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ower of Positive Deviance
01. 세계의 난제, 그 불가능을 넘어
이곳 기단 바코예 지역의 농부인 이브라힘 돈지모는 단순히 계절적인 변덕 때문에 초원이 사라지고 사막화가 진행된 것이 아님을 깨달았다. 오랫동안 사람들은 농토가 드문 환경에서 최대한 농작물을 심기 위해 나무를 베이버리기 시작했는데, 그러자 어느 순간 주변에서 나무가 사라지고 말았다. 이러한 사실을 깨달은 이브라힘은 1980년대 중반, 반직관적인 방법을 시도해보기로 했다. 그리고 다른 농민들에게도 시범을 보였다. 그는 먼저 해마다 땅에서 올라오는 어린 나무들을 뽑아버리지 않고 살려뒀다. 특히 혹독한 환경에서도 잘 자라는 토종 나무인 가오와 바오바브를 보호했다. 이브라힘은 우연이긴 하지만 아주 효과적이면서도 자원에 인위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는 적합한 전략을 사용한 것이다. 나무의 낙엽은 토양에 양분을 공급하고 뿌리는 대기 중의 질소를 흡수해 토질을 향상시켰으며 간혹 양동이로 퍼붓듯 빗줄기가 쏟아질 때면 딱딱하게 굳은 땅이 침식되지 않도록 만들었다. 특히 이런 낙엽성 나무는 우기에 잎이 달리지 않아서 그 가지 아래 빽빽이 자라나는 작물에 필요한 햇빛도 가리지 않았다.
마침내 이브라힘의 실험은 열매를 맺었다. 몇 년이 지나자 남들보다 더 많은 수확들을 얻고 현금 흐름도 좋아졌다. 그러자 몇 명이 그를 따라 하기 시작했으며, 시간이 지나자 그 수가 점점 더 많아졌다. 오늘날 농부들은 나뭇가지는 땔감으로 팔고 과실은 직접 소비하거나 판매하며 꼬투리는 동물의 사료로 쓰고 있다. 나무 스무 그루에서 연 300달러에 이르는 추가 수입이 생겼으므로 일인당 소득을 높이는 데 크게 이바지하는 셈이다. 또한 나무 재배가 여러 마을로 확산됨에 따라 미기후가 온화하게 변하면서 혹독한 가뭄과 건조한 바람의 영향도 약화되었다.
위 두 이야기에 나타나는 '긍정적 이탈'은 관찰할 수 있는 예외라는 점에서 맥락을 같이한다. 긍정적 이탈 과정은 '실패하는 다수'보다 '성공적인 예외'에 주목한다는 데서 차별점이 있다. (책/Antifragile의 '옵션'이 생각난다.) 긍정적 이탈에 대한 접근은 문제를 해결할 때 색다른 방식으로 사고하게 한다. 이는 습관적으로 아웃라이어를 그냥 지나치지 않도록 생각을 바꾸고, 필연적으로 '원래 그런거야'라는 자세에 의문을 품게 한다. 이렇게 개념을 정립하고 나면 아웃라이어에 대한 관심이 자연스럽게 '누가', '무엇을', 특히 '어떻게' 했느냐로 발전한다. 물론 긍정적 이탈이란 말이 다소 어색하고 모순적으로 느껴질 수 있으나 그 개념은 단순하다. 즉 불가능한 역경을 딛고 성공한 아웃라이어를 찾아내는 것이다.
이 책을 쓰게 된 계기는 "우리는 모든 방법을 다 써봤지만 소용없었다"는 사람들의 불평 때문이었다. 긍정적 이탈은 공동체에서 최소한 누군가 한 명은 똑같이 주어진 자원을 활용해 다른 사람들이 당황해하는 문제를 해결한다는 가정에서 출발한다. 통계적으로는 이런 사람을 '아웃라이어'라고 부른다. 즉, 정규분포에서 평균보다 오른쪽으로 행동의 편차를 보이는 예외적인 경우를 말한다. 이런 사람들은 대부분 자신이 남들과 다른 특이한 행동을 하고 있는 것을 인지하지 못한다. 그러나 이들의 독특한 해결방식이 발굴되어 공감대를 얻으면 그 공동체 전반에 받아들여지면서 많은 사람들의 삶이 변화한다. 긍정적 이탈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 '개개인의 차별성'은 곧 공동체의 자원이 되는 것이다. 단, 공동체 안에 있는 주목할 만한 변종을 찾고 그 행위와 전략을 채택할 때는 구성원들의 참여가 반드시 필요하다.
뜻밖에도 가까운 곳에 답이 있다
시야가 너무 밝으면 오히려 보지 못하는 법이다. 뒤에서도 살펴보겠지만, 남들이 보지 못하는 긍정적 이탈은 대개 '자신조차 스스로 하고 있는 일을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본인이 딱히 남다르거나 주목할 만한 일을 하는지 깨닫지 못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들은 남들과 어울려 살아가면서 다른 사람들이 고전하는 문제에 승승장구한다. 밝은 곳에서 볼 수 없는 긍정적 이탈이 공동체에는 잠재적인 가능성이 된다. 그러면 공동체는 자기 조직화를 통해 내부에서 지혜를 이끌어내고 그동안 체념하고 받아들였던 케메묵은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게 된다. 일단 공동체가 내부 자원을 활용해 이미 존재하던 해결책을 찾아내고 영향력을 미치기 시작하면, 그러한 적응 능력은 애초에 마주쳤던 문제를 해결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이는 작업에 관계된 사람들의 운명을 결정짓고, 앞으로 다가올 도전까지 해결해낸다.
모잠비크의 모쿠아 족은 실용주의자들로, 다음과 같은 간결한 격언을 만들어냈다.
"멀리 있는 막대로는 뱀을 죽일 수 없다."
긍정적 이탈은 우리 가까이에 있는 막대나 다름없다. 손쉽게 닿을 수 있고 '나와 똑같은' 누군가의 것이므로 기꺼이 받아들일 수 있다. '저기서는 효과가 있어도 여기서는 어떨지 모르는' 외부 전문가의 처방이나 모범경영 방식을 도입할 필요도 없다. 근본 원인을 찾아내고자 면밀한 체계 분석이나 자원을 집중적으로 투입할 필요도 없다. 그저 가까이에 있는 막대를 찾아 적용하기만 하면 된다.
긍정적 이탈, 언제 쓸 것인가?
긍정적 이탈 과정이 모든 상황에 다 적합한 것은 아니다. 앞에서도 지적했지만 내건성 옥수수나 천연두 백신 등 기술적 해결법이 존재하는 문제에는 적용할 필요가 없다. 반복해서 말하지만 긍정적 이탈은 해결 과제가 복잡한 사회체계와 얽혀있고, 사회적 행동의 변화를 요구하며, 예견할 수 없거나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가져올 때 다른 방법들보다 뛰어난 성과를 낼 수 있다.
유연한 사회 시스템이 핵심이다
공동체는 자기만의 패턴을 가진 사회적 직물에 비유할 수 있다. 사회의 체계는 다루기 어려운 문제들을 고착화하는데, 새로운 행동과 사고방식이 자리를 잡으려면 이 체계가 반드시 유연하게 바뀌어야 한다.
지역사회에서 같이 살아가는 긍정적 이탈 개인은 울새처럼 고립돼 있다. 소수의 사람이 난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전략을 찾아내더라도 혁신을 전파해 공동체의 일상에 정착시킬 만한 사회적 절차가 없다면 그 발견은 열매를 많이 맺지 못한다.
학습에서 필수적인 전제는 공동체가 스스로 해답을 발견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자기 발견 작업은 매우 중요한데, 이를 외부 전문가에게 맡겨버리면 아무것도 얻지 못할 공산이 크다. 고통 없이 얻을 수 있는 것은 없기 때문이다. 긍정적 이탈의 관점에서 보면, 공동체는 우선 중요한 문제에 맞닥뜨린 만큼 집단적인 관심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해야 한다. 또한 이를 해결할 활동을 선택하고 긍정적 이탈을 발견하는 작업에 구성원들을 연루시켜 시간과 에너지를 투자하게 한다. 그리고 발견이 일어나면 실천을 통해 전파시킨다. 뒤에서도 살펴보겠지만 이런 행동이 사회체계를 바꾸고 행동 변화와 학습을 가능하게 한다. 긍정적 이탈은 사회체계를 동요하게 하면서 성과를 내는 것이다. 모순처럼 들릴지 모르지만 다른 접근법의 결과와 비교해보면 동요가 일어난 비율은 긍정적 이탈이 가장 낮다. 긍정적 이탈은 기존의 시스템 내부에 존재하는 답에 관심을 두기 때문이다. 이와 달리 외부에서 해결책을 차용할 때는 잘돼봐야 회의론이 일어나는 수준이며, 최악의 경우 노골적인 방해에 부딪히게 된다.
보이지 않는 장벽, 상명하달
긍정적 이탈 접근을 적용하는 데 가장 큰 장벽은 공동체 구성원이 아니다. 오히려 문제는 이들을 지원하는 전문가나 일을 진행하는 권위자들에게 있다. 조직의 상부에 있는 사람이 부하 직원보다 더 많이 안다는 생각, 그리고 변화는 위에서 아래로 혹은 바깥에서 안으로 일어난다는 고정관념이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표준모형(standard model)'이라고 부른다.
베트남 아이들의 영양실조: 위험에서 해결의 가능성까지
어쨌든 문제는 간단했다. 베트남 정부는 농촌 방방곡곡에서 벌어지고 있는 영양실조 문제를 해결할 방도가 없었다. 마을 사람들이 어떻게든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세워야 했다. 치료책과 더불어 예방책을 마련하는 것도 중요했다. 해결책은 지속 가능해야 한다는 것이 평소 나의 지론이었다. 여기에다 데드라인이 6개월에 불과하니 '평소처럼' 해서는 이 문제를 풀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전과는 다른 접근법이 필요했는데, 기존의 자원을 사용하되 효과가 검증된 방법을 찾아야 했다.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판별 근거들이 일제히 긍정적 이탈이라는 다소 모호한 연구 용어를 향하고 있었다.
첫걸음, 기준과 관행 파악
무턱대고 "파란색은 다릅니까?"라고 묻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 이와 마찬가지로 다른 것과 비교해서 맥락을 이해해야만 긍정적 이탈의 실행이 표준과 차별화되는 부분을 파악할 수 있다. 지금 다른 사람들이 무엇을 하는지 알아내지 않고서는 탁월하고 성공적인 전략을 알아낼 수 없다. 이 점이 긍정적 이탈을 수행하는 데 가장 까다로운 부분이다. 기준을 세우면 진전이 일어나는 정도를 평가할 수 있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