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l +All:read <> = 옮긴이의 글 = 2010년 나는 윌리엄 더건William Duggan 교수의 [[책/전략적 직관]]이라는 책을 읽고, 그와 관련해 GaryKlein과 이메일로 대화를 나누게 됐다. 더건이 그의 책에서 언급하는 전략적 직관은 그동안 게리가 연구해온 직관과는 달리 새로운 상황에서 돌파구를 찾는 것으로, 좀 더 오랜 기간에 걸쳐 형성되는 것이었다. 게리는 더건이 이야기하는 전략적 직관을 ‘통찰’이라고 부르고 싶다고 했다. 그리고 이는 중요한 주제이기에 더건과 협력할 방법을 찾고 있다고 했다. 이렇게 내 머릿속에서 자연주의적 의사결정과 전문성 연구라는 주제가 서로 손을 맞잡게 된 것은 사실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휴리스틱스heuristics와 편향 연구자들은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얼마나 형편없는지를 밝히고 그들을 조소하기 위해 애쓰는 듯 보였다. 이에 반해 자연주의적 의사결정 연구자들은 전문가들이 얼마나 놀라운지 밝히기 위해 애쓰고 있었다. 전문성 연구에서는 후자와 비슷하게, 전문가의 능력은 분명 일반인들과 구별되며 대단한 것이라고 인정하면서 전문성을 갖추기까지의 독특한 과정을 중요하게 다룬다. 특히, 이 전문성 연구에서 근래 주목받고 있는 주제 중 하나는 ‘적응적 전문성adaptive expertise’이다. 이는 기존에 접하지 않은 문제 상황에서 새로운 해결책을 내고 문제를 풀어나가는 능력을 뜻하는데, 한 가지 작업을 계속 반복함으로써 전문가가 되어 동일 작업을 더욱 효율적이고, 더 신속하게, 또 실수를 줄이는 ‘반복적 전문성routine expertise’에 반대되는 개념이다. 그런데 게리의 직관 개념은 반복적 전문성에는 잘 들어맞지만, 적응적 전문성에는 딱 들어맞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그래서 이에 어울리게 만드는 방법을 모색해오다가 나는 게리의 통찰에 대한 연구를 접하면서 몇 가지 힌트를 얻었다. 적응적 전문성은 통찰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통찰을 얻으려면 결국 새로운 이야기를 구축해야 한다. 또한 그러기 위해서는 다양한 시각으로 상황을 해석해야 한다. 이렇게 예로 든, 페니베이커의 연구나 심판근거 인지치료, 동기 면담 등은 모두 통찰에서의 다양한 시각의 중요성을 보여준다. 이런 면에서 볼 때, 게리가 이 책에서 소개한 세 갈래 경로 모형 자체가 우리에게 다양한 시각을 갖게 만들어줌으로써 통찰을 얻게 하는 데에 효과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어떤 상황에서 세 갈래 경로 모형 중 어느 경로가 내게 통찰을 줄 것인지를 예측하기는 쉽지 않다. 그것은 통상 사후에 알게 되는 것이다. 그럴 경우 이 세 가지 경로 모두에 가능성을 열어두고, 다양한 시각과 경로를 함께 고려해볼 것을 권한다. 이 점을 생각하면서 14장 ‘우리 자신을 돕기’를 읽으면 좀 더 와 닿지 않을까 싶다. 어떻게 실수 예방 문화에서 벗어나 실수 관리 문화에 가까워질 수 있을까? 개인적인 경험으로 미루어 보자면, 사람들이 통찰을 가질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사람들에게 어떻게 하라고 지시하고 강제한다고 해서, 또 공식적 규정을 추가한다고 해서 문화가 바뀌는 것은 아니다. 조직이 바뀌려면 결국 조직원들의 생각과 믿음이 바뀌어야 한다. 그런 면에서 15장 ‘다른 사람 돕기’는 16장 ‘우리 조직 돕기’를 위해 매우 중요한 내용이다. 그리고 자신의 통찰 능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접하는 통찰들을 분석하고 자신의 통찰 프로세스를 개선해야 한다. 단순히 반복하는 것만으로 고수가 될 수 없는 것들이 많다. 양치질이 그렇다. 우리는 수십 년 동안 양치질을 반복해왔으나 이를 의도적으로 분석하고 개선하고자 하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다. 따라서 매일 반복했어도 실력이 거의 늘지 않는 것이다. 전문성 연구에서는 이렇게 자신의 수행을 분석하고 약점을 개선하려는 노력을 ‘의도적 수련’이라고 부른다. 거의 모든 분야를 막론하고 자신의 실력을 높이는 데에는 이 의도적 수련이 필수적이라는 것이 여러 연구를 통해 밝혀졌다. = 1부. 통찰의 문으로 들어가다: 통찰은 어떻게 촉발되는가 = == 1장. 통찰 사냥하기 == {{attachment:performance.png}} 성과를 개선하기 위해 우리는 두 가지를 할 필요가 있다. 아래쪽을 향하는 화살표는 우리가 줄여야 할 것, 즉 실수를 말한다. 위쪽을 향하는 화살표는 우리가 늘려야 할 것, 즉 통찰을 말한다. 성과 개선은 이 두 가지를 모두 하는 것에 달려 있다. 우리는 실수를 제거하는 방법을 찾는 경향이 있다. 이는 아래쪽 화살표에 해당한다. 하지만 만약 우리가 모든 실수를 제거해버린다면 거기서 어떤 통찰도 얻지 못할 것이다. 실수를 제거한다고 해서 재를 떠는 시점을 잘못 선택한 자동차 도둑을 잡는 데에 도움을 얻을 수 있는 건 아니다. 나는 두 개의 미스터리에 이끌렸다. 첫 번째는 통찰을 촉발하는 것이 무엇인가였다. 그 무엇이 연결되어 있지 않고 때로는 모순적인 사실과 사건, 느낌의 뒤범벅을 꿰뚫어볼 수 있게 하는 걸까? 그 하나에 발동이 걸리자 두 번째 미스터리가 부상했다. 통찰을 손아귀에 넣지 못하게 만드는 것이 무엇인가였다. 두 번째 미스터리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나는 세 번째 이슈와 씨름하게 되었다. 사실 이는 미스터리라기보다 도전에 가까웠다. 그것은 통찰의 흐름을 증가시킬 수 있는 실용적인 방법이 있는가였다. === 생명을 밝히다 === 챌피의 발광에 대한 통찰은 아이디어들이 서로 끼워 맞춰지면서 새로운 통찰을 이루는 전형적인 특징 몇 가지를 보여준다. 그의 발견은 경고 없이 나타났다. 갑작스럽고 짜릿한 흥분 같은 감정적인 경험이었다. 그것은 아이디어들의 조합이었다. 이 경우 투명한 벌레와 초록빛을 내는 단백질이라는 아이디어가 결합했다. 그의 통찰은 방향을 전환시켰다. 세미나에 걸어 들어가기 전까지 챌피의 연구 중심은 벌레 신경에 대한 조사였고 그 방법은 배경이었다. 그러나 세미나에서 걸어 나올 때는 새로운 방법에 대한 그의 아이디어가 무대 중앙을 차지하게 됐다. 점심 세미나의 청중들 중 그 누구도 이러한 통찰을 갖지 못했다. 챌피만이 투명한 벌레를 연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그 통찰은 뭔가 새로운 것을 산출한 창조의 행위였다. 그는 GFP를 사용해 살아 있는 유기체의 신경이 작동하는 것을 지켜볼 수 있게 됐다. 통찰을 감지할 수 있는 방사능 측정기 같은 것이 있다면, 다음과 같은 신호가 이 측정기를 작동하게 만들 것이다. 갑작스러운 발견, 전기에 감전된 듯한 흥분, 서로 딱 맞아 떨어지는 아이디어들의 조합, 새로운 방향에 대한 확신. 그리고 똑같은 정보를 모두 받았지만 아무도 그 통찰을 얻지 못했다는 것. 이러한 신호들은 통찰이 지금 막 출현했다는 것을 알려준다. 챌피가 생명의 과정을 추적하기 위해 사용했던 초록빛과 비슷하다. === 사기의 대가 찾아내기 === 메이도프가 속임수를 쓰고 있을 거라는 마르코폴로스의 통찰은 챌피나 젊은 경찰관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갑작스럽게 생긴 것이었다. 마르코폴로스는 사기 조사관으로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다른 사람들이 인식하지 못한 암시를 잡아냈다. 마르코폴로스나 챌피, 젊은 경찰관에게 선명히 느껴졌던 암시는 그 배경이나 훈련이 없는 사람들에게는 보이지 않았다. 마르코폴로스, 챌피와 젊은 경찰관은 모두 자신들의 생각을 변화시켰다. 그리고 통찰에 도달한 후에는 처음 시작할 때의 믿음과는 다른 믿음들을 갖게 되었다. 마르코폴로스의 경우, 새로운 통찰은 자신의 애초 믿음과 모순되었다. 숫자를 보기 전에는 메이도프처럼 명성 있는 유명인이 조잡한 사기행각을 벌일 거라고는 상상조차 못 했다. 그러나 숫자를 본 후에는 메이도프가 도대체 어떻게 사기를 칠 수 있었는지가 궁금해졌다. 그러나 이 세 사람의 이야기는 몇 가지 중요한 점에서 차이가 있다. 챌피는 서로 다른 아이디어들이 어떻게 들어맞는지를 알아챘다. 마르코폴로스와 젊은 경찰관은 몇몇 데이터가 서로 맞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챘다. 챌피의 경우 아이디어들의 조합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가를 꿰뚫어본 통찰이, 마르코폴로스와 젊은 경찰관의 경우 어떤 믿음들은 아예 불가능한 일은 아니더라도 일어나기 힘든 일이라는 통찰이 있었다. 곧바로 나는 내 기사 더미의 사건들을 하나하나 연구했다. 그것들이 서로 다른 점이 많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래서 이 모든 통찰이 작동하는 방식에서 공통된 각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의심하게 되었다. 다음의 네 번째 사건을 보자. === 전염병에 걸려 넘어지다 === 고틀리프의 통찰은 소름끼치는 패턴을 따르고 있다. 이 우연성이 어디에 기인한 것인지 그는 알지 못했다. 그의 통찰이 거기까지는 미치지 못한 것이다. 단지 연결된 사례들이 심상치 않다는 직감이 들었던 것이다. 전년도 12월까지만 해도 고틀리프는 에이즈가 미친 듯이 퍼지고 있다는 사실을 까맣게 몰랐지만, 이듬해 5월에는 그 스스로가 경고음을 내게 되었다. 그의 믿음 체계가 송두리째 변했고, 그의 의료 행위 역시 그렇게 변화했다. 그는 에이즈 환자들을 치료하는 쪽으로 전문화되기 시작했다. 앞의 세 가지 사례와는 달리 고틀리프에게 일어난 ‘통찰로의 전환’은 갑작스럽게 일어난 것이 아니라, 사례를 하나씩 겪으면서 점점 성장했다. 1월에 호기심에서 시작한 것이 2월에는 의심으로 바뀌었다. 고틀리프가 두 번째와 세 번째 에이즈 환자를 봤을 때였다. 그러고 나서 네 번째, 다섯 번째 환자를 본 후에는 그 의심이 패턴으로 바뀌었다. 고틀리프의 통찰은 패턴을 보는 것이었다. 이는 겉으로는 무관해 보이는 아이디어들을 조합할 기회를 포착한 챌피와 반대이고, 불일치성을 잡아낸 마르코폴로스나 젊은 경찰관과도 반대였다. === 내 자동차 고치기 === 챌피, 마르코폴로스, 젊은 경찰관의 사례와 달리 내 작은 통찰은 일정 기간의 잠복기 후에 찾아왔다. 저녁식사 중 새로운 정보를 받은 것이 없는데도 그냥 머릿속에 떠오른 것이다. 이 해결책을 얻는 데에 그리 대단한 창의성이 필요했던 것도 아니다. 이는 일상적인 통찰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흔히 생겨난다는 것을 보여주는 일화일 뿐이다. 우리는 모두 통찰을 얻는 자연적 경향이 있다. 우리는 고틀리프가 그랬던 것처럼 패턴을 찾으려고 망을 보고 있다가, 챌피가 그랬듯이 중요할 수도 있는 연결과 연합을 보게 된다. 또 젊은 경찰관과 마르코폴로스처럼 불일치성을 감지하고, 중요할 수도 있는 불규칙성을 보면서 의구심을 갖게 된다. 내가 자동차 열쇠를 주는 방법을 발견했을 때처럼 일을 처리하는 더 나은 방법을 발견했을 때, 혹은 챌피처럼 새로운 기회를 찾아냈을 때, 우리는 들뜬 마음에 흥분하기도 한다. 고생하다가 깨달음을 얻는 행위가 대단히 만족스럽기 때문에 우리는 통찰이 필요한 퍼즐 풀기 같은 활동에 시간을 사용한다. 우리는 통찰을 추구하도록 만들어져 있다. == 2장. 번뜩임의 순간 == 우리는 전문성과 준비를 혼동하기 쉽다. 어떤 사람이 얻은 통찰이 무엇인지 알고 나면 그 사람이 특별한 분야의 지식을 어떻게 획득했는지도 알 수 있다. 사전의 관심사와 경험들 덕분에 다른 사람이 놓쳤던 통찰을 그 사람의 정신은 잡아챌 준비가 되어 있었던 것이다. 우리는 이를 일반적으로 ‘준비된 정신prepared mind’이라고 부르는데, 이는 챌피, 마르코폴로스, 고틀리프의 특징이기도 했다. 수년간의 특별한 경험 없이는 이 세 명 중 어느 누구도 통찰을 얻지 못했을 것이다. 일반적으로 준비된 정신은 전문성을 갖는다는 것과 동일한 말이다. 그러나 젊은 경찰관은 경험이 많지 않았지만 범죄자에 주의를 기울이는 마인드를 갖고 있었다(그리고 나는 고려할 만한 경험이 하나도 없었다). 이 의도적 준비라는 아이디어가 우리 작업 윤리에 잘 들어맞기도 하고 또한 많은 종류의 작업에서 의도적 준비가 필수적이기도 하지만, 젊은 경찰관과 챌피, 마르코폴로스, 고틀리프 혹은 내가 통찰을 얻는 데에 관여한 요소는 아니었다. 그래서 나는 의도적 준비가 많은 통찰에 있어 꼭 필요한 것은 아니며 심지어 실용적이지도 않다고 생각한다. === 예상치 못한 이동 === 1장의 다섯 명은 일이 돌아가는 방식에 대한 더 나은 이야기로 이동했다. 단순한 오락기사가 아닌, 일의 발생 원인이 무엇인지에 대한 이야기였다. 과거와 미래 사건의 원인을 설명하는 이야기거나(젊은 경찰관, 마르코폴로스, 고틀리프), 미래의 결과를 야기할 방법에 대한 이야기(챌피와 나). 이 이동은 작은 조정을 한다거나 세부사항을 더 추가하는 정도가 아니라, 다섯 명이 애초에 가지고 있던 핵심 믿음의 일부를 바꿔버렸다. 이러한 전환이 일어날 때 애초의 믿음 중 일부는 폐기되거나 혹은 바꿔치기가 되었다. 그 이동은 불연속적 발견들이었고, 평범한 이야기에서 더 나은 이야기로 가는 예상치 못한 전환이었다. 통찰은 우리를 더 나은 이야기 쪽으로 이동시키고, 더 정확하고 더 포괄적이며 더 유용한 새로운 믿음으로 우리를 이끈다. 통찰은 여러 방향에서 우리를 변환시킨다. 통찰은 우리가 이해하고 행동하고 보고 느끼고 욕구하는 것을 바꾼다. 통찰은 우리가 이해하는 방식을 바꾼다. 통찰은 우리의 사고를 바꾼다. 새로운 이야기가 우리에게 다른 시각을 주기 때문이다. 통찰은 우리가 행동하는 방식을 바꾼다. 때때로 통찰은 우리의 이해뿐만 아니라 우리 능력까지도 변모시킨다. 챌피와 나의 자동차 열쇠 사례는 통찰이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인식을 어떻게 바꾸는지 보여준다. ... 통찰은 우리의 보는 방식을 바꾼다. 인간은 새 이야기에 잘 들어맞는 다른 것들을 찾으려고 한다. ... 통찰은 우리가 느끼는 방식을 바꾼다. 우리를 흥분시키고 긴장시킨다. ... 통찰은 우리가 욕구하는 것을 바꾼다. 새로운 이야기는 우리 목표를 이동시켜서 어떤 야망들을 포기하고 다른 것을 추구하도록 우리를 이끈다. 그래서 나는 ‘더 나은 이야기로의 예상치 못한 이동’이라는 통찰의 쓸 만한 정의를 얻게 되었고, 이와 함께 통찰이 우리를 바꾸는 방식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다. 또한 통찰을 고유하게 만드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아이디어들도 얻었다. 반복적 문제 해결에 비해, 통찰은 의식적이거나 의도적이지 않다. 통찰은 경고 없이 온다. 우리 정신은 의식 없이 힘든 일을 처리한다. 왓슨과 크릭은 DNA의 모형을 만드느라 부지런히 연구했지만, 그것이 이중 나선이라는 궁극적인 통찰은 그들 자신에게조차도 놀라움으로 다가왔다. 통찰은 또 다른 면에서 고유하기도 하다. 통찰은 일관성 있고 애매하지 않게 나타난다. 가능한 답이 여럿 있다고 할 때 그중 하나로 나타나지 않는다. 통찰을 얻는 순간, 우리는 ‘아 그래, 바로 이거야!’ 하고 생각하게 된다. 무언가가 끝났다는 느낌이 든다. 이 끝났다는 느낌이 통찰에 확신을 갖게 한다. === 자연주의적 조사 === 나는 연구 대상으로 소방관들을 선택했는데, 그들은 스트레스가 많은 상황에서 좋은 의사결정을 내려야 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나는 소방관들에게 어떤 표준적 결정 과제를 주지 않았다. 대신 동료 연구자와 함께 가장 힘든 도전에 관해 소방관들을 인터뷰했다. 우리는 최고의 이야기를 수집했고, 소방관들이 사용하는 전략들에 대해 더 배우기 위해 그 이야기들을 정밀 조사했다. 우리가 발견한 것은 놀라웠다. 그 결과는 기존의 의사결정 모형 중 어느 것에도 들어맞지 않았다. 소방관은 최선의 선택을 하기 위해 가능한 방안들을 비교하려고 하지 않았다. 그들에겐 시간이 없기 때문이다. 대신, 경험과 수십 년간 자신이 깨우친 패턴들에 의존해서 상황을 재빨리 파악한 후 가장 유용할 것 같은 방안을 알아봤다. 소방관들은 과거 익혔던 패턴에 현재 자신이 직면한 상황이 어떻게 들어맞는지를 인지한 후 신속한 결정을 내렸던 것이다.14) 그들의 의사결정에서 패턴 매칭 부분은 빠르면서도 자동적이었다. 그들은 자신의 직관을 사용해 성공 가능성이 큰 옵션을 빨리 찾아내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고 나서야 그들은 자신의 직관을 평가했다. 그런데 이 평가는, 자신이 알아챈 방안을 다른 것들과 비교하는 것이 아니고, 만약 이 방안을 이행한다면 잘 풀려나갈지를 의식적이고 의도적으로 상상하는 것이었다. 소방관들은 자신들의 어려운 의사결정 중 80% 이상을 이러한 전략에 의존했다. 군대의 지휘관, 석유시추시설의 관리자 같은 다른 분야의 전문가들도 역시 도전적인 의사결정의 약 90%를 우리가 ‘인식 촉발 결정 전략recognition-primed decision strategy’이라고 부르는 것에 의존하고 있다는 결과를 보였다. 이런 노력들이 ‘자연주의적 의사결정’이라는 분야를 시작하는 데에 도움을 주었다. 이 분야는 실험실에서 인공적인 과제를 풀며 어떻게 생각하도록 명령을 받는지를 연구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상황에서 사람들이 생각하는 방식을 연구한다. 전통적인 의사결정 연구자들이 인식적 전략을 발견하지 못한 데에는 이유가 있다. 그것은 의사결정에 대한 실험실 연구를 할 때, 주로 익숙하지 않은 과제를 수행하려고 노력하는 초보자를 대상으로 연구했기 때문이다. 그들의 의사결정 이론에는 전문성이라는 부분이 고려되지 않았던 것이다. 인식적 결정은 수십 년의 경험을 통해 쌓아올린 수백 수천의 패턴에 좌우되는데도 말이다. 소방관들에 대한 연구에서 통찰이 직관과 동일한 것처럼 보일 수 있으나 사실 이 두 가지는 매우 다르다. 소방관들은 응급 상황에서 빠른 결정을 내릴 때 적용할 패턴을 쌓아나간다. 직관이란 자신들이 이미 배운 패턴을 사용하는 것이고, 이와 반대로 통찰은 새로운 패턴을 발견하는 것이다. 통찰이 직관과 다르기는 하지만, 소방관에 대한 연구는 25년 후 통찰에 관한 나의 생각에 영향을 미쳤다. 소방관들은 복잡한 화재에 대해 더 많은 세부 내용을 알게 됨에 따라 자신들의 믿음을 자주 바꿨다. 그리고 보통의 경우 그 특정한 세부 내용을 자신의 이야기에 추가했다. 하지만 가장 극적인 시나리오에는 예기치 않은 부분이 포함되어 있었는데, 그런 부분은 소방관들이 현재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에 대해 재고하게 하고, 잘못된 믿음을 다른 것으로 대체하도록 만들었다.15) 소방관들은 불타고 있는 구조물 내부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에 대해 스스로에게 설명했던 이야기를 다른 것으로 전환시켰다. 이야기는 상황의 구체적 내용을 프레임에 짜 맞추고 조직화하는 방법이다. 이야기 외에도 다른 유형의 프레임이 존재한다. 지도가 그런 예이고, 심지어는 조직에서 사람들이 어디에 위치하는지 보여주는 조직 구성도 같은 것도 예가 된다. 내 연구가 이야기에 중심을 두는 이유는, 이야기가 우리가 직면하는 상황 속의 사건을 프레임에 끼워 맞추는 보편적인 방식이기 때문이다. 이런 종류의 이야기들은 특정 상황의 모든 세부 내용을 조직화하고, 우리가 ‘닻anchor(심리학 용어로 다른 인식과 판단의 근간이 되는 핵심적 믿음을 일컫는다-옮긴이)’이라고 부르는 몇몇 핵심 믿음에 의존한다. 그렇게 부르는 이유는 닻이 꽤나 안정적이기도 하고 다른 세부 내용을 해석하는 방식이 고정되게 닻을 내리기 때문이다. 나중에 했던 어떤 연구에서 나는 이런 이야기 대부분이 단지 셋이나 네 개의 닻을 기반으로 형성된다는 것을 발견했다. === 고고학적 도랑 === 결과적으로 나는 이 120건의 사례를 다섯 가지의 서로 다른 전략들로 분류할 수 있었다. 연결connections, 우연의 일치coincidences, 호기심curiosities, 모순contradictions, 창의적 절망creative desperation이 그것이다. 주인공이 연결에 의존한 사건인가? 주인공이 우연의 일치를 통찰 촉발의 방아쇠로 인식했는가? 통찰이 이상한 사실이나 사건에 대한 어떤 호기심에 의해 촉발되었는가? 모순을 인지하는 것에 의존했는가? 혹은 주인공이 막다른 골목에 갇힌 채 어떻게든 벗어나는 방법을 절망적으로 찾고 있는 사람이었는가? 120건의 사례 모두 이 전략 중 하나에 들어맞는다. 대다수는 이 다섯 가지 전략의 하나 이상에 동시에 의존했다. 그런데 이 다섯 중 어떤 것이 최선의 전략이고 통찰을 설명하는 ‘진짜배기’ 전략일까? 혹은 다섯 모두가 하나의 일반적 전략으로 합쳐져야 하는 걸까? 자료에서 패턴을 찾기 위해 고생했지만 내가 보기엔 이 두 가지 접근들 중 어느 것도 유망해 보이지 않았다. 여러분은 스스로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 연결 * 우연의 일치 * 호기심 * 모순 * 창의적 절망 == 3장. 연결 == 마틴 챌피의 이야기는 많은 사람들이 겪는 ‘점 연결하기connecting the dots’ 경험과 더 많은 아이디어에 노출되어 문제를 해결하는 경험의 완벽한 사례다. 챌피처럼 우리도 이미 가지고 있던 정보와 결합하는 새로운 정보를 얻은 후에 마술처럼 새로운 발견을 하게 될 때가 있다. === 타란토의 전투 === 야마모토와 슈타르크가 공유했던 통찰을 고려해보라. 두 사람 모두 자신의 국가 사이에 벌어질 전쟁에 대해 예상했다. 둘 다 미 해군의 전력이 더 우세하다는 걸 알고 있었고 타란토 전투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야마모토와 슈타르크는 타란토 전투를 태평양에 대입시킴으로써 그것이 일본군이 진주만에 있는 미국 함대에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예상해냈다. 그들 모두 동일한 연결을 맺었던 것이다. 이 연결 과정은 마틴 챌피가 초록색으로 빛나는 유전자의 중요성을 알아채는 중 따랐던 과정과 동일하다. 야마모토, 슈타르크, 챌피 세 사람 모두 예상하지 못했던 새로운 정보를 받았고 그 함의를 알아챘다. 그들은 새로운 데이터를 재빨리 자신의 상황에 연결 지었고 그로 인해 자신이 취할 수 있는 행동에 대한 통찰을 발견했다. === 브로콜리와 금붕어 크래커 === 고프닉의 통찰은 우리가 전에 봤던 사례들과 동일한 궤적을 따른다. 고프닉은 새롭고 예상치 못한 아이디어를 만났고, 그것이 자신이 하고 있던 일과 어떻게 연결될 수 있는지 금방 알아챘다. 야마모토와 마찬가지로 자신이 잠재적으로 취할 수 있는 행동이 더 많아질 수 있는 새로운 이해에 도달했다. 이런 통찰들은 일을 마치는 데에 더 효과적인 방법을 보여주며 심지어 우리의 목표를 확대시키기도 한다. 야마모토의 경우, 그 통찰은 미국 함대를 무력화하는 아이디어를 가져왔다. 슈타르크도 함대를 보호하기 위해 추가적인 조치가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지만 비극적이게도 자신의 부하들이 경고에 주의를 기울이게 만드는 데에는 실패했다. 고프닉은 통찰을 얻은 후 아기를 테스트하는 새로운 방법을 설계했다. === 모든 과학적 통찰의 어머니 === 찰스 다윈은 자연 선택이 이끄는 진화 이론을 형성하기까지 연결 통찰의 길을 따른 인물이다. 불과 스물두 살 때 다윈은 남아메리카 해안의 지도를 그리는 임무를 맡은 HMS 비글호를 타고 항해를 떠났다. 케임브리지 대학을 졸업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그는 영국 성공회에 들어가기로 작정했다. 가족의 전통을 전혀 따르지 않은 처사였다. 다윈과 월리스는 각기 종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궁금해하고 있었다. 그들은 자신의 아이디어를 맬서스의 자원 경쟁 개념에 연결 짓는 힌트를 얻었다. 그들은 모두 남들이 하지 않은 방식으로 아이디어를 모아 서로 연결한 것이다. 그리고 두 사람 모두 생물학자로서 1차적 경험을 갖고 있었다. 그들은 종 사이의 변이를 본 것은 물론, 종 안에서 개체 간 차이도 본 적 있었다. 그들 모두 개체 간의 차이가 어떻게 맹목적 변이와 선택적 보존이 작동하는 무대를 만들어내는지 인식할 수 있었다. 이미 많은 사람이 맬서스의 책을 읽었고, 다윈이 읽은 것은 여섯 번째 판이었다. 하지만 오로지 다윈과 월리스만이 맬서스의 생각을 종의 진화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지를 알아냈다. 이 모든 사례(야마모토, 슈타르크, 챌피, 고프닉, 다윈, 월리스)는 통찰을 만드는 연결 전략을 따른다. 발견을 해내는 사람은 새로운 정보를 얻고 난 후, 그 정보가 다른 정보와 결합되어 어떻게 새 아이디어를 형성하는지를 보게 된다. 때때로 그들은 비록 각 요소 하나하나는 새롭지 않지만 그것들이 다른 종류의 정보들과 새롭게 결합하는 방식을 목격하기도 한다. === 유력한 후보 === 이 연결 전략이야말로 바로 내가 뒤쫓고 있던 미스터리에 대한 답처럼 보였다. 내가 가진 표본에서 82%의 사례가 이에 해당했다. 총 120건의 사례 중 98건이 그랬다. 이는 연상이 무의식적으로 계속되다가 결국은 의식으로 분출된다는 그레이엄 월러스의 생각에도 잘 들어맞았다. 이 전략은 점 연결하기라는 통찰에 대한 명료한 이미지를 제공한다. 그리고 이는 우리가 새로운 연결을 형성하는 데에 도움이 될 다양한 아이디어를 많이 접함으로써 통찰을 증가시킬 수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 그래서 드디어 내가 보여준 공식에서 위쪽 화살표에 대해 더 알기 원하고 통찰을 더 얻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알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게 논리적인 답변을 해줄 수 있게 되었다. 그렇지만 연결 전략이 번뜩임의 순간을 설명한다고 결론 내릴 마음까지는 없었다. 사실 나는 이 연결 전략에 대해 뭔가 걸리는 바가 있었다. 이 전략에는 통찰이란 단지 점들을 연결하는 것일 뿐이라는 함의가 있었고, 나는 ‘점 연결하기’라는 비유가 싫었다. 야마모토, 슈타르크, 챌피, 고프닉, 다윈의 사례는 점 연결하기라는 인상을 주긴 하지만, 그 이유는 내가 점이 아닌 것들에 대해서는 하나도 이야기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점이 아닌 것들에 관한 이야기가 전개 속도를 늦췄을 수는 있지만, 각 통찰에서는 중요한 부분이다. 특히 어느 점들을 연결할지 결정한다는 면에서 말이다. 따라서 점이 아닌 것을 제거하고, 애매모호한 점은 분명히 하고, 달라 보이지만 실상은 똑같은 점들을 묶고 한다면, 어느 누구나 점을 연결할 수 있다. 남아 있는 것이 독특하고 타당한 점 집합밖에 없다면, 그때 점을 연결하는 일은 훨씬 더 쉬워진다. 반대로 모든 애매모호함을 남겨둔다면 연결하기가 더 어려워진다. 점 연결하기는 사건들의 의미를 파악하고 통찰에 도달하는 일을 시시하게 만들어버린다. 슈타르크 제독의 많은 하급자들은 해군 전함이 진주만을 보호하고 있다는 생각에 지나치게 고착되어 있어서 그 배 자체가 일본군의 표적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깨닫기 어려웠다. 연결 전략은 단순히 점들을 연결하는 것 이상이다. 그것은 우리의 사고방식을 바꾸는 것을 수반한다. 우리는 나머지 통찰 전략들 일부(모순과 창의적 절망)가 어떻게 연결 전략만큼 혹은 그 이상으로 우리 사고를 뒤흔드는지 보게 될 것이다. 앞서 언급했던 통계(120건의 사례 중 98건이 연결 전략에 해당된다는)는 오해를 낳을 소지가 있다. 자료를 부호화하자 나머지 통찰 전략들 역시 자주 등장했다. 나는 각 사건을 연결, 우연의 일치, 호기심, 모순, 창의적 절망, 이 다섯 가지 통찰 전략과 연결시켜 부호화했다. 통찰 대다수는 혼합물이었다. 그 통찰들은 한 가지 이상의 전략에 의존하고 있었다. 결국 내가 연결 전략을 찾아낸 98건의 사례 중에서 단지 45건만 유일하게 연결 전략 하나만 사용했고, 나머지 53건은 연결 외 나머지 전략 하나 이상을 더한 것에 의존했다. == 4장. 우연의 일치와 호기심 == 우연의 일치를 발견했을 때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확신이 서지 않을 때가 있다. 그냥 단순한 사고인가, 혹은 더 깊숙한 곳에 모종의 패턴이 작용하고 있는 것인가? 우연의 일치를 관찰한다는 것은 분명한 인과적 고리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서로 연관되어 보이는 사건들을 탐지한다는 의미다.29) 우연의 일치라는 것은 일반적으로 무시해야 할 운에 의해 일어나는 사건이지만 무시해선 안 되는 경우가 있다. 이는 때때로 새로운 패턴에 대해 우리에게 경고를 하기도 한다. 온전히 이해할 수 없는 연관성, 그런 우연의 일치를 우리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관계에 근거해 감지하는 경향이 있다. 추세를 알아채고, 패턴을 찾아내며, 불규칙성을 궁금해하며, 우연의 일치를 감지하는 사람들이야말로 중요한 자산이다. 다만 그들도 종종 틀릴 수 있으므로 스스로가 매우 확신한다고 해도 그들을 무조건적으로 믿어선 안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롱하기보다 그들의 이야기를 경청해야 하는 이유는 그들이 정말 무언가를 찾아낸 것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 20세기 천문학의 가장 위대한 발견 === 버넬의 통찰이 시작된 것은, 펜 기록장치의 흔치 않은 구불거리는 선이라는 우연의 일치를 그녀가 인지했을 때부터다. 그녀는 동일 위치에서 비슷한 돌발적 활동을 목격했던 것을 기억해냈다. 그러고는 다른 쪽 하늘에서 같은 종류의 신호를 잡아냈을 때 또 다른 우연의 일치를 찾았다. 그리고 이러한 신호들을 단순한 우연의 일치로 치부해 잊어버린 것이 아니라 거기에 초점을 맞췄다. 버넬의 사례는 마이클 고틀리프가 소수의 환자들에게서 보이는 흔치 않은 증상들을 감지한 것과 유사하다. 당시 아무도 에이즈에 대해 알지 못했다. 고틀리프가 자기 환자들에게 에이즈가 있다는 통찰을 가질 수 없었던 것처럼, 버넬도 펄서를 본 것이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다만 버넬과 고틀리프는 자신이 인지한 새로운 우연의 일치를 조사하면 뭔가 유용한 것을 발견할지도 모른다고 느꼈을 뿐이다. 우연의 일치를 찾아내는 것은 마치 사냥꾼이 동물의 발자국을 발견하는 것과 비슷하다. 우연의 일치는 사람들이 증거를 찾을 수 있도록 방향을 인도한다. 버넬이 그 미지의 돌발적 활동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을 때 그녀는 자신 삶의 계획을 재조정했고, 그토록 원했던 잠을 포기하면서까지 천문대에 가서 돌발적 활동을 더 구체적으로 잡아낼 수 있도록 종이의 속도를 조정했다. 우연의 일치는 우리의 이해를 바꾸고 우리가 감지하는 것을 바꾸며, 우리를 흥분시키는 것을 바꿈으로써, 우리로 하여금 발견의 길로 들어서게 만든다. 또한 우연의 일치는 우리의 행동을 바꿀 수도 있다. 이를 가능하게 하는 한 가지 방식은, 우리가 원하지 않는 패턴을 깨뜨리고 싶을 때 우리가 무엇을 바꿔야 할지에 대한 아이디어를 주는 것이다. === 수비수를 수비하기 === 우연의 일치 통찰은 연결 통찰과 다르다. 챌피와 야마모토, 고프닉의 사례와 같은 연결 통찰의 경우, 새로운 정보 몇 가지가 중요한 세부사항을 제공했다. 이 점이 중요하다. 챌피가 다른 점심 세미나에 갔더라면 노벨상은 없었을 것이다. 이에 반해, 우연의 일치 통찰에서 중요한 것은 반복이다. 만약 고틀리프의 첫 번째 환자가 예약 후 나오지 않았다고 해도, 두 번째 세 번째 그리고 네 번째 환자가 패턴, 즉 에이즈의 공통된 증상을 보여주기에 충분했을 것이다. 어느 특정한 환자의 세부사항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 === 불 붙은 호기심 === 프로젝트 후반에 세 번째 통찰 전략이 떠올랐다. 호기심. 어떤 통찰들은 ‘도대체 무슨 일이지?’ 하는 반응을 불러일으킨 단일한 사건 혹은 단일 관찰에 의해 불꽃이 튀었던 것들이다. 이런 호기심에 이끌려 이뤄진 조사는 종종 인상적인 발견으로 이어졌다. 잘 알려진 이야기 중 하나가 알렉산더 플레밍Alexander Fleming이 질병과 싸우는 페니실린의 특성을 우연히 발견한 과정이다. 1928년 플레밍은 무언가가 포도상구균이라는 박테리아에 영향을 미쳐 그 주위가 동그랗게 파괴된 것을 발견했다. 그는 페트리 접시에서 포도상구균 집단을 키우고 있었는데, 가족과 휴가를 다녀온 8월 한 달 동안 그걸 한쪽에 치워뒀다. 그런데 그가 돌아왔을 때 페트리 접시 중 하나가 곰팡이로 오염되어 있었다. 이상하게도 그 곰팡이 근처의 모든 포도상구균 박테리아가 파괴됐는데, 이에 반해 곰팡이와 접촉하지 않은 병원균 집단은 정상적으로 자라고 있었다. 플레밍은 평소와 다른 일이 일어날 거라고 기대하지는 않았지만 페트리 접시 중 하나에서 특이한 패턴을 발견하자, “그거 재미있네?”라고 말했다. 플레밍은 그 곰팡이를 배양했고 거기에 감염과 싸우는 물질이 들어 있다는 걸 발견했다. 플레밍은 처음에는 그걸 포도상구균과 다른 박테리아를 죽인 ‘곰팡이 액’이라고 불렀다. 그 후 추가적인 조사를 통해 그는 세계 최초의 항생제인 페니실린을 발견하게 됐다.34) 호기심은 우연의 일치와 마찬가지로 사람들을 자극해서 더 많은 것을 조사하게 만든다. ‘도대체 무슨 일이지?’ 하는 최초의 반응에 통찰이 들어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로 인해 사람들이 통찰을 얻는 길에 올라서게 되는 것이다. 단, 호기심은 우연의 일치와 한 가지 면에서 다르다. 패턴의 반복이 아니라 단일한 사건이나 관찰에 의해 호기심에 불이 붙는다는 점에서다. 1885년 빌헬름 뢴트겐Wilhelm Roentgen의 엑스선X-rays 발견 역시 호기심을 통해 이뤄졌다. 트랜지스터Transistor도 호기심을 통해 발견됐다. 내가 모은 표본에서는 단지 9건의 사례에만 호기심이 포함된다. 우연의 일치를 포함한 사례보다도 더 적은 숫자다. 호기심 때문에 곤란을 겪는 일은 흔치 않다. 호기심이 생겨서 조사해봤지만 별다른 것이 없을 경우, 그냥 시간을 좀 낭비한 것으로 여기기 때문이다. 이와 대조적으로 우연의 일치는 우리를 잘못된 방향으로 이끌 수도 있다. === 우연의 일치가 가진 위험성 === 우리는 모두 우연의 일치에 주파수를 맞추고 있다. 우리는 연관성에 예민하다. 때로는 지나치게 예민해서 실재하지 않는 연결을 보기도 한다. 그러한 이유로 ‘단순한 우연의 일치’에 대해 회의적이기도 한 것이다. 통찰을 얻기 위해 단순히 우연의 일치를 알아채는 것에 의존할 수는 없다. 버넬, 고틀리프, 덴버 브롱크스의 코치들은 자신들이 알아챈 모든 연관성, 모든 우연의 일치를 뒤쫓고 있던 것이 아니다. 그들의 성공은 특정 우연의 일치를 구분해내는 그들의 능력과 관련 있었다. 그 우연의 일치란, 비록 그 함의가 무엇인지 미처 알지 못하더라도 자신이 보기에 뭔가 중요한 함의가 있음직하다고 느끼는 우연의 일치를 말한다. 우리는 심지어 그것이 가짜라고 해도 우연의 일치를 계속 발견해내는 연관성의 기계다. 사실 우연의 일치 중 대부분이 가짜다. 이 장에서는 우연의 일치가 통찰을 얻는 면에서 좋은 결과를 낸 사례들을 묘사했다. 성공적인 결과를 얻지 못해 ‘단순한 우연의 일치’로 판명 난 사례들은 소개하지 않았다. 그러므로 우연의 일치를 신임하기 전에 먼저 시험해볼 필요가 있다. 우연의 일치가 가짜가 아니라는 확신을 갖고 싶다면 증거를 수집해야 한다. 만약 시험을 통과하지 못한다면 그 우연의 일치를 내팽개쳐야 한다. === 자처해서 궤양 걸리기 === 마셜은 기쁜 동시에 화가 치솟기도 했다. 6개월을 낭비했기 때문이다. 마셜과 워런은 기술자에게 배양조직이 더 오랫동안 자랄 수 있게 하라고 지시했다. 나머지 샘플에서 그들은 십이지장 궤양 환자 열세 명을 가려냈다. 그들 모두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을 가지고 있었다. 지금 돌아보면, 처음 서른 명의 환자에게서 나온 증거에 결함이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 배양조직들은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 테스트에 양성 반응이 나오기도 전에 너무 빨리 폐기됐다. 이런 사례들은 우리가 증거를 너무 믿어선 안 되는 이유를 알려준다. 우리는 증거에 영향을 미치고 오염시킬 수 있는 조건들을 모두 알지 못한다. 심지어 데이터 샘플이 조심스럽게 수집되었다고 해도 말이다. 마셜과 워런은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이 위염을 만들고, 이것이 때론 위암으로 이어진다고 추론했다. 그들은 궤양(그리고 위암)이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에 의해 유발되는 것이지 스트레스에 의한 것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들이 옳다면 궤양 치료에는 수술이 아닌, 감염 처치를 위한 항생제 처방이 필요한 것이었다. 하지만 의료계는 마셜을 비웃었다. 의료 연구자들은 스트레스가 궤양의 원인이라고 확신했기 때문이다. 절망 속에서 마셜은 궁극적인 연구를 시행했다. 바로 자신을 대상으로 하는 연구였다. 그는 위염 환자의 장에서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을 채취해 국물에 넣고 휘휘 저어서 꿀꺽 삼켰다. 며칠 후 그는 위염에 걸렸고 이는 궤양으로 진행됐다. 5일 후 그는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화장실로 달려가 구토를 했다. 10일 후 그는 자신의 장을 대상으로 조직검사를 했고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을 발견했다. 그는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이 궤양을 일으킨다는 것을 개인적으로 증명해보인 것이다. === 황열병과 모기 === 이러한 발견을 얻기까지 리드의 연구팀은 나쁜 자료(핀레이가 했던 연구)를 극복해야 했고, 잘못된 믿음(모기가 진범이 아니라는)을 만회해야 했다. 모기 이론은 결여된 타당성을 회복해야 했다. 작은 모기가 다 큰 어른을 죽일 수도 있다는 이야기는 황당한 일처럼 보였다. 그 이론은 경쟁 이론까지도 극복해야 했다. 포말전염설Miasma theory은 황열병 같은 질병은 비위생적인 환경과 건강에 나쁜 공기에 의해 생긴다고 주장했다. 포말전염설은 모기 이론보다 훨씬 더 그럴듯했다. 누구나 지저분한 지역의 악취를 맡으면 그것이 몸에 해로울 거라는 상상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39) 궤양 사례와 황열병 사례는 결함 있는 자료가 정확한 통찰을 ‘반증’하는 듯 비칠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우리는 명확한 증거에도 불구하고 우연의 일치를 고집하는 터무니없는 입장을 취해서도 안 되겠지만, 그렇다고 증거를 무조건적으로 믿어서도 안 된다. 증거는 우리가 자각하지 못하는 변수에 의해 오염될 수 있기 때문이다. == 5장. 모순 == 모순으로부터 비롯된 통찰은 ‘그럴 리 없어!’라는 감정적 반응에 불꽃을 일으킨다. 우리는 도무지 말이 안 되는 상황이나 아이디어를 접하게 됐을 때 이런 불신의 표현을 거의 본능적으로 하게 된다. 핀볼 게임을 하면서 기계를 너무 거칠게 밀었을 때 나오는 ‘틸트Tilt!’라는 메시지와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된다. 이 정신적인 틸트 반사작용은 앞서 나온 연결과 우연의 일치의 정반대에 있다. 아이디어들이 서로 들어맞는 방식에 반응하는 대신 불일치에 반응하는 것이다. 모순 통찰은 더 나은 이야기의 길로 우리를 이끈다. 현재 하고 있는 일에 무언가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신호를 스스로에게 보낸다. 고급 승용차의 운전자가 차에 재를 떠는 걸 목격한 젊은 경찰관의 경우 수초 만에 시속 0에서 100km로, 틸트! 이것이 반사작용에서 새로운 이야기로 나아간 하나의 사례다. 해리 마르코폴로스의 사례에서는 메이도프가 폰지 사기를 치고 있다는 새로운 이야기에 도달하기까지 훨씬 더 많은 시간이 걸리기도 했다. 모순은 호기심을 통한 통찰과는 다르다. 호기심은 우리로 하여금 무슨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 것인지에 대해 궁금하게 만들지만, 이와는 다르게 모순은 ‘그럴 리가 없는데?’와 같은 의심을 갖게 만든다. 내가 수집한 호기심 통찰 사례 9건 중 하나만 동시에 모순으로 기호화됐다. 모순이라는 형태의 통찰이라니, 나는 깜짝 놀랐다. 그리고 오랫동안 이를 인정하지 않고 저항했다. 그동안 나는 많은 통찰이 아이디어가 연결되는 상황에서 튀어 오른다고 알고 있었고, 우연의 일치나 호기심을 감지해서 시작되는 통찰의 사례도 많이 찾아냈지만, 모순에서 통찰이 떠오를 것이라고는 기대하지 않았다. 그런데 수집한 표본의 3분의 1 이상(120건의 사례 중 45건)에서 모순이 드러났다. 연결이나 우연의 일치 같은 다른 주제 몇 가지와 겹치는 경우에도 대개는 모순이 그 과정의 주요한 요소였다. 틸트 반사작용은 분명 강력한 방아쇠Trigger(심리학 용어로 ‘촉발자’로 번역되기도 하는데, 어떤 반응을 촉발하는 계기를 말한다-옮긴이)였다. === 모순에 예금하다 === 주택 시장의 버블이 확장되었던 2003년에서 2007년 사이, 틸트 탐지기가 켜졌던 투자 매니저들에게는 모순에서 비롯된 통찰이 큰 도움이 됐다. 나머지 금융시장이 온통 서브프라임 모기지와 급증하는 주택 시장에 더욱 투자를 늘리기 위해 즐거운 마음으로 달라붙는 동안 몇몇의 투자자들은 ‘난 그걸 믿지 않아!’라고 반응했다. 그들은 주택 가격이 어떻게 그렇게 극적인 비율로 계속 오를 수 있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러고선 미국이 막 터지려고 하는 주택 버블에 잡혀 있다고 결론 내렸다. 버블이 확장하고 있을 때 틸트 반사작용을 촉발한 각기 다른 신호를 보여주기 위해 나는 다음 다섯 가지 사례를 선택했다.41) 모든 경로는 누군가가 모순을 발견했을 때부터 시작했다. 다섯 명 모두 회의론자였다. 우리는 무언가를 발견하기 위해서는 개방적 사고를 가져야 한다고 배운다. 하지만 의심 많은 사고 역시 성공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이 다섯 명의 투자자들과 버니 메이도프를 잡은 마르코폴로스는 냉소적이진 않아도 의심이 많은 성향의 사람들이었다. 그들의 회의적인 사고관이 다른 사람들이 놓친 오솔길을 조사하는 데에 도움을 줬다. 그들의 회의론에 자극을 받아 나는 개방적 사고관에 반하는 회의적 사고관에 대해 호기심을 갖게 되었다. 나는 다시 거슬러 가서, 표본 중 45건의 모순 사례를 보면서 자료를 다시 기호화했다. 모순과 관련된 사례 중 3분의 2의 경우 통찰을 얻은 사람은 개방적 사고보다 의심하는 사고관을 가지고 있었다. 그들은 대중이 열광하는 길이 아닌, 반대의 길을 걸었던 것이다. 나는 휘트니가 의도적으로 회의적인 렌즈를 사용했다는 점이 마음에 든다. 휘트니는 이 렌즈 때문에, 그녀가 개방적 사고를 하려고 노력했다면 얻었을 것과 다른 시각을 얻을 수 있었다. 그 의혹의 렌즈 덕분에 그녀는 베어 스턴스가 무너질 거라는 통찰을 얻을 수 있었다. 휘트니는 형사처럼 행동함으로써 만연한 믿음과 반대의 길로 갔고, 좀 더 개방적인 사고관을 가진 그녀의 동료들이 놓쳐버린 통찰을 얻을 수 있었다. 이는 서브프라임 버블의 끝을 내다봤던 다섯 명의 반대 의견을 가진 금융 투자자들도 마찬가지였다. 개방적 사고가 가진 미덕도 있지만, 의심하는 사고 또한 그만의 고유한 이득이 있다. 회의적 사고는 다른 전망을 만들어내며 대안적인 사실과 추세를 드러낸다. === 브로드 가의 펌프 === 스노는 어떤 모순적인 이야기에 대한 글을 읽은 후 콜레라에 관심을 갖게 됐다. 어느 선원 한 명이 하숙집에서 콜레라로 죽었다. 며칠 후 같은 방에 묵게 된 다른 사람이 콜레라에 걸렸다. 이 과정은 포말전염설과 맞지 않았다. 만약 유독한 공기를 들이마신 것이 콜레라를 야기했다면, 왜 그 하숙집의 다른 사람이나 이웃들은 아프지 않았을까? 유독한 증기는 기류를 타고 퍼질 테고, 그 길에 있는 모두에게 피해를 입혔을 텐데 콜레라는 그런 길을 따르지 않았던 것이다. 선원 이야기는 스노의 틸트 반사작용을 작동시켰다. 이제 그는 퍼즐의 다른 조각들이 궁금해졌다. 환자와 한 방에 있었던 사람들 가운데 환자를 만지지 않았는데도 병에 걸린 사람이 있었고, 환자를 만졌는데도 병에 걸리지 않은 사람이 있었다. 이러한 사례에 따르면, 포말전염설이 무언가 맞지 않았다. 또 다른 모순이 스노의 의구심에 불을 지폈다. 의사의 소견으로 볼 때, 콜레라가 나쁜 공기에 의해 옮겨진다면 그 환자에게서는 폐 손상이 있어야 했다. 하지만 환자의 폐들은 정상적인 듯했다. 오히려 환자의 소화기 계통에 손상이 보였는데, 이는 무언가 새로운 연결을 암시하는 우연의 일치였다. 그들이 먹거나 마신 것으로 인해 병이 걸린 것일 수도 있다는 연결이 그것이다. 이것이 스노의 통찰이었다. 콜레라는 환자들이 소화시킨 무언가로 인해 생긴 것이지, 그들이 호흡한 것 때문에 생긴 것이 아니었다. 그런데 그들이 무얼 먹었던 걸까? 더 많은 자료를 수집하면서 스노는 콜레라가 다른 환자의 노폐물을 먹어서, 통상적으로는 오염된 물을 마셔서 퍼진 건 아닐까 하는 의심을 하게 됐다. 우리는 연관성과 우연의 일치를 발견하게끔 만들어졌다. 또한 이례적인 일, 비일관성, 불규칙성을 감지할 수 있다. 우리는 기대를 저버리고 호기심을 유발하는 신호에 주의를 기울이게끔 타고났다. 우리는 놀라도록 만들어졌다. 모순이 진정 통찰일까? 혹은 통찰로 이끄는 무엇일까? 분명한 것은 모순이 통찰을 유도하고 더 나은 이야기로 우리를 이끈다는 것이다. 나는 모순을 통찰로 볼 수 있다고 믿는다. 모순을 인지하는 순간 우리가 사물을 인식하는 방식이 바뀌게 된다. 마르코폴로스는 전에는 알지 못했던 메이도프의 성과를 살펴보다가 뭔가를 알아챘다. 심지어는 메이도프가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제대로 이해하지도 못한 상태에서 말이다. 스노는 실제 원인을 찾아내기도 전에 포말전염설이 콜레라를 설명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아챘다. === 빛을 보다 === 알베르트 아인슈타인Albert Einstein의 특수상대성이론Theory of Special Relativity은 이렇게 통찰에 이르는 모순의 패턴에 들어맞는 것 같다. 쿤은 아인슈타인의 이론을 패러다임 이동의 예시 중 하나로 인용했다. 열일곱 살 때 아인슈타인은 광선에 대한 사고 실험Thought experiments을 시작했다. 이 사고 실험들은 일종의 지적 훈련으로, 아인슈타인이 빛의 성질을 이해하는 데에 도움을 주었을 뿐 아니라 이례적인 일과 비일관성을 감지하게끔 이끌었다. 아인슈타인은 이런 사색을 10년 동안 해오면서 다른 조건과 가능성 들에 대해 상상했다. 그의 사고 실험은 그가 스물일곱 살이 되던 1905년에 이르러 그에게 특수상대성이론이란 결과를 가져왔다. 아인슈타인은 사고 실험을 통해 광속은 일정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기 시작했다. 이 새로운 믿음의 함의를 탐색해보기 위해 아인슈타인은 시공간이 변할 수 있다고 가정했다. 자신이 광속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해도 광선은 자신으로부터 광속으로 달아나고 있을 거라는 불편한 모순을 대충 설명해버리는 대신, 아인슈타인은 모순을 심각하게 고려했고 결국 그 주변의 모든 것에 잘 들어맞는 방식의 설명을 발견했다. 존 스노와 해리 마르코폴로스 그리고 시장과 반대된 의견을 가졌던 금융업자들처럼 아인슈타인은 모순을 이용해서 새로운 발견을 했다. 모순을 사용하는 이러한 전략은 우연의 일치와 호기심을 감지해서 연결을 짓는 전략과는 매우 다르다. == 6장. 창의적 절망 == 어떤 통찰은 우발적이다. 즉 계획되지 않은 우연의 결과 혹은 딱 적절한 시기와 적절한 장소에 있었다는 결과로 탄생한다. 젊은 경찰관이나 점심 세미나에 참석한 마틴 챌피를 기억해보라. 다른 통찰의 경우는 의도적으로, 즉 사람들이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모종의 돌파구를 찾고 있을 때 탄생한다. 다섯 번째 통찰 전략인 창의적 절망은 아이디어의 연결이나 우연의 일치, 호기심, 혹은 모순과는 매우 다르다. 창의적 절망에는 도무지 탈출할 수 없을 것 같은 함정을 빠져나가는 방법을 찾는 과정이 필요하다. === 눈에는 눈 이에는 이 === 와그너 도지는 창의적 절망을 통해 살아남았다. 독창적이며 반직관적인 방책이었다. 그는 불에서 도망가기 위해 불을 질렀다. 맥클린의 시간 분석에 따르면, 5시 55분에 도지는 자기 앞에 놓인 초목에 불을 붙였다. 이 탈출 불escape fire은 위쪽으로 번져나갈 것이고, 이미 재로 변한 곳에서 피난처를 찾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한 것이다. 그는 물통의 물로 손수건을 적신 다음 자신의 입과 코 위에 젖은 손수건을 얹고, 얼굴을 아래로 향한 채 탈출 불의 잿더미 속으로 뛰어들었다. 이렇게 해서 그는 불이 붙을 수 있는 초목으로부터 자신을 격리했다. 그는 여유 시간이 1분도 남지 않은 시점에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는 다른 사람 누구에게도 같이 잿더미 속으로 뛰어들자고 설득하지 못했다.57) 아무도 그가 무슨 일을 벌이고 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는 새로운 방책을 고안해냈지만 자기 대원들에게 그걸 설명할 기회를 갖지 못했던 것이다. 두 명의 생존자 중 한 명은 도지가 불을 지르는 걸 보고 “우리는 그가 미쳤다고 생각했습니다”라고 말했다.58) 나는 이 사고와 관련한 여러 서술을 읽어봤지만 도지의 통찰에 대해 설명한 기록은 없었다. 그는 창의적 절망의 행동으로, 탈출 불의 아이디어를 고안해낸 것이다. 그래서 나는 그 통찰이 어디에서 왔는지 상상할 수밖에 없다. 나는 도지와 그의 대원들이 불길에 갇혔다는 걸 인식한 후 가진 장비들을 팽개치며 오직 살기 위해 뛰는 모습을 상상했다.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에 대한 도지의 믿음을 상상하려고 노력했다. 특히 네 개의 믿음이 도지의 이해가 닻을 내리게 한 것으로 보인다. 첫 번째 닻은 오르막 경사였다. 이는 달리는 사람보다 불에게 더 유리한데, 경사는 점점 더 가팔라지고 있었다. 두 번째 닻은 도지 뒤로 따라붙은 불이었다. 불길은 속도를 올리고 있었다. 세 번째 닻은 자신이 찾을 수 있는 안전한 고립 지역이 필요하다는 사실이었다. 그는 이런 생각들을 했을지도 모른다. ‘만약 내가 능선 꼭대기에 다다를 수 있다면 불이 더 이상 쫓아오지 않을 것이다. 바위가 많은 구역을 찾을 수 있다면 연료가 없어서라도 불이 나를 그냥 내버려둘지도 모른다. 저 위에 바위 지역이 보인다(다른 두 명의 생존자는 이 바위 지역에 도달해서 그곳에서 불길을 피했다). 하지만 시간 내에 나는 거기에 도달할 수 없다. 거기까지 약 183m 떨어져 있는데, 오르막길인 데다 불이 내 뒤로 30초 정도 떨어져 따라오고 있으므로 불가능하다.’ 네 번째 닻은 그가 뛰면서 지나치는 곳에서 자라는 풀이 불의 연료라는 것이었다. 다발풀bunchgrass과 털빕새귀리cheatgrass 같은 무겁고 건조한 풀이 불길을 돋우었다. ‘계곡 벽의 경사를 바꾸거나 불과 싸울 방법을 찾기 위해 시간을 소모할 필요가 없다. 이 닻들도 내 상황의 일부이긴 하지만, 내가 손 쓸 수 있는 범위 밖에 있다. 불이 나를 따라잡기 전에 산등성이의 바위 지역에 도달할 수도 없다. 하지만 어쩌면 마지막 닻인 연료와 관련해서는 뭔가 할 수 있지 않을까? 연료를 무력화시킬 방법은 없을까? 그렇지, 태우면 된다! 내 적인 불은 동시에 내 친구가 될 수도 있다. 내 앞의 비탈길로 탈출 불이 달려가도록 불을 지른 후에 뜨거운 잿더미 속으로 뛰어들면, 폭발로부터 내 피난처를 마련할 수 있다!’ 이처럼 내가 상상해서 기술한 도지의 생각을 자세히 보면, 그는 상황을 뒤엎을 수 있는 가정이라면 무엇이든 찾고 있다. 그렇게 그는 ‘풀 연료’라는 가정 하나를 찾아냈고, 비로소 탈출 계획이 생겼다. === 흠 있는 가정 내팽개치기 === 랠스턴이 목표를 건강한 팔을 빼내겠다는 것에서 죽은 팔에서 자기 몸을 빼내겠다는 것으로 바꾸자마자, 바위는 더 이상 자신의 적이 아니라는 통찰을 얻게 된 것이다. 바위가 이제는 그의 친구가 되었다. 바위가 단단한 지렛대 역할을 해준 덕분에 그는 자신의 팔 뼈를 부러뜨릴 수 있었고 탈출이 가능했다. 이와 비슷하게, 와그너 도지 역시 뒤에 있는 불이 아니라 앞에 있는 연료로 초점을 이동시킴으로써 불을 친구로 만들었다. 두 사례 모두 자기 생명을 구하기 위해 사용할 수 있는 지렛대 지점을 찾으려고 노력하는, 절망적인 사람들이 성취한 의도적인 통찰의 사례다. 그들은 모두 자신을 구속하던 가정을 내던져버렸다. === 세릴의 키세스 === 셰릴은 어느 날 이 문제에 대해 자기 어머니와 대화를 나눴다. 그녀의 어머니는 다음과 같이 제안했다. “괴롭히는 대신 상을 주는 방법을 찾아보는 건 어때?” 셰릴은 허쉬의 키세스Hershey kisses 초콜릿 아이디어를 생각해냈다. 작고 값싸고 쉽게 나누어줄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해당 주가 끝날 때 자기 근무기록 카드를 채워넣는 사람에게 키세스 초콜릿을 주는 것이었다. 갑자기 직원들은 마감시간보다 먼저 카드를 채우기 위해 혈안이 되었다. 어쨌든 근무기록 카드를 채워야 한다면, 시간을 지킴으로써 초콜릿을 받는 게 낫지 않겠느냐고 생각한 것이다. 셰릴은 적절한 인센티브를 제공함으로써 직원들이 규칙을 따르게끔 만들었다.60) 나는 이를 ‘VIP 대우VIP Treatment’라고 부른다. 가시적이고 즉각적이며 개인적인 인센티브를 일컬을 때 쓰는 말이다. 처음에 셰릴은 사람들을 회유하거나 혹은 협박해야 한다는 가정에 사로잡혀 있었다. 그러나 그 가정으로부터 자유로워진 순간, 그녀는 사람들이 자신의 명령을 따르게 만들 적당한 인센티브를 찾을 수 있었다. 창의적 절망은 연결을 찾아내는 것이나 우연의 일치, 호기심, 모순 전략보다 더 의식적이고 의도적이다. 뜻하지 않은 상황에서 통찰을 줍는 것이 아니라, 그들은 적극적으로 통찰을 찾아 뒤진다. === 압통점을 찾은 나폴레옹 === 나폴레옹은 창의적 절망에 의존해 새로운 전술을 발명했다. 1793년에 거둔 승리는 무명이었던 나폴레옹에게 명성과 힘을 가져다주었다. 나폴레옹은 포병대 대위로 툴롱에 도착했지만 그곳을 떠날 때에는 준장이 되어 있었다. 그의 나이 스물네 살 때였다. 그는 던져버릴 수 있는 중심 가정을 찾아냈다. 그는 침략군을 힘으로 압도할 필요도 없었고, 항복하게끔 강요하지 않아도 됐다. 심지어 그들을 공격할 필요도 없었다. 단지 그들이 툴롱을 떠나게만 하면 되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는 그들의 재보급 선을 차단하는 것으로 가능했다. 지형도를 연구하던 나폴레옹은 병력이 적은 요새 한 곳을 발견했다. 그곳은 툴롱 항이 내려다보이는 리틀 지브롤터Little Gibraltar 언덕 위의 멀그레이브Mulgrave 요새였다. 이 요새는 툴롱의 침략군을 직접 공격하기에는 큰 가치가 없었지만, 항구로 출입하는 이동을 제어하고 침략군의 보급로를 차단하는 데는 활용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폴레옹의 사례는 [[책/전략적 직관]]에도 중요하게 다루고 있다.) 앞에서 소개한 창의적 절망의 사례들은 고착에서 탈출하기 위해 동일 전략에 의존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 사람들은 막다른 길에 도달했을 때 이에서 벗어나기 위해 자신의 가정을 재검토해야 했던 심리실험의 참가자와 닮았다. 나의 120건의 사례 중 총 29건이 이 창의적 절망의 분류에 들어맞는데, 대략 4분의 1이다. 하지만 어떻게 이 사례들을 다른 것들과 조화시킬 수 있을까? == 7장. 통찰을 바라보는 다른 방법들 == 통찰이 어떻게 생기는가 하는 미스터리를 풀기 위해 노력한 결과, 나는 다섯 가지 후보를 찾았다. 앞서 살펴본 연결, 우연의 일치, 호기심, 모순, 창의적 절망이 그것이다. 각 후보는 조금씩 매력을 갖고 있었다.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것이 연결 주제였고, 창의적 절망이라는 주제는 과학 연구자들이 통찰에 대해 생각하는 방식에 잘 들어맞았다. 상황을 정리하기 위해 나는 다른 종류의 조사를 여러 개 시도했다. === 데이터 속을 들여다보다 === 통찰은 어떤 경고도 없이 우리 머릿속에 ‘탁’ 하고 떠오르는 것 같다. 순간적인 번뜩임 이후, 우리는 “유레카!”를 외치며 거리를 질주한다. 한순간 우리는 당황해하다가 그다음에는 모든 것을 이해하게 된다. 다윈은 맬서스의 책을 읽고 “아하!” 하는 경험을 했다. 챌피는 빛을 발하는 해파리에 대한 강연을 들으며 분명 그런 경험을 했을 것이다. 내가 수집한 사례 중 대다수라 할 수 있는 56%에서는 갑작스러운 ‘아하’ 같은 통찰이 있었지만, 나머지 44%의 사례에서는 통찰이 점진적으로 일어났다. 점진적 통찰이라는 개념이 많은 통찰 연구자들에게는 이상하게 보일 것이다. 갑작스러운 ‘아하’의 경험이야말로 통찰을 특별하게 만든다. 이것은 결정적인 특징이므로 과학자들은 점진적 통찰이라는 개념 자체에 반대를 한다. 나는 몇몇 통찰 연구자들이 ‘아하’의 경험 때문에 옆길로 새게 되면서 애초에 자신들이 연구하려고 시작한 현상을 잊어버린 건 아닐까 의심스럽다. 앞에서 주장한 것처럼, 나는 통찰이 ‘아하’의 경험과 동일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통찰이 어떻게 서서히 일어날 수 있을까? 한 가지는 우연의 일치를 통해서다. 마이클 고틀리프와 그의 동료들이 첫 에이즈 환자를 만났을 때 그들은 혼란에 빠졌다. 다섯 번째 환자를 만난 후에야 그들은 새롭고 미스터리하며 무섭기까지 한 질병에 대한 결론을 글로 쓸 준비가 되었다. 이 다섯 명의 환자를 거치는 과정 어디에선가 그들은 증상의 연속을 발견했고, 이를 통해 자신들이 찾은 결론의 핵심을 형성할 수 있었다. 황열병, 콜레라, 궤양, 에이즈의 경우 우연의 일치가 증가하면서 의심이 점차 불어났다. 덴버의 코치들이 그린 베이 패커스팀의 수비수 리로이 버틀러를 멈추게 해야 한다는 걸 깨닫게 만드는 데에도 결정적인 하나의 사건이 있었던 것이 아니다. 버틀러가 플레이를 차단하는 모습을 여러 번 본 후에야 그러한 통찰이 생긴 것이다. 조슬린 벨 버넬 역시 갑자기 펄서에 빠져들게 된 것은 아니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이 신호를 네 번인가 다섯 번쯤 봤을 때서야 저의 뇌가 이러더군요. ‘전에 이런 비슷한 거 보지 않았나?”63) 서서히 일어나는 통찰로 가는 두 번째 길은 하나의 작은 돌파구가 있은 후 그다음 다른 돌파구가 생기는 식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요하네스 구텐베르크의 인쇄기 개발64)이나 포드자동차 회사의 대량생산 체계 개발65) 같은 혁명적인 기술은 여러 가지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한순간의 통찰이라기보다는 지속적인 진보를 만들어가는 과정이 있어야 한다. 《탁월한 아이디어는 어디서 오는가Where Good Ideas Come From》의 저자 스티븐 존슨Steven Johnson은 번뜩임의 순간에 대비하여, 혁신에서의 ‘느린 예감slow hunch’에 대한 글을 썼다.66) 점진적 통찰에 대한 나의 자료들은 느린 예감의 개념에 확실히 들어맞는다. 종국에 모든 것이 딱 들어맞는 ‘아하’의 경험 역시 결국 통찰 과정의 정점에서 나타나는 것이다. === 행운의 편지 === === 과학적 문헌을 살피다 === 최근 베스트셀러 《생각에 관한 생각Thinking, fast and slow》에서, 카너먼은 빠르고 직관적인 시스템 1 사고와 좀 더 느리고 비판적이고 분석적이며 의도적인 시스템 2 사고를 구분한다.68) 휴리스틱스와 편향 운동은 결정 편향이 대부분 시스템 1, 즉 우리가 가진 인지적 충동에서 오는 것이라고 보았다. 시스템 2 사고는 이 충동을 모니터링해서 필요할 때 억제하고 교정하는 정신적 전략을 지칭한다. 휴리스틱스와 편향 커뮤니티는 시스템 2를 강화해서 시스템 1을 더욱 잘 통제하는 방법을 주장한다. 이 생각들은 1장에서 살펴본 성과 공식의 두 화살표에 잘 들어맞는다. 시스템 2는 아래쪽 화살표와만 관련 있다. 그것은 모두 실수를 줄이는 것과 관련 있다. 계속 새로운 편향을 보고하는 휴리스틱스와 편향 연구는 우리를 불안하게 만들고, 우리 자신의 판단을 의심하게 하며, 명료한 사고에 대한 우리 능력을 믿지 못하게 만든다. 휴리스틱스와 편향 연구는 인간이 엄격하게 비판적인 사고를 하지 않으면 잘못된 판단을 내릴 수 있다는 메시지를 주는 경우가 흔하다. 아래쪽 화살표를 더 강화해야 한다는 메시지인 것이다. 나는 시스템 1에 대한 이 부정적인 인상을 줄이고 균형 잡힌 생각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이끌어내는 통찰과 인간의 발견에 대한 경외감과 감탄을 통해 균형을 잡아야 한다. 우리에겐 두 화살표가 모두 필요한데, 이는 인간에게 시스템 1 사고와 시스템 2 사고 모두 필요한 것과 마찬가지다. 통찰을 획득하는 과정인 위쪽 화살표는 결정 편향에 대한 우려, 즉 아래쪽 화살표를 균형 잡히게 해준다. 휴리스틱스와 편향 연구에 대한 이러한 시각에서, 위쪽 화살표를 이해하려는 내 관심은 더욱 깊어지게 되었다. === 이야기 바라보기 === == 8장. 발견의 논리 == 나는 이야기들을 넘겨보다가 뭔가 이상한 것을 알아차렸다. 내겐 다섯 가지 통찰 전략이 있었는데, 그중 둘은 서로 반대 방향으로 작용했다. 그냥 서로 다른 것이 아니라, 반대로 작용하는 활동으로 보였다. 내가 전략을 통합하지 못했던 것이 당연했다. 창의적 절망을 만나면 우리는 자신을 가두고 있는 약한 믿음을 찾으려고 노력한다. 이 믿음을 내던져버림으로써 고착과 옴짝달싹 못하게 만드는 것에서 탈출하길 바란다. 반면, 모순 전략을 사용할 때 우리는 약한 믿음에 집중한다. 그걸 설명하거나 혹은 내던져버리는 대신, 그걸 진지하게 받아들인다. 이야기를 재구축하기 위해 사용하는 것이다. 그래서 이제 나는 통찰로 가는 두 가지 다른 경로를 가려냈다. * 그것들은 다른 동기에서 야기된다. 안 좋은 상황에서 탈출하길 바라는 것과 일반적 통념을 재고하길 바라는 것. * 서로 방아쇠가 다르다. 결점 있는 가정을 찾는 것과 비일관성을 마주하는 것. * 다른 활동에 의존한다. 결점 있는 가정을 교체하는 것과 비일관성으로 이끄는 약한 가정을 기반으로 하는 것. 이 특징들을 잡아내려고 노력한 것이 통찰의 세 갈래 경로Triple Path 모형 그림이다. 세 갈래가 된 이유는 가운데 있는 세로열에서 보이듯이 연결, 우연의 일치, 호기심 등 남아 있는 전략들이 합쳐졌기 때문이다. {{attachment:3-way-path.png}} 연결 경로는 절망 경로나 모순 경로와는 다르다. 우리는 약한 닻을 공격하거나 혹은 그것을 기반으로 삼지 않는다. 어떤 일을 연결 짓거나 우연의 일치를 발견하거나 호기심이 생기는 경우, 우리는 자신의 믿음에 새로운 닻을 추가하고 거기에서 함의를 발전시켜나간다. 통상 새로운 닻은 우리가 받는 새로운 정보에서 생긴다. 나는 세 갈래 경로 모형에서 연결과 우연의 일치, 호기심을 합쳤다. 그것들은 새로운 잠재적 닻을 기반으로 한다는 점에서 방아쇠, 즉 사건을 유발하는 계기가 동일하다. 우리 사고는 새로운 닻을 인식했을 때 자극을 받는다. 우연의 일치나 호기심은 그 자체로는 통찰이 아니다. 다만 그것은 우리로 하여금 그동안 우리가 갖고 있던 다른 믿음에 연결되는 새로운 닻을 찾아내는 경로로 길을 떠나게 만든다. 연결, 우연의 일치, 호기심은 활동이 동일하다. 새로운 닻을 다른 것들과 합하는 것이다. 통찰로 이어지는 이 경로는 다른 닻을 버리도록 강요하지 않고, 우리의 이해를 바꾸는 새로운 이야기를 구성하게 해준다. 이 경로는 모순과 창의적 절망 경로와는 다른 동기, 다른 방아쇠를 갖고 다른 활동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머지 두 경로와 같이 그 결과는 동일하다. 이야기에서 예상치 못한 이동이 생긴다는 점이다. 이 이동은 작은 조정 정도가 아니다. 그 이야기에 사용된 핵심 요소, 즉 닻이 바뀌는 것을 의미한다. 모순과 창의적 절망의 경우, 기존 닻 중 일부는 버려진다. 연결의 경우, 새로운 닻이 추가된다. 모든 경로에 있어 시작할 때의 이야기 속 닻들은 통찰을 얻고 난 후의 닻들과 다르다. 모순 경로, 연결 경로, 창의적 절망의 경로 이 세 가지 경로는 각기 다른 방식으로 점화된다. 또 각기 다른 방식으로 동작한다. 프레임 속에서 약한 닻으로 보이는 이례적 일을 포용하거나, 그 약한 닻을 뒤집거나, 새로운 닻을 추가한다. 통찰에 대한 추후 연구를 통해 아마 앞 그림에 보인 세 가지 경로 외에 다른 경로들도 발견하게 되지 않을까 싶다. 세 갈래 경로 모형 그림의 하단에는 결과로 가는 다른 길들이 보인다. 세 가지 전략으로부터 곧바로 나가는 길도 있지만 교차로도 있다. 이는 내 표본의 상당수 통찰들이 하나 이상의 경로에 의존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카를로스 핀레이는 빨간 집모기와 황열병 간의 우연의 일치를 알아챘다. 그러고 모기 가설이 입증되지 않은 상태에서, 월터 리드는 포말전염설과 황열병 간의 모순을 발견했다. 이 모순이란 동일 공기, 의복, 침구를 공유했지만 한 명의 재소자만 사망하고 나머지는 생존했던 상황을 말한다. 끝내 월터 리드의 팀은 새로운 닻을 마주했다. 모기 내에서의 잠복기. 그들이 잠복기를 다른 정보들의 비빔밥에 연결하자, 모기가 황열병을 퍼뜨린다는 사실이 보였다. 여러 경로는 예외가 아니라 규칙이다. 도식이 모든 가능한 조합을 보여주지는 않는다. 그러면 복잡해질 것이다. 조합의 대부분은 어떤 지점에서 연결 경로에 의존했기 때문에, 나는 나머지 두 경로가 연결 경로에 합쳐지는 식으로 묘사했다. 모순 경로와 창의적 절망의 경로 모두를 사용한 사례는 소수에 지나지 않았다. 세 갈래 경로 모형은 이전의 설명들이 틀렸다기보다는 왜 불완전했는지 보여준다. 그것들은 단일 경로에만 한정되어 있었다. 월러스 같은 연구자와 이론가들은 통찰을 고착되거나 옴짝달싹 못 하는 상황에서 탈출하는 것으로 설명했는데, 이는 창의적 절망의 경로에 해당한다. 아이디어 간의 연관성과 조합을 강조한 연구자들은 연결 경로를 이야기한 것이다. 문제를 다르게 표현하거나 생각하는 방법을 재구성하는 것으로 통찰을 묘사하는 연구자들은 모순 경로로 옮겨갔다. 이들 중 누구도 틀리지 않았다. 통찰의 세 갈래 경로 모형을 보면 왜 사람들의 이야기가 서로 엇갈리는 것처럼 보이는지 알 수 있다. 그들이 서로 다른 경로 위에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통찰이 어떻게 동작하는지에 대한 더 온전한 그림을 갖게 되었다. 이제 통찰의 어두운 면으로 방향을 돌릴 시점이다. 발견 과정을 억누르는 힘 말이다. 내 주의를 끌었던 두 번째 미스터리로 방향을 틀자. 사람들이 통찰을 얻는 걸 가로막는 것은 무엇일까? = 2부. 문을 닫다: 무엇이 통찰을 방해하는가 = == 9장. 어리석음 == === 행동에서의 어리석음 === == 10장. 대조적 쌍둥이 연구 == === 결함 있는 믿음 === === 경험 부족 === === 수동적 자세 === === 구체적 추론 방식 === === 이중 나선: 성공과 실패 === == 11장. 멍청해지는 설계 == 컴퓨터가 우리 삶 전반에 걸쳐 빠르게 확산되면서 정보기술 전문가들은 이 다재다능한 기계를 어떻게 하면 더 유익하게 만들 수 있을까에 대한 지침을 내놓았다. 소프트웨어 개발자들, 정보관리 전문가, 인간공학 전문가 그리고 많은 다른 전문가 단체들은 사용하기 쉬우면서 더 좋은 성과를 가져오는 의사결정지원 시스템과 정보관리 시스템을 개발하고 추천해왔다. 나는 이 중에서 일반적인 지침 네 개를 골랐다. 이것들은 컴퓨터 기반의 보조도구를 설계할 때 유용한 지침이다. 이번 장에서 우리가 탐색해볼 질문은, 이러한 구체적인 지침들이 통찰에 어떤 영향을 주는가 하는 것이다. 그 지침들은 다음과 같다. 1. 시스템은 사용자가 일을 더 잘하도록 도와야 한다. 2. 시스템은 중대한 신호를 사용자에게 분명히 보여줘야 한다(업무를 위해 의존해야 하는 정보 항목들 관련). 3. 반대로, 시스템은 사용자가 의미 없는 메시지 속에 빠져 허우적대지 않도록 무관한 데이터를 걸러내야 한다. 4. 시스템은 사용자가 목표 대비 어느 정도의 진전이 있는지 모니터링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이러한 지침은 꽤 합당하고 설득력 있어 보인다. 하지만 통찰이 요구되는 상황에서 이것들이 얼마나 유용할 수 있는지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 제미마 구출하기 === === 더 강한 설계 = 더 약한 통찰 === 이번 장을 시작하면서 나열한 네 개의 설계 원칙 각각은 질서와 구조에 의존하는 데 반해, 통찰은 무질서하다. 의사결정지원 시스템과 정보기술이 설계되는 방식을 바꾸기 위해서는, 과거에 어떤 식으로 일을 했는지에 대해서는 신경을 덜 쓰고 의사결정자들이 발견할 수 있는 여지, 즉 자신들의 작업을 수정할 수 있는 자유를 더 주는 것에 개발자들이 더 많은 신경을 써야 할 것이다. 시스템 설계자들은 사용자들이 혼란에 빠지지 않으면서 목표와 계획을 바꾸는 것이 쉽도록 해줘야 한다. 나는 이 조언이 잘 받아들여지리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은 그런 제안에 흠칫 놀라면서 오히려 난장판을 만드는 제안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므로 나는 통찰을 북돋는 시스템이 설계될 가능성에 대해 낙관적이지 않다. 이 장 초두에 나온 네 개의 지침은 너무나 강력하다. 과거 내가 인지적 시스템 공학에 대해 세미나를 할 때, 나는 이 지침들을 지지했다. 통찰을 조사하는 프로젝트를 시작하기 전까지는 나도 신봉자였다. 오해하지는 마라. 나는 여전히 이 네 개의 지침이 유용하다고 본다. 하지만 이제는 이 지침들이 어떻게 사용자들이 쓸모없어진 일에 얽매이게 함으로써 통찰을 방해할 수 있는지가 눈에 보인다. 시스템 설계자들이 더 많은 유연성을 만들기 원한다고 하더라도 그들의 스폰서와 그들의 조직이 저항할 수도 있다. 정보기술 애플리케이션을 설계할 때 개발자는 명확한 목표, 목적, 기준을 가지고 있어야만 한다. 이처럼 융통성 없게 설계된 정보기술이 때때로 통찰을 방해하는데, 사실 이는 조직이 하는 것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조직들은 혁신을 가치 있게 여긴다고 주장하지만 그들의 행동을 연구하면 그런 생각은 들지 않을 것이다. == 12장. 조직은 어떻게 통찰을 가로막는가 == 조직은 의도치 않게 조직원들의 통찰을 억압하는데, 그 방식은 내부에 깊이 스며들어 있어서 보이지 않는다. 이번 장에서는 동기, 즉 조직이 구성원들의 통찰을 억압하는 데 연루되는 이유들을 먼저 탐색해볼 것이다. 그러고 난 후 조직들이 통찰을 가로막는 방식들에 대해 살펴보자. === 동기 === 조직은 그들의 DNA 안에 깊이 숨겨진 힘 때문에 통찰을 억누른다. 그들은 예측 가능성을 가치로 보고, 뜻밖의 일에 움츠러들고, 완벽성과 실수의 부재를 갈구한다. 뜻밖의 일과 실수가 계획과 매끄러운 운영을 엉망으로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불확실성을 줄이고 실수를 최소화하겠다는 집착으로 조직들은 예측 가능성의 함정과 완벽성의 함정에 빠지게 된다. ==== 예측 가능성의 함정 ==== 도대체 당신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건가? 그 전에는 조직이 통찰을 격려하기를 원한다고 믿었다. 그런데 이제는 새로운 통찰을 의심의 눈초리로 본다. 만약 당신이 대다수의 관리자와 비슷하다면 당신은 예측 가능성에 높은 가치를 두는 사람이다. 만약 당신이 작업 흐름Workflow과 자원, 일정을 정확히 예측할 수 있다면 당신의 일은 훨씬 더 간단해진다. 당신이 공식적 프로젝트 목표에 다다르는 진척도를 정확히 측정할 수 있다면 당신의 일은 더욱 간단하다. 이제 당신은 예측 가능성의 함정에 빠졌다. 당신은 예측 가능성의 유혹에 강력히 사로잡힌 나머지 그것을 지나치게 높은 우선순위에 두게 되었다. 통찰은 예측 가능한 것의 반대이다. 통찰은 파괴적이다. 통찰은 경고 없이 찾아오며, 예기치 못한 형태를 띠고, 상상도 못 한 기회의 문을 연다. 통찰은 진척도 체크에 방해가 되는데, 과업의 모양을 바꾸고 심지어 목표를 수정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통찰에는 리스크가 있다. 당신을 곤란하게 만들 수 있는 간파되지 않은 복잡성과 함정. 그래서 통찰은 당신의 일을 더욱 어렵게 만든다. 당신은 이 추가적인 일을 할 준비가 되었는가? 프로젝트가 시작되는 순간부터 당신에겐 이미 생각할 것, 추적할 것이 너무 많다. 당신의 팀원들이 가져올 통찰의 모든 함의를 예측할 정신적 여유가 없는 것이다. 우리는 프로젝트와 사람을 더욱 잘 관리하기 위해 예측 가능성을 끌어올리고 싶어 한다. 이것은 모든 관리자와 조직에게 자연스러운 압력이다. ==== 완벽성의 함정 ==== 나는 ‘완벽성’을 실수의 부재라고 정의한다. 조직은 자연스럽게 실수를 줄이는 쪽에 끌리게 된다. 실수는 쉽게 정의할 수 있고, 쉽게 측정 가능하며, 쉽게 관리할 수 있다. 이제 우리는 나로 하여금 통찰에 대한 탐험을 시작하게 만든 성과 공식으로 다시 돌아오게 되었다. 공식은 성과 개선을 위해서는 우리가 두 가지 일을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원래 버전에서는 실수를 줄이는 것에 대해서만 언급했는데, 조직들이 완벽성은 물론 예측 가능성에 대해서도 걱정하기 때문에 불확실성을 추가했다. 위쪽 화살표는 우리가 증가시키길 원하는 것, 바로 통찰이다. 성과를 개선하려면 우리는 실수와 불확실성을 줄여야 하고, 통찰을 늘려야 할 필요가 있다. 불행히도 두 화살표는 서로 충돌하는 경우가 흔하다. 우리가 실수와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해 취하는 행동들이 통찰을 방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조직들은 균형 잡기 문제에 직면해 있다. 조직은 균형을 잃고 아래쪽 화살표를 지나치게 강조하는 경우가 너무 많다. 그들은 통찰을 발견하는 것보다 실수와 불확실성을 줄이는 데에 더 신경을 쓴다. 그들은 결국 예측 가능성의 함정과 완벽성의 함정에 빠진다. === 조직이 통찰을 가로막는 방식 === 우리는 왜 조직이 통찰을 가로막는 방식으로 행동하길 원하는지 살펴봤다. 이제는 조직들이 그렇게 하는 몇 가지 방식을 볼 것이다. 그다음엔 왜 조직이 가진 그 구조가 통찰을 차단할 수 있는지 알아보자. ==== 아래쪽 화살표 시행하기 ==== 정보기관들이야말로 큰 실패를 경험한 후 실수를 줄이기 위해 전면적인 변화를 만드는 조직의 좋은 사례다. 다양한 직업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아래쪽 화살표의 더 세부적인 목록은 다음과 같다. 이는 아래쪽 화살표 관리자들의 도구이자 무기다. 어쩌면 당신도 자신이 속한 조직의 추가적 아이디어 몇 개를 더할 수 있을 것이다. 아래쪽 화살표 방법들은 예측 가능성과 완벽성에 대한 욕구가 동기가 되는 것들이다. 이러한 방법들은 여러 방식으로 통찰을 방해한다. 실수와 불확실성을 줄이는 방법 * 더욱 까다로운 기준을 부과한다 * 단속을 강화한다 * 모든 출처를 문서화한다 * 가정을 뽑아낸다 * 이 가정들에 대해 불확실성 정도를 추정한다 * 검토 숫자를 늘린다 * 더 높은 엄밀성으로 결론의 정당성을 주장하게 한다 * 체크리스트와 절차에 의존한다 * 일정의 정밀도를 높여 더욱 세세하게 계획한다 그것들은 정신 팔리게 한다. 사람들이 통찰에 기여하지 않는 작업들로 시간을 보내며 녹초가 되게 함으로써 사람들이 추측하고 상상할 시간을 빼앗는다. 이러한 실수 회피 예식들은 사려 깊어질 시간을 잠식한다. 이야기를 벌려놓고 그 이야기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보기 위해 추측을 따라가는 시간 말이다. 체크리스트의 부정적인 면은 ‘아무 생각 없음mindlessness’을 의도적으로 유발할 수 있다는 점이다. 우리는 단계를 그냥 따라야 하고, 그것에 대해 다른 생각을 해선 안 된다. 중요한 생각은 체크리스트 설계자들이 이미 했다. 이처럼 체크리스트와 절차 매뉴얼을 따를 때 우리는 적극적인 사고 과정을 꺼버리게 되는데, 이는 통찰을 가져오는 질문하는 사고방식과 정반대다. 체크리스트와 절차는 예측 가능성을 보장한다. 모든 불확실성이 해소되고 실무자들이 안전하고 효율적이고 효과적으로 일하는 표준적 방법에 수렴했을 때에야 그것들이 가장 잘 동작한다. 이 프로세스들은 과업이 분명히 이해되고 질서정연한 상황에서 가장 잘 돌아간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조직들은 과업이 애매모호하고 복잡할 때 이러한 프로세스를 사용하고 싶어 한다. 체크리스트 사고방식은 장난스럽고 탐색적이고 호기심 중심인 사고방식의 반대이다. 관리에 의한 통제는 운영이 잘 되고 있는 기업들이 예측 가능성을 높이고 실수를 줄이기 위해 필요하다. 허나 과도한 관리 통제는 변화에 시간과 노력이라는 비용을 부과하기 때문에 통찰을 방해하게 된다. 성과는 화살표들을 균형 있게 유지하는 것에 좌우된다. ==== 조직적 억압 ==== ‘조직’의 개념은 맡은 임무를 수행하기 위한 권한과 책임의 계통 속에서 확립된 권력 관계 구조를 수반한다. 통찰은 우리의 이해, 행동, 인식, 목표, 감정에서의 이동이다. 그것들은 근본적으로 반조직적dis-organizing이다. 조직의 위계적인 구조는 통찰을 걸러낸다. 통찰이 최상위 의사결정자에게까지 도달하려면 각 단계의 결정자 모두가 사인해야 한다. 만약 하급 정보 분석가가 이례적인 것을 감지하고 알렸다고 해도 그 메시지가 위로 올라가는 연결고리 중 어딘가에서 묻혀버릴 확률이 있다. 이것이 바로 ‘조직적 억압’이다. 나는 많은 조직이 공식적으로 블랙 스완을 알아차리기 전, 그 조직원들이 먼저 블랙 스완의 이른 신호를 알아보는 게 아닌가 의심이 간다. 미리 블랙 스완을 잡아내는 식의 불가능한 것을 하려고 하느니, 조직들은 내부의 경고자들이 보내는 조언을 억제하지 말고 귀를 기울이는 것이 더 나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게 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과 파괴적인 혁신을 가능한 한 오랫동안 도외시하도록 프로그램화된 조직 DNA에 반하는 일일 것이다. 여기에 아이러니가 존재한다. 조직에서 가장 우려하는 것은 실수다. 그들은 틀릴 수도 있는 주장을 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하지만 솔직한 의견을 말하는 데 주저하는 것 때문에 이른 경고 신호를 놓치고 문제를 막을 수 있는 기회를 놓친다. 무언가를 시도할 때 실수를 저지를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에 시도를 하지 않는 실수를 증가시킨다. 그들은 상황 속에서 실제로 무슨 일이 벌어지는가에 대한 판을 뒤집는 통찰을 가로막는다. === 과학자라고 그다지 나을 건 없다 === == 13장. 이렇게 통찰을 사냥하지 말라 == 다음의 사고 실험Thought Experiment을 시도해보자. 통찰을 연구하기 위해 어떻게 하면 잘못된 전술들을 사용할 수 있을지 상상해서 우리가 통찰에 대해 배운 것이 무엇인지 알아보자. 나는 수집한 120건의 사례를 취합하기 위해 통찰을 사냥 다녔다. 다양한 사례들은 단일 경로에 제한된 모형이 아니라, 세 갈래 경로 모형을 만들어냈다. 이제 이 프로젝트를 다시 시작하려 한다고 상상해보자. 우리가 어떤 실수를 할 수 있을까? 어떤 터무니없는 실책이 우리를 잘못된 방향으로 이끌어갈까? 어떤 방법이 우리가 가치 있는 것을 배우는 걸 방해할까? 아래에 몇 가지 가능성이 있다. * 통찰은 예기치 않게 등장한다. 따라서 우리는 통찰을 포착할 수 있는 구체적인 날짜, 구체적인 시작과 종료 시기에 대한 일정을 잡을 것이다. * 통찰은 사람들이 가진 관심사에서 흘러나온다. 따라서 그들이 이미 생각하고 있던 문제를 사용하지 않고 우리가 연구하는 주제에 통찰 작업을 할당할 것이다. * 통찰은 우리에게 중요한 테마, 즉 우리가 심지어 주의를 기울이고 있지 않을 때에도 머릿속에서 계속 돌아가는 테마에서 나온다. 따라서 우리는 사람들이 관심 갖지 않는 의미 없는 작업을 반드시 사용할 것이다. * 많은 통찰은 오랜 기간에 걸쳐 자라난다. 따라서 우리는 가용 시간을 짧게 하고 1시간 이상은 주지 않을 것이다. * 하버드 경영 대학원의 테레사 아마빌레Teresa Amabile 교수가 평가 압력이 통찰을 방해한다는 것을 발견했다.103) 따라서 우리는 사람들의 시간을 재고 그들의 능력을 평가한다는 것을 그들이 꼭 알 수 있게 할 것이다. * 그레이엄 월러스부터 다수의 조사자들에 이르기까지 많은 이들이 자신의 사고 과정을 발화하게 하는 것이 통찰을 방해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고했다. 따라서 우리는 과정 내내 ‘생각하는 걸 말하기think-aloud’ 보고를 요청할 것이다. * 많은 통찰은 연결, 우연의 일치, 호기심, 모순에서 떠오른다. 따라서 우리는 교착 상태에 빠지게 하는 과업만 사용하고 다른 경로는 무시할 것이다. * 내 연구의 3분의 2 사례에서 사람들은 자신들의 경험을 사용해 연결을 만들고 모순을 봤다. 따라서 우리는 사람들이 전에 한 번도 본 적 없는 과업을 어떻게 다루는지에 대해 연구할 것이다. * 우리가 좀 더 사악해지길 원한다면 우리는 사람들의 경험이 실제로 통찰을 방해하는 방법을 사용할 것이다. 요컨대, 우리는 거의 모든 통찰 실험에서 현재 사용 중인 실험 방법들을 설계할 것이다. 대부분의 연구들은 엄격히 통제된 상황에서 대학 학부생들에게 퍼즐을 제시하는 방법에 의존한다. 이러한 방법이 통찰에 대한 연구자들의 발견을 제약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당신은 사람이 안심하고 아무 생각 없이 정해진 순서를 따르게 하는 것이 경험과 동일하다고 믿는가? 더 배울수록 우리 정신이 더 잠들게 된다고 믿는가? 어쩌면 이러한 추론은 길들여진 통찰 퍼즐을 가지고 너무 오랫동안 연구해온 사람들에게는 말이 될 것이다. 그러나 사냥꾼의 시각에서 볼 때, 경험에 대한 이러한 비판은 부당하다. 해리 마르코폴로스는 버니 메이도프를 꿰뚫어보기 위해 사기 조사관으로서의 자기 경험을 사용했다. 찰스 다윈은 맬서스의 아이디어 속 함의를 평가하기 위해 비글호 탐사 경험을 사용했다. 동일 종의 개체들 사이에서 변이를 관찰했던 자신의 경험을 사용한 것이다. 타란토 전투의 의의를 파악한 사람은 슈타르크와 야마모토라는 최고위 제독들이었다. 나는 경험이 신경 쓰지 않는 상태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한다. 그러기 위해 당신은 매 시도에서 동일한 조건을 반복해야 한다. 모든 반복이 동일해야 한다. 연구자들은 이런 종류의 효과를 ‘자동성’이라고 하는데, 사람들이 더 이상 어떤 생각도 하지 않게 되는 지점에 도달하기 때문이다. 물 단지 연구는 자동성을 유도해서 아인슈텔룽 효과를 만들어냈다. 하지만 연구실 밖에서는 자동성을 조장하는 작업 조건을 찾기가 쉽지 않다. = 3부. 문을 열다: 어떻게 통찰을 촉진할 수 있는가 = == 14장. 우리 자신을 돕기 == 이번 장에서는 우리 자신이 통찰력을 가지는 데 도움이 되는 것이 무엇인지 살펴보도록 하겠다. 그리고 다음 장에서는 다른 사람들이 통찰을 얻도록 도울 수 있는 방법들을 찾아보자. 그다음엔 통찰을 늘리기 위해 조직이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 살펴볼 것이다. === 틸트 반사작용 === 우리가 할 수 있는 한 가지는 모순의 힘을 더 잘 사용하는 것이다. 혼동, 모순, 갈등을 통찰을 얻기 위한 발판으로 사용하기만 한다면 우리는 언제든지 이를 스스로 찾을 수 있다. 이런 종류의 혼란을 만날 때 사람들은 대개 좌절감을 느끼지만, 그것들은 발견을 위한 시작이 된다. 우리는 그저 경악의 느낌을 호기심으로 바꾸기만 하면 된다. 우리는 틸트 반사작용을 이용할 수 있다. 진저와 데니스의 사례는 사람들이 모순을 모면하는 것이 아니라, 모순을 어떻게 사용하는지를 보여준다. === 소용돌이 === 연결 경로는 많은 아이디어들을 빙빙 돌게 만들며, 우연한 링크를 만드는 데 뛰어나다. 소용돌이와 난류가 많을수록 발견의 확률은 더 높아진다. 마틴 챌피는 해파리에 대한 점심 세미나로 걸어 들어간다. 마이클 고틀리프는 이상한 증상이 있는 환자를 소개받는다. 조슬린 벨 버넬은 그녀의 전파 망원경 기록에서 특이하게 구불구불한 선을 발견한다. 배리 마셜은 코르크 따개 모양의 박테리아를 연구해서 연구 조건을 만족시키기로 결정한다. 한 소방경은 OJT 세미나에 참석했다가 태도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되는 방법을 배운다. 만약 이런 우연적인 관련성을 증가시킬 수 있다면, 우리는 낯선 활동에 우리 자신을 더욱 노출시킴으로써 통찰을 더 많이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더 다양한 경험을 직접 하려고 하거나, 다양한 분야에서 일을 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들을 자신에게 마구 퍼부을 수 있는 다른 종류의 사람들과의 만남을 증가시킬 수 있다. 이런 아이디어들 하나하나가 새 닻이 되어 새로운 개념적 조합의 씨앗이 될 수 있다. 어떤 조직들은 지식 노동자들이 다른 전문 분야의 동료들과 마주칠 수 있는 방안을 고안해 내부적 소용돌이를 증대시키려고 노력한다. 한 가지 방법은 각 전문가 집단이 그들만의 장소에 뭉쳐있게 놔두는 대신 사무실을 무작위로 배정하는 것이다. 연결 경로는 가치 있는 아이디어 조합에 걸려 넘어질 수 있는 방법으로서, 소용돌이와 난류를 증가시키라는 조언이 가장 타당한 곳이다. 무작위적 조합을 진작시키는 창의적 기법들이 등장하는 곳이 바로 여기다. 그것들은 우리가 다른 식으로는 결코 고려하지 않았을 법한 새로운 혼합물을 찾게 도와준다. 이 전략의 인기에도 불구하고, 나는 우연적 발견의 확률을 더 높이기 위해 소용돌이와 난류를 증가시키는 기법들에 대해 그다지 열광적이지 않다. 우연적으로 떠오른 통찰에 대한 이야기들이 소용돌이의 가치를 보여주기는 하지만, 단순히 과정을 뒤집을 수 없고 자칫 ‘거꾸로 사고하기의 오류The fallacy of backward thinking’에 부딪힐 수도 있기 때문이다. 거꾸로 사고하기의 오류란, 만약 과거에 우리가 이러저러한 조건들 몇 가지에서 좋은 아이디어가 나왔다는 것을 확인하면 미래에는 그 조건들을 만들어내기만 하면 좋은 아이디어들을 더 얻게 될 거라고 생각하는 것을 말한다. 어쩌면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동시에 무수하게 많은 나쁜 아이디어들도 얻게 될 것이다. 우리가 더 많은 무작위적 조합을 만들어낼수록 쓸모없는 것들을 걸러낼 부담 역시 더욱 커진다. 통찰에는 나쁜 아이디어를 고려할 필요가 없이 새로운 발견을 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수학자 앙리 푸앵카레Henri Poincare는 이렇게 말했다. “창조는… 새로운 조합을 만드는 것에 있지 않다… 그렇게 만들어진 조합들은 수적으로 무한할 것이고 그들 중 대다수는 전혀 관심을 둘 필요가 없는 것들이다. 창조한다는 것은 반대로 불필요한 조합을 만들지 않는 것에 있다.” === 비판적 사고 === 창의적 절망의 경로는 다른 태도를 요구한다. 우리는 자신의 머릿속에 설치된 함정에서 탈출하길 바라며, 또 탈출하기 위한 방법을 찾아야만 한다. 우리는 무언가를 간과하고 있다. 우리는 검증되지 않은 가정을 만들고 있다. 실수를 두려워하는 몇몇 조직들은 자신의 지식 노동자들에게 모든 가정을 나열하도록 격려하며, 나쁜 가정들을 찾아내는 것이 더 낫다고 여긴다. 나는 그런 활동이 이득이 되는 경우를 한 번도 보지 못했고, 가정 나열이 가치가 있다는 증거를 들어본 적도 없다. 아마도 가장 효과적인 전략은 ‘비판적 사고’라는 것에 참여하는 일일 것이다. 이는 증거를 체계으로 분석하는 것이며, 가정에 대해 의문을 갖는 사고 과정이다. 이는 가정 전부를 속속들이 나열하도록 사람들에게 요청하는 것이 아닌, 특정 주장들을 믿을지 말지를 결정하기 위해 논리적으로 증거를 검토하는 방법을 통해 이루어져야 한다. 그러나 몇몇 비판적 사고의 지지자들은 이에 대해 지나치게 열광하는 것 같다. 다른 여타의 기술과 마찬가지로 비판적 사고에도 경계 조건이 있다. 그것을 좀 내려놔야 할 때가 있는 것이다. 지나치게 많은 위험 회피적 조직들이 잘못된 결정을 줄이는 방법으로 비판적 사고 프로그램과 기법들을 도입했다. 비판적 사고가 성과 개선을 위한 공식에서 위쪽 화살표를 꺾을 수 있고, 새로운 아이디어들을 탐험하는 데 필요한 무비판적이고 장난스러운 태도를 방해할 수도 있다는 것을 생각해보지도 않고 말이다.116) 여러 면에서 비판적으로 사고하는 것은 통찰을 형성하는 것을 거스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판적 사고가 조금이라도 통찰을 촉진하는 때가 있다면, 그것은 우리를 방해하는 결함 있는 가정을 무효화시키는 일이 필요한 ‘절망의 시기’일 것이다. === 회복을 위한 휴싞 === 배양은 창의적 절망 경로에 있을 때 가장 중요할 것이다. 나는 여전히 배양이 모순 경로에 가장 적당하지 않다고 말하고 싶은 유혹을 이기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일관적이지 않은 데이터 항목들을 접하고 난 후 수시간, 심지어 수일이 지난 후에 내 머릿속에 이 비일관성이 ‘팍’ 하고 떠오른 시점들을 기억해낼 수 있다. 통찰을 얻는 방법에 대해 말하자면, 세 갈래 경로 모형이 우리가 따라가는 다른 경로들을 설명해준다. 비일관성과 이례적인 것을 알아채고, 찾고, 적용하기 위해서 우리는 모순 경로를 사용한다. 새로운 아이디어에 대한 우리의 노출을 증가시키기 위해서 우리는 연결 경로를 사용한다. 옴짝달싹 못 하는 상황에 처했을 때 우리는 비판적 사고 기법들을 사용해서 결함 있는 가정과 믿음을 찾고 교정한다. 이제 우리는 통찰을 얻는 방법들에 대한 몇 가지 혼동을 바로잡을 수 있게 되었다. 다른 아이디어들에 많이 노출되는 것이 중요할까? 어쩌면 연결 경로를 사용하는 사람에게는 그럴 수 있겠지만, 다른 사람들에게는 아닐 것이다. 통찰 과정은 고착과 교착 상태를 돌파하느냐 아니냐의 문제일까? 절망 경로와 관련 있는 상황에서라면 그럴 수 있지만, 다른 경우는 아닐 것이다. == 15장. 다른 사람 돕기 == 나 자신을 돕는 것에서 다른 사람을 돕는 것으로 이동하게 되면, 우리의 도전이 매우 달라진다. 다른 이를 돕는다는 것은 대개 그들의 결함 있는 믿음을 바로잡으려고 노력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그들이 가진 결함 있는 믿음이 무엇인지 이해해야 한다. 타인을 돕는 일 중에서 가장 힘든 부분은 혼란스러운 부분을 진단하는 일, 즉 그들의 사고에서 무엇이 잘못된 것인지를 알아내는 일이다. === 진단 === 이 두 가지 이야기 모두 다른 사람이 통찰을 얻는 데 있어, ‘진단’이라는 중요한 첫 번째 단계를 보여준다. 데보라와 미첼은 상대의 사고에서 결함을 발견하게 되면서 그것을 바로잡을 만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한결 쉬워졌다. 이러한 과정이 그리 쉽지만은 않은 때도 있다. 통찰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때, 통찰을 촉진한 다음 그것을 행동으로 번역해야만 하는 때이다. === 진단 더하기 행동 === 단순히 좋은 통찰을 가졌다고 해서 좀 더 성숙한 행동이나 더욱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게 되는 건 아니다. 내담자들이 통찰을 얻었다고 할 때 심리치료사들이 그렇게 흥분하지 않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치료사들은 이런 통찰들이 행동으로 번역되는 것을 보길 원한다. 바바라가 사촌과 함께 운영하던 사업을 넘겨받는 것 같은 방식으로 말이다. 때때로 내담자들은 결코 행동을 바꾸지 않는다. 다른 경우, 통찰이 내담자들로 하여금 자신의 감정과 행동을 더 잘 관리하게 만드는 시작점이 된다. 이 사례는 타인을 돕는 것이 그들의 믿음을 교정해주는 것보다 더 복잡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그 사람이 새로운 방식으로 행동하게 안내해줘야 할 수도 있다. 그렇게 한참 연습을 한 뒤, 지미는 공을 스윙해도 되는지 물었다. 이전에는 백핸드로 공을 치는 것을 걱정했지만 이제 그것이 하고 싶어진 것이다. 나는 공을 쳐도 괜찮다고 말하면서 동시에 꼭 해야만 한다고 생각하진 말라고 했다. 결국 그는 훌륭한 백핸드를 치기 시작했고, 우리는 그 과정을 정말 신 나게 마무리 지었다. 지미는 여자친구와 제대로 된 경기를 할 수 있게 됐고, 얼마 지나지 않아 경기 대부분을 이기게 됐다. 그때쯤 되자 여자친구는 지미와 라켓볼 경기를 하는 것에 흥미를 잃었다. 그들은 결국 헤어졌지만 지미는 그것이 자신의 새로운 라켓볼 솜씨 때문은 아니라고 내게 장담했다. 내가 이 이야기를 좋아하는 이유는, 내가 지미에게 뭐라고 한마디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내가 한 것이라고는 그가 방법을 스스로 발견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준 것뿐이었다. 내가 이 이야기를 제이의 워크숍에서 발표할 때, 여기에 따라온 단어는 ‘발견’이었다. 이 실습은 타인이 자신만의 발견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을 내가 얼마나 좋아하는지 깨닫게 도와줬다. 우리가 지금까지 다루었던 사례들 중 어느 것에서도 누군가가 가지고 있던 단단한 믿음을 버리는 일은 필요하지 않았다. 이렇게 믿음을 재조정하는 것에는 더 극단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우리가 돕고자 하는 사람들이 자신의 이해를 고정시키는 믿음을 포기하는 것에 저항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들을 변화시키려면 모순을 능숙하게 잘 사용해야 한다. === 결함 있는 믿음을 고치기 위한 모순 사용법 === 내게 가장 강한 인상을 준 사례들은 사람들이 모순을 마치 마술 지팡이처럼 휘둘러 건설적인 딜레마를 만든 경우였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사례 중 하나는, 더그 해링턴Dug Harrington이 하루 사이에 마스터 조종사에서 무능한 조종사가 되었다가 다시 돌아온 이야기다. 장교의 주문대로 연습하면서 해링턴은 자신의 생각에서 결함을 발견해냈다. 그는 자기 엄지손가락, 즉 그의 가상 비행기의 기수를 활주로의 왼쪽으로 급격히 당겼던 것이다. 그는 곧바로 왜 착함 신호 장교가 그에게 “오른쪽으로 오라, 오른쪽으로 오라”고 말했는지도 알 수 있었다. 다음날 해링턴은 모든 착륙을 성공시켰다.124) 착함 신호 장교가 해링턴을 어떻게 도왔는지 보라. 그는 뭔가가 잘못되었다는 걸 알았고, 그에게 조종사의 성과에 대한 책임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해링턴을 찾아와서 그 논의를 시작했다. 착함 신호 장교는 해링턴에게 말해줄 것이 하나도 없었다. 그는 해링턴에게 어떤 강연도 하지 않았다. 그저 문제를 진단하기 위해 거기 있었다. 해링턴의 이야기에서 결함을 찾아내자, 그가 스스로 결함을 발견할 수 있는 연습을 재빨리 고안해냈다. 그 연습은 해링턴이 비행기의 기수를 중앙선에 두기만 하면 된다는 자신의 믿음과 직접적으로 모순되는 경험을 얻게 했다. 그 모순은 해링턴이 가진 비행기 착륙법에 대한 확고한 핵심 믿음을 버리게 만들었다. 통찰은 개념적이면서 동시에 감정적이기도 했다. 해링턴이 내게 이 이야기를 들려줬을 때, 그의 얼굴에서 나는 그가 자기 엄지손가락을 왼쪽으로 움직인 후 자기의 어리석음을 깨달은 순간 얼마나 놀랐는지를 읽을 수 있었다. 이 사례의 착함 신호 장교는 이상적인 선생이자 코치, 지지자 모습의 전형이다. 이런 종류의 가르침은 매우 어렵다. 여기에는 정답을 아는 것 이상의 능력이 요구된다. 호기심, 연민 그리고 중심에서 벗어나는, 즉 다른 누군가의 시각으로 보는 능력이 필요하다. 이는 모순을 사용해 사람들이 스스로 발견하게 돕는 기술에 달렸다. 이야말로 내가 존경하고 부러워하는 능력이다. === 뒷발질하기 === == 16장. 우리 조직 돕기 == 조직이 더 많은 통찰을 얻도록 돕는다는 것은 성과 공식에서 아래쪽 화살표의 독재를 깨뜨린다는 의미다. 그것은 실수에 대한 전쟁을 거꾸로 되돌린다는 말이기도 하다. 우리는 화살표 사이의 더 나은 균형, 즉 한 편으로 실수와 일탈을 줄이려고 노력하는 것과 다른 편에서는 통찰을 늘리는 것 간의 더 나은 균형을 회복할 필요가 있다. 조직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종종 예측 가능성과 완벽성(실수와 일탈 줄이기)에 대한 압력을 마주한다. 이것이 관리자들로 하여금 작업과 시간표를 최대한 정밀하게 명시하고 통찰을 파괴적인 것으로 여기게 하는 동기가 된다. 게다가 실수는 공개적이다. 실수는 눈에 보이므로 쉽게 추적하고 측정할 수 있다. 관리자들은 자신들이 일을 잘하고 있다는 증거로, 실패율의 감소를 보여줄 수 있다. 간단한 해결책은, 뒤로 한걸음 물러서서 검토하는 양을 줄이고 실수 예방을 위해 설계된 활동을 줄이는 것이다. 만약 아래쪽 화살표를 브레이크 페달로 생각한다면 조직은 페달을 그렇게 강하게 누르는 것을 멈춰야 한다. 급브레이크를 밟는 데에 그토록 많은 노력을 들이고 있다면, 그들이 그리 멀리 나가지 못하는 것도 놀라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예측 가능성과 완벽성의 힘은 그 압력을 계속 가할 것이다. === 위쪽 화살표 강화하기 === 통찰과 발견을 위해서 우리는 실수를 줄이려고 취해지는 압력을 상쇄할 힘을 고취해야 한다. 이는 예측 가능성이 필요하다는 생각과 실수에 대한 두려움을 균형 잡히게 해줄 위쪽 화살표를 강화시키는 방법을 찾는다는 의미다. 한 가지 아이디어는, 발견을 격려하는 방법을 홍보하는 ‘통찰 옹호자’들의 팀을 만드는 것이다. 그 팀의 팀원들은 내가 사례들을 모은 것처럼 그들의 정규 직무에 추가로, 통찰과 발견의 예시들을 수집하면서 조직을 돌아다닐 수 있을 것이다. 팀은 매달 최고의 사례를 퍼뜨림으로써 다른 사람들을 격려하고 조직이 구성원들의 통찰을 가치 있게 여긴다는 것을 보여줄 수도 있다. 나는 아직까지 문서화되지 않는 통찰의 훌륭한 사례들이 매우 많을 거라고 생각한다. 통찰 옹호자들은 이야기, 즉 스토리텔링을 사용해서 자신들이 배운 것을 나눌 수도 있다. 나는 통찰 옹호자들의 팀을 구성하는 방식에 대해 생각하는 것을 좋아하지만, 조직이 그것을 유지하거나 혹은 위쪽 화살표를 강화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할 것이라는 기대에는 비관적이라는 점을 고백해야겠다. 숀 칼라한 같은 카리스마 있는 리더는 조직이 변하도록 영감을 불어넣어줄 수 있지만, 그의 내러티브 기법이 제도화된 후에 그것들이 얼마나 오래 갈지는 확신하지 못하겠다. 통찰 옹호자들의 팀을 구성하는 것 같은 혁신뿐 아니라, 그런 기법들도 재무적 위기나 예산 삭감 문제가 떠오르면 가장 먼저 사라져버릴 수 있다. === 필터 느슨하게 만들기 === 우리는 위쪽 화살표를 높이기 위해 노력하는 대신 아래쪽 화살표를 수선해서 통찰이 가로막히는 것을 줄일 수 있다. 무엇이든지 죽을 때까지 수정하는 조직의 경향에 대응하는 한 가지 방법은, 대안적인 보고 경로를 만들어 지식 노동자들이 일상적인 수정을 거치지 않아도 되는 의견들을 발표하게 하는 것이다. 이 대안적인 발표 방법은 필터를 피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불행히도 이 방법은 현실에서는 그 이론만큼 효과가 있지 않다. 근로자들은 잔소리꾼이 되고 싶어 하지 않는다. 내 친구는 이 취약성을 감소시키는 방법을 제안했다. 거부당한 의견을 위해 항소 법원을 제공하라는 것이다. 그것은 필요에 따라 소집되어 인기 없는 관점을 차단하려는 어떤 노력이든 우회하는 길을 제공해주는 것으로, ‘간과 그룹Oversight Group, oversight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필터링 과정을 지나치게 느슨하게 만드는 쪽으로 갈 수는 없다. 목표는 어느 하나가 다른 하나보다 우위를 차지하는 게 아니라, 두 화살표 간의 생산적 균형을 달성하는 것이라는 점을 기억하라. 통찰이 생기는 대로 받아들이는 조직은 혼란에 빠지고, 산만해지며, 제 기능을 못하게 될 것이다. 만약 FBI의 중간 관리자들이 모든 경고를 전달한다면 그들은 조직을 경고의 홍수에 익사시키게 될 것이다. 정보기관들은 지속적으로 경고를 받는데, 그 대부분은 근거가 없지만 그것들 하나하나가 여러 갈래의 추측을 부추길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간과 그룹은 필터를 해체하는 것이 아니라, 이를 그대로 두고 노동자들이 자신의 통찰을 확고하게 느끼는 경우를 위해 비상구를 제공하는 식으로 중간 입장을 취할 수 있다. 간과 그룹은 타당한 경고가 위험 회피 관리자에 의해 차단될 기회를 줄일 수 있을 것이다. === 조직의 의지력 늘리기 === 조직적 문제는 사람들이 통찰을 얻는 것을 좌절시키거나 통찰을 걸러내는 것보다 더 깊은 문제일 수 있다. 많은 경우, 문제는 통찰을 얻거나 알아채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행동으로 옮기는 것이다. 조직은 변화를 만들 의지력이 부족하다. 어떤 조직은 상황이 얼마나 위급한지 보지 못하는 상태일 수 있다. 리더들은 그들이 무엇을 해야 할지 알고 있어도 이를 실행할 에너지를 모을 수 없다. 슈타르크 제독은 타란토 전투에 대해 올바른 통찰, 즉 일본인들이 진주만의 미 해군 함대를 공격할 수 있다는 통찰을 가졌음에도 그가 안전망으로 제안했던 방뢰망에 반대하는 조직적인 힘을 극복할 수 없었다. 내가 주로 걱정하는 것은 지속적 변신의 원칙이 통찰의 창발에 반한다는 것이다. 지속적이거나 혹은 심지어 주기적인 변신을 지지하게 되면, 그것이 수행해야 할 판에 박힌 틀이 되어버린다. 이와는 다르게, 통찰은 우발적이다. 창의적 절망의 경로를 따르면서 지속적 변신의 원칙을 엄격히 고수하는 조직은, 연결과 우연의 일치, 호기심, 모순에 민감한 조직과는 다르다. 조직들은 통찰을 행동에 옮길 때, 특히 자신들의 제일 목표에 대한 통찰을 행동으로 옮길 때에 의지력을 잘 보여준다. 목표에 대한 통찰이란, 유연해져서 애초의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계획을 적극적으로 조정하는 정도가 아니다. 그것은 목표 그 자체를 바꾸는 것이다. 목표 통찰A goal insight은 이라크 해방작전을 실행하던 미국의 상황을 뒤집는 데에 도움을 주었다. 2006년에 이르러 물리적 충돌은 미국이 이끄는 연합군에게 매우 불리하게 진행되고 있었다. 당시 미 육군 대령 션 맥파랜드Sean MacFarland는 방향을 바꾸어, 대부분 실패했다고 보던 안바 주Anbar Province의 수니파 근거지를 연합군의 든든한 기둥으로 바꿨다. 만약 통찰을 억제하는 조직을 돕고 싶다면, 어쩌면 왜 그들이 애를 쓰고 있는지를 진단하는 것에서 출발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만약 그들이 몹시도 엄격하고 통제 중심적이며 실수 회피적인 이유로 통찰을 막고 있는 것이라면, 그들은 조종 장치에서 물러서서 브레이크에서 발을 떼는 것과 동시에 그들의 통찰력 있는 직원들을 인정하고 격려할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만약 그들이 통찰을 걸러내고 있는 것이라면, 그들은 필터를 재조정하고 탈출 경로를 만들어서 지나치게 경계하는 단일한 지점 때문에 통찰이 발목 잡히지 않도록 만들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만약 조직이 통찰을 행동으로 옮기는 것을 할 수 없거나 혹은 그럴 의지가 없는 것이라면, 이것이야말로 치료가 가장 어렵다. 여기에서 우리는 통찰의 경계를 넘어서 회사의 사고방식과 동기의 영역으로 넘어가게 된다. 조직이 어떤 문제 혹은 어떤 문제 집합에 대면하고 있는지 그 조직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여기엔 통찰이 필요하다. 개인 수준이 아닌, 조직 수준에서의 자기 통찰이 필요하다. === 권위에 호소하기 === 고려할 전략이 하나 더 있다. 조직의 리더들이 문화를 바꾸도록 시도해보는 것이다. 만약 조직이 아래쪽 화살표, 즉 실수와 불확실성을 줄이는 것을 지나치게 강조하고 있다면, 그 조직은 거기에서 오는 결과로 고생하고 있을 것이다. 통찰을 억제하고 있기에 덜 혁신적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러면 그 결과 해당 조직은 실제 가능한 것보다 덜 성공적이게 될 것이다. 자신들의 조직이 더 잘 돌아가게 하고 싶다면 리더들은 성과 공식에 있는 위와 아래쪽 화살표 간의 균형점으로 이동하길 원해야 한다. 그런데 조직의 리더들이 이러한 이론을 믿을까? 그들은 증거를 보고 싶어 할 것이다. 우리는 두 화살표 간의 불균형에서 오는 유해한 영향을 그들에게 보여주어야 한다. 지난 30년간 미국 산업계는 의도치 않게 대규모 자연 실험을 시행했다. 주요 회사들은 모두 아래쪽 화살표로 향했다. 그 실험의 이름은 ‘식스 시그마Six Sigma’였다. 시그마는 변동성을 지칭하는데, 평균으로부터 떨어진 표준편차 크기를 나타내는 단위다. 식스 시그마는 변동성을 제거함으로써 실수를 줄이고 예측 가능성을 키우기 위해 노력한다. 식스 시그마는 99%보다 더 뛰어난 성과를 지향한다. 우체국으로 예를 들자면, 99% 정확도란 30만 개의 편지 중에서 3,000개가 잘못 배달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식스 시그마 목표는 그중 1개만 잘못 배달되는 것이다. 결국 식스 시그마 프로그램이 일본 상품들과의 품질 격차를 메웠다. 이는 컬트적인 모습을 띄게 되었다. 고도로 훈련된 식스 시그마 전문가들은 블랙 벨트를 상으로 받았다. 식스 시그마는 아래쪽 화살표를 매우 진지하게 다루었다. 그러다가 식스 시그마 실험이 틀어지기 시작했다. <포천>의 2006년 기사에는 식스 시그마를 도입한 대형 회사 중 91%가 그 이후로 S&P 500(스탠더드 앤드 푸어스 500종 평균 주가 지수-옮긴이)을 따라가는 데 실패했다는 보고가 실렸다. <포천>에 따르면, 식스 시그마가 혁신에 방해가 되었기 때문이었다. 결함을 100만 개 당 3.4개로 줄이는 데에 너무 많은 에너지가 쓰였기 때문에 새로운 상품 아이디어를 개발하는 데에는 충분한 에너지를 들이지 못한 것이다. 2007년 <비즈니스 위크Business Week>는 3M에서의 식스 시그마 흥망을 다뤘다. 3M은 2000년에 식스 시그마를 도입하면서, GE에서 잭 웰치의 부관이었던 사람 중 하나를 CEO로 고용했다. 4년 후 3M이 새 CEO를 임명할 때 3M은 식스 시그마에 대한 지원 수준을 낮췄다. 3M은 식스 시그마 체제 아래서 창의성이 줄어드는 것을 경험했던 것이다. 3M의 상급 연구원 하나는 각종 가정들을 나열하고, 모든 종류의 시장을 분석하며, 모든 것을 문서화하면서 자신의 프로젝트를 정당화해야 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3M의 가장 잘 알려진 제품 개발 스토리인 ‘포스트 잇 노트’의 발명가는 만약 발명 당시 식스 시그마 공정이 자리 잡고 있었다면 자신의 작업은 결코 부상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결론지었다. 몇몇 사람들처럼 식스 시그마가 실패했으니 폐기돼야 한다고 결론내릴 수 있다. 그러나 성과 공식은 우리가 통찰을 증가시키는 중에도 실수와 불확실성을 줄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우리는 한쪽의 극단에서 다른 쪽으로 점프하는 것이 아니라 양자를 모두 실행해야 한다. 식스 시그마를 폐기해서는 안 된다. 그것은 울타리 안에 가둬둬야 하는 것이다. 찰스 오라일리 3세Charles O’Reilly III와 마이클 투시먼Michael Tushman은 ‘양손잡이 조직ambidextrous organization’의 개념을 발전시켰다. 양손잡이 조직이란 성숙한 제품들에 대해서는 효율성을 추구하고 실수를 줄이면서, 동시에 다른 영역에서는 혁신과 창의성을 격려하는 조직을 말한다.138) 요령은 두 접근법을 서로 떨어뜨려놓는 것이다. 효율성 그룹과 혁신 그룹이 동일한 관리자에게 보고를 할지라도, 그 외에는 서로 독립적으로 운영됨으로써 실수와 불확실성을 줄이는 문화가 추측하고 실험하는 문화를 망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나는 이 양손잡이 접근법이 성숙한 제품 생산 활동에 대한 통찰의 기회를 줄이고, 그들의 개선을 작은 점진적 변화에만 국한시키지 않을까 하는 약간의 우려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이것은 최소한 성과 공식에서 두 화살표를 균형 잡히게 만드는 쪽으로 전진하는 것이다. 조직은 동시에 이 두 가지 활동에 참여해야 하지만 그러면서도 각 화살표를 관리하는 다른 사고방식을 존중해야 한다. == 17장. 통찰 사냥꾼이 되기 위한 팁 == 통찰로 가는 문을 연다는 것은 통찰에게 우리 자신을 개방한다는, 즉 통찰을 탐지하고 또 분석할 수 있게 된다는 뜻이다. 이 시점에서 당신은 통찰에 대해 한층 민감해져서 아마도 더 많은 통찰을 보게 되었을 것이다. 이는 탐지하는 부분이다. 그다음엔 해부 순서가 오는데, 여기서는 그 사람이 어떻게 통찰을 얻었는지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이것이 분석하는 부분이다. 우리는 신문이나 잡지 기사에서 발견하는 통찰에 대해서는 쉽게 분석할 수가 없는데, 이는 어떠한 질문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통찰을 가졌던 당사자와 이야기할 수 있을 때 나는 더 많은 것을 배웠다. 최고의 상황은 통찰이 일어나는 것을 지켜본 후에, 더 많은 세부사항을 찾는 것이다. 내 딸 데보라가 자신의 판타지 야구팀에 대한 통찰을 얻은 그 순간, 그녀 곁에서 내가 얼마나 흥미진진했었는지 기억한다. 이런 기회가 매우 자주 있는 것은 아니다. 통찰의 2차적 소스와 직접적 관찰 사이에는 중간 지대가 있다. 이는 조사해볼 가치가 있는 통찰에 대해 차후 당사자를 인터뷰하는 것이다. 이처럼 자신이 언제 통찰을 발견하게 될지 혹은 언제 누군가를 인터뷰할 기회를 갖게 될지 전혀 모르기 때문에, 우리는 늘 통찰을 사냥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여기에 일례가 있다. === 도마뱀 제로 === === 영리한 소비자들 === 시장 조사원들은 자기 고객들의 결정 전략 속으로 파고들어 통찰을 찾으려 한다. 그들은 설문조사, 질문지, 포커스 그룹 등을 통해 소비자들이 제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파악한다. 하지만 때로는 표준적인 도구들이 충분히 강력하지 못할 때가 많다. === 살아남을 수 있는 마지막 1분 === === 뻑뻑한 열쇠 === == 18장. 통찰의 마술 == 통찰은 종종 마술처럼 보인다. 이는 우리가 모자에서 토끼가 튀어나오는 놀라운 피날레만 보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 마지막 피날레를 만들기 위해 쌓이는 단계들을 보지 못한다. 예컨대, 그 마술사가 수년 동안 해온 연습, 모자의 설계, 토끼를 무대로 몰래 가져온 방식, 마술사의 조수가 결정적 순간에 앞으로 몸을 숙여 가슴골을 살짝 드러낸 것 등을 말이다. 비록 우리가 어떤 사람이 통찰을 갖는 바로 그 순간을 예측할 수는 없지만, 그 과정은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신비롭기만 한 것은 아니다. 앞에서 나는 통찰의 세 갈래 경로 모형을 제시하면서 모순, 창의적 절망, 연결에 각기 의존하는 독립된 경로를 보였다. 각 경로는 나름의 방식을 통해 우리가 세상을 이해하는 방식이 기반을 두고 있는 그 믿음을 바꾼다. 믿음을 재구조화하는 이 과정, 즉 일어나는 일을 이해하기 위해 우리가 사용하는 이야기를 바꾸는 것이 월러스가 설명한 번뜩임의 순간을 만들어낸다. 통찰은 예기치 않게 기존의 이야기를 더욱 정확하고 더 유용한 이야기로 치환해준다. 세 갈래 경로 모형은 통찰에 대한 나의 프로젝트를 형성한 120건의 사례에서 자라났다. 이 책에서 우리가 다루었던 통찰 대다수는 회전통을 올바른 배열로 돌리면 ‘탁’하고 열리는 조합식 자물쇠처럼 딱 들어맞는 것들이었다. 심지어 해답이 즉각적으로 드러나지 않더라도 우리는 어디엔가 올바른 답이 있다는 걸 안다. 제이 콜과 다른 사람들은 DNA 증거를 사용해서 도마뱀의 복제 이야기를 확인했다. 생물학(이중 나선 모형), 질병의 조사(콜레라, 황열병, 궤양, 에이즈), 금융사기 조사(버니 메이도프), 천문학(펄사) 등에서 온 다른 이야기들도 결말이 있었다. 거기에는 해결책이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통찰들은 맞긴 하지만 꼭 올바른 해법이나 만족스러운 결말만 있는 것은 아니다. 흔히 사람들에 대한 통찰이 그렇다. 이런 소프트한 통찰들은 깔끔하게 확인할 수가 없다. 누가 타란토 전투의 올바른 교훈이 무엇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우리는 툴롱에서 나폴레옹의 전술이 성공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이었다고 확신할 수 없다. 이처럼 우리는 이런 소프트한 통찰을 검증할 수 없지만, 그것들이 다른 통찰들만큼 명료하지 않다고 해도 그것들을 소중하게 여겨야 한다. 세 갈래 경로 모형은 깔끔한 통찰과 소프트한 통찰 모두에 적용되는 것 같다. 어떤 통찰들은 큰 영향력을 갖고 있다. 예컨대 다윈의 진화론, 야마모토의 진주만 공격 전략, 아인슈타인의 특수상대성이론 같은 것들이 그렇다. 다른 것들은 영향력이 적거나 혹은 매우 사소하기도 하다. 우리는 일상의 통찰 몇 가지를 다루었다. 세 갈래 경로 모형은 중대하거나 사소한 통찰 모두에 적용되는 것 같다. 통찰의 다른 형태들을 조사한 지 여러 해가 지난 지금, 사람들이 내 공식에서 위쪽 화살표를 어떻게 증진할 수 있는지 묻는다면 나는 “모르겠어요”보다는 더 나은 대답을 할 수 있게 됐다고 믿는다. 준비, 배양, 조명, 확인의 단계로 이뤄진 그레이엄 월러스의 설명보다는 통찰에 대해 더욱 풍부한 설명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무엇이 통찰을 방해하는지, 왜 어떤 사람들은 자기 바로 앞에 있는 통찰을 놓치는지에 대해 좀 더 많은 아이디어들을 갖고 있다. 성과 공식의 아래쪽 화살표를 지나치게 열렬히 추구하는 것이 어떻게 통찰을 방해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더 나은 아이디어를 갖고 있다. 조직들은 예측 가능성을 가치 있게 여기고, 실수를 싫어 하며, 아래쪽 화살표만 독단적으로 강조함으로써 그것이 통찰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지 않는다. 나는 통찰을 얻는 확률을 높이는 아이디어도 몇 가지 알고 있다. 만약 자신의 통찰을 늘리고 싶다면, 다음 경로들에 대해 알아야 한다. 바로 모순 경로, 연결 경로, 창의적 절망 경로 말이다. 각 경로는 저만의 방법을 필요로 한다. 모순 경로는, 우리가 놀라움에 열려 있고 세상의 원리에 대한 우리의 믿음을 위반할지라도 그 놀라움을 진지하게 고려하는 것에 달렸다. 연결 경로는, 우리가 경험에 열려 있고 낯선 가능성들에 대해 추측할 준비가 되어 있을 때 시작된다. 창의적 절망 경로는, 우리가 자신의 가정을 비판적으로 검토해 우리를 실수하게 만드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감지해낼 것을 요구한다. 만약 다른 사람이 통찰을 얻는 데 도움을 주고 싶다면, 그들의 결함 있는 믿음이 무엇인지 알기 위해 상대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며 공감하면서 경청해야 한다. 예컨대, 더그 해링턴이 왜 그렇게 착륙을 실패하는지 이해하기 위해 착함 신호 장교가 노력했던 것이나, 션이 왜 숫자 ‘6’을 짝수이자 홀수라고 생각하는지 데보라 볼이 궁금해했던 것처럼 말이다. 이 훈련은 다른 사람이 처음 멍청한 행동이나 주장을 펼칠 때, 그들에게 ‘멍청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싶은 유혹을 이겨내는 것에서 시작된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멍청하지 않다. 그들은 결함 있는 믿음에 사로잡혀 있는 것뿐이다. 이 훈련의 두 번째 단계는 형사가 되어서 이 결함 있는 믿음을 찾는 것이다. 세 번째 단계는 상대가 그 믿음을 교체하는 방법을 발견하는 데 도움이 되는 방법을 고안해내는 것이다. 만약 조직의 통찰을 증가시키는 데 도움을 주고 싶다면, 일단 무엇이 잘못되고 있는지를 진단해야 한다. 대부분의 조직들은 너무 많은 통제와 절차를 부과하는 방식으로 실수를 줄이거나 제거하려 함으로써 통찰을 가로막는다. 조직들은 예측 가능성을 가치 있게 여기고 실수를 혐오한다. 그런 이유로 관리 통제를 부과하여 통찰의 목을 조르고 있는 것이다. 만약 조직들이 진정 혁신을 진작하고 발견을 증가시키고 싶다면, 통찰을 방해하는 일처리를 줄이는 것이 최선의 전략이다. 그런데 그들이 이를 실행하기는 매우 어려울 것이다. 조직들은 통찰의 예측하기 어렵고 파괴적인 특성을 두려워하며, 통제 전략의 고삐를 늦추기를 겁낸다. 이런 전략들이 복잡한 환경보다는 질서정연한 환경에서 가장 잘 작동한다는 것까지는 신경 쓰지 마라. 조직들은 예측 가능성과 완벽성에 대한 그들의 욕구를 억제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조직들은 통찰을 걸러내서 목을 조를 수 있다. 때때로 혁신적인 관리자는 파괴적 통찰이 알려지도록 개입할 것이다. 하지만 그들의 영웅적인 행동이 자신을 곤란에 빠뜨릴 수도 있다. 한 가지 제안은 항소 법원의 권한을 갖는 간과 그룹을 활용함으로써 계층 조직의 다른 사람들이 통찰을 가로막는 장벽들을 뚫는 것이다. 하지만 필터를 조정하여 파괴적 혁신이 빛을 보게 된다고 해도, 조직이 그것을 행동으로 옮기지 않는 경우가 흔하다. 만약 조직의 리더들이 어떤 변화든 만들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면, 통찰을 증가시키고 그 가시성을 높이는 것이 별의미가 없다. 이제 한걸음 더 물러서서, 통찰이 자극하는 변화를 바라보자. 이번에는 우리의 통찰을 움직이게 만드는 힘을 보자. 우리는 그러한 세 가지 힘을 살펴보았다. 연결과 우연의 일치, 호기심을 감지해내는 경향, 비일관성을 보고 틸트를 외치는 경향, 결함 있는 믿음을 잘라내는 경향. 이것들은 앞서 제시한 모형에서 세 가지 경로에 해당하지만, 그것 이상일 수도 있다. 이는 정신의 세 가지 습관으로 보인다. 통찰로 가게 되는 정신적 습관, 즉 연결과 우연의 일치, 호기심, 비일관성을 찾아내려는 우리의 경향은 또 다른 면에서 중요할 수 있다. 이는 우리가 판에 박힌 사고방식을 떨쳐버리는 데 도움을 준다. 일단 경험을 얻으면 인간은 더 정확한 믿음을 갖게 되고, 일의 진행에 대한 강력한 패턴과 이야기들에 도달하는 경향이 있다. 만약 가끔 일어나는 사소한 이상을 만난다면, 우리는 보통 그것을 대충 설명해버리고 우리의 생각을 고수할 것이다. 그동안 갖고 있던 우리의 믿음이 더 성공적일수록 그것을 포기하기가 더 어렵다. 이러한 과정이 사고방식을 더욱 경직시킬 수 있다. 우리가 다루었던 정신적 습관들, 이를테면 새로운 연결을 감지하고, 비일관성에 틸트를 외치고, 결함 있는 가정을 찾아내는 것들이 정신적 완고함에 맞서 싸울 수 있다. 그것들은 우리에게 편안한 믿음을 넘어서게 하는, 발견을 만드는 힘이다. 그것들은 우리 사고를 혼란에 빠지게 한다. 이러한 힘들은 성과 공식의 위쪽 화살표에 그만의 에너지를 제공하며, 우리와 우리 조직이 판에 박힌 사고에서 벗어나도록 도와준다. 그러므로 이러한 힘들은 예측 가능성과 완벽성에 대한 조직적 압력, 즉 통찰을 막는 아래쪽 화살표에 대항하는 영향력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성과 공식에서 위쪽 화살표는 그것만의 힘을 가지고 있다. 그 힘은 속도가 느려질 수는 있으나 제거될 수 없다. 인간은 통찰을 찾고 즐기도록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우리를 매혹시키는 프로젝트와 우리의 마음을 빼앗는 취미가 우리에게 만족스러운 통찰을 줄 때가 많다. 우리는 종종 친구 혹은 가족과 토론하면서 사회적 관계에 대한 통찰을 얻으려고 노력한다. 비일관성을 발견했을 때, 우리는 부분적인 패턴을 완성하거나 혹은 더 깊이 조사해보고 싶은 욕망을 멈출 수 없다. 통찰을 갖는다는 것은 창조의 행위다. 각각의 통찰은 이전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아이디어를 창조한 것이며, 이것이 예전에 널리 퍼져 있던 결함 있는 아이디어의 정반대인 경우도 자주 있다. 아무도 이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르게 될 거라고 기대하지 않았으며, 동일한 정보를 갖고 있던 다른 사람들은 그 존재를 모르고 있을 가능성도 크다. 인간이 아무리 통찰을 분석하고 그 신비로운 부분을 파헤친다고 해도, 우리는 뭔가 드문 일이 벌어졌다는 감각, 우리가 감사해야 할 무언가를 폐기해서는 안 된다. 이는 우리 자신과 남들에게 들려줄 수 있는 이야기다. = 한국의 독자들에게 = 한국 출판사로부터 내 책, 《통찰, 평범에서 비범으로》의 한국 독자들을 위해 특별한 후기를 써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할지 확신이 서지 않을 때 이 책의 번역자이자 친구인 김창준 씨가 제안을 하나 했다. 그는 미국에서 이 책이 출간된 지 1년이 넘었다는 점을 언급하면서 그 이후 통찰에 관해 내가 배운 것이 있는지 궁금하다고 했다. 다시 말해, 지금 시점에서 이 책에 추가했으면 하는 것이 있는지, 이 주제로 후기를 쓰는 것을 제안한 것이다. 나는 이 <사이콜로지 투데이> 블로그에 내 통찰 모형의 가장 상세한 설명을 썼다. 통찰에 이르는 경로 중 하나를 확장했기 때문이다. 8장 발견의 논리를 읽은 독자라면 2014년 6월 27일에 블로그에 올린 나의 지렛대 지점Leverage Points에 대한 글을 읽어보는 게 도움이 될 것이다(http://www.psychologytoday.com/blog/seeing-what-others-dont/201406/leverage). 내가 즐겼던 탐사 중 하나는 더 많은 통찰을 촉진하는 방법이었다. 14장에서 설명했듯이, 대부분의 전통적 조언은 도움이 되지 않았다. 이 책을 출간한 이후로 나는 이에 더욱 확신을 갖게 되었다. 하지만 다른 아이디어들을 비판하는 것을 넘어서 나만의 조언을 제시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한 조언 중 하나는 여러 다른 시각들을 가지고 노는 것인데, 예컨대 명백하게 드러나지 않는 약점을 찾아내기 위해 프로젝트가 실패했다고 상상하는 것이다. (Premortem을 이야기하는듯) 또 다른 조언은 내가 더욱 흥미롭게 생각하는 방법으로, ‘섀도박스ShadowBox(권투에서 가상의 상대를 생각하며 혼자 연습하는 것을 말한다-옮긴이) 기법’이라고 불리는 시나리오 기반의 접근법이다. 이는 가까이에 전문가가 없어도 사람들이 전문가의 눈을 통해 세상을 보게끔 돕는 것이 목표다. 나는 이 기법을 지난 1년간 개발해서 사용해왔는데, 섀도박스가 정기적으로 통찰을 촉진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방법은 피훈련자로 하여금 시나리오 속의 결정 지점에서 선택지 중 하나를 고르고 자신의 선택 이유를 기록하게 한 후, 전문가들은 무엇을 골랐는지 특히 그 전문가가 이를 선택한 이유가 무엇이었는지를 보게 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피훈련자에게 자신이 고려하지 않았던 것 중 전문가들은 알아채고 생각한 것이 무엇이었는지 찾게 한다. 만약 섀도박스 기법이 궁금하다면, ‘http://shadowboxtraining.com’ 웹사이트에서 더 배울 수 있을 것이다. 통찰에 관한 연구가 개인을 넘어 팀 수준으로까지 전개되면서 나는 팀 통찰, 즉 오로지 개인적 사고의 산물이 아닌 흔히 말하는 팀워크를 통해 통찰이 창발하는 방식에 대한 이야기를 책에 포함시키는 문제를 고려했다. 하지만 결국 그 이야기는 이 책에서 빼는 것으로 결정했다. 이 주제가 책의 흐름을 방해할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 주제는 차후에라도 고려해볼 가치가 있다. 조직과 일하면서 배운 가장 중요한 것은, 이 책에서 소개한 위와 아래쪽 화살표 공식이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강력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다시 이야기하자면, 조직은 노력의 대부분을 아래쪽 화살표, 즉 실수를 피하고 불확실성을 줄이는 일에 쏟아붓고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방식이 새로운 발견으로는 이어지지 않는다. 아래쪽 화살표 사고는 수동성을 조장하기 때문이다. 진정으로 혁신을 원하는 조직이라면 위쪽 화살표, 즉 통찰을 격려하는 일에 적절한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또한 예전 아이디어인 ‘발견 관리Management by Objectives’라는 것이 사악한 문제들과 목표가 불분명한 상황에서 통찰을 일으키는 결정적 역할을 이야기하고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대개 ‘Management by Objectives’를 목표 관리로 번역하는데, 정확하게는 목표를 통한 관리라고 봐야 한다. 그런 면에서 ‘Management by Discovery’ 또한 발견을 통한 관리라고 번역해야 하나 통상적 번역어와 대구가 되도록 발견 관리로 번역했다-옮긴이.) ---- CategoryBo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