옮긴이의 글

2010년 나는 윌리엄 더건William Duggan 교수의 책/전략적 직관이라는 책을 읽고, 그와 관련해 GaryKlein과 이메일로 대화를 나누게 됐다. 더건이 그의 책에서 언급하는 전략적 직관은 그동안 게리가 연구해온 직관과는 달리 새로운 상황에서 돌파구를 찾는 것으로, 좀 더 오랜 기간에 걸쳐 형성되는 것이었다. 게리는 더건이 이야기하는 전략적 직관을 ‘통찰’이라고 부르고 싶다고 했다. 그리고 이는 중요한 주제이기에 더건과 협력할 방법을 찾고 있다고 했다.

이렇게 내 머릿속에서 자연주의적 의사결정과 전문성 연구라는 주제가 서로 손을 맞잡게 된 것은 사실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휴리스틱스heuristics와 편향 연구자들은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얼마나 형편없는지를 밝히고 그들을 조소하기 위해 애쓰는 듯 보였다. 이에 반해 자연주의적 의사결정 연구자들은 전문가들이 얼마나 놀라운지 밝히기 위해 애쓰고 있었다. 전문성 연구에서는 후자와 비슷하게, 전문가의 능력은 분명 일반인들과 구별되며 대단한 것이라고 인정하면서 전문성을 갖추기까지의 독특한 과정을 중요하게 다룬다.

특히, 이 전문성 연구에서 근래 주목받고 있는 주제 중 하나는 ‘적응적 전문성adaptive expertise’이다. 이는 기존에 접하지 않은 문제 상황에서 새로운 해결책을 내고 문제를 풀어나가는 능력을 뜻하는데, 한 가지 작업을 계속 반복함으로써 전문가가 되어 동일 작업을 더욱 효율적이고, 더 신속하게, 또 실수를 줄이는 ‘반복적 전문성routine expertise’에 반대되는 개념이다. 그런데 게리의 직관 개념은 반복적 전문성에는 잘 들어맞지만, 적응적 전문성에는 딱 들어맞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그래서 이에 어울리게 만드는 방법을 모색해오다가 나는 게리의 통찰에 대한 연구를 접하면서 몇 가지 힌트를 얻었다. 적응적 전문성은 통찰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통찰을 얻으려면 결국 새로운 이야기를 구축해야 한다. 또한 그러기 위해서는 다양한 시각으로 상황을 해석해야 한다.

이렇게 예로 든, 페니베이커의 연구나 심판근거 인지치료, 동기 면담 등은 모두 통찰에서의 다양한 시각의 중요성을 보여준다.

이런 면에서 볼 때, 게리가 이 책에서 소개한 세 갈래 경로 모형 자체가 우리에게 다양한 시각을 갖게 만들어줌으로써 통찰을 얻게 하는 데에 효과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어떤 상황에서 세 갈래 경로 모형 중 어느 경로가 내게 통찰을 줄 것인지를 예측하기는 쉽지 않다. 그것은 통상 사후에 알게 되는 것이다. 그럴 경우 이 세 가지 경로 모두에 가능성을 열어두고, 다양한 시각과 경로를 함께 고려해볼 것을 권한다. 이 점을 생각하면서 14장 ‘우리 자신을 돕기’를 읽으면 좀 더 와 닿지 않을까 싶다.

어떻게 실수 예방 문화에서 벗어나 실수 관리 문화에 가까워질 수 있을까? 개인적인 경험으로 미루어 보자면, 사람들이 통찰을 가질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사람들에게 어떻게 하라고 지시하고 강제한다고 해서, 또 공식적 규정을 추가한다고 해서 문화가 바뀌는 것은 아니다. 조직이 바뀌려면 결국 조직원들의 생각과 믿음이 바뀌어야 한다. 그런 면에서 15장 ‘다른 사람 돕기’는 16장 ‘우리 조직 돕기’를 위해 매우 중요한 내용이다.

그리고 자신의 통찰 능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접하는 통찰들을 분석하고 자신의 통찰 프로세스를 개선해야 한다. 단순히 반복하는 것만으로 고수가 될 수 없는 것들이 많다. 양치질이 그렇다. 우리는 수십 년 동안 양치질을 반복해왔으나 이를 의도적으로 분석하고 개선하고자 하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다. 따라서 매일 반복했어도 실력이 거의 늘지 않는 것이다. 전문성 연구에서는 이렇게 자신의 수행을 분석하고 약점을 개선하려는 노력을 ‘의도적 수련’이라고 부른다. 거의 모든 분야를 막론하고 자신의 실력을 높이는 데에는 이 의도적 수련이 필수적이라는 것이 여러 연구를 통해 밝혀졌다.

1부. 통찰의 문으로 들어가다: 통찰은 어떻게 촉발되는가

1장. 통찰 사냥하기

성과를 개선하기 위해 우리는 두 가지를 할 필요가 있다. 아래쪽을 향하는 화살표는 우리가 줄여야 할 것, 즉 실수를 말한다. 위쪽을 향하는 화살표는 우리가 늘려야 할 것, 즉 통찰을 말한다. 성과 개선은 이 두 가지를 모두 하는 것에 달려 있다.

우리는 실수를 제거하는 방법을 찾는 경향이 있다. 이는 아래쪽 화살표에 해당한다. 하지만 만약 우리가 모든 실수를 제거해버린다면 거기서 어떤 통찰도 얻지 못할 것이다. 실수를 제거한다고 해서 재를 떠는 시점을 잘못 선택한 자동차 도둑을 잡는 데에 도움을 얻을 수 있는 건 아니다.

나는 두 개의 미스터리에 이끌렸다. 첫 번째는 통찰을 촉발하는 것이 무엇인가였다. 그 무엇이 연결되어 있지 않고 때로는 모순적인 사실과 사건, 느낌의 뒤범벅을 꿰뚫어볼 수 있게 하는 걸까?

그 하나에 발동이 걸리자 두 번째 미스터리가 부상했다. 통찰을 손아귀에 넣지 못하게 만드는 것이 무엇인가였다.

두 번째 미스터리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나는 세 번째 이슈와 씨름하게 되었다. 사실 이는 미스터리라기보다 도전에 가까웠다. 그것은 통찰의 흐름을 증가시킬 수 있는 실용적인 방법이 있는가였다.

생명을 밝히다

챌피의 발광에 대한 통찰은 아이디어들이 서로 끼워 맞춰지면서 새로운 통찰을 이루는 전형적인 특징 몇 가지를 보여준다. 그의 발견은 경고 없이 나타났다. 갑작스럽고 짜릿한 흥분 같은 감정적인 경험이었다. 그것은 아이디어들의 조합이었다. 이 경우 투명한 벌레와 초록빛을 내는 단백질이라는 아이디어가 결합했다. 그의 통찰은 방향을 전환시켰다. 세미나에 걸어 들어가기 전까지 챌피의 연구 중심은 벌레 신경에 대한 조사였고 그 방법은 배경이었다. 그러나 세미나에서 걸어 나올 때는 새로운 방법에 대한 그의 아이디어가 무대 중앙을 차지하게 됐다.

점심 세미나의 청중들 중 그 누구도 이러한 통찰을 갖지 못했다. 챌피만이 투명한 벌레를 연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그 통찰은 뭔가 새로운 것을 산출한 창조의 행위였다. 그는 GFP를 사용해 살아 있는 유기체의 신경이 작동하는 것을 지켜볼 수 있게 됐다.

통찰을 감지할 수 있는 방사능 측정기 같은 것이 있다면, 다음과 같은 신호가 이 측정기를 작동하게 만들 것이다. 갑작스러운 발견, 전기에 감전된 듯한 흥분, 서로 딱 맞아 떨어지는 아이디어들의 조합, 새로운 방향에 대한 확신. 그리고 똑같은 정보를 모두 받았지만 아무도 그 통찰을 얻지 못했다는 것. 이러한 신호들은 통찰이 지금 막 출현했다는 것을 알려준다. 챌피가 생명의 과정을 추적하기 위해 사용했던 초록빛과 비슷하다.

사기의 대가 찾아내기

메이도프가 속임수를 쓰고 있을 거라는 마르코폴로스의 통찰은 챌피나 젊은 경찰관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갑작스럽게 생긴 것이었다. 마르코폴로스는 사기 조사관으로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다른 사람들이 인식하지 못한 암시를 잡아냈다. 마르코폴로스나 챌피, 젊은 경찰관에게 선명히 느껴졌던 암시는 그 배경이나 훈련이 없는 사람들에게는 보이지 않았다.

마르코폴로스, 챌피와 젊은 경찰관은 모두 자신들의 생각을 변화시켰다. 그리고 통찰에 도달한 후에는 처음 시작할 때의 믿음과는 다른 믿음들을 갖게 되었다. 마르코폴로스의 경우, 새로운 통찰은 자신의 애초 믿음과 모순되었다. 숫자를 보기 전에는 메이도프처럼 명성 있는 유명인이 조잡한 사기행각을 벌일 거라고는 상상조차 못 했다. 그러나 숫자를 본 후에는 메이도프가 도대체 어떻게 사기를 칠 수 있었는지가 궁금해졌다.

그러나 이 세 사람의 이야기는 몇 가지 중요한 점에서 차이가 있다. 챌피는 서로 다른 아이디어들이 어떻게 들어맞는지를 알아챘다. 마르코폴로스와 젊은 경찰관은 몇몇 데이터가 서로 맞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챘다. 챌피의 경우 아이디어들의 조합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가를 꿰뚫어본 통찰이, 마르코폴로스와 젊은 경찰관의 경우 어떤 믿음들은 아예 불가능한 일은 아니더라도 일어나기 힘든 일이라는 통찰이 있었다.

곧바로 나는 내 기사 더미의 사건들을 하나하나 연구했다. 그것들이 서로 다른 점이 많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래서 이 모든 통찰이 작동하는 방식에서 공통된 각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의심하게 되었다. 다음의 네 번째 사건을 보자.

전염병에 걸려 넘어지다

내 자동차 고치기

2장. 번뜩임의 순간

예상치 못한 이동

자연주의적 조사

고고학적 도랑

3장. 연결

타란토의 전투

브로콜리와 금붕어 크래커

모든 과학적 통찰의 어머니

유력한 후보

4장. 우연의 일치와 호기심

20세기 천문학의 가장 위대한 발견

수비수를 수비하기

불 붙은 호기심

우연의 일치가 가진 위험성

자처해서 궤양 걸리기

황열병과 모기

5장. 모순

모순에 예금하다

브로드 가의 펌프

비츨 보다

6장. 창의적 절망

눈에는 눈 이에는 이

흠 있는 가정 내팽개치기

세릴의 키세스

압통점을 찾은 나폴레옹

7장. 통찰을 바라보는 다른 방법들

데이터 속을 들여다보다

행운의 편지

과학적 문헌을 살피다

이야기 바라보기

8장. 발견의 논리

2부. 문을 닫다: 무엇이 통찰을 방해하는가

9장. 어리석음

행동에서의 어리석음

10장. 대조적 쌍둥이 연구

결함 있는 믿음

경험 부족

수동적 자세

구체적 추론 방식

이중 나선: 성공과 실패

11장. 멍청해지는 설계

제미마 구출하기

더 강한 설계 = 더 약한 통찰

12장. 조직은 어떻게 통찰을 가로막는가

동기

조직이 통찰을 가로막는 방식

과학자라고 그다지 나을 건 없다

13장. 이렇게 통찰을 사냥하지 말라

3부. 문을 열다: 어떻게 통찰을 촉진할 수 있는가

14장. 우리 자신을 돕기

이번 장에서는 우리 자신이 통찰력을 가지는 데 도움이 되는 것이 무엇인지 살펴보도록 하겠다. 그리고 다음 장에서는 다른 사람들이 통찰을 얻도록 도울 수 있는 방법들을 찾아보자. 그다음엔 통찰을 늘리기 위해 조직이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 살펴볼 것이다.

틸트 반사작용

우리가 할 수 있는 한 가지는 모순의 힘을 더 잘 사용하는 것이다.

혼동, 모순, 갈등을 통찰을 얻기 위한 발판으로 사용하기만 한다면 우리는 언제든지 이를 스스로 찾을 수 있다. 이런 종류의 혼란을 만날 때 사람들은 대개 좌절감을 느끼지만, 그것들은 발견을 위한 시작이 된다. 우리는 그저 경악의 느낌을 호기심으로 바꾸기만 하면 된다. 우리는 틸트 반사작용을 이용할 수 있다.

진저와 데니스의 사례는 사람들이 모순을 모면하는 것이 아니라, 모순을 어떻게 사용하는지를 보여준다.

소용돌이

비판적 사고

회복을 위한 휴싞

15장. 다른 사람 돕기

진단

진단 더하기 행동

결함 있는 믿음을 고치기 위한 모순 사용법

뒷발질하기

16장. 우리 조직 돕기

위쪽 화살표 강화하기

필터 느슨하게 만들기

조직의 의지력 늘리기

권위에 호소하기

17장. 통찰 사냥꾼이 되기 위한 팁

도마뱀 제로

영리한 소비자들

살아남을 수 있는 마지막 1분

뻑뻑한 열쇠

18장. 통찰의 마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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