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l +All:read The Fifth Discipline: The Art & Practice of the Learning Organization PeterSenge가 지은 책. 초판은 1990년에 나왔고, 2nd ed는 2006년에 나왔다. 번역서는 2판. 1판이 나온 후 SoL(Society for Organizational Learning)이 조직되는 등, 이 책의 내용을 실제 조직에 적용한 사례들이 생겼고, 2판에는 1판의 내용에 더해 실제 조직 적용 사례들이 포함되어 있다. 학습 조직이 되기 위해서는 다음의 5가지 원칙(disciplines)들이 전반적으로 뒷받침되어야 한다. 1. SystemsThinking (SystemThinking 과는 다르다고 함) 1. PersonalMastery 1. MentalModel 1. SharedVision 1. TeamLearning PersonalMastery에서 흥미로운 점이, [[코칭]]과 비슷한 이야기를 한다는 점이다. 목표 상태와 현재 상태의 gap을 인지하게 되면, 그것을 자기계발의 원동력으로 삼을 수 있다고 말한다. MentalModel에서는, SkilledFacilitator에서 말하는 암묵적 추론이나 TheoryInUse에 대한 내용을 다룬다. [[/밑줄긋기]] 3장에서 [[/맥주게임]]을 소개한다. <> = 서문 = == 현재 지배적인 관리 시스템 == {{{#!wiki multi-columns 신기하게도 EdwardsDeming은 내가 400페이지가 넘는 분량에 힘들게 집어넣은 내용을 단 한 문장으로 요약해서 정확하게 표현하고 있었다. 현재 지배적인 관리 시스템은 사람을 망가뜨리고 있습니다. 본래 사람은 내재적 동기, 자부심, 존엄성, 학습에 대한 호기심과 배움의 기쁨을 타고나지요. 이를 파괴하는 힘은 유년 시절에 시작되어('베스트 할로윈 의상'을 뽑고, 성적으로 줄을 세우고, '참 잘했어요' 스티커를 붙여주는 것이 모두 그러한 예) 대학 졸업까지 내내 계속됩니다. 직장에 들어가도 상황은 달라지지 않습니다. 직장에서도 개인, 팀, 부서에 점수가 매겨져서 높으면 상이, 낮으면 벌이 따르지요. 목표관리, 할당제, 인센티브, 사업계획 등은 개별적으로도 그렇고 종합적으로도 그렇고, 우리가 알지 못하고 알 수도 없는 훨씬 심각한 피해를 야기합니다. [[EdwardsDeming|Deming]]은 이러한 변화에는 현대 조직에서 대부분 활용하지 않는 '심오한 지식profound knowledge'이 필요하다고 믿었다. [[EdwardsDeming|Deming]]이 지식의 구성요소로 말하는 것 중에서 '변화이론'(통계 이론과 방법론)만이 우리에게 익숙한 TQM과 관련이 있었다. 다른 세 가지 요소는 내가 말한 다섯 가지 학습 분야, 즉 규율disciplines과 거의 직결되다시피 하여 나로서는 적잖이 놀랐다. 데밍은 '시스템 이해', '지식 이론', '심리학' 그 가운데 '내재적 동기'를 주장했는데 '시스템 이해'는 다섯 가지 규율 중에서 '시스템 사고'와 직결되고, '지식 이론'은 '정신모델', '내재적 동기'는 '개인 비전' 및 '진정한 열망'과 연결된다. [[EdwardsDeming|Deming]]이 말하는 '심오한 지식'의 구성요소를 보고서야 나는 다섯 가지 학습 규율을 소개할 더없이 간단한 방법을 생각해냈다. 지금은 가장 널리 쓰이는 방법이지만 초판을 마무리하는 시점까지도 분명하지 않았던 것이다. 다섯 가지 규율은 세 가지 핵심 학습능력 개발에 필요한 방법(이론과 수단)을 말하는데, 바로 열망aspiration을 키우고, 성찰적 대화reflective conversation를 발전시키고, 복잡성complexity을 이해하는 능력이다. 조직의 기본 학습 단위는 팀, 즉 '특정 결과를 얻기 위해 서로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의 모임'이라는 초판에 나온 개념에 따라 우리는 이를 '팀의 핵심 학습능력'이라 지칭하고, 각각의 중요성을 시각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다리가 셋인 의자를 상징물로 사용했다. 셋 중 하나의 다리라도 없으면 의자는 서 있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팀에게 필요한 핵심 학습 능력 * 열망: 개인적 숙련, 공유된 비전 * 성찰적 대화: 정신모델(멘탈모델), 다이얼로그 * 복잡성 이해: 시스템 사고 [[EdwardsDeming|Deming]]은 우리가 성장 과정에서 받은 교육 경험 대부분에 내재한 특정 사고방식과 행동방식이 원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일터에서 상사와 부하직원의 관계는 학교에서 교사와 학생의 관계와 다르지 않다.”고 데밍은 말했다. 교사가 목표를 정하고, 학생은 그에 따른다. 교사가 정답을 가지고 있고, 학생은 그 정답을 찾으려고 노력한다. 학생은 자신이 잘했는지 못했는지의 여부조차도 교사의 판단에 맡긴다. 어떤 아이든 열 살 무렵이 되면, 학교생활을 잘하고 선생님의 마음에 들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터득하게 된다. 사람들은 학교에서 얻은 이러한 교훈을 고스란히 일터로 가져가고, 결국 직장에 다니는 내내 '상사는 기쁘게 하지만, 시스템을 고객에게 도움이 되는 쪽으로 개선하는 것에는 실패'하는 생활을 한다. [[EdwardsDeming|Deming]]이 말하는 '지배적인 관리 시스템'을 구성하는 요소가 무엇인가를 계속 고민했고, 여덟 가지 요소를 밝혀냈다. * 평가 중심 관리: 단기적인 평가기준에 집중한다. 측정이 불가능하면 가치를 낮게 평가한다. ("중요한 것 가운데 측정 가능한 것은 겨우 3%에 불과하다." [[EdwardsDeming|Deming]]) * 순종 강조 문화: 상사를 기쁘게 하는 것으로 성공에 이른다. 두려움을 이용하여 관리한다. * 성과 관리: 경영진에서 목표를 젖ㅇㅈ한다. 직원들은 경영진이 정한 목표를 충족시킬 의무를 진다. (기존 시스템과 업무 프로세스 안에서 가능한 일인가에 상관없이) * '정답' 대 '오답': 기술적 문제 해결이 강조된다. 그것에서 벗어난 (시스템) 문제는 무시된다. * 획일성: 해결해야 하는 하나의 문제로 다양성을 인식한다. 표면적인 합의를 우선시하고 갈등을 억누른다. * 예측 가능성과 통제 가능성: 관리란 통제하는 것이다. '관리의 성스로운 삼위일체'는 계획, 조직, 통제하는 일일지니! * 과도한 경쟁과 불신: 원하는 성과를 얻기 원한다면, 사람들 사이의 경쟁은 필수다. 경쟁 없이는 혁신도 없다. * 전체성의 상실: 분열과 파편화. 조직 일부의 혁신이 전체로 확산되지 못한다. }}} == 상반된 흐름이 공존하는 시대 == 세계를 무대로 경쟁하는 기업이 느끼는 비용절감과 성과에 대한 압박은 가혹하다 싶을 정도다. 압박이 심하다 보니 가뜩이나 모자라던 생각하고 성찰하는 시간 역시 더욱 줄어들고, 인재 개발에 투자할 자원도 크게 모자라는 실정이다. 그러나 변화를 따라가고자 마냥 속도를 높이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다른 관점에서 돌아보고 생각할 거리가 많기 때문이다. == 현장의 목소리 == 이처럼 다양한 상황에서 개방적인 태도, 성찰, 심층적 대화, 개인의 숙련, 공유 비전은 특유의 방법으로 변화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었다. 또한 항상 시스템 중심으로 접근하여 문제의 원인을 이해하는 것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이들과의 인터뷰를 통해서, 명확하게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이 책의 초판을 관통하던 핵심 아이디어도 한층 분명해졌다. * 현재 지배적인 관리 시스템보다 훨씬 만족감과 생산성이 높은 공동작업 방식이 있다. * 우리가 일하고 생각하고 상호작용하는 방식 덕분에 조직이 지금처럼 돌아가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조직뿐만 아니라 우리 자신에게도 변화가 필요하다. * 학습조직 구축에서는 궁극적인 목적지나 최종 상태가 없으며, 평생 지속되는 과정이 있을 뿐이다. 나는 현재 지배적으로 사용되는 관리 시스템은 결국 '죽어라 일해서 그저 그런 성과를 올리는 시스템'이라고 본다. 이러한 관리 시스템은 사람들이 최상의 상태에서 협업하는 경우에 발휘되는 높은 사기와 집단지성collective intelligence을 활용하지 못하기 때문에, 이와 같은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한층 강도 높게 일하라고 강요한다. 데밍은 이미 오래전에 이 문제를 분명하게 인식했다. 조직학습에 매진하는 리더 중에서도 데밍과 같은 통찰에 도달한 이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은 과거 어느 시대보다 난관이 많지만 가능성 또한 열려 있는 현대사회에서 스스로 번창하고 사회 발전에도 기여할 능력을 갖춘, 부단히 성장하는 조직 만들기에 헌신하는 것이다. = Part 1. 현실을 창조하고 바꾸기도 하는 행동 = == 1. "충분히 긴 지렛대를 달라. 그러면 나 혼자서 지구도 움직일 수 있으니." == {{{#!wiki multi-columns 아주 어려서부터 우리는 어떤 문제든지 분해하고 나누어서 생각하라고 배운다. 이러한 방법은 분명 복잡한 과제와 주제를 다루기 쉽게 해주지만, 그로 인해 우리는 눈에 보이지 않는 엄청난 대가를 치른다. 자신의 행동이 초래한 결과를 보지 못하고 전체와의 연관성을 감지하는 타고난 감각을 상실하는 것이다. 그리고 전체, 즉 '큰 그림'을 보려고 하면, 조각난 파편을 머릿속에서 재조립해야 한다. 그러나 물리학자 데이비드 봄David Bohm의 지적처럼 그러한 노력은 소용이 없다. 거울에 비친 진정한 모습을 보겠다면서 깨진 거울의 파편을 맞추는 행위와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노력해도 되지 않으니 머지않아 우리는 전체를 보려는 노력 자체를 포기하게 된다. 이 책에서 제시하는 여러 도구와 아이디어는 세계가 서로 분리된 무관한 힘들로 이루어진다는 환상을 깨기 위한 것이다. 이러한 환상을 버려야 진정한 '학습조직' 구축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것은 구성원이 진실로 원하는 결과를 만들어내는 능력을 끊임없이 키워가는 조직, 새롭고 진취적인 사고방식을 장려하고 가르치는 조직, 모두의 염원이 억압되지 않고 자유롭게 표출되는 조직, 구성원이 함께 배우는 방법을 끊임없이 학습하는 조직이다. 세계가 긴밀하게 연결되고, 비즈니스가 역동적으로 복잡해질수록 업무는 학습과 더불어 이루어져야 한다. 학습조직과 전통적인 권위주의 '통제조직'을 근본적으로 구분하는 것은 특정한 기본 규율을 준수하느냐의 여부에 달려 있다. 학습조직이 따라야 하는 학문 분야, 즉 5가지 규율이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 학습조직이 따라야 하는 5가지 규율 === '''시스템 사고''' ~-Systems Thinking-~ 기업 활동을 포함한 여러 인간 활동 역시 시스템이다. 마찬가지로 눈에 보이지 않지만 직물의 씨실과 날실처럼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그러나 우리 자신이 직물의 일부이기 때문에 전체적인 변화를 보기가 한층 어려워진다. 오히려 시스템의 개별 부분이 보여주는 단면에만 집중하느라 근본 문제의 해결책을 찾지 못해 당황하기 일쑤다. 시스템 사고는 하나의 개념적 틀로서 50년 넘게 발전해온 일련의 지식과 도구를 이용해 부분이 아닌 전체 유형을 명확하게 보고 효과적으로 바꿀 방법을 찾도록 도와준다. '''개인적 숙련''' ~-personal mastery-~ 개인적 숙련이 높은 수준에 도달한 사람은 항상 자신에게 가장 중요한 결과를 달성하는 능력을 갖추게 된다. 개인적 숙련은 끊임없이 개인 비전을 명확히 하고 심화하며, 이를 달성하기 위해 에너지를 집약시키고 인내심을 기르고 현실을 객관적으로 보는 규율이다. 그러한 의미에서 개인적 숙련은 학습조직의 주춧돌, 즉 정신적 토대이다. 조직의 학습에 대한 헌신과 학습능력이 구성원들의 그것보다 클 수는 없다. '''정신모델''' ~-Mental Models-~ 정신모델이란 세상을 이해하고 행동하는 방식에 영향을 미치는 우리 안에 깊이 각인된 가정, 일반화, 심상이나 이미지 등을 말한다. “조직학습이란 경영진이 회사, 시장, 경쟁자에 대해 직원들이 공유하는 정신모델을 바꾸는 과정이다. 때문에 우리는 기획이 곧 학습이고 회사 차원의 기획이 곧 조직학습이라고 본다.” 정신모델을 다루는 학습은 거울을 내부로 돌리는 데서 시작된다. 우리가 마음속에 가지고 있는 세상에 대한 이미지를 찾아내고 표면으로 드러내서 철저하게 분석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다. 질의inquiry와 주장advocate이 균형을 이루는 다분히 '학습적'인 대화를 수행하는 능력도 포함된다. 그러한 대화에서 사람들은 자신의 생각을 효과적으로 드러내는 동시에 다른 사람의 견해에도 개방적인 태도를 취한다. '''공유 비전 구축''' ~-Building Shared Vision-~ 진정한 비전이 있으면 사람들은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자신이 원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을 능가하는 뛰어난 능력을 발휘하고 부지런히 학습한다. 그러나 조직 전체에 활기를 불어넣는 공유 비전으로 전환되지 못하는 지극히 개인적인 비전을 가지고 조직을 이끄는 리더가 적지 않다. 그동안 우리에게는 개인 비전을 공유 비전으로 전환시키는 학습방법이 부족했다. 단순한 '해설서'가 아니라 일련의 원칙과 실행지침으로 변화시키는 구체적이고 체계적인 지침이 필요하다. '''팀 학습''' ~-Team Learning-~ 진정으로 학습에 매진하는 팀은 팀 차원에서 남다른 성과를 올리는 것은 물론이고, 개별 구성원도 팀에 속하지 않았을 때보다 훨씬 빠르게 성장한다. 팀 학습은 '다이얼로그dialogue'에서 시작된다. 여기에서 말하는 '다이얼로그'는 구성원들이 각자 품고 있는 가정을 유보하고 진심으로 '함께 생각하는 단계'로 넘어가는 능력이다. 집단 내에서 구성원들 사이를 자유롭게 흐른다는 의미를 뜻하며, 그로 인해 집단은 개별적으로는 얻기 힘든 통찰을 얻게 된다. 다섯 가지 학습 규율은 개인적 학문이라는 점에서 익숙한 다른 경영 관련 기술과는 다르다. 여기에서 말하는 학습 규율은 각각이 생각하고 타인과 상호작용하고 더불어 배우는 방식과 관련된다. 이러한 의미에서 다섯 가지 학습 규율은 전통적인 경영 기술보다는 예술 분야에 가깝다. === 규율의 결합체, 시스템 사고 === 반드시 다섯 가지 규율이 하나의 조합을 이루어 발전해야 한다. 시스템 사고가 가장 중요한 규율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시스템 사고는 다른 규율을 통합하고 융해시켜서 긴밀하고 일관성 있는 이론과 실천의 결합체를 만들어낸다. 시스템 사고는 우리가 개별 부분에만 치중하는 우를 범하거나, 최근의 조직변화 붐 같은 일시적 유행에 휩쓸리지 않게 중심을 잡아준다. 시스템에 대한 지향이 없다면, 애초에 개별 규율이 어떻게 연결되고 관계를 맺는지에 관심을 가질 동기유발이 되지 않는다. 시스템 사고는 다른 규율 하나하나를 더욱 강화함으로써, '전체는 부분의 합을 넘어선다'는 진리를 끊임없이 일깨운다. 시스템 사고만 있다고 만사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시스템 사고 역시 잠재력을 실현하려면 공유 비전 구축, 정신모델, 팀 학습, 개인적 숙련 등의 규율을 필요로 한다. * 공유 비전은 장기적인 헌신을 끌어낸다. * 정신모델은 열린 태도에 집중하여 기존 세계관의 단점을 찾아내고 극복하게 해준다. * 팀 학습은 개별 관점을 넘어 더 큰 그림을 보는 능력을 키워준다. * 개인적 숙련은 자신의 행동이 세상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를 부단히 학습하려는 개인적 동기부여에 유용하다. 개인적 숙련이 부족하면, 항상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 혹은 상황이 문제를 야기한다는 수동적 사고에 빠져들게 되고 시스템 관점이 심각하게 위협받게 된다. === 메타노이아-마음의 전환 === 학습조직에서 일어나는 상황을 설명할 최적의 단어는 얄궂게도 서구문화에서 수백 년 동안 별로 쓰이지 않았던 단어다. 문제의 단어는 '메타노이아metanoia'로서 그 의미는 마음의 전환shift of mind, 즉 사고방식의 전환이다. 진정한 학습이란 무엇일까? '인간이 된다'는 의미의 핵심에 도달하는 것이다. 우리는 학습을 통해서 스스로를 재창조한다. 학습을 통해서 과거에는 하지 못했던 무언가를 할 수 있게 된다. 학습을 통해서 세계를 재인식하고, 세계와 자신의 관계를 재인식하게 된다. 학습을 통해서 창조하는 능력, 생성하는 삶의 과정에 참여하는 능력을 키운다. 우리 각자의 내면에는 이러한 학습에 대한 뜨거운 갈망이 있다. '학습조직'의 기본 의미도 다르지 않다. 스스로의 미래 창조 능력을 끊임없이 키우고 확장시키는 조직이 바로 학습조직이다. 그러한 조직은 생존만으로 만족하지 않는다. '생존학습', 자주 쓰이는 용어로 '적응학습'은 당연히 중요하며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다. 그러나 학습조직에게 '적응학습'은 '생성학습generative learning', 즉 만들어내고 창조하는 능력을 키우는 학습과 반드시 결합되어야 한다. === 아이디어 실천하기 === 내가 아직 연구생 신분이거나 풋내기 교수일 때만 해도 다들 시스템 사고만 있으면 이러한 상황이 충분히 바뀔 수 있다고 믿었다. 그러나 여러 기업과 작업하면서 나는 시스템 사고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시스템 사고가 진가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현장에서 이를 최대한으로 활용할 새로운 유형의 경영 실천가management practitioner가 필요했다. }}} == 2. 당신의 조직은 학습장애를 앓고 있지는 않은가? == {{{#!wiki multi-columns 대다수의 조직이 학습에 서툰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조직을 만들고 관리하는 방식, 직무를 규정하는 방식, 나아가 우리가 그동안 배우고 익힌 전반적인 사고방식과 상호작용방식 자체가 학습장애learning disabilities를 유발하는 근본 원인이기 때문이다. 똑똑하고 열의도 있는 사람들이 최선을 다해도 이러한 장애에서 완전히 벗어나기란 쉽지 않다. 문제를 해결하려고 발버둥 치면 칠수록 상황이 악화되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그렇다면 조직에서 학습이 이루어지기만 하면 학습장애가 없다는 의미일까? 그렇지 않다. 학습장애는 모든 조직에 어느 정도는 퍼져 있다. 그러므로 학습이 이루어진다면, 이는 장애를 극복하면서 이루어지는 것이지 장애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의미는 아니다. '''학습장애 1. 자신의 위치에만 충실하면 된다''' 우리는 맡은 일을 성실히 수행하라고 배우는데, 정도가 지나쳐서 자신의 정체성과 일을 혼동하기도 한다. 무슨 일을 하느냐는 질문을 받으면 대부분은 소속 기업 전체의 목적이 아니라 자신이 매일 수행하는 업무를 이야기한다. 우리는 스스로 거의 혹은 전혀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하는 시스템 안에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자신이 맡은 일에만 시간을 쏟고, 자신의 통제를 벗어난 요소에 대해서는 수동적으로 반응한다. 결과적으로 그들은 자기 자신을 담당 업무에 국한시킨다. 구성원이 조직 내에서 자신의 위치, 자신이 맡은 업무에만 초점을 맞추는 경우 여러 부분이 상호작용하여 만들어낸 결과물에는 거의 책임감을 느끼지 않게 된다. 더구나 결과가 만족스럽지 못한 경우에는 원인 파악이 이만저만 어려운 것이 아니다. 나 아닌 다른 누군가가 망쳤을 것이라고 추측하는 것 이외에는 할 수 있는 일이 없기 때문이다. '''학습장애 2. 적은 외부에 있다''' 일이 잘못되면 자기 말고 비난할 다른 사람, 혹은 무언가를 찾으려는 성향은 누구에게나 있다. '적은 외부에 있다'로 표현되는 이러한 학습장애는 사실 앞서 말한 '자신의 위치에만 충실하면 된다'라는 태도에서 나오는 부산물이다. 자신의 위치, 자신의 업무에만 집중하고 시스템 관점에서 세계를 보지 못하는 데서 생기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자신의 위치에만 집중하다 보면 스스로의 행동이 어떻게 이를 넘어 멀리까지 영향을 미치는지를 보지 못하게 된다. 주체적인 행동의 결과로 문제가 생기는 경우에도 원인은 외부에 있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는 자기 그림자인 줄도 모르고 누가 쫓아온다며 도망치는 사람이 느끼는 절망감에 휩싸이기 쉽다. 아무리 도망쳐도 문제는 도무지 사라질 기미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적은 외부에 있다'는 주장은 불완전한 이야기일 수밖에 없다. 보통 '외부out there'와 '내부in here'는 단일 시스템의 일부이지 분리된 별개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이러한 태도를 고수하는 경우, 내부와 외부의 경계에 걸쳐 있는 문제에 대한 대처가 힘들어진다. 내부에서 나올 수 있는 해결책을 찾아내기가 거의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다. '''학습장애 3. 책임지고 상황을 주도한다는 착각''' '사전에 상황을 주도해야 한다'는 주장이 요즘 유행이다. 어려운 문제에 직면하면 책임지며 상황을 주도해야 한다고 역설하는 경영자가 많다. 일반적으로 이는 어려운 현안 앞에서 다른 사람이 해결해주기를 기다리지 말고, 문제가 위기로 발전하기 전에 신속히 해결해야 한다는 의미다. 특히 '사전에 상황을 주도한다'는 말은 상황을 감당하기 힘들 만큼 악화시키는 '수동적인reactive 태도'와 반대되는 의미로 생각될 때가 많다. 그러나 외부의 적에 맞서 공격적인 자세를 취하는 것이 정말로 '사전에 상황을 주도'하는 것일까? '상황 주도'의 허울을 쓰고 있지만 알고 보면 상황에 끌려 다니는 '수동적 상태'인 경우가 허다하다. 사업이든 정치든 공격적인 태도로 '외부의 적'에 맞서는 것을 '사전에 주도권을 잡는 것'이라고 착각해서는 곤란하다. 진정한 '사전 조치'와 '상황 주도'는 스스로가 어떻게 문제에 일조하고 있는가를 인식하는 데서 시작된다. 말하자면 이는 사고방식의 산물이지 감정 상태가 아니다. '''학습장애 4. 사건에 대한 집착''' 우리는 삶을 사건의 연속으로 보도록 길들여졌고, 사건 하나하나에는 분명한 원인이 있다고 생각한다. 조직에서 이루어지는 대화를 보면 사람들의 관심이 온통 이런저런 사건에 집중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와 같은 설명은 자체로는 사실일지 모르지만 사람들이 그것에 집중하느라 사건 뒤에 숨은 장기적인 변화 유형을 보지 못하고, 근본 원인도 이해하지 못하게 만든다. 눈앞의 사건에 집중하는 이러한 태도는 알고 보면 진화 과정에서 입력된 프로그램의 일부이다. 동굴생활을 하는 석기시대 사람에게 중요한 생존능력은 무엇일까? 우주에 대한 사색능력은 결코 우선순위가 아니리라. 그보다는 난데없이 뒤에서 달려드는 야생 동물을 발견하고 민첩하게 반응하는 능력이 훨씬 중요할 것이다. 하지만 얄궂게도 현대 조직과 사회에서 우리의 생존을 위협하는 것은 대체로 갑작스러운 사건이 아니라, 느릿느릿 진행되는 점진적인 과정에서 나온다. 군비경쟁, 환경 파괴, 공교육 시스템 변질, 경쟁력을 상실한 회사의 디자인이나 품질 저하 등은 모두 느리게 서서히 진행되는 과정이다. 사람들의 사고가 단기 사건에 지배되는 조직에서, 창조하고 생산하는 능력을 키우는 생성학습을 기대하기는 힘들다. 사건에 집중하면 그저 사전 예측을 통해서 최적의 반응을 보이는 것이 전부다. 그러한 방식으로는 결코 창조하는 방법을 터득하지 못한다. '''학습장애 5. 냄비 속 개구리 우화''' 시스템 관점에서 기업 실패를 연구하다 보면 점진적으로 진행되는 생존 위협에 적응하지 못해 실패한 사례가 워낙 많아서 이를 비유적으로 설명하는 '냄비 속 개구리' 우화까지 탄생하게 되었다. 느리게 서서히 진행되는 과정을 파악하려면 우선 정신없이 돌아가는 자신의 속도를 낮추고, 눈에 띄는 극적인 요소는 물론 미묘한 움직임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속도를 늦추고 서서히 진행되는 과정을 감지하며 파악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빠른 속도 때문에 놓쳐버린 무언가가 엄청난 위협으로 다가오는 순간, 앞서 말한 냄비 속 개구리와 같은 운명을 피하려면 말이다. '''학습장애 6. 경험에서 배운다는 착각''' 가장 효과적인 학습법은 직접적인 경험에서 얻을 수 있다. 실제로 인간은 직접적인 시행착오를 거쳐서 먹고, 기고, 걷고, 소통하는 법을 배운다. 일단 어떤 행동을 취하고 결과를 본 다음에 마음에 들지 않으면 다른 행동을 취하는 과정을 반복하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스스로 취한 행동의 결과를 보지 못하게 되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행동의 핵심 결과가 먼 미래, 같은 시스템 안이라도 공간적으로 멀리 떨어진 곳에서 나타나기 때문에 쉽게 눈에 보이지 않는다면? 사람들에게는 저마다 일종의 '학습 지평선learning horizon', 즉 스스로 학습의 효과를 평가할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의 폭이 있다. 그런데 우리 행동이 각자의 학습 지평선을 넘어서는 결과를 야기하는 경우, 직접적인 경험으로부터 배우는 것이 불가능해진다. 바로 여기에 조직이 직면하는 학습 딜레마의 핵심이 있다. 분명 경험이 최고의 스승이지만, 자신이 내리는 중요한 결정의 대다수는 초래되는 결과를 직접 경험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조직에서 이루어지는 특히 중요한 결정들은 수 년 혹은 수십 년에 걸쳐 조직 전체에 영향을 미친다. 주기가 1년 혹은 2년 넘게 지속되는 경우에는 특히 결과 파악이 어렵고, 따라서 그것으로부터 무언가를 배우기도 어렵다. 보통은 조직을 여러 부분으로 나눔으로써 의사결정으로 인한 광범위한 충격에 대처하려 한다. 그래서 관리가 용이하도록 기능에 따른 위계구조를 만든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기능상의 분할이었던 것이 중세 봉토封土처럼 일종의 지배 영역으로 굳어지고, 편의상의 분업이 사실상의 단절로 변질된다. 결과적으로 회사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 즉 여러 기능을 넘나드는 복잡한 사안 분석이 아주 위험한 활동이 되거나 아예 사라져버린다. '''학습장애 7. 경영팀에 대한 환상''' 이러한 딜레마 및 장애와 싸우기 위한 중요한 조치가 '경영팀management team' 결성이다. 경영팀은 대개 조직의 여러 기능과 전문 영역을 대표하는 경험이 풍부하고 노련한 관리자들로 이루어진다. 힘을 합쳐 여러 부서와 기능을 넘나드는 중요하고 복잡한 사안을 해결하는 것이 그들의 임무다. 그렇다면 이러한 경영팀은 과연 학습장애를 극복할 수 있을까? 대부분의 경우 경영팀은 이권 다툼에 시간을 허비하며, 개인적으로 흠집을 입을 만한 일은 일체 피하고, 흡사 전원이 팀의 전체 전략에 따르는 듯한 뉘앙스를 풍기며 '잘 짜인 팀'이라는 겉모습을 유지한다. 말하자면 단결된 팀이라는 외양 유지에만 신경을 쓰고 내실이 없을 때가 많다. 특히 단결된 팀이라는 겉모습을 유지하기 위해 내부의 건전한 논쟁과 이견을 억누르는 경우도 많다. 그러한 분위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이견이 있어도 공개적으로 밝히는 것을 꺼리게 되고, 공동으로 내린 결정은 구성원 모두가 참고 받아들일 만한 수준으로 희석된 어정쩡한 타협이거나 특정 개인의 의견을 집단에 강요해서 나온 산물인 경우가 많다. 타협이 이루어지지 않고 의견 불일치가 겉으로 표출될 때는 보통 건전한 논쟁이 아니라 서로를 비난하고 탓하면서 분열을 조장하는 형태로 나타나기 때문에, 구성원들이 가지고 있는 근본 가정의 차이를 드러내지 못하며 전체로서 팀이 이를 통해 학습하는 경험으로 발전하지 못한다. 경영팀에서 이루어지는 학습을 오랫동안 연구해온 분야 권위자이자 하버드 대학 교수인 크리스 아지리스ChrisArgyris의 말을 들어보자. “압박감을 느끼는 상황에서 대부분의 경영팀은 와해되고 만다.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 일상적인 사안을 다룰 때는 무리 없이 돌아가기도 하지만, 껄끄럽거나 위협적인 복잡한 사안에 직면하는 경우 팀으로서의 '단결정신'은 사라지고 만다.” (4) ChrisArgyris는 관리자 대부분이 함께 탐구하면서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 본질적으로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학교는 답을 모른다는 사실을 절대 인정하지 말라고 가르치고, 대부분의 회사 문화도 이러한 교훈을 한층 강조하는 방향으로 작용한다. 많은 회사는 복잡한 사안을 깊이 파고드는 능력이 아니라, 자신의 견해를 주장하고 관철하는 능력이 탁월한 사람에게 상을 내린다.(여러분의 조직에서 긴급 현안 해결이 아니라, 회사의 현재 정책에 근본적인 이의를 제기해서 상을 받은 이가 있는지 생각해보면 의미가 명확해질 것이다) 때문에 우리는 불확실하거나 모르겠다고 느낄 때에도 그와 같은 상황을 인정하고 감내하기보다는 외면하여 자신을 보호하는 방법을 터득한다. 바로 그러한 과정이 장래의 생존을 위협할지도 모르는 변화를 파악하고, 대처할 가능성 자체를 차단해버린다. 그로 인한 결과를 아지리스는 '숙련된 무능skilled incompetence'이라고 부른다. 오랜 경험을 통해 '학습하지 않는 데 놀라울 정도로 숙련'된 사람들로 이루어진 팀이 바로 그러한 상태라고 할 수 있다. === 학습장애와 학습의 규율 === 이러한 학습장애는 아주 오랫동안 우리 곁에 있었다. 우리가 살고 있는 현재도 만만치 않게 위험한 시대이며, 과거 대제국들을 괴롭혔던 학습장애와 그로 인한 결과 역시 사라지지 않고 되풀이되고 있다. 학습조직의 다섯 가지 규율이 그러한 학습장애를 치유할 해독제 역할을 하리라고 나는 믿는다. 그러나 다섯 가지 규율을 본격적으로 다루기 전에 우리를 가로막는 학습장애에 대해서 보다 명확하게 알아볼 필요가 있다. 바삐 돌아가는 나날의 사건에 묻히다 보면 자칫 망각하기 쉽기 때문이다. }}} == 3. 시스템의 포로인가, 자기 생각의 포로인가? == {{{#!wiki multi-columns 학습장애가 어떻게 작용하는가를 살펴보려면 실제 조직을 축소해서 설정한 실험실에서 시작하는 것이 유용하리라 본다. 실험을 통하면 자신의 결정으로 인한 결과를 실제 조직에서보다 명확하게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한 이유로 우리 협회에서는 MIT 슬론 경영대학원에서 1960년대에 개발한 '맥주 게임beer game'이라는 시뮬레이션 게임을 종종 진행한다. 실제 현실이 아니라 현실을 모방한 실험이기 때문에 장애와 원인을 명확하게 구분하여 관찰할 수 있다는 점도 이점이다. 이러한 실험을 해보면 조직 구조나 정책 특성이 아니라, 사람들의 근본 사고방식과 상호작용 방식이 문제의 원인임을 알 수 있다. [[/맥주게임]] === 맥주 게임에서 얻는 교훈 === 구조가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 동일한 구조 안에 있을 경우 사람이 바뀐다고 할지라도 질적으로 유사한 결과를 만들어내는 경향이 있다. 문제가 발생하거나 의도한 성과를 내지 못하면 비난할 사람이나 대상을 찾게 마련이다. 그러나 외적인 요인이나 개인의 실수가 아니라, 시스템 자체가 위기를 불러일으키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다. 인적 시스템 내의 구조는 미묘하다:: '구조'가 개인에게 가해지는 외적 제약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심장혈관계와 신경근육계 같은) 인체 여러 '시스템'의 '구조'처럼 복잡한 생명 시스템living system에서 구조는 행동을 통제하는 기본적인 상호작용을 의미한다. 인적 시스템에서 구조는 '운영 정책'이라는 의사결정 방식을 포함하는데, 이를 통해서 우리는 통찰, 목표, 규칙, 규범 등을 행동으로 옮긴다. 레버리지는 종종 새로운 사고방식에서 나온다:: 인적 시스템에서 사람들은 대체로 잠재적인 레버리지를 가지고 있으나, 자신의 결정에만 집중하고, 그것이 타인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는 간과하기 때문에 그러한 레버리지를 행사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맥주 게임에서 참가자들은 극단적인 불안정을 제거할 힘을 가지고 있지만, 자신이 불안정을 만들어내는 원인이라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기 때문에 가지고 있는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맥주 게임에서는 그러한 죄인은 한 사람도 없다. 말하자면 비난할 사람이 없다. 이야기에 등장한 세 명은 모두 좋은 의도를 가지고 있었다. 고객의 요구에 부응하고, 시스템을 통해 상품이 매끄럽게 유통되도록 하고, 불이익은 피하려 했으니 누구 하나 나쁜 의도를 가지고 일을 망치려는 사람은 없다. 또한 참가자 각각은 향후 상황에 대한 합리적 추측을 근거로 결정을 내렸다. 각자의 입장에서 충분한 논리적 근거가 있는 결정이었다. 그럼에도 위기는 발생했다. 바로 시스템 구조 때문에 생긴 위기였다. 지난 20년 동안 우리는 강의실에서, 경영교육 세미나에서 맥주 게임을 수천 번이나 진행했다. 5개 대륙에 걸쳐 연령, 국적, 문화적 배경이 다른 실로 다양한 직종의 사람들이 게임에 참여했다. 그전까지 생산·유통 시스템이라는 말을 들어본 적도 없는 참가자가 있는가 하면, 인생의 상당 부분을 그러한 일을 하면서 보낸 참가자도 있었다. 그런데도 게임을 할 때마다 같은 위기가 발생했다. 첫 번째로 초과 수요가 발생하고 시스템 전체에 걸쳐서 주문이 증가한다. 이내 재고가 고갈되고 처리하지 못한 주문 잔고가 쌓인다. 한동안 그와 같은 상태가 지속되다가 맥주가 대량으로 배달되는 상황에서 들어오는 주문은 급격히 감소한다. 실험이 끝날 무렵에는 거의 모든 참가자가 처분하지 못한 대규모 재고를 안고 어쩔 줄 모른다. 이를테면 맥주회사가 매주 8, 10, 12상자를 파는 도매업자들에게서 수백 상자의 초과 주문을 받는 식이다.(3) 실로 다양한 배경을 지닌 글자 그대로 수천 명의 참가자들이 하나같이 질적으로 같은 행동유형을 보여준다면, 그것에는 개인을 넘어서는 어떤 원인이 있음이 분명하다. 다시 말해 그러한 행동의 원인은 게임의 구조 자체에 있음이 분명하다. 맥주 게임 같은 생산·유통 시스템의 역학은 '구조가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는 시스템 사고의 첫 번째 원칙을 보여준다. === 구조가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 === 같은 시스템 안에 놓일 경우, 아무리 다양한 사람들이 모인다 해도 비슷한 결과를 내놓는 경향이 있다. 시스템 관점은 중요한 문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개인적인 실수나 불운을 넘어서 그 이상을 보아야 한다고 말한다. 개인의 특성이나 눈앞에서 펼쳐지는 단발성 사건의 너머를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개인의 행동을 야기하고 유사한 유형의 사건이 발생하는 조건을 만들어내는 기저의 구조를 들여다보아야 한다. 맥주 게임에서 주문과 재고가 롤러코스터를 타듯 요동치게 하는 구조에는 다단계 공급망, 시스템의 단계와 단계 사이의 지연, 단계마다 제한된 정보, 개인의 맥주 주문에 영향을 미쳤던 각자의 목표, 비용, 인식, 두려움 등이 두루 포함된다. 그러나 여기에서 말하는 '시스템 구조'가 개인 밖에 있는 구조라는 의미만은 아님을 알아야 한다. 특히 인적 시스템에서 구조의 본질은 포착하기가 쉽지 않은데 이유는 우리 자신이 구조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동시에 우리가 내부에서 작용하는 구조를 바꿀 힘을 갖고 있다는 의미가 된다. 그러나 많은 경우 우리는 그러한 힘을 인지하지 못한다. 사실 우리는 작용 중인 구조의 많은 부분을 대체로 보지 못한다. 그러고는 외부 상황 때문에 특정 방식으로 행동할 수밖에 없다고만 느낀다. 그렇다면 '구조가 특정 행동 유형을 낳는다'는 말은 정확히 어떤 의미인가? 전반적인 상황과 행동을 지배하는 구조를 내부 구성원이 어떻게 인식할 수 있을까? 구조에 대한 지식이 복잡한 시스템에서 성공하고 살아남는 데 어떤 도움이 될까? 고객 수요에 대한 참가자들의 추측은 문제가 생겼을 경우 비난할 사람이나 대상을 찾아야 한다는 깊은 속마음을 설명해준다. 게임이 끝난 직후, 대부분의 사람은 다른 위치에 있던 참가자의 행동이 문제였다고 믿는다. 하지만 누가 어떤 역할을 맡느냐와 상관없이 모든 게임에서 같은 문제가 발생한다는 사실을 알고 나면 이러한 믿음이 깨진다. 이쯤 되면 다수가 비난의 화살을 고객 쪽으로 돌린다. “고객 수요에 엄청난 급등과 급락이 있었음에 분명하다.”고 그들은 추론한다. 그러나 게임 초반 한 번 증가한 이후 내내 변화가 없었던 고객 주문을 보고 나면 이 추론 역시 무너지고 만다. 다른 참가자를 비난할 수도, 고객을 비난할 수도 없다는 것을 깨달은 게임 참가자들에게 남은 한 가지 방법이 있다. 바로 시스템을 비난하는 것이다. “다루기 힘든 시스템이에요.” 어떤 이는 이렇게 말한다. “우리가 서로 소통할 수 없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그러나 이것 역시 그리 타당한 견해가 아님이 드러난다. 실제로 재고, 배송 지연, 제한된 정보라는 '물리적 시스템'을 감안해도 대부분의 팀에게는 게임 점수를 올릴 상당한 여지가 있는 것이다. === 영향 범위 재정의: 맥주 게임에서 실적 개선 방법 === 개선 가능성을 보려면 우선 참가자가 재고나 주문 잔고를 바로잡는 작업을 하지 않았을 경우의 결과를 생각해보라.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는 소위 '무無전략' 전략에 따라 참가자는 매번 자신이 받은 주문과 똑같은 양의 주문서만을 제출한다. 더없이 간단한 주문정책이다. 만약 맥주 네 상자를 신규로 주문받으면 똑같이 네 상자의 주문서를 제출하는 식이다. 들어오는 신규 주문이 여덟 상자면 제출하는 주문서 역시 여덟 상자다. 게임에서 고객의 수요를 감안하면 이는 매주 네 상자 혹은 네 트럭분을 주문한다는 의미가 된다. 여덟 상자의 주문을 받은 후에는 당연히 여덟 상자를 주문한다. 세 참가자가 모두 이러한 전략을 일관되게 따르면 11주째가 되었을 때 다들 일정한 안정 상태에 도달한다. 소매업자와 도매업자는 주문 잔고를 해소하려 하지 않는다. 전형적인 게임 패턴과 마찬가지로 주문량 배달이 지연됨에 따라 주문 잔고가 발생한다. 참가자들이 이를 바로잡으려는 노력을 하지 않기 때문에 주문 잔고는 그대로 지속된다. '무無전략' 전략은 주문 잔고를 바로잡기 위해 받은 주문을 초과하여 주문을 내는 것을 배제하기 때문이다. 한편 참가자 가운데 25퍼센트는 '무無전략' 전략일 때보다 좋은 실적을 냈고, 약 10퍼센트는 아주 좋은 실적을 냈다. 말하자면 성공 가능성은 있다. 하지만 그러자면 관점의 전환이 필요하다. 해당 게임에 대한 일반적인 사고방식(뒤에 나올 '정신모델')과 '이 게임이 실제로는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라는 현실과의 사이에 있는 근본적인 불일치의 핵심에 다가간다는 의미다. 대다수의 참가자는 시스템의 나머지 부분과는 무관하게 '자신의 위치를 관리'하는 것이 주어진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필요한 것은 자신의 위치가 거대한 시스템과 상호작용하는 방식을 아는 것이다. 맥주 게임에서 실적을 개선하고자 한다면 참가자는 자신의 행동이 미치는 영향 범위를 재정의해야 한다.(오른쪽의 다이어그램 참조) 어느 위치에 있든 참가자로서 당신이 미치는 영향은 '자신이 맡은 위치'라는 한계를 넘어선다. 우리는 홀연히 존재도 없이 사라졌다가 맥주 공급으로 돌아오는 그러한 주문을 하지 않는다. 말하자면 우리의 주문이 거래하는 공급자의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이것이 다시 또 다른 공급자의 행동에 영향을 미칠지도 모른다. 결국 게임에서의 성공 여부는 자신의 주문으로부터만 영향을 받는 것이 아니다. 시스템 내 모두의 행동으로부터 영향을 받는다. 흥미로운 사실은 맥주 게임을 비롯한 많은 시스템에서 '당신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도 성공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나아가 참가자 각자가 이러한 시스템 관점을 공유해야만 한다. 어느 한 명이라도 당황해서 대량 주문을 하면 시스템 전체에 걸쳐 공황상태가 심화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게임 참가자를 위한 두 가지 핵심 지침이 있다. 1. 첫째, 이미 주문했지만 배달 지연으로 도착하지 않은 맥주를 망각하지 말아야 한다. 나는 이를 '아스피린 두 알 먹고 기다리기' 규칙이라고 부른다. 두통 때문에 아스피린을 먹어야 하는 경우, 두통이 사라질 때까지 5분 간격으로 계속해서 아스피린을 먹지는 않는다. 아스피린은 효과가 늦게 나타난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보통은 효과가 나타날 때까지 참을성 있게 기다린다. 그러나 대부분의 게임 참가자는 재고불균형이 사라질 때까지 매주 지속적으로 맥주를 주문한다. 2. 둘째, 당황하지 마라. 공급자가 당신이 원하는 양을 정상 속도로 공급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최악의 행동은 더 많은 맥주를 주문하는 것이다. 그런데도 다수의 참가자가 이러한 행동을 취한다. 주문 잔고가 늘어나고 고객들이 맥주를 달라고 아우성을 치는 상황에서 주문량을 늘리고 싶은 충동을 억누르기 위해서는 훈련이 필요하다. 그러한 훈련이 되어 있지 않으면 나는 물론 다른 모든 사람까지 고통을 받게 된다. === 학습장애와 사고방식 === 2장에서 말한 모든 학습장애가 맥주 게임에서 나타나고 있었다. * '자신의 위치에만 충실하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참가자들은 각자의 행동이 다른 위치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알지 못한다. * 결과적으로 문제가 생기면 서로를 탓하기 바쁘다. '적'은 항상 다른 위치에 있는 참가자, 혹은 고객이 된다. * 참가자들이 상황에 끌려가지 않고 '사전 조치로 상황을 주도하겠다'는 생각으로 주문량을 늘리면서 전체 상황은 한층 악화된다. * 과잉 주문이 서서히 누적되는 탓에 참가자들이 상황의 심각성을 알아차렸을 때는 이미 늦는다. * 일반적으로 참가자들은 경험을 통해 학습하지 못한다. 행동의 가장 중요한 결과는 시스템 내의 다른 곳에서 일어나고, 결국에는 그들이 서로의 탓이라고 생각하는 문제로 자신에게 되돌아온다. * 각기 다양한 역할을 맡은 '팀'은(보통 한 역할에는 두세 명이 있다) 문제가 생기면 다른 참가자를 탓하기 바쁜 까닭에 서로의 경험에서 배울 기회를 스스로 날려버린다. 맥주 게임에서 얻는 가장 중요한 통찰은 이러한 학습장애가 복잡한 상황에서 다른 사고방식과 어떻게 연관되는가를 이해하는 데서 나온다. 시스템 관점은 다음 장의 도식에 나오는 것처럼 복잡한 상황에서 다양한 차원의 설명이 가능함을 보여준다. 어떤 의미에서는 각각의 설명이 모두 '사실'이지만, 유용성은 많이 다르다. 시스템 구조(생성적) -> 행동 유형(대응적) -> 사건(반응적) '누가 누구에게 무엇을 했고' 식의 사건 중심 설명에 치중하는 사람:: 수동적으로 반응하는 입장에 처할 수밖에 없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현대사회에서는 사건 위주의 설명이 가장 일반적이다. 사건에 수동적으로 반응하는 관리가 만연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행동 유형 설명':: 장기적인 흐름을 알고 그것의 함의를 파악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예를 들어 맥주 게임에서의 행동 유형 설명은 다음과 같다. “생산·유통 시스템은 본질적으로 주기적이고 불안정하기 쉬운데, 이러한 현상은 소매업자에게서 멀어질수록 심해진다. 따라서 조만간 심각한 위기가 맥주회사에 닥칠 가능성이 높다.” 행동 유형 설명은 단기적인 반응에 치중하는 행태를 바로잡을 계기를 제공한다. 적어도 장기적인 관점을 갖고, 변화하는 트렌드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를 제시한다. 세 번째 '구조 중심 설명':: 일반적이지 않지만 가장 효과적이다. 이는 “무엇 때문에 그러한 행동 유형이 유발되었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데 초점을 맞춘다. 맥주 게임에서 구조 중심 설명이라고 하면, 주문, 배송, 재고가 어떻게 상호작용하여 눈에 보이는 불안을 유발하고 증폭시키는지를 보여주어야 한다. 물론 신규 주문이 지연에 미치는 영향, 배달 지연 심화로 주문이 증가하는 시점에서 생기는 악순환 등을 모두 고려한 상태에서 말이다. 드물기는 하지만 이러한 구조 중심 설명은 그것이 명확하고 폭넓게 이해되는 경우 상당한 효과가 있다. 구조 중심 설명이 중요한 이유는 행동 유형이 바뀌는 근본 원인을 다루는 유일한 설명이기 때문이다. 구조가 행동을 만들어내는 까닭에, 근본 구조를 바꾸면 다른 행동 유형이 나올 수도 있다. 이러한 의미에서 구조 중심 설명은 본질적으로 무언가를 바꾸고 만들어낼 수 있는 능력, 즉 생성력을 지녔다고 할 수 있다. 더구나 인적 시스템에서는 구조가 시스템 내부 의사결정자의 '운영 정책'을 포함하기 때문에 자신의 의사결정을 재설계하면 시스템 구조를 재설계하는 효과가 있다. 게임 참가자 대부분에게 가장 심오하고 중요한 통찰은 자신이 안고 있는 문제와 개선 가능성이 자신의 사고방식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에 찾아온다. 생성학습은 사건 중심 사고가 지배적인 조직에서는 유지되기 힘들다. 생성학습은 '구조 중심' 혹은 시스템 중심 사고를 하는 능력, 즉 행동의 구조적 원인을 밝혀내는 능력을 요구한다. '미래 창조'에 대한 열정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말이다. 맥주 게임 참가자가 행동을 야기한 구조를 이해하게 되면, 행동을 바꾸고 전체 시스템에 효과적인 주문 정책을 채택할 수 있는 능력이 자기 자신에게 있다는 사실 역시 명확하게 깨닫게 된다. 또한 그들은 세월이 흘러도 변치 않는 지혜를 발견하게 된다. “마침내 적을 만났는데, 그 적은 바로 우리였다.” 이는 풍자만화가 월트 켈리Walt Kelly의 <포고Pogo>에 나오는 유명한 문장이기도 하다. }}} = Part 2. 학습조직의 초석, 시스템 사고 = == 4. 시스템 사고의 법칙 == {{{#!wiki multi-columns '''1. 어제의 '해결책'이 오늘의 문제를 야기한다''' 때때로 문제의 원인 때문에 골머리를 앓을 때가 많다. 그러한 때에는 과거에 우리가 안고 있었던 문제의 해결책을 보면 된다. 안정적으로 운영되던 회사의 이번 분기 판매량이 급격히 감소했다. 이유가 뭘까? 지난 분기에 대성공이었던 할인 정책 때문에 이미 많은 고객이 그때 물건을 샀기 때문이다. 새로 온 관리자가 만성적인 높은 재고율이 문제라며 이를 '해결'한다. 그러나 재고 문제는 없어졌지만 다른 문제가 생겼다. 재고 부족으로 인한 배송 지연 때문에 성난 고객의 불만이 쇄도하고 잠재 고객들은 상점에 구비된 물건이 다양하지 않다며 구매를 망설이는 일이 크게 늘어난 것이다. 결국 판매원들은 배송 지연으로 인한 고객 불만에 대응하며, 재고가 있는 상품 중에서 고르도록 잠재 고객을 설득하는 데 모든 에너지를 쏟았다. 문제를 시스템 이쪽에서 저쪽으로 옮겨놓았을 뿐인 해결책의 실상을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카펫 장수의 사례와 달리 처음에 문제를 '해결'한 사람과 새로운 문제를 물려받은 사람이 다르기 때문이다. '''2. 세게 밀수록, 튕겨내는 반동도 크다''' 박서의 부지런함이 실제로는 다른 동물이 돼지들의 부당한 행동을 보지 못하도록 일조하고 있었던 것이다.(3) 시스템 사고에는 이러한 현상을 지칭하는 명칭이 있다. 바로 '상쇄 피드백compensating feedback'이다. 선의의 개입이 그로 인한 이익을 상쇄해 버리는 반응을 시스템에 야기하는 것이다. 상쇄 피드백에 직면했을 때의 느낌을 우리 모두는 잘 알고 있다. 밀면 밀수록 시스템이 튕겨내는 반동도 크다. 상황을 개선하려고 노력하면 할수록 더 큰 노력이 필요해 보이는 것이다. 제품의 인기가 갑자기 떨어지는 경우, 이를 만회하기 위한 과정에서 상쇄 피드백을 경험하는 회사도 많다. 회사는 인기를 끌어올리기 위해 공격적인 마케팅 전략을 편다. 과거에는 그러한 방법이 항상 먹혔기 때문이다. 전략의 일환으로 광고비용을 늘리고 가격을 인하한다. 이렇게 하면 고객이 일시적으로 늘어날지는 모르지만, 회사 지출도 덩달아 늘어나면서 이익이 상쇄되기 시작한다. 이로 인해 배송지연이나 품질관리 등에 소홀해지면서 서비스의 질이 떨어지고, 결국 회사가 공격적으로 판매에 나설수록 고객은 점점 사라지는 안타까운 상황이 된다. 공격적인 개입이든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본능의 억제든, 강도를 높이면서 계속 밀어붙이기만 하는 것은 소모적이며 결국 심신을 지치게 한다. 그렇지만 우리는 개인 혹은 조직 차원에서 그러한 상쇄 피드백에 끌리는 것은 물론이고 뒤따르는 고통을 찬미하는 경우도 많다. 처음의 노력이 지속적인 개선을 가져오지 못하는 경우, 우리는 한층 세게 밀어붙인다. 박서가 그랬듯이 그저 열심히 하면 모든 장애가 극복되리라는 신조에만 충실해서 자신의 행동이 문제를 악화시키고 있다는 사실을 보지 못하는 것이다. '''3. 상황은 나아졌다가 나빠진다''' 레버리지가 낮은 개입이 그렇게 매혹적으로 다가오는 이유는 단기적으로는 효과가 있을 때가 많기 때문이다. 앞서 말한 모든 예가 이처럼 초기에는 효과가 있고 성공적이다. 상쇄 피드백은 보통 단기 이익과 장기 불이익 사이의 시차, 즉 '지연delay'을 수반한다. 물론 그는 자신이 넘어뜨린 도미노가 그 옆의 도미노를 쓰러뜨리고, 그것이 다시 그 옆의 도미노를 쓰러뜨리는 과정이 반복되면서 결국에는 안락의자에 앉은 자신을 오른쪽에서 덮치리라는 사실을 모르고 있다. 정치적 의사결정이 끝내 역효과를 내는 이유는 바로 이러한 '나아졌다가 나빠지는' 반응 때문이다. 여기에서 말하는 '정치적 의사결정'이란 대안의 고유한 이점 이외의 다른 요인, 예를 들어 권력기반을 넓히거나 '호감을 사거나', '상사에게 잘 보이려는' 동기 등이 의사결정에서 중요한 고려사항이 되는 상황이다. 복잡한 인적 시스템에서는 단기적으로 상황이 호전된 것처럼 보이게 만들 방법이 항상 존재한다. 결국에는 상쇄 피드백이 돌아와서 자신을 괴롭히게 되지만 말이다. 중요한 것은 '결국에는'이라는 단어다. 그만큼 시간이 걸린다는 의미다. 도미노가 연쇄적으로 넘어져 자신에게 영향을 미치기까지 걸리는 시간 때문에 시스템 문제를 인식하는 것이 어려운 것이다. 전형적인 해결책은 처음에 증상을 치료했을 때에는 훌륭하게 생각된다. 전보다 좋아지거나 혹은 문제가 아예 사라지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그리고 2년, 3년, 혹은 4년이 흐른 뒤에 문제는 다시 나타난다. 동일한 문제가 아니라 더욱 심각한 다른 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 워낙 자리 이동이 자주, 빠르게 일어나는 요즘 상황으로 보면, 그때쯤이면 책임자 자리에는 이미 다른 사람이 앉아 있을 가능성이 높다. '''4. 쉬운 해결책은 대개 원점으로 돌아오게 한다''' 누구나 익숙한 해결책을 활용하는 데서 편안함을 느끼고 자신이 가장 잘 아는 것에 집착하게 마련이다. 열쇠는 정말로 가로등 밑에 떨어져 있을 때도 있지만, 어두컴컴한 곳에 떨어져 있을 경우가 훨씬 많다. 더구나 해결책이 알기 쉽거나 누가 봐도 확실하다면, 이미 누군가가 찾았을 가능성이 높다. 근본적인 문제는 지속되거나 악화되는데도, 익숙한 해결책만 고집하고 그 강도를 높이고 있다면 비非시스템 사고가 지배하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5. 치료제가 질병보다 안 좋을 수도 있다''' 때때로 쉽고 익숙한 해결책은 효과가 없을 뿐만 아니라, 중독성이 있고 위험할 수도 있다. 낮은 자존감이나 업무 관련 스트레스의 해결책으로 간단히 마신 술이 알코올 중독으로 발전할 수 있다. 처음에는 치료제였던 것이 서서히 질병보다 심각한 문제가 된다. 더구나 이러한 상황은 언뜻 호전되는 것 같았던 낮은 자존감과 스트레스 문제까지도 악화시킨다. 비非시스템적인 해결책을 이용했을 경우 야기되는 장기적인 결과는 해결책에 대한 의존이 심화된다는 것이다. 단기 개선이 장기적으로 의존성을 낳는 현상이 워낙 일반적이어서 시스템 사고가 사이에서는 이를 지칭하는 별도의 용어가 있을 정도다. 바로 '개입자에게 부담 떠넘기기'다. 여기서 말하는 개입자란 연방정부의 도시에 대한 지원일 수도 있고, 식량원조 기구, 사회복지 프로그램일 수도 있다. 이러한 모든 것이 상위 시스템에 '도움을 주지만' 결국에는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약화시키고 추가 지원에 더욱 의존하는 상태로 만들어놓는다. '부담 떠넘기기' 구조를 보면, 메도우즈가 말했듯이 장기적 해결책이 되기 위해서는 “시스템이 자신의 짐을 스스로 짊어지는 능력을 강화시켜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것이 어려울 때도 있지만 깜짝 놀랄 만큼 쉬울 때도 있다. 외부 전문가에게 인사문제라는 부담을 떠넘겨왔던 관리자는 부담을 되찾아오려는 결정이 어려운 부분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일단 되찾아오고 나면 사람을 다루는 법을 배우는 일이 대체로 시간과 의지의 문제임을 깨달을지도 모른다. '''6. 빠르다고 항상 좋은 것은 아니다''' 미국 기업가 대부분이 생각하는 최적성장률은 '빠를수록 좋다'이리라. 그러나 알고 보면 생태계부터 조직에 이르기까지 모든 자연 시스템에는 근본적으로 최적성장률이라는 것이 있다. 최적 속도는 최대 성장속도보다 훨씬 느리다. 마치 암이 그러한 것처럼, 성장이 과도한 경우 시스템 자체가 속도를 늦추어 과도한 부분을 상쇄하려고 한다. 그러한 과정에서 조직의 생존이 위험에 처하기도 한다. 앞서 언급한 피플 익스프레스 항공사 사례는 빨리 가려다가 장기적으로는 더욱 늦어지는 (혹은 아예 멈춰버리는) 좋은 예가 아닌가 싶다. 이러한 시스템 원칙 때문에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개선 노력이 실패로 돌아갈 때가 많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깨달을 무렵, 관리자는 좌절하고 낙담하게 된다. 시스템 원칙은 심지어 아무것도 하지 않는 무위無爲를 정당화하는 구실이 될 수도 있다.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이 역효과를 내거나 상황을 악화시킬지도 모르는 조치를 취하는 것보다 낫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해석은 어설픈 지식으로 일을 망치는, 말하자면 선무당이 사람 잡는 격이다. 시스템 관점의 진정한 의미는 무위가 아니라 새로운 사고에 바탕을 둔 달라진 행동이기 때문이다. 시스템 사고는 그동안 문제를 다뤄온 일반적인 방식보다 어려우면서도 동시에 더욱 효과적인 방법이다. '''7. 원인과 결과는 시공간적으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지 않다''' 위에서 언급한 모든 문제의 기저에는 복잡한 인적 시스템의 근본 특징이 있다. 바로 원인과 결과가 시공간적으로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내가 말하는 '결과'는 문제가 있음을 보여주는 명백한 징후들이다. 약물남용, 실업, 굶주리는 아이들, 주문 감소, 수익 하락 등이 그러하다. '원인'은 이러한 문제 발생에 가장 큰 책임이 있는 근본 시스템의 상호작용을 말한다. 우리가 이를 제대로 인지한다면, 변화로 이어져 지속적인 개선 효과를 낼 수 있다. 원인과 결과가 시공간적으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지 않다는 점이 왜 문제가 되는가? 대다수의 사람들이 원인과 결과는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고 가정하기 때문이다. 즉 우리는 대체로 원인과 결과가 시공간에서 가깝게 존재한다고 가정하기 때문이다. 앞에서 말한 맥주 게임 참가자들이 결국 깨닫게 되었듯이, 우리가 직면한 난관의 근본적인 원인은 까다로운 문제나 외부의 사악한 적이 아니라 바로 우리 자신이다. 복잡한 시스템에서 현실의 속성과 우리가 이를 인식하는 사고방식에는 근본적인 불일치가 존재한다. 이러한 불일치를 바로잡는 첫 단계는 원인과 결과가 시공간상으로 가까이 있다는 생각을 버리는 것이다. '''8. 작은 변화가 큰 성과로 이어질 수 있으나, 레버리지가 가장 높은 영역은 분명하지 않을 때가 많다''' 시스템 사고를 통해 작은 행동이라도 핵심을 제대로 파악하고 적절하게 수행하면, 중요하고 지속적인 개선 효과를 낼 수 있다. 시스템 사고를 하는 이들은 이러한 원칙을 '레버리지leverage'라고 부른다. 어려운 문제를 붙잡고 씨름하는 것이 결국은 높은 레버리지가 있는 지점, 다시 말해 최소한의 노력으로 지속적으로 의미 있는 개선 효과를 내는 변화가 가능한 지점을 찾는 일일 때가 많다. 여기에서 문제는 레버리지가 높은 변화가 시스템 내부 구성원들에게는 해결책과 무관하게 보일 때가 많다는 것이다. 이는 레버리지가 높은 변화가 명백한 문제의 징후들과 '시공간적으로 가깝지 않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그렇기 때문에 삶이 한층 흥미로워지는 것도 사실이다. 레버리지가 높은 변화를 알아내는 간단한 법칙 같은 것은 없지만 도움이 되는 사고방법은 있다. 우선은 사건이 아니라 기저의 구조를 보고 이해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 첫걸음이다. 앞으로 소개할 각 시스템 원형system archtype을 보면 레버리지가 높은 변화와 레버리지가 낮은 변화 영역을 알 수 있다. 스냅사진처럼 단편적인 사고가 아니라 변화 과정이라는 관점에서 생각하는 것이 그 다음이다. '''9.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는 없다''' 세상에 둘도 없이 복잡해 보였던 딜레마가 시스템 관점에서 보면, 전혀 딜레마가 아닐 수도 있다. 딜레마는 '과정 중심 사고'보다는 스냅사진처럼 단편적인 사고의 산물이며, 일단 시간을 두고 차근차근 진행하는 변화라고 생각하면 전혀 다른 모습으로 나타난다. 집권과 분권, 경쟁력 있는 인건비와 후한 처우에 만족하는 노동자, 개인 실적 중심의 보상과 집단 중심의 보상과 같이 누가 봐도 딜레마인 것은 순간만 보는 정적인 사고의 부산물이다. 고정된 특정 시점에 가능한 것만 생각하면 융통성을 발휘하기 힘들고, 매사가 '양자택일'의 문제로 보인다. 다음 달의 일을 생각한다면 양자택일이 불가피할지 모르지만, 진정한 레버리지는 시차를 두고 양쪽 모두 달성할 방법을 찾는 데 있다. '''10. 코끼리를 반으로 쪼갠다고 작은 코끼리 두 마리가 되지는 않는다''' 살아 있는 시스템 즉 생명체에는 전체로서의 완결성이 있으며, 그들의 특성은 부분이 아닌 전체에 의해 좌우된다. 조직도 마찬가지다. 더없이 난해한 관리 문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문제를 양산하는 전체 시스템을 알아야 한다. 각각이 회사의 문제를 분명하게 파악하고 있지만, 어느 누구도 자신의 정책이 다른 부서와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를 알지 못한다. 흥미롭게도 수피 이야기는 “이러한 식으로는 결코 코끼리 전체를 알지 못할 것이다.”라는 말로 이야기를 마무리한다. 그렇다고 조직의 전체를 보는 것만으로, 문제 전체를 이해할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생산, 마케팅, 연구개발 부서 등의 핵심 기능이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를 봐야만 이해되는 문제가 있는가 하면, 그렇지 않은 문제도 있다. 결정적인 시스템 요인이 특정 기능 분야 내에서 발생하는 사안도 있다. 단순히 조직 전체가 아니라, 산업 전반의 역학관계를 고려해야 하는 문제도 있다. '시스템 범위의 원칙'이라고 불리는 핵심 원칙은 '조직 내의 어느 부분인가와는 무관하게 현안에 가장 중요한 상호작용을 살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구성원 간의 상호작용을 보기 어렵게 조직이 구성되기 때문에, 이러한 원칙을 실천하는 것은 쉽지 않다. 마케팅, 생산, 연구개발 같이 부서 간의 경계를 넘나드는 조사를 가로막는 융통성 없는 조직 구분이 대표적이다. 다른 누군가가 처리하도록 문제를 내버려두는 것도 마찬가지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이미 커질 대로 커졌다고 판단하는 사업에 재투자하기보다는 적절히 '거둬들이는' 선에서 마무리하고 새로운 사업으로 확장하는 방법을 택하는 것이다. 때때로 사람들은 코끼리를 반으로 쪼갠다. 그렇게 한다고 작은 코끼리 두 마리가 생기지는 않으며, 혼란만 가중될 뿐이다. 여기에서 말하는 '혼란'이란 레버리지를 찾을 수 없게 된 복잡한 문제를 의미한다. 레버리지는 상호작용하는 가운데 찾게 되는 것으로, 손에 들린 조각만 들여다봐서는 보이지 않는 것이기 때문이다. '''11. 무엇도 탓할 수 없다''' 누구나 문제가 생기면 사람이나 상황을 비난하고 탓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시스템 사고에 따르면, 나와 분리된 '외부 요인'이란 없으며 모두가 단일 시스템의 일부일 뿐이다. 진정한 해법은 '적'과의 관계에서 나온다. }}} == 5. 사고방식의 전환 == {{{#!wiki multi-columns === 새로운 시각으로 세상 보기 === 시스템 사고는 전체를 보는 학문이다. 사물 하나하나가 아니라 그들 사이의 상호관계를 보고, 정지된 '스냅사진'이 아니라 변화의 패턴을 보는 틀이다. 시스템 사고는 20세기를 거치면서 물리학, 사회학, 공학, 경영학 등의 다양한 영역에 걸쳐 만들어진 일련의 일반 원칙이다. 이는 구체적인 도구와 기술의 집합으로 크게 두 가지 흐름에서 비롯되었다. 1. 하나는 사이버네틱스cybernetics의 '피드백' 개념이고, 1. 다른 하나는 19세기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공학이론인 '서보 메커니즘servo-mechanism'이다. 지난 30년 동안 우리는 이러한 도구를 회사, 도시, 지역, 경제, 정치, 생태, 심지어 생리학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시스템 이해에 활용하여 효과를 거두었다. 또한 시스템 사고는 살아 움직이는 시스템에 고유의 특성을 부여하는 미묘한 연관성을 감지하는 일종의 '감수성'이기도 하다. 조직들도 예외가 아니다. 구성원 개개인의 뛰어난 능력을 자랑하는 혁신적인 제품이 나오고 있지만, 다양한 기능과 재능을 생산적으로 통합시키지 못하기 때문에 붕괴되고 있다. 복잡한 상황 앞에서 사람들은 쉽게 자신감을 잃으며 책임감 또한 약해진다. “나에게는 너무 복잡한 일이야!”,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어. 문제는 시스템이야.” 같은 말을 유행가 가사처럼 자주 듣게 되는 세상이다. '상호의존의 시대'에 접어들면서 많은 이가 이러한 무력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시스템 사고는 무력감을 극복할 좋은 치료제가 된다. 시스템 사고는 복잡한 상황의 기저에 있는 '구조'를 보고, 레버리지가 높은 변화와 레버리지가 낮은 변화를 구별해주는 학문이다. 즉, 이를 통해 우리는 전체를 봄으로써 시스템을 건강하게 만들 수 있는 방법을 배운다. 또한 시스템 사고는 사고방식 전환을 가능하게 해주는 새로운 언어를 제공한다. 나는 시스템 사고를 '다섯 가지 학습 규율의 결합체'라고 생각하는데, 그것이 이 책에서 소개하는 다섯 가지 학습 규율의 기저에 있는 기초개념이기 때문이다. 다섯 가지 규율 모두가 사고방식 변화와 관련된다. 구체적으로는 부분이 아니라 전체를 보고, 사람을 무력하게 자극에 반응하는 존재로 보는 것이 아니라 현실을 만들어내는 능동적인 참여자로 보고, 현실에 소극적으로 반응하기보다 적극적으로 미래를 창조하는 태도로 바꾸는 것이다. 일단 다섯 가지 학습 규율을 실천하는 단계에 들어간다고 해도, 시스템 사고가 없으면 이들을 통합할 수단도 동기도 없게 된다. 시스템 사고는 학습조직이 지켜야 할 규율의 초석이다. 명쾌한 전략기획, 예측, 경영분석 등의 정교한 도구를 동원해도 기업 경영에 극적인 돌파구 마련이 쉽지 않은 것과 같은 이유다. 이러한 도구는 모두 변수가 많은 복잡한 상황을 다루기 위해 고안되었다. 바로 세부 복잡성detail complexity이다. 그러나 다른 유형의 복잡성이 존재한다. 바로 동적 복잡성dynamic complexity으로 원인과 결과가 미묘하여 포착하기 어렵고, 시간 경과에 따른 여러 가지 개입 변수의 결과가 불분명한 상황이다. 전통적인 예측, 기획, 분석 기법은 이러한 동적 복잡성을 다루지 못한다. 복잡한 설명에 따라서 기계를 조립하는 작업에서는 세부 복잡성이 문제가 된다. 할인매장에서 재고목록을 만드는 일도 마찬가지다. 이러한 작업은 분명 복잡하지만 여기에서 말하는 동적 복잡성과는 거리가 있다. 같은 행동이 기간의 길고 짧음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를 초래하는 경우 동적 복잡성이 있다고 할 수 있다. 하나의 행동이 시스템의 일부분과 시스템 전체에 전혀 다른 결과를 초래하는 경우에도 동적 복잡성이 있다고 할 수 있다. 명확한 개입이 불명확한 결과를 야기하는 때도 동적 복잡성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자이로스코프는 동적으로 복잡한 기계이다. 한쪽 끝을 아래로 밀면 왼쪽으로 움직이고, 반대쪽을 왼쪽으로 밀면 위로 움직이는 식이니 종잡을 수가 없다. 그러나 기업 하나가 지니는 역동성과 비교하면 자이로스코프의 복잡성은 아무것도 아니다. 대부분의 관리 상황에서 진정한 레버리지는 세부 복잡성이 아니라 동적 복잡성을 이해하는 데서 나온다. 시장 확대와 설비 확충 사이의 균형을 맞추는 일도 동적인 문제이다.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도록 가격, 제품이나 서비스 품질, 디자인, 가용성 등을 고려하여 수익성이 있는 상품을 개발하는 일도 동적인 문제이다. 품질을 개선하고, 총비용을 낮추고, 지속적으로 고객을 만족시키는 일도 역시 동적인 문제이다. 그러나 불행히도 대부분의 시스템 분석은 동적 복잡성이 아니라 세부 복잡성에 초점을 맞춘다. 수천 가지 변수와 복잡하게 배열된 세부 사항을 가지고 진행하는 시뮬레이션이 근사하게 보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러한 시뮬레이션이 오히려 주의를 흐려서 핵심 유형과 상호관계를 보기 힘들 수도 있다. 실제로 많은 사람이 '시스템 사고'란 갈수록 '복잡해지는 문제'에 그만큼 '복잡한'(정확히는 '자세한'이라고 말해야 하리라) 해결책을 고안함으로써 '복잡성으로 복잡성에 맞서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것은 진정한 시스템 사고와는 상반되는 것이니 말이다. 원인과 적절한 해결책을 알기 위해서는 연관성과 상호관계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또한, 행동과 결과 사이의 '지연'을 보아야 한다. 또한 단순한 스냅사진이 아니라 지속적인 증가 같은 변화의 유형을 살펴보아야 한다. 문제의 기저에 놓인 핵심 관계를 알면 향후 방향에 대해서도 새로운 통찰을 얻게 된다. 그와 같은 심오한 통찰이 없이는 어떤 발전도 불가능하다. 특히 갈등 구도에서 공격자로 보이는 진영이 주장하는 관점을 강요하는 것은 서로가 인지하는 위협을 전혀 줄이지 못한다. 시스템 사고의 정수는 사고방식의 전환에 있다. * 직선적인 인과관계 사슬보다는 상호연관성을 보라. * 스냅사진 같은 단편보다는 변화의 과정을 보라. 시스템 사고의 실천은 행동이 서로 강화작용 혹은 중화작용(균형작용)을 주고받는 '피드백'이라는 단순한 개념을 이해하는 데서 시작된다. 이것이 반복적으로 일어나는 '구조' 유형을 인식하는 학습으로 발전하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시스템 사고는 수많은 상호연관성과 변화 유형을 설명할 풍부한 언어를 만들어낸다. 궁극적으로 사건과 세부사항 뒤에 놓인 심층 유형을 보도록 도와줌으로써 삶을 한결 단순하게 만들어준다. 새로운 언어를 배우는 일은 항상 어렵게 마련이다. 그러나 기본원리를 숙달하고 나면 쉬워진다. === 인과관계의 순환 이해하기 === 현실은 순환하는 원圓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우리는 곧은 직선만을 바라본다. 여기에 시스템 사고가로서의 한계가 존재한다. 사고가 이처럼 파편화되는 이유 중의 하나는 바로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이다. 어떤 의미에서 언어는 지각을 결정한다. 어떤 것을 보느냐는 어떤 것을 볼 준비가 되어 있느냐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주어-동사-목적어 구조로 되어 있는 서구의 언어는 직선적인 관점에 편향되어 있다.(6) 시스템 전체에 걸친 상관성을 보기 위해서는 이를 표현할 수 있는 언어, 말하자면 직선이 아닌 원으로 이루어진 언어가 필요하다. 그러한 언어가 결여된 세계를 보는 습관적 방식은 단편적인 관점과 역효과를 내는 행동을 초래한다. 우리는 잔에 물을 채우는 동안 물의 높이가 올라가는 것을 지켜본다. 물의 높이와 목표, 즉 원하는 높이 사이의 '차이'를 살핀다. 물의 높이가 원하는 수준에 가까워지면 수도꼭지를 잠가서 물의 흐름을 느리게 하고, 물이 가득 차면 완전히 잠근다. 잔에 물을 채우는 동안 다섯 가지 변수가 물을 조절하는 시스템에 관여한다. 원하는 물의 높이, 현재 물의 높이, 양쪽의 차이, 수도꼭지 상태, 물의 흐름이다. 이것은 '피드백 프로세스'라고 하는 순환의 인과관계, 즉 원형으로 연결되어 있다. 이러한 과정은 물이 원하는 높이에 올 때까지 계속된다. 피드백이라는 단어가, 자신이 수행해온 작업에 대한 의견을 모은다는 조금 다른 의미로 사용될 때도 많아서 혼동을 느끼는 이가 많으리라 생각한다. “맥주 생산 결정에 대해서 피드백을 주세요.”라든가 “내가 처리한 방식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합니까?”라고 묻는 경우 '긍정적인 피드백'은 힘을 북돋아 주는 격려의 말을, '부정적인 피드백'은 반갑지 않은 소식을 의미한다. 그러나 시스템 사고에서의 피드백은 한층 넓은 개념이다. '형태에 상관없이 주고받는 영향력의 흐름'을 의미한다. 시스템 사고에서는 일방적인 영향이란 없으며, 모든 영향이 원인이면서 동시에 결과라는 사실이 자명한 이치다. 개념 면에서는 간단하지만 피드백 고리는 그동안 당연시하던 인과관계 같은 고정된 생각을 뒤집는다. 일상생활에서 “나는 잔에 물을 채우고 있어.”라고 말하는 경우 우리는 부지불식간에 한쪽 방향으로의 인과관계를 전제한다. 그러나 이러한 문장은 잔에 물을 채우는 행위에서 일어나는 피드백 프로세스의 절반만을 이야기해준다. 아래의 다이어그램에서 보면 '수도꼭지 상태'에서 '물의 흐름', '현재 물의 높이'까지를 잇는 피드백 프로세스이다. 그러나 나머지 절반의 과정만 이야기해도 똑같이 맞는 말이 된다. “잔에 찬 물의 높이가 나의 손을 통제하고 있어.” 결과적으로 두 가지 설명 모두 불완전하다. 인과관계에 대한 완전한 설명은 잔에 물을 채우려는 나의 의도가 하나의 시스템을 만들어냈는데, 물의 높이가 낮으면 물이 흘러들어오게 하고, 잔이 가득 차면 흐름을 끊게 하는 시스템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즉 구조가 행동을 유발하고, 구조는 내 의도와 행동에 의해서 작동된다. 이러한 구분이 중요한 이유는 3장의 맥주 게임 사례에서처럼 개별 행동만 보고 기저의 구조를 보지 못하면, 복잡한 상황에서 무력감을 느끼게 되기 때문이다. 피드백 관점에 의해 인간중심주의anthropocentrism, 즉 인간을 행위의 중심으로 보는 사상 또한 뒤집히게 된다. 시스템 관점에서 인간 행위자는 피드백 과정의 일부이지 유리된 존재가 아니다. 이러한 관점은 인식 면에서 심오한 전환을 의미한다. 이를 통해 우리는 끊임없이 현실의 영향을 받으면서 동시에 현실에 영향을 주는 자신의 모습을 볼 수 있게 된다. 나아가 피드백 개념은 책임이라는 윤리적 문제를 복잡하게 만든다. 직선적 관점에서는 항상 책임져야 하는 사람이나 대상을 찾는다. 시스템 사고를 숙달하기 위해서는 개인 혹은 개인의 대리자에게 책임이 있다는 가정을 버려야 한다. 피드백 관점에 따르면 시스템에 의해 야기된 문제에 대해서는 모든 사람이 책임을 공유한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관련된 모든 사람이 시스템 혁신에 있어 동일한 레버리지를 행사할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미국 같은 개인주의 문화에서 특히 매혹적으로 다가오는 '희생양 찾기'는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피드백 개념은 우리 언어에 한계가 있음을 분명하게 드러낸다. 잔에 물을 채우는 것처럼 그저 단순한 시스템을 묘사하려 해도 아주 어색해지고 만다. 잔에 물을 채우는 일처럼 단순한 시스템을 설명하는 것도 이렇게 어렵고 어색하다면, 조직에서 일어나는 복잡한 다중多重 피드백 프로세스는 어떻겠는가? 모두 익숙해지기까지 시간이 걸리는 것들이다. 우리는 경험 설명에서 직선적인 언어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다. === 강화 피드백, 균형 피드백, 지연: 시스템 사고의 기본 구성요소 === 구별되는 두 가지 유형의 피드백 프로세스가 있다. 바로 강화 피드백과 균형 피드백이다. 강화(혹은 확대) 피드백 프로세스는 성장의 원동력이다. 무언가가 성장하는 상황에 있다면 강화 피드백이 작동하고 있다고 확신해도 좋다. 반대로 강화 피드백은 쇠퇴를 촉진할 수도 있다. 균형(또는 안정) 피드백은 목표지향적인 행동이 있을 때마다 작동한다. 움직이지 않는 것이 목표일 경우, 균형 피드백은 차량의 브레이크 같은 기능을 한다. 많은 피드백 프로세스에는 '지연delay'이 포함되는데 행동의 결과가 서서히 발생하도록 영향의 흐름을 방해하는 것을 말한다. 영어 문장이 명사와 동사로 이루어지듯이 시스템 사고 언어에서 모든 아이디어는 이러한 기본 요소로 이루어진다. 기본 구성요소에 대해 배우고 나면 본격적인 이야기를 시작할 수 있는데, 다음 장에서 설명할 시스템 원형이 바로 그것이다. === 강화 피드백: 작은 변화가 커지는 원리 === 강화 피드백 시스템의 내부에 있는 경우, 작은 행동의 결과가 좋은 쪽으로든 나쁜 쪽으로든 확대되는 모습을 보기 힘들지도 모른다. 그러나 시스템을 이해하면 강화 피드백이 작용되는 원리에 영향을 미칠 수 있게 된다. 피그말리온 효과처럼 강화 프로세스에서는 작은 변화가 점점 커진다. 어떤 움직임이든 확대되어 같은 방향으로 더 큰 움직임을 만들어낸다. 작은 행동이 일정한 방향으로 눈덩이 불어나듯, 복리통장에 이자 붙듯 증대된다. '악순환'에 빠져 상황이 나쁜 쪽으로 계속 악화되는 강화(확대) 프로세스도 물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강화 순환 자체에는 본질적으로는 나쁜 것이 하나도 없다. 더구나 바람직한 방향으로 강화되는 과정, 즉 선순환도 있지 않은가? 강화 순환에서 나오는 결과적인 행동은 성장이나 쇠퇴 속도가 높아지는 것이다. 이러한 강화 순환을 부르는 표현이 여럿 있다. '눈덩이 효과', '밴드왜건 효과bandwagon effect', '악순환', '빈익빈 부익부' 등인데 현실을 꿰뚫는 대중의 지혜를 엿볼 수 있는 표현들이다. 신출내기 조직이나 신제품에 대한 믿음이 커져가는 과정에서는 '모멘텀, 즉 가속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들 한다. 바람직하지 않은 방향으로 진행되는 강화 순환을 지적하는 표현도 있다. '생쥐들이 배를 덮치고 있다'는 말인데, 소수가 확신을 잃는 순간 그들의 변절이 다른 사람들까지 바뀌게 하고, 확신을 좀먹는 악순환으로 빠져드는 상황을 이야기한다. 입소문은 쉽게 역방향으로 작용하며 일부 사례에서처럼 시장에 엄청난 재앙을 가져오기도 한다. 좋은 쪽이든 나쁜 쪽이든 강화 순환은 속도가 워낙 급격히 높아지는 까닭에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한다. 강화 유형을 따르는 경우에는 특히 그렇다. 문제를 알아차렸을 때는 너무 늦을지 모른다. 그러나 성장 혹은 퇴보가 전혀 방해를 받지 않고 한쪽 방향으로 가속이 붙기만 하는 경우는 드물다. 강화 프로세스가 별개로 고립되어 일어나는 경우가 드물기 때문이다. 결국에는 한계에 직면하게 되고, 그로 인해 성장속도가 둔화되거나 멈추기도 하며 방향이 바뀌거나 아예 정반대로 가기도 한다. 심지의 수련 잎의 성장마저도 연못 둘레라는 한계에 직면하는 순간 성장을 멈추게 된다. 이러한 한계가 바로 시스템 사고의 두 번째 구성요소인 균형 피드백의 형태이다. === 균형 프로세스: 안정과 저항의 근원 === 당신이 균형 시스템 안에 있다면, 그것은 안정을 추구하는 시스템이라고 보면 된다. 안정을 추구하는 시스템의 목표가 자신의 목표와 일치하면, 당신은 만족스러울 것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상황을 바꾸려는 모든 노력이 좌절을 맛보게 된다. 안정 추구라는 시스템의 목표를 변경하거나, 그로 인한 영향을 약화시키기 전까지는 좌절이 계속될 것이다. 자연은 균형을 좋아하지만, 많은 경우 의사결정자는 균형에 거스르는 행동을 취하고 결국 대가를 치르게 된다. 이를테면 예산 압박에 시달리는 경영자가 비용을 낮추기 위해 인원을 삭감했는데, 결과적으로 남은 직원들은 초과근무에 시달리고 비용도 전혀 줄지 않는 상황이 발생했다. 남은 일을 외부 컨설턴트에게 맡겼기 때문일 수도 있고, 초과근무 비용이 인원감축으로 줄어든 비용을 상쇄해버렸기 때문일 수도 있다. 비용이 줄어들지 않는 이유는 '시스템이 자체 목표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명시적으로 드러나지는 않지만 아주 실질적인 목표가 있는데, 바로 해야 한다고 기억되는 일의 양이다. 균형(안정) 시스템에서는 일정한 목표를 유지하려는 자동수정 작업이 진행된다. 잔에 물을 채우는 행위는 잔을 채운다는 목표가 있는 균형 프로세스이다. 신규 직원 채용은 노동력 규모 또는 성장률이라는 목표가 있는 균형 프로세스이다. 균형 피드백 프로세스는 어디에나 있다. 목표를 지향하는 모든 행동의 기저에 있는 것이다. 생물학자라면 이 과정을 인체가 변화하는 환경에서 생존에 필요한 조건을 유지하는 능력인 항상성homeostasis을 달성하려는 메커니즘이라고 말하리라. 모든 균형 프로세스가 그렇듯이 결정적인 요소(이를테면 체온)는 원하는 수준으로 서서히 자체 조절을 해간다. 계획은 장기 균형 프로세스를 만들어낸다. 인력자원에 따라 직원의 수와 역량을 기대수요에 맞추기 위한 장기 목표가 수립될 수도 있으리라. 시장조사 계획, 연구개발 계획 등은 경쟁우위를 차지하기 위한 신제품 개발, 인력, 기술, 공장설비 등에 대한 투자를 일으킨다. 경영에서 균형 프로세스가 이토록 어려운 이유는 목표가 겉으로 드러나지 않을 때가 많고, 균형 프로세스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아무도 인식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조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기 위해서는 명시적인 균형 프로세스와 암묵적인 균형 프로세스를 동시에 이해해야 한다. 기업 합병이 자주 실패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몇 해 전에 보스턴에서 훌륭한 의료서비스 전통을 자랑하던 병원 두 곳이 합병했다. 새로 탄생한 대형 병원은 최신 설비를 갖추었지만 기존의 병원들이 갖고 있던 장점인 의료서비스 정신과 직원의 충성심을 잃었다. 합쳐진 대형 병원을 관리하기 위해 새로운 행정구조와 절차가 만들어지면서, 기존의 개별 병원에서 작동하던 진료의 질을 신경 쓰고 직원의 요구에 관심을 기울이며 환자와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던 미묘한 균형 프로세스가 붕괴되었던 것이다. 균형 프로세스는 그 개념은 단순하지만, 사람들이 감지하지 못한 채로 진행되는 경우 문제의 소지가 있는 행동을 유발할 수도 있다. 일반적으로 균형 순환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처럼 보일 때가 많아서 강화 순환에 비해 포착하기가 어렵다. 매출액, 마케팅 비용, 핵무기, 연못의 수련 등에서 급격한 증가 같은 현상은 일어나지 않는다. 오히려 균형 프로세스는 관련자 모두가 바꾸기를 원하는 상황에서도 변화 없이 현상을 유지한다. 균형 순환 상태에서 사람들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Alice's Adventures in Wonderland>의 하트 여왕이 한 말처럼 '같은 장소에 머물기 위해서 죽을힘을 다해 달려야 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기 쉽다. 조직의 변화를 시도하는 리더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균형 프로세스에 덜미를 잡히는 경우가 많다. 그러한 경우 그들은 그야말로 난데없이 저항에 봉착했다는 느낌을 받는다. 앞에서 언급한 친구가 직원의 피로를 줄이려고 하다가 마침내 깨달은 것처럼, 저항은 암묵적인 목표를 유지하려는 시스템의 반응이다. 이러한 암묵적인 목표를 깨닫기 전에는 변화를 위한 모든 노력이 실패할 수밖에 없다. 회사 사장이 본보기가 되는 한은 그가 일하는 습관이 곧 기준이 된다. 그러므로 사장은 자신의 습관을 바꾸거나, 다른 새로운 본보기를 내세워야 한다. 변화를 방해하는 저항이 있을 때마다 하나 혹은 복수의 '감춰진' 균형 프로세스가 작동하고 있다고 확신해도 좋으리라. 그러므로 변화에 대한 저항은 갑작스럽지도 불가사의하지도 않다. 저항은 거의 어김없이 전통 규범과 업무처리 방식에 대한 위협이 있을 경우에 생긴다. 이러한 규범이 기존 권력관계와 씨실과 날실처럼 복잡하게 얽혀 있을 때도 많다. 권위와 통제 구조가 워낙 뿌리 깊이 박혀 있기 때문에 이러한 규범 역시 쉽게 변하지 않는다. 때문에 유능한 리더는 변화에 맞선 저항을 극복하기 위해 무조건 밀어붙이기보다는 저항의 원인을 찾아낸다. 그들은 드러나지 않는 암묵적인 규범과 규범이 스며들어 있는 권력관계에 직접 초점을 맞춘다. === 지연: 마침내······일이 일어났을 때는 ===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시스템은 스스로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것이 가장 극명하게 드러나는 지점이 바로 구성원의 행동과 결과 사이에 중단이 있는 지연delay 상황이다. 지연 때문에 목표에서 크게 벗어나기도 하지만, 지연을 인식하고 적절히 대처하면 긍정적인 효과를 볼 수도 있다. 전직 아날로그 디바이시스 CEO이자 매사추세츠 첨단기술위원회 설립자인 레이 스테이터RayStata는 <슬론 경영대학원 리뷰Sloan Management Review>에 [[https://sloanreview.mit.edu/article/organizational-learning-the-key-to-management-innovation/|실린 글]]에서 이러한 말을 했다. “시스템의 능력을 높이기 위한 레버리지의 최대 지점 가운데 하나는 시스템 내의 지연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스테이터는 1980년대 말 미국 제조업자의 깨달음을 대변하고 있었다. 이전까지 미국 제조업자는 창고의 재고량을 빡빡하게 통제하는 데 집중해온 반면, 일본 경쟁업체는 지연을 줄여 초과든 부족이든 애초에 재고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 1980년대 말 미국 제조업자는 자신들의 방식이 일본에 비해 근본적으로 효과가 떨어진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로 인해 '시간 중심 경쟁time based competition'이라는 아이디어가 서서히 생겨나게 되었다. 보스턴 컨설팅 그룹Boston Consulting Group의 부사장 조지 스톡George Stalk도 같은 점을 지적한다. “생산, 신제품 개발, 판매 및 유통에서 시간을 관리하는 방식이야말로 앞서 가던 기업들이 경쟁에서 뒤쳐지게 된 가장 큰 원인이다.” 결국 지연을 줄이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에 대한 인식이 커지면서 '유연 생산flexible manufacturing'의 초석으로 발전하고, 오늘날 낭비를 최소화하여 효율 극대화를 꾀하는 '린 생산방식lean manufacturing'으로 진화했다. 행동과 결과 사이의 지연은 어느 인적 시스템에서든 나타나는 흔한 일이며,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사람들은 보통 먼 미래의 이익을 위해 지금 투자를 시작한다. 오늘 채용한 사람이 완전한 생산성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보통 몇 달이라는 시간이 걸린다. 또한 여러 해가 지나야 성과가 나타나리라는 것을 알면서도 사람들은 새로운 프로젝트에 자원을 투입한다. 그러나 지연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서 불안이 야기되는 경우도 자주 있다. 예를 들면 앞에서 설명한 맥주 게임에서 의사결정자들은 주문한 맥주가 도착하지 않는 지연 상황을 계속해서 잘못 판단하고 적절치 못한 대응을 했다. 하나의 변수가 다른 것에 미치는 효과가 나타나기까지 시간이 걸리는 경우, 지연은 시스템 언어를 구성하는 세 번째 기본 구성요소가 된다. 사실상 모든 피드백 프로세스가 지연이라는 요소를 포함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지연을 인식하지 못하거나, 인식해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해 필요 이상의 '과잉 행동'을 보이게 된다. 식사와 배부름을 느끼는 시점 사이의 지연 때문에 많은 이가 과식을 하게 된다. 식사를 중단해야 하는 시점에 배부름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인식하지 못한 지연은 불안과 파괴를 야기할 수 있는데, 지연이 길어지는 경우에는 그럴 가능성이 한층 높아진다. 예를 들어 샤워를 하기 위해 물의 온도를 조절할 경우, 지연 시간이 1초나 2초인 경우보다 10초인 경우가 온도 조절이 훨씬 어렵다. 행동이 공격적일수록(과감하게 수도꼭지를 돌릴수록) 적당한 온도에 도달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길어진다. 이것이 지연 요소를 지닌 균형 순환에서 얻는 교훈이다. 공격적인 행동이 의도와는 정반대의 효과를 내는 경우가 종종 있다는 것이다. 그러한 행동은 목표에 빠르게 도달하게 해주기는커녕 불안과 동요를 일으킨다. 시스템 관점은 일반적으로 장기적인 관점을 지향한다. 지연과 피드백 순환이 그토록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단기적으로는 지연과 피드백 순환을 무시할 수도 있다. 영향이 미미한 까닭이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보면 그 영향이 끊임없이 나타나 우리를 괴롭히고 결과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 강화 피드백, 균형 피드백, 지연은 모두 상당히 단순한 형태로, 개인생활과 직장생활에서 반복적으로 일어나는 보다 복잡한 구조인 '시스템 원형'을 이루는 기본 구성요소이다. 이제 시스템 원형을 살펴볼 차례다. }}} == 6. 자연의 원형: 사건을 통제하는 유형 규명 == {{{#!wiki multi-columns 우리가 인식하지 못하는 구조가 우리를 구속하고 있는 것이다. 역으로 우리를 붙잡고 있는 보이지 않는 힘에서 자유로워지고, 궁극적으로 그것을 변화시킬 능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구조를 볼 줄 알아야 한다. 그러므로 구조를 보는 법을 터득하는 것이 시작이다. 시스템 사고라는 비교적 새로운 분야에서 나온 가장 중요하며 잠재적으로 가장 강력한 힘을 주는 통찰은 특정 구조의 유형이 계속해서 반복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유형을 '일반 구조' 혹은 '시스템 원형systems archetype'이라 부를 수 있는데, 개인생활이나 조직에서 구조를 보는 법을 학습하는 데 필요한 핵심 요소를 포함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소수인 시스템 원형은 모든 경영 문제가 특수한 것은 아니며, 경험 많은 관리자라면 직관적으로 알 수 있는 형태라는 것도 아울러 말해준다.(1) 강화 피드백, 균형 피드백, 지연이 시스템 사고에서 명사나 동사에 해당한다면, 시스템 원형은 반복해서 나오는 기본 문장이나 간단한 이야기와 비슷하다. 문학작품에서도 등장인물에 따라 다르게 제시하는 공통된 주제나 반복되는 줄거리가 있는 것처럼, 상대적으로 소수인 시스템 원형이 실로 다양한 경영 상황에 공통적으로 존재한다. 시스템 원형은 복잡해 보이는 경영 문제의 심층이 놀라울 정도로 간단하고 명쾌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이러한 원형을 인식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원형을 많이 알고 잘 인식할수록 어려움을 해결할 레버리지가 있는 지점을 발견하기 쉬우며, 이를 다른 사람에게 설명하는 것도 쉬워진다. (이 '시스템 원형'이 마치 PatternLanguage와 비슷한 느낌인 것 같기도 하다.) 사실, 이러한 원형은 워낙 미묘해서 포착하기가 쉽지 않다. 때문에 가정, 생태계, 신문기사, 회사 등에서 이것이 나타나는 경우, 본다기보다는 '느낀다'고 표현하는 것이 적합할 때가 많다. 가끔은 원형들을 보면서 기시감, 즉 전에 어디선가 본 것 같다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자신도 모르게 “또 그러네.” 하고 혼잣말을 하기도 한다. 경험 많은 관리자는 당연히 반복되는 유형을 직감적으로 많이 알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막상 설명하려고 하면 쉽지 않을 때가 많다. 시스템 원형은 그러한 직감을 설명할 언어를 제공한다. 시스템 원형은 그것을 몰랐다면 '경영진의 의사결정'이라고 두루뭉술하게 말하고 넘어 갔을 많은 것을 명확하게 해준다. 그러므로 시스템 원형을 숙지하는 것은 조직이 시스템 관점의 길로 나아가는 첫걸음이다. “큰 그림을 보고 장기적인 관점을 가져야 한다.”면서 시스템 사고를 주장하고 옹호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시스템 사고의 법칙(4장)에서 설명한 내용이나 맥주 게임(3장) 같은 시뮬레이션 게임에 나타난 기본 시스템 원칙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것만으로도 역시 불충분하다. 심지어 어떤 문제의 기저에 있는 특정 구조를 아는 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다.(알아가는 과정에서 컨설턴트의 도움을 받을 수도 있으리라) 하나의 문제를 해결할 수는 있지만 애초에 그러한 문제를 발생시킨 사고까지는 바꾸지 못하기 때문이다. 관리자가 시스템 원형의 관점에서 사고하는 것을 시작해야 시스템 사고가 학습조직에 일상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실질적 동인이 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구성원들은 현실을 스스로 창조하는 법을 보게 된다. 시스템 원형을 사용하는 목적은 인식을 변화시켜, 보다 쉽고 효율적으로 구조를 파악해서 레버리지를 찾자는 것이다. 일단 시스템 원형이 파악되면 항상 레버리지가 높은 변화와 레버리지가 낮은 변화가 어디에 있는지가 분명해진다. 현재 연구자들은 열두 가지 시스템 원형을 밝혀냈고, 이 책에서는 그 가운데 아홉 가지를 중점적으로 소개할까 한다.(부록 2에서는 책에서 사용된 원형들을 요약하여 소개한다) 당연히 모든 원형은 시스템의 기본 구성요소, 즉 강화 프로세스, 균형 프로세스, 지연으로 구성되어 있다. 다음에 소개하는 두 가지 원형은 빈번히 되풀이되는 형태로서 복잡한 상황은 물론, 다른 원형을 이해하는 데도 기초가 되는 것들이다. === 원형1: 성장의 한계 === {{attachment:limits-to-growth-01.png}} '''정의''' 원하는 결과를 산출하기 위한 강화(확장) 프로세스가 작동하기 시작한다. 강화 프로세스는 가파른 성공 곡선을 만들어내지만 동시에 생각지 못한 부작용도 유발하게 되고, 이로 인해 결국은 성장이 둔화된다.(부작용은 균형 프로세스에서 명확하게 드러난다) '''관리 원칙''' 성장을 강제로 밀어붙이지 마라. 성장을 가로막는 한계 요인을 제거하라. '''발견되는 곳''' '성장의 한계' 구조는 성장이 한계에 부딪히는 모든 상황을 이해하는 데 유용하다. 예를 들면 한동안 성장을 거듭했던 조직이 시간이 흐르며 성장을 멈춘다. 조직 전체의 작업 효율 역시 한동안 좋아지다가 멈추고, 개인의 실력도 한동안 늘다가 정체된다. 갑작스럽기는 해도 좋은 의도에서 나온 개선을 위한 노력의 대부분이 성장의 한계에 직면한다. 속성 다이어트는 초반에는 효과가 있어서 1~2킬로그램 정도의 지방을 줄여주지만 얼마 되지 않아 살을 빼려는 의지를 상실하게 된다. 시간 외 근무를 통해 긴급한 납기를 '해결'할지도 모르지만, 결국에는 증가한 스트레스와 피로 때문에 작업 속도가 둔화되고 업무의 질이 떨어진다. '''구조''' '성장의 한계' 사례에는 항상 일정기간 자체 추진력으로 돌아가는 성장 혹은 개선의 강화(확장) 프로세스가 있다. 이어서 그러한 과정이 균형(안정) 프로세스에 충돌하는데, 바로 이 균형 프로세스가 작용해서 성장의 한계를 제한한다. 이것이 발생하면 성장률이 둔화되고 심한 경우 정체상태에 빠지기도 한다. '''구조의 이해와 활용''' '성장의 한계' 구조를 표현한 다이어그램을 보면 성장 강화 사이클에서 시작된다. 강화 사이클이 구조에 최초의 가속 요인을 제공한다. 순환 과정을 단계적으로 찬찬히 살펴보라. 신제품 성장으로 수입이 발생하고, 수입이 다시 신제품 생산에 재투자된다. 그러나 일정 시점이 되면 그러한 요인들이 바뀐다. 이를테면 예산 증가로 연구개발 인력이 늘어나 상급 기술자들의 관리 능력을 넘어서는 복잡한 상황이 만들어진다. 상급 기술자는 제품개발에 써야 할 귀중한 시간을 관리에 쏟아야 하고, 그로 인해 지연이 발생하면서 신제품 출시가 늦어지고 전체적으로 성장이 둔화된다. {{attachment:limits-to-growth-02.png}} '''행동 유형''' 이러한 구조 각각에서 한계는 점차 강해진다. 초기의 급속한 성장 이후에 영문을 알 수 없는 침체기가 대두한다. 결국 강화 순환이 방향을 틀어 반대로 돌아갈 정도로 성장 속도가 둔화될 수도 있다. 법률회사나 컨설팅회사라면 시장에서 지배력을 상실하게 되고, 머지않아 강화 순환이 역방향으로 돌아가게 되면서 직원들의 사기도 하향 곡선을 그리게 된다. '성장의 한계' 구조로 인해 조직 혁신이 좌절되는 경우도 많다. 흔히, 처음에는 성공하는 것처럼 보이다가 힘이 떨어지는 모습을 보인다. 변화 노력이 초기에 어느 정도 진척을 보이지만 결국 실패한 사례가 많다는 것이 증거이다. 일찍이 경험하지 못한 개방적이고 솔직한 분위기에 위협을 느낀 통제 중심의 관리자, 변화에 따른 비용은 즉시 드러내고 이익을 표시하는 데는 시간이 걸리는 재무지표상의 지연, 새로운 방식으로 바꾼 구성원과 주류 문화를 보존하려는 구성원 간의 분열과 경쟁, 여러 혁신 그룹 사이의 관계 구축을 가로막는 파편화된 관리구조 등이 모두 균형 프로세스에 작용하는 힘들이다. 균형 프로세스 결과, 바라던 변화 이행이 한동안 고조되다가 평평한 정체상태가 되고 이후에는 대체로 하락한다. 결과가 실망스러운데도 지속적으로 변화를 옹호하는 이들의 반응이 상황을 더욱 악화시킨다. 원하는 변화를 밀어붙이려는 옹호자들의 노력이 치열할수록, 위협을 느끼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저항이 한층 커진다. '''레버리지를 얻는 방법''' 성장의 한계를 접했을 경우 대부분의 사람이 불도저처럼 강하게 밀어붙이는 식으로 반응한다. 나쁜 습관이 고쳐지지 않으면 이전보다 더욱 자신의 행동을 관찰하고 감시하는 일에 매달린다. 부부관계에 문제가 있으면 보다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거나, 관계 개선을 위해 더욱 노력한다. 직원 불만이 문제면 더욱 많은 사원을 승진시켜 그들을 만족시키려 한다. 신제품 출시 속도가 둔화되면 교착상태에 빠진 신제품 개발을 만회하고자, 더욱 많은 신제품 출시계획을 내놓고 박차를 가한다. 변화 계획일 경우, 한층 강하게 변화를 밀어붙인다. 사실, 충분히 이해가 가는 반응이다. 초기에 호전되는 모습이 보일 때, 열심히 해보려 하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어찌 되었든 효과가 있으니까 말이다. 개선 속도가 둔화되었을 때에도 더욱 열심히 해서 보충하려고 한다. 그러나 불행히도 익숙한 방법으로 밀어붙일수록 균형 프로세스의 저항이 강해져서 결국 헛수고가 되고 만다. 때때로 사람들은 목표를 포기해버리기도 한다. 남을 비판하지 않겠다는 목표를 낮추거나 혁신 혹은 린 생산으로의 개선을 포기한다. 그러나 '성장의 한계' 상황에 대처하는 다른 방법이 있다. 그러한 상황에서는 레버리지가 강화 순환이 아니라 균형 순환에 있다. 시스템의 행태를 변화시키려면 한계 요인을 규명하고 바꾸어야 한다. 지금껏 생각해보지 못한 행동, 인식하지 못한 선택, 보상과 규범 면에서 쉽지 않은 변화가 필요할지도 모른다. 예를 들어 식이요법만으로는 원하는 몸무게에 도달할 수 없기 때문에 몸의 신진대사 속도를 높여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유산소 운동이 필요할 수도 있다. 전문가로 이루어진 회사가 성장 후에도 구성원의 사기와 생산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서열상의 위치가 아니라 업무실적에 가치를 두는, 기존과는 다른 규범 및 보상체계가 필요할 수도 있다. 성장일로에 있는 회사가 효율적인 신제품 개발 프로세스를 유지하려면, 연구・기술 분야 인원이 늘면서 발생하는 관리 부담을 해결해야 한다. 권한 분산을 통해 해결하는 회사도 있고, 쉽지 않은 일이지만 기술직 관리에 능숙한 전문가를 데려와서 해결하는 회사도 있고, 관리 업무를 희망하는 기술자의 관리능력을 개발함으로써 해결하는 회사도 있으리라. 린 생산 같은 변화 계획이 성공한 사례를 보면, 관리 관행, 구성원 사이의 관계, 핵심 사업파트너와의 관계까지 포괄하는 보다 넓은 변화의 일부로서 추진되었음을 알 수 있는데 이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특히 통제 권한을 재분배하고, 일방적인 통제방식을 포기하는 데서 발생하는 위험을 해결하려는 진지한 노력이 수반된다. 보통 이는 핵심 공급자들과 질적으로 다른 관계를 구축하고, 그들이 능력을 키우도록 돕는 장기적인 과정의 일부이다. 일방적인 통제를 고수하는 전통적인 목표의 이면에는 서로에 대한 불신이 자리 잡고 있는데, 불신으로 인한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변화가 필수적이다. 이와 같은 목표가 변하지 않으면, 관리자가 아무리 똑똑하고 기발한 해결책을 내놓아도 현상을 유지하려는 균형 프로세스의 힘을 극복하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린 생산방식으로의 변화에 성공한 베테랑들이 하나같이 이를 두고 단순한 기술적 변화가 아니라, '문화적 변화'라는 점을 강조하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성장의 한계' 구조에서 얻는 교훈이 또 하나 있다. 더 많은 한계 프로세스가 항상 존재하리라는 점이다. 하나의 한계 요인이 제거되거나 약화되고 나면 성장세가 회복되었다가 새로운 한계 요인에 직면하게 된다. 노련한 리더는 다음에 닥칠 한계 요인을 찾아내고 특성에 맞춰 대처 방법을 모색하며 항상 경계를 게을리하지 않는다. 생물학적인 인구 증가 같은 일부 사례에서의 근본 교훈은 결국 성장은 멈추리라는 것이다. 한계를 제거함으로써 성장을 연장하려는 노력이 실제로는 최후의 심판일을 앞당기는 역효과를 낼 수도 있다. 강화 프로세스가 만들어내는 변화의 속도를 고려하면, 최후의 심판일은 생각보다 빨리 올지도 모른다. === 원형2: 부담 떠넘기기 === '''정의''' 하나의 근본 문제가 주의를 요하는 여러 증상을 야기한다. 그러나 근본 문제는 불분명하거나, 정면으로 승부할 경우에 비싼 대가를 치러야 하기 때문에 대처가 쉽지 않다. 그래서 사람들은 아주 효율적일 것으로 생각되는 다른 해결책에 부담을 떠넘긴다. 어디까지나 선의에서 도출된 쉬운 해결책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손쉬운 '해결책'은 증상만 호전시키고 근본 문제는 방치한다. 근본 문제는 시간이 흐를수록 악화되는 것은 물론이며, 증상이 사라진 것처럼 보여서 발견하기가 더욱 힘들어진다. 결과적으로 시스템은 근본 문제 해결에 필요한 능력을 상실하게 된다. '''관리 원칙''' 증상 위주의 해결책을 경계하라. 문제의 근본 원인이 아니라 증상만을 치료하는 해결책은 기껏해야 단기적인 효과만 있을 뿐이다. 장기적으로 문제는 다시 나타나고 증상을 해결하라는 압력은 더욱 커지게 된다. 다시 증상 해결에 몰두하는 사이 근본 해결책을 내놓을 능력은 더욱 약화되고 만다. '''발견되는 곳''' '부담 떠넘기기' 구조는 조직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에서도 흔히 나타난다. 주의가 필요한 문제의 증상이 명백하고, 최소한 한동안은 이것을 없애줄 손쉽고 신속한 '처방'을 사용하는 경우에 이러한 구조가 작동하게 된다. 효과적으로 작동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왠지 모르게 문제가 제대로 해결되지 않았다는 불안감을 느끼게 하는 해결책들이 있다. 바로 이러한 '해결책' 뒤에 숨어 있는 구조가 '부담 떠넘기기'다. 부하 직원에게 일을 위임했다고 생각하지만, 여전히 자신의 능력에 크게 의존하는 관리자 때문에 이러한 구조가 작동할 수도 있다. 조금이라도 문제가 보이면 그가 득달같이 개입해서 일을 처리하는 바람에 부하 직원이 스스로 일을 처리하는 데 필요한 경험을 쌓지 못할 수도 있다. '''구조''' '부담 떠넘기기' 구조는 두 개의 균형(안정) 프로세스로 구성된다. 양쪽 프로세스 모두 동일한 문제 증상을 조절하거나 바로잡으려 한다. 다음의 다이어그램에서 위쪽 원은 증상 위주 개입, 즉 손쉬운 속성 해결책을 나타낸다. 이는 증상을 신속하게 해결하지만 효과가 일시적이다. 아래의 원은 지연을 포함하고 있다. 이는 문제에 대한 보다 근본적인 대응을 나타내는데, 효과가 확실하게 나타나려면 오랜 시간이 걸린다. 그러나 근본적인 해결책은 훨씬 효과적으로 작용하며, 장기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유일한 방법이다. 항상은 아니지만, '부담 떠넘기기' 구조에는 증상 위주 대책의 '부작용'으로 발생하는 강화(확장) 프로세스가 추가적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럴 경우 부작용 때문에 근본적인 해결책을 도출하기가 더욱 어려워진다. 예를 들어 건강상의 문제를 해결하려고 투여한 약의 부작용이 대표적이다. '''구조의 이해와 활용''' '부담 떠넘기기' 구조를 알면 선의에서 나온 '해결책'이 장기적으로는 상황을 악화시키는 여러 상황을 이해할 수 있다. '증상 위주 해결책'은 분명 매력적이다. 겉보기에는 개선도 이루어져서 골치 아픈 문제를 해결하라는 내외의 압력이 사라진다. 그러나 문제의 증상이 사라지면서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는 당장의 필요성 역시 줄어든다. 그러는 사이 기저의 문제는 그대로 남아 악화되며, 증상 위주 해결책의 부작용 때문에 근본적인 해결책 적용은 한층 어려워진다. 시간이 흐르면서 사람들은 점점 증상 위주 해결책에 의존하게 되고, 마치 그것이 유일한 해결책처럼 되어 버린다. 무의식적으로 사람들은 '부담을 떠넘기게' 되고 증상 위주 해결책에 더욱 의존하게 된다. 회사 직원과 임원들 사이의 상호작용은 '부담 떠넘기기' 구조로 점철된다. 예를 들어 바쁜 관리자는 인사 문제가 생겼을 경우, 외부의 관련 전문가를 불러 해결하고 싶다는 유혹에 빠지기 쉽다. 그 전문가가 문제를 해결할지는 모르지만, 관련된 다른 문제도 해결해야 하는 관리자의 능력은 나아지지 않는다. '부담 떠넘기기'의 특수한 형태는 바로 목표를 파괴하고 좀먹는 '목표 침식eroding goals'인데, 이러한 상황은 놀라울 정도로 빈번하게 일어난다. 목표와 현실 사이에 차이가 있을 때마다 두 가지 방향의 압력이 존재하게 된다. 하나는 현실을 개선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목표를 낮추는 것이다. 이러한 압력에 어떻게 대처하느냐가 8장에서 설명할 규율인 '개인적 숙련'의 핵심이기도 하다. 다음 두 장에 걸쳐 살펴보겠지만 유사한 목표 침식 역학이 조직 내에서도 품질개선, 혁신, 직원들의 개인 성장, 조직개선 등 다양한 목표를 둘러싸고 작용한다. 알고 보면 우리는 누구나 목표를 하향 조정하는 일에 '중독'될 수 있다. 이러한 세태를 반영하듯 최근 내가 본 자동차 범퍼 스티커에는 “모든 수단이 실패할 경우 목표를 낮추면 된다.”는 문구가 버젓이 쓰여 있었다. '''행동 유형''' 증상 위주 해결책을 선택하면 일정 정도는 효과가 있다. 하지만 동시에 우리는 문제가 해결되었다는 느낌을 받게 되고, 그로 인해 근본 문제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게 된다. '부담 떠넘기기' 구조가 은밀하게 퍼지는 원인은 그것이 만들어내는 미묘한 강화 순환 때문이며, 이로 인해 증상 위주 대책에 대한 의존성은 한층 심화된다. 강화 순환의 원인을 찾아내기 위해서는, 상호작용하는 두 개의 피드백 프로세스로 만들어지는 '숫자 8'을 그리고 있다고 상상해보면 된다. 이것이 중독의 전형적인 역학이다. 실제로 형태에 상관없이 거의 모든 중독의 기저를 보면 '부담 떠넘기기' 구조가 있다. 모든 중독에는 증상 위주 해결책을 선택하고, 그로 인해 근본 문제에 집중할 능력이 서서히 약해지고, 결과적으로 증상 위주 해결책에 더욱 의존하게 되는 과정이 포함된다. 이러한 정의로 보면 조직과 사회 역시 개인만큼이나 중독에 취약하다고 보아야 한다. '부담 떠넘기기' 구조는 주기적으로 위기를 유발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때 스트레스 증상이 수면 위로 떠오른다. 보통은 한층 강화된 증상 위주 해결책을 동원함으로써 위기가 해결되고, 증상은 일시적으로 개선된다.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을 때가 많지만 장기적으로는 건강이 서서히 악화되는 흐름이 진행된다. 그것이 회사 재무상의 건강이든, 개인 육체의 건강이든 마찬가지다. 문제의 증상은 서서히 악화된다. 악화되는 상황을 인식하지 못하는 기간이 길수록, 다시 말해 근본 문제에 대한 대처를 미룬 기간이 길수록 상황을 되돌리기는 어려워진다. 근본적인 대응은 효력을 상실하는 반면 증상 위주 대응은 점점 강해지기 때문이다. '''레버리지를 얻는 방법''' '부담 떠넘기기' 구조에 효과적으로 대처하려면, 근본 대응을 강화하고 증상 위주 대응은 약화하는 노력이 결합되어야 한다. '부담 떠넘기기' 구조에 대응하는 능력(혹은 대응하지 못하는 무능력)에 의해 조직의 성격이 드러나는 경우가 많다. 근본적 대응을 강화하려면 장기적인 지향과 비전을 공유한다는 의식이 있어야 한다. 증상 위주 대응을 약화시키려면 일시적인 처방과 '그럴싸해 보이는' 해결책의 실상을 솔직하게 인정하는 용기가 필요하다. 가끔은 증상 위주 해결책이 정말로 필요할 때가 있다. 흡연이나 음주로 생긴 병을 앓는 사람을 치료하는 경우가 그렇다. 그러나 이러한 경우에도 증상 위주 해결책은 어디까지나 증상을 치료하는 것이지 근본 문제를 해결하지는 못한다는 사실을 명확히 인식하고, 근본 해결책을 찾고 실행하는 능력을 회복하려는 노력이 동시에 진행되어야 한다. 그래야 '부담 떠넘기기' 역학의 악순환 고리를 끊을 수 있다. 증상 위주 해결책을 근본 해결책인 양 생각하고 활용한다면, 근본 해결책을 찾으려는 노력이 멈추게 되고 '부담 떠넘기기' 구조가 작동하기 시작한다. '성장의 한계'와 '부담 떠넘기기'는 기본적인 시스템 원형일 뿐, 이것이 전부가 아니다. 이후에도 몇몇 다른 원형이 소개된다.(부록 2에는 여기에서 제시한 모든 원형을 요약해놓았다) 원형들을 마스터하면 그것이 결합되어 만들어지는 보다 정교한 시스템을 이해하고 설명할 수 있다. 기본 '문장'이 모여 문단이 되고, 간단한 이야기가 합쳐져 다양한 주제와 많은 등장인물, 복잡한 줄거리를 지닌 복잡한 이야기가 되는 법이다. 그러나 시스템 사고를 마스터하는 과정의 첫걸음은 시스템 원형에서 시작된다. 시스템 원형을 활용하면 일상생활을 둘러싼 인과관계 고리가 점점 많이 보이기 시작한다. 그리고 시간이 흐르면 자연스레 시스템 관점에서 사고하고 행동할 수 있게 된다. 시스템 원형이 작동하는 방법을 알기 위해서 다음 장에서는 엄청난 성장 잠재력을 가지고 있지만 그것을 실현하지 못하는 기업의 사례를 살펴볼 예정이다. 기업이 성장 잠재력을 실현하지 못하는 이유를 규명하는 과정에서 '성장의 한계'와 '부담 떠넘기기' 구조가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 == 7. 스스로 제한하는 성장인가, 자립하는 성장인가 == {{{#!wiki multi-columns 레버리지 원칙에 반대하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현실에 존재하는 시스템 대부분에서 레버리지는 시스템 내부 행위자 대다수에게 뚜렷하게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그래서 비非시스템적인 사고는 레버리지 효과가 별로 없는 변화에 계속해서 집중하게 한다. 행동 아래에 있는 구조를 보지 못하기 때문에 당장 압박이 심한 증상에 집중하고 만다. 그러나 그러한 노력은 단기적으로만 상황을 개선할 뿐, 장기적으로는 악화시킬 때가 많다. '성장의 한계'와 '부담 떠넘기기' 같은 시스템 원형의 목적은 압박과 혼란으로 힘든 상황에서도 사람들이 구조를 발견하고 이를 통해 레버리지를 찾도록 돕는 것이다. 우리가 실생활에서 반복적으로 목격하게 되는 사례 하나를 살펴보자. 실제로 다음 사례는 몇몇 비슷한 실화를 짜깁기하여 구성한 것이다. === 스스로 '시장 한계'를 만들어내는 상황 === 그러나 혜성처럼 등장해 눈부신 성장을 보여주던 회사는 불과 3년 만에 성장세가 둔화되었고, 결국 파산에 이르게 되었다. 이와 같은 몰락은 초기 3년 동안은 감히 상상조차 못한 일이었다. 해마다 판매량이 2배로 뛰었기 때문이다. 급격한 판매량 증가가 일어난 후에는 어김없이 저성장 혹은 '제로' 성장 시기가 뒤따랐다. 회사는 그럭저럭 잘 나갔지만 초기에 보여준 잠재력 실현에는 다시 다가가지 못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최고 경영진은 다른 회사가 경쟁력 있는 제품을 만들어내면 어쩌나 걱정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변변치 못한 아이디어들을 내놓으며 어떻게든 제품을 개선해보겠다고 매달렸다. 마케팅 활동 강도도 계속 높였다. 그러나 초기의 급격한 성장세는 결코 회복되지 않았다. '경이롭다'는 의미를 품은 '원더테크'였지만, 이미 '경이'는 사라진 지 오래였다. 결국 회사는 파산했다. 회사가 파산할 때마다 사람들은 항상 특정 사건을 언급하면서 '실패 원인'을 설명한다. 상품에 문제가 있다, 관리자가 무능했다, 핵심 인력을 경쟁사에 빼앗긴 것이 문제다, 예상 외로 경쟁이 치열했다, 경기 침체가 문제다 등등. 그러나 지속적인 성장을 가로막은 시스템상의 심층 원인은 깨닫지 못한다. 시스템 원형을 활용하면 이러한 심층 원인을 이해하는 것이 용이해지고, 성공적인 정책도 수립할 수 있다. 원더테크의 제품과 시장 잠재력을 감안하면 두세 해가 아니라 장기간 왕성한 성장이 가능했다. 원더테크 관리자들은 회사가 쇠락한 원인을 파악하지 못했다. 정보가 부족했던 것은 결코 아니었다. 그들은 중요한 사실을 모두 알고 있었다. 여러분이 이 이야기를 읽고 알게 된 것과 동일한 사실이다. 그러나 그들은 그러한 사실 속에 내포된 구조를 보지 못했다. 시스템 사고를 통해 원더테크의 문제점을 진단해보면 어떤 원형을 담고 있는지 단서를 찾을 수 있다. 가장 분명하게 드러나는 행동 유형에서 시작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싶다. 처음에는 성장이 강도를 더해가면서 비약적으로 이루어졌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성장이 둔화되더니 결국에는 판매와 성장이 모두 멈췄다. 이는 '성장의 한계' 구조의 전형적인 형태다. '성장의 한계' 구조의 다른 측면은 균형(안정) 프로세스다. 무언가가 그간의 판매 성장세를 둔화시켰다. 이는 시장이 포화상태가 되거나, 경쟁이 심해지거나, 소비자가 환멸을 느낄 경우에만 발생하는 현상이다. 위의 사례에서 컴퓨터에 대한 수요는 여전히 강했고, 눈에 띄는 경쟁자도 없었다. 소비자를 등 돌리게 했던 오직 한 가지 요인이 있었을 뿐이다. 바로 길어진 납기였다. '성장의 한계' 구조에서 최악의 행동은 강화 프로세스를 계속 밀어붙이는 것이다. 안타깝게도 원더테크 관리자들이 했던 행동이 바로 그것이었다. 그들은 아무런 레버리지도 없는 판매 인센티브, 마케팅 촉진, 사소한 제품 개선 등을 통해 '성장 엔진'에 다시 불을 붙이려고 했다. '성장의 한계' 구조에서 레버리지는 균형 프로세스에 있지 강화 프로세스에 있는 것이 아니다. 원더테크의 상황이 전형적인 '부담 떠넘기기' 구조의 특징을 보여준다는 사실은 어느 누구도 인식하지 못했다. 주기적인 개선이 있기는 했지만 꾸준히 악화되는 문제 증상, 즉 납기 지연이 있었다. 기업의 전반적인 건전성도 꾸준히 악화되었고 구성원의 피해의식도 점점 커졌다. 시스템 사고를 하는 사람이라면 먼저 핵심 문제 증상을 파악하고, 이어서 그에 대한 증상 위주 대책과 근본 해결책을 알아내야 한다. 원더테크 사례에서 근본 해결책은 생산능력을 키워 납기 지연을 바로잡는 것이다. === 숲도 보고 나무도 보기 === 이러한 유형을 감지하기 힘든 데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는 워낙 점진적으로 진행된다는 점이다. 이 모든 변화가 한 달 이내에 일어난다면, 조직 전체 또는 산업 전체가 이를 막기 위해 총력을 기울일 것이다. 그러나 서서히 진행되는 목표 침식과 성장 둔화는 워낙 은밀하게 퍼져서 좀처럼 눈에 띄지 않는다. 2장 학습장애에서 설명한 '냄비 속 개구리' 신드롬이 기저에 깔린 구조다. 서서히 상황이 악화되는 동안 안전한 수온에 대한 개구리의 기준은 꾸준히 변하고, 마침내 끊는 물이라는 위협에 대처할 능력을 완전히 상실하고 만다. 둘째, 그러한 신드롬 안에 있는 관리자의 눈에는 주의를 요하는 수많은 긴급 현안이 보인다. 따라서 큰 그림을 볼 겨를이 없다. 시스템 사고의 핵심은 역동적이면서도 복잡해서 포착하기 어려운 구조를 인식하는 것이다. 경영의 규율 중 하나인 시스템 사고를 마스터하는 핵심은 다른 이들이 당장 대처해야 하는 사건만을 보는 상황에서 전체 유형을 볼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세부적 복잡성과 역동적 복잡성을 동시에 보라고 배운 사람은 거의 없다. 15분짜리 연설을 하면서 중요한 문제의 시스템적인 원인 규명과 이를 해결할 '레버리지가 높은 전략', '레버리지가 낮은 전략'을 조리 있게 설명할 CEO가 과연 얼마나 있을까?둘째, 그러한 신드롬 안에 있는 관리자의 눈에는 주의를 요하는 수많은 긴급 현안이 보인다. 따라서 큰 그림을 볼 겨를이 없다. 시스템 사고의 핵심은 역동적이면서도 복잡해서 포착하기 어려운 구조를 인식하는 것이다. 경영의 규율 중 하나인 시스템 사고를 마스터하는 핵심은 다른 이들이 당장 대처해야 하는 사건만을 보는 상황에서 전체 유형을 볼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세부적 복잡성과 역동적 복잡성을 동시에 보라고 배운 사람은 거의 없다. 15분짜리 연설을 하면서 중요한 문제의 시스템적인 원인 규명과 이를 해결할 '레버리지가 높은 전략', '레버리지가 낮은 전략'을 조리 있게 설명할 CEO가 과연 얼마나 있을까? '숲은 보지 못하고 나무만 본다'는 말이 무슨 의미인지 모르는 사람은 없으리라. 우리는 숲을 보려면 멀찍이 물러서야 한다는 사실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대다수는 기껏 '뒤로 물러서서도' 수많은 나무만 볼 뿐 숲을 보지 못한다. 그리고는 마음에 드는 한두 그루를 선택해서 관심과 노력을 온통 그것에 집중한다. 알고 보면 시스템 사고는 세부적 복잡성 이면에 있는, 변화를 야기하는 기저의 구조까지 꿰뚫어보는 것이 핵심이다. 그렇다고 시스템 사고가 세부적 복잡성을 무시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오히려 세부적 복잡성을 체계적으로 정리하여 문제의 원인과 지속성을 담보하는 대처방안을 제시하는 하나의 일관된 이야기를 만들어낸다는 의미다. '성장과 저투자' 같은 기본 원형을 마스터하는 것이 숲과 나무를 동시에 보는 능력을 기르는 첫 단계이다. 다시 말해 전체와 부분을 동시에 고려하면서 정보를 보는 능력을 기르는 첫걸음이다. 양쪽을 모두 볼 수 있어야만 전례 없이 복잡한 현대 세계에서 직면하는 도전과 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 궁극적으로 시스템 사고 언어를 마스터하려면 상호보완적인 다른 학습 규율까지 아울러 마스터해야 한다. 각각의 규율은 개인, 팀, 조직이 직선적 관점에서 벗어나 시스템 관점에서 세계를 보고 행동하는 능력을 키울 중요한 원칙이자 도구의 역할을 한다. }}} = Part 3. 학습조직 구축의 핵심 규율 = == 8. 개인적 숙련 == {{{#!wiki multi-columns === 학습조직의 정신 === 조직은 학습하는 개인을 통해서만 학습할 수 있다. 개인의 학습이 조직의 학습을 보장하지는 않지만, 개인이 학습하지 않으면 조직의 학습도 일어나지 않는다. '개인적 숙련'은 우리가 개인의 성장과 학습에 관한 규율을 다루면서 사용하는 표현이다. 개인적 숙련 정도가 높은 사람은 자신의 삶에서 진정으로 추구하는 결과를 만들어내는 데 필요한 능력을 끊임없이 키워나간다. 그들의 지속적인 학습에 대한 추구에서 학습조직의 정신이 나오는 것이다. === 숙련과 능숙 === 개인적 숙련이 삶에 통합된 활동, 즉 하나의 학습 분야가 되면 그로 인해 우리 삶의 기저에서 두 가지 움직임이 구체화된다. 1. 첫째, 우리에게 중요한 것을 계속해서 명확하게 해주는 기능이다. 우리는 길 위에 놓인 문제 해결에 너무 많은 시간을 쏟은 나머지, 애초에 자신이 그 길로 들어선 이유를 망각하는 경우가 많다. 결과적으로 정말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를 명확히 깨닫지 못하거나 심지어 잘못 알게 된다. 2. 둘째, 현실을 더욱 명확하게 관찰하는 법을 끊임없이 학습하는 것이다. 우리는 서로에게 도움이 되기는커녕 해가 되는 관계에 놓인 사람들을 보아왔다. 그들이 문제가 있는 관계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는 현실을 분명하게 보지 못하고, 아무 문제가 없는 것처럼 행동하기 때문이다. 업무회의에서 다들 “계획대로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고 말하지만 실상은 그것과는 다를지도 모른다. 원하는 방향으로 가기 위해서는 현재 어디에 있는가를 아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원하는) 비전과 (원하는 상태와 비교해 현재 어디쯤에 있는가를 나타내는) 지금의 명확한 현실 모습을 나란히 놓고 동시에 보는 경우, '창조적 긴장creative tension'이 만들어진다. 긴장이 있을 경우 우리는 자연스럽게 해결책을 찾게 되므로, 창조적 긴장은 비전과 현실을 합치는 힘이라 할 수 있다. '개인적 숙련'이라는 규율의 핵심은 우리 생활에서 이와 같은 창조적 긴장을 만들어내고 유지할 방법을 배우는 것이다. 개인적 숙련도가 높은 사람들이 공유하는 몇 가지 기본 특징이 있다. 1. 그들은 비전과 목표 뒤에 특별한 목적의식을 가지고 있다. 그들에게 있어 비전은 그저 좋은 아이디어 정도가 아니라 일종의 소명이다. 1. 그들은 '지금의 현실'을 맞서야 하는 적이 아니라, 자신을 도와주는 동지로 본다. 변화의 힘에 저항하기보다는 그것을 인식하고 이용하는 법을 배운다. 1. 또한 탐구정신이 강하며 현실을 더욱 명확하게 보려는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 타인, 그리고 삶 자체와 연결되어 있다고 느끼지만 각자의 고유한 개성을 포기하지는 않는다. 1. 또한 자신을 더 큰 창조 과정의 일부라고 느낀다. 그들은 그러한 과정에 영향을 미칠 수는 있지만, 일방적으로 통제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개인적 숙련도가 높은 사람들은 부단한 학습이 생활화되어 있으며 결코 '안주'하지 않는다. '개인적 숙련'이라고 하면 '분명하게 경계가 정해져 있는 무엇'이라는 느낌을 받기 쉬운데, 이는 오해다. 개인적 숙련은 소유의 대상이 아니라 과정이다. 이는 평생 계속되는 훈련이요, 학문이다. 개인적 숙련도가 높은 사람은 자신이 무지한 영역, 무능한 영역, 성장하고 있는 영역 등을 날카롭게 파악하고 있다. 그리고 자신감이 강하다. 궤변이라고? '과정이 곧 보상'이라는 진리를 알지 못하는 이들에게만 그렇게 보일 것이다. === “우리가 그것을 원하는 이유” === 우리가 개인적 숙련을 원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바로 '그것을 원하기 때문'이다. 충분히 많은 구성원이 이러한 입장, 즉 구성원의 행복에 헌신하는 입장을 취하는 때가 조직 발전에서 중요한 순간이다. 전통적으로 조직은 구성원의 발전을 하나의 수단으로서 지지해왔다. 구성원이 성장하고 발전하면 조직이 더욱 효율적으로 돌아가리라는 계산에서 개인의 발전을 지지하는 것이다. 그러나 오브라이언 같은 리더는 한 걸음 더 나아간다. “우리가 건설하고자 하는 조직에서는 구성원의 완전한 발전이 경제적 성공과 동일한 선상에 있다.” 구성원의 발전을 조직의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간주하는 태도는 개인과 조직의 관계를 은연중에 평가절하하는 것이다. 진정으로 개인적 숙련에 헌신하는 태도를 보이는 조직에는 구성원의 무조건적인 헌신과 분명한 용기가 존재한다. 우리는 그것을 목표로 하고자 원하기 때문에 목표로 하는 것이다. === 저항 === 이렇듯 수많은 장점을 지니고 있는 개인적 숙련에 과연 누가 반대하고 저항할 수 있을까? 실제로는 의외로 많은 개인과 조직이 저항하고 있다. 구성원의 완전한 개발을 지지하는 태도는 종업원과 회사 사이의 전통적인 계약에서 벗어나는 근본적 일탈이다. 어떤 의미에서 이는 학습조직에서 나타나는, 전통적인 기업 관행으로부터의 가장 과격하고 근본적인 일탈이다. 회사가 개인적 숙련에 저항하는 데는 명백한 이유가 있다. 1. 개인적 숙련은 부분적으로는 직관, 개인의 비전 같은 계량화되지 않는 개념에 토대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1. 이보다 위협적인 형태의 저항은 냉소주의다. ... 개인적 숙련에 냉소적인 태도를 보이는 많은 이가 한때는 사람에 대해 높은 이상을 가졌었다. 그것이 끝내 낙담하고, 상처 입고, 결국에는 사람들이 자신의 이상에 미치지 못하는 부족한 존재라는 결론을 내리고 좋지 않은 감정을 품게 된다. 1. 마지막으로 어떤 이들은 개인적 숙련이 잘 돌아가는 회사의 기존 질서를 위협하지 않을까 하여 걱정하고 두려워한다. 사실, 이는 상당히 근거가 있는 두려움이다. 충분히 통합되지 않은 조직에서 구성원에게 권한을 부여하는 것은 생산성에 역효과를 낼 수 있다. 구성원이 공동의 비전과 현재 기업 현실에 대한 공동의 정신모델을 공유하지 않는 상황에서 구성원에게 권한을 나누어준다면, 조직 차원에서 일관성과 방향성을 유지해야 하는 경영 부담과 스트레스만 커질 뿐이다. 개인적 숙련이라는 규율이 학습조직의 여러 규율 가운데 하나로 간주되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조직 리더가 하위 의사결정자들을 결집시킬 공동의 비전과 정신모델을 구축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조직이 개인적 숙련에 헌신해보아야 순진하고 어리석은 이상주의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 '개인적 숙련'이라는 규율 === 개인적 숙련에 대한 감각을 키우기 위해서는 하나의 규율, 즉 유용하게 활용해야 하는 일련의 실천과 원칙으로 보고 접근하는 데서 시작된다. 끊임없는 연습을 통해 한 분야의 거장이 되는 것처럼, 다음에 소개하는 원칙과 실천 역시 개인적 숙련이라는 규율을 끊임없이 확장시키는 기초가 된다. ==== 개인 비전 ==== 개인 비전은 내면에서 나온다. 다들 목적과 목표는 가지고 있지만 이는 비전과 다르다. 원하는 것을 묻는 질문을 받으면, 대부분은 오히려 없애고 싶은 것을 이야기한다. 지금보다 좋은 직업을 원한다는 말은, 다시 말하자면 지금 하고 있는 지루한 일을 버리고 싶다는 의미다. 비전답지 못한 비전의 보다 미묘한 형태는 '결과가 아니라 수단'에 집중하는 태도이다. 많은 기업의 고위 임원은 '높은 시장점유율'을 자신의 비전에 포함시킨다. 이유를 물어보면 “회사 수익성이 좋기를 바라니까요.”라는 대답이 돌아온다. 그들은 고수익 자체를 결과라고 생각하고, 실제로 일부에게 있어서는 그렇다. 그러나 수익이 보다 중요한 결과를 위한 수단이라고 생각하는 리더도 예상외로 많다. 진정한 비전은 목적이라는 개념과 분리해서 이해할 수 없다. 여기에서 내가 말하는 목적이란 '왜 사느냐?' 하는 문제에 대한 개개인의 생각이다. 그러나 비전은 목적과는 다르다. 목적은 방향, 즉 일반적인 지향과 비슷하다. 그에 비해 비전은 특정한 지향점, 바라는 미래의 모습이다. 목적은 추상적이지만 비전은 구체적이다. '천국을 탐험하도록 인간의 능력을 발전시키는 것'이 목적이라면, '1960년대 말까지 인간이 달에 발을 디디도록 하는 것'은 비전이다. 목적은 '가능한 최고가 되는 것'이고, 비전은 구체적으로 '2분 30초의 장벽을 깨는 것'이다. 비전이 없는 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말은 분명 옳은 말이다. 그러나 내면 깊은 곳의 목적의식과 소명의식이 없는 비전은 빛 좋은 개살구에 불과하다는 말도 마찬가지로 진실이다. 그러한 비전은 목청 높여 떠들어도 아무런 의미가 없다. 결국 비전이란 상대적인 것이 아니라 본질적인 것이다. 비전이란 타인과 비교하여 나에게 적합하기 때문이 아니라, 그것 자체의 고유한 가치 때문에 원하는 것이다. 다른 사람과 비교하는 상대적인 비전이 중간 과정에서는 적절할지 모르지만, 위대한 결과로 이어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 자신의 비전을 옹호하고 견지하는 용기야말로 개인적 숙련도가 높은 사람을 구별 짓는 특성이다. 어느 분야에서 높은 숙련도를 지닌 장인匠人의 위치를 다음과 같이 표현한 일본 속담이 있다. “품은 비전과 행동 사이에 조금의 단절도 없는 상태, 심지어 머리카락 한 올조차 들어갈 공간이 없는 상태다.” 어떤 의미에서 비전을 명확히 하는 것은 개인적 숙련이라는 규율에서 쉬운 과제에 속한다. 많은 이에게 보다 어려운 과제는 현실에 직면하는 데 있다. ==== 창조적 긴장 유지 ==== 자신의 비전을 밝히는 것을 아주 힘들어하는 이가 많다. 비전이 아주 명확할 때도 그렇다. 어째서일까? 비전과 현실의 격차를 정확하게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개인 사업을 시작해보고 싶지만, 자금이 없다', '정말 좋아하는 직업을 찾고 싶지만, 당장 먹고살기 바쁘다' 등이 그러한 예이다. 이와 같은 차이 때문에 비전은 비현실적인 공상으로 보일 수 있다. 이 때문에 용기를 잃고 절망하게 되기도 한다. 그러나 비전과 현실의 격차는 에너지의 원천이 될 수도 있다. 비전과 현실 사이에 격차가 없다면, 비전을 향해 나아가려는 어떤 행동도 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실제로 이러한 차이는 창조적 에너지의 원천이다. 우리는 이러한 차이를 창조적 긴장이라고 부른다. 긴장을 해소할 방법은 두 가지뿐이다. 현실을 비전 쪽으로 끌고 가든가, 아니면 비전을 현실 쪽으로 끌고 가는 것이다. 어느 쪽이냐는 얼마나 확고한 비전을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서 결정될 것이다. 창조적 긴장은 개인적 숙련이라는 규율의 모든 요소를 통합하는 중심 원칙이다. 그러나 오해하기 쉬운 부분이기도 하다. '긴장'이라는 단어 자체가 불안이나 스트레스를 연상시킨다. 그러나 창조적 긴장은 어떤 특정한 방식으로 감지되는 것이 아니다. 이는 우리가 비전이 현실과 조화를 이루지 못한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순간에 작동하는 힘이다. 감정적 긴장 상태에서 살고 싶지 않을 때 우리는 목표 잠식을 허용하게 된다. 반대로 창조적 긴장을 이해하고 목표를 그대로 유지함으로써 긴장이 작용하게 놓아두는 경우, 비전은 능동적인 힘이 된다. 이러한 맥락에서 로버트 프리츠는 “비전이 무엇인가가 아니라 비전이 무엇을 하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진정 창조적인 사람은 비전과 현실의 괴리를 '변화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원천으로 활용한다. 창조적 긴장을 제대로 이해하면 '실패'를 보는 관점이 달라진다. 실패란 그저 부족하다는 의미, 말하자면 비전과 현실 사이에 거리가 있다는 증거일 뿐이다. 실패는 현실에 대한 부정확한 이미지, 예상대로 기능하지 못하는 전략, 비전의 명확성 등에 대해 배울 좋은 기회이다. 실패했다고 해서 우리가 무가치하거나 무력하다는 의미가 되지는 않는다. “문제라고는 하나도 없는 생활을 하는 경우, 여러분이 가장 먼저 하고 싶은 것은 무엇입니까?” 변화, 즉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것이라는 대답이 압도적이다. 이처럼 인간은 생각보다 복잡한 모습을 보여준다. 우리는 변화를 두려워하면서도 원한다. 경험 많은 조직혁신 컨설턴트는 이렇게 말했다. “사람들은 변화에 저항하지 않습니다. 억지로 변화시키는 데 저항하는 것이지요.” 창조적 긴장을 마스터하면 현실을 대하는 자세 전반에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나게 된다. 현실은 적이 아니라 동지가 된다. 정확하고 통찰력 있는 현실관은 명확한 비전만큼이나 중요하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우리 대부분은 편견을 가지고 현실을 인식하는 버릇이 있다. 이에 대한 RobertFritz로버트 프리츠의 말을 들어보자. “우리는 관찰보다는 현실에 대한 기존 관념에 의존하라고 배운다. 눈앞에 있는 것을 새롭게 관찰하기보다는 현실이 사전에 형성된 관념과 유사하다고 가정하는 쪽이 편리하기 때문이다.” 개인적 숙련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첫 번째 선택이 자신의 비전에 솔직해지는 것이라면, 두 번째 근본적 선택은 '진실에 헌신하는 태도'다. 이 둘은 창조적 긴장 생성에 똑같이 중요하다. RobertFritz의 표현을 빌자면 “정말 창조적인 사람은 모든 창조가 제약을 극복하는 과정을 통해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러므로 제약이 없으면 창조도 없다.” ==== 구조적 갈등: 무능력의 힘 ==== 그야말로 수십만 명의 창조적 능력 개발을 도왔던 RobertFritz는 실제로 우리 모두가 '자신의 바람을 실현하지 못하리라는 지배적인 신념'을 가지고 있다는 결론을 내린다. 이러한 믿음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프리츠는 그것이 대체로 피할 수 없는 성장 과정의 부산물이라고 주장한다. 우리 대부분은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만들어낼 능력을 제한하는 모순되는 두 가지 신념 중의 어느 하나를 가지고 있다. 1. 첫째는 '나는 무능력하다'는 신념이다. 말하자면 자신에게는 진정 소중하게 여기는 것을 이룰 능력이 없다고 믿는 것이다. 2. 둘째는 자신의 무가치함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다. 즉,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가질 자격이 없다고 믿는 것이다. 프리츠는 대부분의 사람이 이러한 신념 가운데 하나를 가지고 있으며, 그로부터 자유로운 사람은 소수밖에 보지 못했다고 말한다. 프리츠는 은유를 활용하여 이러한 내면의 신념이 어떻게 하나의 시스템으로 작용하면서 목표 달성을 가로막는가를 설명한다.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 있는 여러분에게 두 개의 고무줄이 있다고 상상해보자. 하나는 창조적 긴장을 상징하며 원하는 방향으로 여러분을 끌어당기는 역할을 한다. 다른 하나의 고무줄은 우리가 무능력하고 무가치하다는 신념에 묶여 있다. 첫 번째 고무줄은 여러분을 목표를 향해 끌어당기고, 두 번째 고무줄은 '목표를 이룰 수 없다', 혹은 '그럴 자격이 없다'는 내면의 신념을 향해 끌어당긴다. 프리츠는 목표를 향해 끌어당기는 긴장과 내면의 신념에 묶어두려고 하는 긴장 모두를 가지고 있는 이러한 시스템을 '구조적 갈등structural conflict'이라고 부른다. 서로 갈등하는 두 개의 힘으로 이루어진 구조라는 의미이다. 그러므로 비전 달성에 가까이 갈수록 비전에서 멀어지게 만드는 두 번째 고무줄의 힘도 강해진다. 프리츠는 구조적 갈등의 힘에 대응하는 일반적인 세 가지 전략을 찾아냈는데 각각의 전략은 한계를 가지고 있다. 1. 앞서 말한 비전 하향조정이 그 가운데 하나다. 2. 두 번째는 '갈등 조작conflict manipulation'이다. 인위적인 갈등을 만들어냄으로써 원하는 것을 향해서 더욱 노력하도록 자신을 조종하는 상태다. 원하지 않는 것을 피하는 데 초점을 맞추는 방법이 대표적이다. 갈등 조작은 실패하면 어쩌나 끊임없이 걱정하는 사람, 회사 목표가 달성되지 않았을 경우에 일어날 반갑지 않은 결과를 열거하는 '동기부여' 연설에 유달리 재능을 보이는 관리자, 두려움을 조장해 사람들을 동원하고 움직이려 하는 사회운동가 진영 등이 선호하는 전략이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실제로 대부분의 사회운동이 갈등 조작이나 '부정적인 비전'을 중심으로 돌아간다. 3. 세 번째 일반적인 전략은 '의지력willpower'으로, 마음을 단단히 먹음으로써 목표 달성을 방해하는 온갖 저항을 극복하려는 전략이다. 프리츠는 이러한 전략의 바탕에는 의지를 강화함으로써 동기를 부여하고 사기를 북돋울 수 있다는 간단한 가정이 깔려 있다고 본다. 사실 의지력에는 많은 문제가 있지만 편협하게 성공에만 초점을 맞춘 사람에게는 단점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 1. 첫째, 수단의 경제성이 거의 없다. 시스템 사고 관점에서 볼 때, 그것은 레버리지 없이 행동하는 것이다. 어찌어찌 목표를 달성하지만, 엄청난 노력을 들여가며 성공한 다음 심신이 고갈되어 그만한 가치가 있는 일인지 의문을 품게 될 수도 있다. 얄궂게도 의지력에 집착하는 사람일수록 극복할 장애물, 베어 버릴 괴물, 쳐부술 적을 끊임없이 찾아다니게 된다. 스스로와 타인에게 자신의 용기를 상기시키기 위해서다. 2. 둘째, 의도치 않은 결과가 나타날 때가 많다. 그와 같은 결과가 사소한 것이라면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보통은 그렇지 않다. 남다른 의지력으로 일에서 크나큰 성공을 거두었지만, 두 번이나 결혼에 실패하고 자녀들과의 관계도 최악인 사람을 상상해보면 이해가 쉬우리라 생각한다. 무슨 영문인지 일에서는 항상 효과적이었던 불굴의 의지와 목표의식이 집에서는 좀처럼 먹혀들지 않는 것이다. 그렇다면 구조적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레버리지는 어디에 있을까? 구조적 갈등이 내면의 근본 신념에서 생긴다면 그러한 신념을 바꾸어야만 구조적 갈등도 해결될 것이다. 그러나 무능력하다거나 무가치하다고 느끼는 근본 신념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는 것이 심리학자가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이다. 그러한 신념은 워낙 이른 시기에 형성된다.(두 살배기 아기가 '할 수 없다'와 '하지 마라'를 얼마나 많이 듣게 되는지 생각해보라) 우리가 새로운 경험을 쌓아가면서, 말하자면 개인적 숙련을 이루어감에 따라서 이러한 신념은 서서히 바뀐다. 그러나 자신을 무능력하게 만드는 신념을 지니고 있는 한, 개인적 숙련은 진전되기 어렵다. 개인적 숙련을 경험해야만 그러한 신념이 바뀐다면, 도대체 우리는 어디에서부터 시작해야 하는 걸까? ==== 진실에 대한 헌신 ==== 구조적 갈등에 대처하는 단순하지만 심오한 전략, 즉 진실을 말하는 것부터 시작해보자. 많은 이가 진실해지는 노력이 결코 적절한 전략은 아니라고 느낄 것이다. “내 행동을 바꾸려면 무엇을 해야 할까?”, “어떻게 해야 내면의 뿌리 깊은 신념을 바꿀까?” 사람들은 구조적 갈등 해결에 적용할 어떤 공식, 기법 같은 가시적인 무언가를 원할 때가 많다. 그러나 알고 보면 '진실에 대한 헌신'이 어떤 공식이나 기법보다도 강력하다. 있는 그대로의 진실을 보지 못하게 스스로를 제한하거나 속이는 행위를 근절하고, 사물이 그러한 현상으로 있는 이유에 대한 기존 이론에 끊임없이 이의를 제기하는 태도를 의미한다. 이는 남달리 넓은 주변 시야를 가진 뛰어난 운동선수가 경기장에서 가능한 많은 것을 보려고 노력하는 것처럼, 부단히 인식의 지평을 넓혀간다는 의미다. 또한 눈앞의 사건 이면에 존재하는 구조에 대한 이해를 심화시킨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특히 개인적 숙련도가 높은 사람일수록 자신의 행동 속에 내재된 구조적 갈등을 명확하게 파악한다. 그러므로 구조적 갈등을 다루는 과정에서 중요한 첫걸음은 구조적 갈등을 인식하고, 아울러 그것이 작용했을 경우 초래되는 결과를 인식하는 것이다. 반복되는 패턴을 깨달은 후에는 일이 발생했을 때 이전과 다르게 행동하기 시작했다. 전보다 화를 내지 않게 되었다. 오히려 “아, 문제의 패턴이 진행되는구나!” 하고 가슴 깊이 받아들이게 되었다. 또한 불가능한 과업을 만들어 내거나, 다른 사람을 깎아내리거나, 의견에 지지하지 않는 등 나 자신의 행동이 결과에 일조하는 모습을 예전보다 세심하게 인식하고 들여다보게 되었다. 나아가 방어적인 태도를 유발하지 않으며 관계자와 문제의 상황에 대해 논의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고자 노력했다. 이에 대해서는 9장 '정신모델'에서 상세히 다룰 예정이다. 사고방식의 변화가 없었다면 나는 그러한 기술을 개발하고 실천할 방법을 찾아내지 못했을 것이다. 사건 중심으로 문제를 보는 동안 나는 문제의 원인이 외부에 있다고 확신했다. '그들이 나를 실망시키는 것'이 문제라고 생각했다. 문제가 구조적으로 유발된다는 사실을 알고 나자 '그들이 어떻게 했는가?'가 아니라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기 시작했다. 인식하지 못하는 구조가 우리를 포로로 붙잡고 있다. 일단 그것을 알아채고 이름을 붙이면, 그것은 우리에게 이전처럼 강한 구속력을 가지지 못한다. 가족 내부 및 가까운 인간관계 내에서 의존성 구조를 이해해야만 개인의 심리문제를 이해하고 해결할 수 있다는 가정에 기초한 구조적 가족치료structural family therapy라는 분야가 발전하고 있다. 해당 분야 개척자인 데이비드 캔터 DavidKantor는 일단 이러한 구조를 인식하면 “구조를 바꾸어 과거에 행동을 구속했던 불가사의한 힘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다.”고 강조한다. 작용하고 있는 구조를 파악하는 것은 개인적 숙련도가 높은 사람들의 특징이자 필수요건이다. 이와 같은 구조가 쉽게 바뀌는 때도 있다. 구조적 갈등에서처럼 구조가 점진적으로 서서히 바뀌는 경우도 있다. 그러한 경우 무조건 구조에 맞서 싸우기보다, 구조의 원인을 알고 구조 안에서 창조적으로 일을 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어느 쪽이든 일단 작동하는 구조를 인식하면 구조 자체가 '현실'의 일부가 된다. 진실에 헌신할수록, 현실이 분명하게 보이기 때문에 창조적 긴장은 많은 작용을 하게 된다. 창조적 긴장이라는 맥락에서 진실에 대한 헌신은 비전처럼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힘generative force이 된다. 의미심장한 것은 스크루지가 현실을 명확하게 인식하기 전에는 결코 변화를 선택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실제로 디킨스는 아무리 눈이 멀고 편견에 사로잡혀 있어도 삶에는 항상 진실을 볼 기회가 있다고 말한다. 용기를 내어 그러한 기회를 활용한다면 스스로를 크게 변화시킬 힘을 갖게 된다. 종교적으로 표현하자면 우리는 진실을 통해서만 은총에 닿을 수 있다. 현실을 보다 '현실'처럼 보게 하는 진실의 힘은 지각의 렌즈를 정화하며 스스로 만든 왜곡에서 깨어나게 만드는데, 이것은 세계의 거의 모든 위대한 철학 및 종교 시스템의 공통된 원리를 다르게 표현한 것일 뿐이다. 불교에서는 순수 관찰, 즉 현실을 직접적으로 보는 상태에 도달하기 위해 노력한다. 힌두교에서는 '목격'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는데, 자신과 삶을 정신적으로 분리된 상태로 관찰하는 것이다. 진실의 힘은 초기 기독교에서도 더없이 중요한 중심 사상이었다. ==== 잠재의식 활용, 전체를 모두 이해할 필요는 없다 ==== 개인적 숙련도가 높은 사람의 가장 매혹적인 측면 중 하나는 몹시 복잡한 일을 우아하고 여유 있게 해내는 능력이다. 그것이 오랜 기간에 걸친 혹독한 훈련의 결과라는 것이 자명한데도, 갈고닦은 기술을 조금도 힘들지 않은 것처럼 편안하게 펼쳐 보이는 능력은 여전히 경이롭다. 개인적 숙련의 실천에는 정신의 다른 차원 즉 잠재의식이 관여하는데, 우리 모두는 이를 통해서 복잡성을 처리한다. 개인적 숙련도가 높은 사람을 구별하는 특징은 그들이 일상적인 의식과 잠재의식이라고 불리는 다른 차원 사이에 아주 밀접한 관계를 만들어냈다는 점이다. 대다수가 당연하게 여기며 되는 대로 활용하는 것을 그들은 하나의 규율로 접근한다. 더구나 개인적 숙련도가 높은 사람들은 집중력을 유지하는 특별한 방법이 있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그들은 결과를 얻기 위해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과정'이나 '수단'이 아니라 원하는 '결과' 자체에 집중한다. 원하는 근본 결과에 집중하는 것 자체가 하나의 기술이다. 처음부터 쉽게 되는 일이 아니며, 기술을 개발하기까지 상당한 시간과 훈련이 필요하다. 중요한 개인적 목표를 생각하는 순간, 그 과정에서 직면해야 하는 난관과 극복해야 하는 장애물과 같이 목표를 달성하는 데 방해가 되는 갖가지 이유가 거의 동시에 떠오르게 마련이다. 이러한 생각이 마냥 나쁜 것만은 아니다. 오히려 목표 달성에 필요한 전략을 짜는 데는 상당히 유용하다. 그러나 비전 달성 과정에 대한 생각 때문에 최종 결과에 집중하지 못한다면 이는 학습이 부족하다는 신호이다. 진정으로 원하는 결과와 그것을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과정을 구별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그렇다면 원하는 결과에 집중하는 방법을 어떻게 학습해야 할까? 학습 초기 단계에 유용한 방법은 특정 목표나 비전을 선택하는 것이다. 우선 그 목표가 온전히 실현되었다고 상상하라. 그리고 자신에게 이렇게 물어라. “이제 이것이 나에게 무엇을 가져다줄까?” 질문에 답하는 과정에서 목표 이면에 숨은 깊은 욕망이 드러난다. 사실 목표는 더욱 중요한 결과에 도달하기 위해서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중간 단계이다. 이러한 기술이 중요한 이유는 어디에 집중할지를 명확히 해야 잠재의식이 더욱 잘 발휘되기 때문이다. 거쳐 가는 중간 목표와 본질적인 목표의 구분이 명확하지 않으면 잠재의식이 어디에 우선순위를 두고 집중할지 판단하기 어렵다. 여러 면에서 잠재의식과의 교감을 높이는 숙련 과정은 개인 비전을 발전시키는 과정과 직결된다. 창조적인 예술에서 항상 비전이 중요하게 생각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와 관련하여 피카소는 다음과 같은 말을 했다. 어떤 그림을 그리는 과정이 아니라, 그것의 변태~-metamorphoses-~ 과정을 사진으로 기록할 수 있다면 무척 흥미로울 것이다. 어떤 과정에 의해 사람의 정신이 꿈을 구체화시키는지 볼 수 있으리라. 그러나 정작 중요한 것은 그림이 근본적으로는 변하지 않으며, 겉모습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최초의 비전은 변함없이 남아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것이다. === 개인적 숙련과 시스템 사고 === 개인적 숙련 학습을 실천하다 보면 내면에서 몇 가지 변화가 점진적으로 일어나는데, 이 중에는 워낙 미묘해서 우리가 알아채지 못하는 변화도 많다. 창조적 긴장, 감정적 긴장, 구조적 갈등 같은 시스템 관점은 하나의 규율로서 개인적 숙련의 구조를 명확히 해주는 것은 물론이고 한층 미묘한 측면까지 조명해준다. 이성과 직관을 통합하고, 세상과의 연관성을 부단히 확인하고, 동정심을 갖고, 전체에 헌신하는 것 등이 그것이다. ==== 이성과 직관의 통합 ==== 경영학에서는 지난 수십 년 동안 공식적으로 직관을 무시했지만 최근 점점 관심을 갖고 인정하는 추세다. 요즘 나오는 다수의 연구결과를 보면 경험 많고 노련한 경영자와 리더는 직관에 많이 의존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말하자면 그들은 복잡한 문제를 전적으로 이성에 의존해서 풀려고 하지 않는다. 그들은 직감에 의지하여 패턴을 인식하고, 본질적으로 달라 보이는 상황에서 직관적인 유사점을 도출해낸다. 개인적 숙련도가 높은 사람은 작정하고 이성과 직관을 통합하려고 하지 않는다. 오히려 모든 가용 자원을 자유자재로 활용하고자 노력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그러한 단계에 도달한다. 그들이 이성과 직관 가운데 어느 하나, 혹은 가슴과 머리 중의 어느 하나를 선택하지 못하는 것은 사람이 한쪽 다리로 걷거나 한쪽 눈으로만 보겠다고 나서지 않는 것만큼이나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다. 어쩌면 시스템 사고에 이성과 직관을 통합할 열쇠가 있으리라. 시공간적으로 가까운 원인과 결과만을 강조하는 직선적 사고로는 직관을 이해하기가 쉽지 않으며, 결과적으로 직관의 대부분은 말이 되지 않는다. 즉 직선적인 논리로는 직관을 설명할 수가 없다. 경험 많은 경영자가 복잡한 시스템에 대해서 풍부한 직관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그것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들의 직관은 원인과 결과가 시공간적으로 밀접하지 않다고, 확실해 보이는 해결책이 이득보다 손해를 끼치리라고, 단기 대책이 장기적으로는 문제를 야기하리라고 속삭인다. 그러나 직선적 인과관계를 설명하는 언어로는 이러한 생각을 설명할 길이 없다. 직관은 있으나 설명할 길이 없기에 결국 그들은 “그냥 이렇게 해. 그러면 효과가 있을 거야.”라고 말하고 만다. 경영자는 시스템 사고로 무장한 새로운 언어를 가지게 되면, 자신의 직관을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게 된다. 결국, 이성과 직관의 재통합이야말로 시스템 사고의 중요한 공헌임이 밝혀질 것이다. ==== 세계와의 연관성 확인 ==== 이안에 대해 생각하면서 나는 개인의 성장에서 소홀히 다루어진 부분이 '고리 끊기', 즉 외부의 힘처럼 보이는 것이 사실은 자신의 행동과 어떻게 관련되는지를 부단히 알아내는 과정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오래 지나지 않아서 이안은 자신의 손과 발을 인식하고, 자신이 그것의 움직임을 통제할 수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되리라. 또한 자기 몸의 자세와 위치를 통제할 수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되리라. 이를테면 등이 불편하면 돌아눕게 될 것이다. 그러나 우리 대부분은 생의 초기 단계에서 일정한 시점이 되면, 이러한 고리 끊기 과정을 중단하게 된다. 나이가 들수록 연결 고리를 발견하는 속도가 둔화된다. 말하자면 자신의 행동과 외부에 존재하는 힘 사이의 연관성을 점점 인식하지 못하게 된다. 결국 우리는 근본적으로 어린 이안과 마찬가지로 세상을 보는 방식에 갇히게 된다. 어린 아이가 학습하는 과정은 우리 모두가 직면하는 학습상의 도전과 어려움을 잘 보여준다. 그것은 부단히 인식과 이해를 넓히고, 행동과 현실 사이의 상호의존성을 파악하고, 나를 둘러싼 세계와의 연관성을 깊이 이해하는 것이다. 아마 우리가 스스로 현실에 영향을 미치는 방식이 워낙 다양하다 보니 모두 온전히 이해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가능성에 마음을 열어놓는 것만으로 사고를 자유롭게 하기에는 충분하다. 아인슈타인은 학습과 관련한 어려움을 다음과 같이 이야기했다. 인간은 자기 자신,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나머지와 분리된 어떤 것으로 경험한다. 이것은 우리 의식이 저지르는 일종의 시각적 착각이다. 이러한 착각은 우리에게 일종의 감옥으로 기능한다. 시야를 개인적 욕망과 가까이 있는 소수 지인에 대한 애정으로 제한해버리기 때문이다. 동정심의 범위를 넓혀서 모든 생명과 아름다운 자연 전체를 보듬어 안을 수 있도록 감옥에서 자신을 해방시키는 것이 우리의 임무이다. ==== 동정심 ==== 연관성을 파악하는 학습을 하면 서서히 남을 비난하고 죄의식에 시달리는 구태의연한 태도가 약화된다. 우리 모두가 구조의 덫에 빠져 있으며, 구조가 사고방식에 깊이 스며들어 있음은 물론이고, 대인관계 및 환경에도 내재되어 있음을 깨닫기 시작한다. 상대방에게서 잘못을 찾으려는 경향도 서서히 사라지고, 우리 모두가 의존하고 있는 힘에 대한 이해도 한층 깊어진다. 흔히 동정심이라고 하면 서로에 대한 관심에서 나온 '감정 상태'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동정심은 일정한 수준의 인식에 토대를 두고 있기도 하다. 경험에 따르면, 자신이 속한 시스템을 제대로 볼수록,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는 압력을 명확하게 이해할수록, 사람들이 서로에게 느끼는 동정심과 공감도 커진다. ==== 전체에 대한 헌신 ==== 개인적 숙련도가 높은 사람의 특징인 '세상과 연결되었다'는 느낌과 동정심은 자연스럽게 더 큰 비전으로 이어진다. 자신의 이익을 초월한 비전에 헌신하는 개인은 편협한 목표를 추구할 때는 얻지 못했던 에너지를 느끼며, 이것은 조직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 조직에서 개인적 숙련 증진하기 === 어느 누구도 타인에게 개인적 숙련을 개발하도록 강요할 수는 없다. 그렇게 하면 반드시 역효과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조직이 지나치게 공격적으로 구성원에게 개인적 숙련을 강요하는 경우 상당한 곤경에 처할 수 있다. 그렇다면 개인적 숙련 강화에 관심이 많은 리더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구성원이 일상생활에서 개인적 숙련 학습을 실천할 수 있는 분위기와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부지런히 노력할 수 있다. 이는 사람들이 마음 놓고 비전을 창조하고, 질의와 진실에 대한 헌신이 당연한 규범이 되고, 현 상태에 대한 도전과 미래의 발전이 예상되는 조직을 만든다는 의미다. 그러한 조직 분위기는 두 가지 방식으로 개인적 숙련을 촉진한다. 1. 첫째, 개인의 성장이 조직 내에서 진정 가치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는 생각을 끊임없이 강조한다. 2. 둘째, 덕분에 개인적 숙련 개발에 필요한 '사내 교육' 기회가 제공된다.(물론 강제가 아니라 개인이 호응하는 범위 내에서 제공되어야 한다) 개인적 숙련 개발에 유용한 여러 실천 방법 즉 시스템 중심 세계관을 키우고, 암묵적 가정을 되돌아보는 법을 배우고, 자기 비전을 표현하는 한편으로 타인의 비전에 귀를 기울이고, 현실을 보는 타인의 관점을 함께 탐구하는 등의 실천 방법이 학습조직 구축을 위한 규율에 포함되어 있다. 그러므로 조직이 개인적 숙련 강화를 위해 취할 수 있는 가장 적극적인 조치는 다섯 가지 학습 규율을 동시에 발전시키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 == 9. 정신모델 == {{{#!wiki multi-columns ===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한 아이디어가 실패하는 이유 === 훌륭한 아이디어가 마지막 순간에 실행으로 연결되지 못하고 무산되는 이러한 상황은 우리의 의지가 나약한 탓에 갈대처럼 흔들려서도 아니고, 심지어 시스템 관점에서의 이해가 부족하기 때문도 아니다. 진정한 원인은 '정신모델'에 있다는 확신이 점점 커지고 있다. 보다 구체적으로 설명하자면 새로운 통찰이 실제 행동으로 옮겨지지 못하는 이유는, 그것이 세계가 어떻게 돌아가야 하는가에 대해 우리가 마음 깊은 곳에 간직하고 있는 내면의 이미지, 요컨대 익숙한 사고방식과 행동방식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하게 하는 이미지와 상충되기 때문이다. 정신모델을 다루는 훈련, 즉 세상이 돌아가는 방식에 대한 내면의 이미지를 표면으로 드러내고, 옳은지 테스트하고, 나은 방향으로 개선하는 작업이 학습조직 구축에 중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무려 40년 넘게 정신모델과 조직학습을 연구하고 있는 하버드대학교의 크리스 아지리스 ChrisArgyris의 말을 들어보자. “사람은 (항상) 자신이 지지하는 이론(입으로 말하는 내용)에 맞춰 행동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그들이 실제로 사용하는 이론(정신모델)에 맞춰서 행동한다는 것이다.” 정신모델의 문제는 그것의 옳고 그름에 있지 않다. 정의 자체가 말해주듯이 모든 모델은 단순화된 것이다. 정신모델의 문제는 그것이 암묵적으로 존재하는 때, 즉 우리가 의식하는 수준을 벗어난 상황에서 생긴다. 우리가 정신모델을 인지하지 못하면, 이를 살피고 점검할 수도 없다. 살피고 점검하지 않기 때문에 모델은 변하지 않는다. 이러한 상황에서 세상이 변하면, 정신모델과 현실의 간격이 점점 넓어지고, 결국 역효과를 내는 비생산적인 행동으로 이어진다. 정신모델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해서 시스템 사고를 강화하려는 노력이 좌절되는 일이 허다하다. 그토록 성공적이었던 실험을 왜 지속하지 않고 버렸을까? 이유는 회사 경영관리 전통에 깊이 박힌 정신모델 때문이었다. 새로운 실험이 성공적인 결과를 보여주었음에도 불구하고, 과거의 정신모델이 여전히 기능하며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우리 내면 깊숙한 곳에 자리 잡은 정신모델로 인한 타성이 더없이 훌륭한 시스템 통찰까지도 압도해버렸던 것이다. 이는 시스템 사고를 주장하는 이들뿐만 아니라, 새로운 경영 수단을 개발하고 공급하는 사람들에게도 쓰라린 교훈이었다. 그러나 정신모델이 (시대착오적인 관행 속에 회사와 산업을 가두어두는 식으로) 학습을 방해할 수 있다면, 역으로 학습을 촉진할 수도 있지 않을까? 이 간단한 질문이 시간이 흐르면서 정신모델을 표면으로 드러내고 이의를 제기하여 개선하도록 하는 규율을 위한 자극제가 되었다. === 기업에서 새로운 세계관 키우기 === 이론적으로는 셸의 '그룹 기획실Group Planning' 소속 직원들은 앞으로 다가올 변화에 관한 통찰을 사내에 널리 알리기에 이상적인 위치에 있었다. 그룹 기획실은 세계 각지의 지사에서 진행되는 기획 활동을 조정하는 중앙의 기획 부서였다. 당시 그룹 기획실은 다양한 미래 동향을 요약해서 제시하는 실용적인 방법으로 '시나리오 플래닝'을 진행하고 있었다. 셸의 기획자들은 그간의 통찰을 토대로 향후 닥칠 급격한 변화와 단절을 시나리오에 반영했다. 그러나 그렇게 탄생한 시나리오를 접한 셸의 경영진은 그것에 거의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다. 시나리오 내용과 자신들이 다년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추정한 향후 모습이 상당히 다르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반응을 보고 PierreWack과 동료들은 자신들이 스스로의 임무를 근본적으로 잘못 인식하고 있었음을 깨달았다. 그로부터 10년 후에 저명한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Harvard Business Review>에 기고한 글에서 피에르 왁은 당시의 상황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그때부터 우리는 우리의 임무가 문서화된 미래 예측을 내놓는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진정한 목표는 의사결정자들의 '소우주microcosms'였다. 우리가 마음속의 이미지, 즉 핵심 의사결정자들이 가지고 있는 현실에 대한 상에 관심을 가지고 그것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면 시나리오는 아무 효과가 없었을 것이다.” (6) 한때는 기획자의 임무가 의사결정자에게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면, 이제는 경영진이 세계관을 재고하도록 돕는 것이라는 사실이 명확해졌다. 그러자 그룹 기획실은 셸 경영진이 현재의 정신모델에서 탈피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신중하게 고안한 새로운 시나리오를 만들어냈다. 계속해서 그룹 기획실은 경영자들이 새로운 정신모델 구축에 착수하도록 도왔다. 경영자들이 달라지는 새로운 세상에서 어떤 식으로 회사를 관리하고 경영할지를 충분히 생각하게끔 돕는 것이었다. BP의 CIO 겸 그룹 부사장 존 리게이트JohnLeggate의 말이다. “그러나 그룹 중앙의 기획 기능을 통해 그러한 작업을 했던 셸의 방식은 우리가 원하는 방식이 아닌 것 같았다. (1995년 이래 BP의 CEO였던) 존 브라운JohnBrowne은 실적과 관련한 나름의 문화 구축에 열심이었는데, 보다 많은 사람이 최종 결과에 책임을 져야 하고 문제를 끝까지 고민하도록 하는 문화였다. 우리처럼 고도로 통합된 대기업에서는 최종 손익 관련 책임을 아래로 내려 보내는 것이 쉽지 않지만 우리는 서서히 성공했다. 권한 분배에는 조직이 파편화될 수 있다는 위험이 따른다. 그렇게 되면 기업 전체에서 학습이 진행되게끔 관리하기가 힘들어진다. 우리 회사에서 그러한 일이 일어나지 않게 해주었던 것은 사람들 사이의 단절을 방지하고자 마련한 다양한 네트워크와 현안에 대해 스스럼없이 이야기하고, 서로의 생각에 이의를 제기하는 문화였다. 스스로에게 부단히 질문을 던지는 것도 우리 정신모델 학습의 기본 토대가 되었다. 물론 우리가 정신모델이라는 단어를 대대적으로 사용한 적은 없지만 말이다.” === 현실에서 정신모델 관리하기 === 셸과 BP의 사례를 보면, 조직 차원에서 정신모델을 표면화하고 점검하는 능력을 키우는 데 필요한 세 가지를 확인할 수 있다. 1. 개인의 인식과 성찰 능력을 제고시킬 도구, 2. 정기적인 정신모델 관리를 제도화하는 '하부구조', 3. 기존 생각에 이의를 제기하고 질문하도록 장려하는 문화가 바로 그것이다. 이 가운데 어느 하나가 특출나게 중요하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사실, 가장 중요한 것은 이것의 연결이다. 예를 들어, '솔직함' 같은 문화규범을 지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현실에서 실천하기 위해서는 그에 대해 헌신하는 태도와 구체적인 실행 기술이 필요한데, 많은 경영자가 그러한 기술을 가지고 있지 않다. 이처럼 부족한 기술을 발전시키려면 정기적으로 실천할 기회를 제공하고, 작업환경 안에 성찰 과정이 포함된 핵심 하부구조가 필요하다. ==== '계층구조라는 근본 질병' 극복하기 ==== “전통적인 권위적 조직에서는 도그마를 통해 관리하고 조직하고 통제했다. 학습조직에서는 비전, 가치, 정신모델이 새로운 '도그마'일 것이다. 또한 건강한 기업이란 구성원을 단합시켜 현안에 맞는 최상의 정신모델을 발전시킬 방법을 체계화할 수 있는 조직일 것이다.” 오브라이언은 '전통적인 계층구조라는 근본 질병'과 이를 퇴치하기 위해 필요한 대응책으로 문화 혁신cultural change을 생각했다. 그의 말을 계속해서 들어보자. “우리는 일이 인간 본성과 조화를 이루기 위해 조직에 무엇이 필요한가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서서히 계층구조라는 근본 질병을 퇴치할 실질적인 원칙이 되는 핵심 가치를 찾아냈다.” 이러한 가치 가운데 두 가지는 '개방성openness'과 '메리트merit'인데 하노버 보험사는 해당 가치를 통해 '정신모델을 관리하는 방법'을 발전시키게 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가치를 분명히 밝히는 것은 첫걸음에 불과하다. 가치선언과 실제 문화혁신을 혼동하는 이들도 많지만, 다행히 오브라이언과 동료들은 인상적인 말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들은 “개방성과 메리트가 이렇게나 유용한데 정작 실천이 어려워 보이는 이유는 뭘까?”라고 물었다. 이러한 질문이 결국 오브라이언을 ChrisArgyris에게로 이끌었다. 아지리스의 '행동과학action science'은 우리 행동의 밑바탕에 깔린 추론을 검토할 이론과 방법을 제공했다. 아지리스에 따르면 팀이나 조직은 정신모델 검토를 가로막는 '방어 루틴defensive routines'의 덫에 빠져 있다. 그 결과 우리는 앞에서도 언급한 바 있는 '숙련된 무능skilled incompetence' 상태를 조장하게 된다. 이는 학습 상황이 야기하는 고통과 위협에서 자신을 보호하는 데는 매우 능숙하지만, 배우지 못하기 때문에 진정으로 원하는 결과를 만들어내는 데는 무능한 상태를 표현하는 훌륭한 모순어법이라 할 수 있겠다. 무엇보다 아지리스는 조직에 효과적인 도구들을 개발했고, 이를 능수능란하게 사용하는 훌륭한 퍼실리테이터facilitator이기도 했다. 머지않아 나는 참가자 전체의 '경각심alertness'과 '현재성presentness'이 최고 수준으로 올라가는 것을 보았다. 아지리스의 개인적 카리스마 때문이 아니라, 참가자 각각이 어떻게 곤란을 자초하고 그로 인해 타인을 탓하는가를 너무나 분명하게 보게 해주는 능수능란한 설명방식 때문이었다. 오후 시간이 흘러가면서 참가자 모두는 자신의 행동 밑바탕에 깔린 추론의 미묘한 패턴과 그것이 자신을 끊임없이 속박하는 모습을 눈앞에 있는 물체를 보듯 선명하게 보고 이해하게 되었다.(일부 사람에게 있어서는 난생 처음 해보는 경험이었다) 자신의 정신모델을 그렇게 극적으로 드러내본 것은 나에게도 처음 있는 일이었다. 그러나 더욱 흥미로운 것은 적절한 훈련을 통하면 자신의 정신모델과 그것의 작동방식을 훨씬 잘 인식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정말 흥분되는 일이었다. 아지리스는 진정한 솔직함과 내면의 생각을 들여다보고, 불필요한 것을 제거하는 일에 깜짝 놀랄 만큼 높은 기준을 가지고 있었다. 그렇다고 아지리스가 '아무에게나 무엇이든 말하라'는 식으로 주장만 한 것은 아니다. 그는 누구나 이해하고 배울 수 있도록 어려운 사안을 다루는 기술을 예를 들어 쉽게 설명했다. 우리가 핵심 가치인 솔직함과 메리트를 실천하며 살고자 한다면 이는 분명 중요하고도 새로운 영역이었다.” 이후 여러 해에 걸쳐 하노버 보험사는 아지리스의 도구를 활용한 교육 프로그램을 ‘기계론적 사고의 한계’를 다룬 워크숍에 통합하여 진행했는데, 해당 워크숍은 철학자 존 베케트JohnBeckett가 개발한 것이었다. “베케트는 동양 문화권에서 도덕, 윤리, 경영 등과 관련된 사안에 어떻게 접근하는지를 면밀하게 살피면, 그들의 접근법이 이치에 맞고 타당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어서 베케트는 이러한 사안에 대한 서구의 접근 방식 역시 이치에 맞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둘은 정반대의 결론에 다다를 수도 있다. 이를 통해 우리는 복잡한 사안을 보는 방식이 하나가 아니라 여럿임을 알 수 있다. 이는 회사 내의 여러 분야, 다양한 사고방식 사이의 장벽을 허무는 데 크나큰 도움이 되었다.” 지금까지 설명한 아지리스와 베케트의 방법이 합쳐져서 경영자의 정신모델 이해에 심오한 영향을 미쳤다. “많은 이가 자신이 품고 있는 모든 생각이 가정에 불과할 뿐 결코 '진리'가 아니라는 사실, 인간은 항상 자신의 정신모델을 통해 세상을 본다는 사실, 정신모델은 항상 불완전하며 특히 서구에서는 체계적이지 못하다는 고질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는 사실을 난생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 실천의 제도화 === 아무리 많은 사람에게 기회를 제공한다고 해도 단순한 입문 교육만으로는 부족할 수밖에 없다. 당연히 일상적으로 실천하고 기술을 발전시킬 기회가 지속적으로 제공되어야 한다. 나는 그동안 정신모델을 표면화하는 작업과 성찰 과정을 제도화하여 일상적인 경영관행의 일부로 통합시킨 여러 사례를 목격했다. === 도구와 기술 === 비록 셸, BP, 하노버 보험사, 할리 데이비슨이 정신모델을 다루는 능력을 키우는 과정에서 상당히 다른 접근법을 택했지만, 이들이 행했던 작업에는 크게 나눠 두 가지 기술 개발이 공통으로 포함되어 있었다. 바로 성찰reflection 기술과 질의inquiry 기술이다. 성찰 기술은 사고 과정을 늦추어 자신이 어떻게 정신모델을 만들어내는지, 그러한 정신모델이 어떻게 자신의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지를 보다 명확하게 인식하게 해준다. 질의 기술은 타인과 직접 대면한 상황에서 대화를 이끌어가는 방식, 특히 서로 의견이 다른 복잡한 사안을 다루는 상황에서 어떻게 행동하느냐와 관련된다. 이러한 기술은 구체적인 도구 및 방법론과 더불어 정신모델 규율의 핵심을 이룬다. * '지지하는 이론(말하는 내용)'과 '사용하는 이론(행동으로 드러나는 이론)'의 격차를 똑바로 보기 * '추상화 비약' 인식하기(관찰에서 일반화로의 비약 알아차리기) * '좌측란left hand column' 노출하기(일반적으로 말하지 않는 것을 명확히 밝히기) * 질의와 주장 사이에서 균형 유지하기(효과적인 공동 학습을 위한 기술) (SkilledFacilitator에서 말하는 것과도 비슷한 것 같다. 그 책에서 로저 슈워즈도, ChrisArgyris의 모델을 약간 변형해서 사용한다고 이야기하기도 한다.) === 정신모델 규율 === ==== 성찰적 실천 Reflective practice ==== 어떤 면에서 매우 개인적이기는 하지만 정신모델을 효과적으로 다루는 일은 실용적인 측면도 강하다. 즉 중요한 기업 현안에 대한 핵심 가정을 드러내어 표면화시키는 작업과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 어느 조직에서든 가장 중요한 정신모델은 핵심 의사 결정자들이 공유하는 것이기에 이러한 과정은 필수적이다. 정신모델을 제대로 검토하지 않고 방치하는 경우 조직의 행동반경이 익숙하고 편안한 쪽으로만 한정된다. 한 가지 더 말할 수 있는 것은 컨설턴트나 조언자뿐만 아니라 경영자 자신이 성찰 기술과 대면 접촉 학습 기술을 발전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실제 결정과 행동에 거의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다. [[DonaldSchön]]은 성찰의 중요성을 연구했다. ([[책/TheReflectivePractioner]]) 숀은 '행동하는 도중에 자신의 사고를 성찰하는 능력을 지니고 있는가(reflection in action)'의 여부가 진정으로 탁월한 전문가를 만드는 데 있어 중요한 수단이 된다고 본다. 인간은 자신의 행동에 대해서 생각하는 것이 가능하며, 더군다나 무언가 행동을 취하는 시간에 그것에 대해 생각하는 것도 가능하다. 훌륭한 재즈 연주자들이 모여 즉석공연을 하는 경우, 그들은 합주를 통해 생성되는 전체적인 음악의 방향을 느끼며 새롭게 이해하고, 방금 떠오른 새로운 이해에 맞춰 자신의 연주를 조정한다. 성찰적 실천은 정신모델 규율의 핵심이다. 이는 관리자들에게 사업 능력과 더불어 성찰과 대인관계 기술을 동시에 요구한다. 성찰이나 대인관계 기술이 빠진 학습은 발전적인 생성 학습이 되지 못하며, 수동적으로 반응하기 급급한 학습이 될 수밖에 없다. 나의 경험에 따르면 생성 학습이 가능하려면 어느 위치에 있든 외부 환경이 그렇게 하라고 강요하기 전에 자신의 정신모델을 표면으로 꺼내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 ==== 지지하는 이론(신봉이론)과 사용하는 이론 ==== 지지하는 이론과 사용하는 이론 사이의 괴리감은 실망, 나아가 냉소주의까지 야기할 수 있지만 꼭 그러한 경우만 있는 것은 아니다. 때때로 이러한 격차는 위선 때문이 아니라 중요한 비전 때문에 생기는 경우도 있다. 이를테면 인간을 신뢰하는 것이 어떤 사람의 진정한 비전이라고 생각해보자. 그러한 경우 비전과 현실 행동 사이의 격차는 창조적 변화를 가져올 잠재력을 가지게 된다. 그러므로 문제는 이와 같은 차이가 아니라 8장의 '개인적 숙련'에서 설명한 것처럼 진실을 솔직하게 밝히지 못하는 것이다. 어떠한 학습이든 지지하는 이론과 현실 행동 사이의 격차를 인식하는 것이 먼저이다. 그러므로 지지하는 이론과 사용하는 이론의 괴리에 직면했을 경우 우리가 던져야 하는 첫 번째 질문은 “나는 지지하는 이론을 소중히 여기고 있는가?”이다. “그것이 정말로 내 비전의 일부인가?” 지지하는 이론에 대한 깊은 헌신이 없다면 그러한 격차는 현실과 비전 사이의 긴장이 아니라, 현실과 내가 제시하는 관점 사이의 긴장이 된다.(그러한 관점을 제시하는 이유는 아마도 다른 사람의 시선을 의식해서이리라) 지지하는 이론은 알기 쉽지만, 사용하는 이론은 파악하는 게 매우 어려우므로 '매우 동정심이 많은' 동료 같은 다른 사람의 도움이 필요할 수도 있다. 성찰 기술을 발전시키는 과정에서 우리는 서로에게 크나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옛말처럼 “중이 제 머리 못 깎는 법이다.” * 추상화 비약 (성급한 일반화) * 좌측란 * 질의와 주장의 균형 '''추상화 비약''' 인간의 이성은 구체적인 사항을 '추상화'하는 작업에 특히 능하다. 여러 세부사항을 간단한 개념으로 대체하고, 이것을 통해 추론한다. 추상적 개념을 활용한 추론 능력은 인간의 강점임에 분명하지만, 우리가 구체적인 세부사항에서 일반적 개념으로 비약하는 것을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에는 이것이 학습을 제한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이러한 비약은 우리가 직접 관찰한 것(구체적인 데이터)이 별다른 검증 없이 일반화로 나아가는 경우에 발생한다. 이것이 학습에 있어 방해가 되는 것은 한때 가정이었던 것이 이제는 자명한 사실로서 간주되기 때문이다. 로라가 배려심이 없다는 명제를 사실로 받아들이고 나면, 로라가 실제로 '배려심이 없는 행동'을 하는 경우에 아무도 그러한 행동에 의문을 품지 않으며, 설령 이러한 고정관념에 어긋나는 행동을 하더라도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다. 로라가 배려심이 없다는 일반적인 견해 때문에 사람들은 로라를 더욱 무관심하게 대하게 되고, 이로 인해 로라는 배려심을 보여줄 기회를 빼앗기게 된다. 결과적으로 로라와 동료들은 누구도 원하지 않는 상태에 빠지게 된다. 일반화와 고정관념에 빠져 관계가 경직되는 것이다. 더구나 검증되지 않은 일반화는 더욱 심한 일반화를 불러들이기 쉽다. “지난주에 회사에 돌았던 소문 말이야. 사실 그 배후인물이 로라가 아닐까? 배려심이 없는 것으로 봐서는 그러한 일을 하고도 남을 것 같은데······.” 그렇다면 추상화 비약이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어떻게 알아챌 수 있을까? 우선 이 세상은 어떻게 돌아가는 것이며, 자신은 무엇을 믿고 있는지 자문해보아야 한다. 사업의 본질, 특정 개인을 비롯한 인간관계 등이 그 대상이 될 수 있으며, 자신이 믿는 내용에 의문을 품어 보는 것이다. “이러한 일반화는 어떤 '자료'에 근거하고 있는가?”라고 스스로에게 물어라. 그리고 “이러한 일반화가 부정확하거나 오해를 초래할 여지가 있다고 생각하고, 재고할 의향이 있는가?”라고 재차 물어라. 두 번째 질문을 의식적으로 해보는 것이 중요하다. 만약 그럴 의향이 없다면 이러한 과정을 진행해보았자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모두에게 추상화 비약의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인지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먼저다. 그렇지 않으면 질문을 던지고 시험할 필요성 자체를 인식할 수 없기 때문이다. 성찰을 하나의 학습 분야로 생각하고 실천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행동과학에서 나온 '좌측란left-hand column'이라는 기법은 학습을 시작하고 심화하는 과정에서 특히 유용하다. '''좌측란''' 이 기법은 우리가 실제로는 어떻게 느끼며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논하는 것을 피하기 위해 적절히 대처하여, 바람직하지 못한 상황 개선을 막는 여러 행태를 보여준다. '좌측란'은 크리스 아지리스와 동료들이 활용하는 일종의 사례에서 나온다. 이것은 자신이 보기에 특정인 혹은 다수 인물과의 대화가 왠지 매끄럽지 못하다고 느꼈던 구체적인 상황을 선택하는 데서 시작된다. 구체적으로 명백한 학습이나 발전이 없었던 상황을 선택하는 것이다. 우선 대본 형태로 실제 대화의 예를 기록한다. 종이를 절반으로 나누어 당시 나누었던 대화를 오른편에 적고, 왼편에는 대화의 단계마다 생각은 했지만 말하지 않았던 내용을 적는다. 좌측란 연습은 항상 감춰진 가정을 표면으로 끌어내고, 그것이 어떻게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지 효과적으로 보여준다. '좌측란'을 보면서 얻는 가장 중요한 교훈은 우리가 갈등 상황에서 학습의 기회를 얼마나 망가뜨리고 있느냐를 인식하는 것이다. 빌과 나는 솔직하게 문제에 직면하는 것이 아니라 빙빙 돌려서 중요한 부분은 건드리지 않고 있다. 향후 어떻게 문제를 해결할지 구체적인 방향을 결정짓지 않은 채 뚜렷한 행동방침 없이 대화를 마무리한다. 사실 이 대화에서는 조치가 필요한 문제에 대한 명확한 정의조차 나와 있지 않다. 나와 빌이 나눈 대화 같은 어려운 상황을 다루는 단 하나의 '정답'이 따로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자신의 추론과 행동이 어떻게 상황 악화에 일조하는지를 살펴보는 것은 상당한 도움이 된다. 바로 여기에서 좌측란 기법이 유용하게 쓰인다. 일단 내가 스스로의 가정과 그것을 감추는 방식을 보다 명확하게 파악하면 대화를 생산적으로 이끌 수 있게 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의 관점과 그것의 근거가 되는 '데이터'를 상대방과 공유하는 과정이 요구된다. 또한 빌이 이러한 견해와 자료 모두를 공유하지 않을 가능성과 둘 다 잘못되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어야 한다.(결국 보고 결과가 시원찮았다는 것에 대해 알려준 정보 자체가 잘못되었을 수도 있다) 요컨대 내가 할 일은 이 상황을 우리 두 사람 모두가 배울 수 있는 상황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내 관점을 분명하게 말하고, 빌의 관점에 대해서 더욱 상세하게 알고자 하는 노력이 결합되어야 한다. 아지리스는 이 과정을 '질의와 주장의 균형'이라고 부른다. '''질의와 주장의 균형''' 높은 자리로 올라갈수록 관리자들은 개인적인 경험의 범위를 넘어선 복잡하고 다양한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갑자기 다른 사람의 통찰을 구할 필요가 생긴다. 말하자면 그들도 배울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때 관리자의 주장 기술은 오히려 역효과가 될 수도 있다. 우리가 서로 학습하는 것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필요한 것은 주장과 질의를 혼합하여 협력적인 공동 학습을 촉진하는 것이다. 각각 주장을 펴는 두 사람이 만나서 마음을 열고 솔직한 의견교환을 한다고 해도 학습은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진심으로 상대의 견해에 관심을 가질 수는 있지만, 순수하게 주장만 계속하는 경우 대화는 의도와는 다른 방향으로 진행되며 또 다른 구조를 만들 뿐이다. 양쪽 모두 차분하고 논리적인 태도로 각자의 주장을 펼치기 때문에 서로의 입장은 더욱 굳어질 뿐이다. 질의가 없는 주장은 더욱 강한 주장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이러한 경우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알려주는 시스템 원형이 하나 있다. 이른바 '에스컬레이션(확대)'으로 불리며, 군비확장 경쟁과 유사한 구조를 하고 있다. A와 B가 대화를 나누고 있을 때, A가 격렬하게 주장할수록 B가 느끼는 위협은 커진다. 따라서 B도 필사적으로 자기주장을 펴게 된다. 그러면 위협을 느낀 A 역시 한층 격렬하게 반격한다. 그렇게 확대 프로세스가 반복된다. 관리자는 이러한 확대 현상이 결국 소모전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임을 깨닫고, 나중에는 어떤 의견 차이도 공개적으로 말하기를 꺼리게 된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몇 가지 질문으로 대화를 시작하면, 시간이 지날수록 각자의 주장만 강해지는 이러한 눈덩이 효과를 멈출 수 있다. “당신이 그러한 견해를 갖게 된 이유는 무엇입니까?”, “당신이 주장하는 것의 구체적인 내용을 설명해주시겠어요?”, “당신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자료'나 경험을 말해줄 수 있습니까?” 같은 간단한 질문으로 토론에 질의 요소를 자연스럽게 집어넣을 수가 있다. 그러나 순전히 질의만으로 진행되는 대화나 토론 역시 한계가 있다. 질문 제기가 각자의 주장만 강해지는 악순환을 깨뜨리는 데 아주 효과적일 수는 있지만, 팀이든 개인이든 질의와 주장을 결합하는 법을 터득하기 전까지는 학습 기술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순수한 질의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한 가지 이유는 자신의 관점이 유일하게 옳은 관점이라고 생각하느냐와 상관없이 우리는 항상 각자의 관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질문만 많이 하는 태도는 쉴 새 없는 질문의 장벽 뒤에 자신의 관점을 감춤으로써 학습을 회피하는 수단이 될 수도 있다. 보통은 관리자가 주장과 질의 기술을 결합시켰을 경우, 가장 생산적인 학습이 일어난다. 달리 표현하자면 '상호 질의'라고 할 수 있겠다. 모든 참가자가 자신의 생각을 명확히 밝히고 공개적인 검토를 받는다는 의미다. 진정으로 방어에 취약한 상황을 만들어낸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어느 누구도 자신의 견해 뒤의 증거나 추론을 감추지 않으며, 정밀 검토를 받겠다는 열린 마음으로 의견을 제시한다. 이를테면 질의와 주장이 균형을 이루는 경우, 다른 사람의 관점 이면에 자리한 추론을 살피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나의 가정과 추론 역시 명확히 밝혀서 다른 사람이 그것에 대해 조사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이것이 내 관점이고, 이러한 관점에 도달하게 된 경위는 이렇습니다. 당신이 듣기에 어떠신가요?” 식의 대화가 될 것이다. 순전히 주장만 하는 경우, 목표는 논쟁에서 이기는 것이다. 그러나 질의와 주장이 결합되는 경우, 목표는 가장 좋은 주장을 찾아내는 것으로 바뀐다. 질의와 주장 사이의 균형을 유지하는 규율을 숙달하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들지만, 분명 보상도 만족할 만큼 크다. 요즘 나는 내 관점을 다른 사람에게 납득시키는 데 아주 적은 시간만 들이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삶이 훨씬 홀가분하며 즐겁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그렇다고 예전 버릇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보통은 심한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이 되면 일방적으로 자기주장을 펼치던 때로 돌아가려는 모습을 보인다. 그럴 때마다 나는 그러한 태도를 지양함으로써 삶이 얼마나 명확하고 즐거워졌는가를 상기한다. 반복적인 경험을 통해 분명해진 또 다른 하나는 질의와 주장이 공존하는 경우 창조적 결과가 나올 확률이 훨씬 높다는 사실이다. 어떤 의미에서 두 사람이 순전히 자기주장만 펼치는 상황에서는 결과가 미리 결정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볼 수 있다. A가 이기거나, B가 이기거나, 혹은 둘 다 자신의 관점을 그대로 고수하는 것 가운데 어느 하나이다. 그러나 질의와 주장이 공존하는 경우에는 이러한 한계가 사라진다. 양쪽 모두 열린 마음으로 자신의 관점에 대한 질의를 허락했기 때문에 전혀 새로운 제3의 관점을 발견할 가능성이 항상 존재한다. 질의와 주장 사이의 균형을 완전히 숙달하기까지 다음의 지침을 명심하면 도움이 되리라고 본다.(12) <자신의 견해를 주장할 때> * 당신의 추론을 명확히 하라.(즉, 그러한 견해에 도달한 과정과 근거가 되었던 '데이터'를 이야기하라) * 상대방이 당신의 견해를 살피고 분석하도록 독려하라.(예를 들어 “내 추론에 무언가 결점이 있습니까?” 같은 질문을 던져라) * 상대방이 다양한 견해를 제시하도록 독려하라.(“내가 말한 것 이외에 다른 자료나 결론이 있습니까?”) * 상대방이 당신과 다른 견해를 갖고 있다면, 그것을 적극적으로 묻고 탐구하라.(“당신의 의견은 무엇입니까?”, “어떻게 그러한 의견을 가지게 되었습니까?”, “제가 고려했던 것과 다른 자료가 있습니까?”) <상대방의 견해에 대해 질의할 때> * 상대방의 견해에 대해 가정한 것이 있다면, 그 가정을 명확히 밝히고 그것이 어디까지나 가정임을 인정하라. * 당신이 제시한 가정의 근거가 되는 '데이터'를 밝혀라. * 상대방의 견해에 진정으로 관심이 있을 때만 질문을 던져라.(즉, 예의를 차리거나 혹은 상대를 당황하게 만들려고 하는 질문은 옳지 않다) <막다른 골목에 다다랐을 때> (말하자면 상대방이 자신의 견해를 탐구하는 일을 더 이상 허용하지 않을 경우에) * 어떠한 데이터나 논리가 그들의 관점을 바꿀지 물어라. * 새로운 정보를 가져다줄 실험(혹은 다른 질의)을 함께 계획할 방법이 있는지 물어라. <당신 혹은 상대방이 자신의 견해를 밝히거나, 다른 아이디어를 시험해보기를 망설이는 때> * 어려워하고 망설이는 이유를 당당하게 표현하도록 그들(혹은 자신)을 독려하라.(“현재의 상황에 대해서 솔직한 대화를 어렵게 만드는 것은 무엇입니까?”) * 서로 합의가 된다면 상대방과 이러한 장벽을 극복할 방법을 찾아라. 모든 규율이 그렇듯이 정신모델 규율 역시 진척을 보이기까지는 시간이 걸리며, 진척이 있다는 신호가 워낙 미묘해서 금방 눈에 띄지 않을 수도 있다. 몇 년 동안 조직학습에 다각도로 투자하고 있는 할리 데이비슨의 제프 블루스타인Jeff Bluestein에게 “무언가 변화가 있습니까?”라고 물은 적이 있다. 그의 대답은 간단했다. “사원들의 대화가 달라졌습니다. '상황이 이렇습니다'라는 말보다 '저는 상황을 이렇게 바라보고 있습니다'라고 말하는 모습을 점점 많이 보게 되었습니다. 대수롭지 않다 싶을지 모르지만 이러한 작은 차이가 전혀 다른 대화로 이어집니다.” === 합의는 중요한가? === 정신모델 규율을 학습하는 목표가 반드시 합의나 의견 수렴은 아니라는 것에 아무쪼록 주의해야 한다. 복수의 정신모델이 동시에 존재할 수 있으며, 그 가운데 일부는 상충될 수도 있다. 정신모델을 살폈다고 해서 반드시 합의에 도달하는 것은 아니다. 오브라이언의 말처럼 정신모델을 점검한 뒤에도 “우리는 다른 입장에 도달할 수 있다. 목표는 누가 되었든 특정 사안을 일선에서 다루는 사람이 상황에 맞는 최상의 정신모델을 갖게 되는 것이다. 다른 이들은 그 사람(경우에 따라서 여럿일 수도 있으리라)이 가능한 최상의 정신모델을 구축함으로써 결과적으로 가능한 최선의 결론을 내리도록 지원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의견의 일치가 목적지는 아니라 할지라도 그러한 과정이 제대로 진행된다면 결과를 산출하는 데에 이른다. “서로의 입장이 다른 채로 회의가 끝나도 우리는 개의치 않는다.” 오브라이언의 말이다. “모두가 각자의 의견을 표현했을 때, 설령 그 의견에 찬성하지 않는 사람이 있다고 할지라도 충분히 고려한 끝에 내린 결론이기에 그 의견을 존중하는 게 가능하다. '이러한 까닭에 저는 당신의 의견을 지지하지 않습니다'라고 말해도 전혀 무방하다. 어떤 면에서 이는 대단한 일이라고 할 수 있는데, 합의에 도달해야 한다는 압박에 시달릴 때보다 오히려 원활한 협력이 이루어지는 때가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환경에서는 자신이 가장 잘 안다고 생각했는데 주장을 밝힐 기회를 갖지 못했을 때 흔히 느끼는 비통함이나 씁쓸함에 힘들어하는 사람이 거의 없다. 사람들은 학습과정이 개방되어 있고 모든 사람이 진실하게 행동하는 환경에서는 결과적으로 자신의 주장과 다른 관점이 채택되어 시행되는 경우에도 별다른 문제 없이 잘 지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전을 강요하는 것이 역효과를 부르기 쉬운 것처럼 자신의 마음에 드는 정신모델을 다른 사람에게 강요하는 것도 대체로 역효과를 부른다. 발언권이 크거나 지위가 높은 사람이라면, 자신이 옳다고 믿는 정신모델을 다른 이들도 곧장 믿고 받아들이게끔 이끌고 싶은 유혹이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설령 자신의 정신모델이 낫다고 하더라도 그의 역할은 그것을 다른 사람에게 주입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그것을 고려해보도록 솔직하게 제시하는 것이다. 정신모델을 이야기하면서 합의나 일치를 강조하지 않는 것이 의외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터놓고 말하다 보면 어떻게 해야 할지 알게 되리라'는 믿음은 팀 학습 규율의 핵심인 '다이얼로그'를 통해 촉진되는 통합의 초석이기도 하다. === 정신모델과 시스템 사고 === 우리 내면 깊숙한 곳에 자리한 정신모델은 시스템 사고가 이끌어낼 변화를 방해한다. 그러므로 경영자는 자신의 정신모델을 성찰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지배적인 가정을 솔직하게 드러내는 것이 먼저다. 그렇게 함으로써 정신모델을 바꿀 이유가 생기고 시스템 사고를 하는 목적도 생긴다. 경영자가 자신의 세계관을 일련의 가정이 아닌 사실이라고 '믿는다'면, 그 세계관을 솔직하게 드러내놓고 추궁받도록 두지 않을 것이다. 자신과 타인의 사고방식에 대해 묻고 알아보는 기술이 부족하다면, 함께 새로운 사고방식을 실험하는 데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게다가 조직 내에서 정신모델에 대한 확고한 철학과 이해가 없다면, 구성원들은 시스템 사고의 목적이 정신모델 개선이 아니라 현실 세계에 대한 정교한 '모델'을 표현하는 다이어그램을 그리는 것이라고 잘못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한 의미에서 시스템 사고는 정신모델을 효과적으로 다루는 것만큼이나 중요하다. 최근의 연구 결과를 살펴보면 우리의 정신모델 가운데 대부분은 시스템 사고의 관점에서 바라봤을 때 결함을 갖고 있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 결정적인 피드백 관계를 놓치며, 시간 지연에 대해 잘못된 판단을 내리고, 눈에 띄기는 하지만 반드시 레버리지가 높다고 볼 수는 없는 변수에 관심을 집중할 때도 많다. 이러한 결점을 이해하면 지배적인 정신모델에서 가장 취약한 부분이 어디에 있으며, 효과적인 결정을 위해 관리자의 정신모델을 단순히 '드러내는' 수준을 넘어 추가 작업이 필요한 부분이 어디인지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된다. 궁극적으로 시스템 사고와 정신모델의 통합에서 우리가 얻는 이익은 정신모델(자신이 생각하는 것)의 개선뿐만 아니라 생각하는 방식의 변화도 있다. 눈앞의 사건에 지배당하는 정신모델에서 장기적인 변화 유형과 그러한 유형을 만들어내는 근본적인 구조를 인식하는 정신모델로의 변화가 그것이다. 오늘날 주요 의사결정에 사용되는 대부분의 정신모델은 '직선적 사고'에 지배되고 있다. 미래의 학습조직은 상호 관계와 변화 유형에 대한 이해의 공유를 바탕으로 핵심 의사결정을 하게 될 것이다. }}} == 10. 공유된 비전 == {{{#!wiki multi-columns === 공통 관심 === 공유 비전은 아이디어가 아니다. 공유 비전은 사람들의 마음속에 있는 힘, 깊은 감명을 주는 놀라운 힘을 말한다. 공유 비전은 어쩌면 어느 한 아이디어에 의해 고취될 수는 있다. 그러나 일단 공유 비전으로 발전되면, 다시 말해 충분히 설득력이 있어서 두 사람 이상의 지지를 받게 되면, 더 이상 추상적인 개념이 아니라 명백한 실체를 띠게 된다. 사람들이 그것을 존재하는 것으로 간주하기 시작하는 것이다. 공유 비전을 가장 단순한 수준에서 이야기하자면 “우리는 무엇을 창조하기를 원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이다. 개인 비전이 각자가 머리와 가슴에 담고 있는 그림 혹은 이미지인 것처럼, 공유 비전은 조직 전반에 걸친 사람들이 품고 있는 그림이다. 공유 비전은 조직에 스며들어 다양한 행동에 일관성과 응집력을 부여하는 공동체 의식을 만들어낸다. 어떤 비전을 진정으로 공유하는 상태라 함은 개인이 각각의 비전을 가지고 있는 상태가 아니라, 상대방과 내가 같은 그림을 가슴에 품으며 서로에게 헌신하는 경우라고 말할 수 있다. 진정으로 하나의 비전을 공유하면, 공통 염원에 의해 우리는 서로 연결되고 결속된다. 개인 비전은 해당 비전에 대한 각자의 깊은 관심에서 힘을 얻는다. 마찬가지로 공유 비전은 공통의 관심에서 힘을 얻는다. 사실 사람들이 공유 비전을 구축하려 하는 이유 중의 하나는 중요한 업무 수행에서 ''서로 연결되고자 하는 욕망''임을 인정해야 한다. 공유 비전은 학습조직에 있어 더없이 중요하다. ''학습에 집중력과 활력''을 제공하는 원천이기 때문이다. 적응학습은 비전이 없어도 가능하다. 그러나 무언가를 만들어내고 창조하는 학습, 즉 ''생성학습''은 구성원이 자신에게 매우 중요한 무언가를 성취하려고 노력하는 경우에만 가능하다. 오늘날 '비전'은 기업 리더십에서 친숙한 개념이다. 그러나 꼼꼼히 살펴보면 대부분의 '비전'은 어느 한 사람, 혹은 일부 집단의 그것이 조직 전체에 강요된 것임을 알 수 있다. 그러한 비전은 구성원에게서 기껏해야 순종은 이끌어내겠지만 진정한 헌신을 이끌어내지는 못한다. 공유 비전은 많은 사람이 마음으로부터 몰두하는 비전이며, 그것은 각자의 개인 비전이 반영된 까닭이다. === 공유 비전이 중요한 이유 === 많은 공유 비전이 외부 요인과 관련되어 있다. 즉, 경쟁업체 같은 외부 세력과 비교하여 어떤 것을 성취하는 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러나 상대를 이기는 데 한정된 목표는 일시적이어서 오래가지 못한다. 일단 비전이 달성되면 '지금 가진 것을 지키고, 최고의 자리를 잃지 않으려는 방어적인 태도'로 변질되기 쉽다. 그러한 방어적인 태도로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창조성, 열정 등을 불러일으키기는 힘들다. 예를 들어 진정한 무술의 대가라면 '모두를 앞서는 실력'보다는 '탁월한 수준'이라는 자기 내면의 기준에 역점을 둘 것이다. 그렇다고 비전이 반드시 내적 요인과 외적 요인 중의 어느 하나에 집중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두 유형의 비전이 공존할 수도 있다. 그러나 적을 무찌르는 데만 중점을 두는 비전에 의존하다 보면 장기적으로는 조직이 오히려 약해질 수 있다. 교세라의 [[이나모리 가즈오]]는 직원들에게 '내면을 들여다봐서', 자신만의 기준을 찾아내라고 강조한다. 이나모리는 회사가 업계에서 1등이 되고자 노력하는 동안, 다른 경쟁자보다 '나은' 기업 혹은 해당 분야에서 '최고'가 되는 목표를 가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나모리의 비전은 교세라가 '최고'가 아니라 '완벽'해지는 것을 목표로 하는 것이었다. 1. 직원과 회사의 관계를 변화시킨다. '우리의 회사'가 된다. 2. 공유 비전 없이는 학습조직도 없다. 3. 스트레스가 발생하는 상황에서도 학습 과정을 멈추지 않고 지속하게 해주는 일종의 방향타를 제공한다. 4. 위험을 감수하고 실험에 나서게끔 독려한다. 5. 장기적인 헌신을 이끌어낸다. 기업에서 공유 비전은 직원과 회사의 관계도 변화시킨다. '그 사람의 회사'가 아니라 '우리의 회사'가 된다. 공유 비전은 서로를 불신하던 사람들이 협력해서 일하도록 해주는 첫 단계이다. 공유 비전은 ''공통 정체성''을 만들어낸다. 사실상 조직에서 구성원이 공유하는 목적의식, 비전, 가치관이 가장 기본적인 수준의 공통성commonality을 형성한다. 심리학자 에이브러햄 매슬로 AbrahamMaslow는 말년에 이르러 '높은 성과를 올리는 팀~-high performing team-~'에 대해 연구했다. 그들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 중 하나는 구성원이 공유하는 비전과 목적이었다. 매슬로는 이례적으로 높은 성과를 올리는 팀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과업이 자신과 분리되어 있지 않다. 오히려 자신과 과업을 동일시하는 분위기가 매우 강해서 과업을 포함하지 않고는 진정한 자기 정체성을 정의하기 힘들었다. 공유 비전 없이는 학습조직도 없다. 진정으로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를 향해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힘''이 없다면 현상을 유지하려는 힘에 압도당하게 된다. 비전은 대단히 중요한 목표를 설정한다. 높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사고방식과 행동방식이 불가피하다. 또한 공유 비전은 스트레스가 발생하는 상황에서도 학습 과정을 멈추지 않고 지속하게 해주는 일종의 방향타를 제공한다. 학습은 어려울 수도 있고, 심지어 고통스러울 수도 있다. 공유 비전이 있으면 자신의 사고방식을 다른 사람에게 드러내거나, 마음속 깊숙이 뿌리내린 관점을 포기하거나, 개인이나 조직의 약점을 파악하는 것이 한층 쉬워진다. 모든 어려움과 난관은 만들어내고자 하는 비전의 중요성과 비교하면 지극히 사소해 보인다. 공유 비전은 위험을 감수하고 실험에 나서게끔 독려한다. 비전에 몰두한 상황에서는 때때로 그곳에 다다를 방법을 모를 때도 있다. 그럴 때 필요한 것이 실험정신이다. 하나의 실험을 실시하고 효과적이지 않을 경우, 방향을 바꿔 다른 실험을 실시한다. 모든 것이 실험이지만 불확실함은 없다. 실험을 하는 이유가 너무나도 명확하기 때문이다. “반드시 효과가 있으리라는 보장을 해주시오.” 같은 말은 아무도 하지 않는다. 확실한 보장 따위는 없다는 것을 모두 알고 있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헌신적으로 임한다. 마지막으로 공유 비전은 경영 분야에서 시스템 사고를 개발하려는 노력에 걸림돌이 되어 왔던 핵심 문제 중 하나에 해답을 제시한다. 바로 “어떻게 장기적인 헌신을 끌어낼 것인가?”라는 문제다. 보통의 전략기획은 경쟁자의 강점과 약점, 틈새시장, 회사 자원 등에 대한 광범위한 분석을 강조한 나머지, 장기적인 행동방침을 독려하는 성과는 내지 못한다. GaryHamel과 [[C.K.Prahalad]]프라할라드의 표현을 빌자면 '헌신할 가치가 있는 목표'를 설정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공동 학습에서 이러한 비전이라는 요소가 차지하는 관심은 적지 않지만, 여전히 신비롭고 통제하기 힘든 특정한 힘으로 간주된다. 그렇다 보니 비전을 가진 리더는 추종 집단을 거느린 영웅 대접을 받는다. '어떻게 비전을 찾을 것인가'에 대한 공식은 존재하지 않지만, 공유 비전을 구축하기 위한 원칙과 지침은 있다. 비전 확립을 위한 규율이 생겨나고 있으며, 공유 비전에 몰두하기 위한 실천적인 도구도 나오고 있다. 이러한 규율이 개인적 숙련에서 나온 원칙과 통찰을 집단의 염원과 헌신 공유라는 영역으로 확장시키는 것이다. === 공유 비전을 구축하기 위한 규율 === ==== 개인 비전 독려하기 ==== 공유 비전은 개인 비전에서 나온다. 이것이 바로 공유 비전이 에너지를 얻으며 사람들의 헌신을 끌어내는 방법이다. ... 오브라이언은 무언가를 소중히 생각하는 행위는 개인적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관심은 개인의 가치, 이해관계, 열망 등에 뿌리를 두고 있다. 공유 비전을 진정으로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유는 그것이 개인 비전에 뿌리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간단한 진리를 망각한 채 조직 차원에서 당장 비전을 개발해야 한다고 달려드는 리더가 적지 않다. 공유 비전 구축에 열심인 조직은 지속적으로 구성원의 개인 비전 개발을 권장하고 장려한다. 자신만의 비전이 없으면 다른 누군가의 비전에 '참여'하는 것밖에 못한다. 그때의 결과는 추종이지 결코 헌신이 아니다. 반면에 강한 개인적 지향을 가진 사람은 '나 혹은 우리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이룰 강력한 시너지를 창출하고자 힘을 모은다. 조직이 개인 비전을 장려할 때에는 개인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8장 '개인적 숙련'에서 논의했듯이 어느 누구도 타인에게 '자신의 비전'을 건넬 수 없고, 비전을 개발하라고 강요할 수도 없다. 그러나 개인 비전을 장려하는 분위기 형성에 도움이 되는 긍정적인 행동은 취할 수 있다. 가장 직접적인 방법으로는 의식을 지닌 리더가 모두 각자의 비전을 논할 수 있을 만한 방법으로 개인 비전을 독려하는 것이 있다. 이는 비전을 만들어내는 리더십 기술로, 개인 비전에서 공유 비전이 만들어지는 전형적인 방식이기도 하다. ==== 개인 비전에서 공유 비전으로 ==== 홀로그램의 조각을 이어 붙여도 전체 이미지는 근본적으로 변하지 않는다. 결국 전체 이미지는 각각의 조각에 담겨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한층 더 강렬하며 실물에 가까운 이미지가 된다. 같은 이치로 많은 사람이 하나의 공통 비전을 공유하게 된다고 하더라도 비전이 근본적으로 달라지지는 않는다. 다만 사람들이 마음속에 그리는 실체는 한층 생생해지고 사실적이 될 뿐이다. 요컨대 '공동창조자'가 늘어난다는 의미가 된다. 이제 비전은 각자의 어깨에만 의존하지 않는다. 초반에 개인 비전을 키워나가는 동안에는 '나의 비전'이라고 말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공유 비전으로 성장하면 '나의 비전'인 동시에 '우리의 비전'이 된다. 공유 비전을 구축하는 규율을 마스터하기 위한 첫걸음은 비전이 '높은 곳에 있는 분들'에 의해 선언되는 것이라거나, 조직의 제도화된 기획과정에서 나온다는 전통 관념을 과감히 버리는 것이다. 최고 경영진이 비전 선언문을 작성하게 되면, 이런 문제가 생긴다. 1. 첫째 문제는, 그것은 일회성 비전으로, 요컨대 포괄적인 핵심 방향과 전략을 제시하는 단발성 노력에 지나지 않는다. 경영진은 일단 비전 선언문을 작성하고 나면 비전과 관련된 의무에서 해방되었다고 생각한다. 1. 두번째 문제는 완성된 비전이 구성원의 개인 비전에 토대를 두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전략적으로 비전을 만들어내는 과정에서 개인 비전은 전적으로 무시되는 경우가 많다. 다양한 위치에서 질의와 실험이 이루어져서, 구성원 모두가 비전을 이해한 끝에 자신의 것이라고 느끼게 될 기회는 거의 없다. 그렇게 탄생한 공식적인 비전은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지도, 구성원의 헌신을 끌어내지도 못한다. 구성원을 고무시키지 못하는 비전은 때때로 그것을 만든 주체인 최고 경영진 사이에서도 열정을 불러일으키지 못하는 때가 있다. 1. 마지막으로 비전은 문제를 해결하는 해결책이 아니다. 비전을 그러한 관점에서 이해하면, 사기 저하나 불투명한 전략방향 같은 '문제'가 사라지는 것과 함께 비전을 떠받치던 에너지도 사라져버릴 것이다. 공유 비전 구축은 문제가 생기면 내놓는 해결책이 아니라, 리더의 일상 업무에서 중요한 부분으로 간주되어야 한다. 공유 비전 구축은 부단히 진행되는 활동이며 끝이 없다. 결국, 공유 비전 구축에 뜻이 있는 리더는 자신의 개인 비전을 공유하려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한다. 또한 사람들에게 “나를 따라올 의향이 있습니까?”라고 물을 각오가 되어 있어야 한다. 이것은 쉽지 않은 일일 수도 있다. 평생 목표를 세우고 공표하는 일만 해왔던 사람에게 있어 의견을 묻고 동조를 구하는 일은 약함을 드러내는 일이라고 느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설리번은 이렇게 말했다. “당신은 지난주에 왔을 때에는 어떻게든 나를 설득하려고 했지요. 지금은 자신의 아이디어를 기꺼이 실험해볼 의향이 있군요. 나는 여전히 그 아이디어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하지만, 당신이 상당히 애쓰고 있다는 건 알겠네요. 글쎄요. 누가 압니까. 뭔가 얻는 바가 있을지도 모르지요.” 사람들이 진정으로 공유하는 비전이 나타나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그것은 개인 비전의 상호작용에 따른 부산물로 성장한다. 지금까지의 경험에 따르면 구성원이 진정으로 공유하는 비전을 위해서는 지속적인 대화가 필요한데, 개인이 자신의 꿈을 거리낌 없이 이야기하고 타인의 꿈을 경청하는 법을 배우는 그러한 대화여야 한다. 서로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가운데 무엇이 가능한가에 대한 새로운 통찰이 서서히 나타나는 법이다. 듣는 것이 때로는 말하는 것보다 어려운 법이다. 무엇이 필요한가에 대해 확고한 생각을 가지고 있으며 의지가 강한 경영자일수록 더욱 그렇다. 듣는 것은 다양한 아이디어를 진지하게 고려해보려는 남다른 개방성과 의지를 요구한다. 그렇다고 '대의'를 위해 자신의 비전을 희생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오히려 복수의 비전이 공존하도록 허용해야 하며, 모든 개인 비전을 초월하고 통합하는 옳은 행동 방향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성공한 어느 CEO는 이를 다음과 같이 표현했다. “내가 하는 일은 기본적으로 조직이 하려는 말에 귀를 기울이고, 그것이 분명하고 명확하게 표현되었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 비전의 확산: 참여, 헌신, 순종 ==== 오늘날의 조직을 보면 상대적으로 적은 수의 사람이 비전에 참여하고, 그보다 훨씬 적은 수가 비전에 헌신한다. 대다수는 수동적으로 따르는 상태, 즉 '순종' 상태다. '순종하는' 추종자는 비전에 동의한다. 그리고 자신에게 기대되는 일을 한다. 어느 정도까지는 비전을 지지한다. 그러나 진심으로 참여하거나 헌신하고 있지는 않다. 비전에 대한 여러 가지 태도 * 헌신: 비전을 원하고, 그것이 실현되도록 노력할 의향이 있다. 필요하다면 어떠한 '법(구조)'이든 만들어낸다. * 참여: 비전을 원하고 '법의 정신' 안에서 가능한 무엇이든 할 의향이 있다. * 진정한 순종: 비전의 이점을 본다. 자신에게 기대되는 모든 것은 물론, 그 이상까지도 한다. '법조문'을 그대로 따른다. '충실한 병사.' * 형식적인 순종: 전반적으로 비전의 이점을 본다. 자신에게 기대되는 것까지만 한다. '그럭저럭 충실한 병사.' * 마지못한 순종: 비전의 이점을 보지 않는다. 그러나 일자리를 잃고 싶지도 않다. 의무이기 때문에 자신에게 기대되는 바를 충분히 해내지만, 동시에 자신이 진심으로 동참하지는 않았음을 알린다. * 불응: 비전의 이점을 보지도 않고 자신에게 기대되는 바를 실천할 의향도 없다. “나는 하고 싶지 않다. 억지로 하게 만들 수는 없다.” * 무관심: 비전에 찬성하지도 반대하지도 않는다. 관심도 없다. 활력도 없다. “이제 돌아가도 돼?” 그렇다면 진정한 순종과 참여, 헌신의 차이는 무엇일까? 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참여 혹은 헌신 상태에 있는 사람은 비전을 진정으로 원한다. 그러나 진정으로 순종하는 사람은 비전을 받아들인다. 다른 무언가를 얻는 수단으로 비전을 원할 수도 있다. 이를테면 일자리를 유지하거나, 상사의 마음에 들거나, 승진하는 수단으로 말이다. 그러나 비전 자체를 진심으로 원하지는 않는다. 자신의 비전이 아니기 때문이다.(적어도 그것이 자신의 비전이라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상황을 파악한 뒤에 부사장은 전술을 바꿨다. 우선 '직원들이 헌신하게 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를 스스로에게 물었다. 그는 직원들이 헌신할 만한 어떤 대상이 있다면, 그것은 각자의 건강일 것이라는 추론에서 '건강관리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사원 일부에게서 효과가 보였다. 사람들은 직장에서도 진정한 헌신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보기 시작했고, 비전에 대해서도 '귀'를 열기 시작했다. ==== 참여와 헌신에 대한 지침 ==== 참여는 비전에 대한 진정한 열정과 타인이 스스로 선택하도록 함으로써 발생하는 자연스러운 과정이다. * 스스로 참여하라. 당신은 참여하지 않은 채, 다른 사람이 참여하도록 권유해보아야 소용이 없다. 그것은 참여가 아니라 '강요'일 뿐이며, 기껏해야 피상적인 동의와 순종으로 이어질 뿐이다. 상황이 악화되는 경우 훗날 사람들의 분노로 돌아올지 모른다. * 정직하라. 장점을 부풀리거나 문제를 숨기지 마라. 가능한 간단하고 솔직하게 비전을 설명하라. * 타인이 선택하게 하라. 어떤 비전의 장점을 다른 사람에게 '납득시킬 필요'는 없다. '참여'하도록 상대를 설득하려는 노력은 오히려 속이고 조종하는 것처럼 보여서 참여를 방해할 뿐이다. 상대가 자유롭게 선택하게 하려는 마음이 강할수록 그는 자유롭다고 느낄 것이다. 하급자인 경우 선택이 자유롭다고 생각하기가 특히 어려운데 그저 따라야 하는 것처럼 느낄 때가 많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비전에 대한 자신만의 생각을 가질 수 있게끔 충분한 시간과 편안한 분위기를 조성함으로써 선택을 도울 수 있다. 경영자가 순종을 필요로 하는 때도 많다. 참여나 헌신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면서도 일단 형식적인 순종 이하의 상태는 받아들이기 힘든 때가 있다. 그러한 경우라면 솔직해지라고 권하고 싶다. “자네가 새로운 방침에 진심으로 동의하지 않을 수도 있겠지. 하지만 경영진은 방침을 굳히고 전력을 다하는 시점일세. 방침대로 진행하기 위해서는 자네의 지원이 절실하네.” 순종이 필요하다고 솔직히 밝히면 위선을 떨지 않아도 된다. 그러한 솔직한 태도가 사람들의 선택을 한결 편안하게 하고, 시간이 흐르면서 단순한 순종이 아니라 참여를 선택하게 될지도 모른다. 많은 경영자가 직면하는 가장 힘든 교훈은 다른 사람이 참여하거나 헌신하게 만들기 위해서 할 수 있는 일이 사실상 없다는 점이다. 참여와 헌신은 선택의 자유를 전제로 한다. 앞에서 언급한 지침은 참여를 유도할 최적의 환경은 조성하지만, 그로 인해 무조건적으로 참여가 이루어지게 하지는 못한다. 마찬가지로 헌신도 매우 개인적인 일이어서 그것을 강제하려고 해봐야 순종 정도의 결과를 얻을 뿐이다. ==== 지배 이념과 비전 ==== 알고 보면 공유 비전 구축은 더 큰 활동의 일부분일 뿐이다. 비전, 목적, 사명, 핵심 가치 같은 조직의 지배 이념을 발전시키는 일이 바로 그것이다. 사람들이 일상생활에서 따르는 가치관과 일치하지 않는 비전은 진정한 열정을 불러일으키지 못할 뿐만 아니라, 노골적인 냉소를 조장할 때도 많다. 이러한 지배 이념은 '무엇을?', '왜?', '어떻게?'라는 세 가지 핵심 질문에 대한 답을 제공한다. * 비전은 '무엇을?'에 해당한다. 우리가 만들어내고자 하는 미래의 모습이다. * 목적(혹은 '사명')은 '왜?'에 해당한다. '우리는 왜 존재하는가?'에 대한 조직의 답이다. 위대한 조직은 주주와 직원의 욕구 충족을 넘어서는 더 큰 목적의식을 가지고 있다. 그러한 조직은 나름의 방법으로 세계에 기여하고자 하며 차별화된 가치에 일조하고자 한다. * 핵심 가치는 '비전 달성을 향해 나아가는 과정에서 우리는 어떻게 사명과 일치하게 행동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이다. 이를테면 성실, 열린 자세, 정직, 자유, 동등한 기회, 장점, 충성 등이 핵심 가치이다. 그것들은 회사가 비전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매일의 일상이 어떻게 펼쳐지기를 바라는지 말해준다. 종합하자면 이상의 세 가지 지배 이념은 '우리는 무엇을 믿는가?'라는 질문에 답을 해준다. 나는 사람들에게는 고귀한 사명의 일부가 되고 싶은 진정한 욕구가 있다고 믿는다. 그러나 사명이나 목적을 말로 선언하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실제로 많은 사명 선언이 결국은 '가족과 나라를 위해서'라는 두루뭉술한 전통적 가치와 다르지 않다는 인상을 준다. 사실 사람들은 목적을 보다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만들어줄 비전을 필요로 한다. 원하는 조직의 모습을 정확하게 '묘사'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핵심 가치는 조직 구성원이 매일 내리는 일상적인 의사결정을 돕는 데 반드시 필요하다. 목적은 추상적이고, 비전은 장기적이어서 하루하루 일상에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 사람들은 하루하루의 방향을 알려주고 의사결정을 도와줄 '길잡이별'이 필요하다. 그러나 핵심 가치는 구체적인 행동으로 옮겨질 때만 유용하다. 이를테면 솔직함 같은 핵심 가치는 서로를 신뢰하고 지지하는 전반적인 환경 안에서 성찰하고 질의하는 기술을 요구한다. ==== 긍정적 비전 대 부정적 비전 ==== 부정적인 비전은 세 가지 이유에서 한계가 있다. 1. 첫째,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어내야 하는 에너지가 일어나기를 원치 않는 무언가를 '막는 용도'로 전용된다. 2. 둘째, 포착하기는 쉽지 않지만 무력감이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요컨대 위협이 있을 때만 하나로 뭉칠 뿐, 근본적으로 사람들은 비전에 관심이 없다고 생각하는 데서 나오는 무력감이다. 3. 마지막으로 단기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조직은 위협이 지속되는 동안에만 동기부여된다. 일단 위협이 사라지면 조직의 비전과 에너지도 함께 사라진다. 조직에 동기를 부여하는 기본적인 에너지원이 두 가지 있다. 공포와 열망이다. 공포의 힘은 부정적인 비전의 토대가 된다. 열망의 힘은 긍정적인 비전에 동력을 제공한다. 공포는 단기적으로 이례적인 변화를 가능하게 하지만, 열망은 지속적인 학습과 성장의 원천으로 오래 유지된다는 차이점이 있다. ==== 창조적 긴장과 진실에 대한 헌신 ==== 8장 '개인적 숙련'에서 나는 개인 비전 자체는 창조 과정에 필요한 에너지를 얻을 수 있는 열쇠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핵심은 '창조적 긴장', 즉 비전과 현실 사이의 긴장이다. 현실을 명확히 직시하는 일을 게을리하지 않으면서 동시에 비전을 '유지'하는 사람이야말로 가장 유능한 사람이다. 이러한 원칙은 조직에도 적용된다. 학습조직의 특징은 허공을 떠도는 근사한 비전이 아니라 비전에 비추어 '현실'을 검토하려는 엄격한 의지이다. === 공유 비전과 시스템 사고 === ==== 비전이 초기에 사그라져 버리는 이유 ==== 많은 비전이 근본적으로 장점을 가지고 있음에도, 뿌리를 내리고 활짝 피어보지 못한 채로 시들어버린다. 몇몇 '성장의 한계' 구조가 새로운 비전이 기세를 확장하지 못하도록 막는 작용을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러한 구조를 이해하면 비전 구축 프로세스를 유지하는 데 상당히 도움이 된다. 다음과 같은 구조들이 있다: 1. 점점 더 많은 사람이 관여하면서 관점이 다양해지고 분열된다. - 다양한 비전을 탐구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 성찰과 질의 기술을 활용한다. 2. 실현이 어려워보여서 사람들이 의욕을 상실한다. - 창조적 긴장, 즉 개인적 숙련이라는 중심 원칙을 견지하는 구성원들의 능력이 필요하다. 3. 현실의 요구에 압도당해 비전에 대한 집중력을 상실한다. - 비전에 집중할 시간과 에너지가 필요하다. - 위기와 싸우고 현실에 대처하는데 들어가는 시간과 노력을 줄일 방법을 찾는다. 새로운 비전을 추진하는 그룹과 현실 대처를 책임지는 그룹의 관계를 끊어버린다. (스컹크 웤스 전략. 하지만 서로 대립되는 진영이 형성되는 부작용이 있다.) 4. 사람들이 서로 연관되어 있다는 사실을 망각한다. 구성원이 갈라지고, 대화나 열정을 일으키지 못한다. ==== 사라진 시너지: 공유 비전과 시스템 사고 ==== 나는 공유 비전을 구축하기 위한 규율이 시스템 사고 없이 진행된다면 핵심 토대가 결여된 사상누각과 다를 바 없다고 본다. 비전은 우리가 창조하고자 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반면, 시스템 사고는 우리가 현재 가진 것을 어떻게 창조해왔는가를 알려준다. 조직 구성원이 기존의 정책과 행동이 어떻게 현실을 만들어내는지를 깨닫기 시작하면 비전이 자랄 비옥한 토양이 새롭게 만들어진다. 또한 '현실을 만드는 힘'과 '그러한 힘에 영향을 미칠 레버리지가 존재하는 지점'을 제대로 이해하는 데서 나오는 자신감이 커진다. }}} == 11. 팀 학습 == {{{#!wiki multi-columns === 팀의 잠재력 === 보스턴 셀틱스에서 뛰던 농구선수 빌 러셀Bill Russel은 자신의 팀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구성 면에서나 실력 면에서나 (우리는) 전문가팀이었다. 여느 분야의 전문가팀과 마찬가지로 개개인의 실력과 서로 협력하는 능력이 팀의 성과에 영향을 미쳤다. 우리는 굳이 노력하지 않아도 서로의 전문성을 보완해야 한다는 점을 잘 알고 있었다. 그것은 자연스러운 사실이 되어, 우리는 팀의 결합을 더욱 효과적으로 만들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농구 코트에서 벗어난 우리 대부분은 사회의 기준으로 보면 괴짜임에 틀림없었다. 말하자면 타인과 조화를 이루거나, 자신의 개성을 죽이고 사회의 기대치에 맞추는 그러한 사람들이 결코 아니었다.” 러셀은 자신의 팀을 남다르게 만들어준 것은 우정과는 다른 종류의 '관계'라고 조심스럽게 이야기했다. 러셀은 팀과 함께했기에 개인이 거두는 성공에서는 맛보기 힘든 최고의 순간을 경험했다고 전했다. 러셀이 선수로 뛰던 시절 보스턴 셀틱스는 13년 동안 무려 11번이나 우승하면서 우리가 '합일alignment'라고 부르는 현상을 예증해주었는데, 이는 어느 집단이 하나의 전체가 되어 움직이는 상태를 말한다. 대부분의 팀에서 각 구성원의 에너지는 서로 엇갈려서 작용한다. 우리는 팀을 각기 다른 수준의 '개인 능력'(의도한 결과를 달성할 능력)을 가지고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는 개인들의 집합체로 본다. 상대적으로 일체감이 약한 팀의 기본적인 특징은 에너지 낭비다. 개개인이 유별나게 열심히 일할지는 모르지만, 그들의 노력은 팀의 성과로 효율 좋게 연결되지 않는다. 대조적으로 팀이 합일을 이루면, 공통의 지향이 생겨나고, 개개인의 에너지가 조화를 이루게 된다. 당연히 낭비되는 에너지도 적어지며, 공명 혹은 시너지가 발생한다. 흩어지는 백열전구의 빛이 아니라 '응집된' 레이저 빛처럼 강한 힘을 발휘한다. 공통 목표, 공유 비전이 생기고, 서로의 노력을 보완해줄 방법을 이해하게 되기 때문이다. 개인이 팀의 비전을 위해서 자신의 이익을 희생하는 까닭은 아니다. 오히려 개인 비전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이 공유 비전이 된다.(위의 그림 참조) 실제로 합일은 개인을 북돋아주는 것이 팀 전체의 능력 향상을 위한 필요조건이다. 상대적으로 합일 수준이 낮은 상태에서 개인에게 권한을 부여하면 혼란만 가중되고 팀을 관리하기가 훨씬 어려워진다. 나는 마찬가지로 비상한 성과를 올린 팀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 관리자들과 여러 차례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그들은 실제로는 몇 시간 동안 지속되었지만 느낌상으로는 '순식간에 지나가버린' 회의 경험을 이야기한다. '누가 무슨 말을 했는지'는 전혀 기억나지 않지만 “우리가 진정으로 이해를 공유하게 된 시점은 또렷이 기억나며, 투표할 필요도 없이 자연스레 어떻게 해야 할지 알게 되는 그러한 상태에 도달했다.”고 이야기한다. 팀 학습은 구성원이 진정으로 원하는 결과를 만들기 위해서 팀의 능력을 합일시키고 개발하는 과정이다. 팀 학습은 공유 비전을 구축하는 규율을 토대로 한다. 개인적 숙련도 팀 학습의 토대가 되는데, 유능한 팀은 유능한 개인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공유 비전과 개인 재능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세상에는 한동안 비전을 공유하지만 학습에는 실패하고 마는, 유능한 개인으로 이루어진 팀이 무수히 많다. 훌륭한 재즈 합주단은 개인의 재능과 더불어 굳이 그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더라도 공유 비전을 갖고 있다. 그렇지만 정말 중요한 것은 연주자들이 마음을 하나로 모아 연주하는 기술을 안다는 것이다. 조직 안에서 팀 학습은 세 가지 중요한 차원을 갖는다. 1. 첫째, 복잡한 사안에 대해서 통찰력을 가지고 사고할 필요성이 있다. 여러 사람은 한 사람보다 똑똑해질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팀은 이러한 잠재력을 활용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당연한 말처럼 들리겠지만 팀의 지적 능력이 개별 구성원의 그것을 넘어서지 못하거나, 심한 경우 그보다 낮아지게 만드는 각종 힘이 조직 내에서 작용하고 있다. 이러한 힘의 대부분은 팀 구성원의 직접적인 통제 하에 있는 것들이다. 1. 둘째, 혁신적으로 협력해서 행동할 필요성이 있다. 훌륭한 스포츠팀과 뛰어난 재즈 합주단은 자발적이면서도 동시에 조화롭게 협력하면서 행동하는 좋은 예를 제공한다. 조직에서 뛰어난 실적을 자랑하는 팀은 '작업상의 신뢰'라고 하는 유사한 관계를 발전시킨다. 그러한 상태에서 각각의 팀원은 다른 팀원을 의식하면서 서로의 행동을 보완하는 방향으로 행동하리라고 믿고 의지할 수 있다. 1. 셋째, 팀의 구성원이 다른 팀에 대해서 맡아야 하는 역할이 있다. 예를 들어 상급자로 이루어진 팀에서 내리는 대부분의 조치는 다른 팀을 통해 수행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학습하는 팀은 팀 학습 관행과 기술을 폭넓게 발전시키는 과정을 통해서 학습하는 다른 팀을 계속해서 육성한다. 개개인의 역량과 이해라는 부분도 포함하고 있지만 팀 학습은 기본적으로 공동 학습이다. 그러므로 개인으로서 '내'가 팀 학습의 규율을 습득하고 있다고 말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이는 “혼자서 훌륭한 재즈 합주를 습득하고 있다.”는 말이 무의미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팀 학습의 규율은 의견을 교환하는 두 가지 방식, 즉 '다이얼로그'와 '토론'을 숙달하는 과정을 포함한다. 다이얼로그에서는 복잡하고 미묘한 사안에 대하여 제한 없이 자유롭고 창의적으로 탐구하고, 자신의 의견은 잠시 보류해둔 채 서로의 의견을 '경청'한다. 반대로 토론에서는 서로 다양한 의견을 제시하고 주장하며, 이 순간에 필요한 의사결정을 뒷받침할 가장 좋은 관점을 모색한다. 이처럼 성격이 많이 다른 다이얼로그와 토론은 상호보완적으로 활용하는 관계에 있지만, 대부분의 팀에게는 둘을 구분하고 필요에 따라 의식적으로 구별 지어 오가는 기술이 부족하다. 또한 팀 학습은 생산적인 다이얼로그와 토론을 방해하는 거센 힘을 창조적으로 다루는 법도 배운다. 이 가운데 으뜸은 크리스 아지리스가 '방어 루틴defensive routine'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방어 루틴은 나와 타인을 위협이나 곤혹스러운 상황에서 보호해주지만, 동시에 학습하지 못하게 방해하는 상호작용 습관이다. 갈등에 직면했을 경우 서로의 차이를 '얼버무리고' 넘어가려 하거나, 무작정 '목청을 높이거나', '승자 독식'의 끝장토론을 벌여보자는 식으로 덤비는 태도가 모두 방어 루틴의 일종이다. 나와 함께 일하는 빌 아이삭스Bill Isaacs는 이를 '관념적 전쟁'이라고 부른다. 그러나 학습을 방해하는 방어 루틴은 이와 동시에 학습을 촉진할 엄청난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이는 우리가 방어 루틴이 가지고 있는 에너지를 방출하는 방법을 알고 있을 때의 이야기이다. 9장에서 설명한 질의와 성찰 기술이 그 첫걸음이며, 그것에 초점을 두고 다이얼로그와 토론을 진행하는 방법도 있다. 시스템 사고는 특히 방어적인 태도를 야기하기 쉬운데, '행동이 현실을 만들어낸다'는 핵심 메시지 때문이다. 그래서 팀이 중요한 문제를 시스템 사고 관점에서 검토하는 데 거부감을 느낄 수도 있다. 문제가 우리 통제 밖에 있는 외부 힘들에 의해서가 아니라, 우리 자신의 정책과 전략 때문에, 다시 말해 '우리 때문에' 생긴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지금까지 '이미 시스템 관점에서 생각해보았다'거나 '시스템 관점을 지지한다'고 말하면서 정작 그것을 실천에 옮기기 위해서는 아무 일도 하지 않거나, '문제를 붙잡고 씨름하는 것 이외에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는 팀을 다양한 상황에서 목격했다. 사실, 이러한 전략은 모두 자신의 행동이 어떻게 지금 해결하려 하는 문제를 야기하고 있는가를 진지하게 검토해야 하는 상황을 피하고자 하는 몸부림이며, 실제로 상당히 성공적이다. 그러한 의미에서 보면 시스템 사고는 갈등의 소지가 있는 복잡한 사안을 피하지 않고 파고들 의지와 능력이 있는 성숙한 팀을 필요로 한다. 마지막으로 여느 규율과 마찬가지로 팀 학습의 규율에서도 연습이 필요하다. 그런데 현대 조직의 팀에서 부족한 부분이 바로 이것이기도 하다. 리허설 없이 훌륭한 합주단을 만들 수 있을까? 연습 없이 승리하는 팀이 있을 수 있을까? 사실 훌륭한 팀은 연습과 실행을 반복하면서 학습한다. 연습하고, 실행하고, 다시 연습하고, 다시 실행하는 식이다. 우리는 지금 경영팀에서 유사한 연습 기회를 어떻게 만들어내는가를 학습하는 초기 단계에 있다. 곧이어 일부 사례가 제시될 것이다. 그것이 지니는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팀 학습에 대한 이해도는 상당히 낮은 상태이다. 우리가 명확하게 설명할 수 있을 때까지 팀 학습은 모호하고 불가사의한 영역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팀에 속한 개인의 학습과 비교하여) 팀이 학습하는 경우 어떤 일이 일어나는가에 대해 이론적 설명을 내놓기 전까지는 진정한 집단 지성group intelligence과 개인이 집단의 압력에 굴복했을 때의 '집단 사고group think'의 차이를 구별할 수 없을 것이다. 함께 학습하는 팀을 구축할 확실한 방법이 나오기 전까지, 그러한 팀의 등장은 어쩌다 운이 좋아 생긴 우연의 산물로 남을 수밖에 없다. 이러한 여러 이유로 인해 팀 학습을 숙달하는 것은 학습조직 구축에서 중요한 단계가 된다. === 팀 학습의 규율 === 1. 다이얼로그와 토론 2. '현실' 다루기: 갈등과 방어 루틴 3. 빠진 고리: 실습 (실천: practice) ==== 다이얼로그와 토론 ==== WernerHeisenberg는 볼프강 파울리Wolfgang Pauli,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닐스 보어Neils Bohr를 비롯한 여러 위대한 인물과 나눴던 대화를 떠올린다. 모두 20세기 전반 전통적 물리학을 송두리째 뒤흔들고 재편했던 인물이다. 하이젠베르크가 "나의 사상에 지속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말하는 이러한 대화가 있었기에 이들은 수천 년 물리학 전통을 뒤흔들 이론을 탄생시킬 수 있었다. 세세한 내용과 감정까지 생생하게 기억되는 하이젠베르크의 대화는 공동 학습의 놀라운 잠재력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우리는 협력하면 개인이 가능한 정도보다 높은 지성과 뛰어난 통찰력을 얻게 된다. 팀의IQ는 개인의 IQ보다 훨씬 높은 잠재적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하이젠베르크WernerHeisenberg의 이러한 설명을 보면 팀 학습의 규율 탄생에 중요한 공헌을 했던 인물이 지금은 고인이 된 현대 물리학자 데이비드 봄DavidBohm이라는 사실이 전혀 이상하지가 않다. 양자물리학의 권위자인 봄은 어떤 집단이 '더 큰 지성의 흐름에 문을 여는 순간'에 힘을 발휘하는 '다이얼로그' 이론과 방법론을 발전시키기 위해서 노력한 인물이다. 상상도 못하고 미리 계획하지도 않은 방향으로 우리를 이끄는 어딘가 다르고 특별한 대화 경험이 누구에게나 있으리라고 본다. 그러나 이러한 경험은 아주 드물게 찾아오며, 체계적인 노력과 규율에 따른 연습보다는 우연한 상황의 산물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다이얼로그의 이론과 실제에 대한 봄의 말년 작업을 보면, 앞에서 설명한 여러 규율의 토대가 되는 중요한 지적 흐름 두 가지를 독창적으로 통합한 모습을 알 수 있다. 바로 자연에 대한 시스템 관점 혹은 전체론적인 관점, 그리고 인간의 사고 및 내면 모델과 지각 및 행동 사이에 일어나는 상호작용이다. 봄의 말을 들어보자. "양자론은 우주가 별개의 부분으로 나뉠 수 있는 것처럼 보여도 본질적으로는 하나의 전체임을 의미한다. 특히 이는 양자론 수준의 정확성으로 따져보면, 관찰 주체와 관찰 대상은 불가분의 방식으로 서로에게 참여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따라서 이러한 수준에서 지각과 행동은 분리될 수 없다." 그러나 팀 학습에 대한 남다른 통찰로 이어진 봄의 가장 두드러진 공헌은 사고를 '대체로 집단적 현상으로 보는 데'서 나온다. 봄은 미립자의 집합적 속성과 인간 사고가 작용하는 방식 사이의 유사성에 상당히 일찍부터 관심을 가졌다. 나중에 봄은 이러한 유사성이 삶의 거의 모든 단계에서 관찰되는 일반적인 '사고의 역기능' 설명에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봄의 설명을 들어보자. “우리의 사고는 일관성이 없고 이로 인해 생기는 역기능이 여러 문제의 원인이 된다.” 그러나 봄은 사고가 대체로 집단적이기 때문에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사고를 개선하기 힘들다고 말한다. “전자電子를 바라보는 것과 마찬가지로, 사고 역시 우리가 상호작용하고 담화를 나누는 방식에서 생겨나는 시스템적 현상으로 간주해야 한다.” 담화의 주요 형식으로는 다이얼로그와 토론이 있다. 지속적인 생성학습 능력을 지닌 팀을 만들기 위해서는 둘 다 중요하지만, 다이얼로그와 토론의 힘은 상호 시너지 효과에 있다. 이러한 시너지는 두 가지의 차이를 인식하지 못하는 상황에서는 생기기 힘들다. 다이얼로그의 목적은 어느 한 개인의 이해를 넘어서는 것이다. “다이얼로그에서는 이기려고 하는 자가 없다. 다이얼로그가 제대로 된다면 모두 승자가 된다.” 다이얼로그에서는 개인이 각자의 노력만으로는 도달하기 힘든 통찰을 얻는다. “공통 의미의 개발에 토대를 둔 새로운 종류의 지성이 생겨난다. 이제 사람들은 서로 대립하지 않으며 상호작용을 하고 있다고 말할 수도 없다. 오히려 그들은 이 공통 의미의 조합에 참여하고 있으며, 그로 인해 지속적인 발전과 변화가 가능하다.” 봄은 다이얼로그의 목적은 '우리 사고 안의 비일관성incoherence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말한다. 비일관성에는 세 가지 유형이 있다. 1. 첫째, 사고는 그것이 참여적이라는 사실을 부인한다. 2. 둘째, 사고는 현실을 따라가지 않고 현실과 유리되어 프로그램처럼 나아가기만 한다. 3. 셋째, 사고는 문제 해결을 위한 나름의 참조 기준을 수립하는데 애초에 스스로가 그것이 생기는 데 일조한 문제들이다. 다이얼로그는 '사람들이 자신을 드러내고 현실에 참여하는 사고의 속성을 알고, 사고의 비일관성을 더욱 민감하게 인식하며 거리낌 없이 그것을 인정하도록 도와주는 방법'이다. 다이얼로그에서 사람들은 자신의 사고를 관찰하는 관찰자가 된다. 그들은 자신의 사고가 적극적인 행위자라는 사실을 관찰하게 된다. 일단 사람들이 사고의 참여적인 속성을 깨달으면 자기 자신과 자신의 사고를 구분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자신의 사고에 대해서 이전의 수동적인 태도를 버리고 보다 창조적이고 적극적인 태도를 취하게 된다. 다이얼로그에서 사람들은 또한 사고의 집단적인 속성을 인식하기 시작한다. 봄은 “대부분의 사고는 집단적으로 시작된다. 각각의 개인이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대체로 집단적으로 시작된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언어는 전적으로 집단적'이라고 봄은 말한다. 정말로 '스스로 생각하는 법'을 터득한 사람은 거의 없다. 그들은 또한 진행 중인 과정으로서의 '사고thinking'와 그러한 과정의 결과물인 '생각thought'의 차이를 인식하기 시작한다. 봄에 따르면 이러한 구분은 우리의 사고에서 비일관성을 바로잡는 데에 매우 중요하다. 집단적 사고가 흘러가는 강물이라면, '생각'은 강둑 주변에서 수면 위를 떠다니는 나뭇잎 같은 것이다. 우리는 이 나뭇잎을 모으는데, 그것은 우리가 '생각'이라고 경험하는 것이다. 우리는 이러한 생각을 자신의 것으로 오해하는데, 그것들을 만들어낸 집단적 사고라는 흐름을 보지 못하기 때문이다. 다이얼로그에서 사람들은 강둑 사이를 흐르는 흐름을 보기 시작한다. 그들은 지속적으로 발전하며 변화해가는 이 공통 의미의 영역에 참여한다. 봄은 우리의 정상적인 사고 과정이 '흐름에서 가장 거친 요소들만을 모으는 성긴 그물'과 같다고 본다. 다이얼로그에서는 익숙한 것, 우리가 일반적으로 사고라고 인식하는 것을 뛰어넘는 '일종의 민감성'이 발달한다. 이 민감성은 사고의 흐름 속에서 미묘한 의미까지 포착할 수 있는 '촘촘한 그물'이다. 봄은 이러한 민감성이 진정한 지성의 근본을 이룬다고 믿는다. 그러므로 봄에 따르면 집단 학습collective learning은 가능할 뿐만 아니라 인간 지성의 잠재력을 실현하기 위해 반드시 있어야 하는 필수요소이다. 다이얼로그를 통해 사람들은 각자 생각의 비일관성을 인식하도록 서로를 도와줄 수 있으며, 이러한 방식으로 집단의 생각이 점점 일관성을 띠게 된다. 이러한 일관성에 대해 한 마디로 정의하는 것은 쉽지 않으며, 질서, 일치, 미, 조화 등으로 설명할 수 있다. 그러나 핵심은 일관성이라는 추상적인 이상을 지향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모든 참가자가 가능한 모든 형태의 비일관성에 민감해지도록 함께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모순이나 혼란은 비일관성을 말해주는 좋은 지표이다. 그러나 우리의 사고가 진정으로 원하던 것과는 다른 결과를 만들어낸다는 사실이 비일관성을 말해주는 더욱 기본적인 지표가 된다. 봄은 연구를 통해 다이얼로그에 필요한 세 가지 기본 조건을 찾아냈다. 1. 모든 참가자가 자신의 가정을 '보류'해야 한다. 요컨대 자신의 가정을 문자 그대로 '모두의 앞에 매달고 있는 것'처럼 해야 한다. 2. 모든 참가자가 서로를 동료로 생각해야 한다. 3. 대화의 '문맥을 파악'하고 있는 '퍼실리테이터'가 있어야 한다. ===== 가정 보류하기 ===== 가정을 보류한다 함은 '계속해서 의문을 제기하고 관찰할 수 있도록 자신의 앞에 걸어둔다'는 의미다. 봄은 일단 어느 개인이 의견을 완강하게 내세우면서 “원래 그런 거야.”라고 결론을 내리면 다이얼로그의 흐름이 막혀버린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가정의 보류는 9장 '정신모델'에서 말한 '추상화 비약'을 이해하고, '추상개념 이면의 추론을 탐색'하고, 기본적인 성찰 및 질의 기술을 개발하는 것과 아주 유사하다. 다만 다이얼로그에서는 이것이 집단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이 다르다. 가정을 보류하는 훈련을 통해 팀원들은 자신의 가정을 더욱 분명하게 볼 수 있다. 자신의 가정을 내놓고 타인의 가정과 대조해볼 수 있기 때문이다. 봄은 '생각 자체의 속성' 때문에 가정의 보류는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라고 말한다. 즉, 생각은 끊임없이 우리를 현혹하여 '이것이 있는 그대로의 사실'이라고 착각하게 한다. 이러한 착각에 빠지지 않으려면 가정을 보류하는 법을 학습해야 한다. ===== 서로를 동료로 생각하기 ===== 다이얼로그는 참가자들이 서로에 대해 깊은 통찰과 명확성을 함께 추구하는 동료로 간주할 때만 가능하다. 생각이란 참여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서로를 동료로 생각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의식적인 행위는 동료로서 상호작용하는 데 도움이 된다. 단순하게 들릴지도 모르나, 이로 인해 심오한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 서로를 동료로 간주하는 것은 분위기를 긍정적으로 만들며, 다이얼로그의 취약점을 보완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흥미로운 점은 다이얼로그가 진전됨에 따라, 구성원들은 자신과 공통점이 많지 않은 사람에 대해서도 친구에게 느끼는 우정을 키워간다는 것이다. 동료의식을 갖는다고 해서 반드시 상대에게 동의하거나 동일한 관점을 공유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서로를 동료로 간주하는 데서 생기는 힘은 관점의 차이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진가를 발휘한다. 모두의 의견이 같은 상황에서 동료의식을 느끼는 것은 대체로 수월하지만, 상당한 의견 충돌이 있을 때는 한층 어려워진다. 그러나 힘들수록 대가 역시 큰 법이다. 나아가 내 의견에 반대하는 적을 '다른 의견을 가진 동료'로 간주하는 경우 그로부터 얻는 이점은 클 수밖에 없다. 봄은 동료의식을 갖기 위해서는 일정한 조건이 필요한 까닭에 조직 내 다이얼로그의 실현성에 의문을 표시하기도 했다. “상하질서는 다이얼로그와는 상극인데, 조직에서는 이를 탈피하기가 쉽지 않다.”면서 봄은 이렇게 묻는다.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 자신보다 아래에 있는 사람들과 정말로 대등하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까?” ===== 대화의 '문맥을 파악'하고 있는 '퍼실리테이터' ===== 숙련된 퍼실리테이터가 없으면 생각이 습관적으로 다이얼로그에서 멀어지고 토론으로 기울게 된다. 팀 학습 규율의 일부로 다이얼로그를 발전시키는 초기 단계에는 특히 그렇다. 다이얼로그 시간에 퍼실리테이터는 '진행 과정을 촉진하는 돕는 사람process facilitator'으로서의 기본 임무를 수행한다. 퍼실리테이터의 역할에는 참가자들이 다이얼로그 과정과 결과에 주인의식을 갖도록 돕는 일도 포함된다. 퍼실리테이터는 또한 다이얼로그가 계속 진행되게 해야 한다. 퍼실리테이터의 참여는 다이얼로그에 필요한 조건을 상기시키는 역할을 넘어서 바람직한 다이얼로그의 예를 보여주는 효과도 있다. 다이얼로그의 기교는 의미의 흐름을 느끼고 지금 말해야만 하는 핵심을 파악하는 데 있다. 적시에 던지는 퍼실리테이터의 한 마디는 어떤 추상적인 설명보다도 다이얼로그 이해에 도움이 된다. 팀이 다이얼로그 경험을 쌓고 기술을 발전시켜갈수록 퍼실리테이터의 역할은 줄어들며 서서히 일반 참여자의 일원이 되어간다. 팀의 구성원이 다이얼로그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고 기술을 읽히고 나면, '리더 없이' 다이얼로그가 진행된다. ===== 다이얼로그와 토론 사이의 균형 유지하기 ===== 팀 학습에서 다이얼로그에 대응하는 필수 요소는 토론이다. 토론에서는 참가자가 서로 다른 관점을 제시하고 방어하며, 앞에서도 설명한 것처럼 이를 통해 전체 상황에 대한 유용한 분석이 이루어지기도 한다. 다이얼로그에서는 참가자가 새로운 관점을 발견하는 수단으로 서로 다른 관점을 제시한다. 토론에서는 결정이 이루어지지만, 다이얼로그에서는 복잡한 사안을 검토하고 탐구한다. 어떤 팀이 합의에 도달하고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 시점에는 토론이 필요하다. 공통으로 인정하는 분석을 토대로 대안을 비교 검토하고, 사람들이 선호하는 견해를 채택한다. 생산적인 토론이라면 어떤 결론이나 행동방침으로 의견이 모아지게 마련이다. 반면에 다이얼로그는 분산시키는 역할을 한다. 다이얼로그는 애초부터 합의가 아니라 복잡한 사안을 더욱 심층적으로 이해하는 것을 추구한다. 다이얼로그와 토론 모두 새로운 행동방침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러나 토론이 처음부터 행동에 중점을 둘 때가 많은 반면, 다이얼로그에서는 일종의 부산물로서 새로운 행동이 출현하곤 한다. 학습팀은 다이얼로그와 토론을 구분하고 필요에 따라 오가도록 훈련받는다. 둘은 기본 원칙도 다르고 목표도 다르다. 그러므로 둘을 구별하지 못하면, 보통은 다이얼로그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생산적인 토론도 하지 못하게 된다. 규칙적으로 다이얼로그 시간을 갖는 팀원들 사이에는 독특한 관계가 만들어진다. 그들은 토론 중에도 유지되는 깊은 신뢰를 가지게 된다. 다이얼로그를 가능하게 하는 기술은 토론을 생산적으로 만들어주는 기술과 상당 부분 동일하다. 바로 질의와 성찰 기술로, 9장 '정신모델'에서 이야기했던 내용이기도 하다. 사실 다이얼로그가 상당히 중요한 이유 중의 하나는 이러한 기술을 연마하고, 그로 인해 가능해지는 심오한 집단학습을 실현할 안정적인 환경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 성찰, 질의, 다이얼로그 ===== 데이비드 봄의 사고에서 우리는 9장에서 논의한 '행동과학' 접근법의 깊은 반향을 찾을 수 있다. 자신의 관점을 외부의 영향에 개방하는 태도의 중요성, 정신모델과 현실을 혼동하는 데서 야기되는 문제 등이 대표적이다. 봄의 업적이 남다른 이유는 행동과학자가 규명한 장애를 초월하여, 집단 안에서 생겨날 수 있는 '새로운' 비전을 구체화했기 때문이다. 더욱이 봄의 다이얼로그는 하나의 '팀 규율'로, 개인의 노력으로는 달성되지 않는다. 다이얼로그가 제시하는 비전에는 집단에게만 접근 가능한 '더 큰 의미 조합'이라는 가정도 포함된다. 처음 들으면 다소 급진적인 발상이다 싶을 수도 있다. 그러나 집단으로 이루어지는 질의 및 탐색, 합의 도출 과정 등을 오래 전부터 장려해온 경영자에게는 그렇지 않다. 앞서 말한 것처럼 시스템 관점을 설명할 언어를 모르기 때문에 이론적으로 설명은 못해도, 오랜 경험을 통해 직관적으로 옳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러한 경영자는 일찍부터 두 가지 유형의 합의를 구별하는 법을 배운다. 하나는 다양한 개인 의견에서 공통분모를 찾는 '수렴형' 합의고, 다른 하나는 개인의 관점을 넘어선 큰 그림을 추구하는 '확장형' 합의다. 수렴형 합의는 개인적 관점의 '내용'을 토대로 만들어지는데, 내 관점의 어떤 부분이 당신 그리고 다른 사람과 공유되고 있는지를 찾아내는 작업과 직결된다. 이것은 모두가 동의할 수 있는 '기본 원칙'이다. 두 번째 유형의 합의는 우리 모두가 각자의 '관점', 즉 현실을 보는 방식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에서 출발한다. 각각의 개인 관점은 더 큰 현실을 보는 개인 특유의 관점이다. 만약 내가 당신의 관점을 통해 세상을 볼 수 있고 당신도 내 관점을 통해 볼 수 있다면, 각자의 관점만으로 보지 못했던 것을 보게 되리라. ==== '현실' 다루기: 갈등과 방어 루틴 ==== 흔히 좋은 팀이라고 하면 갈등이 없이 마냥 조화로울 것만 같지만 그렇지 않다. 실상은 오히려 반대다. 내 경험에 따르면, 팀이 부단히 학습하고 있음을 말해주는 가장 믿을 만한 표시가 바로 아이디어 사이에서 눈에 띄는 갈등이다. 훌륭한 팀에서는 갈등이 생산적으로 작용한다. 반면에 그렇고 그런 평범한 팀에서는 갈등과 관련하여 다음 두 가지 상반된 특징 중의 하나가 나타난다. 말하자면 표면적으로 갈등이 없는 모양새이거나, 워낙 굳어져서 극복될 기미가 없는 분열 양상을 보인다. '겉보기에 매끄럽게 돌아가는' 팀의 구성원들은 팀을 유지하기 위해서 상충하는 관점을 억눌러야 한다고 생각한다. 각자가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한다면, 팀은 타협 불가능한 격차로 인해 분해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분열된 팀은 상충하는 견해가 워낙 뿌리 깊이 박혀 있어서 관리자들이 아무리 목청을 높여도 도무지 갈등이 극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 그러한 팀이다. 모두가 서로의 입장을 알고 있으며, 각자의 입장에는 거의 변화가 없다. 크리스 아지리스와 동료들은 '똑똑하고 유능한 관리자들이 경영팀에서는 효과적으로 학습하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인가'라는 까다로운 문제를 40년 넘게 연구해왔다. 연구결과에 의하면 훌륭한 팀과 평범한 팀의 차이는 어떻게 갈등에 직면하고, 갈등에 따른 방어적인 태도에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있다. “방어적인 추론을 펴다보면······자기 추론의 타당성을 알아보기 힘들다.” (8) 사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추론을 노출하는 것을 일종의 위협이라고 느낀다. 다른 사람들이 그것에서 오류를 찾아내지는 않을까 두려운 마음 때문이다. 생각을 노출하는 것을 위협으로 느끼는 이러한 정서는 영유아기에 시작되어 대부분의 경우 학창시절을 거치면서 꾸준히 강화된다.(학교에서 선생님이 질문을 던졌는데 '정답'을 말하지 못했을 때 받은 마음의 상처를 떠올려보라) 이렇게 강화된 두려움은 훗날 직장생활에서도 지속된다. 방어 루틴은 대개 눈치 채기가 힘들다. 워낙 다양하고 일반적이어서 그것이 방어 루틴인 줄도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크리스 아지리스가 말한 것처럼 방어 루틴은 문제에 대한 반응으로 나타난다. 여기에서 문제는 '알고 있는 것'과 '알아야 하는 것' 사이의 '학습 격차learning gap', 그리고 그로 인해 발생하는 학습의 필요성이다. '근본 해결책'은 결국 새로운 이해와 새로운 행동으로 이어질 질의 및 탐구, 즉 학습이다. 그러나 학습 필요성은 동시에 위협을 만들어낸다. 개인과 팀은 위협에 방어적으로 반응한다. 이러한 방어적 태도가 '증상 위주의 해결책'으로 이어진다. 이는 사람들이 인지하는 학습 필요성을 감소시킴으로써 학습 격차를 제거하는 방어 루틴이 된다. 또한 아지리스가 말한 것처럼 방어 루틴은 '자동 밀봉'되는 속성을 가지고 있다. 스스로 자신의 존재를 가려 보이지 않게 하는 것이다. 항상 개방적이어야 하고 방어적인 태도를 취하는 것은 나쁘다고 말하는 사회 규범 때문에, 스스로 방어 루틴을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이것을 인정하는 것이 어려워진다. 방어 루틴을 분명히 말하기가 쉽지 않다면 그것을 줄일 레버리지는 어디에 있을까? 대부분의 '부담 떠넘기기' 구조에서는 두 가지 가능성이 있는 레버리지 영역이 있다. 1. '증상 위주 해결책'을 약화시키는 것 2. '근본적인 해결책'을 강화하는 것이다. 증상 위주 해결책을 약화시키는 한 가지 방법은 애초에 방어 루틴을 야기하는 감정적 위협을 줄이는 것이다. 방어 루틴이 생기면 어떻게 다룰지에 대해 배우는 것도 증상 위주 해결책을 약화시키는 방법이 된다. 방어 루틴이 힘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그에 대한 토론이 힘든 상황이어야 한다. 팀이 어떤 방어 루틴도 없고 모든 것이 제대로 돌아가고 '무엇이든' 말할 수 있는 것처럼 가장한다면, 방어 루틴을 고수하며 무의식적으로 그 안에 머물려고 하는 것이다. 그러나 방어 루틴을 의제로 올려 토론 가능한 상태로 만드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다른 사람의 방어 루틴을 '바로 잡으려' 하는 경우 거의 100퍼센트 역효과가 일어난다. 손뼉도 마주쳐야 소리가 나는 법이다. 방어 루틴이 작용하는 것을 인식한다면, 우리도 그것에 일조하고 있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노련한 관리자는 방어 루틴을 악화시키지 않으면서 이와 맞서는 방법을 학습한다. 효과적인 방법은 열린 마음으로 방어 루틴의 원인을 묻고 탐색하는 것이다. 이를테면 동료에게 이렇게 말할 수도 있으리라. “나는 새로운 제안이 위협적일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네. 자네도 어쩌면 그럴지 몰라. 이러한 불안감의 원인이 무엇인지 알아볼 수 있게끔 나를 좀 도와주겠나?” 혹은 “내가 말하는 내용이 말이 되나? 이것에 대해 말할 때는 유독 폐쇄적이고 융통성이 없다는 인상을 주지 않나 싶어. 우리가 지금보다 객관적인 그림을 볼 수 있게 자네 의견을 좀 듣고 싶군.” (물론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이렇게 접근하는 자세이지 세부 내용이 아니다) 이상의 발언은 양쪽 다 말하는 사람이 느끼는 불안을 인정하고 함께 원인을 찾아보자고 요청하고 있다. 방어 루틴을 누그러뜨리는 기술은 '부담 떠넘기기' 구조에서 '근본 해결책'을 강화하는 기술과 기본적으로 동일하다. 바로 성찰과 질의 기술이다. 눈앞에 있는 문제의 원인을 효과적으로 알아봄으로써, 즉 자신의 가정과 추론을 드러내어 외부 영향에 개방하고, 타인도 그렇게 하도록 독려하는 식으로 질의탐색을 함으로써, 방어 루틴을 완화시킨다. 학습팀의 특징은 방어 루틴의 부재가 아니라 그것에 대처하는 방식이다. 학습에 헌신적인 팀이라면 '그곳' 즉 기업이 처한 현실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에 대해서뿐만 아니라, '이곳' 즉 팀 내부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진실을 말할 수 있도록 힘을 쏟아야 한다. 또한 현실을 분명하게 직시하기 위해서는 현실을 모호하게 만드는 우리의 고정관념도 볼 줄 알아야 한다. 그렇게 했을 경우 출현하는 힘과 통찰은 상당하다. 실제로 방어 루틴은 공동 학습에 쓰일 에너지를 넣고 '잠가둔' 금고 같은 것이다. 그것이 '잠금 해제'되면 갇혀 있던 통찰과 에너지가 풀려나게 되어, 팀원들 사이에서 이해의 공유를 촉진하고, 그들이 진정 원하는 비전을 향해 나아가는 데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 ==== 빠진 고리: 실습(실천, practice) ==== 팀 학습이 팀 단위의 기술이라는 점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재능 있는 운동선수가 모였다고 해서 반드시 훌륭한 팀이 만들어지지는 않는 것처럼, 재능 있는 개인 학습자들이 모였다고 해서 반드시 훌륭한 학습팀이 만들어지는 않는다. 학습팀은 협력하며 배우는 법을 터득한다. 사실 팀 차원의 기술은 개인 기술보다 개발하기가 어렵다. 학습팀에게 '실습의 장practice field', 즉 함께 공동 학습 기술을 개발할 방법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대부분의 경영팀이 효율적인 학습 단위가 되지 못하는 핵심 원인 역시 의미 있는 실습이나 예행연습이 전무한 탓이리라. 그렇다면 '실습'이란 정확히 무엇인가? <성찰적 실천가 [[책/TheReflectivePractioner]]>에서 [[DonaldSchön]]은 실습의 핵심 원칙이 '가상 세계'에서의 실험이라고 규정한다. 가상 세계는 '만들어진 현실 세계의 모습'이다. 가상 세계의 핵심은 실험이 허락되는 자유다. 행위의 속도를 늦추는 것도, 빠르게 만드는 것도 가능하다. 아주 빠르게 일어나는 현상은 시간상으로 길게 늘여 놓아서 꼼꼼히 살펴볼 수도 있다. 반대로 오랜 기간에 걸쳐 있는 현상의 경우는 속도를 높여 한눈에 봄으로써 보다 명확하게 파악할 수도 있다. 또한 어떤 행동이든 되돌릴 수 있다. 현실 세계에서는 뒤집거나 철회하거나 되풀이할 수 없는 행동을 수없이 반복할 수 있다. 환경의 변화를 부분적으로 없앨 수도 있고, 전체적으로 없앨 수도 있다. 현실에서는 서로 맞물려 있는 변수를 분리함으로써 복잡성을 단순화시킬 수도 있다. 도널드 숀이 건축가를 비롯한 전문가를 예로 들면서 묘사한 가상 세계에서의 조작은 농구팀이나 관현악단이 연습할 때 일어나는 현상과 정확히 일치한다. 그들은 행동 속도를 다양하게 조절한다. 느린 동작으로 경기를 진행하거나, 연주하는 속도를 늦추는 식이다. 상대팀 없이 경기를 해보거나, 한 사람만 연주를 해보는 식으로 구성 요소를 분리하고 복잡한 것을 단순화하는 실험도 한다. 재경기를 하거나, 같은 대목을 되풀이해서 연주하는 식으로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반복 작업도 해볼 수가 있다. 팀 학습은 규칙적으로 이루어지는 이와 같은 실습을 요구한다. 그러나 대개의 팀에서는 이러한 실습이 전무하다시피 하다. 물론 이들도 추상적이며 지적인 아이디어 토론은 벌인다. 이를 통해 구성원들은 서로의 견해를 파악하고 배우게 된다.(때로는 서로의 견해를 너무 잘 배워서 탈이다) 그러나 스토리보드나 리허설 같은 개념은 없다. 경영진으로 구성된 팀의 주요 산출물은 특정 상황에 관한 의사결정인데, 대부분 시간에 쫓기는 상황에서 논의되고 결정되며, 일단 내려지면 바꿀 수 없는 최종 결정일 때도 많다. 따라서 의사결정에서는 실험을 해볼 수가 없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서로 다른 여러 의사결정의 타당성을 논리 정연하게 평가할 기회가 좀처럼 없으며, 팀 전체가 한 걸음 물러서서 보다 나은 결정을 내릴 방법을 묻고 숙고해볼 기회도 없다는 것이다. === '실습(실천, practice)' 방법 배우기 === 시작은 차별화된 '실습의 장'을 만들어서 팀이 개인의IQ를 넘어서는 팀 IQ를 키울 공동 능력을 개발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컴퓨터를 이용해 역동적이고 복잡한 기업 현실과 접하는 환경을 만들어내는 '학습 실험실'이나 '소우주' 등도 포함될 수 있으리라. 또한 다이얼로그 세션은 팀이 함께 모여 다이얼로그를 '실습'하고, 필요한 능력을 발전시키게 해준다. 다이얼로그 세션에 필요한 기본 조건은 다음과 같다. 1. (서로를 필요로 하는) '팀'의 모든 구성원이 함께 모인다. 2. 다이얼로그의 기본 규칙을 설명한다. 3. 누구라도 자신의 가정을 '보류'하지 못한다는 것을 깨달으면, 팀 전체가 이제는 '다이얼로그'가 아니라 '토론'이 되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4. 구성원이 팀의 작업에 있어서 반드시 필요한 가장 난해하고, 미묘하고, 갈등의 소지가 있는 문제들을 제기할 수 있게 한다.(사실상 그렇게 하도록 장려한다) 우리는 팀의 능력 증진을 목적으로 한다는 점에서 다이얼로그 세션을 '실습'이라고 생각한다. 다이얼로그가 진행되는 이틀 동안, 이전에는 언급하기 힘들었던 여러 주제를 허심탄회하게 논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되었다. 의사소통을 가로막던 장벽들은 무너졌고, 구성원 사이의 갈라진 틈도 치유되었다. 특히 연구개발, 마케팅·영업 부서 사이의 깊은 감정의 골을 치유한 것이 무엇보다 뜻깊은 일이었다. === 팀 학습과 시스템 사고 === 시스템 사고의 관점과 도구는 모두 팀 학습에서 중심 역할을 한다. 다이얼로그에 관한 데이비드 봄의 연구는 시스템 관점을 바탕으로 한다. 실제로 봄의 작업 전반을 관통하는 핵심은 물리학의 '전체성' 관점을 지속적으로 발전시키는 것이었다. 그러한 맥락에서 봄은 현재 집단 사고를 '오염'시키는 가장 심각한 문제는 '파편화', 즉 '사물을 해체하여 생각하려는 경향'이라고 비판한다. 마찬가지로 학습 팀이 방어 루틴에 대하여 취하는 접근법 역시 본질적으로 시스템 관점에 바탕을 두고 있다. 이때의 레버리지는 다른 사람의 행동에서 방어 루틴을 찾는 데 있지 않다. 오히려 방어 루틴을 팀 전체가 함께 만들어내는 공동 창조물로 인식하고, 그것을 만들어내고 유지하는 과정에서 스스로가 하는 역할을 찾아내는 데 있다. 만약 우리가 방어 루틴을 '외부'에서만 찾고 '내부'에서는 보지 못한다면, 방어 루틴에 대처하려는 노력이 오히려 그러한 태도를 심화시킬 뿐이다. 시스템 사고의 도구 역시 중요하다. 전략 개발, 비전 형성, 정책 기획, 조직구조 설계 등 거의 모든 경영팀의 중요 업무에는 엄청난 복잡성을 다루는 과정이 포함되기 때문이다. 더구나 그들이 다뤄야 하는 복잡성은 '가만히 있는' 정적인 복잡성이 아니다. 각각의 상황이 끊임없이 유동하는 상태에 있다. 아마도 경영진이 안고 있는 가장 힘든 문제를 하나 꼽으라면, 단순하고 정적인 문제에 걸맞게 고안된 언어를 가지고 복잡하고 역동적인 현실에 맞선다는 것이리라. 우리는 세상을 간단하고 분명한 언어로 인식하기 때문에 간단하고 분명한 해결책을 신봉하게 된다. 이러한 태도 때문에 경영자들은 간단한 '해법'을 찾으려고 혈안이 되고 그것에 많은 시간을 쏟는다. 시스템 원형은 경영자가 복잡성을 생산적으로 다룰 수 있게 하는 언어의 강력한 토대를 제공할 수 있다. 복잡하며 갈등의 소지가 있는 경영 이슈에 대한 대화에서 시스템 원형을 사용하면 사람들은 대화를 '객관화'하게 된다. 성격이나 리더십 스타일을 놓고 대화가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작용하는 시스템적인 힘, 즉 '구조'를 중심으로 대화가 이루어진다. 관리자의 무능력을 비꼬거나 비판한다는 인상을 주지 않고도 어려운 질문을 충분히 제기할 수 있다. 복잡성을 다룰 공통의 언어가 없으면 팀 학습은 제한될 수밖에 없다. 구성원 중의 하나가 시스템 관점에서 문제를 본다고 해도 그의 통찰이 무시될 가능성이 높다. 사람들은 시스템 관점보다는 평소 사용하는 일상 언어에 내재한 직선적 관점에 본능적으로 끌리기 때문이다. 반대로 시스템 원형이라는 언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팀이 누리는 이점은 그야말로 엄청나며, 또한 팀이 함께하면 해당 언어를 마스터하는 어려움도 줄어든다. 데이비드 봄이 말한 것처럼 언어는 분명 집단적이다. 당연히 새로운 언어를 배운다는 것은 해당 언어로 의사소통하는 법을 배운다는 의미다. 직접 사용하는 것이야말로 언어를 배우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며, 이는 팀이 시스템 사고 언어를 배우기 시작할 때도 마찬가지다. }}} = Part 4. 실천에서 나오는 성찰 = == 서론 == 그러나 앞으로 소개하는 내용을 보면 알겠지만, 혁신가들은 바로 이러한 복잡한 대립 속에서 변화를 이룰 틈새를 발견하고 이를 활용한다. 이들은 상당히 다양한 조직 환경에서 활동하고 있지만, 그들에게 영감을 불어넣은 아이디어는 하나다. 바로 사람들이 더불어 일하기 위한 보다 인간적이고, 보다 생산적이며, 궁극적으로는 보다 창조적인 방법이 반드시 있으리라는 믿음이다. == 12. 토대 == {{{#!wiki multi-columns 우리가 이야기를 나눴던 사람들은 모두 그동안 당연시되었던 정신모델 검토와 다이얼로그가 가능한 작업 환경을 조성하고자 노력하고 있었다. 그 어떤 사례를 보아도 '개인이 성장하는 것으로 조직도 성장한다'는 사고방식이 침투해 있었다. 대부분의 인터뷰에서 조직을 살아 있는 시스템으로 바라보는 사고방식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조직은 스스로 배우고 발전하고 치유하는 능력(대부분은 잠재능력)을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지닌 '살아 있는 시스템'이라는 발상이다. === 성찰과 심층 대화가 가능한 문화 만들기 === ==== 대화를 통한 변화 ==== “그러나 이러한 새로운 조직 모델을 가능하게 만들 구체적인 방법에 대해서는 확신이 없었습니다. 결국 우리는 가장 좋은 방법은 사람들이 서로 이야기를 나누게 하는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지요. 구성원 각각이 다른 사람이 하는 일을 더욱 명쾌하게 이해한다면, 그 안의 잠재력을 볼 수 있을 것이고, 그것으로부터 올바른 구조와 계획이 생겨날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일련의 워크숍을 열었는데, 대부분 우리가 안고 있는 여러 문제와 해결책에 초점을 맞추었습니다. 이러한 대화 속에서 회사를 다른 방식으로 조직화할 아이디어가 서서히 윤곽을 드러내기 시작했습니다. 여러 차례의 워크숍을 통해 나온 아이디어가 처음에 제가 품고 있던 것과는 다르다는 사실에 적잖이 놀랐습니다. 실제로 제가 가지고 있던 생각은 잘못된 것이었습니다. 사람들을 불러 모으고 서로 대화를 나누게 하는 너무나 간단한 행동 덕분에 보다 나은 기업으로 나아갈 새로운 가능성이 열렸지요.” 현재 BP에서 여성 임원으로 최고의 자리에 오른 콕스는 간단(심플)하지만 주류 경영에서는 여전히 진가를 인정받지 못하는 관점을 분명하게 밝히고 있다. 사실상 거의 모든 사람이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콕스가 지속적인 대화를 진행하면서 보여준 개방성, 즉 열린 태도는 찾아보기 힘든데, 그에 대한 이해가 저조한 것이 부분적인 이유이다. ==== 성찰적 개방성 ==== 초판 4부에서 나는 참여적 개방성participative openness과 성찰적 개방성reflective openness의 차이에 대해 이야기했다. 표현의 개방성expressive openness이라고 부를 수도 있을 참여적 개방성은 자신의 관점을 공개적으로 이야기하는 태도와 관련된다. 학습에 중점을 두는 작업 환경을 만드는 데 있어서는 중요한 요소지만, 한편으로 위험하다 싶을 만큼 불완전한 개방성이기도 하다. 참여적 개방성은 1980년대 참여 경영 철학의 결과로 유행하기 시작했다. 일부 조직은 개방적인 의사소통을 보장하는 공식 절차를 제도화하려는 시도까지 행했다. 그러나 그러한 공식 절차의 대부분이 결국에는 시들해지고 말았다. 조직과 내부 지지자들이 썩 효율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이다.(1) 1994년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에 실린 글에서 크리스 아지리스는 '학습을 가로막는 훌륭한 의사소통'을 비판했다. 포커스 그룹, 설문조사 같은 공식 의사소통 장치는 사실 직원들이 문제를 책임지거나 대처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역할을 인정하지 않고 자신의 생각을 경영진에게 알릴 수단만을 제공했을 뿐이라는 것이다. 아지리스는 이러한 방식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사람들이 자신의 일과 행동을 성찰하지 않기 때문이다. 개인의 책임감을 독려하거나 권장하지 않는다. 또한 학습에 동기를 부여하고 진정한 변화를 만들어낼 심층 정보, 사람들이 위협적으로 느끼거나 성가시다고 느낄 가능성이 있는 정보를 드러내지 않는다.” 그러나 아지리스가 은연중에 암시하듯이 참여적 개방성을 넘어서는 일은 쉽지 않다. 통제권한을 유지하려 하는 관리자에게는 특히 어렵다고 보아야 하리라. 참여적 개방성은 진정한 변화에 필요한 헌신과 이해 공유로 이어지지 못한다는 점에서 불충분하다. 어느 임원이 불만족스러운 얼굴로 말한 것처럼 “참여적 개방성에서의 암묵적 가정은 우리가 각자의 관점을 공유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일방적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우리가 서로의 말에 귀를 기울일 때 진정한 공동 학습이 시작된다. 다른 사람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성찰적 개방성은 내면을 반성하고 살피게끔 하고, 대화를 통해 자신의 사고에 포함된 편견과 한계는 물론, 자신의 사고와 행동이 문제를 야기하는 과정을 더욱 명확하게 인식하게끔 해준다. 성찰적 개방성은 정신모델 규율의 토대이다. 성찰적 개방성을 기르면 이러한 관점을 무조건 신뢰하기보다 끊임없이 테스트하려는 태도를 지니게 된다. 더욱 깊이 있는 듣기와 진실한 대화의 첫걸음인 '진정으로 열린 마음'이 성찰적 개방성의 특징이다. 진정으로 열린 마음이란 사실 말이 쉽지 실천하는 것은 그리 간단한 일이 아니다. 콕스나 세일런트 같은 탁월한 실천가들이 인식하는 것처럼, 이러한 환경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스스로를 개방하고 공격에 취약해지는 상황을 감수하려는 자세(세일런트의 표현을 빌자면 자신을 '노출'하는 것을 꺼리지 않는 자세)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구성원이 성장하도록 돕고, 구성원의 성장에 필요한 신뢰와 상호관계를 구축하는 일에 진심으로 헌신하지 않는 조직 환경에서는 일어나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다. === 구성원의 성장 === 돌이켜 생각해보면 이 책을 처음 출간할 때 제시한 다섯 가지 규율 중에서 가장 급진적인 것은 개인적 숙련, 즉 내부 구성원이 인간으로서 성장할 수 있는 조직 환경이 조성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아닌가 싶다. 오늘날 대부분의 기업이 '사람이 가장 중요한 자산'이라는 철학을 어떤 형태로든 지지하며, 대체로 교육 프로그램에 의한 직원 능력개발에 상당한 돈을 투자하고 있다. 그러나 구성원의 성장을 지원하는 일에 진정으로 헌신하는 조직이 되려면 이러한 투자만으로는 한참 부족하다. “금융자본을 늘리는 가장 좋은 방법은 인적자원 개발을 통해서다.”라는 오브라이언의 신념을 훌륭하게 구현한 기업 리더가 나와 연례 연설을 진행하는 자리를 마련하고, 이를 통해 빌 오브라이언의 업적에 경의를 표하며 널리 확산시키자는 취지였다. 첫 번째 연설자는 할리 데이비슨의 전 CEO이자 조직학습협회SoL 창립멤버 중의 하나인 리치 티어링크Rich Teerlink였다. “사람을 키우는 일에 진정으로 헌신하려면 확고한 신념이 토대가 되어야 합니다.” 티어링크는 이어서 말했다. “마음 깊은 곳에서 다음과 같은 신념을 가져야 합니다. 사람은 누구나 중요한 비전을 추구하고자 하고, 결과에 기여하는 한편 그것에 책임을 지고자 하며, 자신의 행동으로부터 문제점을 찾아내고자 하고, 가능하다면 언제든지 고칠 의향이 있다는 것입니다. 통제에 의존하는 관리자라면 이러한 믿음을 갖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인적자원 개발과 관련하여 '말만 하는 사람'과 '실천하는 사람' 사이의 격차가 그렇게 큰 것이지요.” ==== 헌신할 가치가 있는 목적 ==== 구성원이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일은 '헌신할 가치가 있는 목적'을 정하는 일에서 시작된다는 것이 고란 카르스테드트Goran Carstedt의 주장이다. 카르스테드트는 “대부분의 리더는 직원들에게 조직의 목표에 헌신하라고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여기에서 그들이 진정으로 생각해야 하는 것은 '조직이 헌신해야 하는 대상은 무엇이며, 그것은 시간을 바칠 가치가 있는가?'이다.” 고 지적한다. 세일런트는 조직의 목적을 논하는 문헌들이 나오고 도처에 비전 선언과 가치 선언이 넘치지만, 회사의 방침이 어디를 향하는가에 대해 직원들 사이에서는 '상당히 냉소적으로 보는 시선'도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한다. ==== 변화에 도움이 되는 관계 ==== 인간으로서 성장하는 것은 진정으로 중요한 무언가를 향한 헌신과 더불어 시작된다. 로카Roca의 사람들이 '변화에 도움이 되는 관계'라고 부르는 네트워크 안에서 이러한 성장이 이루어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결국은 공동 학습이 관건입니다.” 수전 울리히Susan Ulrich가 덧붙인다. “서클 대화란 모두 함께 둘러앉아서 현재의 상황과 대처방안을 알아보는 자리입니다. 그러한 자리를 통해서 문제가 특정 개인의 것이 아니라 모든 사람의 문제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서클에서는 모두가 평등합니다. 우리 모두가 문제를 안고 있고, 서로를 돕는 과정에서 배우게 되지요.” ==== 나로부터 시작된다 ==== 개인의 성장에 대한 헌신은 중요하다. 리더 자리에 있는 사람들에게는 더욱 중요하다. “항상 자기 자신을 돌아보고 살피려는 자세를 가져야 합니다.” 볼드윈의 말이다. “경찰과 의견 충돌이 있다면 무조건 상대를 탓할 것이 아니라, 내가 갈등 유발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 돌아보아야 합니다. 밖에 나가 누군가에게 소리를 지르며 탓하고 싶은 때가 많은 법입니다. 그러나 그곳에서 일어난 일이 무엇이든 간에 냉정함을 잃지 않은 채, 의견의 차이가 지속되는 것에 있어서 자신의 역할이 무엇인지 침착하게 바라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모든 것은 개인적 숙련에서 시작합니다.” 세일런트가 말한다. “주변 사람들에게 있어 너무나 분명한 나의 결점을 기꺼이 보려는 의지에서 모든 것이 시작됩니다. 조직 내의 다른 사람이 나보다 개방적이거나 배움과 개선에 의지를 보이리라고 기대하기는 힘듭니다.” === 살아 있는 시스템으로서 조직 === 시스템 관점의 배경에는 서로 다른 두 가지 지적 전통이 있다. 시스템 공학 이론은 복잡하고 상호의존적인 문제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시스템 원형, 컴퓨터 시뮬레이션 같은 실용적인 도구를 제공한다. 한편 생명 시스템, 즉 '살아 있는 시스템living system'을 이해하면 팀, 조직, 사회 같은 시스템이 지닌 학습하거나 발전하는 능력을 인식하는 데 도움이 된다. 결국, 두 가지 관점이 합쳐져서 발전에 필요한 도구와 리더십 원칙을 제공하지 않나 싶다. ==== 기계 시대의 사고 ==== 내가 기업을 '살아 있는 시스템'으로 보는 관점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 계기는 바로 아리 드 호이스(ArieDeGeus)의 저서 <살아 있는 기업 [[책/TheLivingCompany]]>이었다. 기업을 하나의 살아 있는 시스템, 즉 생명 시스템으로 보는 것은 인간 공동체로 본다는 의미다. ArieDeGeus는 “기업을 어떻게 볼 것인가? 인간 공동체로 볼 것인가, 아니면 돈을 버는 기계로 볼 것인가?”라는 날카로운 질문을 통해서 이러한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당연히 ArieDeGeus가 말하는 요점도 그것이다. 우리 모두가 조직을 살아 있는 시스템보다는 기계에 가깝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ArieDeGeus는 어떻게 기업을 기계로 보는 시각과 인간 공동체로 보는 시각의 차이점을 인식하게 되었을까? “오래도록 살아남는 기업에는 어떤 특징이 있는가?”라는 지극히 현실적인 질문을 던진 결과였다. 연구자들은 역사, 문화, 산업, 기술 등에서 차이를 보이는 이들 기업을 하나로 묶는 공통 특징이 무엇인가를 묻고 답을 찾기 시작했다. 결론은 장수하는 기업은 회사를 금전관계에 의해 지배되는 조직으로 보지 않고, 인간 공동체로 본다는 것이었다. 연구보고서에 나온 표현을 빌자면, 그러한 기업들은 '하는 일을 초월한 정체성이 중요하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었으며' 그로 인해 동시대 다른 기업의 수준에 맞추기보다 발전하고 변화에 적응하는, 말하자면 학습하는 능력을 가지게 되었다. 글로벌 기업 비자Visa 카드사에 관한 이야기는 기업계에서 일급비밀 중의 하나로 꼽힌다. 애초에 비자는 '기계' 이미지를 가지고 출발한 회사들과는 다른 이미지를 지향했기 때문에 대부분의 대기업과는 형태도, 일하는 방식도 다르다. 비자 카드사를 설립한 CEO 디 혹DeeHock은 중요한 깨달음을 얻었다. DeeHock은 이미 발전하기 시작한 국제 금융거래 네트워크를 통합할 능력을 갖춘 조직을 만들어내는 것은 '이성의 힘을 넘어서는 것'임을 분명하게 깨달았다. 그러나 동시에 자연은 정기적으로 바로 그러한 상태에 도달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러자 이런저런 의문이 일었다. 왜 인간 조직은 열대 우림처럼 굴러가지 못할까? 왜 인간 조직은 생물학적인 개념이나 방법을 따르지 못하는 것일까? 새로운 조직의 구조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논쟁하는 것을 그만두고, 그것을 일종의 유전자 코드를 가진 것으로 생각하면 어떻게 될까? 요컨대 비자 카드사는 '현실에 대한 낡은 관점과 기계론 모델'을 버리고, 조직이 살아 있는 시스템이라는 원칙을 조직을 만드는 토대로 삼았다. 디 혹은 자신이 생각하는 조직 유형을 나타내는 말로 '카오딕[[책/chaordic]]'이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냈는데, 혼돈을 나타내는 'chaos'와 질서라는 의미의 'order'를 결합해 만든 단어이다. 자연을 보면 “혼돈처럼 보이는 것에서 질서가 나타난다. 반면에 경영에서 우리는 혼돈이 지배할까 두려워 항상 질서를 강요한다.” 생물학자 그레고리 베이트슨GregoryBateson도 같은 취지의 말을 한다. “오늘날 우리가 안고 있는 모든 문제의 원인은 우리가 생각하는 방식과 자연이 움직이는 방식의 차이에서 발생한다.” (8) 현재 주요 조직의 'DNA'는 시스템을 기계로 생각하는 사고, “모든 시스템에는 통제하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는 사고에 토대를 두고 있다. 주지하다시피 인체나 습지처럼 건강하게 살아 움직이는 시스템에는 통제가 집중되지 않고 널리 분산되어 있다. 그러나 우리는 '통제자가 있어야 한다'는 사고방식에 워낙 익숙해서(디 혹은 이러한 사고방식을 우리 안에 '숨어 있는 뉴턴 신봉자'라고 부른다) 다른 방법을 생각해보지 못한다. 그러나 보는 방법만 배운다면 대안은 도처에 있다. ==== 일하는 방법 ==== “문제는 지식에 대한 이해가 아니라 '지식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실제 환경에서 어떻게 운용되는가'에서 시작됩니다. 지식이란 사회적인 것이니까요. 어떻게 하는지를 아는 것이 지식입니다. 그리고 실제로 우리는 서로 힘을 합쳐 일합니다. 그것이 우리가 일하는 방식이지요. 그러므로 협력과 지식경영은 동전의 양면과도 같습니다. 불가분의 관계라서 어느 한쪽을 떼어 놓고 다른 쪽을 이야기할 수 없지요. 그러므로 지식경영을 위해서는 협력과 협력에 도움이 되는 도구를 본격적으로 다뤄야 합니다. 오늘날 우리 작업의 많은 부분이 지식 네트워크와 관련된 일인데, 이를 우리는 '협력 네트워크'라고도 부릅니다. 그렇게 사람들은 힘을 합쳐 공동으로 가치를 창조하고 새로운 가치의 원천을 만들어내지요. 이는 살아 있는 생명체에서 일어나는 것과 같은 매우 유기적인 과정이지만, 이를 이해하는 방식에는 여러 가지가 있으며, 이러한 과정을 방해하지 않고 돕는 방식에도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진정한 목표는 사람들이 자신이 일하는 방식을 돌아보고 그에 대해 생각하도록 돕는 것이었습니다. 사람들은 천성적으로 자신의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이해하고, 다른 사람에게 설명하는 것에 흥미를 느낍니다. 특히 그로 인한 영향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채로 사람들을 재조직하고 재배치하기를 좋아하는 관리자들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싶어 하지요. 우리 연구에 참여했던 기술자들은 관리자와 소통하는 완전히 새로운 언어를 갖게 되었습니다.” 함께했던 [[TheNatureOfSocialCollaboration|연구 작업]]을 돌아보면서 AnneMurrayAllen과 DennisSandow는 다음과 같이 결론을 내렸다. “물리학 원리가 산업의 시대를 지배했듯이, 생물학 원리가 지식의 시대를 지배하기 시작했습니다. 생물학 원리에 따르면 지식, 인간, 조직은 살아 있는 시스템으로 간주됩니다. 물리학 원리에서 생물학 원리로의 이동이 의미하는 변화는 다음과 같습니다. (1) 부분에서 전체로, (2) 분리에서 통합으로, (3) 개인에서 상호작용으로, (4) 관찰자 외부의 시스템에서 관찰자를 포함하는 시스템으로의 '초점의 이동'입니다.” AnneMurrayAllen과 DennisSandow가 사회 시스템을 보는 관점은 칠레 생물학자 움베르토 마투라나HumbertoMaturana의 영향을 받았다. 마투라나는 살아 있는 시스템 안에서 일어나는 인지작용에 대한 선구적 연구로 유명한 인물이다. 마투라나는 지적인 행동은 네트워크의 모든 구성원이 타인을 네트워크 안의 정당한 참여자로 받아들이는 사회 시스템에서 만들어진다고 말한다. 100명이 넘는 기술자가 '사랑이란 상대를 합당한 타인으로 인식하는 것'이며 '지식을 넓혀주는 감정'이라고 말하는 마투라나의 설명에 귀를 기울였다. }}} == 13. 자극과 동기 == {{{#!wiki multi-columns 학습 중심의 문화를 구축하는 것은 어떤 환경에서든 쉬운 일이 아니다. 여러 달이 걸리기도 하고 여러 해가 걸리기도 한다. 학습 중심의 문화를 구축하는 일이 힘든 이유는 학습이 개인 차원의 긴장을 유발하기 때문인데, 변화를 시도하기보다는 익숙한 상태에 머무는 편이 언제나 쉬운 선택임에는 분명하다. 이처럼 힘들고 위험한 일인데도 사람들은 도대체 무엇 때문에 이를 향한 여정을 시작하게 되는 것일까? 그럴 수밖에 없게 만드는 원인은 무엇일까? 사람들이 '학습조직 구축'이라는 어려운 작업에 착수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 서로 중첩되면서도 구별되는 동기가 세 가지 있는 것으로 보인다. 1. 어떤 이들은 변화를 관리하고 이끄는 좀 더 나은 본보기를 찾으려 하고, 2. 어떤 이들은 지속적으로 변화에 적응할 능력을 갖춘 조직을 구축하고자 노력한다. 3. 그리고 모두가 실용적인 측면에서나 인간적인 측면에서 보다 우수하며, 성과 개선에 상당한 도움이 되고, 대다수가 진정으로 일하고 싶어 하는 일터를 만들어줄 보다 나은 업무 관리 방식 및 조직화 방식이 있다고 믿는 것으로 보인다. === 변화에 대한 다른 접근 === "그들은 모두 동일한 변화 모델을 접하고 왔지만, 정작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지요. 바로 그때 나는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습니다. 다른 모델이 있지 않을까? 나는 대안은 열망에서, 즉 고객의 열망에서 시작되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우리는 '조직학습' 같은 용어를 사용한 적도 없고 이 책에 대해 이야기한 적도 없습니다. 너무 탁상공론 같아서 아이디어가 힘을 잃어버리게 될 테니까요. 우리는 (우리 자신과 고객의) 바람, 다이얼로그와 질의 능력을 키우는 일에 집중하고 그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피터는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렸습니다. 2년이라는 시간이 걸렸지만 결국은 사람들이 이전과 다르게 상호작용하고 협력하는 변화된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들은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공개적으로 반대의사를 표시하고, 갈등을 회피하기보다는 표면으로 드러내려 의도적으로 노력하는 법을 배웠습니다.” === 적응 조직 만들기 === ==== 적응 조직의 미래 ==== 포드의 마브 애덤스는 변화를 이끌 수단뿐만 아니라, 진행 중인 변화에 대처할 능력을 갖춘 조직을 만들 수단으로서 학습조직 구축 작업에 흥미를 느끼는 사람들 중의 하나이다. 마브 애덤스는 이러한 능력을 갖춘 조직을 '적응 조직adaptive organization'이라고 부른다. ==== 적응 능력을 갖춘 경찰 ==== “업무가 이전보다 지식집약형으로 되어가면서 경찰관은 학습조직 기술을 익히게 되었습니다. 생산적인 다이얼로그와 시스템 사고를 활용한 문제 해결 등을 통해 지역사회에 더욱 기여하기 위해서였지요. 또한 장기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이해관계자 사이에 네트워크를 구축할 필요도 있었습니다.” 쿠 경찰국장의 설명이다. 이는 경찰 기능에서 마찬가지로 새로운 팀워크라는 개념과도 딱 맞아떨어졌다. 마지막으로 SPF는 지휘 고하와 상관없이 모든 경찰관의 리더십을 개발하고 핵심 가치를 심어주는 작업에 집중했다. “그래야 개별 경찰관에게 더욱 많은 재량권을 줄 수 있습니다. 재량권을 주려면 위에서 통제하지 않아도 조직의 공유 비전에 부합하게끔 결정하고 행동하리라는 믿음이 있어야 하니까요.” “결국, 어떤 조직 변화든 그것을 이끄는 사람이 가장 중요합니다. 조직 구성원들을 믿고 유대관계 강화에 집중하는 것이 성공의 핵심이론입니다. 구성원 사이의 유대가 질적으로 강화될수록 사고의 질도 높아집니다. 어떤 팀의 구성원이 특정 사안의 보다 많은 측면을 고려하고 더욱 다양한 관점을 공유함에 따라, 대처방안의 질이 높아지고 결과적으로 가능한 범위에서 결과가 개선됩니다.” === 성과와 행복 === “사원들은 이전에 '시스템을 바꿀 방법 같은 것은 없다'고 느끼던 상황에서 창조성이나 성취감에 대한 만족을 느낍니다.” 포드의 애덤스가 하는 말이다. 빌 오브라이언은 행복을 '인생이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으며, 스스로 변화를 만들어낼 기회를 갖고 있다고 일반적으로 느끼는 것'이라고 정의하곤 했다. 나는 평상시 행복을 '소중한 것이지만, 직접적인 노력으로는 달성하지 못하는 불가사의한 특성을 지닌 것 중의 하나'라고 생각해왔다. 행복해지기 위해 일을 하는 사람을 만난 적이 있는가? 내 경험으로 볼 때, 그러한 사람들에게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그것은 그들이 그다지 행복하지 않다는 점이다. 반면에 소중한 것을 추구하면서 살아가고, 우정을 귀하게 생각하는 사람들과 일한다면, 우리는 필요한 모든 행복을 누리게 될 것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행복은 잘 살아온 삶의 단순한 부산물 같은 것이다. 이와 같은 삶의 태도를 지니고 싶다고 생각하는 마음 자체가 조직학습을 실천하는 사람들에게 자극이 되고 동기가 되는 것이다. }}} == 14. 전략 == {{{#!wiki multi-columns 어느 날 갑자기 '짜잔' 하고 학습조직을 만들어내는 마법의 특효약 같은 것은 없다. 개정판을 위해 진행한 인터뷰는 탁월한 솜씨를 자랑하는 실천가들과 함께 현재의 기술 수준을 점검하고, 그들이 활용하는 핵심 전략을 알아볼 좋은 기회가 되었다. 따라서 이번 장에서는 전략적으로 사고하는 것은 어떤 것인가에 대해 개괄적으로 훑어보는 데서 시작하여(기본 목표가 무엇이며, 초점이 어디에 있는가 등) 다양한 환경에서 활용되는 8가지 전략을 소개할 예정이다. === 전략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하기 === 학습조직 건설에서 전략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크게 두 가지 갈래의 질문이 제기된다. 1. 하나는 '우리의 목표는 무엇인가?', '학습 문화를 규정짓고 탄탄하게 만들어주는 기본적인 성장 및 혁신 분야는 무엇인가?', '어떻게 그것을 알아보는가?' 등이다. 1. 다른 하나는 '그러한 문화를 만들어내기 위해 리더들은 어디에 관심과 노력을 집중해야 하는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그러한 문화를 만들 수 있는가?' 등이다. 우리는 전자를 '심층 학습 사이클'이라고 불렀고, 후자를 '전략적 구조'라고 불렀다. 원형과 삼각형이 어우러진 다이어그램은 다양한 리더가 활용하는 전략을 이해할 전체적인 관점을 제공한다. 이러한 틀은 여러 요소를 포함하고 있지만 핵심적인 특징은 학습에 대한 기본적인 통찰에서 나온다. 학습은 항상 두 가지 단계를 가진다. 1. 어느 차원에서 모든 학습은 학습자가 실행할 수 있는 것, 즉 학습자가 만들어내는 결과로 평가된다. 다이어그램의 맨 아래 부분이 이를 나타낸다. 1. 그러나 자전거 타기에 딱 한 번 성공했다고 해서 자전거 타기를 '배웠다'고 말할 수는 없다. 보다 깊은 차원에서의 학습은 일정한 품질의 결과를 확실하게 생산해내는 능력을 개발하는 것이다. 말하자면 딱 한 번 자전거를 타는 것이 아니라 '자전거를 탈 줄 아는 사람'이 되는 것이며, 이것은 심층 학습 사이클의 결과로 개발된다. 전략적 구조가 초점을 맞춰야 하는 부분이 바로 이러한 심층 학습 사이클 유지에 필요한 학습 환경 조성이다. 심층 학습 사이클은 다섯 가지 요소로 이루어지는데, 노련한 리더는 건강한 학습 문화를 구축하는 과정에서 다섯 가지 각각에 주의를 기울인다. 바로 1. '신념과 가정' 2. '관행' 3. '기술과 능력' 4. '관계망' 5. '인식과 정서' 이다. 이러한 다섯 가지 문화 요소는 항상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 조직 문화에 대해서 '원래 그런 것인 양' 말하는 일이 흔하다. 그러나 어떤 문화도 결코 고정되어 있지 않다. 문화는 우리가 더불어 사는 방식에 따라 끊임없이 어느 쪽으론가 강화된다. 앞선 다이어그램은 이러한 요소를 심층 학습 사이클의 일부로 연결시킴으로써 이 모든 요소가 바뀔 수 있으며 바뀌고 있다는 중요한 가정을 표출한다.(비록 느리게라도) 또한 이러한 요소는 변화할 때 함께 발전하는 경향이 있다. 심층 학습 사이클은 기존에 있는 그대로의 문화를 강화할 수도 있고, 새로 등장하는 문화를 강화할 수도 있다. 만약 우리가 서로 다르게 행동한다면, 우리도 역시 이 모든 요소를 바꿀 가능성에 시동을 걸게 된다. 우리는 자연스레 이러한 심층 학습 사이클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서는 어느 부분에 개입해야 하는가를 알고 싶어 한다. 여러 가지 방법이 가능하지만 일관성 있는 전략은 다음의 세 가지 요소를 포함한다. 1. 지도 이념: 조직의 존재 이유,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 등을 정의하는 운영 계획과 원칙을 말한다. 말하자면 목적, 비전, 가치의 영역이다. 2. 이론, 도구, 수단: 효과적인 방식에 대한 분명한 아이디어와 그러한 이론을 적용하고, 문제를 해결하고, 차이를 극복하고, 진행상황을 점검하는 실질적인 수단을 말한다. 어떤 심층 학습 과정에서든 도구는 매우 중요하다. 버크민스터 풀러에 따르면, “타인의 사고방식을 바꿀 수는 없지만 사고방식을 바꾸어줄 도구를 제공할 수는 있다.” 3. 하부구조 혁신: 물리적인 하부구조가 그렇듯이 에너지와 자원이 흘러가는 방식을 결정한다. 이다. 이러한 틀 이면에 있는 핵심 관점은 사회 이론에서는 '구조화' 이론 혹은 '규정된 시스템' 이론으로 알려져 있다. 1. 구조가 행동에 영향을 미치며, 사건이나 행동보다 기저의 구조에 집중하는 법을 터득할수록 변화 레버리지가 커진다는 시스템 사고의 핵심 원칙을 설명했다. 이러한 구조는 신념과 가정, 관행, 기술과 능력, 관계망, 인식과 정서 등으로, 요컨대 심층 학습 사이클을 구성하는 요소로 이루어진다. 2. 시스템 관점의 두 번째 핵심은 사회 시스템을 지배하는 구조는 시스템 내부 참가자들이 취하는 행동의 누적된 결과를 통해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윈스턴 처칠의 표현을 빌자면 “우리가 구조를 만들고, 후에는 구조가 우리를 만든다.” 이러한 시스템 구조는 어떻게 바뀔까? 원리는 간단하다. 우리가 과거 행동 방식을 통해 현재의 지배적인 구조를 만들어냈으니, 그러한 구조를 인식하고 다르게 행동하기 시작하면 바꿀 수 있다. 이는 앞에서 소개한, 그리고 뒤에서 소개할 일화나 사례를 보면 확인할 수 있는 사실이다. 그러나 어떤 의미에서 이는 또한 상당히 직관적인 판단이기도 하다. 우리가 만들어내는 구조 유형을 보려면 무엇이 필요한가? 우리는 소에 가까운 형태로 행동하는가, 아니면 사람에 가까운 형태로 행동하는가? 요컨대 소에 가까운 형태라는 의미는 지금까지 그렇게 해왔으니까 앞으로도 그렇게 한다는 태도이고, 사람에 가까운 형태라는 의미는 뒤로 한발 물러서서 심층 유형을 보고, 다른 방법을 택하는 식이 되리라. 아래 소개할 여덟 가지 전략과 사례를 읽어보면 오늘날의 효과적인 노하우를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으리라 본다. 1. 학습과 업무의 통합 2. 지금 있는 위치에서, 옆에 있는 사람과 시작하기 3. 양쪽 문화 오가며 아우르기 4. 실천 공간 만들기 5. 조직의 핵심과 연결되기 6. 학습 공동체 건설하기 7. 나와 다른 '타인'과 더불어 일하기 8. 학습 인프라 발전시키기 ==== 1. 학습과 업무의 통합 ==== 조직학습의 발전을 제약하는 가장 큰 원인은 아마도 학습을 인간의 일상생활에 있어 '추가적인 요소'로 바라보는 태도일 것이다. 이미 오래 전부터 많은 이가 정신모델이나 시스템 사고를 연마하는 프로그램을 활용해 '학습조직 만들기'를 실천해왔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러한 도구를 일상 작업에 적용할 기회는 거의 없었다. 관리자들이 비슷한 교육을 받고 있어도 업무 환경은 여전히 '성찰하거나, 문제를 심층적으로 생각하거나, 공유 비전을 구축하는 작업을 실천하기'에 용이하지가 않았다. ===== 성찰과 행동 ===== 핵심 문제는 학습과 업무를 통합하게끔 돕는 효율적인 하부구조가 없다는 점이다. 통합 작업을 훌륭하게 해내려면 우선 사람들의 업무 현실을 올바로 이해하고, 성찰 같은 구체적인 학습 방법이 어디서 어떻게 효과를 내는가를 파악하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 이러한 작업은 현장 관리자 집단에 지속적으로 양질의 지원을 제공할 수 있는 자리에 있는 사람에게도 도움이 된다. “성찰과 행동을 연결하는 규율이 없기 때문에 기업에서 성찰이 '시간낭비'라는 식으로 억울하게 매도당하고 있습니다. 일 없이 둘러앉아서 이야기하고 있을 시간이 없다고들 하는데 맞는 말입니다. 그런데 생각할 시간조차 없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메일, 무선호출기, 휴대폰 등이 진정한 이해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이러한 기기는 일반적인 사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고 행동방침을 내놓는 데는 많은 도움이 됩니다. 그러나 복잡한 문제가 생겼을 경우에는 상황이 달라집니다. 오히려 우리는 상황을 이해했다고 착각하는 잘못을 저지르게 됩니다. 사실 복잡한 문제에는 다른 접근법이 요구됩니다. 요컨대 숨겨져 있을지도 모르는 심층 의미를 파악하고, 근본 가정을 드러내고, 시스템의 여러 부분을 연결하는 접근법이 필요하지요. 이렇게 하면 상황을 제대로 이해하고, 의미를 충분히 공유한 뒤에 마땅한 조치를 취할 수 있게 됩니다.” 비판적 사고가 약해지는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서 갤러웨이는 자신이 관리하는 여러 팀과 정기적으로 모임을 가졌다. 갤러웨이는 이러한 시간을 보다 소중하게 만드는 에너지는 '이면의 원칙'에서 나온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피터 센게는 커다란 오해를 하고 있어요. 사람들은 그저 일 없이 둘러앉아서 이야기할 시간이 없어요'라고 말하는 컨설턴트가 한 명 있었습니다. 사실 저는 그 말에 동의하지 않았지요. 우리가 시간을 내지 못하는 것은 '성찰 자체를 위한 성찰'일 때입니다. 행동과 연결되지 않는 성찰은 사원에게 있어 '시간 낭비'라는 생각이 들고, 당연히 그럴 시간이 없다고 느끼게 되지요. 제가 하는 일에는 팀이 지금까지의 성과를 파악하고 이를 끝까지 해낼 수 있게 학습을 강화하도록 돕는 작업도 포함됩니다. 만약 이 작업이 가능하다면, 사람들 사이에는 성찰을 위한 에너지가 넘칩니다." 갤러웨이와 함께 일한 인텔 동료들은 성찰이 모든 것에 동의한다는 의미가 아니라는 사실을 배웠다. 갤러웨이의 말을 들어보자. “우리의 목표는 진정으로 이해를 공유하고, 스스로 하겠다고 말한 것에 헌신하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입니다. 여기에서 말하는 성찰은 모든 의견을 경청한다는 의미이지, 모두의 욕구를 만족시킨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이는 인텔 문화에서 중요한 원칙입니다. 우리는 이를 '동의하지 않아도 따른다.'고 표현합니다. 다른 회사에 다닐 때는 팀의 결정에 따르기는 하지만, 동의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입 밖에 낼 수 없었습니다. 인텔에서는 팀을 대표해서 의사결정 자리에 참석했던 사람이 돌아가서 이렇게 말할 수 있습니다. '해당 사안에 대해서 논의했어. 그런데 나는 의견이 달랐어. 다른 의견을 말했고, 우리는 이렇게 하기로 의견을 모았지. 결정대로 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지만, 이러한 조치가 의도한 결과를 내는지 확인하는 작업도 게을리하지 않을 생각이야. 의도한 결과를 달성하지 못하면 결정과 행동을 재검토할 수도 있겠지.'” ===== 시간 경과에 따른 학습 ===== 행동과 성찰을 통합하는 문화에서 사원은 보다 바람직한 의사결정에 도달하고, 이것에 진지하게 헌신하는 것이 가능해지며, 정신적으로 한층 준비된 상태에 이르게 된다. 정신적으로 준비된 상태가 되었다는 의미는 자신과 관련된 사안에 대해 이전보다 다채로운 관점을 가지게 된다는 말이다. 이는 변화가 심한 오늘날의 조직 환경에서 더없이 중요한 능력이다. 사실, 대부분의 경우 상황은 우리가 예상한 대로 전개되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가 예상치 못한 전개의 잠재적 가치를 제대로 활용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상황이 예상과 반대로 나타나면 즉시 문제 해결 모드에 돌입한다. 말하자면 상황에 반응하느라 급급한 것이다. 이러한 예상치 못한 전개가 그간의 우리 가정에 대해 중요한 무언가를 말해주고 있지는 않은지 차근차근 검토할 시간을 갖는 것은 엄두조차 내지 못한다. “이처럼 정신적으로 준비된 상태가 되면 장기적으로 봤을 때 큰 이익이 됩니다.” 갤러웨이의 말이다. “동의하지 않아도 따른다는 원칙의 일환으로 우리는 결정의 결과를 모니터하는 과정을 정해놓았습니다.” 기간을 정해놓고 그만큼의 시간이 흐른 뒤에 참가자들이 핵심 질문으로 돌아가서 상황을 점검하는 것이다. “상황이 우리가 생각한 것처럼 진행되고 있는지, 아니면 예상치 못한 무언가를 배우고 있는지를 평가합니다. 어느 쪽이든, 동의하지 않는 참가자들 역시 자신이 진행 중인 학습에 기여하고 있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또한 성찰을 업무의 일부로 만들어야 한다. 조직학습협회 네트워크에서 널리 활용되는 간단한 방법은 '사후검토After Action Review, AAR'인데 원래는 미국 육군에서 개발한 방법이다. 가장 단순한 형태의 AAR은 다음 세 가지 질문으로 구성된다. *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 * 우리가 예상한 것은 무엇인가? * 예상과 현실의 차이에서 무엇을 배울 수 있는가? ==== 2. 지금 있는 위치에서, 옆에 있는 사람과 시작하기 ==== 간략히 요약하자면, 학습과 업무의 통합은 학습조직을 만드는 이들이 활용하는 첫 번째 핵심 전략이며, 그 주된 장애물이 되는 것이 양자의 분리이다. 직원들이 최고 경영진의 지원 없이는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다고 생각하는 경우, 학습과 업무의 분리로 인한 문제가 발생한다. 앞서 말한 심층학습의 전략적 구조가 최고 경영진에게만 적용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전략적으로 사고하는 것은 모든 위치의 리더에게 반드시 필요한 사항이다. ===== '불가능' ===== 갤러웨이는 이러한 격언을 '사원들이 해결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문제에 집중하라'는 원칙으로 바꾸었다. “저는 대중이 절실히 필요로 하는 것, 조직이 해결할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포기한 것, 사람들이 그냥 끌어안고 사는 수밖에 없다고 배운 그러한 것을 찾아내려고 했습니다. 제가 '불가능'이라고 부르는 것이지요. 매년 저는 적어도 한 가지의 '불가능'을 해결하려고 노력합니다. 생각하면 두려워서 몸이 떨리고,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조차 불확실한 것들을 해결하는 것을 목표로 삼습니다. 핵심은 일단 시작하는 것입니다. 일단 시작하고 나면 '아, 쉬운 거였네!'하고 말하게 되지요.” “아이러니는 조직 상층부에서만 활동했다면 이러한 문제들 중의 일부를 인식하지 못하고, 따라서 해결하려는 시도도 결코 하지 않았으리라는 점입니다. 시스템의 어느 위치에 있든 변화가 가능하다고 믿는 팀을 구성하면, 참으로 보잘 것 없는 씨앗에서도 중요한 변화가 싹틀 수 있습니다.” ===== 사람의, 사람에 의한 ===== 내가 '불가능'이라고 부르는 문제들을 붙잡고 싸우는 일은 사람들의 재능과 깊은 열망을 활용할 수 있을 때만 가능한 일이다. ==== 3. 양쪽 문화 오가며 아우르기 ==== 태도와 자질이라는 미묘한 영역, 세일런트와 갤러웨이 같은 혁신가를 남다르게 만들어주는 그러한 영역에는 전체 조직 환경과의 연관성을 망각하지 않는 자세도 포함된다. 우리 조직학습협회에서는 이를 '양쪽 문화 오가며 아우르기'라고 부른다. ===== 은밀한 변혁 ===== 일부 리더에게 있어 효과적인 전략 중의 하나는 자신의 혁신이 고위 경영진의 레이더에 걸리지 않도록 숨기는 것이다. 인텔의 데이브 마싱은 조직학습협회 모임에서 11번 공장 생산증대에서 이룬 획기적인 업적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이 모든 노력을 '은밀한 변혁'이라고 표현했다. 마싱이 특히 관심을 두었던 부분은 '회사가 관심을 갖기 전에, 어떻게 조직의 작업 환경을 바꿀 것인가?'였다. ===== 경영진의 언어와 현장의 언어 연결 짓기 ===== 마싱과 같은 맥락에서 로저 세일런트는 '경영진의 언어를 쓰면서 일해야 한다는 사실'을 터득했다. ==== 4. 실습 공간 만들기 ==== 실습 공간이라는 아이디어는 누구나 아는 지극히 간단한 상식에서 도출된다. 실습 기회 없이 무언가 새로운 것을 배우기는 어렵다는 사실이다. 흔히 '학습'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가장 먼저 떠올리는 모습이 교실 풍경이지만, 전통적인 교실은 학습 분위기를 크게 고취하지도 않고 실제로 해보는 실습에 많은 비중을 두지도 않는다. 일반적으로 교실에서 배우는 학습자는 수동적이다. 교실에서 진행되는 학습은 주로 듣기와 생각하기에 관심을 가지며 '실천'은 주된 관심사가 아니다. 그러나 실제 학습 과정은 이러한 전통적인 관념과는 반대다. 새로운 것을 시도하고 실수를 많이 해보는 것이 현실에서 효과적인 학습 방법이다. 실습장 또는 예행 연습실은 전통적인 교실과는 전혀 다른 환경을 제공한다. 사람들은 자신이 잘했으면 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해본다. 실수를 저지르고, 잠시 멈추었다가 다시 시도하고, 어떤 것이 효과적이고 어떤 것이 그렇지 않은지를 이야기하고, 서서히 결과가 중요한 실제 '공연장'에서 효과적으로 행동할 능력을 키워간다. 이와 같은 이유로 실습 공간을 만들고 연습과 실행을 규칙적으로 병행하는 것이 조직학습 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실천가들에게서 흔히 보이는 공통 전략이 되었다. ===== 캠프와 공식 관리 시스템 ===== 우선 세일런트는 사람들이 (측정 대상, 공식 역할과 책임, 합의한 목표 등의) 공식 관리 시스템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서로를 깊이 알아가는 시간'을 구분하는 데 익숙해져야 한다고 본다. ===== 소용돌이와 불의 벽 ===== 일부 조직에서는 음악으로 비유하자면, 연습과 실제 연주 사이를 오가는 규칙적인 리듬을 제도화시키기도 한다. 예를 들면 할리 데이비슨에는 공식 '관리 시스템'과 '소용돌이swirl' 사이에 구분이 있다. 전자는 사업목표, 공식 역할과 책임, 통제 등을 포함한다. 후자는 조직 전반에 걸쳐 끊임없이 토의되고, 실험되고, 검토되는 다양한 사안과 아이디어를 가리킨다. 양자를 나누는 장벽은 '불의 벽wall of fire'이라고 부른다. 불의 벽을 통과한 아이디어나 목표는 충분히 많은 구성원이 '조직 전체가 그것에 헌신할 가치가 있다'고 믿는 것들이다. 시간이 흐르면서 서서히 '소용돌이'가 중요한 사업이며, 새로운 것을 배양하는 일종의 인큐베이터이자 진행 중인 연구와 실습을 정당화하는 수단이라는 사실이 분명해졌다. 이렇듯 실습 공간의 발전은 관리자들이 '실습 없이는 학습도 없다'는 간단한 원칙을 받아들일 때 시작된다. 어떤 스포츠 팀도 선수들이 실전에만 나와서는 성공을 기대할 수 없다. 극단이나 관현악단이 리허설 없이 공연에 나서는 것을 상상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런데도 우리는 대부분의 조직에서 연습이나 리허설 없는 실전을 기대한다. 그러한 환경에서 학습이 부실한 것이 그렇게 이상한 일일까? ==== 5. 조직의 핵심과 연결되기 ==== 급진적인 새로운 아이디어와 실습이 조직에서 뿌리를 내리기 위해서는 비옥한 토양이 있어야 한다. 어떻게 그러한 토양을 찾아야 할지 처음에는 명확하지 않을 수도 있다. 조직 전체에 크나큰 영향을 미치는 작업에 매진하는 성공한 학습 실천가들은 (개인 정체성과 집단 정체성의 가장 심층 차원에서) 조직의 핵심과 연결되는 방법, 그리하여 조직이 가장 자연스럽게 가치를 창출해낼 방법을 터득한다. ===== 시작하기: 정체성 찾기 ===== 변화를 이끄는 리더가 되려는 사람이 스스로가 인식하지 못하는 두 가지 미묘한 장벽을 만나 발목을 잡히는 경우가 많다. 자신의 내면을 충분히 깊이 들여다보지 않아서 진정으로 자신을 부르는 것이 무엇인지 알지 못하거나, 조직을 충분히 깊이 들여다보지 않아서 조직이 지지하는 바를 파악하지 못하는 것이다. 자신의 내면을 충분히 들여다보지 않으면, 열정을 자극하지 못하는 그저 '좋은 아이디어'만을 좇게 된다. 조직이 지지하는 바를 충분히 들여다보지 않으면, 결국에는 자신의 아이디어를 조직에 '강요'하게 된다. 조직이 '누구'인지, 무엇을 '지지하는지' 등을 이야기하는 것이 다소 이상하다 싶을지도 모르지만 조직을 인간으로 이루어진 공동체로 보면 전혀 이상하지 않다. 하나의 공동체로서 조직은 무언가에 관심을 가지고 함께 추구하고자 하는 충분한 사람들이 있기에 존재하게 되었던 것이다. ===== 현장 답사: 조직 창조성의 원천 찾기 ===== '자기 정체성'과의 연결이 분명해지기 시작하면 다음에 제기되는 질문은 이렇다. 어떤 새로운 비전이 조직의 창조적 프로세스에 접근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새로운 가치의 원천은 조직 내에서 어떻게 생성되는가? 이는 비전에서 현실로 나아가는 여정이며, 설득력 있는 새로운 아이디어가 어떻게 지극히 자연스럽게 조직의 행동을 야기하고 결과를 만들어내는가를 알아가는 과정이다. ==== 6. 학습 공동체 건설하기 ==== 우리 자신의 심층에 있는 질문과 열망이 조직의 핵심과 연결되면, 공동체는 발전한다. 새로운 학습 공동체, 공동의 목표와 공유 의미를 토대로 하는 관계 네트워크를 조율하는 일이 리더들에게는 전략이자 결과가 된다. ===== 진심과 의미를 담은 대화 ===== “이 모든 것이 어떻게 가능했는지 설명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오모타니의 설명이 이어진다. “이런저런 혁신을 가능하게 했던 원인으로 어느 하나를 콕 집어 말하기는 힘듭니다. 분명한 것은 대화의 결과물이라는 것입니다. 가장 중요했던 것은 매우 다양한 집단이 함께 이야기하는 능력을 키우는 일이었습니다. 서로 지지하는 사람들 사이에 협력 네트워크를 발전시키고, 이를 통해서 자녀에 대한 사람들의 깊은 관심을 자극하는 것이지요.” “공동체는 자신들에게 중요하고 의미 있는 질문을 던지고 해답을 찾는 구성원을 통해서 발전합니다.” 대규모 회의가 진정한 다이얼로그가 되게 하는 방법으로 월드 카페WorldCafe를 창시한 후아니타 브라운JuanitaBrown의 말이다. 다시 윈슬로처럼 레스 오모타니와 동료들도 심층 대화를 위한 공간을 만들어냈다. 그러한 공간이 만들어지면 부산물로 학습 공동체가 생긴다. 이러한 ‘사회적 공간’을 의식적으로 만들고 유지하려는 노력이 중요하다. 그러나 학습 공동체 창조가 통제하거나 조종할 필요가 없는 자연스러운 과정이라는 점을 깨닫는 것도 역시 중요하다. 실제로 이와 같은 과정을 통제하려고 하면 오히려 역효과가 나기 쉽다. ==== 7. 나와 다른 ‘타인’과 더불어 일하기 ==== 공동체의 좋지 않은 측면은 일종의 파벌이 생기거나, 심한 경우 광신자 집단 같은 분위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자신과 비슷한 사람, 대다수 사안에서 자신이 동의하는 사람들에게만 끌리고 그렇지 않은 타인을 배제하는 경우에 생기는 현상이다. 이러한 이유로, 일곱 번째 전략인 ‘다양성 수용’은 차별 금지나 단순한 정서를 넘어 리더들에게 핵심 지도 이념이 된다. ===== 전통적으로 협력하기 힘든 사람들을 잇는 다리 건설하기 ===== 로카는 젊은이들 사이에서 ‘경계를 넘나드는 다리 만들기’에 초점을 맞춘다. 그렇지 않을 경우 젊은이들은 자신의 현실이나 욕구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는 시스템 안에 갇힐 우려가 있다. “우리의 일은 항상 변화를 가져오는 관계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과 관련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공동체 내의 문제 이면에 존재하는 어떤 패턴을 파악하고 이해할 수 있도록 말입니다.” “그러다가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전혀 다른 분야에 있는 사람들의 관점에서 시스템을 보면 책임감이 더욱 강해진다는 것입니다. 자신의 편견이나 관점에 대한 집착이 사실은 스스로를 보호하려는 수단이었음을 알게 됩니다. 이와 같은 태도는 ‘나’를 넘어서서 다른 사람이 스스로를 돌아보며 자신의 편견을 보게끔 돕기도 합니다.” ===== 부문을 초월한 협력 ===== “그러다가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전혀 다른 분야에 있는 사람들의 관점에서 시스템을 보면 책임감이 더욱 강해진다는 것입니다. 자신의 편견이나 관점에 대한 집착이 사실은 스스로를 보호하려는 수단이었음을 알게 됩니다. 이와 같은 태도는 ‘나’를 넘어서서 다른 사람이 스스로를 돌아보며 자신의 편견을 보게끔 돕기도 합니다.” “우리 같은 대기업은 당연히 내적인 다양성을 증진시키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외적인 다양성에도 관심을 가지고 이를 증진시킬 필요가 있지요.” ===== 다양성의 다음 단계 ===== “제가 목격한 크나큰 변화 중의 하나는 자신과 많이 다른 사람들과의 협력 필요성이었습니다. 일하는 방식이 네트워크화되는 추세이기 때문에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 일하는 능력 역시 이전보다 훨씬 중요해졌습니다.” ==== 8. 학습 인프라 발전시키기 ==== 지금까지 소개한 사례들 가운데 다수가 학습 인프라 면에서의 혁신이 효과적인 학습 전략의 핵심 요소일 때가 많다는 사실을 증명한다. 조직이 성찰이나 시스템 사고를 지원하는 경영진의 역할을 만들거나 재정의하는 경우, 학습 인프라가 만들어진다. 정기적인 실습 공간을 마련하거나, 업무팀이 서로 정보를 공유하고 원활히 소통하게 해주는 기술 개발에 투자하는 관리자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이러한 부분이 간과되는 경우가 많다. 아마도 인프라상의 혁신은 새로운 지도 이념을 발표하는 것처럼 극적이지도, 새로운 도구나 방법처럼 구체적이지도 않기 때문이리라. 그러나 자원 배치와 맞지 않는 지도 이념을 발표해보아야 의미가 없으며, 활용 기회가 거의 없는 도구나 수단을 사람들에게 소개하는 것도 의미가 없기는 마찬가지다. ===== 학습 인프라 구축의 선구자 ===== 조직학습협회 네트워크를 통해 오랫동안 전략적 협력자 관계를 유지해온 미국 육군이야말로 학습 인프라 구축의 선구자라 할 수 있다. 육군이 생각하는 학습 인프라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포함된다. * 훈련과 공식 교육: 여기에는 웨스트 포인트에 위치한 육군사관학교 같은 입문 단계의 교육기관부터 대령이 장군으로 승진하기 전에 받게 되는 12개월 교육 프로그램을 주관하는 육군대학원까지가 모두 포함된다. * 실습: 모의 경험을 통해 배우는 다양한 유형의 (컴퓨터 혹은 실제) 시뮬레이션과 사후검토 같은 도구가 사용된다. 여기에는 며칠에 걸친 대규모 시뮬레이션이 수행되는 국립훈련센터 같은 기관도 포함된다. * 연구: 성공 사례와 그렇지 못한 사례를 분석하기 위한 실제 전투와 모의 전투 조사 및 연구로, 육군학습교훈센터 같은 기관이 대표적이다. 육군학습교훈센터는 이러한 연구를 통해 얻을 수 있는 통찰과 교훈을 밝혀내고, 이를 토대로 향후 교육이나 훈련 프로그램, 새로운 시뮬레이션, 궁극적으로 독트린을 만들어내는 작업을 책임지고 있다. * 독트린: 성공적인 지휘통솔에 대한 핵심 가정과 믿음을 분명하게 밝힌 최상위 정책. 독트린 전담 부서가 따로 있으며 장관급 중의 하나가 이끌고 있다. 육군이 이처럼 학습 인프라에 지속적으로 투자하는 것은 과거로부터 배우는 교훈이 중요하다는 확신이 있기에 가능했다. 참석한 임원들 대부분이 학습은 좋은 의도나 몇몇 도구보다 훨씬 많은 것을 필요로 한다는 통렬한 깨달음 속에서 현장을 떠난다. 학습이 진정한 영향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조직이 돌아가는 얼개 안에 깊이 섞여 들어가야 한다. 조직은 과거의 전략, 운영 방침 변경, 리더십 방식 등에서 어떤 것이 성공적이었고 어떤 것이 실패였는지 조사하고 살피는 작업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한다. 실제로 많은 이가 이러한 부분에 자원을 거의 투자하지 않는 조직의 행태가 직무태만에 가깝다는 결론을 내린다. 다양한 위치에 있는 리더를 이끄는 이론에 대한 진지한 고민 없이 그때그때의 상황을 보아 즉흥적으로 일을 처리하는 조직이 적지 않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는 새로 취임한 CEO가 조직에 과거 따위는 없었던 양, 완전히 새로운 전략을 밀어붙이는 것이 자신의 일이라고 생각하는 풍토도 이상할 것이 없다. ===== 다른 조직은 이를 진지하게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을까? ===== 앞에서 소개한 미국 육군의 다양한 학습 인프라 가운데 다른 조직에서 가장 흔히 발견되는 것은 훈련과 공식 교육인데, 그것마저도 재정적인 압박이 있으면 재빨리 삭감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실습, 연구, 독트린 같은 다른 인프라가 없으면 교육도 제대로 방향을 잡기 어렵고 실전에서 효과적으로 활용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나아가 학습 인프라의 결정적인 역할을 인정하는 경영철학이 없으면 이러한 상황이 개선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아마도 학습 인프라의 중요성이 전반적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진정한 이유는 경영자 대부분이 편협한 시각으로 단기성과 목표 달성에만 매달리고, 장기적 성과를 위한 능력 배양에 관심을 쏟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어느 CEO가 개탄조로 하는 말처럼 ‘의사결정과 관련된 인프라는 많고도 많은데 학습 인프라는 전무한’ 실정이다. === 명칭이 뭐가 중요해? === 사람은 자신의 전략과 리더십을 발전시키기 위한 일환으로써, 자신이 하는 일의 의미를 설명할 자신만의 언어를 찾아내야 한다. 자신이 하는 일을 어떻게 설명하느냐는 대단히 중요하다. 그러나 핵심은 사용하는 단어가 아니라 한 사람, 한 사람의 성찰, 실험, 한층 개방적인 태도 같은 개인적인 여정에 있다. }}} == 15. 리더의 새로운 과업 == {{{#!wiki multi-columns 하노버 보험사 Bill O'Brien 사장의 말을 인용하는 것으로 시작되었다. “학습조직이나 ‘메타노이아(인식의 전환)’에 대해 미국 전역을 누비며 다양한 사람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면, 그들의 반응은 항상 아주 긍정적입니다. 이처럼 많은 사람이 원하고 있음에도 정작 이러한 조직을 만들어내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 이유는 바로 리더십에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이러한 조직을 구축하기 위해서 정확히 어떤 헌신이 필요한지 사람들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 ‘리더’의 의미는? ==== “지도자가 되려면, 먼저 사람이 되어야 한다.” 지금으로부터 2,500년도 더 전에 중국의 유학자 공자가 했던 말이다. 유명한 유교 경전 <대학大學>에서 공자는 리더십 배양에 필요한 일곱 가지 ‘명상 공간’이라는 관점에서 개인 성장 이론을 전개했다. 그러나 공자만 그러한 주장을 했던 것은 아니다. 세계 각지에서 전해 내려오는 지혜를 보면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생각이기도 하다. 안타깝게도 리더십을 인간의 성장과 연결시켜 생각하던 이러한 관점은 현재는 거의 사라져버렸다. 요즘은 ‘리더leader’라는 단어가 주로 지휘와 관련된 권한을 의미하며, 고위 경영진과 동의어처럼 쓰인다. 그러나 우리가 그들을 리더라고 지칭하는 데는 더욱 넓은 의미가 담겨져 있다. 변화를 일으킬 힘은 위계질서상으로 조직 최상위에 있는 이들에게만 있으며, 아래에 있는 사람들에게는 그러한 힘이 없다는 메시지다. 이는 심각하고 비극적인 혼란을 이야기한다. 1. 첫째, 이는 최상위에 있는 사람을 제외하면 리더가 될 사람이 존재하지 않는 것이며, 따라서 아무도 변화를 일으킬 힘을 지니고 있지 않다고 단언한다. 2. 둘째, 훨씬 복잡하고 중요한 주제, 즉 다양한 위치에 있는 리더의 다양한 역할을 이해할 방법과 근원적 변화를 유지할 능력이 있는 리더 사이의 네트워크를 발전시킬 방법을 지나치게 한정하고 단순화한다. 우리는 오래 전에 이러한 혼란을 인식하고 ‘리더십 생태계ecology of leadership’라는 관점에서 현장 리더, 내부 네트워크 리더, 임원 리더들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조직학습협회 네트워크 안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학습 문화 구축 노력을 살펴본 결과, 방식은 달라도 이러한 세 유형의 리더가 핵심이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현장 리더:: 혁신적인 관행을 일상 업무에 통합하는 과정에서 반드시 필요한 존재다. 시스템 사고 도구의 효과를 시험하고, 정신모델에 대처하고, 대화를 심화시키고, 사람들의 현실과 연결된 공유 비전을 만들고, 학습과 노동이 통합된 업무 환경을 만드는 모든 일은 이들 없이는 힘들다. 효과적으로 일하는 현장 리더들이 없으면 새로운 아이디어가 아무리 설득력이 있다고 할지언정 실제 행동으로 옮겨지지 못하며, 위에서 내려오는 변화 시도 또한 좌절되기 쉽다. 네트워크 리더:: 말하자면 도우미이자 씨앗 운반자이자 일종의 연결 장치 같은 역할을 한다. 이들은 업무 현장의 능력을 배양하고 새로운 관행을 통합하는 과정에서 현장 리더들과 긴밀하게 협조할 때도 많다. 또한 새로운 아이디어와 관행을 업무 그룹 사이에 퍼뜨리는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며, 혁신적인 현장 리더들을 서로 연결시켜주는 데도 반드시 필요한 존재다. 나아가 이들은 성공적인 혁신과 중요한 학습 및 지식을 퍼뜨릴 더욱 큰 네트워크를 만든다. 임원 리더:: 혁신과 변화에 필요한 전반적인 환경을 조성한다. 이들은 전체로서 조직의 목적, 가치, 비전과 관련된 지도 이념을 만드는 과정을 이끈다. 이러한 아이디어가 반드시 이들에게서 나올 필요는 없으며, 조직 어디서든 다양한 입장으로부터 생겨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이들은 조직에 있어서 신뢰할 수 있으며 고무적인 지도 이념이 존재하도록 보장하는 책임을 맡아야 한다. 또한 임원 리더는 잘못 설계된 성과 측정 방법이나 보상제도 같은 혁신을 저해하는 구조적 장애물을 처리함에 있어서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더불어서 이들은 직원이 기업의 가치와 열망을 믿고 따를 수 있도록, 그것을 직접 구현하고 실천하는 좋은 역할 모델이 되기도 한다. 여러 가지 면에서 변화에 가장 중요하지만, 동시에 가장 소홀히 되고 있는 요소가 바로 위계질서상의 권한이 미치는 상징적인 영향이다. 효율적으로 일하는 임원 리더는 ‘말보다 행동이 훨씬 강한 메시지를 전달한다’는 오랜 금언을 받아들이고 직접 실천한다. 그것이 어느 조직에서든 가장 눈에 띄는 사람에게 특별히 분명하게 적용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세 유형의 리더는 서로를 필요로 한다. 현장 리더는 변화를 가로막는 시스템상의 장벽을 이해하고 해결하기 위해서 임원 리더가 필요하고, 홀로 고립되지 않고 동료에게서 배우기 위해 네트워크 리더가 필요하다. 네트워크 리더의 입장에서는 아이디어를 실제로 테스트하기 위해서 현장 리더가 필요하고, 특정 현장에서 얻은 통찰을 조직 전체의 지침과 기준으로 바꾸기 위해서 임원 리더가 필요하다. 임원 리더는 전략적인 목표를 관념에서 현실의 가능성으로 바꾸기 위해서 현장 리더가 필요하고, 학습과 변화에 적합한 더욱 확장된 네트워크를 구축하기 위해서 네트워크 리더가 필요하다. 이 책의 초판에서 나는 이와 관련하여 다음과 같이 말했다. “리더란 방향을 정하고, 중요한 결정을 내리고, 집단에 활력을 불어넣는 특별한 사람이라고 보는 전통적인 관점은 지극히 개인적이고 비非시스템적 세계관에 깊이 뿌리를 박고 있다. 특히 서구에서의 리더는 영웅, 즉 위기 시에 ‘전면에 나서는’ 위대한 남성(아주 드물게 여성이 되기도 한다)이다. 그러한 통념이 만연되어 있는 한 시스템적인 힘과 공동 학습보다는 단기간의 사건과 카리스마 넘치는 영웅에 집중하는 분위기가 한층 강화될 수밖에 없다. 리더십을 보는 이러한 전통적 관점의 이면을 들여다보면 기본적으로 인간은 무력하고, 개인적인 비전도 없고, 변화에 필요한 힘을 다루지 못하는 무능한 존재이며, 소수의 위대한 리더만이 이러한 결점을 바로잡을 수 있다는 가정을 토대로 하고 있다.” 그러나 학습조직에서 리더십을 보는 새로운 관점은 그보다 미묘하고 중요한 임무에 중점을 두고 있다. 학습조직에서 리더는 설계자이고 교사이며 봉사자이다. === 설계자로서 리더 === ‘여러분이 속한 조직이 원양 항해를 하는 배이고, 여러분은 배의 리더라고 상상해봅시다. 그렇다면 여러분의 역할은 과연 무엇일까요?’ 나는 오래 전부터 관리자 집단을 앞에 두고 이러한 질문을 던져왔다. 사람들이 간과한 리더의 역할은 바로 배의 ‘설계자’이다. 설계자만큼 배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치는 사람도 없다. 설계자가 키가 좌현으로만 돌아가도록, 혹은 우현으로 돌리는 데는 여섯 시간씩 걸리도록 만들었다면, 선장이 ‘우현으로 30도’라고 말해보아야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설계가 엉망인 조직에서 리더가 되어 보아야 제대로 성과를 올리기란 불가능하다. 공학 시스템 환경에서는 설계자라는 개념이 비교적 선명한 반면, 이를 사회 시스템 환경으로 가져다놓으면 그렇게 간단하지가 않다. 조직이라는 환경에 놓인 리더로서 우리는 어떤 사물, 말하자면 자신과 분리된 무언가를 설계하는 것이 아니다. 자신을 설계자로 생각하면, 조직은 일종의 기계, 말하자면 재설계되어야 하는 기계라고 생각하고 싶은 유혹이 한층 강해진다. 그러나 우리는 외부자가 아닌 시스템의 참여자이며, 자동차를 다시 설계하듯이 ‘유기적 시스템’을 재설계하지는 않는다. 조직을 ‘살아 있는 시스템’이라고 인정하는 리더들은 설계 작업에 다르게 접근한다. 그들은 자신이 새로운 측정 기준, 공식적인 역할과 공정, 인트라넷 웹사이트, 혁신적인 회의 같은 인위적인 구조를 만들어낼 수는 있지만, 사람들이 이러한 구조나 프로세스를 활용하고 중요한 회의에 적극적으로 참석해야 무엇인가가 일어난다고 본다. ==== 반복적 설계와 학습 인프라 ==== 일과 학습을 효율적으로 통합하는 학습 인프라는 처음부터 완전한 형태를 갖춘 채로 등장하지 않으며, 오히려 시간을 두고 서서히 발전한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학습 인프라의 가치를 인정하고 열린 마음으로 설계 과정을 반복하는 것을 꺼리지 않는 리더의 역량이다. 새로운 인프라는 실험을 마다하지 않는 적극성에서 시작된다. 2003년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회사 사우디 아람코Saudi Aramco의 기술 및 운영서비스 사업부는 대규모 회의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WorldCafe’라는 새롭고 급진적인 방법을 활용하기로 결정했다. 조직 내 리더 집단과 소규모 업무팀은 여러 해에 걸쳐 시스템 사고와 관련 학습 수단을 활용하여 문제 해결 능력을 향상시키고 사업전략을 명확히 하고자 노력해왔다. 그러나 그러한 작업에 조직 전체를 끌어들이지는 못했다. 그렇게 되자 ‘우리밖에 없다’는 고립감이 들기 시작했다. “우리가 하는 일은 회사의 다른 부분과 연결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조직과 보조를 맞추지 못했고, 새로운 사고를 다른 부문으로 확산시키지도 못했습니다.” 알-아이드는 2002년 여름 이집트에서 열린 조직학습협회 임원 워크숍에 참석했을 때 WorldCafe라는 방법을 직접 보았고, 어떻게 하면 이것을 대규모 학습에 활용할 수 있을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오랫동안 조직학습협회 네트워크에 참여해온 후아니타 브라운JuanitaBrown과 데이비드 아이작스DavidIsaacs가 개발한 월드 카페는 대규모 집단 다이얼로그에 유용한 간단하면서도 강력한 틀을 제공한다.(3) 이는 먼저 여러 개의 작은 카페 탁자에 사람들을 앉히고, 그들에게 중요한 의미가 있는 공통의 질문이나 주제에 관심을 집중하게 하는 데서 시작된다. 사람들이 탁자를 옮겨가며 이야기를 나눔에 따라 소규모로 이루어지는 친밀한 대화가 서로 연결되기 시작한다. 몇 시간 동안 참석자들은 소규모로 이루어지는 다수의 대화에 참여하면서 동시에 전체로서 집단이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이해하게 된다. “이러한 과정은 저에게 커다란 도움이 되었습니다.” 알-아이드의 설명이다. “워크숍 참석자들은 성장 배경이나 직업이 다른 실로 다양한 사람들이 매우 유사한 문제로 고민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다양한 관점을 접하게 해주는 이러한 프로세스가 이해에 크게 도움을 주었지요.” ‘카페 2003’은 새로운 방향으로 향하는 발걸음이었지만, 어디까지나 첫걸음에 불과했다. “행사가 끝나고 우리는 해당 행사가 실제로 사람들의 생각과 행동에 얼마나 영향을 미쳤는지 알아보는 조사를 진행했습니다. 기존의 소통 시도에 비하면 훨씬 좋은 결과가 나왔지만, 아직 만족스럽지는 않았습니다. ‘이것이 나에게 어떤 의미지?’라는 질문을 던지고 충분한 시간을 들여 답을 찾지 않으면, 결국 사람들은 그것이 자신에게 미치는 영향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끝나버립니다.” 이어서 알-아이드와 동료들은 ‘시야’라고 불리는 모임을 기획해 다양한 조직을 모아서 이러한 사안이 그들의 일상 업무 및 활동과 어떻게 연결되는지에 대해 이야기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이어서 ‘시야 선명’이라는 이름의, 15명에서 25명 정도가 참여하는 소규모 대화 자리도 마련했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 알-아이드는 1,000명이 넘는 직원을 직접 만나 변화의 필요성과 관련된 이야기를 나누었다. ‘카페 2003’은 새로운 방향으로 향하는 발걸음이었지만, 어디까지나 첫걸음에 불과했다. “행사가 끝나고 우리는 해당 행사가 실제로 사람들의 생각과 행동에 얼마나 영향을 미쳤는지 알아보는 조사를 진행했습니다. 기존의 소통 시도에 비하면 훨씬 좋은 결과가 나왔지만, 아직 만족스럽지는 않았습니다. ‘이것이 나에게 어떤 의미지?’라는 질문을 던지고 충분한 시간을 들여 답을 찾지 않으면, 결국 사람들은 그것이 자신에게 미치는 영향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끝나버립니다.” 이어서 알-아이드와 동료들은 ‘시야’라고 불리는 모임을 기획해 다양한 조직을 모아서 이러한 사안이 그들의 일상 업무 및 활동과 어떻게 연결되는지에 대해 이야기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이어서 ‘시야 선명’이라는 이름의, 15명에서 25명 정도가 참여하는 소규모 대화 자리도 마련했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 알-아이드는 1,000명이 넘는 직원을 직접 만나 변화의 필요성과 관련된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러한 질문과 발상의 전환 덕분에 속도가 붙기 시작했고, 카페 프로세스는 더욱 발전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우리는 사람들을 참여시키는 방법, 주주의 관심과 직원의 업무를 연결하는 방법에 대해 더욱 많이 배우고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또한 이처럼 기존과는 다른 색다른 소통방식이 우리 내부적으로는 효과가 있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WorldCafe’는 유용한 방법이지만, 모든 문제를 해결해주는 마법의 묘약은 결코 아니다. 사우디 아람코에서 시도한 ‘월드 카페’ 이야기는 학습 인프라 ‘설계자’가 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가에 대해서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1. 첫째, 설계자는 소통과 학습에 대한 중요한 욕구가 충족되지 않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2. 그리고 그러한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기존의 틀을 깨고 전혀 다른 무언가를 하려는 용기와 상상력을 가져야 한다. 3. 이어서 달성된 결과를 비판적으로 보면서 방식과 수단을 조정하고 수정하려는 열린 태도를 가져야 한다. 처음부터 모든 것이 해결되리라고 기대할 것이 아니라, 인내심과 지속하고자 하는 의지를 가지고 임해야 한다. 4. 마지막으로 설계자라는 역할에 있어서 리더는 과정을 통제해야 한다는 생각을 버리고, 다른 이들이 각자의 상황에 맞춰 인프라를 발전시키도록 허용해야 한다. ==== IT 인프라 ==== 개인이 가진 지식이 조직에서의 지위와 급여를 결정하는 그러한 문화에서는 ‘새로운 컴퓨터 인프라를 도입하면 사원들이 협력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순진한 생각이다. 이러한 인프라는 기존 문화를 바꾸기보다는 오히려 더욱 강화하는 쪽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훨씬 높다. “HP의 인쇄 본부에서 SAP 시스템 구축을 지휘할 때, 팀의 80퍼센트는 재무, 조달, 생산 부서 사람들이었고, 팀 전체가 물리적으로 같은 공간에서 일했습니다. 누가 IT 부서 출신이고, 누가 사업 부서 출신인지 구별할 수가 없었지요. 사실, 당시 우리는 새로운 툴tool을 설치한다기보다는 일하는 방식을 바꾸는 작업을 하고 있었습니다. 여러 해 뒤에 HP 직원용 포털 인트라넷과 지식경영 프로젝트를 지휘하는 업무를 맡았을 때도 우리는 같은 방식으로 접근했습니다. 핵심 전략은 HP 전체 직원이 기술을 통해 서로와 연결되고 힘을 합치는 방법을 찾는 것이었습니다. 궁극적으로는 조직이라는 경계를 넘나드는 지식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확장하자는 것이었지요. 그것은 기술 자체보다 훨씬 중요했습니다.” 현실의 축소판으로 실습의 공간이 되는, 축소세계microworld 같은 새로운 학습 인프라도 같은 생각에서 이끌 필요가 있다. 처음 이 책을 집필했을 때 나는 이러한 모의실험 및 훈련 학습 인프라가 미래 학습 인프라의 핵심이라고 생각했고, 해당 장의 부제에서 과감하게 이것을 ‘학습조직의 기술’이라고 선언했다. 그동안 모의실험 활용이 이전에 비해 훨씬 일반화되고 활용 범위도 넓어진 것이 사실이지만, 내가 기대한 만큼의 효과는 아직 나타나지 않았다. 그 원인은 기술을 지나치게 강조한 반면(여기에서는 시뮬레이션 모델), 실제 학습과 변화에 초점을 맞추는 인내심이 필요한 반복적 설계 과정에는 거의 신경을 쓰지 않는 태도라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 지도 이념 ==== 설계를 ‘살아있는 시스템’의 일부로 보는 태도는 지도 이념의 ‘설계’와 같은 한층 미묘한 설계 작업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빌 오브라이언은 “많은 이가 조직 설계를 그저 면과 선을 이리저리 옮기는 것으로 오해하고 있다.”면서 조직 설계의 첫 번째 과제는 ‘사람들이 바라보며 생활할 목적, 비전, 핵심 가치와 같은 지도 이념을 고안하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그런데 경영진이 부지런히 비전과 사명 선언(미션)을 내놓아도 직원이 이것을 경영진과는 다른 방식으로 해석하고 행동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 이러한 상황을 이해한다면 당연히 전략도 달라질 것이다. 이것을 염두에 두고 지도 이념 만들기에 착수하면, 다음과 같은 일곱 가지가 달라진다. 1. 첫째, 표현이 제대로 되었는지에 신경을 쓰기보다는 사람들을 참여시키는 데 더욱 관심을 쏟게 된다. “예전에는 파이를 제대로 구워내기 전에는 사람들 앞에 내놓아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교사나 학교 관리자, 지역사회 구성원과 함께 팀을 이루어 학습하고 협력하는 것에 익숙해지면서, 우리는 설구워진 아이디어와 비전을 손에 들고 사람들을 찾아가게 되었습니다. 그들이야말로 세부사항을 함께 계획하고 해결하기 위한 협력자였으니까요. ‘우리에게는 선택지가 있으니, 어떤 것으로 정할지 함께 찾아야 합니다.’ 신뢰를 보여주면서 이렇게 말하는 것이지요.” 2. 둘째, 지도 이념 개발에 더욱 많은 시간을 투자할 마음자세를 가지게 된다. 윈슬로가 이끄는 팀은 꼬박 1년이 걸려서 고객과 어떤 관계를 맺고 싶은지에 대해 네 가지의 지도 원칙을 도출했다.(5) “중요한 것은 우리가 약속이라는 측면에서 우리의 정체성을 표현해줄 원칙을 찾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원칙의 진가를 충분히 인식하고, 그것에 맞춰서 생활하는 것이 우리의 팀을 구축하는 핵심 과정이었습니다. 3. 셋째, 윈슬로의 마지막 말이 함축하고 있듯이 지도 이념이 어떻게 활용되는가에 초점을 맞추게 된다. 빌 오브라이언은 비전이나 가치가 참된 것인지 혹은 ‘번지르르한’ 헛소리에 불과한 것인지를 판단하는 데 이러한 기준을 적용한다. “하루를 마치는 시간에 스스로에게 이렇게 묻습니다. ‘우리의 비전과 가치는 오늘 내가 내린 결정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지?’ 만약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면 우리의 비전과 가치는 그저 헛소리일 가능성이 농후하지요.” 이 마지막 요점은 지도 이념에 대해 사람들이 품고 있는 가장 흔한 오해 중의 하나를 명확하게 보여준다. 우리는 표현을 예쁘게 만드는 데 집착할 우려가 있다. ‘이것은 맞는 비전인가?’라는 질문조차도 잘못된 것이다. 표현에 대한 집착 때문에, 아름다우며 심지어 감동까지 주지만 실제로 변화를 전혀 만들어내지 못하는 비전 선언이 나오게 된다. 한편 지도 이념 분야에서 노련한 기교를 자랑하는 설계자는 “중요한 것은 비전이 무엇이냐가 아니라, 비전이 무엇을 하느냐?”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들은 비전을 비롯해서 여러 가지 지도 이념을 사람들의 에너지를 동원하고 집결시키는 수단으로 생각한다. 그러므로 어떤 모습이냐가 아니라, 어떤 영향력을 가지느냐로 판단한다. 또한 지도 이념이란 항상 진행 중인 상태이지 결코 완결된 형태가 아니라는 것을 잊지 않는다. ==== 설계자가 받는 보상 ==== 리더의 설계 작업은 광범위하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일이지만, 정작 설계자에게는 대체로 공로가 돌아가지 않을 때도 많다는 것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 오늘 명확하게 드러난 훌륭한 설계의 성과가 알고 보면 오래 전 과거의 작업에 따른 것일 수가 있으며, 마찬가지로 오늘 행한 작업으로 인한 이득이 먼 미래에 나타날 수도 있다. 좋은 설계의 특징은 위기가 없는 상황을 만드는 것이다. 그러므로 ‘리더로서 조직을 위기에서 구하는 영웅’이 되어 주목을 받을 기회도 없다. 이미 2,500여 년 전에 중국의 사상가 [[노자]]老子는 ‘더없이 훌륭한 설계에서는 지도자와 그가 지닌 리더십이 거의 보이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유창한 웅변조로 지적한 바 있다. * 사악한 지도자란 사람들이 욕하는 사람이다. * 좋은 지도자란 사람들이 존경하는 사람이다. * 위대한 지도자란 사람들이 “우리 스스로 해냈어!”라고 말하며, 그에 대해 언급하지 않는 그러한 사람이다. 이러한 유형의 리더십에도 당연히 보상이 따른다. 이것을 실천하는 리더는 구성원들이 진정으로 관심을 가지는 결과를 만들어낼 능력을 갖춘 조직의 일원이 되는 데서 깊은 만족감을 느낀다. 실제로 그들은 전통적인 리더에게 주어지는 권력과 칭송보다 이러한 보상이 훨씬 오래 간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 교사로서의 리더 === 훌륭한 교사란 주변 사람이 그를 통해 배우는 사람이다. 훌륭한 교사는 학습을 위한 공간을 만들어내고 그곳으로 사람을 이끈다. 반면에 노련하지 못한 교사는 자신이 무엇을 가르치고, 어떻게 가르치고 있는가에만 집중한다. 로버트 그린리프RobertGreenleaf는 1920년대 중반부터 1960년대 중반까지 AT&T에서 재능 있는 여러 리더를 만나 함께 작업한 뒤에 얻은 결론을 토대로 ‘사람을 키우는 존재’로서 리더를 더없이 아름답게 표현했다. 그린리프는 사람들에게 봉사하려는 욕구를 위대한 리더의 핵심 동기로 규정했고, 그러한 리더인지의 여부를 알려주는 핵심 지표로 주변 사람의 성장을 꼽았다. 또한 그린리프는 이와 같은 요건을 충족하는 리더를 ‘섬기는 리더ServantLeader’라고 칭했다. “어떤 사람이 섬기는 리더인지 알아보는 가장 좋은 질문은 이렇다. 섬김을 받는 이들이 인간으로서 성장했는가? 그들은 더욱 건강해지고, 현명해지고, 자유로워지고, 자율성이 높아지고, 나아가 스스로 섬기는 사람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아졌는가?” ==== 조직 역량에서 빈틈 찾기 ==== 조직 내의 만족스럽지 못한 의사소통이나 중대한 협력 필요성에 대한 인식이 설계 작업을 활성화하는 촉진제 역할을 하는 것처럼, 교사로서 리더의 업무도 조직에 부족한 중요 역량에 대한 인식에서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 “어떤 의미에서 저는 대화에서 얻는 구체적인 결과에는 관심이 없었습니다. 대화 자체에 더욱 흥미가 있었지요. 저는 중요한 방면으로 대화가 뻗어나갔으면 하는 생각에서 매우 다양한 주제를 선택했습니다. 세계화와 대처 방법, 우리가 받을 영향 등에 대한 이야기도 했었지요. 예를 들자면, 우리는 회계전문가 J. 토머스 존슨J. ThomasJohnson과 함께 숫자의 횡포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중요한 것 중의 많은 부분이 측정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잘 알면서도, 강박적이다 싶을 만큼 측정 가능한 것에 초점을 맞추어 기업을 운영하는 경향에 대해서 이야기했습니다.(7) 정말 흥미진진한 대화였지요. 사람들은 자신이 관심 있는 사안에 대해 이야기할 공간이 주어졌다는 사실을 아주 반겼습니다. 처음의 대화 주제가 무엇인가는 사실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대화는 항상 자체 생명을 가지고 뻗어나갔으니까요.” 새로운 역량을 구축하려는 노력의 효과를 측정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단순히 사람들이 지속적으로 참석하는가, 그렇지 않은가가 성공을 가늠하는 지표 중의 하나임에는 분명하다. 콕스가 진행한 살롱은 성과 위주의 BP 문화와 충돌되는데도 사람들이 지속적으로 참석했다. 콕스와 함께 일한 고위 간부 중 하나는 “비비엔이 진행하는 회의 때문에 죽겠다.”고 하소연하면서도 빡빡한 일정에 어떻게든 시간을 내서 가능한 한 자주 참석했다. 콕스가 소집하지 않으면 살롱 모임이 자체로는 지속되지 않았기 때문에 콕스 자신은 효과에 확신이 없었다. “살롱이 일종의 씨앗이 되어 비슷한 요소를 많이 가지고 있는 다른 것들이 탄생했다는 사실을 깨닫기 전까지 저는 많이 실망했었지요. 어쩌면 사람들은 제가 했던 그대로 할 만한 힘이나 권한이 없다고 느꼈을지도 모릅니다. 그냥 그렇게 하고 싶지 않았을지도 모르지요. 아무튼 저는 이러한 대화에서 영향을 받아 모임을 개최하거나 워크숍을 조직하거나 하는 등의 새로운 방식으로 이슈를 탐구하는 이들도 있다는 것을 알았지요.” 살롱은 또한 콕스에게 중요한 역량의 빈틈을 줄일 학습 환경을 창출하는 과정에서 귀중한 교훈을 가르쳐주었다. 콕스가 더욱 높은 자리로 승진한 뒤에 특히나 중요해진 교훈이었다. “제가 모든 것에 직접적으로 관여할 수 없는 상황에서 이러한 범위와 규모의 조직을 어떻게 이끌어야 할까요? 저에게는 신중하게 계산하여 극히 일부 요소에만 개입한다는 것이 비결이자 전략이었습니다. 예를 들어 어떤 전략회의에 사람들을 불러 모았을 경우, 저는 공간을 마련하고 의도를 설명하는 부분까지만 직접 통제합니다. 제가 진정 중요하다고 느끼는 부분이지요. 나머지는 통제하지 않습니다. 참석한 사람들이 대화와 상호작용을 통해서 스스로 통제하고 관리하지요.” ==== 교사의 딜레마 ==== 초판에서 나는 ‘힘을 주는 현실관’을 발전시키도록 사람들을 도울 근본적인 필요가 있다는 말을 했다. ‘힘을 주는 현실관’이라는 말은 미래 설계에 대한 자신감을 해치기보다는 강화하는 현실관을 말한다. 사실, 대다수 조직에서 구성원 대부분이 인식하는 ‘현실’은 자각해야 하는 부담, 대처해야 하는 위기, 받아들여야 하는 한계 등을 의미한다. 그렇게 현실을 정의한다면 비전은 달성 가능한 목표가 아니라, 헛된 공상 혹은 최악의 경우에는 냉소적인 망상이 된다. 사람들이 현실을 한계의 근원이 아니라, 비전을 만들어낼 수단이자 매개체로 보도록 도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것이 바로 ‘교사로서 리더’가 해야 하는 핵심 과제이다. 한 가지 방법은 사람들이 문제를 단순히 단기적인 사건이 아니라, 기저의 시스템 구조 및 정신모델이라는 관점에서 보도록 돕는 것이다. 이러한 방법은 현실을 만들어내는 힘을 알고, 우리가 그러한 힘의 일부라는 사실을 제대로 인식하는 데 도움이 된다. 나아가 우리가 힘의 일부임을 인식하면 당연히 어떻게 그것에 영향을 미칠지도 알게 된다. 그러나 시스템 사고 능력을 기르는 데는 시간이 걸리고 인내가 필요하며, 이러한 길에 헌신하는 리더라면 예외 없이 직면하는 딜레마가 하나 있다. 학습자가 어려운 신기술을 익히도록 돕는 교사라면 누구에게나 익숙한 딜레마이기도 하다. 애덤스는 그러한 방식의 개입에 두 가지 문제가 있음을 깨달았다. 1. 첫째, 사람들에게 시스템의 힘을 파악하는 능력을 거의 길러주지 못했다. 2. 둘째, 애덤스 자신이 필요한 변화가 일어나도록 자원을 통제했기 때문에 개입이 성공적이었지, 그렇지 않았다면 실패했으리라는 것이었다. 애덤스를 비롯해 시스템 사고를 관장하는 팀은 대부분의 기업 문제에서 영향을 미칠 뿐, 실제 결정이나 행동에는 관여하지 않는다. 다양한 사람들이 상황을 보는 새로운 방식에 따라 다양한 조치를 취해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다른 사람들이 볼 수 있게끔 그림을 그려줘야 합니다. 그보다 좋은 것은 그들 스스로 그림을 그리도록 돕는 것이지요.” 애덤스의 말이다. 애덤스도 알고 있는 것처럼 이러한 딜레마에 제대로 대처하지 않으면 ‘부담 떠넘기기’ 역학이 발생한다. 중요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부담을 ‘상황을 분석하고 통찰을 내놓는 전문가 집단’에게 떠넘기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전제 조직의 역량을 키워야 한다는 필요성과 압박이 사라진다. 개인의 입장에서는 대신 문제를 해결해주는 전문가를 두는 데 점점 익숙해지고, 스스로의 능력을 키워야 한다는 동기부여가 되지 않는 상황에 직면한다. 시간이 흐르면서 부담은 증가하고, 사람들은 더욱 전문가에게 의존하게 된다. 문제는 해결될지 모르지만 조직의 역량은 항상 제자리걸음이다. 대부분의 ‘부담 떠넘기기’ 상황에서 이를 타개할 성공적인 전략은 단기적인 사건과 문제에 장기적인 능력을 개발하는 방향으로 대응하고, ‘사건 중심 시스템 사고’와 ‘능력 개발 중심 시스템 사고’를 연결 짓는 것이다. ==== 교사 자신이 먼저 학습자가 되라 ==== 진정한 교사가 되려면, 먼저 학습자가 되어야 한다. 실제로 학습에 대한 교사 자신의 열정은 교사로서의 전문성만큼이나 학생들을 고무시킨다. 마찬가지로 조직학습 도구와 원칙에 헌신하는 관리자도 말만 하는 ‘옹호자’나 ‘설교자’에 머물지 말고 직접 실행하는 ‘실천가’가 되어야 한다. “HP에서의 직장생활을 돌아보면, 참으로 능력 있고 솜씨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났구나 싶습니다. 하지만 결국 가장 유능한 리더가 되었던 사람은 위치와 역할이 무엇이었든 그저 진정한 학습자였습니다. 무엇이 되었든 과거에 이미 이룬 것은 그들의 자아상에서 중요하지 않아 보였습니다. 그러한 사람은 인간으로서 성장해야 한다는 욕구를 항상 잊지 않았고, ‘학습이라는 게임’은 항상 지금 여기에서 무엇이 효과적인가를 알아내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을 요구한다는 사실도 잘 알고 있었습니다. 회사가 번창할 때는 중요한 위치에 있는 많은 이가 학습자로서의 태도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렇지 못할 때는 회사가 고전을 했지요.” 리더는 학습자가 되어야 한다는 머튼의 주장은 지극히 당연한 것처럼 보이지만, 그것의 함의를 제대로 이해하는 데는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 매우 헌신적인 사람에게는 특히 그렇다. 깊은 헌신 때문에 학습의 필요성을 보지 못할 수가 있기 때문이다. === 봉사자로서의 리더 === <섬김의 리더십Servant leadership>에서 그린리프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섬기는 리더는 애초에 남을 섬기는 봉사자가 된다. 이는 봉사하고 싶은 자연스러운 감정에서 시작된다. 이어서 의식적인 선택으로 리더가 되어 이끌기를 열망하게 된다. 이러한 사람은 애초에 남다른 권력욕을 만족시키기 위해서 혹은 물질적인 부를 얻기 위해서 리더가 되는 사람과는 분명한 차이를 보일 수밖에 없다.” 리더로서 자신이 이끄는 사람들을 섬기고 봉사하는 개념이 지나치게 이상주의라고 생각될지 모르지만, 나는 해당 개념이 지극히 현실적이기도 하다고 확신한다. 언젠가 해병대 대령에게 섬김의 리더십이 해병대에서 그렇게 널리 받아들여진 이유가 무엇인지 물은 적이 있다. 그의 대답은 이러했다. “실제 전투에서 그러한 모습이 반복적으로 보입니다.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에서 사람들은 자신이 신뢰하는 지휘관만을 따르게 됩니다. 부하들의 안녕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여겨지는 그러한 지휘관 말이지요.” 당시 했던 말을 돌아보면 두 가지 역설이 숨어 있음을 알 수 있다. 1. 첫 번째 역설은 확신과 헌신에 관련되며, 2. 두 번째 역설은 보존과 변화에 관련된다. ==== 섬김의 리더십의 역설 ==== 어떤 사람이 내가 말하는 원대한 목적을 가지고 있다는 말은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에 대해 확신을 가지고 있다는 의미가 된다. 이러한 확신은 심지어 일종의 폐쇄성을 암시할 수도 있다. 역으로 이러한 확신이 부족한 사람은 원대한 목적이 없으며, 따라서 리더로서 한계가 있다고 결론지을 수도 있다. 한편으로 나는 목적, 그리고 목표에 대한 확신은 자체적인 위험을 안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위험은 현대 세계에서 자주 나타나는 것이기도 하다. 미국의 철학자 에릭 호퍼Eric Hoffer는 <맹신자들The True Believer>이라는 날카로운 분석서에서 헌신적인 사람과 맹신자를 궁극적으로 구분 짓는 것이 무엇인지 묻는다.(10) 호퍼의 결론은 ‘확신’이다. 맹신자는 자신이 옳다고 확신한다. 호퍼의 정의에 따르면, 자신이 정답을 안다는 확신을 가지고 행동할 때마다 우리는 대의에 상관없이 맹신자로 행동하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이와 같은 사람에게는 세상을 흑백논리로 보는 폐쇄적인 측면이 있다. 반면에 진정한 헌신은 항상 어느 정도의 의문 및 불확실성과 공존한다. 이러한 의미에서 헌신은 사실 강박이라기보다는 선택이다. 섬김의 리더십의 두 번째 역설, 보존과 변화는 어떤 의미에서 리더십은 항상 변화와 관련된다는 당연한 사실에서 기인한다. 리더들은 개인적으로든 집단적으로든 사물의 질서를 다르게 만들어내고자 노력한다. 그들의 초점은 당연히 새로운 것, 탄생하려 하는 것에 맞춰져 있다. 내면의 목적의식이 리더들에게 그렇게 중요한 이유 중의 하나는 그것이 그들을 붙들어 매는 일종의 ‘닻’ 같은 역할을 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새롭게 떠오르는 것을 추구하지만, 한편으로 그들은 어떤 것을 지키고 보존하려는 파수꾼이기도 하다. 그런데 그들이 보존하고자 하는 것이 역설적이게도 변화를 가능하게 하는 열쇠다. 이러한 현상은 도로시 하마치-베리가 국제금융공사 관리자들이 ‘성공한 사기업과 지속가능개발과 조화를 이루고자 하려는 열망’과 연결되게끔 도왔던 때도 나타났다. 인텔의 데이브 마싱이 자신과 동료들이 건강한 생활방식을 유지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지키고 보존하고자 하는 욕구가 변화의 동력이 되었다. 칠레의 생물학자 HumbertoMaturana는 진화가 ‘보존을 통한 변화’ 과정이라고 말한다. 마투라나에 따르면 자연은 몇몇 근본적인 특징은 보존하면서도 이외의 모든 것은 마음껏 변화하도록 풀어주는 속성이 있다. 간단한 예가 동물 세계에서의 ‘좌우 대칭’이다. 눈과 귀가 두 개고 다리는 네 개인 것 등이 모두 좌우 대칭의 특징을 반영한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좌우 대칭을 지킨다는 제약 안에서 일어나는 엄청난 진화의 다양성이다. 변화를 이끌고자 하는 리더가 “우리가 보존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핵심 질문을 망각할 때가 종종 있다. 변화는 속성상 우리 모두에게서 두려움을 유발한다. 미지에 대한 두려움, 실패에 대한 두려움, 새로운 시스템에서는 자신이 필요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등. 변화가 필요한 것에만 강박적으로 집중하고 보존하고자 하지 않는다면, 사람들이 변화에 대해 느끼는 두려움은 한층 증폭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변화에도 불구하고 보존하고자 하는 것을 명확히 하는 경우, 사람들은 변화로 인한 두려움 중의 일부에서 벗어날 수 있다. 리더가 의식적으로 이러한 원칙을 적용하면서 꼼꼼히 살피면, 보통은 사람들이 근본 정체성과 관계를 보존하고자 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혁신가로서 자신의 정체성, 빈곤 퇴치에서 동업자 관계, 서로의 정신적 육체적 안녕 등이 대표적인 예가 되리라. ==== 권력과 야망의 본질 ==== 안타깝게도 진정한 섬김의 리더십을 보여주는 예는 소수에 불과하며, 오늘날 많은 이에게 보다 친숙한 리더십 현실은 권력 남용으로 대표되는 섬김의 리더십 붕괴 현상이다. 드물게 존재하는 진정한 섬김의 리더십 때문에 이러한 안타까운 현실이 더욱 부각되는 것도 사실이다. “제가 보기에 오늘날 세계가 직면한 최대의 문제는 소수의 수중에 권력과 부가 집중되는 현상입니다. 소수에게 이처럼 많은 권력과 부가 집중된 적은 일찍이 없었습니다.” 비자 카드사의 창립자 디 혹의 말이다. 그러나 권력과 권위를 나누어주는 것이 개인 내면의 깊은 욕구와 충돌할 때가 종종 있다. 고위 경영자들의 경우가 특히 그렇다. "안타깝게도 중앙의 본사 수준으로 올라가면, 이러한 ‘협력 네트워크’가 ‘야망 네트워크’에 자리를 내주는 경우를 너무 많이 보게 됩니다." ==== 지속성을 갖는 결과 ==== 지위가 주는 권한 때문에 관리자들이 영역을 지키거나 확장하는 데 에너지를 쏟는 경우, 스토킹이 말한 ‘일 자체’, 다시 말해 달성하려는 실제 결과에 집중하지 못할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게다가 시간을 보는 안목에도 문제가 생기게 된다. 관리자가 단기 결과에만 집중한다면 지속적인 경영 간섭을 정당화할 가능성이 높다.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이러한 태도는 ‘부담 떠넘기기’ 역학을 만들어내고, 자체 강화 과정을 거쳐 점차 심화되는 경영간섭에 대한 의존성을 야기한다. 이러한 식으로 단기 결과에의 집중이 권력을 더욱 집중시키기 위한 전략이 된다. “관리자들이 목록을 만들어놓고 시급한 사안을 우선적으로 처리하는 모습을 지켜보곤 했습니다. 그러나 전체 시스템이 돌아가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기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시선을 돌리자마자 문제가 재발합니다. 향후 지속적으로 지금보다 나은 성과를 올릴 시스템을 어떻게 만들지에 대해 사람들과 고민하고 그것에 시간을 투자한다면 어떨까요? 눈앞의 단발적인 문제 해결보다 훨씬 많은 시간이 걸리겠지만, 일단 시스템을 만들어낸 뒤에는 지속적으로 이용할 수 있겠지요. 당시 저는 사람들에게 이러한 말을 자주 했습니다. ‘결과를 내기까지 시간이 상당히 걸릴지도 모르지만, 일단 해내고 나면 지속성을 가질 겁니다.’ 결국 우리는 하나의 원칙을 도출해냈지요. 예를 들어 우리가 어떤 병원의 상황에 개입해야 한다면, 당장은 모르지만 나중에는 그곳 구성원 스스로 문제 해결 방법을 찾도록 도와주는 식이어야 한다는 원칙이었지요. 핵심은 우리가 다시 개입할 필요가 없게끔 만들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는 것이지요.” ==== 비전에 봉사하기 ==== 로카의 젊은 가두선도원에 따르면 섬기는 리더십이란 결국 ‘전체에게 옳은 일을 하는 것’이다. 이러한 논리에 따르자면 개인 비전을 바라보는 시각도 달라져야 한다. “이것이 내 비전이다.”라는 식의 일방적인 소유관계가 아니어야 한다. 우리는 해당 비전에 봉사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그러므로 비전이 우리 소유일 뿐만 아니라 우리가 ‘비전의 소유’여야 한다. ==== 어떻게 그러한 리더를 육성할 것인가? ==== 사실 ‘카리스마’라는 단어는 가톨릭 교회에서 나온 말로, 본래 의미는 성령에 의해 주어진 독특한 개인적 ‘재능’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카리스마가 있는 사람이 된다는 말은 자신의 재능을 개발한다는 의미가 된다. 요컨대 우리는 자기 자신에게 충실한 만큼, 진정으로 카리스마 있는 리더로 성장하는 것이다. 여기에 진정한 리더십 계발의 비밀이 있다. 이처럼 리더들이 일과 자기계발에 착수하는 방법을 보면, 차이를 넘어서는 하나의 공통점이 있는 듯 보인다. 바로 창조적 긴장 원칙이다. 정말 효과적으로 일하는 리더들은 여러 차이점에도 불구하고 비전을 품고 생각하되, 동시에 현실을 있는 그대로 깊이 있게 들여다보는 데서 생기는 힘 역시 소중히 여기는 공통점을 보인다. 내가 만난 유능한 리더는 리더 자신이 의식적으로 그것에 대해서 생각하든 안하든 하나같이 이러한 원칙을 인식하고 있었다. 진정한 리더십을 발휘하는 사람이 관심을 두는 초점은 해야 하는 일, 자신이 속한 전체 시스템, 함께 일하는 사람들이지 ‘리더’로서의 자신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들이 일이나 시스템, 사람들보다 ‘리더’로서의 위치에 관심을 두었다면 오히려 문제가 되었을 것이다. 나의 오랜 동료이자 함께 책을 집필하기도 했던 브라이언 스미스Bryan Smith의 말처럼 ‘자신의 마음속에서 영웅이 되는 데’는 항상 위험이 내재하기 때문이다. 리더십을 발휘하는 위치에 있는 사람인 경우 그러한 위험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 == 16. 시스템 시민 == {{{#!wiki multi-columns === 시스템 보기 === 시스템 시민의식system citizenship은 우리가 영향을 미치고, 역으로 우리에게 영향을 미치는 시스템을 보고 이해하는 데서 시작된다. 맥주 게임 참가자들이 깨달은 것처럼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 시스템 안에 갇혀 있으면 절망감과 무력감을 느끼게 된다. 전체적 유형뿐만 아니라, 자신이 기여하는 부분까지 보기 전에는 답답한 상황이 지속된다. 그러나 우리가 그러한 부분을 보고 이해하게 되면 새로운 가능성과 대안이 분명하게 떠오른다. 시스템을 볼 때는 기본적으로 두 가지를 파악해야 한다. ‘상호의존 유형’과 ‘미래 모습’이다. 시스템 다이어그램 같은 도구를 사용하면 상호의존성 파악 능력을 기르는 데 도움이 된다. 그러나 이야기를 듣고 모습을 관찰하는 등의 방법을 통해서도 가능하다. 미래를 보는 것은 이미 존재하지만, 시스템 관점이 없는 사람에게는 인식되지 않는 신호를 해석할 줄 알아야 가능하다. 그동안 보이지 않던 상호의존성을 발견하게 되면 “이미 알고 있었지만 알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했던 것을 깨닫게 된다.” 그간의 내 경험에 따르면, 자신이 만들어내는 시스템 패턴을 제대로 보고 그로 인해 미래에 야기될 문제를 이해하는 사람은 모두 예외 없이 그러한 패턴을 바꿀 방법을 찾았다. 사실 바꾸는 것은 그리 어렵지도 않다. ==== 지구 기후변화 시스템 보기 ==== 여기에 시스템 중심 세계관의 비밀이 있다. 시스템은 ‘밖’에 있을 뿐만 아니라 우리 ‘안’에도 있다. 우리는 시스템에 널리 퍼진 정신모델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전체의 씨앗을 움켜쥐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글로벌 에너지 시스템, 글로벌 식량 시스템, 글로벌 산업화 과정 등에서 우리 모두가 행위자이다. 우리는 시스템을 지금의 방향으로 강화하는 쪽으로 생각하고 행동할 수도 있고, 다른 방향으로 기수를 돌리는 식으로 생각하고 행동할 수도 있다. 우리의 삶을 규정하는 시스템이 다양한 수준에서 모습을 드러내기 때문에 우리도 그만큼 다양한 수준에서 행동할 수 있다. 그렇다고 개인이든 조직이든 우리 중의 누군가가 하룻밤 새에 시스템을 일방적으로 바꿀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그동안 여러 조직이 거쳐 온 과정을 돌아보면, 지속가능성에 대한 자각은 시스템 사고 덕분에 성장해 왔다고 생각됩니다. 시스템 사고 덕분에 과거 어느 때보다 커진 상호의존성을 분명하게 볼 수 있게 되었으니까요. 상호의존성을 제대로 인식하게 되면, 사회나 환경의 지속가능성을 생각하지 않고 상업적인 지속가능성만을 생각한다는 것이 어리석음을 넘어 무모하다는 결론에 이르게 되지요.” (11) 이러한 이해가 결과적으로 의미 있는 변화를 가져오려면 현 시스템 유지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하는 구성원의 수가 흔히 말하는 ‘임계량’에 도달해야 한다. 우리는 이를 ‘전략적인 소우주strategic microcosm’라고 부른다. 시스템 사고와 관련된 학습의 규율에 충실한 조직이 영향력을 행사하는 부분이 바로 이 지점이다. 함께 생각하고 혁신하는 분위기를 조장하는 전체 시스템을 축소한 ‘소우주’ 구성을 이끌면서 말이다. ==== 시스템 함께 보기 ==== 지방을 둘러보는 견학을 마치고 두 달 후에 참가자 각각은 6일간의 피정 시간을 가졌다. 이틀 밤낮을 황야에서 ‘홀로’ 보냈는데 이는 평소의 사고방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각에서 보고 생각하게끔 해주는 전통적인 방법이다. 이러한 시간을 통해 팀원들은 실로 다양한 개인 비전을 단일한 공동 비전으로 무조건 밀어붙이는 것이 능사가 아님을 깨닫고, 각자의 관점과 그것이 미칠 영향을 충분히 고려하면서 여러 가지 ‘시범적인 계획’을 도출해냈다. ==== 넓은 시스템 전체를 바꿀 공동 비전 구축하기 ==== 이와 같은 노력은 전체 시스템을 이해하고 바꾸려는 의지를 가진 이들에게 도움이 되는 중요한 네 가지 교훈을 제공한다. 1. 첫째, 까다로운 시스템 관련 사안 중의 다수가 특정 지역이나 기관을 넘어서기 때문에, 이에 대처하기 위한 전략적인 소우주도 여러 부문을 넘나드는 형태로 구성되어 기업, 정부, 시민사회 등을 두루 대변해야 한다 2. 둘째, 집단이 함께 시스템을 보고 이해하는 데는 사고와 감정이 두루 동원되는 다면적인 과정이 수반된다. 누군가의 탓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문제의 일부임을 인식하는 순간이 바로 시스템을 보고 이해하기 시작하는 때다. 3. 세 번째 교훈은 함께 보고 이해하는 활동의 질과 그로 인해 만들어지는 공동의 헌신은 참여하는 사람들 사이의 관계의 질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이다. 4. 마지막으로, 함께 새로운 시스템을 규정하는 일은 ‘해답’을 얻기 위해서가 아니다. 현재 시스템에 대한 공동의 이해와 새로운 시스템을 만들어내려는 헌신적인 태도를 가지고 열심히 일할 믿을 만한 사람들의 네트워크를 발전시키는 것이 핵심이다. === 21세기 교육 === 학교는 젊은이의 미래에 대한 관심을 생산적인 시스템 시민이 되는 토대로 변화시키는 핵심 역할을 할 수 있다. }}} == 17. 개척의 최전선 == {{{#!wiki multi-columns === 자연의 패턴을 발견하고 구현하기 === 오랫동안 조직학습협회 네트워크 내에서 학습에 대한 일반적인 정의는 ‘개인이나 집단이 진정으로 바라는 결과를 만들어내기 위한 능력을 향상시키는 활동’이라는 것이었다. 이러한 정의는 잘못 이해될 때가 많은 학습의 두 가지 핵심 특징을 강조하고 부각시킨다는 점에서 아주 유용했다. 1. 지적인 이해만이 아니라, 효과적인 행동에 필요한 능력을 구축해야 한다는 점과 2. 이러한 능력은 때로 상당한 시간을 두고 서서히 개발된다는 사실이다. 몇 해 전에 이보다 훨씬 간단한 학습 정의와 마주쳤을 때 내게는 그것이 상당한 놀라움으로 다가왔다. 내가 접한 새로운 정의의 출처는 바로 세계적인 회계 이론가 H. 토머스 존슨H. ThomasJohnson이었다. 관리 분야에서 ABC가 크나큰 기여를 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지만 존슨 자신은 이것이 성과관리를 근본적으로 재고하는 과정의 첫 단계일 뿐이라고 생각했고, 이후 10년 동안 소수의 대표 기업을 심도 있게 연구하는 작업에 매진했다. 당시 연구한 기업 중의 하나가 바로 일본의 도요타였고, 존슨은 <측정할 수 없는 이익 ProfitBeyondMeasure>이라는 저서에서 도요타의 비용관리 방식을 상세하게 설명했다. ThomasJohnson은 성과 측정 기준이 관리 서열에서 상층부에 있는 사람들에게 알려지는 경우, 관리자는 이러한 기준을 수치상의 목표를 설정하고 변화를 강요하는 데 사용하게 된다고 주장했다. EdwardsDeming의 표현을 빌자면 ‘간섭’하는 용도로 말이다. 데밍처럼 존슨도 지속적인 학습과 우수한 성과는 사실 측정 기준과 목표 설정을 실제 업무의 현장 지식과 연결하는 데서 나온다고 보았다. 이러한 생각은 많은 관리자가 자신의 주된 업무라고 생각하는 것, 즉 수치 목표를 설정하고 결과가 나오도록 강요하는 것과는 정면으로 위배된다. 그러나 중앙이 아닌 지역, 즉 국지적으로 느끼고 행동하는 것이야말로 복잡한 생명 시스템, 즉 살아 있는 시스템의 작동 방식이다. 실제로 존슨이 도요타의 비용관리 방식을 이해하게 된 것도 생명 시스템 연구를 통해서였다. 숲에는 전체를 통제하는 ‘책임자’ 따위는 없다. 손가락에 상처가 생겨 피가 나면 인체는 혈액응고 작용을 하는 혈소판을 손가락으로 흘려보내는데, 이는 뇌에서 나오는 명령을 기다려서 하는 행동이 아니다. 무엇이 되었든 자연nature에 ‘중앙 통제’ 시스템이 존재한다면 그것은 국지적인 통제 시스템이 복잡하게 얽혀 만들어낸 네트워크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존슨은 성과관리에 대한 도요타의 접근방법이 생명 시스템의 정수를 구현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도요타의 관리자들은 국지적인 노하우를 끊임없이 키우고 효율적으로 활용했고, 일선 노동자에게 비용 대비 성능을 관리하고 개선하는 작업을 맡겼다. 이처럼 국지적인 성과관리라는 방법을 통해서 도요타는 자연의 패턴을 찾아내서 구현하게 되었고, 결과적으로 남다르게 우수한 학습자가 될 수 있었던 것이다. 자연의 패턴을 발견하고 구현하는 학습 정신은 앞에서 논의한 모든 혁신에 미묘하게 영향을 미친다. 기업을 키우기 위해서 내부 구성원의 성장에 집중하거나 변화를 위한 핵심 과정으로 대화 활용에 열심인 관리자들이 있는데, 이러한 모습은 인간 본성, 즉 인간으로서 성장하고 타인과 관계를 맺고자 하는 타고난 욕망에 대한 통찰을 반영한다. 마찬가지로 앞에서 휴렛패커드 사 앤 머레이 앨런의 혁신 작업을 소개하면서 언급했던 사회 네트워크에 대한 새로운 이해 역시 자연의 조직화 패턴으로 보아도 무방하리라. 이와 관련하여 비자 카드 사의 근본적으로 분권화된 지배 구조 탄생으로 이어졌던 디 혹의 질문도 기억할 만한 가치가 있다. 디 혹은 “인간 조직은 왜 열대우림처럼 굴러가지 못할까?”라는 질문에서 탐구를 시작한 바 있다. H. 토머스 존슨의 학습 정의를 접한 뒤에 나는 비로소 조직학습과 관련한 우리 작업의 기저에 있는 제1원칙은 자연과 일치하는 관리 시스템을 만드는, 어찌 보면 아주 단순한 것임을 깨닫게 되었다. 인간의 본성과 일치하고,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 시스템 및 자연 시스템의 속성과 일치하는 그러한 시스템을 만드는 것임을 말이다. === 차세대 리더 === 나는 또한 미래에 가장 중요한 영향력을 행사할 리더의 모습은 지금까지 우리가 당연시해온 모습과는 많이 다르리라고 생각한다. ==== ‘여성으로서’ 리더십을 발휘하는 여성 ==== “여성의 감성에 어떤 특징이 있기에 지속가능 관련 사안에서 이처럼 앞서가는 의제들을 내놓는가? 또한 여성의 리더십 발휘가 이처럼 효과적인 이유는 무엇인가?” 바바라 스토킹은 자신을 ‘성장지향적인 관리자’라고 표현했고, 여성에게는 사내 정치나 권력투쟁에 골몰할 시간이 없다고 말했다. 스토킹은 또한 여성은 개인의 출세보다는 일 자체에 더욱 의욕을 보인다고 말했다. 아일린 갤러웨이는 대학원 시절 흑인 여성으로서 자신이 ‘어떤 조직의 윗자리를 차지하기는 힘들 것’임을 깨닫자 네트워크 중심 조직에서 국제 네트워크 전문가가 되는 차별화된 전략을 택했다. 지위가 아니라 지식과 성실성으로 신뢰를 얻고 힘을 얻는 자리를 찾아낸 것이다. 여성은 대부분의 기업에서 관심의 주변부에 있는 장기적인 사안, 즉 지속가능성 같은 사안에 끌리며, 해답과 계획보다는 협력과 모색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한다는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 경제적 주변부 출신의 리더들 ==== 경제적 주변부 출신의 수많은 리더가 기존 조직 리더와 동일한 학습 원칙과 방법을 활용하고 있다. 이러한 지역사회 리더는 비전을 끌어내고 현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면서 대규모 조직에서는 접근하기 힘든 시스템적인 변화에 필요한 힘을 활성화시킨다. ==== 젊은이의 리더십 ==== 시스템 변화에 필요한 리더십이 젊은 사람에게서 나오는 경우가 점점 많아지고 있다. 그때의 대화를 통해서 ‘개척자’ 회원과 상대적으로 경험이 많은 기성 리더들 사이에서 흥미로운 차이점 몇 가지가 드러났다. 1. 첫째, ‘개척자’ 회원인 젊은이들은 자신들의 지식 부족을 자산으로 간주했다. “우리는 아는 것이 많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질문을 던질 수 있지요.” 2. 둘째, 이들은 세계 곳곳의 동료와 연결되어 있었다. 어려운 문제를 만나면 그들은 방글라데시, 인도, 남아프리카공화국, 필리핀, 크로아티아 등지에 있는 동료에게 도움을 청한다. 3. 마지막으로, 젊은이들은 자신의 관점에 얽매이지 않고 일한다. === 세 가지 개방(opening) === 지난 15년 동안 나는 실로 다채로운 환경에서 비전과 목적의식, 심층 대화와 성찰, 시스템 사고를 키우는 각종 도구와 원칙을 가지고 일하는 사람들을 많이 보았다. 분명 그들 중 일부는 눈에 띄는 성과를 거두었고 어떤 이는 별다른 소득이 없었다. 이유가 뭘까? 사람들의 내적인 ‘출발점’과는 관련이 있어 보인다. 말년에 빌 오브라이언은 “어떤 개입의 결과를 결정하는 주요 요인은 개입자의 내면 상태이다.”라고 말했다. 동료이자 <미래, 살아 있는 시스템Presence>의 공동저자인 오토 샤머OttoScharmer는 우리가 심오한 변화를 이끄는 과정에서 넘어야 하는 세 가지 ‘문턱threshold’ 즉 개방opening에서 비롯되는 방향과 의도의 변화에 대해 이야기한다. 우리가 넘어야 하는 문턱은 머리를 열고, 마음을 열고, 의지를 여는 것이다.(10) 1. 머리를 연다는 것은 앞에 있지만 지금까지 보지 못하던 것을 보고 듣는 데 스스로를 개방하는 것을 말한다. 이는 ‘보류suspension’의 문턱이기도 하다. 과거에 우리 지각을 결정했던, 당연하게 여기던 가정들을 보류하는 것이다. 2. 두 번째 문턱은 마음으로 보는 것과 관련된다. 우리 주변에 있는 것들, 기쁨은 물론이고 고통, 아픔, 문제 등과 자신의 연결 관계를 보도록 마음을 여는 것이다. 여기에서 우리는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 것에 대해서 외부의 힘이나 사람을 탓하는 마음 편한 단계를 넘어서서 자신 역시 문제의 일부임을 인식하는 단계로 간다. 3. 세 번째 문턱은 샤머가 “소문자 ‘s’로 시작하는 자기self”라고 부르는 것의 마지막 찌꺼기까지 비워버리고, 무엇이 되었든 발생하는 모든 것이 우리를 온전히 뚫고 지나가도록 내버려두는 것이다. 여기에서 우리는 ‘우리를 통해서 나타나는 미래, 그리고 그곳에서의 역할’과 만난다. 세 번째 문턱까지 통과한다고 해서 삶의 의미에 대한 모든 의문이 한 번에 풀리며 해답을 얻는다는 의미는 아니다. 오히려 ‘우리는 이러한 의문의 중심에서 살고 있으며 덕분에 앞으로 나아간다’는 의미다. 예를 들어 정신모델을 활용하고, 변화에 필요한 질의와 탐구 중심의 대화능력을 키우는 구성원이 늘어날수록, 마음을 개방했을 때의 힘이 분명하게 느껴진다. BP의 비비엔 콕스의 경험담이다. “사람들이 자신의 견해를 불변의 사실로 취급하는 경향이 약해진다고 느끼는 순간, 한층 심도 있고 생산적인 대화가 시작되더군요. 귀에 거슬리는 공격적인 말투가 줄고, 무조건 확신하는 분위기도 줄어듭니다. 유머감각도 발휘되고 분위기가 편안해지면서 다들 기운이 납니다. 다소 심각하다 싶은 주제를 이야기할 때도, 분위기가 마냥 가라앉기보다는 이전보다 유쾌한 분위기에서 궁금한 것을 묻고 알아보는 태도로 토의가 진행됩니다. 질의탐색이 제대로 진행된다고 느낄 때가 바로 그러한 순간이지요.” 샤머가 말하는 두 번째와 세 번째 변화는 인지적・정서적으로 보는 행위, 그리고 자기 내면의 깊은 열망과 접촉함으로써 촉진된다. “진심으로 마음을 열지 않고는 우리가 진정으로 원하는 미래, 필요한 변화에 대해 진지한 논의를 시작하기 힘듭니다. 필요한 변화를 실천할 때도 마찬가지지요.” 이처럼 마음을 연다는 것은 어쩌면 타인의 공격에 취약해질 준비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런데 보통 이러한 자질을 배양하는 관리자는 거의 없다. 세 번째 의지의 개방 단계로 나아가면서 우리는 자신의 계획과 정해진 목표 등을 기꺼이 버리고 목적과 전략이 개인의 의지보다 더 큰 힘에 의해 형성되도록 개방하게 된다. 이는 세 가지 변화 중에서 추상적으로는 설명하기 가장 힘든 단계지만 막상 일어났을 때는 굳이 설명이 필요할까 싶을 만큼 자명하다. 당연히 내가 전달하고자 하는 가장 중요한 요지는 이렇게 스스로를 개방했을 경우, 무엇이 가능한가에 대한 사실에 입각한 지식이다. 그동안 나는 수많은 기적, 즉 불가능한 문제가 신기하게도 해결되는 상황을 보았다. 자신의 진정한 정체성을 깨달은 뒤, 한층 가볍고 즐거운 마음으로 다음 난제에 당당히 맞서는 사람들을 수도 없이 보았다. 이러한 여정을 통해서 그들은 자기 자신에게, 서로에게, 삶에 점점 다가간다. 이와 같은 작업의 본질을 규정하는 방법은 사람들이 그러한 작업을 하는 방식만큼이나 다양하다. 이는 자연, 인간 본성, 전체 생명 시스템의 본질과 일치하는 관리 시스템이다. 이는 인간의 가장 숭고한 염원을 실현할 수 있도록 더불어 일하는 것이다. 이는 우리 스스로가 자신이 만들어내고자 하는 변화가 되는 것이다. 혹은 마리안느 크누스가 너무나 아름답게 표현한 것처럼, 연결을 결코 멈추지 않는 그러한 존재와 연결되는 것이다. }}} = Part 5. 종결부 = == 18. 불가분의 전체 == 우주를 유영하면서 러스티는 시스템 사고의 첫 번째 원칙을 발견했다. 그것도 우리 중의 어느 누구도 해보지 않은 방법, 말하자면 이성이나 지적인 차원에서가 아니라 생생한 직접 체험이라는 차원에서 말이다. 우리 각자가 나뉠 수 없는 전체인 것처럼, 지구 역시 나뉠 수 없는 전체다. (우리 인간까지 포함하는) 자연은 전체 안에 있는 부분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것은 전체 안에 있는 전체로 이루어진다. 국가 경계를 포함하여 모든 경계는 근본적으로 자의적인 것이다. 우리는 그것을 만들어냈고, 얄궂게도 그 안에 갇혀 옴짝달싹 못하는 신세가 되었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가 아니었다. 린디스판에서 처음 이야기를 하고 나서 러스티는 완전히 새로운 일련의 통찰과 개인적 변화에 이끌리는 자신을 발견했다. 무엇보다 러스티는 새로운 일에 이끌렸다. 캘리포니아 에너지 위원회 위원 자리를 그만두고 미국 우주비행사와 러시아(구소련) 우주비행사가 참여하는 공동 프로젝트에 보다 적극적으로 임하고 있다.(2) 그는 다른 사람의 경험에 귀를 기울이고 그것으로부터 배웠다. 그리고 자신의 새로운 이해에 맞는 여러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새로운 무언가가 일어나려 하고 있다. 그리고 그것은 모든 것, 즉 전체와 관련되어 있다. = 부록 1. 학습 규율 = {{{#!wiki multi-columns 다섯 가지 학습 규율은 각각 세 가지 수준에서 생각해볼 수 있다. * 실천: 행동 * 원칙: 지도 이념과 통찰 * 본질: 해당 규율에서 높은 숙련도를 가진 사람들의 상태 실천은 규율 실천가가 자신의 시간과 에너지를 집중하는 활동이다. 예를 들어 시스템 사고는 복잡한 상황에서 기저의 구조를 인식하기 위해 ‘시스템 원형’을 활용한다. 개인적 숙련에서는 ‘개인 비전 명확히 하기’와 ‘창조적 긴장 유지하기’가 요구된다. 비전과 현실에 동시에 집중하고, 비전 달성을 위한 에너지를 만들어내기 위해 양자 사이에 긴장을 허용하는 실천이 수반되는 것이다. 정신모델 작업을 하기 위해서는 경험에서 얻는 직접적인 ‘자료’와 그러한 자료를 토대로 만들어낸 일반화 혹은 추상화된 개념을 구별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실천은 어느 규율에서든 가장 분명한 부분이다. 또한 개인이나 집단이 어떤 규율을 따르기 시작했을 경우 주로 집중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초보자가 어떤 규율을 학습하는 경우 ‘시간차’가 생기는 경우가 많다. 논쟁 도중이 아니라 끝난 이후에야 자신의 가정을 명확하게 보고, 토대가 되는 ‘자료’와 추론으로부터 그것을 구별해내는 것이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규율 실천은 자동적으로 이루어지고 ‘실시간’으로 가능해진다. 어떤 규율에서든 마찬가지로 중요한 것은 근본 원칙이다. 근본 원칙은 규율의 실천 뒤에 놓인 이론을 말한다. 예를 들어 시스템 사고의 기저에 있는 근본 원칙은 ‘구조가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이다. 규율 이면에 자리한 원칙은 규율 초보자와 숙달한 대가 모두에게 중요하다. 초보자에게 이러한 원칙들은 규율 이면의 논리적 근거를 이해하고 규율의 실천사항들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숙달한 사람에게는 규율의 실천내용을 계속 다듬어가고, 타인에게 설명하는 데 유용하다. 어느 규율이든 숙달하기 위해서는 원칙 이해와 실천이 동시에 요구된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특정 원칙을 이해했으니 해당 규율을 ‘모두 학습한 것’이라고 생각하고 싶은 유혹도 없지 않을 것이다. 이는 지적인 이해와 학습을 혼동하게 만드는 흔한 함정이다. 학습은 항상 새로운 이해와 새로운 행동, 즉 ‘생각’과 ‘실천’을 동시에 요구한다. 그렇기 때문에 원칙과 실천을 구분하는 것이며, 이러한 구분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세 번째 수준, 즉 규율의 ‘본질’은 다르다. 규율을 학습하는 과정에서 의식적으로 이러한 본질에 관심과 에너지를 집중해보아야 효과가 없다. 사랑이나 기쁨, 평온 등을 경험하기 위해서 노력하는 것이 말이 되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다. 규율의 본질은 개인이든 집단이든 해당 규율을 숙달하면 자연스럽게 경험할 수 있는 상태이다. 이러한 본질을 말로 표현하기는 쉽지 않지만, 규율 각각의 의미와 목적을 온전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필수적이다. 규율 각각은 실천가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킨다. 그렇기 때문에 집단으로 실천해야 하는 것들도 개인적인 학습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예를 들어 시스템 사고는 우리가 삶의 상호연관성interconnectedness을 점점 더 많이 경험하고 부분보다 전체를 보게 만든다. 시스템 사고를 마스터한 사람은 가정이나 조직에 문제가 있으면, 그러한 문제가 개인의 실수나 악의가 아니라 기저의 구조에서 생겨난 것임을 자동적으로 인식하게 된다. 한편 개인적 숙련은 ‘존재beingness’에 대한 감각, 즉 지금 이 순간에 대한 인식을 키우고, ‘창조성generativeness’ 경험, 즉 자신의 삶을 규정하는 창조적인 힘의 일부가 되는 경험을 고조시킨다. 본질 수준에서 규율은 수렴되기 시작한다. 규율을 통합하는 공통의 정서가 있는데, 근본적으로 상호의존적인 세계에서 학습자가 되는 경험이다. 그렇다고 규율 사이의 차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차이는 여전히 존재하며 점점 미묘해진다. 예를 들어 시스템 사고에서 강조되는 ‘상호연관interconnectedness’과 개인적 숙련에서 강조하는 ‘연결connectedness’은 미묘한 차이다. 전자는 사물이 어떻게 서로 연관되어 있는가에 대한 인식이고, 후자는 사물이 세계와 동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일부라는 인식이다. 공유 비전 구축과 팀 학습 규율은 본질적으로 집단적이라는 점에서 다른 세 가지 규율과는 차이가 있다. 때문에 실천이 집단 활동으로 이루어진다. 원칙 역시 집단 차원에서 이해되어야 하며 본질도 당연히 집단적으로 경험되는 특정 상태이다. || ||본질 ||원칙 ||실천 || ||시스템 사고||전체<
>상호연관||구조가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
>정책 저항<
>레버리지||시스템 원형<
>시뮬레이션|| ||개인적 숙련||존재<
>창조성<
>근원과의 연결||비전<
>창조적 긴장 vs 정서적 긴장<
>잠재의식||개인 비전 명확히 하기<
>창조적 긴장 '유지하기' - 결과에 집중하기 - 현실 보기<
>선택하기|| ||정신모델||진실에 대한 사랑<
>개방성||지지한느 이론 vs 실제 사용하는 이론<
>추론의 사다리<
>질의와 주장 사이의 균형 맞추기||'자료'와 자료에 근거한 추상 개념 구별하기<
>가정 테스트하기<
>'좌측란' 활용하기|| ||공유 비전 구축||공통 목적<
>동반자 관계||홀로그램으로서의 공유 비전<
>헌신 vs 순종||비전 구축 과정 - 개인 비전 공유 - 경청 - 선택의 자유 허용<
>현실 인정|| 하나의 규율을 어느 날 갑자기 숙달하지는 못한다. 누구나 거치는 학습 단계들이 있게 마련이다. 다이애너 스미스Diana Smith는 모든 규율 학습에 유용한 3단계 학습 과정을 고안해냈는데, 서로 연결되었으면서도 구분되는 이러한 단계에 따라 우리는 새로운 능력을 개발하게 된다. 1. 1단계: '''새로운 인지 능력과 언어 능력'''. 새로운 것을 보고 새로운 언어를 말할 수 있게 된다. 이로 인해 자기 자신과 타인의 가정, 행동, 양자의 결과를 한층 명확하게 보게 된다. 보통은 이러한 새로운 인지 능력과 언어 능력을 완전히 새로운 행동으로 옮기는 것은 어렵다고 느낀다. 이전과 다르게 행동하기 시작하지만 기본 규칙, 가정, 가치관은 똑같다. 2. 2단계: '''새로운 행동 규칙'''. 1단계에서 얻는 인지적 통찰의 영향으로 과거의 가정이 ‘약화’됨에 따라, 새로운 가정에 근거한 행동 규칙을 가지고 실험을 시작한다. 새로운 행동을 만들어내기 위해서 새로운 언어에 의존해야 하리라.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에서는 새로운 규칙을 활용하거나 배열하고 결합하는 과정이 힘들다고 느낄 것이다. 3. 3단계: '''새로운 가치와 가정'''. 새로운 행동 가치와 가정을 나타내는 규칙을 적절히 결합하고 배열할 수 있다. 스트레스를 받거나 모호한 상황에서도 이러한 규칙을 정해 자신과 타인의 학습을 계속해서 지원할 수 있게 된다. 자신만의 목소리로 규칙을 표현하고 형식 역시 자신에게 맞춰 변화를 줄 수 있게 된다. }}} = 부록 2. 시스템 원형 = SystemsArchetypes 1. 지연으로 인한 균형 프로세스 (Balancing Process with Delay) 2. 성장의 한계 (Limits to Growth) 3. 부담 떠넘기기 (Shifting the Burden) 4. 특수 사례: 개입자에게 부담 떠넘기기 (Special Case: Shifting the Burden to the Intervenor) 5. 목표 침식 (Eroding Goals) 6. 단계적 확대 (Escalation) 7. 성공한 사람에게 몰아주기 (Success to the Successful) 8. 공유지의 비극 (Tragedy of the Commons) 9. 실패한 대책 (Fixes that Fails) 10. 성장과 저투자 (Growth and Underinvestment) [[https://medium.com/disruptive-design/tools-for-systems-thinkers-the-12-recurring-systems-archetypes-2e2c8ae8fc99|Tools for Systems Thinkers: The 12 Recurring Systems Archetypes]]에서 소개하는 12가지 archetypes 1. Limits to growth 1. Shifting the burden 1. Eroding goals 1. Escalation 1. Exponential successful 1. Tragedy of the commons 1. Fixes that fix back 1. Addiction 1. Seeking the wrong goal 1. Race to the bottom 1. Rule breaking 1. Growth Paradox = 부록 3. U 프로세스 = U 프로세스 [[TheoryU|U process]]는 C. 오토 샤머C. OttoScharmer, 조셉 자보르스키 JosephJaworski, 아담 카헤인 AdamKahane, 그리고 그들의 여러 동료가 참여하여 심층 공동학습 프로세스를 설계하고 이끄는 방법으로 개발한 것이다. U 프로세스는 집단이 공동으로 다음의 작업을 수행하는 과정을 돕는다. 1. 자각sensing: 자기 관점을 초월하여 현실을 보는 과정을 통해 자신의 정신모델에 의문을 제기하고 깊이 탐구한다. 2. 실재presencing: 개인 혹은 집단 차원에서 목적과 접촉하고 비전을 구축하는 심층 과정으로 나아간다. 3. 실현realizing: 비전에 대해 피드백을 얻고 추가적인 조정을 진행할 구체적인 작업 모형으로 바꾸기 위해 신속하게 프로토타입 구축 단계로 나아간다. ---- 참고 * 데이비드 허친스, 펭귄의 계약 (SystemsThinking) * 데이비드 허친스, 네안데르탈인의 그림자 (MentalModel) * 데이비드 허친스, 레밍 딜레마 (SharedVision) * 데이비드 허친스, 화산의 소리를 들어라 (Dialogue) * 데이비드 허친스, 늑대와 양의 진실 (LearningOrganization) ---- CategoryBo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