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2에서 나온 어떤 질문에 대한 답변 중.
1번 문제를 보고 떠오르는게 좀 있어서요.
하나는, 제럴드 와인버그의, '3의 법칙'인데요. 버지니아 사티어에게서 온 연습이죠.
상대방이 '그럼 보안문제는요?'라고 물어왔을 때, 즉각적으로 반사적으로 반응하는 것이 아니라, 내 안에 공간을 두는겁니다.
그리고, 그 말에 대해서 3가지 이상의 해석을 해보는거죠.
'아, 긍정적인 쪽으로 생각해야지'라는, 긍정/부정의 일직선상에서 이것 또는 저것 이 아니라, 3가지, 4가지 이상의 해석을 해보는거죠. 그러면 1차원 축이 아니라 다차원 축이 됩니다.
51기에 보니까 바이시클이라는걸 하시던데, 같이 이걸 해보셔도 좋을 것 같아요.
질문자님이, 상대방이 "그럼 보안문제는요?"라고 했을 때, 저는 '내 제안을 반대하는구나'라고 생각했어요. 다른 분들은 그게 어떻게 들리세요? 하면, 돌아가면서,
- 자기는 보안 문제를 잘 모르는데, 걱정하고 두려워하고 있다.
- 그 부분은 어떻게 되었는지 궁금해하고 있다.
- 이 분이 최근에 보안 공부를 하기 시작해서 여기서는 어떤 보안문제가 있는지 궁금하다.
- 회의 들어오기 전에 AI 보안에 대한 글을 읽고 왔나보다.
- ...
이 연습을 오래 꾸준히 하시면, 인생에 굉장히 도움이 됩니다.
- 이걸, 처음에는 사건이 일어난 이후에 하게 돼요. 지금 말씀하신것처럼요.
- 수련이 좀 되면, 일어난지 많이 지나지 않아서 하게 됩니다. '아, 어제 이렇게 할걸'
- 수련이 더 되면, 일어난 직후에 하게 됩니다. '아, 아까 이렇게 했어야 하는데'
- 수련이 더 되면, 일어나면서, 내뱉으면서 하게 됩니다. '아, 이 말은 좀 아닌데...'
- 수련이 더 되면, 내뱉기 직전에 하게 됩니다. '읍. 이말은 하지 말아야지...'
- 수련이 더 되면, 사건 이전에 하게 됩니다. '이렇게 흘러가겠군. 이렇게는 하지 말아야지.'
이게 어떻게 다른 도움이 되냐면,
예를 들어서, 예전에 제가 회사에서 Jira 관리자 교육을 받을 일이 있었어요. 그런데 그게 너무 지루한거예요. 한 4~5명 되는 작은 교육이었는데, 슬라이드 펴놓고 하나씩 설명해주시는데 너무 재미가 없고 시간이 아까웠어요.
그런데 그때 저희팀이 좀 설정에 따라서 유연하게 동작하는 SW를 설계하고 있었는데, 거기서 자주 얘기하곤 하는 role model이 Jira였거든요. 그 생각이 나면서, '이 시간을 Jira의 설계원리, 또는 이런 경우에는 어떻게 하게 만들어져 있는지를 역설계하는 시간으로 삼을 수 있겠네? 고객이니까 굉장히 친절하게 끈질기게 설명해주겠네?'라는 생각이 들어서, 고객의 탈을 쓰고 역설계를 했죠.
덕분에 재밌는 얘기도 많이 들을 수 있었어요. BitBucket은 Atlassian에서 만든게 아니라 어느 SF 회사를 인수한거라서, 만듦새가 많이 다르다. 그래서 당시 2023년까지도 통합작업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라던지. GDPR은 지키는지, 어떻게 지키는지도 물어봤었는데, k8s를 쓰고 data plane은 대륙에 걸쳐 분산되어 있어서, Atlassian 개발자도 어느 데이터가 어디에 있는지 모른다는 등.
저한테는, 이 '교육'이라는 시간과 기회를, 딱 정해진 그 '교육'이 아니라, 또 다른 어떤 의미가 있을 수 있을까를 현장에서 순간적으로 돌려보고, 캐치해서, 시도해서, 성공한 재미있는 경험이었어요.
애자일에서는, 포기하지 않는게 중요한 것 같아요. 막판뒤집기처럼, 끝까지, 이를테면, '이번 워크샵은 망했다' 하면, 그 망한 지금 여기에서, 이걸 그나마 잘 살리고 활용하려면, 남은 이 찌끄러기 조각들이나마 살려보려면? 하고 궁리하고, 시도하고. 그런데 그 마지막 쪼가리 가지고 한게 본 행사를 압도할만큼 좋을 수도 있어요.
이 3가지 해석에서는 정말 실제가 무엇인지 정확하게 맞추는 것이 중요하지는 않습니다. '상대의 진의를 알아맞추려고 할 필요 없다'라는건, 다른 독자분들을 위해 부연하자면, 이를테면, '저 사람이 나를 싫어하는게 아닐까?' 라는 의구심이 든다면, 저 사람이 정말로 나를 싫어하는건지 아닌지 그 사실을 확인할 필요가 없을 수 있다는거죠.
'저 사람이 나를 싫어하고 있구나'라고 내가 저 사람을 인식할 때 내가 취하게 되는 행동, 반응들이 있을거예요. 그게 나를 다시 더 얽어맬 수 있어요.
반대로, '뭔가 본인 안에 고뇌가 있겠지. 생각이 복잡한가보구나. 스트레스가 많은가보구나. 딱히 내가 미워서라기보다는.'이라고 내가 저 사람을 인식할 때 내가 취하게 되는 행동, 반응들이 있을거예요.
이 둘의 인식의 방향은 약간 다르고, 그로 인해서 뻗어나갈 나의 생각, 나의 행동, 반응 등이 많이 달라질거예요.
- '나를 싫어하는구나'라고 내가 생각하게 되면, 실제로는 안그랬다고 해도 정말 그 사람과 사이가 더 멀어지게 되기가 쉽고,
- '뭔가 나름의 이유가 있겠지. 꼭 나만이 아닌.'이라고 생각하면, 실제로는 정말 나를 싫어하는게 맞았다고 해도 완화되거나 약화될 수도 있을거예요. 최소한, 내가/나는 어른답게 대처하게 되겠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