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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적 계획에 나타나는 또 다른 모순이라면, 역설적으로 들리겠지만, 회사가 커질수록 전략적인 계획을 수립하는 능력이 줄어든다. IBM과 마이크로소프트가 좋은 예이다. 이 책 6장에서 지적했듯이, 1980년대 후반에 이르러 IBM은 너무나 비대해진 탓에 다양한 구성 요소를 전략적인 계획 "하나"로 통합하지 못했다. 회사가 너무 커서 수많은 부서와 사업 부문과 정책과 협력 업체와 대리점 기타 등등이 내놓은 모든 사안을 조율해서 일관적인 계획 하나로 엮어낼 방법이 없었다. 결국 IBM이 내세운 전략적 계획은 "매년 10퍼센트 성장한다" 정도였다. 아니 5퍼센트였던가. 어쨌든 그랬다. 하지만 불과 몇 퍼센트라는 성장을 이루기 위해서도 IBM은 컨설팅 서비스에 집중하고 (PC, 디스크 드라이브, 프린터 등) 효율적인 관리가 어렵고 이윤도 떨어지는 사업 부문과 제품을 쳐내야 했다. 다른 기업에서 충분히 이윤을 창출하는 사업 부문과 제품까지도 말이다. 회사를 좀더 작은 단위로 나누려던 계획은 1992년 존 에이커스가 CEO 자리를 물러나면서 무산되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IBM은 사실상 정확히 같은 결론을 얻었다. |
초난감 기업의 조건
In Search of Stupidity: Over 20 Years of High-tech Marketing Disaters
TomPeters의 책/InSearchOfExcellence를 패러디한 제목.
그런데 마케팅에 초점이 맞춰진건가?
여는 글, 하나
내 의견을 묻는다면, 프로그래머를 조타수로 두지 않는 소프트웨어 회사는 결코 성공하지 못한다고 말하겠다. 내가 편파적이라고 여길지도 모르겠지만, 지금까지는 뒷받침할 증거가 충분하다. 그러나 초난감한 실수 중 대다수는 프로그래머 스스로가 저질러 왔다는 사실 또한 인정한다. 넷스케이프 사는 기존 코드를 개선하는 대신 브라우저를 새로 짜겠다는 기념비적인 결정으로 여러 해를 낭비했다. 그 동안 시장 점유율은 90%에서 4% 정도로 곤두박질쳤고, 이는 바로 프로그래머 머리에서 나온 아이디어였다. 물론 기술 지식도 없고 경험도 부족했던 경영진은 코드를 다시 짜겠다는 결정이 왜 나쁜지 이해하지 못했다.
그래서 릭 의견을 조금 받아들여, 소프트웨어 업계에서 성공하려면 프로그래밍과 비즈니스를 모두 이해하고 좋아하는 관리층이 있어야 한다고 말하겠다. 두 분야 모두에서 뛰어난 지도자를 찾기는 어렵겠지만, 이것이 릭이 이 책에서 열거하는 초난감한 실수를 피하는 유일한 방법이다.
-- JoelSpolsky
1장. 초난감 기업을 찾아서
'초우량 기업의 조건'의 기본 논지는 단순하며 다음과 같이 간결하게 요약된다. 초우량 기업은 성공이 꽃피는 기업 문화를 창조한다 (단순한 동어 반복에 불과하지만 일단은 멋진 말이다. 그리고 사람들은 항상 이런 이야기를 좋아하게 마련이다). 초우량 기업 문화란 고객을 존중하고 직원을 사랑하며, 회사 제품을 아끼고 , 애사심을 최고 가치로 여기는 문화다. 일단 회사 내부에 구석구석 사랑이 넘쳐 흐르면 기업은 유기적인 초우량 조직으로 변신하고 초우량 조직은 초우량 제품과 초우량 서비스를 내놓는다. 그러면 고객과 직원, 제품과 애사심은 더욱 번성하고 조직은 무아의 경지를 넘어 모든 문제는 저절로 사라진다. 어느 순간부터 초우량 문화는 스스로 자생력을 갖추게 최고 이렇듯 초우량의 도를 터득한 기업에게는 탱자탱자 놀아도 성공하는 비즈니스 세계가 펼쳐진다.
'초우량 기업의 조건'은 거의 기업용 카마수트라였다. 고객을 확보하고 고객에게 제품을 알리고, 고객 만족도를 높이고자, 조직이라는 몸뚱이를 다양한 체위와 화려한 기교로 비틀고 굽히는 회사 이야기를 다룬다. 신뢰성 주기, 100% 목표하기, 열성적으로 대화하기, 창의적이기, 논의하기, 많이 논의하기, 지체 없이 해치우기 등 누구도 미처 떠올리지 못한 환상적이고 신묘한 기술을 선보인다. 특히 첨단 기술 기업을 자세히 다루는데, 초우량 기법으로 비즈니스 세계를 점령한 예로 IBM, 제록스, DEC 등과 같은 기업을 소개한다.
출간 후 몇 해 동안 '초우량 기업의 조건'은 날개 돋힌 듯 팔려나갔다. 대다수 첨단 기술 업체를 비롯해 수천 개가 넘는 기업이 책에서 제시하는 원칙을 가슴에 새겼다. 사람들은 자나깨나 초우량 원칙을 생각하고 가슴에 새기고, 놀랍도록 열성적으로 서로 의견을 교환했다. TomPeters는 아주 인기 있는 연사이자 비즈니스 컨설턴트가 되었다. 피터스는 '초우량을 향한 열정', '톰 피터스 경영창조'를 포함하여 더 많은 책을 집필했으며, 이후에 나온 책들 역시 '초우량 기업의 조건'과 마찬가지로 '깅버 성공의 불꽃을 지피는 확실한 연소'를 탐구하느라 분주했다. '초우량'에 쏟아지는 미국인들의 애정은 식을 줄을 몰랐다.
불행하게도, 미국 업계가 조직 구석구석을 초우량으로 맹렬히 도배하는 동안 몇몇 사람들이 피터스와 워터만의 소위 학술 서적에 오른 회사 중 상당수가 초우량에 미달한다는 사실을 알아차리기에 이르렀다. 1984년 무렵 비즈니스위크지는 "아뿔싸! (Oops!)"라는 표지 기사에서 책이 주장하는 내용 일부가 거짓임을 폭로했다. 대다수 사람들은 이런 초기 비평을 언론의 낚시질이라 치부해버렸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책이 주장하는 '초우량 기업'이라는 개념에 뭔가 심각한 결함이 있다는 사실은 점점 더 분명해졌다.
이 모든 극찬에 가려진 문제점을 꼽자면 단 하나, 라니어 사는 초우량 기업이 아니었다는 사실이다. 라니어는 죽은 회사였다. 1981년 즈음만 해도 애플라이터나 스크린라이터를 탑재한 애플II+가 라니어 워드프로세서 기능을 모두 제공했다. 워드스타를 탑재한 IBM PC는 말할 나위도 없었다. 1985년에 이르자 전용 워드프로세서 시장은 타리노사우루스 렉스처럼 멸종되었지만, 피터스와 워터만은 자신들이 좀비를 거론한다는 사실을 전혀 눈치채지 못한 듯 했다.
물론 시장 변화로 기업이 덜미를 잡히기도 한다고, 그러니까 라니어 사는 예상치 못한 시장 변화의 희생양이라고 주장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건 말이 안된다. '초우량 기업의 조건'은 1981년에 집필해서 1982년에 출간한 책이다. 1981년 당시만 해도 매달 수천 대가 넘는 애플, 라디오샤크, TRS-80, 코모도어 PET, 다양한 CP/M 시스템이 팔려나갔다.
사실 실망거리로 전락한 회사는 '초우량 기업의 조건'이 꼽은 회사만이 아니었다. 1980년대를 통틀어 업계, 특히 첨단 기술 업계에서는 '모두를 매시간 그리고 매일 초우량으로 만들겠다'는 특별 기획 세미나, 책 설명회, 기업 프로그램이 도처에 넘쳐났다. 하지만 자나깨나 초우량 원칙을 생각하고 가슴에 새기고 놀랍도록 열성적으로 서로 의견을 교환했음에도 불구하고 첨단 기업은 계속 어리석은 실수를 저질렀다. 계속, 계속, 계속, 그리고 초난감한 실수를 저지를 때마다 댓가를 치렀다. 계속, 계속, 계속 끊이질 않았다.
이런 현상을 설명하는 한 가지 이유로, 2002년 피터스는 책에서 회사 성과를 '객관적'으로 측정하는데 사용한 자료가 위조라고 공표했다. "앗, 나의 실수!" 하지만 말이죠, 초우량은 결코 미안하다는 말을 하지 않는 거예요.
실제로 첨단 기술 회사를 살펴보면 언제나 성공과 실패를 가르는 요소가 하나 드러난다. 바로 초난감한 아둔함이다. 성공한 회사는 대개 경쟁사보다 덜 초난감하다. 포레스트 검프가 날카롭게 지적했듯이, "아둔한 짓을 하니까 아둔한 거다."
초난감한 아둔함의 가장 정겨운 특징은 평등주의이다. 아둔함이 발산하는 흐릿한 불빛은 오판과 무지라는 날카로운 바위섬으로 끊임없이 멍청이들을 유혹해 성공적인 회사와 성공적인 아이디어라는 선체를 갈갈이 찢어버린다. 멍청하면 능력이 안되는 일은 꿈도 꾸지 말아야 한다. 그러나 크든 작든 모든 회사가 말도 안되는 바보 짓을 하면서 야무지게도 성공을 바라는 허황된 포부를 꿈꾼다.
2장. 초난감 홈런을 날린 1번 타자
3장. 나사 빠진 컴퓨터와 엉터리 마케팅
4장. 포지셔닝 난제
5장. 싫어요, 너무 싫어요
6장. 피리 부는 멍청이
7장. 개구리를 날로 먹으려다 질식한 프랑스인
8장. 불꽃 튀는 브랜드 전쟁
9장. 도마뱀이 되어버린 고질라
10장. 위선과 허풍이 난무한 홍보 전쟁
11장. 세상을 혼미하게 만든 닷컴 열풍
12장. 오픈 박사와 독점권 사장의 기묘한 맞대결
13장. 초난감한 상황에서 벗어나기
강연을 시작하기 전에는 항상 이런 질문을 던진다. "다음 책을 읽어보신 분 있습니까?" 그 다음에 첨단 기술 역사에 커다란 발자취를 남긴 서적 몇 권을 열거한다. 짐 칼튼의 '애플', 스티브 메인의 '게이츠', 스티브 레비의 '해커, 그 광기와 비밀의 기록' 등과 같은 책이다. 어김없이 한두명 정도만이 손을 든다. 손이 하나도 올라오지 않는 경우도 허다하다.
그런 다음 나는 당시 가장 잘 나가는 '이 최신 비즈니스 전문가의 지침에 착실히 따르기만 하면 성공은 저절로 굴러들어 온다' 식의 베스트셀러를 읽어보았는지 묻는다. 이런 책은 그때그때 다르다. 1980년대를 휩쓸던 베스트셀러는 (부정확한 자료를 바탕으로 한) TomPeters와 로버트 워터만의 '초우량 기업의 조건(In Search of Excellence)'과 다수의 성공적인 속편이었다. 1990년대 초반에서 중반까지는 (1990년대에 처음 나왔던 제품 생명 주기 모델을 기반으로 한) 제프리 무어의 '캐즘 마케팅(Crossing the Chasm)'과 다수의 후속작이었다. 190년대 후반과 2000년 초반은 (성공한 기업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놓지 못한다는) 클레이 크리스텐센의 '성공기업의 딜레마(The Innovator's Dillemma)'와 (이 문제에 대한 해법을 제시한) 매우 성공적인 후속작인 '성장과 혁신(The Innovator's Solution)'이 있다. 참고로 '성장과 혁신'에서 제시하는 해결책은 실제로 적용한 사레가 없다고 저자 자신도 인정한다 (비즈니스 서적 시리즈를 마무리하기에 참으로 혁신적인 방법이 아닌가).
공정하게 말하자면, 많은 베스트셀러가 비즈니스 운영 방식과 최고 관례에 관해 실용적이고도 전형적인 지침을 제공한다. 헬스 기구를 사용하듯이 상식적인 충고를 철저하게 따르면 '성공'한다는 책들이다. 새롭고 개선된 서비스나 제품을 구상하라(요즘은 이 프로세스를 '혁신'이라 떠받는다. 피라미드 시절부터 해오던 일이지만 새로운 이름을 붙이면 좀더 멋있어 보이는 모양이다), 새로운 아이디어에 귀를 기울여라, 고객을 귀하게 여겨라, 자료를 체계적으로 관리하라, 우수한 직원을 고용하라, 분식회계를 하지마라 등 확실히 성공할 기회를 높여주는 조언으로 가득하다. 하지만 이런 조언은 '100미터 달리기에서 숨쉬기만 잘하면 일등 먹을 확률이 높아진다'는 주장과 별반 다르지 않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달리기에서 승자와 패자를 가르는 요소가 단순히 숨쉬기만은 아니다.
하지만 베스트셀러에 내포된 진자 위험은 일반적인 원칙을 특수한 비즈니스 상황과 문제에 적용하려는 과정에서 불거진다. '이론' 서적을 집필한 저자들 대부분은 특수한 현실을 자신들의 원대한 프레임워크에 끼워 맞추려다가 결국은 그릇되고 모순되는 충고를 내놓는다.
- '초우량 기업의 조건'에 나타난 문제는 이미 언급했었다.
- '캐즘 마케팅'은 구매 프로세스가 탄탄한 기업 시장에서 그럭저럭 통하지만, 마이크로컴퓨터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던 1980년대 초반에 저자의 충고를 따랐더라면 사건의 급속한 전개에 놀라 자빠졌을 게다(원래 이론을 개선한 후속편에서 저자는 이 문제를 다루지만 설득력이 떨어진다)
- 비즈니스에 몸담은 경험이 전무한 저자가 집필한 '성공 기업의 딜레마'는 실제로 문제를 해결한 사례가 하나도 없는 해결책을 제시한다.
('비즈니스에 성공하는 방법'이라는 거대 이론을 거론하는) 비즈니스 서적에 따라 다니는 또 다른 문제점이라면, 현실적으로 비즈니스에 성공하는 방법이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주요 실패 이유
기업이 실패하는 이유는 크게 네 가지다.
- 사기를 치거나 불법 제품과 불법 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우
- 비현실적이거나 말도 안되는 사업 예측에 기반을 두는 경우
- 전략적 비전과 계획이 없는 경우
- 제품과 서비스를 판매하는 과정에서 기본 비즈니스 원칙을 제대로 지키지 못하는 경우
'전략적 비전과 계획 부족'이라는 세번째 실패 유형은, 앞서 보았듯이, 비즈니스 전문가들이 가장 즐겨 집필하는 주제다. 돈이 가장 잘 벌리는 주제이기 때문이다. 기업이 성공하려면, 고객이 기꺼이 돈을 지불할만한 제품과 서비스를 내놓아야 한다. 이것이 시장 경제의 본질이며, 여기서 '전략적' 계획이 유용하며 필요하다. 하지만 이 정도로 만족하는 기업과 이론가는 거의 없다. 지난 수십 년 동안 미국 기업은 '어딘가 원대한 비즈니스 이론 하나가 존재하며, 그것만 발견하면 궁극적인 성공을 손에 넣으리라'는 믿음에 집착해왓다. 한동안은 '초우량'이 원대한 해답을 제시하는 듯 보였다. 이후로 성공을 보장하는 비법이 우후죽순처럼 쏟아져 나왔다. 지금은 많은 사람들이 (모순처럼 들리지만) 기업 유전자에 혁신을 제도적으로 새겨넣는 방법이 해탈의 첫 걸음이라고 믿는다.
미국 기업은 전략이라는 개념에 강하게 집착해서, 촉망받는 비즈니스 전문가나 CEO가 제시한 '최신이자 최선인 전략적 비전'을 구현하느라 끊임없이 자신을 고치고 개편한다. 동의어 반복이라는 쳇바퀴에 빠져서는 원대하고 우수하며 비약적이고도, 혁신적인 비즈니스 계획을 구상한다. 초우량, 비약, 혁신이 바로 우리가 할 일이니까. 대개 처음에는 문제 없이 잘 돌아간다.
하지만 이 즈음에 심각한 문제가 불거지기 시작한다.
- 새로운 워드프로세서를 내놓았으나 초보적인 포지셔닝 실수로 밝혀지면서 회사 전체가 대혼란과 시장의 저항이라는 진흙탕에 빠진다(마이크로프로),
- 최신 마이크로프로세서를 내놓았으나 소비자 브랜드가 아니므로 홍보 방식이 다르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한 탓에 언론이 쏟아 붓는 포화를 맞으며 한 걸음도 진격하지 못한다(인텔)
- 지구 곳곳에 플로피와 CD 소대를 배치하는 마케팅 캠페인으로 인터넷에서 가장 전략적인 사이트로 떠올랐으나 고객이 모뎀에서 고속 인터넷으로 돌아서면서 전격 퇴각하는 입장에 처한다(AOL)
- 1998년에 현재 아이팟만큼이나 깜찍한 MP3 플레이어를 내놓고 디지털 컨텐츠 시장을 공략했으나... 아무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새한/아이거 랩)
그제서야 비정한 현실이 피부에 와 닿는다. 비즈니스는... 전쟁이 아니며, 적어도 통상적인 전쟁과는 다르다. 혁신은 반드시 성공을 보장하지 못한다. 하지만 혁신하지 않으면 재앙이 닥치기도 한다. 시장은 질풍노도처럼 진격하여 적군을 휩쓰는 전장이 아니다. 한쪽 업계에서 초우량이라 여겨지는 관행이 다른 업계에서 돈 낭비로 귀결되기도 한다. 비즈니스가 전쟁이라면 항시 진행 중인 특수 게릴라전이다. 어떤 날은 경쟁사가 적군이고 어떤 날은 사내 타 부서가 적군이다. 시장은 늪지와 같다. 곳곳에서 보루와 장애물이 나타났다 사라지며 성벽 위아래는 혼란에 빠진 침입자들이 비틀거리다 추락하는, 온갖 도전으로 가득찬 미로다. 심지어 목적을 달성하고 전장을 점령했다 여기는 순간에 전장이 발 아래에서 홀연히 사라지기도 한다. 그리하여 어슴푸레 시야를 가리는 안개 속에서 광대한 황야를 무작정 헤매야 할 때도 있다.
때로는 놀랍도록 행운이 따르기도 한다.
첨단 기술 업계 역사상 아찔할 정도로 성공한 제품 사례라 일컬어지는 마이크로소프트 윈도우를 살펴보자. ... 전략적 비전을 세운 후 이를 추구하여 궁극적인 승전보를 울린 회사로 이보다 더 나은 예가 있을가?
하지만 윈도우가 현재의 독점 지위를 확보하기까지는 다음 사건이 반드시 일어나야 했다.
- 그래픽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처음으로 발명한 제록스 사는 PARC 연구소에서 내놓은 혁신적인 개발 결과를 상업화할 방법을 모색하겠다는 발상을 전혀 못해야 했다.
- 디지털 리서치 사가 IBM에게 퇴짜를 놓아서 IBM PC 운영체제를 제공할 기회를 날려야 했다.
- 초창기라면 마이크로소프트를 간단히 짓밟아버렸을 IBM이 1985년부터 1995년까지 무시무시한 OS/2 무용담을 펼치는 과정에서 아주 무기력하게 행동해야 했다.
- 애플이 매킨토시 운영체제 라이센스를 제공하지 않기로 결정해야 했다. 이 결정 덕택에 1980년대 초반 30%에 달하던 시장 점유율은2 006년 4%로 떨어졌다.
이 외에도 궁극적으로 윈도우를 성공으로 이끈 사건은 다음과 같다.
- 업계 선구자였던 비지코프사가 성공적인 비지온 버전을 출시하지 못했다. 비지온은 (게으르기 짝이 없는) 빌 게이츠가 (알아서) 머리를 감을 정도로 두려워했던 초기 그래픽 운영체제였다.
- 디지털 리서치 사가 도스 셸인 GEM을 출시한 직후 애플이 디지털 리서치를 고소했다. GEM은 윈도우의 직접적인 경쟁 제품으로, 외양과 느낌 측면에서 (맥과 유사한 느낌으로) 초기 윈도우보다 훨씬 세련된 면모를 자랑했었다. 애플이 소송으로 망치지만 않았더라면 GEM은 PC 시장을 널리 장악할 참이었다.
- (무어저 법칙을 일시적으로 위배하면서) 메모리 칩 비용이 예기치 못하게 상승했다. 덕택에 OS/2 1.0 출시가 순조롭지 못했다.
그렇다면 시장에서는 보이지 않는 힘이 뒤를 밀어주고 경쟁사들은 모두 합심하여 자폭할거라 간주하는 시나리오, 즉 성공이 확실한 전략을 어떻게 짜낼까?
답은 '불가능하다'이다.
그러나 앞서도 지적했듯이, 경쟁사들이 온갖 방법으로 자해를 거듭하는 와중에도 마이크로소프트는 착실하게 비즈니스 기본을 지켜나갔다. 1980년대 초반부터 1990년대에 걸쳐 마이크로소프트는 우수한 제품으로 워드프로세서, 스프레드시트, 비즈니스 프리젠테이션 시장에 진입한 결과, 대다수 제품은 호의적인 평가를 받았으며 판매 실적도 우수했다. 이 기간 동안 마이크로소프트는 홍보 캠페인을 통해 빌 게이츠를 매력적인 인물로 포장하여 마이크로소프트의 마케팅과 영업을 도왔다. 또한 회사는 지속적으로 제품을 개선했고 개발자들이 반갑게 맞이하는 IDE와 언어, 도구를 내놓았다. 1993년 우연히 오피스라는 개념을 착상하고는 수익을 드높이며 성공 가도를 달렸다. 또한 인터넷 거품기에는 프론트페이지와 같은 제품을 팔아서 돈을 벌었다. 이 모든 사건이 총체적으로 마이크로소프트의 성공에 기여했을 뿐 전략적 계획은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단순히 마이크로소프트는 좋은 기회를 붙잡았고, (적어도 경쟁사보다 더) 잘 운영했으며, 응분의 보상을 받았다.
전략적 계획에 나타나는 또 다른 모순이라면, 역설적으로 들리겠지만, 회사가 커질수록 전략적인 계획을 수립하는 능력이 줄어든다. IBM과 마이크로소프트가 좋은 예이다.
이 책 6장에서 지적했듯이, 1980년대 후반에 이르러 IBM은 너무나 비대해진 탓에 다양한 구성 요소를 전략적인 계획 "하나"로 통합하지 못했다. 회사가 너무 커서 수많은 부서와 사업 부문과 정책과 협력 업체와 대리점 기타 등등이 내놓은 모든 사안을 조율해서 일관적인 계획 하나로 엮어낼 방법이 없었다. 결국 IBM이 내세운 전략적 계획은 "매년 10퍼센트 성장한다" 정도였다. 아니 5퍼센트였던가. 어쨌든 그랬다. 하지만 불과 몇 퍼센트라는 성장을 이루기 위해서도 IBM은 컨설팅 서비스에 집중하고 (PC, 디스크 드라이브, 프린터 등) 효율적인 관리가 어렵고 이윤도 떨어지는 사업 부문과 제품을 쳐내야 했다. 다른 기업에서 충분히 이윤을 창출하는 사업 부문과 제품까지도 말이다. 회사를 좀더 작은 단위로 나누려던 계획은 1992년 존 에이커스가 CEO 자리를 물러나면서 무산되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IBM은 사실상 정확히 같은 결론을 얻었다.
14장. 되짚어 본 초난감 사례 분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