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vidEpstein이 지은 책.
'늦깎이 천재들의 비밀'이라는 제목으로 번역서가 출간되었다.
Contents
서문. 로저 페더러 vs. 타이거 우즈
1장. 조기 교육이라는 종교
2장. 사악한 세계는 어떻게 생겨났는가
3장. 반복되는 일을 덜 할 때가 낫다
4장. 빠른 학습과 느린 학습
교사는 아이들이 숙달되어 가고 있는 선다형 게임을 생산적인 탐사라고 착각하고 있다. 때로 학생들은 협력한다. 잇달아서 말한다. 'K 오버 8이요.' 한 명이 말하자, 또 한 명이 재빨리 뒤를 잇는다. 'K 나누기 8이요.' 또 한 명이 덧붙인다. '8의 K요.' 3분의 1의 확률이다. 교사는 학생들이 정답에 도달하지 못할 때에도 다정하게 계속 격려한다. '괜찮아. 너희는 생각을 하고 있는 거야.' 하지만 문제는 그들이 생각하는 방식이다.
이 광경은 효과적인 수학 교습법을 파악하고자 미국, 아시아, 유럽의 수백 개 교실의 수업 장면을 촬영해 분석한 자료 중 일부다. ... 모든 국가의 모든 교실에서 교사는 주로 두 가지 유형의 질문에 의지했다.
- 더 흔한 쪽은 '절차를 이용한' 질문이었다. 기본적으로 방금 배운 것을 연습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면 다각형의 내각의 합을 구하는 공식(180×(면의 수–2))을 알려 주고서, 연습 문제지에 실린 다각형들에 적용하는 것이다.
- 다른 하나는 '연결하는' 질문이었다. 단지 절차를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에게 더 폭넓은 개념과 연결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교사가 학생들에게 〈왜〉 그 공식이 들어맞는지를 묻거나, 삼각형부터 팔각형까지 모든 다각형에 들어맞는지 알아보게끔 할 때 그런 방식을 쓸 가능성이 높았다.
양쪽 질문 유형 모두 유용하며, 조사한 모든 나라의 모든 교실에서 교사들이 제시했다.
그러나 연결하는 문제를 물은 '뒤' 교사가 한 일에서는 한 가지 중요한 차이가 나타났다. 학생들이 조금 혼란스러운 상황을 헤쳐 나가도록 놔두기보다는 교사는 연결하는 문제를 절차 이용 문제로 전환하는 단서를 제공함으로써 학생들을 유도하곤 했다. 미국의 교실에서 기운 넘치는 교사가 하고 있던 일이 바로 그것이다. 학습을 연구하는 시카고 대학교 교수 린지 리칠랜드 LindseyRichland는 나와 함께 그 동영상을 보면서, 학생들이 교사와 선택지 중에서 고르고 있을 때 '그들이 실제로 하고 있는 것은 규칙을 찾는 것'이라고 말했다. 학생들은 자신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개념 문제를 간단히 실행할 수 있는 절차 문제로 바꾸려고 시도하고 있었다. '우리 인간은 어떤 과제를 해내기 위해서 해야 하는 최소한의 일만을 하려고 시도하는 쪽으로 매우 뛰어나요.' 단서를 제공함으로써 해법으로 나아가게 유도하는 것은 영리하면서 편의주의적인 방법이다. 문제는 폭넓게 적용될 수 있는 개념을 학습할 때 편의가 역효과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학생들에게 제시되는 질문 중 약 5분이 1이 연결하는 질문으로 시작했다. 그러나 학생들이 교사가 제시하는 단서를 통해 해법으로 유도되어 문제를 풀 무렵에는 연결하는 문제는 사실상 전혀 남아 있지 않았다. 연결하는 문제는 교사와 학생의 상호작용 속에서 살아남지 못했다.
모든 나라에서 교사는 때때로 동일한 함정에 빠지곤 했지만, 학업 성취도가 더 높은 나라에서는 연결하는 문제 중 상당수가 학생들이 이해하고자 애쓸 때 그대로 남아 있었다.
리칠랜드는 더 어린 학생들이 연결하는 문제를 집에 숙제로 가져가면 부모들이 이렇게 말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어디 보자, 음, 더 빠르고 더 쉬운 방법을 가르쳐 줄게.' 교사가 그 문제를 절차 활용 연습 문제로 전환하지 않았다면, 부모들이 좋은 의도를 갖고 그렇게 한다는 것이다. 부모는 아이가 끙끙거리고 있으면 편치 않기에, 빠르고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돕고 싶어 한다. 그러나 학습이 지속성을 띠고(즉 머릿속에 오래 남아 있고) 융통성을 가지려면(폭넓게 적용될 수 있으려면), '빠르고 쉽게' 배우는 것 자체가 문제가 된다.
'일부에서는 미국 학생들이 고등학교 지식을 평가하는 국제 대회에서 낮은 점수를 받는 이유가 어느 정도는 수업 시간에 너무 잘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합니다.' 윌리엄 대학의 인지심리학자 네이트 코넬Nate Kornell의 말이다. '쉬운 것을 어렵게 만드는 것이 중요해요.'
코넬은 '바람직한 어려움 desirable difficulty'이라는 개념을 설명하는 중이다. 단기적으로는 학습을 더 힘들고 느리고 좌절감을 주도록 만들지만, 장기적으로는 더 좋은 장애물을 가리킨다. 8학년 수학 수업에서처럼 지나치게 많은 단서를 제공하는 것은 정반대다. 당장은 수행 성과를 높이지만, 장기적으로는 발전에 방해가 된다. 교실에서 쓸 수 있는 몇몇 바람직한 어려움은 가장 확고하게 지지를 받는 강화 학습 방법에 속하며, 열정적인 8학년 수학 교사는 좋은 의도로 당장의 발전에 초점을 맞추다가 그만 이 모든 안 좋은 효과를 고스란히 일으켰다.
바람직한 어려움 중 하나는 '생성 효과generation effect'라는 것이다. 설령 틀린 답을 내놓는다고 해도 스스로 답을 제시하려고 애쓰는 것이 나중의 학습을 강화한다는 것이다. 제자들에게 답을 알려 주기보다는 답을 생각해 내라고 촉구했을 때, 소크라테스는 그 사실을 알고 있었던 것이 분명하다. 학습자에게 훗날의 혜택을 위해 현재의 수행 성과를 의도적으로 희생할 것을 요구하는 방식이다.
답을 짜내 보라고 했을 때가 설령 틀린 답을 내놓는다고 해도 그 뒤에 학습 성취도가 더 높았다. 아주 엉뚱한 답을 내놓는 것조차도 도움이 될 수 있다. 멧커프 연구진의 연구에서는 '과잉 교정 효과 hypercorrection effect'도 반복적으로 나타났다. 학습자가 오답인데도 맞다고 더 자신할수록, 그 뒤에 정답을 알게 될 때 그 정보가 더 오래 남는다는 것이다. 큰 실수를 견뎌 낼 때 가장 나은 학습 기회가 생길 수 있다.
운동 기술 학습에서는 어떤 나쁜 습관이 일단 형성되면 바로잡기가 힘들 수 있다. 엘리트 코치는 선수가 아이 때 잘못 지도를 받아서 몇 년에 걸쳐 잘못 들인 운동 습관을 바로잡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그러나 스포츠 이외의 세계에서는 틀린 답을 반복하는 행동이 어쨌든 마지막에 정답이 주어지기만 하면 학습에 기여할 수 있다.
전체적으로 이 실험의 결과는 이렇게 요약된다. 훈련 때 이용할 수 있는 단서가 더 많을수록, 원숭이들은 훈련 당시에는 더 뛰어난 성과를 보였지만 검사 당일에는 성적이 더 안 좋았다. 맥더프는 훈련할 당시에 자동적으로 단서들을 제공받았던 목록에서는 제대로 떠올린 것이 '전무'했다. 단서를 갖고 연습한 목록들은 죄다 순식간에 잊어버린 듯했다. 이 연구의 결론은 단순했다. '단서를 갖고 한 훈련에서는 지속적인 학습 효과가 전혀 나타나지 않았다.'
단서 없이 하는 훈련은 느리고 실수투성이다. 특히 시험이라고 말할 때 우리가 으레 떠올리는 것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물론 평가가 아니라 학습 목적일 때는 예외다. 평가라고 할 때 시험은 정말로 끔찍한 단어가 된다. 8학년 수학 교사는 본질적으로 수업 시간에 학생들을 시험하고 있었지만, 답을 유도하거나 노골적으로 제공하면서 그렇게 하고 있었다.
자기 평가를 포함해 시험은 학습에 쓰일 때, 아주 바람직한 어려움이 된다. 학습하기 전에 이루어지는 시험도 효과가 있다. 답이 틀렸음을 확인해 줄 때 그렇다. 코넬의 실험 중에는 참가자들에게 둘씩 짝지은 단어들을 공부한 뒤, 나중에 얼마나 잘 떠올리는지 보는 시험이 있었다. 시험 시간에 그들은 퀴즈를 통해 배운 단어 쌍들을 가장 잘 떠올렸다. 퀴즈 때 틀렸던 것들까지도 그랬다. 정보를 인출하려고 애쓰는 과정에서 뇌는 후속 학습에 알맞은 상태가 된다. 인출 자체가 실패할 때에도 그렇다. 고생은 진짜일 때, 진짜로 유용하다. 코넬 연구진은 이렇게 썼다. '인생처럼, 인출도 여행이다.'
그 8학년 수업이 전형적인 연간 학습 일정에 따른 것이라면, 과학이 지속 가능한 학습이라고 권하는 것과 정반대다. 그런 학습 일정은 이번 주에는 이 주제만을 공부하고, 다음 주에는 다른 주제를 공부하는 식이다. 많은 전문성 계발 과정들처럼, 각각의 개별 개념이나 기술을 짧은 기간 집중적으로 공부한 뒤 다음 주제로 넘어간다. 이미 배운 것은 다시 돌아보지 않는다. 이 체계는 직관적으로는 와 닿지만, 거기에는 또 한 가지 중요한 바람직한 어려움이 빠져 있다. 바로 '간격 두기spacing', 즉 분산 연습distributed practice이다.
반복보다 더 중요한 것은 고생임이 드러났다.
공부할 때 정답을 맞히는 것이 나쁘다는 말이 아니다. 그러나 학습자가 지식이 가장 필요할 때 증발해 버리는 지식 신기루를 지닌 오베론(아니, 더 심하게 맥더프)처럼 되고 싶지 않다면, 학습 진도를 너무 빨리 나가서는 안 된다. 한 심리학 연구진의 말을 빌리자면, 단서를 지나치게 많이 제공하면 학습은 '상당한 기간이 경과하면 살아남지 못할, 자칫 오해를 불러올 수 있는 높은 수준의 즉석 숙달을 빚어낸다.' 학습량이 정해진 경우라면 학습은 사실상 단기적으로 비효율적일 때 장기적으로 가장 효율적이다. 스스로 시험을 볼 때 성적이 너무 잘 나온다면, 좀 더 오래 기다렸다가 동일한 학습 내용을 다시 연습하는 것이 단순한 해결책이다. 시험을 다시 볼 때 더 어려워지도록 말이다. 좌절은 학습을 하지 않는다는 표시가 아니라, 천천히 한다는 표시다.
2007년 미국 교육부는 과학자 여섯 명과 탁월한 교사 한 명에게 진정으로 과학적인 학습 전략을 찾아 달라고 의뢰한 결과를 발표했다. 그 아주 짧은 목록에는 간격 두기, 시험, 연결하는 질문이 들어 있었다. 이 세 가지는 모두 단기적으로는 수행에 지장을 준다.
리칠랜드가 연구한 연결하기 질문들과 마찬가지로 가장 나은 학습 경로가 느린 형태이고, 지금 당장 잘 못하게 만드는 방식이 나중에 더 나은 수행 결과를 얻는 데 핵심적이라는 것을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다. 너무나 직관에 반하기에, 학습자는 자신의 진척 상황과 교사의 실력 양쪽을 잘못 인식하게 된다.
당연하겠지만, 미적분 I을 가르치는 교수 중에는 시험 때 학생들의 성적이 가장 잘 나올 수 있도록 가르치는 이들도 있고, 그런 교수들은 생도들로부터 높은 강의 평가 점수를 받았다. 반면에 가르친 학생들의 시험 성적이 늘 낮게 나오는 교수들도 있었으며, 그런 교수들은 학생들로부터 혹독한 강의 평가 점수를 받았다. 그러나 연구진이 교수들이 기여한 가치를 더 장기적인 척도로 평가하자 — 학생들이 미적분 I을 이수한 뒤에 들어야 하는 고급 수학과 공학 강좌에서 어떤 성적을 받았는지 — 놀라운 결과가 나타났다. 자기 반의 학생들이 시험을 가장 잘 볼 수 있도록 가르친 미적분 I 교수들은 장기적으로 보면 학생들에게 그리 좋은 교수가 아니었다. '당장의 성취도를 높이는 데 뛰어난 교수들은 평균적으로 그 뒤에 학생들이 더 고급 강좌들을 들을 때의 수행 능력을 저해한다.' 앞서 나가는 양 보였던 것은 증발했다.
내가 린지 리칠랜드와 함께 시청한 8학년 수학 수업이 끝나 갈 무렵, 학생들은 심리학자들이 '구획blocked' 연습이라고 부르는 것을 하기 위한 연습 문제지를 풀었다. 동일한 절차를 반복해 연습하는, 즉 동일한 절차를 적용하는 문제들을 죽 푸는 것이었다. 이 연습은 당장은 수행 성취도를 높이겠지만, 지식이 융통성을 띠려면 다양한 조건에서 학습되어야 한다. 그런 접근법을 연구자들은 혼합 연습varied/mixed practice 또는 '교차 interleaving' 연습이라고 부른다.
교차 연습은 귀납 추론 능력을 향상시키는 것으로 밝혀졌다. 다양한 사례들을 뒤섞어 제시할 때, 학생들은 추상적 일반화를 하는 법을 터득함으로써 전에 접한 적이 없던 학습 내용에 배운 것을 응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미술관을 방문해 한 번도 본 적이 없던 그림들을 보고서 어느 화가(세잔, 피카소, 르누아르)가 그렸는지 알아볼 수 있기를 원한다고 하자. 가기 전에 미리 공부를 해야 할 텐데, 어떻게 해야 좋을까. 세잔의 작품들을 모은 그림 카드들을 한 벌 다 공부한 다음, 피카소 그림 카드들을 다 공부하고, 그런 뒤에 르누아르 그림 카드들을 다 공부하는 식으로 하면 될까? 그보다는 카드들을 한꺼번에 다 섞은 뒤에, 교차 학습을 하는 편이 낫다. 연습을 할 때 더 고생을 하겠지만(그리고 아마 자신감도 덜하겠지만), 미술관에 갔을 때 각 화가의 양식을 식별할 능력을 더 갖출 것이다. 그림 카드에 없던 그림도 더 잘 알아볼 수 있다.
나비 종 식별에서 정신질환 진단에 이르기까지, 무엇을 공부하든 간에 학습자들에게서 동일한 양상이 나타났다. 해군의 방공 시뮬레이션 연구에서도 훈련 당시에는 혼합 연습을 한 이들이 구획 연습을 한 이들보다 훈련 때 친숙해진 위협 시나리오들에 대응하는 양상을 평가하는 시험에서는 성취도가 더 낮게 나왔다. 그러나 전혀 새로운 시나리오들을 제시한 평가 시험에서는 혼합 연습 집단이 구획 연습 집단보다 압도적으로 성취도가 높았다.
그러나 학습자는 교차 연습을 할 때 자신의 성취 수준을 제대로 평가하지 못할 수 있다. 코넬과 비요크의 한 교차 학습 연구23에서는 학생들의 80퍼센트가 혼합 연습보다 구획 연습을 통해 더 잘 배웠다고 확신했지만, 실제로 성취도를 측정했더니 80퍼센트가 정반대임이 드러났다. 배우고 있다는 느낌은 지금 당장 이루어지는 발전을 토대로 하지만, 심층 학습은 그렇지 않다. 코넬은 내게 이렇게 말했다. '직관이 구획이라고 말할 때, 교차를 택해야 할 겁니다.'
교차 연습은 신체적, 정신적 기능을 멈칫하게 만들곤 하는 바람직한 어려움이다.
피아노를 배우는 학생들에게 0.2초 안에 왼손으로 건반 15개를 건너뛰어 누르는 연습을 해달라고 부탁했다. 각자에게 190번씩 연습할 시간을 주었다. 어떤 학생들은 오로지 건반 15개를 건너뛰어 치는 것만 연습한 반면, 어떤 학생들은 8개, 12개, 15개, 22개를 건너뛰어 치는 것을 번갈아 가면서 연습했다. 나중에 평가를 하자, 혼합 연습을 한 학생들이 오로지 15개를 건너뛰는 연습만 한 학생들보다 더 빠르고 더 정확히 쳤다. '바람직한 어려움'이라는 용어를 만든 로버트 비요크는 샤킬 오닐Shaquille O’Neal의 자유투 성공률이 엉망이라는 말을 듣고, 오닐이 늘 자유투 선에 서서 연습을 하는 대신에 자신에게 필요한 운동 조절 능력을 터득할 수 있도록 한 발 앞이나 한 발 뒤에서도 연습을 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정신적 과제든 육체적 과제든 간에, 교차 연습은 어떤 문제에 맞는 올바른 전략을 고르는 능력을 향상시킨다. 공교롭게도 그것은 전문가가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의 특징이기도 하다.26 화학자든 물리학자든 정치학자든 간에, 가장 성공적인 문제 해결자는 암기한 절차를 무턱대고 적용하기보다는 자신이 어떤 유형의 문제에 직면해 있는지를 먼저 파악하는 일에 정신적 에너지를 투자한다. 그런 뒤에 맞는 전략을 고른다. 그럼으로써 그들은 직관에 심하게 의지하는 체스 마스터 같은 친절한 학습 환경에서 실력을 계발한 전문가들과 정반대의 입장에 선다. 친절한 학습 환경에 속한 전문가들은 전략을 먼저 고른 뒤에 평가를 한다. 덜 반복되는 환경에 속한 전문가들은 평가를 먼저 한 뒤에 고른다.
당장 눈앞에 보이는 발전은 같은 연습을 더 하려는 본능을 강화하지만, 장티푸스 의사의 사례에서처럼 그 피드백은 잘못된 교훈을 가르칠 수 있다. 깊이 학습한다는 것은 느리게 학습한다는 의미다. 조기 교육 종파는 학습자에게 제시하는 목표를 이루지 못한다.
지속적인 효용성을 띤 지식은 새로운 문제들에 대응할 수 있는 정신적 틀을 갖추고서, 아주 유연해야 한다. 대공 방위 시뮬레이션 훈련을 받는 해군 장교들이나 교차 연습을 한 수학 학생들은 여러 문제 유형들을 통해서 공통적인 깊은 구조적 특성들을 식별하는 법을 배우고 있었다. 그들은 동일한 문제 유형의 반복에 의지할 수 없었으므로, 사실상 결코 본 적이 없던 모사된 전투 위협이나 수학 문제들에서 근본적으로 연결되는 개념 구조를 파악해야 했다. 그런 뒤에 각 새로운 문제에 맞는 전략을 골랐다. 어떤 지식 구조가 매우 융통성이 커서 아예 새로운 분야나 극도로 새로운 상황에까지 응용될 수 있을 때, 그것을 '원거리 전이far transfer'라고 한다.
(MindfulLearning에서 말하는 것과 비슷하기도 하고?)
5장. 경험 바깥의 사고
더 중요한 점은 케플러가 천체물리학을 창시했다는 것이다. 그는 보편적인 물리적 힘이라는 개념을 물려받은 것이 아니었다. 힘으로서의 중력이라는 개념도 원래 없던 것이며, 행성들을 계속 움직이게 하는 운동량이라는 개념도 본래 없었다. 그가 지닌 것은 오로지 유추뿐이었다. 그는 유추를 통해서 천체의 현상들에 적용되는 인과적인 물리 법칙들을 최초로 발견한 사람이 되었고, 그 스스로도 그렇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는 행성 운동 법칙을 발표할 때 이렇게 썼다. 〈물리학자들이여, 귀를 후비고 잘 듣기를. 이제 우리가 당신들의 영토를 침범할 테니.〉 그가 내놓은 걸작의 제목은 '인과를 토대로 한 새 천문학A New Astronomy Based upon Causes'이었다.
연금술이 아직 자연현상을 이해하는 흔한 접근 방식이던 시대에, 케플러는 우리 주변의 모든 것에 작용하는 보이지 않는 힘이 우주를 가득 채우고 있다고 제시했고, 과학 혁명을 촉발하는 데 기여했다. 그는 자신의 머릿속에 명멸했던 생각들이 굽이굽이 이어 가는 길을 꼼꼼하게 기록했는데, 마음이 어떤 식으로 창의적인 변모를 거듭했는지를 담은 대단한 기록이다. 케플러가 고정관념을 벗어나서 생각했다고 말하면 너무 진부할 것이다. 그러나 그가 막힐 때마다 실제로 한 일은 그 영역을 완전히 벗어나서 생각하는 것이었다. 그는 그렇게 하기 위해 자신이 선호하는 도구들이 환하게 비추고 있는 길을 아예 벗어났다. 그럼으로써 동료들이 그냥 받아들인 지혜를 바깥에서 볼 수 있었다. 그는 이렇게 썼다. 〈나는 유추를 아주 사랑한다. 내 가장 충실한 거장들, 자연의 모든 비밀을 아는 (……) 유추들을 아주 잘 활용해야 한다.
노스웨스턴 대학교의 심리학자 디드리 겐트너Dedre Gentner를 흥분시키고 싶다면, 케플러라는 이름을 꺼내면 된다. 그녀는 손을 마구 휘저으면서 열변을 토한다. 거북딱지 안경이 위아래로 마구 출렁인다. 그녀는 아마 유추적 사고에서 세계 최고의 권위자일 것이다. 깊은 유추적 사고는 언뜻 보면 거의 공통점이 없어 보일 수도 있는 여러 영역이나 시나리오 사이의 개념적 유사성을 파악하는 행위다. 그것은 사악한 문제를 푸는 강력한 도구이며, 케플러는 유추 중독자였다. 그래서 당연히 겐트너는 그를 매우 좋아한다. 현대 독자들이 오해할 수도 있는 그에 관한 사소한 역사적 사실들을 언급할 때면, 그녀는 그가 거의 400년 전에 세상을 떠나긴 했어도, 그에 대한 인상이 나빠질 수도 있으니 발표하지 않는 편이 최선일 수도 있다고 말한다.
'내 생각에 연관 지어 생각하는 능력이야말로, 우리가 지구를 운영하고 있는 이유 중 하나예요. 다른 종들은 뭔가를 연관 짓기가 정말로 어렵지요.' 유추적 사고는 새로운 것을 취해 익숙하게 만들거나 익숙한 것을 새로운 관점에서 보는 행위다. 유추적 사고를 통해 우리는 결코 본 적이 없는 낯선 맥락에 있는 문제들을 추론할 수 있다. 또 우리가 전혀 볼 수 없는 것도 이해할 수 있다. 학생은 당구공 충돌이라는 유추를 통해 분자의 운동을 배울 수도 있다. 또 관을 통해 흐르는 물에서 유추함으로써 전기의 원리를 이해할 수 있다. 생물학의 개념들은 인공지능의 최전선에 정보를 제공하는 유추 역할을 한다. 사례들을 통해 이미지를 파악하는 법을 배우는(예를 들어 고양이 사진들을 검색할 때) '신경망'은 뇌의 신경과 비슷하다고 여겨지며, '유전 알고리듬'은 개념적으로 자연선택을 통한 진화에 토대를 둔다. 이런저런 해결책을 시도하고 평가하고, 더 성공한 해결책들을 모아서 다시 시도한다. 그런 식으로 무한정 반복한다. 직접적인 경험에 의지해 문제를 풀던 루리아의 현대화 이전 오지 마을 주민들에게는 낯선 사고 유형을 가장 멀리까지 확장한 것이다.
어려운 방사선 문제에 직면했을 때, 가장 성공한 전략은 겉보기에는 전혀 닮지 않았지만 구조적으로 깊은 유사성을 지닌 다양한 상황들을 활용하는 것이었다. 대다수의 문제 해결자들은 케플러 같지 않다. 당면한 문제 내에 머물면서 그 안의 세세한 사항들에 초점을 맞추고, 아마도 다른 의학 지식을 동원할 것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그것이 의학 문제이기 때문이다. 해결책을 찾아서 동떨어진 유추들로 시선을 돌린다는 것은 직관적으로 와닿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시선을 돌려야 한다. 겉보기에 당면한 문제와 너무나 동떨어진 듯한 유추들을 살펴보아야 한다. 사악한 세계에서, 한 영역에서의 경험에 의지하는 태도는 한계가 있을 뿐 아니라 재앙을 부를 수도 있다.
단 하나의 유추, 특히 아주 비슷한 상황에서 나온 유추에만 의지할 때의 문제점은 〈내부 관점〉을 이용하려는 자연스러운 충동에 맞서는 데 아무런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이다. 내부 관점은 심리학자 대니얼 카너먼과 아모스 트버스키Amos Tversky가 창안한 용어다. 우리는 당면한 과제의 세세한 사항들에 협소하게 초점을 맞춰 판단을 내릴 때 내부 관점을 취한다.
내부 관점을 취하려는 우리의 자연스러운 성향은 〈외부 관점〉을 지향하는 유추를 따름으로써 물리칠 수 있다. 외부 관점은 당면한 문제와 깊은 구조적 유사성을 지닌 다른 문제들을 살펴보는 것이다. 외부 관점은 당면한 과제의 전문가인 의사 결정자에게 당면한 과제 특유의 겉보기 특성들을 무시하고 대신에 바깥으로 눈을 돌려서 구조적으로 유사한 유추를 하라고 요구하기 때문에 몹시 직관에 반한다. 마음 자세를 협소한 것에서 넓은 것으로 바꾸라고 요구한다.
심리학자들은 어떤 일을 내부적으로 더 상세히 고려하게 할수록, 사람들이 더 극단적인 판단을 내린다는 연구 결과를 계속 내놓곤 했다.14 그 벤처 투자자들은 자신의 투자 계획을 더 상세히 알고 있었기에, 그 계획이 대성공을 거둘 것이라고 판단했다. 폭넓은 개념적 유사성을 지닌 다른 계획들을 고려해 보라고 요청하기 전까지는 그러했다.
옥스퍼드 대학교 경영대의 대형 프로그램 관리Major Programme Management 과정을 맡고 있는 벤트 플립버그 Bent Flyvbjerg는 전 세계 대형 기반시설 구축 사업의 약 90퍼센트는 예산을 초과하며(평균 28퍼센트 초과), 그것이 어느 정도는 관리자들이 계획의 세부 사항에 초점을 맞추다가 지나치게 낙관적인 태도를 취하게 되었기 때문임을 보여 주었다. 계획 관리자들은 카너먼의 교과 과정 집필진과 비슷해질 수 있다. 전문가들을 모아 놓은 덕분에 자신들은 다른 집단들이 처했던 것과 같은 지연 사태를 겪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하게 된 집필진 말이다.
넷플릭스도 추천 알고리듬을 개선하는 방안을 연구하다가 비슷한 결론에 도달했다.19 영화의 특성들을 분석해 시청자가 무엇을 좋아할지를 파악하는 방식은 아주 복잡했을 뿐 아니라, 비슷한 영화를 본 적이 있는 다른 많은 고객들로부터 유추하는 방식보다 정확도가 떨어졌다. 시청자가 무엇을 좋아할지를 예측하는 대신에 시청자와 성향이 비슷한 사람들이 누구인지를 조사하자, 복잡성을 간파할 수 있었다.
좋은 소식은 직관적인 내부 관점으로부터 외부 관점으로 넘어가기가 쉽다는 것이다. 2001년 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기업 중 하나인 보스턴 컨설팅 그룹은 폭넓은 유추적 사고를 촉진할 자료 집합을 컨설턴트들에게 제공하고자 인트라넷 사이트를 만들었다. 이 상호작용적 '게시물들'은 분야(인류학, 심리학, 역사 등), 개념(변화, 유통, 생산성 등), 전략적 주제(경쟁, 협력, 통합과 연대 등)에 따라 분류되어 있었다. 합병 뒤의 통합을 도모할 전략을 짜는 컨설턴트는 정복왕 윌리엄이 11세기에 영국을 노르만 왕국과 어떻게 '통합했는지'에 관한 게시물을 숙독할 수도 있었다. 셜록 홈스의 관찰 전략을 기술한 게시물은 노련한 전문가들이 당연시 여기는 세세한 것들로부터 배운다는 착상을 제공할 수 있었다. 급속히 사세가 커지는 신생 기업을 맡은 컨설턴트는 승리 뒤의 추진력을 유지하는 일과 지나치게 과욕을 부리다가 패배하는 일 사이의 허약한 균형을 연구한 프로이센 군사 전략가의 저술로부터 착상을 얻을 수도 있었다. 이 모든 자료들이 눈앞에 있는 사업상의 걱정거리와 아주 동떨어진 양 보일 수 있다. 바로 그것이 요점이다.
디드리 겐트너는 누구나 케플러와 조금 비슷하게, 동떨어진 다양한 유추들을 이용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래서 그녀는 〈모호한 분류 과제Ambiguous Sorting Task〉를 공동 창안했다.
이 과제는 스물다섯 장의 카드로 이루어지며, 각 카드에는 인터넷 라우터나 경제 거품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같은 현실 세계의 현상이 기재되어 있다. 카드들은 크게 두 범주로 나눌 수 있다. 영역(경제학, 생물학 등)에 따라 분류할 수도 있고, 심층 구조에 따라 분류할 수도 있다. 실험 참가자들은 카드들을 비슷한 것끼리 분류하라는 요청을 받는다.
한 교수에게 융합 과학 프로그램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더니, 각 학과에서는 대체로 그 프로그램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들은 학생들이 한 학과에 소속되어 더 전문적인 강좌를 듣길 원했다. 학생들이 뒤처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에서였다. 그들은 학생들에게 겐트너가 〈다양한 기초 영역들〉이라고 부르는 것에서 나오는 사고력을 갖추어 주는 일보다 전문 지식을 갖추어 주는 일이 더 시급하다고 본다. 반면에 겐트너는 학생들이 접하게 될 문제들의 유형을 분류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유추적 사고와 개념 연결을 함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가장 유능한 문제 해결자들이 특별한 능력을 발휘하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이루어진 전문가 문제 해결을 다룬 연구들에서 가장 많이 인용된 것 중 하나는 한 학제 간 과학자들이 한 것인데,23 결론이 아주 단순했다. 성공적인 문제 해결자는 문제에 맞는 전략을 고르기에 앞서 문제의 심층 구조를 잘 파악한다는 것이다. 덜 성공적인 문제 해결자는 모호한 분류 과제에서 대다수의 학생들과 더 비슷한 양상을 보인다. 즉 영역이라는 맥락처럼 겉으로 명백하게 드러난 특징들만으로 문제들을 마음속으로 분류한다. 연구진은 최고의 수행 능력을 보인 이들에게서는 문제 해결이 〈문제를 입력하는 것으로 시작한다〉라고 썼다.
교육학의 선구자 존 듀이John Dewey는 『논리학: 탐구의 이론 Logic, The Theory of Inquiry』에서 이렇게 썼다. 〈잘 표현된 문제는 절반은 푼 셈이다.〉
6장. 그릿이 너무 많아서 문제
7장. 자신의 가능한 자아와 놀기
8장. 외부인의 이점
9장. 시든 기술을 활용하는 수평적 사고
10장. 전문성에 속다
11장. 친숙한 도구를 버리는 법 배우기
12장. 의도적인 아마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