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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가지 유형의 탈바꿈이 모두 필요하다. 문제는 우리가 한 유형의 탈바꿈을 다른 유형의 탈바꿈으로 대체하려고 할 때 비로소 생긴다. 건강 유지를 위해 먹던 음식을 ‘기분이 좋아지려고’ 먹을 때 우리는 실은 배를 넘치게 채우는 것으로 우리 영혼 속의 구멍을 메우려 하고 있는 것이다. |
수도원에 간 CEO: 나는 경영을 수도원에서 배웠다
AugustTurak, Business Secrets of the Trappist Monks
Contents
머리말
토머스 머튼을 비롯해 수많은 저자들이 회랑 벽 너머로 우리를 안내해 수도원의 기도를 엿들을 수 있게 해준 데 반해, 수도원 생활의 다른 반쪽인 ‘노동’에 대해 쓴 사람은 거의 없다. 마찬가지로, 중세 ‘암흑시대’에 그리스 철학과 연극을 보존한 수도원에 서구 문명이 지고 있는 지적 부채에 대해 쓴 사람은 많아도, 수세기 동안 수도사들이 간직해 오며 번영의 원동력으로 활용한 지극히 성공적인 사업 방법에 대해 탐구한 이는 거의 없었다.
이 책은 그동안 간과되었던 수도원의 사업 비법들을 조명하고 그것을 세상과 공유함으로써 이러한 불균형을 바로잡는 데 도움을 주려 한다.
맥주를 제조하는 성 식스투스 수도원의 벨기에 수도사들에 관한 「USA 투데이」의 한 기사는 트라피스트 수도원의 사업 성공 비결을 다음과 같이 세 문장으로 요약한다. “영리가 아니라 경건함을 이들 수도사들은 추구한다. 성 식스투스 수도사들은 품질에 신경 쓰는 것을 제외하고는 기본적인 사업 규칙들을 모조리 무시한다. 어쩌면 이들의 성공 비결은 바로 여기에 있는지도 모른다.”
양과 분석의 중시가 사업에서 지배적인 경향이 된 것은 1백 년도 더 된 일이다. 1911년 프레더릭 테일러가 기념비적인 저서 『과학적 관리법Principles of Scientific Management』을 출간한 이후로 경제학자, 컨설턴트, 전문가, 경영대학원의 교수들은 사업을 과학으로 만들겠다는 일념으로 내내 예술의 영역에서 사업을 빼내 오려고 노력했다. 이러한 양적 접근법에서 나오는 이득은, 불행히도 사업의 좀 더 질적인 측면을 희생하고서 얻은 것이다. 사명, 목적, 가치, 원칙, 진실성, 윤리, 봉사, 인간 등 수도사들이라면 성공에 훨씬 더 중요하다고 말할 요소들 말이다. 수도사들은 이러한 사업의 질적 측면들에 통달해 있는데, 「USA 투데이」 기사의 필자는 수도원의 이 모든 노하우를 한 단어로 적절히 요약한다. 바로 경건함이다.
나는 이 책에서 수도원의 사업 모델을 지칭하는 데 줄곧 섬김과 자기비움이라는 표현을 쓸 것인데, 이 트라피스트 수도원 모델을 우리 속세의 사업 환경에 성공적으로 적용하는 데 핵심이 되는 것이 바로 진정성이다. 이 진정성은 종종 사업의 ‘차세대 중심 원칙’으로 언급되지만, 수도사들에게는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다. 트라피스트 수도사들은 이미 1천 년 넘게 진정성 있는 사업, 리더, 브랜드, 제품 들을 만들어 왔으니 말이다. 트라피스트 수도사들의 진정성은 수도원의 생활 및 사업 방식의 3가지 영역에서 나타나는데, 이 책에서 우리는 지극히 중요한 이 세 영역으로 몇 번이고 거듭해서 되돌아가게 될 것이다. 그 첫 번째는 사명이고, 두 번째는 개인의 탈바꿈, 세 번째는 공동체이다.
- 사명
- 사업에 대한 질적 접근이란, 경건히 수행할 만한 가치가 있는 고귀하고 중대한 사명을 명확히 천명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진정성이 있으려면, 기업의 가장 사소한 활동까지 결정하는 의사결정이 정말로 이 사명에 따라 이루어져야 한다. 트라피스트 수도사들은 서랍 속에 고이 모셔 두었다가 연례회의가 다가올 때쯤 되거나 누군가가 아무 생각 없이 물어볼 때에야 비로소 꺼내 드는 그런 사명 같은 것은 갖고 있지 않다. 대신 이들은 하루하루를 자신들의 사명에 따라 산다.
- 개인의 탈바꿈
- 진정성은 기술처럼 몸에 익힌 다음 우리의 목적을 위해 이리저리 쓸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또한 상황에 따라 그 자리에서 발휘했다 거두었다 할 수 있는 어떤 것도 아니다. 진정성 있는 사업, 리더, 브랜드, 제품은 오로지 진정성 있는 사람들에 의해서만 창조될 수 있는데, 바로 그래서 수도사들이 이 부문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것이다. 「USA 투데이」 기사는 성 식스투스 수도원의 양조기술자인 요리스 수사가 한 다음과 같은 말을 인용한다. “수도원에 들어온다고 저절로 성자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성자 같음은 진정성을 종교 용어로 바꾸어 부른 것에 다름 아니고, 수도원 생활은 보통 사람들을 받아들여 진정성 있는 개인으로 탈바꿈시키는 것을 목표로 짜여 있다.
- 바로 이 세속의 세계에서 세속의 방식으로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나게 할 수 있는가가 이 책 내용의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 공동체
- 트라피스트 수도원의 사업 성공은 진정성 있는 공동체에서만 찾아볼 수 있는 원활한 협동에 크게 힘입고 있다. 트라피스트 수도원의 사명과 진정성 있는 사람이 되고자 하는 개개인의 의욕이 있다 해도, 공동체에 대한 수도사들의 변함없는 헌신이 없었다면 성과는 별 볼 일 없었을 것이다. 수도원의 사명을 중심으로 삼고 그 사명을 앞세워 살 수 있는 것은 항상 공동체의 성원들이 서로를 북돋워 주고 격려의 채찍질을 가하기 때문이며, 자신의 탈바꿈을 위해 힘겹게 몸부림 칠 때 가장 큰 힘이 되어 주는 것도 이러한 공동체 성원들의 보살핌이다.
사명, 개인의 탈바꿈, 공동체에 대한 트라피스트 수도사들의 헌신은 각기 따로따로가 아니다. 이 세 요소는 선순환을 이루어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사업계에서 흔히 ‘문화’라고 부르는 것을 만들어 낸다. 여기서도 성패를 좌우하는 것은 그 문화가 진정성이 있는가 그렇지 않은가이다. 진정성 있는 사업 문화를 창조해 내고 유지하는 것은 어렵고도 어려운 일인데, 어떻게 그것을 해낼 수 있는가가 아마도 이 책에서 만나는 수도사들로부터 독자 여러분이 배울 수 있는 가장 중요한 교훈일 것이다.
1. 멥킨 수도원의 경제 기적
그 뒤로 나는 계속 멥킨 수도원을 찾아갔고 가끔은 한 번에 몇 달씩 머물기도 했다. 수도원 손님 신분으로 나는 잿빛 수도복을 입고 트라피스트 수도사와 같은 생활을 잠시 동안 했다. 하지만 여기 온 주된 이유가 영적인 것이기는 해도, 사업가이자 기업가로서 나는 수도원 생활의 세속적 측면에 혹하지 않을 수 없었다. 멥킨과 세계 곳곳의 다른 수도원들은 사업에서 큰 성공을 거두고 있는데, 여러 해 동안 나는 이 사실에 대해 근원적인 질문들을 던지고 또 던졌다.
멥킨의 25명 남짓 되는 나이 든 수도사들은 일부 시간만을 할애하여 그것도 대개는 침묵 속에서 일을 하는데, 어떻게 그토록 경이로운 사업 성과를 거둘 수 있는 것일까? 멥킨 수도원은 어떻게 맬러키 신부님과 같은 보통 사람이 그렇게 비범한 결과를 이루어 내도록 고무하는 것일까? 현대 기업들의 성공이 눈 깜짝할 사이에 거품처럼 스러지는 데 반해 수도원의 사업은 1,500년 넘게 번창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어떻게 수도원들은 과일 케이크나 맥주, 달걀, 버섯, 치즈처럼 가격 결정력이 지배적 브랜드들에 직결되어 있는 ‘나도 똑같이’ 상품들을 생산해 파는 것일까? 어째서 이런 평범한 제품들이 항상 없어서 못 파는 물건이 되는 것일까? 어떻게 수도사들은 높은 윤리적 기준을 견지하고 품질 관리에 전념하는 것만으로 자유시장에서 성공적으로 경쟁할 수 있는 것일까?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 트라피스트 수도사들의 기술을 어떻게 우리 속세의 기업, 비영리 단체, 가정, 심지어 우리 개인의 인생에 적용해 똑같은 폭발적 성과를 거둘 수 있을까?
한마디로 말하자면 해답은 수도사들이 놀랄 만한 비밀을 발견한 데 있는데, 그 비밀이란 바로 자기 이익을 잊는 것이 자기에게 이익이 된다는 것이다. 역설적이게도, 멥킨 수도원의 사업이 성공을 거둔 이유는 수도사들이 사실상 전혀 사업에 몸담고 있지 않다는 데 있다. 대신 그들은 고귀하고 드넓은 사명에, 그리고 이 책에서 섬김과 자기비움이라고 부르게 될 경영 철학에 온전히 몸을 바친다. 수도사들에게 사업의 성공이란 단지 제대로 삶을 살다 보면 뜻하지 않게 따라오는 부산물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이러한 수치들이 트라피스트 수도사들의 사업 감각을 강조해 부각시킨다 해도, 수도사들의 진정한 성공 비결은 성 식스투스 수도원의 맥주 제조 기술자인 요리스 수사가 「월 스트리트 저널」에 한 다음과 같은 말로 깔끔하게 정리된다. “우리는 생활하기 위해서 팔지, 그 반대가 아닙니다.” 수도사들은 어쩌다 한 번 생각이 나면 더 고귀한 목표에 대해 생각해 보는 이윤 제일주의의 인간들이 아니다. 이들은 자기를 비우고 신과 이웃을 섬기는 사명에 열과 성을 다하는 사람들로, 사업은 어쩌다 하게 된 것일 뿐이다. 수도사들에게 사업의 성공은 섬김과 자기비움의 삶을 살다 보니 자기도 모르게 따라오는 것일 뿐이다. 이와 같은 우선순위의 근본적 전환, 이 책에서는 과녁 너머를 겨누기라는 표현으로 계속 언급될 트라피스트 수도사들의 비결이 바로 중요한 열쇠이다.
아인 랜드Ayn Rand(1905~1982, 미국의 소설가, 작가, 철학자 - 옮긴이) 같은 사람들이 우리는 모두 이기적이며 자본주의의 ‘보이지 않는 손’은 바로 이 이기심에서 나오는 것이라고 주장할 때, 그들의 주장은 완전히 그른 것은 아니지만 절반만 맞는다고 할 수 있다. 끝없이 ‘내 거, 내 거’를 외치는 모든 아이들은 처음에는 이기적인 모습을 보여 주기 시작하다가 성숙할수록 이타심 쪽으로 향해 간다. 인류가 걸어온 발걸음 ― 우리가 문명이라고 부르는 ― 또한 마찬가지로 왕들의 이기심에서 민주주의의 이타심으로의 이동이었다 할 수 있으며, 역사상의 경제 모델들도 승자와 패자가 나뉘는 것에서 모두가 승자가 되는 것으로 멈칫거리면서나마 움직여 가는 이러한 궤적을 보인다. 자본주의는 그에 앞선 경제 형태인 중상주의보다는 덜 이기적이며, 중상주의 역시 그 전의 봉건제에 비하면 커다란 진보였다.
현재 벌어지는 전 세계적인 경제 위기의 주범으로 흔히 탐욕과 이기심, 고삐 풀린 자유시장인 자본주의의 비윤리적 과잉성 등이 손꼽힌다. 사업가이자 기업인으로서 나는 우리의 자유시장 시스템을 좋아하기는 하지만, 이러한 분석에 상당 부분 동의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탐욕과 이기심, 비윤리적 행동은 자유시장과 자본주의, ‘이윤’과 필연적으로 함께할 수밖에 없는 것들이라고 상정해 버린다. 그리고 자본주의가 역사상 가장 생산적인 경제 모델인 것으로 증명되면서, 위와 같이 생각하는 많은 이들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죽을 맛이긴 하지만 악마와 거래를 하는 것뿐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자본주의는 우리와 한 지붕 밑에 사는 사납고 위험한 짐승 역할을 맡았다. 함께 살 수도 없고, 함께 살지 않을 수도 없는 짐승 말이다. 이런 분석에 따르면, 이 이기적인 짐승은 결코 길들여질 수 없으므로, 최근 우리가 처참한 결과를 경험했던 것처럼 이 짐승이 별안간 주인에게 달려드는 사태가 발생하지 않게 하려면 항상 이놈을 제어해야만 한다.
불행히도, 자본주의를 이렇게 기술하면 우리는 고통스러운 이분법에 빠지고 만다. 고귀한 목표, 사람을 우선하는 것, 고객의 이익을 생각하는 것 등은 어김없이 ‘이윤’과 ‘수지타산’에 대한 고려와 상충하게 되는 것이다. 이 전쟁에서 승리하는 것은 언제나 수지타산 쪽인 듯하고, 고귀한 목표는 영원히 이타주의의 영역으로 추방되고 만다. 여기서 이 고귀한 목표들은 시들해지고, 이 목표에 대한 유일한 지지자들은 기업의 죄악을 대중에게 설파하면서 인간의 ‘더 나은 본성’에 헛되이 호소할 따름이다.
멥킨 수도원의 수도사들과 함께 생활하고 곁에서 나란히 일하는 시간이 점점 늘어나면서, 나는 이들이 자본주의와 자기를 비운 섬김은 본질적으로 서로 상충한다거나 서로를 배제한다는 가정이 먹혀들지 않는, 오래되었으면서도 새로운 경제 모델을 삶으로 체현하고 있음을 깨닫기 시작했다. 멥킨의 수도사들이나 워렌 버핏 같은 불가지론자들이나 모두 지고의 원칙에 광적으로 헌신함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성공을 거둔 것이 아니라, 바로 그런 헌신 덕분에 성공을 거둔 것이다. 수도사들과 워렌 버핏, 그리고 세계에서 가장 잘나가는 판매원들이 발견한 얼핏 말이 안 되는 것 같은 비밀은, 우리가 우리 자신의 이기적 동기를 마음에 두지 않으면 않을수록 더 큰 성공을 거두게 된다는 것이다.
이 모델은 자본주의 체제나 빈곤층을 쥐어짜 얻는 ‘이윤’의 해체를 꿈꾸지 않는다. 섬김과 자기비움은 위에 나열한 모든 고통스러운 대립들을 초월한다. 우리 모두에게는 우리 자신보다 훨씬 더 거대해서 우리를 개인적으로 또 집단적으로 이기적 인간에서 이타적 인간으로 탈바꿈시켜 줄 사명에 대한 갈망이 있는데, 바로 이 보편적 갈망에 다가감으로써 말이다.
자본주의를 해체하기보다는 뛰어넘으려면, 우리는 아린 랜드 같은 사람들의 잘못된 철학을 수정해야 한다. 이들은 인간 존재를, 그리고 그에 따라 자본주의를 오로지 자기 이익에 의해서만 움직이는 정적 모델로 상정한다. 이 책 전체에서 내가 주장하려는 것은, 사실상 인간이란 우리 자신보다 거대한 무엇인가를 섬기는 데 자기를 버리고 ‘몸 바치고’ 싶어 하는 동적 ‘모델’이라는 사실이다. 그리고 수도사들처럼 자기비움을 향한 이 욕구를 자유 기업 체제와 결합하면, 우리는 자본주의의 많은 한계들을 극복할 수 있는 경제 모델을 발견하게 된다.
예를 들어, 훌륭한 판매원이라면 누구나 자기 자신과 자신의 제품, 자신이 받을 수수료를 ‘잊어버리고’ 고객이 필요로 하는 것에 귀 기울이는 것을 자신의 사명으로 삼으면 삼을수록 판매 실적은 더 높아진다는 것을 안다. 수수료는 알아서 따라오게 되어 있다. 전체 기업이 자신을 비우고 고객을 모시는 데 억척스레 매달린다면, 마찬가지로 이익은 알아서 따라오게 되어 있다. 최고의 리더들은 다른 사람들을 성공으로 이끄는 데 매달릴수록 그들 자신이 더 큰 성공을 거둔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앞으로 보게 되겠지만, 이미 우리에게는 앞으로 탈바꿈 조직이라고 부를, 영감을 주는 많은 모델들이 있는데, 미 해병대, 알코올중독자협회, 전 세계의 수도원들, 루이스 R. 모블리가 이끄는 IBM 경영인 학교 등 다양한 조직들이 여기에 속한다.
의도적으로 또는 의식적으로 탈바꿈의 경험을 제공하는 이들 조직 외에도 기업가 정신으로 운영되는 많은 소규모 회사들이 ‘우연히’ 사람들에게 탈바꿈의 경험을, 그러니까 관리자들이 사원의 열정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주로 의존하는 스톡옵션 정책이나 다른 동기 부여책들을 넘어서는 경험을 제공한 덕분에 성공에 큰 도움을 얻는다.
하지만 의도적인 탈바꿈 조직이 우연적 경우들과 구별되는 것은 바로 지속성 때문이다. 해병대와 알코올중독자협회, 수도원 전통이 이렇게나 오랜 기간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이 조직들이 개인의 탈바꿈을 자신의 사명 가운데 하나로 삼을 뿐 아니라, 신병훈련소, 12단계 프로그램, 성 베네딕투스 계율, 모블리의 IBM 경영인 학교의 12주 경험 학습 프로그램과 같은 방법론들을 통해 이 과정들을 제도화하기 때문이다.
2. 우리 모두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
‘직원 몰입도’는 비즈니스 전문가들을 바쁘게 만드는 유행어들 중 하나이다. 충분히 그럴 만도 한 것이, 더 깊이 몰입할수록 사람들은 더 생산적이 되며 조직 전체의 이익도 증가하기 때문이다. 직원 몰입도는 사실 예전에 ‘기업 충성도’라고 불리던 것이 새로운 유행어로 표현만 바뀐 것에 불과한데, 생산성 측면에서 보자면 불행하게도, 형태는 없지만 중요하기 이를 데 없는 이 자산에 대한 직원들의 보유 수준이 점점 떨어지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케넥사 고능률 연구소Kenexa High Performance Institute는 1985년 이래로 직원 몰입도에 관한 「워크트렌드Work Trends」 보고서를 펴내고 있는데, 이들이 조사를 위해 직원들에게 던지는 질문은 다음과 같은 사항에 어느 정도 동의하는가이다.
- 나는 이 직장에서 일한다는 사실을 다른 사람들에게 자랑스럽게 이야기한다.
- 전체적으로 보아, 나는 이 직장이 일터로서 매우 만족스럽다.
- 나는 친한 친구나 가족에게 이 직장에 취직하라고 기꺼이 권할 수 있다.
- 다른 직장으로 옮겨 새로운 일을 찾아볼 생각은 거의 하지 않는다.
오늘날의 산업 전사들은 직업에서 더 큰 무엇을 ― 훨씬 더 큰 무엇 ― 추구한다. 연봉 인상이나 승진 같은 통상적인 동기 부여책을 넘어서는 어떤 것을 추구하는 것이다. 앞장에서 보았듯이 멥킨 수도원과 세계 곳곳의 트라피스트 수도원들이 주목할 만한 경제적 성공을 거둔 것은 맬러키 신부님과 같은 사람들의 열성적인 ‘몰입’에 힘입은 바 크다. 나는 직원들의 마음이 회사에서 떠나는 이와 같은 움직임은 우리의 세속 조직에 수도원 모델을 적용함으로써 되돌릴 수 있다고 믿는다. 하지만 그러자면 먼저 우리는 삶에서, 특히 그중에서도 우리가 하는 일에서 우리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답해야만 한다.
달러 보트(Dollar vote)라는 렌즈를 통해 세상을 바라보면, 이야기에 대한 거의 채울 길 없는 인간의 욕구를 발견하게 된다.
이러한 탈바꿈의 기승전결이 없다면, 화려한 볼거리는 있을지 몰라도 이야기는 실종된다. 달러 보트에 따르면, 우리가 다른 사람들이 탈바꿈하는 것을 지켜보는 데 그토록 많은 돈과 시간을 투자한다는 사실은 우리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바로 이와 같은 자기본위에서 자기비움으로의 본질적 탈바꿈이라는 것을 증명한다.
조지프 캠벨은 신화와 민담, 세계 각지의 종교 전통을 연구하는 데 한평생을 바쳤는데, 마침내 알아낸 것은 표면적으로는 많은 구별들이 존재하지만 영웅의 탈바꿈의 여정이라는 주제가 태엽장치처럼 반복된다는 사실이었다.
다시 한 번 달러 보트라는 개념을 적용해 보면, ‘영웅의 여정’에 기반을 둔 영화들에 우리가 열광한다는 사실은, 탈바꿈 또는 크리스천 신부님이 말하는 초월이 바로 우리 모두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자 우리의 삶에 고통스러울 정도로 결여된 것이라는 점을 증명한다. 그리고 만일 우리가 멥킨 수도원에서 볼 수 있는 것과 같은 종류의 직원 몰입도와 고객 충성도를 우리의 세속 조직에서도 구현하기를 원한다면, 우리는 사람들에게 탈바꿈에 대한 이러한 갈망을 충족시킬 기회를 제공해야만 한다.
조지프 캠벨은 ‘영웅의 여정’의 여러 단계들을 정리하는데, 다음은 그 주요한 단계들이다.
- 부름
- ‘부름’, 또는 수도사들이 소명이라 칭하는 것은 ‘영웅의 여정’ 가운데 요청을 받는 단계이다.
- 사업에서 ‘부름’은 다양한 형태를 취할 수 있다. 이를테면 갑작스럽게 더 도전적인 새 자리를 제안받는 것에서부터 MBA를 취득하기 위해 학교로 돌아갈 기회가 생기는 것, 모든 장래의 기업가들을 끊임없이 부르는 저 신비로운 목소리에 이르기까지 말이다.
- 부름에 대한 저항
- 수도원 전통에서 두 번째 단계인 ‘부름에 대한 저항’은 분별이라고 불리며, 크리스천 신부님이 자신의 질문과 씨름했던 오랜 시간의 배태기가 바로 이 단계에 해당한다.
- 사업에서 ‘부름에 대한 저항’은 직업을 바꾸거나, 바라고 바라던 안식 기간을 얻거나, 새 회사를 설립하거나, 또는 하다못해 사장에게 봉급 인상을 요구하거나 하기 전에 우리가 자기탐구와 ‘적절한 검토’를 행할 때 일어난다. 사업 모델의 근본적인 변화를 꾀하는 회사는 실행에 들어가기 전에 치열한 ‘분별’ 기간을 거치게 마련이다.
- 사막
- 수도원 전통에서 ‘사막’은 형성이라 불리는 지적, 도덕적, 심리적, 영적 발전의 과정을 거쳐 한 사람의 수도사가 ‘만들어지는’ 단계이다.
- 사업에서 ‘사막’ 단계는 대부분의 시간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감도 못 잡은 채’ 새로운 일이나 완전히 새로운 기술에 능숙해지기 위해 애쓰는 분투의 시기이다. ‘사막’ 단계가 훨씬 더 힘겨워지는 것은, 골프 레슨을 받을 때처럼 흔히 여기에 퇴보의 단계가 따라오기 때문이다. 무엇인가 나아지기 전에 먼저 오히려 전보다 더 못해지는 것이다. ‘사막’ 단계에서 내가 왜 ‘철밥그릇’을 버리고 되도 않게 기업가 정신을 발휘한답시고 이 ‘끔찍한 지옥’에 뛰어들었을까 하며 몇 날 며칠을 잠 못 이루어 본 적이 없는 기업가가 있다면, 그런 사람은 대단한 별종이라 할 수 있다.
- 위대한 시험
- 이 단계에서 영웅은 ‘사막’ 단계에서 단련을 통해 얻은 자신의 능력을 이타적인 목적보다는 이기적 목적을 위해 사용하도록 유혹받는다. 수도원 전통에서 ‘위대한 시험’은 종종 ‘영혼의 어두운 밤’으로 언급된다. 영적 굴복에 앞서 찾아오는 심리적 위기를 말하는 것이다.
- 최근에 버니 매도프와 같은 한때의 금융계 슈퍼스타들이 줄줄이 감옥에 들어갔는데, 그것은 이들이 자신의 한계와 맞닥뜨리는 ‘위대한 시험’에 처해졌을 때 불법으로 획득한 권력과 명성의 유혹에 굴복하고 말았기 때문이다. 사업에서 ‘위대한 시험’의 또 다른 예는 흔히 ‘벽에 부딪치다’라는 말로 묘사된다. 직장생활은 정체되고 ‘사막’ 단계에서 쌓은 ‘기술들’과 개인의 힘은 이제 하나도 쓸모가 없어 보인다. 사업에서는 이러한 일이 벌어지는 것은 대개 출세 지향적인 우리의 기업인 주인공들이 모든 사업은 결국 사람 사업이라는 사실을 배우지 못해서라는 것이 자명하다. 오직 자기만 생각하며 회사의 승진 사다리 상층부를 향해 달려가면서 이들은 너무도 많은 적들을 만들었고, 공을 다른 사람에게 돌릴 줄도 몰라서, 결국 받기만 하고 주는 데는 인색해 언제나 ‘나, 나한테, 내 것’만 외쳐 대는 인간으로 찍히고 만다. 이들은 사무실에서 제일 똑똑한 사람이 되려 하지만, ‘팀을 위해 한몫을 한다’는 것이 무슨 뜻인지조차 모른다. 이기적인 이유로 벽에 부딪치는 것은 미국이라는 기업에서는 워낙 일반적인 일이어서, 미국 최고의 명문 경영 대학원들은 수도사들을 대표하는 특성이자 그들의 성공에 결정적 요소이기도 한 ‘부드러운 인간 가치’는 무시하고 ‘냉정한 기술’만을 지나치게 강조한다는 이유로 성공한 경영인들로부터 종종 호되게 비판받는다.
- 죽음과 거듭남
- ‘영웅의 여정’의 절정은 ‘죽음과 거듭남’이다. 자기 자신의 힘으로 갈 수 있는 데까지 가본 영웅은 이기심의 어리석음을 깨닫고 손을 내밀어 다른 사람을 도우며, 말 그대로 또는 더 흔히는 은유적으로, 사랑의 형태로 다가오는 ‘은총’에 굴복한다.
- 수도원 전통에서 죽음과 거듭남은 성대서원을 통해 상징적으로 재연된다. 수련수사로서 몇 년간의 ‘사막’ 단계를 치른 수도사는 성대서원에서 최후의 서약을 한다. 이로써 수도사는 ‘이 세상에서 죽어’ 수도원 공동체의 진정한 일원으로 ‘거듭난다’.
- 영화에서처럼 사업에서도 ‘죽음과 거듭남’은 두렵고 고통스럽기 십상인 과정이다. 직장에서 벽에 부딪친 사람은 대개 과거에 엄청난 효력을 발휘했던 이기적 습관과 개인의 야망을 ‘놓아 버리기를’ 죽자고 거부한다. 자발성을 보이고, 실수를 인정하고, 다른 이들을 돕고, 열린 마음을 갖는 것은 워낙 부자연스럽고 겁나는 일이어서, 「사랑의 블랙홀」에서 빌 머레이가 연기한 인물이 그랬던 것처럼 이들은 좀 더 구미에 맞는 대안을 찾을 뿐 똑같은 실수를 끝없이 반복한다. 하지만 역시 빌 머레이가 연기한 인물처럼, 이들은 ‘돌파구’를 경험할 수도 있다. 사랑하는 배우자나 친구 또는 멘토가 내미는 도움의 손길로 ― 아니면 단순히 상황들이 묘하게 얽힌 덕분에 ― 우리의 기업인 주인공들은 자신의 한계에 직면하면서 자신의 이기적인 실수들을 인정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마음을 열게 될 수도 있다. 이들은 ‘죽었다가’ ‘거듭나고’, 그리하여 정체되었던 그의 직장생활은 대개 한 단계 도약을 이룬다.
- 다른 이들을 돕기 위한 귀환
- 영웅은 이제 마지막 단계, 즉 ‘다른 이들을 돕기 위한 귀환’에 오를 준비가 되었다.
- 이것은 자신의 ‘예전 삶’과, 자기를 우선시했던 옛 삶의 태도에 대한 마치 수도사와도 같은 ‘포기’를 상징한다. 자기 옷을 포기한다는 것은 또한 몸 또는 ‘육신’을 단념한다는 것을 상징하기도 하는데, 이것은 이기심을 포기하는 것에 대한 수도원의 오랜 은유이기도 하다. 수도사는 자신의 외출복을 버리고 수도복을 입으면서 청빈 서약을 한다.
- 이와 마찬가지로 탈바꿈한 사업가는 ― 또는 사업 ― 동료와 고객, 주주, 이해 당사자들에게 자기를 비운 섬김을 통해 수도원에서와 같은 환대를 베푼다. 역설적이게도, 회사의 승진 사다리를 오르는 것을 이제는 그리 중요하게 여기지 않기 때문에 우리의 탈바꿈한 기업인 주인공은 흔히 한꺼번에 세 계단을 오르게 된다.
삶이란 곧 탈바꿈을 향한 갈망이라 할 수 있다. 모든 도토리는 참나무가 되기를 갈망하며, 삶 그 자체는 삶에서 죽음으로 갔다가 다시 삶으로 돌아오는 탈바꿈의 여정이다. 에이브러햄 매슬로Abraham Maslow의 유명한 인간 욕구 위계설은 인간의 동기에 관한 놀라운 성찰이지만, 그의 모델 또한 탈바꿈에 대한 갈망이라는 관점에서 기술될 수 있다.
모든 인간의 동기는 탈바꿈에 대한 갈망에서 비롯되지만, 탈바꿈에는 3가지 다른 유형이 있다.
- 목마른 사람이 물을 마실 때, 그는 자신의 상태를 탈바꿈시킨다.
- 가난한 사람이 복권에 당첨되면, 그는 자신의 환경을 탈바꿈시킨다.
- 그리고 스크루지가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 크리스마스 아침에 잠자리에서 일어날 때, 그는 존재의 탈바꿈을 경험한 것이다.
3가지 유형의 탈바꿈이 모두 필요하다. 문제는 우리가 한 유형의 탈바꿈을 다른 유형의 탈바꿈으로 대체하려고 할 때 비로소 생긴다. 건강 유지를 위해 먹던 음식을 ‘기분이 좋아지려고’ 먹을 때 우리는 실은 배를 넘치게 채우는 것으로 우리 영혼 속의 구멍을 메우려 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