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l +All:read AndersEricsson 의 저작. Peak: Secrets from the New Science of Expertise [[DeliberatePractice]]에 대한 책. <> = 서문. '타고난 재능'이란 없다 = == 절대음감에 관한 신화 == 그러나 수십 년 동안의 전문가 연구에서 나온 분명한 메시지는, ‘탁월한 재능을 지닌’ 사람들의 성취에서 유전적 자질이 어떤 역할을 하든, 그들이 가진 핵심 재능은 우리 모두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것은 바로 인간의 두뇌와 육체가 지닌 놀라운 적응력이다. 그리고 ‘재능 있는’ 사람들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이런 재능을 다른 사람들보다 효과적으로 활용해왔다는 사실이다. 비범한 능력을 가진 사람들과 이야기를 해보면, 그들 모두가 이런 사실을 어떤 식으로든 이해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인지 적응력’cognitive adaptability이라는 전문 개념에는 익숙하지 않을지 모르지만, 자신이 특정 유전자를 갖고 태어나는 복권에 당첨되어서, 말하자면 엄청나게 운이 좋아서 자기 분야에서 정상에 올랐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좀처럼 없다. 또한 그들은 직접 경험해왔기에 자신이 가진 비범한 능력을 키우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 노력과 성실함에도 전략이 필요하다 == 이 책은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 사카키바라 아야코의 연구에 참여한 아이들, 레이 앨런, 모두가 가지고 있었던 재능에 관한 책이다. 그 재능이란 바로 인간의 뇌와 육체의 놀라운 적응력을 활용함으로써 올바른 훈련과 연습을 통해 그렇게 하지 않았다면 갖지 못했을 능력들을 만들어낸 것을 뜻한다. 뿐만 아니라 이 책은 여러분 각자가 이런 재능을 활성화시켜 자신이 선택한 분야에서 활용할 구체적인 방법을 알려주는 책이기도 하다. 마지막으로 인간의 잠재력을 바라보는 근본적으로 새로운 시각과 사고를 이야기하는 책이다. 이 새로운 시각에 따르면 인간이 지닌 삶에 대한 통제력은 우리의 생각보다 훨씬 크고 강력하다. 그러나 그동안의 축적된 연구 덕분에 이제 우리는 미리 정해진, 고정된 능력 따위는 없음을 알고 있다. 인간의 뇌는 적응력을 가지고 있으며, 훈련을 통해서 (절대음감 같은) 이전에는 없던 능력을 새로 만들어낼 수 있다. 어떤 일이나 상황에서 결과나 흐름의 판도를 뒤바꿀 만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사람, 사건, 서비스, 제품 등을 ‘게임 체인저’game changer라고 하는데, 이런 인식이야말로 확실한 ‘게임 체인저’에 해당한다. 이런 인식을 가지고 있으면 학습에 대한 접근이 근본적으로 달라진다. 학습이 인간의 타고난 능력을 활용하게 해주는 수단이 아니라 없던 능력을 창조하는 수단이 되기 때문이다. 이런 ‘신세계’에서는 개인이 고정된 잠재 역량을 가지고 태어난다고 생각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오히려 인간의 잠재력은 크기와 모양이 얼마든지 바뀌는 신축성 있는 그릇과 같으며, 우리가 평생 하는 다양한 활동에 의해 그 크기와 모양이 결정된다. 이렇게 보면 학습은 개인의 잠재력에 도달하는 수단이 아니라 오히려 잠재력을 개발하는 수단이 된다. 말하자면 인간은 자신의 잠재력을 만들어낼 수 있다. 연습으로 나아질 수 있다는 사실, 그것도 많이 나아질 수 있다는 사실을 사람들에게 알리는 것은 분명 중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노력을 해야 한다는 동기부여조차도 받기 힘들 것이다. 하지만 이런 책들은 때로 진정으로 원하는 마음과 각고의 노력만 있으면 수행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인상을 준다. “꾸준히만 하면 목표에 도달할 것이다.” 듣기에는 그럴싸하지만 사실 틀린 말이다. ‘올바른 연습’을 충분한 기간에 걸쳐 수행해야 실력이 향상되고 원하는 목표에 도달할 수 있다. 다른 방법은 없다. 나는 이 책에서 ‘올바른 연습’이란 무엇이며, 효과적인 실천 방법은 무엇인지를 상세하게 설명할 것이다. = 1장. 우리는 왜 '노력의 배신'에 부딪히는가? - 문제는 시간이 아니라 방법이다 = 스티브의 경우 그가 택한 방법은 놀라울 정도로 성공적이라는 사실이 입증되었다. 우리는 이를 ‘목적의식 있는 연습’Purposeful Practice이라고 부를 것이다. 그러나 계속 살펴보겠지만 이것이 항상 효과적인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그럭저럭 만족스러운 결과를 내는 일반적인 방법보다는 효과적이다. 또한 이것은 우리의 최종 목표인 ‘의식적인 연습’으로 가는 중간 단계이기도 하다. == '더 열심히'가 아닌 '다르게 하기'의 위대한 힘 == ‘목적의식 있는 연습’은 우리가 ‘단순한 연습’naive practice이라고 부르는 것과 구별되는 몇 가지 특징이 있다. 단순한 연습은 기본적으로 무언가를 그저 반복하는 것이다. 그런 반복만으로 실력이 향상될 것이라고 기대하면서 말이다. 용어 자체가 암시하는 것처럼 ‘목적의식 있는 연습’은 단순한 연습에 비해서 훨씬 목적의식이 강하고, 용의주도하고, 집중적이다. 구체적으로 ‘목적의식 있는 연습’은 다음과 같은 특징을 가지고 있다. * ‘목적의식 있는 연습’은 명확하고 구체적인 목표를 가지고 있다 * ‘목적의식 있는 연습’에는 집중이 필요하다 * ‘목적의식 있는 연습’에는 피드백이 필요하다 * ‘목적의식 있는 연습’은 자신의 컴포트 존에서 벗어날 것을 요구한다 그럼 이쯤에서 ‘목적의식 있는 연습’을 아주 간결하게 설명해보겠다. 자신의 컴포트 존을 벗어나되 분명한 목표, 목표에 도달할 계획, 진척 정도를 추적 관찰할 수단을 가지고, 집중하여 매진하라. 아, 그리고 자신의 동기부여를 유지할 방법도 파악하라. == 가장 올바른 노력의 방법 == 지금까지 연구된 모든 영역에서 개인의 능력을 향상시키는 가장 강력하고 효과적인 방법임이 증명된 특별한 연습 형태가 있다. 바로 ‘의식적인 연습’이다. 이에 대해서는 곧 상세히 설명할 예정이다. 하지만 그에 앞서 이런 현상 뒤에 숨어 있는 근본 원리가 무엇인지를 면밀하게 살펴보고자 한다. 말하자면 우리 인간은 올바른 연습을 하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놀라운 능력 향상이 가능해지는데, 그것이 어떤 원리에서 일어나는지 살펴보는 것이다. = 2장. 쓸수록 발달하는 뇌를 이용하는 법 - 뇌는 어떻게 인간을 변화시키는가 = 그러나 도전 대상이 미적분이나 악기 연주, 새로운 언어 습득 등 눈에 보이지 않는 정신 활동이라면 상황이 달라진다. 뇌가 점점 늘어나는 요구에 적응해가는 동안 뇌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관찰할 쉬운 방법은 없다. 유난히 힘든 훈련을 마친 다음 날 대뇌피질이 따끔따끔 아픈 일도 없다. 그동안 머리가 커져서 예전에 쓰던 모자를 쓸 수 없게 되어 새로 모자를 사야 하는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그렇다고 이마에 ‘식스팩’이 생기는 것도 아니다. 뇌에서 일어나는 변화는 이처럼 눈에 보이는 것이 아니다. 때문에 우리는 사실 뇌에서 그렇게 많은 일이 일어나고 있지 않다고 치부하기 쉽다. 그렇지만 이것은 오해다. 뇌의 구조와 기능 모두가 여러 가지 정신 훈련에 반응하여 변화한다는 증거는 점점 많이 나타나고 있다. 근육과 심혈관계가 신체 훈련에 반응하는 것과 거의 같은 방식으로 말이다. 자기공명영상MRI 같은 뇌 영상 촬영 기법 덕분에 신경과학자들은 특정 기술을 가진 사람의 뇌가 그런 기술을 가지지 않은 사람의 뇌와 어떻게 다른지를 연구하고, 어떤 종류의 훈련이 뇌에 어떤 형태의 변화를 가져오는지 탐구하기 시작했다. 신경과학 영역에서는 아직 연구되어야 할 것들이 산더미지만, 그간의 연구 덕분에 우리는 ‘목적의식 있는 연습’과 ‘의식적인 연습’이 어떻게 우리의 신체적, 정신적 능력을 증대시키는지, 어떻게 우리가 이전에 하지 못하던 것들을 할 수 있게 해주는지에 대해서는 분명하게 알고 있다. 정말 흥미롭게도, 인간의 뇌가 장기간의 훈련에 반응하여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관찰한 연구 가운데 최고로 꼽히는 몇몇 연구는 의외로 택시 운전사를 대상으로 이루어진 것이었다. == 적응력을 과소평가하지 마라 == 맥과이어의 연구를 비롯해 다른 연구들을 통해 이제 우리는 인간의 뇌도 정도와 다양성 면에서 육체와 흡사한 적응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신경과학자들이 ‘가소성’plasticity이라고 부르는 이런 적응력이 관찰된 초기 사례는 시각장애인이나 청각장애인의 뇌 연구에서 볼 수 있다. 시각장애인과 청각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뇌의 가소성 연구를 통해 우리는 뇌의 구조와 기능이 고정된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뇌의 구조와 기능은 사용에 대한 반응으로 변화한다. 그러므로 누구의 뇌든 의식적인 훈련, 의식적인 연습을 통해 원하는 방향으로 변화시키는 것이 가능하다. 이런 가소성이 작용하게 만들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이에 대한 연구는 아직 걸음마 단계다. 지금까지 가장 눈길을 끄는 연구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신경과학자와 시각 연구자들이 2012년에 발표한 것으로,14 노화로 인한 원시로 고생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효과를 볼 수 있을 방법이 나타나 있다. 말하자면 쉰 살을 넘긴 모든 사람에게 해당된다. 실험 참가자들은 가까운 사물에 초점을 맞추지 못해 고생하는 중년의 사람들이었다. 이런 상태를 가리키는 공식 명칭은 노안老眼인데, 이는 눈 자체의 문제로 인해 발생한다. 눈의 수정체가 탄력을 잃어서 작고 세밀한 것을 알아볼 만큼 초점을 조정하지 못하는 것이다. 이런 사람들은 이와 관련해 명암 대비를 감지하는 데도 어려움을 겪는다. 명암 대비가 초점 조절을 더욱 어렵게 만들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찾아오는 노안은 검안사와 안경 판매업자에게는 더없이 좋은 돈벌이지만, 50대 이상의 사람들에게는 더없이 귀찮은 일이 아닐 수 없다. 50대 이상 거의 모든 인구가 무언가를 읽거나 세밀한 작업을 할 때는 안경을 써야 한다. 실험 참가자들은 세 달 동안 일주일에 세 번 정도 연구실에 와서 30분씩 시력 훈련을 했다. 이들은 화면에서 작은 이미지를 찾아내는 훈련을 했다. 다만 이미지의 색과 배경의 색이 매우 흡사했는데, 다시 말해 찾아야 하는 이미지와 배경 사이에 대비가 거의 없었던 것이다. 따라서 이미지를 찾아내기 위해서는 강도 높은 집중력과 노력이 필요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실험 참가자들은 점점 빠르고 정확하게 이미지를 찾아냈다. 세 달이 지난 후 참가자들은 어느 크기까지 글자를 읽을 수 있는지 알아보는 검사를 했다. 평균적으로 이들은 훈련을 시작하기 전에 가능했던 것보다 60퍼센트 더 작은 글씨를 읽을 수 있었다. 그리고 이런 시력 향상은 참가자 모두에게서 나타났다. 나아가 훈련 이후 모든 참가자가 안경 없이 신문을 읽을 수 있었는데, 대다수가 이전에는 하지 못하던 일이었다. 글자를 읽는 속도 역시 이전에 비해 빨라졌다. 3개월의 훈련으로 이처럼 많은 것이 개선되었지만 놀랍게도 이 중 어느 것도 눈 자체의 변화에 따른 것은 아니었다. 수정체는 여전히 탄력 없고 경직된 상태를 유지하고 있었고, 초점 조절 장애도 있었다. 대신 눈을 통해 들어오는 시각 신호를 해석하는 뇌 부위에서 변화가 일어났고, 그 결과 보는 능력이 개선된 것이었다. 연구자들은 정확히 어떤 변화라고 콕 집어 설명하지는 못했지만, 뇌가 흐린 이미지에서 얼룩덜룩한 번짐 현상을 제거하고 선명도를 높이는 법을 터득했다고 믿는다. 이미지가 흐려 보이는 이유는 시각상의 두 가지 문제가 결합된 결과다. 작고 세밀한 것을 보지 못하는 문제와 명암 차이를 잘 감지하지 못하는 문제다. 뇌에서 수행하는 이미지 처리 과정은 이런 두 가지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컴퓨터나 카메라에서 이미지 처리 소프트웨어가 명암 조절 등의 기법을 통해 이미지를 선명하게 해주는 것과 거의 같은 이치다. 연구자들은 훈련을 통해 실험 참가자들의 뇌가 이런 이미지를 한층 능숙하게 처리할 수 있는 방법을 터득했고, 결과적으로 이들이 눈에서 들어오는 신호가 전혀 나아지지 않았음에도 세밀한 것들을 구분할 수 있게 되었다고 믿는다. == 도전이 없다면 발전도 없다 == 먼저 생각해보자. 인간의 육체와 두뇌는 왜 그런 적응력이 있는 것일까?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현상은 개별 세포와 조직이 가능한 모든 것을 이전과 같은 상태로 유지하려 한다는 사실에서 기인한다. 신체의 항상성에 대한 지향이 아이러니하게도 변화를 끌어내는 데 활용되는 것이다. 몸을 충분히 강하게 그리고 충분히 오랫동안 압박하라. 그러면 몸은 그런 압박 자체가 편안해지는 방향으로 변화함으로써 그에 대응할 것이다. 그런 과정에서 우리 몸은 이전보다 강해지고, 지구력과 근육의 협응력도 한층 커졌을 것이다. 그러나 한 가지 단점이 있다. 새로운 근섬유가 생겨나고 체력이 강해지고 새로운 모세혈관이 자라는 등 일단 자극 강도에 맞춘 변화가 일어나고 나면, 이전에는 스트레스가 되었던 신체 활동을 부담 없이 감당할 수 있게 된다. 다시 편안한 상태가 되는 것이다. 그러면 변화가 멈춘다. 그러므로 지속적으로 변화가 일어나게 하려면 계속해서 ‘판돈’을 키우는 수밖에 없다. 더 멀리 달리고, 더 빨리 달리고, 더 위를 향해 달리는 것이다. 압박의 강도를 계속 높이지 않으면, 우리 몸은 새로 얻은 항상성에 안주하게 된다. 그리고 이전보다 나아진 수준이기는 하지만 지속적인 발전은 멈추게 된다. 이는 자신의 컴포트 존 바로 밖에 머무는 것이 중요한 이유를 말해준다. 우리는 자신의 몸이 강해진 자극에 맞춰 지속적으로 변화하도록 계속 압박을 가해야 한다. 그러나 컴포트 존에서 너무 멀리 벗어나면, 부상을 입기도 하고 결과적으로 변화를 촉진하기는커녕 저해할 위험이 있다. 이상은 적어도 몸이 운동에 반응하는 방식이다. 뇌가 몸이 아니라 정신과 관련한 도전에 반응하여 어떻게 변화하는지에 대해서는 밝혀진 내용이 훨씬 적다. 육체와 뇌의 중요한 차이점은 일반적으로 성인의 뇌에서는 세포들이 분열하여 새로운 뇌세포가 만들어지는 일이 드물다는 점이다.18 앞서 설명한 해마에서처럼 새로운 뉴런이 생성되는 소수의 예외가 있기는 하다. 그러나 뇌의 대다수 부위에서는 (시력 개선에 활용된 명암 훈련 같은) 정신적 도전에 반응하여 일어나는 변화에 새로운 뉴런 생성은 포함되지 않는다. 대신에 뇌는 신경조직망을 다양한 방법으로 재배열한다. 뉴런들 사이의 연결을 강화 또는 약화시키고, 새로운 연결을 추가하거나 이전의 연결을 제거하는 등의 일이 일어나는 것이다.19 또한 신경세포를 둘러싸고 형성되어 일종의 절연 피복 역할을 하면서 신경 신호의 누출이나 분산을 막아 전달 속도를 높여주는 마이엘린myelin 양이 증가하는 일도 가능하다. 마이엘린의 형성으로 신경 자극 전달 속도를 10배나 높일 수 있다. 사고, 기억, 동작 통제, 감각 신호 해석, 기타 뇌의 모든 기능이 신경조직망을 통해 이루어지므로, 이런 신경조직망의 재배열과 속도 개선으로 뇌는 이전에 할 수 없었던 많은 일들을 할 수 있게 된다. 안경 없이 신문을 읽거나, A 지점에서 B 지점으로의 최적 이동 경로를 신기에 가까울 정도로 정확하고 빠르게 찾아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뇌의 경우 도전이 거세면 변화도 크다. 어느 정도까지는 그렇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뇌의 구조 변화를 유발하는 데 새로운 기술을 익히는 것이 이미 아는 기술을 계속 연습하는 것보다 훨씬 효과적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20 그러나 한편으로 압박의 강도와 기간이 지나치면 극도의 피로와 함께 학습 효율이 오히려 떨어진다. 몸과 마찬가지로 뇌도 컴포트 존 밖으로 밀어내는, 그렇지만 너무 멀리 밀어내지는 않는 최적의 지점, 구기 종목에서 공이 가장 잘 맞는 지점을 가리키는 ‘스위트 스폿’sweet spot에서 가장 빠르게 변화한다. = 3장. 심적 표상 이해하기 - 의욕보다 중요한 연습의 '방법' = 얼핏 보면 그렇게 많은 그랜드마스터가 눈가림 체스 실력을 키운 방식에 주목할 만한 요소 따위는 없어 보인다. 그저 의미 없는 부산물로, 체스 역사에 첨가될 흥미로운 각주에 불과한 것이다. 그러나 면밀히 들여다보면, 그랜드마스터와 눈가림 체스 사이의 이런 연관성이 사실은 체스 고수와 초보자를 가르고, 체스 말의 위치를 분석하고 가장 좋은 수를 찾아내는 고수들의 놀라운 능력을 가능하게 해주는 특유의 심적 표상mental representations을 가리키는 중요한 단서임을 알 수 있다. 나아가 이런 유의 고도로 발달한 심적 표상이 모든 분야의 전문가에게서 나타나며, 그들의 비범한 능력을 이해하는 핵심 열쇠라는 사실도 알 수 있다. 그러나 심적 표상을 본격적으로 살펴보기 전에 잠시 샛길로 빠져서, 체스판에 놓인 말들의 위치와 배치를 신기할 정도로 정확히 기억하는 체스 전문가들의 놀라운 능력을 상세히 살펴보자. == 어쨌거나 절대적인 시간은 필요하다 == 심적 표상은 체스 마스터에게만 해당되는 개념이 아니다. 우리는 모두 끊임없이 이것을 활용한다. 심적 표상이란 사물, 관념, 정보, 이외에 구체적이든 추상적이든 뇌가 생각하고 있는 대상에 상응하는 심적 구조물이다. 간단한 예는 시각 이미지다. 예를 들어 ‘모나리자’라고 하면, 많은 사람이 즉시 머릿속에서 해당 그림의 이미지를 ‘본다’. 이때 머릿속에 떠오른 이미지가 모나리자에 대한 사람들의 심적 표상이다. 어떤 사람의 심적 표상은 다른 사람보다 상세하고 정확하다. 예를 들어 배경, 모나리자가 앉아 있는 장소, 머리 모양, 눈썹 등을 상세하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렇지 못한 사람도 있다. 우리가 수행능력을 키우려고 연습하는 어떤 활동에서든, 각자가 활용할 수 있는 더욱 효과적인 심적 표상을 만들어내고 발달시키려는 노력이 ‘의식적인 연습’의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이런 심적 표상과 관련하여 중요한 사실은 ‘영역에 특화된’, 즉 개발 중인 기술에만 유효하다는 특성이 있다는 점이 심적 표상의 이런 특성은 전문가 수준의 수행능력을 개발하는 일과 관련하여 중요한 함의를 갖는다. 즉 어느 영역에서나 통하는 일반적인 기량을 향상시키는 그런 방법은 없다는 것이다. 물론 일부지만 전반적인 기억력이 좋은 사람, 다수의 운동에 능한 운동선수, 종합적인 기술을 가진 의사가 되는 사람도 분명 있다. 그러나 이들도 여러 영역에서 훈련을 하고 그에 맞는 심적 표상들을 발달시킴으로써 그렇게 된 것이지, 어느 영역에서나 통하는 ‘만능 심적 표상’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처럼 심적 표상은 분야에 따라 세부적인 내용이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에 지나치게 두루뭉술하거나 모호하다는 인상을 주지 않으면서 전체를 포괄하는 명확한 정의를 내리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본질적으로 심적 표상은 장기기억에 저장되어 있으며, 일반적인 상황이 아니라 특정 유형의 상황에서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반응하기 위해 활용하는, 우리 머릿속에 이미 존재하는 (사실, 이미지, 규칙, 관계 등의) 정보 패턴이다. 모든 심적 표상의 공통점은 인간이 지닌 단기기억의 한계에도 불구하고 다량의 정보를 신속하게 처리할 수 있게 해준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심적 표상을 단기기억으로 인해 정보 처리 과정에서 직면하는 일반적인 제한과 한계를 피할 수 있도록 고안된 개념 구조라고 정의할 수도 있다. 따라서 우리는 항상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이런저런 심적 표상을 만들어 활용하고 있다. 사실 심적 표상이 없으면 우리는 걸을 수도 없고(조정해야 하는 근육의 움직임이 너무 많아 단기기억만으로는 조정이 불가능하다), 말을 할 수도 없으며(역시 단기기억만으로 감당하기에는 조정해야 하는 근육의 움직임이 너무 많은 데다 단어의 의미까지 이해되지 않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어떤 식의 인간적인 생활도 영위할 수가 없다. 따라서 모든 사람이 심적 표상을 가지고 있고, 이를 활용하고 있다. 그러므로 전문가를 다른 사람들과 구분 짓는 것은 심적 표상의 유무가 아니라 그들이 갖고 있는 심적 표상의 양과 질이다. 오랜 세월에 걸친 연습을 통해 전문가는 각자의 분야에서 마주칠 가능성이 있는 다양한 상황에 대비한 아주 복잡하고 정교한 심적 표상을 발전시킨다. 예를 들어 게임 도중 등장할 수 있는 실로 다양한 형태의 체스 말의 배치에 대한 심적 표상 같은 것을 말이다. 이런 심적 표상 덕분에 전문가는 특정 상황에서 남들보다 빠르고 정확한 결정을 내리고, 상황에 한층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가 있다. 그러므로 심적 표상은 초보와 전문가 사이의 수행능력 차이를 결정하는 더없이 중요한 요인이다. 우리가 제2장의 말미에서 던진 질문에 대한 핵심 답안은 여기에 있다. ‘의식적인 연습’으로 뇌에서 정확히 무엇이 바뀌는가? 바로 심적 표상이다. 전문가와 비전문가를 구분 짓는 핵심은, 전문가는 다년간의 연습으로 뇌의 신경조직망이 바뀌어 고도로 전문화된 심적 표상을 만들 수 있고, 이런 심적 표상 덕분에 놀라운 기억력, 패턴 인식 능력, 문제 해결 능력, 이외에 각자의 전문 분야에서 최고가 되기 위해 필요한 고도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런 심적 표상이 정확히 무엇이고,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이해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당연히 ‘심적 표상이라는 개념에 관한 좋은 심적 표상’을 개발하는 것이다. 이를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앞에서 말한 ‘개’에 관한 심적 표상을 개발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알아갈 ‘시간’을 갖는 것이다. 곁에 두고 털을 쓰다듬고, 작은 머리를 토닥거리고, 재주 부리는 모습을 지켜보며 개에 관한 심적 표상을 만든 것처럼, 약간의 시간을 들여 익숙해지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다. == 패턴 인식과 반응 == 거의 모든 영역에서 전문가가 보여주는 특징은, 심적 표상을 충분히 발전시키지 못한 사람에게는 아무런 규칙이 없는 것처럼 보이거나 뭐가 뭔지 혼란스러울 뿐인 조합 안에서 패턴을 인식하는 능력이 있다는 것이다. 즉 모든 사람이 나무만 보고 있을 때 전문가는 숲을 본다. 그들에게는 그것이 선수들이 공과 다른 선수들의 움직임에 반응하여 움직이면서 만들어내는, 참으로 미묘하면서도 끊임없이 변하는 패턴이다. 훌륭한 선수는 미묘하게 변하는 패턴을 거의 즉각적으로 인식하고 반응한다. 그리고 상대 팀의 약점이나 틈새가 드러나는 순간 기회를 놓치지 않고 파고든다. 다시 말해 경험 많은 암벽 등반가들은 자신이 보는 핸드홀드 각각에 어떤 그립이 필요한지를 의식적으로 생각하지 않아도 알 수 있게 해주는 심적 표상을 발전시켰다. 나아가 연구자들은 경험 많은 암벽 등반가가 특정 핸드홀드를 보는 순간, 뇌가 손으로 신호를 보내 그에 상응하는 그립을 준비하게 한다는 것도 밝혔다. 여기에도 역시 의식적인 생각이 작용하지 않았다. 반면에 경험이 적은 암벽 등반가는 각각의 핸드홀드에 맞는 그립을 의식적으로 찾아내야 했다. 이처럼 심적 표상을 이용하여 기계적으로 핸드홀드를 분석하고 맞는 그립을 찾는 능력 덕분에 경험 많은 암벽 등반가들은 경험이 적은 사람에 비해 추락 위험은 줄이고 속도는 높이면서 암벽 등반을 즐길 수 있다. 여기서도 역시 심적 표상이 발달할수록 수행능력이 좋아졌다. == 나에게는 어려운 내용이 다른 사람에게는 쉬운 이유 == 방금 살펴본 전문가들이 심적 표상에서 얻는 핵심 이점은 정보 처리를 도와주는 방식에 있다. 말하자면 심적 표상은 정보를 이해하고, 해석하고, 기억에 저장하고, 조직하고, 분석하고, 그것을 활용해 올바른 결정을 내리도록 도와준다. 다른 모든 전문가들에게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우리들 대부분은 스스로가 알든 모르든 무언가에 전문가들이다. 해당 스포츠에 대해서 잘 모르면, 기사를 통해 읽는 세부 내용이 모두 본질적으로 무관한 사실들의 묶음이 된다. 이런 내용을 기억하기란 무작위로 나열된 단어들을 기억하는 것만큼 어렵다. 그러나 해당 스포츠를 알고 있는 사람은 이미 내용을 이해할 심적 구조를 세워놓은 셈이고, 기사를 통해 얻는 정보를 정리하여 기존에 흡수한 관련 자료와 결합시킬 수가 있다. 새로운 정보가 기존 정보의 일부가 되어 어려움 없이 신속하게 장기기억으로 이동하며, 덕분에 운동 경기에 익숙하지 않을 때보다 기사에서 훨씬 많은 정보를 기억할 수 있게 된다. 어떤 주제를 깊이 연구할수록 그에 대한 심적 표상이 세밀해지고, 새로운 정보를 이해하고 온전히 자기 것으로 소화하기가 쉬워진다. 따라서 체스 전문가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영문 모를 기호(1. e4 e5 2. Nf3 Nc6 3. Bb5 a6 등)에 불과한 체스 기보상의 연속적인 움직임을 해석할 수 있고, 이를 통해 전체 게임을 이해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전문 연주자는 새로운 곡의 악보만 보고도 연주를 했을 때 어떤 느낌일지 충분히 알 수 있다. 지금 이 책을 읽는 것도 마찬가지다. ‘의식적인 연습’ 개념이나 학습심리학이라는 보다 넓은 영역에 이미 친숙한 독자라면 다른 독자에 비해 여기에 나오는 정보를 이해하고 흡수하기가 한결 쉽게 느껴질 것이다. 어느 쪽이든, 지금 이 책을 읽고 내가 이야기하는 주제를 생각하는 일 자체가 독자 여러분이 새로운 심적 표상을 창조하도록 도울 것이며, 그렇게 만들어진 심적 표상이 다시 향후 이런 주제에 관해 읽고 배우는 작업을 한결 수월하게 해줄 것이다. == 의사처럼 생각하라 == 《뉴욕 타임스》에는 가끔 의사 겸 작가인 리사 샌더스Lisa Sanders의 〈의사처럼 생각하라〉Think Like a Doctor라는 칼럼이 실린다. 샌더스의 칼럼에서 내가 가장 흥미를 느낀 부분은 의학 미스터리나 해답이 아니라 거기에서 소개하는 진단 과정에 대한 통찰이다. 여러 가지 단서를 종합하여 짜 맞추는 이런 과제에서는 전문가인 의사들의 심적 표상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복잡한 징후를 보이는 환자를 진단하는 의사는 어떤 것이 유의미하고, 어떤 것이 판단을 흐리는 눈속임인지를 미리 알지 못한 채로 다량의 정보를 받아들여야 한다. (단기기억의 한계가 허락하지 않을 것이므로) 이런 모든 정보를 연관성 없이 마구잡이로 온전히 소화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므로 관련 의학 지식을 배경으로 이해해야만 한다. 그렇지만 어떤 것이 유의미할까? 진단이 내려지기 전까지는 다양한 임상 정보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어떤 질병과 관련되어 있는지를 파악하기란 쉽지 않다. 아직 진단의학에 대한 심적 표상이 제대로 발달하지 못한 의대생들은 환자의 징후들을 본인에게 익숙한 특정 질병과 연결시키고 재빨리 결론으로 비약하는 경향이 있다. 그들은 복수의 가능성을 생각해내지 못한다. 정식 의사라고 해도 경험이 많지 않은 경우에는 같은 실수를 저지르는 일이 많다. 의대생들과 달리 진단 전문 의사들은 아주 정교한 심적 표상을 발달시키기 때문에 다양한 사실을 한꺼번에 고려할 수 있다. 그들은 얼핏 보아서는 밀접한 관련이 없어 보이는 사실까지도 고려한다. 이것이 고도로 발달한 심적 표상의 중요한 이점이다. 훨씬 많은 정보를 한꺼번에 소화하고 고려할 수 있는 것이다. 진단 전문가에 대한 연구 결과를 보면, 이들은 징후와 다른 관련 정보들을 고립된 정보가 아니라 더 큰 패턴의 일부로 보는 경향이 있다. 그랜드마스터들이 무작위로 배치된 체스 말이 아니라 전체 패턴을 보는 것과 흡사하다. 패턴을 인식하는 심적 표상 덕분에 체스 마스터들이 신속하게 여러 가지 가능한 수를 생각해내고 가장 좋은 수에 집중할 있는 것처럼, 경험 많은 진단 전문 의사들 역시 심적 표상 덕분에 여러 가지 가능성 있는 진단을 내놓고 이들을 분석하여 가장 가능성이 높은 것을 선택할 수가 있다. 물론 여러 후보 가운데 어떤 것도 맞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리고, 후보들 하나하나를 샅샅이 훑어보는 과정에서 다른 가능성을 발견할 수도 있다. 다수의 가능성 있는 진단을 내놓고 각각을 꼼꼼히 검토하는 능력이 전문가 수준의 진단의와 그렇지 않은 사람을 구분시키는 핵심 요소다. 성공적인 진단을 위해서는 필요한 의학 지식을 가지고 있는 것만이 아니라 그런 지식을 적절히 정리하여 언제든 활용할 수 있게 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래야 보유한 지식을 효율적으로 활용하여 가능성 있는 여러 진단을 생각하고, 그중 가장 가능성이 높은 것에 집중할 수 있다. 우수한 정보 정리 능력은 전문가 연구에서 반복적으로 언급되는 주제이기도 하다. 최근 어느 연구에서는 보험 설계사 150명의 각종 보험 상품(생명, 주택, 자동차, 상업보험 등)에 대한 지식을 조사했다.21 당연하게도 실적(판매량)이 좋은 보험 설계사는 그렇지 못한 설계사에 비해 여러 보험 상품에 대해서 많이 알고 있었다. 그러나 더욱 중요하게도, 연구자들은 실적이 좋은 보험 설계사들은 그렇지 못한 설계사에 비해 훨씬 복잡하고 통합적인 ‘지식 구조’(우리가 말하는 심적 표상)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특히 실적이 좋은 설계사일수록 “만약······ 그러면······.” 식의 지식 연결 구조를 고도로 발달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만약 이런 것들이 어느 고객에게 해당되면, 그때는 이렇게 말하거나 저렇게 한다.” 식이다. 최고의 설계사들은 이처럼 보험 지식이 잘 정리되어 있기 때문에, 특정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할지를 한층 신속하고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었으며, 덕분에 훨씬 유능한 설계사가 될 수 있었다. == 심적 표상 수정하기 == 일반적으로 심적 표상은 다양한 영역에서 계획을 수립할 때 활용될 수 있으며, 심적 표상이 발달할수록 더욱 효율적인 계획이 수립된다. 예를 들어 외과 전문의는 환자의 몸에 칼을 대기 전에 수술 전체를 머릿속에서 그려본다.23 그들은 MRI 촬영, CT 촬영, 기타 이미지들을 이용하여 환자의 체내를 들여다보고, 문제가 될 것으로 보이는 지점을 찾아내고, 어떻게 공략할지 계획을 세운다. 수술에 대한 심적 표상을 발전시키는 것은 외과 의사가 하는 일 중 가장 힘들고도 중요한 작업이다. 보통 경험이 많을수록 더욱 정교하고 효과적인 심적 표상을 만들어낸다. 이것은 수술의 지침이 될 뿐 아니라 수술 도중 예상치 못한 위험 상황이 일어났을 때 경고를 보내는 역할도 한다. 실제 수술이 심적 표상에서 벗어났을 경우, 의사는 속도를 늦추고 다른 가능성들을 재고하며, 필요할 경우 달라진 정보에 맞춰 새로운 계획을 세운다. 비단 6학년 학생뿐만 아니라 글쓰기를 업으로 하지 않는 많은 사람들이 이런 방법을 사용한다. 이런 글쓰기의 심적 표상은 단순하고 직접적이다. 어떤 주제가 있고, 글을 쓰는 사람이 해당 주제에 대해 갖고 있는 여러 가지 생각이 있다. 이런 생각은 때로는 연관성과 중요도에 따라서, 때로는 범주나 다른 패턴으로 느슨하게 정리되어 있다. 그보다 살짝 정교한 심적 표상에는 시작 부분에 주제를 소개하는 일종의 서론과 끝부분에 결론이 포함되기도 하지만, 그것이 전부다. 글쓰기에 대한 이런 접근법을 ‘지식 말하기’knowledge telling25라고 부르는데,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을 독자에게 말하는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우리 책에서 말하는 ‘전문가’ 수준의 작가는 상당히 다른 방법으로 글을 쓴다. 나와 공동 작가가 이 책을 함께 집필한 과정을 생각해보겠다. 처음에 우리는 책이 어떤 일을 해주기를 바라는지부터 생각해야 했다. 독자들이 전문성에 대해 무엇을 배웠으면 하는가? 어떤 개념과 생각을 중요하게 소개할까? 독자가 가지고 있던 훈련과 잠재력에 대한 생각이 이 책을 읽음으로써 어떻게 바뀌어야 할까? 이런 질문에 답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책에 대한 최초의, 개략적인 심적 표상을 가지게 되었다. 말하자면 우리가 책을 집필하는 목표이자 책을 통해 이루고자 하는 바람에 대한 심적 표상이었다. 물론 책과 관련된 작업을 계속하면서 최초의 이미지에서 많은 변화와 진전이 있었지만 시작은 그랬다. 다음으로 우리는 책을 통해 이루고자 하는 목표를 어떻게 달성할지에 대해서 개략적으로 그려보았다. 일반적인 화제로 무엇을 포함시켜야 할까? 당연히 ‘의식적인 연습’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설명해야 했다. 그럼 이를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글쎄, 먼저 사람들이 흔히 훈련하고 연습하는 방법이 무엇인지, 그런 방법의 한계가 무엇인지 설명해야 하고, 이어서 ‘목적의식 있는 연습’을 설명하는 식으로 진행해야 할 것이다. 그 단계에서 우리는 책과 관련된 우리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머릿속에 그려보면서 이리저리 저울질해보고, 어떤 것이 가장 좋을지를 고민했다. 이런저런 선택을 하고 결정을 내리는 과정에서 우리는 모든 목표를 충족시킨다고 생각되는 무언가를 갖게 될 때까지 책에 대한 심적 표상을 서서히 갈고 다듬었다. 이 단계에서 우리의 심적 표상을 그려볼 가장 간단한 방법은 중학교 국어 수업 시간에 배운 개요 작성 방법을 생각해보는 것이었다. 우리는 각 장의 개요를 준비했다. 특정 주제에 초점을 맞추면서, 해당 주제와 관련된 다양한 측면을 포함하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우리가 책에 대해 그동안 만들어냈던 심적 표상은 간단한 개요보다 훨씬 양도 많고 복잡했다. 예를 들면 우리는 각각의 장이 존재하는 이유, 이를 통해 우리가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를 분명하게 인지하고 있었다. 또한 (왜 A라는 주제가 B라는 주제 뒤에 나와야 하는가 같은) 전체적인 책의 구조와 논법, 여러 장들 사이의 상호연관성에 대해서도 명확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이런 과정에서 우리는 ‘의식적인 연습’을 개념화할 방법을 거듭 세심하게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 처음에 우리는 당연히 ‘의식적인 연습’에 대한 명확한 개념과 설명 방법이라고 생각하는 것에서 시작했다. 하지만 이것을 일반인이 이해하기 쉽도록 간단하게 설명하는 일은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 이로 인해 우리는 개념을 설명하고, 주장이 옳다는 것을 보여줄 ‘최선의 방법’이 무엇일지 재고하게 되었다. 예를 들어 우리의 저작권 대리인인 엘리스 체니Elyse Cheney에게 최초의 제안서를 보여주었을 때 그녀와 동료들은 ‘의식적인 연습’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이해하지 못했다. 특히 이것이 더 효과적이라는 점을 제외하고, 이 연습 형태와 다른 연습 형태를 구분해주는 차이가 무엇인지 이해하지 못했다. 이는 그들의 잘못이 아니다. 우리가 생각만큼 알기 쉽게 개념을 설명하지 못했다는 표시였다. ‘의식적인 연습’을 어떻게 설명할지에 대해서 재고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기본적으로 우리 자신이 이 개념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사람들이 이것을 어떻게 생각하기를 바라는지에 대한, 이전보다 나은 새로운 심적 표상을 만들어내지 않을 수 없었다. 머지않아 심적 표상의 역할이 ‘의식적인 연습’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핵심 열쇠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처음에 우리는 심적 표상이 ‘의식적인 연습’과 관련하여 독자에게 소개하고 싶은 많은 것들 가운데 하나일 뿐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제 우리는 그것을 책의 핵심 요소 중 하나, 어쩌면 가장 중요한 요소로 간주하게 되었다. ‘의식적인 연습’의 핵심 목적은 효과적인 심적 표상을 개발하는 것이며, (뒤에서 간략히 다루겠지만) 심적 표상은 다시 ‘의식적인 연습’에서 핵심 역할을 한다. 이 연습에 대한 반응으로 우리 뇌에서 일어나는 핵심 변화는 한층 발전된 심적 표상을 만들어내는 것이며, 발전된 심적 표상은 다시 수행능력을 향상시킨다는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준다. 요컨대 우리는 심적 표상에 대한 설명을 이 책의 주춧돌로 생각하게 되었고, 그에 대한 제대로 된 설명 없이는 책의 나머지 부분이 제대로 설 수 없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이상의 설명처럼 책의 집필과 주제에 대한 개념화 사이에 주거니 받거니 하는 꾸준한 상호작용이 있었고, 우리의 메시지를 독자에게 더욱 명확하게 전달할 방법을 찾는 과정에서 우리 스스로가 ‘의식적인 연습’을 이전과 다른, 새로운 방식으로 생각하게 되었다. 연구자들은 이런 글쓰기를 ‘지식 말하기’와 대비하여 ‘지식 변형하기’knowledge transforming라고 부른다. 글쓰기 과정에서 작가가 처음에 가지고 있던 지식이 변하기도 하고, 없던 것이 더해지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는 전문가들이 심적 표상을 활용하여 어떻게 자신의 수행능력을 향상시키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사례다. 전문가들은 자신의 수행능력을 추적 관찰하고 평가하며, 필요한 경우 더욱 효과적으로 만들기 위해 자신의 심적 표상을 수정하기도 한다. 심적 표상이 효과적일수록 수행능력도 향상된다. 우리는 그동안 책에 대한 특정 심적 표상을 발전시켜왔는데, 그로 인한 결과(최초의 제안서에 나온 설명)가 기대만큼 좋지 않았다. 그래서 우리는 사람들에게서 받은 피드백을 활용하여 그것을 수정했다. 그리고 바뀐 심적 표상이 다시 우리가 ‘의식적인 연습’에 대한 훨씬 나은 설명을 할 수 있게끔 이끌었다. == 전문가는 어떻게 심적 표상을 사용하는가 == 심적 표상은 단순히 어떤 기술을 학습한 결과물만은 아니다. 우리의 학습 자체를 도울 수도 있다. 이를 뒷받침하는 가장 좋은 증거는 악기 연주 영역에서 나온다. 몇몇 연구자가 최고 수준의 연주자와 그렇지 못한 연주자 사이의 차이를 고찰했는데, 중요한 차이점 가운데 하나는 최고의 연주자들이 만들어내는 심적 표상의 질에 있었다.26 새로운 곡을 연습하기 시작할 때 초급이나 중급 연주자들은 보통 곡이 어떻게 연주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생각이 부족한 반면, 상급 연주자들은 자신의 연습에 지침이 되고 궁극적으로 연주 전체를 이끌, 곡에 대한 매우 상세한 심적 표상을 가지고 있다. 특히 이들은 이런 심적 표상을 스스로 피드백을 제공하는 용도로 사용하며, 덕분에 곡을 제대로 연주하는 단계에 얼마나 가까이 왔는지, 지금보다 나아지려면 무엇을 다르게 해야 하는지를 파악할 수 있다. 이에 반해 초급자나 중급자의 곡에 대한 심적 표상은 세밀하지 못하고 엉성하다. 그렇게 엉성한 심적 표상으로는 완전히 음을 틀리는 것 같은 실수는 혼자서도 식별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그보다 미묘한 실수와 약점들을 그때그때 찾아내기는 힘들며 교사의 피드백에 의지할 수밖에 없다. 연구에 따르면 성적이 좋은 학생일수록 자신이 언제 실수를 하는지, 특히 집중적으로 노력해야 하는 어려운 부분이 어디인지를 파악하는 능력이 뛰어났다. 이는 이들이 연주하고 있는 음악 자체와 자신의 연주에 대해 고도로 발달된 심적 표상을 가지고 있다는 의미가 된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이 연습 도중에 저지르는 실수를 날카롭게 포착할 수 있는 것이다. 게다가 실력이 좋은 학생일수록 연습 방법도 효과적이었다. 이는 이들이 자신의 심적 표상을, 실수를 찾아 시정하는 데뿐만 아니라 곡의 난이도나 특성에 맞는 적절한 연습 기법을 찾는 데도 활용한다는 의미가 된다. 악기 연주뿐만 아니라 어떤 영역에서든 기량과 심적 표상의 관계는 일종의 선순환을 그린다. 기량이 발전할수록 심적 표상도 발달하고, 심적 표상이 좋아지면 더욱 효과적인 방법으로 연습하면서 기량을 발전시킬 수가 있다. == 신체 활동도 결국은 정신과 연결된다 == 지금까지 여러 연구를 통해 살펴본 것처럼 악기 연주자들은 심적 표상에 의지해 각자의 전문 분야에서 필요한 신체 능력과 정신 능력을 발전시킨다. 한편 심적 표상은 우리가 거의 100퍼센트 신체 활동이라고 여기는 그런 활동에도 반드시 필요하다. 이는 한 단씩 만들면서 올라가는 계단과 같다. 한 계단 올라갈 때마다 다음 단을 만들 수 있는 위치에 서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다음 단을 만들어 올라가면, 그다음 단을 만들 위치에 서게 된다. 개인은 기존의 심적 표상 덕분에 특정 수준의 수행능력을 갖게 되고, 스스로 이를 모니터 하고 평가할 수가 있다.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거나 기존의 기술을 날카롭게 다듬도록 스스로를 채찍질하는 동안, 우리는 자신의 심적 표상을 발전시키고 한층 날카롭게 다듬게 되며, 이것이 다시 수행능력을 향상시켜 이전에는 하지 못했던 것을 할 수 있게 만든다. = 4장. 황금 기준 - 최고의 훈련 방법을 찾아서 = == '의식적인 연습'의 7가지 원칙 == 바이올린 전공 학생 사례연구 결과를 발표하면서 나와 동료들은 ‘의식적인 연습’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우리는 우선 악기 연주와 운동 같은 영역에서는 시간이 흐르면서 전체적인 실력이 크게 향상되며, 누군가가 이전보다 좋고 복잡한 기술을 익혀서 실력을 발전시키면, 교사와 코치들은 새로 개발된 기술을 가르칠 다양한 방법을 개발하게 된다는 점을 지적했다. 실력 향상은 보통 교수법의 발전과 병행하여 진행되며, 오늘날 이런 분야에서 전문가가 되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교사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항상 곁에 있는 전임 교사를 둘 정도로 여유 있는 사람은 드물기 때문에 일반적인 연습 패턴은 일주일에 한 번이나 두어 번의 교습을 받고, 교사가 다음 시간까지 학생이 해올 연습 과제를 내주는 것으로 구성된다. 이런 과제는 일반적으로 현재 학생의 능력을 염두에 두고 계획적으로 부과되며, 현재의 기량을 살짝 넘어서는 정도로 학생을 밀어붙이는 것이 목적이다. 나와 동료들은 바로 이런 식으로 진행되는 연습을 ‘의식적인 연습’이라고 정의했다. 요컨대 우리는 ‘의식적인 연습’은 ‘목적의식 있는 연습’과는 두 가지 면에서 크게 다르다고 지적했다. 첫째, ‘의식적인 연습’이 가능하려면 이미 상당히 발달되어 있는 분야여야 한다. 즉 최고 실력자들이 새로 시작한 사람들보다 확연히 구분되는 실력을 갖춘 그런 분야를 말한다. 당연히 악기 연주, 발레를 비롯한 여러 무용 분야, 체스, 각종 개인 운동 및 단체 운동, 특히 기계체조, 피겨 스케이팅, 다이빙처럼 개인 점수를 가지고 겨루는 운동 등이 대표적이다. ‘의식적인 연습’에 맞지 않은 영역은 무엇일까? 직접적인 경쟁이 거의 또는 전혀 없는 영역이라면 어떤 것이든 해당된다. 예를 들어 정원 가꾸기 같은 취미 활동이 있다. 관리자, 교사, 전기 기술자, 엔지니어, 상담사 등 오늘날 직장에서 하는 여러 업무도 마찬가지다. 이들 영역에서는 ‘의식적인 연습’의 핵심인 축적된 지식 같은 것을 찾기 어려운데, 이유는 간단하다. 우수한 수행능력이나 성과에 대한 객관적인 기준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둘째, ‘의식적인 연습’에는 학생의 실력 향상에 도움이 되도록 설계된 연습 과제를 제시할 수 있는 교사가 필요하다. 물론 그런 교사가 존재하려면, 먼저 다른 사람에게도 통할 연습 방법으로 특정 수준의 실력에 도달한 개인들이 있어야 한다. 이런 정의를 통해 우리는 개인이 실력 향상을 목표로 스스로를 부지런히 채찍질하는 ‘목적의식 있는 연습’과 목적의식이 있으면서 동시에 ‘충분한 정보에 근거한’ 연습 사이에 분명한 선을 그었다. 특히 ‘의식적인 연습’은 최고 실력자들의 기술과 이들이 탁월한 실력을 갖기 위해 무엇을 했는지에 대한 이해에서 나오는 지식에 토대를 두고 그것에 따라서 진행되는 연습이다. 말하자면 ‘목표 지점과 도달 방법을 알고 있는 목적의식 있는 연습’이라고 할 수 있다. 요약하자면 ‘의식적인 연습’은 다음과 같은 특징을 가지고 있다. 첫째, 다른 사람들이 이미 방법을 알고 있고, 그것을 위한 효과적인 훈련 기법이 수립되어 있는 기술을 연마하는 방법이다. 전문가의 능력은 물론 이런 능력을 개발할 방법도 잘 알고 있는 교사나 코치가 프로그램을 설계하고 실행 과정을 감독한다. 둘째, 개인의 컴포트 존을 벗어난 지점에서 진행되며, 배우는 사람은 자신의 현재 능력을 살짝 넘어서는 작업을 지속적으로 시도해야 한다. 말하자면 개인의 최대치에 가까운 노력이 요구되는 것인데, 최대치에 가까운 노력을 하기란 일반적으로 즐겁지는 않은 일이다. 셋째, 명확하고 구체적인 목표를 가지고 진행된다. 목표로 하는 최종 수행능력 전체가 아니라 특정 부분을 향상시키는 것을 염두에 두고 진행될 때도 많다. 다시 말해 다소 모호한, 전반적인 향상을 목표로 하지 않는다. 일단 전반적인 목표가 설정되면, 교사나 코치가 단계적인 작은 변화들을 달성할 훈련 계획을 세운다(물론 작은 변화들이 모여서 큰 변화가 되고 결과적으로 최종 목표를 달성하게 된다). 이렇게 작고 구체적인 부분을 목표로 하여 훈련하는 경우, 학생이 훈련의 성과를 쉽게 가시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넷째, 신중하고 계획적이다. 즉 개인이 온전히 집중하고 ‘의식적’으로 행동할 것을 요구한다. 단순히 교사나 코치의 지시를 따르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학생은 연습의 구체적인 목표에 집중해서 연습에 적응하고 연습을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 다섯째, 피드백과 피드백에 따른 행동 변경을 수반한다. 훈련 초기에는 많은 피드백이 교사나 코치에게서 나온다. 교사나 코치가 진행 과정을 모니터 하고, 문제점을 지적하고, 해결 방법을 제시한다. 시간이 흐르고 경험이 쌓이면서 학생이 스스로를 모니터 하고, 실수를 발견하고, 그에 맞춰 수정해간다. 이렇게 스스로를 모니터 하고 개선점을 찾으려면 효과적인 심적 표상이 있어야 한다. 여섯째, 효과적인 심적 표상을 만들어내는 한편으로 거기에 의존한다. 수행능력 향상은 심적 표상의 발전과 밀접히 관련되어 함께 이루어진다. 개인의 수행능력이 향상되면, 표상이 한층 상세해지고 효과적이 되며, 다시 이로 인해 수행능력이 한층 향상된다. 심적 표상은 또한 개인이 연습과 실전 모두에서 스스로를 모니터 할 수 있게 해준다. 심적 표상 덕분에 개인은 올바른 수행 방법을 알 수 있고, 거기서 벗어나는 순간 이를 파악하고 바로잡을 수 있다. 일곱째, 기존에 습득한 기술의 특정 부분을 집중적으로 개선함으로써 이를 한층 발전시키거나 수정하는 과정이 수반된다. 시간이 흐르면서 이런 단계적인 발전이 결국에는 전문가 수준의 수행능력으로 이어진다. 기존의 기술을 토대로 새로운 기술을 학습하는 이런 방식 때문에 교사나 코치가 초보자에게 정확한 기본 기술을 가르쳐주는 것이 중요하다. 상급 수준에 올라가서 기본 기술을 다시 배워야 하는 불상사가 일어나지 않게 하기 위해서다. == '의식적인 연습'은 모든 분야에 적용된다 == 앞서 정의한 대로 ‘의식적인 연습’은 매우 전문화된 형태의 연습이다. 이를 위해서는 아주 구체적인 기술 향상을 목적으로 고안된 연습 기법을 정해주는 교사나 코치가 필요하다. 교사나 코치는 이런 기술들을 가르칠 가장 좋은 방법에 대한 정보를 담고 있는, 고도로 발달된 교수법에서 적절한 연습 방법을 도출해야 한다. 또한 분야 자체가 학습 가능한 고도로 발달된 기술들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이런 모든 조건에 해당되어 엄격한 의미에서 ‘의식적인 연습’을 적용할 수 있는 영역은 상대적으로 많지 않다(악기 연주, 체스, 발레, 기계체조, 이외에 누가 봐도 이들 분야와 유사하다 싶은 분야들이다). 그러므로 무엇을 하든 수행능력을 향상시킬 기본적인 청사진은 이렇다. 가능한 ‘의식적인 연습’에 가까이 가라. ‘의식적인 연습’이 가능한 영역에 있다면 ‘의식적인 연습’을 선택하라. 그렇지 않은 영역이라면 ‘의식적인 연습’ 원칙을 가능한 많이 적용하고 활용하라. 현실에서는 ‘목적의식 있는 연습’에 다음과 같은 몇 가지 단계를 더한 형태일 때가 많다. 우선 전문가를 찾아내고, 어떻게 그런 능력을 갖추게 된 것인지를 파악하고, 자신도 그렇게 되게 해줄 훈련 방법을 도출하는 것이다. 전문가를 파악하는 가장 이상적인 방법은 최고와 나머지를 구분 짓는 객관적인 척도를 활용하는 것이다. 개인 운동이나 게임처럼 직접적인 경쟁이 수반되는 영역은 전문가를 파악하기가 비교적 쉽다. 그러나 이외의 영역에서는 진정한 전문가를 찾는 것이 상당히 어려울 수 있다. 예를 들어 최고의 의사, 최고의 조종사, 최고의 교사를 어떻게 찾아낼까? 최고의 관리자, 최고의 건축가, 최고의 광고 책임자라고 하면 의미부터가 모호하다. 규칙에 따라 겨루는 직접적인 경쟁, 실력을 평가할 명확한 객관적인 척도(점수나 시간 등)가 없는 영역에서 최고의 실력자를 찾으려면 무엇보다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 하나 있다. 주관적인 평가는 본질적으로 각종 편견에 취약하다는 사실이다. 많은 분야에서 ‘전문가’라고 널리 인정되는 사람들이 객관적인 기준으로 판단하면 사실 전문가가 아니다. 전문가를 찾을 때 주의하라. 이상적인 것은 사람의 능력을 비교할 객관적인 척도를 찾는 것이다. 그런 것이 존재하지 않으면 가능한 비슷한 것을 찾아라. 예를 들어 (시나리오 작가나 프로그래머처럼) 개인의 실력이나 생산물을 직접 볼 수 있는 영역에서는 동료의 평가가 좋은 출발점이 된다. 물론 이런 평가에는 무의식적인 편견이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그러나 의사, 심리치료사, 교사를 포함한 많은 전문직 종사자들이 주로 혼자 일하며, 같은 분야의 다른 종사자들은 그들이 실제로 환자나 학생과 관련된 일을 어떻게 처리하는지, 그 결과는 어떤지를 거의 알지 못한다. 이런 경우 나름 효과 있는 경험 법칙은 같은 분야의 여러 전문직 종사자와 밀접하게 일하는 사람들을 찾는 것이다. 예를 들면 여러 수술 팀에서 일해봐서 외과 의사들의 수행능력을 비교하고 누가 최고인지 알 수 있는 간호사 같은 사람이 대표적이다. 다른 방법은 전문직 종사자들이 어려운 상황이 닥쳤을 때 도움을 청하는 사람이 누구인지 찾는 것이다. 분야 종사자들과 만나 그들이 생각하는 분야 최고 실력자가 누구인지 이야기를 나누라. 물론 그 사람이 구체적으로 어떤 경험과 지식을 판단의 근거로 삼았는지 묻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자신이 몸담고 있는 직업처럼 이미 스스로에게 익숙한 분야에서는 좋은 수행능력의 특징이 무엇인지를 세심하게 따져보고, 그것을 측정할 방법을 생각해보려고 노력하는 것도 좋다. 그렇게 생각해낸 척도에 어느 정도 주관성이 있을 수밖에 없다 해도 말이다. 그리고 자신이 찾아낸 우월한 수행능력의 핵심이라고 생각되는 부분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얻은 사람을 찾아라. 이상적인 것은 일관되게 최고와 나머지를 구분 짓는 객관적이고 재현 가능한 척도를 찾는 것이다. 하지만 이상적인 척도를 찾기가 불가능하다면, 가능한 그에 가까운 척도를 찾아야 한다. 일단 어느 분야에서 전문가를 찾아냈다면, 다음 단계는 같은 분야에 있는 그보다 기량이 못한 사람들과의 차이점이 무엇이며, 그런 수준에 도달하는 데 도움이 되었던 훈련 방법은 무엇인지를 구체적으로 파악하는 것이다. 이 역시 항상 쉽지만은 않은 작업이다. 분야 전문가를 초빙해서 다양한 개인들의 수행능력을 살펴보고 장점과 개선점을 말해달라고 할 수도 있지만, 최고의 전문가와 나머지 사람들의 차이가 정확히 무엇인지는 전문가들 자신에게도 분명하지 않을 수 있다. 심적 표상이 하는 핵심 역할 역시 문제 중 하나다. 많은 분야에서 최고와 나머지를 가르는 결정적인 차이는 심적 표상의 질인데, 심적 표상은 본질적으로 직접 관찰하기가 불가능하다. 만약 심리학에 조예가 있다면 전문가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그들이 어떤 과제에 접근하는 방법과 그런 방법을 쓰는 이유를 파악하려고 노력해볼 필요도 있다. 그러나 그런 방법을 써도 그들이 남들보다 월등한 수행능력을 갖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작은 부분밖에 밝히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그들 스스로도 모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여기서 교훈. 일단 전문가를 찾아내면, 그가 다른 사람과 다르게 행하는 것이면서 우월한 수행능력의 이유로 보이는 것이 무엇인지를 파악하라. 전문가가 다른 사람들과 다르게 행하는 것 중 다수는 우월한 수행능력과는 무관할 가능성이 높지만 적어도 이것이 출발점이다. 이런 모든 작업에서 핵심은 ‘목적의식 있는 연습’에 정보를 가미해 더욱 효과적인 방향으로 이끌기 위함이라는 점을 명심하라. 어떤 것이 효과적이라고 생각되면 계속하라. 효과적이지 않으면 멈춰라. 분야 최고 실력자를 모방하는 방향으로 훈련을 잘 조절할수록, 훈련이 효과적일 가능성이 높아진다. 마지막으로 여건이 허락한다면 언제나 좋은 코치나 교사와 함께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100퍼센트까지는 아니라도 거의 그렇다고 보아야 한다. 유능한 교사는 성공적인 훈련 프로그램에 포함되어야 할 내용을 알고 있으며, 이를 개별 학생들에 맞춰 조정할 줄도 안다. 유능한 교사와 함께하는 것이 악기 연주나 발레 같은 영역에서는 특히 중요하다. 이런 영역에서는 전문가가 되기까지 보통 10년 이상이 걸리며, 어떤 기술을 성공적으로 수행하려면 이전에 필요한 다른 기술들을 마스터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경우가 많다. 말하자면 단계적 훈련이 필수라는 것이다. = 5장. 직장에서 활용하는 '의식적인 연습' - 누구나 최고가 될 수 있다. 단, 올바른 접근일 때만 = 1968년, 베트남전에서 미국 전투기 조종사들의 실력이 형편 없었다. 그래서 대책을 심각하게 고민했는데, 그 결과로 나온 것이 탑건 학교이다. 당시 해군에서 만들어낸 그 교육 프로그램은 의도적인 수련의 여러 요소를 가지고 있었다. 특히, 수습 조종사들이 여러 상황에서 다양한 시도를 해보고, 자신의 수행능력에 대한 피드백을 얻고, 배운 것을 적용해볼 기회를 제공했다. 최고의 조종사들을 훈련 교관으로 선발했다. 그리고 팀을 나눠 공중전을 벌였다. 시험 공중전 이후에는 사후 보고(after action report)를 했다. 교관들은 여러 가지 질문들을 했다. '공중에 있는 동안 무엇을 보았는가?' '어떤 조치를 취했는가?' '왜 그런 조치를 취했는가?' '무엇을 잘못했는가?' '다른 방식으로 할 수는 없었을까?' 그리고 필요할 때는 교전 중에 찍은 카메라 영상, 레이더 장치로 기록된 정보 등을 꺼내어 공중전 중에 정확히 어떤 일이 있었는지를 확인했다. 또한 보고 도중은 물론 보고가 끝난 후에 교관들은 훈련생에게 어떻게 다른 식으로 대응할 수 있을지, 무엇을 찾아야 할지, 여러 다른 상황에서 무엇을 생각해야 하는지 등에 대한 의견을 제시했다. 그리고 다음 날 교관과 훈련생은 다시 비행을 하고 사후보고를 하는 과정을 반복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훈련생들은 스스로에게 이런 질문을 던지는 법을 배웠다. 교관에게 듣는 것보다 그 편이 편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매일 비행하면서 교관들과 함께 사후보고 시간에 배운 내용을 복습했다. 훈련생들은 서서히 배운 것을 내면화하고, 많이 생각할 필요 없이 상황에 대응하게 되며, 홍군과의 공중전에서도 향상된 모습을 보였다. 교육이 끝날 즈음 훈련생들은 탑건 학교에 와본 적이 없는 조종사들보다 훨씬 많은 공중전 경험을 쌓게 되었다. 그리고 교육이 끝나면 각자 부대로 돌아가 비행중대 훈련 담당자가 되어 다른 조종사들에게 그동안 배운 것을 전수했다. 제1차 걸프 전쟁 일곱 달 동안 미국 조종사들은 공중전에서 33대의 적기를 격추시켰고 아군 전투기 1대를 잃었다. 아마도 공중전 역사상 가장 좋은 실적이 아닐까 싶다. 1968년에 해군이 직면했던 문제는 거의 모든 조직과 직업에 몸담고 있는 사람이 직면하는 익숙한 문제다. 이미 훈련을 받고 현장에서 실무를 하고 있는 사람들의 수행능력을 향상시킬 가장 좋은 방법은 무엇인가? 해군이 조종사들을 큰 위험에 빠뜨리지 않고 훈련시킬 성공적인 방법을 만들어낸 것은 칭찬할 만하다. 탑건 프로그램은 조종사들이 다양한 시도를 해보고, 치명적인 결과 없이 실수도 저질러보고, 피드백을 받고, 개선 방법을 찾고, 다음 날 배운 것을 시험해볼 기회를 제공했다. 그리고 이 과정이 여러 차례 반복되었다. 해군은 주로 시행착오를 통해 이처럼 효율적인 프로그램을 만들어냈다.5 예를 들면 전투가 얼마나 현실적이어야 하는지를 둘러싸고 논쟁이 있었다. 일부는 조종사와 전투기에 가해지는 위험 강도를 줄이고 압박을 완화시켜야 한다고 했고, 일부는 실제 전투에서 가해지는 만큼이나 강하게 조종사들을 압박하고 부담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다행히 후자의 주장이 결국 채택되었다. 현재 우리는 ‘의식적인 연습’ 연구 덕분에, 탑건 프로그램 조종사들이 각자의 컴포트 존에서 벗어나도록 압박당했을 때 최대의 교육 효과를 볼 수 있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 일하면서 배우기 == 아트가 제안하는 방법 중 하나는 ‘실제 업무를 하면서 배우기’라고 불리는 것이다. 우선 이 방법은 회사원들이 너무 바빠서 기술을 연마할 시간이 거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한다. 이들은 전문 피아노 연주자나 운동선수와는 전적으로 다른 상황에 놓여 있다. 전문 연주자나 운동 선수는 매일 연습에 거의 모든 시간을 투자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아트는 일상 업무가 ‘목적의식 있는 연습’ 또는 ‘의식적인 연습’의 기회가 되는 방법을 궁리하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전형적인 업무 회의를 생각해보자. 한 사람이 앞에 나와서 파워포인트 자료로 프레젠테이션을 하는 동안 관리자와 동료들은 어두운 자리에 앉아서 졸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쓴다. 회사에서 프레젠테이션은 일상 업무 기능을 하는데, 아트는 이런 프레젠테이션이 회의실에 있는 누구에게든 도움이 되는 연습 시간으로서 기능하게끔 재설계하는 일이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이 진행될 수 있다. 발표자는 해당 프레젠테이션에서 집중하고 싶은 특정 기술(흥미로운 스토리 말하기, 파워포인트 슬라이드에 너무 의지하지 않고 즉흥적으로 말하기 등)을 하나 선택한 다음, 프레젠테이션을 하는 동안 이를 향상시키기 위해 노력한다. 그동안 청중은 프레젠테이션 진행에 대해 메모를 한 다음 끝난 뒤에 피드백을 주는 연습을 한다. 이런 회의가 한 번으로 끝난다면, 발표자는 유용한 조언을 얻을지 모르지만 그로 인해 얼마나 달라질지는 알 수 없다. 일회성 연습으로 이루어지는 발전은 무엇이 되었든 효과가 미미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러나 만약 모든 회의에서 이런 연습을 하도록 회사에서 규칙으로 정한다면 직원들은 여러 기술이 서서히 발전하는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블루 버니라는 아이스크림 회사 9의 사례가 인상적이다. 이곳은 아트의 방법을 채택하여 자체 아이디어를 추가하기까지 했다. 회사의 지역 영업 담당자들은 회사 주요 고객(식료품 체인점과 슈퍼마켓)을 정기적으로 방문해 영업 활동을 펼치고, 1년에 대여섯 번 회사 영업부장들과 만나서 향후 방문 판매 전략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보통 이런 자리는 판매 현황 업데이트의 성격이 짙었지만, 회사는 여기에 연습 요소를 첨가할 방법을 찾아냈다. 고객 방문이라는 특수성을 감안하여 회의를 일종의 역할극으로 진행하게끔 한 것이다. 지역 영업 담당자가 주요 고객의 구매 담당자 역할을 하는 동료에게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하는 식이다. 프레젠테이션을 마치고 지역 영업 담당자는 회의에 참석한 관리자들에게 피드백을 받는다. 참석자들은 어떤 부분이 좋았고, 어떤 부분에서 변화나 개선이 필요한지를 이야기해준다. 다음 날 영업 담당자는 다시 프레젠테이션을 하고 이번에도 역시 피드백을 받는다. 2회에 걸친 프레젠테이션은 모두 녹화되어 담당자는 자기 모습을 얼마든지 보고 검토할 수가 있다. 담당자가 고객에게 실제 프레젠테이션을 할 무렵에는 한층 향상되고 다듬어진 형태의 프레젠테이션을 할 수 있게 된다. 회의를 겸한 연습 과정이 없었다면 절대 불가능했을 수준으로 말이다. ‘실제 업무를 하면서 배우기’의 장점은 연습하는 버릇, 연습에 대해 생각하는 버릇을 들이게 한다는 점이다. 일단 규칙적인 연습의 중요성을 이해하면 그리고 이를 활용했을 때 얼마나 실력이 향상되는지를 경험하면, 사람들은 일하는 내내 업무가 연습으로 전환될 수 있는 기회를 찾는다. 결국 연습은 업무의 자연스러운 일부가 된다. 의도한 효과를 제대로 낸다면 이로 인한 최종 결과는 일반적인 태도와는 전혀 다른 사고방식이 된다. 일반적인 태도란 평일은 일을 하는 날이고, 연습은 컨설턴트가 와서 훈련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때처럼 특별한 경우에만 하는 것이라는 태도일 것이다. 이런 연습 중심의 사고방식은 전문가의 사고방식과 매우 흡사하다. 전문가들은 끊임없이 연습을 하고 기술을 연마할 방법을 모색한다. 수행능력을 향상시킬 효과적인 방법을 찾는 직장에 몸담고 있는 누구에게든 내가 하는 기본적인 조언은 ‘의식적인 연습’ 원칙을 따르는 연습 방법을 찾으라는 것이다. 자신의 컴포트 존 밖으로 나와서 쉽지 않은 일을 시도하도록 사람들을 압박하고 밀어붙이는가? 현재 상태와 개선점에 대해서 즉각적인 피드백을 제공하는가? 그런 연습 방법을 개발한 이들이 해당 분야 최고 실력자를 파악했으며, 이들을 다른 사람과 구분시키는 차이가 무엇인지 밝혀냈는가? 해당 연습이 분야 전문가들이 가지고 있는 특별한 기술을 개발하는 데 적합하게 고안되었는가? 이런 모든 질문에 대한 대답이 “그렇다.”고 해서 어떤 방법이 효과적이라고 100퍼센트 보장할 수는 없지만, 그럴 가능성을 한층 높여줄 것만은 확실하다. == 즉각적인 피드백의 힘 == ‘의식적인 연습’ 원칙을 적용하려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다음의 핵심 난관 중 하나를 마주치게 될 것이다. 바로 최고의 실력자들이 ‘정확히 무엇을 해서’ 다른 사람들과 구분되는 뛰어난 수행능력을 갖추게 되었는지를 파악하는 일이다. 대중의 인기를 끌면서 크게 성공을 거둔 어느 책의 표현을 빌리자면 “성공하는 사람들의 습관은 무엇인가? ”이다. 기업에서든 다른 어느 곳에서든 이는 분명하게 답하기 어려운 질문이다. 다행히 여러 상황에서 활용이 가능한, 이런 질문을 피해갈 방법이 있다. 이름을 붙이자면 ‘탑건 방식 접근법’ 정도가 좋지 않을까 싶다. 탑건 프로젝트 초기에는 누구도 최고의 조종사가 정확히 무엇을 남들과 다르게 해서 그렇게 되었는지를 밝히려 하지 않았다. 실제 공중전에서 직면하기 쉬운 상황을 모방한 공중전을 통해 조종사들이 실전에 상존하는 추락이나 격추 위험 없이 다량의 피드백을 받으면서 반복적으로 기술을 연습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시작했을 뿐이다. 사실 이런 접근법은 다른 많은 분야에서도 훈련 프로그램으로 활용하기에 상당히 좋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베트남 전쟁 초기 미 해군 조종사들과 마찬가지로 방사선과 의사들도 실력이 들쭉날쭉하다. 몇몇은 이런 판별 작업을 다른 이들보다 월등하게 잘 해낸다.10 예를 들어 테스트를 해보면, 일부는 다른 일부보다 양성 병변과 악성 병변을 구별하는 일에서 훨씬 높은 정확성을 보인다. 여기서 방사선과 의사들이 직면하는 핵심 문제는 자신이 내린 진단에 대해 효과적인 피드백을 받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이런 어려움은 시간이 흐를수록 누적되어 의사들의 실력을 향상시키는 데 상당한 걸림돌로 작용한다. 실력 향상으로 연결되는 피드백 중심의 연습 기회가 적은 상태에서 방사선과 의사가 연습량을 늘린다고 해서 반드시 실력이 나아지지는 않는다. 미 의과대학협회 2003년 연례회의 기조연설문에서13 나는 유방암 검사용 엑스선 사진을 보다 효율적으로 판독하기 위해서 탑건 프로그램 같은 방법으로 방사선과 의사들을 훈련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내가 보기에 핵심 문제는 방사선과 의사들이 정확한 피드백을 받으면서 자신이 판독한 내용을 반복적으로 연습할 기회를 갖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나는 다음과 같은 내용을 제안했다. “오래전에 찍은 환자들의 유방 엑스선 사진의 디지털 자료실을 만드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 “최종 결과를 알려주는 환자에 대한 정보 역시 함께 수집되어야 한다.”, “실제로 환자의 암 병변이 발현되었는지 여부, 발현되었을 경우 시간에 따른 암의 진행 경과 등을 말해주는 정보가 함께 있어야 한다.” 이렇게 하면 기본적으로 답이 있는 다수의 시험문제를 확보하는 셈이 된다. ... 암 병변이 있었지만 의사가 놓친 이런 사진이 훈련용으로는 가장 가치가 높을 것이다. 예를 들어 누가 봐도 건강한 유방 또는 누가 봐도 분명히 종양이 있는 유방 엑스선 사진을 다량 확보하는 것은 그리 가치가 없을 것이다. 가장 좋은 것은 양성이든 악성이든 비정상적인 모습이어서 방사선과 의사들에게 고민거리를 던지는 그런 사진이다. 일단 자료가 축적되면 훈련 도구로 바꾸기는 쉽다. 간단한 프로그램 하나면 방사선과 의사들이 엑스선 사진을 보고, 진단하고, 피드백까지 받게 할 수 있다. 만약 의사가 틀린 답을 내놓으면 프로그램에서 비슷한 특징을 보이는 다른 사진들을 보여주어 그의 약점을 보완할 추가 연습을 하게 만드는 방법도 있다. == 아는 것과 할 수 있는 것을 구분하라 == 목표가 적기를 격추하는 것이든 유방 엑스선 사진을 판독하는 것이든, 탑건식 훈련법은 암묵적으로 ‘행동’~-doing-~을 강조한다. 어떤 일을 하려면 어느 정도의 지식이 필요하다는 사실이야 충분히 이해하고도 남지만, 핵심은 무엇을 아느냐가 아니라 무엇을 할 수 있느냐이다. 지식~-knowledge-~과 기술~-skill-~의 이런 구분이야말로 전문성에 대한 전통적인 접근법과 ‘의식적인 연습’식 접근법을 나누는 핵심 차이다. 전통적인 접근법에서는 초점이 대부분 ‘지식’에 있다.목표가 적기를 격추하는 것이든 유방 엑스선 사진을 판독하는 것이든, 탑건식 훈련법은 암묵적으로 ‘행동’doing을 강조한다. 어떤 일을 하려면 어느 정도의 지식이 필요하다는 사실이야 충분히 이해하고도 남지만, 핵심은 무엇을 아느냐가 아니라 무엇을 할 수 있느냐이다. 궁극적인 결과가 (특정 유형의 수학 문제를 풀거나 훌륭한 에세이를 쓰는 등) 무언가를 할 수 있게 되는 것일 때도, 전통적인 접근법에서는 무엇이 실력을 향상시키는 올바른 방법인지 관련 정보를 제공한 다음, 그것을 실제 활동에 적용하는 일은 주로 배우는 사람에게 맡긴다. 그러나 이와 달리 ‘의식적인 연습’은 실제 수행능력과 이를 향상시킬 방법에만 초점을 맞춘다. 특히 영향력이 컸던 한 연구에서 데이비스와 동료들은25 아주 광범위한 ‘교육 활동’을 조사했다. 이들이 말하는 교육 활동에는 강의, 토론회, 각종 회의, 강좌, 심포지엄, 회진 참여 등 의사의 지식을 늘리고 수행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거의 모든 활동이 망라된다. 조사 결과 데이비스는 가장 효과적인 교육 활동은 역할극, 집단토론, 사례 해결, 실전 훈련 등 쌍방향 요소를 지닌 것이라고 결론 내렸다. 이런 활동은 전체적인 폭은 그렇게 크지 않았지만 실제로 의사의 수행능력을 향상시킬 뿐만 아니라 치료 결과 역시 호전시켰다. 대조적으로 가장 효과가 떨어지는 활동은 ‘설교형’ 교육이었다. 즉 기본적으로 강의식으로 진행되는 교육을 말한다. 안타깝게도 이런 활동이 평생의료교육에서 가장 일반적인 형태로, 압도적으로 많은 양을 차지하고 있다. 데이비스는 이처럼 소극적으로 강의를 듣는 활동은 의사의 수행능력에도, 환자의 치료 결과에도 유의미한 영향을 전혀 미치지 못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일단 훈련 과정을 마치고 나면 의료계를 비롯한 여러 전문직들은 독자적으로 일을 하게 된다. 이들에게는 테니스 코치 같은 역할을 해줄 사람이 전혀 없다. 함께 작업하면서 그들의 약점을 파악하고, 이를 바로잡을 훈련 처방을 내놓고, 훈련을 감독하고, 심지어 이끌어줄 그런 사람이 전혀 없다. 일반적으로 말해서 대부분의 전문 직종이 그렇듯이 의료 분야는 현업에서 뛰는 구성원들의 훈련과 발전을 지원하는 강한 전통이 없다. 의료계 종사자들은 스스로 효과적인 연습 방법을 찾아내고, 이를 적용하여 수행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의학 교육 전반을 관통하는 암묵적인 가정은, 의학 대학원이나 의학 잡지, 또는 세미나와 평생의료교육 과정들을 통해서 의사들에게 필요한 지식을 제공하면 그것으로 충분하다는 것이다. 워낙 이런 상황이 만연해 있기 때문에 일단 올바른 질문을 찾으면 정답에 절반은 가까워진 셈이다. 전문직이든 일반 직장에서든 수행능력 향상을 말할 때 우리가 던져야 할 올바른 질문은 “관련 지식을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 ”가 아니라 “관련 기술을 어떻게 향상시킬 것인가? ”이다. == 훈련에 접근하는 새로운 방법 == 탑건 프로그램과 아트 터록의 작업에서 본 것처럼, 전문직에서든 일반 직장에서든 기술을 향상시키기 위해 ‘의식적인 연습’ 원칙들을 즉시 활용할 방법이 많이 있다. 그러나 내 생각에 장기적으로 가장 좋은 방법은 현재 많은 영역에서 표준이 되어 있는 ‘지식 중심 접근법’을 보완하거나 완전히 대체할 ‘기술 중심 훈련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것이다. 궁극적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을 아는가? ”가 아니라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이기 때문이다. 훈련은 지식보다 행동에 집중해야 하며, 특히 모든 사람이 분야 최고 전문가 수준에 가까워지게끔 기술을 익히는 데 집중해야 한다는 생각에 동의할 때 이런 전략 수립이 가능하다. 이제 나는 ‘의식적인 연습’이 궁극적으로 환자의 치료 실적을 개선시키는 보다 효율적인 훈련 방법을 개발하는 데 어떻게 적용될 수 있는지 개괄적으로 설명할 것이다. 첫 번째 단계는 누가 해당 분야에서 전문가 수준의 의사인지를 어느 정도 확실하게 밝히는 것이다. 수행능력이 다른 의사보다 확실하게 나은 의사를 어떻게 찾아낼까? 제4장에서도 말한 것처럼 이것이 항상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상당한 객관성을 가지고 해낼 방법들이 있다. 일단 동료보다 꾸준하게 나은 실적을 올리는 사람들을 찾아내면, 다음 단계는 그런 우월한 수행능력의 기저에 무엇이 있는지를 밝히는 것이다. 이 단계에서는 보통 제1장에서 설명한, 내가 스티브 팰룬과 기억력 향상 실험을 하면서 사용했던 접근법을 변형한 방법이 많이 쓰인다. 일종의 사후 보고를 받는 방식으로, 어떤 과제를 수행할 때 무슨 생각을 했는지를 이야기하게 하는 것이다. 그리고 관찰을 통해 어떤 과제가 쉽고 어떤 것이 어려운지를 파악한 다음 결론을 도출한다. 최고 실력자와 나머지를 가르는 기준이 무엇인지 이해하기 위해 의사의 심리 과정을 연구했던 연구자들은 이 모든 방법을 활용했다. 연구자들이 말한 것처럼 “전문가 수준의 외과 의사도36 수술 도중 자신의 방법을 심각하게 재고하고 다른 도구를 선택하거나 환자의 자세를 바꾼다는 식으로 대안을 생각해봐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곤 했다.” 이처럼 예상치 못한 상황을 인식하고 신속하게 다양한 가능성을 고려한 다음, 최선의 결정을 내리는 이런 능력은 의학 분야뿐만 아니라 많은 영역에서 중요하다. 예를 들면 미 육군은 장교들에게 소위 ‘적응적 사고’~-adaptive thinking-~를 가르칠 최고의 방법을 찾기 위해 상당한 시간과 노력을 투자했다. 최고 수준 의사들의 심리 과정을 연구한 결과를 보면, 이들은 사전에 수술 계획을 세우지만 도중에 수술 상황을 계속 살피고, 필요하다면 방향을 바꿀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다. 이는 의사 스스로가 어려운 수술이 되리라고 예견했던 수술 과정을 관찰한 캐나다 연구진이 발표한 최근 연구에서도 분명하게 드러난다.38 수술이 끝난 뒤에 연구진이 수술 도중 심리 과정에 대해 물어본 결과, 의사들이 문제를 감지하는 주된 방법은 수술 전 계획에서 자신들이 마음속으로 그려본 방식과 실제 수술에서 일치하지 않는 무언가를 발견하는 것이었다. 이런 불일치를 감지하면 의사들은 가능한 다른 방법들을 생각해내고, 어떤 것이 가장 효과적일지를 결정한다. 이런 결과는 경험 많은 의사들의 수행 방법과 관련하여 중요한 사실을 말해준다. 이들은 수술을 계획하고, 집도하고, 도중에 모니터를 하면서 사용하는 효과적인 심적 표상을 오랫동안 개발해왔고, 덕분에 무언가가 잘못되면 이를 감지하고, 맞춰서 조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업무를 하면서 지침으로 활용하는 심적 표상을 살펴보는 일반적인 방법은 과제를 수행하는 도중에 중지시키고, 불을 끈 다음, 현재 상황을 설명해보라고 하는 것이다. 즉 지금까지 상황은 어떻고, 앞으로 어떻게 될지에 대해 말하게 하는 것이다(제3장에서 축구 선수들을 대상으로 이런 연구 방법을 사용한 사례를 살펴보았다). 당연히 이런 방법은 수술실에 있는 외과 의사에게는 맞지 않는다. 그러나 수술처럼 잠재적인 위험이 따르는 상황에 놓인 사람들의 심적 표상을 조사할 다른 방법들이 존재한다. 예를 들어 비행 훈련이나 특정 유형의 수술처럼 모의실험 장치를 활용할 수 있는 경우에는 도중에 중지시키고 질문을 던지는 것이 실제로 가능하다.39 실제 수술에서는 수술 전과 후에 의사에게 수술이 어떻게 진행되리라고 상상했는지, 수술 도중 심리 과정은 어떠했는지에 대해 물어볼 수도 있다. 이런 경우 면담 내용과 수술 도중 의사의 행동을 관찰한 내용을 결합하는 것이 최선이다. 수술 성공률이 높은 이유와 관련된 심적 표상의 특징을 파악하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이다. = 6장. 일상생활에서 활용하는 '의식적인 연습' - 스스로의 잠재력을 창조하라 = == 최고의 선생을 찾아라 == 나는 그의 실력에 맞게 조언해줄 수 있는 코치에게서 개인 교습을 받을 것을 제안했다. 개인 교습 비용이 만만치 않기 때문에 단체 교습이나 유튜브 동영상, 책 등을 통해서 뭔가를 배우려는 사람들이 제법 있다. 실제로 그런 방법이 어느 정도는 효과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교실이나 유튜브 동영상에서 아무리 여러 차례 시범 동작을 보아도 미묘한 부분을 놓치거나 잘못 이해하는 일이 생긴다(때로는 미묘한 부분이 아니라 확연하게 틀리기도 한다). 심지어 자신의 약점과 문제점을 알고 있어도 바로잡을 좋은 방법을 찾지 못할 때도 있다. 무엇보다도 이것은 심적 표상의 문제다. 제3장에서 이야기한 대로 ‘의식적인 연습’의 주요 목표 중 하나는 자신의 수행능력을 이끌어줄 효과적인 심적 표상을 개발하는 것이다. 혼자서 연습을 하면 스스로를 모니터하고 자신의 심적 표상을 활용하여 무엇이 잘못되었는지를 파악해야 한다. 이것이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그러나 학생을 세심하게 지켜보면서 피드백을 제공하는 노련한 교사와 함께하는 것보다는 훨씬 어렵고 효과도 떨어진다. 학습 과정 초반에는 혼자 하는 것이 특히 어려울 수밖에 없는데, 자신의 심적 표상이 여전히 불확실하고 부정확한 시기이기 때문이다. 일단 견고한 심적 표상의 기초를 세우고 나면, 그로부터 더욱 효과적인 새로운 표상을 스스로 만들어낼 수가 있다. 누구보다 의욕이 넘치고 똑똑한 학생이라도 가장 좋은 학습 방법을 알고 있고, 다양한 기술을 수행하는 적절한 방법을 이해할 뿐 아니라 직접 보여줄 수 있고, 유용한 피드백을 제공하고, 학생의 특정한 약점을 극복할 맞춤형 연습 프로그램을 짜줄 수 있는 사람의 감독 아래서 배우는 경우가 혼자 습득할 때보다 빠르게 발전한다. 그러므로 성공을 위해서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것 가운데 하나는 좋은 교사를 찾아서 함께하는 것이다. 좋은 교사를 어떻게 찾을까? 교사를 찾는 과정에도 시행착오가 수반될 가능성이 크지만, 성공 확률을 높일 방법이 몇 가지 있다. 첫째, 반드시 세계 최고 수준일 필요는 없지만 적어도 해당 분야에 숙달한 사람이어야 한다. 일반적으로 교사는 자기 자신 또는 과거의 제자가 달성한 수준까지만 학생을 이끌어줄 수 있다. 여러분이 그야말로 왕초보라면 상당히 숙달된 교사면 누구라도 충분하다. 하지만 몇 년 동안 연습을 해온 사람이라면 한층 수준 높은 교사가 필요하다. 좋은 교사란 해당 분야를 가르치는 일에 어느 정도 기술과 경험이 있어야 한다. 특정 분야에서 숙달한 실력자라도 가르치는 법을 전혀 모르기 때문에 교사로서는 빵점인 경우가 적지 않다. 자신이 잘한다고 해서 항상 다른 사람에게 잘하는 법을 가르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교사에게 가르친 경험을 묻고, 가능하다면 과거나 현재의 제자들을 찾아 이야기도 나눠보라. 제자들이 얼마나 잘하는가? 교사가 그들의 기술 향상에 얼마나 기여를 했는가? 제자들이 교사를 높이 평가하는가? 이야기를 나누기에 가장 좋은 제자는 지금 여러분과 같은 수준일 때 그 교사와 훈련을 시작한 사람이다. 그런 제자의 경험이 여러분 자신이 교사에게서 얻게 될 경험과 가장 가까울 것이기 때문이다. 이상적으로 말하자면 연령과 관련 경험이 비슷한 학생을 찾는 것이 좋다. 어떤 교사가 어린이나 청소년에게는 더없이 훌륭한 교사일지 모르지만, 몇십 세 위인 연장자를 가르쳐본 경험은 별로 없어서 그런 학생 앞에서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헤맬 수도 있다. 괜찮아 보이는 후보가 있을 경우 연습 시간에 대해서 질문하는 것이 특히 중요하다. 일주일 동안 교사와 아무리 많은 수업을 한다고 해도, 여러분의 노력 대부분은 교사가 내준 과제를 하면서 혼자 하는 연습으로 채워진다. 가능한 많은 부분을 이끌어주는 교사가 좋다. 무엇을 연습할지를 말해주는 것뿐만 아니라,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에 주의를 기울일지, 어떤 실수를 하고 있는지, 잘해냈을 때 그것을 어떻게 알아볼지 등을 두루 말해주는 그런 교사가 좋다. 더불어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교사가 해줄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일 중 하나는 학생이 자신만의 심적 표상을 개발하여 자신의 수행능력을 직접 모니터 하고 바로잡을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 시늉하지 말고 몰입하라 == 이야기는 다시 우리가 제1장에서 이야기했던 기본 원칙으로 돌아간다. ‘목적의식 있는 연습’에 몰두하는 것의 중요성이다. 실력 향상에 대한 명확한 계획 없이 무심하게 반복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체스 실력을 향상시키고 싶다면 체스 게임을 하는 것만으로는 안 된다. 그랜드마스터들의 게임을 혼자 연구함으로써 가능하다. 다트 실력을 향상시키고 싶다면, 친구와 술집에 가서 게임을 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시간을 내서 혼자 다트 던지는 동작을 꼼꼼히 재현해보는 작업을 해야 실력이 향상된다. 한 번 한 번 던질 때마다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고 집중해야 한다. 다트판 위에 목표 지점을 바꿔가면서 체계적인 연습을 해서 언제든 원하는 지점에 던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정신이 산만하거나 편안하게 즐긴다는 마음으로는 실력을 향상시키기 힘들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반면에 프로 가수에게 노래교실 수업은 발성법, 호흡 조절 같은 부분에 집중해서 자신의 실력을 향상시켜야 하는 시간이었다. 말하자면 기쁨을 맛보는 시간이 아니라 집중을 해야 하는 시간이었다. 바로 이것이 어떤 종류의 연습에서든 최대의 효과를 끌어내는 핵심 열쇠다. 개인이나 단체 수업부터 혼자 하는 연습, 심지어 게임이나 대회 참여까지 어떤 종류가 되었든 마찬가지다. 무엇을 하든 집중해야 한다. 그러나 버클리 캘리포니아 대학교에서 선수로 활동하던 어느 시점에 코플린은 자신이 그동안 충분히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풀 왕복 연습 시간을 낭비하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생각 없이 멍하니 있지 않고, 동작 하나하나가 가능한 완벽에 가까워지도록 신경을 쓰면서 기술에 집중할 수 있었는데 말이다. 특히 자신의 동작에 대한 심적 표상을 갈고닦는 일에 열중할 수도 있었다. 그녀는 ‘완벽한’ 스트로크를 했을 때 신체의 느낌이 정확히 어떤지를 파악했다. 일단 완벽한 스트로크가 어떤 느낌인지 분명하게 알게 되자, (피곤하거나 턴할 위치가 가까워져서) 그런 이상적인 상태에서 벗어나면 금방 알아차릴 수 있었고, 일탈을 최소화하고 스트로크를 가능한 이상적인 상태로 유지할 방법을 찾았다. 그때 이후로 코플린은 현재 하는 일에 최대한 몰두하게 되었고, 풀을 왕복하는 연습 시간을 자세를 정확하게 가다듬는 시간으로 활용했다. 이런 태도로 연습에 매진하자 비로소 확실하게 실력이 향상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고, 자세에 집중하여 훈련할수록 대회 성적도 좋아졌다. 이것이 연습에서 최대의 효과를 보는 비결이다. 연습의 많은 부분이 머리를 쓸 필요가 없는 반복 동작으로 구성된 것처럼 보이는 보디빌딩이나 장거리 달리기 같은 운동에서도 동작 하나하나를 올바로 수행하도록 집중하면 실력 향상에 훨씬 효과적이다. 장거리 달리기 선수를 연구한 연구자들은14 아마추어 선수들은 공상을 하거나 즐거운 무언가를 생각하면서 달리는 동안의 긴장과 고통을 잊으려 하는 경향이 있는 반면, 엘리트 장거리 육상 선수들은 신체의 반응에 주의를 기울이는 상태를 유지하면서 최적의 페이스를 찾아내고, 자기 조절을 통해 달리는 내내 그 상태를 유지하도록 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보디빌딩이나 역도를 하면서 현재 능력의 최대치로 역기를 들어 올리려고 하는 경우, 역기를 들기 전부터 마음의 각오를 하고, 들어 올리는 동안에는 전적으로 집중해야 한다. 무엇을 하든 자기 능력의 한계치까지 동원해야 한다면 온전한 집중력과 노력을 요구하는 법이다. 당연히 지적 활동, 악기 연주, 미술 등 체력과 지구력이 크게 중요하지 않은 분야일수록 집중하지 않고 연습하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다. 그러나 집중력을 유지하는 일은 다년간 훈련을 해온 전문가에게도 힘든 일이다. 이제 막 연습에 집중하는 법을 배우는 사람에게는 몇 시간씩 집중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므로 훨씬 짧은 시간으로 시작해서 서서히 집중하는 시간을 늘릴 필요가 있다. 나는 집중하고 몰두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므로 보다 분명한 목표를 가지고 짧은 시간 동안 훈련하는 것이 새로운 기술을 한층 빠르게 익히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말했다. 70퍼센트의 집중력으로 장시간 연습하는 것보다 100퍼센트의 집중력으로 단시간 연습하는 편이 낫다. 더 이상 효과적으로 집중하기 힘들다는 느낌이 들면 연습을 끝내라. 또한 충분한 수면을 취해 최고의 집중력을 가지고 훈련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 집중하고, 고치고, 반복하라 == 실력이 향상되길 바란다면 집중해서 실천하는 단계적 계획 없이 같은 행동을 단순 반복하는 것이야말로 절대 해서는 안 되는 연습법이다. ‘목적의식 있는 연습’ 또는 ‘의식적인 연습’의 대표적인 특징은 할 수 없는 (그래서 컴포트 존을 벗어나게 되는) 무언가를 시도하고, 반복해서 연습하되, 자신이 어떻게 하고 있는지, 부족한 부분은 어디인지, 어떻게 해야 잘할 수 있는지에 집중하면서 한다는 것이다. 업무, 학업, 취미 활동 같은 실생활에서는 이처럼 집중력을 발휘하면서 반복할 자연스러운 기회를 좀처럼 가지기 힘들기 때문에, 실력을 향상시키려면 스스로 그런 기회를 만들어내야 한다. 프랭클린은 글쓰기의 특정 부분에 집중하는 다양한 연습을 통해 스스로 기회를 만들어냈다. 훌륭한 교사나 코치 역할의 많은 부분이 제자에게 맞는 연습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것이다. 특정 시기에 학생이 집중적으로 연마 중인 기술을 향상시키는 데 도움이 되도록 특별히 설계된 프로그램 말이다. 그러나 교사가 없다면 스스로 연습 프로그램을 생각해내야 한다. 다행히 우리는 쉽게 인터넷에 접속해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는 대부분의 흔한 기술 그리고 흔치 않은 상당수의 기술에 필요한 훈련법을 찾을 수 있는 그런 시대에 살고 있다. 하키 퍽을 다루는 기술을 향상시키고 싶은가? 인터넷에 있다. 글쓰기 실력을 키우고 싶은가? 인터넷에 있다. 루빅큐브(작은 정육면체 27개로 이루어진 큰 정육면체 여섯 면의 색깔을 맞추는 큐브 ― 옮긴이)를 엄청 빠르게 맞추는 방법을 알고 싶은가? 인터넷을 검색하라. 물론 인터넷에 나오는 조언을 무턱대고 따르기보다는 신중해야 한다(인터넷은 품질관리 기법을 제외하고는 거의 모든 정보를 제공한다. 그러나 품질관리는 자기 몫이다). 그러나 좋은 아디이어와 조언을 골라 시험해보면서 자신에게 가장 잘 맞는 것을 고르면 된다. 그렇다고 인터넷에 모든 것이 있다고 생각하면 곤란하다. 또한 인터넷에 있는 내용이 여러분이 하려는 것과 정확히 맞지 않거나 실용적이지 않을 수도 있다. 타인과의 상호작용을 수반하는 활동은 연습이 가장 어려운 기술에 속한다. 집에 앉아 루빅큐브를 점점 빠르게 돌리거나 골프 연습장에 가서 우드로 공을 치는 연습을 하기는 쉽다. 그러나 익히려는 기술이 누군가와 함께하거나 관객이 필요한 일이라면 어떨까? 그런 기술을 연습할 효율적인 방법을 만들어내려면 상당한 창의성이 필요하다. 플로리다 주립 대학교에서 영어를 배우려는 외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ESLEnglish as a second language 지도를 맡고 있는 교수가 내게 한 학생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학생은 마트에 가서 여러 쇼핑객들을 붙잡고 같은 질문을 던진다고 했다. 이때 그녀는 비슷한 대답을 반복해서 듣게 되는데, 이런 반복적인 청취 덕분에 원어민이 빠른 속도로 하는 말을 이해하기가 한결 수월해진다. 만약 사람들에게 각기 다른 질문을 던졌다면 듣기 능력이 향상은 되겠지만 정도가 미미했을 것이다. 영어 실력을 높이고자 자막이 있는 영화 한 편을 반복해서 보는 학생들도 있다. 자막을 가리고 무슨 말인지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얼마나 이해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 자막을 보면서 대조한다. 이렇게 같은 대화를 반복해서 듣는 방법으로 학생들은 여러 영화를 보기만 하는 경우보다 훨씬 빠르게 영어 이해 능력을 향상시켰다. 이 학생들이 단순히 같은 일을 반복한 것이 아니라는 점에 주목하라. 이들은 매번 틀린 부분에 주의를 기울이고 바로잡으려고 노력했다. 이것이 바로 ‘목적의식 있는 연습’이다. 아무 생각 없이 같은 일을 반복하는 것은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반복의 목적은 약점을 찾고 이를 개선하는 데 집중하는 것이다. 효과적인 방법을 찾을 때까지 다양한 시도를 해보면서 말이다. 내게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학생이 얼마나 신중하게 계획된 자세 즉 의식적인 자세로 연습에 임했는가’였다. 그는 시계를 지니고 다니면서 자신이 한 대화들마다 정확히 얼마의 시간 동안 진행되었는지를 확인했다. 그는 매일 2시간씩 이런 연습을 하면서 어떤 방법이 가장 효과적이고, 어떤 것이 그다지 효과가 없는지를 꼼꼼히 기록했다. 교사 없이 어떤 기술을 효과적으로 연습하려면, 소위 ‘3F’를 명심하는 것이 좋다. 집중Focus, 피드백Feedback, 수정Fix it이다. 기술을 반복과 효과적인 분석이 가능한 구성 요소로 잘게 쪼갠 다음 자신의 약점을 파악하고 바로잡을 방법을 찾아라. 프랭클린의 방법은 또한 교사로부터 제공되는 정보가 거의 또는 전혀 없는 경우에 심적 표상을 개발할 더없이 좋은 본보기를 제공한다. 《스펙테이터》의 기사들을 분석하고 어떻게 해야 좋은 글이 되는지를 파악하는 과정에서 프랭클린은 자신의 글쓰기에서 지침으로 활용할 심적 표상을 창조하고 있었다(물론 프랭클린 스스로는 이런 생각을 하지 않았지만). 그러므로 그가 연습을 하면 할수록, 심적 표상이 고도로 발달하고, 결국 눈앞에 구체적인 본보기가 없이도 《스펙테이터》 수준의 글을 쓸 수 있게 되었다. 그는 이런 연습을 통해 좋은 글쓰기를 자기 것으로 내면화했다. 이를 달리 표현하면 좋은 글쓰기의 핵심 특징을 담은 심적 표상을 발전시켰다고 말할 수도 있다. 비슷한 기법으로 많은 영역에서 효과적인 심적 표상을 개발할 수 있다. 음악 분야를 보면,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의 아버지는 아들에게 당대 최고 작곡가들의 곡을 보고 모방하는 방법으로 작곡을 배우게 했다. 그것이 그의 교수법 전부는 아니었지만 일부였던 것은 분명하다. 미술에서도 예술가 지망생들은 오랫동안 대가의 그림이나 조각을 모방함으로써 기술을 키워나간다. 실제 몇몇 예술가는 벤저민 프랭클린이 글쓰기 실력을 향상시키는 데 활용했던 것과 매우 흡사한 방법으로 모방 작업을 했다.16 즉 대가의 작품 하나를 꼼꼼히 연구하고, 기억에 의지해 재현해보고, 작업이 끝나면 원본과 비교하면서 다른 점을 찾고, 바로잡는 식이다. 모방 실력이 워낙 뛰어나서 위작을 만들어 생계를 해결하는 예술가도 있지만, 보통은 그것이 이런 연습의 목적은 아니다. 기본적으로 예술가들은 남의 것처럼 보이는 작품을 거부한다. 모방을 통해서 전문성을 키워주는 기술과 심적 표상을 개발하고, 그런 전문성을 활용하여 자신만의 예술적 비전을 표현하고 전달하고 싶어 한다. ‘심적 표상’이라는 용어는 ‘심적’이라는 단어에도 불구하고, 순수하게 ‘심적인’ 분석만으로는 턱없이 모자라다. 효과적인 심적 표상을 만들어내는 유일한 방법은 전문가의 능력을 모방하려 노력하고, 실패하면 실패한 이유를 밝히고, 다시 시도하는 과정을 계속 반복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효과적인 심적 표상은 생각만이 아니라 ‘행동’과도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이며, 대가의 작품을 모방하는 것은 우리가 찾는 심적 표상을 만들어줄 연습의 연장선이다. == 정체기에서 탈출하는 법 == 조슈아가 마주쳤던 정체기는 어떤 훈련에서나 흔히 일어나는 일이다. 일반적으로 새로운 무언가를 배우기 시작한 초기에는 빠르게 (아니면 적어도 꾸준하게) 실력이 향상된다. 그리고 그런 흐름이 멈추면 자연스럽게 어찌해볼 도리가 없는 한계에 부딪혔다고 생각해버린다. 그래서 전진하려는 노력을 그만두고 정체기에 평생 정착한다. 모든 영역에서 사람들의 발전이 멈추는 주된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이 교훈은 정체기에 직면한 누구에게든 적용된다. 이를 넘어서는 최선의 방법은 자신의 뇌와 몸에 새로운 방식으로 도전의식을 북돋우는 것이다. 예를 들어 보디빌딩을 하는 사람이라면 지금 하는 연습법을 바꿔볼 수가 있다. 역기 무게나 반복하는 횟수를 늘리거나 줄일 수도 있고, 주간 프로그램에 변화를 줄 수도 있다. 실제로 많은 이들이 미리 패턴에 변화를 주어 애초에 정체 상태에 빠지지 않도록 한다. 몇 가지 운동을 섞어서 연습하는 소위 크로스 트레이닝cross training도 이런 원리에 근거를 두고 있다. 중간에 운동을 바꿈으로써 방심한 몸에 새로운 자극을 주는 것이다. 타자와 숫자 암기가 아주 특수한 기술이기는 하지만, 이들 영역에서 정체기를 극복하는 방법은 여러 분야에서 효과가 있는 일반적인 접근법을 말해준다. 어느 정도 복잡성을 띠는 기술은 그것이 무엇이든 간에 여러 요소로 구성되는데, 보통 사람들은 그것들 중 몇 가지만 다른 사람보다 잘한다. 그러므로 실력을 향상시키는 것이 어려워졌다면, 기술과 관련된 요소 모두가 문제가 아니라 한두 가지뿐이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어떤 요소인가’를 파악하는 일이 중요해진다. 이를 밝히기 위해서 자신을 평소보다 ‘약간’ 힘들게 밀어붙일 방법을 찾아야 한다(평소보다 ‘많이’ 힘들게 하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렇게 하면 발목을 붙잡고 앞으로 나아가는 걸 방해하는 부분이 무엇인지를 밝히는 데 도움이 될 때가 많다. 테니스 선수라면 평소 상대하는 선수보다 실력이 좋은 사람과 경기를 해보라. 자신의 약점이 훨씬 명확해질 것이다. 회사 관리자라면 바빠지거나 혼란스러운 상황이 되었을 때 어떤 문제가 생기는지에 주의를 기울여라. 이때 발생하는 문제는 이례적인 현상이 아니라 늘 존재하지만 평소에는 크게 두드러지지 않았던 그런 약점일 수 있다. 이런 모든 것을 감안하여 나는 조슈아에게 제안했다. 카드 순서를 암기하는 속도를 높이고 싶다면, 평소보다 짧은 시간 안에 하는 연습을 해야 하며, 그런 다음 어디서 실수가 생기는지를 보아야 한다고 말이다. 암기 속도를 늦추는 요인이 정확히 무엇인지 파악하면, 문제를 일으키는 특정 부분의 속도를 높이는 맞춤형 연습법을 생각해낼 수 있다. 이처럼 문제가 되는 특정 부분을 개선하는 방법이, 전체를 외우는 데 드는 총시간을 줄이겠다면서 전반적인 실력이 향상되길 꾀하는 것보다 효과적이다. 정체기를 통과할 다른 방법이 효과가 없을 경우 시도해야 할 일은 다음과 같다. 첫째, 정확히 무엇이 발목을 붙잡는 난제인지 파악하라. 언제, 어떤 실수를 저지르는가? 컴포트 존에서 벗어날 만큼 자신을 밀어붙인 다음, 어디에 문제가 생기는지 보라. 그리고 발견된 특정 문제점을 개선하는 것을 목표로 한 연습 방법을 고안하라. 일단 문제가 무엇인지 파악하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일이 가능할 수도 있고, 경험이 많은 코치나 교사에게 의견을 구해야 할 수도 있다. 어느 쪽이든 새로운 방법으로 연습을 하면서 상황에 변화가 있는지 세심하게 살펴라. 발전이 없다면 다른 대책이 필요할 수도 있다. 이런 방법의 효과는 하다 보면 하나는 효과가 있겠지 하고 생각하면서 이것저것 해보는 것이 아니라, 발전을 가로막고 있는 특정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는 데 있다. 의외로 경험이 많은 교사들 사이에서도 이런 방법은 널리 알려져 있지 않다. 너무 당연해 보이는 방법인 데다 실제로 정체기를 극복하는 데 놀라울 정도로 효과가 있는데 말이다. == 지속 가능한 동기부여의 힘 == 철자 암기 대회 참가자들은 대회를 준비하는 두 가지 기본적인 접근법을 가지고 있었다. 여러 목록과 사전에 나온 단어들을 혼자서 공부하는 시간을 가진 다음, 다른 사람이 목록에 나온 단어를 보면서 문제를 내주면 맞히는 것이었다. 설문 결과, 참가자들은 일반적으로 처음에는 물어봐달라고 해서 문제를 풀면서 보내는 시간이 많은 반면, 뒤로 갈수록 혼자 연습하는 시간에 더욱 의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러 참가자들이 대회에서 거둔 실력과 공부하는 과정을 비교해보니, 최고 수준의 참가자들은 ‘목적의식 있는 연습’에 투자한 시간이 다른 참가자들보다 상당히 많았다. 주로 가능한 많은 단어를 외우는 데 초점을 맞추고 혼자 연습하는 시간이었다. 최고 실력자들은 물론 문제를 풀며 보낸 시간도 많았지만, ‘목적의식 있는 연습’에 쏟은 시간의 양이 대회 성적과 훨씬 밀접한 관련이 있었다. 그러나 우리 연구진이 진정 관심이 있었던 것은 이 학생들이 그렇게 많은 시간을 철자를 외우며 보내도록 한 동기부여 요인이 무엇인가였다. 지역 대회에서 우승해 전국 대회에서 겨루는 학생들은 대회 몇 달 전부터 엄청난 시간을 연습에 투자했다(전국 대회에서 최고 수준에 들지 못한 학생들도 마찬가지였다). 이유가 무엇일까? 특히 최고 수준의 참가자들이 다른 참가자에 비해 훨씬 많은 시간을 연습에 투자하게 했던 동기부여 요인은 무엇이었을까? 어떤 사람들은 대부분의 시간을 철자 외우기 연습에 쏟았던 학생들이 그런 공부를 좋아하고, 거기서 얻는 즐거움이 커서 그렇게 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학생들이 설문에 답한 내용을 보면 전혀 다른 이야기가 나온다. 그들은 공부하는 것을 전혀 좋아하지 않았다. 최고 수준의 참가자를 포함해 누구도 공부 자체를 좋아하지 않았다. 학생들이 수천 단어를 혼자 공부하며 보낸 시간은 즐거워서가 아니었다. 그들은 다른 무언가를 하는 것을 훨씬 행복해했을 것이다. 가장 실력이 좋은 참가자들에게서 보이는 차이점은, 지루함에도 불구하고 그리고 훨씬 재미난 다른 활동의 유혹에도 불구하고 공부에 전념할 수 있는 우월한 능력이었다. 어떻게 계속할 것인가? 어쩌면 이것이 ‘목적의식 있는 연습’이나 ‘의식적인 연습’에 몰두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결국에는 마주치는 가장 중요한 질문이 아닐까 싶다. 내가 보기에는 의지력보다는 동기부여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편이 훨씬 유익하다. 동기부여는 의지력과는 상당히 다르다. 우리 모두에게는 시기와 상황에 따라 (때로는 강하고 때로는 약한) 다양한 동기부여 요인들이 있다. 그렇다면 답해야 할 가장 중요한 질문은 “무엇이 동기부여를 형성하는 요인인가? ”이다. 장기적으로 ‘목적의식 있는 연습’ 또는 ‘의식적인 연습’을 유지하는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일반적으로 이들은 연습을 지속하는 데 도움이 되는 다양한 습관을 키운다. 경험으로 보면, 특정 영역에서 기술을 발전시키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매일 1시간 이상을 완전히 집중해서 하는 연습에 투자해야 한다. 이처럼 꾸준하고 엄격한 훈련을 가능하게 하는 동기부여를 유지하는 데는 크게 두 부분이 있다. 계속할 이유와 그만둘 이유다. 개인이 하고 싶어서 시작했던 어떤 것을 그만둘 때는, 그만둘 이유가 결국에는 계속할 이유보다 커졌기 때문이다. 따라서 동기부여를 유지하는 방법은 두 가지다. 계속할 이유를 강화하거나 그만둘 이유를 약화시키는 것이다. 성공적인 동기부여 노력은 일반적으로 양쪽 모두를 포함한다. 그만둘 이유를 약화시키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가장 효과적인 방법 중 하나는 온갖 의무와 방해로부터 자유로운, 연습을 위한 고정 시간을 따로 떼어두는 것이다. 최상의 상황일 때도 연습에 매진하도록 스스로를 채찍질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연습 시간에 다른 할 일이 있으면, 다른 일을 하려는 유혹, 그것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하면서 연습을 중단하는 일을 스스로 정당화시키려는 유혹이 끊이지 않는다. 이런 일이 자주 생기면 연습을 점점 줄이게 되고, 머지않아 훈련 프로그램 자체가 걷잡을 수 없는 죽음의 소용돌이 속에 빠지게 된다. 베를린에서 바이올린 전공 학생들을 연구할 때, 나는 학생들 대부분이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연습하는 쪽을 선호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들은 그 시간에는 다른 할 일이 없게 일정을 짜두었다. 말하자면 전적으로 연습을 위한 시간으로 떼어둔 것이다. 나아가 그때를 연습 시간이라고 못 박아두면 일종의 습관이자 의무 같은 기분이 들게 되고, 그럴수록 다른 무언가에 유혹을 받을 확률은 낮아진다. 말하자면 무엇이 되었든 훈련을 방해할지 모르는 것들을 찾아내고, 그로 인한 영향을 최소화할 방법을 찾아라. 스마트폰 때문에 산만해지는 경향이 있다면 스마트폰을 꺼라. ‘목적의식 있는 연습’ 또는 ‘의식적인 연습’이 효과적이 되려면, 자신의 컴포트 존에서 벗어나도록 스스로를 채찍질하고 집중력을 유지해야 한다. 이는 정신을 기진맥진하게 만드는 힘든 작업이다. 전문가들은 (얼핏 보면 동기부여와 무관해 보이지만 실은) 도움이 되는 두 가지를 한다. 첫째는 전반적인 신체 관리다. 즉 충분한 수면을 취하고 건강을 유지하는 것이다. 피곤하거나 아프면 집중력을 유지하기가 훨씬 힘들어지고, 당연히 태만해지기 쉽다. 제4장에서 말한 것처럼 베를린 음악학교의 바이올린 전공 학생들 모두가 매일 저녁 숙면을 취하는 데 신경을 썼고, 다수는 오전 연습이 끝나고 이른 오후에 낮잠을 자곤 했다. 둘째는 1회 연습 시간을 대략 1시간 정도로 정해둔다는 것이다. 보통 그보다 오랜 시간 강도 높은 집중력을 유지하기는 힘들다. 처음 시작하는 단계라면 집중력 유지 시간이 1시간보다 짧을 수도 있다. 1시간 이상 연습하고 싶다면, 일단 1시간을 하고 휴식을 취한 다음에 다시 하는 편이 좋다. 지금까지는 그만두고 싶은 마음을 줄이는 방법들을 살펴보았다. 이제 계속하고 싶은 마음을 증가시킬 방법들을 살펴보도록 하자. 동기부여는 무엇이 되었든 지금 연습하고 있는 것을 더욱 잘하려는 욕망임이 분명하다. 그런 욕망이 없다면 왜 연습을 하고 있겠는가? 그러나 이런 욕망은 다양한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 전적으로 내부에서 생겨나는 내인성 욕망일 수도 있다. 어떤 사람이 항상 종이접기를 잘하고 싶은 마음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보자. 스스로도 이유는 모르지만 항상 그런 욕망이 그의 내면에 있는 것이다. 때로는 이런 욕망이 더 큰 어떤 것의 일부일 때도 있다. 그런가 하면 외부 요인으로 인한 지극히 현실적인 목적 때문에 생기는 욕망도 있다. 어떤 사람이 사람들 앞에서 말하는 것을 싫어하는데, 그런 부족한 화술이 경력에 걸림돌이 된다는 것을 알고, 사람들 앞에서 말하는 법을 배워야겠다고 마음먹을 수도 있다. 이상의 모든 것이 동기부여의 원인이 될 수 있지만 이것이 전부는 아니다(아니 적어도 그래서는 안 된다). 전문가들을 연구한 결과에 따르면 한동안 연습을 해서 성과가 보이면, 기술 자체가 동기부여 요인이 될 수 있다. 자기가 하는 일에 자부심을 느끼고, 친구들의 칭찬에서 기쁨을 얻고, 스스로의 정체성도 바뀌게 된다. 스스로를 연설가, 피콜로 연주가, 종이접기 예술가로 간주하기 시작하는 것이다. 이런 새로운 정체성이 기술 향상에 바친 많은 연습에서 나온다는 것을 알면, 연습이 희생이라기보다는 투자에 가깝게 느껴지게 된다. ‘의식적인 연습’에서 또 다른 핵심 동기부여 요인은 성공할 수 있다는 믿음이다. 그것이 싫어질 정도까지 스스로를 밀어붙이기 위해서는 실력이 나아질 수 있다고, 특히 전문가 수준으로 실력을 향상시키려는 사람은 자신이 분야 최고 수준에 오를 수 있다고 믿어야 한다. 이런 믿음의 힘은 워낙 강력해서 현실조차 발아래 둘 정도다. 심리학자 벤저민 블룸Benjamin Bloom은 다양한 분야에서 전문가들의 유년 시절을 연구하는 프로젝트를 이끌었다. 당시 연구 결과 가운데 하나는 유년 시절 이들의 부모가 아이들이 중도에 그만두지 않도록 다양한 전략을 활용했다는 것이었다. 특히 몇몇 전문가는 유년 시절에 아프거나 이런저런 이유로 다쳐서 상당 시간 연습을 하지 못한 시기가 있었다고 말했다. 연습을 재개했을 때는 실력이 이전 수준만큼도 되지 않았고, 아이는 자연히 의기소침해지고 그만두고 싶어 하게 되었다. 이때 부모들은 원한다면 그만두어도 좋지만 먼저 원래의 실력으로 돌아갈 정도까지는 연습을 하라고 말했다. 이런 방법은 효과가 있었다. 한동안 연습을 하니 원래의 실력으로 돌아갔고, 그쯤 되자 아이들은 퇴보와 시련이 일시적이며 계속 발전할 수 있다는 깨달음과 확신을 가지게 되었다. 믿음은 중요하다. 군데르의 아버지처럼 거짓말이라도 해서 믿음을 심어줄 사람이 없다 해도, 블룸이 연구했던 전문가들을 통해서 우리는 한 가지 확실한 교훈을 얻을 수 있다. 실력이 퇴보해서든 정체 상태에 빠져서든, 목표 달성에 대한 믿음이 흔들릴 때 바로 그만두지 마라. 퇴보했다면 원래의 실력으로 되돌리고, 정체 상태에 빠졌다면 거기에서 벗어나는 데까지는 해보라. 그런 다음에도 그만두고 싶은 마음이 여전하면 그만두기로 스스로와 약속해보라. 아마 그만두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사회적 동기부여를 만들어내고 유지하는 가장 좋은 방법 가운데 하나는 자신을 격려하고 지지하는 한편 도전의식을 북돋우는 사람들을 주변에 두는 것이다. 베를린 음악학교의 바이올린 전공 학생들은 자기와 마찬가지로 음악을 전공하는 학생들과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을 뿐만 아니라, 데이트 상대도 음악을 전공하는 학생이거나 적어도 자신들의 음악에 대한 열정을 인정하고 연습에 우선순위를 두려는 마음을 이해하는 사람인 경우가 많았다. 그룹이나 팀으로 하는 활동이라면, 주변에 지지자들을 두고 동기부여를 받기가 어렵지 않다. 그렇지만 아마도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함께하는 환경 자체일 것이다. ‘의식적인 연습’은 혼자서 하는 것도 가능하지만, 오케스트라, 농구팀, 체스 클럽 등의 다른 단원이나 회원처럼 같은 위치에 있는 동료들이 있다면 일종의 상설 지원 체제를 갖춘 셈이 된다. 이들은 힘든 연습에 쏟는 여러분의 노고를 이해하고, 훈련 비결을 공유하고, 여러분이 잘하면 인정해주고, 어려움을 겪으면 동정해준다. 그들도 여러분에게 의지하고, 여러분도 그들에게 의지할 수가 있다. 거의 모든 영역에서 이런 방법을 활용할 수 있다. 같은 것에 흥미가 있는 사람들을 모아 단체를 만들어라(아니면 기존의 단체에 들어가도 좋다). 그리고 구성원이 공유하는 목표와 끈끈한 동지애를 자신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동기부여로 활용하라. 북 클럽부터 체스 클럽, 아마추어 공연 모임까지 수많은 사회단체가 만들어지고 운영되는 이면에는 바로 이런 생각이 자리 잡고 있다. 그런 단체에 가입하는 것(또는 필요한 경우 직접 만드는 것)은 성인이 동기부여를 유지하는 데 놀라울 정도로 효과적인 방법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주의해야 할 것은 그룹 내의 다른 구성원도 비슷한 발전 목표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어떤 사람이 볼링 실력을 키우고 싶어서 볼링팀에 들어갔는데, 다른 구성원들은 만나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데만 관심이 있고 다른 팀과의 경기 승패에는 관심이 없다면 어떨까? 물론 핵심을 보자면 ‘의식적인 연습’은 혼자 하는 외로운 과정이다. 생각이 같은 개인들로 모임을 구성해 지지와 도움, 격려를 받을 수 있기는 하지만 여전히 개인적인 발전의 많은 부분은 혼자 하는 연습에 의존하게 된다. 그렇다면 그렇게 집중을 요하는 연습을 계속하게 해주는 동기부여를 어떻게 유지해야 할까? 좋은 조언 중 하나는 발전하고 있다는 확실한 신호를 계속해서 볼 수 있는 일정을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항상 중요한 발전이 아니라도 좋다. 긴 여정을 달성하기 쉬운 작은 목표들로 나누고 한 번에 하나의 목표에 집중하라. 내게 이런 메일을 보낸 사람들 모두가 공유하는 두 가지가 있다. 이들은 모두 꿈을 가지고 있었고, ‘의식적인 연습’에 대해 배운 뒤에 자신의 꿈을 이룰 방법이 존재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런 모든 이야기와 온갖 연구에서 우리가 배워야 할 가장 중요한 교훈은 꿈을 이루지 못할 이유가 없으니 꿈을 좇으라는 것이다. ‘의식적인 연습’은 그동안 여러분이 불가능하다고 확신하고 좇을 생각조차 하지 않았을지 모르는, 새로운 가능성의 세계로 가는 문을 열어줄 수 있다. 망설이지 말고 문을 열어젖혀라. = 7장. 비범함으로 가는 로드맵 - 그들은 어떻게 최고의 자리에 올랐는가 = 이제 관심의 방향을 돌려서, 세계적인 수준의 음악가, 올림픽 운동선수, 노벨상을 수상한 과학자, 체스 그랜드마스터 등 세계 최고들을 살펴보도록 하자. 어떤 의미에서 이번 장은 ‘전문가 만들기 설명서’로 생각될 수도 있다. 원한다면 ‘탁월한 경지로 가는 로드맵’이라고 해도 무방할 것이다. 개괄하자면 이번 장은 인간의 적응력을 최대한 활용하고 인간 잠재력의 한계까지 도달하기 위해 필요한 조건들을 단계적으로 살펴보는 장이다. 일반적으로 이런 과정은 유년기 또는 청소년기 초기에 시작되어 전문가 수준에 도달할 때까지 10년 이상 계속된다. 그러나 거기서 끝이 아니다. 전문가의 중요한 특징은 분야 최고 대열에 합류한 뒤에도 계속 연습 방법을 개선하며 앞으로 나아가려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바로 여기 인간 잠재력의 한계에서 우리는 새로운 길을 만드는 개척자를 보게 된다. 지금까지 누구도 하지 못한 경지에 다다른 사람, 우리 모두에게 그것이 불가능이 아니라 가능한 일이라고 보여주는 사람을. == 놀이를 통한 가벼운 시작 == 중요한 것은 수전이 어린 시절 체스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당시 세 살이었던 수전이 그 연령대에 아이들이 무언가에 흥미를 느끼는 유일한 방식으로 그것에 흥미를 가졌다는 점이다. 즉 수전은 체스 말이 재미있다고 생각했다. 장난감으로, 가지고 놀 어떤 것으로 말이다. 어린아이들은 호기심이 왕성하고 놀기를 좋아한다. 강아지나 새끼 고양이가 그렇듯이 아이들은 주로 놀이를 통해 세상과 소통한다. 따라서 놀고 싶은 욕망이 어린아이에게는 최초의 동기부여 역할을 한다. 그것이 동기가 되어 아이들은 이런저런 것을 시도해보고, 무엇이 재미있고 무엇이 그렇지 않은지 알아보고, 향후 이런저런 기술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될 각종 활동을 하게 된다. 이즈음 아이들은 당연히 체스판에 체스 말들을 늘어놓고, 공을 던지고, 라켓을 휘두르고, 구슬을 모양이나 무늬에 따라서 정리하는 등 간단한 기술을 키운다. 그러나 미래의 전문가들에게는 무엇이 되었든 그들의 관심을 끄는 것과의 놀이를 통한 소통 자체가 훗날 전문가로 우뚝 서는 첫 번째 단계다. 블룸과 함께 작업한 연구자들은 피아노 연주자, 올림픽 수영 선수, 테니스 챔피언, 수학자, 신경학자, 조각가까지 여섯 분야 120명의 전문가를 선별하여, 그들이 능력을 개발시킨 과정에서 공통점을 찾았다. 블룸의 연구에서 이들 모두에게 공통되는 세 단계가 밝혀졌는데, 이는 블룸과 동료들이 조사한 여섯 분야뿐만 아니라 모든 분야 전문가의 성장 과정에서 공통된 것으로 보인다. 첫 번째 단계에서는 어린아이들이 놀이처럼 재미난 방식으로 훗날 자신의 관심 분야가 될 무언가를 접하게 된다. 수전 폴가르의 경우 체스 말들을 발견했고, 그 모양을 마음에 들어 했다. 처음에 체스 말은 그녀에게 가지고 노는 장난감 이상이 아니었다. 타이거 우즈Tiger Woods는 9개월 영아 시절 작은 골프채를 하나 받았다. 이것 역시 장난감이었다. 처음 아이의 부모는 아이 수준에서 놀아주지만 6 서서히 ‘장난감’의 진짜 목적으로 놀이를 변화시킨다. 그들은 아이에게 체스 말의 특별한 움직임에 대해서 설명한다. 골프채로 공을 때리는 법을 보여주고, 피아노에서 단순한 소음이 아니라 아름다운 선율이 만들어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런 단계에서 훗날 전문가가 되는 아이의 부모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무엇보다 아이에게 많은 시간과 관심을 쏟고, 아이를 많이 격려해준다. 또한 그런 부모는 매우 성취 지향적인 성향을 보이며, 아이에게 자제력, 근면함, 책임감, 건설적인 시간 활용 등을 가르친다. 이런 부모 밑에서 자란 아이가 특정 분야에 관심을 가지게 되면, 자연스럽게 이런 자세, 말하자면 절제, 근면, 성취 지향 등의 태도를 가지고 거기에 접근하게 된다. 이는 아이의 성장에서 결정적인 시기다. 아이들은 태어날 때부터 호기심이 왕성하고 놀이를 좋아하기 때문에 무언가를 탐구하거나 시도할 초기 동기가 충분히 부여되어 있는 상태다. 따라서 부모들은 이 같은 왕성한 관심을 능력을 향상시키는 발판으로 활용할 기회를 갖게 된다. 그러나 호기심에서 시작된 동기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으며 추가적으로 동기를 부여해줄 필요가 있다. 특히 어린아이들에게 아주 좋은 방법은 칭찬이다. 다른 동기부여 요인은 특정 기술을 개발하는 데서 오는 만족감이다. 특히 부모가 인정해주면 만족감이 더욱 커진다. 블룸과 동료들은 연구 대상이었던 전문가들이 그들의 부모가 특히 관심을 가진 분야를 선택한 경우가 많다는 것을 발견했다. 연주자든 유달리 음악 감상을 즐기는 사람이든 부모가 음악에 조예가 깊은 경우 자녀가 음악에 관심을 보이는 사실을 종종 발견하게 된다. 그것이 부모와 시간을 보내고 관심을 공유하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지금 말하는 첫 번째 단계에서 아이들은 연습 자체를 하지는 않는다(연습은 나중 단계에 등장한다). 그러나 많은 아이들이 놀이 겸 훈련이 되는 활동을 스스로 생각해낸다. 룸은 수학자와 신경학자가 된 아이들의 초기 성장 과정이 운동선수, 연주자, 예술가 등과는 살짝 다른 패턴을 보이는 것을 발견했다. 이런 경우 부모가 특정 주제로 아이들을 이끈 것이 아니라 전반적인 지식 공부 자체를 강조한 경우가 많았다. 부모는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독려했고, 여가 시간에 주로 독서를 하며 보냈다. 초기에는 부모가 책을 읽어주고 나중에는 아이가 스스로 읽었다. 또한 부모들은 아이에게 놀이의 일부로 (교육적이라고 볼 수 있는) 모형을 만들고 과학 활동을 하도록 독려했다. 그러나 구체적인 내용이 어떠하든 이들 미래의 전문가들에게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일반적인 패턴은 일정 시점이 되면 아이가 특정 영역에 강하게 흥미를 느끼기 시작하고, 비슷한 연령대의 다른 아이들보다 장래성을 보인다는 점이다. 수전 폴가르의 경우 단순한 장난감으로서 체스 말에 흥미를 잃고, 게임 도중 말들이 체스판 위에서 움직이는 규칙과 논리, 다른 말들과의 상호작용 등에 흥미를 느끼기 시작한 시점이 바로 그런 시기였다. 그런 시점이 되면 아이는 다음 단계로 넘어갈 준비가 된 것이다. == 진지한 단계로의 전환 == 일단 미래의 전문가가 특정 영역에 관심을 가지고 장래성을 보이기 시작하면, 전형적인 다음 단계는 코치나 교사에게 가르침을 받는 것이다.9 이런 아이들 대부분은 바로 이때 ‘의식적인 연습’을 처음으로 접하게 된다. 주로 놀이였던 지금까지의 경험과 달리, 연습은 일이 되려 한다. 일반적으로 아이들에게 이런 유의 연습을 시키는 교사들은 스스로가 전문가 수준은 아니지만 아이들과 함께하는 작업에 능숙하다. 그들은 아이들에게 동기를 부여하고 아이들이 ‘의식적인 연습’을 통해 실력을 향상시키면서 계속 전진하게 하는 방법을 알고 있다. 또한 열정적으로 학생들을 격려하고 학생이 무언가를 해냈을 때는 보상을 해준다. 보상은 칭찬일 때도 있고, 사탕 등의 소소한 군것질거리 같은 보다 구체적인 것일 때도 있다. 부모 역시 해야 할 중요한 역할이 있다(폴가르 집안의 경우 라슬로는 부모이자 교사였다). 부모는 ‘하루에 1시간씩 피아노 연습하기’ 식으로 습관을 정착시키는 데 도움을 주고, 아이를 지지하고 격려하며, 실력이 향상되었을 때는 칭찬해준다. 필요한 경우에는 다른 활동보다 연습에 우선순위를 두도록 아이에게 압박을 가하기도 한다. 연습이 먼저고 놀이는 나중이라는 식으로 말이다. 아이의 저항이 심해서 연습 일정을 지속하기 힘든 경우, 부모가 극단적인 수단으로 개입할 수도 있다. 블룸이 연구한 미래 전문가의 부모 중 몇몇은 피아노 수업을 중단하고 피아노를 팔아버린다든가 수영장에 다시는 데려가지 않겠다는 식으로 위협하는 방법을 쓰기도 했다. 당연히 미래의 전문가들은 모두 이런 갈림길에서 계속하는 쪽을 택했다. 물론 다른 쪽을 택한 아이들도 있을 것이다. 부모와 교사가 아이에게 동기를 부여할 많은 방법이 있지만 동기부여는 궁극적으로 아이 자신에게서 나와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오래가지 못한다. 어린아이를 둔 부모는 무엇보다 칭찬과 보상을 통해 아이에게 동기를 부여할 수 있지만, 결국에는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게 된다. 부모와 교사가 장기적으로 동기를 부여할 한 가지 방법은 아이들이 재미있게 할 수 있는 관련 활동을 찾게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어떤 아이가 사람들 앞에서 악기를 연주하는 것이 즐겁다는 사실을 깨달으면, 그런 깨달음 자체가 필요한 연습을 하게끔 만드는 충분한 동기가 된다. 아이가 심적 표상을 개발하도록 돕는 것도 동기부여 방법이 된다. 자신이 배우는 기술을 평가하고 즐기는 능력을 기를 수 있기 때문이다. 음악에 대한 표상은 아이가 연주하는 것을 더욱 즐길 수 있게 해준다. 특히 연습실에서 혼자 좋아하는 곡을 연주하는 순간을 즐기게끔 해준다. 체스 말의 배치에 대한 표상은 아이가 게임의 묘미를 한층 깊이 인식하게 해준다. 야구 경기에 대한 표상은 아이가 경기의 기저에 있는 전략을 이해하고 감탄하게 해준다. 블룸은 미래에 수학자가 된 아이들에게서는 흥미와 동기부여 패턴이 다른 것을 발견했다. 주된 이유는 아이들이 수학이라는 분야에 깊이 관심을 갖게 되는 시기가 많이 늦기 때문이었다. 여섯 살짜리 아이에게 수학을 가르치려고 개인 교사를 고용하는 부모는 거의 없다. 미래의 수학자들이 대수학, 기하학, 미적분학 같은 진지한 수학 과목을 처음 접하는 시기는 중학교나 고등학교 때이고, 그들이 평생 열정을 쏟을 대상을 처음 접하게 해주는 사람도 부모가 아니라 해당 과목 교사인 경우가 많다. 훌륭한 교사는 공식 같은 문제풀이 규칙에 중심을 두지 않고, 학생들이 일반 패턴과 과정을 생각하도록 자극하고 독려했다. 단순한 ‘방법’보다는 근본적인 ‘이유’를 알게 가르치는 것이다. 이런 방법이 이들 학생에게는 동기부여 요인이 되었다. 이로 인해 학창 시절 수학 공부 그리고 나중에는 수학자로서 연구를 견인할 지적인 흥미가 유발되었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제법 나이를 먹었고 부모의 영향 없이 해당 주제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기 때문에, 굳이 부모는 숙제를 포함해 선생님이 시키는 무언가를 하라고 자극하고 독려할 필요가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학생들의 부모가 확실하게 했던 일이 하나 있다. 전반적인 공부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아이들이 고등학교 이후, 심지어 대학 이후에도 공부를 계속하기를 바란다는 자신들의 기대를 분명히 밝힌 것이었다. 그러나 이유가 무엇이든 동기부여의 근원이 외부에서 내부로 이동하기 시작했다는 것만은 분명했다. 마지막으로 학생들이 계속 실력이 향상됨에 따라 자신들을 다음 단계로 이끌어줄 더욱 실력 있는 교사나 코치를 찾기 시작했다. 마찬가지로 수영을 하는 학생들도 거리상으로 가장 편한 곳에 있는 코치가 아니라 최고의 코치를 찾기 시작했다. 강사의 수준이 높아지면서 학생들의 연습 시간도 길어지기 시작했다. 부모는 강습비를 내고 장비를 사주는 등 여전히 지원을 계속했지만, 연습 책임은 거의 전적으로 학생 자신과 교사, 코치에게로 옮겨갔다. == 정상을 향한 헌신 == 일반적으로 10대 초반이나 중반이 되면 미래의 전문가들은 가능한 최고가 되기 위해 상당한 헌신을 하게 된다. 이런 헌신이 바로 세 번째 단계다. = 8장. '재능'이라는 지름길은 없다 - 뿌리 깊은 믿음에서 벗어나기 = = 9장. '호모 엑세르켄스'를 향해 - 어떤 '1만 시간'을 선택할 것인가 = ---- CategoryBo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