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l +All:read HermannSimon Confessions of the Pricing Man: How price affects everything <> = 1. 가격과의 고통스러웠던 첫 만남 = = 2. 모든 것은 가격을 중심으로 돈다 = = 3. 신비로운 가격결정 심리학 = 고전경제학에서는 합리적인 구매자와 판매자를 가정한다. 판매자는 이익을 극대화하려고 하는 한편, 구매자는 그들이 느끼는 가치, 혹은 경제학 용어로 그들의 ‘효용’을 극대화하고자 한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새뮤얼슨(1970년 수상)과 밀턴 프리드먼(1976년 수상)은 이 이론을 옹호하는 주요 인물이다. 프리드먼은 구매자가 복잡한 수학이나 우아한 경제학 이론을 이용해서 명쾌한 결정을 내리지 않음에도 결국에는 합리적으로 행동한다고 말했다. 합리성과 정보에 대한 이 같은 가정들에 처음으로 의문을 제기한 사람은 허버트 사이먼(1978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이었다.1 그는 사람들이 정보를 받아들이고 처리하는 능력에 한계가 있다고 보았다. 그래서 사람들은 자신의 이익과 효용을 극대화하고자 노력하지 않는다. 대신 ‘만족스러운’ 결과에 행복해한다. 그는 이 행위를 ‘만족화satisficing’라는 용어로 표현했다. 처음 제기된 의문과 유사하게, 심리학자 대니얼 카너먼과 아모스 트버스키는 1979년에 혁신적인 논문 〈전망 이론〉을 출판하면서 행동경제학이라 불리는 학파를 창시했다.2 카너먼은 2002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했다.3 이때부터 행동경제학을 연구하는 학자나 출판물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기 시작했다. 가격은 행동경제학에서도 마찬가지로 중심 역할을 수행하면서 종종 가격관리론의 시각에서는 이해할 수 없는 놀랍고도 비직관적인 결과를 이끌어내기도 한다. 행동경제학은 너무 복잡하고 포괄적이라 여기에서 모두 다룰 수는 없다. 일단 우리는 행동주의적 가격결정의 기초 요소들만 살펴보도록 하겠다. 행동경제학에 대해 더 알아보고 싶다면 대니얼 카너먼의 책 《생각에 관한 생각》을 추천한다. == 가격의 품격 효과 == 고전경제학에서 가격이 구매 결정에 관여할 수 있는 유일한 이유는 소비자의 예산에 충격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수요곡선은 음수의 기울기를 가지는데, 이는 가격이 높을수록 소비자는 더 적게 구매함을 의미한다. 그러나 때로는 완전히 비합리적인 결과들이 예외적으로 도출되기도 한다. 미국의 경제학자이자 사회학자인 소스타인 베블런은 1898년 자신의 고전적 연구서 《유한계급론》에서, 가격은 지위와 사회적 위신을 상징하는 것이며 따라서 구매자에게 또 다른 심리적 효용을 제공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를 가리켜 베블런 효과 혹은 속물 효과snob effect라고 한다. 사치재의 경우 가격은 그 자체로 제품의 품질이나 고급스러움의 지표가 된다. 유럽 TV홈쇼핑의 선두 주자인 미디어숍 그룹은 새로운 화장 용품을 29.90유로에 출시했으나, 판매가 부진했던 탓에 더 잘 팔리는 물건에 방송 시간을 내어준 적이 있었다. 몇 주 후, 이들은 같은 상품을 더욱 공격적인 판매 전략과 함께 33% 정도 인상된 가격인 39.90유로에 다시 출시했다. 이번에는 경영진이 최적의 가격을 잘 찾아낸 것이 틀림없었다. 단 며칠 새 판매는 급증했으며 일시적으로 물량이 부족할 정도였다. 이 제품은 ‘높은 가격에도 불구하고’가 아니라 ‘높은 가격 덕분에’ 미디어숍에서 매우 잘 팔리는 상품이 되었다. 프리미엄 상품이나 사치재의 경우에는 이 같은 품격 효과prestige effect가 존재하는지, 또 수요곡선이 우상향하는 부분이 있는지 살펴보아야 한다. 만약 그러하다면 최적의 가격은 절대로 수요곡선이 상승하는 부분에서 형성되지 않는다. 가격은 언제나 더 높은 곳을 찾아가기 때문에 결국 수요곡선이 다시 하락하는 지점에서 형성된다. 이는 내가 이 책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바를 한층 더 강조해준다. 당신은 수요곡선이 어떻게 생겼는지 알아야 하며, 정확히 알수록 더 좋다. 기업은 자신이 마주하는 수요곡선을 알지 못한다면 최적가격을 찾기 위해 어둠 속을 헤맬지도 모른다. 특히 프리미엄 상품이나 사치재의 경우에는 더더욱 그러하다. 만일 여전히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높은 가격대를 향해 조금씩 가격을 인상하면서 수요곡선을 더듬어보길 추천한다. 델보나 시바스 리갈의 경우에서도 그러했듯, 가격인상과 함께 디자인이나 포장을 개선하는 것 역시 매우 현명한 선택이다. == 품질 지표로서의 가격 == 소비자가 가격을 품질의 지표로 활용할 때에도 사치재의 경우와 비슷한 현상이 발생한다. 소비자는 가격이 낮아서 구매를 단념하기도 하는데, 가격 때문에 품질이 걱정되는 경우가 그러하다. 많은 소비자는 ‘싼 게 비지떡’이라 생각하며 저가 제품에는 눈길도 주지 않는다. 이와 정반대의 말을 믿는 소비자도 많다. 이들은 ‘높은 가격이 곧 좋은 품질’이라는 간단한 공식을 철칙으로 삼는다. 이 경우에는 가격인상이 판매량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 소비자가 가격에 크게, 혹은 완전히 의존해서 상품을 평가하게 될 때는 언제인가? 소비자가 겉으로는 알 수 없는 품질을 확신하지 못한다면 가격은 곧 품질의 지표가 된다. 완전히 새로운 상품이나 소비자가 거의 사본 적 없는 상품일 경우 이러한 상황이 발생한다. 가격이 품질 지표로서 활용되는 경우와 이에 따라 수요곡선이 상승하는 부분이 있음은 실증적으로도 수없이 관찰되었다. 가구, 카펫, 샴푸, 치약, 커피, 잼, 젤리, 라디오 등 수없이 다양한 제품군에서 이러한 현상이 발견되었다. 연구자들은 코 막힘 스프레이, 팬티스타킹, 잉크, 전자제품 등에서도 가격인상 후 판매량이 증가한 적이 있음을 발견했다. 한 전기면도기는 업계 1위인 브라운 사의 면도기와 비슷한 수준으로 가격을 크게 인상한 후 판매량이 4배 가까이 급증했다. 이들의 면도기는 여전히 상대적으로 저렴해 구매욕을 자극하기 충분했으나, 소비자는 더 이상 너무 저렴한 가격 때문에 면도기의 품질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었다. 나는 서비스업계, 특히 레스토랑과 호텔에서 이 같은 현상들을 목격했다. 기업 간 세계에서도 마찬가지다. 한 소프트웨어 회사는 사내용 클라우드 소프트웨어를 파격적으로 낮은 가격인 월 19.90달러에 출시했다. 동종 경쟁상품의 가격은 100달러가 넘어갔다. 출시 수개월 후 이 회사의 CEO는 나에게 다음과 같이 말했다. “중소기업들은 우리 제품의 가격에 열광했습니다. 처음으로 클라우드 시스템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으니까요. 그러나 대기업들은 저렴한 가격 탓에 우리 제품을 신뢰하지 않았습니다. 파격적으로 낮은 가격이 판매에 도움이 되기보다는 방해 요소로 작용한 셈이죠.”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상품과 가격에 차별성을 주어야 한다. 이 소프트웨어 회사는 몇 가지 기능을 추가해 대기업용 제품을 따로 출시한 뒤 상당히 높은 월 이용 가격을 책정했다. 제품은 여전히 상대적으로 저렴한 편이었으나, 가격으로 가치를 가늠하는 종래의 방식에도 크게 문제 될 것이 없는 가격이 된 셈이다. 이렇게 상품을 조정한 결과 회사는 지난날 낮은 가격 때문에 생긴 상품의 부정적 이미지를 씻어내는 데 성공했다. == 가격의 플라시보 효과 == 가격이 품질의 지표가 되기도 하는 성질은 때때로 단순한 지각의 단계를 넘어서서 진짜 플라시보 효과를 이끌어내기도 한다. 한 무리의 운동선수를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 똑같은 음료수를 89센트짜리로 알고 섭취했을 때보다 2.89달러짜리로 알고 섭취했을 때 훨씬 더 좋은 훈련 성과를 기록했다. 그러나 더 놀라운 점은 이 선수들의 지적 능력을 측정한 실험에서도 두 그룹 간 차이가 있었다는 사실이다. “더 낮은 가격에 에너지 드링크를 제공받은 참가자들은 같은 음료수를 정가에 구매한 참가자들보다 퍼즐 맞추기 실험에서 더 나쁜 성적을 보였다.”6 가격차이는 실제로 상당한 플라시보 효과를 이끌어낼 수 있다. == 가격이 쓸모없어진다면? == 시장에 품격 효과, 품질 효과, 플라시보 효과가 모두 있는 경우에는 가격 포지셔닝 및 가격소통 또한 이들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이들 효과는 가격경쟁력을 무장해제시킨다. 공급자가 시장 지분을 확대하기 위해 공격적인 가격결정을 동원한다 해도 그 노력은 수포로 돌아갈 것이다. 판매량과 시장 지분이 늘어나는 대신 오히려 줄어들 위험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이와 같은 현상들이 존재하는 시장에서는 앞서 설명한 효과들 때문에 이름 없는 브랜드나 잘 알려지지 않은 생산자의 시장 진입이 매우 어렵다. 저렴한 가격으로 소비자를 유혹하려는 시도는 무의미하다. 이름 없는 제품이나 인기 없는 브랜드의 상품이 세일에 들어간다고 해도 별다른 반응을 얻지 못하는 이유 또한 여기에 있다. 소비자는 낮아진 가격을 낮은 품질이나 낮은 품격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만일 기업이 가격을 경쟁 무기로 활용할 수 없다면 그다음에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가장 좋은 방법은 먼저 상품의 가격을 품질에 적당히 들어맞는 가격과 본래 소비자가 받아들이던 최저가 사이로 설정하는 것이다. 이 방법을 이용하려면 소비자가 실제로 상품의 품질을 알아보고, 상품을 좋아하며, 그 상품의 가격-가치 조합을 인정할 때까지 한동안 인내하고 기다려야 할 수도 있다. 아우디는 1980년대에 이 같은 문제를 겪었으며, 아우디가 본래 마땅히 가져야 할 가격과 품격을 되찾는 데에는 그로부터 20년이 걸렸다. == 가격 앵커 효과 == 품질에 대한 정보도, 품질을 가늠할 만한 척도도 없으며 동종 제품들의 가격대도 모르는 경우에 구매자는 어떻게 행동할까? 가령 인터넷을 뒤지고, 시험 보고서들을 읽고, 친구들에게 물어보는 등의 전면적인 조사를 통해 정보 격차를 줄이는 방법이 있다. 시간을 잔뜩 잡아먹는 이 방법은 새로운 차를 구매할 때처럼 주요한 구매 계획이라면 가능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그보다 훨씬 적은 가치만을 가지는 상품의 경우에는 어떻게 할까? 혹은 열심히 조사한 결과가 들인 노력만큼 소용이 없다면? 구매자는 참고할 만한 기준점 또는 ‘앵커anchor’를 찾게 된다. 수없이 다양한 정보들이 가격 앵커로 작동할 수 있다. 앵커 작용은 의식적인 수준에서 벌어질 필요도 없다. 우리는 소비자로서, 또 구매자로서 종종 무의식적으로 가격 앵커를 이용한다. 가격 앵커는 일반 소비자뿐만 아니라 전문가에게도 효과적으로 작용한다. 자동차 전문가들에게 중고차 가격을 매기도록 했던 실험 하나가 이를 잘 보여준다. 60명의 자동차 전문가를 대상으로 한 이 실험에서는 가격을 매겨야 하는 중고차 바로 옆에 우연히 서게 된 사람도 있었는데, 이 사람은 누구의 지시도 없이 중립적으로 가격을 매기면서도 자연스럽게 가격 앵커 효과를 일으켰다. 이 사람이 3,800달러의 가격을 매긴 경우에는 가격 앵커에 따라 다른 전문가들도 3,563달러의 가격을 매겼으나, 그가 2,800달러를 매기자 다른 전문가들도 평균 2,520달러의 평가 가격을 내놓았다.9 연구자들은 “가격 앵커는 예외적일 만큼 강력한 효과이기 때문에 피하기 어렵다”라고 결론지었다.10 == 중간의 마법, 혹은 자물쇠 이야기 == 가격 앵커 효과에 얽힌 또 다른 흥미로운 이야기로는 ‘중간의 마법’이 있다. 한 가격이 다른 가격들 사이에서 어떻게 보이는지는 소비자들의 행동에 강력한 영향을 끼친다. 나는 철물점에 가서 여러 종류의 자물쇠를 살펴보았는데, 가격은 4달러부터 12달러까지 다양했다. 내가 어떻게 행동했을지 짐작이 가는가? 일단 나는 가장 비싼 자물쇠들 중 하나를 살 만큼 엄청난 수준의 보안이 필요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한편으로 가장 싼 자물쇠의 품질은 조금 의심스러웠다. 그리하여 나는 중간 정도의 가격인 8달러짜리 자물쇠를 골랐다. 이 이야기에서 배울 수 있는 점은 무엇인가? 구매자는 동종 상품들의 가격대를 제대로 알지 못하거나 특정한 선호가 있는 경우가 아닌 이상 중간가격대의 상품으로 마음이 기울게 되어 있다. 이것이 판매자에게 의미하는 바는 무엇인가? 매우 단순한 이야기이지만, 판매자는 고객을 특정 가격으로 몰아넣고 다른 가격을 지워버리기 위해 동종 상품의 가격대를 이용할 수 있다. 만일 철물점에 있는 자물쇠들의 가격대가 4달러에서 16달러까지였다면 나는 아마도 10달러짜리를 구매했을지도 모른다. 가게 입장에서는 수입이 25% 늘어난 셈이며, 이에 따라 이익률 또한 늘어났을 것이다. == 최저가도 최고가도 승리할 수 없다 == 우리는 레스토랑에 온 손님이 와인을 고를 때에도 비슷한 상황을 목격할 수 있다. 손님 대부분은 와인 리스트를 훑어본 뒤 중간가격대의 와인을 선택한다. 가장 비싼 와인이나 가장 저렴한 와인을 고르는 손님은 소수에 불과하다. 중간가격은 신비로운 매력이 있다. ... 기존의 최저가 메뉴를 선택하는 사람이 지금까지는 거의 없었을지라도 레스토랑에서 그보다 더 싼 메뉴를 하나 추가하는 경우 기존 최저가 메뉴의 판매량은 곧 늘어날 것이다. 이는 간단하게 설명할 수 있다. 기존에 최저가를 담당했던 메뉴는 이제 중간가격대의 메뉴가 되었기 때문이다.11 구매자가 동종 상품들의 품질과 가격에 대해 객관적으로 알고 있는 정보가 적을수록 ‘중간의 마법’이 주는 효과는 더욱더 커진다. 혹자는 이러한 구매 행위가 매우 제한된 정보 하에서 가능한 한 최고의 결정을 내리고자 하는 매우 합리적인 소비 행위라고 말한다. 중간가격대의 상품을 선택함으로써 구매자는 자연스럽게 낮은 품질을 선택하게 되는 위험을 줄이는 동시에 과소비의 위험 또한 줄일 수 있다. 그러나 판매자는 이 점을 과도하게 이용하려 해서는 안 된다. 매우 높은 가격이나 매우 낮은 가격이 주는 가격 앵커 또한 염두에 두어야 하기 때문이다. 너무 높은 가격은 그다지 많은 돈을 쓰고 싶어 하지 않는 소비자를 몰아내며, 너무 낮은 가격은 품질에 대해 의심하는 소비자를 몰아낼 수 있다. == 누구도 사지 않는 효자상품 == 진열대에 그 누구도 사지 않을 상품 하나를 추가하는 것도 가격 앵커 효과와 함께라면 괜찮은 방법이 될 수 있다. 다음 이야기가 이를 잘 보여준다. 한 고객이 새로운 여행가방을 하나 사려고 캐리어 가게에 들어왔다. 가게 직원은 고객에게 어느 정도의 가격대를 생각하고 있는지 물었다. “200달러 정도를 생각하고 왔어요.” 고객이 말했다. “그 정도라면 괜찮은 제품들이 있죠.” 직원이 대답했다. “하지만 그 가격대의 제품들을 보기 전에, 제가 정말 괜찮은 걸로 하나 먼저 보여드려도 괜찮을까요?” 직원이 물었다. “더 비싼 캐리어를 팔려는 게 아닙니다. 그저 우리가 만드는 제품들을 다양하게 보여드리고 싶을 뿐이에요.” 이렇게 말한 직원은 손님에게 900달러짜리 캐리어를 보여주었다. 직원은 제품의 품질, 디자인, 브랜드에 대해 강조하면서 이 캐리어가 얼마나 최고급인지 설명했다. 그 이후 직원은 고객이 원하던 가격대의 제품을 보여주기 시작했지만, 중간중간 250달러에서 300달러 정도로 약간 비싼 가격대의 제품을 보여주는 것도 잊지 않았다. 고객은 이에 어떻게 반응할까? 이 고객은 본래 원했던 200달러 정도의 제품이 아니라 250달러에서 300달러 사이의 제품을 구매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900달러짜리 상품이 형성한 앵커 효과가 구매자의 지불용의가격을 끌어올린 셈이다. 가게는 900달러짜리 캐리어를 한 개도 판매하지 못하더라도, 순전히 그 상품이 만들어내는 앵커효과 때문에라도 계속해서 진열해놓는 것이 바람직하다. == 희소성을 창조하라 == 제품을 구매할 수 있는 기회가 한정되어 있다는 느낌은 구매욕을 크게 불러일으킨다. == 곁다리 선택지를 늘리면 판매량은 증가한다 == 지몬-쿠허&파트너스에서 우리는 달리 선택할 수 있는 상품을 더 많이 늘어놓음으로써 판매가 크게 증진될 뿐만 아니라 더 높은 가격의 상품에 수요가 집중되는 현상을 수도 없이 목격했다. 이 현상은 행동주의 가격결정 연구에서 아주 놀라운 발견이다. {{attachment:moinrpc-clipboard-image-Wyzz5l.png}} 합리적이고 고전적인 경제학의 시각으로 본다면 이 같은 현상은 말도 안 되는 일이다. 그 누구도 원하지 않는 선택지를 하나 추가했을 뿐인데 결합상품을 선택하는 응답자의 비율은 확연히 증가했다. 이 같은 구매 행위의 변화는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아마도 ‘제로의 마법’이 한 가지 가능한 설명일 것이다. 신용카드 단일상품과 저축통장-신용카드 결합상품을 같은 가격에 제공했다는 것은 소비자 입장에서 볼 때 추가비용 없이 저축통장 또한 누릴 수 있는 이득이 발생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를 놓치기 힘든 유혹으로 받아들인 많은 고객이 결합상품을 선택했다. 앞서 논했던 앵커 효과 또한 한몫했다. 실험 B에서 제시된 3가지 선택지 중 2가지는 2.50달러에 제공되었는데, 이로써 상품의 평균가격이 상승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지불용의가격도 높아졌다. 지금까지 이야기한 2가지 경우는 심리적 효과가 상당히 중요하며 가격을 설정하고 제품 구성을 계획하는 데 크게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명확하게 보여준다. 원가를 높이지 않더라도 진열대의 제품 구성이나 가격을 약간만 바꾼다면 수입과 이익에 어마어마한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 가격문턱과 홀수가격 == 가격문턱과 숫자 9의 가격결정을 이야기하지 않고서는 가격결정 심리학을 전부 설명할 수 없다. 가격문턱이란 이 가격을 넘어갈 때 판매가 크게 변화하는 가격 선을 말한다. 그래프에서 수요곡선이 크게 꺾이는 지점을 가격문턱이라 생각해도 무방하다. 가격문턱 효과는 정수로 떨어지는 가격, 예를 들자면 1달러, 5달러, 10달러, 100달러 등에서 주로 나타난다. 수많은 가격이 가격문턱 바로 아래에서 형성되며, 수많은 가격이 숫자 9로 끝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상한 가격의 존재를 이야기할 때에는 소비자가 가격을 숫자로 보았을 때 가장 먼저 읽게 되는 왼편 숫자에 오른편 숫자보다 훨씬 더 큰 인상을 받는다는 점을 빼놓을 수 없다. 또 다른 가정으로는 고객이 9로 끝나는 가격을 할인이나 특가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는 설이 있다. 가격을 1달러에서 99센트로 인하하기만 해도 판매가 크게 증가하는 경우가 더러 있다. == 전망 이론 == 카너먼과 트버스키는 긍정적인 한계효용과 부정적인 한계효용이 서로 비대칭적이라고 주장했다. [표 3-3]은 이들이 ‘전망 이론’이라고 부르는 개념의 기본 요소들을 보여준다. {{attachment:moinrpc-clipboard-image-2eYDBV.png}} 전망 이론은 (이득으로부터 나오는) 양수의 한계효용과 (손해로부터 나오는) 음수의 한계효용을 구별한다. 음수의 한계효용을 일컫는 더 정확한 말은 아마 ‘한계손실’ 정도일 것이다. 한계손실 곡선은 왼쪽 아래의 사분면에서 나타난다. 이득에서 나타나는 패턴과 비슷하게, 한계손실은 전체 손실의 크기가 증가할수록 작아진다. 이는 놀라운 결과가 아니다. 전망 이론의 가장 놀라운 부분은 다음에 있다. 손해나 이득의 절대적 크기가 같다고 하더라도, 손해에서 나오는 음수의 한계효용은 같은 크기의 이득에서 나오는 양수의 한계효용보다 크다. 다시 말해 손해와 이득의 정도가 그 자체로는 똑같은 상황에서도 우리가 손해로 느끼는 고통은 이득으로 느끼는 행복보다 크다. 실제 상황에 이를 적용한다면 몇 가지 놀라운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총효용 그 자체뿐만 아니라 각 효용이 어디에서 비롯되었는지 역시 개인에게 매우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 전망 이론의 놀라운 발견들 중 하나다. == 전망 이론과 가격 == 전망 이론은 가격과 어떤 관계가 있을까? 카너먼의 저서에서 “가격결정”이라는 단어는 딱 2번 등장할 뿐이지만, 그럼에도 전망 이론은 가격결정에서 매우 중대한 역할을 한다. 가격을 지불하는 행위는 음수의 효용을 가져다준다. 개인이 부담하는 총량은 희생이자 손실이다. 반면 구매 행위와 상품 및 서비스의 사용은 이득이 되어 양수의 효용을 만들어낸다. 이득과 손해에서 나오는 효용의 비대칭성은 종종 일반적이지 않은 효과를 불러오기도 한다. 그중 하나가 바로 소유 효과인데, 카너먼이 학생들과 함께 진행한 실험에서 이를 잘 찾아볼 수 있다. 한 그룹의 학생들은 대학교의 로고가 그려진 머그컵을 받았다. 머그컵은 개당 6달러 정도였다. 또 다른 그룹의 학생들은 아무것도 받지 않았지만, 이들은 머그컵을 받은 학생들에게서 머그컵을 구매할 수 있었다. 이 잠재적 구매자와 판매자는 어떻게 행동했을까? 판매자들이 제시한 머그컵 가격은 평균 7.12달러였다. 반면 머그컵을 살 수 있는 학생들이 제시한 가격은 평균 2.87달러로, 큰 차이를 보였다. 우리가 이미 가진 무언가를 포기하는 데서 발생하는 음수의 효용은 우리가 애초에 사야 했던 무언가를 얻을 때 발생하는 양수의 효용보다 훨씬 크다. 우리는 이미 가지고 있는 것들을 좀처럼 포기하려 하지 않는다. == 비즈니스석 또는 이코노미석? == 전망 이론은 또한 내가 종종 습관처럼 하는 행동도 설명해줄 수 있다. 몇 년 전 보스턴에서도 이와 비슷한 일이 있었다. 당시 항공사가 나에게 이코노미 좌석으로 바꾸는 대신 제시했던 금액은 1,000달러였다. “여섯 시간 반짜리 비행치고 나쁘진 않네요.” 나는 당시 동행했던 아내에게 말했다. 그러나 내 아내는 상황을 더욱 합리적으로 볼 줄 알았으며, 더 적당한 대답 또한 알고 있었다. “1,000달러는 당신이 티켓을 살 때 비즈니스 클래스를 타기 위해 추가로 냈던 돈과 똑같아요.” 그녀가 말했다. “그렇다면 왜 애초에 1,000달러를 아껴서 이코노미 클래스를 예약하지 않았던 거죠?” 물론 그녀가 옳았다. 애초에 내가 비행기를 예약할 때에는 불편하기 짝이 없는 이코노미 클래스를 선택할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나는 왜 갑자기 이코노미 좌석으로 다운그레이드하는 거래를 받아들일 마음이 생겼던 걸까? 전망 이론은 이에 대해 그럴듯한 설명을 내놓는다. 최초로 비행기 티켓을 예약할 때 발생한 음수의 효용, 즉 내가 신용카드로 지불할 당시의 효용은 루프트한자 직원이 나에게 제시한 현금이 주는 양수의 효용보다 더 작았기 때문이다. == 공짜 혹은 유료: 커다란 차이 == 전망 이론은 또 다른 현상도 설명할 수 있다. 당신이 어느 야외 콘서트 티켓을 받았다고 가정해보자. 콘서트 당일 갑자기 비가 오기 시작했다. 당신이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콘서트를 갔을 때 발생하는 불편은 당신이 티켓을 선물로 받았을 때보다 티켓을 직접 돈을 주고 구매한 경우 훨씬 더 커진다. 두 상황 모두 ‘매몰비용’이 존재한다. 당신이 콘서트에 가든지 말든지 돈은 이미 사라지고 없다. 그러나 티켓 값의 ‘본전’을 찾고자 하는 마음은 당신이 직접 티켓을 구매했을 때가 훨씬 더 크다. 전망 이론의 시각에서 보자면, 티켓이 당신에게 어느 정도의 비용을 발생시켰을 때 음수의 효용은 더욱 커진다. == 현금으로 내는게 좋다 == 빚에 허덕이는 사람들, 혹은 알뜰하게 절약하며 살고 싶은 사람들에게 연구자들이 전하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언제나 현금을 사용하라! == 신용카드의 유혹 == 신용카드 사용이 무척이나 유혹적인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다. 신용카드를 쓰면 카드 값이 청구되기 이전까지의 몇 주 동안 마음대로 소비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신용카드 지불은 우리 주머니에서 실제로 돈이 빠져나가는 것을 지연시킨다. 이에 따라 우리는 카드로 계산할 때 훨씬 더 작은 음수의 효용을 경험한다. 우리가 명세서나 거래내역서를 월 단위로 받는 것 또한 개별적인 지출 하나하나의 기억을 흐리게 만든다. 이 역시 마음이 덜 쓰이게 되는 셈이다. 소비자는 또한 카드를 이용하면서 약간의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 '현금 돌려주기'와 그 밖의 이상한 형태들 == 전망 이론은 또한 고전경제학의 시각에서만 본다면 이상할 수도 있는 몇몇 가격체계를 설명해준다. ‘현금 돌려주기’(캐시백)는 자동차 거래에서 흔하게 이용되는 판매 전략이다. 3만 달러짜리 자동차를 구매한 뒤 2,000달러를 현금으로 돌려받는 식이다. 어떻게 이 방법이 사용될 수 있단 말인가? 전망 이론은 이에 대한 답을 해준다. 3만 달러를 지불하는 행위는 상당한 정도의 부정적 효용을 발생시키는데, 이는 새로운 차에 의한 긍정적 효용으로 상쇄된다. 그에 더해서 2,000달러를 현금으로 돌려받으면서 긍정적 효용이 추가적으로 발생한다. 이 같은 조합은 단순히 차를 2만 8,000달러에 곧바로 구매하는 것보다 훨씬 더 높은 총효용을 지각하게 만든다. 만일 자동차 딜러가 수표나 계좌이체, 신용카드 등을 받는다면 긍정적 효용은 한층 더 커질 수 있다. 이 경우 지불은 눈에 보이지 않는 방식으로 이루어졌지만, 캐시백은 현금이라는 물리적 형태로 수중에 들어온다. 더 나아가 상당한 빚을 지고 있는 소비자일 경우 캐시백으로 받는 현금은 간만에 만져보는 돈이 될지도 모른다. 전망 이론의 맥락에서 캐시백은 이 같은 과정을 통해 효과적인 전술로 거듭난다. == 달의 가격 == 일상생활에서 우리는 그 누구도 지불하지 않는 가격, 이른바 ‘달의 가격moon prices’을 끊임없이 마주하게 된다. 판매자는 상품을 100달러에 내놓고 25% 할인을 해주는 것이 좋은가, 아니면 단순히 75달러로 가격을 매기는 것이 나은가? 최종 결과만을 생각하는 고전경제학에서는 이 같은 질문에 해답을 내놓을 수 없다. 어쨌든 소비자는 75달러를 내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망 이론은 해답을 가지고 있다. 리베이트는 고객에게 추가적인 긍정적 효용을 준다. 즉 단순히 75달러짜리 상품을 구매하는 것보다 100달러 가격이 붙은 상품을 25% 할인가에 구매할 때 더 큰 총효용을 얻는다는 말과 같다. 특히 자동차 딜러들이 이러한 전략을 자주 사용한다. 이들은 일단의 고시가격을 내놓지만, 그 가격에 자동차를 파는 일은 거의 없다. 왜 이 같은 ‘달의 가격’이 작동하는 걸까? 2가지 이유가 있다. 첫 번째, 더 높은 가격은 가격차별의 기회를 만들어준다. 모든 구매자에게 같은 할인가가 제시되지는 않는다. 판매자의 역할 중 하나는 고객을 잃지 않으면서도 가능한 한 작은 할인을 제시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두 번째 이유는 전망 이론에서 찾아볼 수 있다. 나는 최근 차를 새로 구매하면서 이를 직접 경험했다. 가장 먼저 나는 새 차를 구경하면서 기쁨(긍정적 효용)을 누렸다. 그러나 나는 또한 협상을 통해 가격을 대폭 할인받았는데, 이 또한 거래를 통해 내가 얻게 되는 총효용에 적잖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성공적인 가격협상으로 가격을 할인받는 일은 그 할인 폭이 실제로는 미미할지라도 매우 기분 좋은 일임을 부정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누구나 한두 번쯤 경험해보았을 것이다. == 가격의 구조 == 전망 이론은 가격체계를 세우는 방법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주는데, 가격표기 방식price metrics 또한 여기에서 따져보아야 할 점들 중 하나다. 가격표기 방식이란 판매자가 가격을 고시할 때 사용하는 단위를 말한다. 고객이 프리미엄을 실제로 지불하는 상황을 생각해본다면, 12개월 내내 매월 50달러씩 지불하는 것보다 600달러를 일괄 지불하는 쪽이 더 괜찮아 보인다. 매달 프리미엄을 지급해야 한다면 결국 1년에 12번씩이나 ‘출혈’이 있는 셈이며, 이로써 발생하는 부정적 효용의 총량은 일괄 지불하는 경우의 부정적 효용보다 훨씬 더 커진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인센티브 지급이나 상환은 여러 번에 걸쳐 진행될 때 더 나은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이들 장치로 발생하는 좋은 감정이 매번 되살아날 수 있기 때문이다. 신문 구독의 경우에도 (1년 구독료가 360달러라고 한다면) 12개월 내내 매번 절차를 거쳐서 30달러씩 지불하기보다 한 번에 360달러를 지불하는 쪽이 나아 보이는 것 역시 같은 맥락에서 설명할 수 있다. 한 연구에 따르면, 피트니스 센터의 경우 등록비를 12개월 분할 납부하는 쪽이 더 나은 결과를 가져왔다. ... 피트니스 센터가 매달 등록비를 청구한다면 고객으로서는 돈을 지불한 만큼 더 열심히 운동해야 한다는 자극을 받게 된다. 그래서 시간이 지난다고 해도 회원들의 피트니스 센터 이용 강도는 여전히 높게 유지될 것이며, (피트니스 센터가 가장 원하는 바와 같이) 회원들이 등록을 갱신하는 일 역시 많아질 것이다. 결국 이 경우에는 전망 이론과는 정반대로 매월 분할 납부하는 방식이 추천된다. == 심성 회계 == 심성 회계mental accounting 이론을 발전시킨 시카고 대학의 리처드 탈러 교수는 소비자가 자신의 거래를 각기 다른 마음의 계좌에 넣어놓는다고 주장했다. 소비자가 돈을 얼마나 쉽게, 혹은 얼마나 조심스럽게 사용하는지는 그 돈이 마음의 어느 계좌에 들어 있는지에 달려 있다.33 마음의 계좌들은 음식, 휴가, 취미, 자동차, 선물 등 각기 다른 기준이나 필요에 의해 구분된다. 이 같은 카테고리 구분은 소비자가 예산을 짜고, 소비를 계획하며, 지출을 되돌아보는 데 도움을 준다. 각각의 계좌는 각기 다른 지출 행위의 대상이 되면서 각기 다른 가격민감도를 가진다. 전망 이론에 따르자면 마음의 계좌들은 각각 다른 부정적 효용곡선을 가질 것이다. == 신경가격결정 == 신경가격결정neuro-pricing 분야의 새로운 연구들은 행동주의 가격결정을 토대로 하며, MRI(자기공명영상) 등 현대 기술을 동원해 가격 자극에 대한 신체적 자극을 측정하면서 연구 범위를 넓히고 있다. 신경가격결정 연구가 지금까지 내놓은 발견이나 통찰은 실질적으로 가격을 추천하는 데 사용되기에는 아직 미미한 수준이다. == 결론: 주의하라! == 당신은 행동경제학을 염두에 두어야 하지만, 그와 함께 상당한 주의를 기울여야만 한다. = 4. 최적의 가격 포지셔닝 = == 저가를 활용한 성공 전략 == == 알디 == == 이케아 == == H&M 및 자라 == == 라이언 항공 == == 델 == == 저가 대체재 == == 아마존과 잘란도: 수익 vs. 이익 == == 저가 전략의 성공 요인 == == 초저가: 저가보다 더 낮출 수 있는가? == == 르노의 다치아 로간과 타타의 나노 == == 혼다 웨이브 == == 그 밖의 소비재와 산업재의 초저가 포지셔닝 == == 선진국 판매용 초저가 상품? == == 초저가 정책의 성공 요인 == == 고가 정책의 성공 전략 == 높은 가격, 높은 마진, 높은 이익. 이 3가지 요소는 얼핏 함께 다닐 것만 같은 트리오처럼 보이지만, 서로의 관계는 그리 단순하지만은 않다. 만일 고가 정책이 언제나 성공을 보장한다면 모든 기업이 이 같은 정책을 취하려 할 것이다. 이 공식이 적용되려면 적어도 2가지 다른 조건이 더 필요하다. 이익을 창출하는 다른 2가지 요소, 즉 원가와 생산량이 제대로 관리되고 있는지 확인해야 하는 것이다. 만일 원가가 높으면 높은 가격으로도 높은 매출총이익을 보장할 수 없다. 높은 매출이익은 가격과 비용이 충분히 차이 날 때에만 높은 이익으로 이어진다. 이는 절대로 간과해서는 안 되는 사안이다. 고객은 상품이나 서비스에서 높은 가치를 찾을 수 있을 때에만 기꺼이 높은 가격을 지불한다. 높은 가치는 결국 높은 생산원가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으며, 실제로도 높은 가격을 설정하기 충분한 수준의 품질을 만들어내고 유지하는 데 너무 많은 비용이 소요되는 경우가 자주 발생한다. 만일 가격이 너무 높아서 생산량이 매우 적어질 수밖에 없다면 기업은 충분한 이익을 창출하지 못할 수도 있다. 다음으로 고가 전략의 2종류인 프리미엄과 럭셔리에 대해 살펴보겠다. == 프리미엄 가격결정 == 프리미엄 가격은 ‘보통’ 혹은 ‘평균’ 가격보다 얼마나 높은 가격을 말할까? 물론 이 질문에 대한 일반적인 정답은 없다. 벤&제리의 16온스짜리 피스타치오 아이스크림은 3.49달러로 온스당 22센트다. 미국 뉴잉글랜드 주의 로컬 브랜드인 브리검Brigham이 내놓은 32온스짜리 피스타치오 아이스크림은 2.99달러로 온스당 9.3센트다. 온스당 가격차이가 133% 나는 셈이다. 크레욜라의 24색 크레용은 1.37달러지만 크라즈아트의 24색 크레용은 고작 57센트로, 무려 140%나 차이 나는 가격이다. 밀레의 세탁기를 사려면 메이택이나 제너럴 일렉트릭 제품을 사는 것보다 2배 가까운 돈이 든다. 금액으로 따지자면 수백 달러가 더 드는 셈이다. 여기서 이야기하는 가격격차는 결코 미미한 수준이 아니다. 우리는 비율로 보건 절댓값으로 보건 엄청난 수준의 가격격차를 논하고 있다. 그럼에도 프리미엄 제품이 저렴한 대체재보다 더 높은 시장점유율을 확보한 경우는 드문 일이 아니다. 프리미엄 상품이 시장을 주도하는 일은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어떻게 가능한 일일까? 또한 이익에는 어떤 영향이 미칠까? 해답은 바로 높은 수준의 지각된 가치 혹은 효용에 있다. 높은 수준의 고객가치는 결코 우연이 아니며, 오로지 훌륭한 제품이나 서비스에서 비롯된다. 프리미엄 가격결정은 곧 높은 가치를 제공한 뒤에 그 대가로 프리미엄 가격을 요구하는 일을 말한다. == 애플 vs. 삼성 == 애플이 다르게 행동한 점은 무엇이었을까? 애플의 아이팟은 4가지 요소를 한데 결합시켰다. 강력한 브랜드, 세련된 디자인, 사용자 친화성, 그리고 통합 시스템이 바로 그것이다. 이 조합으로 고객은 훨씬 더 높은 가치를 지각할 수 있었으며, 그 높은 가치는 곧 높은 가격과 높은 생산량, 그리고 천문학적 이익으로 이어졌다. 달리 말하자면 높은 가격을 지탱하는 높은 고객가치에 집중한 셈이다. == 질레트 == == 밀레 == == 포르쉐 == == 에네르콘 == == '벅스' 버거 버그 킬러(BBBK) == == 프리미엄 전략에도 역효과는 있다 == 높은 가치를 만들어내기 위한 시도들이 모두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에너지 효율 전구가 한 예시다. 1990년 초 처음 출시된 에너지 효율 전구는 전통적인 백열전구보다 훨씬 절약적이었다. 에너지는 아주 조금 드는 데 비해 10배는 더 오래 사용할 수 있었다. 전구 하나당 전체 수명을 놓고 따지자면, 비용으로 계산했을 때 최대 65달러 정도 절약할 수 있는 셈이었다. 그러나 전구 생산자들은 이 추가적인 가치를 그에 걸맞은 높은 가격으로 연결시키는 데 완전히 실패했다. ... 수입제품은 똑같은 수준의 품질도 아니었으며 그만큼 오래가지도 못했으나, 그 차이를 소비자들이 구매하는 그 순간에 알아차리기는 힘들었다. 수입제품의 낮은 가격 역시 강력한 가격 앵커로 작용했다. 여기에 더해 전구는 저관심 상품에 속한다. 소비자들은 에너지 효율 전구의 프리미엄 가격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새로운 가격 표기법을 도입하는 일은 기업이 가치를 새로이 창출할 수 있는 매우 확실한 방법이다. 전구 생산업체는 전구를 판매하는 대신 시간당 조광을 제공하고 그 서비스에 대해 가격을 청구할 수도 있었다. 스쿠터 회사는 스쿠터를 판매하는 대신 km 단위로 운송을 제공할 수도 있었다. 미쉐린은 현재 타이어 그 자체가 아닌 타이어의 사용량을 판매하고 km당 가격을 청구한다. 우리는 이 같은 사용량만큼 지불하기pay-per-use에 대해 8장에서 좀 더 자세히 다룰 것이다. == 프리미엄 가격전략의 성공 요인 == 성공적인 가격결정 전략의 공통 요소들은 무엇일까? 어떤 조언이 필요할까? 1. 훌륭한 가치는 필수적이다: 프리미엄 가격결정은 기업이 우수한 고객가치를 제공할 때에만 계속해서 작동한다. 2. 가격-가치 관계는 결정적인 경쟁 우위다: 품격 효과에 크게 의존하는 럭셔리 제품과는 달리, 성공적인 프리미엄 제품들은 (객관적으로 측정된 절댓값이) 높은 가치로부터 진정한 경쟁 우위를 만들어낸다. 이 점은 적절한 가격-가치 관계를 통해 드러난다. 3. 혁신이 곧 기초다: 일반적으로 혁신은 성공적이고 지속 가능한 프리미엄 가격 포지셔닝의 근간이 되어준다. 근본적 혁신은 물론이며, 밀레의 모토인 ‘항상 더 나은 것’같이 계속되는 자기 개선 또한 여기에 포함된다. 4. 지속 가능한 고품질 또한 필수적이다: 이 전제 조건은 계속해서 여러 번 등장하고 있다. 성공적인 프리미엄 생산자들은 높고 일정한 수준의 품질을 유지한다. 이들의 서비스 또한 같은 조건을 충족시킨다. 5. 프리미엄 가격결정자들은 강력한 브랜드를 보유한다: 강력한 브랜드는 여러모로 도움이 되지만, 그중에서도 주로 일시적으로 끝나는 기술 우위를 장기적인 이미지 우위로 바꿔준다는 이점이 있다. 6. 프리미엄 가격결정자들은 소통에 많은 자원을 투자한다: 이들은 제품의 가치와 장점을 소비자가 지각하고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기억하라, 오로지 지각된 가치만이 영향력을 가진다. 7. 프리미엄 가격결정자들은 특가 할인을 피한다: 이들은 프로모션이나 특가 판매를 잘 활용하지 않는다. 만일 이들이 프로모션을 너무 자주, 혹은 너무 큰 폭으로 제공한다면 프리미엄 가격 포지셔닝은 위험에 빠질 것이다. 프리미엄 가격결정의 주요 과제로는 가치와 비용 사이에 균형을 맞추는 일이 있다. 여기서 강조하는 높은 고객가치란 제품 그 자체에 관련된 개념이기도 하지만, 그뿐만 아니라 제품을 둘러싸고 있는 여러 이점들 또한 포함된다. 그러나 이 와중에도 비용은 여전히 감당할 수 있는 범위에서 조정되어야 한다. == 럭셔리 상품 가격결정의 성공 전략 == == 럭셔리 시계의 가격은 얼마인가? == == 스위스 시계들 == == LVMH와 라슈몽 == == 럭셔리 상품 시장의 걸림돌 == == 마이바흐 == == 럭셔리 상품 가격에는 한계가 있을까? == == 지속적인 가치 창출을 위한 도전 == == 한정 생산량 준수하기 == == 럭셔리 상품 가격전략의 성공요인 == == 가장 전망이 밝은 가격전략은 무엇인가? == = 5. 이익을 내는 가격 = = 6. 가격과 의사결정 = = 7. 가격결정의 정수: 가격차별 = = 8. 혁신적인 가격결정 방식들 = = 9. 경제위기 상황에서의 가격결정과 가격전쟁 = == 경제위기란 무엇인가 == 이 책에서 말하는 ‘경제위기’란 수요가 폭락하는 현상을 가리킨다. 수요가 폭락하면 가격결정에도 지대한 영향이 미친다. == 판매량 감소인가, 가격인하인가? == 경제위기에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경제위기 때 가격과 수량을 관리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서로 매우 다른 의견들이 있을 수 있다. 자동차 업계의 CEO 2명이 남긴 다음의 말을 통해 이를 알아보도록 하자. * 먼저 제너럴 모터스의 전 CEO였던 리처드 와고너의 말을 살펴보자. “우리 업계의 고정비는 매우 높은 수준입니다. 그러므로 경제위기 때 판매량을 줄이기보다는 가격을 낮추는 편이 더 낫습니다. 우리는 이 전략을 통해 다른 몇몇 경쟁사하고는 달리 여전히 수익을 올리고 있습니다.”1 * 전 포르쉐 CEO였던 벤델린 비데킹은 이와는 180도 다른 의견을 내놓았다. “가격을 일정하게 유지하여 우리 브랜드를 보호하는 한편으로 중고차 가격 또한 유지하는 것이 우리의 정책입니다. 수요가 줄어들면 생산량을 줄이지만, 가격은 낮추지 않습니다.”2 그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다음과 같은 말도 남겼다. “한 가지만은 확실하게 말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수요가 없어서 이미 자동차가 넘쳐나는 시장에 더 많은 자동차를 밀어넣는 짓은 하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는 언제나 시장 수요보다 한 대 모자라는 자동차만 생산할 것입니다.”3 두 경영자는 모두 위기 때의 수요 감소에 대해 말하면서도 정반대의 결론에 이르렀다. * 제너럴 모터스는 판매량 감소를 저지하거나 약화하기 위해 가격을 낮춘다. * 포르쉐는 가격 하락을 저지하거나 약화하기 위해 생산량을 줄인다. == 현명한 가격인하 방법 == 만약 가격인하나 가격양보를 더 이상 피할 방법이 없다면, 기업은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수량에 대한 긍정적 효과를 극대화하는 것을 목표로 가격인하를 계획해야 한다. 공급자는 가격을 올리거나 내리는 데 관계 없이 비대칭적인 이해관계를 가진다. 가격인상은 소비자가 눈치채지 못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경우인데, 가격인하는 더 많은 소비자가 눈치챌수록 긍정적 수량 효과가 더욱 커진다. 커뮤니케이션을 이용해 해당 제품이나 서비스의 가격탄력성을 높이는 것은 공급자의 몫이다. 실증 연구로 밝혀진 바에 따르면, 가격인하와 함께 특별 가격 주도 광고, 추가 상품 배치, 특별한 사이니지signage 등이 사용되는 경우 판매량은 훨씬 더 큰 폭으로 증가한다. 판매량 증대는 그 어느 때보다도 경제위기 때 반가운 소리겠지만, 이렇게 힘든 시기에는 홍보 예산 또한 제한된다는 것이 문제다. 그래서 기업은 딜레마에 빠진다. 가격을 더 내려야 할 상황이 올 수도 있지만, 낮아진 가격을 효과적으로 홍보할 돈은 더욱 없어지는 셈이다. 정부의 지원 없이도 성공적으로 위기를 벗어난 경우를 살펴보자. 독일의 생활용품 체인점 헬라Hela가 그 주인공이다. 오늘날까지도 독일의 소매상점은 일요일에 문을 열지 않으며, 1년에 4번 지정된 날에만 휴일 영업을 한다. 2009년의 어느 일요일, 헬라의 지점 한 곳에서 모든 상품에 대해 20% 할인 행사를 진행했다.9 가게 주변의 주차장이 가득 찬 것은 물론이며 근방의 길거리까지도 이곳을 방문한 이들의 자동차 때문에 움직일 수 없을 지경이었다. 물건은 끊임없이 팔려 나갔다. 극적인 가격인하(20% 할인)와 효과적 홍보(일요일 영업)를 결합함으로써 소비자들이 불확실성을 배제하고 쇼핑에 나서도록 독려한 것이다. 그러나 헬라가 수많은 방문객으로 실제 더 많은 이익을 창출했는지는 또 다른 이야기다. 전 품목 20% 할인에 따른 판매량 증가분은 가격인하에 의한 손실을 상쇄할 수 있었을까? 헬라의 총 이익률이 25%였다고 가정해보면, 20% 할인 행사를 통해 평소보다 다섯 배 많은 판매량을 기록해야만 평소와 같은 수준의 이익을 획득할 수 있다. 아무리 불황기라고 하더라도, 또 행사를 아무리 효과적으로 홍보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이 같은 가격인하 정책은 매우 조심스럽게 이용해야만 한다. == 가격인하 대신 현금이나 상품을 제공하라! == 가격양보는 거래비용이 더 적은 현금 돌려주기 방식이나, 상품 또는 서비스의 추가 제공을 통해 이루어질 수도 있다. 가격을 낮추는 대신 상품이나 서비스를 추가로 제공하는 방식은 특히 불황기에 몇 가지 장점을 가진다. * 가격: 기존의 가격 수준을 바꿀 필요가 없다. * 이익: 같은 비율을 가정한다면, 판매자는 직접 할인을 제공하는 대신 상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할 때 더 큰 이익을 얻을 수 있다. * 수량: 이 같은 방식에는 더 많은 상품이나 서비스가 동원되며 직원들 또한 계속 일할 수 있다. 놀이터 시설을 만드는 한 기업을 통해 이 방식을 좀 더 알아보자. 불황이 닥치자 이 기업은 재판매업자들이 놀이기구 5개를 구매하는 경우 1개를 추가로 제공하는 특별 행사를 실시했다. 상품은 가구 1개당 1만 달러였으며, 5개 가격에 6개를 받을 수 있으니 총 16.7%가량 할인을 받는 셈이었다. 추가 상품으로 할인을 대체하는 이 방식은 곧 수량, 직원 가동률 및 이익 모두를 개선할 수 있다. 또 다른 장점도 있다. 만일 제조업체가 5+1 행사를 불황기에 한정적으로 진행한다고 발표한다면 경제가 안정되었을 때 행사를 끝내기도 쉬워진다. ‘불황기 한정 가격’인 8,330달러를 불황 이전의 가격인 1만 달러로 다시 높이는 일은 이보다 훨씬 힘들 것이다. == 소비자의 레이더망 벗어나기 == == 최악의 악몽: 설비과잉 == == 불황기의 가격인상 == == 가격전쟁 == = 10. CEO가 해야할 일 = ---- CategoryBusiness CategoryBo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