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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거 우즈의 이야기처럼, 폴가르의 이야기도 대중문화로 들어가서 기사, 책, TV 쇼, 대담 등을 통해 끝없이 되풀이되면서, 조기 교육이 삶을 바꿀 힘을 지닌다는 것을 설파했다. 〈천재를 키우자!Bring Up Genius!〉라는 온라인 강좌는 폴가르의 방법을 토대로 〈당신의 천재적인 인생 계획을 세울〉 수 있도록 가르친다고 광고한다. 베스트셀러인 『재능은 어떻게 단련되는가?Talent Is Overrated』는 폴가르 자매와 타이거 우즈가 수행한 조기의 신중한 훈련이 〈우리에게 중요한 거의 모든 활동 분야〉에서 성공을 거둘 열쇠임을 말해 주는 증거라고 주장한다.

세상의 그 어떤 일도 동일한 방식으로 정복할 수 있다는 강력한 교훈인 셈이다. 그런데 이 견해는 아주 중요하지만 거의 언급되지 않는 한 가지 가정에 의존한다. 체스와 골프가 우리에게 중요한 모든 활동을 대표하는 사례라는 가정이다.

사람이 배우고 하고자 하는 것들 중에 정말로 체스나 골프와 비슷한 것들이 얼마나 될까? 즉 세상은 체스나 골프와 얼마나 비슷할까?

심리학자 게리 클라인Gary Klein은 전문성의 〈자연주의적 의사 결정naturalistic decision making(NDM)〉 모델의 선구자다. NDM 연구자는 전문가가 자연스럽게 일을 하는 과정에서 시간이 촉박할 때 위험 부담이 큰 결정을 내리는 방법을 배우는 양상을 관찰한다. 클라인은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자기 분야에서 익숙한 패턴을 본능적으로 인지한다는 점에서 체스의 대가들과 놀라울 만치 비슷하다는 점을 보여 주었다.

클라인의 동료인 심리학자 대니얼 카너먼Daniel Kahneman은 인간 판단의 〈휴리스틱heuristics과 편향〉 모형을 써서 인간의 의사 결정 과정을 연구했다. 그런데 그는 클라인이 발견한 것과 정반대의 결과를 얻었다. 고도로 훈련된 전문가들의 판단을 조사하니, 그들의 과거 경험이 아무런 도움도 안 될 때가 너무나 많았던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경험은 실력이 아니라 과신을 빚어낼 때가 아주 많았다.

카너먼은 그 책이 자신에게 〈엄청난〉 영향을 미쳤다고 했다. 그 책에 실린 다양한 연구들은 심리학을 뒤흔들었다. 학생의 잠재력을 평가하는 대학 당국자부터 환자의 정신적 능력을 예측하는 정신과 의사, 직업 훈련을 우수한 성적으로 통과할 사람이 누구일지를 판단하는 인력 개발 전문가에 이르기까지, 현실 세계의 다양한 영역들에서 아무리 경험을 쌓아도 그들의 판단 능력이 향상되는 것이 아님을 명확히 보여 주었기 때문이다. 인간의 행동이 관여하고 패턴이 뚜렷하게 되풀이되어 나타나지 않는 영역들에서는 아무리 반복해 경험을 쌓는다고 해도 학습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었다. 즉 체스, 골프, 소방은 전형적인 사례가 아니라, 예외 사례였다.

클라인과 카너먼이 경험 많은 전문가들을 조사한 결과가 이토록 큰 차이를 보이자, 심각한 의문이 제기되었다. 전문가들은 경험을 쌓을수록 더 나아질까, 그렇지 않을까?

2009년 카너먼과 클라인은 학계에서는 드문 시도를 했다.9 자신들의 견해를 다 제시하고 공통의 토대를 찾으려고 시도한 논문을 공동 저술했다. 그리고 그들은 공통의 토대를 찾아냈다. 그들은 경험이 필연적으로 전문성으로 이어질지 여부는 전적으로 분야에 따라 다르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협소한 경험은 체스 선수와 포커 선수, 소방관에게 더 적합하지만, 금융이나 정치의 추세를 예측하거나 직원이나 환자가 어떻게 행동할지를 예측하는 일을 하는 사람에게는 그리 적합하지 않다는 것이다. 클라인이 연구한 영역들, 즉 본능적인 패턴 인식이 강력한 효과를 발휘하는 영역들은 심리학자 로빈 호가스 Robin Hogarth가 〈친절한kind〉 학습 환경이라고 부르는 것에 속한다.10 그런 환경에서는 동일한 패턴이 계속 되풀이해 나타나고, 피드백이 극도로 정확하고 대개 아주 빨리 이루어진다. 골프나 체스에서는 정해진 공간 내에서 규칙에 따라 공이나 말을 움직인다. 그리고 결과가 금방 드러나고, 비슷한 도전 과제들이 되풀이해 나타난다. 골프공을 치면 너무 멀리 날아가거나 충분히 멀리까지 날아가지 않거나 한다. 도중에 툭 떨어지거나 휘어지거나 곧게 날아간다. 선수는 어떻게 날아가는지 지켜보고서, 잘못된 점을 고치면서 다시 치는 일을 여러 해 동안 반복한다. 1만 시간 법칙과 일찍부터 전문적인 훈련을 시켜서 전문화에 힘쓰라는 개념이 공통적으로 제시하는, 이른바 신중한 훈련의 정의가 바로 그것이다. 그 학습 환경은 친절하다. 학습자가 단순히 그 활동에 매진해 더 나아지려고 애쓰는 것만으로 실력이 향상되기 때문이다. 카너먼은 친절한 학습 환경의 뒷면에 초점을 맞추었다. 호가스는 그쪽을 〈사악한 wicked〉 환경이라고 했다.

사악한 분야에서는 게임의 규칙이 불분명하거나 불완전할 때가 많으며, 반복되는 패턴이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으며, 아예 있는지조차 명백하지 않을 때도 있고, 피드백이 늦어지거나 부정확하거나 양쪽 다일 때도 많다.

가장 지독히도 사악한 학습 환경에서는 경험이 잘못된 행동을 더욱 강화하는 형태로 학습이 이루어질 것이다.

컴퓨터와 체스를 두면서, 그는 인공지능 연구자들이 모라벡의 역설Moravec’s paradox이라고 부르는 것을 알아차렸다. 기계와 인간은 서로 정반대의 강점과 약점을 지닐 때가 많다는 것이다.

〈체스는 99퍼센트가 전술이다〉라는 말이 있다. 전술은 지금 당장 판세를 유리하게 바꿔 놓을 방법을 염두에 두고서 두는 몇 수를 가리킨다. 대국자가 체스의 온갖 패턴들을 연구할 때 하는 일은 사실 전술을 숙달하는 것이다. 체스에서 더 큰 그림을 구상하는 일, 즉 전쟁에서 이기기 위해 사소한 전투들을 관리하는 것을 전략이라고 한다. 수전 폴가르는 이렇게 썼다. 〈전략을 기본적인 수준에서만 이해하고 전술에 아주 능숙해지는 것만으로도 많은 승리를 거둘 수 있다.〉14 즉 패턴을 많이 알기만 해도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컴퓨터는 계산 능력 덕분에 인간에 비해 전술적인 오류를 범하지 않는다. 그랜드마스터는 몇 수 앞을 내다보지만, 컴퓨터는 그 일을 더 잘한다. 카스파로프는 이런 생각을 했다. 컴퓨터의 전술 능력을 사람의 큰 그림을 짜는 능력, 즉 전략적 사고와 결합한다면 어떻게 될까?

1998년 그는 몇몇 사람들과 공동으로 세계 최초의 어드밴스드 체스 대회를 열었다. 카스파로프 자신을 비롯해 사람이 컴퓨터와 한 조가 되어 참가하는 대회였다. 그러자 다년간에 걸쳐 패턴을 학습할 필요가 없어졌다. 기계가 전술을 너무나 잘 다루었기에, 사람은 전략에 집중할 수 있었다.

몇 년 뒤 최초의 프리스타일 체스 대회가 열렸다.16 여러 사람과 컴퓨터가 한 조를 이루어 출전할 수 있는 대회였다. 어드밴스드 체스가 평생에 걸친 전문화 훈련을 통해 쌓은 강점을 희석시켰다면, 프리스타일 체스는 그 강점을 아예 없앴다. 이 대회에서 일반 컴퓨터 석 대와 사람 두 명으로 구성된 팀은 최고의 체스 슈퍼컴퓨터인 히드라를 물리쳤을 뿐 아니라, 컴퓨터를 활용하는 그랜드마스터 팀들도 물리쳤다. 카스파로프는 우승한 팀의 사람들이 여러 대의 컴퓨터에 무엇을 살펴볼지 〈지시한〉 다음 그 정보를 종합해 전반적인 전략을 짜는 능력이 가장 뛰어났다고 결론지었다. 사람/컴퓨터 조는 〈켄타우로스〉라고 했는데, 가장 최고 수준의 체스 실력을 보여 주었다. 카스파로프를 이긴 딥블루가 컴퓨터의 체스 실력이 인간을 능가했다는 것을 알렸다면, 히드라를 이긴 켄타우로스는 더욱 흥미로운 시대가 열렸음을 상징했다. 여러 해에 걸친 패턴 인식 전문 훈련을 받지 않아도 최고의 기량을 발휘할 능력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트레퍼트는 수십 년 동안 서번트를 연구한 끝에야 자신의 생각이 잘못되었음을 깨달았다. 서번트는 그가 생각했던 것보다 폴가르 자매 같은 신동들과 더 공통점이 많았다. 서번트는 기억했던 것을 그대로 토해 내는 것이 아니다. 폴가르 자매의 능력처럼 그들의 탁월한 능력도 반복되는 구조에 의존한다. 그리고 바로 그 점 때문에 폴가르 자매의 능력은 자동화하기가 너무나 쉽다.

2019년 AI는 기능을 한정한 스타크래프트에서 처음으로 프로 선수를 이겼다(그 프로 선수는 내리 지다가 이윽고 AI에 적응해 이겼다).* 그러나 그 게임의 전략적 복잡성은 한 가지 교훈을 준다. 그림이 더 클수록, 인간이 기여할 여지가 더 많아진다는 것이다. 우리의 가장 큰 강점은 협소한 전문화가 아니라 그 반대편에 놓여 있다. 바로 폭넓게 종합하는 능력이다. 자신이 세운 기계 학습 회사를 우버에 매각한 심리학자이자 신경과학자인 게리 마커스Gary Marcus는 이렇게 말한다. 「충분히 협소한 세계에서는 인간이 더 이상 기여할 것이 별로 없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끝이 더 열려 있는 게임에서는 기여할 것이 확실히 있다고 봅니다. 게임에서만이 아니라, 현실 세계의 열린 문제들에서도 우리는 여전히 기계를 이기고 있어요.」

예일대 경영대학원 설립에 기여한 크리스 아지리스ChrisArgyris는 사악한 세계를 친절한 양 다룰 때 어떤 위험이 있는지를 파악했다. 그는 최고의 경영대학원을 나와서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컨설턴트들을 15년 동안 연구했다. 그들은 경영대학원에서 으레 제시하는, 범위가 명확히 정해져 있고 평가를 빠르게 내릴 수 있는 문제들에는 정말로 탁월한 실력을 보였다. 그러나 그런 문제들은 아지리스가 단일 순환 학습SingleLoopLearning이라 부른 것, 마음속에 맨 처음 떠오르는 익숙한 해결책이 잘 들어맞는 유형의 것이다. 그런 해결책이 잘못될 때마다 컨설턴트는 대개 방어적인 태도를 취했다. 아지리스는 〈그들의 일이 본질적으로 남들에게 다른 방식으로 일을 하라고 가르치는 것〉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그들이 그렇게 〈나약한 성격〉을 드러낸다는 사실이 정말로 놀랍다고 했다.

협소한 영역에서 쏟아부은 조기 전문 훈련의 양이 혁신적인 성과를 낼 열쇠라면, 서번트는 어떤 분야를 파고들든 간에 대가의 수준에 이를 것이고, 신동은 어른이 되어서도 반드시 유명세를 떨칠 것이다. 그런데 영재 아동에 관한 손꼽히는 권위자인 심리학자 엘런 위너Ellen Winner의 말을 빌리자면, 지금까지 그 어떤 서번트도 자기 분야를 혁신시킨 〈원대한 창조자 Big-C creator〉가 되지 못했다.

과학자와 일반 대중이 예술에 취미를 가질 확률은 거의 비슷하지만, 가장 영예로운 국립과학원 회원으로 선출된 과학자일수록 자기 직업 이외의 취미 활동을 할 가능성이 훨씬 더 많다. 노벨상을 받은 이들은 더욱더 그렇다. 다른 과학자들에 비해 노벨상 수상자들은 아마추어 배우, 댄서, 마술사 등 다양한 공연자로 활약할 확률이 적어도 스물두 배 더 높다.38 전국적으로 알려진 과학자들은 다른 과학자들보다 음악가, 조각가, 화가, 판화가, 목공예가, 기계공, 전자제품 개조 활동가, 유리 공예가, 시인, 소설이나 비소설 작가로 활동할 가능성이 훨씬 높다. 그리고 여기서도 노벨상 수상자는 훨씬 더 그렇다. 또 가장 성공한 전문가는 더 폭넓은 세계에 속해 있다. 스페인의 노벨상 수상자이자 현대 신경과학의 아버지인 산티아고 라몬 이 카할 Santiago Ramón y Cajal은 이렇게 말했다. 〈멀리서 보면 그들이 에너지를 산만하게 낭비하는 양 보이겠지만, 사실 그들은 연결하고 강화하고 있다.〉 동료들로부터 진정한 전문가라고 여겨지는 과학자들과 공학자들을 여러 해에 걸쳐 연구한 끝에 나온 주된 결론은 자기 분야 너머에 미적 관심거리를 지니지 않은 이들은 자기 분야에 창의적인 기여를 하지 못한다는 것이었다.40 심리학자이자 창의성 연구로 유명한 딘 키스 사이먼턴Dean Keith Simonton은 창의적인 성취자들이 〈협소한 주제에 강박적으로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관심의 폭이 넓다고 간파했다. 〈자기 분야만 파고들 때에는 나올 수 없는 깨달음을 이 폭넓은 관심사를 통해 얻는 일이 자주 있다.〉

여러 해가 흐르면서 코널리는 왜 어떤 전문가들은 자신의 협소한 전문 분야를 벗어나면 허우적거리는 반면, 어떤 전문가들은 놀라울 만치 능숙하게 자신의 분야를 확장하는지 궁금증이 일었다. 세계적인 수준의 오케스트라에서 연주를 하다가 달리기 선수로 옮겨 간 사람도 있었다. 회사를 운영한 지 30년이 되었을 때, 그는 학교로 돌아가서 심리학자이자 체스 국제 마스터인 페르낭 고베 밑에서 바로 그 의문을 연구해 박사 학위를 받았다. 코널리는 나중에 전문 분야를 옮겨서도 성공한 이들이 경력을 쌓기 시작한 초기에 더 폭넓은 훈련을 했고, 자신의 전문성을 추구하는 동안에도 다양한 〈경력 흐름career stream〉44들을 늘 열린 자세로 대하고 있었다는 중요한 발견을 했다. 그는 그들이 1차선 일방통행로가 아니라 〈8차선 고속도로를 달렸다〉고 썼다.

그들은 레인지를 지녔다. 적응에 성공한 이들은 한 분야를 추구해 얻은 지식을 창의적으로 다른 분야에 적용하고, 인지 고착화를 피하는 데 뛰어났다. 그들은 호가스가 〈회로 차단기circuit breaker〉라고 부른 것을 실행했다. 더 이상 작동하지 않을 수도 있는 기존의 해결책에 의지하려는 경향을 외부의 경험과 유추를 끌어다가 막았다. 그들의 실력은 동일한 낡은 패턴을 〈회피〉하는 일에서 비롯되었다. 도전 과제가 명확히 정의되어 있지 않고 엄정한 규칙도 거의 없는 사악한 세계에서는 레인지가 삶의 개선 도구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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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흥미롭게 지켜볼 수 있는 장면은 연구실에서 매주 열리는 회의였다. 일주일에 한 차례씩 지도 교수, 대학원생, 박사 후 연구원, 연구원 등이 모두 모여서 누군가에게 닥친 난제를 토의했다. 회의는 과학자라고 하면 으레 떠올리는, 홀로 시험관들 앞에서 고개를 숙인 채 연구에 몰두하는 모습과는 전혀 달랐다. 던바는 생각들이 자유롭게 흐르면서 의견 교환이 이루어지는 광경을 보곤 했다. 이런저런 아이디어를 주고받고, 새로운 실험이 제안되고, 막히는 문제들이 논의되었다. 그는 내게 이렇게 말했다. 「과학에서 가장 창의적인 순간에 속하죠.」 그래서 녹화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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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가 의외이거나 혼란스러운 발견을 했다고 알린다. 케플러 화성 궤도의 현대판이었다. 과학자들의 첫 반응은 신중한 태도로 자기 자신을 탓하는 것이었다. 계산을 잘못했거나 장치의 설정값을 제대로 보정하지 않았다는 식이었다. 그런 오류들이 없었다는 것을 확인한 뒤에야 사람들은 그 결과가 진짜임을 받아들였고, 어떤 시도를 할지, 그쪽으로 계속 끌고 나가면 어떻게 될지 등을 논의했다. 던바는 과학적 창의성의 과정을 분석하기 위해서 실험실 회의를 녹화한 자료 한 시간 분량을 여덟 시간에 걸쳐서 옮겨 적고, 문제 해결 행동별로 분류했다. 그러자 그 시간에 유추가 난무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던바는 중요한 돌파구들이 생겨나는 것을 목격했고, 예기치 않은 발견을 인류 전체의 새로운 지식으로 전환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연구실들이 유추를 많이 만들어 내며, 그 유추들이 다양한 기초 영역들에서 나온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원래 전공이 더 다양한 과학자들이 모여 있는 연구실일수록 더욱 다양한 유추가 나왔으며, 예기치 않은 발견이 이루어졌을 때 돌파구가 마련되는 일이 더 많았다. 그런 연구실들은 케플러들이 모인 위원회나 다름없었다. 경험과 관심사가 아주 다양한 이들이 섞여 있었다. 의아한 정보를 내치거나 받아들이거나 붙들고 씨름하는 순간이 닥쳤을 때, 그들은 자신의 레인지를 토대로 유추를 했다. 많은 유추가 쏟아졌다.

예기치 않은 문제에 직면했을 때, 가용 유추들의 레인지는 누가 새로운 것을 배울지를 결정하는 데 기여했다. 던바가 연구하는 동안 새로운 발견이 전혀 이루어지지 못한 연구실이 한 곳 있었는데, 그곳의 연구자들은 모두 비슷하면서 고도로 전문적인 분야를 전공했고, 유추를 거의 사용하지 않았다. 던바는 이렇게 결론을 내렸다. 〈연구실의 모든 구성원들이 동일한 지식에 기댈 때, 어떤 문제가 생긴다면 생각이 비슷한 이들로 이루어진 집단은 유추할 정보를 제공하는 측면에서 한 명이나 다를 바 없을 것이다.〉

그는 내게 이렇게 말했다. 「주식 시장과 좀 비슷해요. 여러 전략을 뒤섞어야 하지요.」

린지 리칠랜드가 조사한 연결하는 지식이든, 플린이 조사한 폭넓은 개념이든, 겐트너가 평가한 깊은 구조적·유추적 추론이든 간에, 굳은 의지로 레인지의 편에서, 즉 느리게 습득되어야 하는 지식의 편에 서서 싸우는 일에 관심을 가진 사람이 아예 없을 때도 많다. 설령 장기적으로는 안 좋은 전략이라고 할지라도, 모두가 유리한 출발과 협소한 조기 전문화를 장려하는 쪽으로 밀어붙이고 있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이는 매우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다른 유형의 지식, 아마도 가장 중요할 이 지식은 반드시 느리게 습득해야 하기 때문이다. 애초에 올바른 도전 과제를 고르는 데 도움을 주는 지식이 바로 그렇다.

DavidEpstein이 지은 책.

'늦깎이 천재들의 비밀'이라는 제목으로 번역서가 출간되었다.

서문. 로저 페더러 vs. 타이거 우즈

1장. 조기 교육이라는 종교

Range (last edited 2024-07-25 00:55:34 by 정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