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난감 기업의 조건

In Search of Stupidity: Over 20 Years of High-tech Marketing Disaters

TomPeters책/InSearchOfExcellence를 패러디한 제목.

그런데 마케팅에 초점이 맞춰진건가?

여는 글, 하나

내 의견을 묻는다면, 프로그래머를 조타수로 두지 않는 소프트웨어 회사는 결코 성공하지 못한다고 말하겠다. 내가 편파적이라고 여길지도 모르겠지만, 지금까지는 뒷받침할 증거가 충분하다. 그러나 초난감한 실수 중 대다수는 프로그래머 스스로가 저질러 왔다는 사실 또한 인정한다. 넷스케이프 사는 기존 코드를 개선하는 대신 브라우저를 새로 짜겠다는 기념비적인 결정으로 여러 해를 낭비했다. 그 동안 시장 점유율은 90%에서 4% 정도로 곤두박질쳤고, 이는 바로 프로그래머 머리에서 나온 아이디어였다. 물론 기술 지식도 없고 경험도 부족했던 경영진은 코드를 다시 짜겠다는 결정이 왜 나쁜지 이해하지 못했다.

그래서 릭 의견을 조금 받아들여, 소프트웨어 업계에서 성공하려면 프로그래밍과 비즈니스를 모두 이해하고 좋아하는 관리층이 있어야 한다고 말하겠다. 두 분야 모두에서 뛰어난 지도자를 찾기는 어렵겠지만, 이것이 릭이 이 책에서 열거하는 초난감한 실수를 피하는 유일한 방법이다.

-- JoelSpolsky

1장. 초난감 기업을 찾아서

'초우량 기업의 조건'의 기본 논지는 단순하며 다음과 같이 간결하게 요약된다. 초우량 기업은 성공이 꽃피는 기업 문화를 창조한다 (단순한 동어 반복에 불과하지만 일단은 멋진 말이다. 그리고 사람들은 항상 이런 이야기를 좋아하게 마련이다). 초우량 기업 문화란 고객을 존중하고 직원을 사랑하며, 회사 제품을 아끼고 , 애사심을 최고 가치로 여기는 문화다. 일단 회사 내부에 구석구석 사랑이 넘쳐 흐르면 기업은 유기적인 초우량 조직으로 변신하고 초우량 조직은 초우량 제품과 초우량 서비스를 내놓는다. 그러면 고객과 직원, 제품과 애사심은 더욱 번성하고 조직은 무아의 경지를 넘어 모든 문제는 저절로 사라진다. 어느 순간부터 초우량 문화는 스스로 자생력을 갖추게 최고 이렇듯 초우량의 도를 터득한 기업에게는 탱자탱자 놀아도 성공하는 비즈니스 세계가 펼쳐진다.

'초우량 기업의 조건'은 거의 기업용 카마수트라였다. 고객을 확보하고 고객에게 제품을 알리고, 고객 만족도를 높이고자, 조직이라는 몸뚱이를 다양한 체위와 화려한 기교로 비틀고 굽히는 회사 이야기를 다룬다. 신뢰성 주기, 100% 목표하기, 열성적으로 대화하기, 창의적이기, 논의하기, 많이 논의하기, 지체 없이 해치우기 등 누구도 미처 떠올리지 못한 환상적이고 신묘한 기술을 선보인다. 특히 첨단 기술 기업을 자세히 다루는데, 초우량 기법으로 비즈니스 세계를 점령한 예로 IBM, 제록스, DEC 등과 같은 기업을 소개한다.

출간 후 몇 해 동안 '초우량 기업의 조건'은 날개 돋힌 듯 팔려나갔다. 대다수 첨단 기술 업체를 비롯해 수천 개가 넘는 기업이 책에서 제시하는 원칙을 가슴에 새겼다. 사람들은 자나깨나 초우량 원칙을 생각하고 가슴에 새기고, 놀랍도록 열성적으로 서로 의견을 교환했다. TomPeters는 아주 인기 있는 연사이자 비즈니스 컨설턴트가 되었다. 피터스는 '초우량을 향한 열정', '톰 피터스 경영창조'를 포함하여 더 많은 책을 집필했으며, 이후에 나온 책들 역시 '초우량 기업의 조건'과 마찬가지로 '깅버 성공의 불꽃을 지피는 확실한 연소'를 탐구하느라 분주했다. '초우량'에 쏟아지는 미국인들의 애정은 식을 줄을 몰랐다.

불행하게도, 미국 업계가 조직 구석구석을 초우량으로 맹렬히 도배하는 동안 몇몇 사람들이 피터스와 워터만의 소위 학술 서적에 오른 회사 중 상당수가 초우량에 미달한다는 사실을 알아차리기에 이르렀다. 1984년 무렵 비즈니스위크지는 "아뿔싸! (Oops!)"라는 표지 기사에서 책이 주장하는 내용 일부가 거짓임을 폭로했다. 대다수 사람들은 이런 초기 비평을 언론의 낚시질이라 치부해버렸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책이 주장하는 '초우량 기업'이라는 개념에 뭔가 심각한 결함이 있다는 사실은 점점 더 분명해졌다.

이 모든 극찬에 가려진 문제점을 꼽자면 단 하나, 라니어 사는 초우량 기업이 아니었다는 사실이다. 라니어는 죽은 회사였다. 1981년 즈음만 해도 애플라이터나 스크린라이터를 탑재한 애플II+가 라니어 워드프로세서 기능을 모두 제공했다. 워드스타를 탑재한 IBM PC는 말할 나위도 없었다. 1985년에 이르자 전용 워드프로세서 시장은 타리노사우루스 렉스처럼 멸종되었지만, 피터스와 워터만은 자신들이 좀비를 거론한다는 사실을 전혀 눈치채지 못한 듯 했다.

물론 시장 변화로 기업이 덜미를 잡히기도 한다고, 그러니까 라니어 사는 예상치 못한 시장 변화의 희생양이라고 주장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건 말이 안된다. '초우량 기업의 조건'은 1981년에 집필해서 1982년에 출간한 책이다. 1981년 당시만 해도 매달 수천 대가 넘는 애플, 라디오샤크, TRS-80, 코모도어 PET, 다양한 CP/M 시스템이 팔려나갔다.

사실 실망거리로 전락한 회사는 '초우량 기업의 조건'이 꼽은 회사만이 아니었다. 1980년대를 통틀어 업계, 특히 첨단 기술 업계에서는 '모두를 매시간 그리고 매일 초우량으로 만들겠다'는 특별 기획 세미나, 책 설명회, 기업 프로그램이 도처에 넘쳐났다. 하지만 자나깨나 초우량 원칙을 생각하고 가슴에 새기고 놀랍도록 열성적으로 서로 의견을 교환했음에도 불구하고 첨단 기업은 계속 어리석은 실수를 저질렀다. 계속, 계속, 계속, 그리고 초난감한 실수를 저지를 때마다 댓가를 치렀다. 계속, 계속, 계속 끊이질 않았다.

이런 현상을 설명하는 한 가지 이유로, 2002년 피터스는 책에서 회사 성과를 '객관적'으로 측정하는데 사용한 자료가 위조라고 공표했다. "앗, 나의 실수!" 하지만 말이죠, 초우량은 결코 미안하다는 말을 하지 않는 거예요.

실제로 첨단 기술 회사를 살펴보면 언제나 성공과 실패를 가르는 요소가 하나 드러난다. 바로 초난감한 아둔함이다. 성공한 회사는 대개 경쟁사보다 덜 초난감하다. 포레스트 검프가 날카롭게 지적했듯이, "아둔한 짓을 하니까 아둔한 거다."

초난감한 아둔함의 가장 정겨운 특징은 평등주의이다. 아둔함이 발산하는 흐릿한 불빛은 오판과 무지라는 날카로운 바위섬으로 끊임없이 멍청이들을 유혹해 성공적인 회사와 성공적인 아이디어라는 선체를 갈갈이 찢어버린다. 멍청하면 능력이 안되는 일은 꿈도 꾸지 말아야 한다. 그러나 크든 작든 모든 회사가 말도 안되는 바보 짓을 하면서 야무지게도 성공을 바라는 허황된 포부를 꿈꾼다.

2장. 초난감 홈런을 날린 1번 타자

3장. 나사 빠진 컴퓨터와 엉터리 마케팅

4장. 포지셔닝 난제

5장. 싫어요, 너무 싫어요

6장. 피리 부는 멍청이

7장. 개구리를 날로 먹으려다 질식한 프랑스인

8장. 불꽃 튀는 브랜드 전쟁

9장. 도마뱀이 되어버린 고질라

10장. 위선과 허풍이 난무한 홍보 전쟁

11장. 세상을 혼미하게 만든 닷컴 열풍

12장. 오픈 박사와 독점권 사장의 기묘한 맞대결

13장. 초난감한 상황에서 벗어나기

강연을 시작하기 전에는 항상 이런 질문을 던진다. "다음 책을 읽어보신 분 있습니까?" 그 다음에 첨단 기술 역사에 커다란 발자취를 남긴 서적 몇 권을 열거한다. 짐 칼튼의 '애플', 스티브 메인의 '게이츠', 스티브 레비의 '해커, 그 광기와 비밀의 기록' 등과 같은 책이다. 어김없이 한두명 정도만이 손을 든다. 손이 하나도 올라오지 않는 경우도 허다하다.

그런 다음 나는 당시 가장 잘 나가는 '이 최신 비즈니스 전문가의 지침에 착실히 따르기만 하면 성공은 저절로 굴러들어 온다' 식의 베스트셀러를 읽어보았는지 묻는다. 이런 책은 그때그때 다르다. 1980년대를 휩쓸던 베스트셀러는 (부정확한 자료를 바탕으로 한) TomPeters와 로버트 워터만의 '초우량 기업의 조건(In Search of Excellence)'과 다수의 성공적인 속편이었다. 1990년대 초반에서 중반까지는 (1990년대에 처음 나왔던 제품 생명 주기 모델을 기반으로 한) 제프리 무어의 '캐즘 마케팅(Crossing the Chasm)'과 다수의 후속작이었다. 190년대 후반과 2000년 초반은 (성공한 기업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놓지 못한다는) 클레이 크리스텐센의 '성공기업의 딜레마(The Innovator's Dillemma)'와 (이 문제에 대한 해법을 제시한) 매우 성공적인 후속작인 '성장과 혁신(The Innovator's Solution)'이 있다. 참고로 '성장과 혁신'에서 제시하는 해결책은 실제로 적용한 사레가 없다고 저자 자신도 인정한다 (비즈니스 서적 시리즈를 마무리하기에 참으로 혁신적인 방법이 아닌가).

공정하게 말하자면, 많은 베스트셀러가 비즈니스 운영 방식과 최고 관례에 관해 실용적이고도 전형적인 지침을 제공한다. 헬스 기구를 사용하듯이 상식적인 충고를 철저하게 따르면 '성공'한다는 책들이다. 새롭고 개선된 서비스나 제품을 구상하라(요즘은 이 프로세스를 '혁신'이라 떠받는다. 피라미드 시절부터 해오던 일이지만 새로운 이름을 붙이면 좀더 멋있어 보이는 모양이다), 새로운 아이디어에 귀를 기울여라, 고객을 귀하게 여겨라, 자료를 체계적으로 관리하라, 우수한 직원을 고용하라, 분식회계를 하지마라 등 확실히 성공할 기회를 높여주는 조언으로 가득하다. 하지만 이런 조언은 '100미터 달리기에서 숨쉬기만 잘하면 일등 먹을 확률이 높아진다'는 주장과 별반 다르지 않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달리기에서 승자와 패자를 가르는 요소가 단순히 숨쉬기만은 아니다.

하지만 베스트셀러에 내포된 진자 위험은 일반적인 원칙을 특수한 비즈니스 상황과 문제에 적용하려는 과정에서 불거진다. '이론' 서적을 집필한 저자들 대부분은 특수한 현실을 자신들의 원대한 프레임워크에 끼워 맞추려다가 결국은 그릇되고 모순되는 충고를 내놓는다.

('비즈니스에 성공하는 방법'이라는 거대 이론을 거론하는) 비즈니스 서적에 따라 다니는 또 다른 문제점이라면, 현실적으로 비즈니스에 성공하는 방법이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주요 실패 이유

기업이 실패하는 이유는 크게 네 가지다.

'전략적 비전과 계획 부족'이라는 세번째 실패 유형은, 앞서 보았듯이, 비즈니스 전문가들이 가장 즐겨 집필하는 주제다. 돈이 가장 잘 벌리는 주제이기 때문이다. 기업이 성공하려면, 고객이 기꺼이 돈을 지불할만한 제품과 서비스를 내놓아야 한다. 이것이 시장 경제의 본질이며, 여기서 '전략적' 계획이 유용하며 필요하다. 하지만 이 정도로 만족하는 기업과 이론가는 거의 없다. 지난 수십 년 동안 미국 기업은 '어딘가 원대한 비즈니스 이론 하나가 존재하며, 그것만 발견하면 궁극적인 성공을 손에 넣으리라'는 믿음에 집착해왓다. 한동안은 '초우량'이 원대한 해답을 제시하는 듯 보였다. 이후로 성공을 보장하는 비법이 우후죽순처럼 쏟아져 나왔다. 지금은 많은 사람들이 (모순처럼 들리지만) 기업 유전자에 혁신을 제도적으로 새겨넣는 방법이 해탈의 첫 걸음이라고 믿는다.

미국 기업은 전략이라는 개념에 강하게 집착해서, 촉망받는 비즈니스 전문가나 CEO가 제시한 '최신이자 최선인 전략적 비전'을 구현하느라 끊임없이 자신을 고치고 개편한다. 동의어 반복이라는 쳇바퀴에 빠져서는 원대하고 우수하며 비약적이고도, 혁신적인 비즈니스 계획을 구상한다. 초우량, 비약, 혁신이 바로 우리가 할 일이니까. 대개 처음에는 문제 없이 잘 돌아간다.

하지만 이 즈음에 심각한 문제가 불거지기 시작한다.

그제서야 비정한 현실이 피부에 와 닿는다. 비즈니스는... 전쟁이 아니며, 적어도 통상적인 전쟁과는 다르다. 혁신은 반드시 성공을 보장하지 못한다. 하지만 혁신하지 않으면 재앙이 닥치기도 한다. 시장은 질풍노도처럼 진격하여 적군을 휩쓰는 전장이 아니다. 한쪽 업계에서 초우량이라 여겨지는 관행이 다른 업계에서 돈 낭비로 귀결되기도 한다. 비즈니스가 전쟁이라면 항시 진행 중인 특수 게릴라전이다. 어떤 날은 경쟁사가 적군이고 어떤 날은 사내 타 부서가 적군이다. 시장은 늪지와 같다. 곳곳에서 보루와 장애물이 나타났다 사라지며 성벽 위아래는 혼란에 빠진 침입자들이 비틀거리다 추락하는, 온갖 도전으로 가득찬 미로다. 심지어 목적을 달성하고 전장을 점령했다 여기는 순간에 전장이 발 아래에서 홀연히 사라지기도 한다. 그리하여 어슴푸레 시야를 가리는 안개 속에서 광대한 황야를 무작정 헤매야 할 때도 있다.

때로는 놀랍도록 행운이 따르기도 한다.

첨단 기술 업계 역사상 아찔할 정도로 성공한 제품 사례라 일컬어지는 마이크로소프트 윈도우를 살펴보자. ... 전략적 비전을 세운 후 이를 추구하여 궁극적인 승전보를 울린 회사로 이보다 더 나은 예가 있을가?

하지만 윈도우가 현재의 독점 지위를 확보하기까지는 다음 사건이 반드시 일어나야 했다.

이 외에도 궁극적으로 윈도우를 성공으로 이끈 사건은 다음과 같다.

그렇다면 시장에서는 보이지 않는 힘이 뒤를 밀어주고 경쟁사들은 모두 합심하여 자폭할거라 간주하는 시나리오, 즉 성공이 확실한 전략을 어떻게 짜낼까?

답은 '불가능하다'이다.

그러나 앞서도 지적했듯이, 경쟁사들이 온갖 방법으로 자해를 거듭하는 와중에도 마이크로소프트는 착실하게 비즈니스 기본을 지켜나갔다. 1980년대 초반부터 1990년대에 걸쳐 마이크로소프트는 우수한 제품으로 워드프로세서, 스프레드시트, 비즈니스 프리젠테이션 시장에 진입한 결과, 대다수 제품은 호의적인 평가를 받았으며 판매 실적도 우수했다. 이 기간 동안 마이크로소프트는 홍보 캠페인을 통해 빌 게이츠를 매력적인 인물로 포장하여 마이크로소프트의 마케팅과 영업을 도왔다. 또한 회사는 지속적으로 제품을 개선했고 개발자들이 반갑게 맞이하는 IDE와 언어, 도구를 내놓았다. 1993년 우연히 오피스라는 개념을 착상하고는 수익을 드높이며 성공 가도를 달렸다. 또한 인터넷 거품기에는 프론트페이지와 같은 제품을 팔아서 돈을 벌었다. 이 모든 사건이 총체적으로 마이크로소프트의 성공에 기여했을 뿐 전략적 계획은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단순히 마이크로소프트는 좋은 기회를 붙잡았고, (적어도 경쟁사보다 더) 잘 운영했으며, 응분의 보상을 받았다.

전략적 계획에 나타나는 또 다른 모순이라면, 역설적으로 들리겠지만, 회사가 커질수록 전략적인 계획을 수립하는 능력이 줄어든다. IBM과 마이크로소프트가 좋은 예이다.

이 책 6장에서 지적했듯이, 1980년대 후반에 이르러 IBM은 너무나 비대해진 탓에 다양한 구성 요소를 전략적인 계획 "하나"로 통합하지 못했다. 회사가 너무 커서 수많은 부서와 사업 부문과 정책과 협력 업체와 대리점 기타 등등이 내놓은 모든 사안을 조율해서 일관적인 계획 하나로 엮어낼 방법이 없었다. 결국 IBM이 내세운 전략적 계획은 "매년 10퍼센트 성장한다" 정도였다. 아니 5퍼센트였던가. 어쨌든 그랬다. 하지만 불과 몇 퍼센트라는 성장을 이루기 위해서도 IBM은 컨설팅 서비스에 집중하고 (PC, 디스크 드라이브, 프린터 등) 효율적인 관리가 어렵고 이윤도 떨어지는 사업 부문과 제품을 쳐내야 했다. 다른 기업에서 충분히 이윤을 창출하는 사업 부문과 제품까지도 말이다. 회사를 좀더 작은 단위로 나누려던 계획은 1992년 존 에이커스가 CEO 자리를 물러나면서 무산되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IBM은 사실상 정확히 같은 결론을 얻었다.

그럼 '전략적' 사고가 1) 거의 비현실적이고 2) 불가능하다면, 남은 것은 무엇일까?

그렇다. 고리타분한 설교만 남는다. 자신이 속한 시장의 기술적, 재무적, 경쟁적 요소를 고려하면서 비즈니스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 점검 목록을 만들고 스프레드시트를 관리해야 한다. 안타깝지만 때로는 회의도 해야 한다. 피할 방법은 없다.

물론 기업들과 선견지명이 있는 CEO들은 계속해서 최신 비즈니스 베스트셀러를 읽고 전략적 계획을 내놓으리라. 하지만 계획은 내놓는 순간 진부해진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따라서 5%가 넘는 시간을 전략적 사고에 투자했다면 중요한 업무를 놓쳤을 확률이 높다. 목요일이 월급날이라는 사실을 잊지 마시라.

그러니 결국은 좋은 아이디어를 떠올린 후 기본적인 마케팅 정책과 영업 전술을 펼쳐나가면 성공한다는 뜻이다. 너무나 당연한 얘기고 말로는 쉬운 소리인 줄 나도 안다. 설상가상으로 나는 여러분의 제품과 회사를 성공적으로 광고하고 판매하는 전술을 짚어주지도 못한다. 왜냐고? 두 가지 이유에서다.

첫째, 그러려면 적어도 책 한권을 더 써야 한다. 해당 업계에 효과적인 마케팅 정책과 영업 전술을 구성 요소별로 상세하게 기술하는 현장 매뉴얼을 내놓아야 한다. 나는 이미 'The Product Marketing Handbook for Software'라는 책을 집필한 바가 있다. 700쪽에 달하는이 책은 2,600개가 넘는 '실행 지침'을 열거한다. 소프트웨어 개발 업계 종사자들에게는 멋진 책이지만 PDA 제조업체 종사자들에게는 그다지 쓸모없는 책이다.

둘째로, 이제껏 내가 관찰한 바에 따르면, 기업이 비즈니스 프로그램을 성공적으로 수행하는 능력은 몇 가지 핵심 특성에 따라 상승과 하강을 거듭한다.

위 특성이 지니는 가치를 하나씩 분석해보자.

과거를 탐구하면 초난감한 사태를 피할 수 있다

초난감한 사태를 피하려는 회사라면,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중요하게, 모든 직원에게 회사가 속한 업계의 역사를 익히라고 권장해야 한다. 역사(뒷북)는 우리에게 교훈을 가르쳐주는 '사실'로 넘쳐난다. 전략을 논하는 대다수 비즈니스 서적은 가정과 (검증되지 않은) 짐작으로 가득하지만, 역사는 '포지셔닝 재난을 피하는 방법'이나 '홍보력이 무너질 경우 대처 방법'을 제시한다. 하지만 독서를 피해보겠다고 역사의 '주관성'을 논하면서 모두의 시간을 낭비하지 말기 바란다. 우리 모두가 익히 알듯 사람마다 사건에 부과하는 중요도가 다르다. 어떤 사실을 놓고 작가나 역사가마다 의견이 다르다면, 모두 읽어보고 충분한 지식을 습득한 후 나름대로 의견을 정립하여 판단하면 된다.

위 조언과 더불어 다음 절에서는 내가 생각하기에 '필독 도서 목록'과 '권장 도서 목록'을 소개한다. 소개하는 책 대다수는 첨단 기술 분야를 주로 다루지만, 긴장을 풀어주고 문화적 다양성을 제공하고자 다른 업계 서적도 몇 권 넣었다.

필독 도서 목록. 반드시 읽어봐야 할 책이다.

애플: 음모와 자가당착과 사업상 실패에 얽힌 숨은 이야기 (Apple: The Inside Story of Intrigue, Egomania, and Business Blunders)
짐 칼튼 지음. 언제, 어디서, 어쩌다가 애플이 데스크탑 시장에서 선두 자리를 잃었는지 기술한 역사서다.
IBM의 몰락 (Big Blues: The Unmaking of IBM)
폴 캐롤 지음. 1980년대 후반과 1990년대 초반에 IBM이 시장 주도권과 영광을 잃었던 주요 순간과 원인을 잘 기술한 책이다.
The Dream Machine: J.C.R. Licklidder and the Revolutions that Made Computing Personal
M. 마이클 월드롭 지음. 1950년대부터 1970년대까지 개인 컴퓨터 시장이 성장한 과정을 기술한 멋진 책이다. 전설적인 제록스사 PARC 연구소에서 일어난 사건 부분을 눈여겨 읽기 바란다.
Gates: How Microsoft's Mogul Reinvented an Industry and Made Himself the Richest Man in America
스티브 메인스, 폴 앤드류스 지음. 마이크로소프트와 빌 게이츠의 초중반기를 가장 자세하게 서술한 책이다.
해커, 그 광기와 비밀의 기록 (Hackers, Heroes of the Computer Revolution)
스티븐 레비 지음. MIT 해커 세계로부터 초창기 PC 게임 회사 창립자들까지 다루는 흥미로운 책이다. 자유 소프트웨어와 오픈소스 운동의 아버지인 리처드 스톨만을 기술한 부분에 주목한다.
조엘 온 소프트웨어: 유쾌한 오프라인 블로그 (Joel on Software)
조엘 스폴스키 지음. 소프트웨어 비즈니스와 개발 동향을 신랄하게 비꼬고 반추하는 멋진 글 모음이다.
Marketing High Technology: An Insider's View
윌리엄 H. 데이비도우 지음. 가끔 두서 없고 포괄적이지만, 첨단 기술 마케팅 분야의 고전임에는 분명하다. 데이비도우는 (인텔사가 마이크로프로세서 시장에서 숙적인 모토로라 사를 따돌리고 시장 선두자리를 확실히 다지는 계기가 되었던) 인텔 "크러시" 캠페인을 만들어낸 당사자이다.
The Reckoning
데이비즈 할버스탬 지음. 이 길고 두꺼운 책은 일본이 미국 자동차 업계를 제압한 과정을 다룬다. 교훈을 배웠으나 까먹은 기업의 전형적인 예로 558쪽을 읽어본다. 리 아이어코카는 회사를 회생시키고자 크라이슬러 구매자에게 5년 5만 마일 보증이라는 캠페인을 펼쳤다. 수십 년이 지난 후 크라이슬러가 잊어버린 교훈을 현대가 배운다.
Selling Air
댄 허첸로더 지음. 소프트웨어를 판매하는 과정을 정확하게 묘사하는 유일한 책이다. 아주 교육적이면서도 재미가 있다.

권장 도서 목록. 읽으면 좋을 책들이다.

Beer Blas: The Inside Story of the Brewing Industry's Bizarre Battles for Your Money
필립 반 먼칭 지음. 유통과 이미지 광고가 지배적인 업계에서 제품 마케팅을 살펴보는 우수한 책이다. 제품 수가 많거나 일반재화화된 시장에 몸담은 사람이라면 반드시 알아야 할 접근전 전술을 소개한다.
On the Firing Line: My 500 Days at Apple
길 아멜리오 지음. 아주 흥미로운 작가가 쓴 매우 색다른 책이다. 아멜리오가 애플에 몸담았던 시기는 애플의 영업 실적과 마케팅이 아주 저조하던 시기였으며, 책을 읽으면 왜 그랬는지 납득이 간다. 그는 자신이 올바른 사람을 고용하지 못했으며, (재고를 떠넘기는) 채널 스터핑과 (교육 시장에서 자행했던) 멍청한 할인 정책을 강력히 막아내지 못했으며, 당시 고군분투하던 회사가 직면한 제품 마케팅 딜레마를 외면했다고 인정한다. 사실 이 책에서 가장 놀라운 점은 애플의 제품과 마케팅을 충분히 다루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아멜리오가 상당한 지면을 할애한 연봉 협상 이야기는 그가 애플에서 실패한 이유를 드러낸다. 요즘처럼 고액 CEO 연봉으로 떠들썩한 시절이라면야 신중하게 고찰할 문제이겠지만.
Open Source: The Unauthorized White Papers
도널드 K. 로젠버그 박사 지음. 오픈소스 소프트웨어 개발을 둘러싼 문제와 난관을 짚어보는 우수한 책이다. 리눅스와 관련 제품군이 따르는 현 GPL의 역사를 다루며, 지난 수년에 걸쳐 생겨난 여러 변종 라이센스도 소개한다. 또한 로젠버그는 리눅스가 발전하면서 마이크로소프트가 보였던 반응과 마이크로소프트가 성가신 아기를 요람 속에서 질식사시키려던 시도를 논한다.
Odyssey
존 스컬리 지음. '애플'을 읽은 후에 읽어보기 바란다. 스티브 잡스를 제외하고 애플 역사상 가장 영향력 있었던 CEO인 존 스컬리는 마케팅, 기술, 영업 측면에서 업계 역사상 최악의 결정을 내렸다. 이 책음 (대부분 무심코 저지른) 그의 행적을 고찰한다.
The Product Marketing Handbook for Software
릭 채프만 지음. 내가 쓴 책으로, 소프트웨어 마케팅과 영업을 상세히 논하는 현장 실무 지침서다. 거의 700쪽에 달하고 2,600개가 넘는 지침을 담았으며, 관련 분야에서는 가장 종합적인 책이다.
못말리는 CEO, 스티브 잡스 (The Second Coming of Steve Jobs)
알랜 도이치만 지음.
아이콘 스티브 잡스, 비즈니스 역사상 최고의 인생 역전 드라마 (iCon Steve Jobs: The Greatest Second Act in the History of Business)
제프리 S. 영. 윌리엄 L. 사이먼 지음.
위 두 책을 함께 읽기 바란다. 조만간 디즈니 사 사람들이 흥미로운 시기를 맞이하리라는 사실을 짐작하게 만드는 책이다.
Once upon a Time in Computerland: The Amazing, Billon-Dollar Tale of Bill Millard
조나단 리트만 지음. 첨단 기술 유통 채널에서 캘리포니아와 집단 감수성 훈련과 자기 계발과 윤리가 만났다. 윤리는 사라졌지만 세상에는 때로 정의가 존재한다. 이 숨은 고전은 최초이자 최대 규모였던 컴퓨터 체인점이 거의 망할 위기에 처했다가 캘리포니아적 접근 방식으로 재기한 이야기를 다룬다.

지식도 적용할 시기가 있다

이제 독서를 통해 지식과 식견을 얻었으니 충분한 지식을 쌓아야만 가능한 실전 문제를 공략할 차례이다.

시장 배경과 정황을 충분히 연구하지 못한 소프트웨어 회사는 하드웨어 경험을 가져와 소프트웨어에 부적절하게 적용하는 실수를 자주 저지른다. 결과는 거의 100% 실패이다.

먼저 자신을 알자

관리자로서 자신이 몸담은 회사의 유형을 솔직하게 평가하는 연습은 매우 중요하다. 이런 연습으로 자사와 경쟁사가 취하는 행동과 결정에 어떤 원인과 동기가 깔렸는지 파악하기가 쉬워진다.

기본적으로 기업은 네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기술 위주 기업
기술 위주 기업은 개발 팀의 의사와 목표에 지배를 받는다. (당연히) 첨단 기술 회사는 대개 여기에 속한다. 앞서 소개한 마이크로프로 사가 이 유형의 대표적인 예이다. 4장에서도 언급했듯이, 이러한 기술 위주 성향 탓에 마이크로프로 사는 자신을 기술적 제물로 바쳤다. 기술 위주 기업에 나타나는 가장 흔한 문제라면, 시장이 원하는 기능과 이익을 제공하기보다 개발 팀이 만족해하는 제품을 내놓는다는 점이다. 워드스타가 진화한 과정 초반을 살펴보면 전형적인 모습이 드러난다. 많은 워드스타 사용자들이 오랫동안 (이력서나 신문 제작 등 여러 모로 유용한) '다단 편집'을 요구했다. 개발 그룹은 이러한 요청을 거부하면서 '다단 편집' 기능을 요구하는 사용자 수가 점차 줄어든다고 지적했다. 확실히 그랬다! 이 기능이 필요한 사용자들은 워드퍼펙트나 마이크로소프트 워드를 구매했기 때문이다 (워드스타는 제품이 시장에서 사라지는 날까지 이 기능을 제공하지 않았다). 노벨 역시 이러한 증후군을 앓은 예이다. 시장이 넷웨어 GUI를 원한다는 사실이 확실하다고 밝혀진 후에도 핵심 프로그래머들은 오랫동안 GUI를 제공하지 않았다.
영업 위주 기업
디베이스를 개발한 애시톤테이트 사가 근시안적으로 분기별 영업 실적에만 매달렸던 영업 위주 기업의 전형적인 예이다. 제품 판매량이 떨어지면 특별 할인가에 제품을 내놓고, 잘 팔리는 제품에 잘 안팔리는 제품을 끼워 팔거나, 특별 반품 정책을 내놓고, 주식 교환을 제안하는 등 온갖 시도로 비현실적인 영업 목표를 맞추려고 노력했다. 어느 시점에 어떤 제품은 유통 채널에 24개월어치가 넘는 재고가 쌓였지만, 애시톤테이트는 해당 분기 영업 목표를 달성했다고 우겼다. 물론 제품 대다수는 결국 되돌아왔고, 결국 이를 악물고 직원을 해고하는 등 그 대가를 톡톡히 치뤄야만 했다. 시벨은 좀더 현대적인 영업 위주 기업 예다. 시벨 사는 사업을 접으려는 꿍꿍이 속이었는지 몰라도 CRM 개발업체에게 다시 비즈니스 기회를 주려는 몇몇 핵심 고객을 무시했다.
시장 위주 기업
고객의 필요와 요구에 따라 움직이는 기업이다. 조직 내 모든 그룹이 이기심을 버리고 고객 요구에 부응하므로 가장 성공하는 기업 유형이라 하겠다. 물론 말은 쉬워도 실행하기는 어려운 철학이다. 시장 위주 기업도 나름대로 문제가 있다. 흔히 이러한 기업은 선도할 의지를 잃기 쉽다. 변화를 꺼리고 너무 민감해져서 안전한 길이 나타나기만 기다리다보니 공격적이나 뛰어나고 적극적인 개발 전략을 키워갈 기회를 놓친다. 가장 좋은 예가 워드퍼펙트 사다. 수년 동안 워드퍼펙트는 자사 고객들에게 무료 고객 지원 전화를 제공했다. 고객들이 회사를 아끼고 회사가 고객들을 아끼게 만드는 정책이었다. 그러나 열성적인 도스 고객이 대부분이었던 워드퍼펙트 사는 윈도우용 제품 개발이 중요하지 않다는 착각에 빠졌다. 도스 지지자들이 모두 틀렸다는 사실은 역사가 증명한다.
재무 위주 기업
첨단 기술 업계에서 순수하게 재무 위주인 기업은 거의 없다. 혹자는 델 사가 아주 근접한다고 말하기도 하지만, 가장 좋은 예는 다른 업계에서 찾는 편이 더 쉽다. 예를 들어 1980년대 자동차 업계 전문가들은 GM이 재무 위주 기업이라고 논평했다. 조직 사다리를 오르려면 회계 부서를 거쳐야만 했다. 덕택에 GM은 아무도 몰고 싶어하지 않는 차를 좀더 경제적으로 제조하는 다양한 비용 절감 프로그램을 내놓았다. 결국 회사는 수십 년에 걸쳐 지속적으로 규모를 축소해왔다.

완벽하게 어느 한 유형에만 속하는 기업은 드물다. 대다수 기업이 한 요소가 지배적인 종합형이다. 하지만 자기가 속한 회사가 어느 유형에 가장 가까운지 이해하는 시도는 중요하다. 그래야 회사가 당면할 잠재적인 문제를 짐작하는 통찰력과 다양한 난국에 직면해서 회사의 강점과 약점을 파악하는 안목이 생긴다.

서른 이상은 절대 믿지 (또는 고용하지) 마라?

첨단 기술 업계는 은근히 연령을 차별한다.

철없는 젊음이 회사에 미치는 영향은 (회사가 얼마나 운이 좋으냐에 따라) 명예 훼손부터 재앙까지 범위가 매우 크다. 이는 2003년 이 책 첫 판을 출간한 직후 깨닫게 된 사실이다.

최고만이 최고를 알아본다

잘 돌아가는 회사는 나폴레옹의 전성기와 흡사하며 (현 CEO, 미래 CEO, 미래 경영진 모두에게 이 비유가 일으키는 전율을 음미할 시간을 잠시 주겠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비유라는 사실을 명심한다. 비즈니스는 전쟁이 아니다) 균형 잡히고 우수한 관리팀이 존재한다. 성공한 첨단 기술 기업을 살펴보면 흥미롭게도 많은 기업이 적어도 한동안은 '쌍두마차' 시스템을 따른다. 본질적으로 두 사람이 CEO 역할을 공유하면서 한 사람은 기술적 측면에, 다른 사람은 비즈니스 측면에 집중하는 시스템이다. 유명한 예로는 게이츠/발머, 워노크/게스케, 잡스/워즈니악, 쿡/프라울스가 있다.

CEO 책임을 분리하든 안하든, 회사는 정신 상태가 다양한 관리층을 구성하고 관리할 필요가 있다.

여기서 말하는 '다양성'은 팀이 가지는 정신 상태, 그러니가 각자가 자신의 능력과 야망을 발휘하는 방법을 가리킨다. 많은 기업에서 창립자와 CEO는 자신과 꼭 닮은 경영진을 만든다. 각 구성원을 둘러보면 창립자와 CEO를 약간 왜곡한 얼굴들이 찬성과 지지가 담긴 미소를 되돌려 보낸다. 이런 분위기라면 회사 경영진은 거의 종교 집단처럼 행동하게 된다. 그 나물에 그 밥인 사람들은 자기 도취적인 태도로 나머지 회사 조직과 시장으로부터 점차 단절되기 십상이다.

또 다른 극적인 예제는 경영진이 로마 전성기 콜로세움과 유사하다는 관리 이론이다. 주기적으로 경영진은 회사 창립자나 CEO가 지켜보는 가운데 목숨을 건 사투를 벌인다. 흔히 이러한 관행을 합리화하는 명분은 다윈의 진화설이다. 동족상잔의 비극을 격려하는 분위기 속에서 좀더 강인하고 우수한 임원이 살아남는다는 이론이다. 하지만 결국 경쟁사보다 동료 죽이기에 더 능숙한 관리자가 살아남을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은 고려하지 못한 듯 하다.

내가 몸담았거나 관찰한 관리 시스템 중 최고는 어느 극단도 아니다. 정신적으로 다양한 그룹을 효과적인 그룹으로 아우르는 시스템이다. 내가 판단하기에 최고 팀에는 적어도 다음 구성원이 항상 존재했다.

지식을 전파하라

내 마지막 충고는 '사일로제이션 (Siloization)'에 관한 것이다. '사일로제이션'이란 첨단 기술 깅버에서 (개발, 마케팅, 영업, QA 등) 핵심 그룹이 다른 그룹의 기여와 가치를 무시하는 경향이다. 물론 입으로는 상당한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예를 들어 이제껏 내가 접한 기술 위주 기업 중 영업 팀이 쓸모 없다고 대놓고 말하는 회사는 없었다. 단지 그렇게 행동했을 뿐이다.

물론 독서를 통해서 교훈을 익힌 관리자와 직원들이라면 이렇듯 어리석은 행동을 이성적으로 자제하리라. 하지만 지식과 감정은 별개다. 내가 제안하는 해결 방법? 관리자들을 비즈니스 시뮬레이션 게임에 참여하도록 만들어 경쟁을 부추겨라. 포리오 같은 회사가 내놓은 시뮬레이션 제품도 있고 유명한 마켓플레이스 시뮬레이터도 있다. 참여자들은 가격 전쟁, 브랜드 관리, 영업과 마케팅 캠페인, 유통 전략 등으로 게임을 한다. 시뮬레이터는 최종 결론에 도달하기 전에 아이디어 등을 테스트할 기회를 제공하는 멋진 사이버 공간이다.

시뮬레이터는 또한 팀워크와 협력을 가르치는 멋진 도구이기도 하다. 특히 다른 그룹 구성원들이 한 팀을 이루면 더욱 효과적이다. 시뮬레이터 게임에 참여한 사람들은 모두가 비즈니스에서 현금 흐름과 재무의 진정한 가치를 배운다. 나도 마켓플레이스 게임에 참여해 봤다. 마켓플레이스에는 빈털털이가 될 경우를 대비해 고리 대금업자를 제공하는데, 고리 대금업자는 가능한 만나지 않는 편이 좋다.

14장. 되짚어 본 초난감 사례 분석

2장. 초난감 홈런을 날린 1번 차자: IBM, 디지털 리서치,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2장이 제시하는 가장 따끔한 교훈이라면, 거만하고 아둔하다 못해 도저히 이해 못할 초난감 지경에 이르는 능력은 회사가 크건 작건 별반 차이가 없다는 점이다.

초난감한 일을 저지르면 발목을 잡힌다.

3장. 나사 빠진 컴퓨터와 엉터리 마케팅: IBM과 PC 주니어

명심해야 할 핵심 교훈이라면, 인기 제품을 모사한 짝퉁 제품은 절대로 안팔린다는 사실이다. 제품을 차별화하고 싶다면, 대상 고객층을 달리 잡고 기능을 추가해야 한다. 때로는 추가하는 기능이 색상 선택처럼 단순해도 괜찮다.

소프트웨어 업계에서 '고객 맞춤형' 전략이 성공했던 대표적인 예라면, 수년 전 자사 워드프로세서에 법률가들이 아주 좋아할 기능을 추가했던 워드퍼펙트 사를 들겠다. 법조계는 워드퍼펙트를 업계 표준으로 삼았고, 마이크로소프 제품이 판치는 오늘날에도 워드퍼펙트의 제품은 전 세계 법조 시장에서 상당한 시장 점유율을 자랑한다.

4장. 포지셔닝 난제: 마이크로프로와 마이크로소프트

소프트웨어는 본질적으로 추상적인 개념이다. 즉 소프트웨어 제품을 사용은 해도 '만지기'는 불가능하다. 그래서 시장과 잠재 구매자가 제품을 '보고' 가치를 쉽게 개념화하도록 제품에 물리적 정체성을 부여하는 일이 (결정적은 아니지만) 중요하다.

소프트웨어에 물리적 정체성을 부여하는 일은 (로터스 노츠 예에서 보았듯이 까다로운 경우도 있지만) 대체로 그리 어렵지 않으며, 게다가 포지셔닝 방법을 다루는 문헌과 기사도 넘쳐난다. 그런데도 많은 회사와 마케팅 '전문가들'은 여전히 소프트웨어 포지셔닝을 잘못 잡는다.

제품 포지셔닝에 도움이 필요하다면, 다음 절차를 한 단계씩 따라해본다 (참고로, 아래 목록은 내가 집필한 책 'The Product Marketing Handbook for Software'에서 기술한 방법론을 간략히 정리한 내용이다).

성공적인 포지셔닝은 다음 단계를 거쳐서 이루어진다.

가시화
가시화는 스물다섯 개의 단어 내외로 제품과 제품 기능을 설명하는 작업으로 시작한다. 단어를 스물다섯 개로 제한하는 이유는? 이를 넘어섰다가는 듣는 사람이 장황함에 질려서 주의를 딴 데로 돌리기 때문이다. 가시화의 목적은 뭔가 직관적이고 물리적인 사물이나 절차를 찾아내 무형의 소프트웨어 제품과 연관짓는 데 있다. (전망 있는 후보를 결정하기까지 여러 차례 반복한 후에) 이 단계를 끝내고 나면, 공식적인 시장 조사나 즉흥 테스트를 통해서 선정한 후보를 시험한다.
이미지 생성과 결부
다음 단계로, 앞서 만든 시각적 정체성에다 호감을 주는 이미지나 아이디어를 결합한다. 잠시 전산 업계를 벗어나 시각을 달리해보자. 여기에 반죽이 있다. 그렇다. 반죽 말이다. 누구나 반죽이 무엇인지, 어떻게 생겼는지, 무엇에 쓰이는지 안다. 게다가 시각적으로 반죽은 별 모양새도 없다.
이런 반북을 멋지고, 재미있고, 매력적으로 만들 방법은 없을까? 반죽으로 사람을 만든다. 그는 성별이 모호하고 외양은 아기와 같다. 동그랗고 조그만 배에, 가녀리고 날카로운 목소리에, 고음의 키득거림 등 아기에게서 보이는 일련의 특성을 갖추었다. 반죽의 주요 구매자인 여성들이 아주 좋아할 모습이다. 바로 필스버리 도우보이 이야기이다. 도우보이는 더할 나위 없이 매력적인 이미지를 반죽에 부여한다.
레이어
시각적 정체성과 기본 이미지를 결합한 다음에는 레이어 작업을 시작한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시각적 정체성과 이미지를 적절한 상황으로 확장한다. 예를 들어 우리의 도우 보이는 요리 프로그램과 큰 명절 전후면 언제나 모습을 드러낸다. 둘 다 사람들이 빵 종류를 사고픈 욕구가 커지는 시기이다. 필스버리 사가 구매자에게 심어주려는 이미지는 '반죽! 하면 필스버리 도우보이'이다. 그래서 도우보이는 맛난 음식이 생각나서 반죽을, 엄밀하게는 필스버리 사의 반죽을 사고 싶어지는 크리스마스에 나타난다. 첨단 기술 분야에서는 인튜이트 사가 소득세 신고 마감일인 4월 15일이 다가오기 석 달 전부터 유명한 터보택스 소프트웨어를 광고하기 시작한다. 또한 크리스마스 직전에는 온갖 인기 비디오 게임 광고가 쏟아져 나온다.
마케팅 어휘 구상

제품에 대하여 강력한 시각적 정체성을 확보했다면, 이를 뒷받침하는 '마케팅 어휘'를 구상할 차례이다. 첨단 기술 마케팅에서는 기술 은어나 유행어에서 이런 어휘를 찾는다. 기술 은어는 업계에서만 사용하는 은어와 약어를 가리킨다. 유행어는 바람직한 기능과 특성을 기술하는 단어와 문구를 가리킨다. 흔히 기술 언어가 유행어로 자연스럽게 변한다. 전형적인 예가 위지윅WYSIWYG이다. 마이크로프로의 창립자이자, 한때 워드프로세서 시장을 주도했던 워드스타 아버지인 시모어 루빈스타인이 제품의 텍스트 형식지정 기능을 설명하려고 만들었던 말이다. 위지윅이라는 표현이 처음 나왓을 때에는 기술적으로 의미가 특수했다. 당시는 타자기와 유사한 모양새로 단어 형식을 지정하는 텍스트 편집기를 뜻했다. 지금은 위지윅이 유행어가 되어버렸다. 위지윅 기능을 제공하는 제품은 좋고 위지윅 기능이 부족한 제품은 별로라고 여긴다.

서술어 생성

적절한 기술 언어와 유행어를 찾아냈거나 만든 다음에는 '서술어descriptor'로 주의를 돌린다. 서술어란 마케팅 어휘에서 뽑아낸, 짧고 명쾌한 표어와 문장이다. 서술어는 구매자 마음 속에서 여러 가지 효과를 동시에 발휘한다. 우선, 구매자에게 구매의 본질을 재차 확신시킨다. 예를 들어 치약을 살 때는 '사용 편의성'을 상관하지 않지만 스프레드시트는 사용하기 편한 제품이 낫다. 또 다른 효과로, 서술어는 구매자에게 제품 본질을 귀띔하는 단서를 제공한다. "강력하고 전기능을 구비한"이라는 표현은 '고급 제품'이라는 뜻이다. 또한 서술어는 '검증어validator', 즉 주장하는 바가 진실임을 '증명'하는 단어나 문구를 포함하기도 한다. "시장을 주도하는", "누구누구가 보증하는", "PC 매거진 편집자 상을 수상한" 등이 흔히 사용하는 검증어이다.

제품 설명문
시각적 정체성, 기본 어휘, 서술어를 조합해 제품 설명문을 만든다. 이상적인 설명문은 자체적으로 논리에 맞고 일관성이 있어야 하며, 고객 마음 속에 제품 본질과 핵심 특성과 구매 이유를 거의 즉각적으로 전달해야 한다.
반복과 통합

캡슐화에 성공하는 최종 열쇠는 반복repetition과 통합integration이다. 반복은 어떤 상황이든 매우 중요하지만, 제품을 개념화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더더욱 중요하다. 개념화하기 힘든 제품이라면, 제품의 시각적 개념과 캡슐화한 설명문을 집요하고도 끊임없이, 거의 신체적 고통을 호소할 정도로 반복하는 마케팅 공세를 펼쳐야 한다. 여기서 궁극적인 목표는 워드프로세서와 타자기 사이 관계처럼 제품과 개념을 명백하게 연관짓는 정신적 고리를 형성하는데 있다. 대표적인 예로, 마이크로소프트는 제품이 제공하는 정교한 형식지정 기능을 설명하고자 '리치 텍스트'라는 문구를 끊임없이 사용했다. 언론과 경쟁 업체는 코웃음 쳤지만, 시간이 지나자 다른 경쟁 업체들이 따라 쓰기 시작하면서 마이크로소프트는 효과적인 유행어 제조에 성공했다.

포지셔닝 절차의 궁극적인 목표는 캡슐화이다. 제대로 캡슐화한 제품은 신중하게 구성한 아이디어와 개념으로 이루어진다. 이러한 개념과 아이디어는 독립적이고, 자체만으로 논리적이며, 잠재 고객과의 의사소통 과정에서 혼란을 최소화한다. 캡슐화의 궁극적인 목표는 제품의 시장 정체성, 즉 굳이 '생각'하지 않아도 구매자 마음 속에 제품 개념과 아이디어 연관성이 자동으로 떠오르는 정체성 확립에 있다.

위 절차는 (제대로 따를 경우) 잠정적인 포지셔닝 충돌을 감지해 준다는 장점도 있다. 절차를 따르다가 포지셔닝 특성이 동일한 제품을 이미 만들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면, 잠재적인 포지셔닝 충돌이 존재한다는 뜻이다. 마이크로프로를 설명하면서 언급했듯 포지셔닝 재난 복구는 비용이 많이 들며, 꽤 까다로운데다가, 항상 가능하지도 않다. 애초에 피하는 편이 상책이다.

5장. 싫어요, 너무너무 싫어요: 에시톤테이트를 망친 에드 에스버, 시벨 시스템즈

디베이스는 '플랫폼', 즉 온갖 회사에서 애플리케이션 제작에 사용하는 기본 도구군과 함수군이었다. 그들은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었다. 따라서 디베이스 개발자 공동체는 단순히 중요한 정도를 넘어서 회사 성공을 결정짓는 열쇠였다. 그러니, 공동체로부터 지지를 잃은 디베이스는 향후 운명이 자명했다.

소프트웨어 업체만 생태계를 구축하지는 않는다. 하드웨어 업체도 마찬가지이다.

플랫폼형 제품을 판매하는 회사는 다음을 고려해야 한다.

자사 플랫폼을 기반으로 제품을 구축/개발하기 쉽고 저렴하게 만들라
생태계는 크고 성공적일수록 좋다. 어느 시점부터는 개발 도구를 공짜로 나눠줘야 한다는 사실을 감안하라. 그래도 괜찮다. 자사 플랫폼 사용법 강의, 교육 자료, 추가 기능, 출판물, 학회 등으로 돈 버는 방법을 찾아내지 못한다면, 차라리 사업에서 손떼는 편이 낫다.
자사 생태계를 적극 활용하라
에드 에스버가 조금만 더 똑똑했더라면, 자기네 프랫폼을 사용해서 판매 가능한 디베이스 업그레이드 버전을 적기에 내놓았으리라. 물론 디베이스 개발 공정에 치명적인 결함이 있어서 이 전략이 먹히지 않는다는 사실을 그는 진작에 알고 있었어야 하지만.
자사 생태계와 경쟁하라
자사 생태계와의 경쟁은 당연하다. 방심하지 않도록 경각심을 일깨우므로 회사 발전에도 좋다. 공정하게만 경쟁하면 된다. 출시 못할 제품을 미리 공표해서는 안된다. 언론에다 소식을 흘려서도 안된다. 회사 제품보다 더 뛰어난 제품을 내놓는 개발자는 스카웃하라.
자사 생태계를 지원하라
영업, 마케팅, 개발 프로그램으로 생태계를 지원하라. 훌륭한 예를 보려면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제공하는 다양한 개발자 지원 프로그램을 연구하라. IBM의 이클립스 프로젝트 역시 살펴볼 가치가 있다. 생태계는 작은 시장이다. 생태계의 건강과 발전은 회사의 재정적인 운명을 정확히 예측해주는 척도이다.
절대로 자사 생태계와 전쟁을 벌이지 마라
실패는 불을 보듯 뻔하다.

6장. 피리 부는 멍청이: IBM과 OS/2

IBM이 저지른 실수는 범위가 남달라서 6장을 분석하기가 쉽지 않다. 이미 말했지만, 기본을 무시하지 않은 분야를 찾기가 더 힘든 지경이다. IBM OS/2 재난에서 얻는 가장 큰 교훈이라면, 불운한 운영체제를 폐사시킨 수많은 주요 사안을 효과적으로 조정하기에는 IBM이 너무 비대해져 버렸다는 점이다. IBM은 1980년대 중반에 OS/2를 분리하여 자회사를 설립했어야 했다. 그래서 프로젝트가 빅 불루의 거대한 관료주의에 짓눌리지 않도록 막았어야 했다.

7장. 개구리를 날로 먹으려다 질식한 프랑스인: 볼랜드와 필립 칸

1990년대 볼랜드는 개발 그룹의 꿈과 희망을 달성하겠다는 목표에 치중한 기술 위주 회사 중 하나였다. 하지만 이런 태도 탓에 데이터베이스 프로젝트 개수와 출시 버전 개수가 너무 많아졌고, 결국은 시장을 혼란에 빠르리면서 회사는 결정적인 시기에 집중력과 방향을 잃어버린다.

8장. 불꽃 튀는 브랜드 전쟁: 인텔, 모토로라, 구글

브랜딩 캠페인은 아주 비싸므로 마케팅 예산이 충분한 대기업만 시도해야 한다. 어느 정도여야 하느냐고? 내 생각으로는 연간 총수입이 10억 달러는 넘어야 하며 크면 클수록 더 좋다.

성공만 한다면 브랜딩 캠페인은 (인텔 인사이드처럼) 회사 입지를 확고히 굳힌다. 그러나 브랜딩 캠페인을 펼치려면 기간을 넉넉히 잡고, 큰 돈을 투자해서, 요지를 끊임없이 반복하고, 올바른 고객층을 겨냥해야 한다.

그러나 새로운 브랜드를 창조하려는 회사는 브랜드 이미지를 떨어뜨리는 역경과 불운에 강력히 대응해야 한다. 대담하게 맞서서 문제를 해결한 후 홍보 프로그램을 시작하여 언론에 새로운 이야깃거리를 제공하는 방법이 가장 효과적이다. 사악한 흑기사가 아름다운 공주를 위협했고 공주를 구하려는 백기사가 등장했으며, 흑기사와 백기사가 전투를 벌인 끝에 정의가 이겼다는 이야기를 내놓아야 한다. 그렇다, 잘 짜여진 전형적인 동화 이야기 말이다. 인텔 칩이 계산 오류를 일으키고 구글이 이것저것 캐묻기를 시작했을 때, 두 회사는 다음 조치를 취했어야 했다.

(회사들이 실제로 취하는 길과 반대 방향인) 이 길을 따르는 회사는 두 가지 반가운 소식을 맞는다. 우선, 회사는 순식간에 흑기사에서 백기사로 눈부시게 탈바꿈한다. 다음으로, 이야기 초점이 '흑기사가 미소녀를 어떻게 괴롭혔나'에서 '백기사가 나타나 위험에 처한 여주인공을 구하는 활기찬 모험담'으로 변환다. 여느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온론 역시 겸손과 속죄가 묻어나는 행복한 결말을 언제나 반긴다.

9장. 도마뱀이 되어버린 고질라: 노벨의 몰락

노벨이 몰락한 정황을 살펴보면, 경영진이 경계 태세를 갖추고 올바로 통제하고 조정하지 못할 경우, 기술 위주 기업에 나타나는 근본적인 약점이 회사에 얼마나 치명적인지 재차 드러난다.

노벨 사가 저지른 치명적인 실수는 다음과 같다.

네트웨어를 중심으로 생태계를 양성하고 번성하도록 만들지 못했다
노벨이 전혀 재고조차 하지 않고 무분별하게 협력사 개발 지원 시스템을 닫아버린 결정은 회사가 현실 감각을 완전히 잃었다는 증거이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자, 강력한 네트웨어 애플리케이션 개발 환경을 제공하지 못했던 노벨의 실수는 업계 조롱거리가 되었다.
사내 제품 개발 관리 시스템이 빈약했다
제품 관리 시스템이 강력했더라면, 시장 경향과 요구에 역행하는 슈퍼셋 팀을 저지했으리라.
관리 시스템이 균형을 잃었다
슈퍼셋 팀의 권한이 너무 컸다. 이는 슈퍼셋 팀의 잘못이 아니라 CEO인 레이 누어다의 잘못이었다. 균형 잡힌 관리 팀을 만드는 책임은 그에게 있었으니까.
AT&T로부터 유닉스를 인수하면서 사내에 포지셔닝 충돌을 일으켰다
다른 수많은 회사와 마찬가지로, 노벨 역시 이런 유형의 포지셔닝 실수가 유발하는 사내 충돌을 결코 조정하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회사는 극심한 어려움을 겪었다.

10장. 위선과 허풍이 난무한 홍보 전쟁

회사 창립자나 CEO를 간판으로 내세우는 마케팅 전략으로 많은 회사가 성공을 거두었다.

하지만 만약 창립자나 CEO가 이미지를 심하게 구기거나 흠집 낼 경우, 회사의 브랜드 가치는 불운한 경영자 못지 않게 직접적인 타격을 입는다.

소송에서 깨진 또 다른 결과로, 마이크로소프트는 여러 가지 흥미로운 측면에서 1980년대를 풍미했던 IBM을 점점 더 닮아갔다. 이제 레드몬드 건물은 복도를 휘저으며 회사가 법적 분쟁에 휘말리지 않도록 감독하는 변호사들로 가득하다. 또한 회사가 시장에서 착하게 행동하는지, 적어도 연방정부가 나서지 않을 정도로 착한지 살피는 위원회와 감독 그룹도 넘쳐 난다. 이제 마이크로소프트는 중년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회사가 되었고, 그래서 젊고 활기찬 인재를 데려오기가 점차 어려워졌다. 비록 재무 구조도 탄탄하고 앞으로 수년 동안 지속적으로 수익을 남기겠지만 말이다. 바로 이런 모습이 중후한 중년이지 않던가.

물론 이것이 마이크로소프트가 바라는 모습은 아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영원히 젊고, 영원히 신나고, 영원히 새롭고도 중요한 흐름을 주도하는 최선봉에 서기를 원한다. 그러나 이 같은 특성은 규모가 작고, 군살이 없고, 추진력이 강하며, 이익도 많고 손해도 많은 회사에나 해당한다. (대기업이나) 마이크로소프트가 잃어버린 젊음을 되찾는 유일한 방법은 (창의성을 발휘하고 기를 써야만 살아 남는) 작은 회사 여러 개로 해체하는 길밖에 없다.

하지만 그들이 절대 그럴리가 없다.

11장. 세상을 혼미하게 만든 닷컴 열품: 인터넷과 ASP 거품

거품 경제에 관해서는 특별히 전수할 예방책이 없다. 나로서는 거품이 생기는 이유도 모르고, 거품이 지속되는 기간도 모르고, 거품이 꺼질 시기를 정확히 예측하지도 못한다.

가장 중요한 교훈 중 하나를 꼽으라면, 파괴적 혁신과 패러다임 전환이라는 개념이 (대다수 권위자와 분석가가 지적하듯이) 위험천만하게 오도된 탓에 많은 사람들이 뻔하게 망할 벤처에 돈을 쏟아 부었다는 사실이다. 원론적인 관점에서 보자면, 기술 붕괴는 기존 비즈니스나 업계를 와해하거나 전복하는 급격한 시장 흐름으로서, 사실상 일어나는 일이 아주 아주 드물다. ... 그러나 실제로 대다수 기술 붕괴는 끊임없이 진화하는 시장에 대응하여 기업이 적응과 변화를 게을리한 결과이다. 사람들은 인터넷을 "파괴적"인 기술이라 믿었지만, 결국은 일부만을 파괴하고 일부를 변화시켰으며 거의 영향을 미치지 못한 부분도 잇다. 심지어 확실히 파괴적인 사례도 대개는 겉보기만큼 극적이지 않다. 시장이 두드러진 변화를 거치려면, 이를 뒷받침하는 기반 요소가 갖춰져야 한다. 그렇지 못하다면 파괴는 일어나지 않는다.

파괴적인 아이디어나 기술이 시장을 와해시키려면, 아래 표가 제시하는 조건을 갖춰야 한다.

조건

상태

변화하려는 아이디어가 있어야 한다.

사람들이 스스로 선곡해서 노래 모음을 만든다는 아이디어가 수십 년 전부터 존재했다.

시장이 변화를 요구해야 한다.

내가 1989년에 겪었듯이 시장은 변화를 요구했다.

변화가 이득이 되어야 한다.

자신이 선곡한 노래 모음을 듣는다는 장점이 있다.

변화를 뒷받침할 기반 구조가 있어야 한다.

1989년에 당시에는 있었다. 인터넷에서 아이팟으로 음악을 다운로드할 정도로 세련되지는 못했으나, 골칫거리 대안밖에 없었던 사람들에게는 충분한 수단을 제공했다.

변화를 퍼트릴 메커니즘이 있어야 한다.

1989년에 당시에는 없었다. 음반 업계가 배포 수단, 즉 음반 가게를 통제했으므로 음반 배포를 차단할 권력이 있었다. 따라서 파괴적 변화가 일어나기 어려웠다.

적당한 가격 범위에서 변화해야 한다.

1989년 당시 고객 입장에서는 적당한 가격이었다(음반 회사 입장에서는 적당하지 않았지만.)

변화 후 품질이 적정해야 한다.

1989년에 사용하던 카세트 테이프 시스템이 오늘날 휴대용 MP3 시스템만큼 음질이 좋지는 못했지만, 당시로는 충분했다.

2000년 초반 상당한 관심을 끌었으나 불붙지 못한 기술인 전자책 기술이 뜨지 않았을까?

조건

상태

변화하려는 아이디어가 있어야 한다.

그 수가 많지는 않지만, 현재 전자책이 존재하고 구매도 가능하다.

시장이 변화를 요구해야 한다.

요구한다. 관리해야 할 인쇄물 양을 줄여서 나무와 시간과 돈을 절약하려는 회사와 사람들이 많다. 전자책의 단점에도 불구하고, 미국 내 기업 환경에서는 전자책이 점점 더 인기를 끌고 있다.

변화가 이득이 되어야 한다.

전자책의 장점은 많다.

변화를 뒷받침할 기반 구조가 있어야 한다.

기반 구조가 없다. 현재 전자책 리더와 화면은 종이에 비해 아주 열등하다.

변화를 퍼트릴 메커니즘이 있어야 한다.

인터넷이 배포 매커니즘을 제공한다.

적당한 가격 범위에서 변화해야 한다.

전자책 가격은 인쇄 도서와 비교해서 경쟁력이 있다.

변화 후 품질이 적정해야 한다.

대다수 사람들은 전자책 품질에 만족하지 못한다. 전자책 리더는 너무 무겁고 화면 해상도가 낮으며 저장 공간이 제한적이다.

12장. 오픈 박사와 독점권 사장의 기묘한 맞대결: 리차드 스톨만과 스티브 발머

덧붙이는 말: 초난감한 개발 책략

이 책 원서 부제에는 "첨단 기술 마케팅 재앙"이라는 문구가 들어 있으며, 한국어판 부제에도 '초우량 기업을 망친 최악의 마케팅'이라는 문구를 사용했다. 이 문구 탓에 주로 재앙을 일으키는 원인 제공자가 마케팅 부서라고 결론 내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틀린 생각이다. 이 책에서 여러 번 언급했듯이, 재앙은 경영진, 개발 부서, 영업 부서, 마케팅 부서가 모두 힘을 합쳐 너무나도 명백한 사실과 상식과 과거 교훈을 최선을 다해 성심성의껏 무시한 결과로 빚어낸 공동 작품이다. 심각한 재앙은 저절로 생겨나지 않는다. 재앙을 이뤄내려면 모두가 한마음 한뜻으로 뭉쳐야 한다.

이 책 4장은 바로 이러한 사실을 보여준다. 마이크로프로사가 소프트웨어 업계 최고 위치에서 무대 뒤로 영원히 사라지기까지는

  1. 개발 시기와 마케팅 시기를 잘못 관리한 경영진
  2. 기존 제품과 경쟁하는 신제품을 만들겠다고 초난감하고도 치명적인 결정을 내렸던 마케팅 부서
  3. 중대한 시기에 전혀 문제 없는 코드를 (아무에게도 소용이 없었지만 코드 품질을 높이겠다는 욕심만으로) 다시 짜겠다고 얼빠진 결정을 내렸던 개발 부서가 있었다.

사내 각 팀이 협력하여 재앙을 달성해낸 멋진 예이다.

조엘과의 인터뷰

개발과 관련하여 소프트웨어 회사가 저지르는 가장 큰 실수를 하나 꼽는다면?
현재 코드가 엉망이고 버그 투성이에 쓸데없는 기능만 가득해서 아예 처음부터 새로 구상하고 제작해야 한다는 믿음으로, 제품을 갈아엎고 완전히 새로 구현하겠다는 결정입니다.
그게 왜 문제냐면, 사실인 경우가 거의 없기 때문이죠. 사용하지 않았다고 코드가 녹슬지는 않습니다. 새 코드가 기존 코드보다 낫다는 생각은 명백히 불합리합니다. 기존 코드는 이미 사용했습니다. 테스트했다는 말입니다. 수많은 버그를 찾아내서 고친 코드죠. 기존 코드는 아무런 문제도 없습니다.
찰스 퍼거슨이 쓴 멋진 책 'High St@kes, No Prisoners'(Crown, 1999)에서 제가 배운 교훈은 기업의 비즈니스 목표를 이해하는 프로그래머를 고용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다시 구현할 경우에 회사가 치루는 진짜 비용은 얼마인가?", "제품 출시가 몇 달이나 늦어질까?", "시간 손실과 시장 점유율 하락을 만회할 정도로 제품 매출이 상승할까?" 등과 같은 질문에 답할 수 있는 사람들 말입니다. 그래도 다시 짜야한다고 우긴다면, 필경 회사 재무나 경쟁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는 탓입니다. 잘 설명해주십시오. 그런 다음 재구현에 들어가는 노력을 정직하게 예측해달라고 요청하십시오. 비용 대 편익을 상세하게 분석하여 대조표를 만들라고 요구하십시오.
코드를 뒤엎고 다시 짜기가 올바른 선택일 경우는 거의 없다고 봅니다. 굳이 들자면 새 플랫폼으로 옮겨가는 동시에 코드 아키텍처를 완전히 뜯어고치는 경우 정도가 아마 가장 극단적인 예겠지요. 하지만 이런 경우라도 대개는 코드를 새로 짜기보다 기존 코드를 활용하는 편이 낫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제품 개발과 마케팅에 관해서 이야기해주십시오. 두 부서는 어떤 방식으로 함께 일하죠?
이론적으로는 ("제품 관리"라고 부르는) 마케팅 그룹이 개발팀에게 고객이 바라는 요구를 전달해야 합니다. 현장에서 요구하는 기능, 뭐 이런 내용 말입니다. 하지만 현실은 전혀 그렇지 못합니다.
물론 개발팀이 고객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기는 합니다만, 제품 관리 그룹을 통해서가 아닙니다. 제품 관리 그룹은 이런 정보를 제대로 전달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프로그램 관리(설계) 팀이 직접 나가 고객을 만납니다. 한 가지 제가 재빨리 깨닫게 된 사실이라면, 고객한테 원하는 기능을 물어봤자 별다른 정보를 얻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물론 고객이 이런저런 요구는 내놓죠. 하지만 이미 아는 내용이 대부분입니다.
스타급 프로그래머가 회사를 망치는 경우도 있지 않은지?
어려운 문제입니다. 저 역시 주연급 프로그래머가 말 그대로 회사를 망치는 경우를 많이 보았습니다. (빌 게이츠처럼) 회사 경영진이 탄탄한 기술력을 갖추었다면 프로그래머들과 두려움 없이 논쟁하고 싸워서 이깁니다. 못 이기면 담당자를 해고하고 새 인물을 고용하죠. (존 스컬리처럼) 경영진이 기술적으로 빈약하다면 두려움에 떱니다. 신기하게도 이 사람이 지구상에 존재하는 유일한 프로그래머라고 믿습니다. 이런 상태라면 회사가 망할 날도 멀지 않았죠.
기술적 지식이 부족한 CEO 입장에서 프로그래머가 프로그램 짜기를 거부한다면, 손실을 감수하고 해고해야 합니다. 그것만이 유일한 희망입니다. 물론 새로운 기술 인력을 찾아야 한다는 뜻이므로 낙관적인 상황은 아닙니다. 그래서 저는 엔지니어가 고위직에 앉아 있지 않은 기술 회사는 별로 전망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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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InSearchOfStupidity (last edited 2022-07-27 10:18:42 by 정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