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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연을 시작하기 전에는 항상 이런 질문을 던진다. "다음 책을 읽어보신 분 있습니까?" 그 다음에 첨단 기술 역사에 커다란 발자취를 남긴 서적 몇 권을 열거한다. 짐 칼튼의 '애플', 스티브 메인의 '게이츠', 스티브 레비의 '해커, 그 광기와 비밀의 기록' 등과 같은 책이다. 어김없이 한두명 정도만이 손을 든다. 손이 하나도 올라오지 않는 경우도 허다하다. 그런 다음 나는 당시 가장 잘 나가는 '이 최신 비즈니스 전문가의 지침에 착실히 따르기만 하면 성공은 저절로 굴러들어 온다' 식의 베스트셀러를 읽어보았는지 묻는다. 이런 책은 그때그때 다르다. 1980년대를 휩쓸던 베스트셀러는 (부정확한 자료를 바탕으로 한) TomPeters와 로버트 워터만의 '초우량 기업의 조건(In Search of Excellence)'과 다수의 성공적인 속편이었다. 1990년대 초반에서 중반까지는 (1990년대에 처음 나왔던 제품 생명 주기 모델을 기반으로 한) 제프리 무어의 '캐즘 마케팅(Crossing the Chasm)'과 다수의 후속작이었다. 190년대 후반과 2000년 초반은 (성공한 기업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놓지 못한다는) 클레이 크리스텐센의 '성공기업의 딜레마(The Innovator's Dillemma)'와 (이 문제에 대한 해법을 제시한) 매우 성공적인 후속작인 '성장과 혁신(The Innovator's Solution)'이 있다. 참고로 '성장과 혁신'에서 제시하는 해결책은 실제로 적용한 사레가 없다고 저자 자신도 인정한다 (비즈니스 서적 시리즈를 마무리하기에 참으로 혁신적인 방법이 아닌가). 공정하게 말하자면, 많은 베스트셀러가 비즈니스 운영 방식과 최고 관례에 관해 실용적이고도 전형적인 지침을 제공한다. 헬스 기구를 사용하듯이 상식적인 충고를 철저하게 따르면 '성공'한다는 책들이다. 새롭고 개선된 서비스나 제품을 구상하라(요즘은 이 프로세스를 '혁신'이라 떠받는다. 피라미드 시절부터 해오던 일이지만 새로운 이름을 붙이면 좀더 멋있어 보이는 모양이다), 새로운 아이디어에 귀를 기울여라, 고객을 귀하게 여겨라, 자료를 체계적으로 관리하라, 우수한 직원을 고용하라, 분식회계를 하지마라 등 확실히 성공할 기회를 높여주는 조언으로 가득하다. 하지만 이런 조언은 '100미터 달리기에서 숨쉬기만 잘하면 일등 먹을 확률이 높아진다'는 주장과 별반 다르지 않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달리기에서 승자와 패자를 가르는 요소가 단순히 숨쉬기만은 아니다. 하지만 베스트셀러에 내포된 진자 위험은 일반적인 원칙을 특수한 비즈니스 상황과 문제에 적용하려는 과정에서 불거진다. '이론' 서적을 집필한 저자들 대부분은 특수한 현실을 자신들의 원대한 프레임워크에 끼워 맞추려다가 결국은 그릇되고 모순되는 충고를 내놓는다. * '초우량 기업의 조건'에 나타난 문제는 이미 언급했었다. * '캐즘 마케팅'은 구매 프로세스가 탄탄한 기업 시장에서 그럭저럭 통하지만, 마이크로컴퓨터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던 1980년대 초반에 저자의 충고를 따랐더라면 사건의 급속한 전개에 놀라 자빠졌을 게다(원래 이론을 개선한 후속편에서 저자는 이 문제를 다루지만 설득력이 떨어진다) * 비즈니스에 몸담은 경험이 전무한 저자가 집필한 '성공 기업의 딜레마'는 실제로 문제를 해결한 사례가 하나도 없는 해결책을 제시한다. |
초난감 기업의 조건
In Search of Stupidity: Over 20 Years of High-tech Marketing Disaters
TomPeters의 책/InSearchOfExcellence를 패러디한 제목.
그런데 마케팅에 초점이 맞춰진건가?
여는 글, 하나
내 의견을 묻는다면, 프로그래머를 조타수로 두지 않는 소프트웨어 회사는 결코 성공하지 못한다고 말하겠다. 내가 편파적이라고 여길지도 모르겠지만, 지금까지는 뒷받침할 증거가 충분하다. 그러나 초난감한 실수 중 대다수는 프로그래머 스스로가 저질러 왔다는 사실 또한 인정한다. 넷스케이프 사는 기존 코드를 개선하는 대신 브라우저를 새로 짜겠다는 기념비적인 결정으로 여러 해를 낭비했다. 그 동안 시장 점유율은 90%에서 4% 정도로 곤두박질쳤고, 이는 바로 프로그래머 머리에서 나온 아이디어였다. 물론 기술 지식도 없고 경험도 부족했던 경영진은 코드를 다시 짜겠다는 결정이 왜 나쁜지 이해하지 못했다.
그래서 릭 의견을 조금 받아들여, 소프트웨어 업계에서 성공하려면 프로그래밍과 비즈니스를 모두 이해하고 좋아하는 관리층이 있어야 한다고 말하겠다. 두 분야 모두에서 뛰어난 지도자를 찾기는 어렵겠지만, 이것이 릭이 이 책에서 열거하는 초난감한 실수를 피하는 유일한 방법이다.
-- JoelSpolsky
1장. 초난감 기업을 찾아서
'초우량 기업의 조건'의 기본 논지는 단순하며 다음과 같이 간결하게 요약된다. 초우량 기업은 성공이 꽃피는 기업 문화를 창조한다 (단순한 동어 반복에 불과하지만 일단은 멋진 말이다. 그리고 사람들은 항상 이런 이야기를 좋아하게 마련이다). 초우량 기업 문화란 고객을 존중하고 직원을 사랑하며, 회사 제품을 아끼고 , 애사심을 최고 가치로 여기는 문화다. 일단 회사 내부에 구석구석 사랑이 넘쳐 흐르면 기업은 유기적인 초우량 조직으로 변신하고 초우량 조직은 초우량 제품과 초우량 서비스를 내놓는다. 그러면 고객과 직원, 제품과 애사심은 더욱 번성하고 조직은 무아의 경지를 넘어 모든 문제는 저절로 사라진다. 어느 순간부터 초우량 문화는 스스로 자생력을 갖추게 최고 이렇듯 초우량의 도를 터득한 기업에게는 탱자탱자 놀아도 성공하는 비즈니스 세계가 펼쳐진다.
'초우량 기업의 조건'은 거의 기업용 카마수트라였다. 고객을 확보하고 고객에게 제품을 알리고, 고객 만족도를 높이고자, 조직이라는 몸뚱이를 다양한 체위와 화려한 기교로 비틀고 굽히는 회사 이야기를 다룬다. 신뢰성 주기, 100% 목표하기, 열성적으로 대화하기, 창의적이기, 논의하기, 많이 논의하기, 지체 없이 해치우기 등 누구도 미처 떠올리지 못한 환상적이고 신묘한 기술을 선보인다. 특히 첨단 기술 기업을 자세히 다루는데, 초우량 기법으로 비즈니스 세계를 점령한 예로 IBM, 제록스, DEC 등과 같은 기업을 소개한다.
출간 후 몇 해 동안 '초우량 기업의 조건'은 날개 돋힌 듯 팔려나갔다. 대다수 첨단 기술 업체를 비롯해 수천 개가 넘는 기업이 책에서 제시하는 원칙을 가슴에 새겼다. 사람들은 자나깨나 초우량 원칙을 생각하고 가슴에 새기고, 놀랍도록 열성적으로 서로 의견을 교환했다. TomPeters는 아주 인기 있는 연사이자 비즈니스 컨설턴트가 되었다. 피터스는 '초우량을 향한 열정', '톰 피터스 경영창조'를 포함하여 더 많은 책을 집필했으며, 이후에 나온 책들 역시 '초우량 기업의 조건'과 마찬가지로 '깅버 성공의 불꽃을 지피는 확실한 연소'를 탐구하느라 분주했다. '초우량'에 쏟아지는 미국인들의 애정은 식을 줄을 몰랐다.
불행하게도, 미국 업계가 조직 구석구석을 초우량으로 맹렬히 도배하는 동안 몇몇 사람들이 피터스와 워터만의 소위 학술 서적에 오른 회사 중 상당수가 초우량에 미달한다는 사실을 알아차리기에 이르렀다. 1984년 무렵 비즈니스위크지는 "아뿔싸! (Oops!)"라는 표지 기사에서 책이 주장하는 내용 일부가 거짓임을 폭로했다. 대다수 사람들은 이런 초기 비평을 언론의 낚시질이라 치부해버렸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책이 주장하는 '초우량 기업'이라는 개념에 뭔가 심각한 결함이 있다는 사실은 점점 더 분명해졌다.
이 모든 극찬에 가려진 문제점을 꼽자면 단 하나, 라니어 사는 초우량 기업이 아니었다는 사실이다. 라니어는 죽은 회사였다. 1981년 즈음만 해도 애플라이터나 스크린라이터를 탑재한 애플II+가 라니어 워드프로세서 기능을 모두 제공했다. 워드스타를 탑재한 IBM PC는 말할 나위도 없었다. 1985년에 이르자 전용 워드프로세서 시장은 타리노사우루스 렉스처럼 멸종되었지만, 피터스와 워터만은 자신들이 좀비를 거론한다는 사실을 전혀 눈치채지 못한 듯 했다.
물론 시장 변화로 기업이 덜미를 잡히기도 한다고, 그러니까 라니어 사는 예상치 못한 시장 변화의 희생양이라고 주장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건 말이 안된다. '초우량 기업의 조건'은 1981년에 집필해서 1982년에 출간한 책이다. 1981년 당시만 해도 매달 수천 대가 넘는 애플, 라디오샤크, TRS-80, 코모도어 PET, 다양한 CP/M 시스템이 팔려나갔다.
사실 실망거리로 전락한 회사는 '초우량 기업의 조건'이 꼽은 회사만이 아니었다. 1980년대를 통틀어 업계, 특히 첨단 기술 업계에서는 '모두를 매시간 그리고 매일 초우량으로 만들겠다'는 특별 기획 세미나, 책 설명회, 기업 프로그램이 도처에 넘쳐났다. 하지만 자나깨나 초우량 원칙을 생각하고 가슴에 새기고 놀랍도록 열성적으로 서로 의견을 교환했음에도 불구하고 첨단 기업은 계속 어리석은 실수를 저질렀다. 계속, 계속, 계속, 그리고 초난감한 실수를 저지를 때마다 댓가를 치렀다. 계속, 계속, 계속 끊이질 않았다.
이런 현상을 설명하는 한 가지 이유로, 2002년 피터스는 책에서 회사 성과를 '객관적'으로 측정하는데 사용한 자료가 위조라고 공표했다. "앗, 나의 실수!" 하지만 말이죠, 초우량은 결코 미안하다는 말을 하지 않는 거예요.
실제로 첨단 기술 회사를 살펴보면 언제나 성공과 실패를 가르는 요소가 하나 드러난다. 바로 초난감한 아둔함이다. 성공한 회사는 대개 경쟁사보다 덜 초난감하다. 포레스트 검프가 날카롭게 지적했듯이, "아둔한 짓을 하니까 아둔한 거다."
초난감한 아둔함의 가장 정겨운 특징은 평등주의이다. 아둔함이 발산하는 흐릿한 불빛은 오판과 무지라는 날카로운 바위섬으로 끊임없이 멍청이들을 유혹해 성공적인 회사와 성공적인 아이디어라는 선체를 갈갈이 찢어버린다. 멍청하면 능력이 안되는 일은 꿈도 꾸지 말아야 한다. 그러나 크든 작든 모든 회사가 말도 안되는 바보 짓을 하면서 야무지게도 성공을 바라는 허황된 포부를 꿈꾼다.
2장. 초난감 홈런을 날린 1번 타자
3장. 나사 빠진 컴퓨터와 엉터리 마케팅
4장. 포지셔닝 난제
5장. 싫어요, 너무 싫어요
6장. 피리 부는 멍청이
7장. 개구리를 날로 먹으려다 질식한 프랑스인
8장. 불꽃 튀는 브랜드 전쟁
9장. 도마뱀이 되어버린 고질라
10장. 위선과 허풍이 난무한 홍보 전쟁
11장. 세상을 혼미하게 만든 닷컴 열풍
12장. 오픈 박사와 독점권 사장의 기묘한 맞대결
13장. 초난감한 상황에서 벗어나기
강연을 시작하기 전에는 항상 이런 질문을 던진다. "다음 책을 읽어보신 분 있습니까?" 그 다음에 첨단 기술 역사에 커다란 발자취를 남긴 서적 몇 권을 열거한다. 짐 칼튼의 '애플', 스티브 메인의 '게이츠', 스티브 레비의 '해커, 그 광기와 비밀의 기록' 등과 같은 책이다. 어김없이 한두명 정도만이 손을 든다. 손이 하나도 올라오지 않는 경우도 허다하다.
그런 다음 나는 당시 가장 잘 나가는 '이 최신 비즈니스 전문가의 지침에 착실히 따르기만 하면 성공은 저절로 굴러들어 온다' 식의 베스트셀러를 읽어보았는지 묻는다. 이런 책은 그때그때 다르다. 1980년대를 휩쓸던 베스트셀러는 (부정확한 자료를 바탕으로 한) TomPeters와 로버트 워터만의 '초우량 기업의 조건(In Search of Excellence)'과 다수의 성공적인 속편이었다. 1990년대 초반에서 중반까지는 (1990년대에 처음 나왔던 제품 생명 주기 모델을 기반으로 한) 제프리 무어의 '캐즘 마케팅(Crossing the Chasm)'과 다수의 후속작이었다. 190년대 후반과 2000년 초반은 (성공한 기업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놓지 못한다는) 클레이 크리스텐센의 '성공기업의 딜레마(The Innovator's Dillemma)'와 (이 문제에 대한 해법을 제시한) 매우 성공적인 후속작인 '성장과 혁신(The Innovator's Solution)'이 있다. 참고로 '성장과 혁신'에서 제시하는 해결책은 실제로 적용한 사레가 없다고 저자 자신도 인정한다 (비즈니스 서적 시리즈를 마무리하기에 참으로 혁신적인 방법이 아닌가).
공정하게 말하자면, 많은 베스트셀러가 비즈니스 운영 방식과 최고 관례에 관해 실용적이고도 전형적인 지침을 제공한다. 헬스 기구를 사용하듯이 상식적인 충고를 철저하게 따르면 '성공'한다는 책들이다. 새롭고 개선된 서비스나 제품을 구상하라(요즘은 이 프로세스를 '혁신'이라 떠받는다. 피라미드 시절부터 해오던 일이지만 새로운 이름을 붙이면 좀더 멋있어 보이는 모양이다), 새로운 아이디어에 귀를 기울여라, 고객을 귀하게 여겨라, 자료를 체계적으로 관리하라, 우수한 직원을 고용하라, 분식회계를 하지마라 등 확실히 성공할 기회를 높여주는 조언으로 가득하다. 하지만 이런 조언은 '100미터 달리기에서 숨쉬기만 잘하면 일등 먹을 확률이 높아진다'는 주장과 별반 다르지 않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달리기에서 승자와 패자를 가르는 요소가 단순히 숨쉬기만은 아니다.
하지만 베스트셀러에 내포된 진자 위험은 일반적인 원칙을 특수한 비즈니스 상황과 문제에 적용하려는 과정에서 불거진다. '이론' 서적을 집필한 저자들 대부분은 특수한 현실을 자신들의 원대한 프레임워크에 끼워 맞추려다가 결국은 그릇되고 모순되는 충고를 내놓는다.
- '초우량 기업의 조건'에 나타난 문제는 이미 언급했었다.
- '캐즘 마케팅'은 구매 프로세스가 탄탄한 기업 시장에서 그럭저럭 통하지만, 마이크로컴퓨터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던 1980년대 초반에 저자의 충고를 따랐더라면 사건의 급속한 전개에 놀라 자빠졌을 게다(원래 이론을 개선한 후속편에서 저자는 이 문제를 다루지만 설득력이 떨어진다)
- 비즈니스에 몸담은 경험이 전무한 저자가 집필한 '성공 기업의 딜레마'는 실제로 문제를 해결한 사례가 하나도 없는 해결책을 제시한다.
14장. 되짚어 본 초난감 사례 분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