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문화가 지배한다

1. 왜 문화를 고민할까?

문화가 일하는 방식을 지배한다

문화가 전략을 낳고 선택하고 자라게 한다

이들 사례에서 공통점 몇 가지가 있습니다. 첫째, 워즈니악이나 래시터 모두 전례없던 고차원적인 전략을 제시하고 새로운 산업을 연 사람들입니다. 기존에 존재하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개선해나가는 일은 상대적으로 어렵지 않지만, 미지의 문을 열고 새로운 장르를 개척하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 일이겠습니까? 둘째, 휴렛팩커드와 월트디즈니 경영진들 모두 워즈니악과 래시터의 새로운 아이디어가 말도 안 된다고 판단했다는 점입니다. 그들의 식견이 부족하고 무능해서였을까요? 그럴 수도 있겠습니다만, 한편으로는 문화적인 영향이 크게 작용했을 수도 있습니다. 문화는 조직 안에서 오늘을 살아가는 리더와 구성원들의 인식, 생각, 태도, 행동을 촉진하거나 지배하기 때문입니다.

휴렛팩커드와 월트디즈니 사례를 다른 렌즈를 가져와 해석할 수도 있습니다. 문화연구자인 제스퍼 소렌슨Jesper Sørensen은 조직문화를 구성원 간에 공유된 가치shared values로 정의하면서 한 조직 내에서 특정 가치가 강하게 자리잡으면 특정 행동이 더 올바르다는 인식이 형성된다고 제시합니다. 반면 그에 반하는 생각과 행동은 빠르게 감지됩니다. 그리고 조직은 이를 신속하게 교정하려 합니다.

2. 조직문화는 무엇인가?

무엇이 조직문화인가?

두 단어의 어원을 비교해보시지요. ‘문화’는 인류가 한 지역에 정착하면서 땅을 경작하고 농사를 짓고 가축을 기르는 삶을 살게 되면서 여러 사람이 평화롭고 안전하게 공생하기 위해 발전시킨 특정 지식, 규약, 관습을 의미하게 되었습니다. 반면 ‘풍토’는 온도 높낮이를 기준으로 확연하게 구별되는 지역과 장소를 뜻했습니다. 그 단어가 점차 분위기가 뜨겁냐 차갑냐를 이르는 말이 되었습니다. 각 단어의 의미로 미루어볼 때 문화는–풍토와 달리–상당히 오랜 시간에 걸쳐서 축적되어 어지간해서는 잘 변하지 않는 특성이 있습니다. 조선 시대 농경사회를 한 번 생각해보세요. 우리나라 집단주의의 상징인 두레나 품앗이 같은 풍습은 짧은 시간 나타났다 사라진 공생 규약이 아니지요. 상당히 오랜 기간에 걸쳐 형성되었습니다. 반면 풍토는 상대적으로 짧은 시간에 바뀔 수 있는 분위기를 가리킵니다. 2018년에 유행했던 축약어 ‘갑분싸’(갑자기 분위기 싸해진다)라는 말처럼.

대표적인 학자들의 정의를 살펴보시지요. 문화연구자의 대표 주자인 EdgarSchein은 조직문화를 이렇게 정의합니다.

심리학 기반의 풍토 연구자인 벤저민 슈나이더Benjamin Schneider는 이렇게 정의합니다.

각 정의에서 공통점과 차이점을 보실 수 있나요? 공통점부터 보시겠습니다. 양자 모두 집단 또는 구성원들 사이에 ‘공유된shared’ 무엇이라는 표현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 말은 곧 ‘여기에서는 모두가 그렇게 알고 있다. 상사도, 부하도, 동료도 모두 다 그렇게 느끼고 있다.’라는 의미입니다.

차이점은 두 가지입니다. 언제부터 공유했는가, 무엇을 공유하는가입니다. EdgarSchein의 문화 정의를 보면 ‘외부환경에 적응하고 내부를 통합하는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과정에서’라는 표현이 있습니다. 조직이 만들어지는 과정의 전형은 이렇습니다. 창업자가 아이디어를 냅니다. 이를 실현하고자 사람을 모읍니다. 그 시초부터 외부환경에 적응하고 경쟁자와 겨루는 일들이 발생합니다. 그 과정에서 어떻게 내부적으로 일을 조직하고 어떤 방식으로 협업하는 게 효과적인지를 터득하게 됩니다. 때로는 그 초기에 겪은 트라우마가 반면교사로 작용하기도 합니다.

반면 조직풍토는 ‘지금 이 시점’에서 구성원들이 공통으로 느끼는 상태를 의미합니다. B2C 영업, 즉 일반 고객을 대상으로 사업을 하는 B사를 생각해보겠습니다. 여러 미디어에서 ‘소비자 심리지수’가 최근 급격히 떨어졌고 앞으로도 감소할 전망이라고 하면 조직 내 어떤 분위기가 돌까요? 갑자기 냉기가 흐르겠지요. 기획, 마케팅, 그리고 영업 부서는 결연한 기운이 감돌겠고요. 돈을 벌기보다는 써야 하는 처지에 있는 지원부서는 비용 절감으로 허리띠를 졸라매는 결기를 보여주려 할 겁니다. 구성원들은 커피를 마시다가도 이런 말을 하겠지요. “작년만 해도 괜찮았는데 요즘 우리 회사 분위기가 냉랭해. 추워 죽겠어.” 이처럼 풍토는 지금 시점에서 집단적으로 인지하며 느끼는 상태를 의미합니다.

두 번째, 무엇을 공유하는가 하는 문제입니다. 위의 정의에서 ‘shared’ 뒤에 붙은 단어들을 비교하여 보시지요. 문화는 ‘기본 가정basic assumptions’, 반면 풍토는 ‘지각perceptions’입니다.

문화와 풍토를 구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학자들은 다른 말로 조직문화를 ‘심층 수준deeper level’, 조직풍토는 ‘표층 수준surface level’이라 부릅니다. 이는 두 가지 효익을 줍니다. 먼저 문화현상을 보는 눈을 보다 세련되게 만들어줍니다. 우리 조직의 특정한 현상을 관찰하면서 그게 겉면에서 일어나는 일인지, 즉 구성원들의 지각 수준에서 벌어지는 문제인지 또는 심층 수준에서 벌어지는 문제인지, 즉 우리 조직의 기본 가정으로부터 유발된 문제인지를 볼 수 있게 해줍니다. 둘째, 원인과 결과를 구분해서 생각할 수 있게 해줍니다.

조직문화 대가인 에드거 샤인이나 조직풍토의 대가인 벤저민 슈나이더는 이런 논지로 말합니다. “풍토는 현재 ‘우리 조직 상태가 어때? 우리 조직에서 무슨 일이 벌어진 거야?’에 대한 지각이라면 문화는 ‘왜 무슨 이유로 그런 일이 발생한 거야?’라는 질문을 고찰하는 데 그 답을 제공해줄 수 있습니다.”

먼저 그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그의 일생을 살짝 엿보고자 합니다. 개념이 추상적일수록 주창자의 인생사와 함께 버무려져야 오래 기억이 남기 때문입니다. 흥미롭게도 청년 시절 에드거 샤인은 우리나라와 인연이 있습니다.

즉 실험실 안에서 엄격하게 통제된 연구로 학문적 시사점을 끌어내는 분야를 버리고 현장의 문제를 찾고 치료하는 분야로 관심이 이동한 것입니다. 그리고 점차 개인의 심리에서 집단으로 그리고 조직으로 발전합니다.

에드거 샤인의 조직문화를 구성하는 세 가지 차원

앞에서 살펴봤듯이 그는 조직문화를 ‘한 집단이 외부환경에 적응하고 내부 통합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과정에서 그 집단이 학습해 공유된 기본 가정shared basic assumptions’으로 정의했습니다.29 그리고 그는 조직문화를 구성하는 세 개의 차원을 이렇게 제시합니다.

첫째는 그들의 물리적 공간과 겉으로 드러난 행동 등 인공물을 살펴보는 것입니다. 둘째는 그 집단이 표방하는 신념이나 가치관을 조사하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그 신념과 가치관 이면에 깊숙이 숨겨져 있는 이런저런 가정을 파헤치는 일입니다. 세 가지 개념을 좀 더 자세히 생각해보겠습니다.

암묵적인 기본 가정

앞서 살펴본 A사를 생각해보겠습니다. A사에서 자주 사용한 용어 중의 하나는 ‘평당 매출액’ ‘평당 영업이익’이었습니다. 한 평에 매출이 얼마나 나왔는지, 이익을 얼마나 남겼는지를 지칭하는 말입니다. 이 산업에 종사하는 관리자들은 어떤 장소와 공간을 보면 ‘여기는 대략 매출액 얼마짜리 공간이다. 어떤 물건을 놓고 팔면 영업이익이 더 나오겠다.’라는 생각이 바로 튀어나옵니다. 이는 ‘땅, 공간이 곧 돈이다.’라는 가정을 형성하게 합니다. 이처럼 그 조직 내에서는 너무나도 당연하게 받아들여져서 그 누구도 옳다 그르다를 따지지 않는 신념이 바로 암묵적인 기본 가정입니다.

흥미롭게도 기본 가정은 서로 경합합니다. 다른 가정과 평행하게 병존하거나, 화학적으로 결합하여 다른 가정을 만들거나, 대립하여 위계를 정하거나, 밀어내고 다른 가정을 불러들이기도 합니다. 가장 빈번하게 마주하는 가정의 경합은 ‘돈인가? 사람인가?’입니다. A사의 ‘땅, 공간이 곧 돈이다’는 인간에 대한 가정과 경합합니다. ‘인간을 존중해야 한다’를 조직 밖으로 완전히 밀어내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를 억누르고 지배해 최우선으로 추구할 가정이 됩니다. 그리하여 이러한 지배적 사고를 만들어냅니다. “직원들이 차지하는 자리에 매대를 하나 더 놓으면 매출이 얼만데! 땅을 파봐라. 돈이 나오냐. 직원들은 한쪽에 몰아놓고 여기와 저기에 판매대를 더 놓으라고!”

프레드릭 테일러Frederick Taylor는 과학적 관리법scientific management으로 유명합니다. 1900년대 초 주먹구구로 일하던 경영자와 노동자들을 변화시키고자 한 최초의 시도였습니다. 노동 작업을 여러 동작으로 분해하고 군더더기 없는 최적의 동작과 궤적을 찾아내고 이를 노동자에게 익히도록 요구했습니다. 그가 실시한 시간 연구time study는 1초 단위까지 측정하여 관리했습니다. 이를 문화적으로 해석해보면 테일러가 가지고 있던 기본 가정은 ‘과학적 효율성이 최고의 덕이다’입니다. 이 가정은 곧 다른 가정들과 경합합니다. ‘인간을 존중해야 한다.’ ‘생명을 중시해야 한다.’는 가정은 경시됩니다. 효율성을 최고의 선으로 추구하려면 노동자들의 신체적 활동을 마치 기계처럼 간주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는 다른 가정으로 화학적으로 변합니다. ‘인간은 수단에 불과하다.’

조직문화를 더욱 쉽게 정의해보자

1998년에 네덜란드 로테르담에 있는 에라스무스 대학교의 연구자들은 조직문화를 정의하는 문장들을 조사했습니다.36 이들은 1960년에서 1993년 사이에 출간된 논문과 서적을 깡그리 훑었습니다. 그로부터 총 86개의 정의(조직문화 54개, 조직풍토 32개 정의)를 찾아냅니다. 그리고 이를 분석한 결과 학자마다 조직문화를 정의하는 관점이 서로 달랐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주된 원인 중의 하나는 학자들의 전공이었습니다. 그들이 인류학이라는 땅을 밟고 보느냐, 심리학이냐, 사회학 렌즈로 보느냐에 따라 달랐습니다.

공통점도 있습니다. 바로 ‘공유된shared’ ‘지각perceptions’ ‘가치values’ ‘가정assumptions’이라는 표현이 동시에 출현하는 점입니다. 이들 네 가지 단어를 쉽게 풀어보겠습니다. ‘공유된’은 ‘누구나 그렇게 알고 있다’는 의미라고 앞서 말씀드렸습니다. 지각은 ‘우리는 이렇게 느끼며 생각하고 있다.’이고 가치는 ‘우리는 이것을 중시한다.’이고 가정은 ‘우리는 이게 당연한 거다.’라는 뜻입니다. 이들을 보통 사람의 눈높이에 맞추어 더욱 쉽게 정의할 수 있을까요? 저는 세 가지 은유적 표현을 사용합니다.

조직문화는 '보이지 않는 율법'이다

먼저 조직문화는 ‘무엇을 해야 하고 하지 말아야 하느냐’에 대한 ‘보이지 않은 율법’이라고 비유합니다. 어떤 행동을 하면 부족에게 처벌받고 배척당하는지, 어떤 상황에서 가만히 있어야 하는지, 어떤 일을 하면 칭찬을 받는지 등 그 누가 지시하지 않아도 의식적으로나 무의식적으로나 알게 해주는 총체라고요.

제가 율법이라는 단어 앞에 ‘보이지 않는’이란 표현을 덧붙인 이유가 있습니다. 조직문화가 구성원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지만 글로 명문화되지 않아 보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조직문화는 '컴퓨터 운영체제'이다

두 번째 은유적 표현은 컴퓨터의 운영체제입니다. 몇 년 전에 저는 왜 마이크로소프트 윈도만 고집하면서 사용하고 있나 회의가 들었습니다. ‘컴퓨터는 인류 문명의 집적체인데 윈도 계열만 쓰다 죽어버리면 무덤 속에서도 무척이나 서운할 것 같다’는 명분으로 애플의 맥북 컴퓨터를 샀습니다. 완전 다른 세상이더군요. 주로 인터넷을 활용하기에 화면으로 보이는 그림은 비슷하지만 그 안의 동작 원리는 달랐습니다. 데스크톱 화면을 구성하는 가정도 다르고 작업 창을 여닫고 정렬하는 방식이 서로 다른데다 컴퓨터 조작을 하기 위한 손가락 움직임도 달라졌습니다. 하는 일은 인터넷 서핑과 문서 작업으로 별반 차이가 없는데 운영체제가 달라지니 그 일을 수행하는 전반적인 방식이 달라졌습니다. 제가 이직하면서 느꼈던 감정과 사뭇 비슷하더군요. 직무는 같은데 일을 추진하고 성과를 인정받기 위해 제가 취해야 할 행동이 달라야만 했습니다. 이전 회사에서 굳어진 저의 사고와 행동 방식이 이직한 회사에서 점진적으로 다르게 변화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조직문화는 곧 운영체제다.’라는 비유의 장점은 개선할 수 있다는 의미를 전달합니다.

조직문화는 '토양'이다

이처럼 식물이든 사람이든 문자적으로든 상징적으로든 무언가를 키워내는 데는 ‘토양’이 매우 중요합니다. 조직문화도 그와 같습니다. 어느 토양은 평범한 사람이 위대한 일을 하도록 하고 비범한 인재로 변모시키는가 하면 어떤 토양은 초롱초롱 빛나던 눈을 고주망태와 같은 상태로 만들기도 합니다.

3. 조직문화는 어떻게 형성되는가?

한 나라의 문화가 투영된다

나와 타인은 어떤 관계인가?

헤이즐 마커스Hazel Rose Markus와 시노부 기타야마Shinobu Kitayama는 나와 타인의 관계를 어떻게 상정하느냐가 사회 문화를 구성하는 토대가 된다고 주장합니다.37 이들은 ‘나와 타인’의 관계가 두 가지로 나뉜다고 봅니다. ‘다른 사람으로부터 독립적인 나’ 그리고 ‘다른 사람과 상호 의존적인 나’입니다.

조직의 초기 세팅이 어떤 영향을 미칠까?

우리는 무엇을 팔아서 돈을 벌고 성장했는가?

그런데 말입니다. 회사 내에 형성된 조직문화를 바꾸지 않고 신입사원 교육만 바꿨다가는 큰 탈이 납니다. ‘날 것’을 ‘익힌 것’으로 만들어야 하는데 ‘레어rare’로 살짝 익힌 정도로는 기존 회사 문화가 이를 소화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그 ‘레어’를 보면서 기존 구성원들은 이렇게 평할 겁니다. “요즘 신입사원들은 나 때와는 다르네. 개념이 없어, 개념이.” 신입사원들도 매우 힘들어할 수 있습니다. 신입사원 교육에서는 ‘자율, 창의, 주도’를 강조하기에 본인이 책임을 지고 자율적으로 업무를 할 줄 알았는데 실상은 그게 아님을 깨닫는 순간 큰 충격을 받을 것입니다. 이를 ‘현실 충격reality shock’ 또는 ‘진입 충격 entry shock’이라 합니다.

따르거나 떠나거나

앞서 우리는 한 나라의 문화가 영향을 미치고 조직의 초기 환경이 문화를 형성한다는 점을 살펴보았습니다. 그런데 어떤 분은 이런 질문을 할지 모르겠습니다. “지금까지 살펴본 내용은 마치 환경결정론 같습니다. 그 조직이 어느 나라에서 설립되었고 어떤 맥락에서 태동했는지에 따라 문화가 좌우된다 하니까요. 마치 한 인간이 어느 나라 어떤 집안에서 태어났는가로 그의 특성이 결정된다고 하는 것 같아요. 그런데 한 인간이 태어난 이후에 그가 걸어간 궤적도 간과해서는 안 되잖아요?” 아주 적절한 질문입니다. 조직문화 형성의 과정이론을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후에 심리학자들은 양자의 입장을 포용해 상호작용 모델을 제시합니다interaction perspective.52 이들은 앞선 두 관점을 통합해 행동은 개인 특성–환경 간 상호작용의 결과라고 주장합니다. B=f(P, E)라고 표현합니다. ... 조직 내에서 환경과 상황은 다른 무엇도 아닌 ‘사람’입니다. 슈나이더는 위의 함수를 이렇게 치환합니다. E=f(P, B), 즉 환경은 그 안에 있는 사람들의 성격과 행동의 결과라고 말입니다. 이 함수를 토대로 슈나이더는 조직에 모여 있는 사람들이 그들과 유사한 사람을 유인하고attraction, 그들과 유사한 사람을 선택하고selection, 그렇지 않은 사람은 점차 도태시키고 배제attrition한다는 가설을 세웁니다. 이 가설은 ‘유사성 유인 이론similarity attraction theory’을 근간으로 합니다.53 사람은 자신과 성향, 가치관, 스타일, 습관과 취미가 비슷한 사람에게 매력을 느끼고 함께 일하고 싶어하는 현상을 말합니다.

그래서 하버드 경영대학원 교수이자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 편집장을 역임했던 로자베스 모스 캔터Rosabeth Moss Kanter는 이 현상에 ‘동질 사회의 재생산homosocial reproduction’이라는 재미있는 표현을 붙입니다.56 조직의 채용 제도는 복제품clones을 골라 선택하는 행위라고요.

유인-선택-배제의 최초 출발점은 창업자입니다. 창업자는 본인과 성격, 스타일, 가치관이 유사한 사람들을 끌어들입니다.

때로는 문화 반역이 벌어지기도 한다

주류 조직문화에 대항하는 문화를 ‘반문화counter culture’라 합니다. 조직이 탄생하고 숨을 쉬며 생명을 유지하는 과정에서 반문화가 발생하곤 합니다.

4. 우리나라 조직에서 발견할 수 있는 독특한 문화들

우리나라 기업이 가진 독특한 문화가 있을까요? 태어나면서부터 한 문화에 젖어들어 살아온 사람들은 잘 모릅니다. 문화는 공기와도 같기 때문입니다. 그 안에서 살아오지만 존재하는지 의식하지 못할 때가 많습니다. 이럴 때는 ‘낯선 눈’이 필요합니다. 우리와는 전혀 다른 맥락에서 태어나 자라고 일했던 사람이 우리 문화를 관찰하면 그때야 비로소 우리만의 ‘고유함’이 드러납니다.

마이클 코켄이 관찰한 한국의 회식문화

회식의 장점을 꼽아보자

직장인들이 사는 세상은 ‘공유된 실재’이기 때문에 조직이론가로 명성이 높은 칼 와익Karl E. Weick은 의미 창출의 연속이라고 주장했습니다.84 이를 센스 메이킹sense making이라 불렀는데 조직 안팎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그게 왜 발생했는지, 그게 나에게 의미하는 바는 무엇인지를 지속해서 추론하는 과정입니다. 이를 통해 모호하거나 복잡해 보이는 상황에 질서를 부여하려는 노력입니다.85 자신에게 그리고 다른 사람들에게 합리적으로 설명할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과정이기도 하고요.

센스 메이킹 행동을 직장에서 업무시간에 하면 될 일입니다. 그런데 왜 하필 우리나라 직장인들은 퇴근 시간 이후에 회식이라는 형태를 빌려서 할까요? 저는 두 가지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탓이라 생각합니다. 첫째, 정보 집중의 문제입니다. 조직 내에서 정보가 개방적으로 공유되지 않고 상위 직급에만 몰리는 문제입니다. 양성적으로든 음성적으로든 말입니다.

두 번째, ‘권력 거리power distance’가 멀기 때문입니다.

호프스테더는 문화마다 서로 다르게 나타나는 네 가지 차원을 발견합니다.89 그중에 하나가 ‘권력 거리’입니다. 그 사회 구성원이 권력의 차이를 용인하고 그로 인한 불평등한 대우를 수용하는 정도를 의미합니다. 이 거리가 짧은 문화에서는 각자 자신의 역할과 전문성을 근간으로 상호 의논하고 보다 자율적이고 민주적으로 결정합니다.

반면 권력 거리가 먼 문화에서는 권위적이고 가부장적인 관계를 상정합니다. 거리가 먼 만큼 고위 리더에게 직접 다가가기도 어렵습니다.

상사 없이 구성원들 간에도 회식을 종종 합니다. 이때는 서로 ‘퍼즐 조각 맞추기’를 합니다. 구성원 각자 파편적인 정보를 듣고 와서 서로 맞추어보는 겁니다. 흩어진 정보를 취합해서 큰 그림을 얼추 그려보는 거지요. 칼 와익이 말한 것처럼 센스 메이킹을 하는 겁니다. 이래서 회식이 정보 획득의 자리로 기능하고 있습니다.

5. 수평적 문화는 수평적이지 않다? 문화에 대한 흔한 오해

어느 문화가 더 좋다고 말할 수 있을까?

“수평적 문화가 위계적 문화보다 더 우월하다.” “개방적인 소통 문화가 최고다.” 같은 이야기를 들어보셨지요? 이처럼 어떤 이는 우월한 문화가 존재한다고 주장합니다. 이를 문화 절대주의cultural absolutism라 부릅니다.

우리는 문화 상대주의와 절대주의, 인류학자와 조직심리학자 중 어떤 관점을 가져야 할까요? 인류학자는 ‘삶’에 집중합니다. 말리노프스키Malinowski가 인류학의 목적은 원주민의 관점에서 삶을 이해하고 그들 감각으로 그 세상을 고스란히 체험하는 데 있다고 말한 것처럼 말입니다. 반면 조직심리학자는 ‘성과’에 목적이 있습니다. 효율, 효과, 효용, 생산성에 기여하는 인자를 밝히는 데 소명을 갖습니다. 성과창출을 위해서라면 어떤 문화가 더 낫고 못한지를 밝혀야만 그들 임무를 충족하는 셈입니다. 목적을 기준으로 다시 정리하자면 ‘성과’를 창출하는 측면에서는 좋거나 나쁜 문화가 존재한다 말할 수 있지만 ‘삶’을 영위하는 측면에서는 어떤 양식이 좋다 나쁘다를 말할 수 없습니다.

[첫 번째 원칙] 조직문화는 그가 속한 사회의 보편적인 가치관과 조화를 이룰 수 있어야 합니다.

[두 번째 원칙] 우열 문제라기보다는 적자생존 문제입니다. 지구 역사를 보면 우등한 동물이 아니라 환경에 가장 잘 적응하는 개체가 살아남았습니다. 주위 조직들을 한 번 살펴보세요. 같은 산업이지만 어떤 조직은 승승장구하며 어떤 조직은 쇠락하고 결국 사라집니다.

에드거 샤인은 문화 우열론을 어떻게 봤을까요? 그는 심리학을 전공하다가 조직문화 연구에 빠져들었습니다. 그 와중에 인류학자들과 다양하게 교류합니다. 그의 이론을 살펴보면 그는 조직심리학자보다도 인류학자에 상당한 영향을 받았습니다. 그는 이렇게 말합니다.

“당신은 옳은 문화와 옳지 않은 문화no right or wrong culture, 또는 우등한 문화나 열등한 문화가no better or worse culture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을 깨닫게 될 것입니다. 조직이 어떤 문화를 추구하고 주위 환경이 어떤 문화를 허용하는가에 따라 바람직하거나 그렇지 못한 문화로 결정될 뿐입니다.”143

에드거 샤인도 환경 적합성을 거론했습니다.

[세 번째 원칙] 우리 부족만의 고유한 문화를 창조할 수 있어야 합니다. 우리나라 많은 조직이 글로벌 기업문화를 따라 하고자 합니다. 그들로부터 배울 점이 분명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마치 ‘사대주의’처럼 비판적인 과정을 거치지 않고 무작정 따라하려는 태도는 지양해야 합니다.

수평적 조직문화란 무엇인가?

제가 면담한 스타트업 구성원들은 “수평적 조직문화가 장점이라는 말에 마음이 동했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신입사원이나 경력사원이나 그 조직에 입사하기 전에 그 회사에 모종의 기대를 형성하게 됩니다.144 ‘수평’이라는 표현은 물리적으로는 쉬운 개념이지만 관념적으로는 이해 차이가 상당합니다. 입사자들이 초반에 상상했던 ‘수평’과 우리 조직의 현상적인 ‘수평’은 크게 다를 수 있습니다. 어떤 분들은 “이 회사가 수평적이라고 해서 입사를 했는데 실제로는 상당히 수직적인 측면이 있네요.”라고 불만을 토로합니다.

언제부터 우리나라는 수평적 문화라는 표현을 사용했을까?

지금까지 세 개의 데이터를 살펴보았습니다. 학계나, 구글 트렌드나, 인터넷 문서나 수평적 문화라는 표현 사용 빈도가 두드러지는 시기가 얼추 비슷합니다. 2008년 말 또는 2009년부터입니다. 왜 그랬을까요?

해외에서는 수평적 문화라는 표현을 사용할까?

구글 트렌드 결과를 보시면 수평적 문화라는 표현은 거의 사용되지 않지만 그 대신에 권력 거리를 훨씬 더 많이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납니다.

수평, 그 표현의 문제

이에 의하면 조직은 필연적으로 ‘권력 차이’를 배제하기 어렵습니다. 조직은 한정된 자원을 가진 개체입니다. 자금, 시간, 사람 등 모든 게 부족합니다.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라면 자원을 한두 부서에 모두 투하해야 하기도 하고 그 외 부서에는 자원을 상당히 제한하기도 해야 합니다. 경쟁에 이기기 위해서 빠르게 치고 나가야 할 때도 있고 “지금 뛰어들어야 할 때입니다.”라며 나서려는 구성원들을 다독이며 잠잠히 때를 기다려야 할 때도 있습니다. 모두가 동등한 권리와 권한을 갖는 세상에서 그와 같은 편중된 결정이 가능할까요?

'수평적 문화'를 사용할 때 유의할 점

첫째, 내부 구성원들 대상으로 ‘우리 회사는 수평적 문화를 지향합니다.’라는 문장 하나로만 소통하는 일은 없어야 합니다. 업종, 경쟁 전략, 추구하는 가치를 고려하면서 ‘수평적 문화’ 개념 정의를 제대로 할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 회사에서는 어떤 영역에서 ‘수평’이고 어디는 ‘비수평’인지, 어디까지는 자율이고 어디부터는 비자율인지를 명확히 해야 합니다. 그래야 내부 구성원들이 혼란을 겪지 않습니다.

둘째, 외부에서 인재를 유인하기 위한 수단으로 ‘수평적 문화’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면 재고할 필요가 있습니다.

왜 CEO는 '강한 문화'를 좋아할까?

뒤이어 미국에서 교수로 활동하던 일본인 윌리엄 오우치William G. Ouchi가 『미국 기업들은 어떻게 일본 기업의 도전에 맞서야 하는가?』라는 책을 내서 히트합니다.201 그는 일본과 미국 기업 중에서 우수한 업체 각 12개를 선정합니다. 오우치는 일본 기업이 미국 기업보다 생산성이 월등하게 높은 점을 발견하고 그 원인을 파악해보고자 했습니다. 그는 24개 기업의 경영진을 인터뷰하고 구성원에게 설문해 양자 간의 차이점을 분석합니다. 그가 관찰한 바에 의하면 미국 기업은 공식적이고 명확한 통제 시스템에 의존했습니다. 사람이 필요할 때 단기적으로 고용했다가 필요없으면 즉각 해고하고 개인의 역할과 책임을 문서로 명확히 규정하고 그에 부합되지 못하면 성과평가로 피드백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이처럼 미국 기업은 철저히 계약과 문서에 기반을 두어 인력을 운영했습니다. 반면 일본 기업은 종신고용을 보장해 평생토록 구성원을 보살피는 대신에 그로부터 몰입과 충성을 끌어냈습니다. 문제가 발생하면 다 함께 모여 머리를 맞대고 집단으로 합의해 책임을 지는 스타일이었습니다. 미국 경영학자들은 일본 기업이 활용했던 암묵적이고 비공식적인 방식을 ‘강한 문화’라고 표현했습니다.

강한 문화의 부정적 측면은 없을까?

두 사례를 토대로 가설 하나를 세워볼 수 있겠지요? 강한 문화는 외부환경이 안정적일 때는 유효하지만 급격히 변화하는 환경에서는 효과적이지 못하다는 것입니다. 휴렛팩커드는 중대형 컴퓨터에서 개인용으로, 월트디즈니는 작화 방식에서 컴퓨터 애니메이션 방식으로, 산업이 변화하는 과정에 유연하게 대응하지 못했지요.

반면 외부환경이 심하게 요동치는 산업에서 강한 문화는 효과적일까요? 스탠퍼드 대학교의 제스퍼 소렌슨Jesper Sørensen은 이를 탐구했습니다.207 그는 강한 문화가 구성원 간의 동질성homogeneity을 강화하는 반면 이질성heterogeneity은 최소화한다고 보았습니다. 이질성이 사라지면 어떤 단점이 있을까요? 첫째, 창의적인 생각과 아이디어가 죽습니다. 창의는 평범한 범주를 벗어난 생각입니다. 구성원 모두가 비슷한 사고, 태도, 행동을 보이는 강한 문화에서 ‘그거 말고 색다르게 해보자.’라고 하면 어떻게 될까요? 지배적인 가치에 반하는 생각과 행동은 빠르게 감지되고 빠르게 수정당합니다. 새로운 생각의 씨앗이 자라지 못하게 막습니다. 둘째, 강한 문화는 변화의 필요성을 깨닫기 어렵게 만듭니다. 새로운 지식이나 관점을 학습하지 못합니다. 앞서 언급한 휴렛팩커드와 월트디즈니가 이를 극명하게 보여주지요.

6. 스타트업과 대기업의 문화는 어떻게 다를까?

양쪽 세상을 탐구하기 위한 접근 방법

이들을 만나서 탐구할 때 상당히 성긴 ‘반구조화 인터뷰semi–structured interview’ 방식을 활용했습니다.255 사전에 기본적인 질문을 만들어놓고 그에 따라 인터뷰 대상자들에게 같은 질문을 하되, 그가 말하는 내용에 따라 다른 질문을 유연하게 던지는 방식입니다.

대상자가 답변하기 쉬운 질문부터 까다로운 순으로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나갔습니다. 공통으로 던진 첫 질문은 그가 대표이거나 공동창업자라면 “어떤 계기로 창업을 하셨습니까?” 구성원이라면 “스타트업에서 종사하게 된 계기는 무엇입니까?”였습니다. 시간 순서에 따라 발생했던 사건 중심으로 묘사하도록 요청했습니다. 본인이 겪은 역사적인 일들은 답변하기 쉽기 때문입니다. 이를 통해 그들의 생각과 말문이 점차 트이도록 유도했습니다. “요즘 어떤 일을 주로 하고 계십니까? 요즘 고민하는 일은 무엇입니까?”라는 질문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현재 가장 고민하는 일은 마음의 창을 읽는 중요한 단서 중의 하나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구성원과 관련된 이슈를 채용–배치–육성–평가–보상–퇴직이라는 일련의 순서에 따라 질문을 드렸습니다.

대기업과 스타트업의 사고관

논리형 vs 직관형 중 더 나은 스타일이 있을까?

공동창업자 간에 사고관이 유사하면 좋을까요? 다르면 좋을까요? 학문적으로는 두 가지 관점이 있습니다.304 하나는 ‘유사성 부합 관점supplementary fit’입니다 공동창업자들이 서로 유사한 특성이 있으면 합이 잘 맞고 강한 소속감을 느껴서 일을 빠르게 진척할 수 있다는 주장입니다. 다른 하나는 ‘보완성 부합 관점complementary fit’입니다. 한 사람의 부족한 점을 다른 사람이 보완하면 기능적으로 더 좋다는 관점입니다.

2부. 어떻게 조직문화 보는 눈을 키울 수 있을까?

1. 우리 조직에는 어떤 현상들이 관찰되나?

우리 회사 홈페이지에 문화가 투영된다

조직문화를 그 조직의 고유한 ‘성격’이라 한다면 외부에 노출되는 회사 홈페이지에 그 ‘성격’이 드러날 가능성이 있겠지요? 미시건 로스 경영대학의 로버트 퀸Robert Quinn은 조직풍토를 진단하는 경쟁가치모형Competing Values Framework을 제시했습니다.

그는 조직이 중요하다고 믿는 가치가values 존재하는데 다음 두 가지 축이 조직의 분위기를 규정한다고 보았습니다. 하나는 안정과 통제를 중시하는지stability & control, 유연과 자율을 중시하는지flexibility & discretion. 다른 하나는 내부적인 단합과 협력을 강조하는지internal focus & integration, 외부와의 차별화와 경쟁을 강조하는지external focus & differentiation. 그리고 이들 가치는 조직 내에서 병존하면서 서로 긴장을 유발한다고 보았습니다. 그래서 ‘경쟁competing’ 가치라 명명했습니다.

2. 구성원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3. 설문조사를 해야 할까?

조직문화 진단은 곧 설문조사를 의미할까?

조직문화를 분석할 때 우리가 손을 빌릴 수 있는 학문은 두 가지입니다. 심리학과 인류학입니다. 전자는 미국식입니다. 현상을 체계적으로 보는 프레임워크를 만들고 진단할 수 있는 도구를 만들어 측정하고 객관적인 데이터로 조직문화를 설명하려 합니다. 진단 결과를 과학적으로 제시할 수 있기에 경영진을 설득하기 쉽습니다. 미국에 영향을 받은 우리나라는 초기부터 설문조사에 많은 의존을 해왔습니다. 하지만 스토리가 없어 밋밋합니다. 매우 이지적으로 생겼지만 생기 없는 마네킹 같습니다. 후자는 영국과 프랑스 등 유럽식입니다. 신화, 상징, 일화 등을 채집해 조직문화를 해석하려 합니다. 스토리가 풍부합니다. 굴곡진 삶이 담긴 화폭을 보는 느낌이 듭니다. 그러나 과학적 훈련을 받은 경영자들은 종종 거부감을 표하곤 합니다. 생기가 발랄하지만 냉철한 이지가 부족한 사람처럼 보입니다.

4. 근본 원인을 분석해보자

마지막으로 기본 가정을 탐구해보자

한 개인이 거둘 수 있는 성과 수준에 대한 가정은 어떤가?

여러분, 그리고 여러분의 조직에서는 어떤 관점을 갖고 있습니까? 여러분의 산업과 비즈니스 특성을 고려할 때 어떤 관점이 현상적으로 더 맞습니까? 한 인간이 거둘 수 있는 성과에 대한 가정은 조직의 부족한 자원을 배분할 때 작동합니다. 어느 스타트업 대표는 제게 이런 고민을 이야기했습니다. “성과평가를 어떻게 해야 공정할지, 그리고 그에 따라 인센티브를 어느 정도의 격차로 주어야 할지 고민입니다. 그래서 다른 회사들을 벤치마킹하고 있습니다.” 저는 평가 및 보상 제도를 고민하기 이전에 우리 조직의 가정을 먼저 생각해볼 수 있도록 제언했습니다.

리더를 선발하고 승진시킬 때도 이 가정이 작동합니다. 한 개인이 엄청난 업적을 거둘 수 있다고 믿는 조직에서는 성과를 고려하는 비중이 더 큽니다. 반면 사람마다 큰 차이는 없다고 보는 조직에서는 성과보다는 팀워크와 협력 등을 승진 기준으로 고려할 가능성이 큽니다.

3부. 어떻게 문화를 바꾸어나갈 수 있을까?

원칙 1. 문화를 바꾸는 방법은 조직마다 다르다

원칙 2. 세 가지 문화 차원에서 변화를 고려해야 한다

원칙 3. 세 가지 문화 차원 간에는 일관성을 추구해야 한다

문화를 건설적으로 개선해나가고자 하는 의도로 ‘핵심가치’를 정립하는 프로젝트를 했지만 오히려 그로 인해 조직문화가 더 왜곡되는 현상이 종종 있습니다. 이상문화–현실문화가 서로 충돌한 결과입니다. 에드거 샤인의 프레임을 빌려 살펴보면 암묵적인 기본 가정–표방하는 가치–인공물 간의 불일치 또는 그들 간의 충돌 때문입니다.

원칙 4. 사회 보편적 가치와 조화를 이루며 적자생존해야 한다

경영자와 리더는 무엇을 유의해야 할까?

한때 잘 나가던 마이크로소프트는 2000년대 들어서 기를 펴지 못했습니다. 애플에 눌리고 페이스북에 시가총액 1위를 내주어야만 했습니다. 원인은 내부에 있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구성원들을 서로 치열하게 경쟁시켰습니다. 협업보다는 경쟁이 최고의 가치가 되었습니다. 그러자 일과 성과에 집중하기보다는 정치 게임에 더 몰두했습니다. 이러저러한 파벌이 나뉘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 내부 부서 간에 서로 총을 쏘는 모습의 만화가 그려질 만큼 서로 폐쇄적이고 적대적으로 변해버렸습니다. 그 결과 혁신은 뒷전이 되어버렸습니다.

점차 침몰해가는 회사를 두고 볼 수 없어 이사회는 CEO를 교체합니다. 2014년에 인도계 미국인인 사티아 나델라Satya Nadella가 조타수를 잡았습니다. 그는 오랫동안 마이크로소프트에서 근무해왔기에 그들 문화의 면면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특히 급변하는 IT 환경에서 적응하여 생존하기에는 기존 문화가 심각하게 부적절하다는 점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는 취임 첫날에 모든 구성원에게 “우리는 전통에 얽매이지 않고 혁신만을 존중합니다.”라고 선언합니다. 그리고 임원들에게는 마셜 로젠버그가 쓴 책 『비폭력 대화nonviolent communication』를 읽도록 권합니다. 그들 문화에 상당한 분노와 적개심이 내재하여 있었기 때문입니다. 본인의 감정을 다스리고 동료와 구성원에게 의식적으로나 무의식적으로나 상처를 주지 않게 말하는 방법을 배우게 했습니다. 그리고 대대적으로 소통과 협력을 강조했습니다. 특히 협력 측면에서는 그 자신이 몸소 본을 보였습니다. 전임 CEO들인 빌 게이츠나 스티브 발머는 리눅스와 애플과 같은 경쟁자에게 강력한 적개심을 표출하곤 했습니다. 어떻게 해서든 적을 짓밟고 무너뜨리려 했습니다. 협력이란 있을 수 없었지요. 반면 사티아 나델라는 개방적 협력을 지향했습니다. 리눅스 등과 협력해서 생태계를 만들고 넓히려는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경쟁자와도 포용적으로 협력하는데 조직 내부에서 서로 총질을 할 수는 없겠지요? 조직문화가 변해갑니다. 그 결과 최근 언론들은 마이크로소프트가 부활했다고 평하고 있습니다. 주가는 2.5배 증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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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조직문화 통찰 (last edited 2021-07-22 11:55:47 by 정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