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일(포스코경영연구원), 성과주의의 명과 암: 목표, 평가, 보상을 중심으로, 2019
다른 기업들과의 경쟁 격화를 내부 직원간의 경쟁 강화로 극복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이 성과주의 철학의 기본 토대
‘일을 했으면 성과를 내라’는 기치 하에 다른직원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성과를 내는 것이 일종의 ‘도덕’이나 ‘직업윤리’인 것처럼 분위기를 형성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직 내부에서는 여전히 부정적 인식이 팽배
- 삼성경제연구소에서 성과주의 인사의 부작용을 조사한 결과(복수응답) ‘단기성과에 집착(73%)’, ‘팀·부서간 협력 저해(36%)’, ‘직원간 경쟁과다(21%)’라는 인식이 主를이룸
- 또한, 성과주의의 대표적 제도인 KPI를 폐지하는 기업들도 출현하고 있음
- 현대카드는 2012년 “KPI는 과거에는 훌륭한 성과관리 도구였지만 시간이 가면서 목적을 상실하고 ‘관리를 위한 관리도구’로 변질되어 오히려 기업의 족쇄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KPI를폐지
- 중국의 샤오미도 숫자 중심의 KPI로 직원을 평가하는 대신 주어진 업무의 진척 상황과 성과를 통해 평가하는 방식을 도입하여 내부 KPI를 대체
성과주의를 ‘성과와 보상을 연계하는 인사 시스템’으로 보는 것은 협의의 정의이며, 단순히 ‘성과급제’ 운영으로 인식하는 것은 잘못된 관점임
성과주의 경영은 ‘경영활동의 최우선 가치를 기업이 추구하는 성과 극대화에 두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적극적인 경영 관리 과정을 수행하는 것’을 의미
성과주의에 대한 찬반 논쟁은 끊이지 않으나 최근 뉴노멀, 4차 산업혁명 등의 환경 변화로 ‘경쟁’에서 ‘협력’으로 핵심 가치가 전환되는 중임
성과주의 시스템을 활용하는 기업이 그렇지 않은 기업보다 평균 약2.3배의 재무적 성과(ROI)를 창출했다는 연구결과도 존재
신사업 추진시 등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서는 성과주의가 오히려 직원들의 책임감과 기업가정신을 높이는 동기부여 역할 가능. 반면, 개인간 경쟁 격화, 팀워크 소멸, 조직간 사일로(Silo) 현상 심화, 고유한 조직문화 희석 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 또한 여전히건재. 이에 따라 연공서열 부활, 수시평가제도 도입, 코칭제도 활성화 등의 제도적 보완을 시도하는 기업들도 증가.
따라서 성과주의 제도의 효율성을 논의하기보다 제도 운영을 위한 기본틀(Framework)과 관련된 가정에 대해 살펴볼 필요가 있음. 이를 위해 성과 측정을 위한 목표, 창출된 성과에 대한 평가 및 평가에 기반한 보상이라는 3가지 틀에 대해 검토.
2. 목표설정: 다다익선의 환상
대부분의 기업에서는 지표를 많이 설정하면 성과를 더 정확히 평가할 수 있다는 생각이 만연. BSC 제도를 도입한 기업들을 보면 개인 평가 지표가 10개 이상인 경우가 많으나, 이는 인간의 인지 한계를 고려하지 않은 설정임.
직원이 각 목표에 대한 상세 실행계획을 수립하고 그 달성 과정을 면밀하게 기록하도록 독려하면, 목표 달성도가 높아질 것이라는 생각도 항상 맞는 것은 아님. 여러 개의 목표를 세우고 구체 실행계획을 수립하게 되면 목표 이외의 것들에 신경이 더 분산되는 현상 발생. 여러 개의 목표를 구체적으로 실행하기 위한 계획 수립 과정에서 오히려 목표 달성의 어려움을 분명하게 인식하기 때문으로 분석됨. 목표가 하나일 때는 실행 계획 수립이 목표 달성의 부담을 덜어주고 의지를 강화하지만, 여러 개일 때는 실행계획 수립이 반대로 그 의지를 약화함.
3. 상대평가: 정규분포의 함정
성과평가를 위해 대부분의 기업은 평가등급을 강제로 할당하는 상대평가 제도를 운영. S(10%), A(20%), B(40%), C(20%), D(10%) 식으로 평가등급을 결정하는 이유는 직원들의 성과가 정규분포를 따른다고 전제하기 때문. 정규분포는 표본을 이루는 개별 사건들이 독립적이고, 분포에 미치는 영향력이 동일할 경우에 성립. 그러나 조직 내 구성원들의 성과 평가 결과가 정규분포를 따를 것으로 가정하는 것은 맞지 않음. 직원들은 상호 독립적으로 존재하기보다 서로 협력하고 정보를 공유하며, 업무를 단독으로 수행하는 경우가 거의 없기 때문임. 또한 상황에 따라 특정 직원의 영향력이 다른 사람에 비해 상대적으로 클 가능성도 높기 때문.
Ernest O’boyle Jr.와 Herman Aguinis는 한 집단의 성과는 정규분포가 아닌 멱함수 분포에 가깝다는 사실을 규명. 실제GE, MS, 어도비(Adobe) 같은 기업은 상대 평가를 폐지하고 절대평가 방식으로 회귀. 어도비의 경우 정규분포가 아닌 멱함수분포를 평가와 보상에 연계하기 위한 방안을 고민중.
멱함수분포 기준으로보면, 직원 대부분의 성과는 유사하고 뛰어난 성과를 보이는 직원은 소수라고 보는 것이 적합. 정규분포를 전제로 한 등급제 상대평가로 기본급과 성과급을 차등하는 방식은 ‘성과에 따른 보상’이라는 성과주의 철학에 반하는 것임. 오히려 성과가 뛰어나다고 모두가 인정할 수 있는 소수의 인원을 대상으로 차별화된 성과급을 지급하는 것이 현재의 차등지급 이슈를 해소할만한 방법임.
4. 차등보상: 금전보상의 한계
1990년대초, HP의 차등 보상제도 도입 관련 실험은 차등 보상이 성과에 긍정적 영향보다 악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임. HP는 차등보상 트렌드에 맞춰 다양한 프로그램을 설계한 후 바로 도입하지 않고 Pilot test를 거쳐 최종 도입하기로 결정.
팀 성과 기반의 보상, 개인 스킬 기반의 보상, 이익공유제(Profit-sharing)등 총 13가지의 차등 보상 프로그램을 설계, 미국을 포함한 6개국에서 시험 운영. 미 샌디에고 지사의 경우 팀 성과기반의 보상 프로그램을 적용하였으며, 처음 6개월간은 효과가 좋았음. 목표달성도를 1,2,3 수준으로 3단계로 구분, 거의 모든 팀이 2 수준 이상의 평가를받음. 그러나 거의 모든 팀의 목표치 초과달성으로 예상보다 많은 성과급 지출이 예상. 지사책임자는 목표를 너무 낮게 설정했기 때문으로 간주, 목표치를 상향 조정하기로 결정. 이에 목표치를 올리면 성과급 대상에서 제외될 것으로 예상되는직원, 팀들이 강하게 반발. 또한 저성과 직원을 팀원으로 받아들이면 팀 성과가 떨어져 성과급을 적게 받을것이라는 생각 때문에 받지않으려는 이기주의가만연. 시험운영을 시작한지 3년만에 모든 차별적 보상프로그램의 중단결정. 인터뷰, 설문 및 생산성 관련 자료 분석 결과, 차등보상 이득(得)보다는 실(失)이 많다는 결론에 도달.
직원 및 팀 간의 ‘보이지 않는 벽’은 인력 순환은 물론 각자 보유하고 있는 지식과 경험의 공유도 방해하여 결국 회사 성과에 악영향. 그럼에도 불구하고, 1999년에 CEO로 부임한 칼리피오리나는 부임과 동시에 차등보상 프로그램 전면 도입을 발표. 결국 6년 후인 2005년 칼리피오리나는 이사회에서 쫓겨났고, 새로운 CEO는 1만4,000명의 감원계획 발표. 컴팩과의 합병 실패등도 원인이 되었으나, 차등보상 프로그램을 강제한데 대한 역효과로 조직의 성과가 하락한 점도 한 몫을 함.
소폭의 인센티브는 도입 초기에 어느 정도 ‘당근효과’를 발휘하지만, 시간이 흐르면 그 효과는 빠르게 소멸할 뿐만 아니라 인센티브 비중을 늘려도 되살아나지 않음. 인센티브 프로그램 도입초기, 1,2 그룹 모두 생산성이 크게 향상되었고, 두 그룹 간의 성과 차이도 감소. 그러나 두 번의 인센티브 인상 이후, 생산성은 향상되지 않음. 6% 인상이후, 2 그룹의 생산성은 오히려 다소 저하. 9% 인상 이후에도 개선 여지는 없었음.
보상 만족도와 업무 만족도는 인센티브 프로그램 도입 이후 오히려하락.
보상만족도: (도입전)26.10점 -> (도입후)24.21점
업무만족도: (도입전)32.47점 -> (도입후)30.37점
전체 보상 금액중 인센티브의 비중을 점차 증가시켰기에 직원들은 전보다 돈을 더 받을 수 있었지만 생산성과 만족도는 오히려 낮아짐. 실제 기업 상황이기 때문에 트럭 운전사들에게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인들을 완벽하게 통제할 수 없었던 한계는 존재. 그러나 본 연구는 인센티브 제도가 성과를 향상시킨다는 기존 통념을 재고해 볼 필요가 있다는 점을 상기시켜줌.
5. 결국은 균형점을 찾아야
경쟁(성과주의 문화)보다 협력과 배려의 문화 구축이 더 중요.
조직은 개인들의 성과 경연장이 아닌 관계와 조화를 추구하는 커뮤니티임. 함께 바구니를 들어줄 동료가 옆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자신에게 부과된 부담을 적게 느낀다는 실험결과는 협력·배려 문화가 얼마나 중요한지 시사.
직원들은 같은 조직에 소속된 동료와의 관계 속에서 자신에게 부과된 목표나 일상 업무의 부담을 인식. 직원들의 업무 영역을 명확히 구분하고 개인의 성과 목표를 정량적으로 측정하는 성과주의 문화는 직원들의 협력 동기 자체를 감소시킴. 또한 그로 인해 동일한 난이도의 업무를 더욱 어렵게 생각하도록 분위기를 형성하는 효과도 존재.
직원들에게 높은 성과 목표를 부여하기보다 자발적인 상호협력의 조직문화를 일구는 것이 진정한 성과주의 문화임. 관리자들은 직원에게 성과에 대한 의무감을 강조하는 대신 어떻게 하면 업무에서 흥미를 찾고 재미를 느낄 수 있을지 조언하고 피드백해야 함.
각 기업마다 경쟁과 협력의 고유한 균형점을 찾는 것이 중요.
성과압력(=경쟁심화)은 ‘양날의 칼’. 초기에는 성과주의 제도를 통한 성과 압력이 효과를 발휘하지만 임계점을 넘어서면 역효과를 발휘한다는 의미.
기업들은 자신들만의 임계점을 찾아야 하며, 성과주의 제도를 운영하면서 득과 실의 균형점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 균형점은 산업마다, 기업마다 달라질 수 있음. 균형점이 어디인지는 각자 찾아야 할 과제이며, 그 시발점은 다양한 사실(Fact)들을 취합하여 분석하는 Big Data 분석이 될 것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