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원에 간 CEO: 나는 경영을 수도원에서 배웠다

AugustTurak, Business Secrets of the Trappist Monks

머리말

토머스 머튼을 비롯해 수많은 저자들이 회랑 벽 너머로 우리를 안내해 수도원의 기도를 엿들을 수 있게 해준 데 반해, 수도원 생활의 다른 반쪽인 ‘노동’에 대해 쓴 사람은 거의 없다. 마찬가지로, 중세 ‘암흑시대’에 그리스 철학과 연극을 보존한 수도원에 서구 문명이 지고 있는 지적 부채에 대해 쓴 사람은 많아도, 수세기 동안 수도사들이 간직해 오며 번영의 원동력으로 활용한 지극히 성공적인 사업 방법에 대해 탐구한 이는 거의 없었다.

이 책은 그동안 간과되었던 수도원의 사업 비법들을 조명하고 그것을 세상과 공유함으로써 이러한 불균형을 바로잡는 데 도움을 주려 한다.

맥주를 제조하는 성 식스투스 수도원의 벨기에 수도사들에 관한 「USA 투데이」의 한 기사는 트라피스트 수도원의 사업 성공 비결을 다음과 같이 세 문장으로 요약한다. “영리가 아니라 경건함을 이들 수도사들은 추구한다. 성 식스투스 수도사들은 품질에 신경 쓰는 것을 제외하고는 기본적인 사업 규칙들을 모조리 무시한다. 어쩌면 이들의 성공 비결은 바로 여기에 있는지도 모른다.”

양과 분석의 중시가 사업에서 지배적인 경향이 된 것은 1백 년도 더 된 일이다. 1911년 프레더릭 테일러가 기념비적인 저서 『과학적 관리법Principles of Scientific Management』을 출간한 이후로 경제학자, 컨설턴트, 전문가, 경영대학원의 교수들은 사업을 과학으로 만들겠다는 일념으로 내내 예술의 영역에서 사업을 빼내 오려고 노력했다. 이러한 양적 접근법에서 나오는 이득은, 불행히도 사업의 좀 더 질적인 측면을 희생하고서 얻은 것이다. 사명, 목적, 가치, 원칙, 진실성, 윤리, 봉사, 인간 등 수도사들이라면 성공에 훨씬 더 중요하다고 말할 요소들 말이다. 수도사들은 이러한 사업의 질적 측면들에 통달해 있는데, 「USA 투데이」 기사의 필자는 수도원의 이 모든 노하우를 한 단어로 적절히 요약한다. 바로 경건함이다.

나는 이 책에서 수도원의 사업 모델을 지칭하는 데 줄곧 섬김과 자기비움이라는 표현을 쓸 것인데, 이 트라피스트 수도원 모델을 우리 속세의 사업 환경에 성공적으로 적용하는 데 핵심이 되는 것이 바로 진정성이다. 이 진정성은 종종 사업의 ‘차세대 중심 원칙’으로 언급되지만, 수도사들에게는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다. 트라피스트 수도사들은 이미 1천 년 넘게 진정성 있는 사업, 리더, 브랜드, 제품 들을 만들어 왔으니 말이다. 트라피스트 수도사들의 진정성은 수도원의 생활 및 사업 방식의 3가지 영역에서 나타나는데, 이 책에서 우리는 지극히 중요한 이 세 영역으로 몇 번이고 거듭해서 되돌아가게 될 것이다. 그 첫 번째는 사명이고, 두 번째는 개인의 탈바꿈, 세 번째는 공동체이다.

사명
사업에 대한 질적 접근이란, 경건히 수행할 만한 가치가 있는 고귀하고 중대한 사명을 명확히 천명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진정성이 있으려면, 기업의 가장 사소한 활동까지 결정하는 의사결정이 정말로 이 사명에 따라 이루어져야 한다. 트라피스트 수도사들은 서랍 속에 고이 모셔 두었다가 연례회의가 다가올 때쯤 되거나 누군가가 아무 생각 없이 물어볼 때에야 비로소 꺼내 드는 그런 사명 같은 것은 갖고 있지 않다. 대신 이들은 하루하루를 자신들의 사명에 따라 산다.
개인의 탈바꿈
진정성은 기술처럼 몸에 익힌 다음 우리의 목적을 위해 이리저리 쓸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또한 상황에 따라 그 자리에서 발휘했다 거두었다 할 수 있는 어떤 것도 아니다. 진정성 있는 사업, 리더, 브랜드, 제품은 오로지 진정성 있는 사람들에 의해서만 창조될 수 있는데, 바로 그래서 수도사들이 이 부문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것이다. 「USA 투데이」 기사는 성 식스투스 수도원의 양조기술자인 요리스 수사가 한 다음과 같은 말을 인용한다. “수도원에 들어온다고 저절로 성자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성자 같음은 진정성을 종교 용어로 바꾸어 부른 것에 다름 아니고, 수도원 생활은 보통 사람들을 받아들여 진정성 있는 개인으로 탈바꿈시키는 것을 목표로 짜여 있다.
바로 이 세속의 세계에서 세속의 방식으로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나게 할 수 있는가가 이 책 내용의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공동체
트라피스트 수도원의 사업 성공은 진정성 있는 공동체에서만 찾아볼 수 있는 원활한 협동에 크게 힘입고 있다. 트라피스트 수도원의 사명과 진정성 있는 사람이 되고자 하는 개개인의 의욕이 있다 해도, 공동체에 대한 수도사들의 변함없는 헌신이 없었다면 성과는 별 볼 일 없었을 것이다. 수도원의 사명을 중심으로 삼고 그 사명을 앞세워 살 수 있는 것은 항상 공동체의 성원들이 서로를 북돋워 주고 격려의 채찍질을 가하기 때문이며, 자신의 탈바꿈을 위해 힘겹게 몸부림 칠 때 가장 큰 힘이 되어 주는 것도 이러한 공동체 성원들의 보살핌이다.

사명, 개인의 탈바꿈, 공동체에 대한 트라피스트 수도사들의 헌신은 각기 따로따로가 아니다. 이 세 요소는 선순환을 이루어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사업계에서 흔히 ‘문화’라고 부르는 것을 만들어 낸다. 여기서도 성패를 좌우하는 것은 그 문화가 진정성이 있는가 그렇지 않은가이다. 진정성 있는 사업 문화를 창조해 내고 유지하는 것은 어렵고도 어려운 일인데, 어떻게 그것을 해낼 수 있는가가 아마도 이 책에서 만나는 수도사들로부터 독자 여러분이 배울 수 있는 가장 중요한 교훈일 것이다.

1. 멥킨 수도원의 경제 기적

그 뒤로 나는 계속 멥킨 수도원을 찾아갔고 가끔은 한 번에 몇 달씩 머물기도 했다. 수도원 손님 신분으로 나는 잿빛 수도복을 입고 트라피스트 수도사와 같은 생활을 잠시 동안 했다. 하지만 여기 온 주된 이유가 영적인 것이기는 해도, 사업가이자 기업가로서 나는 수도원 생활의 세속적 측면에 혹하지 않을 수 없었다. 멥킨과 세계 곳곳의 다른 수도원들은 사업에서 큰 성공을 거두고 있는데, 여러 해 동안 나는 이 사실에 대해 근원적인 질문들을 던지고 또 던졌다.

멥킨의 25명 남짓 되는 나이 든 수도사들은 일부 시간만을 할애하여 그것도 대개는 침묵 속에서 일을 하는데, 어떻게 그토록 경이로운 사업 성과를 거둘 수 있는 것일까? 멥킨 수도원은 어떻게 맬러키 신부님과 같은 보통 사람이 그렇게 비범한 결과를 이루어 내도록 고무하는 것일까? 현대 기업들의 성공이 눈 깜짝할 사이에 거품처럼 스러지는 데 반해 수도원의 사업은 1,500년 넘게 번창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어떻게 수도원들은 과일 케이크나 맥주, 달걀, 버섯, 치즈처럼 가격 결정력이 지배적 브랜드들에 직결되어 있는 ‘나도 똑같이’ 상품들을 생산해 파는 것일까? 어째서 이런 평범한 제품들이 항상 없어서 못 파는 물건이 되는 것일까? 어떻게 수도사들은 높은 윤리적 기준을 견지하고 품질 관리에 전념하는 것만으로 자유시장에서 성공적으로 경쟁할 수 있는 것일까?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 트라피스트 수도사들의 기술을 어떻게 우리 속세의 기업, 비영리 단체, 가정, 심지어 우리 개인의 인생에 적용해 똑같은 폭발적 성과를 거둘 수 있을까?

한마디로 말하자면 해답은 수도사들이 놀랄 만한 비밀을 발견한 데 있는데, 그 비밀이란 바로 자기 이익을 잊는 것이 자기에게 이익이 된다는 것이다. 역설적이게도, 멥킨 수도원의 사업이 성공을 거둔 이유는 수도사들이 사실상 전혀 사업에 몸담고 있지 않다는 데 있다. 대신 그들은 고귀하고 드넓은 사명에, 그리고 이 책에서 섬김과 자기비움이라고 부르게 될 경영 철학에 온전히 몸을 바친다. 수도사들에게 사업의 성공이란 단지 제대로 삶을 살다 보면 뜻하지 않게 따라오는 부산물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이러한 수치들이 트라피스트 수도사들의 사업 감각을 강조해 부각시킨다 해도, 수도사들의 진정한 성공 비결은 성 식스투스 수도원의 맥주 제조 기술자인 요리스 수사가 「월 스트리트 저널」에 한 다음과 같은 말로 깔끔하게 정리된다. “우리는 생활하기 위해서 팔지, 그 반대가 아닙니다.” 수도사들은 어쩌다 한 번 생각이 나면 더 고귀한 목표에 대해 생각해 보는 이윤 제일주의의 인간들이 아니다. 이들은 자기를 비우고 신과 이웃을 섬기는 사명에 열과 성을 다하는 사람들로, 사업은 어쩌다 하게 된 것일 뿐이다. 수도사들에게 사업의 성공은 섬김과 자기비움의 삶을 살다 보니 자기도 모르게 따라오는 것일 뿐이다. 이와 같은 우선순위의 근본적 전환, 이 책에서는 과녁 너머를 겨누기라는 표현으로 계속 언급될 트라피스트 수도사들의 비결이 바로 중요한 열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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