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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훈련 과정을 마치고 나면 의료계를 비롯한 여러 전문직들은 독자적으로 일을 하게 된다. 이들에게는 테니스 코치 같은 역할을 해줄 사람이 전혀 없다. 함께 작업하면서 그들의 약점을 파악하고, 이를 바로잡을 훈련 처방을 내놓고, 훈련을 감독하고, 심지어 이끌어줄 그런 사람이 전혀 없다. 일반적으로 말해서 대부분의 전문 직종이 그렇듯이 의료 분야는 현업에서 뛰는 구성원들의 훈련과 발전을 지원하는 강한 전통이 없다. 의료계 종사자들은 스스로 효과적인 연습 방법을 찾아내고, 이를 적용하여 수행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의학 교육 전반을 관통하는 암묵적인 가정은, 의학 대학원이나 의학 잡지, 또는 세미나와 평생의료교육 과정들을 통해서 의사들에게 필요한 지식을 제공하면 그것으로 충분하다는 것이다.

워낙 이런 상황이 만연해 있기 때문에 일단 올바른 질문을 찾으면 정답에 절반은 가까워진 셈이다. 전문직이든 일반 직장에서든 수행능력 향상을 말할 때 우리가 던져야 할 올바른 질문은 “관련 지식을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 ”가 아니라 “관련 기술을 어떻게 향상시킬 것인가? ”이다.

== 훈련에 접근하는 새로운 방법 ==

AndersEricsson 의 저작. Peak: Secrets from the New Science of Expertise

서문. '타고난 재능'이란 없다

절대음감에 관한 신화

그러나 수십 년 동안의 전문가 연구에서 나온 분명한 메시지는, ‘탁월한 재능을 지닌’ 사람들의 성취에서 유전적 자질이 어떤 역할을 하든, 그들이 가진 핵심 재능은 우리 모두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것은 바로 인간의 두뇌와 육체가 지닌 놀라운 적응력이다. 그리고 ‘재능 있는’ 사람들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이런 재능을 다른 사람들보다 효과적으로 활용해왔다는 사실이다.

비범한 능력을 가진 사람들과 이야기를 해보면, 그들 모두가 이런 사실을 어떤 식으로든 이해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인지 적응력’cognitive adaptability이라는 전문 개념에는 익숙하지 않을지 모르지만, 자신이 특정 유전자를 갖고 태어나는 복권에 당첨되어서, 말하자면 엄청나게 운이 좋아서 자기 분야에서 정상에 올랐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좀처럼 없다. 또한 그들은 직접 경험해왔기에 자신이 가진 비범한 능력을 키우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노력과 성실함에도 전략이 필요하다

이 책은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 사카키바라 아야코의 연구에 참여한 아이들, 레이 앨런, 모두가 가지고 있었던 재능에 관한 책이다. 그 재능이란 바로 인간의 뇌와 육체의 놀라운 적응력을 활용함으로써 올바른 훈련과 연습을 통해 그렇게 하지 않았다면 갖지 못했을 능력들을 만들어낸 것을 뜻한다. 뿐만 아니라 이 책은 여러분 각자가 이런 재능을 활성화시켜 자신이 선택한 분야에서 활용할 구체적인 방법을 알려주는 책이기도 하다. 마지막으로 인간의 잠재력을 바라보는 근본적으로 새로운 시각과 사고를 이야기하는 책이다. 이 새로운 시각에 따르면 인간이 지닌 삶에 대한 통제력은 우리의 생각보다 훨씬 크고 강력하다.

그러나 그동안의 축적된 연구 덕분에 이제 우리는 미리 정해진, 고정된 능력 따위는 없음을 알고 있다. 인간의 뇌는 적응력을 가지고 있으며, 훈련을 통해서 (절대음감 같은) 이전에는 없던 능력을 새로 만들어낼 수 있다. 어떤 일이나 상황에서 결과나 흐름의 판도를 뒤바꿀 만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사람, 사건, 서비스, 제품 등을 ‘게임 체인저’game changer라고 하는데, 이런 인식이야말로 확실한 ‘게임 체인저’에 해당한다. 이런 인식을 가지고 있으면 학습에 대한 접근이 근본적으로 달라진다. 학습이 인간의 타고난 능력을 활용하게 해주는 수단이 아니라 없던 능력을 창조하는 수단이 되기 때문이다. 이런 ‘신세계’에서는 개인이 고정된 잠재 역량을 가지고 태어난다고 생각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오히려 인간의 잠재력은 크기와 모양이 얼마든지 바뀌는 신축성 있는 그릇과 같으며, 우리가 평생 하는 다양한 활동에 의해 그 크기와 모양이 결정된다. 이렇게 보면 학습은 개인의 잠재력에 도달하는 수단이 아니라 오히려 잠재력을 개발하는 수단이 된다. 말하자면 인간은 자신의 잠재력을 만들어낼 수 있다.

연습으로 나아질 수 있다는 사실, 그것도 많이 나아질 수 있다는 사실을 사람들에게 알리는 것은 분명 중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노력을 해야 한다는 동기부여조차도 받기 힘들 것이다. 하지만 이런 책들은 때로 진정으로 원하는 마음과 각고의 노력만 있으면 수행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인상을 준다. “꾸준히만 하면 목표에 도달할 것이다.” 듣기에는 그럴싸하지만 사실 틀린 말이다. ‘올바른 연습’을 충분한 기간에 걸쳐 수행해야 실력이 향상되고 원하는 목표에 도달할 수 있다. 다른 방법은 없다. 나는 이 책에서 ‘올바른 연습’이란 무엇이며, 효과적인 실천 방법은 무엇인지를 상세하게 설명할 것이다.

1장. 우리는 왜 '노력의 배신'에 부딪히는가? - 문제는 시간이 아니라 방법이다

2장. 쓸수록 발달하는 뇌를 이용하는 법 - 뇌는 어떻게 인간을 변화시키는가

3장. 심적 표상 이해하기 - 의욕보다 중요한 연습의 '방법'

4장. 황금 기준 - 최고의 훈련 방법을 찾아서

5장. 직장에서 활용하는 '의식적인 연습' - 누구나 최고가 될 수 있다. 단, 올바른 접근일 때만

1968년, 베트남전에서 미국 전투기 조종사들의 실력이 형편 없었다. 그래서 대책을 심각하게 고민했는데, 그 결과로 나온 것이 탑건 학교이다.

당시 해군에서 만들어낸 그 교육 프로그램은 의도적인 수련의 여러 요소를 가지고 있었다. 특히, 수습 조종사들이 여러 상황에서 다양한 시도를 해보고, 자신의 수행능력에 대한 피드백을 얻고, 배운 것을 적용해볼 기회를 제공했다.

최고의 조종사들을 훈련 교관으로 선발했다. 그리고 팀을 나눠 공중전을 벌였다. 시험 공중전 이후에는 사후 보고(after action report)를 했다. 교관들은 여러 가지 질문들을 했다. '공중에 있는 동안 무엇을 보았는가?' '어떤 조치를 취했는가?' '왜 그런 조치를 취했는가?' '무엇을 잘못했는가?' '다른 방식으로 할 수는 없었을까?' 그리고 필요할 때는 교전 중에 찍은 카메라 영상, 레이더 장치로 기록된 정보 등을 꺼내어 공중전 중에 정확히 어떤 일이 있었는지를 확인했다. 또한 보고 도중은 물론 보고가 끝난 후에 교관들은 훈련생에게 어떻게 다른 식으로 대응할 수 있을지, 무엇을 찾아야 할지, 여러 다른 상황에서 무엇을 생각해야 하는지 등에 대한 의견을 제시했다. 그리고 다음 날 교관과 훈련생은 다시 비행을 하고 사후보고를 하는 과정을 반복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훈련생들은 스스로에게 이런 질문을 던지는 법을 배웠다. 교관에게 듣는 것보다 그 편이 편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매일 비행하면서 교관들과 함께 사후보고 시간에 배운 내용을 복습했다. 훈련생들은 서서히 배운 것을 내면화하고, 많이 생각할 필요 없이 상황에 대응하게 되며, 홍군과의 공중전에서도 향상된 모습을 보였다. 교육이 끝날 즈음 훈련생들은 탑건 학교에 와본 적이 없는 조종사들보다 훨씬 많은 공중전 경험을 쌓게 되었다. 그리고 교육이 끝나면 각자 부대로 돌아가 비행중대 훈련 담당자가 되어 다른 조종사들에게 그동안 배운 것을 전수했다.

제1차 걸프 전쟁 일곱 달 동안 미국 조종사들은 공중전에서 33대의 적기를 격추시켰고 아군 전투기 1대를 잃었다. 아마도 공중전 역사상 가장 좋은 실적이 아닐까 싶다.

1968년에 해군이 직면했던 문제는 거의 모든 조직과 직업에 몸담고 있는 사람이 직면하는 익숙한 문제다. 이미 훈련을 받고 현장에서 실무를 하고 있는 사람들의 수행능력을 향상시킬 가장 좋은 방법은 무엇인가?

해군이 조종사들을 큰 위험에 빠뜨리지 않고 훈련시킬 성공적인 방법을 만들어낸 것은 칭찬할 만하다. 탑건 프로그램은 조종사들이 다양한 시도를 해보고, 치명적인 결과 없이 실수도 저질러보고, 피드백을 받고, 개선 방법을 찾고, 다음 날 배운 것을 시험해볼 기회를 제공했다. 그리고 이 과정이 여러 차례 반복되었다.

해군은 주로 시행착오를 통해 이처럼 효율적인 프로그램을 만들어냈다.5 예를 들면 전투가 얼마나 현실적이어야 하는지를 둘러싸고 논쟁이 있었다. 일부는 조종사와 전투기에 가해지는 위험 강도를 줄이고 압박을 완화시켜야 한다고 했고, 일부는 실제 전투에서 가해지는 만큼이나 강하게 조종사들을 압박하고 부담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다행히 후자의 주장이 결국 채택되었다. 현재 우리는 ‘의식적인 연습’ 연구 덕분에, 탑건 프로그램 조종사들이 각자의 컴포트 존에서 벗어나도록 압박당했을 때 최대의 교육 효과를 볼 수 있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일하면서 배우기

  • 아트가 제안하는 방법 중 하나는 ‘실제 업무를 하면서 배우기’라고 불리는 것이다.

우선 이 방법은 회사원들이 너무 바빠서 기술을 연마할 시간이 거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한다. 이들은 전문 피아노 연주자나 운동선수와는 전적으로 다른 상황에 놓여 있다. 전문 연주자나 운동 선수는 매일 연습에 거의 모든 시간을 투자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아트는 일상 업무가 ‘목적의식 있는 연습’ 또는 ‘의식적인 연습’의 기회가 되는 방법을 궁리하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전형적인 업무 회의를 생각해보자. 한 사람이 앞에 나와서 파워포인트 자료로 프레젠테이션을 하는 동안 관리자와 동료들은 어두운 자리에 앉아서 졸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쓴다. 회사에서 프레젠테이션은 일상 업무 기능을 하는데, 아트는 이런 프레젠테이션이 회의실에 있는 누구에게든 도움이 되는 연습 시간으로서 기능하게끔 재설계하는 일이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이 진행될 수 있다. 발표자는 해당 프레젠테이션에서 집중하고 싶은 특정 기술(흥미로운 스토리 말하기, 파워포인트 슬라이드에 너무 의지하지 않고 즉흥적으로 말하기 등)을 하나 선택한 다음, 프레젠테이션을 하는 동안 이를 향상시키기 위해 노력한다. 그동안 청중은 프레젠테이션 진행에 대해 메모를 한 다음 끝난 뒤에 피드백을 주는 연습을 한다. 이런 회의가 한 번으로 끝난다면, 발표자는 유용한 조언을 얻을지 모르지만 그로 인해 얼마나 달라질지는 알 수 없다. 일회성 연습으로 이루어지는 발전은 무엇이 되었든 효과가 미미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러나 만약 모든 회의에서 이런 연습을 하도록 회사에서 규칙으로 정한다면 직원들은 여러 기술이 서서히 발전하는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블루 버니라는 아이스크림 회사 9의 사례가 인상적이다. 이곳은 아트의 방법을 채택하여 자체 아이디어를 추가하기까지 했다. 회사의 지역 영업 담당자들은 회사 주요 고객(식료품 체인점과 슈퍼마켓)을 정기적으로 방문해 영업 활동을 펼치고, 1년에 대여섯 번 회사 영업부장들과 만나서 향후 방문 판매 전략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보통 이런 자리는 판매 현황 업데이트의 성격이 짙었지만, 회사는 여기에 연습 요소를 첨가할 방법을 찾아냈다. 고객 방문이라는 특수성을 감안하여 회의를 일종의 역할극으로 진행하게끔 한 것이다. 지역 영업 담당자가 주요 고객의 구매 담당자 역할을 하는 동료에게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하는 식이다. 프레젠테이션을 마치고 지역 영업 담당자는 회의에 참석한 관리자들에게 피드백을 받는다. 참석자들은 어떤 부분이 좋았고, 어떤 부분에서 변화나 개선이 필요한지를 이야기해준다. 다음 날 영업 담당자는 다시 프레젠테이션을 하고 이번에도 역시 피드백을 받는다. 2회에 걸친 프레젠테이션은 모두 녹화되어 담당자는 자기 모습을 얼마든지 보고 검토할 수가 있다. 담당자가 고객에게 실제 프레젠테이션을 할 무렵에는 한층 향상되고 다듬어진 형태의 프레젠테이션을 할 수 있게 된다. 회의를 겸한 연습 과정이 없었다면 절대 불가능했을 수준으로 말이다.

‘실제 업무를 하면서 배우기’의 장점은 연습하는 버릇, 연습에 대해 생각하는 버릇을 들이게 한다는 점이다. 일단 규칙적인 연습의 중요성을 이해하면 그리고 이를 활용했을 때 얼마나 실력이 향상되는지를 경험하면, 사람들은 일하는 내내 업무가 연습으로 전환될 수 있는 기회를 찾는다. 결국 연습은 업무의 자연스러운 일부가 된다. 의도한 효과를 제대로 낸다면 이로 인한 최종 결과는 일반적인 태도와는 전혀 다른 사고방식이 된다. 일반적인 태도란 평일은 일을 하는 날이고, 연습은 컨설턴트가 와서 훈련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때처럼 특별한 경우에만 하는 것이라는 태도일 것이다. 이런 연습 중심의 사고방식은 전문가의 사고방식과 매우 흡사하다. 전문가들은 끊임없이 연습을 하고 기술을 연마할 방법을 모색한다.

수행능력을 향상시킬 효과적인 방법을 찾는 직장에 몸담고 있는 누구에게든 내가 하는 기본적인 조언은 ‘의식적인 연습’ 원칙을 따르는 연습 방법을 찾으라는 것이다. 자신의 컴포트 존 밖으로 나와서 쉽지 않은 일을 시도하도록 사람들을 압박하고 밀어붙이는가? 현재 상태와 개선점에 대해서 즉각적인 피드백을 제공하는가? 그런 연습 방법을 개발한 이들이 해당 분야 최고 실력자를 파악했으며, 이들을 다른 사람과 구분시키는 차이가 무엇인지 밝혀냈는가? 해당 연습이 분야 전문가들이 가지고 있는 특별한 기술을 개발하는 데 적합하게 고안되었는가? 이런 모든 질문에 대한 대답이 “그렇다.”고 해서 어떤 방법이 효과적이라고 100퍼센트 보장할 수는 없지만, 그럴 가능성을 한층 높여줄 것만은 확실하다.

즉각적인 피드백의 힘

‘의식적인 연습’ 원칙을 적용하려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다음의 핵심 난관 중 하나를 마주치게 될 것이다. 바로 최고의 실력자들이 ‘정확히 무엇을 해서’ 다른 사람들과 구분되는 뛰어난 수행능력을 갖추게 되었는지를 파악하는 일이다. 대중의 인기를 끌면서 크게 성공을 거둔 어느 책의 표현을 빌리자면 “성공하는 사람들의 습관은 무엇인가? ”이다. 기업에서든 다른 어느 곳에서든 이는 분명하게 답하기 어려운 질문이다.

다행히 여러 상황에서 활용이 가능한, 이런 질문을 피해갈 방법이 있다. 이름을 붙이자면 ‘탑건 방식 접근법’ 정도가 좋지 않을까 싶다. 탑건 프로젝트 초기에는 누구도 최고의 조종사가 정확히 무엇을 남들과 다르게 해서 그렇게 되었는지를 밝히려 하지 않았다. 실제 공중전에서 직면하기 쉬운 상황을 모방한 공중전을 통해 조종사들이 실전에 상존하는 추락이나 격추 위험 없이 다량의 피드백을 받으면서 반복적으로 기술을 연습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시작했을 뿐이다. 사실 이런 접근법은 다른 많은 분야에서도 훈련 프로그램으로 활용하기에 상당히 좋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베트남 전쟁 초기 미 해군 조종사들과 마찬가지로 방사선과 의사들도 실력이 들쭉날쭉하다. 몇몇은 이런 판별 작업을 다른 이들보다 월등하게 잘 해낸다.10 예를 들어 테스트를 해보면, 일부는 다른 일부보다 양성 병변과 악성 병변을 구별하는 일에서 훨씬 높은 정확성을 보인다.

여기서 방사선과 의사들이 직면하는 핵심 문제는 자신이 내린 진단에 대해 효과적인 피드백을 받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이런 어려움은 시간이 흐를수록 누적되어 의사들의 실력을 향상시키는 데 상당한 걸림돌로 작용한다.

실력 향상으로 연결되는 피드백 중심의 연습 기회가 적은 상태에서 방사선과 의사가 연습량을 늘린다고 해서 반드시 실력이 나아지지는 않는다.

미 의과대학협회 2003년 연례회의 기조연설문에서13 나는 유방암 검사용 엑스선 사진을 보다 효율적으로 판독하기 위해서 탑건 프로그램 같은 방법으로 방사선과 의사들을 훈련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내가 보기에 핵심 문제는 방사선과 의사들이 정확한 피드백을 받으면서 자신이 판독한 내용을 반복적으로 연습할 기회를 갖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나는 다음과 같은 내용을 제안했다. “오래전에 찍은 환자들의 유방 엑스선 사진의 디지털 자료실을 만드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 “최종 결과를 알려주는 환자에 대한 정보 역시 함께 수집되어야 한다.”, “실제로 환자의 암 병변이 발현되었는지 여부, 발현되었을 경우 시간에 따른 암의 진행 경과 등을 말해주는 정보가 함께 있어야 한다.” 이렇게 하면 기본적으로 답이 있는 다수의 시험문제를 확보하는 셈이 된다. ... 암 병변이 있었지만 의사가 놓친 이런 사진이 훈련용으로는 가장 가치가 높을 것이다. 예를 들어 누가 봐도 건강한 유방 또는 누가 봐도 분명히 종양이 있는 유방 엑스선 사진을 다량 확보하는 것은 그리 가치가 없을 것이다. 가장 좋은 것은 양성이든 악성이든 비정상적인 모습이어서 방사선과 의사들에게 고민거리를 던지는 그런 사진이다.

일단 자료가 축적되면 훈련 도구로 바꾸기는 쉽다. 간단한 프로그램 하나면 방사선과 의사들이 엑스선 사진을 보고, 진단하고, 피드백까지 받게 할 수 있다. 만약 의사가 틀린 답을 내놓으면 프로그램에서 비슷한 특징을 보이는 다른 사진들을 보여주어 그의 약점을 보완할 추가 연습을 하게 만드는 방법도 있다.

아는 것과 할 수 있는 것을 구분하라

목표가 적기를 격추하는 것이든 유방 엑스선 사진을 판독하는 것이든, 탑건식 훈련법은 암묵적으로 ‘행동’doing을 강조한다. 어떤 일을 하려면 어느 정도의 지식이 필요하다는 사실이야 충분히 이해하고도 남지만, 핵심은 무엇을 아느냐가 아니라 무엇을 할 수 있느냐이다.

지식knowledge과 기술skill의 이런 구분이야말로 전문성에 대한 전통적인 접근법과 ‘의식적인 연습’식 접근법을 나누는 핵심 차이다. 전통적인 접근법에서는 초점이 대부분 ‘지식’에 있다.목표가 적기를 격추하는 것이든 유방 엑스선 사진을 판독하는 것이든, 탑건식 훈련법은 암묵적으로 ‘행동’doing을 강조한다. 어떤 일을 하려면 어느 정도의 지식이 필요하다는 사실이야 충분히 이해하고도 남지만, 핵심은 무엇을 아느냐가 아니라 무엇을 할 수 있느냐이다.

궁극적인 결과가 (특정 유형의 수학 문제를 풀거나 훌륭한 에세이를 쓰는 등) 무언가를 할 수 있게 되는 것일 때도, 전통적인 접근법에서는 무엇이 실력을 향상시키는 올바른 방법인지 관련 정보를 제공한 다음, 그것을 실제 활동에 적용하는 일은 주로 배우는 사람에게 맡긴다. 그러나 이와 달리 ‘의식적인 연습’은 실제 수행능력과 이를 향상시킬 방법에만 초점을 맞춘다.

특히 영향력이 컸던 한 연구에서 데이비스와 동료들은25 아주 광범위한 ‘교육 활동’을 조사했다. 이들이 말하는 교육 활동에는 강의, 토론회, 각종 회의, 강좌, 심포지엄, 회진 참여 등 의사의 지식을 늘리고 수행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거의 모든 활동이 망라된다. 조사 결과 데이비스는 가장 효과적인 교육 활동은 역할극, 집단토론, 사례 해결, 실전 훈련 등 쌍방향 요소를 지닌 것이라고 결론 내렸다. 이런 활동은 전체적인 폭은 그렇게 크지 않았지만 실제로 의사의 수행능력을 향상시킬 뿐만 아니라 치료 결과 역시 호전시켰다. 대조적으로 가장 효과가 떨어지는 활동은 ‘설교형’ 교육이었다. 즉 기본적으로 강의식으로 진행되는 교육을 말한다. 안타깝게도 이런 활동이 평생의료교육에서 가장 일반적인 형태로, 압도적으로 많은 양을 차지하고 있다. 데이비스는 이처럼 소극적으로 강의를 듣는 활동은 의사의 수행능력에도, 환자의 치료 결과에도 유의미한 영향을 전혀 미치지 못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일단 훈련 과정을 마치고 나면 의료계를 비롯한 여러 전문직들은 독자적으로 일을 하게 된다. 이들에게는 테니스 코치 같은 역할을 해줄 사람이 전혀 없다. 함께 작업하면서 그들의 약점을 파악하고, 이를 바로잡을 훈련 처방을 내놓고, 훈련을 감독하고, 심지어 이끌어줄 그런 사람이 전혀 없다. 일반적으로 말해서 대부분의 전문 직종이 그렇듯이 의료 분야는 현업에서 뛰는 구성원들의 훈련과 발전을 지원하는 강한 전통이 없다. 의료계 종사자들은 스스로 효과적인 연습 방법을 찾아내고, 이를 적용하여 수행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의학 교육 전반을 관통하는 암묵적인 가정은, 의학 대학원이나 의학 잡지, 또는 세미나와 평생의료교육 과정들을 통해서 의사들에게 필요한 지식을 제공하면 그것으로 충분하다는 것이다.

워낙 이런 상황이 만연해 있기 때문에 일단 올바른 질문을 찾으면 정답에 절반은 가까워진 셈이다. 전문직이든 일반 직장에서든 수행능력 향상을 말할 때 우리가 던져야 할 올바른 질문은 “관련 지식을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 ”가 아니라 “관련 기술을 어떻게 향상시킬 것인가? ”이다.

훈련에 접근하는 새로운 방법

6장. 일상생활에서 활용하는 '의식적인 연습' - 스스로의 잠재력을 창조하라

7장. 비범함으로 가는 로드맵 - 그들은 어떻게 최고의 자리에 올랐는가

8장. '재능'이라는 지름길은 없다 - 뿌리 깊은 믿음에서 벗어나기

9장. '호모 엑세르켄스'를 향해 - 어떤 '1만 시간'을 선택할 것인가

책/1만 시간의 재발견 (last edited 2024-06-27 13:01:22 by 정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