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ssimTaleb의 책. Incerto(불확실성) series 3부작 중 한 권이다. (Antifragile, FooledByRandomness, TheBlackSwan)
서문
안티프래질
세상에는 충격으로부터 혜택을 보는 것들이 있다. 이런 것들은 가변성, 무작위성, 무질서, 스트레스에 노출될 때 번창하고 성장하며, 모험과 리스크, 불확실성을 좋아한다. 그러나 이런 현상이 도처에서 발생하고 있지만, 충격을 가하면 부서진다는 의미인 프래질에 정확하게 반대가 되는 단어는 없다. 이제부터 이런 단어를 ‘안티프래질Antifragile’이라고 부르자.
안티프래질은 회복력 혹은 강건함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회복력이 있는 물체는 충격에 저항하면서 원상태로 돌아온다. 반면, 안티프래질한 대상은 충격을 가하면 더 좋아진다.
안티프래질은 프래질을 더 잘 이해하도록 해준다. 질병을 없애지 않고 건강을 증진시킬 수 없듯이, 또는 손실을 먼저 줄이지 않고서 부를 증진시킬 수 없듯이, 프래질을 줄이지 않고서 안티프래질해질 수는 없다.
모든 영역에서 우리는 프래질을 줄이거나 안티프래질을 활용해 프래질에서 안티프래질로 가기 위한 원칙을 제안한다. 그리고 간단한 비대칭성 테스트를 통해서 안티프래질과 프래질을 탐지할 수 있다. 무작위적인 사건이나 충격에서 손실보다 이익이 더 크면 안티프래질하고, 그 반대는 프래질한 것이다.
안티프래질이 살아남은 모든 자연적 시스템 혹은 복잡계의 특징이라면, 이런 시스템에서 가변성, 무작위성, 스트레스를 제거하면 시스템에 피해를 줄 것이다. 시스템은 약해지거나 소멸하거나 붕괴할 것이다. 지금까지 우리는 무작위성과 가변성을 억누르면서 경제, 건강, 정치, 교육 등 거의 모든 것을 프래질하게 만들어왔다. 침대에서 한 달을 보내면 근육이 약해지듯이, 스트레스를 제거하면 복잡계는 약화되거나 소멸한다. 지금 우리가 사는 근대의 구조화된 세계는 하향식 정책을 비롯한 각종 장치들을 통해 우리에게 피해를 입혀왔다(이 책에서 나는 이런 현상에 ‘소비에트-하버드 환상Soviet-Harvard delusions’ 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마치 안티프래질한 시스템에 모욕을 주기라도 하듯이 말이다.
이런 현상은 근대가 낳은 비극이다. 마치 자녀를 지나치게 보호하는 부모처럼 우리에게 도움을 주려다 가장 큰 피해를 입히고 있다.
하향식인 모든 것은 대상을 프래질하게 만들고 안티프래질과 성장을 가로막는 반면, 상향식은 적당한 스트레스와 무질서가 존재한다면 대상을 번창하게 만든다. 발견의 과정(또는 혁신이나 기술의 진보) 그 자체는 정규 교육보다는 안티프래질한 팅커링(276쪽 참조), 공격적인 리스크 감수에 더 많이 의존한다.
우리 사회를 프래질하게 만들고 커다란 위기를 일으키며 승부의 책임 SkinInTheGame (워렌 버핏이 말한 내부자가 자신의 돈으로 회사 주식을 사는 것으로, 자신의 돈이 걸려 있으면 성공 확률이 높아진다는 이야기다 - 옮긴이)을 지지 않게 만드는 요소가 있다. 다른 사람의 희생을 바탕으로 이익을 취하면서 안티프래질해지는 사람들이 있다.
역사상 어떤 순간에도 리스크를 감수하지 않는 사람들, 즉 개인적으로 리스크에 노출되지 않은 사람들이 지금처럼 커다란 권력을 행사한 적은 없었다.
이제 중요한 윤리 원칙은 다음과 같아야 한다. 다른 사람들을 프래질하게 만드는 대가로 자신이 안티프래질해져서는 안 된다.
블랙 스완에 대한 해독제
블랙 스완은 엄청난 결과를 초래하는 대형 사건으로서 예측이 불가능한 데다 불규칙적으로 일어난다. 이처럼 예측할 수 없는 블랙 스완 현상으로 경악과 피해를 동시에 경험하는 예측 전문가들을 칠면조라고 부른다. 나는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현상에 대한 이해를 미세 조정하고, 이를 통해 블랙 스완 현상을 찾아내지 못하고, 혹은 이에 따르는 충격을 측정하지도 못하는 모델, 이론, 학설을 이끌어내지만, 결국 대부분의 역사는 블랙 스완 현상에서 비롯된다고 주장한 적이 있다.
복잡계는 탐지하기 어려운 상호 의존성과 비선형 반응으로 가득하다. 여기서 비선형은 당신이 약 복용량을 두 배로 늘리거나 공장 종업원 수를 두 배로 늘리면 처음 얻었던 효과의 두 배를 얻지 못하고 훨씬 더 많거나 혹은 훨씬 더 적은 효과를 얻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필라델피아에서 2주를 보낸다고 해서 1주를 보내는 것에 비해 두 배의 즐거움을 얻지는 못한다. 이것은 내 경험이다. 이런 반응을 그래프로 나타내면 직선이 아니라 곡선의 모양을 띤다. 이런 환경에서는 인과관계에 관한 단순한 연상이 오류로 나타난다. 다시 말해서, 한 가지 부분만 보아서는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기 어렵다.
인위적인 복잡계에서는 예측 가능성이 떨어지거나, 심지어 통제하기 힘든 연쇄 반응의 고리가 폭포수처럼 이어질 가능성을 품고 있다. 그러다 결국 대형 사건이 터지게 된다. 따라서 기술적 지식이 늘어나고 있는 근대 사회에서는 역설적으로 이런 변화가 예측을 훨씬 더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제 인위적인 것들이 늘어나면서 조상들의 자연스러운 모델로부터 멀어지고, 모든 것이 복잡하게 만들어지면서 강건함을 잃고 블랙 스완의 역할이 더욱 커지게 되었다. 더구나 우리는 이 책에서 네오매니어라고 부르는 새로운 질병의 희생자가 되었다. 이 질병은 우리에게 블랙 스완에 취약한 시스템(우리는 이것을 기술 진보라고 부른다)을 만들도록 한다.
대자연이 (자신의 안티프래질 덕분에) 드물게 발생하는 사건에 관한 한 가장 뛰어난 전문가이며, 블랙 스완 현상에 대해서는 최선의 관리자라는 사실은 우리에게 큰 도움을 준다. 대자연은 수십 억 년 동안 추대위원회의 지명을 받은 아이비리그 출신의 이사들로부터 지배와 통제를 받지 않고도 지금까지 살아남는 데 성공했다. 안티프래질은 단지 블랙 스완에 대한 해독제뿐만이 아니다. 안티프래질을 이해하면 역사, 기술, 지식과 그 밖의 모든 영역에서 나타나는 블랙 스완 현상의 역할을 인정하는 데 지적인 두려움을 덜 느끼게 된다.
대자연이 안전하기만 한 것이 아니다. 대자연은 파기하고 대체하고 선별하고 개조하는 데 적극적이다. 무작위적인 사건에 대해서는 강건하다는 사실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길게 보면 무자비한 시간 앞에서는 가장 강건한 것이라도 모두 부서지게 되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구는 40억 년 동안 자신의 모습을 유지해왔다. 단언컨대, 그것은 강건함만으로는 불가능했을 것이다. 우리는 어떤 것도 시스템을 무너뜨리지 않을 만큼 완벽하게 강건하기를 바란다. 그러나 완벽하게 강건한 것을 얻기란 불가능하므로 무작위적인 사건, 예상하지 못한 충격, 스트레스, 가변성으로부터 고통받지 않고 오히려 이들을 활용해 시스템이 스스로 끊임없이 재생하는 메커니즘이 필요하다.
복잡계는 사람들의 믿음과 달리 복잡한 시스템, 규정, 정책을 요구하지 않는다. 오히려 단순할수록 더 좋다. 복잡한 상태는 예상하지 못한 결과의 사슬이 계속 증가하도록 만든다. 불투명성 덕분에 개입은 예상하지 못한 결과를 낳고, 이런 결과에 대한 변명과 함께 2차적인 효과를 수정하기 위한 또 다른 개입을 낳는다. 결국 예상하지 못한 반응이 여기저기서 나타나면서 이전의 반응보다 더 나쁜 반응을 일으킨다.
단순한 것은 더 많은 효력을 갖는다. 따라서 나는 우리가 이해하지 못하는 세상에서 살아가도록 하고, 명백하게 이해하지 못하는 대상을 두려움 없이 다루도록 하며, 훨씬 더 바람직하게는 인간으로서 부끄럽지 않게 당당하게 나서서 우리의 무지를 똑바로 바라보게 해줄 몇 안 되는 방법, 원칙, 금지 명령을 제시할 것이다.
이 책의 내용
언젠가 나는 기술적으로 정의하지 않은 상태에서 프래질은 가변성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표현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변성을 좋아하지 않는 것은 무작위성, 불확실성, 무질서, 오차, 스트레스 역시 좋아하지 않는다. 가변성을 좋아하지 않는 것들은 스트레스, 피해, 혼란, 무질서, 불확실성, 시간, 눈에 보이지 않는 결과를 좋아하지 않는다.
그리고 이와 같이 프래질에 대한 명시적인 정의에서 안티프래질의 개념이 나온다. 안티프래질은 가변성을 좋아한다. 시간도 좋아한다. 그리고 비선형성과 끈끈한 관계를 갖는다. 비선형적인 반응을 보이는 모든 것들은 무작위성의 원인에 대해 프래질하거나 안티프래질하다.
내가 쓰는 글은 특정 주제를 대상으로 시작과 끝 그리고 유효 기간을 지닌 고립적인 에세이가 아니다. 오히려 중심이 되는 생각에서 나오면서 서로 중복되지 않는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리고 인세르토Incerto(불확실성, 리스크 등을 의미하는 이탈리아어 - 옮긴이)라고 불리는 나의 전집은 주로 불확실성, 무작위성, 확률, 무질서 그리고 우리가 이해하지 못하는 세상, 또는 우리가 보지 못한 요소와 특징을 지닌 세상에서 무엇을 할 것인가, 즉 불투명성을 지닌 상황에서의 의사결정에 초점을 두고 있다. 이 전집은 3부작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철학적·기술적 내용이 부록으로 실려 있다. 이 3부작은 어떤 책(예를 들어 『안티프래질Antifragile』)의 임의의 장과 또 다른 책(예를 들어 『행운에 속지 마라Fooled by Randomness』)의 임의의 장 사이의 거리는 두꺼운 책 한 권의 장 사이의 거리와 비슷해야 한다는 원칙을 갖고 있다. 이런 원칙은 이 전집이 혼란 상태에 빠져들지 않으면서 과학, 철학, 경영학, 심리학, 문학, 자서전 등 여러 영역을 넘나들 수 있도록 해준다.
따라서 『안티프래질』과 『블랙 스완The Black Swan』의 관계는 다음과 같다. 이 책이 『블랙 스완』보다 늦게 발간되면서 『블랙 스완』에 나오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규정된 결론으로 받아들이고는 있지만, 이 책이 주가 되고 『블랙 스완』은 일종의 보조 도서로서 이론을 다루는 부록이 될 것이다. 왜 그럴까? 『블랙 스완』과 이전에 발간된 『행운에 속지 마라』는 사람들에게 무시무시한 상황을 납득시키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여 쓴 책이기 때문이다. 반면 이 책은 블랙 스완 현상이 사회와 역사를 지배한다(그리고 사후적 합리화 때문에 사람들이 스스로 블랙 스완 현상을 예상할 수 있다고 착각한다)는 사실과, 그 결과로서 비선형성이 특히 심할 경우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는 사실을 납득시킬 필요가 없다는 입장에서 시작한다. 따라서 당장 실천적인 문제를 다룰 수 있게 된다.
이 책의 순서는 다음과 같다.
- 서문의 부록에서는 트라이애드Triad를 표로 보여준다. 프래질 스펙트럼을 따라 세상을 종합적으로 보여주는 지도가 될 것이다.
1권 <안티프래질: 개론>에서는 새로운 특징을 제시하고 전형적인 안티프래질 시스템으로서 진화와 유기체에 관해서 설명한다. 또한 집단의 안티프래질과 개인의 프래질 간의 트레이드오프 관계를 살펴본다.
2권 <근대는 안티프래질을 거부한다>에서는 시스템(특히 정치 시스템)에 내재된 가변성을 억누르면 어떤 일이 발생하는지 살펴본다. 또한 국민국가라고 불리는 새로운 장치를 설명하고, 당신을 도와주려다 극심한 피해를 안기는 어설픈 개입주의자가 일으키는 손실에 대해서도 설명한다.
3권 <예측이 필요하지 않은 세상>에서는 뚱보 토니가 등장해 프래질에 대한 자신만의 직관적인 탐지 방법을 소개하고, 로마 시대의 철학자이자 행동가인 세네카의 저작에 기반을 두고 사물의 비대칭성에 관해서 설명한다.
4권 <옵션의 특징, 기술, 안티프래질적 특성을 지닌 지능>에서는 세상의 신비한 특징을 설명한다. 즉 인간의 지능이 아니라 사물의 배후에서 작용하는 비대칭성과 옵션의 특징이 어떻게 우리를 여기까지 이르도록 했는지를 설명한다. 이는 소비에트-하버드식 방법론을 부정하는 것이다. 그리고 토니가 소크라테스와 논쟁을 벌이면서 우리가 자신의 언어로 설명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서 어떤 태도를 보이고 있는지 살펴본다.
5권 <비선형성>에서는 철학자의 돌과 그 반대에 관해서 설명한다. 즉 납을 어떻게 금으로 바꾸는가, 그리고 금을 어떻게 납으로 바꾸는가를 설명한다. 5권의 두 장은 기술적인 문제를 다룬다(이 책에서 배관 공사에 해당한다). 여기에서는 프래질을 비선형성 혹은 더욱 구체적으로는 볼록성 효과를 지닌 함수 형태로 나타내고, 볼록성을 지닌 전략을 가지고 이익을 얻어내는 과정을 설명한다.
6권 <비아 네가티바>에서는 추가가 아니라 제거하는 (즉 개입하지 않고 누락시키는) 전략에 담긴 지혜와 효력을 설명한다. 여기서는 볼록성 효과의 개념을 적용한다. 물론 첫 번째 적용 분야는 의학이다. 나는 오로지 인식론적, 리스크 관리론적 접근방식에서 의학을 바라볼 것이다. 그럼 의학이 이전과 다르게 보일 것이다.
7권 <프래질과 안티프래질의 윤리>에서 어떤 당사자는 이익을 보고 다른 당사자는 피해를 입게 되는 방식으로 프래질이 이전되는 현상을 윤리적 관점에서 설명하고, 승부의 책임 부재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살펴본다.
- 이 책의 마지막 부분은 그래프, 주, 기술적인 내용을 다루는 부록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책은 3단계로 서술되었다.
- 첫 번째 단계에서는 비유와 예시를 통해 문학적이고 철학적으로 서술한다. 5권(특히 볼록성 개념을 다루는 철학자의 돌)을 제외하고는 기술적인 설명을 최소화한다. 이런 개념에 대해 잘 아는 독자들은 다른 권에 이와 관련된 아이디어가 잘 스며들어 있으므로 5권을 생략하고 그냥 넘어가도 된다.
- 두 번째 단계인 부록에서는 그래프와 더욱 기술적인 설명을 한다. 그러나 기술적인 내용을 자세히 다루지는 않는다.
- 세 번째 단계는 기술적 논문과 주를 통해 더욱 정교하게 뒷받침하는 백업 자료다(나의 비유와 예시를 증명해야 할 대상으로 오해하지는 말아 달라. 개인적 에세이는 과학 문헌이 아니다. 과학 문헌은 그냥 과학 문헌일 뿐이다). 이 모든 백업 자료들은 인터넷을 통해 자유롭게 얻을 수 있다.
01권 안티프래질: 개론
1장과 2장은 안티프래질을 소개하고 그 예를 설명한다. 3장은 고양이와 세탁기의 예를 들어 유기적인 부분과 기계적인 부분의 차이를 설명한다. 4장은 어떤 안티프래질이 다른 대상의 프래질에서 나타나는 과정과, 실패가 어떤 것에는 도움이 되고 다른 것에는 그렇지 못한 이유를 살펴본다. 이런 내용은 사람들이 너무나 많은 관심을 갖고 있는 진화와 연관된다.
1장 다모클레스와 히드라
삶의 절반에는 명칭이 없다
지금 당신은 시베리아에 사는 사촌에게 샴페인 잔 세트를 선물로 보내기 위해 우체국에 있다고 하자. 운송 도중에 샴페인 잔이 파손될 수도 있기 때문에, ‘부서지기 쉬움fragile’, ‘깨지기 쉬움’, ‘취급 주의’라고 우편물 박스에 붉은 글씨로 적어두려고 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부서지기 쉬움’의 반대말은 정확하게 무엇일까?
정확하게 말해서, ‘부서지기 쉬움’이라고 적혀 있는 우편물의 반대말은 ‘부주의하게 취급하세요.’라고 적혀 있는 우편물이다. 그 내용물은 깨지지 않을 뿐만 아니라 외부에서 충격이 가해질수록 더욱 단단해진다. 부서지기 쉬운 것은 최선의 경우에 손상되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강건한 것은 최선의 경우뿐만 아니라 최악의 경우에도 손상되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부서지기 쉬운 것의 반대말은 최악의 경우에도 손상되지 않으면서 더욱 단단해지는 것이 된다.
내 목을 베어주세요
그리스인들이 재생시킨 고대 유대인과 이집트인들의 전설에는 화려한 색을 지닌 불사조가 등장한다. 파괴되는 순간마다 자신의 유해로부터 다시 태어나는 새다. 불사조는 항상 처음의 상태로 되돌아간다. 불사조는 내가 자란 레바논 베이루트Beirut의 상징이었다. 전설에 의하면, 5000년 가까운 역사를 지닌 베리투스Berytus(베이루트의 옛날 명칭)는 그 동안 일곱 번이나 파괴되었고, 일곱 번이나 재건되었다. 이 이야기는 나 자신이 여덟 번째 에피소드를 직접 목격했기 때문에 실감나게 들린다. 내가 어렸을 때 베이루
그리스 신화에는 레르나Lerna 호수에 사는 뱀처럼 생긴 생명체, 히드라가 등장한다. 히드라는 머리를 여러 개 가지고 있는데, 머리 하나를 자를 때마다 두 개가 다시 생긴다. 따라서 히드라는 상대방이 자신에게 위해를 가하기를 원한다. 결국 히드라는 안티프래질을 상징하는 셈이다.
세상은 점점 복잡해지고 정교하게 변해간다. 그리고 전문성을 지속적으로 추구하면서 붕괴에 더욱 취약해진다. 이렇듯이 정교하게 변해가는 세상은 블랙 스완에 프래질이라는 의미를 부여한다. ... 성공이 주는 피해를 예방하려면, 이를 상쇄하기 위해서 높은 수준의 강건함, 나아가 높은 수준의 안티프래질을 갖추면 된다. 우리는 불사조, 더 나아가 히드라가 되기를 원한다. 그렇지 않으면 다모클레스의 칼끝이 우리를 향해 다가올 것이다.
원시 단계의 안티프래질
전해져 내려오는 이야기에 따르면, 소아시아 지역의 폰투스 왕 미트리다테스 6세Mithridates VI는 부왕의 암살 이후 숨어 지내면서, 독살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해 독극물의 복용량을 더욱 늘려서 나중에는 치사량에 가까운 양을 섭취하려고 했다. 그는 그 과정을 복잡한 종교의식으로까지 발전시켰다. 그러나 독극물에 대한 면역력이 생기면서, 음독 자살하려던 미트리다테스 6세의 시도는 실패로 돌아가게 되었다. 결국 그는 동맹국의 장수에게 자신의 목을 쳐달라고 부탁함으로써 생을 마감했다.
면역력을 높이기 위해서 독성 물질을 소량으로 투약하는 방법이 있다. 그러면 시간이 지나면서 그 물질이 조금 더 들어오더라도 내독성이 생기는데, 이 방법을 미트리다티제이션Mithridatization이라고 부르자. 백신 접종이나 알레르기 약에 많이 사용되는 방법이다. 이전에 비해 조금 더 강건해지기는 했지만, 아직은 안티프래질이라고 말할 단계는 아니다. 하지만 안티프래질을 향해 가고 있는 중이다. 여기서 우리는 독성 물질을 투약하지 않으면 취약해질 것이고, 강건해지려면 독성 물질을 소량으로 투약해야 한다는 암시를 얻었다.
이제 소량의 독성 물질이 우리 몸을 한층 더 강건하게 해주는 경우를 생각해보자. 약리학자들은 소량의 독성 물질이 실제로 인체에 유익한 약물로 작용하는 현상을 호르메시스hormesis라고 말한다. 즉 인체에 해롭기는 하지만 소량이라면, 과잉반응을 촉진하면서 대체로 유익하게 작용하는 현상을 의미한다. 우리는 이런 현상을 ‘해로운 물질로부터 얻는 혜택’의 관점이 아니라 ‘해로움 혹은 약효는 복용량에 달려 있다.’는 관점에서 해석해야 한다. 지금 과학자들은 복용량과 반응 간의 비선형성에 흥미를 갖고 있다.
여기서 중요한 사실은 스트레스의 근원을 제거하는 것이 반드시 좋은 결과를 만들지는 않으며, 명백하게 해로운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영역 독립은 영역 의존성을 의미한다
어떤 사람은 특정 영역(예를 들어 의학)을 잘 이해할 수 있지만, 다른 영역(예를 들어 사회와 경제 현상)을 잘 인식하지 못할 수 있다. 혹은 교실에서 가르치는 내용은 잘 이해하지만 현실에서 벌어지는 복잡한 구조는 잘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다. 인간은 자신에게 익숙한 상황을 벗어나면 다른 상황을 잘 인식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