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열, 도전정신과 팀워크 위협하는 성과주의 업그레이드가 필요하다, LGERI, 2014, LG Business Insight 2014-12-31

Abstract

기존 연공주의 인사 관행의 단점을 보완하고 조직 구성원들에 대한 동기부여 및 우수 인재 확보·유지를 통한 기업 성과 제고를 도모하기 위해 기업들은 성과주의 인사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하지만 성과주의 인사 역시 해결해야 할 많은 과제를 가지고 있다.

성과주의 인사와 관련되어 가장 많이 지적되는 문제가

  1. 바로 평가 결과와 보상을 강력하게 연계할 경우 장기적인 관점에서 바람직한 결과나 지속적 개선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지 않다는 것이다. 구성원들이 단기성과에 매몰되고 개인적 이득을 보기 위해 시스템이 가진 결함을 활용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2. 둘째, 성과주의 인사가 불러일으키는 경쟁으로 인해 각 조직 또는 개인 간 협업이 되지 않고, 조직 전체 성과가 아닌 부분 최적화 관점에서 의사결정이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3. 셋째, 성과주의 인사는 구성원들이 실패를 두려워하여 위험을 감수하지 않게 만든다는 것이다. 업무 성과와 관련하여 어떠한 보상을 받을 것이라고 생각할 때 외부 환경 변화에 소극적으로 대처하거나 위험이 높은 일을 회피하게 된다는 것이다.
  4. 넷째, 성과주의를 통해 평가와 보상이 강조되다 보면 실제 기업 성과나, 고객가치 제고 등이 아닌 내부 보여주기 식 활용에 중점을 두고 지표를 선정하고 평가를 하려는 경향이 나타난다.
  5. 다섯째, 급여 격차가 커질수록 불공평성의 감정과 불만족을 촉진하고, 조직을 떠나고자 하는 경향이 증가되며, 업무수행을 저해하여 기대했던 성과를 거두지 못한다는 지적도 있다.

분명한 것은 성과주의 인사가 부작용이 있다 해서 이를 당장 폐기하고 다른 방법을 모색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한계를 분명히 인식하고, 이를 지속적으로 개선해 나가는 동시에 상황에 따라 유연성 있게 적용해야 한다.

1. 성과주의 인사의 대두

대표적인 것이 바로 조직 또는 구성원들의 업무 성과와 보상의 연계를 추구하는 성과주의 인사이다. 1990년대 후반 이후 국내 기업들 역시 기존 연공주의 인사 관행의 단점을 보완하고 조직 구성원들에 대한 동기부여 및 우수 인재 확보·유지를 통한 기업 성과 제고를 도모하기 위해 성과주의 인사 제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성과주의 인사와 관련된 대표적 이론 중 하나가 레이지어와 로젠(Lazear & Rosen)이 제시한 토너먼트 접근법(Tournament Approach)이다. 그들은 조직 내의 구성원들 간에 임금 차가 크면 이들은 제각기 다른 구성원들보다 더 높은 임금을 받기 위해서 노력을 경주하게 되며, 이 경쟁 과정에서 이긴 자는 더 많은 임금을 받기 위해서 한층 더 노력을 기울이게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많은 연구에서 성과주의 인사는 최악의 업무 능력을 가진 사람에게 분명한 메시지를 전하고, 전도유망한 새로운 지원자들의 유입을 통해 구성원들의 잠재 역량을 높일 수 있으며, 성과의 차별화를 보장하고, 조직에서 성공에 필요한 자질들을 규명하고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며, 인재를 발굴하고 육성하는 관리자의 능력을 검증할 수 있는 등의 장점을 가지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성과평가 컨설턴트인 그로테(Nick Grote)는 전통적 성과관리 시스템은 일반적으로 갈등의 상황을 회피하기 위해 스스로의 기대 수준을 하향하여 결국 모든 사람들이 만족스러운 평가 점수를 받게 만듦으로써 소수의 최상위·최하위 구성원들과 대다수의 보통 구성원들을 구분하는데 실패하고 결과적으로 ‘평범함의 문화를 조장’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따라서 어떤 사람이 다른 사람보다 얼마나 더 나은 업무 수행 능력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한 평가를 보증할 수 있는 강제 순위 배분(Forced Ranking)을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실제 많은 기업들은 성과주의 인사 철학을 받아들이고 활용하고 있다. GM을 미국 최고의 기업으로 키워내는데 큰 역할을 했다고 평가받는 슬론(Alfred Sloan)은 성과주의 인사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성과에 기반한 보너스 제도는 회사의 여러 계층에 다른 종류의 자극을 준다. 특히 아직 보너스 지급 대상이 아닌 구성원들이 그 대상이 되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기울이게 되는 유인을 제공한다. 또한 보너스 제도의 중요한 부수적 효과는 각 구성원이 자신과 회사의 발전에 대해 숙고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구성원은 상사가 자신의 가치를 인정했다는 것을 앎으로써 만족감을 얻고, 동시에 매년 자신의 업무 실적을 재검토하면서 자극을 받을 수 있다.”

GE의 전 CEO인 잭 웰치(Jack Welch) 역시 다음과 같이 말하면서 성과주의 인사에 대해 강력한 지지를 보내고 있다.

“기업이 승리하려면 관리자들은 실적이 우수한 사업과 그렇지 못한 사업 혹은 우수한 직원과 그렇지 못한 직원을 명확하게 구분해야 한다. 모든 사업 부문과 직원들을 똑같이 대접한다면 기업은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2. 성과주의 인사제도의 이슈

스탠포드대 교수인 페퍼(Jeffrey Pfeffer)는 사람들이 금전에 의해 주로 동기부여가 되고 개별 인센티브 지급이 창조성과 생산성을 유도하고 한다는 주장에 대해 강력히 반박하고 있다. 그는 개별 성과급 제도는 팀워크를 약화시키고 단기성과에 초점을 두도록 조장하며 구성원들을 눈치꾼으로 만드는 경향이 있다고 말하고 있다.

(1) ‘내일 일은 난 몰라요’... 단기성과 주의

성과주의 인사와 관련되어 가장 많이 지적되는 문제가 바로 평가 결과와 보상을 강력하게 연계할 경우 장기적인 관점에서 바람직한 결과나 지속적 개선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지 않다는 것이다. 구성원들이 단기성과에 매몰되고 개인적 이득을 보기 위해 시스템이 가진 결함을 활용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사실 기업들은 성과주의 인사가 구성원들을 단기성과에 매몰되게 만드는 위험성이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다. 따라서 단기와 장기성과 간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 문제는 단기성과의 경우 상대적으로 측정이 어렵지 않고 보상과 연계시키는 것이 용이하지만, 장기성과의 경우 중간 과정을 어떤 지표로 측정할 것인가를 결정하기 쉽지 않고 보상과의 연계도 어렵다는 것이다. 더욱이 평가 결과와 연계되는 보상의 크기가 클수록 구성원들은 장기성과에 문제가 있더라도 이를 애써 무시하고 단기성과에 몰입하는 경향을 보인다.

다시 말해, 단기간의 업적만 평가해 막대한 성과급을 지급하는 관행이 결국 미래를 고려하지 않고 단기이익을 높여 일단 성과급을 챙기는데 모든 노력을 기울이게 한 주요 원인으로 작용한 것이다. 리먼은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로 막대한 손실을 입으면서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성과에 따른 차별적 성과급 지급이 모두 부정적인 효과를 가져오는 것은 아니다. 성과급이 없거나 낮은 수준일 경우, 성과급 수준을 높이면 이는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오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일정 수준을 넘는 과도한 성과급은 오히려 역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2) ‘적은 경쟁사가 아닌 내부에’... 개인·부문 이기주의의 발현

저명한 노동경제학자이자 인사경제학을 창시한 에드워드 레이지어(Edward Lazear)는 상대 평가를 바탕으로 한 개인 성과급 제도의 도입은 협업을 감소시키는 효과를 낳는다는 것을 이론적으로 증명했다. 승자와 패자에 대한 보상의 차이가 클수록 구성원들은 협업 대신 각자의 업무에 집중하는 경향을 보인다는 것이다

이와 같이 성과주의 인사가 불러일으키는 조직·개인 간 경쟁이 낳는 가장 큰 문제는 업무에 있어 서로 협업이 필요하다는 것을 간과할 뿐만 아니라 때로는 협업하는 것이 오히려 자신의 평가에 불리하게 작용한다는 인식을 갖게 하는 것이다. 따라서 각 조직 또는 개인의 목표만 달성하려고 노력하기 때문에 상호 협업이 되지 않고, 조직 전체 성과가 아닌 부분 최적화 관점에서 의사결정을 하게 된다. 그리고 타사와의 경쟁에서 승리하는 것이 아니라 평가에서 경쟁하는 옆의 동료 또는 부서를 적으로 간주하고 의사결정과 행동이 이루어지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다양한 분권화 조직을 통합적으로 운영하는데 있어 문제로 떠오른 것이 바로 주요 경영자들이 전사 관점에서 생각하고 움직이도록 하는 동기유발 요소가 거의 없었다는 사실이다. 1920년 이전 성과급 체제 하에서는 사업부 경영자들은 전사적으로 얼마를 벌었는지에 관계없이 자신의 사업부 이익을 기준으로 보상을 받았다. 이러한 시스템은 사업부 경영자들이 회사 전체 이익보다는 자신의 사업부 이익만을 최대화하는데 온 신경을 집중하도록 만드는 부작용을 낳았다. 심지어 사업부 경영자가 자신의 사업부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노력 과정에서 회사의 이익에 반하는 의사결정과 행동이 종종 발생하기도 했다.

이에 GM은 사업부 이익이 아닌 회사 이익을 기준으로 성과급을 지급하는 개념을 도입하였다. 즉 새로운 것의 발명, 탁월한 서비스 제공, 그리고 구성원의 역량·태도 등이 GM 성공에 얼마나 기여했는지를 평가해 성과급을 결정하여 지급하였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 자기 부문 만의 이익을 지향하는 사일로(Silo) 현상을 타파하고, 사업적인 관점에서도 각 브랜드별로 적절한 가격대의 시장 세분화를 통해 성공적으로 시장에 침투하여 성장을 도모할 수 있었다.

그런데 문제는 시간이 흘러 사업의 규모가 커지면서 전사 차원의 관리가 어려워지고, 경쟁이 격화되고 사업부별 수익이 강조되면서 발생하였다. 각 사업부가 성과 제고를 위해 서로 시장을 잠식하는 상황이 발생하다 보니 점차적으로 브랜드별 정체성이 모호해진 것이다. 예를 들어, 1980~90년대에 캐딜락사업부는 자기 사업부의 매출을 늘리기 위해 생산량을 늘리고 출혈판매를 하기 시작했다. 가격은 급락했고 기존에 값이 비싸 구매를 하지 못했던 소비자들도 캐딜락을 사기 시작했다. 그러다 보니 과거의 명성은 사라졌고 더 부유한 계층에서는 벤츠, 아우디, 재규어 등 너무 흔하지 않아서 상류층의 상징이 될 수 있는 다른 브랜드를 찾기 시작했다. 동시에 타 사업부의 시장을 갉아먹는 현상도 발생했다. 사업부별 성과 강조는 단기간에 있어서는 해당 사업부의 매출을 증가시키는 모습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사업부간 경쟁을 부추기고 서로 시장을 잠식함으로써 GM이 구제금융을 받을 수밖에 없는 위기를 자초하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였다.


CategoryManagement