 살펴볼 수 있었다. 몇몇 사건의 녹음 기록을 듣다가 특별히 눈에 띄는 사건이 있었다. 바로 린드허스트 고등학교 총격 사건이었다.

그녀는 4시간 동안 이어진 협상 내용을 분석했다. 담화 분석의 법칙을 이용해 대화의 경로에서 나타나는 독특한 주제를 파악했다. 그런 다음에는 유바 카운티 경찰서에 연락해 당시 협상을 이끈 척 트레이시를 포함해 린드허스트 고등학교 인질 협상에 관여한 팀원들을 인터뷰했다.

그 협상에서 과연 어떤 방법이 효과가 있었을까? 로리 찰스는 2007년에 <부부 및 가족 테라피 저널Journal of Marital and Family Therapy>에 실린 흥미로운 논문에서 그 협상의 성공 비결을 분석했다.

비판을 피하라
협상가 척 트레이시는 범인 에릭 휴스턴에게 정신이 번쩍 들게 만드는 사실을 열거함으로써 대화를 시작할 수도 있었다. 이를테면 지금 경찰이 학교 건물을 포위하고 있다거나 저격수들이 그를 향해 조준하고 있다거나 말이다. 하지만 그런 식으로 대화를 시작했다면 휴스턴을 더욱 흥분하게 만들 터였다. 대신 트레이시는 여러 가지 질문을 함으로써 휴스턴이 그의 입장을 드러내고 설명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으로 협상 절차를 시작했다. 효과적인 협상의 첫 번째 원칙인 ‘말하기보다 더 많이 들어라’를 적용한 것이었다.
서두르지 마라
긴장감이 심해질 때 신속하게 해결책을 찾으려고 할수록 오히려 역효과가 일어난다. 먼저 트레이시는 휴스턴과 합의에 도달하고자 시도했는데 오히려 그의 화를 돋우고 욕지거리만 내뱉게 만들었다가 그 사실을 깨달았다. 트레이시가 문제를 신속하게 해결하려 하지 않고 휴스턴에게 입장을 설명할 기회를 주자 긴장감이 누그러지고 둘 사이에 어떤 관계가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공감을 보여줘라
마침내 휴스턴은 고등학교를 졸업하지 못하게 된 사실에 대해 느낀 좌절감을 표현하기에 이르렀다. 트레이시는 당시 상황을 떠올리며 이렇게 말했다. “휴스턴의 입에서 그 말이 나온 순간, 전구에 불이 들어온 것이나 마찬가지였습니다. 마치 문의 손잡이가 주어진 것 같았죠. 굉장히 큰 기회였어요.” 트레이시는 휴스턴의 경험을 이해함으로써 공감을 이용해 두 사람의 관계를 강화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합류하라
트레이시는 몇 차례의 대화가 이어지는 동안 자신과 휴스턴이 함께 해결책을 찾고 있다는 사실을 강조하는 한편 ‘우리’라는 단어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진행 과정에 대해 휴스턴이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는지도 때때로 확인했다.

트레이시는 적극적인 듣기와 관계 형성 문장으로 휴스턴의 분노를 잠재우고 협상 분위기를 전환시킬 수 있었다. 그는 협상 초기에 쌓은 휴스턴과의 친분을 이용하여 그에게 인질 일부를 풀어주면 나머지 인질들을 데리고 있기가 좀 더 수월해질 것이라고 설득했다. 나중에 트레이시는 피자와 콜라를 조건으로 내세워 인질 몇 명을 더 풀어주는 협상을 성공시켰고 휴스턴의 요청에 따라 진통제도 들여보냈다.

그날 밤 10시 20분쯤, 트레이시는 휴스턴을 설득해 포기시켰다. 트레이시가 항복 조건으로 무엇을 제시했을까? 낮은 형량과 교도소 복역 기간 동안 공부를 해서 고등학교 졸업장을 받게 해주는 것이었다.

정반대의 남녀가 부부로 살아가는 힘

린드허스트 고등학교 총격 사건은 인질 협상을 성공시킨 흥미로운 사건, 그 이상이다. 인간 본성에 대한 중요한 사실을 알려주고 보다 나은 직장을 만드는 데 유용한 가르침을 준다.

첫째는 듣기가 동기부여의 도구라는 것이다. 그저 예의를 차리려고 하거나 속으로 자신이 할 말을 생각한다면 듣기가 아니다. 우리는 들을 때 가장 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

그런데도 사람들이 듣기를 경시하는 이유는 소극적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심리상담사와 협상가들은 듣기가 그들의 직업에 꼭필요한 매우 강력한 무기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우리는 상대방이 귀 기울여준다고 생각할 때 저항력이 약해진다. 존중 받고 가치 있게 여겨지는 기분이 들어 동기부여가 되고 새로운 제안에 개방적이게 된다.

기업 임원들은 한쪽 방향으로만 흐르는 일방적인 의사소통을 돕는 연설 강연을 제안받을 때가 많다. 그러나 연구에 따르면 연설 대신에 듣기 능력을 연마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다.

두 번째 교훈은 두 사람의 입장이 아무리 달라도 합의에 이를 수 있다는 것이다. 인질을 잡아두고 있는 살인범과 밖에 대치하고 있는 특수부대SWAT만큼 이해관계가 다른 쌍방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트레이시는 ‘적극적 듣기’와 ‘관계 형성 문장’을 통해 휴스턴과의 대화가 격렬한 감정 대립으로 치닫지 않도록 했다.

심리 상담사들은 부부가 첫 싸움을 경험하기 전까지는 결혼 생활이 장기간 이어질지 판단하기 어렵다는 말을 자주 한다. 직장 내 인간관계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동료와의 대화가 유쾌하지 못하게 흘러갈 경우, 일은 더 이상 대화 주제가 아니게 될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두 사람의 관계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신호다. 동료나 부하 직원과의 관계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일과 별개가 아니다. 특히 의견 차이가 발생할 때는 관계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 자체가 중요한 일이 된다.

성공적인 결혼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부부가 언쟁을 벌이는 횟수 자체는 관계의 질을 나타내는 지표가 되지 못한다. 그보다는 부부가 어떻게 싸우느냐가 중요하다. 바람직한 결혼 생활은 의견 차이가 아예 없는 것이 아니라 의견 차이가 발생했을 때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달려 있다.

그렇다면 린드허스트 고등학교 협상 사건이 주는 가장 큰 가르침은 무엇일까? 팀에 동기를 부여하고 싶은 리더들이 꼭 알아야 할 부분이다. 상대방의 행동을 바꾸고자 할 때 대화를 장악할수록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심리상담사들이 내담자에게 설교하지 않는 이유가 있다. 그들이 올바른 답을 몰라서가 아니다. 타인에게 지시를 받으면 동기가 오랫동안 지속되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다. 협상가들이 경험으로 깨달은 법칙을 꼭 기억하라. ‘말하기보다 두 배 더 많이 들어라.’

이 법칙은 인간의 본성에 대한 통찰로 이끈다. 현대적 심리 치료법의 핵심을 차지하는 내용이다. 사람은 있는 그대로 자신의 모습을 받아들일 때만 변할 수 있다. 그리고 듣기는 보편적으로 수용을 전달하는 언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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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TION PLAN ➊ 경청을 통해 리더가 배워야 할 것들

말하기보다 들어라
운동선수들은 단순히 경기를 잘한다는 것이 성과 개선을 위한 지나치게 광범위한 목표임을 알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최종 목표로 가는 이정표가 되어주는 작은 목표들을 세운다. 대화 능력을 평가하는 유용한 척도는 말하기와 듣기의 비율을 살펴보는 것이다. 말이 더 많은가? 질문을 해서 대화의 균형을 회복하라. 상대방의 말을 자르지 않기가 도저히 힘든가? 상대방의 말이 끝나면 속으로 2까지 세는 연습을 하라.
‘관계 경로’로 ‘일 경로’를 살려라
효과적인 관리는 직원들에게 일에 초점을 맞출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도 포함된다. 종종 인간관계에 관심을 쏟아 관계 경로를 원활하게 만들면 팀원들로 하여금 최선의 능력을 발휘하도록 해줄 수 있다. 부하 직원들이 상사가 자신을 존중하지 않는지 끊임없이 걱정한다면 일에 쏟아야 할 소중한 에너지만 낭비하게 된다.
질문은 더 많이, 답은 더 적게
답을 전부 알면 전문가처럼 보일 수는 있지만 영감을 주는 리더가 되지는 못한다. 부하 직원들의 의견을 소중하게 생각한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도전적인 질문을 던지고 스스로 해결책을 찾도록 훈련시켜라. 더욱 의욕적인 팀을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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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TION PLAN ➋ 경청을 통해 차기 리더가 배워야 할 것들

논쟁에서 이기려고 하지 마라
직장에서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면 주의하라. 논쟁에서 이기면 장기적 인간관계를 놓칠 가능성이 높다. 승자와 패자로 나눠서 생각하는 방식을 바꿔야 한다. 합류 기회를 찾아 동료들에게 의견을 더 자세히 말해달라고 한다. 직장에서는 자신의 방식을 고집하는 것이 결코 승리는 아니다. 사람들이 스스로 자신의 기여를 느낄 수 있게 해줘야 한다.
전환 반응에 주의하라
듣기 능력을 키우고 싶은가? 그렇다면 제대로 듣지 않을 때 발생하는 위험을 피해야 한다. 사회학자 찰스 더버Charles Derber의 연구에 잘 나타나 있다. 동료가 힘든 하루에 대해 털어놓으면 당신은 좀 더 자세히 말해달라고 하는가, 아니면 “무슨 말인지 알아. 나도 오늘 하루 완전 죽을 맛이라니까!”라고 말하는가? 전자는 ‘지지 반응’으로 동료의 마음을 열고 당신은 적극적 듣기를 할 수 있다. 하지만 후자는 대화의 중심을 상대방에게서 당신으로 바꾸는 엉큼한 대화 전략이다. ‘전환 반응’이라고 하는데 인간관계에 해로운 영향을 끼친다.
관계 형성 문장을 습관화하라
직장에서 나누는 모든 대화에 ‘펄스PEARLS’(파트너십, 공감, 인정, 존중, 정당화, 지지를 나타내주는 문장)를 하나씩 포함시키려고 노력하면 보다 좋은 관계를 맺을 수 있다. 타인을 칭찬하고 싶지만 과거의 행동과 비교해 일관성이 없어 보일까봐 걱정된다면 대화에 ‘펄스’를 하나씩 집어넣는 것부터 시작하라. 동료가 당신의 제안을 좀 더 너그럽게 수용하게 되는지 미리 살펴볼 수 있다.

9. 탁월한 개인이 생태계를 이끈다

승리의 소리

모니카 셀레스가 프랑스 오픈 대회에서 승리한 이후로 테니스계에 이상한 일이 생겼다.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시끄러워진 것이다.

셀레스가 파리에서 그라프를 격파하기 전까지만 해도 시합 중에 종종 괴성을 지르는 선수는 한 손으로 셀 수 있을 정도였다. 크리스 에버트Chris Evert와 지미 코너스Jimmy Connors가 1970년대와 1980년대에 시합 중 이따금씩 소리를 내는 선수들로 알려져 있기는 했지만 셀레스가 혼자 내는 격렬한 괴성에는 비교도 되지 않았다. 그러나 오늘날 테니스 시합에서 괴성 지르기는 일반적인 것이 되었다.

이는 상당히 놀라운 일이다. 단 20년 만에 테니스는 선수들끼리 소리 내는 일이 거의 없는 스포츠 종목에서 협회가 괴성 지르기를 금지하는 방안을 발표할 정도가 되었다. 그동안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테니스 코트에서 기업으로

테니스계의 괴성 지르기 확산 현상은 인간의 행동에 대한 중요한 사실을 드러내준다. 바로 인간의 행동에는 전염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모방에 관한 연구는 동료들끼리 가까이 앉아 일하면서 행동과 감정, 동기에 영향을 주고받는 직장 환경에 대한 흥미로운 사실을 알려준다.

한 가지 이끌어낼 수 있는 결론은 동료의 행동이 생각보다 매우 중요하다는 것이다. ‘당신이’ 직장에서 느끼는 감정은 단지 당신의 태도나 업무 책임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다. 팀원들을 반영하는 것이기도 하다. 열정적이고 고무적인 사람들에 둘러싸여 있으면 당신의 경험에도 영향을 끼칠 것이다. 마찬가지로 피로에 지치고 업무 몰입도가 떨어지는 사람들에 둘러싸여도 영향을 받는다.

둘째, 우리는 주변 사람들이 자신의 행동 동기에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을 자각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자신의 행동이 전적으로 자신의 선택에 의한 것이라고 믿는 개인주의 사회에서 살고 있다. 물론 위안을 주는 이론이기는 하지만 사실이 아니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기에 끊임없이 타인에게 영향을 받으며 살아간다. 특히 주변 사람들의 영향력이 가장 크다.

마지막으로 직장 동료가 끼치는 영향은 감정적 경험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업무 효율성에도 영향을 끼친다. 동기부여는 단지 기분에 불과한 것이 아니다. 목표와 노력, 끈기가 중요하다. 타인의 긍정적인 동기가 ‘옮으면’ 우리의 접근법도 바뀌고 성과도 올라간다.

다행히 긍정적인 사람들에 둘러싸여 일하면 모방의 이점을 누릴 수 있다. 반대로 모방은 나쁜 습관과 부정적인 관점도 널리 퍼뜨릴 수 있다.

우리는 왜 타인을 모방할까

모방은 ‘유사성’에 대한 신호를 보내 개인을 집단으로 묶어준다. 우리는 관점이 비슷한 사람과 유대감을 느끼기 마련이다. 당신이 사무실 복도에서 나를 지나치다 내 쪽으로 고개를 끄덕여서 나 역시 고개를 끄덕인다면 자동으로 동류의식이 느껴진다. 주변 사람이 나와 똑같이 느끼고 행동할 때만큼 ‘우리는 한 팀이야’라는 소속감을 강하게 전달해주는 경우도 드물다.

과학자들은 모방이 인류의 생존에 필수적이며 서로를 흉내 내도록 해주는 신경 구조를 진화시켜왔다고 주장한다. 그것은 ‘거울뉴런’이라고 불리는데 뇌 전체에 자리한다.

와인을 마시건 무거운 가방을 들어 올리건 환하게 웃음 짓건 타인의 행동을 볼 때 마치 ‘우리가 그와 똑같은 행동을 하는 것처럼’ 뇌의 거울뉴런이 가동한다. 거울뉴런은 타인의 경험에 공감하고 이어질 수 있도록 해준다. 누군가 종이에 손을 베면 우리도 움찔하며 놀란다. 뇌의 거울뉴런이 우리의 경험을 자극시켜 타인의 감정에 이입하도록 만들기 때문이다. 말 그대로 우리도 타인의 고통을 경험하는 것이다.

이처럼 거울뉴런의 존재는 타인과 함께 있을 때 모방이 이루어지는 이유를 생물학적으로 설명해준다.

누구나 집단의 구성원으로서 어떤 상황에서 어떤 행동이 적절한지를 알려주는 믿음 체계를 가지고 있다. 사회규범은 집단의 다른 구성원들과 똑같이 행동하도록 해주는 무언의 법칙이다.

직장 동료건 같은 헬스장 회원이건 같은 미식축구팀 팬이건 모든 집단에는 규범이 있고 우리는 집단이 수용 가능하다고 믿는 경계 안에 머무르려는 동기를 부여받는다. 그래서 주변 사람의 행동 방식을 보고 무의식적으로 흉내 낸다. 조용히 집단에 대한 충성심의 신호를 보내는 것이다.

거울뉴런, 사회규범, 기업문화의 뿌리

집단의 사회규범을 정할 때 일부 구성원들이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한다. 지위가 높은 구성원일수록 더 많은 사람이 지켜보고 신뢰도가 높으므로 그들의 행동과 태도가 기준이 된다.

모든 사람이 타인의 경험에 조금씩 영향을 끼치지만 가장 큰 영향력을 가진 것은 리더들이다. 모방에 관한 연구를 살펴보면 두 사람의 관계에서 둘 다 서로의 행동을 따라 하는 경향이 있지만 둘 중 낮은 위치에 있는 사람이 가장 많이 바뀐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유능한 경영자들은 직관적으로 이 사실을 알아차린다. 리더로서 ‘자신의’ 행동과 감정, 동기가 잔물결 효과를 일으켜 부하 직원들의 경험에 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말이다.

MIT 경영학 교수 에드거 샤인EdgarSchein은 “문화와 리더십은 동전의 양면이다”라는 말로 직장 상사의 행동이 좀 더 광범위한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한다. 조직 문화 전문가로 50년 이상 기업에 관해 연구한 샤인은 기업 문화가 기업 사명서나 슬로건, 문자로 규정된 가치관 등을 통해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설득력 있게 증명한다. 다시 말하자면 기업 문화는 리더와 팀의 상호작용으로 생긴다. 조직의 맨 위에 있는 사람들이 제공하는 모델이 집단의 기준을 만든다. 그 기준은 시간이 지나면서 기업의 문화로 자리 잡는다.

그렇다면 기업 문화의 형성에 가장 중요한 행동은 무엇일까? 샤인 교수는 대표 저서 《조직 문화와 리더십Organizational Culture and Leadership》에서 (대개 무의식적으로) 사내 문화에 영향을 끼치는 리더들의 구체적 행동을 설명했다.

경영자들은 직원들에게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야말로 자신이 맡은 업무를 효율적으로 처리하는 방법이라는 이야기를 종종 듣는다. 하지만 샤인의 연구는 상사가 부하 직원이 아닌 자신의 행동에 주의를 기울이는 편이 더 낫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리더의 자리에 있는 사람들의 행동은 장기적인 영향을 끼치고 조직 문화 형성에도 기여하기 때문이다.

샤인의 관점으로는 리더의 가벼운 발언이나 점잖은 질문마저도 엄청난 영향을 끼칠 수 있다. “리더들은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느냐에 대한 선택권이 없습니다. 자신이 전달하는 메시지를 어느 정도 관리하느냐에 대한 선택권만 있을 뿐입니다.”

조직이 리더의 성격을 다라갈 때

랜달 피터슨RandallPeterson이 이끄는 런던비즈니스스쿨London Business School 연구팀은 전기, 인터뷰, 기업 서류를 이용해 CEO의 성격을 분석했다. 또한 기록 자료를 바탕으로 CEO가 이끄는 최고 경영진의 의사결정 양상도 살폈다.

그 결과, 리더 한 명의 성격이 기업 전체를 장악할 수도 있다는 흥미로운 사실이 드러났다. 이를테면 따뜻하고 신뢰도가 높은 CEO일수록 경영진이 화합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한 지적 호기심이 뛰어난 CEO일수록 경영진도 융통성이 강하며 위험 내성도 강하다. CEO가 초조해할수록 경영진 역시 새로운 증거가 있어도 태도와 신념을 바꾸려고 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다시 말해 경영진은 리더의 성격을 취하게 된다.

그러한 연결고리가 짐작하게 해주는 것은 리더들의 소통 방식뿐만이 아니다. 기업의 재무성과에 대한 영향력도 상당하다. 피터슨이 2003년에 실시한 연구는 경영진이 화합하고 긍정적이며 융통성 있을수록 회사의 수익도 올라간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주변 사람이 나를 결정한다

CEO의 자아도취가 심하면 직원들은 스스로 주변에 영향력을 거의 발휘하지 못한다고 여길 것이다. 하지만 인간관계를 연구하는 니컬러스 크리스태키스Nicholas Christakis와 제임스 파울러James Fowler에 따르면 이는 잘못된 가정이다.

나와 당신이 아침 일찍 커피를 마시기 위해 만난다고 해보자. 지금까지 읽은 내용대로 당신의 기분이 좋아 보이면 나 역시 당신을 만난 후 기분이 좋아지리라고 추측해볼 수 있다. 하지만 당신의 영향력은 거기까지일까?

그렇지 않다. 연구자들은 모방 능력이 직접적인 접근 영역을 벗어나서까지 영향을 끼친다고 주장한다.

크리스태키스와 파울러는 명망 높은 학술지에 발표한 논문에서 태도와 감정, 행동이 한 사람에서 다른 사람에게로만 퍼지는 것이 아니라 ‘인간관계 전체’로 전염된다고 했다.

인간의 조직은 하나의 생태계다. 한 사람만 있으면 바이러스가 퍼질 수 있다.

-- ACTION PLAN ➊ 모방을 통해 리더가 배워야 할 것들

직원들의 기분뿐만 아니라 자신의 기분도 관리하라
경영자가 직원들에게 끼치는 영향은 기대 이상이다. 상사가 프로젝트에 적극적인 기대를 표시하면? 팀원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상사의 스트레스가 심하다면? 눈여겨보면 알겠지만 직속 부하들도 똑같을 것이다. 감정은 전염된다. 리더의 감정은 특히 그렇다. 리더가 꾸준한 운동과 숙면, 직장과의 정서적 단절을 통해 긍정적인 분위기를 유지하면 자신의 건강에만 이로운 것이 아니다. 팀원들로 하여금 최대한 능력을 발휘하게 만들 수도 있다.
공개적으로 인정할 때와 사적으로 표현할 때를 구분하라
업무 몰입도를 유지하려면 직원들의 성과를 인정해주는 것이 필수지만 긍정적 행동을 모두 똑같이 인정해주라는 뜻은 아니다. 기업 문화와 일치하는 바람직한 행동에 관심이 쏠리고 다른 직원들도 모방하기를 바란다면 공개적으로 인정해주는 방법을 활용한다. 인정해줄 가치는 있지만 이상적인 기업 문화와 일치하지 않는다면 개인적으로 인정해준다.
직원의 태도가 바람직하지 못하다면? 그의 인간관계를 흔들어라
주변 사람들은 우리의 사고방식에 강한 영향을 끼친다. 따라서 직원이 가장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는 사람들이 바뀐다면 회사 규범에 대한 그의 인상도 바뀌고 결과적으로 직장에서 취하는 태도 또한 바뀔 수 있다. 성과 낮은 직원들을 비난하지 말고 새로운 동료와 짝지어준다거나 새로운 작업 그룹에 배치하는 등 바람직한 모방 상대와 가까이 있도록 그들의 인간관계에 변화를 준다.

-- ACTION PLAN ➋ 모방을 통해 차기 리더가 배워야 할 것들

원하는 행동을 모델로 삼아라
인간의 모방 성향은 본보기로 타인의 행동에 영향을 끼칠 수 있음을 알려준다. 예전에 내 동료는 그룹 회의가 열리기 전에 팀원들이 의제 발송하기를 바랐다. 팀원들에게 직접 부탁할 수도 있었지만 방어적인 태도가 나올 수 있어서 가능한 대립을 피하고 싶었던 그녀는 내키지 않았다. 그러다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그녀는 어느 날 동료들에게는 아무런 강요 없이 본인 스스로 미리 의제를 발송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언제부터인가 다른 사람들도 그녀의 행동을 따라 하기 시작했고 머지않아 새로운 조직규범이 탄생했다.
부정적인 영향력을 가진 동료와는 거리를 유지하라
회사에만 가면 우울해지고 스트레스가 쌓이는가? 주변을 둘러보라. 당신에게서 비롯되는 문제가 아닐 수도 있다. 주변 사람들의 몸짓과 얼굴 표정, 분위기가 주는 신호는 우리의 감정 상태에 영향을 끼친다. 나이트클럽 입구를 지키는 경비원들은 흥겨운 분위기를 깨뜨릴 만한 사람을 들여보내지 않는다. (이메일, 전화 등) 부정적인 영향력을 제한하고 능력 발휘를 돕는 긍정적인 사람들과 어울려라.
모방하고 싶은 리더들과 프로젝트를 함께하라
올바른 사람들에 둘러싸여 있으면 모방을 유익하게 활용할 수 있다. 먼저 현재의 동료들을 자세히 살펴보라. 당신과 팀원들은 날이 갈수록 점점 비슷해지고 있을 것이다. 그것이 반가운 소식이라면 당신은 제대로 된 사람들과 함께 있는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당신이 원하는 모습을 갖춘 리더들과 긴밀하게 협업할 수 있는 기회를 찾아라.

3부. 최고의 인재들이 모여드는 공간: Attracting and Retaining Top Performers

10. 남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보라

얼마나 많은 직원이 순전히 실력만으로 채용되었다고 주장할 수 있을까? 업무 관련 기준만으로 판단해서 채용한다고 확신할 수 있는 경영자는 또 얼마나 될까? 곧 알게 되겠지만 클래식 음악계를 제외하고 거의 모든 분야가 ‘전혀 그렇지 못한’ 상황이다.

면접관의 실력이 별로인 이유

직원 채용에 관한 결정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보자.

지원자의 신체적 특징이 평가에 영향을 준다.

남성 면접관은 매력적인 여성에게 더 호감을 느끼고 친절하고 사교적이라는 평가를 내렸다. 그들은 매력적인 여성과 통화한다고 생각했을 때 상대방이 가장 좋은 모습을 드러낼 수 있도록 행동했다. 다시 말해서 그들은 상대방에게 더 친절하고 따뜻한 모습을 보임으로써 결과적으로 상대방에게 훨씬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 첫 인상이 자기실현적 예언이 된 것이다.

또한 면접관은 면접자가 마음에 들면 이름을 좀 더 자주 부르고 격려해주며(고개를 끄덕이거나 “네”, “그렇죠” 같은 말로 가끔 맞장구친다) 다음 질문으로 넘어가는 일도 긍정적으로 이루어진다(“네, 좋아요”와 완전한 침묵의 차이). 면접관의 반응에 격려가 실려 있을수록 면접자도 자신감이 커져서 결과적으로 좀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

그러나 첫 인상은 과대평가되는 경향이 있어 문제다. 우리가 누군가에 대해 알게 되는 첫 번째 정보는 꼭 대표적인 정보가 아닌데도 나중에 드러난 정보의 해석에 지나친 영향을 준다. 그런 식으로 이루어지는 취업 인터뷰는 노벨상 수상 심리학자 대니얼 카너먼Daniel Kahneman이 말한 ‘닻 내림 효과’와 비슷하다.

누군가를 처음 만날 때 가장 먼저 관심이 쏠리는 정보는 무엇인가? 외모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외모는 사람을 평가할 때 순간적으로 잘못된 판단을 잔뜩 하게 되는 지뢰밭이다.

외모뿐만이 아니다. 키 또한 개인의 능력을 잘못 추측하게 만든다.

이처럼 능력과 무관한데도 능력 평가에 영향을 미치는 또 다른 요소는 바로 목소리다.

당연히 처음부터 외모나 신장, 목소리를 보고 채용하려는 면접관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연구에 따르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영향을 받는다. 도대체 왜 그럴까? 왜 면접관은 미래의 직원에게 원하는 자질과 거리가 먼 기준에 영향을 받는 것일까?

심리학자들은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사람을 평가하는 데 사용하는 신호들이 진화론의 관점에서 볼 때 과거에 중요했던 정보를 포함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이 모든 사실을 합쳐서 생각해보면 꽤 걱정스럽다. 면접관이 면접자의 능력을 아무리 자세히 살펴도 무의식적으로 실제 능력과 별 상관도 없는 고전적 기준에 휘둘릴 수 있기 때문이다. 단순히 불편한 정도가 아니다. 면접관의 판단력을 흐리고 편견 섞인 반응을 유도해 결국 면접자의 행동까지 흔들어놓는다.

평가와 편견은 유의어

문제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연구에 따르면 면접자의 신체적 특징은 면접관을 인식의 함정에 빠뜨려 정확하지 않은 평가로 이어지게 한다. 면접관의 뇌가 수많은 편견에 쉽게 영향받으므로 올바른 인재를 찾는 일이 더욱 어려워진다.

우선 사람은 자신과 비슷한 사람에게 호감을 가질 수밖에 없다. 5장에서 살펴보았듯이 유사성은 동료 사이도 가깝게 해준다. 관계를 돈독하게 해주는 유용한 도구지만 타인을 평가할 때는 맹점이 될 수도 있다. 만약 면접자가 당신의 모교 출신이거나 같은 스포츠 팀의 팬이거나 독서 취향이 비슷하다면 업무와 무관한 증거에 따라 적임자라고 판단하기 쉽다.

면접에서 나타나는 두 번째 편견은 면접자를 만나는 순서와도 관련 있다. 연구에 따르면 면접자의 평가가 ‘언제’ 이루어지는지는 점수에 중대한 영향을 끼친다. 그 이유는 면접관이 면접에서 보여준 행동만으로 면접자를 평가하지 않기 때문이다. 먼저 면접을 본 사람들에게 준 점수까지 고려한다. 이미 몇 명에게 긍정적인 점수를 주었다면 나중에 등장한 면접자를 추천할 가능성은 낮아진다. 면접관으로서 평가의 균형을 맞추려고 하기 때문이다. 평균적으로 오전 면접에 높은 점수를 주었다면 실제 성과와 상관없이 오후 면접자들에게는 낮은 점수를 준다.

면접에 작용하는 또 다른 편견도 우리가 타인의 성격을 평가하는 특이한 방식을 보여준다.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에이미 커디AmyCuddy 교수에 따르면 우리는 새로 만난 사람을 본능적으로 두 가지 관점에서 판단한다. 첫 번째는 따뜻함이고 두 번째는 능력이다.

오늘날 대부분의 경영자들은 여전히 한 세기 전과 똑같은 평가 방법에 의존하고 있다. 면접 말이다. 방금 살펴본 것처럼 취업 면접에는 면접관의 편견이 다수 작용한다. 앞으로 살펴보겠지만 면접은 선의의 면접자를 명백한 거짓말쟁이로 만들기도 한다.

어떻게 거짓을 꿰뚫어볼 것인가

경험이 풍부한 직장인이라면 면접이 일종의 게임과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잘 안다. 지원자는 저마다 자신이 적임자임을 증명하려고 애쓰고 면접관들은 그중에서 가장 뛰어난 사람을 뽑으려고 한다.

보통 취업 면접에서 펼쳐지는 상황은 이렇다. 면접자는 자신이 갖추지 않은 경험이나 기술에 관한 질문을 받는다. 당연히 면접관은 유용한 능력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물어보는 것이다. 잠깐 동안 침묵이 흐른다. 면접자의 판단은 간단하다. 그런 자질을 갖추지 못했음을 인정하면 탈락할 것이고 진실을 왜곡한다면 합격할지도 모른다. 거짓말이 합격 가능성을 최대한 높여줄 수 있는 시점이다.

하지만 안타까운 진실이 있다. 우리는 부정직함을 알아차리는 데 그다지 탁월하지 못하다. 누군가 면전에 대고 거짓말을 하는지 알아차릴 확률은 동전을 던져 어느 쪽이 나올지 맞추는 것보다 약간 높을 뿐이다. 베테랑 면접관들도 초보보다 월등하게 뛰어나지 못하다. 하지만 한 가지 측면은 남다르다. 그들은 속임수를 알아차리는 데는 남들처럼 형편없을지라도 자신의 결론에 대한 확신은 훨씬 확고하다.

취업 면접의 폐해는 비단 정직함만의 문제가 아니다. 기적적으로 모든 형태의 거짓말을 뿌리 뽑는다고 해도 면접에서 좋은 성과를 보인 사람이 과연 실제로 뛰어난 업무 능력을 갖추었을 가능성이 얼마나 높을까? 취업 면접은 실제 업무 내용과 동떨어진 경우가 대부분이다. 면접에서 탁월한 의사소통 능력을 드러내는 이들이 있다. 판매 및 고객서비스 담당자를 채용하는 자리라면 유용한 정보가 될 것이다. 하지만 일반적인 면접 방식에 의존하면 득보다 실이 더 클 수 있다.

취업 면접을 실시하는 이유는 올바른 인재를 찾는 데 도움이 된다는 생각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살펴보았듯이 면접에서 왜곡 또는 완전히 틀린 정보가 제공되는 경우가 많다.

또한 면접관이 채용 결정에 대한 포괄적인 피드백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도 문제다. 수많은 지원자 가운데 한 명을 고른 뒤 나머지 지원자들이라면 과연 성과를 올렸을지 생각해보지도 않고 잊어버린다. 따라서 올바른 선택을 내렸는지 알 수 있는 정보가 없다.

경영자들은 선택하지 않은 지원자들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는 경우가 드물다. 하지만 지금까지 잘못된 사람들만 채용해왔다면 어떻게 할까?

지하철역에 걸린 구글 광고판의 비밀

기업에 대한 아무 정보도 없는, 짧은 수학 문제만 써있는 광고판. 그 복잡한 수학 문제에 흥미를 가지고 풀어낸 사람들에게는 구글의 지원 페이지가 나타났다.

신중하게 선택된 다른 장소에도 등장한 이 광고판은 세상에서 가장 독특한 회사가 낸 독특한 구인 광고였다. 구글은 직원을 채용할 때 몬스터(미국 온라인 구직 사이트—옮긴이)에 구인 광고를 올리지 않는다. 그들은 생각이 비슷한 인재를 찾는다. 그래서 괴짜가 알아보는 괴짜의 언어로 된 구인 광고를 낸다.

구글의 방식은 흥미와 흥분 요소를 직원 모집 과정에 도입하면 세간의 관심을 끌 수 있다는 점 외에도 수많은 가르침을 준다. 그러나 이 구인 광고의 진짜 기발함은 도발적 실험이 아니라 전략적 접근에 있다는 사실은 종종 간과되는 듯하다.

일반적으로 훌륭한 인재를 찾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다. 첫째는 후보들 가운데 선택을 잘하는 것인데 앞에서 살펴보았듯 쉽지가 않다. 둘째는 지원자의 질을 개선하는 방법이다. 지원자의 다수가 훌륭한 인재라면 현명한 결정에 이르기도 훨씬 쉬워진다.

지원자의 질을 개선하려면 훌륭한 직원들을 헤드헌터로 만드는 것도 한 방법이다.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은 비슷한 성격을 가진 사람과 어울리는 경향이 있다. 즉 긍정적인 사고방식으로 열심히 일하는 직원들은 비슷한 특징을 가진 사람들을 많이 알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인재를 추천하는 직원들에게 다양한 경품으로 보상해주기 시작한 기업이 늘어나고 있다. 한 예로 딜로이트Deloitte는 아이패드나 대형 TV와 같은 선물을 준다. 워싱턴에 있는 에버렛 클리닉Everett Clinic은 동창이나 동료를 추천하는 의사에게 1만 달러의 보너스를 지급한다.

이렇게 보상을 활용하는 방법이 모든 조직에 적합하지 않을 수도 있다. 외적인 보상에 치중하면 추천에 대한 직원들의 내재적 동기가 줄어들 뿐만 아니라 후보자들의 자질도 떨어질 수 있다. 특히 수준 이하의 후보를 추천해도 아무런 영향이 없다면 더욱 그렇다. 조직의 관점에서 가장 바람직한 상황은 직원들이 훌륭한 동료와 일하고 싶고 회사에 순수한 이익이 되리라고 생각해서 추천하는 것이다.

적극적인 추천 제도는 전문 헤드헌터를 고용할 때보다 훨씬 적은 비용으로 인재를 찾게 해준다. 또한 구인 광고로는 불가능한 효과도 가져다준다. ‘현재 만족스럽게 직장을 다니고 있는 유능한 인재에 접근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유능한 인재들은 인터넷으로 취업 정보를 찾지 않는다. 그들은 현재의 직장 생활에 완전히 만족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구인 광고는 불확실한 도박이 될 수 있다. 당신의 기업이 채용 공고를 낼 때 진정 뛰어난 인재들은 새 직장을 구하고 있지 않을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무리 직장에 만족하는 사람이라도 존경하는 누군가가 능력을 칭찬하고 같이 일하고 싶어 한다면 거부하기 어려울 것이다. 당연히 귀를 기울이게 된다.

내 사람, 이렇게 뽑아라

제대로 된 후보들이 몰리게 만든다면 채용의 절반은 끝난 셈이다. 이제 그 중에서 어떻게 선택해야 할까? 기존의 문제 많은 면접 방식을 그대로 사용한다면 도루묵일 것이다. 다행히 제대로 된 선택의 가능성을 높여주는 여러 단계가 있다.

첫 번째는 오케스트라의 면접 방법인 블라인드 오디션의 수정 버전을 활용하는 것이다. 기업에서도 똑같은 방법을 활용할 수 있다. 면접에서 업무 제시가 중심이 되도록 하면 된다. 애널리스트를 구한다면 행동 계획서를 작성하도록 하고 웹 디자이너라면 랜딩 페이지를 만들어보라고 하거나 사업 개발 관련직이라면 면접관을 고객으로 생각하고 프레젠테이션을 하라고 한다. 회사가 실제로 당면한 문제를 풀 수 있는 해결책을 제안해보라고 하면 더욱 좋다. 접근법을 평가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참고하여 실제 해결책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을 수도 있다. 이처럼 실제 직무와 관련 있는 과제를 제안함으로써 가장 적합한 기술을 갖추었는지를 중심으로 면접자에 대한 인상이 만들어지도록 해야 한다.

이처럼 면접에서 직무 관련 과제를 제시하면 지원자들 가운데 가장 적합한 인재를 파악할 수 있으며 입사 후에 업무 몰입도도 올라간다.

면접의 맹점을 최소화하는 또 다른 방법은 다수의 면접관을 두고 각자 특정한 기준을 맡겨서 후보자를 평가하는 것이다. 지원자를 평가하는 틀이 미리 정해져 있지 않으면 (관련 경험, 의사소통 능력, 작은 것에 대한 집중력 등) 면접관들이 어디에 초점을 맞춰야 할지 알기가 힘들다. 그렇게 되면 애매모호한 대인관계적 요소가 큰 비중을 차지해 편견에 치우친 평가가 이루어진다. 면접관들이 구체적인 부분에 주의를 집중해야만 정확한 피드백이 제공될 수 있다.

가능하다면 여러 면접관들이 서로 다른 영역을 맡아 면접자의 반응을 구체적으로 평가하게 한다(예를 들어 인간관계 기술, 업무 관련 능력 따로). 앞에서 살펴보았듯이 따뜻함과 능력을 동시에 평가하는 것은 힘든 일이다. 두 영역을 나눠서 서로 다른 면접관이 맡으면 좀 더 정확한 평가가 가능하다.

또한 면접관들이 질문을 미리 정해놓아 ① 모든 지원자가 똑같은 질문을 받도록 하고, ② 똑같은 표현으로 된 질문이어야 한다. 면접 과정을 표준화하여 모든 지원자에게 똑같은 경험을 제공할수록 면접관이 지원자에게 끼치는 영향력도 줄어든다.

특히 면접에 유용한 두 가지 유형의 질문이 있다. ‘행동 면접 질문’과 ‘상황 판단 질문’이다. 행동 면접 질문은 구체적인 업무 상황에 대한 지원자의 과거 행동에 초점을 맞춘다. 보기는 다음과 같다.

행동 면접 질문은 면접자의 의도나 철학적 방식이 아니라 행동에 집중하므로 중요하다. 과거의 행동은 미래의 행동에 대한 강력한 예측 변수가 되므로 면접자가 어떤 상황을 과거에 어떻게 처리했는지 알면 큰 도움이 된다. 그 다음에 면접관은 어떻게 또는 왜로 시작하는 질문으로 지원자의 의사결정 과정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볼 수 있다.

반면 상황 판단 질문은 미래의 가상적인 상황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를 묻는다. 면접자가 조직 내에서 어떤 행동을 보일지 미리 엿보는 것이 목적이다. 상황 판단 질문의 보기는 다음과 같다.

면접관들은 지원자와 대화하면서 메모를 하는 것이 좋다. 관찰한 내용을 기록할수록 기억에 좌지우지될 확률이 낮아진다. 기억은 면접의 시작과 끝부분에만 지나치게 큰 비중을 두므로 정확하지 않다. 또한 메모를 하면 면접자의 실제 성과에 집중할 수 있으므로 잘못된 기대가 끼치는 영향이 최소화된다.

면접이 끝난 후 자료를 어떻게 활용하는지는 면접 방식만큼이나 중요하다. 예를 들어 먼저 팀원들에게 면접자에 대한 인상을 들어보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동의에 대한 압박감이 사실적인 견해를 막을 수 있으므로 단체가 아니라 개인적으로 물어야 한다. 면접자에 대한 인상을 팀원들에게 개별적으로 들은 후에 다 같이 이야기한다.

마지막으로 팀원들의 평가에 피드백을 제공하여 개선이 이루어지도록 한다. 만약 팀원이 지원자와 한 시간을 보내고도 인위적인 평가밖에 내놓지 못한다면(가령 “마음에 들어요!”) 도움이 될 만한 상세한 피드백 견본을 제시한다.

이러한 단계들은 면접 시 편견의 작용을 최소화하여 현명한 결정을 도와준다. 하지만 실패로부터 절대로 안전한 것은 아니다. 때로는 이런 경우가 생길 수도 있다. 면접에서 철저한 준비로 환상적인 작업 견본을 제출했고 행동 및 상황 판단 질문에도 탁월한 모습을 보여준지원자를 채용했는데 6개월 후에 적임자가 아니라는 사실이 명백하게 드러난다. 도대체 뭐가 잘못된 것일까?

면접에서 귀 기울여 들어야 할 것들

올바른 직원 채용이 단지 가장 유능한 지원자를 찾는 일이라면 면접이 필요하지도 않을 것이다. 일련의 시험을 실시하고 (다수의 행동 및 상황 판단 질문을 포함하여) 컴퓨터로 답을 매겨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지원자에게 자동으로 합격통지서를 보내면 될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올바른 인재를 찾으려면 기술적인 능력만 봐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성격이나 태도, 함께 있을 때 느껴지는 기분도 고려해야 한다.

이처럼 중요한 요소가 잔뜩 빠져 있는데 면접은 대체 무슨 용도인지 궁금해진다. 제대로 실시된 면접은 이력서와 추천, 견본 프로젝트로는 불가능한 것을 드러내준다. 지원자의 정서적 기질을 들여다볼 수 있게 해준다.

대화를 할 때 사람들의 관심은 자연스럽게 사실 교환에 쏠린다. 누가, 무엇을, 어디서, 언제와 관련된 내용에 귀를 기울인다. 특별한 상황이 아닌 이상, 대화의 내막을 깊이 파헤치고 분석해보는 경우는 드물다.

하지만 심리상담사들은 다르게 듣는 법이 습관화되어 있다. 그들은 말 이면의 감정에 초점을 맞춘다. 사람들의 관점이 패턴을 따르며 사건을 기술하는 방식에도 반영된다는 사실을 오랜 경험으로 알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의 경험은 미래의 경험에 대한 예측 요인이 된다.

면접자가 다음의 개방형 질문에 어떻게 대답하는지 살펴보자. “현재 (또는 이전) 직장 생활이 어땠는지 이야기해줄 수 있어요?” 여러 방향으로 나갈 수 있는 질문이다. 면접자가 자기계발에 큰 도움이 되었다는 쪽에 중점을 두고 이야기하는가, 아니면 자신과 잘 맞지 않는 역할이라고 말하는가?

지원자가 자신의 직장생활을 바라보는 관점은 그가 어떤 일을 했는지만을 뜻하지 않는다. 그가 어떤 사람인지도 나타내준다. 연구에 따르면 과거의 직장 경험이 긍정적인 지원자일수록 미래에도 계속 긍정적인 경험을 할 가능성이 높은 반면 이전 직장에 불만이 있는 지원자는 다음 직장에서도 문제를 찾으려고 할 가능성이 높다.

면접자에게 지난 경험에 대해 물어보는 것은 그의 정서적 관점에 대해 알아볼 수 있는 한 방법이다. 직장 밖에서의 모습을 드러내주는 개방형 질문을 하는 방법도 있다. 예를 들어 구글의 창립자 세르게이 브린Sergey Brin은 면접자에게 “아무 거나 내가 모르는 걸 가르쳐줘봐요”라는 말을 즐겨 한다. 이 예상 밖의 질문에 대한 반응은 면접자가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 어떻게 대처할지 알려줄 뿐만 아니라 개인적으로 관심 많고 면접관에게 설명해줄 정도로 자신 있는 분야가 무엇인지 엿보게 해준다.

대답에서 성격이 드러나게 되어 있는 투사적 질문을 해야 하는 이유도 똑같다. 업무와 무관해 보이는 위험하지 않은 질문들이 면접자에 대해 많은 것을 드러내줄 수 있다.

내 아내는 레지던트 면접에서 “자신이 원단이라면 어떤 원단이라고 생각하며 그 이유는 무엇입니까?”라는 질문을 받았다. 당연히 예상 밖의 질문이었다. 그런데 “벨벳이요. 속은 따뜻하고 겉은 부드럽거든요”라는 그녀의 즉흥적 대답은 그녀의 팀워크 능력을 보여주고도 남았다.

면접자의 감정에 주의를 기울이다보면 능력은 뛰어나지만 부정적인 태도가 방해물로 작용하는 이들을 알아보는 눈도 생긴다. 자신을 희생자로 표현하는 성향은 수월하지 못한 성격을 나타내주는 지표 중 하나다. 스스로 희생자라고 생각할수록 상황에 대한 개인적 책임을 회피하기 쉽다. 물론 면접자가 자신을 희생양으로 표현한 것이 사실과 일치하는 이야기일 수도 있다. 직장인들의 세계에서 무능력한 상사나 배신을 밥 먹듯 하는 동료는 현실이니까 말이다. 하지만 타인을 탓하는 습관은 버리기 힘들다.

빈정거리는 태도도 주의해야 한다. 어쩌다 날리는 신랄한 한마디는 웃음을 유발하지만 지나치게 자주 빈정거리는 태도는 불만족의 증거다. 몇몇 심리학자들은 그것이 분노와 적대감에서 나올 수도 있다고 믿는다.

면접자의 유머감각에 큰 의미를 부여하는가? 연구자들은 (선하고 친절한) 긍정적인 유머와 (공격적이거나 자기 파괴적인) 부정적인 유머는 기본적인 차이가 있다고 말한다. 두 가지 모두 일시적으로 기분을 전환시켜줄 수는 있지만 부정적인 유머는 스스로 통제할 수 없다고 인식되는 상황에서 우월감을 느끼고자 사용되는 경우가 많다.

지원자가 자주 빈정대는 태도를 보인다면 스스로 힘이 없다고 느낀다는 뜻이며 리더로서의 잠재력이 낮다는 뜻일 수도 있다. 또한 그런 사람을 채용한다면 나중에 농담으로 가장한 비난 태도로 동료들을 괴롭힐 수도 있다. 하지만 그때는 이미 팀 전체에 부정적인 영향이 퍼져나간 후일 것이다.

어떤 사람과 일할 것인가

면접에서 직무 수행에 필요한 모든 능력을 갖추었지만 성격과 배경이 기존의 직원들과 크게 다른 사람이 있다고 해보자. 당신의 팀은 소탈하고 활달한 분위기다. 그런데 이 지원자는 내성적이고 말수도 적은 성격이다. 또 당신의 팀은 업무 과정을 중요시하며 협동심이 강하다. 그런데 이 지원자는 수년 동안 혼자 일해왔다. 또 팀원들은 대부분 처음부터 이 업계에 몸담아온 사람들이다. 지원자는 충분한 자격 요건을 갖추기는 했지만 전혀 다른 업계 출신이다. 그는 면접에서도 뛰어난 성과를 보였고 다들 그를 마음에 들어 한다. 과연 이 지원자를 채용해야 할까?

기업 문화와 어울리는지를 직원 채용의 중요한 우선순위로 여기는 기업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자포스Zappos 같은 기업은 단지 직무에 필요한 기술을 갖춘 사람을 뽑지 않고 기업과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는지를 중점적으로 살핀다.

얼핏 보기에도 이치에 맞는 이야기다. 기준이나 태도가 비슷한 직원들일수록 잘 지낼 가능성이 높다. 동료 관계가 좋을수록 당연히 생산성도 높아지지 않겠는가?

문제는 그렇게 간단한 공식이 아니라는 점이다. 유사성은 동료 관계를 원활하게 해줄 수 있지만 유사성이 지나치면 오히려 성과의 특정 요소가 억압될 수도 있다. 그 이유는 여러 가지다. 우선 유사성은 현실 안주를 부추긴다. 관점이 비슷한 사람들에 둘러싸여 있으면 추가적인 사고의 필요성이 없어진다. 다른 관점으로 반박하는 사람이 없으므로 항상 하던 방식에 안주하게 된다.

또한 유사성은 과신을 낳는다. 주변 사람들 모두가 똑같은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므로 자기 견해의 정확성을 과대평가하게 된다. 사실 무근의 자기 확신은 의사결정을 소홀히 만들므로 실수가 늘어난다.

마지막으로 동료들과 공통점이 많을수록 새롭고 참신한 아이디어가 나오기 힘들다. 특히 혁신적 사고가 필요한 작업이라면 문제가 된다.

기존의 구성원들과 비슷하지 않은 새로운 구성원이 어떻게 팀의 성과를 올려주었을까? 일반적으로 예측 가능한 방식은 아니었다. 이를테면 새로운 구성원이 기존의 문제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제공함으로써 도와준 것이 아니었다. 기존의 베테랑 팀원들에게 가정이나 정보를 다시 신중하게 살피도록 동기를 부여함으로써 가능한 일이었다. 이는 구성원들이 서로 비슷할 때는 등한시되기 쉬운 부분이다. 아웃사이더 한 명의 등장으로 기존 팀원들이 좀 더 열심히 생각하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면접에서 기업 문화와 얼마나 잘 맞는 지원자를 찾아야 할까? 업무 자체가 단순하고 창조적 사고를 그다지 필요로 하지 않는 경우 비슷한 사람들끼리 모이면 유리하다. 하지만 혁신의 선두주자를 꿈꾸는 기업이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직원들이 새로운 관점에 노출되는 것이 서로 생각이 똑같을 때보다 훨씬 유리하다.

고려할 요인이 또 있다. 회사가 기업의 생애 주기에서 어느 지점에 머물러 있는가이다. 규모가 작거나 신생업체라면 공유 가치와 공동의 관점이 직원들 사이에 필수적이다. 전 직원이 4명인 회사가 5명으로 된 팀을 꾸리려고 한다면 무려 20퍼센트의 증원이므로 상당한 변화다.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는 회사라면 직원들 간의 화합은 절대로 간과할 수 없는 중요한 부분이다.

하지만 기업이 성장할수록 지나친 유사성은 역효과를 일으킬 수 있다. 특히 복잡한 사고가 필요한 업무를 처리하는 산업 부문일수록 직원들을 그대로 복제하는 식의 채용은 이상적이지 못하다. 의견의 다양성이 없으면 혁신을 위한 긴장과 갈등도 없다. 결국 아이디어가 더 이상 나오지 않게 된다. 처음에 하나로 똘똘 뭉쳤던 사람들이 결국 다함께 막다른 골목에 처한다.

채용에 관한 곤란한 진실

좋은 직장을 만들려면 직원 채용 능력이 탁월해야 한다. 아무리 회사를 잘 경영하고 직원들을 인정해주고 보상해준다고 해도 올바른 인재를 뽑아 올바른 역할을 맡기는 일을 대신해줄 수는 없다.

이 장에서 배운 점이 있다면 좋은 직원을 찾기란 생각보다 훨씬 힘들다는 것이다. 인간의 뇌는 초원에서 생존하도록 진화되었지 수백 명의 지원자들 가운데 선택을 잘하도록 진화되지 않았다. 따라서 수집한 정보를 현명하게 살펴보고 인식을 흐리는 편견을 바로잡으려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

결국 채용은 도박이다. 모든 도박에는 위험과 불확실함이 따른다. 모호함을 최소화할수록 가능성도 높아진다.

-- ACTION PLAN ➊ 채용을 통해 리더가 배워야 할 것들

블라인드 오디션을 참고하라
업무와 직접 관련 있는 과제를 제출한다. 가능하다면 면접자가 수행한 과제물을 팀원들에게 먼저 보여줌으로써 외모가 아닌 능력을 위주로 첫 인상이 만들어지도록 한다.
직원을 활용해 최고 인재를 끌어들여라
비즈니스 세계에서 “A급은 A급을 끌어들이고 B급은 B급을 끌어들인다”라는 말은 진리에 가깝다. 하지만 기업들이 이 진리를 제대로 활용하는 경우는 드물다. 가장 뛰어난 인재들은 새로운 직장을 구하지 않는다. 따라서 가장 성과가 뛰어난 인재에 접근할 수 있는 최고의 기회(헤드 헌터에 막대한 비용을 지불하는 방법 말고)는 뛰어난 직원들이 적극적으로 미래의 동료를 찾고 모집하도록 하는 것이다.
유사성 vs 다양성
기존 직원들과의 유사성을 중심으로 하는 채용은 최고 우선순위가 화합인 신생 팀에는 유용한 전략이 될 수 있다. 하지만 획일성이 언제나 가장 좋은 방법은 아니다. 모든 구성원의 성격이 똑같으면 관점이 좁아져서 의사결정에 방해가 된다. 유사성이 항상 좋다는 생각을 버리고 다양성이 주는 이익도 명심하라

-- ACTION PLAN ➋ 채용을 통해 차기 리더가 배워야 할 것들

인간관계를 발굴하라
회사에 자리가 나면 함께 일하고 싶은 사람을 경영자에게 추천하라. 우선 당사자는 당신이 추천해준 것을 고마워할 것이다. 회사를 위해 노력과 시간을 투자하는 모습을 경영자에게 인정받을 수 있다. 높게 평가하는 사람과 같이 일할 가능성도 커진다. 또 당신이 추천한 인재가 뛰어날수록 당신의 이미지도 올라간다. 유능한 인재를 추천하는 일은 당신의 커리어에 현명한 선택이 된다.
따뜻함을 먼저 드러내라
이 장의 앞부분에서 살펴보았듯이 우리에게는 따뜻함과 유능함이 반비례한다고 추측하는 인지적 맹점이 존재한다. 우리는 동료나 고객에게 능력을 강조하는 첫 인상을 심어주려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연구에 따르면 지속적인 교감 형성에는 완전히 잘못된 접근법이다. 힘을 강조하면 따뜻함이 가려져서 신뢰 관계가 만들어지기 어렵다. 직장에서 리더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려면 타인의 관점에 관심을 보이고 공감대를 형성하여 유대 관계를 맺는 것이 우선이다.
첫인상을 계획하라
새로운 사람을 만날 때 처음 몇 분간의 대화가 상대방과의 관계에 엄청난 영향을 준다. 매우 중요한 순간이니 할 말을 미리 준비하여 강렬한 첫인상을 심어줘야 한다. 가령 취업 면접을 본다면 “자기소개 좀 해주세요” 같은 일반적인 질문에 대한 답을 미리 준비한다. 면접관이 다른 질문을 한다면 그 질문에 답하면서 미리 준비한 질문으로 유도한다. 면접 도중에는 실수해도 충분히 만회할 수 있다. 하지만 시작이 불안하면 되돌리기가 힘들다.

11. 함께 만들어갈 '큰 그림'을 제시하라

“어디에서 일하시죠?” 그녀가 와인 잔을 건네며 묻는다.

잠깐 동안 멈춰보자. 당신이 이렇게 수많은 이방인에 둘러싸여 이 질문에 답하기 직전이라고 해보자. 당신의 내면에 주의를 기울여보라. 회사 이름을 말하기 직전의 짧은 순간, 당신은 무엇을 느끼는가? 이것은 그냥 질문이 아니라 진단 질문이다. 타인에게 직장을 말할 때 느끼는 어떤 기분이 직장에 대한 자부심을 평가해주기 때문이다.

사람들에게 회사명을 이야기할 때 당신의 반응을 떠올려보라. 자세가 당당해지는가 아니면 움츠러드는가? 상대방의 동경 어린 반응이 기대되는가 아니면 애써 예의를 차리는 척 혼란스러운 표정이 나올 것 같은가? 마음속으로 화제를 바꾸거나 다른 질문이 나왔으면 하고 바라는가?

기업은 직원들이 직장을 자랑스럽게 여기는지에 대해 별로 신경 쓰지 않지만 직장에 대한 자부심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함축한다. 연구에 따르면 자부심이 클수록 직장에 대한 충성도가 높고 이직에 대한 관심도 낮아진다. 여러 산업 부문에서 이직률의 최소화는 매우 중요하다. 직원이 한 직장에서 오래 일할수록 업계 지식도 탁월하므로 회사에 중요한 기여를 할 수 있다.

또한 자부심은 친구나 이웃에게 자신이 어디에서 일하는지 주저하지 않고 말하고 싶도록 만든다. 당연한 이야기다. 직원들이 주변에 자신의 직장에 대해 열성적으로 이야기할수록 미래의 직원과 잠재적 고객들에게 회사의 평판도 올라간다.

연구에 따르면 자부심은 실제 업무 성과에도 많은 기여를 한다. 연구 결과, 자부심의 경험은 사람들에게 활력을 주고 힘든 도전에도 끈기 있게 버티도록 해준다. 회사에 대한 자부심이 강한 세일즈맨은 훨씬 의욕이 넘치고 더 열심히 일하며 성과도 좋다. 수익에만 도움되는 것은 아니다. 연구에 따르면 자부심을 느끼는 직원일수록 동료를 도와주고 전반적으로 회사 개선에 기여하는 행동에 참여할 가능성이 높다.

리더들은 직원들이 일에 만족하는 한 회사에 대한 자부심이 저절로 따라온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확실히 그렇다고 볼 수는 없다. 일에 만족하는 것과 회사에 자부심을 느끼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자부심은 어디서 오는가

인간의 감정에 작용하는 과학을 연구하는 사회심리학자들은 기본적으로 자부심이 ‘지위’에서 나온다는 사실이야말로 자부심의 핵심이라고 말한다. 자부심은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결과, 즉 그룹 내의 평판을 올려주는 성취에 대해 생각할 때 느끼는 기분 좋은 감정이다.

우리는 타인의 눈에 비친 사회적 지위를 올려주는 성취를 통해 자부심을 느낀다. 높은 직위, 멋진 자동차, 매력적인 가족 등, 경제적 어려움이나 부부 간의 불화와 달리 이런 것들은 친구나 이웃에게 드러내고 광고하려 한다.

직장이라는 환경을 놓고 볼 때 자부심은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자부심이 지위에서 나온다면 기업은 직원의 사회적 입지를 어떻게 올려줄 수 있을까? 곧 살펴보겠지만 그 답은 당신의 생각을 넘어선다.

당신은 이 넷을 가졌는가: 비전, 개성, 헌신, 신념

모든 조직이 집단의 자부심을 키워주는 일에 능숙하지는 않다. 그런데 고속도로를 운전하다보면 직장보다는 민족 집단이나 마이너리그 야구팀에 대한 자부심이 담긴 범퍼 스티커를 붙인 차들이 자주 보인다.

이것은 매우 흥미로운 단절 관계를 보여준다. 우리는 깨어 있는 시간의 거의 절반을 직장에 나가서 일한다. 직장에서 생활비를 벌고 능력도 키우고 친한 친구들과 교감도 나눈다. 이처럼 직장은 삶에서 매우 큰 부분을 차지하는데도 우리가 직장에 가지는 열정은 그보다 훨씬 작은 비중을 차지하는 부분에 대한 열정과 비교조차 되지 않는다.

특히 종교 단체나 정당, 스포츠 팀 등 몇몇 집단은 어떻게 구성원들로 하여금 뜨거운 자부심을 가지게 하는 것일까? ‘자부심을 느끼게 해주는’ 집단에 나타나는 몇 가지 특징에 대해 살펴보고 직장에 대한 자부심을 키우는 데 어떻게 활용할지 생각해보자.

구성 요소 1 장대한 이야기

자부심을 주는 집단의 첫 번째 특징은 집단의 미래는 물론 과거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가 있다는 것이다.

종교 단체와 정당, 스포츠 팀은 모두 고무적인 비전으로 구성원들을 하나로 모은다. 성공에 대한 공유 비전을 제시함으로써(천국 가기, 세금 제도 개혁, 우승 트로피 손에 넣기 등) 추종자들이 그 집단에 소속되는 것 자체를 자신들의 지위를 높이는 투자로 여기도록 만든다.

리더십 전문가 짐 콜린스JimCollins와 제리 포라스JerryPorras는 기업의 성공을 위해 사명 그 이상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팀에 계속 활력을 부여해줄 ‘크고 대담하며 도전적인 목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종교와 정치 정당, 스포츠 팀은 오래 전부터 이러한 접근법을 사용하여 구성원들이 힘을 합쳐 이룰 수 있는 감동적인 미래를 그려왔다. 구성원들은 집단의 목표에 열정적일수록 그 집단의 소속이라는 사실에 자부심을 느낀다.

미래의 비전에 중점을 맞추면 또 다른 장점이 있다. 사람들이 기꺼이 현재를 희생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프리드리히 니체Friedrich Nietzsche의 말로 표현하자면 이렇다. “이유가 있는 사람은 어떤 방식이든 견뎌낼 수 있다.”

그러나 집단의 자부심을 장려하는 방법에서 미래에 대한 고무적인 비전은 공식의 절반을 차지할 뿐이다. 회사의 ‘역사’는 직원의 자부심을 키워주는 가장 훌륭한 미개발 자원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팀원들이 기업의 지난 업적에 대해 잘 알수록 그런 기업의 소속이라는 사실에 자부심을 느끼기 때문이다. 메이저리그의 탬파베이 레이스Tampa Bay Rays 팬과 뉴욕 양키스New York Yankees 팬 사이에는 단지 지역적 차이만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전통 있는 조직에 소속되었다고 느낄 때 자신의 지위를 높게 인식하고 팀과의 유대감도 강해진다.

정치와 종교 지도자들은 중요한 연설에 역사적 사건을 집어넣어 과거에 대한 유대감을 먼저 형성하고 미래에 대한 비전을 펼친다. 이것은 매우 효과적인 연설 기법이다. 역사를 통해 사람들이 거대한 전체의 일부라고 느끼게 만들고 결과적으로 그 집단의 소속이라는 사실에 큰 의미가 부여된다.

하지만 직원들은 자신이 회사의 역사에 어떤 기여를 할 수 있는지도 모른 채 업무에 내던져진다. 이러한 맥락의 부재는 자신의 역할을 제대로 인식하고 자부심을 느끼지 못하도록 만든다.

리더들은 현재의 요구 충족에 바빠서 미래의 비전을 펼치거나 과거의 성공을 축하하는 일을 등한시하는 경우가 많다. 직원들의 자부심을 길러주는 중요한 기회도 날아간다. 신입 사원들에게 회사의 역사를 교육하고 시각적 수단을 활용하여 사무실에 과거의 업적을 전시하며 연설에서 팀원들의 성과를 치하하는 투자가 필요하다.

직원들은 기업의 (과거와 미래) 이야기에 공감하고 익숙해질수록 자신의 역할에 자부심을 느낀다.

구성 요소 2 집단의 개성

상품 제안부터 사무실 디자인, 브랜드의 디자인과 느낌 등, 회사의 거의 모든 것이 경쟁업체와 똑같다면 직원들이 자부심을 가질 대상을 찾기 어렵다. 회사가 제대로 돌아가고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우리 회사만의 독특함이 무엇인지 확실히 알아야만 자부심이 생긴다. 독특한 기업 사명이나 기업 문화, 개성 넘치는 사무실 공간 등 남들과 분명히 차별화되는 부분은 집단의 자부심을 만드는 데 유리하다.

결국 기업이 독특함을 어떻게 정의하는지가 중요하기보다는 구성원들이 의미를 찾을 수 있는 독특함이 있어야 한다. 모든 집단이 비슷해 보이면 소속에 자부심을 느끼기 어렵다.

구성 요소 3 공익에 대한 헌신

자부심을 느끼게 해주는 집단의 세 번째 특징은 타인의 삶을 개선해주는 일에 헌신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조직의 이타주의는 구성원이라는 지위를 더 매력적으로 보이게 만든다. 집단이 좀 더 넓은 지역사회에 공헌할 때 구성원의 사회적 지위도 올라간다. 따라서 자신의 소속에 자부심을 느낄 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 가치 있는 임무를 수행하는 기업의 직원이라는 사실을 타인에게도 알리고 싶어진다.

기업이 공익 헌신을 강조하기 위해 자주 사용하는 방법 중 하나는 중요한 대의를 위한 자선 활동이다. 물론 칭찬할 만한 일이다. 하지만 회사에 대한 자부심을 키울 수 있는 쪽으로 최대한 활용되지는 못하고 있다.

대부분의 기업에서 공익 헌신에 관한 결정은 경영진이 내리므로 직원들은 이 과정에서 단절감을 느낀다. 기부 사실이 단지 이메일이나 사보로만 통보된다. 물론 직원들은 회사의 참여에 순수한 고마움을 느끼지만 직접 참여하지는 못한다.

이런 방법은 자부심을 이루는 중요한 심리적 요소를 간과한다는 점에서 문제가 된다. 바로 개인적 책임이다. 자신이 기여하지도 않은 결과에 자부심을 느끼기는 불가능하다.

미네소타에 있는 보험회사 알리안츠 생명Allianz Life은 전 직원을 대표해 회사가 어디에 기부할지 직원들로 하여금 직접 비영리단체를 추천하고 투표로 정하도록 함으로써 문제를 해결한다. 증권사 찰스 슈와브Charles Schwab 같은 기업은 직원들로 하여금 비영리단체에 개인적으로 기부하도록 만들어 효과를 강조한다.

회사의 기부로 직원들의 자부심을 길러주는 방법이 또 있다. 직원들이 회사 근무를 쉬고 자원봉사를 하도록 장려하는 것이다. 한 예로 아웃도어 의류업체 파타고니아는 자원봉사를 기업 전략의 초석으로 삼는다. 해마다 직원들을 위한 인턴 제도를 마련하여 최대 60일 동안 환경보호 단체에서 자원봉사를 하도록 한다.

하지만 직원들이 사무실을 오래 비우는 것은 대부분의 기업에 현실적인 선택권이 아니다.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의 ‘달러스 포 두어스Dollars for Doers’ 프로그램은 흥미로운 대안을 제시한다. 이것은 직원들이 자선 단체에서 봉사한 시간을 1시간당 17달러로 계산해 회사가 그 단체에 기부하는 프로그램이다. 이는 회사가 공익에 헌신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동시에 직원들로 하여금 스스로 앞장서게 해준다.

구성 요소 4 모든 구성원이 중요하다는 신념

자부심을 느끼게 해주는 집단의 마지막 요소는 모든 구성원의 공헌이 중요하다고 믿게 해주는 것이다.

직원에게 자신의 기여가 중요하다고 느끼게 해주는 방법은 주인의식을 갖도록 하는 것이다. 집단에서 주인의식을 느낄수록 소속의 자부심을 느끼기도 쉽다.

어느 자선단체에 기부할 것인지를 선택하기 등, 조직의 결정에 참여하는 것도 직원들의 소유의식을 높여주는 방법이다. 고객들이 접하게 되는 결과물에 직원들의 이름을 넣고 회사 홈페이지에 프로필을 넣는다.

우리는 자신의 이름이 일과 연결된 것을 보면 일에 자부심을 느낀다. 수준 이하의 성과로 이어지게 만드는 익명성도 제거할 수 있다. 자신의 존재와 작업물의 연관성이 눈에 보이면 성과가 곧 자신을 반영하게 된다.

기업은 직원 가족에 직접 고마움을 표현함으로써 직원들이 자신의 기여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느끼게 해줄 수 있다. 가족은 우리가 인식하는 지위를 결정하는 중요한 대상이다. 회사가 배우자나 자녀 앞에서 직원들의 기를 살려주면 직장에서의 칭찬 한마디보다 훨씬 강력한 효과가 있다.

다음은 여러 기업이 가정에서 직원들의 지위를 올려주기 위해 재직 기간에 따라 적용하는 참신한 방법이다.

신입사원

장기근속 직원

자녀 출생 시

어느 정도 성장한 자녀를 둔 부모

직원들은 자신이 다니는 직장을 자랑스러워하고 싶어 한다. 회사가 직원들의 노력을 알아주고 사랑하는 가족들 앞에서 체면을 세워주고자 비상한 노력을 기울인다면 자부심이 느껴질 수밖에 없다.

기업들은 가족 중심적인 전략이 직원들의 자부심을 올려주는 것 말고도 효과적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있다. 직원들의 배우자와 가족, 친구들이 회사에 대해 긍정적으로 말하므로 지역사회 내에서 회사의 평판이 올라가 미래의 유능한 인재를 끌어들이는 데도 도움이 된다.

직함의 딜레마

하지만 기업이 직원들의 지위를 올려주려고 하는 일이 전부 효과적인 것은 아니다. 실제로 엄청난 역효과를 낳는 방법들도 있다. 예를 들어 직위가 그렇다.

세일즈 부서에 새로운 직위가 생겼다고 해보자. 마음에 두고 있는 완벽한 후보가 있어서 일자리를 제안했다. 당신이 어떤 자리인지에 대한 설명을 끝내자 그가 전혀 생각하지 못한 질문을 한다. 직함이 무엇인가 하는 것이다.

당신은 잠깐 생각해본다. 엄밀하게 말하자면 ‘영업 사원’이 정확하지만 전혀 화려한 이름이 아니다. ‘세일즈 감독’이라는 명칭은 개성이 있지만 약간 과장되었다. 이번에 세일즈 부문의 정직원을 처음 뽑는 것이니 신입사원이 스스로를 감독하게 될 테니까 말이다.

하지만 당신은 감독이라는 직위가 당사자에게 강력한 동기를 부여해 더 열심히 일하게 되고 결과적으로 보다 유능한 세일즈맨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 없다.

그럴 만하다. 하지만 연구에 따르면 완전히 틀린 생각이다. 노력 없이 얻은 직위일 때 직원들은 즉각적으로 커다란 만족감을 느낀다. 당연한 일이다. 갑자기 지위가 높아지면 일시적으로 성과 개선이 나타날 수도 있다. 하지만 잠깐일 뿐이다. 잠시 후에는 재미있는 일이 벌어진다. 불만이 커지고 성과가 곤두박질친다.

이유가 무엇일까? 급여가 적다고 생각하기 시작하는 것이다. 인적 자원 전문가들이 ‘직위 인플레이션’이라고 부르는 이 현상은 어디에서나 볼 수 있다. ‘첫인상 감독’이 안내 데스크에서 방문객을 맞이하고 몇 명인지도 모를 부사장들이 층마다 개인 사무실을 차지하고 있다. 경영학 교수 아서 마티네즈Arthur Martinez는 직위 인플레이션이 크게 두 가지 종류로 나타난다고 말한다. ‘은밀한 기만’과 ‘공공연한 위반’이다.

은밀한 기만은 주로 기업이 고객 앞에서 직원들의 지위를 향상시켜주고자 활용하는 방법이다. 직위가 높은 사람이 상대할수록 고객이 더 큰 관심을 받는다고 느낄 것이라는 생각에서다. 하지만 이것은 위험한 전략이다. 물론 넘어가는 고객도 있다. 하지만 결국 고객은 기업의 진정성에 의문을 품게 된다(직원들 역시 마찬가지다).

기업이 은밀한 직위 인플레이션을 활용하는 또 다른 이유는 보상 대신이다. 기업은 직원들에게 적절한 수준의 급여를 지불할 형편이 되지 않을 때(혹은 찬성할 수 없을 때) 화려한 직위로 회유하려고 한다.

하지만 역효과가 일어날 수 있다. 앞에서 살펴보았듯이 직위 부풀리기는 나중에 불만족을 가져올 수 있다. 특히 스마트폰만 있으면 직위에 따른 평균 연봉을 즉각 검색해볼 수 있는 요즘 시대에는 더더욱 그렇다. 직위에 비해 급여를 덜 받는다는 사실을 아는 순간 회사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기 시작한다. 부풀려진 직위의 영향은 거기서 그치지 않는다. 직원의 이력서를 더 매력적으로 만들어주므로 다른 직장을 구할 가능성도 높아진다.

공공연한 위반은 은밀한 기만보다 훨씬 점잖다. 직원의 역할을 창의적이고 때로는 반어적으로 나타내준다. 스타벅스에는 바리스타, 애플에는 지니어스, 서브웨이에는 샌드위치 아티스트가 있다. 엄밀히 말해서 모두 고객 서비스를 담당하는 직원들이지만 이들 기업은 직원들이나 고객들이 그 역할을 그렇게 바라보기를 원하지 않는다. 지식과 전문 기술이 필요한 자리임을 강조해주는 직함이다. 과연 이러한 직함은 효과적인가? 물론 독창적인 직함은 특히 젊고 아직 경험이 부족한 직원들의 관심을 끌고 역할에 대한 열정에 불을 지핀다. 대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사회에 뛰어든 이들에게 새로운 직업은 급여 이상을 의미한다. 즉 새로운 정체성을 뜻한다. 독특한 직함이 젊은 직원들에게 업무 역할을 이해하도록 해준다면야 괜찮을 것이다.

하지만 이미 신뢰가 쌓인 베테랑 직원들에게 독특한 직함은 자부심을 심어주기 힘들다. 대학 졸업 후 갓 취직한 초보 직장인이 ‘마케팅 록스타’라고 적힌 명함을 가지고 다니는 것과 은퇴를 앞둔 사람이 칵테일파티와 친목 행사에서 자신을 ‘멋짐 담당 부사장’이라고 소개하는 것은 천지 차이다.

자부심이 성공을 해칠 때

고백할 것이 있다. 이 장의 거의 막바지에 이른 지금까지 자부심이 조직에 좋은 영향만 끼치는 것처럼 오로지 긍정적인 측면에서만 설명했다. 하지만 전적인 사실이 아니다.

심리학자들은 자부심이 두 가지 형태로 나타난다고 말한다. 지금까지 이야기한 긍정적이고 성취 중심적인 자부심인 ‘진정한 자부심authentic pride’과 좀 더 어둡고 자기도취적인 ‘오만한 자부심hubristic pride’이다. 단테가 7대 죄악 중에서 가장 치명적인 것이라고 말한 것이 바로 후자다. 중국의 철학자 노자는 이렇게 표현했다. “스스로 찬양하는 사람은 훌륭함이 없다. 스스로를 자랑스러워하는 사람은 오래 가지 못한다.”

그렇다면 자부심은 과연 우리에게 유익할까, 해로울까?

어떤 유형의 자부심을 느끼는지에 따라 답이 달라진다. 자부심이 진짜일 때는 자랑하거나 거만하게 행동하거나 으스댈 필요성이 느껴지지 않는다. 자신감이 커지고 이타적이게 되며 지배가 아니라 정보 공유와 타인의 존중을 통해 지위를 향상시킨다.

반면 오만한 자부심은 전혀 다른 결과로 이어진다. 겸손함과 정반대로 행동하고 온 세상에 자부심을 다 알리려고 한다. 연구에 따르면 오만한 자부심 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사람일수록 협동심이 없고 공격적이며 모순되게도 수치심을 느끼는 확률도 높다. 또한 주로 강요와 위협에 의지해 지위를 쌓으려고 하므로 인간관계에 문제가 생기고 비호감으로 전락한다.

그렇다면 무엇이 진정한 자부심과 오만한 자부심을 경험하도록 만들까?

성공의 원인을 해석하는 방식과 큰 관련이 있다. 예를 들어 승진 등의 좋은 일이 생겼을 때 당신의 업적을 설명해주는 이유는 많이 있다. ‘내가 능력이 뛰어나서 승진한 거야’라고 생각할 수도 있고, 한편으로는 ‘업계 최신 트렌드를 놓치지 않으려고 노력한 덕분에 승진한 거야’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이 두 가지 설명에는 미묘한 차이가 있고 경험에도 엄청난 영향을 끼친다. 우선 첫 번째 해석(“내가 능력이 뛰어나서”)은 성공이 노력이 아닌 능력에 관한 문제임을 암시한다. 자신의 행동이 아니라 타고난 것 때문에 승진을 했다는 것이다. 반면 두 번째 해석(“내가 노력한 덕분에”)은 성공이 타고난 능력이 아니라 노력의 결과라는 정반대의 의미를 나타내준다. 구체적인 행동을 직접 선택하여 실행한 덕분에 승진했다는 것이다. 이 관점에서 보면 성공은 노력의 직접적인 결과다.

연구에 따르면 후자의 해석(성공이 타고난 것이 아닌 행동에 달려 있다는 믿음에서 비롯된 해석)은 진정한 자부심이 생겨나게 한다. 반대로 성공을 단지 능력의 문제로 보면 실체가 부족한 오만한 자부심을 경험한다.

따라서 직장에서는 올바른 유형의 자부심을 장려해야 한다. 조직에 좋은 소식이 있으면 가장 높은 자리에 있는 리더들이 가장 먼저 듣는다. 연구에 따르면 리더들이 팀의 승리에 대해 이야기하는 방식은 직원들이 어떤 유형의 자부심을 느끼는지에 강력한 영향을 끼친다.

집단의 능력을 자랑하지 않고(“이 빌딩에 들어와 있는 다른 회사들보다 우리가 가장 뛰어난 재능을 갖추었다는 증거야”) 중요한 업적을 달성하게 해준 구체적인 행동을 강조하면(“이번 프레젠테이션은 정말로 준비를 철저히 했어”) 순수한 자부심을 느끼게 해줄 수 있다.

보기보다 훨씬 힘들 수도 있다. 좋은 일이 생기면 당연히 자부심을 드러내고 싶고 뛰어난 재능을 인정해주고 싶기 때문이다. 하지만 연구에 따르면 노력이 아닌 재능을 강조할 때 부정적인 결과가 나타날 수 있다. 선천적으로 타고난 것에 자부심을 가질수록 성공의 실제 요인인 행동에는 덜 신경 쓰게 된다.

-- ACTION PLAN ➊ 자부심을 통해 리더가 배워야 할 것들

직원들의 지위를 향상시켜라
우리는 타인에 비해 지위가 높다고 느끼게 해주는 집단에 자부심을 가진다. 똑똑하거나 성취 지향적이거나 베풀 줄 아는 사람처럼 보이게 해줘야만 회사에 자부심을 느낄 수 있다. 과거의 업적을 강조하고 미래에 대한 야심 찬 비전을 전달하고 지역사회의 공익에 헌신하라. 직원들이 그런 회사 소속이라는 사실에서 사회적 지위가 높아지는 것을 느끼므로 자부심도 생긴다.
미래뿐만 아니라 과거도 살펴라
‘크고 대담하며 도전적인 목표’는 직원들을 고무시킨다. 조직이 과거에 달성한 업적을 이해시켜주는 것도 마찬가지다. 비즈니스의 세계에서는 앞일에만 주의를 기울이기가 쉽다. 하지만 연구에 따르면 지금까지 이른 과정을 돌아보게 해주면 팀에 강한 동기부여가 되고 성공을 도와줄 수 있다.
주인의식을 널리 알려라
회사라는 커다란 이름의 익명성 뒤로 숨지 말고 기여자로서 직원들의 역할을 광고하여 전면에 내세운다. 일부 경영자들은 직원들의 기여를 강조하면 자만심이 생기고 기업의 브랜드에도 관심이 줄어든다고 생각한다. 직원들을 지나치게 강조한다면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익명성은 더 나쁘다. 결과물에 직원들의 이름을 붙이면 제품과 연결되어 있음을 느끼고 성공에 큰 자부심을 느낄 수 있다.

-- ACTION PLAN ➋ 자부심을 통해 차기 리더가 배워야 할 것들

회사의 역사에 대해 질문하라
기업의 역사를 통해 자신의 현재 역할을 알고 운영 방침 역시 깊이 이해할 수 있다. 내가 예전에 함께 일한 기업들 중에는 경영자 한 사람만 빼고 아무도 회사가 어떻게 생겨났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았다. 리더들에게 회사의 역사에 대해 물어보면 유익한 정보를 얻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최고위 리더들과의 유대감도 강해진다.
동료들의 머릿속에 자부심을 키워주는 이야기의 씨앗을 심어라
동료가 큰 성공을 거두었을 때 칭찬하는 대신 어떻게 그렇게 효율적으로 업무를 처리할 수 있었는지 물어라. 이 질문은 동료의 관심이 그 자신의 행동과 희생으로 향하게 만든다. 또한 칭찬이 질문 형태로 표현되면 당사자도 잘난 척하는 것처럼 보일까봐 걱정하지 않고 편안하게 칭찬을 받아들일 수 있다.
회사와 공익을 연결하는 다리를 만들어라
직원들을 개입시키지 않은 채로 자선 활동을 하는 회사들이 많다. 대개는 직원들의 참여를 원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단지 물어보지 않아서 생기는 일이다. 기부 자선단체를 추천해도 되는지, 또는 투표로 결정할 수 있는지 경영진에 제안한다. 받아들여질 경우 자원봉사 활동에도 똑같은 과정을 적용하자고 제안할 수도 있다. 집단의 나눔에 관련된 결정에 모두가 개입하면 자신이 기여했다는 사실 때문에 결과에 자부심이 느껴진다.

나오며. 일하기 좋은 공간을 만드는 세 가지 열쇠

갤럽은 거의 해마다 직원 몰입도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하는데, 가장 최신 조사에 따르면 미국인 직장인의 무려 70퍼센트가 대충 일한다고 느낀다. 그중에서 18퍼센트는 ‘업무 방해형 직원’이다.

직원들의 업무 몰입도를 올리는 작업은 도대체 왜 아무런 진전이 없는 것일까?

가장 좋은 답은 이것이다. 리더들은 직원의 업무 몰입도를 높이려는 시도를 ‘하긴 했지만’ 틀린 방법으로 했다. 급여와 직위, 개인 사무실 등 이 책에서 이미 살펴본 여러 단기적 효과에 지나치게 의존한 나머지 몰입을 장기적으로 유지하기가 힘들었기 때문이다. 갤럽의 직장 경영 및 웰빙 부문 수석 과학자 짐 하터Jim Harter는 “미국 대부분의 직장에서는 몰입에 대해 아는 것과 뭔가 조치를 취하는 것에 차이가 존재한다”라고 말한다.

그래서 과학이 도움을 줄 수 있다. 이 책에서 줄곧 살펴보았듯이 최신 연구에서는 어떤 조직이든 환경 개선에 활용할 수 있는 실용적인 방법들이 밝혀지고 있다. 내재적 동기를 부여하고 창의성을 일으키며 성과를 개선하기 위한 조건에 대해 상당히 많은 정보가 나와 있을 뿐만 아니라 점점 더 늘어나고 있다. 동료 관계를 돈독하게 하고 긍정적인 분위기를 만들며 자부심을 올려주는 방법이 무엇인지는 더 이상 추측할 필요가 없게 되었다.

이 책의 서두에서 좋은 직장을 만드는 천편일률적인 방법은 없다고 밝혔다. 수많은 기사와 학술서를 훑어보고 난 후에도 여전히 지지하고 있는 결론이다. 조직을 제대로 경영하는 단 하나의 방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법률사무소를 운영하는 방법과 빵집을 운영하는 방법이 같을 수는 없다. 동일한 산업 분야라도 중소기업이 직면한 도전 과제와 다국적 대기업이 직면한 도전 과제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 직장은 단 하나의 공식으로 요약하기에는 너무나 복잡한 환경이다.

그래서 이 책은 단 하나의 균일한 접근법을 제시하지 않는다. 그 대신 직원들의 욕구를 이해하는 틀과 효과가 입증된 방법을 실험해볼 수 있는 선택권을 제시했다.

다시 뒤돌아가서 이 책에 제시된 내용을 넓게 살펴본다면 특정한 주제가 눈에 띌 것이다. 연구 결과를 임의적으로 합쳐놓은 것이 아니다. 이 책이 제시하는 내용은 일정한 패턴에 따른다.

다음은 이 책의 내용을 전체적으로 아우르는 세 가지 교훈이다.

교훈 1 직원의 업무 몰입도 중심에는 심리적 욕구가 있다

어떻게 하면 직원들로 하여금 업무에 몰입하게 할 수 있을까? 자율성, 유능함, 연관성을 일상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한다.

그 방법을 간단하게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직원들은 업무에 대한 선택권이 있다고 느낄 때 자율성을 느낀다. 자율성을 장려하려면 업무와 함께 이유를 제시하고 업무를 언제, 어떻게 수행하는지 융통성을 허용하며 보상에 초점이 향하는 것을 최소화한다. 일할 장소에 대한 선택권을 주는 것도 자율성을 느끼게 해준다. 사무실 안에 다양한 환경을 조성해놓거나 때때로 집이나 커피숍, 해변 등에서 일하도록 하는 것 등이 포함된다.

직원들은 어떻게 하면 유능함을 느낄 수 있을까? 즉각적인 피드백과 의미 있는 인정, 성장 기회가 주어지는 환경을 만들어야 가능하다. 직장에서 유능함을 느낄 수 있어야만 흥미가 유지되는데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새로운 도전을 찾을 수 있는 권한을 위임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때로 실수를 허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사람은 실수할까봐 두려울 때 유능함을 드러낼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찾는 일을 중단한다. 직장에서 유능함의 욕구가 충족되지 않으면 즉각 업무 몰입도가 떨어진다.

기업 세계에서 연관성은 오래 전부터 세 가지 심리적 욕구 중에서 가장 관심을 덜 받아왔다. 하지만 5장에서 살펴본 것처럼 직원들 간의 유대 관계는 직장생활을 즐겁게 해줄 뿐만 아니라 성과에서도 수량화 가능한 이익을 가져온다.

직원들의 유대 관계를 장려하려면 친밀함의 촉매제를 이용한 상호작용이 필요하다. 근접성, 익숙함, 유사성, 자기노출이다. 신입사원의 온보딩 과정을 늘려서 친분 관계를 유도하고 동료들끼리 업무 이외 활동에서 상위 목표로 하나 되어 협동하도록 하며 공동 공간을 만들어 업무 이외의 주제로 유대감을 쌓을 수 있도록 한다.

교훈 2 조직은 육체와 정신의 한계를 다룰 때 더욱 성공한다

이 책 전반에서 인간이 가진 여러 가지 한계를 만날 수 있었다. 오후 이후로는 집중력이 떨어지고 한번 방해받은 후 다시 집중하려면 오랜 시간이 걸리며 스트레스가 문제 해결 능력을 떨어뜨린다는 것을 배웠다.

뇌의 용량은 제한적이므로 인지 자원이 감소하면(정신없는 사무실 환경 때문이건 여기저기서 요청이 너무 많기 때문이건 쉬지도 못하고 계속 일하기 때문이건) 기분도 나빠지고 성과도 떨어진다.

기업은 신체의 한계를 무시하고 힘이 부족할 때도 직원들에게 강행군을 강요하면 안 된다. 대신 직원들이 남은 에너지를 아끼고 거의 바닥났다면 재충전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기업은 ‘동굴과 캠프파이어’를 마련하여 직원들이 자신의 업무 스타일에 가장 잘 맞는 환경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도록 한다. 직원들이 근무 시간에도 운동과 놀이를 하고 때로는 낮잠을 잘 수 있도록 해줄 수도 있다. 자연광, 개인 작업 공간, 건강에 좋은 간식거리, 휴식과 재충전은 어떤 경우라도 도움이 된다.

3장에서 살펴보았듯이 과거에는 직원이 공장에서 보내는 시간이 생산성의 수준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었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컴퓨터 앞에 붙어 있다고 해서 업무 효율성이 보장되지는 않는다. 사무실 책상에서 벗어나 주의가 흐트러지면서 새로운 생각이 섞일 때 훌륭한 아이디어가 나올 수 있다.

고객을 직접 대하는 직원들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활력이 부족하면 고객과 교감하기 어렵고 부정적인 감정을 퍼뜨릴 위험이 있다. 대단한 아이디어를 떠올리는 것이든 안내 데스크에서 전화를 받는 일이든 정신적 활기가 넘치면 도움이 된다.

일의 본질이 변화하고 있다. 한때 경영자들이 시간 낭비라고 여겼던 것들이 이제는 높은 성과를 위해 매우 중요해졌다.

교훈 3 일과 가정생활을 합치면 둘 모두의 질이 올라간다

내가 처음 회사에 취직하려고 수없이 면접을 보러 다닐 때 ‘일과 삶의 균형’에 대한 헌신을 장점으로 내세우는 기업들이 많았다. 듣기에는 좋았지만 절대로 현실로 이루어지지는 않았다.

대부분의 기업에 일과 삶의 균형은 그저 신화 같은 존재다. 지난 20년 동안 직장인의 개인적인 삶은 계속 포위당했다. 이 흐름은 1990년대 중반에 이메일이 등장하면서 시작되어 10년 후에는 스마트폰의 폭발적인 증가로 가속화되었다. 이제 더 이상 집은 회사가 절대로 파고 들어올 수 없는 공간이 아니다. 직원들이 밤과 주말에도 연락이 닿고 항상 대기 상태이기를 암묵적으로 요구하는 회사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물론 훌륭한 인재들은 근무 시간 이후에 연락이 닿지 않더라도 밤낮으로 일하고 있다. 샤워를 하거나 아이를 체육관에 데려다주거나 잠에 빠져들기 전에도 끊임없이 앞일을 미리 계획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구상한다.

이 책이 주는 교훈 중 하나는 회사가 일과 개인 시간이 별개인 듯 굴지 말고 둘을 합치고자 적극적으로 노력하는 편이 훨씬 유익하다는 것이다. 앞에서 배우자들을 근무 이외 활동에 참여시키는 것을 비롯해 직장 내 인간관계를 돈독하게 만드는 방법을 살펴보았다. 또한 회사가 직원을 비영리단체 및 지역사회와 연결해주는 매개체가 돼주는 일도 효과적이다. 직원들의 가족에게 직접 감사를 표시하면 자부심을 끌어올려줄 수 있다.

우리는 일이 개인 시간을 방해하는 것이 용인되는 세상에서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개인 사정이 일에 방해되는 것은 영 불편함을 느낀다. 기업은 직원 스스로 책임감 있게 시간을 관리할 수 있다고 믿고 근무 도중 한 시간 동안 자녀의 축구 게임을 보러 가도록 해준다면 조직에 대한 충성심과 업무 몰입도가 커져서 장기적으로는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

좋은 직장의 미래는 직원들이 가장 뛰어난 성과를 올릴 수 있는 쪽으로 일과 개인 생활을 합치도록 도와주는 데 달려 있다.

좋은 직장 만들기

다행히 보다 나은 직장을 만들 수 있는 증거에 입각한 방법들이 있다. 회사가 직원들에게 긍정적인 경험을 선사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이 책이 잘 알려주었기를 바란다.

자율성, 유능함, 유대감에 대한 욕구를 충족시켜주고, 정신 에너지를 온전히 사용할 수 있게 해주며, 직장에서나 집에서나 성공할 수 있도록 융통성을 허용한다면 단순히 좋은 직장 그 이상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최고의 성과를 올리는 조직이 만들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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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공간의 재발견 (last edited 2022-02-10 14:37:34 by 정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