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mannSimon

Confessions of the Pricing Man: How price affects everything

1. 가격과의 고통스러웠던 첫 만남

2. 모든 것은 가격을 중심으로 돈다

3. 신비로운 가격결정 심리학

고전경제학에서는 합리적인 구매자와 판매자를 가정한다. 판매자는 이익을 극대화하려고 하는 한편, 구매자는 그들이 느끼는 가치, 혹은 경제학 용어로 그들의 ‘효용’을 극대화하고자 한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새뮤얼슨(1970년 수상)과 밀턴 프리드먼(1976년 수상)은 이 이론을 옹호하는 주요 인물이다. 프리드먼은 구매자가 복잡한 수학이나 우아한 경제학 이론을 이용해서 명쾌한 결정을 내리지 않음에도 결국에는 합리적으로 행동한다고 말했다.

합리성과 정보에 대한 이 같은 가정들에 처음으로 의문을 제기한 사람은 허버트 사이먼(1978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이었다.1 그는 사람들이 정보를 받아들이고 처리하는 능력에 한계가 있다고 보았다. 그래서 사람들은 자신의 이익과 효용을 극대화하고자 노력하지 않는다. 대신 ‘만족스러운’ 결과에 행복해한다. 그는 이 행위를 ‘만족화satisficing’라는 용어로 표현했다.

처음 제기된 의문과 유사하게, 심리학자 대니얼 카너먼과 아모스 트버스키는 1979년에 혁신적인 논문 〈전망 이론〉을 출판하면서 행동경제학이라 불리는 학파를 창시했다.2 카너먼은 2002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했다.3 이때부터 행동경제학을 연구하는 학자나 출판물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기 시작했다.

가격은 행동경제학에서도 마찬가지로 중심 역할을 수행하면서 종종 가격관리론의 시각에서는 이해할 수 없는 놀랍고도 비직관적인 결과를 이끌어내기도 한다. 행동경제학은 너무 복잡하고 포괄적이라 여기에서 모두 다룰 수는 없다. 일단 우리는 행동주의적 가격결정의 기초 요소들만 살펴보도록 하겠다. 행동경제학에 대해 더 알아보고 싶다면 대니얼 카너먼의 책 《생각에 관한 생각》을 추천한다.

가격의 품격 효과

고전경제학에서 가격이 구매 결정에 관여할 수 있는 유일한 이유는 소비자의 예산에 충격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수요곡선은 음수의 기울기를 가지는데, 이는 가격이 높을수록 소비자는 더 적게 구매함을 의미한다. 그러나 때로는 완전히 비합리적인 결과들이 예외적으로 도출되기도 한다.

미국의 경제학자이자 사회학자인 소스타인 베블런은 1898년 자신의 고전적 연구서 《유한계급론》에서, 가격은 지위와 사회적 위신을 상징하는 것이며 따라서 구매자에게 또 다른 심리적 효용을 제공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를 가리켜 베블런 효과 혹은 속물 효과snob effect라고 한다. 사치재의 경우 가격은 그 자체로 제품의 품질이나 고급스러움의 지표가 된다.

유럽 TV홈쇼핑의 선두 주자인 미디어숍 그룹은 새로운 화장 용품을 29.90유로에 출시했으나, 판매가 부진했던 탓에 더 잘 팔리는 물건에 방송 시간을 내어준 적이 있었다. 몇 주 후, 이들은 같은 상품을 더욱 공격적인 판매 전략과 함께 33% 정도 인상된 가격인 39.90유로에 다시 출시했다. 이번에는 경영진이 최적의 가격을 잘 찾아낸 것이 틀림없었다. 단 며칠 새 판매는 급증했으며 일시적으로 물량이 부족할 정도였다. 이 제품은 ‘높은 가격에도 불구하고’가 아니라 ‘높은 가격 덕분에’ 미디어숍에서 매우 잘 팔리는 상품이 되었다.

프리미엄 상품이나 사치재의 경우에는 이 같은 품격 효과prestige effect가 존재하는지, 또 수요곡선이 우상향하는 부분이 있는지 살펴보아야 한다. 만약 그러하다면 최적의 가격은 절대로 수요곡선이 상승하는 부분에서 형성되지 않는다. 가격은 언제나 더 높은 곳을 찾아가기 때문에 결국 수요곡선이 다시 하락하는 지점에서 형성된다. 이는 내가 이 책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바를 한층 더 강조해준다. 당신은 수요곡선이 어떻게 생겼는지 알아야 하며, 정확히 알수록 더 좋다. 기업은 자신이 마주하는 수요곡선을 알지 못한다면 최적가격을 찾기 위해 어둠 속을 헤맬지도 모른다. 특히 프리미엄 상품이나 사치재의 경우에는 더더욱 그러하다.

만일 여전히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높은 가격대를 향해 조금씩 가격을 인상하면서 수요곡선을 더듬어보길 추천한다. 델보나 시바스 리갈의 경우에서도 그러했듯, 가격인상과 함께 디자인이나 포장을 개선하는 것 역시 매우 현명한 선택이다.

품질 지표로서의 가격

소비자가 가격을 품질의 지표로 활용할 때에도 사치재의 경우와 비슷한 현상이 발생한다. 소비자는 가격이 낮아서 구매를 단념하기도 하는데, 가격 때문에 품질이 걱정되는 경우가 그러하다. 많은 소비자는 ‘싼 게 비지떡’이라 생각하며 저가 제품에는 눈길도 주지 않는다. 이와 정반대의 말을 믿는 소비자도 많다. 이들은 ‘높은 가격이 곧 좋은 품질’이라는 간단한 공식을 철칙으로 삼는다. 이 경우에는 가격인상이 판매량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

소비자가 가격에 크게, 혹은 완전히 의존해서 상품을 평가하게 될 때는 언제인가? 소비자가 겉으로는 알 수 없는 품질을 확신하지 못한다면 가격은 곧 품질의 지표가 된다. 완전히 새로운 상품이나 소비자가 거의 사본 적 없는 상품일 경우 이러한 상황이 발생한다.

가격이 품질 지표로서 활용되는 경우와 이에 따라 수요곡선이 상승하는 부분이 있음은 실증적으로도 수없이 관찰되었다. 가구, 카펫, 샴푸, 치약, 커피, 잼, 젤리, 라디오 등 수없이 다양한 제품군에서 이러한 현상이 발견되었다. 연구자들은 코 막힘 스프레이, 팬티스타킹, 잉크, 전자제품 등에서도 가격인상 후 판매량이 증가한 적이 있음을 발견했다. 한 전기면도기는 업계 1위인 브라운 사의 면도기와 비슷한 수준으로 가격을 크게 인상한 후 판매량이 4배 가까이 급증했다. 이들의 면도기는 여전히 상대적으로 저렴해 구매욕을 자극하기 충분했으나, 소비자는 더 이상 너무 저렴한 가격 때문에 면도기의 품질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었다.

나는 서비스업계, 특히 레스토랑과 호텔에서 이 같은 현상들을 목격했다. 기업 간 세계에서도 마찬가지다. 한 소프트웨어 회사는 사내용 클라우드 소프트웨어를 파격적으로 낮은 가격인 월 19.90달러에 출시했다. 동종 경쟁상품의 가격은 100달러가 넘어갔다. 출시 수개월 후 이 회사의 CEO는 나에게 다음과 같이 말했다. “중소기업들은 우리 제품의 가격에 열광했습니다. 처음으로 클라우드 시스템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으니까요. 그러나 대기업들은 저렴한 가격 탓에 우리 제품을 신뢰하지 않았습니다. 파격적으로 낮은 가격이 판매에 도움이 되기보다는 방해 요소로 작용한 셈이죠.”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상품과 가격에 차별성을 주어야 한다. 이 소프트웨어 회사는 몇 가지 기능을 추가해 대기업용 제품을 따로 출시한 뒤 상당히 높은 월 이용 가격을 책정했다. 제품은 여전히 상대적으로 저렴한 편이었으나, 가격으로 가치를 가늠하는 종래의 방식에도 크게 문제 될 것이 없는 가격이 된 셈이다. 이렇게 상품을 조정한 결과 회사는 지난날 낮은 가격 때문에 생긴 상품의 부정적 이미지를 씻어내는 데 성공했다.

가격의 플라시보 효과

가격이 쓸모없어진다면?

가격 앵커 효과

중간의 마법, 혹은 자물쇠 이야기

최저가도 최고가도 승리할 수 없다

누구도 사지 않는 효자상품

희소성을 창조하라

곁다리 선택지를 늘리면 판매량은 증가한다

가격문턱과 홀수가격

전망 이론

전망 이론과 가격

비즈니스석 또는 이코노미석?

공짜 혹은 유료: 커다란 차이

현금으로 내는게 좋다

신용카드의 유혹

'현금 돌려주기'와 그 밖의 이상한 형태들

달의 가격

가격의 구조

심성 회계

신경가격결정

결론: 주의하라!

4. 최적의 가격 포지셔닝

5. 이익을 내는 가격

6. 가격과 의사결정

7. 가격결정의 정수: 가격차별

8. 혁신적인 가격결정 방식들

9. 경제위기 상황에서의 가격결정과 가격전쟁

10. CEO가 해야할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