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장. '1등'에 대한 강박

그 속에 너무나 깊이 빠져 있기 때문에, 우리는 경쟁에 별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다. 말하자면 물고기가 물의 본성에 대해 깊이 생각하지 않는 것과 같다. 워커 퍼시Walker Percy는 이렇게 말했다. “물고기는 물이 없다는 것을 상상할 수도 없으므로 물의 존재에 대해 생각할 줄 모른다."

이 책에서는 다른 사람들을 이기려고 애쓰는 것이 진정 무엇을 의미하는지 살펴보면서, 누군가 성공하려면 누군가는 실패해야만 하는 사회적 장치에 대해 신중하게 검토할 것이다.

사회마다 경제체계나 학교교육 또는 오락 등을 구성할 때 경쟁에 의존하는 정도가 모두 다르다. 그 스펙트럼의 맨 끝에는 경쟁 요소가 전혀 없어도 작동하는 사회가 있고, 그 반대편 맨 끝에는 미국 사회가 있다.

경쟁은 우리 생활에 매우 깊이 뿌리를 내리며 삶의 일부가 되었으므로, 이제 그것이 우리를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하게 만드는지 보다 면밀히 살펴보아야 한다.

우선 경쟁이라는 말의 의미를 좀 더 정확히 하는 것에서 시작해보자. 먼저 구조적 경쟁structural competition과 의도적 경쟁intentional competition으로 개념을 나누어 살펴보는 것이 유용할 듯하다. 구조적 경쟁이란 어떤 상황에 의한 것이고, 의도적 경쟁은 태도에 관한 것이다. 즉 구조적 경쟁이 승리와 패배라는 구조와 관련된 외부적인 것이라면, 의도적 경쟁은 1등이 되고 싶다는 개인의 욕망과 관련된 내부적인 것이다.

어떤 활동이 ‘경쟁적 구조를 띠고 있다’는 말은 ‘상호 배타적인 목표를 달성하는 것’을 특징으로 한다는 뜻이다. 이는 간단히 말해서 당신이 실패해야만 내가 성공할 수 있다는 뜻이다. 우리는 서로에게 해를 끼치는 운명으로 묶여 있다. 소위 제로섬 게임zero-sum game이라 부르는 포커에서처럼, 한 명이 이기기 위해서는 우리 중 누군가는 정확히 그만큼 잃어야 한다. 상호 배타적인 목표 달성이라는 장치 아래에서는 두 명이나 그 이상의 개인들이 결코 모두는 달성할 수 없는 하나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경합한다. 몇몇 사회과학자들이 말했듯이 이것이 바로 경쟁의 본질이다.

내가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는 당신이 져야만 한다. 그럴 때 내가 원하는 그것이 바로 ‘부족한 무엇’이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러한 부족함과 뭔가가 객관적으로 모자라는 것을 혼동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배고픈 두 사람이 한 그릇의 음식을 놓고 다툴 수는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쟁이 목표로 하는 것은 간단히 말해 ‘높은 지위’이다. 구조적 경쟁이란 대개 몇몇 개인들을 서로 비교하여 그 중 최고인 단 한 사람만을 결정하는 방식이다. 경쟁 그 자체에 승리라는 목표가 설정되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 부족함이란 것은 원래 부족함이 없던 곳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구조적 경쟁은 몇 개의 기준으로 구별할 수 있다. 예컨대 경쟁은 얼마나 많은 승리자가 나올 수 있는가에 따라서 달라진다. 대학에 지원한 모든 수험생들이 합격할 수는 없지만, 자신의 합격을 위해서 꼭 다른 사람이 불합격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다른 이의 합격 가능성이 조금 줄기는 하겠지만). 반면 매년 열리는 미스 아메리카 대회는 단 한 명의 여성에게만 왕관을 주는데, 미스 몬타나가 뽑혔다면 미스 뉴저지는 절대 뽑힐 수 없다.

미인 대회나 대학 입시에는 또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 경쟁자들 사이에 어떤 직접적인 상호작용도 필요하지 않다는 것이다. 단지 한 명의 성공이 다른 경쟁자의 기회를 박탈하거나 줄일 뿐이다. 반면 자신의 성공을 위해서는 반드시 상대방을 실패하도록 해야 하는 보다 강력한 구조적 경쟁도 있다. 전쟁이 하나의 예이다. 테니스 역시 그렇다. 테니스 선수들은 서로를 패배시키기 위해 더욱 적극적이다. 반면 번갈아 가면서 게임을 하는 두 명의 볼링 선수는 우승을 위해 상대방을 방해할 필요가 없다. 어떤 태도를 취할 것인지는 그 게임의 규칙, 그리고 그와 관련된 구조적 경쟁의 유형에 따라 달라진다.

이에 반해 이제 살펴볼 의도적 경쟁은, 실제로는 꽤 복잡하고 미묘한 차이가 있긴 하지만, 훨씬 더 정의하기 쉽다. 쉽게 말해 이것은 개인의 경쟁심, 즉 다른 이들과 비교하여 최고가 되고자 하는 우리의 성향에 관한 것이다. 이는 앞서 살펴본 구조적 경쟁이 없는 곳에서 벌어질 수 있다. 파티에 가서도 그곳의 누구보다 더 지적이고 매력적으로 보이는 것에만 온통 정신을 쏟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 그 누구도 그런 것에 신경 쓰지 않고, 무슨 상을 주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정신분석학자인 카렌 호나이Karen Horney는 신경증(neurotic, 노이로제) 환자를 이렇게 묘사했다. “전혀 그럴 필요가 없는 상황에서도 끊임없이 스스로를 다른 사람과 비교한다.”

이와 반대되는 상황, 즉 의도적 경쟁이 없는 곳에서 구조적 경쟁이 벌어지는 경우도 있다. 다른 사람보다 더 잘하는 데는 전혀 신경 쓰지 않고 단지 스스로 최선을 다하는 데만 집중할 수도 있지만, 그런 것이 필연적으로 경쟁 상황을 초래하기도 한다. 이렇게 성공을 곧 승리로 규정하는 상황은 사람들이 의도하기 때문이 아니라 그러한 구조 때문에 발생한다. 이러한 구조 아래서는 경쟁에 반대하는 사람조차 스스로의 의지대로 경쟁을 피하는 일이 불가능하다. 이는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듯 불쾌한 스트레스를 낳는다. 의도하지 않은 구조적 경쟁의 가장 극단적인 예는 자신은 의식조차 하고 있지 않은데 누군가 개인의 등수를 매기고 상을 주는 경우이다. 동료를 이기는 데 별 관심이 없는 학생일지라도 타의에 의해 등급이 매겨지고, 일정한 기준에 따라 분류된다(경쟁을 두 가지로 구별하는 것은 이러한 시나리오를 이해하는 데 매우 유용하다).

경쟁이 학교나 직장을 조직하는 유일한 방법은 아니다. 이는 논쟁거리가 없는 말이지만, 우리는 경쟁을 너무나 당연하게 받아들이므로 대안을 생각하지도 않는다. 대부분의 사회심리학자들이 그러는 것처럼, 나는 여기서 자신의 목표를 달성하는 방법을 세 가지로 나누어 살펴보려 한다.

우리는 종종 누군가와 경쟁을 할 때에만 어떤 목표와 기준을 설정할 수 있다고 여긴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경쟁이 전혀 없더라도 일을 완수할 수 있으며, 자신이 어느 정도로 발전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단적인 예가 어제보다 단 몇 그램이라도 더 들어 올리려 노력하는 역도 선수의 경우이다.

이제 앞으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할 ‘협력’이라는 대안을 살펴보자. 이 말은 단지 비경쟁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함께 일할 것을 요구하는 일종의 제도를 의미한다. 구조적 협력이란 우리가 힘을 모아 함께 노력해야만 한다는 뜻이다. 왜냐하면 나의 성공은 당신이 성공하는 경우에만 가능하며, 그 반대도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노력의 대가는 개인이 아니라 집단의 성취에 의해 결정된다. 요컨대 협력적인 교실이란 단지 학생들을 함께 앉히거나, 서로 얘기하도록 하거나, 자료를 공유하도록 한다고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그것이 의미하는 바는, 어떤 일의 성취는 개인이 아니라 그 반의 모든 학생들에게 달려 있으므로 그들은 서로 상대방이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는 뜻이다.

협력이라고 하면 사람들은 흔히 개념이 모호한 어떤 이상주의와 연관하여 생각하거나, 기껏해야 아주 소수의 사람들이 모인 경우에나 가능한 것으로 여긴다. 이것은 아마도 협력과 이타주의를 혼동하기 때문이다.

협력에서는 서로 돕는 것이 가장 중요하며, 반면 경쟁에서는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하면 되기 때문에 개인의 성공을 위해서는 경쟁이 훨씬 유리하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그것은 절대 진실이 아니다. 구조적 협력은 흔히들 생각하는 ‘이기주의가 아니라면 이타주의’라는 식의 이분법에 맞서는 개념이다. 그것은 상대방을 돕는 것과 스스로를 돕는 일이 동시에 일어날 수 있도록 해준다. 비록 처음의 동기는 이기심이었다고 해도, 협력은 서로를 같은 운명으로 묶어준다. 협력은 현명하며 매우 성공적인 전략이다. 직장이나 학교에서 경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좋은 효과를 내는 실용적인 선택이며(이는 3장의 주제이다), 타인과의 경쟁 없이도 자신의 능력을 실험하고 즐길 수 있는 놀이를 만들어내는 기초(이는 4장에서 살펴본다)가 된다. 협력이 정신 건강에 좋은 영향을 끼치며, 서로에게 호감을 가질 수 있도록 도와준다는 많은 증거들이 있다.

무엇보다 경쟁 옹호론은 수많은 잘못된 정보에 기초하고 있다. 엄밀히 말하면 그것은 네 개의 신화를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신화들은 널리 퍼져 있는 순서대로 이 책의 네 장을 구성하는 토대가 된다.

  1. 첫 번째 신화는 경쟁이란 피할 수 없는 현실이며 ‘인간 본성’의 한 부분이라는 것이다. 이런 억측은 별 생각 없이(그리고 증거도 없이) 만들어진 것이지만, 신중히 다뤄져야 한다. 만약 이 말이 사실이라면, 본성을 어떻게 할 수는 없으므로 경쟁에 대한 논쟁 자체가 필요 없어진다.
  2. 두 번째 신화는 경쟁이 우리가 최선을 다하도록 동기를 부여한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 만약 경쟁하지 않으면 우리는 더 이상 생산적이지 못할 것이라는 가정이다. 이러한 주장은 학교 성적에서부터 자본주의에 이르기까지 우리 삶의 거의 모든 법칙을 설명할 때 사용된다.
  3. 세 번째는 놀 때도 경합을 벌이는 것이 시간을 재미있게 보내는 최선의(유일하지는 않지만) 방법이라는 주장에 관한 것이다. 우리는 놀이를 할 때에도 경쟁한다.
  4. 마지막 신화는 경쟁이 인격을 형성하고 자신감을 갖게 한다는 것이다. 이 주장은 앞의 얘기들보다 자주 들을 수는 없는데, 그 이유는 경쟁에서 심리적인 충격을 받은 우리 자신의 경험에 비춰 볼 때 모순되기 때문일 것이다.

여러 잡다한 설명을 다 빼고 본질만을 본다면 경쟁이라는 제도 자체에 무엇인가 매우 잘못된 점이 있다는 것을 바로 알 수 있을 것이다. 다른 이들을 패배시키는 데에만 에너지를 쏟고, 또한 그들이 우리를 패배시킬 거라는 공포에 사로잡혀 있으면서 어떻게 최선을 다할 수 있다는 말인가? 정말 이러한 투쟁이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 위한 최선의 방법일까? 우리의 자존감이란 그저 옆 사람과 비교하여 자신이 무엇을 얼마나 더 잘하는가에 의해 좌우되는 것인가?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경쟁적인 제도가 인간관계에 미치는 강력한 영향이다. 즉 서로를 이기기 위해 적대감이 생길 수밖에 없는 구조적 원인이 경쟁 자체에 있다.

2장. 경쟁은 필연적인가: 경쟁이 '인간 본성'이라는 신화

3장. 경쟁은 더 생산적인가: 협력과의 비교

4장. 경쟁은 더 재미있는가: 스포츠와 놀이

5장. 경쟁은 인격을 키우는가: 심리적 고찰

6장. 서로에게 맞서는 사람들: 경쟁 속의 인간관계

7장. 반칙을 저지르는 심리: 승리를 위하여

8장. 여성과 경쟁

9장. 경쟁을 넘어서

10장. 함께 배운다: 협력학습이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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